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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혐의) 8, 9개 정도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가 선고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유죄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 항소해 더욱 성실히 다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전 장관은 기소된 혐의 12가지 중 5가지가 무죄였는데, 혐의를 더 세분해 보면 20가지 중 9가지 혐의가 무죄였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제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사모펀드와 관련해선 거의 모두 무죄”라며 “2019년 법무부 장관 지명 후 검찰과 언론, 보수 야당은 제가 사모펀드를 통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죄 판결을 받은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과 정 전 교수가 수감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조 전 장관을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의 2심 재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된다. 앞서 정 전 교수는 지난해 1월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날 판결에 따라 정 전 교수는 징역 1년이 추가됐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자 인상을 찌푸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부가 퇴정하자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전 교수를 토닥이며 위로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뇌물, 공직자윤리법 위반, 증거인멸 등 (혐의) 8~9개 정도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가 선고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심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유죄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 항소해 더욱 성실히 다툴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그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제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사모펀드 관련해선 거의 모두 무죄”라며 “2019년 법무부 장관 지명 후 검찰과 언론, 보수 야당은 제가 사모펀드를 통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고 했다. 이어 “오늘 재판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이 사건이 어떻게 출발했는지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죄 판결을 받은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재판부는 조 전 장관 부부에 대해 각각 징역 2년(조 전 장관)과 징역 1년(정 전 교수)을 선고하면서도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과 정 전 교수가 수감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조 전 장관을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의 2심 재판은 수감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다.앞서 정 전 교수는 지난해 1월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투자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날 1심 판결 형량을 합치면 부부가 총 징역 7년형을 받은 것이다. 정 전 교수는 지난해 11월 허리디스크 수술 등을 위해 1개월 동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입원했던 것을 제외하면 2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해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 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 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조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 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 “국무총리 시절, 모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식당 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수행과장을 가리켜 ‘이 친구도 고향이 전주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NY를 수행하는 과장과 식당 주인의 고향 모두를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수행과장은 종일 이 얘기를 자랑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소소한 일화이지만, 무심한 듯했던 직장 상사가 불쑥 던진 자신에 대한 관심을 발견하게 되면 거기서 오는 감동은 꽤 큰 모양입니다.” -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 양재원 지음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의원실에서 오래 근무한 그의 측근인 양재원 전북도 디지털소통팀장은 2020년 1월 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일본어인 ‘츤데레’(ツンデレ)라는 표현을 썼다. 츤데레는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 꼼꼼하고 완벽한 성격에 ‘훈장님’, ‘엄중 낙연’ 등 별칭 붙어 “자네, 고등학교는 어디 나왔나? 대학은 어디 나왔나? OO대 출신 맞나?”기자 시절 이 전 대표는 후배들이 쓴 기사에 대해 이 같은 지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당신이 고등학교, 대학이라도 마쳤으면 기사를 이렇게 쓸 수가 있냐’는 질책이었다고 한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에 혹자는 모멸감을 느꼈다.이 전 대표의 밑에 있던 기자 후배들은 그의 꼼꼼함과 치밀함에 ‘학을 뗐다’고 한다. 기자 시절부터 원고지 200자 5장의 기사를 쓰면 1000자를 딱 맞출 정도로 완벽주의적인 성격이었다.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을 지낸 그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이 팀은 우승한 날 밤에 모여 그 다음 시즌을 계획한다는 것이다. 그는 넥타이도 전날 밤에 고른다고 하지 않은가. 특히 글에 대해 엄격했다. 의원 시절, 작은 지역 언론사의 창간기념일 축사 초안을 보좌진이 써서 이 전 대표에게 가져갔다. 보좌진이 쓴 ‘지역 최고의 언론사’라는 표현을 본 그는 “이 언론사가 최고의 언론사면 자네 얼굴이 장동건 닮았다는 것과 같다”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대가 가진 고유의 장점을 찾아내 칭찬하려는 노력이 게으르니 허위의 과장된 표현이라는 쉬운 방법으로 상대를 축하하려 든다는 취지로 꾸짖었다고 한다. 그는 혼낼 때는 복도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호통을 치며 보좌진의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였다고 한다. 옛 보좌진은 “중저음에 목소리가 커서 호랑이굴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소리에서 오는 공포감이 크고 머리가 새하얘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남지사였던 그가 총리로 발탁되자 깐깐하고 엄한 도지사가 떠나니 전남도 직원들이 환호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문재인 정부 ‘군기반장’이었던 총리 시절엔 “총리에게 보고하러 가는 게 무섭다” “장관은 물론 고위공무원들이 언제 질책을 받을지 몰라 긴장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았다. “공직자는 4대 의무(국방, 근로, 교육, 납세) 외의 ‘설명의 의무’가 있으며, 이에 충실하지 않으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 - 2017년 8월, 차관급 인사 임명장 수여식에서2020년 총리를 마치고 당에 복귀한 뒤로는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진중하고 안정감 있지만 가르치려고만 하는 ‘꼰대’ ‘호랑이 훈장님’ 이미지 등도 반영됐다.● 아들에게도 ‘엄부(嚴父)’그는 후배나 아랫사람뿐만 아니라 실제 아들에게도 ‘엄부(嚴父)’였다. 외동아들인 이모 씨(41)는 2012년 12월 국립춘천병원 레지던트 생활을 앞두고 아버지 몰래 출퇴근용으로 외제차 ‘아우디’를 구입했다. 뒤늦게 재산신고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된 이 전 대표에게 크게 혼이 났고, 8개월 만에 차를 팔고 국산차를 샀다고 한다. 2018년 3월 총리 시절 모친상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이 전 대표를 포함한 7남매는 2007년 ‘어머니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수필집을 펴냈는데, 당시 조문객들에게 이 책을 나눠드렸다. 장례식 마지막 날 새벽, 빈소를 정리하는 중에 이 전 대표는 장례식 도우미들에게 직접 사인한 책을 선물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그걸 본 이 전 대표의 조카들이 똑같이 사인을 받고 싶어 아들 이 씨에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 엄한 삼촌에게 직접 부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날도 이 씨는 아버지에게 “장례식장에서 가족들끼리 사인이나 받고 있어야겠냐”며 혼났다고 한다. ● 품격과 위트 있는 말과 글신문기자로 20년간 글을 닦아 온 이 전 대표는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언어를 자신의 장기로 삼았다. 초선 시절 아무 인연 없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그의 취임사까지 쓸 수 있었던 것도 쉬우면서도 품격 있는 말과 글 덕이었다.동아일보 기자 입장에서 보자면 같은 회사 출신의 선배지만, 정치권에 입문한 그를 보면 ‘어렵고 까칠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기사 때문에 혼났다”거나 “따로 후배들을 챙기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기 때문이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5월 전남 강진에서였다. 당시 강진 만덕산에서 칩거 중이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인터뷰를 위해 다른 선배와 함께 내려갔는데, 손 전 대표가 전남지사였던 그를 식사 자리에 불렀다. 이 전 대표는 당시까지 손학규계에 속했다. 막걸리를 마시던 그의 말이다. “국민의당(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안철수 의원 주도 정당) 초선 중에 손금주 의원이랑 이용주 의원이 있어. 내가 최근에 이분들과 막걸리를 마시면서 당 방침이 뭐냐, ‘금주’(손금주 의원)냐 ‘용주’(이용주 의원)냐 했더니 황주홍 의원이 ‘주홍’. 술을 넓게 마시자는 것이라고 답해. 내가 이제 전남도 삼당(금주 용주 주홍) 체제가 됐다, 첫 번째 안주는 ‘삼합’이라고 했다.” - 취재 메모 중다시 취재 메모를 봐도 인상적인 ‘위트’였다. ‘아재개그’의 성격도 있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에게는 “자네는 이름도 순하고 생긴 것도 덕스러운데 왜 글은 독하게 쓰느냐”고 했다고 한다. 김 대기자는 칭찬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그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임명된 뒤 인기를 누렸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9월 대정부질문에서 능숙한 답변과 ‘촌철살인’ 화법으로 관심을 끌었다. 당시 야당 의원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를 하면서 한국이 대북 대화 구걸하는 거지 같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겠냐”고 하자 이 전 대표는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상대방과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위트가 있었다. ● “김대중은 존경받는 지도자, 노무현은 사랑받는 지도자”2019년 12월 말 당시 총리였던 이 전 대표를 인터뷰했다. 인터뷰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말이었다. 기사화를 위해 다듬기 전 ‘날것’의 워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존경받는 지도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랑받는 지도자였다. 노 전 대통령은 때로는 보통 사람과 다른 대응을, 때로는 거칠게 보였다. 그런 것마저도 대중적 사랑의 원천이 됐다. 한 번은 그때 충청권에 수도를 이전한다는 게 공약이었는데 나중에 그것이 관습법 위반이라고 해서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일고 수도권에서 들썩들썩했다. 그 무렵 수도권을 안심시키려고 부천역에서 유세했는데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제가 충청권에 옮기려는 기관은 시끄럽고 돈 안 되고 더러운 기관입니다’라고 했다. 당시 대변인이었던 나는 ‘야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하며 화가 나서 ‘말 좀 조심하시라’고 하려고 전화했어. ‘여보세요’. 첫마디가 ‘제가 사고쳤지예~’. 항의하려다가 힘이 빠져서..‘약속 있어요? 소주 한잔 합시다’ 했어. 어휴 미워할 수도 없고. 그런 게 있다.”인터뷰 말미엔 “많은 국민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도 ‘좋은 총리였다’고 기억된다면 영광이겠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낙연 총리 “신발 신고 발바닥 긁는 것 같은 정책은 곤란… 현장이 시작이자 끝”● 수비엔 능했지만 공격엔…문 전 대통령의 강한 신뢰를 받는 총리였던 이 전 대표는 후광 효과를 누렸다. 기자 20년, 정치 20년 등의 경력과 총리를 지내며 ‘수비’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은 차기 대선 주자로서 중도 성향의 이 전 대표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는 4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며 수개월 동안 대선 주자 1위를 달렸다. 