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이소연 기자

동아일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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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always99@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화 일반37%
문학/출판37%
미술10%
역사7%
사건·범죄7%
사회일반2%
  • 대박난 빵집 문 닫고…‘소멸 위기’ 시골 마을로 간 부부

    세상과 정반대의 방식대로 산다. 2008년부터 밀과 물, 천연발효로 얻은 균으로 천연 빵을 만드는 빵집 ‘다루마리’를 운영해온 이야기로, 2014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를 펴낸 와타나베 이타루(51), 와타나베 마리코 부부는 이 책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후지TV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특집 다큐멘터리로 다룬 것. 책과 방송을 보고 일본 전역은 물론 한국에서 찾아온 독자들로 빵집 앞은 아침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떼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이들은 2014년 돌연 가게 문을 닫았다. “천연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거든요. 당시 빵집에는 맥주를 만들 설비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어요. 제 노력이 깃든 가게라 애정이 깊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심했죠.” 이들이 지난해 11월 펴낸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더숲)에는 7년간 운영해온 빵집 문을 닫고, 새로운 마을에 정착해 수제맥주를 만든 이야기가 담겼다. 최근 한국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방한한 와타나베 부부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방식을 지지해주는 많은 한국 독자들에게 감사하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고민할 때 우리가 만든 빵과 맥주를 사랑해주는 분들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며 웃었다. 맥주 공방을 열 부지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던 이들에게 손을 내민 건 소멸 위기에 놓인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일본 돗토리현 지즈초 마을에서 옛 공공 보육원 자리를 이들 부부에게 내어준 것. 이타루는 “우리는 천연 맥주와 빵을 만들 실험실을 얻었고, 마을은 우리 가게로 인해 고용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가 일궈온 다루마리 기업이 지즈초 마을에 불러온 변화를 담아 내년 또 다른 책을 펴낼 계획이다. 여전히 이들의 목표는 ‘많이 파는 것’이 아니다. 기존 맥주 업계에서 적대시해온 유산균을 활용해 맥주를 숙성시킨다. 30리터짜리 나무통 100개, 10리터짜리 나무통 100개 총 4000리터를 보관할 수 있는 숙성용 나무통에 맥주를 반 년 이상 묵힌다. 이 기간 동안에는 맥주를 팔 수 없기 때문에 손해 보는 셈이었지만, 이들은 돈보다 정성을 선택했다. 마리코는 “이 세상에는 느리고 비효율적일지라도 정성과 진심을 담은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방식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효율적입니다. 누군가는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의 방식은 자연을 해치지 않고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경제를 살렸습니다. 우리 방식을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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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지노의 제왕’ 변신한 최민식, 25년 만에 드라마 컴백

    불사(不死)의 몸을 가진 히어로, ‘카지노의 왕’ 같은 ‘쎈캐’(강한 캐릭터)부터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로맨스 드라마까지. 디즈니플러스가 다채로운 ‘K드라마’를 선보인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1일(현지 시간) 열린 ‘2022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즈니 콘텐츠 기자간담회’에서는 7일 공개되는 디즈니플러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커넥트’와 21일 선보이는 ‘카지노’, 내년 초 내놓는 로맨스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출연진과 제작진이 신작을 소개했다. ○ 신인류-연쇄살인마 대결, ‘커넥트’ ‘커넥트’는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정해인과 고경표가 출연한 한일 합작 드라마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신인류 하동수(정해인)와 연쇄살인마 오진석(고경표)이 대결하는 액션 스릴러. 하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미이케 감독은 “본질은 휴먼 드라마”라며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나약한지, 선과 악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 본성을 다뤘다”고 말했다. 선악의 대결이 펼쳐지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관전 포인트. 고경표는 “사이코패스 진석은 악한 행동을 자행하면서도 자기만의 이유를 만들어낸다. 악행을 정당화하는 캐릭터를 통해 악의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해인은 “동수는 히어로가 아니라 히어로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범한 동수는 타고난 신체 능력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옳은 곳에 쓰기로 결심하면서 비범해진다”며 “동수의 고민을 담아내기 위해 매 순간 깊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 최민식 드라마 복귀작, ‘카지노’‘카지노’는 2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최민식을 선두로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카지노 최고 자리에 올랐다가 밑바닥으로 추락한 남자가 목숨을 걸고 ‘카지노의 왕’으로 귀환하는 이야기다.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강 감독은 “최민식과 함께 영화를 촬영하다가 잠시 제작이 중단된 상태에서 ‘카지노’의 대본을 보여줬다. 대본을 다 읽자마자 곧바로 출연을 결정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카지노’는 내년 시즌2 공개가 확정됐다. 허성태는 “시즌1의 마지막 장면과 시즌2의 첫 장면을 제가 장식한다”며 뒤이을 두 번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 상처 보듬는 ‘사랑이라 말해요’‘사랑이라 말해요’는 아버지의 내연녀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 우주가 내연녀의 아들 동진을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로맨스 드라마. 카카오TV 드라마 시리즈 ‘며느라기’의 이광영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김영광과 이성경이 각각 동진과 우주 역을 맡았다. 이 감독은 “사람을 죽이는 커다란 사건은 벌어지지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라고 자부했다. 모델 출신인 두 배우는 화려함을 내려놓고 화장기 없는 일상 연기를 선보였다. 가족에게 상처 입은 두 인물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이성경은 “우주가 느끼는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굳이 힘을 주거나 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닿았다”며 “상처받은 이들이 만나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에 보는 분들도 많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싱가포르=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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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플러스 신작 K드라마…히어로 앞세운 ‘쎈캐’부터 로맨스까지

