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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그레이트 시프트(Great Shift·대전환)’를 맞아 진행한 이번 조사는 동아일보와 한국경영학회가 올해 초 공동으로 기획했다. 설문 설계에는 김중화 한국외국어대 경영대 교수,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조봉순 서강대 경영대 교수가 자문으로 참여했다. 설문은 국내 대기업과 대기업 총수들이 당면한 경영환경 진단, 우선시해야 할 과제, 현 총수들과 과거 총수들의 리더십 유형 비교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객관식 문항 외에 답변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주관식 문항도 포함해 조사 결과를 입체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설문은 올해 1월 하순 한국경영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링크 송부 형태로 진행됐다. 학회원 151명이 전체 문항에 응답했으며, 이들 중에는 주관식 문항에도 130∼140명이 응답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일부 학회원을 대상으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해 설문 결과에 대한 해석을 보완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국내 대기업의 경영 환경 중 가장 어려움이 큰 부문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 산업계가 ‘그레이트 시프트(Great Shift·대전환)’를 맞이하고 있는 2023년 현재 국내 경영학자 151명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 가장 많은 응답은 글로벌 경기 침체나 미중 갈등 불확실성, 공급망 불안이 아니었다. 경영학자들은 국내 대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불안한 노사관계’(32.5%·복수응답)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동아일보는 1∼3월 한국경영학회와 함께 학회원 1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한국 대표 그룹들이 마주한 새로운 경영 환경과 현 세대 총수들의 리더십을 진단했다. 이 조사에서 국내 경영학자들은 노사관계가 현재 국내 주요 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다양한 글로벌 리스크가 뒤를 이었다. 경영 환경 어려움 2, 3위는 ‘세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26.5%), ‘공급망 불안정성’(23.2%)이었다. ‘미래 주력 산업의 경쟁력 실종’(21.2%)에 대한 우려가 4번째로 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십수 년 만에 찾아온 ‘고금리·고환율’(20.5%)과 ‘글로벌 수요 위축’(20.5%)이 나란히 5위를 차지했다.● 총수들에게 주문한 키워드는 ‘도전’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151명의 경영학자들은 복합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도전’을 꼽았다. ‘글로벌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대기업들의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신시장 및 신사업 발굴’(50.7%·복수응답)과 ‘과감한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38.0%)가 1, 2위를 차지했다. ‘핵심 인재 발굴 및 채용’(19.3%)과 ‘과감한 M&A를 통한 기업 체질 개선’(17.3%)도 높은 비율로 집계됐다. 반면 ‘원가 절감 등 수익성 개선’(6.0%)을 조언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위기 상황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반도체 경기 추락에 타격을 입은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이라는 거금을 차입하면서까지 투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간 유지해 온 ‘무차입 경영’이라는 이력도 깼다. LG전자도 시설 투자금을 전년 대비 31% 늘렸다. 김중화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주요 기업을 이끌고 있는 3·4세 총수들은 그룹의 오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 것 같다.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뒷받침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러한 과제를 국내 대기업들이 수행하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것은 바깥의 견제가 아닌 대기업 내부의 요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경영학자들은 ‘위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노조의 무분별한 발목 잡기’(23.8%)를 1위로, ‘기업 내부 리더들의 역량’(19.2%)을 2위, ‘임직원들의 혁신 노력 부족’(16.6%)을 3위로 꼽았다. 절반 이상의 학자들이 정치권이나 글로벌 경쟁사의 견제, 정부 규제 등 외부 요인이 아닌 기업 내적인 요인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 “대기업 총수들의 사회적 책임 과거보다 커져”현재의 경영 환경이 과거와 달리 복잡성이 높아져 해법을 찾아내기가 더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경영학자 10명 중 7명은 ‘현재의 기업 총수들이 과거 총수들과 비교해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그렇다’(매우 그렇다 40.7%·조금 그렇다 32.7%)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다수 응답자들은 “기업 투명성과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졌다” 등 기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요구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을 지목했다. 대외적으로는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하며 글로벌 환경에 더욱 노출됨에 따라 외적인 변수가 매우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외 “선대 회장들은 경제 발전이 가속화되던 시대에 성장을 도모할 기회가 많았던 반면, 현재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기술 및 아이디어의 수명 주기가 지속적으로 짧아지고 있다”는 시대상의 변화도 제시됐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부상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중요성 확대로 총수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은 커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 내부 MZ 구성원의 성과급 반발에 연봉을 반납하거나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거버넌스 체제 전환에 적극 나서는 것, 타운홀에서 직접 신입사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것도 그레이트 시프트 시대에 접하는 새로운 총수의 모습이다.