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버튼을 누르기 30분 전인 16일 오후 2시 20분,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에 “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유의 도발에 나서기 직전까지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폭파를 확인한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그리고 북한 강경 대응의 발단이었던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이후 12일 만에 “엄중 경고”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가 무력 도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강력 대응”이라는 원론적 입장 외에 뚜렷한 대응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 文 ‘대화 협력’ 제안 하루 만에 폭발로 응수한 北그간 열흘 넘게 지속된 북한의 거친 ‘말폭탄’에도 청와대는 침묵을 지켰다. 그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끊임없는 대화로 남북 간의 신뢰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제안을 이미 한 상태다. 당연히 유효하다”고 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부터 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사전 준비에 나섰지만 청와대는 그런 움직임을 포착하고도 계속해서 유화 모드를 이어간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대화와 협력 제안에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한 판문점선언 파기로 응수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남측 영토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건물 폭파라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충격을 극대화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2시 50분 북한이 실제로 폭파를 감행하자 청와대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참모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설 줄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정 실장 주재로 긴급 NSC를 개최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정부는 오늘 북측이 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북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것은 3월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여당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낸 지 하루 만에 “강한 유감”청와대가 강한 유감과 경고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비무장지대 내 국지적 충돌이나 접경지 무력 도발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우리 영토를 겨냥한다면 곧바로 무력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개성공단 부지에 군부대를 배치시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연락사무소 폭파가 북한 도발의 마지노선이라고 봤지만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 향후 상황 전개를 계속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등 유화 모드를 고수하던 민주당 역시 청와대와 궤를 맞춰 ‘강한 유감’으로 돌아섰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해찬 대표가 소집한 긴급회의에서는 “이번에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제대로 된 상황 진단 없이 미국 탓, 탈북민 국회의원 탓을 하다가 이제는 탓할 대상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박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북 유화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 최형두 대변인은 “여야가 함께 ‘북한 도발 중지 촉구 결의안’으로 일치된 목소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강성휘 기자}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16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가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폭파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막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통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실제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북한이 실제 폭파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정확한 폭파 시점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상황에서 실제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예고된 부분이 있다”며 “여기에 와 있는 상황에 (폭발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정부는 자체 판단했지만 이날 외교안보라인들은 긴급 상황 발생에 대기하기보다는 통상적인 업무에 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외숙 인사수석 등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 2시 50분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선지 10분 뒤 예정됐던 수여식을 그대로 진행한 것. 정 실장은 이후 두 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차관은 이날 폭파 직전까지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외교위 전체회의에서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을 지속해야 한다”며 “보건의료, 재난재해, 환경 등 비전통적 안보협력, 철도 연결·현대화 등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김 장관은 오후 3시가 넘어 연락사무소 폭파 속보가 나오고서야 자리를 떴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인천 강화군을 찾아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군사 행동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독자적인 남북 경협 추진으로 남북 관계 복원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가는 노력도 꾸준히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에도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한 뒤 “그러나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도 대남 비판을 이어갔다. 노동신문은 이날 “무적의 혁명 강군은 격앙될 대로 격앙된 우리 인민의 원한을 풀어줄 단호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며 군사적 도발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2018년 4월 초, 청와대는 말 그대로 정신없이 바빴다. 사상 처음으로 남측 땅인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4·27 남북 정상회담 준비 때문이었다. 남북 정상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만날 것인지, 이동은 어떻게 할지, 경호는 어떻게 할지, 기념식수에 쓰이는 삽은 어떻게 만들지, 방송 생중계는 어디까지 허용할지….