    불사(不死)의 몸을 가진 히어로, ‘카지노의 왕’ 같은 ‘쎈캐‘(쎈 캐릭터)터부터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로맨스 드라마까지. 디즈니플러스가 다채로운 ‘K드라마’를 선보인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1일(현지 시간) 열린 ‘2022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즈니 콘텐츠 기자간담회’에서는 7일 공개되는 디즈니플러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커넥트’와 21일 선보이는 ‘카지노’, 내년 초 내놓는 로맨스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출연진과 제작진이 신작을 소개했다. ●신인류와 연쇄살인마의 대결, ‘커넥트’‘커넥트’는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정해인과 고경표가 출연한 한·일 합작 드라마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신인류 하동수(정해인)와 연쇄살인마 오진석(고경표)이 대결하는 액션 스릴러. 하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본질은 휴먼 드라마”라며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나약한지, 선과 악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 본성을 다뤘다”고 말했다. 선악의 대결이 펼쳐지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관전 포인트. 고경표는 “사이코패스 진석은 악한 행동을 자행하면서도 자기만의 이유를 만들어낸다. 악행을 정당화하는 캐릭터를 통해 악의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해인은 “동수는 히어로가 아니라 히어로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범한 동수는 타고난 신체 능력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옳은 곳에 쓰기로 결심하면서 비범해진다“며 “동수의 고민을 담아내기 위해 매 순간 깊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 ‘카지노’‘카지노’는 2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최민식을 선두로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카지노 최고 자리에 올랐다가 밑바닥으로 추락한 남자가 목숨을 걸고 ‘카지노의 왕’으로 귀환하는 이야기다.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강 감독은 “최민식과 함께 영화를 촬영하다가 잠시 제작이 중단된 상태에서 ‘카지노’의 대본을 보여줬다. 대본을 다 읽자마자 곧바로 출연을 결정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카지노’는 내년 시즌2 공개가 확정됐다. 허성태는 “시즌1의 마지막 장면과 시즌2의 첫 장면을 제가 장식한다”며 뒤이을 두 번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상처 보듬는 로맨스, ‘사랑이라 말해요’‘사랑이라 말해요’는 아버지의 내연녀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 우주가 내연녀의 아들 동진을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로맨스 드라마. 카카오TV드라마 시리즈 ‘며느라기’의 이광영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김영광과 이성경이 각각 동진과 우주 역을 맡았다. 이 감독은 “사람을 죽이는 커다란 사건은 벌어지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라고 자부했다. 모델 출신인 두 배우는 화려함을 내려놓고 화장기 없는 일상 연기를 선보였다. 가족에게 상처 입은 두 인물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이성경은 “우주가 느끼는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굳이 힘을 주거나 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닿았다”며 “상처받은 이들이 만나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에 보는 분들도 많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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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 100년 대계 중심축은 亞太 이야기”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하는 루커스필름의 새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 ‘애컬라이트’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디즈니 가족의 일원이 돼 너무나 기쁩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30일(현지 시간) 열린 ‘2022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배우 이정재(50)가 대형 화면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정재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스타워즈 제작사 루커스필름과 함께 선보이는 ‘애컬라이트’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으로 발탁됐다. 한국 배우가 세계적 팬덤을 보유한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내년 월트디즈니 컴퍼니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선보일 신작들을 소개하는 자리. 특히 디즈니는 미래를 이끌어 갈 새 가족으로 ‘아시아’에 신경 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이야기는 향후 디즈니의 100년 대계를 준비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강 사장은 “지난해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한 ‘빅마우스’, ‘사운드트랙 #1’, ‘인더숲: 우정여행’ 등 한국 콘텐츠는 공개 첫 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톱3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기대만큼 디즈니플러스는 양질의 ‘K콘텐츠’ 라인업을 쏟아냈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라인업은 7일 공개되는 ‘커넥트’를 필두로 화려한 배우와 제작진을 자랑한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의 이야기를 담은 ‘커넥트’는 일본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 배우 정해인과 고경표 등이 출연한 수작으로 꼽힌다. 21일 공개되는 ‘카지노’는 배우 최민식이 25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 복귀작이다.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배우 김영광과 이성경이 출연하는 로맨스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는 내년 초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선보인다.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배우 이성경은 “극 중 인물들은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을 닮아 내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영화 ‘무빙’도 내년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된다. 세 명의 고등학생이 비밀요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초능력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배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등 화려한 출연진이 대거 등장한다.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를 다룬 ‘최악의 악’ 역시 내년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디즈니플러스는 세계를 휩쓴 ‘한류’에 주목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성장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BTS 모뉴먼트: 비욘드 더 스타’와 BTS 멤버 제이홉의 단독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보이그룹이 21세기 팝 아이콘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제시카 캠 앵글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콘텐츠 및 개발 총괄은 “한국 콘텐츠에서 케이팝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내년 케이팝 산업 전반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가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싱가포르=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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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네스코 유산 등재된 탈춤, 신분사회 부조리 풍자하는 드라마”

    “‘한국의 탈춤’엔 한 사회가 담겨 있다. 세계 각지에 가면무도회가 존재하지만, 탈춤은 신분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탈춤이 30일(현지 시간) 모로코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17차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2020년 ‘연등회, 한국의 등 축제’가 등재된 뒤 2년 만이다. 심사위원들은 ‘한국의 탈춤’을 “특별한 예술극”이라며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탈춤이 등재되면서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모두 22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에 등재된 탈춤에는 국가무형문화재인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전통 탈춤 18종이 포함됐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세계유산처럼 실제 장소가 존재하지 않다 보니 등재 과정에서 신청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은 등재를 신청해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다. 2020년 문화재청 세계유산정책과에서 근무할 당시 등재 신청서를 작성했던 박형빈 국립문화재연구원 미술문화재연구실장(47·사진)은 전화 인터뷰에서 “탈춤은 신분제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양반 문화를 풍자한다는 스토리를 지녔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신분 차별로 억압됐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사회적 문화유산”이라고 했다. 한국의 탈춤을 영문으로 ‘탈춤극(Mask Dance Drama)’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정부간위원회 위원국으로 선정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 2020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선정됐는데, 등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영향력이 작지 않다. 박 실장은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한 자리를 놓고 인도와 각축전을 벌였다”며 “팬데믹으로 위원들을 직접 만날 수 없어 자료를 만들어 178개 협약 당사국에 일일이 e메일로 전했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등재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위원국에 포함돼 있었어요. 한국도 빠질 수 없죠.”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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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척 흥천리 사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

