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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교육감은 누구를 뽑아야 해요? 도통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지….” 출근길에 만난 한 이웃 주민이 물었다. 교육 담당인 기자가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교육 기자니 잘 알지 않느냐’는데 그때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럽다. 교육의원까지 물어보면 더욱 난감해진다. 교육감이 지역의 ‘교육행정수반’이라면 교육의원은 교육감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교육 국회의원’인데…. 기자도 뚜렷하게 후보와 정책이 떠오르지 않는데 유권자들은 오죽하겠느냐는 생각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동아일보는 교육감 후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의 후보 77명 모두에게 △교장 공모제 △고교다양화 프로젝트 △교원평가제 인사·보수 연계 △시도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교원 소속 단체 명단 공개 등 다섯 가지 현안과 복지예산 사용에 대한 정책의견을 물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유권자들이 느끼는 답답함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교육감 후보들의 응답은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눈길을 끌 만한 그 후보만의 교육 정책은 없었다. 유력한 후보의 공약을 베끼거나 보수-진보 색깔을 드러내기 위한 정책 일색이었다. 일부는 교육 현안의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뜨거운 감자’인 교장 공모제만 해도 ‘내부형’을 ‘초빙형’으로 오인한 후보도 있었다. 내부형은 일정 경력을 지닌 교사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만 초빙형은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원만을 대상으로 한다. 완전히 다르다. 어떤 후보는 기자의 추가 설명을 듣고 난 후에야 부랴부랴 답변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의 한 후보는 무상급식에 대한 공감대를 표시하면서도 정작 복지예산 사용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급식을 가장 낮은 순위로 꼽았다. 정책이 아니라 경쟁자(김상곤 후보)와의 차별화가 먼저였다. 투표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는 아직도 ‘로또식 선거’나 ‘이념 선거’의 딱지를 못 떼고 있다. 정책대결은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교육감 직선제 선거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을 정치와 분리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당을 밝힐 수 없게 되자 후보들이 자신을 부각하려고 색깔이나 기재순위에 목을 매는 부작용이 커진다는 것이다. 후보들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데 유권자들이 몰라준다’고 푸념한다.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말이다. ‘깜깜이 제도’도 문제지만 유권자가 등을 돌리게 한 최종 책임은 역시 후보들에게 있다.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뉴질랜드-11세부터 진로교육 의무화일본-중고생 1년 5일이상 인턴십레스터 옥스 뉴질랜드 진로센터 소장11∼13학년생 매주 기업 방문고용주와 인터뷰하며 적성 찾아라이모 위리넨 핀란드 교육硏매니저일반교사 일부 진로교사로 바꿔노동시장 직접 찾아가 노하우배워미무라 다카오 日와세다대 교수지역 회사들 직업체험 제공참여학생 97% “만족스럽다”제임스 스톤 美진로센터 소장대학진학뒤 직업교육은 늦어중고교서 일터 전환 이뤄져야“입시와 성적에 매달려 꿈을 못 꾸는 아이들로는 우리의 미래도 없습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은 19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핀란드, 일본, 뉴질랜드, 미국의 해외 진로교육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진로 교육 정책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는 한국진로교육학회가 주관한 ‘2010 진로교육 국제학술대회’에 앞서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제임스 스톤 미국 연방진로교육연구센터 소장(62)은 “미국 고교 졸업자 중 70%가 대학에 가고 이 중 절반만 대학을 졸업하는데 대학에 가야만 그나마 직업교육이 이뤄진다”며 “중고교에서 일터로의 전환이 이뤄지도록 진로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라이모 위리넨 핀란드 교육연구소 매니저(53)는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이 7∼9학년까지 직업 이해 교육에 2∼5시간을, 직업 교육에 최소 1.5주를 할당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교육부가 진로교육 및 상담의 목표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생 직업교육의 관점에서 교육부, 노동부, 사회복지부가 협력해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교육을 계획한다”고 덧붙였다. 