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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배후에서 주가 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세력들이 “10억 원을 투자하면 100억 원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아난티그룹 이중명 전 회장 등 재계 인사까지 끌어들인 가운데 서울 강남 일대 빌딩을 소유한 연예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조작 핵심 세력으로 거론되는 프로골퍼 출신 안모 씨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았다는 사업가 A 씨는 28일 “안 씨가 ‘아난티 이 전 회장도 투자하는 건이다. 10억 원을 100억 원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신뢰가 안 가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씨가 핵심 투자자로 거론한 이 전 회장에 대해 아난티그룹 이만규 대표이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부친인 이 전 회장이 주가 조작의 피해자가 됐다는 걸 26일 오후에 처음 알게 됐다”며 “부친은 그동안 모은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난티는 주가 조작 논란과 일절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씨와 함께 핵심 세력으로 거론되는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라덕연 씨는 이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재단 등에서 이사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 씨는 연예인이 소유한 빌딩에 골프아카데미를 차려놓고 다수의 연예인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가 B 씨는 “강남구에 있는 안 씨의 골프아카데미가 연예인과 재력가들이 자주 찾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며 “안 씨가 강남에 건물을 갖고 있는 연예인 C 씨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조작 세력들은 투자자들에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투자 수익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으며 투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수 박혜경 씨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는 언니를 통해 회사를 소개받아 1억 원을 넣고 회사에서 깔아준 앱을 보니 300만 원, 400만 원 불어나는 걸 보고 천재들인가 생각했다”며 “(추가로) 돈을 보낸 게 모두 4000만 원인데 돈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라 회장을 중심으로 설립된 법인 사내이사 등 최측근 6명 이상이 가담한 조직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각각 ‘연예인팀’, ‘의사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투자 유치를 담당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이날 “지위 고하, 재산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 등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의 일관된 기준으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당 중 일부가 중국 동포라는 제보를 받고 해외 도주 우려가 있어 검찰을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가 ‘대형 주가 조작 스캔들’로 번지면서 금융·수사당국이 강제 수사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는 27일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 H투자컨설팅업체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사무실과 컨설팅 업체 관계자의 주거지 등 1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주가 조작 핵심 세력으로 거론되는 H투자컨설팅업체 A 대표와 A 대표의 측근인 프로골프 선수 출신 B 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가 운영하는 강남구의 한 골프아카데미도 압수수색됐다. 경찰은 25일 H투자컨설팅업체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200여 대를 압수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찾아와 다투고 있다’는 신고를 받아 해당 사무실로 출동해 보니 (H투자컨설팅업체가) 정식 등록 없이 투자 자문업을 하는 것을 확인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증거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압수 당시 현장에는 피해 투자자만 수십 명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확보한 뒤 26일 검찰에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4일 주가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당 10명을 출국금지했다. 가수 임창정 씨는 출국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당국은 이들 세력이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통정거래’를 통해 시세 조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조작을 주도한 작전세력들은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았다고 한다. 돈을 맡긴 이들의 명의로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에 설치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거래를 벌여 본인들의 존재를 숨길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치고 빠지기’ 식이던 과거 주가 조작 세력과 달리 이들은 약 3년에 걸쳐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최대 1%씩 조용히 사고팔아 시세를 조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이 일부 거래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차액거래결제(CFD) 계좌의 개인 투자자 등록 건수는 2017년 말 1219건에서 2019년 3330건, 2020년 1만1626건, 2021년 2만4365건으로 급증했다.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 대리 절차를 밟고 있는 법무법인 대건 측 관계자는 “5분에 1명꼴로 피해자로부터 전화가 오고 있다”며 “27일 오후 1시 반까지 100여 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고 피해 규모는 500억∼10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주가 조작 세력이 1인당 최소 3억 원 이상의 투자 금액을 받았고, 총 피해 금액 규모가 수천억 원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주가 조작 세력으로부터 골프레저 기업인 아난티그룹의 이중명 회장이 큰 액수를 투자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이 회장이 단순한 피해자인지, 아니면 주가 조작 세력과 연관돼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 회장에게 투자 여부와 경위 등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한편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 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 원을 확보했다. 김 회장이 지분을 매각(26.66%→23.01%)한 후 24일부터 해당 주가는 SG증권발 매도 물량에 이틀 연속 하한가를 나타냈다. 다우키움그룹 측은 주가 조작 사태와의 연관성은 부인했지만 당국은 김 회장의 지분 매각을 비롯한 각종 의심 거래를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가 조작 의심) 수법에 대해 내부적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 있지만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며 “금융당국과 검찰이 가진 역량을 모두 동원해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프랑스계 증권사 SG증권에서 쏟아진 대량 매도 물량으로 촉발된 ‘주식 하한가 충격’의 여파가 3일 연속 이어지며 이들 8개 종목에서만 시가총액이 약 7조4000억 원 증발했다. 게다가 이번 무더기 폭락 사태에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된 정황도 파악돼 금융당국이 서둘러 조사에 나섰다. 검찰도 관련자들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성홀딩스, 다올투자증권, 삼천리, 세방, 서울가스 등 5개 코스피 종목과 다우데이타, 선광, 하림지주 등 3개 코스닥 종목이 24일 하한가를 기록하더니 25일 이 중 6개 종목이, 26일에는 4개 종목이 사흘째 폭락하며 하한가에 내몰렸다. 24∼26일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세광 등 6개의 주가가 60% 이상 떨어졌다. 