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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2%로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하면서도 한국 경제에 대해선 기존보다 비관적으로 본 것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은 2.2%로 전망했다. 한국 정부의 전망치와는 동일하고 국제통화기금(IMF)보다는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부진한 내수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수출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질소득이 위축되고 경제 전반에 누적된 부채 문제 때문에 내수 경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의 부동산 문제 등도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OECD는 지난해 세계 경제가 탄력적 회복세를 보였지만 연말부터는 이런 흐름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11월 전망했던 2.7%에서 2.9%로 높였지만 지난해 성장률(3.1%)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OECD는 최근 홍해 사태로 인한 해운 운임 상승이 지속된다면 1년 뒤에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해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5원 넘게 오르면 한국전력이 올해는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한전의 적자 폭은 5조 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영증권은 올해 전기요금이 kWh당 5원 넘게 오르면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은 2조8697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단가는 1년 전보다 각각 26.3%, 39.6% 하락할 것으로 가정했다. 한전은 지난해 1월 kWh당 13.1원 인상을 시작으로 1년 동안 총 26원을 올렸다. 올해는 지난해 인상 폭의 5분의 1만 올려도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올 상반기(1∼6월)까지는 전기요금을 포함한 공공요금을 동결할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3분기(7∼9월) 한전은 10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증권사들은 한전이 지난해 4분기(10∼12월)에도 흑자를 내면서 연간 영업 적자는 5조 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 한전의 적자 규모는 32조7000억 원에 달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새해 첫 달인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546억9000만 달러였습니다. 지난해 1월보다 18.0%가 늘어나면서 올해 수출이 상쾌한 출발을 보여 준 것입니다.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2017년 12월 이후 73개월 만에 가장 높은 56.2%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3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대(對) 중국 수출은 20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기도 했습니다.정부가 관리하는 15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서는 무선통신기기와 이차전지를 제외한 13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는데요. 오늘은 이 가운데 가장 높은 76.0%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선박을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연말에도 북적인 조선소… 수주 가뭄 버티고 부활의 뱃고동지난해 마지막 조업 일이었던 12월 29일, 직접 찾은 울산 동구의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는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들이 가득했습니다.수백, 수천t의 중량물이 대형 크레인이나 트랜스포터(Transpoter) 같은 운반용 차량에 실려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현장. 대형 장비와 중량물을 조심하라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습니다.현장에는 귀마개를 끼고 작업하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경고음의 크기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여기에 곳곳에서 불꽃을 튀기면서 철판을 갈아내는 그라인더 소리나 망치로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겹치면서 636만㎡의 드넓은 조선소 전체에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는데요.조선소 곳곳에는 기존의 통행로를 막고 대형 선박 블록을 쌓아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울산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초대형 선박은 선박을 구성하는 대형 블록을 먼저 만든 다음에 이 블록을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요.선박 건조 물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조선소 내의 블록 보관 공간이 부족해져서 일부 통행로까지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모두 오랫동안 이어진 수주 가뭄을 지나서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는 한국 조선업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조선소 일감 늘려주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이날 조선소에서는 독(dock)에서 외형을 갖춘 뒤에 바다에 띄운 선박들이 안벽에서 후반부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초저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화물창 제조의 난도가 높아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 운반선은 여러 척을 볼 수 있었습니다.LNG 운반선은 안벽에서의 화물창 작업 기간이 긴 선종인데요.건조가 까다로운 만큼 선가가 높은 LNG 운반선은 중국 조선업이 아직 한국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안벽에서 또 하나 눈에 띈 선박이 덴마크의 세계적인 해운사 ‘머스크’가 발주한 컨테이너 운반선이었는데요.조선·해운업계에서는 ‘머스크 블루’라고 부르는 하늘색 도색으로 머스크의 배라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이 배의 외벽에는 ‘ALL THE WAY TO ZERO’(탄소중립으로 가는 길)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습니다.자신들이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이 친환경 선박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글귀였습니다.머스크는 기존의 선박 연료와 함께 메탄올을 연료로 쓸 수 있는 이중 연료 추진 선박을 대거 발주한 상황인데요.메탄올과 디젤(벙커C유)을 혼용해 원료로 사용하기에 기존에 디젤로만 움직이는 선박에 비해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0%, 온실가스는 2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그리고 이런 친환경 선박은 신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선가가 더 비싼 고부가가치 선박이기도 합니다.● 친환경 물결에 암모니아선 등도 미래 먹거리로 세계적인 친환경 물결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차 뿐만 아니라 친환경 선박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환경 규제가 완성차 제조사들에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과 달리 해운업에서는 해운사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로 작용하면서 더 큰 강제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안에 발맞춰서 해운사는 친환경 선박으로 선대를 교체해야 하고 이들의 선박 발주를 국내·외 조선사가 받아오는 구조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전환에 사운을 건 머스크는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첫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로라 머스크호’의 명명식을 덴마크 코펜하겐항에서 열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보통 선박 명명식은 배를 만든 조선소에서 치르는데 건조된 선박을 2만 킬로미터 이상 항해해 오도록 하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당시 사장)까지 초청해서 코펜하겐항에서 명명식을 연 것입니다.한국 조선업계에서는 메탄올뿐만 아니라 암모니아 추진선 등도 수주하면서 친환경 선박을 미래 먹거리로 선점하는 모습입니다.● 산업부 “올해 선박 수출 견조할 것”이런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정부에서는 올해도 선박 수출이 탄탄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수출 선박 수출 실적과 관련해 컨테이너선,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 호조와 해양플랜트 수출이 이어지면서 6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자동차 등과 비교하면 수출 물량이 많지 않은 선박은 각 선박의 건조, 수출 일정에 따라서 월별 수치는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전반적인 수출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새로 만드는 선박의 가격을 보여주는 클라크슨 선가지수도 2020년 6월 126.9에서 2021년 12월 153.6까지 상승했는데요. 