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서 총수들이 대형 수주전을 직접 챙기는 한편 공급망 등 정책적인 이슈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후 첫 출장지로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원전·천연가스전 등 미래 시장 확보에 직접 나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향방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까지 수차례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외교’에 뛰어든 것도 그 일환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LG전자가 세계 최대 박람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MDW) 2023’에 참가해 홈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선보인다. 10일 LG전자는 17∼23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MDW 2023에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모오이’와 협업해 ‘특별한 인생’을 주제로 다양한 협업 작품(사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모오이는 감성적이면서 실용적인 디자인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LG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 ‘이젤’, 스탠바이미 등 제품에 모오이의 다섯 가지 디자인과 색깔 조합을 적용한 작품도 처음 공개한다. LG전자는 지난해 MDW에서도 포제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정부가 지난해 12월 간담회에서도 올해 안에 청정수소 입찰시장을 개설하겠다고 해서 투자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내년으로 미뤄지면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국내 에너지기업 관계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 발전에 대한 기업들의 민간 투자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등 수소 관련 기업들이 2021년 출범시킨 수소기업 협의체 ‘코리아H₂비즈니스서밋’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수소 발전 입찰시장 고시에 반발해 청정수소 입찰시장 조기 개설과 입찰물량 확대 등의 개선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달 13일 ‘수소발전 입찰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 발전만 별도로 분리한 입찰시장을 만드는 게 골자다.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올해, 청정수소 발전시장은 2024년 입찰시장을 열기로 했다. 수소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적이다. 문제는 민간의 투자시계를 정부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정부는 내년 청정수소 발전시장을 열어 3500GWh(기가와트시)만큼 입찰을 하고, 이를 2027년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2025년 개설 물량 3000GWh는 2028년 공급하게 된다. 기업들은 2027년부터 청정수소를 공급하려면 입찰시장을 내년이 아닌 당초 계획대로 올해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입찰 물량을 확보해야 탄소포집저장기술(CCS)이나 재생에너지 연계 플랜트, 운송 선박 구축 등에 대한 투자를 확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입찰 물량도 민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중부발전과 SK E&S는 2025년을 목표로 충남 보령시에 블루수소 연 25만 t 규모의 청정수소 생산기지를 지을 예정이었다. 롯데그룹과 포스코는 2030년까지 블루·그린수소를 각각 연간 120만 t, 50만 t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입찰시장 규모가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발전소를 짓기도 전에 벌써부터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청정수소가 아닌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2025년부터 매년 1300GWh씩 확대될 예정이다. 설비용량으로 따지면 연 200MW(메가와트)씩이다. 현재 연료전지 발전 사업을 위해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연료전지 대기 사업자만 설비용량 기준 약 6GW(기가와트)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청정수소 인증제’ 윤곽이 잡히지 않은 것도 투자를 미루게 하는 배경이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라 등급별로 청정수소를 인증하고 차등 지원하는 제도. 블루수소, 그린수소, 핑크수소 등 다양한 생산 방식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따라 투자 계획이 달라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보다 늦게 청정수소 산업에 뛰어든 영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으로 올해 이미 청정수소 생산설비에 대한 보조금 입찰을 실시했다”며 “우리 정부의 정책 속도라면 청정수소 산업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빼앗길지 모른다”고 했다. 산업부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청정수소 입찰시장 시작 시기를 오히려 늦춰 달라는 기업도 있다”며 “청정수소 인증제의 경우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다양한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 중”이라고 설명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삼성전자의 올 1분기(1∼3월) 실적이 적자를 면한 데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3 시리즈의 흥행 성공 등 모바일 사업의 힘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7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1분기 3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발표된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잠정실적은 6000억 원이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반도체사업(DS) 부문이 3조∼4조 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MX 부문이 메운 셈이다. MX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분기 3조8200억 원, 2분기 2조6200억 원, 3분기 3조2400억 원, 4분기 1조7000억 원이었다.