최지선

최지선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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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aurinko@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미국/북미49%
국제일반13%
인사일반13%
국제정치7%
유럽/EU3%
국제사고3%
국제정세3%
국제인물3%
국방3%
선거3%
  • “경기장에 사실 3명 있었다”…임신 7개월에 출전한 이집트 펜싱 선수

    이집트 펜싱 선수가 임신 7개월인 상태로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뒤늦게 밝혀 세계를 놀라게 했다.주인공은 이집트의 나다 하페즈(27). 하페즈는 29일(현지 시간) 펜싱 여자 사브르 16강에서 한국의 전하영(서울시청)에게 패배하며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하페즈는 경기 후 자신의 SNS에 ‘임신 7개월의 올림피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경기장에 두 명의 선수가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세 명이었다”면서 “나와 내 경쟁자, 그리고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내 작은 아기”라고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하페즈는 “아기와 나는 육체적, 감정적 어려움을 함께 겪었다”며 “임신 그 자체로도 롤러코스터를 탄 듯 힘들었지만 삶과 스포츠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격렬하단 말로 부족했다. 하지만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남편과 가족들의 믿음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었지만 이번 올림픽은 ‘작은 올림피언’을 뱃속에 데려갈 수 있어 더 특별했다”고 덧붙였다.사브르는 머리, 손을 포함한 상체 모든 부위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 펜싱 종목이다. 유효 면적이 넓고 찌르기, 베기가 모두 허용되기 때문에 순발력이 가장 중요하다. 몸이 무거운 7개월 임산부가 16강에 올랐다는 게 놀라운 이유다. 검이 뭉툭한데다, 펜싱복은 특수섬유를 이용해 방탄복보다 촘촘하게 짜여있기 때문에 검으로 공격받아도 다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격받을 시 타격감과 통증은 있다고 한다.선수들이 임신한 채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2004년 임신 5개월인 상태로 아테네 올림픽 마장마술에 출전한 네덜란드 앤키 반 그룬스벤은 금메달을 땄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말레이시아 공기소총 선수 누르 수르야니 빈티 모하메드 타이비는 임신 8개월이었다. 독일 양궁 선수인 코넬리아 폴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임신 초기 상태로 동메달을 땄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출전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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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선수와 악수 거부했던 우크라 검객, 조국에 첫 메달 안겼다

    승리가 결정된 순간, 그는 머리를 감싸 쥐며 경기장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쏟아지는 눈물을 닦는 손에는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노랑, 파랑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었다. 올림픽에 출전한 그 어느 선수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조국을 가슴에 품은 그는 역전 끝에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처음 딴 메달이다. 선수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은 우크라이나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입니다.”우크라이나 펜싱 간판인 올하 하를란이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최세빈(전남도청)을 꺾고 메달을 손에 넣었다. 6점 차이로 밀리다가 막판에 연달아 득점하며 역전극을 보여줬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올림픽 메달이다.하를란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이 메달은 나의 조국과 조국을 수호하는 사람들, 그리고 러시아 때문에 목숨을 잃어 이 자리에 올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하를란의 부모님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도시 미콜라이브에 산다. 하를란의 가족들은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수개월을 집 지하실에서 살아야 했다고 한다.하를란은 지난해 7월 펜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선수와 악수를 거부해 실격 처리되면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하를란은 여자 사브르 64강전에서 러시아 선수 안나 스미르노바를 만나 15대 7로 승리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악수하러 다가오는 스미르노바를 검으로 막아 세웠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악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저항의 표시였다.펜싱 경기 규칙에 따르면 승패가 결정된 뒤 선수들이 악수를 해야 경기가 끝난다. 스미르노바는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50분 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항의했다. 끝까지 악수를 거부한 하를란은 결국 실격 처리됐다. 하를란은 경기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누구에게도 평화를 강요할 수 없다. 특히 (러시아에게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인에게는 더더욱 평화도, 악수도 강요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에게 영광을”이라는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이 실격으로 하를란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특별 초청장’을 보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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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세 소녀 성폭행범’이 국가대표?…파리올림픽 출전한 네덜란드 선수 논란

    12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복역한 범죄자가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출전 금지 청원이 9만 건을 돌파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선수 출전 여부는 각 국가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는 네덜란드 비치 발리볼 국가대표 스티븐 반 더 벨트(30). 그는 28일(현지 시간)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스타드 투르 에펠’ 경기장에서 첫 올림픽 데뷔 경기를 치렀다. BBC는 “반 더 벨트가 경기장에 입장하자 야유 세례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USA투데이는 “에펠탑 앞 아름다운 경기장에서 벌어진 추악한 경기”라고 꼬집었다. 반 더 벨트는 이날 경기에서 패했고 31일 다음 경기를 치른다.반 더 벨트는 20살이었던 2014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12세 영국 소녀를 성폭행했다. 그는 소녀를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날아갔고, 소녀의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성폭행한 뒤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당시 반 더 벨트는 소녀가 12살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4년 형을 선고받고 13개월 복역한 뒤 출소했다.반 더 벨트가 국가대표에 선발되자 네덜란드에서는 비난 세례가 쏟아졌다. 중범죄자인 그의 올림픽 출전은 “스포츠로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 국제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 게재된 그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요구 청원엔 29일 오후까지 11만 5000명 이상이 동의했다.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반 더 벨트 출전에 대해 “10년 전에 발생한 범죄고 이후 선수가 재활 치료를 받았다. (다른 어린 선수들을 위한) 보호 조치도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 출전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각 나라 올림픽위원회의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는 BBC에 “반 더 벨트가 네덜란드 배구 연맹이 정한 복귀 지침을 충족했다. 엄격한 위험 평가와 검사를 충족했고 재범 위험이 없다”며 그를 국가대표로 기용하는 데 결격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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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헤즈볼라 레드라인 넘었다” 전면전 경고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 마즈달샴스 지역의 축구장에 27일 로켓포가 떨어져 어린이와 청소년 등 12명이 사망했다고 이스라엘 정부가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배후로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목하며 “지금껏 치른 적 없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공격 사실을 전면 부인했으나,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 계속 충돌하고 있는 두 진영 간의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에 사용된 로켓은 헤즈볼라가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이란산 ‘팔라크-1’으로 50kg짜리 탄두를 탑재하고 있었다”며 공격 주체가 헤즈볼라라고 주장했다. 그는 “희생된 이들은 모두 10∼20세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전투가 시작된 이래 헤즈볼라가 가한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이번 공격은 레드라인을 넘었다. 