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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을 ‘전 세계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조속한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과 정권 교체 등을 포함한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 시간)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방송(WCPO)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이 방송사를 포함해 일부 지역 방송 기자와 만찬을 하면서 “북한은 전 세계적인 위협이고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북한 문제를 조속히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우리는 그(김정은)가 한 일에 매우 화가 났다(very angry)”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북핵 위협을 거론하려 했으나 국내 이슈에 집중하기 위해 막판에 원고에서 북한 문제 언급 부분을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와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북핵 문제는 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차별화하는 새로운 대북정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2인자인 캐슬린 맥팔랜드 부보좌관이 2주 전 정부 관계자들을 소집해 이전 행정부에서 논의되지 않은, ‘주류에서 벗어난’ 의견까지 포함한 다양한 대북 방안을 제시하도록 지시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선제타격 등 북한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안을 비롯해 김정은 정권 교체 가능성,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군사적 조치는 사실상 배제한 채 유엔 등 국제사회 주도의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병행하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문은 또 최근 미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대북 전략에 군사적 조치를 포함시킬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 당시 미 관리들이 대북 옵션에 군사적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고, 일본 측은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대북 강경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강도 높은 대북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9년 만에 재지정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도 대북 강경 드라이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함께 북-미 대화론을 제기해 온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25일자 사설에서 “국제 규범을 심각하게 어긴 김정은에 대해 보상이 아닌 처벌을 해야 한다.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NSC는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끝나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상반기에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늘 밤, 트럼프가 비로소 대통령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을 마치자 트럼프와 ‘가짜 뉴스’ 전쟁을 벌이고 있는 CNN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만큼 트럼프의 이날 연설은 그의 전형적인 막말과는 사뭇 달랐다. 어느 때보다 통합을 강조하고 협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면서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66분간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을 주요 발언 중심으로 분석했다. ● “동맹들은 미국이 다시 세계를 이끌 준비가 됐음을 알게 될 것” 트럼프는 자신이 취임한 뒤 미국이 세계의 리더십을 회복한 만큼 이제 하나가 되자고 동맹국들에 역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0월 1일∼2018년 9월) 국방비를 전년보다 10% 올리면서 중국과 북한 등의 위협에 강력하게 대처할 것임을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지지하지만 재정적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한국과 일본 등 모든 동맹국들에 “방위 공약을 지킬 테니 돈을 더 내라”고 압박했다. 그는 “나토든 중동이든 태평양이든 우리 파트너들이 의미 있는 역할을 맡고 공정한 몫의 비용을 내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 “작은 사고(small thinking)의 시간을 뒤로 하자” 트럼프는 “나는 통합과 그로 인해 더 강력해진 미국의 힘을 전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며 미국인들이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의 가슴을 채울 꿈들을 공유하고 희망과 꿈을 행동으로 전환할 용기가 필요하다”며 “최근 수십 년간의 실패가 우리의 미래를 규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미국의 현재를 여전히 암울하게 보고 있지만 38일 전 취임사에서 미국의 실상을 ‘살육’ ‘적폐’ 등 비관적인 용어로 규정했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 “미국의 위대한 기업과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 어조는 차분해졌지만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는 취임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임사에서 “국정 운용 원칙은 두 가지다.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했던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선 “기업과 노동자들이 외국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표현만 바꿨다. 그러면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다시 가져오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를 위해 무역협정 재협상은 물론 규제 개혁,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무역협정에 대해서는 한국 등 특정 국가는 거론하지 않은 채 “나는 자유무역을 믿지만 동시에 공정무역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이민 개혁이 가능하다” 취임 후 가장 큰 논란을 낳은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이민 규제 정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의 조속한 설치와 추가 이민 규제 정책도 재확인했다. 특히 트럼프는 이민 문제도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봤다.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와 임금을 늘리고, 안보를 강화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민 개혁은 가능하다”는 것. CNN은 “불법 체류자의 일자리를 미국 시민에게 돌려줘 ‘일자리 창출 대통령’으로 기록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미국을 위협하는 안보 이슈로 이슬람국가(IS)만 콕 집어 강조했다. 