정부는 이런 가격 상승이 올해 수출 물량에 계속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올해 조선업 수출과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조선업은 올해 선박 수출 물량과 수출 단가 모두 상승하면서 견조한 업황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자동차와 함께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선박이 올해도 이런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국내에서 연금개혁이 1년씩 늦어질 때마다 수십조 원의 재원 부담이 발생한다는 국책연구기관장의 경고가 나왔다. 최근 가파르게 늘면서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에서는 ‘공적지원 대출’을 늘린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사진)은 1일 배포한 ‘202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2전체회의’ 기조연설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2일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조 원장은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가 더 두드러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계나 기업 등 민간부채보다 정부부채가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 추산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50년에 100%를 넘고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또 현재의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못하고 정부부채로 연금 재원 부족분을 충당하기 시작하면 2070년쯤에는 국가부채가 GDP 대비 250% 이상으로 급등할 것으로 추산됐다. 과다한 정부부채는 정부의 파산 리스크로 이어지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국가의 주권 문제로 비화될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민간부채 문제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조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공적지원이 부채 규모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의 보증을 통한 전세자금대출과 정책 모기지 등의 공적지원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9%에서 2022년 18%대로 급격히 커졌다는 것이다. 결국 공공기관의 보증 확대가 부채의 ‘과잉 팽창’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과 부채 문제를 중심으로 1일부터 진행된 이번 공동학술대회에서는 저출산·고령화로 심각해질 수 있는 사회·경제 문제를 분석한 논문들도 대거 발표됐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인구 변화가 초래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 논문에 따르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노동·의료 등의 부문에서 공급·수요 불균형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 교수는 현재의 의사 1인당 업무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2만1413명에서 최대 2만9777명의 의사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2020년대 말부터 은퇴 의사가 늘면서 의사 수가 정체되기 시작하지만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늘어나면서 의사가 부족해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가까운 장래 의대 정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의 ‘세대 간 회계를 이용한 재정건전성 평가’는 현재의 재정 정책이 미래에 유발할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미래 세대가 더 큰 세금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소비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치며 2년 연속 전년보다 감소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소비는 올해도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불어난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여전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가 부진하며 제조업 생산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소비 쉽사리 살아나기 힘든 상황”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2022년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다. 승용차(6.1%)를 중심으로 내구재 판매는 0.2% 늘었지만 의복(―2.1%)과 오락·취미·경기용품(―2.1%)이 줄며 준내구재는 2.6% 감소했다. 화장품(―11.5%)이 포함되는 비내구재도 1.8% 줄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금리, 물가 등의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자 비용이 커지고 물가까지 뛰자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아직 이자율이 조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는 (소비 회복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소비 성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해졌지만 젊은층의 소비가 덜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매판매가 되살아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금리 속에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내수 소비가 쉽사리 살아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는 “심리 개선에도 민간소비는 여전히 완만한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때만큼 떨어진 제조업 가동률 전체 산업생산은 전년보다 0.7% 늘어나며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제조업 생산이 1년 전보다 3.9% 줄며 1998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제조업 생산이 전년보다 쪼그라든 건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반도체 생산이 2001년(―15.3%)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며 전체 제조업 생산을 끌어내렸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1.3%에 그쳤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2020년(71.1%)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1%대를 보인 건 1983년(71.0%) 이후 두 번뿐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제조업은 특히 중국에 많이 의존해 왔는데 중국의 경제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지난해 큰 타격을 받았다”며 “중국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반도체 등의 수요가 늘어나 올해는 다소 나아지겠지만 과거와 같은 호황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기존 성장 방식에 한계를 맞이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공장, 기계 등의 설비투자는 기계류(―7.2%)와 운송장비(―0.4%)에서 모두 줄어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건설투자는 이미 이뤄진 건설 공사를 뜻하는 건설기성은 7.7% 늘었지만 건설수주가 19.1% 급감했다. 기재부는 건설 수주 부진을 한국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 분야와 내수에서 부정적인 시그널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동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나 운송 비용도 오르게 되는데, 이에 따른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부품 수급 차질로 인한 산업 활동 위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국세가 전년보다 52조 원 가까이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 예상보다는 56조4000억 원이 적어 사상 최대의 ‘세수 펑크’가 현실화했다. 일각에선 올해도 연간 세수가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부는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51조9000억 원 적은 규모다. 정부가 지난해 본예산을 짤 때 잡았던 예상치보다는 56조4000억 원 적다. 연간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히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건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 경기 악화와 자산시장 위축이 겹치면서 세수가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법인세는 1년 전보다 23조2000억 원 감소했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주택과 토지 거래가 줄어들면서 양도소득세도 14조7000억 원 줄었다. 주식시장 침체로 증권거래세도 2000억 원 감소했다. 이 밖에 수입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부가가치세와 관세가 각각 7조9000억 원, 3조 원 덜 걷혔다. 종합부동산세도 2조2000억 원 감소하는 등 상속증여세와 교육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서 세수가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정부 예상치와 실제 걷힌 세수의 차이인 오차율은 14.1%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오차를 이어갔다. 앞서 2021년(21.7%)과 2022년(15.3%)에는 예상보다 세수가 더 걷히면서 10% 넘는 오차율을 보였다. 