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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영화배우 이병헌 씨(44)를 협박한 혐의(공갈미수)로 기소된 모델 이모 씨(25·여)와 걸그룹 멤버 김모 씨(21)의 재판에 이병헌 씨가 증인으로 나오게 됐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동영상을 근거로 50억 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었고 남녀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이 씨의 변호인은 “이병헌 씨가 모델 이 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이 씨가 이를 거절하자 헤어지자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집을 사달라고 요구했다는 검찰 공소사실과 달리 이병헌 씨가 성관계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먼저 ‘살 집을 알아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부장판사는 방청인들에게 “이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고 일방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법정 밖에서 (다른 말을) 보태서 유포하지 말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해자인 이병헌 씨와 피고인 이 씨를 소개해줬다는 지인 석모 씨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며, 다음 달 11일 오후 2시 2차 공판에서 이병헌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재판에서 사건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수사 담당자였던 권은희 의원이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 심리로 13일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새정치연합 강기정 이종걸 문병호 김현 의원 등의 변호인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는 감금된 게 아니라 언제든 출입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신변이 보장된 상태였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권 의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새정치연합 측 변호인은 한 방송 기자와 옛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당직자 김모 씨 등 2명도 함께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채택했다. 또 서울고법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기록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판 기록의 제출을, 서울중앙지검에는 국정원 여직원 김 씨 수사기록의 제출을 요청하는 문서송부촉탁도 신청했다. 검찰 측은 “당(새정치연합)에서 갖고 있는 자료들일 텐데 재판 지연만 부추길 뿐”이라며 맞섰지만 재판부는 신청을 받아들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해 노동운동에 참여했더라도, 소속 단체의 주목적이 사회주의 사회 건설 같은 이적성을 띠었다면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회원 신모 씨(56)가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신 씨는 1985년 대우전자 인천공장에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해 노동운동을 하다 이듬해 1월 해직됐다. 이후 1988년 인노회에 가입해 노동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 노동쟁의조정법 위반으로 서울고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과 차장을 지내며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돼 2차례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신 씨는 자신의 활동이 민주화운동에 해당된다며 2001년 12월 위원회에 명예회복 신청과 함께 활동 중 만성간염 등을 앓게 됐다는 이유로 상이자 보상금 지급신청을 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2010년 12월 신 씨가 대우전자에서 노동운동을 한 것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기각했다. 재심의 신청도 기각되자 신 씨는 인노회 관련 활동에 대한 불인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권위주의 정권 아래 노동자의 권익과 인권보장을 증진시키기 위한 행위로서 민주화운동으로 판단된다. 이미 위원회에서 비슷한 선행 결정 사례가 있는데 (신 씨의) 신청을 기각한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신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특정 단체가 추구하는 이념이나 목적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고 국가의 체제를 파괴하는 데 있다면 헌법이념 등에 저촉돼 민주화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또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는 외관을 일부 가졌다 해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 수단적인 것에 불과하다면 섣불리 민주화운동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와 관련해 활동하다 유죄 판결 등을 받은 것을 민주화운동으로 본 선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화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회 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에도 기업인을 비롯한 일반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의 입씨름이 계속됐다. 일부 상임위원회는 한동안 파행을 빚기도 했다. 전날 환경부 국감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총수에 대한 증인 채택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다 질의 한번 못하고 끝난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오전 기업인 증인 채택 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고용부 국감은 예정 시간을 1시간 45분 넘긴 오전 11시 45분에 시작됐지만 여야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면서 30분 만에 중단됐다. 오후 2시 20분경 야당이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물러서면서 가까스로 재개됐다.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감에서는 북한의 ‘고위급 3인방’의 방문을 계기로 터져 나온 5·24조치 해제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문했다고 해서 지금까지 견지한 5·24조치 등 대북정책의 원칙을 재고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류 장관은 “남북이 서로 논의해 5·24조치를 극복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남북 간 어떤 형태의 대화에서든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무위의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에 대한 국감은 15, 16일 열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감에 출석할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다 한때 정회됐다. 정무위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 전현직 금융기관장을 포함한 24명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22명은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국감에서는 카카오톡 검열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카톡을 들여다보는 통신제한 조치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데 법원이 내주지 않고 있다”며 “법원이 무분별하게 (검찰이 청구한) 감청 영장을 발부해주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민동용 mindy@donga.com·신나리 기자}