증권업계는 애초 이들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작전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년간 모두 거래량이 적은 자산주인데도 주가가 별다른 호재 없이 꾸준히 우상향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작전세력들이 연예인 등 고액 자산가에게 수십억 원씩 투자금을 모은 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활용해 해당 종목들의 시세를 조종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앞서 24일 주가조작 세력 일당으로 의심받는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금융감독원은 28일 증권사 사장단을 소집하는 등 충격에 빠진 주식시장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가 조작 의혹을 비롯해 CFD, 반대매매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24일부터 대량 매도가 시작됐는데 당국의 조사를 눈치채고 팔아버렸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프랑스계 SG증권발(發) 대량 매도 종목들의 주가가 사흘째 폭락한 가운데 이번 폭락 사태에 연예인과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을 굴려온 작전 세력이 연관됐다는 주가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금융·수사당국이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미 8개 하락 종목의 시가총액은 사흘간(24∼26일) 7조4000억 원 상당 증발했고 주가는 최대 65.65% 곤두박질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하한가를 기록한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은 3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5일에는 이 중 다올투자증권(―9.92%)과 하림지주(―13.13%)를 제외한 6개 종목이, 26일에는 삼천리(―29.92%), 서울가스(―29.85%), 대성홀딩스(―29.94%), 선광(―29.93%) 등 4개가 또다시 하한가를 찍었다. 26일 종가 기준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1일 대비 7조3907억 원 감소했고 6개 종목의 주가가 60% 이상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작전 세력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흘러나온다. 약 2년 동안 이 종목들의 주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려 왔는데 특정 세력이 꾸준히 자전·통정거래를 벌이면서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려 왔다는 것이다. 자전·통정거래는 여러 명이 짜고 정상 거래인 것처럼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면서 시세를 조종하는 수법을 일컫는다. 실제로 하락한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거래량이 적은 주식들이다. 도시가스 관련주인 대성홀딩스와 삼천리, 서울가스 그리고 지주사인 다우데이타, 선광, 세방, 하림지주 등은 모두 유동주식 수가 적은 기업들로 본래 주가 변동성이 낮았다. 그럼에도 2020년 1월 평균 주가가 8180원이었던 대성홀딩스는 2021년 1월 2만7650원, 1년 뒤 4만7850원, 올해 1월 11만9500원까지 올랐다. 삼천리 역시 지난달 기준 2년 전보다 7배 가까이 뛰었고 선광은 5배 이상 올랐다. 작전 세력들은 의사와 연예인, 고액자산가 등으로부터 개인당 수십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은 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로 거래를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자산의 직접 보유 없이 일부 증거금을 내고 차익만 결제하는 CFD는 거래 구조상 투자 주체가 특정되지 않는다. 40%의 증거금률로 최대 2.5배 레버리지(빚) 투자가 가능해 위험도가 높은 만큼 국내 증권사들은 헤지(위험 분산)에 더 유리한 외국계 증권사에 실제 매매를 위탁한다. 거래 시스템상 외국인이나 기관이 주문한 것으로 뜨기 때문에 불법 거래 등에 악용하기에 더 용이한 것이다. 가수 임창정 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30억 원을 투자했다가 이번 폭락 사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 작전 세력이 끌어올려 놓은 주가가 하루아침에 폭락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금융당국의 조사를 피해 매도했거나 별도의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에 착수하고 증권사 수뇌부들을 긴급히 불러모으는 등 수습에 나섰다. 논란이 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선 이달 중순경 인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4일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도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28일 오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증권사에 내부 통제를 가다듬고 고객에게 ‘빚투’(빚내서 투자) 자제를 유도해줄 것을 주문할 예정이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코스닥·코스피지수 상승세를 무서운 기세로 이끌어 오던 ‘2차전지 광풍’이 이제 잦아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른바 ‘에코 3형제(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를 비롯해 포스코홀딩스 등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실제 실적과 괴리가 있어 기업들의 실적 발표의 계절(어닝시즌)을 맞아 주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913.97까지 치솟았던 코스닥지수는 24일 종가 기준 855.23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18일 장중 2582.23까지 올랐지만 24일에는 2523.50에 마감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2차전지 핵심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지난주 고점 대비 각각 8.6%, 5.4% 하락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11% 내렸다. 연초 이후에는 21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2차전지 관련주들이 고점 대비 -12.3% 급락하며 코스닥시장(-4.5%)에 충격을 안겼다. 대신증권은 기업들의 어닝시즌이 시작되는 4월 마지막 주부터 5월 초까지 업종 및 종목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의 ‘거리 조정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포스코홀딩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26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가, 27일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이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을 공개했다. 특히 2차전지 관련주 다수가 올해 1분기(1∼3월)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음에도 강세를 이어온 만큼 과격한 되돌림 과정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연초 이후 포스코퓨처엠의 1분기 영업이익과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69.6%, 47.6% 낮춰졌지만 주가는 98.2% 상승했다. 최근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빠르게 변신 중인 LG화학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 들어 -14.3% 조정된 반면 주가는 27.6%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차별적 강세를 보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2차전지의 강세가 꺾이면서 한국 증시에 제동이 걸렸다”며 “기업들의 실적 결과에 따른 등락이 예상되는데 웬만한 실적 서프라이즈가 아니라면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한 가운데 개인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신용거래융자 자금이 2차전지에 대거 몰려 있어 추후 변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개월 만에 20조 원을 넘어선 20조28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시장에서만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조7009억 원 급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개인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의 45.9%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올해 코스닥시장 개인 순매수 상위 1∼5위는 모두 2차전지 관련주로 해당 종목들의 순매수액은 약 2조9000억 원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 상위 5위에는 2차전지 관련 종목이 한 개고, 기관의 경우 2차전지 관련주가 한 개도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투자협회, 14개 증권사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용융자 이자율 등을 검토하고 빚투 과열 현상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 매수 등 예탁증권담보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했고,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대용 비율(신용 대출 시 담보에서 주식 인정 비중)을 40∼55%에서 30∼45%로 낮췄다. 