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가운데 청와대가 큰 신경을 썼던 부분은 27일 만찬이었다. 점심은 ‘작전 타임’ 성격으로 남북 정상이 각자의 땅에서 따로 하기로 결정된 상황. 그렇다면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남측 땅에서 함께하는 식사 메뉴 선정이 더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사전 회의에서 만찬 메뉴로 옥류관 냉면을 제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냉면은 평양을 넘어 북한을 대표하는 음식. 그러나 참모들은 난색을 표했다. 옥류관이 있는 평양에서 판문점까지는 200km가 넘는 거리. 아무리 면 따로, 육수 따로 공수한다 해도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만찬 테이블에 퉁퉁 불은 냉면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단 한마디로 참모들의 난색을 물리쳤다. “불은 냉면이라도 다 먹겠다.” 한 청와대 참모는 “어렵게 만들어진 남북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 뒤로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옥류관 제면기를 판문점으로 가져오면서 냉면은 무사히 만찬 테이블에 올랐다. 원래부터 냉면은 여름철 인기 메뉴였지만, 여권 인사들의 말마따나 그해 여름엔 “냉면집 앞의 줄이 더 길어진” 상황이 펼쳐졌다. 이후 냉면을 둘러싼 숱한 말이 쏟아졌고, 자연히 냉면은 남북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4·27 정상회담 뒤,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만나 “냉면 맛있었느냐. 국물이라도 가져오지…”라고 했다. 당시 만찬에 보수 야당은 한 명도 초대받지 못한 걸 꼬집은 말이다. 약 넉 달 뒤, 9월 평양 방문에 나선 문 대통령 내외와 수행단은 진짜 옥류관 냉면을 맛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북한을 찾은 외국 손님들은 다 ‘랭면’ 달라고 한다”며 자랑했지만, 일부 테이블에서는 불편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현 북한 외무상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재계 인사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쏘아댔기 때문이다. 이 일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냉면은 또 화제에 올랐고, “역시나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말 폭탄’ 국면에서도 재차 냉면이 구설에 올랐다. 옥류관 주방장이 북한 대외 선전 매체에 등장해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며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런 거친 표현을 두고 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대한민국을 향한 김정은 정권의 무례함이 도를 넘어설 때,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올 것”이라고 했다. 여야, 보수 진보를 떠나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이다. 반면 판문점에서, 평양에서 냉면을 맛봤던 숱한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냉면 먹은 합죽이’가 됐다. 2년 전, 문 대통령이 ‘불은 냉면이라도 먹겠다’고 한 건 임기 내 반드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 의지와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옥류관 냉면을 대접했던 북한이 돌변한 지금, 청와대가 이런 상황에 대비한 ‘플랜 B’를 제대로 만들어 놓기는 한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미사일과 핵을 다시 꺼내들겠다는 상대에게 무작정 대화의 손만 내미는 게 맞는지,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직 문 대통령에게는 두 번의 여름이 남아 있다. 한상준 정치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군사행동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독자적인 남북 경협 추진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 국제 사회의 동의를 얻어가는 노력도 꾸준히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에게도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더디더라도 국제 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한 뒤 “그러나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논란과 북한의 무응답에도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 경협을 계속 시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도 대남 비판을 이어갔다. 노동신문은 이날 “무적의 혁명 강군은 격앙될 대로 격앙된 우리 인민의 원한을 풀어줄 단호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며 군사적 도발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가안보실이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불만이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한의 거친 언사로 시작된 긴장 국면을 둘러싼 청와대 분위기에 대해 14일 이같이 전했다.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시작으로 계속되는 북한의 ‘말 폭탄’에 청와대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배경에는 국가안보실의 상황 판단 미흡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청와대는 14일 김여정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삐라)에 대해 NSC를 열어 반응하는 등 대북전단 관련 조치에만 급급했다. 반면 열흘간 이어지는 담화가 보여주듯이 북한은 애초부터 대북전단을 빌미 삼아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군사 도발 공언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권 핵심 인사는 “대북전단은 최근에야 갑자기 수면으로 튀어 오른 문제가 아니다”며 “그동안 안보실에서 충분히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못하거나, 안 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문제 삼고 나설 쟁점들에 대한 상황 분석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안보실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외교·안보라인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주축으로 한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안보라인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남북 대화 국면을 지나 본격적인 갈등 국면이 시작되자 안보라인 참모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셈이다. 특히 안보실의 경우 여권 내부에서도 “제대로 북한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담당 외교관 출신인 정 실장은 안보실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대북 문제에 관여했다. 군 출신인 김유근 안보실 1차장은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을 끝으로 물러났다가 공직에 복귀했고, 김현종 2차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활동했던 통상 전문가다. 