최장수 총리를 마친 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2020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본인도 서울 종로에서 당선되며 ‘상한가’를 쳤다. 당 조직을 장악하려던 그는 그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하지만 당의 전면에 나선 게 오히려 독배가 됐다. ‘꼰대’ 이미지와 “남자는 아이를 안 낳아서 철이 없다” 등 말실수가 이어지면서 점수를 깎아먹었다. 수비엔 능했지만 신중한 태도는 공격수로선 적합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능숙한 화법은 오히려 ‘미꾸라지’ ‘능구렁이’ 같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독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과거 누리꾼들이 풍자해 화제가 됐던 이 전 대표 화법이다. 2021년 신년 특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주장했다가 친문 지지층의 외면을 받으며 지지율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사이다’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타고난 공격수인 이재명 대표에게 후보직을 내줘야 했다. 사면 논란 당시 이 전 대표도 “정말 뼈저린 후회를 했다”고 한다. 본인이 총대를 멘 것 자체가 오만함이었다는 후회였다. 논란 이전엔 이 전 대표를 신선하다고 보는 국민들이 있었지만, 정치공학적인 시도로 비춰지면서 대중들이 실망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이재명 대표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펼친 것이 오히려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는 반응도 있다. 열린우리당과 분당됐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에 남았다는 것도 다시 회자됐다. 이 전 대표는 대선이 끝난 뒤 지난해 6월 출국해 현재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복귀를 독촉하고 있지만 차기 대권 가도가 녹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본인이 존경받는 지도자와 사랑받는 지도자라고 표현했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1년간 총리와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이었던 그의 ‘마크맨’이었습니다. 특별히 후배라고 챙겨주지 않았고, 특히 다른 기자들 앞에선 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만 챙기고 다른 언론사 기자들을 차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대신 한 번은 대정부질문이 있던 날 저녁 자리를 마치고 가다가 바깥에서 보이는 1층 김치찌개집에 총리 경호원이 있는 걸 보았습니다. 대정부질문을 마치고 몇몇 장관들과 함께 요기를 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저와 친분이 있는 장관 등도 같이 있길래 후배 기자와 함께 ‘쳐들어’ 갔습니다. 가서 인사를 했더니 “앉아서 막걸리 한잔 먹고 가라”고 합석을 권유했습니다. 총리 시절 몇 차례 만났습니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 당에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국회에서 따로 인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다가 “총리님” 하고 인사했더니 돌아온 말은 “자네, 왔는가”였습니다. 두 단어였지만 왠지 모를,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따뜻한 속정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츤데레’라는 별명이 그에게 잘 맞다고 봅니다. 후배들에게 엄하고 따끔한 질책을 하더라도 그들의 발전을 위해 옳은 소리를 한 것일 뿐이고 ‘뒤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차례 대선 경선에서 낙마한 그는 이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9일 <법정모독 6화>에서는 이 전 대표의 대선 주자로서의 전망에 대해 풀어보겠습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법률학의 발달, 사법사무, 변호사사무의 쇄신 개선, 변호사의 품위 보전과 국제 친선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1949년 11월 만들어진 변호사법 제정안 43조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립 목적에 대해 이같이 규정하고 있다. 1950년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자 수는 16명에 불과했고 1952년 창립된 대한변협의 회원도 대부분 현직 판검사 등 공직자였다. 당시 법엔 대한변협이 13번 등장하지만 현행법엔 111번 나온다. 그만큼 기능과 역할이 방대해졌다는 의미다. 그뿐만 아니라 협회장은 대법관,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대법원장 지명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각종 후보추천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한 52대 협회장에는 김영훈 변호사(59·사법연수원 27기)가 선출됐다. 김 신임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당선증 교부식에서 “이번 선거는 산업 자본의 법률시장 침탈이란 위기 상황에서 치러졌다”며 “사설 플랫폼 퇴출 및 공공 플랫폼 ‘나의 변호사’ 혁신을 약속드리겠다”고 했다.‘3만 변호사’ 수장의 첫 일성이 로톡 등 사설 플랫폼 퇴출인 것은 민망한 일이다. 몇 년 전부터 대한변협은 로톡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로톡 이용 변호사를 징계하는 등 소속 단체가 일부 회원들을 사실상 ‘왕따’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사납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출마 후보 모두가 로톡 퇴출을 구호로 내세워 회원들의 눈총을 샀다. 선거운동 과정에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문자 폭탄’까지 보냈다. 변호사들 사이에선 “이런 선거는 처음이다. 정치판이 따로 없다”는 반응이 상당수였다. 선거에 회의를 느낀 일부 회원들이 투표를 거부하면서 이번 선거에선 전체 회원 중 약 37%만 투표를 했다. 47∼51대 회장 선거 투표율 55∼60%와 비교하면 3분의 2가량만 투표한 것이다. 70년 전에 만들어진 제도를 시대에 맞게 고칠 때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전관 변호사는 “과거엔 공익단체 성격이 강해 각종 권한이 주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공직을 안 거친 회원들이 90%에 가깝고 단체 성격도 이익단체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로톡의 처지가 불법 콜택시 영업 논란을 빚다가 사업에서 철수한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타다 서비스가 사라진 후 심야 택시 승차난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편익이 저해됐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조지 레이코프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프레임에 갇히면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코끼리 생각이 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이 사설 플랫폼 퇴출을 언급할수록 상당수의 국민들은 “대한변협이 법률 소비자는 고려하지 않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나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한변협은 사설 플랫폼 퇴출보다 시급한 과제가 많다. 인권 보호, 법률제도 개선, 청년 변호사들의 수임 및 고용 문제 등이다. 판사나 검사는 한자로 ‘일 사(事)’를 쓰지만 변호사는 ‘선비 사(士)’를 쓴다. 선비는 시장의 필부와는 달라야 한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 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 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조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 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엉킨 실타래를 풀려고 하다 보면 더 꼬이게 된다. 쾌도난마(快刀亂麻)로 과감하게 끊어낼 건 끊어내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측근이고 ‘내 새끼’여도 엄정하게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한 결과 수천 년 뒤에도 제갈공명은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언행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국민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고 있다. 5가지 테마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살펴봤다. ① 인사 : “인사로 국민 달랠 기회 날려” 과거에 대통령이 느닷없이 국면 전환 차원에서 인사를 하던 시절에도 책임을 물을 뭐가 있어야 했지, 그냥 사람을 바꾼 적은 없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많은 언론과 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선을 그었다. 이어 3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당분간 개각은 없다”며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개각설을 일축했다.장관과 정책수석, 불난 집은 놔두고, 불똥 튄 옆집에만 물세례를 퍼부은 ‘엇나간 인사’. 청와대는 인사로 국민을 달랠 기회마저 날려 버렸다.이 장관 해임을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의 논평 같지만 이는 김은혜 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2020년 8월 당 대변인 시절 문재인 정부를 향해 냈던 논평이다. 당시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 등 부동산 민심이 격화되고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질 때였다. 그러나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9%로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보다도 높았다. 위기가 계속되면 위기인지 모른다. 성적이 조금만 오르면 괜찮은 점수인 듯 좋아한다. 간신히 낙제점을 벗어난 것인데도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 극복을 외치며 대선에 도전했던 윤 대통령도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보호했던 문 전 대통령과 별 차이가 없다. 잘라야 할 ‘제 식구’는 보호하기 바쁘고 자르지 않아야 할 참모들은 해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을 자를 수 없으니 대신 자르라고 있는 게 정무직 공무원과 대통령실 참모진이다. 물론 이상민 장관은 취임한 지 8개월도 안 됐다. 대통령실의 ‘선(先)진상조사 후(後)문책’이라는 방침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반쪽’짜리로 끝났다. 야당은 이상민 장관 탄핵을 추진하는 등 정국은 계속 꼬이고만 있다. 정국 경색을 풀어내지 못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윤 대통령은 아집과 오기로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충암고 후배이자 대통령 측근인 이상민 장관 스스로 시한부 거취를 표명함으로써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그해 연말 해수부 예산안이 처리된 뒤에 스스로 거취를 표명했다. 이상민 장관이 이 전 장관처럼 유가족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도 아니다. ② 정무 : 무능한 참모진, 귀 닫는 대통령 꼬인 것은 이뿐만 아니다. 나경원 전 의원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갈등은 점입가경, 화룡점정이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 배포한 나경원 전 의원 관련 보도자료를 보고 헛웃음을 터뜨린 사람이 적지 않다. 먼저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대통령께서는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서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입니다.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입니다.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입니다.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 해임 결정과 관련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가 친윤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데 이어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선 것이다. 김 비서실장의 워딩은 그 자체로 낯 뜨겁다. 국정 현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첫 번째 문장부터 동의하기 어려운 이들이 많을 것이다. 경제외교 활동을 하기 바쁜 분이 이렇게 당무에 개입했다는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런 인식을 가진 이가 비서실장을 하고 있으니 지금 누가 브레이크를 걸 것인가. 김 비서실장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김 비서실장이 과연 본인의 의사대로 저렇게 문구를 작성했겠냐”고 했다. 윤심(尹心), 대통령의 뜻이 직접 또는 누군가를 거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김 비서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나 전 의원은 20일 “관련된 논란으로 대통령님께 누(累)가 된 점, 윤석열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출마를 고심하던 그는 결국 25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간 공천 파동이 일찌감치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당 대표가 여섯 군데 지역 공천장에 당인(黨印)을 찍지 않고 부산으로 내려가버린 ‘옥새들고 나르샤’와 같은 초유의 사태가 향후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③ 언어 : 잇단 말실수… ‘사과’는 없어그는 첫 만남에선 ‘하십시오체’를 썼지만 이후 ‘해요체’는 쓰지 않았다. 