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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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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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4-13~2026-05-13
문화 일반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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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13%
선거9%
정치일반9%
사회일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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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4%
검찰-법원판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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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틀쥬스役 두 배우 “코미디 뮤지컬 정점… 하루 12시간 연습”

    “화려한 볼거리 안에는 삶과 가족, 슬픔에 대해 다루고 나의 진짜 모습을 봐 주길 바라는, 누구나 가진 욕망이 들어있습니다.” 24일 열린 뮤지컬 ‘비틀쥬스’의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맷 디카를로 감독은 이렇게 작품을 설명했다. 비틀쥬스는 98억 년 동안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에 홀로 존재한 비틀쥬스가 자신처럼 삶과 죽음 사이에 낀 유령친구를 만들려던 중 유령을 볼 수 있는 10대 소녀 리디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88년 제작된 팀 버턴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비틀쥬스는 2019년 4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한국에서는 CJ ENM과 세종문화회관 공동 주최로 6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처음 막을 올린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비틀쥬스 역의 유준상과 정성화, 리디아 역의 홍나현과 장민제를 비롯해 디카를로 감독, 크리스 쿠쿨 음악감독, 코너 갤러거 안무감독이 참석했다. 디카를로 감독은 비틀쥬스에서 우선 눈여겨볼 점으로 화려한 무대를 꼽았다. 그는 “무대는 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사건이 집 안에서 이뤄지는데 집은 또 하나의 캐릭터가 돼 인물이 변화하듯 물리적 변신을 거치며 자기만의 생명력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대, 조명, 영상 디자인이 매순간 교차하며 특수효과와 화약효과도 무대를 가득 채운다. 캐릭터들은 공중부양을 하고 손에 불이 붙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령들과 저택에 살면서 이곳으로 이사 오는 인간들을 내쫓는 유령 비틀쥬스의 다채로운 모습도 관전 포인트다. 비틀쥬스는 산 사람을 겁주는 데 능한, 짓궂고 악랄한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저택으로 이사 온 리디아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와 결혼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탐욕스러움도 지녔다. 정성화는 “다양한 코미디 뮤지컬에 출연했는데 비틀쥬스 역은 제가 한 코미디 뮤지컬의 정점을 찍는 캐릭터다. 비틀쥬스는 무례하고 유머러스하다. 때론 전략가 같기도 하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했다. 그는 “현대 기술이 집약된 모험적인 뮤지컬을 하게 돼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유준상은 “삶과 죽음, 나의 존재, 외로움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나이가 됐다. 대본을 보며 ‘이런 고민을 어떻게 이렇게 재밌고 독특하게 표현해냈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넘게 연습하고 있다는 그는 “연습을 시작한 지 3주 정도 지나자 너무 힘들어 ‘왜 이 작품을 한다고 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3주가 더 지나니 잘했다는 확신이 생겼다. 엄청나게 새로운 공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틴 음악,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영어식 코미디를 한국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입을 모았다. 쿠쿨 음악감독은 “작사, 작곡을 맡은 에디 퍼펙트의 가사는 위트가 넘치지만 복잡한 코미디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가사를 한국어로 옮겼을 때 한국 관객들이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성화는 “제작진과 매일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한국 관객들이 불편하거나 재미없게 느끼지 않도록 대사와 가사를 계속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6월 18일∼8월 7일, 5만∼15만 원, 8세 이상 관람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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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루카’처럼 소심한 아이였다, 특별한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은 평범함을 탐구한다. 누군가의 부모, 자녀, 친구로 존재할 법한 일상적인 캐릭터의 평범함 뒤에 숨은 고민과 시련, 성장을 그린다. 평범함 속 비범함을 포착하기 위해 디즈니·픽사스튜디오는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주목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소울’은 피트 닥터 감독이 자신과 성격이 전혀 다른 자녀를 보고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고민하다 만들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역시 브랜다 채프먼 감독이 딸과 겪은 갈등과 화해를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깊은 공감을 살 수 있다’는 자사 스토리텔링의 원칙을 작품을 통해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6월 개봉을 앞둔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51·사진)의 ‘루카’도 평범함 속 특별함에 주목한, 디즈니·픽사다운 애니메이션이다. 카사로사 감독은 소심한 ‘아웃사이더’였던 유년 시절, 자신과는 정반대로 쾌활했던 친구 알베르토와 어울리면서 틀을 깨 나갔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2011년 단편 애니메이션 ‘라 루나’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던 카사로사 감독이 4년에 걸쳐 준비한 첫 장편 데뷔작이다. 루카와 알베르토는 물속에 살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바다괴물. 세상 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는 겁 많은 루카는 용감하고 도전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알베르토를 만나면서 수면 위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배경도 실제 카사로사 감독이 나고 자란 이탈리아의 해안 지역 리비에라다. 21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간담회를 가진 카사로사 감독은 친구와의 추억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열두 살에 베스트 프렌드 알베르토를 만났다. 나는 수줍고 내향적인 아이였는데 알베르토는 열정적이고 호기심이 많아서 온실 속 화초처럼 안주하는 내 삶을 깨고 나올 수 있게 도와줬다. 자아를 찾는 데 있어 우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알베르토와 마음껏 했다. 제노바 시내를 헤집고 다니며 재밌게 놀고 때론 위험한 일을 감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 제작에 영감을 준 감독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을 만든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들었다.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다는 그는 “미야자키의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의 눈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경의에 차 있다. 숨어서 세상을 빠끔히 바라보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눈이 너무나 좋았다”며 “그걸 표현해 내는 데 있어 처음으로 물 밖으로 나가는 바다괴물이 완벽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과 함께 관객도 경의에 차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괴물과 인간의 모습을 오가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 이유에 대해 카사로사 감독은 “어렸을 때 주변과 섞이지 못했다. 알베르토와는 마음이 잘 맞아 친했지만 저희 둘 다 아웃사이더였다. 꼭 지켜야 하는 비밀을 가진 바다괴물이 10대 초반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가장 잘 표현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두 주인공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머리 모양부터 피부색까지 변하는 모습을 구현하는 데에는 위장하는 동물들을 참고했다. 카사로사 감독은 “캐릭터들이 변하는 장면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주변 환경에 따라 피부색과 질감까지 바꾸는 문어 등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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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신화 속 영웅이 음악으로 살아난다면