기재부는 세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의 협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기재부는 국제기구와 실무적으로 구체적인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세수도 정부 예상치(367조4000억 원)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1월 ‘최근 세수오차 발생 원인과 2024년 국세 수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세 수입이 정부 예상보다 6조 원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등 정부가 최근 잇달아 내놓은 감세 정책들도 세수 부족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예산정책처의 국세 수입 예상치는 정부보다 부정적인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정부의 최신 경제 전망을 감안하면 세수 결손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ISA 비과세 혜택 확대 등 감세 정책들이 올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에서 0.1%포인트 오른 2.3%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와 건설 부문 위기에 대한 우려로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 성장률의 상향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IMF는 30일(현지 시간) 1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가시고 있다”며 “고강도 긴축에 시달리던 각국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MF가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3%는 기획재정부(2.2%)나 한국은행(2.1%) 예상보다는 다소 낙관적인 수치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등 한국의 주요 교역국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한국 수출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올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어 (수출 증가 전망분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美 나홀로 강세 속 韓 내수 리스크 IMF는 해마다 4월과 10월 세계경제전망을, 1월과 7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달 업데이트 보고서는 지난해 10월보다는 낙관론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성장세와 중국의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기대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꾸준한 물가 하락 속 성장세를 유지하며 연착륙을 위한 마지막 하강을 시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3.1%로 종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미국에 대해선 2.1%로 무려 0.6%포인트나 올렸다. 최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 2%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성장세’를 보이자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회복세로 이끌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부동산 위기로 저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 경제 역시 당국의 적극적 재정지출 개입 덕에 올해 성장률이 4.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고금리·고물가를 버텨낼 탄탄한 내수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한국이나 독일 등은 경제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독일의 올해 성장률은 0.4% 하향 조정된 0.5% 수준으로 예측됐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에 대해서도 “반도체 부문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할 수 있고,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크다. 향후 부동산 시장 조정 등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선거의 해’ 무역전쟁 우려 확산 IMF는 “세계 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나아간다고 해도 전반적인 저성장과 두 개의 전쟁, ‘슈퍼 선거의 해’ 등 각종 위기 요인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IMF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3.1%는 2000∼2019년 평균인 3.8%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특히 한국 경제성장의 버팀목인 글로벌 무역에 대한 전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 전망치는 3.3%로 과거 평균 4.9%에서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중동전쟁 확전 우려와 홍해 긴장 고조는 물류비 급등 등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 경제는 특히 세계 경제가 파편화되고 무역이 둔화되는 상황의 리스크에 취약하다”며 “중동전쟁 심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며 무역 규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대목도 한국 경제에 비관적인 요인이다. IMF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무역 규제는 2019년 1100건 정도였지만 지난해 3000건으로 3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IMF는 미 대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무역 전쟁과 미 우선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또 IMF는 “시장의 3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이나 영국도 하반기(7∼12월) 전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에서 0.1%포인트 오른 2.3%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와 건설 부문 위기에 대한 우려로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 성장율의 상향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IMF는 30일(현지 시간) 1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가시고 있다”며 “고강도 긴축에 시달리던 각국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MF가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3%는 기획재정부(2.2%)나 한국은행(2.1%) 예상보다는 다소 낙관적인 수치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등 한국의 주요 교역국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한국 수출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올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어 (수출 증가 전망분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 美 나홀로 강세 속 韓 내수 리스크 IMF는 해마다 4월과 10월 세계경제전망을, 1월과 7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달 업데이트 보고서는 지난해 10월보다는 낙관론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성장세와 중국의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기대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랭샤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는 꾸준한 물가 하락 속 성장세를 유지하며 연착륙을 위한 마지막 하강을 시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실제로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3.1%로 종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미국에 대해선 2.1%로 무려 0.6%포인트나 올렸다. 최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 2%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성장세’를 보이자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회복세로 이끌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부동산 위기로 저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 경제 역시 당국의 적극적 재정지출 개입 덕에 올해 성장률이 4.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고금리·고물가를 버텨낼 탄탄한 내수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한국이나 독일 등은 경제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독일의 올해 성장률은 0.4% 하향 조정된 0.5% 수준으로 예측됐다. 스리니바산 IMF 아태국장은 한국에 대해서도 “반도체 부문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할 수 있고,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크다. 