한 청와대 참모는 “이번 일이 벌어지기 전에도 안보실 주요 인사들이 북한의 강경 반응이 나오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 출신인) 김창수 통일정책비서관에게 ‘북한이 왜 저러냐’고 물어봤던 것으로 안다”며 “안보실이 선제적으로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황 판단 및 향후 대응을 보고해야 하는데 오히려 문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을 끝으로 한 달 넘게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15일에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는다.” 13일 자정 직전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는 장금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가 나오자 청와대는 이날 낮 12시경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약 10시간 뒤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군사 도발까지 언급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오자 청와대는 부랴부랴 주말 새벽에 심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거친 담화에 휘둘려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한 판단도, 예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청와대의 현주소를 극명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외교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文, 불과 한 달 전에도 “남북미 상호 대화 의지 확인”김여정을 필두로 한 북한의 거친 언사가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청와대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1차적으로 지나친 대북 낙관론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관계 및 북-미 관계가) 충분히 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면서 추진해 나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망설이 돌았던 4월부터 시작된 장기간의 잠행을 통해 대남 강경 모드로 전환하기로 마음을 이미 굳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지는 소통을 통해 남북 간에도, 또 북-미 간에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지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가정보원 등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한 달 뒤 벌어질 일에 대해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은 물론이고 북-미 간 대화는 사실상 끊어졌다. 자연히 비핵화 움직임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주장을 내려놓지 못했다. 한반도 관련국 실무 라인에서는 이미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지만,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열렸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만 믿고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던 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 북한 바라보고 ‘삐라 금지’에만 매달린 靑이번 국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긴장 고조의 시작이었던 김여정의 4일 담화와 관련해 청와대는 1차원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외신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더 큰 도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지만 청와대는 대북전단에만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4일 담화 이후 청와대는 NSC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에만 경고를 보냈을 뿐, 그 이상의 행보는 없었다. 대북전단을 구실로 삼아 결국에는 무력 도발을 통해 남북 관계는 물론이고 북-미 관계의 판을 흔들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전혀 읽지 못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올해 들어 거의 일방적으로 매달렸던 독자적 남북협력 드라이브 역시 제대로 된 대북 정보 수집과 판단에 기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방북 경험이 있는 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북한은 결국 강경한 태도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며 “그렇다면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북-미 양측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촉구했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석 등 대북 특사 필요” 목소리 커지지만…남북 관계가 2017년 상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대북 특별사절단(특사) 파견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북 특사로는 2018년 남북 대화 국면의 핵심으로 활동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순위로 꼽힌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 전 실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역할이 필요하다면 마다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북한이 특사 제안에 응할지조차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특사 카드마저 무산될 경우 남북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가 고심하는 이유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4·15총선을 통해 슈퍼 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 규제 입법을 선언한 뒤 서로 뒤엉킨 정부 여당발 메시지로 인해 경제 현장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다가도 대기업을 향해 칼날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 기업 현장에서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 개혁도 하고 투자도 하라니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온다. ○ 여당은 “경제 정의 실천해라”, 정부는 “투자해라”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잘못된 기업 지배구조로 인한 문제는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킨다”며 “상법을 개정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제정의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법에 대해선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기업들을 향해 “기업들도 규제 혁신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경제민주화에도 자발적으로 앞장서 주기 바란다”며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원 구성이 끝나는 대로 이들 법안의 입법을 서두를 계획이다. 상법 개정안 등은 정부 입법으로 추진되는 만큼 청와대와 민주당의 교감이 있었다는 의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공정 경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라며 “필요 이상으로 전선을 넓힐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입법의 후퇴가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았고, 내년 정기 국회는 차기 대선 레이스의 무대이기 때문에 반드시 올해 안에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대적인 기업 개혁을 예고한 지 약 90분 뒤에는 기획재정부가 기업을 향한 투자 독려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조8000억 원 상당의 기업 민간 투자를 하반기에 신속 발굴하고 공공 투자 60조5000억 원은 연내 100% 집행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은 이미 올해 투자 계획을 마련해 집행 중이다. 