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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27일 오후 중국에 도착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만 국민당이 중국공산당과의 내전에 패해 1949년 본토에서 대만으로 패퇴한 후 74년 만에 대만의 전현직 최고지도자 중 처음으로 중국 땅을 밟았다. 그는 다음 달 7일까지 중국에 머물며 난징, 우한, 창사, 충칭 등을 찾는다. 그의 방중은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중남미 과테말라, 벨리즈를 경유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의 행보와 맞물려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반중 성향의 차이 총통은 미국을, 친중 성향의 마 전 총통은 중국을 방문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도 한층 짙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항공편으로 상하이에 도착한 마 전 총통은 곧바로 난징으로 향했다. 중국공산당에서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대만판공실 및 상하이시 관계자들이 그를 맞았다. 당초 공항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공산당 서열 6위 딩쉐샹(丁薛祥) 국무원 부총리는 보이지 않았다. 마 전 총통은 이번 방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는다. 그는 재임 시절인 2015년 싱가포르에서 현직 총통 최초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가 굳이 시 주석을 만나지 않아도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 자체가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을 지지하겠다는 중국의 속내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의 방중 일정에는 국민당의 과거 연고지가 대거 포함됐다. 특히 난징은 장제스(蔣介石) 초대 총통이 국민당을 이끌 때 중국의 수도였고,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쑨원(孫文)의 묘가 있다. 우한은 신해혁명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1911년 ‘우창 봉기’가 일어난 곳이다. 차이 총통은 미국 방문 중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1941년부터 대만과 수교했던 중남미 온두라스가 26일 전격적으로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터라 차이 총통이 이번 중남미, 미국 순방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세계 각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 또한 뜨겁다. 미국 한국 네덜란드 등은 세계 110개 국이 참가하며 화상으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29, 30일 양일간 공동 주최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마르틴 뤼터 네덜란드 총리 등이 참석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부쩍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26∼29일 찾는다. 중국 또한 28일부터 31일까지 하이난성에서 중국판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등 주요국 정상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온두라스와의 수교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미국의 관여가 예전보다 줄어든 중동에서도 급속하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인 100여 명이 25일 중국에 모였다. 27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CDF는 중국 정부가 매년 세계 정·재계 고위 인사들을 초청해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행사가 올해 특히 주목받은 것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미중 갈등 때문이다. 글로벌 CEO들이 베이징에 모이기 직전인 21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 보조금 혜택을 받는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 능력 확장에 제동을 거는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 장치)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은 곧바로 “철두철미한 과학기술 봉쇄와 보호주의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실상 미중 가운데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CEO들 행보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런 민감한 시점에 이들을 대거 불러 모은 것도 심상찮아 보인다. 앞서 중국 당국은 20일 베이징에 있는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Mintz)그룹 사무소를 기습 단속해 중국인 직원 5명을 체포하고 사무소 운영을 중단시켰다. 체포된 직원들은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채 베이징 외곽 모처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츠그룹은 사기와 부패, 직장 내 위법 행위 같은 기업 내부 문제나 그 배경을 전문으로 조사하는 업체로 베이징을 포함해 전 세계에 18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민츠그룹 사무소 운영 중단 소식은 CEO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전날인 24일 로이터통신 등을 통해 알려졌다. 로이터는 중국 외교부와 베이징 공안국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중국은 공산당이 모든 권력을 틀어쥔 일당 독재국가다. 여기에 리커창(李克强) 총리같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치적 경쟁 관계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물러난 상태다. 지난해까지 형식적으로라도 남아 있던 공산당 내부 견제와 균형이 모두 사라지고 시 주석 중심 완벽한 ‘1인 권력집중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시 주석과 그를 수호하는 공산당 뜻에 따라 모든 국가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따라서 미국 기업을 급습해 베이징 사무소를 폐쇄한 이 사건이 벌어진 시점도 우연만은 아닐 수 있다. 아무리 중국이 글로벌 파워라고 해도 굴지의 글로벌 CEO 100여 명을 베이징에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 굳이 이때 미국 기업 사무소를 폐쇄해야 할 만한 다급한 이유도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는 CEO들에게 보내는 시그널일 수도 있다. 로이터는 미국 기업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주목할 만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면서 “중국의 위험에 대해 지금 당장 모든 기업 이 사회에 적색경보를 울려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베이징에 모인 CEO들에게 “최상의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겠다”며 개방과 유화의 손짓을 보내면서도 동시에 ‘경고’도 잊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의도대로만 움직인다면 언제라도 민츠그룹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은 중-러가 힘을 합쳐 미국과 서방 중심 세계 질서를 거부하고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한국 기업이 시험대에 먼저 오르고 있다.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1941년 대만과 수교한 중남미 온두라스가 26일 82년간 유지했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전격 수교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경유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을 방문한다. 그의 순방 직전 중국이 미국 뒷마당 격인 중남미 수교국을 늘리면서 대만과 미국 모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당시 대만 수교국은 22개국이었다. 하지만 온두라스를 포함해 9개국이 단교를 택해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아이티, 나우루, 팔라우, 투발루,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에스와티니, 교황청(바티칸) 등 13개국만 남았다. 