이슬람 7개국에 대한 이민 규제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IS 격퇴전을 강조해 국방비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 중국은 물론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중국 일본의 군비 확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와 남중국해, 그리고 동중국해가 군비 경쟁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하에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비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비를 전년보다 10%(540억 달러·약 61조2630억 원)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0월 1일∼2018년 9월 30일) 예산안 초안을 확정했다. 대규모의 국방비 증액으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미 국방예산은 6030억 달러(약 684조1035억 원)가 된다. 비(非)국방 예산은 그만큼 줄어들어 4620억 달러로 책정됐다. 국방예산 증액에 따라 외국 원조 예산이 대폭 삭감된다. 로이터통신은 국무부의 예산이 30%가량 삭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 주는 예산이나 중복되는 예산을 줄이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없애겠다는 게 예산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대장, 북대서양조약기구 최고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제독 등 120여 명의 예비역 장성은 외국 원조 예산 삭감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무부의 대외 원조 예산은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방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만큼 국방비 증액을 위해 국무부의 대외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이달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 격) 개막식에서 공개하는 국방 예산이 처음으로 1조 위안(약 16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방력 강화를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가운데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8일 ‘중국 군사비 증가폭이 두 자릿수로 가기를 바란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민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국방비를 올리되 올해 10% 이상 되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지난해 중국 국방예산 증가율은 최근 수년간 가장 낮은 7.6%를 기록했다”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1.5%인 국방비 비율을 2%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방 예산은 1450억 달러(약 164조 원)로 미국의 6045억 달러(약 685조 원)에 이어 세계 2위다. 일본 중의원이 지난달 27일 확정한 방위예산도 5조1251억 엔(약 51조8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4%(710억 엔) 늘며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은 방위비를 늘리는 주요 이유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들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성능이 급속히 향상되는 만큼 요격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산을 투입해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PAC-3)의 사거리를 2배로 늘리고 해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SM-3의 성능을 높인 ‘SM-3블록2A’를 배치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상 배치형 이지스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검토한다.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방위력을 강화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 일본은 올해 신형 지대함 미사일 개발을 시작해 2023년까지 인근 섬에 배치할 계획이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장원재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도 김정남 피살 관련 조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미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고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이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후 정례적으로 재지정 여부를 검토해 왔지만 이번에는 김정남 피살 사건 때문에 검토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치명적인 신경작용제인 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암살한 정황이 드러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날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에는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지프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참석했다. 미국은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2008년 북한이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명단에서 해제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정치적 상징성이 큰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통해 북핵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특히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이행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에선 어느 때보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론이 높은 편이다. 미 의회는 지난달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을 공식 발의했다. 공화당 코리 가드너 등 6명의 상원의원은 최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데빈 누니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완전히 고삐 풀린(completely unhinged)’ 정권으로 협상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26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모든 정황이 북한의 소행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안보리는 27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북한이 유엔 제재를 피하려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만장일치로 규탄했다. 이날 회의는 최근 북한이 정교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유엔 제재를 피하고 있다는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가 공개된 뒤 개최됐다. OPCW도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전문가 파견과 기술 협조를 통해 말레이시아 조사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더스타는 28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VX 증거를 유엔과 공유할 의시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대사는 이날 “말레이시아가 VX 관련 증거를 안보리 및 OPCW에 보내 달라”고 밝혔다. 