그런데 정부가 ‘신속 발굴’이라는 이름으로 추가 투자에 나서라고 요청한 것이다. 문제는 정작 정부도 마땅한 투자 수요를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기업 신규 투자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통한 잠재적 투자 수요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목표로 하는 ‘그린 뉴딜’의 경우 정부와 여당이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기업들 “경제 전시 상황이라면서…”이 같은 엇갈리는 메시지에 기업들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혼란에 빠졌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실장은 “기업을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상법, 공정거래법 등 이중삼중으로 경영권 활동을 제한하면서 국내에서 투자 및 고용을 늘리라는 요구는 난센스 같다”고 말했다. 4대 그룹의 한 사장급 임원도 “이대로라면 갈수록 미국이나 유럽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정의 이 같은 메시지 혼선은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특히 정책실이 정책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조차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업이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빠른 자금 지원을 독려할 정도로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정부 여당이 이른바 ‘기업 옥죄기’ 법안을 내놓는 건 타이밍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경제 전시 상황’에서 기업에 각종 제약 조건을 요구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일단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살아남아야 기업지배구조 등 체질 개선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서동일 기자}
“전쟁에서 평화로 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2년 전인 2018년 6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하루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싱가포르 선언’ 2년이 다 되도록 비핵화 협상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북한은 북-미 중재자를 자처했던 한국을 적(敵)으로 규정하며 남북 간 모든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끊었고, 미국을 향해서도 본격적으로 날을 세울 태세다. 북한이 조만간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남북 관계는 물론이고 북-미 관계까지도 2년 전보다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최근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강경 위협에 대해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며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을 향해 ‘실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말 북한이 ‘성탄절 선물’을 거론하며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을 당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고위 당국자들이 비슷한 언급을 내놓았지만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같은 가정을 전제로 한 경고였다. 미국이 ‘실망’이라는 이례적인 표현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2년 동안 북한 비핵화 문제가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8년 북-미 정상은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설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포로 및 전쟁실종자 유해 미국 송환 등 4개 항으로 된 ‘싱가포르 선언’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듬해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아무런 후속 조치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이 곧 공세의 타깃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미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공언한 김 위원장이 무력시위를 통해 대선 무대를 흔들고, 영향력 극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북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도 북한이 행동에 나설 이유로 꼽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톱-다운’ 방식 대신 실무 협상을 강조하고 있고 김 위원장을 ‘불량배’, ‘독재자’로 부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수시로 도발을 일삼았던 2017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예전의 각본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이 각본에서 단 하나의 새로운 요소는 북한이 한미동맹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둘러봤다. 1987년 박종철 열사가 고문 끝에 숨진 곳으로 현직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의 안내로 509호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박 열사가 물고문을 당했던 욕조를 굳은 얼굴로 한참 응시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물고문 끝에 숨졌지만 당시 경찰은 이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이틀 뒤 동아일보가 박 열사의 사인 등을 보도했고 이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 (조사실)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것”이라며 “철저한 고립감 속에서 여러 가지를 무너뜨려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손수건으로 싼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꽃을 준비해 와 박 열사의 영정에 헌화했다. 청와대는 “(87년) 6월 항쟁 당시 열사의 어머니들이 전투경찰 가슴에 달아준 꽃이 카네이션과 장미였다”며 “손수건은 역사를 전진시킨 평범한 국민을 상징하는 무명천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509호 방문에는 민갑룡 경찰청장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민 청장에게 “이 장소를 민주인권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주시고, 어제는 (고 이한열 열사 가족 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 말씀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 청장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곳을 역사 장소로 지정해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직접 둘러봤다. 1987년 고 박종철 열사가 고문 끝에 숨진 곳으로 현직 대통령이 이 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의 안내로 509호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박 열사가 물고문을 당했던 욕조를 굳은 얼굴로 한참 응시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물고문 끝에 숨졌지만 당시 경찰은 이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이틀 뒤 동아일보가 박 열사의 사인 등을 보도했고 이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 (조사실)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것”이라며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여러 가지를 무너뜨려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직접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꽃을 준비해 와 박 열사의 영정에 헌화했다. 