    통일신라시대 사찰 터인 강원 ‘삼척 흥천리 사지’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고 문화재청이 28일 밝혔다. 9세기 무렵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의 절터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때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인주함과 금동사자상 등이 출토됐다. 신라에서 왕의 고문 역할을 한 승려를 일컫는 ‘국통(國統)’이 새겨진 비문 조각과 ‘범웅관아(梵雄官衙·교단을 관리하는 승려의 도장·사진)’가 적힌 청동 도장도 나왔다. 다만 이 사찰의 이름이나 기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학계에선 흥천리 사지가 그간 문헌에만 나오던 ‘승관(승려 관리) 제도’를 실증하며, 중앙정부가 지방세력 견제용으로 세운 사찰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통일신라시대 통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유적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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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령총, 첫 발굴부터 재발굴까지의 여정

    금관이 출토된 능묘 가운데 가장 작은 무덤. 6세기 초 신라시대에 축조된 경북 경주시 동성로 ‘금령총’은 출토된 발찌와 팔찌 등 유물이 나온 간격을 볼 때 키가 1m도 되지 않는 어린아이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 왕실은 아이를 묻으며 부디 저승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염원을 함께 묻었을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금령총에 초점을 맞춘 특별전 ‘금령―어린 영혼의 길동무’를 22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선 국보 ‘금령총 기마인물형 토기’와 보물 ‘금령총 금관’ 등 출토 유물 300여 점을 선보인다. 3부로 구성한 전시는 1924년 첫 발굴 때부터 2018년 국립경주박물관이 다시 발굴에 나서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1부에선 금령총이 일제강점기인 1924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과정을 소개한다. 조선총독부 조사단은 동성로 일대에서 당시 ‘노동리 2호분’이라 부르던 고분을 발굴하다가 무덤 허리춤에서 금방울 한 쌍을 발견했다. 조사관들은 “그 우아함에 사랑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기교”라고 칭송하며 2호분의 이름을 ‘금령(金鈴)’이라고 칭했다. 어쩌면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는 아이가 저승에서 길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머리맡에 부장품을 가득 채웠을지도 모른다. 2부에선 금령총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 토기’와 ‘배 모양 그릇’ ‘등잔 모양 그릇’ 등 당대 최고 수준인 부장품을 선보인다. ‘배 모양 그릇’은 저승에서 만난 물길을 무사히 건너길, ‘등잔 모양 그릇’은 어두운 저승길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3부는 국립경주박물관이 2018년부터 3년간 금령총을 다시 발굴하며 새롭게 출토된 유물을 소개한다. 2019년 7월 금령총 호석(봉분 주변을 감싼 석물) 외곽에서 단단하게 구워 만든 작은 말 도용(陶俑·사람 대신 무덤에 묻던 허수아비)이 나왔다. 생김새가 1924년 출토된 ‘말 탄 사람 모양 그릇’ 한 쌍과 닮았다. 다만 새로 발굴된 유물은 말의 등과 뒷다리가 깨진 상태였다. 이때 1924년 출토된 ‘긴 목 항아리’의 굽다리 파편 2점이 추가로 나오기도 했다. 항아리의 굽다리는 묻을 때 일부러 깨뜨렸는데, 세상을 떠난 아이가 이승을 떠돌지 않도록 이승과 이어지는 ‘다리’를 끊는 의식이라고 한다. 내년 3월 5일까지. 무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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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안정적 공무원이 최고”라던 청년들이 달라진 까닭은

    2011년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은 93 대 1이었다. 11년이 지난 올해 그 비율은 29.2 대 1이 됐다.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7급 국가공무원 경쟁률 역시 42.7 대 1로 4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청년들은 더 이상 공무원을 선망하지 않는다. 2009년부터 10년간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는 공무원이었지만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대기업으로 바뀌었다. 국가기관은 공기업에도 밀려 3위로 떨어졌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공무원 세대’로 불렸던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온 걸까. 2018년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웨일북)를 펴낸 저자는 4년 만에 벌어진 변화의 원인을 부당함에서 찾는다. 한국행정원에서 발표한 2021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 중 느끼는 성취감을 측정하는 직무만족도 조사에서 재직한 지 5년 미만인 공무원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청년들은 돈이 적거나 업무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의전과 복종을 강요하는 공직사회에 반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단 공무원 사회뿐일까. 조직생활과 각종 정책에서 청년 세대가 느끼는 부당한 ‘반칙’ 사례들은 다양하다. 청년 세대가 업무 역량이 아닌 근속 연차로 연봉을 책정하는 호봉제에 반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왜 담배만 피우고 일도 안 하는 우리 팀 상사의 월급이 그렇게 높은지 이해가 안 간다”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대기업 근로자 월평균 소득 자료에 따르면 20대는 291만 원인 데 비해 50대가 676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저자는 현재의 임금체계가 청년세대의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한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그저 골치 아프다고 여긴다면 바뀌는 것은 없다. “청년세대가 이상한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춘 사회의 모습도 담아냈다. 한국처럼 호봉제를 택했던 일본 사회는 최근 개인의 업무 역량과 목표 달성도에 따라 차등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직장 내 위계질서를 강화해왔던 복잡한 호칭 체계를 없애고 ‘매니저’ ‘프로’ ‘리더’ 등 서로에게 수평적인 이름을 붙이는 추세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세대 차이와 갈등을 부각하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부당한 반칙들을 밝혔다는 데 있다. 일례로 저자는 “최소한 30분 전 출근해 업무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기성세대를 마냥 ‘꼰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 대신 기성세대야말로 오랜 시간 무상 근로를 강요받으며 부당한 반칙에 당해왔던 피해자라고 강조한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편 가르는 대신에 ‘우리’라는 말로 이들을 묶으며 이렇게 끝맺는다. “우리는 함께 세상의 부당함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진정한 변화는 ‘부당한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아주 간단한 원칙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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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평·불만만 많은 MZ세대?…“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시대가 변한 것”