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갤럭시 S23 시리즈 판매 호조로 전체 사업의 영업손실을 일부 상쇄할 전망”이라며 “갤럭시 S23 시리즈 1분기 판매량은 1100만 대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작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 S23 울트라 제품 판매 비중이 60%가량을 차지하는 점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삼성전자의 올 1분기(1~3월) 실적이 적자를 면한 데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3 시리즈의 흥행 성공 등 모바일 사업의 힘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7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1분기 3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발표된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잠정실적은 6000억 원이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반도체사업(DS) 부문이 3조~4조 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MX 부문이 메운 셈이다. MX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분기 3조8200억 원, 2분기 2조6200억 원, 3분기 3조2400억 원, 4분기 1조7000억 원이었다.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갤럭시 S23 시리즈 판매 호조로 전체 사업의 영업손실을 일부 상쇄할 전망”이라며 “갤럭시 S23 시리즈 1분기 판매량은 약 11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작 대비 약 5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S23울트라 제품 판매 비중이 60% 가량을 차지하는 점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LG전자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1~3월)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영업이익에서 앞선 것은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이다. 7일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0조4178억 원, 영업이익 1조4974억 원의 잠정실적을 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22.9% 줄었다. 하지만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다.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에 일시적인 특허수익이 포함돼 있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올들어 사업의 수익성이 대폭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LG전자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영업이익(6000억 원)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은 생활가전(H&A), TV(HE) 자동차부품(VS) 등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모두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H&A사업본부는 가전 수요 감소에도 원자재 비용이 안정화됐고, 프리미엄 가전 제품과 히트펌프 등 고효율 제품 공략이 주효한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였던 HE사업본부도 3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7471억 원, 영업이익 6332억 원의 잠정실적을 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1.4%, 144.6%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예상액 1003억 원이 포함됐다. 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는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하는 배터리 셀과 모듈에 일정액의 세액공제를 수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조항이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홀로 기술개발을 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여러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다함께 협력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바스프 서울사무소. 라르스 키사우 바스프 넷제로 액셀러레이터 총괄사장(50)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간 협력’을 수차례 강조했다. 복잡한 공급망 속에서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얽혀 있는데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 감소가 어렵다는 의미다. 독일에 본사를 둔 바스프는 글로벌 화학기업 중 매출과 브랜드가치 모두 1위다. 2022년 1월 실질적인 탄소 감축 실현을 위해 넷제로 액셀러레이터 조직을 출범했다. 이 조직을 총괄하고 있는 키사우 사장은 한국 기업들과 탄소중립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바스프는 이미 다양한 한국 기업들과 손잡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해상선박에서 탄소포집 및 저장(CCS)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GS건설과는 탄소포집장치 표준 모듈화 솔루션을 공동 개발 중이다. 바스프가 의장사인 글로벌 ESG 협의체 ‘VBA’는 SK, 신한은행, 포스코 등이 참여해 ESG 측정 표준 지표 개발을 목표로 한다. 키사우 사장은 “한국 기업과 사람들은 혁신과 새로움에 대해 늘 열려 있다”라며 “이런 점은 탄소중립을 위한 신기술 등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데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화’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바스프는 대형 화학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4만5000여 개의 전 제품에 대한 ‘탄소 발자국’을 1시간 내로 계산해 고객사에 제공한다. 키사우 사장은 “몇년 전부터 탄소발자국이 낮은 제품을 원하는 고객이 많아져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라며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덕분에 탄소배출량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고객에게 알려주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바스프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6% 줄여 놓은 상태다. 2030년까지는 2018년 대비 25%, 2050년에는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인터뷰 말미에 개인적인 삶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는데 넷제로 조직의 수장다운 답변이 나왔다. 그는 9개월 된 늦둥이 아들과 19세 딸을 두고 있다.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세대라 경제 발전도 이루고 일자리 기회도 많은 환경에서 지냈습니다. 