바로 ‘하게체’와 반말로 넘어갔다. ‘석열이형’, ‘보스’ 이미지가 강해 친근하면서도 고개를 수그리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발음이 정확하고 억양이 강해 말에 힘이 있었고 말과 함께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고 손동작이 컸다.사석에서 그의 입에선 ‘이 X끼’ ‘저 X끼’ ‘이 놈’ ‘저 놈’ 등 거친 단어가 튀어나왔다. 편하게 후배 검사들을 지칭할 때나 적개심이 있는 상대방을 향해 썼던 단어다. 당시 그의 이런 언어는 친근하게 느껴졌다. 검사 선후배들도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어는 아니다. 이런 언어습관이 결국 방미 중 벌어진 MBC의 자막조작 논란을 빚은 사고로 이어졌다. 그의 육성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귓속에서 ‘그 음성’이 실시간 재생됐을 것이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또는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하면 그가 입법부를 비하한 게 된다. 대통령보다 한수 아래로 보거나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본 것. 그런데도 그는 사과나 송구스럽다는 표현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냥 말실수 했다고 사과하면 끝날 일이었다. ‘자막 조작’ 등 MBC의 보도가 왜곡됐다고 대통령전용기 ‘1호기’에 태우지 않았다. 관련 보도에 일부 문제가 있었더라도 1호기를 못 타게 한 것은 민망하기 짝이 없다. 연달아 1호기에서 언론사 기자 2명만 콕 찍어 부른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1호기에 태우지 않는 것은 ‘참 사소한 보복’이다. 총장 시절 그를 정치적 위기에 빠뜨렸던 MBC의 ‘검언유착’ 보도 등에 대한 반발이 담겼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본다. 그가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던 시절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찾아보니 민주당 강훈식 의원도 지난해 똑같이 지적했다. 사람 생각은 비슷하다.) 그나마 이달 중순 중동·스위스 순방에선 탑승 금지가 해제된 것은 다행이다. 이번 순방에서 문제가 된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도 비슷하다. 이란 측이 자국 주재 윤강현 한국대사를 부르자 우리 외교부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했다. 상대국 입장에선 방귀 뀐 놈이 성 내는 격이다. 외교관들이 물밑에서 사과하거나 대통령실이 인정했으면 될 일이다. 공자는 정치에 대해 “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쁘게 하고 먼 곳에 있는 사람은 오게 하는 것(近者說遠者來)”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주변 참모진은 물론 야당 의원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중도층과 야당 지지층, 외국 정상 등에게 좀 더 마음을 살 필요가 있다. ④ 대국민·대언론: 신년 기자회견 대신 단독 인터뷰1월 2일자 조간 신문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통령이 한 언론사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일은 드물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지만 그나마 공영방송인 KBS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검사를 그만두고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이던 시절 조선일보 사장의 변호인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그가 조선일보 사장과 만났다는 보도가 난 뒤 만나서 얘기했던 내용이다. 내가 태평양에서 변호사 할 때 변호인이었다. 변호사 때는 자주 뵈었지. 그러다가 검찰에 복귀하고 나서 1년에 한 번씩은 옛날 팀들하고 만났는데 못 뵌 지 꽤 됐어. 근데 얼마 전에 결혼식에서 만났어. 저녁 한번 하자고 하시길래 ‘합시다’ 했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 대해 “가장 먼저 만나는 국민”이라고 했다고 한다. 언론의 대표인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을 물먹이는 건 대통령의 판단 미스다. 1개 언론사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들을 적으로 돌리는 건 쉽사리 이해가지 않는다. 대통령이 모든 언론과의 신년 기자회견 대신 우호적인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기자들만 따로 불러 만남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 차라리 걸리지라도 말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원래 ‘프레스 프랜들리’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도어스테핑도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어스테핑에 데었다고 해서 신년 기자회견이 아니라 특정 언론만 상대하며 ‘편 가르기’를 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공정이다. 대통령은 사적인 인연과 감정에 연연하면 안 되는 자리다. ⑤ 검찰·사정: 尹이 언급했던 검찰이 망하는 지름길은?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은 성역 없이 반드시 해야 된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 선봉에 섰던 윤 대통령이 그 폐해를 알고서도 이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지금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과제를 안고 있고 당시에도 똑같이 정치보복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난 기본 방침이 야당 관계자는 털도록 해보고 안 털리면 남은 걸로 기소한다.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설명 들어보고 다 털어줄 거 털어주고 그래도 객관적인 게 남으면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검찰이 망하는 지름길… 이우현하다보니 홍문종이 나온 거고. 일부러 뒤지려고 한 게 아니다. - 취재 메모 중2018년 10월 당시 ‘예산정보 유출 의혹’ 관련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등에 대한 수사가 막 시작됐던 시기 그가 했던 말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그 시기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우현 홍문종 전 의원 등 당시 야권 관계자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야당 탄압이라는 뒷말을 낳지 않기 위해 표적수사는 물론 하지 않고 가급적 야당을 향한 수사일수록 ‘(무혐의로) 털어준다’고 했던 그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에도 이같이 말했다. 제가 집권해 정치 보복을 한다면 아마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저부터 정치적 기반과 국민들의 동의를 상실할 거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청와대가) 그런 개입들을 많이 하고 있을 거라고 저는 추측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나중에 굉장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권력이 셀 때 남용하면 반드시 몰락하게 돼 있다. 그런 무모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자칫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공안부서를 모두 야권이나 전 정권 인사에 투입해 수사하고 있다. 최근 쓴 칼럼에서 이를 다룬 바 있다. ▶檢 저인망식 야권 수사로 미제사건 늘고, 국민도 피로감[광화문에서/황형준]한동안 윤석열 정부가 뭐를 하겠다는 게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에선 법무부, 검찰만 보였다. 그나마 최근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이라는 과제를 강조하면서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3대 개혁 추진을 밝히자 검찰과 공안당국이 개혁을 위한 집행기관이라도 된 것인 양 민노총 연계 간첩 사건, 노조 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⑥ 조언: 선출된 권력은 국민 앞에 겸허해야 요즘 대통령이 ‘마이웨이’를 걷는 외골수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예전과 달리 주변의 직언을 안 받아들이고 쓴소리를 하면 서운해한다는 것.비선 논란도 계속 제기된다.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며 잠시 숨죽이던 김건희 여사도 다시 공식 무대로 올라오며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김 여사의) 오빠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후보 시절부터 천공 스님 등 무속 논란까지 빚어졌다. 최순실 씨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그야말로 ‘비선 실세’ 논란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관련 보고를 받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려 했지만 이를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윤 대통령이 실제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는지,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직언을 하는 참모가 없는지 궁금하다. 선출된 권력은 국민 앞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 ‘항명’해선 안 된다. 서울중앙지검을 출입하던 2019년에 그가 3년 뒤 대통령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합리적인 중도 성향으로 정치를 하게 된다면 ‘잘할 것 같다’는 개인적 기대가 있었습니다. 검사였던 그와 여러 차례 만나 생각을 엿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법조 출입에서 다시 국회 출입으로 옮길 때 선약을 취소하고 송별 점심을 사줄 만큼 정이 많은 분이었습니다.현 시점에서 대통령실 출입기자도 아니고 최근에 본 적이 없는 제가 그의 과거 생각을 일부 공개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이 컸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알 권리와 선출한 대통령에 대해 역사의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다는 판단, 그리고 의무감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대선 당선 후 그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취임 후 검찰 출신 편중 인사, 무속 논란, 잇따르는 설화 등 8개월 성적표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4년 4개월의 임기가 남았습니다. 국민들은 그의 ‘통 큰 정치’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야당과 그 지지층도 국민들이 다수결로 뽑은 대통령을 존중해야 합니다.해외기업 및 해외프로젝트 유치, 경제회복, 청년일자리 창출, 미래산업 육성,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 등 성과를 낼 분야가 많습니다. UAE서 300억 달러 유치한 것도 분명 국민들이 박수쳐야 할 성과입니다. 지지층만 보고 가는 정치, 국민을 통합시키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단기적으론 지지율을 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양극단의 정치가 심해질수록 국민갈등은 커집니다. 그가 후보 시절 내세웠던 포용과 협치, 화해와 통합 등의 가치가 다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2월 2일 공개될 <5화>에선 야권 인사로 넘어가 ‘츤데레’ 별명을 가진 분을 다루겠습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조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어떤 음악을 듣거나 어떤 영화를보거나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오감이 자극될 때 추억으로 소환되며 함께 했던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을 떠올릴 때 강렬하게 느꼈던 순간의 감각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는 처음 술자리부터 강렬한 인상을 줬다. 어느 날 저녁 한 식당에서 ‘1차’가 끝날 무렵 누군가 한잔 더 하러 가자며 2차를 제안했다. 말석에 앉아 ‘소맥’을 잇따라 마시고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였다. 귀가할 분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길을 걸어가며 지하에 있는 위스키바에 들어갔다. 그는 전혀 취한 기색이 없었다. 위스키(아마 싱글몰트 위스키였을 것이다)를 주문한 뒤 야구공 같은 얼음을 위스키 잔에 넣었다. 온 더 락으로 위스키를 가득 채워 넣었다.훗날 손바닥에 ‘王(왕)’ 자가 그려져있어 논란이 된 그 큰 손이었다. 잔을 부딪친 뒤 입에 털어 넣었다. 그 많은 위스키를 원샷한 것은 그날이 거의 처음이었다. (이날인지 다른 날인지 모르겠지만 화채그릇에 위스키 등 남은 술을 담아 나눠마시는 폭탄주도 처음이었다.)● 고시생들 “저 선배랑 놀면 시험 못 붙는다…후배들 피해다녀” 그는 대학시절부터 ‘호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법시험 9수를 하며 많은 책을 읽고 달관할 줄 알아서 ‘신림동 신선’으로 불렸다. ‘말술’을 하며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 것. 최근 만난 서울대법대 1년 후배이자 검찰 출신 변호사의 전언이다. 압구정동에 독서실이 좋은 데가 생겨서 사시 준비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다녔다. 나랑 그도 다녔다. 아침에 오면 신문을 쭉 읽고 점심에 공부하는 후배들 불러서 정치 사회 이런거 쭉 토론을 해. 