    2011년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은 93대 1이었다. 11년이 지난 올해 그 비율은 29.2대 1이 됐다.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7급 국가공무원 경쟁률 역시 42.7대 1로 4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청년들은 더 이상 공무원을 선망하지 않는다. 2009년부터 10년간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는 공무원이었지만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대기업으로 바뀌었다. 국가기관은 공기업에도 밀려 3위로 떨어졌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공무원 세대’로 불렸던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온 걸까. 2018년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웨일북)를 펴낸 저자는 4년 만에 벌어진 변화의 원인을 부당함에서 찾는다. 한국행정원에서 발표한 2021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 중 느끼는 성취감을 측정하는 직무만족도 조사에서 재직한 지 5년 미만인 공무원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청년들은 돈이 적거나 업무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의전과 복종을 강요하는 공직사회에 반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단 공무원 사회뿐일까. 조직생활과 각종 정책에서 청년 세대가 느끼는 부당한 ‘반칙’ 사례들은 다양하다. 청년 세대가 업무 역량이 아닌 근속 연차로 연봉을 책정하는 호봉제에 반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왜 담배만 피고 일도 안 하는 우리 팀 상사의 월급이 그렇게 높은지 이해가 안 간다”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대기업 근로자 월 평균 소득 자료에 따르면 20대는 291만 원인 데 비해 50대가 676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저자는 현재의 임금체계가 청년세대의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한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그저 골치 아프다고 여긴다면 바뀌는 것은 없다. “청년 세대가 이상한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춘 사회의 모습도 담아냈다. 한국처럼 호봉제를 택했던 일본 사회는 최근 개인의 업무 역량과 목표 달성도에 따라 차등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직장 내 위계질서를 강화해왔던 복잡한 호칭 체계를 없애고 ‘매니저’ ‘프로’ ‘리더’ 등 서로에게 수평적인 이름을 붙이는 추세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세대 차이와 갈등을 부각하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부당한 반칙들을 밝혔다는 데 있다. 일례로 저자는 “최소한 30분 전 출근해 업무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기성세대를 마냥 ‘꼰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 대신 기성세대야말로 오랜 시간 무상 근로를 강요받으며 부당한 반칙에 당해왔던 피해자라고 강조한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편 가르는 대신 ‘우리’라는 말로 이들을 묶으며 이렇게 끝맺는다. “우리는 함께 세상의 부당함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진정한 변화는 ‘부당한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아주 간단한 원칙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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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로 막막할 땐 ‘대동여지도’… “헛된 여정은 없다” 위로받아

    “사슴 두 마리가 굴곡진 토기 위에 위태롭게 서 있어요.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꼭 제 모습 같았죠.”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1층 가야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권명규 씨(24)는 올해 2월 박물관을 찾았다가 이곳에서 5세기 가야 토기 ‘사슴 장식 구멍단지’를 만났다. 그는 “먼지 쌓이고 구멍 나고 산산조각 난 유물들은 마음을 다친 이들을 치유하는 힘을 지녔다”며 “유물에게서 얻은 힘을 내 또래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씨가 대학생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광고회사 TBWA 소속 대학생들이 올해 2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마음을 치유하는 유물을 추천하는 ‘마음복원소’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8개월간의 협업 끝에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7일 박물관 홈페이지에 ‘마음복원소’를 열었다. 홈페이지에서 현재 심리 상태를 확인하는 설문에 답하면 마음을 보듬어줄 유물들로 관람 코스를 추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이에게는 ‘대동여지도’를 추천하며 “헛된 여정은 없다. 결국 모든 길은 이어진다”고 전한다.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이에게는 ‘빗살무늬토기’를 보길 권하며 “먼지 묻고 때 묻은 흔적 덕분에 토기만의 무늬가 오히려 선명해 보이지 않느냐”고 묻는다. 총 300여 점의 추천 유물을 선정했고, 유물별 문구 300여 개는 권 씨가 직접 작성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16일 기준 ‘마음복원소’를 방문한 이는 1만3000여 명에 이른다. 권 씨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이끈 성신여대 산업디자인과 3학년 서예희 씨(22)와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송화연 씨(24)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4일 만났다. 이들은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고민하는 또래에게 오랜 세월을 버텨 온 유물의 힘을 전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프로젝트 팀장을 맡은 송 씨는 “사랑, 돈, 인간관계 같은 문제에서 우리는 난관을 처음 겪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다”며 “홈페이지에 학업, 진로, 취업뿐 아니라 인간관계, 건강, 돈, 사랑 등 9가지 분야로 구성했고, 심리 상태에 따라 8점 정도의 유물이 추천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랑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응답한 이에게는 ‘고려시대 숟가락’을 추천하며 친한 친구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처럼, 이렇게 위로한다. “친구야 밥 먹었니? 며칠째 한숨만 삼켰잖아. 이제 우리 밥 한술 먹자.” 돈 때문에 고민인 이들에겐 중국실에 소장된 ‘진나라 기와’를 소개하며 “대출받아 집 샀더니 기와 끄트머리만 내 거다. 나머지는 다 은행 거!”라고 유쾌하게 전한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 주저하는 이에게는 조선시대 자 ‘진유척’을 알려주며 토닥인다. “그깟 자로 잴 수 있겠어? 우주만큼 커다란 네 가능성을.” 사이트를 디자인한 서 씨는 “마음을 닫고 방 안에 움츠러들어 있을 친구들을 박물관으로 이끌어내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그는 유물 추천 코스가 나오는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방문 예약’ 버튼을 넣었다. 설문 응답자가 박물관과 약속을 잡듯 달력에 방문 날짜를 예약하게 한 것이다. 이들은 또래에게 어떤 유물을 추천하고 싶을까. 권 씨는 조선시대 ‘측우기’를 꼽았다. “입사시험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다 보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해가 쨍쨍한 날의 측우기처럼…. 그럴 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아직 비가 오지 않았다면 나의 때가 오지 않은 거니까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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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루스트가 14년 걸려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민음사판, 10년 만에 완간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는 1909년부터 1922년 11월 18일 죽는 날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고 또 썼다. 자신의 이름에서 본뜬 주인공 마르셀이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깨닫는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원어로 무려 7권에 달한다. 국내 ‘프루스트 전문가’로 꼽히는 김희영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명예교수(73)는 2012년 첫 책을 번역한 후 10년 만인 이달 17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3권(민음사)을 완역했다. 프루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매일 자정 잠에서 깨 7∼8시간 동안 온전히 번역에 몰두했다. 13권을 모두 합하면 무려 5704쪽. “끝나지 않는 소설을 평생 읽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는 그는 지난 10년간 원 없이 그 꿈을 이룬 셈이다.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14일 만난 그는 책장 한 칸을 가득 채운 책들을 바라보며 “지난 10년은 프루스트의 책을 읽고 번역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프루스트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된 올해 완역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의 책은 그동안 판본을 비교해 가장 정교하게 번역한 정본으로 평가받는다. 길고 난해한 프루스트의 문체를 존중하며 미세한 떨림까지 담아냈다. 그는 “분명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낯설게 하기야말로 외국 문학을 읽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새롭고 낯선 문장을 통해 획일적이고 좁은 ‘나’의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향할 수 있어요.” 그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1권 19쪽에 나온다. ‘나는 동굴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보다도 더 헐벗은 존재였다. … 그러자 추억이 저 높은 곳에서부터 구원처럼 다가와 도저히 내가 혼자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허무로부터 나를 구해주었다.’ 그는 “기억이 없다면 인간은 헐벗은 존재일 뿐”이라며 “프루스트의 작품 속에는 당대 프랑스 사회의 각종 사건 사고가 세밀화처럼 묘사돼 있다. 프루스트는 그동안 보잘것없다고 여겨져 왔던 일상의 순간을 소설에 담아내 집단기억을 영원히 남겼다”고 설명했다. “프루스트에게 문학이란 망각과 싸우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아니었을까요. 아주 하찮은 일상적인 삶의 조각들을 하나의 건축물로 빚어낸 것이 프루스트 작품이 지닌 힘입니다.” 책 한 권 읽기도 어려운 시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권에서 현대인은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는 “다 읽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인생의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답했다. “소설 속에는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보잘것없고 부스러지기 쉬운 일상, 잊기 쉬운 고통과 쾌락 등 아주 작은 삶의 조각들이 모여 작품이 완성되죠. 문학도, 삶도 결국 작은 조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라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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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 세월 버틴 힘 전하고파”… 유물이 건네는 특별한 위로

