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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소형 주택이나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도 ‘중과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는 취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세 부담을 낮춰 주택을 추가 매수해 다주택자가 되는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얼어붙은 비(非)아파트와 지방 주택 수요를 ‘핀포인트’로 되살리기 위한 조치다. 1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0 공급대책’을 토대로 본보가 김종필 세무사에게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소형 주택(수도권 6억 원, 지방 3억 원 이하, 전용면적 60㎡)을 살 때는 주로 취득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올해와 내년이 같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결과다. 서울 송파구 잠실 엘스 전용 84㎡(공시가격 13억6500만 원)를 보유한 1주택자가 서울 용산구 신축 소형 빌라 1채를 4억 원(공시가격 2억2000만 원)에 매입할 때 취득세는 3360만 원에서 440만 원으로 줄어든다. 현재는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취득해 2주택자가 될 때 취득세율 8%를 적용받지만 주택 수 제외로 1%만 적용받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는 168만 원으로 같을 것으로 보인다. 2월 시행되는 종부세법 시행령에서 1주택자와 2주택자의 종부세율이 최대 2.7%로 동일한 데다, 1주택자 과세 특례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부세를 부과할 때 공시가격에서 다주택자는 9억 원, 1주택자는 12억 원을 공제하고 세금을 매기는데, 소형 주택을 매입하면 공제 금액은 9억 원으로 유지된다. 양도세는 윤석열 정부 들어 다주택자 중과를 이미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없다. 서울 송파구 파크리오 전용 84㎡(공시가격 12억6300만 원)와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전용 84㎡(공시가격 4억600만 원) 두 채를 가진 2주택자가 경기 소형 빌라 1채를 2억 원(공시가격 1억2000만 원)에 매입하는 경우 종부세는 254만 원에서 248만 원으로 소폭 줄어든다. 기존 종부세율은 3주택 이상부터 중과세율(최대 5.0%)이 적용되는데, 소형 빌라가 주택 수에서 제외돼 2주택 이하 종부세율(최대 2.7%)이 적용돼서다. 취득세는 1680만 원에서 220만 원으로 크게 감소한다. 비조정대상지역에서 3주택을 살 때 취득세율은 8%지만 2주택 세율(1∼3%)을 적용받게 된다. 신축이 아닌 기존 소형 주택을 구입할 때도 임대등록을 하면 세금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정부는 2020년 8월 폐지된 단기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비아파트에 대해 부활시켜 현재 10년인 임대의무기간을 6년으로 낮출 계획이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면적 85㎡, 6억 원 이하, 아파트 포함)은 소형 주택과 달리 종부세를 산정할 때 기존 1주택자라면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해 추가로 주택을 매입해도 1주택자와 같이 12억 원을 공제한다. 또 기존 1주택자가 미분양 주택 수십 채를 매입했더라도, 기존 주택을 팔 때 양도 금액이 12억 원 이하면 기존 주택에 대해서는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공시가격 10억2400만 원)인 사람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1채를 4억 원(공시가격 2억 원)에 매입하면 종부세가 69만 원에서 6만 원으로 줄어든다. 2주택자가 됐지만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받은 결과다. 취득세는 440만 원으로 변동이 없다. 비조정대상지역은 1주택과 2주택의 기본세율(1∼3%)이 같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세제 혜택이 얼마나 수요를 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 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수요 진작을 위해 규제를 푼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제 세제 혜택이 크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정도의 카드가 나와야 수요가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시행하는 것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적용 대상 기업의 87%가 “처벌법 의무 준수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황에서 경제계는 “산업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분양 주택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법안(주택법 개정안)도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면서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수도권 단지 입주 예정자들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9일 열고 법률안 101건을 처리했지만 핵심 민생 법안들은 상정하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개정안은 현재 여야 이견 속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유예 조건에 맞춰 취약 기업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민주당이 새로운 조건을 내걸며 협상을 미룬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공식 사과도 없고 지원 대책도 기존 대책을 짜깁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기업 1053곳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직 법 적용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94%였다. 경제 6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 된 것은 83만 개가 넘는 소규모 사업장의 절박한 호소, 폐업, 그에 따른 근로자 실직 등 민생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83만7000곳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수도권 단지는 총 72곳, 4만7575채다. 입주가 임박한 일부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하는 대신 월세를 저렴하게 내놓는 ‘편법 매물’이 속출하는 등 현장 혼란이 이미 시작됐다. 여당은 “주택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당장이라도 처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야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갭투자’를 조장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 상정이 불발됐다. 1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이달 25일, 내달 1일로 예정돼 있다. 여야는 “이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여야 이견이 큰 상황에서 접점을 찾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생이란 좋은 타협점이 있는데도 여당은 국정운영 책임을, 야당은 제1 다수당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여야 ‘책임의 부재’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593채 규모의 ‘e편한 고덕 어반브릿지’. 2021년 수도권 공공택지에 분양한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입주 후 5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는 첫 대상 중 한 곳이다. 정부가 작년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키로 하자 일부 입주 예정자는 전월세를 놓는 것을 전제로 자금 계획을 짰다. 