앞으로의 제 책임은 환경을 적극 보존하고 기후 변화에 대항해 우리 아이 세대도 좋은 환경과 기회를 누리게 해주는 것이죠.”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화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공정위는 한화의 방위산업 수직 계열화로 인한 경쟁사 불이익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었다. 반면 한화는 방위사업청의 감시 체제 아래서 이뤄지는 만큼 독점 공급이나 가격 차별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백브리핑을 갖고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 결합에 대해 “함정 시장에서 한화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에 대해 집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기 시스템 등 함정 부품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진 한화가 대우조선과 결합할 경우 함정 시장에서 대우조선에 특혜를 주고 경쟁사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함정 부품 기술 정보가 차별적으로 제공되거나 경쟁사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함정 입찰에서 경쟁사가 불리할 우려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에서도 복수의 사업자들이 우려를 제기했다”며 “한화 측에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시정 방안 제출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즉각 정면 반박에 나섰다. 한화는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가 없다”며 “이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시정방안 제출 요청’을 놓고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방산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두 기업의 결합이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수직적 결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방사청이 원가 검증 등을 통해 단수업체의 남용행위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방사청의 주관하에 함정 입찰이 시행되는 등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점을 근거로 든다. 계약과 대금정산 단계도 방사청의 여러 검증을 거쳐야 해 특정 조선소에 불리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화는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수주 불이익과 국제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가적 경제 악화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방위산업과 관련된 대우조선의 사업적 특수성상 국가 방위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화와 대우조선 합병에 대해 해외 7개 경쟁 당국은 모두 승인 결정을 냈다. 튀르키예,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EU의 경우 당초 이달 18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2주 이상 앞당겨졌다. 영국도 심의서 제출 이후 결격사유를 통보하지 않으며 사실상 승인을 내렸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유상증자 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방안 요청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 검토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서 매각이 빠르게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SK하이닉스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개발과 강한 기업문화를 통해 다가올 미래 시장을 향한 도전을 이어 나가고 있다. 기존 메모리 양대 시장인 모바일과 서버 분야 위상을 공고히 하고 인공지능(AI), 오토모티브 등 시장 흐름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추가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월 현존 최고속 모바일용 D램 ‘LPDDR5T’를 개발해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다. LPDDR5T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모바일 D램 LPDDR5X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동작속도를 LPDDR5X 대비 13% 빨라진 9.6Gbps(초당 9.6기가비트)까지 높였다. SK하이닉스는 제품이 최고속도를 구현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규격명인 LPDDR5 뒤에 ‘터보(Turbo)’를 붙였다. 올 하반기부터 이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앞으로 5세대(5G)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 속도, 용량, 저전력 등 모든 스펙이 고도화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SK하이닉스는 LPDDR5T의 활용 범위가 스마트폰뿐 아니라 AI, 머신러닝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1월 SK 하이닉스는 자사가 개발한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을 인텔이 최근 출시한 신형 중앙처리장치(CPU)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았다. 1a DDR5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이 적용된 메모리다. 10나노급 4세대 D램이 인텔의 인증을 받은 건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사가 업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한 DDR5로 인텔로부터 최신 프로세서 호환 인증을 받은 건 기념비적인 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 수요에 맞춰 DDR5를 적극 공급하며 반도체 다운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개념을 도입한 세계 최고속 서버용 D램 제품인 ‘DDR5 MCR DIMM’ 샘플 개발에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MCR DIMM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고객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GS칼텍스는 경영환경의 거센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의 혁신을 뛰어넘는 ‘근원적인 혁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본격적인 저탄소 신사업 발굴을 통해 자원효율화를 달성하고 탄소저감 순환경제 구현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노력이다.