이날 509호실 창문 밖에도 이날 기념식의 슬로건 ‘꽃이 피었다’를 형상화한 대형 붉은 장미가 매달렸다. 509호 방문에는 민갑룡 경찰청장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민 청장에게 “이 장소를 민주인권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주시고, 어제는 (고 이한열 열사 가족 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말씀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 청장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곳을 역사 장소로 지정해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통일부 발표 내용을 참고해 달라.” 청와대는 9일 북한이 “대적 사업으로의 전환”을 언급하며 강경 일변도로 돌아선 것에 별도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4일 대북 전단을 문제 삼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대북 전단은) 백해무익하다”며 즉각 화답했던 청와대는 이후 닷새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만큼 당혹스럽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북한의 막말과 협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응도, 분석도, 계획도 마땅치 않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았다. 청와대를 대신해 여권 인사들은 당혹감을 표시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2018년 남북 정상 핫라인 설치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현재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자면 대단히 무겁게 봐야 될 상황인 것은 맞다”며 “(통신선 단절로) 최소한의 안전판 기능을 잘랐다는 부분들은 대단히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의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남북 교류협력을) 시작해야 된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역지사지를 강조하며 더욱 획기적인 수준의 남북 협력사업을 제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남북 관계의 겨울이 너무 빨리 왔다”고 했다. 또 점점 높아지는 북한의 비난 수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계속해서 대북전단 살포를 탓했다. 송갑석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북한 당국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입법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북한 당국도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 화답하고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북한은 늘 돌발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우리 정부가 그들을 너무 신뢰하고 믿어온 게 실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정부가 북한에 대해 늘 굴종적인 저자세로 대처하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 우리 정부가 휘둘려서 나온 참담한 결과”라고 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이지훈 기자}

“통일부 발표 내용을 참고해 달라.” 청와대는 9일 북한이 “대적 사업으로의 전환”을 언급하며 강경 일변도로 돌아선 것에 별도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4일 대북 전단을 문제 삼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대북 전단은) 백해무익하다”며 즉각 화답했던 청와대는 이후 닷새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만큼 당혹스럽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북한의 막말과 협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응도, 분석도, 계획도 마땅치 않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았다. 이날 북한이 “당 중앙위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하겠다”고 일방통보하면서 청와대가 한반도평화 구상의 상징으로 홍보했던 정상 간 핫라인은 단 한 번도 울리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청와대를 대신해 여권 인사들은 당혹감을 표시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2018년 남북 정상 핫라인 설치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현재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자면 대단히 무겁게 봐야 될 상황인 것은 맞다”며 “(통신선 단절로) 최소한의 안전판 기능을 잘랐다는 부분들은 대단히 아프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남북 관계의 겨울이 너무 빨리 왔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남북 관계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의 상황으로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3년 동안 펼쳐졌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결국 쳇바퀴만 돌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윤 의원은 “대북 전단지 살포는 분명하게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했던 부분”이라며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가 그거 하나 해결하지 못하냐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어 “이 부분은 역지사지 해보면 쉽게 입장이 드러날 수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남북 교류협력을) 시작해야 된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역지사지를 강조하며 더욱 획기적인 수준의 남북 협력사업을 제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남북 협력사업 제안으로는 경색국면을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의 조치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별관광이나 방역협력을 찔끔 제안하는 걸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그나마 북한이 아직 끊지 않은 것은 정상 간 친서 교환”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당선으로 촉발된 정의기억연대 논란과 관련해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 되돌아볼 계기가 됐다”며 “정부는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매우 혼란스럽고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며 “(윤 의원 논란으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윤 의원과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서도 “이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다.