헤즈볼라, 레바논과 전면전의 순간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베까 계곡에 있는 헤즈볼라의 무기 저장고와 남부 지역 등 목표물을 27일부터 다음 날까지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방미 중이던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 소식을 듣고 예정보다 일찍 귀국해 28일 오후 안보 내각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골란고원은 시리아와 레바논 접경지대에 있는 곳으로, 수자원 확보와 안보 면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빼앗은 뒤 통제해 왔고, 1981년 자국 영토로 병합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무함마드 아피프 헤즈볼라 대변인은 AP통신에 “이번 공격의 배후라는 주장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피란민들이 머무는 학교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최소 30명의 사망자와 1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하마스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 중부에 있는 도시 데이르알발라 근처 학교가 이스라엘군에 공습당했고,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지휘통제센터와 무기 보관 시설이 학교 내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미국 대선에서도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5일 방미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하마스와의 전쟁을 조속히 종식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내 진보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각료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이 “휴전협상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고 가디언 등은 보도했다. 보수 유대인과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해리스 부통령의 종전 발언에 대해 “무례했다. 유대인들이 어떻게 해리스에게 표를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공격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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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합주 백인 남성’ 3인… 해리스 러닝메이트 거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가 누가 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민주당 상원의원과 주 검찰총장 등을 지낸 인도계 흑인 여성이란 해리스 부통령의 정체성을 보완하기 위해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백인 남성이 지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 시간) 민주당 주요 후원자들을 인용해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경합주가 정치적 텃밭인 백인 남성이란 점이다. 셔피로 주지사는 2022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더그 마스트리아노 후보를 15%포인트 차로 누르고 정계 샛별로 떠올랐다. 유대계로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원과 주 법무장관을 거친 그는 가톨릭교회의 성 학대 사건에 철퇴를 가한 이력이 주목받는다. 애리조나주에서 정치 경력을 쌓은 켈리 의원은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총기 규제를 주도하다 2011년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총에 맞아 숨질 뻔했던 개비 기퍼즈 전 하원의원의 남편이다.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으로 관심이 모아지는 총기 규제 이슈를 다시 민주당 의제로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군 조종사이자 나사 우주비행사 출신인 그는 불법 이민 문제에는 공화당처럼 강경한 입장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토박이인 쿠퍼 주지사 역시 주 상원의원과 법무장관을 거쳤다. 2016, 2020년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연거푸 주지사로 선출됐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신중한 정치인으로 남부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다”고 전했다. FT는 이 밖에 ‘40대 젊은 피’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와 하이엇 가문 갑부 정치인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팀 왈츠 미네소타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이 후보 명단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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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정부, 레임덕 차단 외교전… 美 재무부 차관 “세계와 협력 배신 않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와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별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우려를 잠재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지만 내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까지 중국 견제, 우크라이나 지원 등 현 외교안보 정책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블링컨 장관은 25일∼다음 달 3일, 오스틴 장관은 26∼30일 인도태평양 주요국 순방에 나서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동맹국의 우려를 잠재울 계획이다. 옐런 장관도 24∼27일 브라질을 방문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등에 참석하며 같은 행보를 취하기로 했다.● 블링컨-오스틴, 인태 순방으로 동맹 규합 블링컨 장관은 22일 소셜미디어 X에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시킨 역사적 업적을 남겼다”며 “앞으로 6개월간 그 기록을 계속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 또한 같은 날 블링컨 장관이 국무부 고위 인사들을 소집해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고 해야 할 일도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공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25∼28일 동남아시아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과도 회담을 갖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스틴 장관과 함께 이후 일본을 찾아 미일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갖는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유사시 미국의 핵전력으로 일본을 방어한다는 내용의 확장 억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양국은 이 같은 내용을 명문화한 공동문서를 연내 책정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양국 군사 협력을 강화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계산이다. 또 최근 중국 견제 노선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필리핀에서도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갖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별도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Quad)’ 외교장관 회담에도 참석한다. 아세안 회의 직전 베트남을 방문하고, 일본 방문 후 싱가포르, 몽골까지 순방하는 숨가쁜 일정이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또한 22일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우려하는) 동맹과 파트너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두 장관의 순방을 통해)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G20서 “우크라 지원-中 과잉생산 대처” 강조 옐런 장관은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각국의 공동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재집권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계속된다는 뜻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이 섐보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옐런 장관이 세계와 한 협력 약속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이 전기차, 태양광 패널, 철강 등 대규모 보조금에 의존한 중국산 제품의 과잉생산 및 헐값 수출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경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그간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2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관계 설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와 가까운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속히 휴전하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방미 기간 중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물론 트럼프 후보까지 모두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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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링컨-오스틴-옐런 ‘바이든 외교안보’ 레임덕 차단 총력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와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별개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우려를 잠재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지만 내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까지 중국 견제, 우크라이나 지원 등 현 외교안보 정책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블링컨 장관은 25일~다음 달 3일, 오스틴 장관은 26~30일 인도태평양 주요국 순방에 나서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동맹국의 우려를 잠재울 계획이다. 