    “사슴 두 마리가 굴곡진 토기 위에 위태롭게 서 있어요.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꼭 제 모습 같았죠.”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1층 가야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권명규 씨(24)는 올 2월 박물관을 찾았다가 이곳에서 5세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가야 토기 ‘사슴 장식 구멍단지’를 만났다. 그는 “고리타분하고 낡은 줄만 알았던 박물관 속 유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곳에서 내 모습이 보였다”며 “먼지 쌓이고 구멍 나고 산산조각 난 유물들은 마음을 다친 이들을 치유하는 힘을 지녔다”고 말했다. “유물들에게서 얻은 힘을 내 또래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어요.”권 씨가 대학생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광고회사 ‘TBWA’ 소속 대학생들이 올 2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마음을 치유하는 유물을 추천하는 ‘마음복원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국립중앙박물관은 8개월 동안의 협업 끝에 지난달 27일 박물관 홈페이지에 ‘마음복원소’를 열었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현재 심리 상태를 확인하는 간단한 설문을 진행하면 마음을 보듬어줄 유물들로 코스를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이에게는 ‘대동여지도’를 추천하며 “헛된 여정은 없다. 결국 모든 길은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이에게 ‘빗살무늬토기’를 추천하며 “먼지 묻고 때 묻은 흔적 덕분에 토기만의 무늬가 오히려 선명해 보이지 않느냐”고 묻는 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16일 기준 ‘마음복원소’ 페이지 총 방문자 수는 1만3000여 명에 이른다.14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권 씨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이끈 성신여대 산업디자인과 서예희 씨(22)와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송화연 씨(24)를 만났다. 이들은 “취업과 진로 문제로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고민하는 또래 친구들에게 오랜 세월을 버텨온 유물의 힘을 전해주고 싶다”며 웃었다.프로젝트 기획 초기부터 팀장을 맡은 송 씨는 “어른들이 보기엔 사랑, 돈, 인간관계와 같은 문제는 별 일 아닐 수 있지만 우린 아직 이런 난관이 처음이라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혹시 누군가가 심리 상태를 체크하러 홈페이지에 들어왔다가 내 고민이 없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고민 선택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심리 확인 페이지에는 학업, 진로, 직장생활, 취업뿐 아니라 인간관계, 건강, 돈, 사랑 등 9가지 선택지가 마련됐다.사이트를 디자인한 서 씨는 “마음을 다친 친구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주는 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유물 추천 코스가 나오는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방문 예약’ 버튼을 추가했다. 마치 박물관과 설문 응답자가 서로 약속을 잡듯 달력에 날짜를 선택하는 식이다. 그는 “마음을 닫고 방 안에 움츠러들었을 친구들을 박물관으로 이끌어내는 게 ‘마음복원소’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래에게 어떤 유물을 추천하고 싶을까. ‘마음복원소’ 유물 추천 시스템에 적용된 따뜻한 위로 문구 300여 개를 손수 작성한 권 씨는 요즘 또래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유물로 조선시대 ‘측우기’를 꼽았다. “입사시험 면접에서 떨어지다 보면 내가 쓸모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해가 쨍쨍한 날의 측우기처럼…. 그럴 때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아직 비가 오지 않았다면 나의 때가 오지 않은 거니까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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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세 기원 그림-福 새긴 베개… 그 시대 그 겨울, 행복했을까