하지만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결국 무산되면서 실거주가 어려워진 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를 내린 전월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이 전입신고만 할 목적으로 부랴부랴 내놓은 ‘편법 매물’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실제 입주를 시작하고 나면 시세보다 1억 원 정도 저렴한 매물도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단지는 서울 9개 단지(7647채), 경기 50개 단지(3만221채), 인천 13개 단지(9727채) 등 총 4만7575채 규모다. 1월 경기 과천시 과천수자인(174채)을 시작으로 올해 11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1만2032채) 등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는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이사도 힘든데 속만 태우고 있다”며 “정부 말만 믿고 미계약분을 분양받았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실거주 의무의 경우 여야가 1월 임시국회에서 ‘원 포인트’로 추가 협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1월 말 3개 단지(1644채)를 시작으로 2월에도 1929채 입주가 예정돼 있어 1월 25일까지는 법안이 통과돼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규제개혁 1호’ 과제였던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도 이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형마트들이 주말 휴무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했지만, 골목상권 보호를 앞세운 야당 반대에 부닥친 채 본회의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직장인 김모 씨(28·강원 춘천시)는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배송을 받을 수 있길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 역시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야당 측은 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단계에선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의료기관을 관리·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아쉬워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 고가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인구 1만 명당 병·의원 수가 저가 주택 지역보다 70%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 및 자사고 진학률도 고가 주택 지역이 3배 더 높았다. 8일 국토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도시 내 고가 주택 군집지역과 저가 주택 군집지역 간 거주 환경 격차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진은 서울을 공시가격에 따라 고가 주택 군집지역(455개 기초구역)과 저가 주택 군집지역(1025개 기초구역)으로 분류했다. 고가 주택 군집지역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에 주로 위치하며 약 10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들의 평균 공시가격은 12억5340만 원이다. 저가 주택 군집지역은 약 169만 명이 거주하고, 평균 공시가격은 2억1239만 원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만 명당 병·의원 수는 고가 주택 군집지가 25.5개, 저가 주택 군집지는 14.9개였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는 고가 주택 군집지가 50.9명, 저가 주택 군집지는 22.2명으로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다만 인구 대비 응급실은 저가 주택 군집지가 더 많았고, 응급실까지 거리도 짧았다. 고가 주택 군집지 내 특목고 및 자사고 진학률은 18.2%로 저가 주택 군집지(6.0%)의 3배 이상이었다. 이윤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가 주택 군집지에는 병원이나 의료원을 우선 설치해야 한다”며 “저가 주택 군집지에 사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대통령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무성의한 태도가 이어지면 워크아웃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도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약속한 대로 자회사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시작할 수 없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태영그룹이 채권단이 받아들일 만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이어 대통령실도 ‘경고장’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태영건설이 계속 무성의하게 나올 경우 워크아웃으로 가지 못할 수 있다”며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한 만큼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채권단 등이 태영그룹의 불성실한 태도와 부실한 자구안을 문제 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태영 측이 신뢰할 만한 안을 빨리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이날 “(태영과 채권단이) ‘이 정도는 돼야 워크아웃이 성공한다’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11일까지 날짜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날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갔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산은 역시 5일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의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고 “태영그룹이 워크아웃 신청 시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이행분 890억 원을 즉시 지원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이와 같은 기본 전제조건조차 충족되지 못한다면 제1차 협의회 결의일인 11일까지 75%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며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그룹의 지주사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 유동성 해소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TY홀딩스는 두 차례에 걸쳐 총 65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나머지 자금 890억 원은 TY홀딩스와 태영건설이 연대보증한 개인 투자자 보유 채권을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TY홀딩스는 연대보증 채무 상환에 쓰인 890억 원도 태영건설 지원 자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산은은 지원 자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채권단은 윤세영 TY홀딩스 창업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원한 금액이란 입장이다.● 영구채 인수해 우회 지원 논란 채권단은 사재 출연까지 필요하다고 했지만 TY홀딩스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을 상대로 416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고 5일 공시했다. 이 증권을 인수한 윤 회장은 TY홀딩스로부터 연 4.6%의 이자를 받게 된다. 이에 ‘사재 출연’이 아닌 ‘사재 대출’이란 지적이 나온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416억 원은 윤 회장이, 1133억 원은 TY홀딩스가 받았다. 결국 TY홀딩스가 윤 회장에게 416억 원을 빌려 태영건설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룹 오너가의 사재 출연 등 ‘성의를 보이라’는 채권단의 요구와 반대되는 행보로 양측 간 불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TY홀딩스 측은 사재 대출이라는 지적에 반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28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이 들어왔을 때 이미 윤 회장이 통장과 도장을 맡겼다”며 “이자율이 4.6%지만 영구채의 경우 발행회사가 이자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지급을 정지할 수 있고, 윤 회장도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최후 통첩’을 한 만큼 태영그룹이 이번 주말까지 어떤 자구안을 새롭게 내놓는지가 워크아웃 성사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주말 중에 금융위, 금감원, 산은 고위급 인사들이 모이는 회의가 열릴 예정이며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자구안에 대해 ‘오너 일가의 자구 계획’,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전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의 질타에 이어 금융당국까지 가세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선 모습이다. 이 원장은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는 “어떤 경우의 수가 와도 (대처할 수 있는) 시장 안정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6∼7일)까지 새 자구안을 제출하라는 최후통첩까지 날렸다.