    오르페오의 아리아 ‘에우리디체를 잃었네’의 멜로디는 구슬프다. 이 곡의 모티브가 된 신화 내용을 알면 구슬픔은 한층 깊어진다. 오르페우스는 숲의 요정 에우리디체에게 반해 결혼하지만 목동의 공격으로 아내를 잃는다. 그녀를 되살리려고 저승으로 향한 오르페우스는 노래로 하데스를 감동시킨다. 저승을 벗어나기 전까지 아내를 보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를 돌려받지만, 조바심으로 돌아본 탓에 에우리디체를 영영 잃는다. 클래식 감상실 ‘무지크바움’을 운영하는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클래식 음악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응축하고 있어 문학, 미술, 영화 등 수많은 콘텐츠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지금껏 신화를 바탕으로 한 클래식을 소개한 책은 드물었다. 이 책은 이름 정도만 알려진 신화 속 여러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들과 연관된 클래식 음악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에게 입문서로 제격인 책이다. 클래식의 형식이나 구조를 머리 아프게 따지기보다 음악의 배경에 깔린 이야기를 통해 감상적 접근이 가능하다. 금기의 욕망을 운명으로 타고난 오이디푸스,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화살을 쏘는 에로스 등 신화 속 인물 이야기가 어떻게 음악으로 재탄생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책에는 온라인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첨부됐다. 신화를 음미하면서 들으면 감상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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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롤링스톤 6월호 표지모델… 亞그룹 최초

    방탄소년단(BTS)이 아시아 그룹 중 처음으로 미국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의 표지모델(사진)에 선정됐다. 롤링스톤은 13일(현지 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BTS가 6월호 표지모델이 된다. 이들의 경계를 허무는 세계적 성공과 음악적 진화를 다룬다”고 알리고 자사(自社) 홈페이지에 BTS와의 인터뷰 기사를 올렸다. 전원이 아시아인으로 구성된 그룹이 이 잡지의 표지모델에 선정된 건 1967년 창간 이후 처음이다. 롤링스톤은 ‘BTS의 대성공(Triumph): 7명의 젊은 슈퍼스타는 어떻게 음악산업의 규칙을 다시 쓰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가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BTS의 결성 과정과 작업 방식 등을 다뤘다. 리더 RM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것과 우리 존재가 현재와 같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시대를 살아갈 희망을 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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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꽉 채운 세로화면, 떨리는 동공이 천장으로… 단숨에 빠져든 3분

    밤샘 작업으로 쏟아지는 졸음을 찬물로 씻어내려고 화장실에 온 여성. 혼자뿐인데 어디선가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조심스레 샤워실 문을 열자 김이 서린 거울에 누군가 손가락으로 쓴 글씨가 적혀 있다. ‘고개 들지 마.’ 공포물 주인공은 하지 말라면 더 한다. 화면을 꽉 채운 여성의 떨리는 동공이 서서히 위를 향하고, 그의 눈을 따라 관객의 시선도 천장에 가닿는 순간. 거꾸로 매달린 귀신이 그를 덮친다. 10일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세로형 쇼트폼(재생 시간이 10분 안팎으로 짧은 형태) 콘텐츠 9편을 틱톡에 공개했다. 산학협력 프로젝트 ‘세로 시네마 쇼케이스’의 결과물이다. 이 중 ‘고개 들지 마’는 주인공 홀로 남겨진 건물에 귀신이 나타나는 이야기로, 세로형 동영상의 강점을 살렸다. 위를 올려다보면 안 된다는 압박, 그럼에도 천장으로 향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카메라 앵글이 따라간다. 수직 구도는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관한 이승무 한예종 교수(58·영화감독·사진)를 10일 화상으로 만났다. 콘텐츠 업계는 세로형 영상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카카오M은 지난해 ‘페이스아이디’ ‘톡이나 할까’ 등의 예능을 세로형 영상으로 선보였다. 애플은 아이폰11 프로 출시 홍보를 위해 세로형 영화 ‘스턴트 더블’을 제작했다. 세로형 영상의 강점은 인물 중심의 서사에 용이하다는 것. 이 교수는 “가로형 영상은 공간과 인물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라며 “세로형은 낭비되는 공간 없이 한 사람만 앵글에 담아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인칭 서사를 선호하는 젊은층의 성향에도 잘 맞는다. 이번 프로젝트의 영상 9편도 한두 명만 화면에 담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화면에 꽉 찬 인물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노라면 이들과 직접 마주한 느낌마저 든다. 쇼트폼 콘텐츠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웹드라마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등이 15분 내외의 영상을 선보인 5년 전만 해도 쇼트폼은 저예산으로 제작하는 심심풀이용 오락물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시리즈물이나 시청자가 주인공의 행동을 선택해 결말을 달리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교수는 13회로 구성된 시리즈물 한 편과 인터랙티브물 두 편을 올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1, 2분짜리 수십, 수백 편이 모여 120분짜리 영화 분량의 서사를 보여주는 시리즈물 제작이 가능하다”며 “다만 초단편에 기승전결을 모두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물은 쇼트폼 콘텐츠가 특히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그는 “기존 영화나 드라마처럼 긴 영상에 인터랙티브를 적용하려면 손이 많이 간다. 쇼트폼은 수천 가지 선택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말했다. 모바일이 대세인 만큼 이에 잘 맞는 쇼트폼 콘텐츠가 더 유리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예컨대 ‘클래식의 최대 적은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며 자란 세대가 2시간 내내 클래식 공연이나 영화를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앞으로 콘텐츠는 짧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콘텐츠 제작자들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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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성 외면한 골든글로브, 인정한 아카데미 변화맞는 자세가 美영화상 양대 산맥 갈랐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미국 영화 시상식의 양대 산맥에는 인종 및 성 차별 논란이 따라다녔다. 회원 구성과 시상 내용이 백인 남성 위주인 탓이었다. 골든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비판에 대응하는 방식은 달랐다. HFPA는 변화를 거부했고 AMPAS는 개혁을 택했다. 그 결과 골든글로브는 최근 할리우드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미국 NBC 방송은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기로 했고, 톰 크루즈 등 배우들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반면 아카데미는 “변화의 첫발은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카데미가 골든글로브와 다른 길을 간 건 ‘매를 먼저 맞은’ 덕이 크다. AMPAS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때는 2015년. 배우 후보 전원이 백인인 것을 두고 흑인 여성 변호사 에이프릴 레인이 트위터에 ‘#OscarsSoWhite’를 올린 게 도화선이 됐다. 이듬해에도 후보 전원이 백인이자 ‘#OscarsSoWhite’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다시 번졌고, 배우 윌 스미스 등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안숭범 영화평론가는 “아카데미는 회원 수와 역사적 측면에서 골든글로브보다 높은 권위를 갖기에 영화인들이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감독, 배우, 제작자 등으로 구성되는 아카데미 회원은 전 세계에서 1만 명이 넘는다. 비판의 화살이 아카데미에 집중되는 동안 골든글로브는 한발 비켜나 있었다. 올해 2월에 87명의 HFPA 회원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LA타임스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시상식을 앞두고 미국 감독, PD, 배우들은 ‘#TimesUpGlobes’를 공유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대응 방식도 달랐다. AMPAS는 2016년 “여성과 유색 인종 회원을 2020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여성 비율은 2016년 24%(1446명)에서 지난해 32%(3179명)로, 같은 기간 유색 인종 비율은 9%(554명)에서 16%(1787명)로 늘었다. 지난해 가입한 68개국 출신 819명의 신규 회원 중 45%가 여성, 36%가 소수 인종 및 민족이었다. 2017년 흑인 인권을 다룬 ‘문라이트’, 2020년 외국어 영화 ‘기생충’에 작품상을 주며 변화도 꾀했다. 골든글로브는 논란이 불거진 올해 2월 “회원 수를 18개월 안에 두 배로 늘리고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발표만 했다. NBC가 중계를 거부한 이유도 “규정 변경을 위한 이사회 개최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이 없어서”였다. 수상 기준 재정비 여부도 운명을 갈랐다. 지난해 9월 아카데미는 “2022년부터 작품상 후보 선정 기준 중 하나로 다양성을 넣겠다”고 밝혔다. 주연 또는 핵심 조연 역할에 최소 1명의 유색 인종 또는 소수 민족이 들어가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지침도 공개했다. 이와 달리 골든글로브는 비(非)영어 대사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한다는 구시대적 기준을 고수했다. 할리우드는 아카데미에 대해 “기울어진 영화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늑장 대응으로 일관한 골든글로브에 보내는 시선은 싸늘하다. 골든글로브가 뼈를 깎는 쇄신을 이룰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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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딸 먼저 떠나 보낸 아픔, 딸 구하는 ‘좀비 영화’에 녹였다