그러면 논쟁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는 지지를 않았다. 자기 주장이 왜 맞는지 계속 토론을 해. 그러다가 저녁시간까지 가고… 그러고 술을 마시고 떡이 돼서 다음날 공부를 못하게 되고. 그런 게 계속 반복됐다. 그래서 ‘저 선배랑 놀면 시험 못 붙는다’고 다들 피해 다녔다. 안 마주치거나 다른 독서실로 가거나. 나도 다른 데로 독서실을 옮겼다.(웃음)그는 신림동과 연희동, 압구정동 등 여러 곳에서 공부하며 9수 끝에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지난해 4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저는 시험에 붙고 사법연수원을 마칠 때까지도 검사 한다는 생각을 안 했다”며 “저는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공직 생활을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조언을 해줘서 검찰에 발을 디뎠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검사로 일하다 옷을 벗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 하지만 대검찰청에 들렀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배달시킨 짜장면 냄새를 맡고 검사 시절이 그리워 1년 만에 검사로 돌아왔다. 이후 그는 2003년 눈에 띄는 수사를 이어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맡아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기소했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도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1년엔 부산저축은행 사태 수사를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그의 수사 스타일을 두고 ‘일단 밀어붙인다’거나 ‘터프하게 몰아간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지만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와 가까운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론스타 수사할 때 그가 책을 갖다주더라. “광주에서 배임 수사할 때 참고했다”며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세계화의 그늘(번역본의 제목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을 줬다. 노벨경제학상을 받고 세계은행 부총재했던 사람이다. 그가 ‘썰을 잘 푼다’고 하지만 내공없이 말하는 게 아니다. 이런 책을 읽고 의견서를 쓸 정도로 정교하다.그 시절부터 그는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가 직접 했던 이야기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14년에 메신저를 통해서 재보선에 나오라고 하길래 ‘정치 안 합니다’라고 했어. 2016년에도 민주당, 국민의당(안철수 의원이 주도해 만들었던 정당)에서도 전화가 오더라고. 근데 내 적성도 아니고 국정원 사건 재판 진행 중인데 정치판 간다는 게 말이 안 돼서 좋게 거절했어. 재판 진행 중인데 성향이 그래서 기소한 거 아니냐는 말 나오니까 당에 부담될 거라고 말했어. 2004년에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서 총선 나오면 원하는데 공천 준다고 했다. 대선자금 수사하면서 삼성 돈이 민주당, 한나라당 간 수사하고 하니까. 대검에서도 내가 왜 이거 제대로 수사 안하냐고 하니까 휴가 갔다 오라고 해서 휴가 중인데도 찾아오고 그랬어. 그때 했으면 내가 지금 4선은 하고 있지. 2016년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안철수 대표와 정대철 고문이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던 윤 검사장을 불러 만났다고. 비례대표 후보를 제안했는데 윤 지검장이 큰 절을 하면서 “아직은 검찰에 하고 싶은 게 많다”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당시 취재메모● 후배들 술값 내느라 결혼 전 전 재산 2000만 원그는 호탕하고 술도 잘 마셔서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후배들 술 사주느라 검사 월급은 거의 탕진했다. 52세의 나이에 김건희 여사와 결혼하던 2012년,전 재산은 2000만 원에 불과했다. 수사와 관련해 지휘부가 주저하거나 외압을 행사하면 들이받았다. 후배들에게 쪽 팔리는 선배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영화 베테랑 대사처럼. 대검 중앙수사부 검사 시절 한 가지 일화는 다음 칼럼에서 다룬 적이 있다.▶법무법인 ‘n분의 1’과 윤석열 당선인의 권력 나누기이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으로 활동하다 윗선과 부딪히면서도 수사를 밀어붙이다 한직을 전전했다. 그는 거침없는 강골 검사이자 대표적인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다가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지면서 수사팀장에 임명되며 ‘국민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적폐 청산’ 수사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특별히 그의 성향이 민주당에 맞거나 문재인 정부와 가까웠던 건 아니었다. 가끔 방에 차를 마시러 갈 때마다 정치뉴스를 보고 있었다. 보수가 제대로 서야 된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보수 진영이 내분이 지속되던 시기였다.)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 시기로 싸울 게 아니라 물갈이 등 쇄신부터 하자고 했어야 된다. 3선 이상 못하게 하는 규정 만들어야 돼. 미국 대통령도 봐라. 대부분 주지사나 상원의원 한 두 번하고 대선 주자가 된다. 민주당도 경제정책 바꿔야 된다. 주52시간, 최저임금 정책 수정해야 돼. 중산층이 잘 되게 해야 되는데 이러다 중소기업 다 망한다.신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밀턴 프리드먼’ 신봉자인 그는 미국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9수를 하는 동안 석사 학위도 땄다. 그의 석사 논문의 주제는 ‘클래스 액션(class action)’, 즉 집단소송이라고 한다. 반독점(antitrust) 분야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공교롭게 그의 자택 인근 단골가게 이름도 미국의 한 주(州) 이름이다. 미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등 전직 대통령이태어난 지역이다. 당선인 시절 서초동 자택 옆 단골가게에서 술자리를 갖다 사진이 찍혔던 곳 중 하나다. 요즘엔 지지자들이 ‘성지순례’를 다닌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탄탄대로를 걷던 그가 시련을 겪은 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뒤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를 하면서부터다. 조 전 장관을 수사하며 문재인 정부와 ‘맞짱’을 뜨기 시작했고 뒤이어 추미애, 박범계 전 장관과 각을 세우다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결국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해 대통령이 됐다.그는 검사 때 뒤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스타일이었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때 지휘부에들이받았고 검찰총장 때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에게 ‘항명’했다. 옳다고 믿으면 상사에게도 거침없었던 그를 국민들이 선택했다. 이제 그의 위엔 그를 불러낸 국민밖에 없다. 국민에게는항명해선 안 된다. 1·2화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글이 나가자 어떤 유튜버는 “정부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한동훈 장관을 띄워주는 기사가 나온다”는 음모론적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칼럼에선 ‘핫 피플’을 다뤄야 된다는 대선배의 조언을 따라 인물을 골랐고 평소 쓰고 싶었던 한 장관을 다룬 것 뿐입니다.이 코너는 제가 총감독입니다. 동아일보의 편집 방향 등과는 무관합니다. 저희 회사는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조직입니다. 3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그 분’에 대한 마음을 담아 썼을 뿐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설 연휴가 지난 뒤 26일 4화에선 요즘 제가 가지고 있는 국정운영에 대한 아쉬움과 생각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5화부턴 야권과 법조계 인물도 다루려고 합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조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1화 바로가기 “정치인 다 됐다. 여직원들이 1 대 1 사진 촬영을 요청할 때마다 싫은 기색 없이 응했다더라.”지난달 2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하 존칭생략)이 참석한 춘천지검 속초지청 개청식에 다녀온 한 검찰 간부는 이 같이 전했다고 한다.법무부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이다. 검사 출신이 많이 임명되지만 검사 신분은 아니다. 정무직 공무원선거로 취임하거나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공무원. 고도의 정책결정 업무를 담당하거나 이러한 업무를 보조하는 공무원으로서 법률이나 대통령령(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의 조직에 관한 대통령령만 해당한다)에서 정무직으로 지정하는 공무원(국가공무원법 2조 3항 1호) 한동훈이 장관에 취임한 지 240일이 넘었다. 취임식 영상만 유튜브와 방송을 통해 수백만 명이 볼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는 취임한 뒤에는 법무부 직원이 장관의 관용차 문을 열어주는 의전을 없애고, 장관‘님’ 호칭을 없애는 등 눈에 띠는 행보를 이어갔다. 간결하고 명료한 말의 힘도 ‘한동훈 팬덤’을 낳는 데 기여했다.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범죄자뿐입니다”, “검찰과 경찰은 부패범죄를 제대로 수사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겁니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등의 말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아직 한동훈이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에선 이미 여권 유력 대선 주자 1,2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가 국민들을 대하는 모습도 정치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장 시절 여론조사에 포함되자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했다. 하지만 한동훈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아직 출마표를 주머니 안에 넣어두고 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동훈 동기 “지금 보면 알 수 없어”“검찰에서 나가면 더는 공직에 있고 싶은 생각이 없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21년 하반기. 사석에서 그에게 정치권과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정치권 출마 권유에 대해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게 “귀찮다”고도 했다.그가 요즘 자신의 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지난주 한동훈과 친한 대학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적으로 내가 아는 한동훈은 절대 정치 안 한다. 철학도 안맞고 지역구 관리하면서 술 마실 사람이 아니잖나. 그런데 요즘 보면 ‘야 이거 점점…’ 이런 생각이 든다. 윤 대통령께서도 안 하신다고 했는데 흐름을 따라갔다. 이 양반 지금 얘기해보면 전혀 생각 안하고 장관 열심히 한다고 한다. 몇 달 전에 물었을 때도 안 한다고 했는데 지금 보면 알 수 없다. 총선 나가는 게 아니고 (대선 직행 등) 다른 길도 있는 분위기다. 한동훈이 정치 감각은 있고 말을 귀에 딱딱 꽂히게 하는 걸 잘한다. 물 만난 거다. 하지만 스타일이 은근히 게으르고 자유로운 걸 좋아하니까. 일하다가 나가서 자유롭게 사는 걸 갈구했는데 본인한테도 예상 못한 송사도 생겼고, 장관 끝나고 나갈 때 상황에 따라 봐야 될 것 같다. 윤 대통령이 그냥 놔줄지도 관건이다.(웃음)정치인으로서의 약점‘정치인 한동훈’의 약점은 뭘까. 한동훈은 검사 시절 수사에 ‘얄짤(’일절없다‘는 말에서 변형된 말로 표준어가 아니지만 ’봐주지 않는다‘는 뜻의 신조어로 등록)’이 없었다. 원래 특수부 선배 검사들은 “혐의의 70%만 수사해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혐의 중 주요한 것만 하고 모든 것을 다 털털 털어 수사하지 말라는 뜻이다. 탈탈 털면 상대방이 납득하지 못하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또는 신호 위반에 적발됐을 때 대부분 항의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왜 저만 갖고 그러세요.”만약 하루 종일 경찰이 내 뒤를 쫓아다니면 누구라도 똑같이 반발할 것이다. 한동훈은 100% 수사를 하는 사람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조국이 ‘멸문지화’를 거론하고 야당 지지층이 거세게 항의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수사를 했던 기업인이나 판사 등은 한동훈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정치의 영역에선 대화와 타협, 갈등 해소, 포용과 용서를 이뤄낼 줄 알아야 한다. 엘리트 법조인 등에 둘러싸인 인간 관계도 한계라면 한계다. 정치권에선 그간 많은 서울법대 출신 정치인들이 대선에 줄줄이 실패한 것을 두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거나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등 이유로 분석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그 징크스를 깨고 이번에 처음 탄생했다. 정치인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갈등을 조정하는 게 일이다. 하지만 스타일상 그게 쉽지도 내키지도 않을 것이다. 당장 법무부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들린다. 장관 취임 이후 기존에 간부회의와 확대간부회의 등을 대거 줄였다. 