옐런 장관도 24~27일 브라질을 방문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등에 참석하며 같은 행보를 취하기로 했다.● 블링컨-오스틴, 인태 순방으로 동맹 규합블링컨 장관은 22일 소셜미디어 X에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시킨 역사적 업적을 남겼다”며 “앞으로 6개월간 그 기록을 계속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 또한 같은 날 블링컨 장관이 국무부 고위 인사들을 소집해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고 해야 할 일도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공개했다.블링컨 장관은 25∼28일 동남아시아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과도 회담을 갖기로 했다.블링컨 장관은 오스틴 장관과 함께 이후 일본을 찾아 미일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갖는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유사시 미국의 핵전력으로 일본을 방어한다는 내용의 확장 억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양국은 이 같은 내용을 명문화 한 공동문서를 연내 책정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양국 군사 협력을 강화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계산이다. 또 최근 중국 견제 노선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필리핀에서도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갖기로 했다.블링컨 장관은 이와 별도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Quad)’ 외교장관 회담에도 참석한다. 아세안 회의 직전 베트남을 방문하고, 일본 방문 후 싱가포르, 몽골까지 순방하는 숨가쁜 일정이다.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또한 22일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우려하는) 동맹과 파트너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두 장관의 순방을 통해)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G20서 “우크라 지원-中 과잉생산 대처” 강조옐런 장관은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각국의 공동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재집권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계속된다는 뜻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이 샘보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옐런 장관은 세계와의 협력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옐런 장관이 전기차, 태양광 패널, 철강 등 대규모 보조금에 의존한 중국산 제품의 과잉생산 및 헐값 수출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경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그간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다.바이든 행정부는 22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관계 설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와 가까운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속히 휴전하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방미 기간 중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은 물론 트럼프 후보까지 모두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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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주말밤 최측근 불러 사퇴성명 작성… 캠프엔 1분전 알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결정은 영화 ‘007 작전’처럼 빠르고 소리 없이 이뤄졌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사퇴 당일인 21일(현지 시간) 오전 전화로 통보했다. 특히 백악관 및 바이든 대선 캠프의 주요 관계자에겐 발표 1분 전 화상 회의를 열고 사퇴를 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대선 완주 의지가 강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당내 주요 인사의 사퇴 요구가 계속되자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하면 11월 5일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상하원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패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을 거듭 압박해 왔다. CNN은 “바이든이 정치인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고 평했다. 다만 이날 하루에만 민주당에는 약 5000만 달러(700억 원)의 기부금이 몰렸다. 2020년 대선 이후 민주당의 하루 온라인 기부액 중 가장 많은 규모다.● 극비리 사퇴 준비, 숨 가쁜 48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사퇴를 고려한 것은 19일 오후다. 이후 21일 오후 사퇴를 발표하기까지 숨 가쁜 48시간이 이어졌다. 젠 오맬리 딜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MSNBC에 나와 “대통령은 확실히(absolutely)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민주당 대선 캠프에는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악화된 여론을 체감한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오후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별장 인근 사저에서 사퇴 결심을 굳혔다. 그는 부통령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최측근 스티브 리셰티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사저로 오라”고 했다. 두 고문은 같은 날 오후 4시경 사저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사람과 밤늦게까지 극비리에 사퇴 서한을 작성했다. 그는 성명 작성을 마친 후 질 여사, 아들 헌터 등 가족에게 사퇴 사실을 알렸다. NYT는 “사저 바깥의 관계자 대부분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1시 45분경 백악관 및 대선 캠프 참모와 단체 통화를 나누며 사퇴를 공개했다. 1분 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을 시켜 ‘X’에 사퇴 성명을 게재했다. 충격에 빠진 일부 백악관 직원은 “가짜뉴스 아니냐”며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안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 여사는 ‘X’에 남편의 사퇴 성명을 리트윗한 후 분홍색 하트가 2개 달린 이모티콘을 덧붙여 남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남편의 완주를 강하게 원했던 질 여사에게는 ‘자진 사퇴’처럼 보이는 형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진단했다.● TV토론 참패 후 예견된 사퇴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그의 사퇴는 시간문제였다는 분석도 많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참패한 후 토론 때 제기됐던 인지기능 저하 및 건강 이상설 등의 우려를 전혀 잠재우지 못했다. 그는 앞서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라고 잘못 칭했다. ‘한국’과 ‘북한’도 혼동했다. 이틀 후 트럼프 후보는 대선 유세 중 벌어진 총격 암살 시도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두 손을 불끈 쥐어 보인 트럼프 후보의 모습과 멍한 표정으로 자주 말실수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극적으로 대조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17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세 번째로 감염되어 ‘건강 우려’가 재차 불거졌다. 결국 지난해 4월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지 약 1년 3개월 만, TV토론에서 참패한 지 24일 만에 재선 도전을 접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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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퇴하라” 민주 지지자들, 바이든 물러나자 700억 후원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결정은 영화 ‘007 작전’처럼 빠르고 소리 없이 이뤄졌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사퇴 당일인 21일(현지 시간) 오전 전화로 통보했다. 특히 백악관 및 바이든 대선 캠프의 주요 관계자에겐 발표 1분 전 화상 회의를 열고 사퇴를 알렸다.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대선 완주 의지가 강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당내 주요 인사의 사퇴 요구가 계속되자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하면 11월 5일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상하원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패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을 거듭 압박해 왔다. CNN은 “바이든이 정치인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고 평했다.다만 이날 하루에만 민주당에는 약 5000만 달러(700억 원)의 기부금이 몰렸다. 2020년 대선 이후 민주당의 하루 온라인 기부액 중 가장 많은 규모다.●극비리 사퇴 준비, 숨 가쁜 48시간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사퇴를 고려한 것은 19일 오후다. 이후 21일 오후 사퇴를 발표하기까지 숨 가쁜 48시간이 이어졌다.젠 오맬리 딜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MSNBC에 나와 “대통령은 확실히(absolutely)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민주당 대선 캠프에는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항의가 쏟아졌다.