레스터 옥스 뉴질랜드 국립진로서비스센터 소장(55)은 “뉴질랜드에서도 7학년(11세)부터 진로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한다”며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뭔지 파악하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며 어떤 기회가 있는지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교육에 드는 비용은 ‘진로교육기금’으로 충당한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와 뉴질랜드 전문가들은 학교에 전문 상담교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위리넨 매니저는 “핀란드는 1970년 교육개혁을 진행하면서 일반 교사 중 일부를 진로교사로 전환했다”며 “매주 금요일 노동시장을 직접 방문해 노하우를 배우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상담교사가 있는 학교가 전체 초중고교의 4.3%(475명)뿐인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도 한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미무라 다카오(三村隆男·56)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 학교에는 심리치료가만 있다”며 “전문 진로상담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교과서 개편으로 내년에 고교 기술가정, 정보와 컴퓨터, 도덕 과목에서 생기는 과원교사 1300여 명을 진로상담교사로 유도할 계획”이라며 “고교 1개당 적어도 1명의 진로교사를 두겠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진로교육이 꼭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옥스 소장은 “뉴질랜드에는 ‘게이트웨이 프로그램’이 있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전 11∼13학년은 일주일 중 하루를 실제 직업현장에서 보낼 수 있다”며 “학생들은 학교와 회사의 고용주와 인터뷰를 하고 이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는데 직장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무라 교수는 “일본도 2005년 4월부터 ‘커리어스타트위크 캠페인’을 하고 있다”며 “지역 내 회사들이 연합해 중고교생들이 1년에 5일 이상 직업 체험과 인턴십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조사에 따르면 학생 96.5%가 직업 체험에 만족했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고교 다양화와 입학사정관제를 활성화해 창의성 있고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려고 하는데 진로교육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진로교육을 활성화해 관련 사교육비도 경감하겠다”고 말했다.경주=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선생님들께서 사주신 교복, 가방, 학용품으로 중학교 생활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서울 등명중 1학년 박현범 군(13)은 13일 모교 등양초교 6학년 담임 손세연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14일에는 편지를 들고 30명의 교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갈 예정이다. 현범이 아버지는 4년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홀로 삼형제를 책임지는 형편에 중학교 입학 준비가 걱정됐지만 현범이는 선생님들이 주신 장학금으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현범이는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들께서 보여주신 뜻을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등양초교는 2007년 11월부터 ‘교직원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580명) 중 3분의 1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졸업 후 새 교복과 가방조차 못 사는 학생이 많았다. 이를 안타까워한 이명숙 교장(59·여)과 교직원 18명이 장학회를 시작했고 이제는 모든 교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교직원들은 매달 5000원에서 3만 원까지 자유롭게 장학금을 낸다. 지금까지 현범이를 포함해 22명이 장학금 20만 원씩을 받았다. 이 교장은 “우리가 가르친 아이들한테 우리 손으로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아이들도 베푸는 마음을 배운 게 제일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100원의 기적 저금통’을 채워 굿네이버스에 전달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이모 군(16)은 올 2월 서울 가락중을 졸업하면서 선생님들께 보청기 지원금을 받았다. 이 군은 난청이 심해 교실 맨 앞줄에 앉아서도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70만 원짜리 보청기 하나에 이 군은 세상을 향한 귀를 열게 됐다. 2007년 시작한 서울 가락중 ‘교직원 장학회’는 차상위 가정 학생들에게 1년에 두 차례 장학금을 준다. 지금까지 학생 72명이 850여만 원을 받았다. 급식비가 밀려 밥을 못 먹거나 수련회비가 없어 수련회에 못 가는 학생은 이 학교에 없다. 나머지 장학금은 학생 형편에 따라 지급한다. 이 학교 홍영애 상담복지부장(55·여)은 “제자들이 꿈을 키울 수 있게 희망을 주고 더불어 사는 마음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십시일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