영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의 VX 사용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윤완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고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이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후 정례적으로 재지정 여부를 검토해왔지만 이번에는 김정남 피살 사건 때문에 검토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치명적인 신경작용제인 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암살한 정황이 드러난 게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일본 언론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한 적은 있지만, 미 정부 측이 한미일 3국 간 다자 협의 무대에서 이 사안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 정부는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명단에서 해제했다. 이와 관련해 미 의회는 지난달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을 공식 발의한 상태다. 공화당 테드 포 하원의원은 “북한 김정은 정권은 국제테러집단인 만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에는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참석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대통령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지지는 트럼프 대통령 자체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18∼22일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전반에 대한 지지는 44%에 그쳤고 48%는 반감을 나타냈다. WSJ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여론조사에서 반감이 지지보다 높은 것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이라며 “반감이 지지보다 4%포인트 높아지기까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32개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41개월이 각각 걸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감이 지지보다 높아지는 데 겨우 한 달이 걸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도 47%가 반감, 43%가 호감이라고 답해 여전히 반감이 더 높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별도 조사에선 사정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만 물었을 때는 47%가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세 명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조지 W 부시) 중에서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만 1991년 10월(50%)에 이보다 높은 정책 지지도를 기록했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치고는 높은 정책 지지도인 것. 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40%가 ‘매우 그렇다’고 답해 두 달 전(33%)보다 높아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전쟁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언론과 다른 엘리트 계층이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를 과장하느냐’는 설문에는 53%가 ‘그렇다’고 답해 ‘그렇지 않다’고 한 45%보다 8%포인트 더 많았다.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냐’는 질문에도 51%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언론의 보도가 공정하다’는 답변은 41%였다. 백악관은 이런 여론을 감안한 듯 주류 언론과의 전면전을 이어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급기야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최근 대변인실 직원들이 출입 기자들과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백악관 대변인 입회하에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뒤졌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는 스파이서 대변인이 최근 주재한 대변인실 회의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을 색출하기 위한 조치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직원들에게 ‘시그널’ 등 암호화된 스마트폰용 메신저 앱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시그널 등은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으로 지워져 추후 기록 검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24일 자신이 주재하는 비공식 브리핑에 뉴욕타임스, CNN 등 주류 매체들의 입장을 불허해 논란을 일으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부대변인은 26일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연례행사인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명사들이나 기자들과 말하기 위해 대통령에 당선된 게 아니다. 언론과 정부의 긴장이 만찬날 밤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의 전쟁을 계속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미일 3국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차 26일(현지 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정남 피살 사건이 이번 협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인 김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서 의견이 많이 교환될 것이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화학무기 VX를 사용해서 김정남을 죽였다는 것을 밝혔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다뤄나갈지, 앞으로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협의에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등 현 북한 도발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할 것이다. 특히 김정남 피살사건은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와 함께 중요한 새로운 사건으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27일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이번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북핵 관련 3자 협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9일로 예정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 불참하겠다고 25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1920년 이후 매년 백악관 출입기자단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는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고 국무, 국방장관 등 각료들과 상하원 주요 정치인, 재계 등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왔다. 트럼프도 2015년까지 자주 초청돼 참석해 왔다. 