다만 어닝시즌이 지나고 나면 증시가 상승 전환될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2021년 하반기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이어오다 올해 상반기 급락세가 진정되고 저점권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시장에서는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2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계 SG증권에서 쏟아진 매도 물량에 일부 종목들이 이틀 연속 30% 가까이 급락했고, ‘빚투’(빚내서 투자) 과열 우려까지 증폭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25일 각각 1.37%, 1.93% 떨어졌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거래제한폭까지 무더기 폭락한 8개 코스피·코스닥 종목들 대부분은 25일에도 하한가로 직행했다. 코스피시장의 대성홀딩스와 삼천리, 서울가스 등은 전날에 이어 이날 각각 29.97%, 29.99%, 29.92% 떨어져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의 다우데이타(―30.00%)와 선광(―29.98%) 등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모두 전날 SG증권 창구에서 대거 매물이 쏟아진 종목들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폭락 사태를 두고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의 반대매매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의 직접 보유 없이 증권사가 산정한 증거금을 내고 차액만 결제하는 파생 거래로 신용융자와 유사하다. 대신 레버리지를 일으킨 CFD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통해 손실을 메우고 결국 피해는 온전히 투자자 몫이 된다.이들 종목이 ‘빚투’로 인해 신용융자잔액률(총 발행 주식 수 대비 신용거래 매수량 비중) 및 공여율(총거래량 대비 신용거래량 비중)이 과도한 수준이었던 점도 폭락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종목의 5일 평균 공여율과 신용융자잔액률은 각각 7.44%, 0.98%인 반면 최근 하한가를 기록한 코스피 종목들의 평균 잔액률은 10%를 상회했고 공여율은 30%에 달했다. 신용융자잔액률이나 공여율이 높을수록 하방 위험이 발생했을 때 급매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이에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이번 폭락 사태에 포함된 종목들을 신용대출 대상에서 빼거나 증거금률을 높이는 조치에 나섰다. KB증권은 이날부터 8개 종목에 대한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고 키움증권은 해당 종목을 신용융자 가능 종목에서 제외했다.25일 시장에서는 2차전지 관련주 주가마저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맞물려 일제히 하락하면서 증시 조정세를 부추겼다. LG에너지솔루션(―2.65%)과 POSCO홀딩스(―4.77%), 에코프로비엠(―6.46%), 엘앤에프(―5.40%) 등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2차전지 종목들도 이날 나란히 내림세를 보였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차전지 종목 과열 현상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원장은 임원 회의에서 “테마주의 투자 심리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큰 시기”라며 “혐의가 있는 종목을 조사, 엄단해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SG증권발 급락에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이번 거래가 정상적이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한국 취업자 수 증가 폭과 고용률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고령·여성층의 ‘불완전 고용’이 늘어나면서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25일 ‘노동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코로나19 전후의 노동시장 변화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했다. 한은에 따르면 전년 대비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이전(2014∼2019년)에는 30만 명 증가한 반면 이후(2021년∼2023년 2월)에는 57만 명 늘었다. 고용률도 60.7%에서 61.4%로, 경제활동 참가율도 63.0%에서 63.4%로 상승했다. 이렇듯 양적 지표는 개선됐지만 고용 확대가 주로 60세 이상의 고령층과 여성 시간제 근로자, 비정규직 등 ‘불완전 고용’ 중심으로 이뤄져 노동 시장의 질적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11∼2019년 평균 2.5%에서 2020∼2022년 평균 1.7%로 뒷걸음질했다. 해당 발표를 맡은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되면 저성장-저물가 체제로 회귀가 불가피하다”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노동 수요가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 위주로 크게 증가해 임금 및 물가 상승 압박이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시장 긴장도(빈 일자리율을 실업률로 나눠서 측정, 노동 시장의 수급 상황 반영)에 대한 근원인플레이션(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상승률) 민감도도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근원 물가를 끌어올리는 2차 파급 효과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대량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24일 주식시장에서는 삼천리,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이 순식간에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대성홀딩스, 다올투자증권, 삼천리, 세방, 서울가스 등 5개 코스피 종목과 다우데이타, 선광, 하림지주 등 코스닥 3개 종목은 이날 오전 개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폭락하기 시작했다. 다올투자증권과 삼천리, 하림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29.92%, 29.95%, 29.98% 하락했으며 CJ 역시 장 초반 28.15%까지 떨어지다 12% 넘게 하락한 9만4900원에 마감했다. 해당 종목들은 업종과 테마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프랑스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방, 삼천리, 서울가스 등의 매도 창구 1순위에 SG증권이 자리 잡는 등 이들 종목 모두 매도 창구 상위에는 SG증권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차액결제거래(CFD)를 꼽고 있다. CFD 계좌는 투자자가 증거금 일부만 갖고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파생 거래다. 특정 사모펀드에 문제가 생기면서 CFD 매물이 쏟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다만 한국거래소 측은 “주가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이상거래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방호울타리’만 설치됐더라면….”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 내 음주사고로 배승아 양(10)이 세상을 떠난 후 뒤늦게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선과 인도 부근에 방호울타리가 설치됐다면 음주차량의 돌진을 막을 수 있었을 거란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스쿨존에 주로 도입되는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로는 막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첨단 기술로 강도를 높인 신형 스쿨존용 방호울타리를 개발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형 스쿨존용 방호울타리 개발해야” 국토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방호울타리는 크게 보행자용과 차량용으로 나뉜다. 현재 스쿨존에는 주로 무단횡단 방지를 목적으로 한 보행자용 방호울타리가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로는 차량의 돌진을 막기 어렵다. 대전 스쿨존 당시 음주운전자는 건너편 상가 경계석과 충돌한 뒤 운전대를 반대로 꺾어 중앙선을 넘은 후 인도로 돌진했다. 당시 시속 42km였는데 이 정도 속도라면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를 쓰러뜨리고 보행자를 덮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센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차량용 방호울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지침에 따르면 가장 낮은 강도(SB1)의 차량용 방호울타리(충격도 60KJ)는 1.5t 차량(쏘나타 차량 평균 무게)이 시속 45km 속도로 45도 각도에서 돌진해도 막을 수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차량의 과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보행자용 울타리로는 스쿨존 내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차량용 방호울타리 수준의 강도를 가진 스쿨존용 방호울타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첨단 기술과 내구성 좋은 신형 소재를 활용하면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설치비용(m당 8만∼10만 원)에서 크게 오르지 않은 선에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스쿨존 내 방호울타리 설치 의무화 필요 동시에 스쿨존 내 방호울타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스쿨존에 무인 교통단속 장비, 횡단보도 신호기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펜스나 방호울타리 등 보행안전장치 설치는 ‘권고’ 사항이다. 