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생산된 열분해유를 정유·석유화학 공정의 원료 등으로 투입해 친환경 플라스틱 등으로 재생산하는 자원 순환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이를 통해 자원 재활용 효과와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1년 12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실증사업의 첫 단계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약 50t을 여수공장 고도화 시설에 투입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현재 연간 5만 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이를 100만 t 규모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물리적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복합수지 사업에도 나선다. GS칼텍스는 물리적 재활용(MR) 방식으로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혼합해 성능과 품질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친환경 복합수지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한 단계 나아간 방식이다. 2010년부터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친환경 복합수지 생산량은 전체 복합수지 생산량의 10%를 넘어섰다. 수소 사업 진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수소 산업 밸류체인 전 과정에 참여하는 인프라 구축이 목표다. 한국가스공사와 협력해 2026년부터 액화수소 1만 t을 생산해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해 가기 위해 평택에서 액화수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연료전지발전소를 한국동서발전과 전남 여수에 구축하기 위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이 연료전지발전소는 탄소 배출이 적은 부생수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도시가스를 활용하는 기존 연료전지보다 더 깨끗한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연료전지발전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GS칼텍스는 한국남동발전과 청정수소 생산, 공급, 활용 및 기타 탄소중립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청정수소 밸류체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대표적인 협력 사례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LG화학은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이자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고 기술과 제품 연구개발을 통해 관련 사업 영역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플라스틱 등 자원 선순환을 위한 제품 개발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친환경 PCR(Post-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 개발을 통해 폐플라스틱 자원의 선순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9년 7월 고부가합성수지(ABS)를 재활용해 만든 PCR 화이트 ABS를 세계 최초 개발해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업계가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플라스틱 재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낸 성과다. 플라스틱 원료의 한 종류인 ABS는 가공성이 우수하고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어 자동차 내장재를 비롯해 TV나 공기청정기, 냉장고, 건조기와 같은 가전제품 외장재에 사용된다. LG화학은 연간 약 200만 t에 달하는 ABS를 생산한다. 이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세계 최초로 바이오함량 100%의 생분해성 신소재도 개발했다.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구현이 가능한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LG화학이 독자기술 및 제조공법을 통해 자체 개발한 신소재는 기존 생분해성 소재의 유연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소재다. 또한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 및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바이오 함량 100%의 생분해성 소재로도 꼽힌다. 단일 소재로는 PP(폴리프로필렌) 등의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과 투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소재이기도 하다. LG화학이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는 단일 소재로 고객이 원하는 품질과 용도별 물성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핵심 요소인 유연성은 기존 생분해성 제품 대비 최대 20배 이상 개선됐다. 가공 후에도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어 생분해성 소재가 주로 쓰이는 친환경 포장재 업계에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이 신소재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생분해성 핵심 물질에 대한 고유의 원천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현재 선제적 출원을 통해 생분해성 중합체, 조성물, 제조방법 등에 대한 총 25건의 특허를 국내외에 보유하고 있다. 탄소중립 혁신 기술 공동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탄소중립 및 수소 에너지 등 관련 기술의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탄소중립 실현에 필수적인 혁신 기술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고기능성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 분야와 그린 수소 생산 및 원료, 열·전기에너지 활용 등의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이산화탄소를 전환해 생산할 수 있는 고기능성 생분해 플라스틱은 환경친화적이고 생분해되는 특성까지 갖고 있다. 덕분에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폐플라스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4월에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에틸렌의 전기화학적 생산 기술’과 ‘바이오매스 및 부생가스를 활용한 유기산의 생물학적 생산 기술’ 이전을 위한 공동연구실을 출범하기도 했다. 