    ‘믿고 보는 ○○’이라는 표현이 남용되지만 이 경우엔 영화 팬들이 고개를 끄덕일 듯하다. ‘잭 스나이더 감독표 좀비 영화’다. 장편 데뷔작 ‘새벽의 저주’(2004년)로 스나이더 감독(55)은 좀비물에 있어서만큼은 ‘믿고 보는 감독’이 됐다. 기존 좀비들이 느릿느릿 기어 다녔던 것과 달리 그는 새벽의 저주에서 달리는 좀비를 등장시키며 300억 원의 제작비로 18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남겼다. ‘저스티스 리그’(2017년), ‘300’(2007년) 등 블록버스터에서도 성공한 그가 2019년 넷플릭스와 손잡고 좀비가 등장하는 ‘하이스트 무비’(범죄자들의 강탈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이 영화를 믿고 볼 준비가 돼 있었다.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스나이더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2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콘텐츠 업계 ‘큰손’ 넷플릭스가 투자한 만큼 규모부터 다르다. 포브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 영화에 9000만 달러(약 1000억 원)를 들였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제작한 샬리즈 세런 주연의 액션 영화 ‘올드 가드’(7000만 달러), 크리스 헴스워스 주연의 액션 영화 ‘익스트랙션’(6500만 달러)을 넘어선다. 넷플릭스 공개에 일주일 앞서 미국 600여 개 극장에서 상영하는 데 대해 “극장 상영을 해야 후보로 선정되는 아카데미상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외신 평가가 나온다. 주요 시상식 수상을 노릴 만큼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영화는 좀비들이 점령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금고에 숨겨진 돈을 노리고 용병들이 잠입하는 이야기다. 6일 아시아태평양지역 언론과 간담회를 가진 스나이더 감독은 2006년부터 제작 이야기가 오갔던 영화가 15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된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는 “새벽의 저주를 마무리한 뒤 바로 각본을 썼다. 워너브러더스와 손잡으려 했지만 투자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한참 뒤 넷플릭스와의 미팅에서 영화 줄거리를 설명했는데 ‘정말 놀랍다. 원하는 대로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좀비들의 차별점은 규율과 계급을 따를 정도로 진화됐다는 것. 스나이더 감독은 “좀비를 지배하는 왕 제우스, 여왕 아테나, 여왕을 경호하는 장군이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좀비로, 이들은 늑대나 호랑이처럼 떼로 움직인다. 다만 세상을 점령하겠다는 야심을 품지 않고 집단의 속성에 더 집중한다”고 했다. 용병과 좀비의 결투만큼이나 인물의 감정도 세밀하게 그린다. 주인공 스콧(데이브 바티스타)과 딸 케이트(엘라 퍼넬)의 서사는 영화의 중심축이다. 감정의 골이 깊었던 둘은 목숨을 건 작전을 펼치면서 마음의 문을 연다. “부녀 관계가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입을 연 그는 “나와 아이들 간 관계가 각본을 쓰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은 나에게 누구보다 큰 아픔을 줄 수 있지만 그만큼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다. 그런 점을 영화에 녹이려 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감독은 딸이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픔을 겪었다. 넷플릭스는 캐릭터의 전사(前史)를 담은 프리퀄 영화,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선보이며 세계관을 확장할 계획이다. 스나이더 감독은 “마티아스 슈바이크회퍼가 연기한 금고털이범 루트비히 디터의 전사를 담은 프리퀄을 촬영하고 있다. 디터가 금고에 대해 빠삭하게 알게 된 과정을 다룬다”며 “새벽의 저주는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했지만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세계관을 구축했기에 관객들이 새로운 좀비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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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중기는 왜 중국산 비빔밥을 먹었을까?