농담을 곁들인 현직 대통령의 연설은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런 만큼 트럼프의 불참 선언은 사실상 주류 언론과의 전면전 선포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24일 메릴랜드 주에서 열린 연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15분간 주류 언론을 취임 후 가장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기립박수를 치자 “아마 여러분이 지금 앉는다면 주류 언론은 ‘트럼프가 CPAC에 참석해 기립박수도 못 받았다’는 식으로 보도할 것”이라고 말한 뒤 “우리는 지금 가짜 뉴스, 허위 뉴스와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며칠 전 가짜 뉴스들을 미국인들의 적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들은 적”이라며 “매우 부정직한 언론은 구체적인 출처도 없이 얘기를 지어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의 이 발언 몇 시간 후 백악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급기야 기자회견장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비공식 브리핑에 트럼프를 비판해 온 뉴욕타임스, CNN,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폴리티코 기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일부 기자에게 유세 현장 취재 허가를 내주지 않은 적은 있지만 취임 후 브리핑 참석을 금지한 것은 처음이다. 반면 백악관에 우호적인 취재를 해 온 브라이트바트 뉴스, 원 아시아아메리카뉴스 네트워크를 비롯한 일부 보수 매체는 브리핑에 참석시켰다. 주류 언론도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CNN은 “이 조치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미국의 정신이 무너졌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AP통신과 시사주간지 타임은 백악관의 조치에 항의해 스파이서의 비공식 브리핑에 불참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제프 메이슨 간사는 성명을 내고 “강력 항의한다”며 기자단 차원의 공식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언론의 비판 기능을 인정한) 미국 민주주의 이상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TV 광고를 제작해 26일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 시간에 내보내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항의의 뜻으로 홈페이지의 제호 바로 아래에 ‘민주주의는 암흑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는 문장을 추가했다. 트럼프와 언론의 정면충돌에 워싱턴 정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애리 플라이셔는 CNN 인터뷰에서 “백악관의 조치는 현명하지 못했고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유엔이 금지한 대량살상 화학무기인 VX(맹독성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악의 국제 고립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북-미 비공식 대화 가능성마저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26일 미국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2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테러지원국 지정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 주류 언론도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CNN방송은 24일(현지 시간) “VX를 사용한 이번 고위 목표물 제거가 워싱턴 정가에 북한에 대한 최악의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뉴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김정은 정권이 이복형제를 사상 최악의 화학무기인 VX 가스로 암살했다. 이게 테러를 지원한 게 아니면 무엇이냐”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다음 달 1, 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트랙 1.5(반관반민)’ 대화에 참석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미 트랙 1.5 대화의 무산 원인이 북한의 VX 사용 혐의에 있다”고 밝혔다.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하는 제34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도 북한 정권의 김정남 암살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김정남 피살에 북한 정권이 개입한 점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및 관련 국제규범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화학무기인 VX를 미사일 탄두로 만들어 서울과 후방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이러한 맹독성 신경작용제는 미사일 탄두나 다른 무기에 장착돼 대량살상무기(WMD)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VX 화학탄두를 스커드-B(사거리 300km)나 방사포 등에 실어 대량살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스커드-B나 C(사거리 500km) 미사일의 40% 가까이를 고폭약 탄두 대신 VX 등을 넣은 화학탄두로 만들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탑재 가능한 탄두중량이 1000kg에 달하는 스커드-B 1발에 VX 화학탄두를 넣어 투하할 경우 인명 피해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생화학전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군 차원의 대책에 국한돼 민간인 대상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이 VX를 수도권 타격용으로 쓰이는 장사정포에 탑재해 서울 도심에 투하하면 액체 VX는 탄두 폭발 당시 300도 이상의 높은 온도 탓에 기화됐다가 온도가 낮은 지상으로 오면 응결돼 다시 액체가 된다. VX는 지용성인 탓에 사람 나무 등 어디에든 쉽게 달라붙어 접촉 수분 만에 인명을 살상할 수 있다. 일부 기체로 남아 있는 VX의 경우 어디까지 확산돼 인명을 살상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남택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생물방어연구소 부소장은 “VX는 반응 속도가 워낙 빨라 탐지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려 할 때는 이미 피해가 막대하게 생긴 뒤일 것”이라며 “아트로핀이나 옥심 등 화학무기별로 작용하는 해독제 키트나 방독면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상 피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손효주·조숭호 기자}