같은 해 5월에는 KIST와 공동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전기화학 전환 반응기를 개발하는 성과도 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29일 오전 9시 반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5번 출구를 나오자 경호원 10여 명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었다. 폭 36m, 높이 10m의 커다란 통창 안으로 애플 신제품들이 보였다.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정식 개장을 이틀 앞둔 ‘강남 애플스토어’다. 애플의 국내 다섯 번째 매장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과는 직선 거리로 불과 700m, 도보로는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애플은 최근 한국에 애플페이를 출시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삼성과의 스마트폰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강남 애플스토어의 개장을 애플이 삼성 앞마당까지 들어온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실제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이달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61%, 애플이 32%다. 3년 전인 2020년 3월엔 삼성 66%, 애플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격차는 44%포인트에서 29%포인트로 좁혀졌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점은 애플의 국내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스마트폰 사용자의 52%는 애플 아이폰, 44%는 삼성 갤럭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달 21일 애플페이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점도 한국 시장 공략의 대표적 사례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가 갤럭시 사용자들을 잡아두던 ‘록인(Lock-in) 효과’를 푸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실제 애플페이는 출시 첫날에만 100만 명 이상이 등록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맞서 삼성도 27일 삼성페이를 통해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증 등을 발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하며 활용법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와도 협업해 29일부터는 삼성페이를 쓸 수 있는 300만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도 쓸 수 있게 됐다. 매장에서 만난 패트릭 슈르프 애플 리테일부문 아시아 총괄에게 삼성 사옥 인근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지금 거리를 보면 알다시피 강남은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애플스토어는 2018년 가로수점을 시작으로 여의도점(2021년), 명동점(2022년), 잠실점(2022년)을 열었다. ‘애플 텃밭’으로 알려진 도쿄(5곳)와 같은 매장 수다. 강남 애플스토어는 31일 오후 5시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 첫날 매장 방문은 홈페이지 사전 예약을 통해 할 수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29일 오전 9시 반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5번 출구를 나오자 10여 명의 경호원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었다. 폭 36m, 높이 10m의 커다란 통창 안으로 애플 신제품들이 보였다.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한 시민은 “애플스토어가 새로 오픈했나요”라며 무표정한 얼굴의 경호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정식 개장을 이틀 앞둔 ‘강남 애플스토어’다. 애플의 국내 다섯 번째 매장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700m, 도보로는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애플은 최근 한국에 애플페이를 출시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삼성과의 스마트폰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강남 애플스토어의 개장을 애플이 삼성 앞마당까지 들어온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실제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이달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61%, 애플이 32%다. 3년 전인 2020년 3월엔 삼성 66%, 애플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사이 격차는 44%포인트에서 29%포인트로 좁혀졌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점은 애플의 국내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스마트폰 사용자의 52%는 애플 아이폰, 44%는 삼성 갤럭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향후 구입하고 싶은 브랜드도 아이폰(53%)이 갤럭시(42%)를 앞섰다. 이달 21일 애플페이가 국내에 첫 출시된 점도 한국 시장 공략의 대표적 사례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가 갤럭시 사용자들을 잡아두던 ‘락인(Lock-in)효과’를 푸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실제 애플페이는 출시 첫날에만 100만 명 이상 등록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맞서 삼성도 27일 삼성페이를 통해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증 등을 발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하며 활용법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와도 협업해 29일부터는 삼성페이를 쓸 수 있는 300만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도 쓸 수 있게 됐다. 매장에서 만난 페트릭 슈르프 애플 리테일 부문 아시아 총괄에게 삼성 사옥 인근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지금 거리를 보면 알다시피 강남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애플스토어는 2018년 가로수점을 시작으로 여의도점(2021년), 명동점(2022년), 잠실점(2022)을 열었다. ‘애플 텃밭’으로 알려진 도쿄(5곳)와도 같은 매장 수다. 애플은 연내 홍대점 애플스토어도 문을 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슈르프 총괄은 “앞으로의 일은 말할 수 없지만 한국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은 젊은 세대가 많은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갤럭시를 체험할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 애플스토어에는 총 150여 명의 직원이 교대 근무를 하며 고객들의 매장 이용을 돕는다. 