기존 법무부는 실국장 이상 등 간부들이 참여하는 간부회의와 기획검사 및 주요 선임 보직자들도 함께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 등 주2회에 걸쳐 간부회의가 이뤄졌거든. 그런데 장관 취임 이후로 일주일에 간부회의와 확대간부회의를 포함해 전체 회의를 한 번만해. 그 중에서도 절반은 서면 회의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어 한달에 사실상 2번 대면회의를 하는 거지. 그래서 다른 간부들끼리도 서로 만나는 기회가 줄었다. 직원과 밥도 거의 안 먹는다. 대신 장관은 매일 아침 출근 후 자신의 최측근인 권순정 기획조정실장, 신자용 검찰국장과 3인 회의를 하거나 신동원 대변인과 이노공 차관까진 참여하는 5인 회의를 매일 진행해. 외부 사람들과도 만나 목소리를 들어야 되는데 잘 소통하지 않는다. 정치하려면 밥도 먹고 스킨십도 해야 되는데 말이야. -지난해 9월 한 법무부 고위간부싸가지와 ‘얄짤’은 종이 한 장 차이정치권에선 한동훈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필자는 9일자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바로가기 조용필이 매일 무대에 오를 필요가 없다. 마지막에 등장하면 된다. 매번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나설 필요가 없다.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과, 언론과 싸우려 해선 안 된다. 품을 줄도 알아야 한다. ‘정치인 한동훈’은 자신의 몫정치권에선 △국민들에게 강한 임팩트(인상)를 주거나 △스토리가 있고 △고정 지지층 또는 당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대선 주자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운도 중요하다. 김종필 박찬종 고건 문국현 황교안 등이 대권가도에서 미끄러진 것은 이것 중 1~2가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일단 임팩트와 ‘잘나가던 검사가 한직을 떠돌게 된’ 스토리, 국민의힘 지지층 등 고정 지지층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명세를 치를 ‘깡다구’와 돌파력이다. 그만큼 권력의지는 물론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아직 한동훈은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검사와 법무부 장관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할지, 정치인으로 새 출발할지 그의 결단과 향후 정세에 달려 있다. 커튼콜독자 여러분과 소통하겠다는 거창한 문패를 걸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해보겠습니다. 댓글 질문 일부에 대해 한 장관 측 인사들에게 몇 가지 취재를 했습니다. 1. MBTI : 한 장관이 본인도 확인해보지 않았답니다. 여러 번 시도해봤는데 질문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끝까지 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2. 책 : 1화에 나온 ‘밥 딜런’ 관련 책은 그의 가사집입니다. 지금 법무부 책상에는 ‘핏빛 자오선’(코맥 맥카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김보영), ‘종의 기원’(다윈), ‘알렉산더 해밀턴 전기’(론 처노), ‘미스테리아 44호’(엘릭시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등이 놓여 있다고 합니다.3. 건강관리 및 운동 : 그는 골프를 안 칩니다. 지금도 사무실과 집에 철봉을 설치해 놓고 턱걸이나 딥스 운동을 한다고 합니다. 4. 사무실 : 요즘도 장관 집무실에 종종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합니다. 장관님이 직접 타이핑할 일은 많지 않아 모션데스크는 없답니다. 나머지 궁금증은 언젠가 그가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하길 기대합니다. 19일 법정모독 3화는 별명이 ‘엉덩이탐정’인 분이 검사이던 시절 만난 이야기로 써볼까 합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2005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같은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 유명한 평가다. 유 전 장관은 정치권에서 논쟁적 인물이다. 그는 대학생 때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구속돼 1985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직접 쓴 ‘항소이유서’로 유명해졌다. 이후 칼럼니스트와 작가, 방송인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자문 역할을 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워졌고 2003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며 친노(친노무현) 그룹 핵심이 됐다.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유력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급부상했다. 하지만 자신이 했던 ‘말’이 발목을 잡았다. ‘싸가지’ 딱지가 주홍글씨처럼 계속 따라붙었고,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강준만 교수 책 제목처럼 진보 진영에서 그의 존재가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기도지사 선거 등에서 잇따라 패배하자 그는 2013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정계 복귀론이 거론됐지만 자의든 타의든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 유 전 장관을 상대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유 전 장관은 2019, 2020년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한 장관이 자신과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 장관이 반발하자 유 전 장관은 공개 사과했다. 한 장관은 민형사 소송을 걸었고 유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심이 진행 중이지만 이미 승기는 한 장관 쪽이 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분쟁 중인 두 사람은 묘하게 닮았다. 둘 다 말과 글이 논리정연하고, 타고난 ‘쌈닭’이다. 노사모와 후니월드 등 팬덤이 있고 각각 ‘빽바지’와 ‘뿔테안경’ 등으로 주목받은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각 정권의 황태자로 차기 여권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한 장관은 유 전 장관을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 장관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보고한 걸 두고 논란이 일었다. 공개되지 않은 노 의원 혐의와 관련한 새롭고 디테일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체포동의안 부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돈을 줘서 고맙다고 하는 노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있다.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돼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한 장관에 대해 “명백히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중죄를 저질렀다”고 반발했다. 법무부는 두 차례나 설명 자료를 내며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국회에 나가 한 장관은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올바른 얘기도 계속 면전에서 ‘따박따박’하며 맞설 경우 상대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한 장관이 정말 ‘정치인 한동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손자병법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했다.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는 건 2018년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6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0일 오전 10시 반에 성남지청에 출석하는 일정이 합의됐다”며 “이 대표는 당당하게 출석해서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NH농협은행, 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관내 기업 6곳에 부지 용도변경 등을 대가로 160억여 원의 성남FC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해 9월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이었던 A 씨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하며 공소장에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을 ‘공모자’로 적시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뇌물’을 받았는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당초 이 대표 측에 지난해 12월 28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 측이 “일방적 통보에는 응할 수 없다”고 해 일정이 연기됐다. 李측 “성남FC 정상적 후원 받아”… 檢 “대가성 입증 자신” 이재명, 10일 검찰 출석野, 9일부터 임시국회 소집 요구與 “빈틈없는 이재명 방탄” 비판檢요구로 제1야당 대표 출석 처음 “법과 원칙에 따른 정상적 후원 절차였고 대가성이 없었다.”(이 대표 측) “두산건설, 네이버 등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에 대해선 충분히 혐의 입증이 됐다.”(검찰 관계자) 10일로 예정된 이 대표 검찰 조사에서 양측의 입장은 이렇게 갈린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인 2014년 축구단을 인수한 후 ‘잘 운영해 능력을 보이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성남시로부터 인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 기업을 접촉해 후원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후원금 유치는 규정에 따른 광고영업”이라며 “각종 인허가 처분은 정해진 법규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재명, “정치보복” 공개 메시지 낼 듯 이 대표는 10일 성남지청 앞에서 “정치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는 이번 검찰 조사에 대한 준비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선 “유례없는 제1야당 대표 소환은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란 반발이 나왔다. 제1야당 대표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해 조사를 받는 건 처음이다. 2019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경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또 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사과에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임시국회를 요구할 수 있다. 임시국회는 9일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장관을 상대로 현안 질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빈틈없는 이재명 방탄’을 위해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는 체포할 수 없다. 당초 이 대표 측은 검찰 출석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해 8월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했을 때 이 대표는 서면답변서만 제출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성남FC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출석은 검찰과의 공방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혐의 입증 자신감 보이는 檢 반면 검찰은 이 대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A 씨 공소장에서 이 대표가 2014년 11월경 성남FC 운영자금을 현금으로 받을 적법한 수단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도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 보고 바람”이라고 보고서에 직접 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1월 임시국회가 소집된 만큼 이 대표를 구속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요건인데, 현재 민주당이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어 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서 찬성 101명, 반대 161명으로 부결됐다. 이 대표에게는 이후에도 검경의 추가 출석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조만간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경은 또 변호사비 대납 의혹(수원지검)과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경기남부경찰청) 등에도 이 대표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했다.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는 건 2018년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6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0일 오전 10시 반에 성남지청에 출석하는 일정이 합의됐다”며 “이 대표는 당당하게 출석해서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8년 네이버·두산건설·NH농협은행·차병원·알파돔시티·현대백화점 등 관내 기업 6곳에 부지 용도변경 등을 대가로 160억여 원의 성남FC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해 9월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이었던 A 씨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하며 공소장에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을 ‘공모자’로 적시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뇌물’을 받았는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당초 이 대표 측에 지난달 28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 측이 “일방적 통보에는 응할 수 없다”고 해 일정이 연기됐다. “법과 원칙에 따른 정상적 후원 절차였고 대가성이 없었다.”