법 조항이 없다 보니 각 부처 지침도 제각각이다. 국민안전처가 2015년 내놓은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보호구역 통합지침’은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설치를 ‘적극 권고’하고, 무단횡단 방지용 펜스 설치를 ‘우선 고려’하도록 했지만 의무화하진 않았다. 행정안전부 지침에서도 스쿨존 내 무단횡단방지시설(중앙분리대 포함)과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는 ‘설치 적극 권고’ 사항이다. 반면 국토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은 초등학교, 유치원 부근의 통학로에 “반드시 방호울타리를 설치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이 미비한 탓에 스쿨존 내 방호울타리 설치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부처 지침을 넘어 법이나 시행령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양 사고 이후 스쿨존 내 안전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회 움직임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배 양 사고 발생 12일 만인 20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방호울타리나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 등의 의무 설치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행안위 관계자는 “비용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국민 공감대가 큰 사안인 만큼 서둘러 관련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과속-신호위반 등 한 번에 단속… ‘AI 카메라’ 도입 추진 초등생 스쿨존 사고 70%가 저학년“통합단속카메라, 사고예방 효과적”“스쿨존 진입 알리는 장치 확충 필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반영된 ‘스쿨존 통합 단속 카메라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여러 반칙운전을 하나의 장비로 관리 감독하면서 안전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AI 통합 단속 카메라’는 과속, 신호 위반, 불법 주정차, 정지선 위반,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불이행 등을 한 번에 단속할 수 있다. 지난해 관련법 개정으로 스쿨존 내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통합 단속 카메라 개발사인 지앤티솔루션의 윤희돈 박사는 “다양한 교통환경을 AI 기술로 학습해 올해 말까지 단속 정확도를 99%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주로 운전자 부주의로 사고가 나는 스쿨존의 교통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통합 단속 카메라’가 도입되면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5년(2017∼2021년 ) 동안 스쿨존 내 초등학생 사상자 10명 중 7명이 1∼3학년이었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에게 자발적으로 스쿨존 제한속도(시속 30km)를 잘 지키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운전자에게 스쿨존은 ‘마음 놓고 속도를 낼 수 없는 공간’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스쿨존에 들어섰다는 것을 운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장치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스쿨존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차량 속도가 제어되는 지능형 기술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교통 선진국에선 이미 관련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신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되면 국내에도 신속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수출이 이달 들어 20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줄어들었다. 연간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적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관세청은 올해 4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323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이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가 유력해진다. 주요 품목별로는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39.3% 급감했고 석유제품과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각각 25.3%, 25.4% 감소했다. 반면 승용차(58.1%)와 선박(101.9%) 수출은 크게 늘었다. 수출 대상 국가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62억9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8% 급감했다. 일본(―18.3%), 인도(―17.4%), 베트남(―30.5%)으로의 수출도 크게 줄었다. 주요국 중에서는 미국(1.4%), 유럽연합(13.9%) 정도만 수출이 늘었다. 이 기간 수입은 365억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감소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1억39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올해 연간 누적 적자는 265억8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 규모(95억400만 달러)의 약 3배, 또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478억 달러)의 55.6%에 달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다.올해 넉 달간 무역적자 266억 달러… 작년 年적자의 56% 수출 7개월째 감소세반도체 수출 1년새 39% 급감 등무역수지 13개월 연속 적자 ‘비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현재 반도체를 포함한 전반적인 정보기술(IT) 품목의 부진으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빠르고 강한 수출 회복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위기 극복을 위해선 품목 다변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방산, 바이오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품목을 중심으로 동유럽, 중동, 동남아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각국이 자국우선주의 기조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정부가 기업들을 위해 해외 규제사항 등 정보 제공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의 구조적 문제점은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지 못하고, 반도체 수출 감소 충격을 줄일 품목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수출 감소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 증가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보이며 종가 기준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5.4원 오른 1328.2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전날 1332.3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연고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종가 기준으로도 연중 최고치를 보였다. 최근 달러화가 약세 국면에 들어섰지만 수출 부진 등 악재가 몰려 원화가치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인 만큼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통화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또 한국기업들이 주로 4∼5월 외국인투자가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이달 특히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앞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가상자산 플랫폼 기업은 통제 불가능한 사고가 아닐 경우 투자자 손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 또 투자자에게 미리 투자 위험을 상세히 알려야 한다. EU 의회는 20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가상자산 규제를 위한 포괄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가상자산 산업 규제 법안으로는 세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EU 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법안은 거래 투명성 및 공개, 허가, 감독 등과 관련해 가상자산 플랫폼, 코인(가상화폐) 발행자, 거래자에게 많은 사항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제공자는 투자자(소비자)가 가상자산 손실을 입었을 때 (이것이) 합리적인 통제를 벗어난 사고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가상자산 플랫폼은 투자자에게 운영 관련 위험을 사전 고지해야 한다. 