북한 김정은 정권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등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발했다. 트럼프가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가 한 일에 매우 화가 나 있다”고 밝힌 것은 북핵 위협이 트럼프가 설정한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는 대북 메시지의 강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취임 전 “(북한이 미국 본토를 미사일로 공격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1월 2일)이라고 말한 뒤 “북핵은 매우매우 우선순위”(2월 10일)→“북한은 매우매우 큰 문제이며 아주 강하게 다룰 것”(2월 13일)이라고 했다가 이날 초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것.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에 각종 유세에서 김정은에 대해 “미쳤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대선 후 김정은을 직접 언급하며 맹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의 이날 언급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인식과 향후 대북 정책 기조를 어느 때보다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우선 북핵 위협을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초강경으로 설정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취임 전 정보기관에 가장 먼저 북핵 상황을 보고받고, 백악관을 중심으로 대북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고 있는 게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북핵 위협을 대단히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사실상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트럼프는 사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북핵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 한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가속화하는 것이 많은 옵션 가운데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여러 대북 압박 카드 중 이미 진행 중인 사드 배치를 우선 추진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탄핵 심판 후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현재 여론조사 1위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드 배치 재검토’를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미사일방어 체계 강화 외에도 각종 대북 카드를 검토하고 있음을 언급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현재 미 정부와 의회 주변에서는 북한과 교류하는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전면 시행,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퇴출을 통한 달러 유입 차단 등의 카드가 검토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는 일부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제기하고 있는 북-미 대화론에 대해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으면서도 “너무 늦었다”며 현 시점에선 사실상 일축했다. 대선 기간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는 이미 시기가 지난 이슈라는 것이다. 대선 기간부터 제기했던 중국 역할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꺼내 들 것임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엄청난 통제력을 갖고 있어서 자신들이 원하면 매우 쉽고 빨리 북핵 위협을 끝내고 해결할 수 있다”며 중국이 북한 석탄 수입 금지 조치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핵 위협을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을 뺀 채 “(북핵이) 일본에 매우 부당하다”고 말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한국의 장기간 국정 공백 상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시아 정상 중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대미 외교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최근 중거리미사일 발사 시험 등 각종 도발에 대해 “그(김정은)가 한 일에 대해 우리는 매우 화가 나 있다(very angry)”고 말했다. 트럼프는 2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북핵 위협을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very dangerous and unacceptable)”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가 지난달 취임 후 처음으로 김정은의 실명을 거론하는 등 가장 강도 높게 북한을 비판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초강경 대북 압박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북핵 위협 대응책과 관련해선 “미국의 동맹인 일본, 한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가속화하는 것이 많은 옵션 가운데 포함돼 있다. 그보다 더 많은 것(대책)에 대한 얘기들도 있는데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는 우선적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조속히 추진하면서 유엔 차원의 제재, 미국의 독자 제재를 동시다발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나는 절대 ‘노(No)’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대화)은 매우 늦었다(very late)”고 말해 현 시점에선 대북 압박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북한 석탄 수입 금지 등 대북 압박에 대해서는 “그 조치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중국은 원하면 북한이 야기하는 안보 위협을 아주 쉽게, 아주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금보다 더 강한 대북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북한 김정은에 대해 “우리는 아주 화가 나 있다”고 말하면서 워싱턴 안팎에서 대북 강경론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마치 폭풍 전야처럼 트럼프가 언제 김정은에게 초강경 제재를 꺼내 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김정남 암살이 점차 북한 소행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군 내 최고위직인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글로벌 위협과 미국의 국가안보 우선순위’ 세미나에서 “북한은 지금 한국 등 동북아 역내 국가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까지 위협이 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던퍼드 의장은 “북한이 최근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개발과 함께 핵탄두를 그 ICBM에 장착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우리가 분명히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던퍼드 의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4개국에 이슬람국가(IS) 및 알카에다와 같은 글로벌 테러조직을 더해 ‘4+1 위협’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4+1의 위협은 미국에 전방위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미 정부가 북한을 2008년 이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에서 2008년 이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 있었지만 그동안 모멘텀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김정남 암살 사건이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자체는 대북 제재 여부를 떠나 상징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이날 미 해군 연구소 주최로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류의 긴 어둠의 역사에서 포악하고 변덕스럽고 앙심을 품은 독재자들은 있었지만 (김정은 같은) 그런 성향의 독재자가 ‘핵 방아쇠(nuclear trigger)’에 손가락을 올려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의 손 안에 있는 핵탄두와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은 ‘재앙의 조리법(recipe for disaster)’”이라며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4가지 심각한 도전은 중국, 러시아, 북한, IS인데 이 중 북한이 최대 위협”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국정 운영만큼이나 백악관 핵심 참모들의 서열과 권력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의 발언과 참모들의 백악관 내 정책 영향력, TV 출연 횟수 등을 종합 분석해 백악관 참모 ‘빅4’의 최근 위상을 평가했다. WP에 따르면 한때 경질설이 돌았던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1위로 올라섰다. 