(이 대표 측) “두산건설, 네이버 등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에 대해선 충분히 혐의 입증이 됐다.”(검찰 관계자) 10일로 예정된 이 대표 검찰 조사에서 양 측의 입장은 이렇게 갈린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었던 2014년 축구단을 인수한 후 ‘잘 운영해 능력을 보이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성남시로부터 인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 기업을 접촉해 후원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후원금 유치는 규정에 따른 광고영업”이라며 “각종 인허가 처분은 정해진 법규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재명, “정치보복” 공개 메시지낼 듯 이 대표는 10일 성남지청 앞에서 “정치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는 이번 검찰 조사에 대한 준비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선 “유례없는 제1야당 대표 소환은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란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대한민국 정치사에 제1야당 당수를 구속시킨 전례가 없다”며 “(이 대표의 경우) 명백한 100% 증거도 없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사과에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임시국회를 요구할 수 있다. 임시국회는 9일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은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관계부처 장관을 상대로 현안 질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빈틈없는 이재명 방탄’을 위해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는 체포할 수 없다. 당초 이 대표 측은 검찰 출석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해 8월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했을 때 이 대표는 서면답변서만 제출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성남FC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출석은 검찰과의 공방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혐의 입증 자신감 보이는 檢 반면 검찰은 이 대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A 씨 공소장에서 이 대표가 2014년 11월경 성남FC 운영자금을 현금으로 받을 적법한 수단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도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 보고 바람”이라고 보고서에 직접 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1월 임시국회가 소집된 만큼 이 대표를 구속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요건인데, 현재 민주당이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서 찬성 101명, 반대 161명으로 부결됐다. 이 대표에게는 이후에도 검경의 추가 출석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경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외에도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서울중앙지검) △변호사비 대납 의혹(수원지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경기남부경찰청) 등에도 이 대표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황형준기자constant25@donga.com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조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떡잎부터 눈에 띤 ‘워커홀릭’ 한동훈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검찰 선배들에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하 존칭 생략)이 딱 그런 평가를 받았다. 사법연수원에 합격한 뒤 남들은 그동안 공부하느라 놀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음주가무를 즐기고 마작과 골프 등을 배우기 바빴다는 군법무관 시절. 강릉 공군 제18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한동훈은 소속 부대 영관급 간부를 혼자 인지수사해 수뢰죄로 구속시켰다. 이 때부터 검찰 조직에서 한동훈을 눈여겨봤다는 게 한 검찰 출신 변호사의 전언이다. 그는 평검사 시작부터 탄탄대로였다. 사법연수원 성적 등이 톱이어야 배치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초임검사를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금융조세조사부의 전신)에서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 시절 대선자금 수사와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중수부 근무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그는 윤 대통령 등 다른 검사들이 늦은 밤 조사를 마치고 “한 잔하러 가자”며 술자리에서 회포를 풀 때 혼자 남아 밤새 회계장부 등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만큼 일을 열심히 한 검사였다. 2007년부터 부산지검에서 근무할 땐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시켰고 이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통령민정수석실 행정관과 법무부 검찰과 검사,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초대 공정거래조사부장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국정농단 특검팀에 파견돼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 아래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순실 씨 조카인 장시호 씨 등을 조사했다.다음은 특검팀 시절 장 씨 조사 관련 에피소드에 대해 한동훈이 했던 이야기다. “(최순실 씨) 그 집안이 머리가 좋아. 박근혜 전 대통령 대포폰 번호는 장시호가 특정해낸 것이다. 당시 번호가 특정이 안 되면 양측이 통화해서 논의했다는 게 입증이 잘 안 될 수도 있었다. 최순실은 당시 파우치에 포스트잇 붙여진 대포폰 등 휴대폰 10개 정도를 넣어서 갖고 다녔다고 한다. 그 중 하나로 전화가 오면 항상 최순실이 안에 들어가서 조용히 받고 나와서는 박 전 대통령 얘기를 하는 게 장시호 입장에선 수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는 최순실이 폰을 놓고 자리를 비웠을 때 장시호가 몰래 번호를 봤다고 한다. 저장된 이름은 ‘큰집 이모’ 뭐 이런 식이었다고 한다. 그 번호를 패턴으로 외워서 우리한테 알려줬다. 내가 술은 안 먹어도 단 거를 좋아해서 내 방 냉장고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같은 걸 쌓아두고 밤에 먹었는데 하루는 장시호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이스크림 좀 주세요’하는 거야. 번호를 특정해냈는데 뭘 못주겠어.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웃음).”합리적-세련됨-친절함 갖춘 ‘아메리칸 스타일’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지 세 달 뒤인 2017년 8월. 그는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3차장에 임명됐다. 그의 사무실엔 아메리카노의 향이 가득했고 재즈가 흘렀다. 슬림핏 양복은 그의 옷매무새를 눈에 띄게 해줬고, 걸음걸이 하나에도 자신감과 힘찬 기운이 느껴졌다. 하얀 얼굴에 세련된 검정 뿔테 안경에 얼리어답터 느낌을 주는 최신 전자기기들까지. 항상 눈에 띄었다. 강남 출신(태어난 곳은 춘천)에 압구정 현대고, 서울대 법대, 엘리트 검사 등 모자란 것 없어 보이는 ‘엄친아’.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엔 키우는 고양이 사진이 걸려 있었고 취미는 음악듣기와 독서, 게임 등이었다. 보기 힘든 부류의 검사였다. “한동훈 3차장 방에는 재즈가 틀어져 있는 등 여느 검찰 간부 인사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풍겨 화제. 책상에는 ‘밥 딜런’에 대한 원서가 놓여 있음. 책상에 증권 트레이더처럼 모니터도 2개를 쓰고 서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높이를 조정하는 책상(모션데스크)이 놓여 있음. 턱걸이를 할 수 있는 운동기기도 놓여 있어.” -당시 2017년 8월 취재 메모그는 항상 친절했고 거만하지 않았다. ‘O기자님~’ ‘O반장님~’이라고 응대를 하고 말 한 번 놓은 적이 없다. 기자들의 수십통의 전화를 받으며 같은 질문을 받으면서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콜백은 뒤늦게라도 항상 하면서도 바쁠 땐 사무실 앞에 기다리더라도 ‘지금 시간이 없다’며 면담은 딱 잘라 거절했다. 언론을 다룰 줄 아는 특수부 출신 검사였다. 중수부 막내 검사 시절부터 선배들을 따라 검찰 출입 기자들과 만나며 외압에 부딪힐 때 언론을 활용해 ‘박수 받는 수사’를 이어가는 법 등을 체득한 것 같았다. 전군표 전 청장 수사 때는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경영권 승계 의혹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도 타고난 ‘쌈닭’이었다. 전쟁을 피하려하지 않았다. 누군가 검찰 수사에 대해 부당하게 비난을 하면 피하려하지 않고 ‘맞짱’을 떴고 논리에서 지지 않았다. 그럴 땐 특히 말이 빨라졌다.뛰어난 머리를 가진 그는 말이 남들보다 배 이상 빨랐고 그러면서도 정확한 용어를 사용했다. 기자들과 티타임을 진행할 때도 막힘이 없었다. 후배 검사들에게도 ‘나이스’하긴 마찬가지였다. 머리가 좋아 사건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고 완벽하게 수사 방향과 맥락을 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사심 없이 사건 처리는 엄격했다. 특히 법원을 상대로 한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지휘하며 뒷말이 많았지만 엄격한 자기관리로 치우침 없이 사심 없이 본연의 역할을 다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수사하며 입법-행정-사법 등 권력을 모두 수사한 전무후무한 사례를 남기고 “조선제일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표적수사를 아닌 것처럼 포장하는 능력 뛰어나”그렇다보니 검찰 내부에선 지나치게 냉정하다, 냉혹하다는 류의 평가도 있다. ‘엄친아’일수록 누군가는 시기와 질투가 없을 수 없다. “대학 친구 중에 한 명이 군법무관으로 근무하다가 죽었다. 부대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 3시쯤 들어가던 길에 관사 문 앞에서 쓰러져 잔 것이다. 5월이었는데 아침에 발견됐다. 그때 바로 비가 와서 저체온증으로 몇 시간만에 그렇게 된 것. 그래도 그게 부대원들이랑 회식 자리를 하고 죽은 거여서 공상처리가 됐다. 공상으로 처리되면 혜택이 상당하다. 매월 돈도 200만~300만 원 나오고. 가족들 취업 등 각종 혜택이 많다. 그래서 당시 든 생각이 ‘아 이거 비리가 많겠다’였다.”친구의 죽음 앞에서도 수사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만큼 워커홀릭이었다. 전형적인 특수부 검사라는 평가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표적수사를 표적수사가 아닌 것처럼 포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검찰이 하는 수사에 표적수사가 아닌 게 없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김진모 전 대통령민정2비서관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구속 수사하면서 “자신을 키워준 검찰 선배의 등에 칼을 꽂았다“, ”배은망덕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취재원은 기자에게 좋은 취재원은 아니다. 늘 맨정신으로 흐트러짐이 없어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형이어도 형이라 부를 수 없었다. 한동훈은 술은 마시지 않지만 언론과는 ‘제로 콜라’와 ‘햄버거’ 등으로 소통했다. 2019년경 그와 이야기를 하다가 상가를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선배랍시고 유세 떠는 꼴이 보기 싫어서 안 간다. 가서도 그냥 인사만 하고 나온다. 친하면 뭐 상중에 두 번 세 번 가긴하지만 그때도 인사만 하고 나온다. 나는 술을 안 마시는데 가면 내 이름만 알고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술을 따라주면 내가 그걸 거절하면서 술 안 마시는 이유를 또 구구절절 설명해야 된다. 그것도 싫다.”이렇게 그는 쿨(cool)한 검사였다. 그런 그가 대중들 눈에 띠기 시작했다.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수사를 지휘한 것을 계기로 당시 윤석열 총장과 정권이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그도 좌천당했다. MBC는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 하에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던 채널A 기자와 그를 엮었다. 그는 억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당당하게 맞섰다. ‘후니’라는 애칭과 함께 팬클럽이 결성됐고 그의 안경과 머플러 등 패션과 어록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몇 개월 뒤 대선이 끝난 뒤 윤석열 정부는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 발표했을 때만큼 신선하고 임팩트 있는 순간이었다. 기수상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으로 임명되기에도 많이 빨랐지만 오히려 예상을 뛰어넘었다.