새로운 코인을 판매할 때도 규제를 받는다. 또 투자자 대량 인출 사태에 대비해 스테이블코인(미국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코인)에 대한 충분한 준비금을 비축해 둬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하루 거래액은 2억 유로(약 2900억 원)로 제한된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면 유럽 규제당국(ESMA)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매이리드 맥기네스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법안은 27개 회원국이 승인한 뒤 7월에 공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는 내년 7월부터 적용되는 등 점진적으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회도 가상자산 규제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5일 법안소위원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18개 법률안을 병합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심의할 예정이다. 여야가 가상자산 정의 및 이용자 보호 등 큰 틀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안소위에서는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감독 기관 지정,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가상자산에 포함할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테라·루나’ 사태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폼랩스 대표(32)가 공문서 위조 혐의로 몬테네그로 검찰에 기소돼 구금 기간이 최장 30일 연장됐다고 현지 일간지 ‘포베다’가 20일 보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외국인투자가들의 ‘K엔터주’ 매수 열풍에 JYP엔터테인먼트(JYP)가 52주 신고가를 달성하고, 하이브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예 아이돌 그룹 데뷔 등에 힘입어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이 2분기(4∼6월)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JYP 주가는 이날 8만6300원에 마감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약 23% 상승한 것으로, 18일에는 장중 9만1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11월 시가총액 2조 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14일에는 약 5개월 만에 3조 원을 돌파했다. 엔터주들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에스엠 파장’을 딛고 다시 상승하고 있다. 에스엠 인수전이 한창이던 지난달 JYP, 하이브, 에스엠 등으로 구성된 ‘KR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지수는 3.77% 떨어지며 KRX지수 가운데 하락률 5위로 집계되는 등 고전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하이브 주가는 약 37%, 에스엠과 YG엔터테인먼트는 11% 반등하며 강세 흐름을 회복했다. 특히 JYP는 올해 들어 외국인이 약 2600억 원어치 사들이면서 외국인 지분 43.78%를 기록했다. 이들 회사의 주가가 연일 고공 행진을 하는 배경에는 엔터사들의 북미 시장 진출 대형 프로젝트 및 소속 가수 활동 본격화 등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JYP의 미국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인 ‘A2K 오디션’이 5월 중 공개될 것으로 보이며, 하이브는 올해 안에 미국 걸그룹 데뷔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 하이브 남자 신인 그룹, YG 베이비몬스터 등 올해에만 역대 최고 수준인 10여 개의 신인 그룹이 탄생한다. 증권사들은 2분기에 역대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보며 일제히 엔터주들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브와 JYP의 미국 걸그룹 프로젝트 흥행 시 한 그룹당 최대 예상 매출액은 5000억∼7000억 원”이라며 “2분기에는 에스엠, JYP, YG 등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경제성장으로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가늠하는 ‘고용탄성치’가 올해는 지난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고용 없는 저성장’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은행이 2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1.6%)와 취업자 수 증가율(0.5%)에 따르면 고용탄성치는 0.313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고용탄성치(1.154)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으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집계한 1963∼2022년 고용탄성치 평균값(0.34)보다도 낮다. 고용탄성치는 취업자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값으로, 경제성장이 얼마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2016년, 2017년에도 각각 0.310, 0.375까지 하락했었지만 당시 경제성장률은 2.9%, 3.2%로 잠재성장률 수준(2%)을 상회했다. 반면 올해는 성장률이 1%대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용시장까지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돼 우려가 높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올해 고용탄성치가 0.24까지 급락할 가능성을 점치면서 “수익성 악화와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인적구조를 조정할 가능성이 커 구직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한국 50대 부호 순위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60·사진)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로, ‘아시아 사모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김 회장은 2005년부터 MBK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다. 포브스는 17일(현지 시간) 올해 김 회장의 자산을 전년 대비 20억 달러 늘어난 97억 달러(약 12조8000억 원)로 추산하면서 처음으로 그가 한국 1위 부호로 등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김 회장은 자산 75억 달러(2021년 19억 달러)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이 회장에 이어 3위에 올랐었다. 포브스는 “주식시장 침체와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한국 50대 부자의 총자산은 지난해보다 18% 감소한 반면 김 회장의 자산은 늘고 MBK파트너스 운용 규모는 260억 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회장의 자산은 80억 달러로 반도체 및 스마트폰 수요 부진 등으로 전년보다 12억 달러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57억 달러),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CVO(최고비전제시책임자·51억 달러), 김범수 센터장(50억 달러),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49억 달러),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41억 달러), 고 김정주 전 넥슨 대표의 자녀인 김정민 김정연 자매(36억 달러),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34억 달러),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33억 달러)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평가는 애널리스트, 정부 기관, 증권거래소 등의 자료를 종합해 7일 종가 기준으로 순자산을 분석해 작성됐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30대 이하 청년 대출 취약계층이 1년 사이 4만 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의 취약차주 수는 46만 명으로 2021년 말보다 4만 명이나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약차주 126만 명 중 36.5%가 30대 이하였다. 한은은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고금리시대, 가파르게 상승하는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해 한계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은 대출자들이다. 전체 취약차주 수는 2021년 말 120만 명에서 2022년 말 126만 명으로 6만 명 증가했다. 