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며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 의원 이름이나 정의연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동안 침묵하던 정의기억연대 활동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 논란이 위안부 운동 폄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담긴 것이다. 당초 청와대는 이날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6일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있었고, 북한의 거센 막말로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직접 메시지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모두발언을 통해 정의연 및 위안부 운동 논란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文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운동의 역사”우선 30여 년간 전개됐던 위안부운동에 대해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위한 발걸음”이라고 규정한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너나없이 위안부 진실의 산 증인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과 진실 공방을 벌이며 윤 의원의 사퇴를 강도 높게 촉구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하며 “이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미 하원에서의 첫 위안부 연설, 프랑스 의회 증언,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활동 등 이 할머니의 활동을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했다. 반면 윤 의원이나 정의연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2017년 8월 광복절 경축식을 시작으로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국빈만찬, 2018년 위안부 생존자 초청 오찬 및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지난해 3·1절 100주년 기념식 등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많은 행사에 함께해 왔다. 또 문 대통령이 이 할머니를 언급한 것은 한일 갈등의 단초인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의 동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강조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진정한 사과와 화해에 이르지 못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위안부 존재와 관련 운동 자체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피해자 할머니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다. 위안부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다”라고 했다.○ “기부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 강화해야”문 대통령은 이어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연의 회계 부정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윤 의원과 정의연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투명성 언급 속에 그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과 정의연 활동의 공(功)과 과(過)가 동시에 있고, 회계 부정 등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21대 국회에서 기부금통합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관련 입법과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며 “기부금과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으로 위안부운동의 역사가 부정당하거나 평가 절하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 발언에 앞서 윤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의원회관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내가 죽는 모습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박효목 tree624@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당선으로 촉발된 정의기억연대 논란과 관련해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 되돌아 볼 계기가 됐다”며 “정부는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의원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매우 혼란스럽고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며 “(윤 의원 논란으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시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윤 의원과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서도 “이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다.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며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 의원 이름이나 정의연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정부가 천안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자 유가족 및 생존자들을 빼고 6일 현충일 추념식을 치르려다 비난 여론이 일자 행사 하루 전 다시 유가족들을 초청키로 했다. 추념식이 열리는 국립대전현충원은 천안함 46용사 묘역 등이 있는 곳이라 정부의 지나친 대북 눈치 보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3일 천안함 유가족 등은 보훈처로부터 “이번 현충일 추념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규모가 축소돼 초청받지 못하게 됐다. 추념식에는 독립유공자 및 코로나19 희생자 가족 등이 참석한다”는 취지의 우편물을 받았다. 천안함 유족 등 50여 명은 매년 추념식 때마다 정부에서 초청을 받았다. 이런 내용이 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보훈처는 현충일 하루 전인 이날 오후 유가족 등에게 연락해 “행사 담당 실무자가 바뀌어 실수가 있었다”며 천안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유가족 및 생존자 7명을 뒤늦게 초청키로 했다. 이날 뒤늦게 초청을 받은 천안함 전사자 김경수 상사의 부인 윤미연 씨는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는 것으로밖에 생각이 안 든다”며 “국가에 대한 반감이 생기면 어쩌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대우를 받고 참석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아이들을 생각해 참석한다”며 “딸과 아들이 성인이 됐는데 뭘 보고 배우겠나”라고도 했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은 “이런 조치는 3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사건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3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전사자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은 누구 소행인가”라고 질문했던 것과 같은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윤 씨는 이날 급히 마련된 7명의 추념식 참석자 명단에서 빠졌다. 