    tvN 드라마 ‘빈센조’의 주연 배우 송중기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간접광고(PPL) 논란으로 실망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다”며 사과했다. 빈센조가 중국 브랜드 ‘쯔하이궈’의 인스턴트 비빔밥을 먹는 장면에 대해 시청자들이 불만을 쏟아낸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올 1월 tvN ‘여신강림’에서도 버스정류장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징둥닷컴’ 광고가 걸려 논란을 빚었다. 연이은 PPL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방송업계도 속사정이 있다. 드라마 제작비가 매년 치솟아 광고와 협찬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2018년 ‘미스터 션샤인’의 회당 제작비는 약 16억 원, ‘더 킹: 영원의 군주’ 회당 제작비는 20억∼25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의 회당 제작비는 30억 원으로 알려졌다. CJ ENM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제작비 부담이 가중됐다”며 “예를 들어 한 장소에서 촬영되는 장면을 예전에는 한 번에 몰아서 찍었지만 이제는 수일에 걸쳐 찍어야 해 인건비 등이 배로 든다”고 토로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장소 대여비와 인건비 등을 합쳐 제작비가 매해 30%씩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가 거액을 투자하니 그나마 숨구멍이 트이는 것”이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본이 아니었다면 방송사, 드라마 제작사는 진즉 망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PPL에만 의존하는 방송사의 수익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방송사가 인터넷TV(IP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플랫폼 업체에 채널과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대가로 받는 재송신료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20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지상파 방송사 매출 중 플랫폼 업체로부터 지급받는 방송 수신료 및 재송신료 비중은 30.2%에 불과했다.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플랫폼 업체로부터 지급받는 프로그램 사용료 비중도 전체 매출의 24.6%에 그쳤다. 일반 PP는 지상파, 홈쇼핑 PP를 제외한 나머지 PP를 말한다. 방송사 관계자는 “IPTV가 버는 기본 채널 수신료 중 방송사에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는 20%대에 불과하다. 이들이 수익을 더 많이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IPTV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마케팅이나 기술 개발을 통해 가입자를 늘려 광고 수익원 확대에 기여하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PPL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바꾸기 위해 해외 리메이크나 게임 등 ‘슈퍼 지식재산권(IP)’ 발굴에 힘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높은 캐스팅 비용 등으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방송사 관계자는 “슈퍼 IP 발굴에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에 제작비를 100% 지급하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이 늘 수 있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글로벌 OTT의 하청 기지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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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혹독한 타국생활… 詩는 구원이었네

    1966년 여름, 공군 군의관이었던 저자는 제대를 앞두고 재경문인 한일회담 반대서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공군본부 광장에서 체포돼 ‘다시는 고국 땅을 밟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도장을 찍고 미국으로 가야 했다. 미국에서의 삶은 출구 없는 감옥이었다. 매일 새로운 생명을 받아내고 죽어가는 환자를 보냈다. 때론 환자와 친구가 되기도 했지만, 그가 죽으면 직접 부검을 해야만 하는 잔인한 날도 있었다. 혹독한 수련의 시절, 그는 틈틈이 시를 쓰고 휴일마다 근교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았다. 향수와 고독을 이겨내게 해준 유일한 구원은 모국어로 쓰는 시와 예술뿐이었다. 한국의 대표적 시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저자 마종기가 삶을 회고한 산문집을 펴냈다. 시적 감성을 자극한 수많은 작품과 인생에 대한 성찰, 고국을 향한 그리움, 사랑하는 이들과의 작별도 다뤘다. 연세대 의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 주립대학병원에서 수련의를 거치며 겪은 감정의 격랑도 느껴진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 제1실에 전시된 같은 크기의 25개 자화상,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본 로댕의 조각품 ‘키스’, 구스타프 클림트의 요염한 여인들까지. 자신을 압도한 예술가는 누구였고, 그들의 작품은 무엇이었는지 소상하게 이야기를 펼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젊은 나이에 고국을 떠나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했던 진한 외로움을 달래주고 힘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준 그 모든 예술이나 독서나 여행을 친한 이에게 말하듯 순서도 곡절도 이유도 없이 줄줄이 벌여 놓은 게 이 책”이라고 적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생소한 오페라 문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의 인연을 비롯해 예술적으로 교감을 나눈 이들과의 대화, 문학작품과 의학상식, 미국 현대시의 비밀, 그리고 세계 곳곳을 돌아보며 느낀 감동을 정리한 대목도 흥미롭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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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비장르, 진화를 접목하다

    “그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에요.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조직화됐어요.” 2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 예고편에서 좀비들이 점령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잠입한 용병은 이렇게 말한다. 영화에서 좀비는 계급을 나누고, 왕국을 이뤄 살아갈 정도로 진화한 존재다. 고도화된 지능과 신체 역량을 가진 ‘알파 좀비’들이 이보다 열등한 좀비들을 지배한다. 알파 좀비 중에서도 리더는 왕 제우스와 왕비 아테나다. 그들 나름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따르는 좀비들은 살육 본능만 남아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이전의 유형들과 다르다. 기존 좀비물이 인간과 좀비들의 사투를 그렸다면 최근에는 진화한 좀비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숱한 콘텐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좀비를 변주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이야기를 선사하려는 취지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선 지능이 있는 좀비들이 자신들의 규율을 어기지 않는 한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소통과 합의가 가능한 좀비의 탄생인 셈이다. 영화 연출과 더불어 각본도 맡은 잭 스나이더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와의 인터뷰에서 “좀비도 진화한다는 콘셉트에서 영화를 시작했다. 그들 안에도 위계질서가 있고, 조직을 이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좀비들을 다스리는 제우스와 아테나는 원시적이지만 소통 방식도 갖추고 있다. ‘동물의 왕국’을 떠올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웹툰에서도 인간과 좀비의 공존을 그린 서사가 나오고 있다. 올 2월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 웹툰 ‘위아 더 좀비’가 대표적이다. 좀비가 가득한 초대형 서울타워에 갇힌 주인공 김인종은 구조되지 못해 이곳에서 1년간 갇혀 지낸다. 김인종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각자의 사정에 의해 좀비들과 타워 안에서 살고 있다. 인류 문명이 멸망한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일반 좀비물과 달리 마트, 수족관 등 일상 공간에서 좀비와 인간이 함께 사는 모습을 그려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은 선, 좀비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도 금이 가고 있다. 2월 공개된 네이버 웹툰 ‘사람의 조각’에서는 좀비와 인간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인간과 한 팀을 이루는 좀비들은 정신은 인간, 육체는 좀비인 ‘반인(半人) 반(半)좀비’다. 주인공인 군의관 백민철은 백신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인간의 의식을 지녔지만 육체는 좀비가 된다. 그는 인간, 좀비들과 함께 자신의 딸 지호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김여정 네이버웹툰 한국웹툰 리더는 “좀비와의 공존을 그린 좀비물은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장르적 긴장감과 현실적 공감대를 살릴 수 있어 더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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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기 “5·18 책임자들이 반성했다면 이런 영화 나오지 않았을 것”