대부분 중남미 남태평양 등의 저개발국이어서 대만과 추가로 연을 끊고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야당 국민당은 집권 민진당의 반중 정책을 폐기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이나머니 지원 가능성26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회담하고 외교관계 수립을 공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온두라스의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환영했다. 온두라스 외교부 또한 트위터에 “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했다. 최근 온두라스는 병원 및 댐 건설, 부채 상환 등을 위해 대만에 최소 25억 달러(약 3조2020억 원) 경제 원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거부당하자 단교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는 평이 나온다. 달리 말하면 중국이 온두라스에 25억 달러 이상 경제 지원을 약속했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2021년 세계은행 기준 온두라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33달러. 중남미 국가 중 아이티(754달러) 니카라과(1912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 전 인구의 74%가 빈곤에 시달린다. 지난해 1월 집권한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앞서 2021년 12월 대만과 단교한 이웃 니카라과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당시에도 중국이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추가 단교 가능성 배제 못 해대만과 미국은 반발했다. 차이 총통은 26일 녹화 영상을 통해 “온두라스의 단교 선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시도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대만 국민의 확고한 의지는 약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압력과 강요에도 중국과 대만이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에서 사실상 미국대사관 역할을 하며 미 국무부 지원을 받는 비영리단체 ‘미국재대만협회(AIT)’도 “중국이 수교를 대가로 여러 약속을 하지만 이행하지 않는다. 온두라스의 결정에도 미국은 대만과의 관계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저개발국을 차이나머니로 사로잡으려는 중국의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에 따르면 중국은 2005∼2020년 최소 1300억 달러(약 170조 원)를 중남미에 투자했다. 추가 단교국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마리오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대만이 1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골적으로 경제 지원을 요구했다. 중국은 파라과이에도 대만과의 단교를 수차례 촉구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중국이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헤지펀드 창업자 등 세계적 기업인 100여 명을 모아 중국발전고위급포럼(발전포럼)을 개막했다. ‘경제 회복: 기회와 협력’을 주제로 27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는 리창(李强) 신임 총리,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친강(秦剛) 외교부장 등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기 체제의 지도부 또한 대거 참석한다. 시 주석은 26일 축전에서 “세계에 새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각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당부했다. 포럼에 참석한 중국 수뇌부 또한 “산업망·공급망 단절을 강행하면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은 28∼31일 남부 하이난성에서 ‘중국판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도 개최한다. 이처럼 경제 분야에서의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그사이에 낀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美 디커플링, 세계와 척지는 것”25일 연설자로 나선 한원슈(韓文秀)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은 내내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경제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망 단절을 강행하면 세계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며 “(미국이) 전 세계와 척을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면 ‘대어’를 낚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말고 중국에 계속 투자하라는 취지다.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부주임은 “중국에는 명확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다”며 올해 ‘5% 안팎’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 달성을 자신했다.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친 부장도 가세했다. 그는 “미중 관계의 꽃샘추위가 매섭다. 미국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에 최상의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2000년 창설된 이 포럼은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를 강화한 후 처음으로 세계적 대기업의 경영자와 중국 수뇌부가 만나는 자리라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지멘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 등의 경영진, 중국 국유 기업 및 금융기관 책임자, 유명 학자 등도 참석했다.● 쿡 “中과 공생”…이재용은 날씨만 언급참석한 기업인의 반응에는 온도 차가 있었다. 쿡 CEO는 공개 연설에서 “애플과 중국은 서로 이익이 되는 공생 관계”라며 “중국의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칭찬했다. 애플의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베이징 날씨가 좋다”는 말만 남겼다. 첨예한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삼성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보아오포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각국 경제인이 참여하고 특히 리 총리가 직접 개막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또한 30, 31일 중국을 찾아 이 포럼에 참석하고 시 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걸어 잠갔던 문을 다시 열면서 이번 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중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25~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발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인한 기업들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23일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경제 회복: 기회와 협력’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발전포럼에는 중국 중앙부처 지도급 인사 30여 명과 국유 기업 및 금융기구 책임자 20여 명, 해외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발전포럼은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 처음 여는 대규모 대면 국제회의다. 