신규진 newjin@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소속을 현재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보건복지부로 바꾸는 조직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3일 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과 복지부 2차관 신설, 연구기관 이관 등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연구 기능 분리로 질본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청와대는 “형식적인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적인 재검토”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질본의) 독립기구 위상 확보와 별도로 연구기관이 복지부로 이관되면 인력과 예산이 감축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며 “질본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취지에 맞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소의 복지부 이관은 백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이미지 image@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있는 주택을 매입했다. 당초 문 대통령이 취임 전까지 살았던 양산시 매곡동 자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던 언급과 달리 경호시설 부지 확보 등을 위해 새로운 사저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문 대통령은 퇴임 후 평산마을에서 지낼 계획”이라며 “사저 부지의 매입 가격은 10억6401만 원으로 매입비는 대통령의 사비로 충당했다”고 말했다. 새 사저 건축 또는 개축 비용도 사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 내외는 4월 29일 하북면 지산리 363-2∼6번지 5개 필지 2630.5m²(약 795평)의 부지를 매입했다. 2층 단독주택(총 109.62m²)이 있는 해당 부지는 문 대통령의 경남고 2년 후배인 한의사 김모 씨(67)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매곡동 자택은 매각할 계획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와 별도로 대통령경호처는 4억599만 원을 들여 363-6번지 토지(1124m²)를 매입했다. 경호처는 또 360-3번지 대지(496m²)와 단독주택을 비롯해 360-5번지 도로(256m²), 360-6번지 밭(1232m²)도 매입했다.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경호처는 3108m²의 부지를 매입하는 데 총 10억 원 이상의 국비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 대통령 내외가 아직 지분을 다 사들이지 못한 363-3번지 도로 등 추가 부지 매입을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 5700m² 이상의 부지에 대통령 사저와 경호시설을 조성하게 되는 것. 경호처는 올해 사저 경호 업무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22억1700만 원의 국가 예산을 편성했다.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는 지난해부터 평산마을 부지를 새 사저 터로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새로운 사저 조성에 대해 “경호 문제 때문”이라며 “(경호 부지를 제외한) 문 대통령 사저는 전직 대통령들보다 작은 수준”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8억 원을 들여 서울 강남구 내곡동에 406m² 규모의 주택을 샀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내곡동 주택을 매입하려 했지만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 등으로 취임 전 살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약 661m²)을 손봐서 입주했다. 문 대통령이 사저를 구입한 평산마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차로 50여 분 거리로 매곡동 사저보다 10분 정도 가깝다. 마을 인근엔 3대 사찰인 통도사가 있다. 양산시 관계자는 “지산리라는 명칭은 진시황이 영생을 위해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이곳에서 영지버섯을 구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며 “풍수지리가 좋다고 알려져 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양산=정재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국내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갔다. 입법 추진 과정에서 관련 부처들이 방역체계 강화라는 본질을 제쳐놓고 실속 챙기기에 나선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문 대통령 지시 후 청와대는 “감염병연구소는 전체 바이러스 연구를 통합해 산업과도 연관시키려 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로 가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질본) 조직을 축소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질본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 맞게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논란의 대상인 국립보건연구원과 확대 개편될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본에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대부분의 전문가가 반대한 내용이 최종 개편안에 담긴 배경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민간전문가들로 이뤄진 정책기획위원회도 보건연구원을 질본과 분리하는 법안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감염병 연구기관이라도 떼어주고 분리하면 모를까, 다 떼어가면 질본에 남은 행정인력이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이렇게 이관해서는 안된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보건연구원이 질본에서 분리돼 독립조직이 되면 오히려 감염병 대응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미국의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양 기관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질병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한 보건 전문가는 “연구원을 아예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조직으로 만들 게 아니라면 질본 산하에 두는 게 낫다”며 “인력,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독립하면 부처의 행정관료들에게 휘둘리는 조직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조직 이기주의가 부실 입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처 입장에서는 산하기관을 늘어나면 인사 적체를 해소할 수 있고 전문가들을 부처와 관련한 연구와 조사에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복지부가 2차관을 신설하면서 연구원 등 관련 조직을 보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CDC가 예방관리 정책을 시행하지만 연구와 실험을 하지 않고 행정업무만 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지방조직과 예산 등을 잘 갖춘 뒤 독립을 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