    12일 개봉하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주인공 오채근(안성기)에게는 아들과 한 약속이 있다. 1980년 5월 18일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날, 그들을 진압한 공수부대원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희생자의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 5·18민주화운동에 관심이 많은 아들이 아버지의 과거 행적에 반감을 갖고 이런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환으로 채근은 당시 책임자 중 한 사람인 ‘왕년의 투 스타’ 박기준(박근형)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기준과 마주한 채근은 이런 말을 한다.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렇게 편히 잘살 수 있었는지….” 배우 안성기(69)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채근과 같은 의구심을 품었다. ‘왜 잘못한 이들은 반성하지 않는가.’ 이는 출연으로 이어졌다. 6일 화상으로 만난 안성기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고통은 남아 있다”며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이 영화처럼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궁극적으로 서로가 화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성기는 출연료를 받지 않은 것에 더해 제작비를 일부 보탠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정국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저예산 영화라 안성기 씨와 같은 대배우를 캐스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해주실까’ 하는 생각을 갖고 대본을 전달했는데 바로 다음 날 ‘출연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안성기는 “출연료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시나리오에 진정성이 있었기에 제안을 받고 고민 없이 바로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안성기에게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두 번째 영화다. 그는 ‘화려한 휴가’(2007년)에서 진압군에 의해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과 함께 시민군을 결성해 사투를 벌이는 퇴역 장교 흥수를 연기했다. 채근은 흥수보다 훨씬 복합적인 인물이라 연기하기가 까다로웠다고 한다. 안성기는 “채근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 아들에 대한 미안함, 광주시민에 대한 감정까지 혼재된 인물이라 캐릭터를 표현할 때 절제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책임자들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이런 영화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에 계속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광주시민들과 함께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70% 이상이 광주 현지에서 촬영됐다. 광주시 등은 촬영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광주시민들이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채근의 단골 식당 주인 할머니와 직원들이 그 예다. “영화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많은 일반인과 촬영을 한 건 처음이었다”는 안성기는 “그분들과 호흡을 잘 맞추기 위해 편안하게 해드리려 했다. 그분들 덕에 영화가 아마추어적인 것 같으면서도 사실감이 있고, 진실성이 돋보이게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1957년 고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그는 지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원동력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새로움’을 꼽았다. 그는 올여름 촬영에 들어가는 신현식 감독의 신작에서 치매에 걸린 딸을 둔 아버지를 연기한다. “새 작품에 참여하면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 간다.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그 점 때문에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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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뚫고 졸리가 온다

    재와 피로 뒤덮인 얼굴의 해나(앤젤리나 졸리)가 소년 코너(핀 리틀)와 함께 불타는 숲을 질주한다. 발끝까지 쫓아온 화염을 피하려고 계곡으로 몸을 던진 두 사람. 이들은 불길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물속에서 숨을 참는다. 5일 한국을 시작으로 각국에서 개봉하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화재 현장에서 세 소년을 구하지 못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방대원 해나가 범죄 증거를 갖고 도주 중인 코너를 지키려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소년을 없애려는 범죄 조직은 이들이 피신한 산에 불을 지르는데 해나는 소방대원으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그를 지켜낸다.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한국, 미국, 호주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주인공 앤젤리나 졸리(46)와 핀 리틀(15)은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약 121만 m² 넓이의 사막에 나무 110그루를 심은 뒤 프로판가스로 화재를 연출했다. 배우들이 연기에 휩싸인 채 촬영해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것. 졸리는 “최근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이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실제 화재를 보고 느끼면서 연기해 진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것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해나는 화재 현장에서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가지만 코너를 끝까지 지켜 마음의 짐을 던다. 타인을 위한 희생정신을 연기한 게 자신에게도 치유의 경험이 됐다고 졸리는 고백했다. 그는 “내 삶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성숙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해나가 코너를 도우며 구원을 얻는 데 공감이 갔다”고 했다. 이어 “살면서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다. 영화 촬영 당시 나 역시 강인한 시점은 아니었다”며 “해나가 코너와 함께 산불을 극복하면서 내적 강인함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은 게 내게도 치유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후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 코너 역의 리틀은 “영화에 어두운 장면이 많아 감정적으로 상당히 힘든 때도 있었다. 현실로 돌아올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버텼다”고 털어놓았다. 해나와 코너는 불길에 맞서 사선을 넘나들며 신뢰를 쌓는다. 졸리는 ‘당신에게 신뢰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윤리적,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가, 그걸 지키기 위해 나와 함께 싸울 것인가가 공유됐을 때 신뢰가 형성된다”고 답했다. 졸리는 한국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의 첫째 아들인 매덕스는 연세대에 진학했다. 그는 올해 개봉을 앞둔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스’에서 마동석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한국에 특별한 애정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졸리는 “한국을 굉장히 가깝게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매덕스가 계속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내게 알려줄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마동석은 재능이 굉장히 뛰어나고 친절하다. 내게 좋은 동료이자 친구”라며 “앞으로 한국 작품에 출연하거나 제작에 참여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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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카데미상 단골서 영화제작자로… 블란쳇 “박찬욱 감독과 협업하고파”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에 일곱 번 오르고 영화 ‘블루 재스민’(2013년)과 ‘에비에이터’(2004년)로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아카데미 단골. ‘커피와 담배’(2003년)에서 1인 2역, ‘매니페스토’(2016년)에서는 1인 12역까지 소화한 ‘1인 다역’의 귀재. 밥 딜런의 생애를 그린 영화 ‘아임 낫 데어’(2007년), 연극 ‘리차드 2세’에서 남자 역할을 맡으며 성별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기 천재. 여성 ‘투 톱’ 주연에 동성애 소재라는 장벽으로 10년 넘게 제작되지 못했던 영화 ‘캐롤’(2015년)에 주연으로 출연한 것은 물론 직접 제작자로 나선 뚝심. 이 모든 수식어를 담는 그는 케이트 블란쳇(52)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1997년 ‘파라다이스 로드’로 데뷔한 그는 24년간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독보적인 배우가 됐다. 하지만 그를 영화 제작자로 아는 이는 드물다. 영화감독인 남편 앤드루 업턴과 함께 영화 제작사 ‘더티 필름’을 세우고 캐롤을 제작한 블란쳇은 두 번째 영화로 그리스 감독 크리스토스 니코우가 연출한 ‘애플’을 택했다. 애플의 이달 한국 개봉을 앞두고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애플은 기억상실증이 유행병이 된 세상이 배경이다. 이 병에 걸린 주인공 알리스는 자신의 이름도, 집 주소도 잊어버렸다. 병원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기억을 만들어내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알리스는 영화 보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일상부터 여성과 잠자리를 갖는 것까지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을 쌓으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해 시사회에서 애플을 본 블란쳇은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됐다고 했다. “애플을 영화제에서 보게 된 건 엄청난 행운이었어요. 이상하고 묘한 매력이 있으면서도 현실 세계에서 너무나 있을 법한 이야기였어요. 붕 떠 있는 듯하면서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죠. 이후 크리스토스와 미팅을 했고, 만난 직후부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웃었어요.” 블란쳇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영화의 배급을 담당했다. 영화가 거래되는 필름마켓에서 해외 판매에 힘을 실어준 것.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방법은 다양해요. 감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서요. 크리스토스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점은 매우 명확했기에 베니스 영화제 이후 그가 ‘영화가 다양한 시장에 진입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했을 때 제 대답은 당연히 ‘예스’였죠. 특히 올해는 (팬데믹으로) 영화가 해외 시장에 판매되는 게 어려웠기에 영화가 숨쉴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애플은 정체불명의 원인으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기억상실을 겪게 된다는 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덮친 현실과 닮았다. “영화 제작에 6년이 걸렸기에 유행병이라는 개념은 팬데믹이 발생하기 훨씬 전 크리스토스의 머릿속에 있었어요. 물론 현재 사람들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지나오고 있기에 관객들은 영화를 팬데믹이라는 렌즈를 통해 감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만 그건 우연의 일치예요. 이 영화는 정체성과 고독, 그리고 익숙한 것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점은 시대를 막론하고 울림을 줄 거예요.” 그는 더티 필름이 곧 선보일 흥미로운 작품이 많다며 한국 감독들과의 협업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더티 필름은 박찬욱 감독과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에겐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이 있고 이야기와 캐릭터, 관객을 바라보는 놀라운 방식이 있어요. 영화에 대한 제 관심은 다방면에 걸쳐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훌륭하고 유일무이한 이야기를 가진 좋은 사람들과 협업하는 겁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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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이건희 컬렉션 모아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미술계에서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우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별도 전시실이나 특별관 마련을 지시하는 등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등 미술계 인사들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비위원회를 발족하고 30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들은 “근대미술이 현대미술관에 더부살이하고 있는 기형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가 기증 근대미술품 100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2000여 점을 기반으로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신설 미술관에 ‘이병철실’과 ‘이건희실’을 둬 삼성가의 기증의 뜻을 기릴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주비위에는 김 이사장을 비롯해 신현웅 전 문화관광부 차관,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윤철규 전 서울옥션 대표,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우찬규 학고재 대표,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새 미술관 입지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정부서울청사를 제안했다. 정준모 전 실장은 “송현동 부지에 미술관이 들어서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공예박물관, 인사동을 연결하는 문화예술 클러스터로 조성할 수 있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주비위는 정부서울청사의 경우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상징하는 장소로, 근대미술이 갖는 상징성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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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술-경제발전이 자연을 해친다고?