● “태영, 자기 뼈 아닌 남의 뼈 깎는 노력” 이 원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윤세영 TY홀딩스 창업회장 등 대주주 일가를 수차례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태영 측은 당초 산은에 태영건설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 중 일부를 제때 납입하지 않았다.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이 아닌) 오너 일가의 더 급한 (빚을 갚는) 쪽으로 거의 소진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쓴 것도 회사 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가 가진 개인 명의 자금들은 따로 ‘파킹’(빼돌린 것)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들을 채권단에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자 태영 측은 이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지원 중 잔액 259억 원을 3일 마저 납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416억 원과 별개로 자회사 채권 매입에도 30억 원을 투입했고, 윤세영 창업회장 역시 38억 원을 투입했다”며 현재까지의 사재 출연 내역도 공개했다.● 기존 자구안들도 실효성 떨어져 업계에서는 태영그룹이 자구안으로 마련한 자회사나 계열사 매각 지분이 태영 측 예상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에코비트 지분 50%를 매각하려면 나머지 지분 50%를 가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급매’라는 게 변수다. 시장에서는 KKR이 자금난에 빠진 태영그룹에 자금 조달을 도왔던 걸 고려하면 에코비트 지분 매각도 동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체 가치는 2조∼3조 원으로 평가되는 에코비트가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태영이 급하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골프장을 보유한 자회사 블루원도 마찬가지다. 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블루원이 보유한 골프장 3개 중 경주와 상주에 있는 골프장 2곳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태영 측에서는 3000억 원을 예상하지만 시장에서는 2500억∼27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태영은 이 매각대금을 우선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에 먼저 투입하기로 해 채권단의 빈축을 사고 있다. 채권단과 사업장 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워크아웃 개시 자체가 쉽지 않고, 개시되더라도 이해관계가 각자 달라 사업장별로 협의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업장 수만 60곳이고 각각 이해관계나 사정이 다 다른데 워크아웃 절차를 다 따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저게 정말 전부라고?” “SBS는 결국 안 판다는 얘기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지하 1층 강당.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위한 채권단 설명회에서 채권단이 일제히 술렁였다. 자구안의 일환으로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을 묻자 TY홀딩스 관계자가 “의견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한 직후였다. 강당 계단까지 빽빽하게 들어찼던 채권단 700여 명 중 상당수는 설명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알맹이가 없다”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SBS(지분)는 안 판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이미 답은 나왔다. 뭔가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태영의 4가지 자구안, 산은 “이미 약속 어겨” 태영그룹이 이날 내놓은 자구책은 총 1조6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태영 측이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밝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 2조5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채권단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이유다. 채권단은 특히 태영 측이 워크아웃 신청 전인 지난해 12월 28일 약속한 자구안 이행 계획을 이미 어겼다고 비판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는 산은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2062억 원 중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TY홀딩스는 이 자금 중 890억 원을 태영건설 사업장에 설정된 연대채무(총 3200억 원)를 갚는 데 쓰고 400억 원만 태영건설에 지급했다. 산은은 3일 정오까지 나머지 1149억 원을 지급하라고 촉구했지만, ‘연대채무 상환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290억 원만 추가 납부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를 두고 “채권단과 태영 측의 신뢰성이 상실된 첫 번째 케이스”라고 질타했다. 태영그룹 자구안에는 몸값이 2조, 3조 원 선으로 예상되는 폐기물 처리 기업 에코비트 지분 50%를 파는 것도 포함돼 있다. 매각대금을 받으면 이 지분을 담보로 받았던 대출 4000억 원을 상환한 나머지 1조 원가량을 태영건설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골프장 3곳 등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블루원을 매각해 3000억 원가량을, 양곡화물 사업 계열사인 평택싸이로 지분(62.5%)을 담보로 1000억 원가량을 각각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더하면 총 1조5000억∼1조6000억 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태영 측은 블루원 매각 자금 중 2300억 원가량을 태영건설에 투입하지 않고 TY홀딩스 연대채무 상환에 먼저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채권단의 불만을 키웠다.● SBS 지분 매각 답변은 피한 태영 태영그룹은 채권단이 요구했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등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양윤석 TY홀딩스 전무는 “SBS 매각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할 수는 있지만 방송법상 제약이 많다”며 “사재 출연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준비 중이며 11일 채권단 결정 전에 산은을 통해 보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장 밖에서 만난 한 채권단 관계자는 “결국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를 먼저 살리겠다는 것이고 사재 출연 계획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며 실망을 표했다. 강 회장은 “태영건설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이라며 자구안 이행에 대한 확약을 촉구했다. 강 회장은 금융당국과 사전 조율 후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은 외에 다른 채권단에서도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할 생각이 실제로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 협의회는 11일 열린다.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 피해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최근 두 달(지난해 11, 12월) 동안 9510채 규모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 손바뀜은 단 12건 일어났다. 지난해 11월은 7건으로 2022년 10월(5건) 이후 1년 1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다. 12월 거래량도 2일 현재까지 5건에 그쳐 거래 신고 기간이 끝나도 10건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그나마 매수 문의가 간간이 있었는데 태영건설 워크아웃 소식 이후 뚝 끊겼다”며 “금리가 내리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어느 정도 해소돼 시장이 다시 좋아지길 기다리겠다는 매수자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고금리,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위축됐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희망하는 가격 격차가 커지며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부동산 PF 부실 악재가 겹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1836건으로 올해 1월(1413건) 이후 10개월 만에 2000건 밑으로 줄어들었다. 