특히 해외 인사 중에는 에너지·금융보험·정보통신·장비제조·제약·소비재 및 서비스 등 10여 개 산업 분야의 주요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회의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외에도 SK, 포스코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 CEO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팀 쿡 애플 CEO와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올라 셸레니우스 벤츠 회장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쿡 CEO를 제외한 다른 CEO들이 모두 발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WSJ는 “글로벌 기업 경영진의 중국 방문은 서방 기업들이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도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얻을 사업 기회를 얼마나 원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발전포럼은 중국 국무원(행정부)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고 중국발전연구기금이 주관하는 행사로, 2000년 창설 이후 중국의 대외 경제 교류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올해 ‘5%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진력하고 있는 자국의 구상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 미국의 대대적인 압박과 봉쇄 속에서 외자 유치 확대를 위한 대외 개방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에서 “각자의 영토 보전 문제에서 서로를 확고히 지지한다”며 대만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조를 약속했다.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을 총 7차례 언급하며 이번 회담의 목적이 반미(反美) 연대임을 거듭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이 포함된 포탄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서방이 핵 부품을 가진 무기를 쓰면 대응할 것”이라고 발끈했다. 미국 백악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시 주석이 러시아의 선전선동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러시아에 1200만 달러(약 157억 원)어치의 무인기(드론)와 부품을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反美 굳건… 푸틴, 서방에 핵 위협두 정상은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한 후 공동성명에서 “각자의 핵심 이익, 영토 보전 문제에서 서로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개입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제재에 반대한다”며 거듭 미국을 겨냥했다. 북한도 공개적으로 두둔했다. 두 정상은 “미국이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응해야 한다.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라”고 주장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가 선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모든 핵무기 보유국은 해외에 핵무기를 배치해서는 안 되며, 해외에 이미 배치된 핵무기도 철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 영국 호주 3개국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거론하며 “오커스의 핵잠수함 협력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4일 미국은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판매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탄약 중 일부가 열화우라늄탄”이라고 밝힌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러시아도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에서 핵분열 물질을 추출한 후 남은 물질로 만든 탄두를 사용하며 관통력이 우수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또한 “러시아와 서방의 핵 충돌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고 위협했다. 영국은 “열화우라늄은 핵무기와 관계가 없다”며 러시아의 억지라고 맞섰다.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러시아는 ‘달러 힘 빼기’를 추진하는 시 주석을 위해 중국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후 숙소로 돌아가는 시 주석을 자동차까지 직접 바래다주는 파격을 선보였다. 만찬 때는 건배를 뜻하는 중국어 “간베이”도 외쳤다. 러시아가 겉으로만 평화를 거론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은 러시아가 이날 우크라이나 북부 지시치우의 학교를 공습해 최소 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中, 러 드론 지원 가능성… 러 내부 “中만 이익” 미국은 두 정상의 회담을 냉소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1일 “시 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도 없이 푸틴 대통령에게 달려가 러시아 체제를 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이중용도 품목(군사용과 상업용으로 모두 쓰이는 물품)’이 중국 회사를 통해 러시아로 이동했다”며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거론했다. NYT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판매한 드론과 드론 부품이 최소 1200만 달러라고 전했다. 드론은 대표적인 이중용도 품목이다. 다만 서방 진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했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1일 보고서를 통해 “시 주석은 모호한 외교적 보장 이상으로 러시아를 지원할 의도를 비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미 뉴스위크는 러시아 현지에서도 “시 주석이 우리의 동맹인지, 교역 파트너인지 모르겠다”는 반발 여론이 나온다고 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 러시아 모두 세계의 다극화를 지지한다”며 미국의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반미(反美) 노선에 양국이 공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다극성이라는 근본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두 정상은 시 주석의 방러 첫날인 20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4시간 반 동안 만찬을 곁들인 일대일 비공식 회담을 갖고 “양국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2024년 대선에 또다시 도전하는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을 바란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이 앞서 제시한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중재안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며 “중국이 국제 문제에 공정하고 균형 잡힌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21일에는 외교, 국방, 경제 분야의 양국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회담을 통해 양국 간 군사, 경제 협력 등을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두 나라의 밀착을 ‘정략결혼’으로 평가 절하하며 “러시아가 중국의 하급(junior) 파트너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시진핑-푸틴, 서로 장기집권 덕담… 美 “러는 中의 하급 파트너” 비판 시진핑, 러 국빈방문지각 대장 푸틴, 미리 나와 영접“中의 우크라전 중재 노력 환영”習, 객관적 입장 강조… 온도차 20, 21일 이틀 연속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며 ‘장기 집권’에 대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반미(反美) 연대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20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일대일 비공식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먼저 “내년에 러시아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영도 아래 러시아는 장족의 진보를 이뤘고, 러시아 인민은 계속해서 당신을 지지할 것”이라며 “다시 당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2000∼2008년 대통령을 지낸 푸틴은 2012년 대권을 다시 장악한 뒤 헌법의 재선 금지조항을 폐지하고 임기를 6년으로 연장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시 주석에게 “중국 국가주석에 선출(3연임)된 것을 축하한다”며 “중국 인민들이 지난 10년간 시 주석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기에 가능했다”고 덕담을 건넸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성대한 만찬으로 시 주석을 각별히 대접했다. 