"가슴 한 번 콕 찔렀지만 성추행이 아니고, 때린 것은 맞지만 폭행은 아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한 건 맞지만 선거운동은 아니라는 판결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 "어떻게 동료법관을 저렇게 매도할 수가 있죠? (호통 치듯)행정처장, 중징계하세요, 중징계! 아시겠어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국정감사 첫날인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11일 대법원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었다.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선거개입은 무죄'라고 본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정치 관여는 맞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다'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원 전 원장의 1심 재판장인 형사합의21부 이범균 부장판사를 비판하는 글을 일제히 지적하며 맞불을 붙였다.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은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게 적용된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선거법 85조를 무죄로 봤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86조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트윗 11만 건에는 (선거 개입의) 목적성과 능동성, 계획성이 다 포함돼 있는데 무죄로 판단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했다. 판사 출신인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과 공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판결문 어디에도 공범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원 대법관)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면서도 "1심 판사는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상반되는 사실관계가 병존하므로 둘 중 유죄 부분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판결 자체에 대한 평가 대신 김동진 부장판사를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행정처장은 "법관윤리강령 등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김 부장판사의) 징계가 청구됐다"며 "법관 징계위원회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행정처가 관여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답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전자발찌 착용자 김모 씨(38)는 2012년 10월 대구 신암동 주택가를 배회하던 중 열린 대문 사이로 낯선 집에 발을 들였다. 특수강간죄로 10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온 지 두 달을 겨우 넘겼을 때였다. 훔칠 물건을 물색하다 자신을 본 10개월 된 아기가 울어대는 바람에 주부 A 씨(36)가 모습을 드러내자 김 씨는 오랜 버릇을 감추지 못했다. 흉기를 휘두르며 A 씨를 협박한 뒤 안방에 데려가 강제로 성폭행했다. 김 씨는 범행 후 ‘평소 사회생활을 방해해 스트레스 준다’는 생각에 미리 준비한 절단기로 발목에 찬 전자발찌 끈을 자르고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버렸다. 범행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김 씨는 경북 경산시로 이동해 영남대 캠퍼스 안에서 귀가하던 여대생 B 씨(19)를 목 졸라 기절시킨 뒤 추행했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월영)는 지난해 5월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행 등으로 합계 17년간 수감 생활을 했으면서도 출소 두 달 만에 같은 범죄를 저질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5년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범을 저지른 전자발찌 부착자 수가 약 1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5건이었던 재범 건수는 올해 8월 말 현재 이미 78건을 넘어섰다. 성폭력 등 재범률이 높은 범죄를 억지하고자 도입했지만 ‘서울 중곡동 주부 살해사건’ 등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재범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9월 전자발찌제도 시행 이후 부착 중 범죄를 저지른 사건은 모두 205건인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100건)은 성폭력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30건의 성폭력 재범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전자발찌를 부착해도 재범 건수가 늘어나는 데는 “전자발찌 훼손이나 준수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솜방망이식’의 관대한 형사처벌이 돌아오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망가거나 외출 금지 등과 같은 준수사항 위반 사례도 최근 5년 새 약 4배로 증가했다. 2010년에 22건, 2011년 43건, 2012년 59건이던 수사 건수(전자발찌 훼손과 준수사항 위반)가 지난해부터 100건을 훌쩍 넘겨 올해는 8월 현재 103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자발찌 훼손 등으로 재판을 받은 사건은 제도 시행 이후 54건에 그쳤다. 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1년 이상 징역을 받은 사례는 단 6건에 불과하다. 재판 중인 사건과 재범병합 사건을 제외하면 40건이 벌금이나 징역 1년 이하의 비교적 가벼운 선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국정감사 자료 제출을 통해 “최종 판단 기관인 법원의 처벌 수위가 낮은 실정”이라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A 씨(73)는 지난해 9월 결혼 생활 45년 만에 아내(당시 66세)에게서 ‘이혼하자’는 말을 들었다. 아내는 2년여 전부터 남자관계를 의심해 미행하고 일상생활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었다. A 씨는 이혼 요구를 거절하며 함께 살자고 아내를 설득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웠다. “천금을 줘도 안 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지난해 12월 A 씨는 배신감에 격분한 나머지 신발장 안에 보관하고 있던 나무 몽둥이를 꺼내 아내의 머리를 내리쳤다. 아내가 저항하며 달려들자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막내딸이 출산을 마치고 직장에 복직을 하게 되면서 어린 외손자를 돌봐주기 위해 막내딸 집에 와서 살고 있다가 벌어진 참극이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A 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대화와 설득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대신 일생을 함께해 온 아내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수사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며 범행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은 가볍다”고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의 피해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손해배상액이 1심보다 크게 줄었다.