    2019년 전 세계 3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8%가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멸종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세계인의 절반이 환경문제가 세상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건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2010년 후반부터 ‘기후변화를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환경운동가들도 가세했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2030년경 우리가 알던 운명이 종말로 향하는 걸 목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에너지 시민단체 ‘환경진보’를 이끌고 있는 저자는 미디어가 조장한 ‘종말론적 환경주의’를 비판한다. 환경문제로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는 시각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환경 오염의 주범이 선진국 혹은 중진국의 경제 활동보다는 나무와 숯을 연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빈국의 가난이라고 주장한다. 환경 보존과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진 기술 및 경제 발전이 오히려 환경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나무나 숯을 연료로 쓰면 초원과 숲이 파괴돼 야생동물 멸종으로 이어진다는 것. 1700년대 말 나무를 주 원료로 사용해 삼림이 파괴된 영국과 미국은 18, 19세기 들어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숲을 지킬 수 있었다. 유일한 친환경 에너지는 원자력이라는 견해도 제시했다. 독일과 한국 등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주장이다.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환경운동가들은 원자력이 깨끗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사실상 무제한의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부 환경단체가 원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천연가스나 신재생에너지 회사로부터 돈을 받거나, 해당 기업들에 투자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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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이건희 컬렉션 기반 근대미술관 세우자”…송현동 부지·정부서울청사 제안

    미술계에서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우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별도 전시실이나 특별관 마련을 지시하는 등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등 미술계 인사들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비위원회를 발족하고 30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들은 “근대미술이 현대미술관에 더부살이하고 있는 기형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가 기증 근대미술품 100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2000여 점을 기반으로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신설 미술관에 ‘이병철실’과 ‘이건희실’을 둬 삼성가의 기증의 뜻을 기릴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주비위에는 김 이사장을 비롯해 신현웅 전 문화관광부 차관,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윤철규 전 서울옥션 대표,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우찬규 학고재 대표,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새 미술관 입지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정부서울청사를 제안했다. 정준모 전 실장은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가 있던 송현동 부지에 미술관이 들어서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공예박물관, 인사동을 연결하는 문화예술 클러스터로 조성할 수 있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주비위는 정부서울청사의 경우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상징하는 장소로, 근대미술이 갖는 상징성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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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익장 배우들 활약에… 접었던 꿈, 다시 펼치는 실버세대

    8일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받는 이는 tvN ‘나빌레라’ 제작진, 보낸 이는 자신이 60대라고 했다. 이 60대는 가지런한 글씨로 편지 한 장에 자신의 일상을 고백했다. 그는 이렇게 전했다. “최근에 음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예순을 훌쩍 넘어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서야 난생처음 피아노, 성악을 배우다 보니 여간 힘들지 않더군요. 너무 늦었단 생각에 포기해야 하나 갈등하던 중에 나빌레라를 봤습니다. 저도 모르게 박인환 배우님에게 동화돼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예전 같지 않은 체력과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는 듯한 기분 때문에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용기 내 도전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년 배우들의 활약이 중장년층의 생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들은 70세에 발레에 도전하는 심덕출(박인환)을 보고 마음 한구석에 접어놨던 꿈을 꺼낸다. 74세의 나이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을 보며 삶을 버틸 용기를 얻는다. ‘내리막길 인생’으로 치부됐던 이들에게 노년 배우들의 발자취가 희망으로 비치는 것이다. 27일 중장년층이 주를 이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59세 남성이라고 밝힌 이는 “나빌레라를 보다 학창 시절 발레를 전공한 아내가 환갑을 1년 앞두고 다시 발레학원에 등록했다. 참 자랑스럽다”고 썼다. 드라마를 연출한 한동화 PD(49)는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중장년층에게 가벼운 응원보다는 깊은 감동으로 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70년이란 세월을 보낸 ‘진짜 덕출’이 필요했고, 박인환 나문희 선생님 덕에 주름 하나, 대사 한마디로도 진정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나리’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중장년층 관객들이 많은 것 또한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열정과 도전정신을 느끼기 위한 이유가 크다. 지난주 미나리를 관람한 김용상 씨(65)는 “한국에선 이미 ‘국민배우’ 반열에 오른 윤여정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기에 궁금해서 영화를 봤다”며 “지금까지 봐 온 윤여정의 연기 중 가장 진짜 같았다. 시간과 연륜이 헛되이 지나가는 게 아니라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다는 생각에 위안이 컸다”고 밝혔다. 최근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는 최모 씨(66·여)도 “전공이 공학이었는데 젊을 때 한 일은 비서였다. 같은 여성으로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꾸준히 도전했고, 그걸로 상까지 받은 윤여정이 ‘멋진 동년배’로 보였다. 죽을 날 받아놓은 양 심심하게 살아오던 우리에게 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미나리를 향한 중장년층의 관심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8일 CGV 데이터전략팀에 따르면 미나리는 타 영화 대비 50대 이상 예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미나리가 개봉한 지난달 3일부터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인 25일까지 미나리의 50대 이상 예매율은 26%였다. 같은 기간 미나리를 제외한 다른 영화들의 50대 이상 예매 관객은 15%였다. 타 영화에 비해 50대 이상 관객 비중이 11%포인트나 높은 것.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에는 미나리 예매 관객의 50대 이상 비율이 26%에서 27%로 1%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50대 이상은 당일 현장 구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예매율이 전체의 26%에 달하는 건 매우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김태언 beborn@donga.com·김재희 기자}