이날 매장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미국인 매장 직원은 “싱가포르에서 일하다 한국이 좋아 강남으로 옮겨 일하게 됐다”라며 “한국 대학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있는 만큼 다양한 나라의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고 했다. 강남 애플스토어는 31일 오후 5시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 첫날 매장 방문은 29일 오전 8시부터 홈페이지 사전 예약을 통해 할 수 있다.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GS그룹이 계열사가 입주한 주요 사옥 외벽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대형 홍보물을 부착했다. 28일 GS그룹에 따르면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GS타워 고층부 외벽에 ‘2030 WORLD EXPO, BUSAN KOREA’ 문구가 적힌 대형 홍보물을 걸었다. 고도 112m 높이에 위치해 먼 곳에서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입주 사옥인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의 남측과 동측 외벽 2개 면에도 부산엑스포 홍보물을 선보였다. GS그룹은 계열사 업무용 차량에도 유치 기원 스티커를 붙이는 등 유치 홍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GS그룹은 지난해 7월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국가적 과제인 엑스포 부산 유치에 힘을 보태자는 지시를 한 뒤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GS그룹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계열사별로 조직적인 활동을 벌여 왔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최근 한일 관계가 개선의 물꼬를 튼 가운데 차세대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에게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협력이 유망한 신산업 분야로 △차세대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모빌리티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한국이 현재 반도체 위기를 벗어나려면 한일 협력 등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를 경쟁국보다 앞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기술적 측면에서 물리적 한계에 달했고 미국 중심의 자국 주도 공급망 재편 정책으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과 일본의 소재·부품 분야 등 각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활용해 원천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이 꼽혔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일본 내 연구개발(R&D) 시설 투자, 한국 반도체 클러스터 내 일본 첨단 기업 유치 등도 제시됐다. 과거 삼성전자 등이 일본 소니, 도시바 등과 공동 기술을 개발한 전례를 고려한 방안이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에서도 한일 기술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배터리 산업은 소재·부품의 수입 비중이 생산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빌리티 산업에서는 자율주행 기술과 고정밀 지도 작성 기술, 양자 컴퓨터 기술 등을 양국의 새 먹거리로 꼽았다. 정책 과제로는 △양국 정부 간 공식 대화 채널 복원 △한일 공동연구 성과 공유 및 활용 △공동 컨트롤타워 운영 등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무엇보다 정치적 리스크가 양국 경제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신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LS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 생산 공장을 짓는다. 27일 LS그룹은 충남 아산시 토리컴 사업장에 연산 5000t 규모의 황산니켈 생산 공장을 준공한다고 밝혔다. LS MnM이 동제련 공정에서 생산한 조황산니켈을 공급하면 토리컴은 불순물 정제와 결정화를 거쳐 이차전지용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LS MnM은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현재 연 5000t에서 2030년에는 연 27만 t 규모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토리컴은 비철금속소재 기업인 LS MnM 출자사로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광산 기업이다. 금, 은, 백금, 팔라듐 등 유가금속을 재활용해 지난해 약 32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앞서 LS그룹은 올해 초 ‘비전 2030’을 통해 자산을 50조 원 규모로 키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8년간 20조 원 이상을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신성장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이번 황산니켈 공장 준공이 LS그룹의 미래에 작지만 의미 있는 여정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LS MnM과 토리컴의 성장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LG전자가 제너럴모터스(GM)가 주최한 ‘제31회 올해의 공급사’ 시상식에서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분야 최우수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26일 밝혔다. LG전자는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팬데믹을 겪으며 반도체 부족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품을 적기에 공급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GM은 매년 기술 혁신성, 품질 우수성 등에 기반해 GM의 사업 성과에 크게 기여한 회사를 올해의 공급사로 선정한다. LG전자는 2006년부터 GM에 텔레매틱스 모듈을 공급하기 시작하며 협력 관계를 만들어 왔다. 포스코퓨처엠은 오버드라이브상을 수상했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 함께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했다. 