지난해 말 전체 가계 취약차주 대출 규모는 93조9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조1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30대 이하가 0.5%, 40~50대는 0.6%, 60대 이상은 0.7%로 모두 1년 전보다 0.1%포인트씩 올랐다. 특히 다중채무자들의 연체율은 0.2%포인트 오른 1.1%로, 연체액은 1년 전 5조1000억 원이던 것이 6조4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진 의원은 “고금리 추세에서 취약차주의 대출과 연체가 늘면서 청년층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이자부담이 크게 높아질 우려가 크다”며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 외식비용 등 생계부담까지 늘어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전방 주시율 0%.’ 14일 충남 천안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시험장. 운전대를 잡고 2, 3초가량 눈을 감자 모니터에 이 같은 경고 메시지가 뜨더니 “삐비빅∼” 하는 경고음이 차내에 울렸다. 옆 모니터도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졸음 경보’ 문구가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쏜 적외선이 기자의 눈 움직임을 파악해 졸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 AI 카메라는 이미 인체 모형(더미)을 통해 인간이 졸릴 때 나오는 다양한 신체 움직임을 학습했다고 한다. 잠시 고개를 숙이거나, 옆 창문을 2초가량 응시해도 어김없이 ‘부주의 경보’ 메시지가 날아들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이 연구원의 박선홍 주행제어기술부문 실장은 “AI 카메라는 운전자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더 정교하게 졸음운전을 포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졸음 및 주시 태만 사고 비율도로 위 졸음운전은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22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56명 중 76%(119명)이 졸음 및 주시 태만 사고로 숨졌다. 2018년 67%였는데 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시속 100km로 달리던 운전자가 3초만 졸면 84m가량을 나아가게 된다”며 “졸음운전은 교통 안전의 최대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한 첨단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기자가 체험한 DMS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DMS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국가에선 이미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교통 전문 매체 ‘트래픽 테크놀로지 투데이’에 따르면 전체 시내버스의 95%에 DMS를 설치한 러시아 모스크바는 2020년 대중교통 사고가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고 한다. 호주 DMS 개발업체 시잉머신은 DMS가 향후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를 3분의 1로 줄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뇌파 등 생체 신호를 활용한 DMS도 개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세계 첫 뇌파 활용 안전운전 보조 기술인 ‘엠브레인’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어셋 모양의 장치를 착용하면 뇌파를 감지하며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뇌 활동이 둔화되거나, 집중도가 저하하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됐다. 옵션에 따라 좌석 진동을 통해 경고하기도 한다. 시범 사업에서 엠브레인을 착용한 버스 운전사들은 부주의 운전 발생 빈도가 평균 25.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 사업에 참여한 버스 운전사 김연학 씨(54)는 “점심 식사 후 오후 1, 2시경 고속도로를 지날 때 가장 졸린데 엠브레인에서 경고음이 울리니 더 안전하게 운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법 규정 미비로 국내 도입 더뎌전문가들은 졸음운전 방지 관련 국내 기술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국내 도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GV70, GV80에 ‘전방주시경고(FAW)’ 등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옵션에 적용한 정도다. 보급이 더딘 이유는 법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관련 규정이 있긴 하지만 현재는 자율주행(레벨3) 차에만 적용된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 그렇다 보니 완성차 업체도 차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전면 도입을 꺼리고 옵션에만 적용하는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자동차 일반 안전에 관한 법령’을 통해 운전자 졸음 운전 경고 시스템을 2024년 7월 이후 출고되는 신차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 진화 속도라면 조만간 전 세계 자동차에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엠브레인 등 한국이 우위를 점한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제적으로 규정을 만들고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형구 자동차안전연구원 국제기준팀장은 “EU가 제안하면 자동차 국제 기준 논의 기구인 ‘UN WP29’가 관련 논의를 곧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기준에 정부와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시키려면 정부도 관심을 갖고 필요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도입이 본격화되기 전에 개인정보 보호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영상이 녹화되지 않는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얼굴을 카메라에 노출하는 걸 꺼리는 사람도 있다”며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졸음쉼터 241곳… 설치후 졸음운전 사망 42% 감소 2011년 고속도로 도입 이후 확대이용자 99% “졸음 예방에 효과” 10년차 화물차 운전사 오세권 씨(41)는 최근 부산에서 공연장비를 싣고 상주∼영천 고속도로를 달리다 자칫 사고를 낼 뻔했다. 장시간 운전을 하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긴 것. 차선을 이탈하면서 평소와 다른 타이어 소리에 놀라 운전대를 바로잡으며 간신히 사고를 피했다. 피곤해 졸음쉼터를 찾았는데, 화물차 자리가 없어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오 씨는 “2, 3시간에 한 번씩 졸음쉼터에서 20, 30분 정도 자는 습관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잠깐 쉬는 게 졸음운전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직원 아이디어로 2011년 도입된 졸음쉼터는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241곳까지 늘었다. 그 덕분에 고속도로 내 휴게시설 간 평균 거리는 2010년 22.1km에서 현재 14.5km로 34% 줄었다. 독일(10∼12km) 프랑스(8∼50km)의 도로 휴게시설 간 거리와 비슷한 수준이고, 미국(16∼48km)보다 짧다. 졸음쉼터가 사고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육동형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전략적 설치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졸음쉼터 개설은 약 11.9%의 사고 감소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일반국도 졸음쉼터 설치 및 개선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졸음쉼터 이용자의 99.1%가 “쉼터가 졸음운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쉼터가 생기기 전인 2010년에는 연간 졸음운전 사망자가 119명이었지만, 이후 10년 평균(2011∼2022년) 69명으로 42% 줄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사망자 수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 졸음운전이 적지 않은 만큼 쉼터 이용을 더 독려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졸음쉼터는 출범 13년째를 맞아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규정상 주차면 10면 이하인 소형 졸음쉼터에는 화장실, 여성화장실 비상벨, 방범용 폐쇄회로(CC)TV, 조명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중형(주차면 11∼29면)과 대형(주차면 30면 이상) 시설에는 벤치, 운동시설, 자판기 등이 설치된 곳도 있다. 다만 오 씨 사례처럼 일부 쉼터에 화물차 주차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다 보니 화물차 운전사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화물차 주차공간을 의무 설치하는 내용의 ‘졸음쉼터의 설치 및 관리지침 전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한 상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운전자 스스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졸음쉼터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10년 전 교통사고가 크게 나 온몸에 철심을 박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어요. 