    오랜 세월이 흘러 색이 바랜 배냇저고리. 이 작은 옷에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는 변함없이 이어진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길상(吉祥·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 특별전 ‘그 겨울의 행복’을 연다.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도(十長生圖)’를 포함한 조선시대 민화뿐 아니라 복을 부르는 한자가 새겨진 베개, 부를 뜻하는 모란이 그려진 주전자 등 민속 유물 212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은 장수와 명예, 부귀, 강녕, 다산 등 오복(五福)의 의미를 담은 유물로 가득하다. 평균 수명이 45세가량 됐던 조선시대에는 오래 사는 것이 가장 복된 일이라 여겨 일상 곳곳에 장수를 뜻하는 상징물을 새겼다. 조선 중기 문인화가 조지운(1637∼1691)이 그린 고양이 그림 ‘유하묘도’가 대표적이다. 고양이의 한자인 ‘묘(猫)’와 노인을 뜻하는 ‘모(모)’는 중국어 발음이 ‘마오’로 같아 장수를 뜻했다. 길한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 한 쌍과 고양이 다섯 마리를 그린 이 작품은 부부가 해로하길 기원하는 바람을 담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합격을 빌며 엿을 선물하듯 선조들은 시험을 앞둔 이에게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상징물을 선물했다. 조선 후기 화가 이한철(1812∼1893)이 게 네 마리를 그린 ‘해도(蟹圖)’는 장원급제해 출세하라는 뜻이 새겨진 부적과 같다. 딱딱한 게의 ‘등갑’을 뒤집으면 1등을 의미하는 ‘갑등(甲等)’으로, 장원급제하길 바라는 마음을 언어유희로 표현한 셈이다. 이 밖에도 ‘화조도 6폭 병풍’ 등 규방 공예품에는 가화만사성을 소망하며 한 땀 한 땀 수놓은 부녀자들의 염원이 담겼다. 오늘날 복의 의미를 지닌 물품도 전시돼 있다. 로또, 주택복권, 돼지저금통 등이 놓여 있는 전시장 벽면에는 지난해 세계 156개국 중 한국의 행복 순위가 59위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올해 3월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22’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이주홍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행복을 기원하는 전시물을 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3월 2일까지. 무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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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인사이트]‘쓰러진채 600년’ 경주 남산 마애불, 일으켜 세운다

    《‘5cm의 기적’ 부처님은 이제 중생에게 친견(親見)을 허락할까. 15년 전 경북 경주에서 엎어진 채 발견됐지만 얼굴에 풍화로 닳은 흔적 하나 없어 화제가 됐던 ‘남산 열암곡 마애불입상’을 세우는 데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열암곡 마애불입상은 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마애불(磨崖佛·자연 암벽에 조각한 불상) 가운데 가장 완벽한 얼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계에서는 마애불이 1430년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쓰러졌다고 분석했다. 600년 동안 쓰러져 있던 불상을 세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문화재청도 그간 여러 각도로 검토했지만 “자칫 무리해서 세우려다 불상이 훼손될 수 있다”며 쉽사리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올해 9월 진우 스님(61)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에 오른 뒤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스님이 ‘열암곡 마애불입상 입불(入佛)’을 최우선 과제로 밝혔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이 상태로 불상을 유지하는 것도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마애불 세우기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잘못 손댔다간 훼손 위험 2007년 5월 22일 열암곡 마애불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로또 1등 당첨에 가까운 우연이었다. 당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북도 유형문화재인 열암곡 석불좌상 주변을 발굴하다가 남동쪽으로 약 30m 떨어진 지점에서 거대한 돌덩이를 발견했다. 현장을 조사하던 박소희 연구원은 너비 400cm에 높이 680cm, 두께 280cm인 돌덩이가 심상찮음을 느끼고 나뭇가지 등으로 뒤덮인 바위틈 아래로 손을 넣어 더듬었다. 뭔가 매끈하게 다듬어진 흔적을 찾고 아래를 들여다보니 오뚝하게 솟은 부처의 콧날이 보였다고 한다. 엎어진 불상의 얼굴과 바닥 사이는 불과 5cm. 암벽에서 떨어져 추락했는데도 기적처럼 상호(相好·부처의 용모와 형상)가 하나도 훼손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연스레 파묻혀 있은 덕분에 닳거나 생채기도 나지 않았다. 연구를 통해 9세기 작품으로 확인된 걸 감안하면 1200년 가까이 제 모습을 지킨 셈이다. 그 때문에 발굴 직후에도 “제대로 세우기만 하면 최소 국보나 보물이 될 문화재”라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80t이 넘는 마애불 세우기는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문화재계는 물론이고 건축계도 난색을 표했다. 마애불이 있는 장소는 35∼45도에 이르는 급경사로 둘러싸여 있다. 불상을 들어올릴 중장비가 들어오기 어려울뿐더러 불상 자체가 화강암 재질이라 충격을 살짝 받기만 해도 부서질 수 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비지정 문화재인 열암곡 마애불입상이 있는 ‘경주 남산’은 국가사적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사적지에서 비지정 문화재의 위치를 바꿀 때는 반드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경주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탐방로에 덱 하나를 설치할 때도 문화재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마애불 다시 세우기도 중요하지만 남산 보존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 조심스럽다”고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2013년 열암곡 마애불과 관련해 50차례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남산의 지형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만 동의했을 뿐 결국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조립식 크레인 활용 가능” 2015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발표한 ‘마애불상 정비 보고서’는 새로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연구소는 “불상을 받치고 있는 아래 암석이 충격에 의한 파손과 풍화로 내구성이 저하된 상태”라며 “지진 등 외부 요인으로 외력이 작용하면 불상의 이마 부분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듬해 9월 경주에선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후 학계와 불교계에선 “현 상태로 마애불을 방치하는 건 위험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2016년 경주시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입불 방안 연구’를 실시한 결과 “중장비로 마애불을 다시 세우는 것이 이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며 전환점을 맞았다. 연구원이 제안한 방법은 ‘호이스트 크레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가로세로 각각 20m 크기인 호이스트 크레인은 협소한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고, 크레인을 분해해서 이동한 뒤 재조립할 수 있다고 한다. 헬기로 장비를 마애불 근처로 옮긴 뒤 불상 주변 평지에서 조립하면 남산 훼손 위험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단 경주시는 2020년부터 2년간 열암곡 마애불이 있는 지반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2단 옹벽을 쌓아올리는 보강 공사를 했다. 홍원표 경주시 문화재과 주무관은 “산사태나 장마 등으로 바위가 붕괴되지 않게 철망을 마애불 주변에 설치했다”며 “지진 등으로 생기는 낙석으로 인한 훼손 위험성은 줄인 상태”라고 했다.○ “최소 보물급 문화재, 본모습 찾아야” 기술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마애불 세우기 사업은 탄력을 받고 있다. 진우 총무원장은 “600년 동안 누워 있던 부처님을 바로 세우는 일은 종교적인 차원을 떠나 민족의 얼을 되살리는 일”이라며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문화재청도 올해 8월 열암곡 마애불입상의 관리 주체인 경주시에 연구 용역비 5억 원을 지원했다. 현재 경주시는 앞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축역사학회와 함께 마애불 입불에 대한 안전성을 파악하는 시뮬레이션 연구를 하고 있다. 내년 8월경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학술대회를 개최해 전반적인 조언도 구할 예정이다. 마애불은 세우는 것뿐 아니라 ‘원위치’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2018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불상 바닥의 시료 5개를 채취해 인근 암반에서 확보한 시료와 비교해 보니, 현재 불상의 다리 쪽 인근에 있는 암벽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문화재청은 “마애불을 세운다면 본래 자리를 찾는 학술적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올해 여름부터 관련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열암곡 마애불은 세우기만 하면 최소 국가지정문화재 보물급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지정문화재를 지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는 ‘역사성’과 ‘완전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 연구사업 자문위원인 임영애 동국대 문화재학과·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는 “얼굴 원형이 어떤 깨짐도 없이 완전하게 보존된 유일한 신라 마애불이라 완전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석굴암 본존불 조성 이후인 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돼 역사성까지 갖췄다”며 “국가사적지인 남산을 훼손하지 않고 마애불을 세울 해법을 모두 합심해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연 문화부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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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비너스, 마리아… 모두가 환상일 뿐