악화된 여론을 체감한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오후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별장 인근 사저에서 사퇴 결심을 굳혔다. 그는 부통령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최측근 스티브 리셰티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사저로 오라”고 했다.두 고문은 같은 날 오후 4시경 사저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사람과 밤늦게까지 극비리에 사퇴 서한을 작성했다.그는 성명 작성을 마친 후 질 여사, 아들 헌터 등 가족에게 사퇴 사실을 알렸다. NYT는 “사저 바깥의 관계자 대부분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1시 45분경 백악관 및 대선 캠프 참모와 단체 통화를 나누며 사퇴를 공개했다. 1분 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을 시켜 ‘X’에 사퇴 성명을 게재했다. 충격에 빠진 일부 백악관 직원은 “가짜뉴스 아니냐”며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안도한 것으로 알려졌다.질 여사는 ‘X’에 남편의 사퇴 성명을 리트윗한 후 분홍색 하트가 2개 달린 이모티콘을 덧붙여 남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남편의 완주를 강하게 원했던 질 여사에게는 ‘자진 사퇴’처럼 보이는 형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진단했다.● TV토론 참패 후 예견된 사퇴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그의 사퇴는 시간문제였다는 분석도 많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참패한 후 토론 때 제기됐던 인지기능 저하 및 건강 이상설 우려를 전혀 잠재우지 못했다.그는 앞서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고 잘못 칭했다. ‘한국’과 ‘북한’도 혼동했다.이틀 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대선 유세 중 벌어진 총격 암살 시도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두 손을 불끈 쥐어 보인 트럼프 후보의 모습과 멍한 표정으로 자주 말실수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극적으로 대조된다는 평가가 나왔다.17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세 번째로 감염되어 ‘건강 우려’가 재차 불거졌다. 결국 지난해 4월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지 약 1년 3개월 만, TV토론에서 참패한 지 24일 만에 재선 도전을 접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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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크계 거장’ 故김민기의 인생사…무대 ‘뒷것’ 자처한 순수한 예술인

    배우를 ‘(무대) 앞것’으로, 자신을 ‘뒷것’으로 부르며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비빌 언덕이 되어준 사람. 가수이자 극단 학전(學田) 대표였던 고 김민기 얘기다. 그의 인생을 되돌아봤다.●군부 시절 청춘들 마음 울린 김민기의 노래김민기의 이름이 처음 대중들에게 각인된 건 가수로서다. 1969년 서울대 미대 회화학과 입학한 그는 동문 김영세와 함께 2인조 밴드 ‘도비두’를 결성하며 가요계에 본격 발을 들였다.서울 명동 YWCA 회관 ‘청개구리의 집’이 그의 음악의 태동지였다.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통기타를 부르고 노래하던 이 공간에서 그는 날개를 달았다.특히 사랑과 이별 이야기에서 벗어나 삶을 성찰한 한 편의 시 같은 아름다운 가사는 한국전쟁 후 새로운 문화에 목말라 있던 청춘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아침이슬’ ‘상록수’ ‘작은 연못’ ‘백구’ ‘봉우리’ 등 이전에는 한국에 없던 노래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가수 한영애는 “중학교 때부터 김민기의 노랫말을 들으며 자랐다. 광장에서, 대학가에서, 어느 곳에서든지 김민기 노래가 늘 울려 퍼져 제게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하지만 그의 노래가 1970~80년대 저항운동의 상징이 될수록 삶은 고단해졌다. 아침이슬, 상록수가 금지곡으로 지정되고 1971년 낸 솔로 1집 ‘김민기’도 판매 금지 조치 됐다. 전역 후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며 비밀리에 음악 활동을 계속했지만 군사 정권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숱하게 체포되고 취조를 받았다. 한동안 지방에서 농사를 지으며 음악과 거리를 뒀다.그를 다시 서울로 불러낸 건 학전이었다. 학전을 차리기 위해 목돈이 필요해진 그는 그간 썼던 노래를 모아 총 4장의 ‘김민기 전집’(1993년)을 발표했다. 1971년 낸 첫 음반이 판매 금지 조치 된 후 처음으로 정식 발표한 음반이었다.김민기는 이후 가수로서 자신이 조명되는 것에 대해 극도로 부담스러워했다. 어두운 시절 자신의 노래가 광장에서 불린 것 만으로도 ‘앞것’으로서의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민기와 막역한 사이인 강헌 음악평론가는 “2021년에 ‘아침이슬’ 50주년 헌정 콘서트를 추진할 때 ‘나는 가수로서의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왜 나를 자꾸 앞으로 불러내려고 하느냐’고 화를 냈다. 군부 독재 시대에 노래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뜻이었다”고 했다.●공연계 일군 ‘어른 김민기’이후 그는 학전을 통해 공연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등을 만들어 국내 창작뮤지컬의 토대를 닦았다. ‘의형제’는 1998년 제3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지하철 1호선’으로 독일 문화훈장인 ‘괴테 메달’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서항석, 윤이상, 백남준에 이어 네 번째였다.굵직한 배우들도 숱하게 배출했다. 스타 배우들의 ‘사관학교’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관객들에게 ‘독수리 오형제’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배우 황정민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김윤석이 대표적이다. 배우 장현성은 “졸업 후 용돈을 벌어야 해서 학전 입단 오디션을 본 게 배우 인생의 시작이었다. 학전에서 작품들을 공부하며 내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했다.대외적 성과뿐만이 아니다. 당시 무법지대나 다름없던 공연계에서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배우와 스탭들을 대상으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출연 횟수 등 기여도에 따라 월급에 인센티브를 더해 수익을 나눴다. 학전 출신 배우 오지혜는 “힘없는 연극 배우가 일반 극단에서 계약서 쓰고 공연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이라며 “까마득한 후배들을 언제나 존중하셨다. 본인이 모르는 분야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가르친 뒤 무대에 올렸다”고 회고했다.창작뮤지컬로 잘 나가던 그는 돌연 어린이극으로 핸들을 꺾었다. 국내 공연계에서 어린이극은 소위 ‘돈 안 되는’ 장르로 꼽히지만 “어린이들이 미래고, 이들이 좋은 공연을 보고 자라야 한국의 미래 문화가 밝다”는 뜻이 컸다.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학전만큼 아동극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사례는 우리 연극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1990년대 중반 학전이 ‘창작 아동극’에 힘쓰면서부터 아동극의 소재와 관객 연령층이 다양해졌다”고 평가했다.●‘뒷것’ 자처한 김민기 학전 폐관 결정최근 수 개월은 김민기에게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 자식처럼 생각했던 학전이 창립 33년 만인 올 3월 15일 문을 닫았다. 학전은 수많은 스타 가수와 배우들을 배출해 낸 대학로 소극장이다. 그러나 오랜 경영난에 김민기의 건강까지 악화되며 폐관을 결정했다.학전을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탁 운영을 의논하기도 했다. 김민기가 없어도 학전 이름을 유지하며 명맥은 잇자는 것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김민기와 가장 가까이 지내며 폐관 전 마지막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기획한 가수 박학기는 “위탁 운영하다가 담당자가 이리저리 바뀌면 (학전 이름만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게 민기 형님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권력과 극도로 거리를 두며 영원한 ‘뒷것’으로서 학전을 순수한 예술인의 공간으로 지켜 온 김민기의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기도 하다. 박학기는 “지난해부터 많은 정치인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하지만 민기 형님은 (그들의 행동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소모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학전 폐관의 직접적인 이유는 김민기의 건강 악화였다. 위암이 간으로 전이돼 당장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방사선 치료를 하고 있지만 치료를 거듭할수록 체력이 고갈되고 통증이 심해져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 학전 출신 배우 이황의는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12월 31일 송년회였다. 치료가 힘든지 기운이 없었다. 모자 쓰고 지팡이 짚고 나와서 ‘고맙다’ ‘미안하다’ 말만 했다”고 말했다. 김민기의 고등, 대학교 동창이자 60년 지기 친구 이도성 씨는 “민기가 항상 말랐었는데 지난해 가을 민기의 둘째 아들 결혼식에서 보니 많이 부었었다”며 “최근 문병 갔다온 후배들이 민기가 대화도 어렵고 찾아온 사람들 상대하기도 힘들어하는 상태라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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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기 별세… 암울했던 시절을 밝히던 영롱한 노래들