프리버스는 14일 WP의 첫 권력 서열 조사에선 4명 중 꼴찌였다. 특히 ‘사실상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을 주도했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에게 가린 게 컸다. 트럼프가 프리버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것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으로 낙마한 위기 상황에서 관리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후임으로 임명된 허버트 맥매스터 육군전력통합센터장이 군과 워싱턴의 호평을 받고, 닐 고서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도 우호적인 게 프리버스의 공으로 돌아갔다. WP는 “프리버스 실장이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를 정통파 정치인으로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백악관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4일 조사에서 1위였던 배넌은 2위로 떨어졌다. 백악관 입성 전 자신이 만들었던 극우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 수석편집자 밀로 야노풀로스의 ‘소아성애 용인’ 발언 논란이 결정타였다. 민주당이 격렬히 반대해 온 배넌의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 배정에 대해 백악관은 “맥매스터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이 원하면 그를 NSC에서 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주류 언론은 미국인의 적”이라고 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배넌은 여전히 트럼프의 사고 체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기사에서 배넌을 “위대한 여론 조작자(Great Manipulator)”라고 비꼬았다. 배넌의 심복이자 브레이트바트의 국가안보 담당 편집자였던 서배스천 고르카 NSC 부보좌관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배넌의 여전한 위세를 짐작하게 한다. WP는 “수시로 배넌에게 보고하는 고르카가 백악관의 외교 이슈 실세로 부상하고 있으며 실제로 대(對)테러 정책 수립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반이슬람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랫동안 트럼프의 입 역할을 했던 켈리앤 콘웨이 선임고문은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너무 자주 TV에 출연하면서 연거푸 말실수를 한 게 원인이 됐다. 급기야 MSNBC, CNN 방송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콘웨이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기로 했다. 명실상부한 최고 실세로 꼽혔던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은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쿠슈너는 CNN 모회사인 타임워너 게리 긴즈버그 마케팅·홍보담당 부회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CNN 보도에 불만을 표한 게 공개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공직 경험이 전무한 데다 무엇보다 아내인 이방카에게 가려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다른 참모들은 TV에 출연해 트럼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큐수너는 여전히 언론 접촉을 기피하며 신비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달러 강세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는 “달러 강세가 미국을 죽인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 기조여서 향후 미국의 환율 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가 세계 여타 국가와 비교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달러는 앞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통화이자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달러 가치 절상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보아왔듯 나는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WSJ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가치가 지나치게 강세를 띠고 있다. 미국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는 것은 달러 가치가 너무 높아서이고,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국정운영 만큼이나 백악관 핵심 참모들의 서열과 권력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의 발언과 참모들의 백악관 내 정책 영향력, TV 출연 횟수 등을 종합 분석해 백악관 참모 ‘빅 4’의 최근 위상을 평가했다. WP에 따르면 한 때 경질설이 돌았던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1위로 올라섰다. 프리버스는 14일 WP의 첫 권력 서열 조사에선 4명 중 꼴찌였다. 특히 ‘사실상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반(反) 이민 행정명령 등을 주도했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가린 게 컸다. 트럼프가 프리버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것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위기 상황에서 관리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후임으로 임명된 허버트 맥매스터 육군전력통합센터장이 군과 워싱턴의 호평을 받고, 닐 고서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도 우호적인 게 프리버스의 공으로 돌아갔다. WP는 “프리버스 실장이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를 정통파 정치인으로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백악관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4일 조사에서 1위였던 배넌은 2위로 떨어졌다. 백악관 입성 전 자신이 만들었던 극우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 수석편집자 밀로 야노풀로스의 ‘소아성애 용인’ 발언 논란이 결정타였다. 민주당이 격렬히 반대해 온 배넌의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 배정에 대해 백악관은 “맥매스터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이 원하면 그를 NSC에서 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주류 언론은 미국인의 적”이라고 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배넌은 여전히 트럼프의 사고 체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기사에서 배넌을 “위대한 여론 조작자(Great Manipulator)”라고 비꼬았다. 