향후 부동산 시장 조정 등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선거의 해’ 무역전쟁 우려 확산 IMF는 “세계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나아간다고 해도 전반적인 저성장과 두 개의 전쟁, ‘슈퍼 선거의 해’ 등 각종 위기 요인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IMF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3.1%는 2000년~2019년 평균인 3.8%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특히 한국 경제성장의 버팀목인 글로벌 무역에 대한 전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 전망치는 3.3%로 과거 평균 4.9%에서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중동전쟁 확전 우려와 홍해 긴장 고조는 물류비 급등 등 세계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스리니바산 아태국장은 “한국 경제는 특히 세계경제가 파편화되고 무역이 둔화되는 상황의 리스크에 취약하다”며 “중동전쟁 심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며 무역 규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대목도 한국 경제에 비관적인 요인이다. IMF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무역 규제는 2019년 1100건 정도였지만 지난해 3000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IMF는 미 대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무역 전쟁과 미 우선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또한 IMF는 “시장의 3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이나 영국도 하반기(7~12월) 전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실제로 덜어드리려면,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환경 오염을 막거나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긍정적인 부담금도 물론 있습니다만, ‘준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91개의 현행 부담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91개 부담금이 실제 얼마나 줄어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1년 처음 도입된 부담금은 올해 24조6000억 원으로 23년 전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부담금 전면 개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부담금은 실제로는 대다수 국민이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내고 있는 일종의 준조세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입장권 가액의 3%가 매겨지는 영화상영관 입장권부과금이 대표적이다. 여권을 발급할 때 1만5000원(10년 유효 복수여권 기준)씩 징수되는 국제교류기여금도 법정 부담금이다. 해외 여행을 갈 때 1만1000원씩 내는 출국납부금도 부담금 중 하나다.》 ●1960년대 7개에서 올해 91개로이 같은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원인자 혹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해 매겨진다. 특정한 목적 없이 걷는 세금과는 개념이 다른 것이다. 실제로 1961년에 처음으로 도입된 ‘도로사업에 따른 원인자 부담금’의 경우 다른 공사 등으로 인해 필요하게 된 도로공사의 비용을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전부 또는 일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1960년대에는 7개였던 부담금은 1970년대에도 14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수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1980년대 34개, 1990년대 95개로 급격히 늘었다. 정부는 1990년 이후 국민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수질, 폐기물, 소음, 해양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담금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녹지보전 요구와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중교통 시설 확충, 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한 공공시설 설치 필요성 등으로 부담금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세금에 비해 징수에 따른 저항이 덜할뿐더러 일반예산보다 훨씬 편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담금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담금 수입은 대부분 기금이나 특별회계 등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쉽고 안정적으로 사업 재원을 확보하는 통로로 쓴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담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 등이 방만하게 운영되거나 논리적 근거가 떨어지는 부담금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2002년부터는 부담금 관리 기본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무분별한 부담금 신설을 막기 위한 법이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부담금 운용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부담금의 존치 필요성을 3년마다 1회씩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2002년 102개였던 부담금 수는 올해 91개로 11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담금은 임시적이거나 특별한 목적에 따라 부과했다가 일몰시켜야 하지만 정부가 편하게 쓸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장기간 그 수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전기요금에 붙은 부담금 1년 새 50% ↑전체 부담금의 규모도 2001년 7조1000억 원에서 올해 24조6000억 원으로 늘었다. 23년 사이에 3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정부는 부담금이 경제 규모 증가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담금 규모가 2001년 1.1% 수준이었는데 최근 수년 동안에도 1.0∼1.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부담금은 비중이 가장 큰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처럼 덩치가 큰 부담금 징수가 매년 자연적으로 늘어나면서 커졌다. 전기요금의 3.7%가 추가 부과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올해 3조2028억 원이 징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조1149억 원에 비해 1조879억 원(51.4%) 늘어난 규모다. 매년 전력 사용량이 늘고 전기요금도 인상되는데 2006년 조정된 3.7% 기준이 19년째 유지되면서 부담금 규모가 계속 커지는 것이다. 석유 등을 수입 혹은 판매할 때 내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부과금’ 역시 지난해 1조5333억 원보다 2191억 원 늘어난 1조7524억 원이 올해 걷힐 전망이다.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결과다. 반면 올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부담금의 규모는 대부분 이보다 훨씬 작다. 환경개선부담금의 경우 노후 경유차 등 부과 대상 차량이 줄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1831억 원에서 올해 1516억 원으로 315억 원 줄어드는 데 그친다. 영화상영관 입장권부과금 역시 영화상영관 관객 감소로 줄어들 전망인데 지난해 524억 원에서 올해 262억 원으로 축소되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의 경우 용도를 특정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쌈짓돈’처럼 활용하는 대표적인 부담금”이라며 “이런 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매년 부담금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조세성 부담금 폐지하거나 조세로 전환”부담금이 비대해지면서 산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지워지는 부담이라는 점을, 기업들 입장에서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추가 부담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8월 ‘법정부담금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연구’ 자료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목적 타당성과 부과 적합성, 사용 적합성 등의 기준으로 부담금 개편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예컨대 영화상영관 입장권부과금의 경우 영화발전기금 조성에 쓰이고 있는데 영화로 인해 수익을 보는 기업 등 이해 관계자가 아닌 일반 국민에게 부과되고 있어 부과 목적에서 타당성을 찾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출국납부금 역시 관광과 질병 유발이라는 행위 원인자를 특정하지 않고 출국하는 모든 국민에게 부과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두 사례 모두 원인자 혹은 수익자 부담 원칙이 약화되면서 사실상 일반 국민에게 부과·징수되는 경우”라며 “재정충당 목적의 조세성 부담금은 과감히 폐지하거나 조세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집중적으로 인상하고 있는데 부담금까지 이중으로 거둬간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전력산업기반기금 관련 여유재원이 2009년 2552억 원에서 2021년 3조7770억 원까지 늘어난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기금이 남아도는데도 부담금을 계속 걷는 것은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반도체나 철강처럼 전력 수요가 높은 산업의 비중이 큰 나라”라며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부담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부담금 축소나 폐지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담금 축소가 결국 세수 감소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재정비에 나서면서 재원 대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대기배출부담금 등 11개 부담금을 통해 6453억 원을 조달할 예정인 환경개선특별회계의 경우 부담금 수입이 사라진다면 정부가 추가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환경개선 사업을 벌여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담금이 줄어들면 부담금을 재원으로 진행 중인 공익사업의 역할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경제부 기자 dodo@donga.com}