그런 그가 이제 정치인의 길을 걸을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 그는 더이상 ‘검사 한동훈’이 아니다.다음주 목요일(12일) 2화로 이어집니다. ‘정치인 한동훈’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쓰다보니 날이 좀 무딥니다. 잘나갔지만 역경을 딛기도 한 ‘검사 한동훈’에 대한 비판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은 보다 냉정합니다. 2화에선 날을 좀 더 세우겠습니다. 댓글을 남기시면 한 장관에 대해 궁금한 점 등을 속시원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수원지검 형사부 검사들 캐비닛에는 최근 처분되지 않은 이른바 ‘미제사건’이 매달 1인당 200∼300건씩 쌓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송치 사건이 줄면서 지방검찰청 미제사건이 한 달에 1인당 50∼100건으로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불과 1년여 전이다. 수원지검의 이런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서 시작됐다. 정작 해당 사건 수사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동안 수사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며 쌍방울그룹의 배임·횡령 의혹과 이화영 전 국회의원의 뇌물수수 의혹으로 번졌다. 이제는 쌍방울과 KH그룹 등이 관여된 대북송금 의혹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대표와 관련된 진술이 나오지 않다 보니 주변으로 파고들며 저인망식 수사를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원지검은 관련 수사에 ‘올인’했다. 주무부서인 형사6부와 공공수사부에 이어 다른 형사부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등의 소속 검사들을 관련 수사팀에 파견했다. 다른 검사가 하던 일을 갑자기 떠안게 된 검사들 사이에선 원성이 자자하다. 해를 넘기기 전 밤새워 일해도 미제사건이 줄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수원지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남지청에선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이 대표 측근들 수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부패수사2부는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서 시작된 노웅래 의원 뇌물 의혹을 맡았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가 모두 야권만 겨냥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서울중앙), 월성원전 조기 폐쇄 의혹(대전), 블랙리스트 의혹(서울동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이스타항공 취업특혜 의혹(전주) 등 전국 지검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타깃으로 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알려진 건 창원지검에서 진행되는 하영제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정도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정부에서 수사를 막았던 사안”이라거나 “(혐의가) 나오는 대로 수사를 할 뿐”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나오는 대로’ 수사하는 게 아니라 야권의 비위가 ‘나올 때까지’ 수사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놈만 패는’ 수사는 윤석열 정부의 슬로건인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검찰이 정치적 사건을 파고드는 사이 민생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한 부장검사는 “지방의 소규모 지청 검사들을 정치적 사건에 다수 투입하거나 파견 보낸 결과 지청에서도 미제사건이 폭증하고 있다. 형사부 인력 부족을 공판부 검사로 메우다 보니 공판 대응 역량도 급격히 줄어 무죄 선고 사건이 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5년 전 적폐청산 수사 때 과거 정부와 현재 여권을 상대로 전방위적 수사가 이뤄졌다. 당시에도 2017년 해가 넘어갈 무렵부터 ‘적폐청산 피로감’이라는 말이 많이 거론됐다. 도려내야 할 부위만 빠르게 절제하는 외과의사식 수사를 다시 상기해 봐야 할 때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정 실장은 이날 영장심사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검찰정권의 수사는 증자살인, 삼인성호"이라며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찰정권의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도 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의 일방적인 진술에 근거해 수사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정 실장은 그간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전면 부인해왔다.그는 이어 "최소한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경제파탄에도 힘든 국민들께서 열심히 생활하시는데 저의 일로 염려를 끼쳐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영장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 실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또는 19일 새벽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16일 부패방지법 위반, 부정처사 후 수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증거인멸 교사 등 4가지 혐의로 정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해 2013년 7월∼2017년 3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을 사업자로 내정한 뒤 이들과 함께 공모지침서를 만드는 등 특혜를 줬다고 보고 있다. 특혜 대가로 정 실장이 이 대표의 2014년 성남시장 재선 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정 실장은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 준비 단계에서 ‘대장동 일당’을 사업자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전체 사업이익의 24.8%(세후 428억여 원)를 약속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2013년 2월∼2020년 10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각종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6차례에 걸쳐 총 1억4000여만 원의 현금을 수수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검찰은 정 실장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이 대표 관여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2016년 6월 29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현 국민의힘 의원)는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며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주장한 ‘책임윤리’를 거론했다. 주요 당직자들이 선거 홍보물 제작업체 등에 일감을 준 뒤 리베이트 형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왕모 사무부총장이 구속된 지 이틀 만이었다. 당시 관련자들은 혐의를 부인했고 청와대의 기획사정 의혹도 제기됐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안 의원은 ‘일보 후퇴’를 선택했다. 이듬해 1월 연루된 이들은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했다. 이 선택 덕분에 안 의원은 재기할 수 있었다. 2017년 대선에서 정권 창출에 실패하고 올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제3당의 꿈을 실현하지 못하긴 했지만 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6년 전 안 의원의 기자회견이 떠올랐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일단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사퇴 등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1997년 한보 비리 사태로 아들 현철 씨가 구속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2년 6월 아들 홍업 씨가 구속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측근들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측근이 연루된 각종 의혹에선 이 같은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올 9월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되자 “검찰의 억지 기소에는 늘 그래 왔듯 국민과 사법부를 믿으며,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민생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이후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달 22일 구속됐다. 그가 ‘믿는다’던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28일째다. 법원의 1차 판단이 나왔는데도 이 대표는 사과도 안 하고, 어떤 책임도 안 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책임정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7월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무죄 취지로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자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감사드린다”며 찬사를 보낸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 백현동, 성남FC 후원금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유감 표명조차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측근 배모 씨 하급자였던 A 씨가 물증을 제시하며 폭로하자 “몰랐다”며 사과했을 뿐이다. 이제 검찰의 칼끝은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 관계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향하고 있다. 정 실장은 18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정 실장마저 구속될 경우 이 대표가 어떤 언행을 보일지 궁금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대표에게 ‘일보 후퇴’는 없어 보인다. 당 안팎에선 김 부원장과 정 실장 수사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두고 “왜 당이 나서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당’의 길을 갈지, 책임 있는 수권정당의 길을 갈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돈을 건네고 특정 종교단체를 동원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014년 성남시장 선거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정 실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제6회 전국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5월경 이 대표가 상대 후보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자 유 전 직무대리는 김 씨로부터 “A단체를 통해 표를 모아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승낙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당시 “A단체 신도들이 성남 지역에 약 3만 명이 거주하고 조직력이 좋은 만큼 이 단체 고위직 간부들을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성남시 분당구의 한 식당에서 김 씨와 함께 이 단체 간부들을 만나 “이재명 선거를 잘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일부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직무대리는 정 실장에게 김 씨가 종교단체를 통해 선거를 돕기로 했으며, 해당 단체 간부들에게 선거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후 유 전 직무대리는 정 실장에게 이 단체를 동원한 선거운동의 효과에 대해 물었는데 정 실장은 “더 많은 득표를 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김 씨는 허위 제보를 통한 여론조성 작업을 도왔고 남욱 변호사는 직원들을 통해 이 대표 옹호 댓글을 다는 등 당시 이 대표의 선거를 적극 지원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김 씨가 2014년 선거 뿐 아니라 2012년 총선에서 강원 동해·삼척에 출마한 이화영 전 국회의원(수감 중)을 돕기 위해 같은 종교단체에게 1억 원을 줬다는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1억 원을 마련해서 김 씨에게 전달했다. 김 씨가 (이 돈을) 종교 단체에 전달했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씨는 “남 변호사로부터 빌린 8000만 원으로 신도들 식사만 대접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당 종교단체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지원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정치적 사안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특정인을 지원하거나 선거 운동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강태공처럼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는 최근 주변에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낚시를 하며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만나기까지 때를 기다리다 70대에 재상에 등용돼 뜻을 펼쳤던 춘추전국시대 인물인 강태공에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8월 29일 오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55일째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7∼10층에는 한 층에 대법관실이 3개씩 있다. 