    •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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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미나리 ‘윤여정 효과’ 톡톡… 국내 누적관객 100만 ‘눈앞’

    영화 ‘미나리’(사진)가 ‘아카데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미나리에서 순자로 열연한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후 미나리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이 많아진 것. 27일 기준 누적 관객 수 95만2798명을 기록하고 있는 미나리는 이번 주말을 지나면 100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극장가는 기대하고 있다. 28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미나리는 지난 한 주간 하루 1000∼20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일일 박스오피스 5, 6위권을 맴돌았다. 영화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당일인 26일 4906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고 27일에는 8516명이 관람해 2위로 껑충 뛰었다. 21일부터 인터넷TV(IPTV)와 웨이브,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미나리 서비스를 시작해 안방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상황이기에 ‘역주행 예매’의 의미가 더욱 뜻깊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이탈리아에서 26일(현지 시간) 개봉한 미나리는 현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영화산업협회(ANEC)에 따르면 미나리는 26일 하루 25개 상영관에서 1635명의 관객을 모아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2위인 ‘코퍼스 크리스티’(285명)의 6배에 가까운 관객 수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문신을 한 신부님’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2월 개봉했다. 미국 영화 정보 사이트 IMDb 홈페이지 메인에는 윤여정의 얼굴이 걸렸다. IMDb는 ‘노매드랜드’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먼드, ‘더 파더’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앤서니 홉킨스, 그리고 미나리의 윤여정 세 사람이 나란히 배치된 사진을 싣고 ‘2021년 오스카 수상작 중 꼭 봐야 하는 작품’ 중 하나로 미나리를 소개했다.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 아카데미 수상 소감에 더해 수상 이후 이어진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도 입담을 선보이고 있는 윤여정 개인을 향한 관심도 현재 진행형이다. 윤여정은 28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작품을 맡으면 한국 사람들은 내가 할리우드를 동경한다고 생각하지만 난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 미국에 계속 오는 이유는 내가 미국에 와서 일하면 아들을 더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와 하는 말이다”라는 진솔한 생각을 밝혔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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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은 서러움 자체, 극복은 내몫”…‘젊은’ 할머니에 반했다

    “닮고 싶은 찐어른”…솔직담백 롤모델, 윤여정에 빠졌다 “노년에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구나”, “고통을 통해 경지에 오른 푸르른 감각”, “또박또박 성실하게 살아온 삶에 경의를 표한다”…. ‘윤여정 신드롬’이 뜨겁다.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74·사진)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글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달구고 있다. 윤여정의 매력은 솔직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며 남을 배려하는 ‘찐어른’의 모습에서 나온다. 남을 속이거나, 자기의 일을 떠넘기거나, 내로남불에 젖은 ‘무늬만 어른’이 많은 시대에 윤여정은 솔직하다 못해 투명하다. 2018년 SBS ‘집사부일체’에서 “나도 맨날 실수하고 화도 낸다. 인품이 훌륭하지도 않다”며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고 한 게 대표적이다. 윤여정은 한발 물러서며 다른 이를 빛내기도 한다. 올해 tvN에서 방영한 ‘윤스테이’에서 외국인 손님들이 음식을 칭찬하자 “(요리를 한) 친구들이 최선을 다했다. 셰프와 훈련을 했고, 집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진짜 어른’의 면모를 발산하는 그를 보며 젊은이들은 힘을 얻고, 자신도 멋진 어른이 되는 길을 그려보기도 한다. 윤여정은 젊은이들도 어려워하는 도전과 소통에도 거침없이 뛰어든다. 남녀, 세대, 국적을 뛰어넘어 그에게 빠져드는 이유다. 사람들이 윤여정을 보며 마음을 열고 열광하는 지점은 가장 중요하지만 실상 지켜지기 어려운 기본 가치에 대한 것들이다. 약속대로 행동하고 권위주의에 물들지 않는 그를 보며 많은 이들이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전에 없던 롤모델을 찾아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들은 인간사 여러 풍파를 온몸으로 겪어낸 한 여성의 모습에 때론 동질감을, 노력과 품격을 잃지 않는 프로의 모습에 때론 동경을 품는다. 윤여정이라는 인간 자체가 가진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평가다. 그는 영화 ‘화녀’로 충무로 최고의 배우로 떠올랐지만 홀연히 결혼해 미국으로 떠났고, 이혼 뒤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제로 상태였다. 배우로서 경력이 단절됐던 그가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 아카데미 트로피를 들고 자신을 일하게 만든 자녀들에게 감사를 전한 것은 다양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위로를 받았다는 워킹맘과 경력단절여성들, 감사를 느꼈다는 누군가의 아들딸들이 많았다. 원로 배우이기에 편안하게 많은 걸 누릴 수 있지만 낮은 자세로 연기에 임하는 윤여정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는 ‘미나리’ 촬영에 참여하기로 한 후 제작비가 빠듯하다는 얘기를 듣고는 미국행 비행기표를 직접 구입했다. 윤여정은 올해 SBS 웹예능 ‘문명특급’에서 미나리 촬영 당시에 대해 “미국 애들한테 ‘왓(What)?’ 소리 들으면서 난 여기서 진짜 노바디(Nobody)구나, 연기를 잘해서 얘네한테 보여주는 길밖엔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품을 해야 도전이지”라고 했다. 이어 “감독들한테 ‘이렇게 오래 찍으면 나 간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면 발전을 못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예능 ‘꽃보다 누나’에서는 “똥 밟았다 생각할 수 있는 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원치 않는 경험에서도 얻는 것이 있다”고 했다. 움츠러든 이들은 낯설고 거친 상황도 피하지 않는 그를 보며 나아가 보라는 용기를 얻는다.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고, 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다. 그런데 그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한다. 나는 극복했다”(2017년 tvN ‘택시’)는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윤여정은 나이를 막론하고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통하고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젊은층이 특히 닮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꼽는다. tvN ‘윤식당’에서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너희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된다. 남북통일도 중요하지만 세대 간 소통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한 말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인생의 숱한 굴곡을 헤쳐 온 그이기에 한마디 한마디에서 진심을 느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지만 다 아프고 다 아쉽다”(tvN ‘꽃보다 누나’), “젊을 때는 아름다운 것만 보이겠지만 아름다움과 슬픔이 같이 간다”(tvN ‘택시’)는 말이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다. 특히나 젊은이들이 윤여정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이런 굴곡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윤여정은 늘 1등 자리에 머물며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배우가 아니라 지나칠 정도의 굴곡이 있었던 사람”이라며 “최근 박탈감이나 좌절감을 많이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꾸준히 노력해 자기 분야에서 끝내 성공하는 윤여정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틀을 거부하는 행보도 신선함을 선사한다. 2005년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그는 주인공 금순(한혜진)의 할머니 역을 맡았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 역에 머무르지 않겠다. 뻔한 역을 할 거면 어머니 역을 건너뛰고 할머니 역을 해도 괜찮다”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윤여정은 자신의 생각대로 선택하되 이를 강요하지 않고 각자 판단하게 한다”며 “젊은층이 기성세대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깨게 돼 즐거워하고 환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며들다.’ 사람들이 윤여정에게 스며드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그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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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 넘쳤던 윤여정, 김기영 감독과도 죽 잘 맞아”