매매 거래는 지난해 1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2월 2457건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7월 3660건, 8월 3899건으로 늘었다가 10월(2337건)부터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매수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 주(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2.9로 지난주(83.4)보다 0.5포인트 내리며 10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아파트값 흐름을 보여주는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0.14% 떨어지며 지난해 4월(―0.04%) 이후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 지수는 한국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50개 아파트단지의 가격 변동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 4932채 규모의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9일 15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한 달 새 7250만 원 하락했다. 거래량도 지난해 중순 월 거래량 30∼40건에서 11, 12월 12건으로 급감했다. 서울 성북구 4515채 규모의 한신·한진아파트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6일 5억 원에 거래되며 직전 11월 거래(5억4250만 원) 대비 4000만 원 이상 가격이 내렸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새 학기에 맞춰 11, 12월에 계약하는 수요가 많은데 문의 자체가 급감했다”며 “부동산 PF 뉴스를 보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에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단기적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7월 이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전철은 언제 개통하나요?”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 터미널3과 연결된 리야드 메트로 4호선 역사. 아직 개통 전인데도 많은 시민이 인근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공항에는 ‘메트로(METRO)’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됐다. 사우디 첫 도시철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열차들이 시운전에 나서며 더 커졌다고 했다. 최영훈 삼성물산 리야드 메트로 부사장은 “사우디 국민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커 도시철도 같은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이를 짓는 우리도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관문, 리야드 메트로 완공 임박 이르면 올해 4월부터 리야드를 찾는 수백만 명의 해외 방문객과 사우디 국민은 리야드 메트로를 타고 도심에 들어갈 수 있다. 리야드 메트로의 총 6개 노선 중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3공구의 4·5·6호선을 맡았다. 3공구 공사비만 1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우디 정부는 인구 770만 명인 리야드를 1500만 명 규모의 글로벌 도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리야드 메트로는 이를 실현시킬 핵심 인프라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맡은 노선은 미국 등의 건설사가 시공 중인 1·2·3호선보다 공사 기간을 단축했다.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교량 상판을 설치하는 ‘교량 상판 일괄 가설 공법(FSLM)’ 덕분이다. 최 부사장은 “앞으로 리야드 메트로 노선 확장 관련 추가 발주도 잇따를 것”이라며 “사우디에서는 엑스포,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메가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현존 세계 최고 높이 건축물인 ‘부르즈 칼리파’(828m)를 준공했다. 이는 발주사가 원하는 대로 건물을 잘 짓는 단순 도급사라는 인식이 강했던 한국 건설사에 대한 이미지가 ‘사업 파트너’로 바뀌는 전환점이 됐다.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스마트시티·교통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됐고, 특히 도시 개발 파트너로까지 도약했다. 사업 규모만 1조 달러(약 1300조 원)에 이르는 사우디 ‘네옴시티’의 초대형 프로젝트들에 대한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이유다. 삼성물산은 2022년 6월부터 현대건설과 네옴시티의 핵심 사업인 ‘더 라인’ 지하를 지나는 고속·화물 철도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네옴과 모듈러 관련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모듈러 공장 건설과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초대형 프로젝트 잇따르는 중동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11월 중동지역 해외 건설 수주 금액은 83억8530만 달러로, 전체(277억3739만 달러)의 30.2%를 차지했다. 태평양·북미(94억4891만 달러·34.1%)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프로젝트당 규모는 중동이 2억963만 달러로 태평양·북미(1억2769만 달러)보다 64% 크다. 그만큼 대형 프로젝트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사우디의 네옴시티처럼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로젝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은 높은 시공 능력과 함께 탄소중립 목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한국 건설사들의 전략과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중동 각국에서 대형 병원과 터널, 현수교, 발전소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2012년 1월 UAE 아부다비 기존 도로 하부에 연장 3.6km, 왕복 8차로 지하차도 및 접속도로를 건설해 지하 토목공사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4월에는 아부다비에 세계 최고 수준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병원(21층)을 지었다. 2018년에는 중동 최초로 원형 주탑이 적용된 카타르 루사일 현수교를, 2022년 10월에는 사우디 리야드 증권거래소 건물 타다울 타워(42층)를 준공했다. 사우디 외 중동 국가들도 앞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UAE는 최근 두바이에 49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지하철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이라크는 25억 달러 규모 메트로 프로젝트 등 전후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해외 건설정책지원센터장은 “앞으로 중동에서는 고위험 고수익 형태의 투자개발형 사업이 많아질 것”이라며 “현지와의 신뢰관계 구축, 리스크 분산 등에 정부가 도움을 준다면 기업들이 더 큰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리야드(사우디)=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지난해 말 준공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140채 규모 한 주상복합. 공사를 마치고 입주가 시작된 지 이미 1년이 지났지만 10월 말 기준으로 110채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이는 시공사로 불똥이 튀었다. 건물을 지은 도급 순위 30위권 건설사가 ‘분양 완료 시’ 받기로 한 공사대금 15%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1년간 무순위 청약만 11번 진행했지만 허사였다. 작년 332억 원의 흑자를 낸 이 시공사는 올해 1∼3분기(1∼9월) 적자(―3억7439만 원)를 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도 이러니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커진다. 분양을 받은 사람이 낸 돈으로 금융권에서 받은 PF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데, 미분양으로 이 흐름이 막힌 것이다. 시행사나 시공사에 대한 자금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465채로 집계됐다. 전월의 1만224채보다 241채(2.4%) 더 늘었다. 올해 초(7546채) 대비로는 38.7%나 증가한 수치다. 준공 후 미분양은 말 그대로 준공이 끝나 사용검사를 받은 뒤에도 분양되지 않은 주택을 말한다. 이런 미분양이 쌓이면 PF 현장 리스크가 커진다. PF 현장은 보통 토지 매입 등 사업 초기 자금을 금융권에서 만기 1년 이내 브리지론을 받은 뒤 착공·분양에 들어가면서 본PF 대출로 전환한다. 미분양이 늘면 이 대출을 갚기 어려워진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역별로 수도권이 2089채로 1월 당시 1280채보다 거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방 사정도 좋지 않다. 