러시아 북부 페초라강에서 잡은 흰연어 요리와 메추라기, 버섯을 넣은 블리니(러시아식 전병), 석류 셔벗을 곁들인 철갑상어 수프가 먼저 식탁에 올랐다. 메인 요리는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방의 파블로바 와인과 함께 체리 소스와 해산물이 곁들여진 사슴고기였고, 러시아 출신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이름을 딴 파블로바 케이크가 디저트로 나왔다. 이 회담은 만찬까지 포함해 무려 4시간 30분간 이어졌다. 두 정상은 작은 사각형 탁자만 사이에 둔 채 사실상 붙어 앉았다. 특히 주요 외교 행사에서 늘 ‘지각 대장’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 미리 나와 시 주석을 영접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올해 답방 성격의 중국 방문도 요청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2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일 회담에서 “갈등이 첨예화할수록 대화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평화 회담에 개방적이며 중국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제한 없는 협력’을 반복해서 언급한 반면 시 주석은 ‘객관적 중재자’를 강조해 두 정상 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두 정상의 밀착을 두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핵심 요소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휴전을 위해선 중국의 중재가 아니라 러시아의 철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2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러시아 국빈 방문에 차이치(蔡奇·사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서열 5위) 겸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공석이던 중앙판공청 주임에 차이 상무위원이 임명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추기구인 중앙판공청은 문서와 회의, 기밀, 정보, 연구 관련 업무는 물론 최고지도자 경호, 건강 등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최고지도자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당연히 최고지도자 최측근이 임명되지만 이전까지 공산당 서열 7위 이내 상무위원이 맡은 적이 없었다. 상무위원은 각자 권력을 가지고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에서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 주석 ‘1인 권력 집중’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공산당 권력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상무위원이 비서실장을 맡게 됐다는 것 자체가 ‘시진핑 천하’가 완성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차이 상무위원은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 등 7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했다. 그는 리창(李强) 총리, 딩쉐샹(丁薛祥) 부총리 등과 함께 시 주석 측근들을 일컫는 ‘시자쥔(習家軍)’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시 주석 정치 기반으로 꼽히는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고 저장성 부성장, 중앙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을 거쳐 2016년 10월 베이징 대리 시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2017년 1월 정식 시장에 올랐으며 그해 5월 베이징 당 서기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20일(현지 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러시아 국빈 방문에 차이치(蔡奇)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서열 5위) 겸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공석이던 중앙판공청 주임에 차이 상무위원이 임명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추기구인 중앙판공청은 문서와 회의, 기밀, 정보, 연구 관련 업무는 물론 최고지도자 경호, 건강 등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최고지도자 비서실장’으로 불린다.당연히 최고지도자 최측근이 임명되지만 이전까지 공산당 서열 7위 이내 상무위원이 맡은 적이 없었다. 상무위원은 각자 권력을 가지고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에서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 ‘1인 권력 집중’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공산당 권력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상무위원이 비서실장을 맡게 됐다는 것 자체가 ‘시진핑 천하’가 완성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차이 상무위원은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 등 7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했다. 그는 리창(李强) 총리, 딩쉐샹(丁薛祥) 부총리 등과 함께 시 주석 측근들을 일컫는 ‘시자쥔(習家軍)’ 대표 주자로 꼽힌다. 시 주석 정치 기반으로 꼽히는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고 저장성 부성장, 중앙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을 거쳐 2016년 10월 베이징 대리 시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2017년 1월 정식 시장에 올랐으며 그해 5월 베이징 당 서기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초청으로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각각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놓고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對美) 공동전선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두 정상은 시 주석의 국빈 방문 첫날인 이날 나란히 상대국 매체에 기고문을 싣고 긴밀한 중-러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 매체를 통해 ‘환난견진정(患難見眞情·참된 우정은 어려움 속에서 드러난다)’을 인용하며 “중-러는 최대 이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스크바 공항에서는 “요동치고 변화하는 세계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중-러 관계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한 경고 수위는 높았다. 시 주석은 “패권의 횡포가 심각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한 나라가 결정하는 국제 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그들의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를 갈수록 더 억압하고 있다”며 미국을 직접 언급해 비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많은 파트너들이 구축한 세계 질서를 흔드는 것이 중-러의 전략”이라고 받아쳤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3기’ 공식 출범을 알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 직후 첫 대외 일정으로 20일 러시아를 찾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두 정상은 이날 기자회견과 비공식 만찬에 이어 21일 회담을 하는 등 최소 두 차례 이상 만난다. 앞서 상대방 관영지에 기고문을 교차 게재하는 ‘기고문 외교’로 밀착을 과시했다. 