양극재·음극재 공급 계약을 맺는 등 GM의 배터리 핵심 소재 공급망 강화에 협력해 왔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환율 상승 등으로 주춤했던 배터리 업계 투자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로 글로벌 배터리 수요가 주춤할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7∼12월)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올해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투자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4일 미 애리조나주에 7조2000억 원을 투자해 단일 기준 북미 최대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1조7000억 원을 들여 애리조나 공장을 지으려 했는데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환율 상승 등 경영 상황이 악화돼 지난해 6월부터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탄탄한 수요를 재확인하면서 초기 계획의 4배가 넘는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1195만 대로 지난해 956만 대 대비 239만 대(25.0%)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첫 발표 당시 11GWh(기가와트시) 규모 공장에 1조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던 계획을 오히려 27GWh, 4조200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애리조나 공장의 생산 물량까지 벌써 공급처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더해 16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에도 3조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테슬라를 비롯해 루시드, 니콜라, 리비안 등 미국의 주요 전기차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투자비 상승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감안해도 공장 규모를 더 확대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8일(현지 시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시간주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업계는 해당 공장이 30∼50GWh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액은 3조∼5조 원으로 추정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15일 정기 주주총회 후 “GM과 중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환율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배터리 기업의 과감한 투자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가파르게 오른 원-달러 환율은 10월, 11월 한때 1440원대까지 치솟아 투자비를 재산정해야 했다. 현재는 130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부담 되는 환율이지만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의견들이 많다. 미 IRA 시행으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ESS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IRA는 청정전력 생산·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인센티브를 제공해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미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향후 미 태양광 설치량은 10년간 연 1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7조2000억 원 중 3조 원을 ESS 배터리 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투자도 힘을 받았다. SK온은 23일 국내 최대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 중국 GEM(거린메이)과 함께 전북 새만금에 1조2100억 원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5∼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연산 5만 t 규모로 전기차 30만여 대의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애경케미칼은 ‘해피 소사이어티(Happy Society); 행복한 사회를 만듭니다’라는 사회 공헌 방향을 설정하고 따뜻한 나눔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사회 공헌이 기업 가치 향상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매년 다양한 나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 중이다. 특히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의 홀로서기를 지원하며 ‘사랑과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애경케미칼은 지역사회와 함께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공헌 활동을 펼친다. 2003년부터 최근 20년간 매년 지역사회 아동과 노인 계층에 사랑의 쌀 나눔 활동을 해왔다. 최근 5년 동안 병원 발전 기금도 전달했다. 이 밖에도 취약 계층 물품 지원, 돌봄 인력 위생 키트 지원, 복지시설 환경 개선 활동 등 지역사회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다양한 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사업장이 위치한 청양 지역의 멸종 위기종 살리기 사업에도 참여하며 지역 환경 개선과 생태계 보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애경케미칼은 장애인 체육 활성화를 위해 2018년부터 ‘장애인 스포츠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보치아, 탁구, 양궁 등 3개 스포츠 종목에서 7명의 선수가 훈련 중이다. 애경케미칼은 장애인 선수들을 직접 고용해 선수단을 운영하며 선수들이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 나가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앞으로도 소속 선수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는 계획이다. 애경케미칼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더(THE)! 애경케미칼’을 통한 ESG 경영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Together with Environment(환경과 함께) △Happy Society(행복한 사회) △Equitable Governance(공정한 지배구조) 등 3대 전략 방향을 담은 경영 방침으로 관련 9개 전략 과제가 대표적이다. 저탄소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 ‘ACE(Aekyung Chemical Eco) Vision 3050’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친환경 원료와 제품의 비중을 50%로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50%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 사업 부문은 바이오매스, 재활용 원료 등의 소싱을 확대하고 바이오 에너지와 친환경 제품의 비중을 높이는 중이다. 국내외 생산 시설에는 에너지 절감 및 배출 저감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탄소 배출 감축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