배넌의 심복이자 브레이트바트의 국가안보담당 편집자였던 서배스천 고르카 NSC 부보좌관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배넌의 여전한 위세를 짐작케 한다. WP는 “수시로 배넌에게 보고하는 고르카가 백악관의 외교 이슈 실세로 부상하고 있으며 실제로 대(對) 테러 정책 수립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반 이슬람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랫동안 트럼프의 입 역할을 했던 켈리엔 콘웨이 선임고문은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너무 자주 TV에 출연하면서 연거푸 말실수를 한 게 원인이 됐다. 급기야 MSNBC, CNN 방송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콘웨이의 방송출연을 금지키로 했다. 명실상부한 최고 실세로 꼽혔던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은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쿠슈너는 CNN 모회사인 타임워너 개리 긴즈버그 마케팅·홍보담당 부회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CNN 보도에 불만을 표한 게 공개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공직 경험이 전무한데다 무엇보다 아내인 이방카에 가려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다른 참모들은 TV에 출연해 트럼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큐수너는 여전히 언론 접촉을 기피하며 신비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지금 마러라고 리조트 앞인데 POTUS(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미국 대통령)는 안 보이네요. 골프장으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주에서 주말을 보내던 18일 오전, ‘더 힐’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조너선 이슬리 기자가 동아일보를 포함한 출입기자단에 보낸 e메일 풀(pool·대통령의 동선을 취재해 공유하는 시스템) 메모 중 일부다. 그만큼 트럼프는 취임 후 ‘겨울 백악관’으로 명명한 자신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와 골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말에 종종 워싱턴 인근 골프장에 간 것에 대해 “골프를 너무 많이 친다”고 비판한 게 무색할 정도다. 워싱턴포스트가 21일 트럼프 취임 한 달, 744시간의 동선을 분석해 보니 트럼프는 전체 시간의 72.3%는 워싱턴과 인근 지역에서, 24.4%는 마러라고와 인근 플로리다 주에서 머물렀다. 나머지 3.3%는 운송수단 안에서 보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지금까지 6차례 골프를 치며 25시간을 필드에서 보냈다. 트럼프가 플로리다에 머물기 위해 든 비용은 약 1000만 달러(약 115억 원)로 세금에서 지출됐다. 업무 시간으로 보면 외국 정상과의 전화 통화나 회동 등 외교 활동에 21시간을 썼다. 그 밖에 기자회견 4시간, 정보브리핑 청취 6시간, 법안과 행정명령 서명 6시간, 보고·논의 14시간 등이었다. 일반 업무는 221시간, 업무를 보지 않는 시간은 399시간이었다. 트럼프는 이 기간에 128건의 트윗을 작성하기 위해 총 18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분석됐다. ‘폭풍 트윗’을 한 시간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소통을 한 시간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대 1100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 및 추방을 선언했다. 지난달 시행했다 세계적인 논란 끝에 법원의 집행 중지 결정을 받은 이슬람 7개국에 대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최대 2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한인 불법체류자도 추방 위험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국토안보부는 21일 존 켈리 장관 명의로 2건의 이민 관련 행정각서(memo)를 발표했다. 각서의 핵심은 불법 체류자 추방과 국경 단속 강화다. 단속 공무원을 최대 1만 명 늘리면서 체포 및 구금 권한을 확대하고, 국경 지대 불법 입국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이민 규제 행정명령처럼 법원 결정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대통령 명령보다 아래 단계인 장관의 각서 형태를 취했다. CNN 등 미 언론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번 조치가 1차 이민 규제 행정명령에 버금가는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 단속 및 추방되는 불법 체류자 범위가 대폭 늘어났다. 단속 대상자를 불법 체류자로 한정하지 않고 ‘추방할 수 있는 외국인(removable aliens)’이라고 광범위하게 적시해 사실상 모든 이민자가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불법 체류자 중 마약 거래, 범죄 조직에 가담한 중범죄자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기소 가능한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도 단속 및 추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CNN에 “불법 체류자가 무면허 운전이나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도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발표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행정명령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 DACA 행정명령 폐지를 공약했지만 급격한 이민 규제로 반트럼프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의 구심점인 각 지역의 교회, 학교 등에 대한 먼지떨이식 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논평을 내고 “이번 행정각서는 트럼프 정부가 대규모 추방정책을 위해 적법한 절차와 인간 존엄성, 취약한 아이들에 대한 보호마저 짓밟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하겠다”며 “많은 경우 무역협정을 새로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느 특별한 나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지만 한미 FTA도 재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끝내주는(outstanding) 선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낙마한 지 일주일 만에 허버트 맥매스터 육군전력통합센터장(육군 중장)을 후임으로 임명하자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렇게 논평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분쟁을 막기 위해 동맹국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맥매스터가 트럼프의 고립주의 성향을 상쇄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맥매스터 카드’를 꺼내 든 데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군과 워싱턴 정가의 신뢰를 받는 맥매스터를 등용해 플린 낙마로 불거진 러시아 내통 스캔들 확산을 차단하고,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등 각종 안보 위협에도 차질 없이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현역 군인이 국가안보보좌관에 오른 것은 콜린 파월이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발탁된 뒤 30년 만이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트럼프와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기자들에게 “미국인의 이익을 촉진하고 보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핵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기조와 일치한다. 