하지만 임명이 아직 안 된 오 후보자는 그곳 대신 1410호에 있는 ‘대법관후보자실’로 출근하고 있다. 매일 출근한 뒤 하루 종일 자료를 읽고 대법원 직원들과 번갈아 오찬도 한다. 그러나 대법관 업무는 볼 수 없다. 언론계에선 기사만 안 쓰면 기자가 제일 좋은 직업이라는 말이, 법조계에선 판결문만 안 쓰면 판사가 제일 좋은 직업이란 말이 있다. 여기에는 기사를 쓰고 판결문을 쓰는 게 그만큼 고된 일이라는 의미와 함께, 그것이 업의 본질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타의에 의해 55일째 업무를 못 하는 오 후보자가 강태공을 언급한 것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선 오 후보자가 과거 내렸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판결 등이 논란이 됐다. 다만 결정적 흠결은 없었다는 게 세간의 평가인 것 같다. 오 후보자는 2011년 운송수입금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17년간 일한 버스기사를 해임한 고속버스 회사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근래 본 가장 비정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치우치지 않은 잣대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판결하는 게 판사가 갖춰야 할 자질이다. 다정함은 장점은 될 수 있지만 좋은 판사의 핵심 역량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에는 “회사의 재산을 횡령하거나 운송수입금을 부정 착복한 증거가 확실한 자는 노조 지부와 협의 없이 해고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오 후보자의 판결은 금액과 관계없이 이를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격 미달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계속 임명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의 첫 대법관 임명에 딴지를 걸기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해 장기간 대법관 임명이 지연된 게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이상훈 전 대법관의 후임이 140여 일 만에 임명된 게 최장 기록으로 남아 있다. 김재형 전 대법관이 9월 퇴임한 뒤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주요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5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하는 만큼 50여 일 공백은 500여 건의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진다. 야당의 ‘몽니’로 인한 재판 지연은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국민들도 대법관 후보자가 지방법원장급 급여를 받으며 강태공처럼 세월만 낚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주는 사람은 잊어도 받는 사람은 못 잊는 게 상처다. 반대로 받는 사람은 잊어도 주는 사람이 못 잊는 건 뇌물이다. 그 중간에 있는 게 선물이다. 선물의 경우 의미가 있을 때만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검찰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2009년 추석 선물을 보냈고, 시장 시절 6차례 이상 대면 보고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12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인데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김 전 처장을 모르는 것처럼 발언했다고 결론 내리고,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에게 추석 선물을 받은 건 유명 정치인이 되기 전 변호사 시절이다. 기억이 안 날 만큼 명절 선물을 많이 받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후 해외 출장에서 골프를 같이 치고, 여러 차례 대면 보고를 받았는데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 건 법원이다. 1라운드는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에서 친형의 강제 입원과 관련된 이 대표의 발언 관련 재판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0년 7월 “허위사실을 적극적·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토론의 경우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므로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은 2라운드에서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TV토론과 달리 방송 인터뷰는 사전 질문지에 따라 미리 답변을 준비하는데, 이 대표가 의도적·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법원이 언제 최종 판단을 내릴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는 내년 9월 말 끝난다. 김 대법원장 임기 내에 이 대표에게 유리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보은 판결’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또 판결이 지연되면 의도적으로 판결을 미룬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1라운드에서 사건 선고는 1년 7개월 만에 이뤄졌는데, 2라운드에서 판결이 빠른지 느린지 판단할 때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다. 벌써부터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0만 원 이상 벌금형 확정 시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민주당은 434억여 원의 대선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이 같은 선거법 조항이 가혹하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면 재판이 중단되면서 판결 확정까지 최대 5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이미 1라운드에서 대장동 핵심 관계자인 김만배 씨와 친분이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무죄 결론을 유도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상처를 입었다. 그런 만큼 법원은 이번 사건을 명예회복의 계기로 삼아 엄정하게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왔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법무법인 화우(대표변호사 정진수)는 13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장관급)을 특별고문으로 영입했다고 13일 밝혔다. 강릉고와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최 고문은 행정고시 25회로 1982년 공직에 들어와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2016년 1월 SGI서울보증 대표이사, 2017년 3월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선임됐고 2017년 7월 금융위원장에 임명돼 2019년 9월까지 재직했다.금융위원장 시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를 도입했다. 또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규제를 완화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켰고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기도 했다. 모험자본 육성, 회계제도 개혁 등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화우는 최 고문 영입으로 핀테크·가상자산 등 분야에 대한 더 나은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제금융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명수 경영담당 변호사는 “최 전 위원장은 금융업무 전반에 걸친 혁신적 정책을 실천하며 다양한 실무를 경험하신 분”이라며 “금융·자본시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혜안을 제시하는 등 금융산업 및 시장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A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초기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많이 하지만 과거에는 공무원 수사는 돈이 나오면 하고 안 나오면 손을 뗐다”고 했다. 공무원이 뇌물 등 사적 이익을 취한 게 아니면 기소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무수행 중에 벌어진 직권남용의 가벌성(可罰性)이 낮다는 취지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은 박근혜 정부 인사를 향한 적폐청산 수사와 사법부를 향한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선 ‘직권남용의 남용’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대검찰청의 ‘2021 검찰연감’에 따르면 직권남용 사건의 접수 건수는 2011년 1808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6110건으로 10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적폐청산 수사가 시작된 후부터는 △2017년 3224건 △2018년 5511건 △2019년 6697건 등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실제 기소 건수는 많지 않았다. △2017년 18건 △2018년 11건 △2019년 8건 △2020년 4건 등에 불과했다. 죄가 안 되는 고소·고발이 급격히 늘다 보니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 어려워 정작 기소조차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문제는 직권남용죄의 경우 정치보복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23기) 동기이자 형사법 전문가로 꼽히는 이완규 법제처장도 변호사 시절인 2019년 5월 학술 강연에서 직권남용의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적용될 여지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 처장은 당시 “공무수행에 대한 형벌권 행사가 자의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권을 잡은 세력이 사법 권력까지 장악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공무원을 정쟁의 희생물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최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공직자범죄’로 분류됐던 직권남용 등을 ‘부패범죄’로 재규정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되자 시행령을 통해 직권남용을 직접수사 범위 내로 편입시킨 것이다. 법무부는 직권남용이 부패방지법 및 국민권익위원회법과 유엔 부패방지협약 등에 부패범죄로 규정된 점을 근거로 “원래 직권남용은 부패범죄”라는 논리를 폈다. 개정 검찰청법은 직권남용 등 공무원범죄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서 배제했다. 그런데도 대통령령에서 직권남용을 수사 범위에 다시 포함시킨 것은 법률적으론 문제가 없더라도 입법 취지를 무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직권남용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도 할 수 있다. 정치보복 논란을 감수하고 무리수라는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왜 직권남용 수사를 직접 하려 하는지,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수사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넘치거나 치우치지 않고 정밀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의사식 수사가 그 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간 10명 안팎 기소에 불과한 직권남용죄를 검찰이 도구와 수단으로 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울 것이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고발된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귀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 전 원장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자택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서 전 원장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한 상태였다. 서 전 원장은 6월 중순 미국 싱크탱크 초청으로 관광비자를 받고 출국해 LA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당시 탈북 어민에 대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또 서 전 원장 등이 당시 통일부가 만든 보고서에서 ‘귀순 의사’ 등 일부 표현을 삭제한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원장은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 외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 유족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서 전 원장 등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도예기자 yea@donga.com황형준기자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