수도권 외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달 말 기준 8376채에 이른다. 올해 1월(6266채) 대비 30% 이상 늘었다. 특히 대구(1016채)나 대전(436채)은 전월 대비 각각 12.5%, 16.0% 급증했다. 아직 준공 전인 미분양 주택을 포함한 전체 미분양 주택은 5만7925채로 전월(5만8299채)보다 0.6%(374채) 줄었다. 전체 미분양 감소는 주택 분양 자체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올해 아파트 분양 자체가 지난해보다 37% 감소해 최저 수준”이라며 “사업 환경이 악화돼 아예 분양을 포기하는 건설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구의 경우 전체 미분양 주택이 3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이는 대구시가 올해 1월 주택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주택사업 승인을 아예 보류하기로 결정해서다. 신규 분양이 나오지 않으면서 일부 미분양 물량이 소화됐다. 10월부터는 서대구역 반도유보라센텀(1678채), 수성더팰리스푸르지오더샵(1299채) 등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면서 준공 후 미분양이 다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등 비(非)주택 현장도 어려움은 크다. 한국산업입지공단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식산업센터 설립 승인을 받고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현장이 302곳에 달한다.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건 브리지론 대출을 받고 본PF로 전환을 하지 못해 브리지론 이자를 내며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사기로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비(非)아파트 선호도가 급감했고, 지식산업센터 역시 공사비 인상으로 분양가가 올랐는데 경기 침체에 임차 수요는 줄었다”며 “비아파트 PF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통계가 없어 현황 파악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면 2013년 쌍용건설에 이어 10년 만에 도급 순위 30위 안에 드는 ‘1군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개시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건설업계의 연쇄 위기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에 돌입했다.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된 1차 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결정된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이면 내년 5월에 자구안이 확정된다. 10년 만에 재현된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에 금융 당국은 이날 긴급 진화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철저한 자구 노력을 유도하고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이 이루어지고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와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사재 출연과 계열사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 측은 “오너 일가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60%에 대한 매각대금 1440억 원 중 출연 규모를 고민 중”이라면서도 SBS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조만간 워크아웃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는 건설사들이 거론되는 등 업계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4조5800억 원으로 금융권의 손실이 일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태영,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검토… “SBS 지분 매각은 없다” [태영發 건설업계 위기]금융당국-채권단 “자구노력” 압박태영, 골프장-계열사 지분매각 추진매각 작업 난항 땐 추가 조치 예상産銀, 내달 11일 채권단 회의 개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채권단의 자구책 마련 요구 압박이 거세다. 금융 당국이 대주주의 고강도 자구 노력을 전제한 만큼,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등이 자구 노력의 수준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태영건설 측은 SBS 지분 매각은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오너 일가의 사재(私財) 출연이나 골프장 등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와 IB업계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지주사인 TY홀딩스 등은 레저 자회사인 블루원이 보유한 골프장과 환경종합기업 에코비트 지분 매각 혹은 지분 담보대출 등을 검토 중이다. 태영건설은 최근 ‘알짜’ 계열사로 꼽혔던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 원에 파는 등 모두 1조 원 이상을 팔면서 자구 노력을 했지만,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태영, 골프장-자회사 지분 등 매각 추진할 듯 금융당국은 이날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주의 개인 지분 출연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태영에 추가 자구책을 압박했다. TY홀딩스는 물류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한 대금 2400억 원 중 윤세영 창업회장 일가에 돌아간 지분 60%의 매각대금(1440억 원) 중 일부를 내놓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TY홀딩스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은 일축했다. 방문신 SBS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회사 내부망에 담화문을 올려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고 밝혀 윤 회장은 SBS 지분을 ‘최후의 보루’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골프장 등 자산 매각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TY홀딩스는 2014년 태영건설로부터 분할 설립된 레저 회사 블루원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블루원은 현재 경기 용인·안성, 경북 상주·경주에서 골프장 및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골프장과 토지와 건물 등 자산 가치는 5464억 원이다.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에코비트는 현재 TY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분을 50%씩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427억 원으로, 몸값은 2조∼3조 원까지 거론된다. TY홀딩스는 올해 1월 에코비트 보유 지분 50%를 담보로 KKR에서 4000억 원을 대출받아 태영건설에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추가 자구책 압박이 계속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는 골프장이 홀당 100억 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인기가 떨어져 예상보다 매각 가격이 낮을 수 있다”고 했다. 에코비트 역시 인수합병(M&A)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데다, 자구책에 포함되면 협상력이 떨어져 몸값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채권단 “자구책 보고 워크아웃 동의 결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부터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이 추진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총 60개 현장을 보유 중이다. 브리지론 사업장이 18개, 본PF 단계는 42개다. 미착공 현장 중 지방에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태영건설이 최근 2년간 수주했다 착공하지 못한 현장은 △대전 유천1구역 지역주택조합사업 건설 공사 △전북 전주 바이오그린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 건설 공사 등 10곳(공사비 2조9742억 원 규모)이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내년 1월 11일 1차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채권 행사 여부와 유예 기간 등을 논의한다. 이후 4월까지 실사를 통해 부동산 PF 사업장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해 5월 태영건설과 기업개선계획 약정을 체결한다. 