몸도 불편한데 아들 셋 먹여살리겠다고 직접 배달까지 뛰면서 한 푼도 아끼며 살았는데….” 9일 오후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김모 씨(49)의 아버지(78)는 10일 경기 성남시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대전 스쿨존에서 배승아 양(10)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지 하루 만에 다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으려면 교통 선진국처럼 술을 마신 경우 원천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하남경찰서와 유족에 따르면 하남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김 씨는 9일 오후 6시 39분경 오토바이로 떡볶이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다 하남시 덕풍동 풍산고등학교 인근 왕복 4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31)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7%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숨진 김 씨는 장애 5등급 판정을 받고도 자녀 셋을 악착같이 키워낸 가장이었다. 김 씨의 작은아버지(58)는 “힘들게 아들 셋을 키워 둘은 대학 보내고 이제 고등학생 하나 남았다. 너무 힘들어해 배달이라도 그만하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했다. 교통 안전 관련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4292명에서 2021년 2000명대(2916명)로 줄었다. 음주운전 사망자도 전체적으로는 감소세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9년 43.8%에서 2021년 44.8%로 오히려 늘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시동잠금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로 대당 250만 원가량만 내면 기존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이미 미국 36개 주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이는 등 효과를 입증했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선 음주운전 유죄 판결 시 운전 금지 조치와 시동잠금장치 설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도입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18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매번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4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도 도입을 권고해 이듬해 경찰청에서 시범사업까지 했지만 입법 무산으로 중단됐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음주운전 전력자부터 시동잠금장치를 의무화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면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전체 음주운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국회 ‘음주시동 잠금장치’法 14년째 논의중 21대 들어서도 관련 법안 5건 계류1대당 250만원 장치 설치비용 필요尹, 대선때 “설치에 주세 10% 사용”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국내 도입이 처음 시도된 것은 2009년 국회에 관련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제출되면서부터다. 음주운전을 3회 이상 해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새로 운전면허증을 받은 경우 3년 동안 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된 차를 운전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내 연구 결과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사전 연구조사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냈고 이후 뚜렷한 진전 없이 회기가 끝나 폐기됐다. 이어 19,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법안만 5건이나 된다. 14년째 국회에서 논의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초범이나 버스 등에 대해서도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행안위 관계자는 “대상자를 음주운전자로 할 건지 아니면 버스 운전자 등으로 할 건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고, 대당 250만 원가량 드는 장치 설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2021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95%는 음주운전자에게 시동잠금장치를 일정 기간 의무 설치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권익위는 이를 바탕으로 경찰청에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해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고 경찰청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지난해 제주 지역 일부 렌터카와 배송차량에 대해 시동잠금장치 설치 차량을 시범운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동잠금장치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에서 설치 의무화 대상자의 기준, 시기, 예산 등을 놓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5월 상습 음주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시동잠금장치 부착을 형벌 강화에 앞서 검토해야 할 수단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주세의 10%를 시동잠금장치 설치 등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음주 감지 센서 등 국내 기술은 충분한데 뚜렷한 이유 없이 법안 통과가 수년째 지체되고 있다”며 “안전운전이 꼭 필요한 스쿨버스나 음주운전 전력자 등에 대해서라도 하루빨리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 교육을 받은 사람인데 막상 나와 내 기업에 대해 한국보다 영국이 더 많이 알아주고 있다.”(‘샤코 뉴로텍’ 정수민 대표) 처음부터 한국이 아닌 먼 이국땅에서 창업하는 이른바 ‘본 글로벌’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KOTRA가 지난해 12월 세계 29개국에 자리 잡은 한국계 해외 진출 스타트업 25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2개사(51%)는 한국에 모기업 없이 아예 처음부터 해외에서 창업한 ‘본 글로벌’ 기업이었다. 2020년 50개사(37%), 2021년 91개사(46%)였던 본 글로벌 스타트업의 수와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본보는 이 중 미국과 영국에 둥지를 튼 본 글로벌 스타트업 대표 4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특별한 연고도 없이 해외에서 창업하는 과정은 분명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6년 영국 런던에 한류 콘텐츠 제작 및 지식재산권(IP) 관리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 서비스인 ‘프론트로(Frontrow)’를 세운 이혜림 대표(37)는 “마치 황무지에서 홀로 헤엄치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대표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다시 창업한다 해도 한국이 아닌 해외를 선택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될성부른’ 아이디어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창업을 밀어붙이는 대학의 인큐베이팅, 창업가를 위한 통 큰 비자 지원, 법인 설립 쾌속 절차 등 해당 국가들의 촘촘한 창업 지원 인프라가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영국은 기업등록관청인 컴퍼니스하우스 홈페이지에서 12파운드(약 2만 원)만 내면 30분 만에 법인 등록이 가능했다”며 “마치 사이트 회원 가입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英선 2만원 내면 30분내 법인 등록… 창업 지원 인프라가 달라” 해외 창업 스타트업 증가“외국은 창업에만 집중하게 지원… 세금-규제 혜택 받을거란 믿음 있어韓, 스타트업 환경-투자정책 등 글로벌 스탠더드 맞춰야 韓서 창업” 현재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인 스타트업 대표들이지만 이들 모두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직장 생활을 하던 ‘토종 한국인’이었다. 2016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의료용 로봇 스타트업 ‘로볼리전트(Roboligent)’를 세운 김봉수 대표(45)는 KAIST 기계공학과 석사 졸업 후 30대 초반까지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에서 근무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신인 작곡가 발굴 및 음악 저작권을 관리하는 ‘스카이워드뮤직펍’을 운영 중인 이광복 대표(41) 역시 한국 대학을 나왔고, 이벤트 기획 일을 하다 뒤늦게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대학을 중심으로 한 해외 창업 생태계는 그들을 자연스럽게 창업가로 바꿔놓았다. 