여야가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밀어붙이는 국가 재정 사업의 규모가 21대 국회 들어서만 5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에만 60조 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이 전망되는 등 나라 살림이 쪼들리고 있지만, 국회는 추가 재정 부담을 감안하지 않고 표에 도움이 되는 예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역시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세금을 깎아주거나 재원 마련 계획이 불명확한 대규모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 국회, 45조 국가사업 예타 면제 추진 28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입법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 추진하는 사업 규모가 4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의 경우 국회가 예타 면제 조항을 넣어 이미 통과시켰다. 이 중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달빛철도 사업은 단선 기준으로 정부 예산 6조 원이 투입된다. 헌정 사상 최다인 2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할 정도로 여야가 합심해서 처리했다. 지난해 4월 통과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은 대구에 있는 군공항(K2)과 민간공항을 이전시키고 새 공항을 짓는 사업으로 2조6000억 원 규모다. 부산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짓는 사업은 13조4900억 원이 소요되는데, 역시 예타 면제 조항과 함께 2021년 통과됐다. 이 밖에 예타 면제를 추진 중인 법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김포·파주 등 인구 50만 명 이상인 접경 지역의 교통 건설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은 현재 기획재정위원회 소위까지 통과했다. 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것(3조 원 소요) 등을 목적으로 한 법안이다. 20조 원이 소요되는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 법안 역시 예타를 면제하는 특례를 규정했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 원(국비 300억 원) 이상이 드는 사업의 경제성 등 타당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예타 면제가 계속 발생할 경우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나라 살림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총선용 대책 쏟아내 정부 역시 총선을 앞두고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등 감세 대책을 줄줄이 발표하는가 하면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건강보험료 인하 등 공기업과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는 조치도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재정 곳간은 날이 갈수록 빈약해지는 상태다. 최근 정부의 추계 결과를 보면 작년 세수는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59조1000억 원이나 적은 규모다. 정부가 예산 지출을 최대한 줄인다고는 하지만 올해 역시 관리재정수지는 92조 원 적자가 예상된다. 국가채무도 올해 1196조2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하나둘 예타 면제 사례가 생기다 보면 앞으로는 봇물 터지듯 늘어날 수 있다”며 “포퓰리즘에 국가 재정이 힘들어지면 결국 그 책임은 재정당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건전재정 기조는 지켜지지 않으면서 SOC사업 지출이 늘고 있다”며 “세입 기반이 약화되는데 지출만 커져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의 근로소득 상위 0.1% 직장인 연봉이 평균 14억 원으로 강원의 상위 0.1%와 3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시도별 근로소득 신고현황’에 따르면 2022년 서울에서 근로소득 상위 0.1%에 해당하는 6213명의 총급여는 평균 13억8817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총급여는 연간 근로소득에서 식대 등 비과세 소득을 차감한 소득을 뜻한다. 서울에 이어 제주가 평균 10억605만 원(216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경기가 평균 9억4952만 원(4832명)으로 그 다음이었다. 상위 0.1%의 총급여가 가장 낮은 곳은 강원으로 463명이 평균 4억6268만 원을 받아 1위 서울과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전국 기준 상위 0.1%의 총급여는 평균 9억8798만 원이었다. 한편, 전국에서 소득 격차가 가장 심한 지역도 서울로 분석됐다. 서울에서 근로소득 상위 20%의 연봉은 평균 1억1995만 원으로 하위 20%(667만 원)와 18.0배 차이가 났다. 부산(15.5배), 경기(14.6배) 등이 뒤를 이었고 소득 격차가 가장 낮은 곳은 세종으로 9.6배 차이였다. 전국 기준으로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차이는 15.1배였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대기업 집단 가운데 한국타이어가 하도급 대금 늑장 지급이 가장 빈번한 기업으로 꼽혔다. DN과 하이트진로, 부영 등은 하도급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비율이 30%를 밑돌았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상반기(1∼6월)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가 전체 80개 집단, 12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하도급 대금 지급 기간은 10일 이내가 47.7%로 가장 많았고, 하도급법에 규정된 지급 기한인 60일을 초과한 경우는 0.4%로 나타났다. 60일을 초과한 대금지급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한국타이어(17.1%)였고 그 다음으로 LS(8.6%), 글로벌세아(3.6%) 순이었다. 공시 대상 원사업자의 현금결제 비율은 평균 84.0%였다. 현금결제는 현금이나 수표, 만기 10일 이내의 상생결제 등을 통한 대금지급을 뜻한다. 기업집단별로는 DN(6.8%)과 하이트진로(27.2%), 부영(27.4%) 등의 현금결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금과 수표, 만기 60일 이하의 상생결제 및 어음대체 결제수단까지 포함한 현금성 결제 비율은 평균 97.2%로 집계됐다. 현금성 결제 비율이 낮은 곳은 금호석유화학(54.6%), IS지주(68.2%), 셀트리온(72.4%) 등이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여성의 (출산, 양육) 부담에 대해 적절히 보상하지 않으면 (한국의 인구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겁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65)는 2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성별 임금 격차와 과도한 양육 비용 문제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인구 증가에 대한 부담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지 않으면 복잡한 문제가 초래된다”며 “일하던 여성이 (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과 떨어져 있던 기간 때문에 손해를 입지 않고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교 교육과 양육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경쟁적으로 돼 가족들이 힘든 상황에 부닥치면 아이를 가지려는 욕구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완화를 위해 정부가 교육, 양육 비용을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가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대학생 160여 명과 1시간가량 대담했다. 이 자리에서 방가 총재는 “한국 청년들이 필요하다. 다양한 국가의 청년이 모여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공유할 수 있으면 한다”며 국내 대학생들의 WB 진출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대학생들과 외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 등 모두 훌륭한 인적 자본이다. 어떤 방면으로든 세계은행과 교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약 20분간 이어진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선 ‘인생과 일에 대한 가치관에 관해 묻고 싶다’는 질문에 “인생의 절반은 (출신 등) 운이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그 운으로 무엇을 하느냐다”라고 답했다. 대담에 참여한 대학생 윤모 씨(24)는 “워싱턴에서 컨설팅 회사 인턴을 하며 세계은행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대담으로 더욱 확고한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방가 총재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로 일하다가 지난해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의해 WB 총재로 지명됐고, 같은 해 6월 인도계 미국인 중 최초로 총재에 취임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수요 둔화 속에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 그리고 혹한 속 충전 문제까지. 연이은 악재에 전기차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문제의 출발점은 폭발적이던 판매 성장세의 둔화다. 지난해 30% 이상 증가한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의 판매량은 올해 20%가량 느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이 느려지면서 전기차 기업 사이에선 자연스레 가격 경쟁이 벌어졌다. 