미국 등 서방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의 회동이 전쟁 장기화와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행위라며 평가 절하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피스메이커’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習-푸틴, 한목소리로 美 비난 시 주석은 2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해 “중-러 양국은 산과 물이 서로 연결된 우호적인 이웃 국가”라면서 “양국 공동 관심사인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새로운 시기의 중-러 전략적 협력과 실무적 협력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새로운 시기’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의 대결 구도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방러에 앞서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러시아 매체 기고문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국제행사 등에서 총 40번을 만났다”며 “오늘날 최고조에 이른 중-러 관계를 소중히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시 주석은 오랜 친구이며 중국 또한 러시아의 진정한 친구”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한목소리로 미국을 비난하며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뒤흔들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집단은 상실 중인 지배적 지위에 절망적으로 집착하고 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해 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시아태평양으로 침투하고 있다고도 했다. 시 주석 또한 미국을 겨냥해 “세계가 다극화하고 있는데도 특정 국가가 ‘패권적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홈페이지에 ‘2022년 미국 민주주의 현황’ 보고서도 게재했다. 이를 통해 양극화, 정치 분열, 총기 사고 등으로 미국식 민주주의가 왜곡, 무력, 분열의 악순환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中, 러 지원 가능성 우려하는 서방 시 주석은 최근 중동의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국제사회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9일 “시 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해 우크라이나의 관점도 들어보라”고 비판했다. ‘중재자’임을 내세우지만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는 얘기다. 미 언론도 시 주석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푸틴 대통령과의 밀착을 감추려고 방러 목적을 ‘휴전 중재’로 내걸었다고 비판했다. 서방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에 합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9일 일본 교도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중국산 탄약이 쓰였음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대니얼 드렌즈너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정치매체 폴리티코 기고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핵개발 위협 등으로 대미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까지 3개국이 미국을 겨냥한 삼각 편대를 형성하며 밀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모습이 만화책 DC코믹스에 나오는 악당 무리 ‘리전 오브 둠’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 시 주석은 러시아 매체 기고문에 쓴 ‘환난견진정’(患難見眞情·참된 우정은 어려움 속에서 드러난다) 표현을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에게도 사용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친중(親中) 성향인 야당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전·현직 대만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집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 총통은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해 하원의장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가 양국의 대리전 양상을 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잉주, 양안 긴장 고조 속 방중 1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마잉주 전 총통은 27일부터 9일간 중국을 방문한다. 마 전 총통 측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방중 기간 학생들을 만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일전쟁, 신해혁명 등 중국 역사와 관련된 장소를 찾을 예정이다. 1949년 장제스 대만 초대 총통이 국공내전에서 중국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패퇴한 이래 대만 전·현직 총통이 중국을 찾은 적은 없었다. 마 전 총통 방중 발표는 내년 총통 선거에 중국공산당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미묘한 시점에서 이뤄졌다. 전날 타이베이타임스는 구리슝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이 한 세미나에서 중국공산당이 최근 몇 년간 대만을 겨냥한 심리전을 늘렸으며 내년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중국이 대만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도록 군사적·정치적 압력을 가해 양안(兩岸)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마 전 총통 방중이)성사됐다”고 전했다. 국민당은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에 비해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선호한다. 마 전 총통이 재임한 2008년~2016년은 양안 화해 무드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는 2015년 싱가포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도 할 정도였다. 민진당과 총통부는 마 전 총동 방중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총통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그가 중국에 가려면 반드시 총통부에 신고해야 한다. 아직 관련 신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진당은 “마잉주가 2300만 대만 인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차이잉원, 미 하원의장 만날 듯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 방문을 위해 이달 말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시보을 비롯한 대만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중미 우방국 과테말라 벨리즈 등 2개국 순방 과정에서 미국 뉴욕을 경유하고 귀국길에는 캘리포니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을 의식해 직접 미국으로 가지 못하고 중남미 국가를 경유하는 슬픈 ‘경유 외교’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다만 대만 언론은 미 ‘로널드 레이건 재단’ 초청을 받아 차이 총통이 연설하게 되는 캘리포니아 남부 레이건 도서관에서 미 권력 서열 3위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만약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이 회동한다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처럼 중국이 강하게 반발해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뤄즈정 민진당 입법위원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는 원래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중국은 대만이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 누구를 만나는 것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내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과 