    떨어지는 장미꽃들 사이로 미(美)의 여신 비너스가 윤기 나는 머릿결을 흩날리며 바다 위에 떠오른다. 멍 자국이나 군살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 15세기 이탈리아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은 오늘날까지도 TV 광고와 영화 속 미녀의 표상으로 꼽힌다. 영국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서양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걸작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지적한다. 주근깨 하나 없는 무결점 피부와 군살 하나 없는 몸매는 실제 여성의 몸을 표현한 게 아니다. 남성 중심적 예술계가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굳혀 온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뇌에 각인된 여성상이 실제와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드러낸다. 비단 비너스뿐일까. 저자는 성모 마리아 역시 순종적인 여성의 성 역할을 굳혀온 대표적인 여성상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유명 여성지 ‘브라이즈 매거진’의 1950∼1980년대 표지에선 무릎을 꿇은 채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신부가 자주 등장했다. 저자는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순종하는 성녀 이미지가 여성에게 요구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수세기 동안 굳어버린 여성을 둘러싼 왜곡된 이미지는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저자는 더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공개적으로 자기 삶을 얘기하고,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면 진짜 날것인 여성의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날 거라고 기대한다. 다행히 세계 곳곳에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페인 프라도미술관과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은 최근 여성 미술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여성의 출산 과정을 생생한 사진으로 남겨 화제가 된 영국 조각가이자 사진작가인 허마이어니 월트셔처럼 여성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예술가도 늘어나고 있다. 저자 역시 그런 여성 가운데 한 명이다. 팬데믹으로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마무리 부분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서재에서 글을 쓸 때 마음이 불편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여성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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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화 ‘비너스의 탄생’은 남성 중심적 예술계가 만든 왜곡된 환상”

    떨어지는 장미꽃들 사이로 미(美)의 여신 비너스가 윤기 나는 머릿결을 흩날리며 바다 위에 떠오른다. 멍 자국이나 군살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 15세기 이탈리아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은 오늘날까지도 TV 광고와 영화 속 미녀의 표상으로 꼽힌다. 영국 미술사학자로 최근 ‘시선의 불평등’(아트북스)을 펴낸 저자는 서양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걸작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지적한다. 주근깨 하나 없는 무결점 피부와 군살 하나 없는 몸매는 실제 여성의 몸을 표현한 게 아니다. 남성 중심적 예술계가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굳혀온 미술작품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뇌에 각인된 여성상이 실제와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드러낸다.비단 비너스뿐일까. 저자는 성모 마리아 역시 순종적인 여성의 성 역할을 굳혀온 대표적인 여성상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유명 여성지 ‘브라이즈 매거진’의 1950~1980년대 표지에선 무릎을 꿇은 채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신부가 자주 등장했다. 저자는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순종하는 성녀 이미지가 여성에게 요구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수세기 동안 굳어버린 여성을 둘러싼 왜곡된 이미지는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저자는 더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공개적으로 자기 삶을 얘기하고,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면 진짜 날 것인 여성의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날 거라고 기대한다. 다행히 세계 곳곳에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페인 프라도미술관과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은 최근 여성 미술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여성의 출산 과정을 생생한 사진으로 남겨 화제가 된 영국 조각가이자 사진작가인 허마이어니 월트셔처럼 여성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예술가도 늘어나고 있다. 저자 역시 그런 여성 가운데 한 명이다. 팬데믹으로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마무리 부분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서재에서 글을 쓸 때 마음이 불편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여성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시선의 불평등캐서린 매코맥 지음·하지은 옮김256쪽·1만7000원·아트북스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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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봉길 의사-윤동주 시인 가상현실로 만난다

    시대를 고뇌하는 애국지사 윤봉길 의사(1908∼1932)와 윤동주 시인(1917∼1945)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통해 우리 곁에 다가온다. 낡은 사진과 글로만 접하던 윤 의사와 윤 시인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다시 만나는 전시가 열린다. 문화재청은 11일부터 한국문화재재단, 대전시립미술관과 함께 대전 중구 대전창작센터에서 디지털 문화유산 체험전시회 ‘나는-윤동주·윤봉길을 말하다’를 개최한다. 올해 순국 90주년을 맞은 윤 의사는 전시에서 실제로 살아있는 분위기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전해진 사진 속 옛 모습 그대로 정장을 차려입고 미소를 지으며 관객에게 반응한다. 문화재청 측은 “AR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Deepfake), 반응형 스크린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윤 의사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사가 현실 같은 느낌이라면, 윤 시인은 VR를 이용해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을 선보인다. 윤 시인의 삶을 다룬 애니메이션 분위기의 VR 영화 ‘시인의 방’이 이번 전시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 관람객들은 독립된 방에서 머리에 착용하는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쓰고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시인의 방’에서는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시 ‘쉽게 쓰여진 시’에서)는 윤 시인의 속내가 절절히 묻어난다. 책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골방에서 윤 시인이 책상에 고개를 묻은 채 괴로워하면, 그의 등 뒤로 꾹꾹 눌러 쓴 시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해당 VR 영화는 올 9월에 개최됐던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공동 제작하고, 배우 이상윤이 윤 시인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쉽게 쓰여진 시’를 포함해 시인의 대표작 9편과 ‘윤동주 친필 원고’ 등 관련 국가등록문화재가 함께 소개된다. 문화재청은 “전시 공간인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도 1958년 농산물검사소가 있던 관공서 건물로 2004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대 건축물”이라며 “전시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27일까지.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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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전화 없이 대화 못하는 사람들, 종말론적 상황”