전기차 판매량 1, 2위 기업인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가 잇따라 할인 판매에 나서면서 ‘치킨 게임’ 우려까지 불거졌다. 얼마 전 미국에서 영하 30도∼영하 20도의 강추위 때문에 벌어진 충전 대란 소식도 가세했다. 날이 추워지면 충전이 어려워지고 배터리 효율도 급격히 떨어지는 전기차의 한계가 부각됐다. 실제로 국내에서 환경부 인증을 받은 승용차 42종을 분석한 결과 영상 25도 상온과 영하 6.7도 저온의 주행거리 차이가 평균 82.1k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회의론이 이미 시작된 전기차 대중화의 흐름을 되돌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가파른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BEV·PHEV 예상 판매량은 1700만 대가 넘는다. 글로벌 차 시장은 연 9000만 대 수준. 전기차는 객관적인 수치에서 명실상부한 ‘주류 파워트레인’ 중 하나로 올라섰다. 성장 속도가 더뎌졌을 뿐 전기차 판매량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도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명백하게 비쌌던 전기차의 가격이 내려가는 확실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정부 보조금에 기대기 힘들어지는 상황. 전기차 기업은 가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지상 과제다. 이를 위해 전기차 기업은 배터리 기업을, 배터리 기업은 배터리 소재 기업을 압박하려는 참이다. 혹한 앞에서 약해지는 전기차의 기술적 한계는 어떨까. 사실 이 대목에는, 지역과 용도에 따라 분화될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힌트가 숨어 있다. 체감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간 혹한의 아침에 많은 테슬라 운전자가 충전소로 몰려들었다는 에피소드. 이는 결국 가정용 충전기까지 포함하는 ‘확실한’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확산에 가장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실을 잘 보여준다. 한대성 기후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차가 지난해 전체 신차 등록대수의 82.4%(10만4500여 대)를 차지했다. 신규 내연기관차 등록을 내년부터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가정용, 공공용 충전기를 적극 확충한 결과다. 도로가 좁은 유럽에서는 작은 차가, 교외 단독주택 생활자가 많은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이 유독 잘 팔린다. 이처럼 전기차도 전력 인프라가 우수한 선진국에서 장거리 여행용보다 도심 주행용이나 세컨드 카로 각광받게 될 수 있다. ‘얼리 어답터’의 전유물을 넘어 대중화 중인 전기차는 이제 그 특징에 걸맞은 시장에서 꽃피우는 미래를 향해 굴러가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체제가 확인되면서 그의 집권 2기 구상을 세우고 있는 주요 인물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주요 장관들이 백악관 참모나 대통령 가족과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이후 그와 결별한 인물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순조로운 재집권을 위해 보수 진영 전체에서 수개월째 치밀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리티지재단,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등 보수 성향 싱크탱크들이 이미 트럼프 재집권 시 요직에 기용할 만한 인사 수천 명의 목록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달라진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주요 후보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 충성파로 채울 듯 주요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외교안보 라인 요직을 ‘충성파’로 대거 교체하고 대(對)중국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 1990년생인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수석에게 지시해 쓴소리를 하던 인물들을 전부 경질했다”며 트럼프가 비슷한 인사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재집권 시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전임자 존 볼턴 전 보좌관과 달리 그는 시종일관 온화한 태도로 신임을 얻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로이터통신에 “당시 백악관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본인이 중요시하는 정책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며 자신의 충성심을 강조했다. 국방장관으로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거론된다. 그 역시 2020년 11월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전격 경질된 뒤 발탁됐다. 그는 정권 말 불과 두 달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감축하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소극적인 대처로 폭력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처사에 흡족해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행정부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밀러 전 대행이 정권 말기에 아주 잘해줬다”고 콕 집어 칭찬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AFPI 부의장도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AFPI는 ‘트럼프의 싱크탱크’로도 불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떤 자리에서도 역대 최고 활동을 한다”는 극찬을 받았던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 또한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1기 경제참모 재입성 가능성 통상 분야에서는 대중 무역전쟁을 주도한 인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보좌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무역정책을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중 강경파’로 잘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정책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두 사람은 ‘미국이 피해를 보는 거래를 하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을 통상 정책으로 풀어낼 방법을 잘 안다”고 평했다. 특히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현재 통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전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 특히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를 꼽는다. 그를 비롯해 브룩 롤린스 대표,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AFPI에서 활약하는 인사들은 트럼프 2기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보복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커들로 전 위원장, 케빈 해싯 전 백악관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커들로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경제 고문들을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불러 ‘보편적 기초 관세’ 공약을 의논할 때 배석했다. AFPI와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 싱크탱크들은 신규 인재를 계속해서 영입하는 데에 연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YT는 “보수주의자들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량 미달인 기회주의자 등에게 둘러싸여 재선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고 평했다.● 사위 쿠슈너 재기용설… 멜라니아 두문불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2기 행정부나 대선 캠페인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해도 두 사람이 행정부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주도했던 유대계 맏사위 쿠슈너가 중동 관련 임무를 다시 맡거나 국무장관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전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10월 중동전쟁이 발발한 직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동은 미국에 경제적,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면서 “잘못된 리더십으로 미국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의 재선 도전 선언 직후 “선거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공개석상에서 나타나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그가 극우 성향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를 남편의 부통령 후보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체제가 확인되면서 그의 집권 2기 구상을 세우고 있는 주요 인물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주요 장관들이 백악관 참모나 대통령 가족과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이후 그와 결별한 인물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순조로운 재집권을 위해 보수 진영 전체에서 수개월째 치밀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리티지재단,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등 보수 성향 싱크탱크들이 이미 트럼프 재집권 시 요직에 기용할 만한 인사 수천 명의 목록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달라진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주요 후보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 충성파로 채울 듯주요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외교안보 라인 요직을 ‘충성파’로 대거 교체하고 대(對)중국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 1990년생인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수석에게 지시해 쓴소리를 하던 인물들을 전부 경질했다”며 트럼프가 비슷한 인사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재집권 시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전임자 존 볼턴 전 보좌관과 달리 그는 시종일관 온화한 태도로 신임을 얻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로이터통신에 “당시 백악관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본인이 중요시하는 정책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며 자신의 충성심을 강조했다. 