    김민기의 노래에는 가슴 깊은 곳을 뜨겁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스스로는 어떤 문화나 사상의 상징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은둔했지만 광장에 울려 퍼진 그의 노래는 암울했던 시절 마음의 어둠을 몰아내 주었다.1969년 서울대 미대 회화학과 입학한 김민기는 동문 김영세와 함께 2인조 밴드 ‘도비두’를 결성하며 가요계에 본격 발을 들였다. 서울 명동 YWCA 회관의 ‘청개구리의 집’이 김민기 음악의 태동지였다.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통기타를 부르고 노래하던 이 공간에서 김민기는 1세대 한국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났다.재동초등학교 동창인 가수 양희은과의 만남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역시 청개구리의 집에 드나들던 양희은은 한 음악회에서 김민기가 연주하는 아침이슬을 듣고 첫눈에 반했다. 김민기가 찢어버리고 간 악보를 주워다 곡을 달라고 부탁했고, 1971년 발표했다. 당시 정치 상황을 은유하는 듯한 가사가 청년들의 마음을 울렸고 유신 반대 운동에서 불렸다. 1975년 금지곡으로 지정됐다.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1979년)는 빼놓을 수 없는 그의 대표작이다. 김민기가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아침마다 공부를 가르치던 노동자들의 합동결혼식을 위해 지은 노래다. 김민기의 아름다운 노랫말에 양희은의 맑은 음색이 더해져 ‘서울로 가는 길’ ‘작은 연못’ ‘백구’ ‘아름다운 것들’ ‘봉우리’ 등 이전에는 한국에 없던 노래들이 탄생했다. 양희은은 “김민기는 내 음악의 시작이었고 절정이었다”고 회고했다.하지만 그의 노래가 1970~80년대 저항운동의 상징이 될수록 삶은 고단해졌다. 아침이슬, 상록수가 금지곡으로 지정되고 1971년 낸 솔로 1집 ‘김민기’도 판매 금지 조치 됐다. 전역 후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며 비밀리에 음악 활동을 계속했지만 군사 정권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숱하게 체포되고 취조를 받았다. 한동안 농사를 지으며 음악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그를 다시 서울로 불러낸 건 그가 ‘못자리 농사’라 표현한 학전이었다. 학전을 차리기 위해 목돈이 필요해진 그는 그간 썼던 노래를 모아 총 4장의 ‘김민기 전집’(1993년)을 발표했다. 1971년 낸 첫 음반이 판매 금지 조치 된 후 처음으로 정식 발표한 음반이었다. 이후 가수로서는 공식 은퇴했다.“나 이제 가노라/저 거친 광야에/서러움 모두 버리고/나 이제 가노라…”(‘아침이슬’ 중에서)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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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S 오류에 ‘초연결 세계’ 멈췄다

    19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 세계 주요국 정보기술(IT)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각국 주요 항공사의 비행기 운항이 멈췄고 금융결제, 방송, 의료, 물류 등의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26일 개막할 파리 올림픽의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라인에서는 전 세계 곳곳의 모니터에 ‘죽음의 블루 스크린(BSOD·Blue Screen Of Death)’이 뜬 사진이 쏟아지며 당혹감이 퍼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일본항공(JAL), 독일 루프트한자 등 각국 대표 항공사 소속 일부 비행기의 운항이 중단되거나 탑승 수속이 지연됐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해당 항공사 소속 일부 직원이 직접 비행기 티켓 위에 펜으로 항공편명, 좌석 번호 등을 수기(手記)로 작성했다. 전 세계에서 최소 14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뉴스’, 호주 ABC뉴스 등 각국 일부 방송사는 생방송에 차질이 생겼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진료 예약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고, 런던증권거래소(LSE)의 데이터와 뉴스 서비스도 일부 중단됐다. 약 2200만 명이 사용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은행 ‘캐피텍’의 주요 업무도 일제히 멈췄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선 철도와 항만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또 많은 나라에서 신용카드와 온라인 결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현금을 내고 물건을 사야 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26일 올림픽 개막을 앞둔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역시 “일부 시스템에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프로그램 ‘팰컨 센서’가 거론된다. 보안 패치인 팰컨 센서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충돌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해킹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커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최고경영자(CEO)는 NBC에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경제가 특정 소프트웨어에 얼마나 취약하고 의존적인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라고 평했다. 美-日-유럽 등 항공 1400편 취소… “파리올림픽 시스템도 차질”[MS發 글로벌 IT 대란]MS 클라우드 장애에 전세계 혼란… 유럽 방송-병원 시스템도 먹통인도 증권거래소 일부 서비스 안돼… 전문가 “한곳 의존, 예견된 사고”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발(發) 클라우드 장애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정보기술(IT) 먹통 사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향후 IT 발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개 회사의 클라우드 문제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를 경험하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가 하나의 클라우드로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 세계’의 그림자다.● 전 세계 IT 대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호주 유럽 등의 공항에서 최소 1400편 이상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고 일부 방송사들은 방송 송출도 멈췄다. 통신 의료 금융 등 산업 분야에서도 차질이 발생했다. 독일 베를린 공항에서 체크인이 지연됐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 스페인 전역의 공항도 사이버 장애를 일으켰다. 일본과 홍콩 국제공항, 대만 타오위안 공항 등에서도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이번 사태는 파리 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날 “시스템 운영에 영향을 받았다. 현재 비상계획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대학병원은 이날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고 응급실도 폐쇄했다. 프랑스 방송사 TF1 진행자 크리스토프 보그랑게랭은 “생방송 스튜디오에 나와 있지만 컨트롤 룸 마비로 생방송을 못 한다”고 말했다. JR서일본에서는 홈페이지 서비스 장애로 열차 주행 위치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중단됐다. 오사카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USJ)’에서는 결제 관리 체계 이상으로 일부 식당이 영업을 멈췄다. 인도 증시도 타격을 입었다. 현지 매체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증권사 ‘5파이사(5paisa)’ 등은 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증시 거래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공항, 항공사 운영, 은행 서비스는 거의 중단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세계 곳곳에서 ‘블루 스크린 오브 데스(BSOD)’라 불리는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가 나타나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이 파란색으로 바뀌며 부팅이 되지 않는 장애다. ‘죽음의 블루’라고도 불리는 BSOD는 컴퓨터가 안전하게 작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도 항공업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MS,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국내 피해 상황 및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보안 업데이트와 충돌 원인 이번 대란은 사이버 공격이 아닌 보안 업데이트 사고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 1위 보안업체인 미국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플랫폼인 ‘팰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 윈도 시스템과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측도 이 점을 인정했다. MS는 “서비스 문제가 발생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MS 측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긴급 복구 패치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초연결 세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특정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의존이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영향과 파급력이 전례없는 규모의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각국 주요 기관과 글로벌 기업들이 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거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로 인한 피해 역시 전 세계적 규모로 번지게 되는 구조다. 영국의 국가사이버보안센터장을 지낸 키어런 마틴 옥스퍼드대 교수는 “세계 핵심 인터넷 인프라의 취약성을 매우 불편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국내 사이버 보안업체 고위 임원은 “이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배포되는 보안패치 업데이트 시 사전 검증 절차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믿었던 클라우드 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 역시 전 세계적 규모가 된다”며 “클라우드 업체 한 곳에 의존할 게 아니라 비용이 더 들더라도 2, 3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이라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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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서기장 별세…향년 80세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사진)이 19일(현지 시간) 사망했다. 향년 80세. 관영 난단신문은 쫑 서기장이 노환 및 심각한 질환 등으로 이날 오후 숨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질환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최근 몇 달 간 최고위급 회의에도 여러 차례 불참했다.쫑 서기장은 2011년 제7대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했다. 2021년 3연임에 성공했고 2026년까지 임기를 남긴 상태였다. 베트남전이 끝난 1975년 이후 최장수 서기장이며 호찌민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 구소련으로 유학을 다녀온 쫑 서기장은 친러, 친중 외교를 펼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실용주의와 강대국들 사이에서 균향을 강조하는 이른바 ‘대나무 외교’ 를 내세웠다.그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하노이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쫑 서기장은 또 부정부패를 국가와 당의 가장 큰 문제로 여겼다. 그가 최근까지 ‘불타는 용광로’라 불리는 부정부패 척결 운동에 주력했던 이유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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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 블루월 무너진다”… 실리콘밸리서도 ‘트럼프 지지’ 목소리