국민당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진당은 3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차이 총통 대신 라이칭더 부총통 겸 당 주석을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민진당은 다음달 12일 총통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국민당에서는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주리룬 주석과 경찰 출신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베이 시장으로 선출된 장제스 초대 총통 증손자 장완안 시장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초청으로 20일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각각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놓고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對美) 공동전선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두 정상은 시 주석의 국빈 방문 첫 날인 이날 나란히 상대국 매체에 기고문을 싣고 긴밀한 중러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 매체를 통해 ‘환난견진정’(患難見眞情·참된 우정은 어려움 속에서 드러난다)을 인용하며 “중러는 최대 이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중국은 러시아의 진정한 친구이며 러시아에서 진정한 친구는 친형제와 같다”라며 “중러 관계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한 경고 수위는 높았다. 시 주석은 “패권의 횡포가 심각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한 나라가 결정하는 국제 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그들의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를 갈수록 더 억압하고 있다”며 미국을 직접 언급해 비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많은 파트너들이 구축한 세계 질서를 흔드는 것이 중러의 전략”이라고 받아쳤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20∼2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아닌 미국의 손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제적으로 ‘중국 역할론’이 확산되자 한발 빼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시 주석에 대해 “‘전쟁 중재자’가 아닌 ‘푸틴 지지자’”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18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중-러 간 정상적인 교류”라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원인 제공자도 아니고 당사자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손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 주석이 러시아 방문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중재 시도가 주목받았다. 그런데 중국 관영매체가 오히려 미국에 공을 던진 것이다.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이후에도 별다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 역할론’이 부상하는 것을 견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간) “시 주석의 움직임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신호”라면서 “시 주석이 다른 나라들을 중국의 영향력 내로 끌어들임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점점 더 확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러 회담에서 중국이 내놓을 휴전 요구를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휴전하자는 것은 사실상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승인”이라고 지적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공산당이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만 정부는 대만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여론 조작에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전면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나섰다. 19일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구리슝(顧立雄)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은 한 세미나에서 “중국공산당이 대만을 겨냥한 ‘인지전’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내년 대만 총통·입법원(의회) 선거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전’은 가짜 뉴스 등으로 정부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민간과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등 민심을 교란해 적을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대만은 내년 1월 총통 선거와 입법원 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민주진보당(민진당) 출신인 현재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이미 재선에 성공해서 다음 총통 선거 출마는 불가능하다. 중국은 차이 총통처럼 독립 성향이 강한 인물보다는 친중 성향의 인물이 총통에 당선되길 바라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통일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립까지 일거에 해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만 정부는 총통 선거를 앞두고 틱톡이 대만 내 여론 조작에 동원될 수 있다고 보고 민간 분야에서도 사용을 금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 등록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에 대한 가짜 뉴스가 틱톡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만 언론 롄허보는 이날 대만 국가안보부처가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가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틱톡 사용 금지를 민간 부문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만 디지털발전부는 지난해 12월 국가 정보통신 안보에 위해를 가한다는 이유로 공공 부문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시켰다. 롄허보는 “대만 디지털발전부와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 국가안보 부처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모여 해당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 창업주가 미국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개발(R&D) 분야에만 약 31조 원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18일 중국 매체 펑파이,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79·사진) 회장은 지난달 24일 한 좌담회에서 미 정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받는 화웨이 상황과 관련해 “여전히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1년 동안 R&D 분야에 238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을 억압해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며 “미국 과학기술은 중국이 (앞으로) 수십 년간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우리는 과거 20년간 거액을 들여 기초이론을 준비했고 과학자와 전문가를 양성해 왔다”면서 “그들(과학자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과학의 히말라야산’을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런 회장은 미중 갈등이 심화하던 2021년 6월에도 “미국이 중국을 억누르는 것이 미국을 교사로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면서 “미국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중국의)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9년 5월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리고 이들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지난 12년 새 최소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달러 힘빼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월 말 기준 8594억 달러(약 1117조 원)로, 전년 동기 1조338억 달러(약 1343조 원) 대비 16.9% 감소했다. 