다만 채권단 75%의 동의라는 워크아웃 개시 요건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요 채권은행 관계자는 “태영건설 측의 자구안이 나오면 그에 따라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위해선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은 물론 금융채권단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이르면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공사비 급등으로 주요 건설사 55곳 중 17곳의 평균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등 건설사들이 재무구조 악화에 직면해 건설업계 위기가 경제 전반에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이르면 내년 초 건설사 구조조정 방안 등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까지 태영건설이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 원에 이른다. 당장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건설 현장에서 480억 원 규모 PF 대출이 만기를 맞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엔 우발채무(미래에 발생할 채무) 3조6027억 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협력업체와 건설업계뿐 아니라 금융업계까지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연초에 건설업 구조조정 방안을 포함한 PF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누적된 고금리 충격으로 내년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십수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부 건설사는 신속히 구조조정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전날 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은 이날 공시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워크아웃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던 것에서 달라진 기류다. 건설사 재무구조 악화는 태영건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날 동아일보가 도급순위 상위 300개 건설사 중 올해 3분기(7∼9월) 보고서를 제출한 55곳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부채비율 200% 이상인 기업은 17곳으로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평균 323.3%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방 연쇄 효과가 큰 건설업계가 흔들리면 실물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건설업계 도미노 도산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PF 위기’ 태영건설, 오늘 480억 만기… 내년까지 3.6조 줄줄이 부동산 침체-금리인상에 치명타부채비율 478%, 주요 건설사 최고태영건설 장기 신용등급 전망 하향워크아웃 채권단 동의 등 첩첩산중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태영건설이 이르면 이번 주 주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건설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반에 작지 않은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이 커지면서 중소형 건설사나 증권사들의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태영건설마저 실제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하면 금융권을 중심으로 PF 부실 우려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8일부터 줄줄이 대출 만기 태영건설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PF 시장 경색 이후 지속적으로 위기 기업으로 꼽혔다. 태영건설이 보증을 제공한 사업장에서 PF 차입금 차환 대응 이슈가 불거졌고 이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태영건설의 대출 규모는 3956억 원이다. 또 내년까지 총 3조6027억 원의 우발채무 만기가 돌아온다. 특히 당장 28일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 사업에 480억 원 규모의 PF 대출 만기를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의 이번 리스크는 주택시장 호황기인 2019년 이후 공격적으로 수주한 개발사업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 자재값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고 미착공한 개발사업이 태영건설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있지만 공사비 증가로 착공도 어려워져 진퇴양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 원, 부채비율은 478.7%에 이른다”며 “시공능력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6월 중순부터 태영건설과 관련된 동향을 꾸준히 챙겨 왔다”며 “그룹 차원에서 내년까지 버티기 어렵다고 보고 최후의 결정을 하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7일 태영건설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검토 감시 대상’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채권단 워크아웃 동의까진 ‘첩첩산중’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2주간 채무가 유예된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정상화를 지원하는 기촉법은 올해 10월 일몰됐지만 이달 8일 재입법돼 26일부터 재시행됐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워크아웃의 세부 절차를 구체화하는 시행령안을 정비 중이며, 입법예고 등을 거쳐 내년 1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세부 규칙을 마련하는 중이지만 상위법의 효력이 있는 만큼, 기업의 워크아웃 신청 자체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워크아웃이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개시된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채권단이 받아들일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PF 대주단 협약이 실제로 잘 가동되지 않는 것도 이해관계자들마다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태영건설과 채권단이 막판까지 기 싸움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될 경우 PF 위기는 건설업계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4조 원 증가했다. 태영건설은 차입, 지분 매각 등으로 급한 불을 끄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지주사인 TY홀딩스로부터 4000억 원을 차입했으며 본사 사옥 담보대출(1900억 원), 물류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2400억 원), 화력발전소 포천파워 지분 보통주 전량 매각(264억6000만 원)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에는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다. 지주사인 TY홀딩스는 SBS미디어넷 지분 중 70%를 담보로 자금 760억 원을 차입했다. 최악의 상황에는 SBS 지분을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대기업 계열사로 시공 순위 30위권인 한 건설사. 올해 3분기(7∼9월) 매출은 1조16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903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이 늘어도 원자재 값과 인건비 급등이 이어진 데에 따른 것. 설상가상으로 금융권에 내야 할 이자 비용은 올해 3분기 125억 원으로 1년 새 112억 원 불었다. 부채비율 역시 467.9%로 치솟았다. 내년 상황도 여의찮다. 수주 잔액은 3분기 현재 2조18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줄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공사비 급등으로 지방과 중소·중견 건설사에서 시작된 건설업 위기가 대형 건설사로 번지고 있다. 고금리와 자잿값과 인건비 등 비용이 늘어나며 공사를 할수록 적자에 빠지는 현장이 늘어난다. 건설사별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도 어두워 위기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주요 건설사 55곳 중 17곳, 재무상황 ‘빨간불’ 26일 동아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분석한 결과 도급 순위 300위권 건설사 중 올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55개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건설사는 17곳으로 나타났다. 