    전통적으로 친(親)민주당 정서가 강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빅테크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트럼프 후보의 ‘아바타’로 불릴 만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지녔고,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도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현지 유력 인사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전체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친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현지에선 테크기업을 규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우경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실리콘밸리의 공화당 지지세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리콘밸리 블루월이 무너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트럼프 열풍을 이끄는 핵심 인물은 역시 머스크 CEO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슈퍼팩에 매달 4500만 달러(약 622억 원)를 기부할 계획이다. 보기 드문 거액의 후원이다. 올해 대선 기부금 중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 기부액은 금융 재벌 티머시 멜런의 5000만 달러(약 691억 원)였다. 페이팔 COO 등을 지낸 투자자이자 머스크 절친으로 알려진 색스 역시 1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트럼프 후보를 강력 비난했지만, 최근 지지로 돌아섰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도 트럼프 슈퍼팩에 큰 금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는 “투자 사업과 테크, 미국의 미래가 걸린 상황에선 트럼프가 더 맞는 선택”이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암호화폐 연구 기업인 메사리의 설립자 라이언 셀키스는 X에 “정보기술(IT) 업계의 ‘블루 월(민주당 지지 지역)’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빅테크 규제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 실리콘밸리의 이 같은 변화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빅테크 반독점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단 분석이 많다. 2016년까지 실리콘밸리 정치 후원금은 대부분 민주당 몫이었다. 미 정치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크라우드팩에 따르면 2016년 실리콘밸리 지역 정치 기부금의 99%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쏠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재임 동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과 그에 대한 빅테크 종사자들의 분노, 빅테크를 규제하는 바이든에 대한 환멸이 결합돼 지난 몇 년간 실리콘밸리는 이념적으로 공화당으로 기울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업계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후보는 총 12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성소수자, 노숙자, 마약, 범죄 등에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정책을 펼쳐온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중도 또는 중도 보수 성향의 현지 인력들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IT기업에 다니는 한 한국계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의 진보적인 정책이나 분위기에 부담을 느껴 텍사스 등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의 테크기업으로 옮기는 인력도 있다”고 말했다.● ‘밴스 효과’ 이어질까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도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세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빅테크 종사자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현지 인맥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특히 밴스 부통령 후보는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 색스 전 페이팔 COO, 머스크 CEO, 에릭 슈밋 전 구글 CEO 등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틸 회장과 색스 CEO는 2022년 밴스 부통령 후보가 상원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할때 각각 1500만 달러와 100만 달러를 후원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의 다수 분위기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트럼프 지지를 드러낸 이들은 원래도 보수적 색채가 강했다”며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하는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은 여전히 트럼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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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바뀔때마다 국정원 물갈이… 카드흔적 남긴 아마추어 돼”

    “우리 정보기관의 나이브하고 아마추어 같은 행태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국가정보원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보 수집의 ABC를 망각한 행위를 정보요원들이 수년 동안 반복해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미국 연방검찰이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한 공소장에는 국정원의 부족한 정보 역량과 허술한 보안 의식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정보 소식통은 “카드 내역을 남기고 면세 혜택까지 받는 등 기본도 안 된 요원들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24시간 감시에 노출된 정보 최전선에 배치돼 있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고 했다.국정원의 이런 현저한 정보 역량 저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위급을 포함해 직원 수백 명이 정치적 이유 등으로 물갈이되는 국정원의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국정원 내부에서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가 많다 보니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치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보요원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정보 수집 역량이 떨어지면서 핵심 정보원 확보에 실패하다 보니 수미 테리 수준 정보원에게도 무리하게 목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정보원 확보 못 해 학자에 목매다 참사”아마추어 수준의 허술함을 드러낸 정보 활동은 “전문성과 역량보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미국 등 핵심 지역 정보 라인을 교체하는 국정원의 고질적인 인사 병폐가 초래한 상징적인 장면”이란 게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들의 평가다.국정원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청산을 내세워 핵심 요직들을 물갈이하면서 눈에 띄게 정보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종전선언에 매달리면서 보수 성향인 테리까지 포섭해서라도 우리 정부 입장을 미 행정부에 무리하게 반영하려다가 벌어진 사태”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미국에 파견한 정보요원 수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보 당국자는 “미국과 소통 가능한 정보 요원들이 나가는 자리에 자기 사람을 꽂다 보니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인력 관리가 어려워져 통제에 실패한 것도 이번 정보 참사의 원인”이라고 했다.미 연방 검찰 공소장에는 북-미 정상회담 한 달 전인 2019년 1월 테리가 국정원 관계자 요청을 받고 서훈 당시 국정원장과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 미국의 전현직 안보 관계자들 간 비공개 회의를 주선한 사실도 적시됐다. 또 당시 서 원장과 만난 미 당국자들이 훗날 FBI 진술에서 “(회의가) 굉장히 비정상적(highly abnormal)이었다”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전 국정원 간부는 “한미 간 정책적 공감대가 없고 제대로 된 핵심 정보원이 없다 보니 테리 같은 학자에게 의존한 한국 정부의 이런 로비 행태가 미 정부 입장에선 굉장히 거슬렸을 것”이라고 했다.현 정부 들어서는 국정원 정상화를 내세워 고위직까지 대거 물갈이했다. 