    “저는 이 상을 저의 첫 번째 감독님, 김기영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아주 천재적인 분이셨고 제 데뷔작을 함께했습니다. 살아계셨다면 아주 기뻐하셨을 거예요.” 25일(현지 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배우 윤여정(74)의 수상 소감은 그의 스크린 데뷔작 ‘화녀’(1971년)를 연출한 고 김기영 감독을 향한 감사로 끝을 맺었다. ‘살아계셨다면 기뻐하셨을 것’이라는 말에선 집에 불이 나 갑작스레 세상을 등진 김 감독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가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감독은 ‘미나리’를 함께한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과 김 감독, 단 두 명이다. 윤여정의 시작과 현재를 만든 감독인 셈. 김 감독은 당시 영화 경험이 없었던 신인 윤여정을 화녀와 ‘충녀’(1972년) 두 편에 주연으로 출연시켰다.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스페인 시제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3관왕에 오른 윤여정에게는 지금도 ‘김기영의 페르소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난 화녀의 제작자 정진우 감독(83)은 “어제 생방송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봤다. 내가 상 받은 것보다 더 기뻤다”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 역시 청룡영화상 감독상, 대종상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거장이지만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더 울컥했다는 것. 정 감독은 김 감독과 함께 ‘여(女)’(1968년)의 감독을 맡고, 김 감독이 연출한 화녀와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1978년)를 제작한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영화계 후배다. “어제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타고 나서 김기영 감독 첫째 아들한테 전화를 걸었다. ‘소감으로 네 아버지 얘길 했다’고 하니 ‘저도 봤어요’ 하더라.” 정 감독은 ‘괴기스럽다’ ‘그로테스크하다’는 단어로 김 감독을 설명했다. 그 이유는 김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한 편만 봐도 납득이 간다. ‘하녀’(1960년)에서 화녀, 충녀로 이어지는 ‘3부작’에는 수십 마리의 쥐가 계단을 뛰어다니고, 충녀에서는 알사탕 위에서 정사신이 펼쳐진다. “만나기만 하면 카뮈 얘길 하면서 실존주의를 논하고 ‘이 닦을 시간 있으면 시나리오를 한 줄 더 쓰겠다’고 할 정도로 영화에 미쳤던 사람”이었다. 그런 김 감독은 “윤여정과 죽이 참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윤여정이 착해. 김기영이랑 한 번 작업하고 나면 ‘아이고’ 하고 전부 도망가는데 윤여정은 안 그랬어. 쉽게 말해 ‘열성파’끼리 만났으니까 궁합이 맞은 거야. 괴기스러운 감독과 괴기스러운 배우지. 제작부가 동네방네 쥐덫에 잡힌 쥐를 모아서 세트장에 쥐 50마리를 다 풀어놓고 연기를 시켜. 그런 사람 밑에서 도망가지 않은 것 자체가 대단한 거지.” ‘괴기스러운 감독’ 김기영 밑에서 꿋꿋이 영화 두 편을 찍은 윤여정은 시간이 흘러 “그땐 어려서 몰랐다. 기괴하기만 했다. 이후 다른 감독들과 작품을 했더니 좀 심심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김기영한테 가면 배우가 되어서 나온다. 그 사람은 배우 만드는 기계다”라며 “완벽하게 자기가 생각하는 캐릭터로 만든다. 그게 될 때까지 무자비하게 훈련을 시킨다. 윤여정은 그 밑에서 두 편을 버틴 거다”라고 했다. 윤여정이 화녀로 받은 첫 국제영화상인 시제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은 정 감독이 화녀의 남자 주인공 남궁원과 영화제에 참석해 받아왔다. “그땐 비행기 티켓도 자비로 끊어야 했기에 윤여정을 못 데려간 게 아직도 미안하다”는 그는 “직접 가진 못했지만 실력만은 정정당당하게 인정받았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유럽의 심사위원들이 한국의 존재도 잘 몰랐던 때라 ‘로비’가 중요했다는 것. 영화를 잘봐 주십사 심사위원들에게 선물할 와인 13병을 챙겨갔지만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 마셔버리는 바람에 전달하진 못했다. “한국이 어딘지도 모르던 때에 아무 로비도 없이 윤여정은 순수하게 자기 실력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거야.” 정 감독은 미나리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윤여정의 신인 시절을 관객에게 다시 선보이고자 화녀 재개봉을 추진했다. 다음 달 1일 CGV 시그니처K관에서 상영을 시작한다. “아카데미 수상은 지금 영화인들이 잘한 것도 있지만 김기영 감독과 윤여정 같은 과거 감독과 배우들이 쌓아온 것들의 결과물이기도 해. 그 덕에 50년 만에 화녀도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니 기쁠 따름이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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