이 건설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23.3%로 지난해 말(18곳·290.9%)보다 30%포인트 늘었다. 재무상황이 안 좋은 건설사 자금난이 더 악화된 것. 건설업계에선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위험’으로, 300%를 넘으면 ‘고위험’으로 본다. 특히 3분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인 곳은 8곳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으로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낸다는 뜻이다. 계열사 돈을 끌어오거나 알짜 자회사 지분 매각에 나서는 곳도 적지 않다. 3분기 적자 전환한 GS건설은 이달 현금 확보를 위해 GS이니마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골프장 등 주요 자산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 “공사하면 적자”… 기존 사업 포기까지 건설사 수익성 악화는 PF 부실 우려로 금융 비용이 치솟고 원자재 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이 이어진 영향이 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건설공사비지수(153.58)는 3년 전보다 28.1% 급등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 현장에서 공사비를 낮추고 있다”며 “이를 못 하면 공사할수록 적자가 나는 현장이 무더기로 나온다”고 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신규 현장은 착공하면 사실상 적자라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기존 계약 해지 사례까지 나온다. 대우건설은 이달 14일 1조1480억 원 규모 대전 도안 2-2지구 공동주택 신축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공사비 증액 협상에 실패한 데에 따른 것. 알짜 공공택지도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 8264㎡(약 2500평) 규모 땅이 이달 13일 입찰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다. 경기 화성동탄2 B-14와 김포한강 BC-02 등 수도권 택지도 낙찰자가 전무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마저 중단되며 주택 수급 불안 우려도 커졌다. 트리플 역세권으로 꼽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가 높아 시공사를 못 찾고 있다. 송파구 풍납동 ‘강변현대’ 리모델링 조합은 사업을 포기하고 조합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 수주는 올해보다 1.5% 준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업계 숨통을 틔우려면 분양시장이 살아나야 하는데 내년 전망도 좋지 않다”며 “경영난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다양한 정비사업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습니다.”(박상우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박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에 이어 이날도 “재개발·재건축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또 박 장관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인 ‘시장 원리’에 기반해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현실과 시장 원리에 기초한 주택정책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과 희망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며 “최근 문제가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등 주택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초광역 메가시티 등 광역권 발전 전략과 교통대책도 강조했다. 박 장관은 “지역이 주도해 광역권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며 “올해 3월 발표한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도시별 광역 교통 개선 대책과 부실 시공 방지를 위한 설계·시공·감리 상호견제 시스템 등을 마련하고,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혁신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최근 5년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413명이 자살, 고독사 등으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회적 약자의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고, 정신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영구임대주택 입주자의 사회적 고립과 자살 예방을 위한 지원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2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중 220명이 자살, 193명이 고독사했다. 이 가운데 82%(340명)는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를 포함해 취약계층이 주로 입주하는 영구임대주택 거주자였다. 특히 1인 가구와 고령층 가구가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공임대주택에서 발생한 자살의 56%(27명)는 1인 가구였고, 58.3%(28명)는 60세 이상이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의 자살·고독사 문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영구임대주택 입주자의 자살 및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배치된 주거관리사는 올해 기준 1명당 입주민 1285.2명을 맡은 것으로 집계됐다. 박기덕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단지 내에 설치된 지역사회복지관에 정신건강 사회복지사를 확대 배치하고, 노후 주택은 재건축해 거주 환경을 개선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내년 전국에서 아파트 26만여 채가 분양에 나선다. 절반이 수도권 물량으로,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서울 접근성이 높은 경기 성남·구리시 등에서 대단지 청약 대어들이 줄줄이 입주자 모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민영아파트(민간임대 포함) 전국 268개 사업장에서 26만5439채가 분양될 예정이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연평균 분양계획(35만5524채)보다 25% 정도 적은 규모다. 권역별로 수도권이 14만1100채, 지방이 12만4339채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에서 7만4623채가 분양에 나서고, 서울과 인천은 각각 4만4252채, 2만2225채가 입주자를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유형별로는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13만9778채로 전체 물량의 53%를 차지했다. 분양은 내년 1월(2만3810채)과 10월(2만1188채)에 집중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큰 주요 대단지가 분양에 나선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청약에 나서는 주요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청약통장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주요 단지는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도곡 삼호아파트 재건축),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방배6구역 재개발),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방배5구역 재개발),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등이다. 강남권 외 지역에서는 은평구 대조1구역과 성북구 삼선5구역 등이 분양에 나선다. 경기는 성남시 수정구 산성구역과 구리시 수택E구역 등이 분양에 나선다. 두 단지 모두 3000채가 넘는 대단지로 서울과 가까워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서는 2549채 규모인 래미안송도역센트리폴이 내년 중 분양에 나선다. 용인시 처인구에서는 1681채 규모의 용인푸르지오원클러스터가 내년 1월 분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내년 분양 예정 물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만6684채가 분양 시점을 ‘연중’으로만 밝혀 분양 계획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올해에서 내년으로 이월된 분양 계획 물량만 10만1490채”라며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공사비 갈등, 사업성 문제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현대건설이 이달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방사선보건원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공사는 경북 울진군 북면 일원에 1400MW(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공사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한국형 원자로(APR1400)가 적용된다. 