맥매스터는 2014년 P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불량 정권(rogue regime)’으로 지칭한 뒤 “(북한이 개발 중인) 대량살상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가 보병 사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한국과 인연도 있다. 아버지는 베트남전에도 참전해 대위까지 진급했다. 맥매스터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84년 임관한 뒤 33년간 전장에서 경험을 쌓은 군사 전략가이자 대테러 전문가로 꼽힌다. 역사학 박사로 ‘생각하는 전사(warrior thinker)’란 별명을 가진 그는 수천 권의 군사전략서를 탐독해 ‘수도승 전사(warrior monk)’란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유사한 점이 많다. 기갑병과 출신인 그는 1, 2차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 잇따라 참전했다. 그는 이라크전 최대의 기갑전으로 불리는 1991년 2월 26일 ‘73이스팅 전투’의 주역이다. 당시 미 지상군의 2기갑연대 소속 2중대 지휘관이었던 맥매스터 대위는 탱크 9대를 이끌고 이라크군 탱크, 장갑차 80여 대를 궤멸하는 전과를 올렸다. 2007년 이라크전에선 대령 신분으로 반란군 진압 현장 매뉴얼을 개발해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맥매스터는 2007년 전후로 준장 진급에 두 차례 실패한 적이 있다. CNN 등 미 언론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그의 강골 성향이 걸림돌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자신의 역사학 박사 논문을 보강해 1997년 ‘직무유기’란 책을 낸 게 발단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가 현장 지휘관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해 결국 베트남전에서 패배했다고 지적해 군 수뇌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도 많은 지지자를 갖고 있는 맥매스터는 이후 진급을 거듭했고 무난히 중장까지 올랐다. 2014년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공화당 소속의 데빈 누니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군사 현안에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제공해 온 맥매스터의 발탁은 트럼프 안보팀에 아주 좋은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에 미군 내 대표적 ‘전략통’인 허버트 맥매스터 육군전력통합센터장(육군 중장·사진)을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플로리다 주 휴양지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맥매스터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는 엄청난 재능과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맥매스터는 별명이 ‘생각하는 전사(warrior thinker)’일 정도로 지적인 전략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2007년 이라크전에선 반란군 진압 매뉴얼을 개발했을 정도로 대테러 작전 전문가로 통한다. 맥매스터는 북한이 실질적인 핵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5월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북한은 유능한 재래식 군사력뿐만 아니라 핵무장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히 위협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기 직전에 백악관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러시아 측의 계획을 받아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관련 의혹의 ‘몸통’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어서 보도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전후인 지난달 말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의원인 안드리 아르테멘코와 러시아 출신 미국인 사업가 펠릭스 세이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 등이 뉴욕 맨해튼의 ‘로우스 리전시’ 호텔에서 만났다. 아르테멘코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작성한 러시아 제재 해제 방안을 코언에게 전달했고, 이는 플린 전 보좌관에게까지 전달됐다. 코언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세이터가 서류를 아르테멘코에게서 받아 나에게 줬다. 나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이달 초 이 서류를 플린 사무실에 전했다”고 말했다. 이 제안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의 발단이 된 2014년 크림 반도 합병과 관련해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50년에서 길게는 100년간 임대하는 방안을 우크라이나 국민투표에 부치는 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서를 실제로 봤는지, 얼마나 구체적으로 검토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플린 전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연방수사국(FBI) 등이 정밀 조사하고 있는 시점에서, 백악관이 러시아에 대한 또 다른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백악관의 도덕성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이 제안서를 백악관에 전달한 우크라이나 아르테멘코 의원은 주변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좌관들로부터 (제안서 작성에 대해)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 측의 구미에 맞는 제안을 만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제안서 전달에 관여한 세이터, 코언의 이력도 심상치 않다. 세이터는 트럼프와 오랫동안 사업상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 출신 미국인으로, 10여 년 전 마피아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한 경력이 있다. 코언은 FBI로부터 러시아와의 연관성 의혹을 수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트럼프의 러시아 관련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탄핵론이 더 확산될 조짐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구체적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트럼프에 대한 탄핵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일단 의회 차원의 진상 조사에 집중하자는 의견도 확산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 정보위원회 에릭 스월웰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간의 개인적, 금융적, 정치적 관계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며 “I(탄핵을 의미하는 Impeachment의 첫 글자) 단어를 쓰기 전에 모든 사실 관련 자료부터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브렌던 보일 하원의원도 “현 시점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I’ 단어는 바로 ‘수사(Investigations)’”라고 강조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