국방장관으로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거론된다. 그 역시 2020년 11월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전격 경질된 뒤 발탁됐다. 그는 정권 말 불과 두 달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감축하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소극적인 대처로 폭력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처사에 흡족해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행정부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밀러 전 대행이 정권 말기에 아주 잘해줬다”고 콕 집어 칭찬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AFPI 부의장도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AFPI는 ‘트럼프의 싱크탱크’로도 불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떤 자리에서도 역대 최고 활동을 한다”는 극찬을 받았던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 또한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1기 경제참모 재입성 가능성통상 분야에서는 대중 무역전쟁을 주도한 인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보좌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무역정책을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중 강경파’로 잘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정책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두 사람은 ‘미국이 피해를 보는 거래를 하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을 통상 정책으로 풀어낼 방법을 잘 안다”고 평했다. 특히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현재 통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전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 특히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를 꼽는다. 그를 비롯해 브룩 롤린스 대표,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AFPI에서 활약하는 인사들은 트럼프 2기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보복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커들로 전 위원장, 케빈 해싯 전 백악관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커들로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경제 고문들을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불러 ‘보편적 기초 관세’ 공약을 의논할 때 배석했다. AFPI와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 싱크탱크들은 신규 인재를 계속해서 영입하는 데에 연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YT는 “보수주의자들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량 미달인 기회주의자 등에게 둘러싸여 재선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고 평했다.● 사위 쿠슈너 재기용설… 멜라니아 두문불출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2기 행정부나 대선 캠페인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해도 두 사람이 행정부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주도했던 유대계 맏사위 쿠슈너가 중동 관련 임무를 다시 맡거나 국무장관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전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10월 중동전쟁이 발발한 직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동은 미국에 경제적,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면서 “잘못된 리더십으로 미국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의 재선 도전 선언 직후 “선거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공개석상에서 나타나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그가 극우 성향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를 남편의 부통령 후보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올해 첫달 수출이 지난해보다 10%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 수출도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3억3100만 달러(약 44조6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반영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2.2% 증가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5.5일로 지난해보다 0.5일 적었기 때문이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이달 조업일수는 지난해보다 3일 더 많은 만큼 월간 전체 수출액은 1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수출 상대국별로는 대중 수출이 0.1% 늘었다. 1∼20일 기준으로 대중 수출이 증가한 건 2022년 5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달 말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져 월간으로도 대중 수출이 증가하면 2022년 5월(1.3%) 이후 20개월 만에 플러스(+)를 보이게 된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19.7% 증가했다. 반도체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16개월 만에 반등한 뒤 매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89.8%), 승용차(2.6%) 등의 수출액도 늘었다. 이 기간 수입액은 359억4200만 달러로 18.2% 감소했다. 반도체(―7.3%), 가스(―47.8%), 석탄(―32.8%) 등의 수입이 줄어든 반면 원유 수입은 0.7%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6억11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지난달 같은 기간에는 15억900만 달러 흑자였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7개월째 흑자였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여 추징한 증여세 탈루세액이 4년 새 10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세청에 따르면 과세당국이 2022년 귀속분 세무조사를 통해 부과한 증여세액은 2051억 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공표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최대로, 2018년(198억 원)과 비교하면 10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증여세에 대한 세무조사 건수도 4년 만에 다시 400건을 넘어섰다. 2022년 귀속분 증여세 세무조사는 403건으로, 1년 전보다 132건 늘었다. 세무조사 축소 기조에 따라 증여세 세무조사는 2018년(483건) 이후 매년 감소해 왔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1건당 부과 세액도 크게 늘었다. 2018년 4100만 원 수준이었던 건당 부과 세액은 2019년 1억4146만 원으로 증가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억9937만 원, 4억5571만 원까지 급증했다. 2022년에는 5억901만 원으로 5억 원을 넘어섰다. 건당 부과 세액도 4년 전보다 10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증여재산 가액이 불어난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증여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2022년 증여재산 가액은 37조7000억 원으로 2018년보다 10조300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증여세 신고 건수도 7만 건 증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증여재산의 시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른 사례가 많아 세무조사를 통한 추징액이 늘었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식 간 증여가 매년 전체 증여재산 가액의 71∼7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직계존비속을 중심으로 증여 규모가 큰데 세무조사 추징액이 증가하는 건 불법, 편법을 동원한 꼼수 증여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란 지적도 나온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더라도 증권거래세를 예정대로 내리기로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적용되는 비과세 한도는 대폭 올린다. 