중국은 한때 미 국채 세계 최대 보유국이었으나, 꾸준히 보유 규모를 줄여온 결과 2019년 6월 이후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308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지난해부터 미 자산 안전성이 약화하고 실적이 하락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외국의 미 국채 보유량도 1월 말 기준 전년 동기(7조6600억 달러) 대비 약 3.4% 줄어든 7조4000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차이나데일리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여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베이징의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기로 하는 등 ‘페트로 달러’를 ‘페트로 위안화’로 바꾸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미중 충돌 시 중국의 해외자산 안전성이 크게 위협을 받으면서 외환보유액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 창업주가 미국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개발(R&D) 분야에만 약 31조 원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18일 중국 매체 펑파이,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79) 회장은 지난달 24일 한 좌담회에서 미 정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받는 화웨이 상황과 관련해 “여전히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1년 동안 R&D 분야에 238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을 억압해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며 “미국 과학기술은 중국이 (앞으로) 수십 년간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우리는 과거 20년간 거액을 들여 기초이론을 준비했고 과학자와 전문가를 양성해 왔다”면서 “그들(과학자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과학의 히말라야산’을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런 회장은 미중 갈등이 심화하던 2021년 6월에도 “미국이 중국을 억누르는 것이 미국을 교사로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면서 “미국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중국의)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9년 5월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리고 이들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 정부 허락을 받도록 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공산당이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만 정부는 대만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여론 조작에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전면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나섰다. 19일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구리슝(顧立雄)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은 한 세미나에서 “중국공산당이 대만을 겨냥한 ‘인지전’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내년 대만 총통·입법원(의회) 선거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전’은 가짜뉴스 등으로 정부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민간과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등 민심을 교란해 적을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대만은 내년 1월 총통 선거와 입법원 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민주진보당(민진당) 출신인 현재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이미 재선에 성공해서 다음 총통 선거 출마는 불가능하다. 중국은 차이 총통처럼 독립 성향이 강한 인물보다는 친중 성향의 인물이 총통에 당선되길 바라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통일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립까지 일거에 해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만 정부는 총통 선거를 앞두고 틱톡이 대만 내 여론 조작에 동원될 수 있다고 보고 민간 분야에서도 사용을 금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 등록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에 대한 가짜뉴스가 틱톡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만 언론 롄허보는 이날 대만 국가안보부처가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틱톡 사용 금지를 민간 부문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만 디지털발전부는 지난해 12월 국가 정보통신 안보에 위해를 가한다는 이유로 공공 부문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시켰다. 롄허보는 “대만 디지털발전부와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 국가안보 부처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모여 해당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20~2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아닌 미국의 손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제적으로 ‘중국 역할론’이 확산하자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시 주석에 대해 “‘전쟁 중재자’가 아닌 ‘푸틴 지지자’”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18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중러 간 정상적인 교류”라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원인 제공자도 아니고 당사자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손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 주석이 러시아 방문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중재 시도가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중국 관영매체가 오히려 공을 미국에 던진 것이다.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이후에도 별다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 역할론’이 부상하는 것을 견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간) “시 주석의 움직임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신호”라면서 “시 주석이 다른 나라들을 중국의 영향력 내로 끌어들임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점점 더 확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러 회담에서 중국이 내놓을 휴전 요구를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휴전하자는 것은 사실상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승인”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