주관사는 현대건설로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이앤씨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총사업비는 3조1000억 원으로, 이 중 현대건설은 55%에 해당하는 1조7157억 원을 수주했다. 신한울 3·4호기 입찰은 국내 원전 건설 최초로 공사 수행 능력, 시공 계획·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기술력 중심의 선진적 입찰 제도인 ‘종합심사낙찰제’가 적용됐다. 현대건설은 “심사에서 경쟁사 대비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지만 기술 분야에서 높은 배점을 얻었다”고 밝혔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2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에는 전국에서 16개 단지 총 1만590채가 분양에 나선다. 이 중 일반분양은 7868채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에스아이팰리스강동센텀Ⅱ’, 경기 수원시 세류동 ‘매교역팰루시드’, 경기 평택시 장안동 ‘평택브레인시티중흥S클래스’ 등이 청약을 받는다. 지방에서는 부산 동래구 수안동 ‘동래롯데캐슬시그니처’와 충남 보령시 동대동 ‘보령엘리체헤리티지’ 등이 입주자를 모집한다. 본보기집은 ‘검단중흥S클래스에듀파크’ 1곳에서 문을 연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한국이 철도 시설 유지보수에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 대비 2배 수준의 인건비를 투입하지만 작업자들의 근로 시간은 오히려 더 짧다는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잇따른 철도 사고를 줄이고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비효율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아일보가 21일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철도 안전체계 심층 진단 및 개선 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국내 철도 선로 1km당 유지보수 인건비는 1억5600만 원으로 영국(9000만 원), 프랑스(7100만 원), 독일(5800만 원)보다 1.7∼2.7배 높았다. 이는 국토부가 올해 1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발주해 실시한 용역 결과다. 철도 유지보수에 더 많은 인건비를 들이고도 일하는 시간은 짧아 효율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현장 작업자의 주당 평균 작업시간은 37시간으로 프랑스(40.4시간)와 독일(40시간), 영국(39.2시간)보다 짧았다. 보고서는 “최적 인력을 운용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고정된 인력을 투입하면서 인력 활용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번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코레일의 유지보수 업무 독점을 깨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아예 상정되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전사업소에서 선로 40km 시설을 관리하는 데 투입하는 인력은 총 28명이다. 이들이 야간에 작업하는 시간은 1인당 3시간 반에 그친다. 프랑스 파리사업소가 같은 길이 선로 작업에 15명을 투입하고, 작업 시간도 4시간 반인 것과 차이가 크다. 일본의 경우에도 20명이 최소 4시간 작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더 많은 인력이 더 적게 일하고 있는 셈이다. 2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철도안전체계 심층 진단 및 개선 방안 연구용역’ 결과는 이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코레일 전반에 고착화돼 있다고 봤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이 위탁받아 독점하며 업무 지침 개선, 신규 장비 도입 등 필수 업무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무체계 변경으로 비효율이 누적되고 베테랑 근로자들이 은퇴한 빈자리를 저숙련 근로자가 채우며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 1km당 유지보수 1.89명, 독일의 두 배 넘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실시한 ‘철도안전체계 심층 진단 및 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철도 선로 1km당 유지보수 인력은 1.89명으로 프랑스(1.0명)나 독일(0.76명), 영국(1.26명)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1인당 인건비가 높은 데다 인력도 많이 투입되면서 전체 유지보수비 역시 한국이 2억1300만 원으로 프랑스(1억4200만 원), 독일(1억5500만 원), 영국(1억9500만 원)보다 높았다. 유지보수비에서의 인건비 비중 역시 한국이 73.2%로 영국(46.2%), 프랑스(50.0%), 독일(37.4%)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철도 유지보수 업무가 고비용 체계가 된 주된 이유로는 2018년 시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이 꼽혔다. 당시 약 1400명의 외주 인력을 정규직 인력으로 흡수하면서 약 5000명 규모였던 유지보수 근로자가 현재 7000명으로 급증했다. 선로에 작업 인력을 많이 투입하는 이유가 근로자가 많아서라는 의미다. 이런 문제는 철도노조 요구로 2019년부터 ‘4조 2교대’ 근무체계가 도입되며 더욱 악화됐다. 용역 보고서는 업무 비효율이 사고 위험과 직결된다고 봤다. 코레일의 시설 분야 현장 근로자는 업무 시간의 20%를 보고에 쓴다. 이는 독일(7%)과 프랑스(10%)의 2배 수준. 현장에서 모바일 기기 등으로 바로 보고하는 해외와 달리 사무소에 복귀해 종이에 글씨를 쓰는 수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 반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 시간은 업무 시간의 24%에 그친다. 독일(38%)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국토부는 코레일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12월 코레일에 기존 근무체계인 3조 2교대로 환원하라고 명령했다. 4조 2교대를 유지하려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코레일은 3조 2교대 환원을 거부하고, 안전성 검토를 추진해 현재 현장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SR이 운영하고 코레일이 유지보수 철도 운영과 유지보수 업무가 분리된 기형적인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광역철도의 경우 SR, 서울교통공사 등 운영사가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다. BCG는 “업무 분리로 시설 유지관리 규정을 변경하는 과정이 해외에 비해 복잡해 규정 완화나 업데이트 등에 매우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유지보수 비용을 코레일이 업무를 위탁받아 실비 정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예산을 절감할 유인 자체가 없다. 신규 장비 구매 역시 시설관리(국가철도공단)와 유지보수(코레일) 간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려 제때 도입이 안 되고 있다. 실제 2018년 1월 코레일이 승인했던 선로점검차와 고압살수차 등의 장비가 4년이 넘은 지난해 8월에야 도입됐을 정도다. 2017년 이후 베테랑 작업자의 은퇴가 늘면서 5년 미만의 신입이 증가하는 것도 작업자 역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도 유지보수 인력(6882명) 중 5년 미만 신입은 2017년만 해도 14%에 그쳤지만 지난해 39%로 크게 늘었다. ‘허리 역할’을 하는 경력 5년 이상 15년 미만 근로자 비율은 이 기간 39%에서 8%로 급감했다. 직원 교육, 평가 체계는 사실상 전무하다. 프랑스는 매년 직무 자격평가를 거쳐야 하지만, 한국은 직무 교육 자체가 5년 동안 21시간이다. 프랑스는 1∼3년 단위의 무작위 감사로 직원을 평가하는데, 한국은 별도 제도가 없다. 보고서는 코레일의 비효율 구조가 사고로 이어졌다고 봤다. 지난해 11월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의 경우 선로점검차로 레일 표면을 확인할 수 있지만, 내부 결함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는 점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신규 장비가 제때 도입되지 못한 것. 같은 해 7월 대전조차장역에서 발생한 SRT 탈선 사고도 선로 궤도의 뒤틀림이 감지됐는데도 제때 보수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선하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이대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사람을 더 투입하면 안전을 위협받는다”며 “디지털 기술 도입과 인력 재배치 등으로 효율화해야 한다”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