또 상장 기업의 가업승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상속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시사했다. 정부가 최근 들어 세금과 전기요금, 은행 이자 등을 깎아주는 대책들을 수시로 발표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대책을 쏟아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민생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금, 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데 담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ISA의 가입 한도와 비과세 혜택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 또 2025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하면서도,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인하해온 증권거래세는 내년까지 0.15%로 계속 내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달 17일까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총 20여 건의 감세와 현금성 지원,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굵직한 대책들을 발표한 일수만 따져도 거의 사흘에 한 번꼴이다. 대책의 상당 부분은 새해 경제정책방향 등 이미 예정된 ‘채널’이 아닌 고위급 당정협의나 대통령 참석 행사 같은 임시·일시적 성격의 행사에서 발표됐다. 이 중에는 금투세 폐지나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등 정부가 추진 사실을 부인했다가 며칠 안에 기류가 급변해 ‘깜짝’ 발표한 대책도 적지 않다. 한 달 새 발표된 대책들의 소요 재원은 이미 구체적으로 추산된 것만 10조 원 이상으로 분석된다. 아직 세수 감소 규모가 추산되지 않은 항목을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발표된 대책의 절반 이상은 향후 국회에서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건전 재정을 내세우며 국민을 위한 예산을 꽁꽁 잠그더니, 총선이 다가오자 ‘돈 퍼주기’ 정부로 돌변했다”며 “국가 재정이 어찌 되든 총선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마구잡이로 돈을 풀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민생 대책에 대해 총선용 선심성 공약이라는 야당의 비판은 ‘어거지(억지) 비판’”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도 공매도 금지 조치 등이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총선용 일시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금투세 폐지-건보료 감면 등 최소 10조… “재원대책은 안보여” [총선앞 선심 대책 논란]정부, 한달새 20건 ‘감세-현금성 지원’금투세-증권거래세 年3조 稅 축소… 건보-전기료 감면 등도 잇달아 발표전문가 “기존 건전재정 기조에 역행”… 절반은 법개정 필요 현실성 논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감세를 중심으로 하는 민생 정책들을 사흘에 한 번꼴로 내놓고 있지만 재원 대책과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한 달 동안 이어진 정책들로 세수만 최소 6조 원 넘게 줄어드는 데다 민간에서 투입되는 자금까지 합치면 소요 재원은 10조 원에 육박한다. 주요 정책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야당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한 달 새 발표 대책, 재원만 최소 10조 원 17일 열린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만으로 줄어드는 세금은 연간 3조7000억 원이 넘는다.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가 없어지면 1년에 1조5000억 원의 세수가 사라진다. ISA 비과세 혜택 확대로 줄어드는 세수만 최대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낮춰지고 있는 증권거래세로 덜 걷히는 세금은 연평균 약 2조 원 규모다. 정부가 앞서 내놓은 정책들도 세수에는 마이너스(―)다.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연장과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으로 총 2조5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윤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91개 부담금 규모는 올해만 24조6000억 원에 이른다. 폐지되거나 수정되는 부담금 숫자에 따라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세수 감소 폭이 구체적으로 추산된 정책들만 꼽아봐도 줄어드는 세금이 6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전기요금 및 건강보험료 감면, 또 시중은행의 이자 환급 등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민간 기업에서 부담하는 액수까지 합치면 소요 재원은 1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87만 명에게 최근 1년간 낸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기로 하면서 은행권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2조 원이다.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자 이자 환급,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에는 정부나 공기업 재정이 실제로 투입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기존의 건전재정 기조에 역행하는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며 “금투세 폐지로 세수가 줄어들면 세수 결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지출을 줄이겠다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걷힌 세금은 이미 정부 예상치보다 59조 원 넘게 부족하다.● ‘정부 패싱’ 논란도 제기 또 현재 여소야대 지형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는 실현되기 힘든 정책도 많다. 최근 한 달간 정부가 내놓은 민생 대책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개가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금투세 폐지는 당초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정책이어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야당에선 ‘선거 개입’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3월까지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선심성 정책 발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선거 개입 가능성이 있어 법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공개 최고위회의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대통령실 주도로 총선용 대책이 나오면서 ‘부처 패싱(건너뛰기)’이란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달 2일 직접 밝힌 금투세 폐지는 정작 같은 날 기획재정부가 엠바고(보도 시점 유예)를 걸고 언론에 배포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는 관련 내용이 한 글자도 담겨 있지 않았다. 기재부가 세제 주관 부처인 만큼 통상 경제정책방향에 각종 핵심 세제 개편안이 포함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금투세 폐지는 발표 2, 3일 전에야 기재부 고위급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공매도 금지가 발표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대통령실 주도로 주말에 비공개 고위당정회의가 열린 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대통령실이 공매도 금지를 추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국세청이 올해 조기 처리 대상 불복 사건의 기준을 3000만 원 미만에서 5000만 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세금과 관련한 이의신청 등 불복 사건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조치다.17일 국세청은 지난해 국세심사위원회 운영과 관련 안건별 진행 상황 관리 등 신속처리 방안을 중점 추진한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이의신청 기한 내 처리율이 97.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3년 평균(87.6%)보다 9.4%포인트 높은 수치다.이런 가운데 국세청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액 사건의 경우 국세심사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조기처리 제도’의 기준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또 조기처리 사건에 대해서도 복수의 심리담당 직원이 심층토의를 거친 뒤에 결정하도록 ‘조기처리분석반’을 확대 운영해 공정한 결정을 돕기로 했다.이와 더불어 과세사실판단자문위원회 의결 결과를 납세자에게 통보해 주는 ‘자문결과 통지제도’도 신설해 납세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향후 불복청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국세청 관계자는 ”적극행정을 토대로 신속하고 공정한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 불복제도와 과세사실판단자문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