    모든 사물이 인공지능으로 연결된 미래. 갑자기 완벽한 정전(停電)이 찾아온다면?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추락한다. 컴퓨터 화면은 순식간에 검게 변한다. 휴대전화도 작동을 멈춘다. 엘리베이터와 난방기, 냉장고도 사용할 수 없다. 미국 소설가 돈 드릴로가 장편소설 ‘침묵’(국내 2020년 출간)에서 묘사한 초연결사회의 종말이다. ‘피로사회’(2010년·문학과지성사)로 화제를 모았던 한병철 전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63·사진)는 “지난달 벌어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데이터 재난 상황을 지켜보며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고 한다. 초연결사회의 이면을 철학적으로 사유한 ‘사물의 소멸’(김영사)을 올해 9월 펴낸 한 전 교수는 7일 e메일 인터뷰에서 “기술에 대한 의존이 더 심해진다면 실제 종말론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설 ‘침묵’ 마지막 장면에서는 고요와 공포가 느껴집니다. 진정 종말론적인 대목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없음을 깨닫는 장면이에요. 사람들은 그제야 (컴퓨터와 휴대전화 없이) 대화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하죠.” 그는 우리 사회가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둘러싸였던 “사물권의 시대”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흐르는 “정보권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두터운 사진첩이 휴대전화 속에서 언제든 지워질 수 있는 ‘디지털 사진첩’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그는 “이런 시대는 인간관계도 네트워크에서만 존재한다”고 했다. 팔로를 취소하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어진 관계를 손쉽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온라인에서 인간관계를 무제한으로 연결시켰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외롭죠. 서로가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 서로를 처분할 수 있는 처지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음식, 영화를 넘어 좋아할 만한 친구까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시대를 경계했다. 결국 이런 순응이 “인간의 주체성마저 소멸하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는 ‘스마트홈’을 비롯한 사물인터넷의 통제 아래 놓여 있어요. 알고리즘이 추천한 선택지를 골라잡을 수 있죠. 하지만 우리가 고른 게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이었을까요?” 디지털 감옥에서 벗어날 방법은 뭘까. 그는 진정한 “관계와 접촉”이라고 답했다. “필요에 의해 맺은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목적 없이 타인 그 자체에 집중해야 다름을 인정하고 진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 본연의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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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여 부소산성서 백제 왕궁급 추정 건물터 발견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충남 부여군 부소산성 군창지(군 식량을 비축한 창고 터) 시굴조사 중 백제 사비기에 만들어진 ‘와적기단(瓦積基壇·기와를 쌓아 만든 기단)’ 건물지 2개 동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동서 길이가 약 16m 이상인 북쪽 건물과 14m 넘는 남쪽 건물지가 평행하게 배치됐고, 기단이 최대 20단 가까이 남아 있어 현재까지 발굴된 사비기 건물 중 가장 잘 보존돼 있다. 연구소는 건물 외형이 백제 사비기 왕도 유적지 형태와 유사해 왕궁급 건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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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디지털 감옥에 갇혀 ‘좋아요’를 누르는 노예일 뿐”

    모든 사물이 인공지능으로 연결된 미래, 완벽한 정전(停電)이 찾아온다면….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추락한다. 컴퓨터 화면이 갑자기 검게 변한다. 휴대전화도 작동을 멈춘다. 엘리베이터, 난방기, 냉장고도 사용할 수 없다. 미국 소설가 돈 드릴로의 장편소설 ‘침묵(The Silence)’의 한 장면이 묘사한 초연결사회의 종말이다. 2017년 출간한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의 저자로 유명한 재독 철학자 한병철 전 베를린예술대 교수(63)는 지난달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데이터 재난 상황을 지켜보며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초연결사회가 남긴 그림자를 철학적으로 사유한 신간 ‘사물의 소멸’(김영사)을 최근 펴낸 그는 2일 동아일보와 나눈 e메일 서면 인터뷰에서 “단지 소설 속에서만 벌어지는 종말이 아니다. 기술에 대한 우리의 의존이 점점 더 심해진다면 실제로 종말론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고요와 공포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종말론적인 것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없음을 깨닫는 장면이에요. 사람들은 그제서야 (컴퓨터와 휴대전화 없이) 이야기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하죠.” 한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가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둘러싸였던 ‘사물권의 시대’에서 손에 잡히지 않고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흐르는 ‘정보권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추억으로 가득 찬 두터운 사진첩은, 휴대전화 용량이 부족하면 언제든 삭제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첩’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한 교수는 “이런 시대에는 인간관계도 실재하지 않고 네트워크에서만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팔로우 취소 버튼 한 번이면 소셜미디어에 가득 찬 인간관계를 손쉽게 정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소셜미디어는 인간관계를 무제한으로 연결시켰는데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외롭습니다. 버튼 하나면 언제든 서로가 서로를 처분할 수 있는 처지가 됐기 때문입니다.” 한 교수는 음식, 영화, 책, 쇼핑 목록은 물론 내가 좋아할 만한 친구까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알아서 추천해주는 시대에는 “인간의 주체성마저 소멸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제 인간은 스스로 일상을 통제하지 못하고 ‘스마트홈’을 비롯한 사물인터넷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며 “오늘날 우리는 진정한 선택권을 더는 갖고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책과 인터뷰 내내 ‘디지털 감옥’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강조했다. 마치 독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디지털 감옥에 갇힌 우리는 그저 ‘좋아요’를 누르는 노예일 뿐입니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추천한 선택지를 골라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고른 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이었을까요?”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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