2022~2023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3급 이상 간부 250여 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한직으로 배치했다. 지난해 일어난 1급 인사 파동 과정에서 임명이 철회된 보직에는 미국과 일본 내 정보거점장인 정무2공사 등이 포함됐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현 정부 물갈이 과정에서도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해외 정보 업무에 배치돼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물갈이 반복에 전문성-자질 부족 요원 배치”이런 과정에서 정보 업무의 기본마저 무너진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국정원 안팎의 지적이다. 통상 미국에 나가는 요원들은 국정원 내부에서도 엘리트로 꼽히지만 교육 및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미 요원 정도 되면 활동의 99%가 워치(감시)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받는다”며 “(이번에 드러난 행태는) 요원 양성 교육 부족이나 자질 부족”이라고 했다. 미국 근무 경험이 있는 다른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주미 대사관에서 숙직하던 우리 행정 직원이 밤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을 때 현지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미 정부 기관들이 우리를 사실상 24시간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이번 기소 여파로 우리 정부와 미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 간 교류가 위축될 조짐도 확인됐다.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가 테리 기소 소식이 알려진 뒤 우리 정부 산하 연구기관 세미나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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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수미 테리에 명품백 선물… 블링컨 회의자료 등 받아”

    미국 연방 검찰이 16일(현지 시간) 한국계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국가정보원의 불법 로비스트로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 31쪽 분량인 공소장에는 테리가 2013년부터 미국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요원들에게서 제공받은 선물과 식사 내역, 나눈 대화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또 테리가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매장을 국정원 요원과 함께 방문한 모습, 국정원 요원과 같이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등이 찍힌 폐쇄회로(CC)TV 사진도 첨부돼 있다. 장기간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감시를 당했지만 국정원이 사실상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게 드러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FBI는 이미 2014년 11월경 테리를 만나 국정원과의 접촉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보안 의식’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 활동 위축이 불가피해지는 등 ‘정보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美 국무장관 회의 내용도 흘려 연방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테리가 외국대리인 등록법(FARA)에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근거로 국정원의 다양한 접대 내역을 제시했다. 국정원 요원은 2019년 11월 테리와 함께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체비체이스에서 2845달러(약 392만 원)짜리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구매했다. 둘은 같은 날 워싱턴의 한 가게에서도 2950달러짜리(약 407만 원) 보테가베네타 가방을 샀다. 돌체앤가바나 코트는 이 직원의 신용카드로 계산했고 외교관 지위를 활용해 면세 혜택도 받았지만, 구매 실적은 테리의 계정에 등록됐다. 테리는 이틀 후 이 코트를 반납하고 4100달러(약 566만 원)짜리 크리스찬디올 코트로 바꿨다. 차액은 본인이 부담했다. 또 다른 국정원 요원은 2021년 4월 테리와 워싱턴의 루이뷔통 매장에 들러 3450달러(약 476만 원)짜리 가방을 사줬다. 연방 검찰은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2022년 6월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흘렸다는 의혹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시 내용은 외부 유출이 금지됐지만 테리는 수기(手記) 2쪽 분량의 메모를 만들었다. 테리는 회의 직후 외교관 번호판이 붙은 국정원 직원의 차량에 탑승했다. 연방 검찰은 이 직원이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메모의 사진 또한 공소장에 증거 자료로 첨부돼 있다. 공소장에는 한국 외교 당국과 테리가 공조한 내용도 포함됐다. 테리는 지난해 1월 10일 국정원 요원을 만나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구축하고 싶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전달받고, 이후 1월 19일 기고문에서 핵협의그룹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이 테리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있다.● 정보당국의 안이한 정보 활동 우리 정보당국의 비공식 활동이 통째로 미 정보당국 감시망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을 두고 정보 활동과 보안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테리를 우리 정보당국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미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우리 정부가) 인지하지 못한 건 분명 부주의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테리 공소장엔 그가 우리 대사관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당국자와의 식사 중 대화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담겨 있다”며 “은밀한 정보 세계에서 허술한 정보 활동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고 했다. 과거부터 우리 정부의 정보 활동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고 신뢰할 만한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2010년대 미국 관련 업무를 했던 전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예전부터 한국계는 주한 대사관에도 거의 보내지 않을 만큼 자국 정보 유출 등 문제에 민감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정보 활동을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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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수미 테리에 명품백 선물… 블링컨 회의자료 등 받아”

    미국 연방 검찰이 16일(현지 시간) 한국계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국가정보원의 불법 로비스트로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 31쪽 분량인 공소장에는 테리가 2013년부터 미국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요원들에게서 제공받은 선물과 식사 내역, 나눈 대화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또 테리가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매장을 국정원 요원과 함께 방문한 모습, 국정원 요원과 같이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등이 찍힌 폐쇄회로(CC)TV 사진도 첨부돼 있다.장기간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감시를 당했지만 국정원이 사실상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게 드러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FBI는 이미 2014년 11월경 테리를 만나 국정원과의 접촉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보안 의식’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 활동 위축이 불가피해지는 등 ‘정보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美 국무장관 회의 내용도 흘려연방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테리가 FARA 에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근거로 국정원의 다양한 접대 내역을 제시했다.국정원 요원은 2019년 11월 테리와 함께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체비체이스에서 2845달러(약 392만 원)짜리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구매했다. 둘은 같은 날 워싱턴의 한 가게에서도 2950달러짜리(약 407만 원) 보테가베네타 가방을 샀다. 돌체앤가바나 코트는 이 직원의 신용카드로 계산했고 외교관 지위를 활용해 면세 혜택도 받았지만, 구매 실적은 테리의 계정에 등록됐다. 테리는 이틀 후 코트를 반납하고 4100달러(약 566만 원)짜리 크리스찬디올 코트를 바꿨다. 차액은 본인이 부담했다. 또 다른 국정원 요원은 2021년 4월 테리와 워싱턴의 루이뷔통 매장에 들러 3450달러(약 476만 원)짜리 가방을 사줬다.연방 검찰은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2022년 6월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흘렸다는 의혹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시 내용은 외부 유출이 금지됐지만 테리는 수기(手記) 2쪽 분량의 메모를 만들었다. 테리는 회의 직후 외교관 번호판이 붙은 국정원 직원의 차량에 탑승했다. 연방 검찰은 이 직원이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메모의 사진 또한 공소장에 증거 자료로 첨부돼 있다.공소장에는 한국 외교 당국과 테리가 공조한 내용도 포함됐다. 테리는 지난해 1월 10일 국정원 요원을 만나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구축하고 싶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전달받고, 이후 1월 19일 기고문에서 핵협의그룹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이 테리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고문을 투고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있다.