로봇을 공부하고 싶어 무작정 텍사스로 왔을 뿐 애초 창업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김 대표였지만 텍사스대는 그의 연구물을 내버려두질 않았다. 그는 “학교에서 먼저 창업 얘기를 꺼냈고, 이후 학내 인큐베이터(창업보육) 지원을 받게 되면서 오로지 창업에 길들여지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파킨슨병 증상완화 의료기기 개발업체 ‘샤코 뉴로텍(Charco Neurotech)’을 차린 정수민 대표(36)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과를 나와 2013년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과 왕립예술학교(RCA)의 혁신디자인공학과 이중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학교가 내가 디자인한 것에 대해 특허도 내주고 투자도 해주면서 적극 나섰다”라면서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저절로 영국에서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특히 기업등록관청 홈페이지에 12파운드만 내고 30분 만에 법인을 만들 수 있는 초간단 설립 절차를 큰 매력으로 여겼다. 마치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듯 간편하다는 것이다. 대학 외에도 현지 정부의 비자 정책, 창업 인프라 등은 이들이 오로지 창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줬다. ‘K콘텐츠의 유럽시장 개척’이라는 꿈을 안고 런던을 찾은 이혜림 대표는 첫 3개월 동안 RCA 인큐베이터 센터 교육생으로 사업 모델 개발에 전념했다. 센터를 수료하고 비자 문제로 고민하던 찰나 영국 정부는 이 대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연구·문화예술 등 분야 해외 우수 인력에게 제공하는 ‘글로벌 탤런트 비자’를 발급해줬다. 물론 이들이 탄탄대로만 걸었던 건 아니다. 창업 초반 사무실을 구할 돈이 없었던 김 대표는 자택 차고에서 연구를 이어가야 했다. 정 대표는 “매번 미팅을 하고 나면 내가 알아들은 게 맞는지 재차 되물어야 했다. 나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봐 밤낮 없이 영어 공부를 해야 했고 지금도 공부하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다시 창업해도 해외를 선택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같은 기회와 혜택들을 과연 한국에서도 누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혜림 대표는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는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세금, 규제 혜택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내 기업이 한국보다 더 합당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받을 거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직원 40여 명을 둔 글로벌 강소기업의 대표로 성장한 정 대표는 이미 한국법인을 차리고 경기도 공장에 제조를 맡겼다. 이혜림 대표는 “스타트업 환경과 투자 정책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한국인들이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은 본 글로벌 스타트업의 증가세를 두고 “(유학 등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해외 인재들이 크게 늘었다”라며 “본 글로벌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이들을 레퍼런스 삼아 해외서 활발한 창업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대외 신인도와 직결된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냈다. 수출 감소와 화물운임 하락, 해외여행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와 더불어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3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 달러(약 6861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1월에도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역대 최대 경상수지 적자(―42억 1000만 원)를 냈는데, 두 달 연속 적자는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이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동시에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수출입 차이를 계산한 상품수지는 1년 전에 비해 56억5000만 달러 줄어 13억 달러 적자였다. 1월(―73억2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줄었지만 지난해 10월(―9억5000만 달러) 이후 5개월째 마이너스다. 이는 수출(505억2000만 달러)이 지난해보다 6.3% 감소한 영향이 크다. 수출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41.5% 급감했다. 이 밖에 화학공업 제품(―9.8%), 철강 제품(―9.2%) 등의 수출도 부진했다. 반면 수입은 518억2000만 달러로 원자재(7.2%)를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4.6% 늘었다. 서비스수지 역시 20억3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적자다.秋 “올해 세수부족 가능성”… 재정-경상수지 ‘쌍둥이 적자’ 우려 경상수지 두달연속 적자 정부 “하반기엔 경상흑자 전환 예상”경제학자들 “적자 구조화 위험 커져” 서비스수지 적자는 코로나19 완화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늘면서 여행수지에서 10억1000만 달러 적자가 난 영향이 컸다. 여기에 화물운임 하락으로 2020년 7월 이후 흑자였던 운송수지마저 2억2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2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보다 80.0% 급감했다. 정부와 한은은 반도체 경기 회복과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힘입어 올 하반기(7∼12월)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3월 이후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시차를 두고 완만히 개선되면서 올해 경상수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이며 연간 200억 달러대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도 올해 연간 경상수지를 260억 달러 흑자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낙관하기에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 구조화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수출이 우리 바람만큼 늘어날지, 반도체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지 등을 안심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경기 상황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면 올해 연간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적자와 더불어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적자 가능성이 커지면서 쌍둥이 적자 우려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올해 세수는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국세 수입이 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짤 때 예상한 400조5000억 원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가 세수 부족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되면 국가의 대외 신인도가 타격을 입어 환율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과 논의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한국은행은 차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로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57)와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63)을 추천했다고 5일 밝혔다. 20일 임기가 종료되는 주상영, 박기영 위원의 후임으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장 교수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박 사무총장을 각각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 연방준비은행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다 로체스터대 경제학과와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 사무총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을 시작했다. 기획예산처 투자관리과 과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대변인,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 조달청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