● 정보당국의 안이한 정보 활동우리 정보당국의 비공식 활동이 통째로 미 정보당국 감시망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을 두고 정보 활동과 보안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테리를 우리 정보당국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미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우리 정부가) 인지하지 못한 건 분명 부주의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테리 공소장엔 그가 우리 대사관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당국자와의 식사 중 대화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담겨 있다”며 “은밀한 정보 세계에서 허술한 정보 활동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고 했다.과거부터 우리 정부의 정보 활동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고 신뢰할 만한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2010년대 미국 관련 업무를 했던 전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예전부터 한국계는 주한 대사관에도 거의 보내지 않을 만큼 자국 정보 유출 등 문제에 민감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정보 활동을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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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참모 콜비, 韓 거론하며 “미군 재배치”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측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은 싱크탱크 행사에 나서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강조했다. 한국을 거론하며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필요성도 언급했다.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헤리티지재단 주최 행사에서 “미국 우선주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군을 세계 전반에 넓게 배치하고 있는데 중국에 대항하려면 결정적 순간에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은 중국에 비해 약하다”고 했다.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후보 당선 시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폴리티코 대담에서 “유럽은 (미국의 방위 조력에 대한) 공정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하며 방위비 증액을 거론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CBS와의 인터뷰에선 “한국의 방위비 증액은 트럼프 후보의 강력한 정책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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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인 마주친 경찰, 총 겨누자 피해… 그 사이 트럼프에 총격”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이 벌어진 뒤 경호를 책임지는 미국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SS)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공화당은 비밀경호국 수장인 킴벌리 치틀 국장(사진)에게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보안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청문회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2022년 9월 제27대 국장으로 취임한 치틀은 27년 동안 비밀경호국에서 근무한 베테랑 요원이다. 경호국 역사상 줄리아 피어슨(2013∼14년 재임)에 이어 두 번째 여성 국장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었던 시절에 바이든 대통령과 질 여사를 근접 경호한 인연으로 국장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치틀을 임명하면서 “나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면서 비밀경호국은 입장이 난처해졌다. 특히 경호원과 경찰들이 암살 시도 용의자에 대한 신고를 받은 뒤 건물 지붕 위에 있는 그를 발견했으나 저격을 막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인 KDKA 방송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지역의 마이클 슬루프 보안관은 “지붕에 있는 총격범을 발견해 다가갔으나 총격범이 총을 겨누는 바람에 막지 못했다”며 “명백한 경호 실패”라고 인정했다. 일각에선 이번 실패가 수년간 이어져 온 비밀경호국의 인력 부족이란 고질적 문제가 결과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13일 유세 현장에 투입된 저격수 4팀 가운데 2팀만 비밀경호국 소속이었다. 나머지 2팀은 지역 경찰이 맡았다고 한다. 앤서니 구글리엘미 SS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WP)에 “당일 경호 인력의 상당 부분을 지역 경찰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연방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지냈던 제이슨 체이피츠 전 하원의원(공화)은 “2015년 비밀경호국의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경호 업무를 수행할 자원이 부족해 관련 훈련을 받지 않은 지역 경찰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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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설대서 122m 떨어진 높은 건물 통제 제외… “총들고 곰처럼 기어올라” 신고에도 조치없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에 미 전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총격범이 어떻게 삼엄한 경비를 뚫고 저격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미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SS)의 경호 실패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선 비밀경호국이 추가 경호 요청을 거부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비밀경호국은 이를 부인했다. ① 트럼프 저격한 건물, 왜 차단 안 됐나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총을 쏜 곳은 연설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122m(400피트) 떨어진 건물 옥상이다. 이곳은 유리나 플라스틱 포장 관련 기계를 생산하는 AGR인터내셔널이라는 기업이 소유한 공장으로, 컨테이너 모습을 한 야트막한 건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은 목초지였으며, 이 건물을 제외하고는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다. 저격하기 최적의 장소였지만 통제가 안 된 것이다. 비밀경호국이 행사 전 설정한 보안 경계에도 이 건물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P에 따르면 건물을 소유한 AGR인터내셔널 측은 “사전에 이번 행사와 관련해 경찰과 협력했다. 경찰은 회사 주차장에 일반인 접근을 차단했고, 경비 인원이 주차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과 현지 경찰 간 업무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인 케빈 로젝은 13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경호 실패냐는 질문에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만 했다. ② 목격자가 신고, 왜 조치 안 됐나 건물을 기어오르는 총격범을 발견한 현장 목격자들이 신고를 했는데도 경호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 그레그 스미스는 BBC방송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고 5분쯤 지나 옆 건물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 올라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가 소총을 가지고 있는 게 맨눈으로도 식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있는 경찰에게 ‘건물 지붕에 소총을 든 사람이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들이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 했다”며 “3, 4분 정도 계속 경고했고,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총격 이후에야 총격범의 존재와 위치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로젝은 “현재까지 평가하기로는 그렇다. 사전에 이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위협 정보는 없었다”고 답했다. ③ 비밀경호국 왜 보안 실패했나 미국에서는 “어떻게 총격범이 대선 후보와 가장 가까운 건물에 올라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느냐”며 비밀경호국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비밀경호국 역사상 가장 큰 악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밀경호국은 전현직 대통령과 그 가족,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의 근접 경호를 맡는 미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비밀경호국 경호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하는 유세에는 엄격한 보안 규정이 적용된다. 유세장 참석자들의 가방과 지갑을 모두 수색하고, 참석자들은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행사 전 폭탄 등 위협이 있는지 수색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같은 보안 규정이 있음에도 암살 시도를 막지 못한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 조지프 라소르사는 로이터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경호 능력에 대한 집중 검토와 대규모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하원은 22일 비밀경호국 킴벌리 치틀 국장 등을 불러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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