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판사 배기열)는 피해 여성 A 씨 가족이 3억6000여만 원을 배상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국가는 2130만 원을 지급하라”며 2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8월 1심에서는 국가 책임 비율을 약 30%로 보고 9962만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범인 오원춘(43)은 2012년 4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 주택가 골목에서 귀가 중이던 A 씨를 강제 납치한 뒤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유족들은 납치 당시 A 씨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부실한 초동수사 때문에 결국 살해당했다며 2012년 8월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집 안에 있고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는 점이 경찰관에게 전달됐다 해도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오원춘의 난폭성과 잔인성을 고려할 때 생존 상태에서 구출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아동복지시설에서 아이를 훈육한다며 뺨을 때린 행위는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던 김모 씨가 서울 구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사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2006년부터 서울 구로구 경인로에서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한 김 씨는 아이들이 서로 장난을 치고 심하게 싸울 때 체벌을 가했다. 동생을 괴롭히거나 때리는 아동은 나무 숟가락으로 손바닥을 때렸고 "말을 안 듣는다"며 뺨을 때리기도 했다. 이 시설에서 근무하던 A 씨는 이를 '아동학대'라고 신고했고 구로구는 올해 4월 김 씨에게 사업정지처분 6개월을 명령했다. 김 씨는 뺨을 때린 사실은 인정했지만 "몸이 붓거나 멍이 들 정도로 때린 적은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여러 명이 지내는 시설의 질서를 흐리는 아동들을 훈계하고 주의를 줘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지도하려는 게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며 "김 씨의 행위가 아동의 건강,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준은 아니며 아동복지법 상 아동학대로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술에 취한 회사 동료를 호의로 집에 바래다주던 중 다치게 한 30대 회사원들이 억대 배상금을 물게 됐다. 2012년 3월 박모 씨(31)는 최모 씨(34) 등과 함께 젊은 사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오후 11시경 회식이 끝나갈 무렵 박 씨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자, 이를 걱정한 동료 최 씨 등은 집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하지만 박 씨를 교대로 업고 집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세 차례나 박 씨를 놓쳤다. 박 씨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계단 난간 벽에 머리를 부딪쳤고, 또 다른 동료가 업고 가던 중 뒤로 떨어지고, 다시 앞으로 넘어진 것이다. 이 사고로 박 씨는 후두부 골절, 뇌출혈 등으로 크게 다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박 씨와 가족들이 상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동료 2명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박 씨에게 1억990만 원, 박 씨 부모에게 6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함께 술을 마신 상태였던 만큼 박 씨를 업고 가는 도중 넘어지거나 떨어뜨려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박 씨를 업고 가다 다치게 했고, 사고 후에도 박 씨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직장 동료로서 호의를 베푼 점을 참작해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최 씨 등은 중과실치사상죄 혐의로도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헌법재판 분야 최고위급 국제회의인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가 28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개막했다.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99개국에서 350여 명의 헌법재판기관 대표와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져 있는 발레리 조르킨 러시아 연방헌법재판소장, 헌정사상 최연소 헌재소장으로 취임한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독일 연방헌재소장, 국회의장을 지낸 장루이 드브레 프랑스 헌법위원회 위원장 등이 이번 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헌법재판과 사회통합’. 국제적 경제위기와 지역 간 분쟁이 늘고 있는 지금 시대에 헌법재판이 이런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집중 논의한다.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국가의 인터넷 규제 및 감시활동 등에 대해 참석자들이 소신 있게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잔니 부퀴키오 베네치아위원회(베니스위원회·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며 “당국이 인터넷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감시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헌재가 다루고 있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부퀴키오 위원장은 베네치아위원회가 채택한 ‘정당의 금지 및 해산, 기타 유사한 조치에 관한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묻자 “가이드라인은 보편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지침일 뿐 구속력이 없다. 위헌 정당 여부는 독립성을 가진 헌재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라고 답했다. 조르킨 소장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1993년 러시아 헌재가 ‘공산당 일당체제를 금지하는 것은 합헌이지만 공산주의자들의 정당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예를 소개하면서도 “(통진당 문제는) 국내 상황을 잘 아는 한국 헌재만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여보, 병원에 같이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아내 A 씨는 속이 탔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났을 무렵 임신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남편에게 함께 진찰을 받아보자고 했지만 남편은 딱 잘라 거절했다. A 씨는 혼자 산부인과를 찾은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A 씨는 남편에게 입양을 제안했지만 남편은 이 역시 반대했다. A 씨는 남편이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 후 10년간 일절 부부생활을 하지 않았다. 남편은 A 씨와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길게는 6개월 동안 대화를 끊었다. 남편은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각자의 수입은 각각 관리하자”며 생활비를 일절 보태지 않았고, 늦게 귀가해도 연락하는 법이 없었다. 결국 A 씨는 혼인생활을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정용신 판사는 “부부관계가 소원해져 10년간 잠자리를 거부해 온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3000만 원을 아내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정 판사는 “젊은 나이에 10여 년간 성관계가 없었고, 남편이 아내를 냉대하면서 서로의 신뢰를 잃어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고교 시절에 짝사랑했던 여교사를 수년간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사법사상 가장 긴 징역 35년형이 확정됐다.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유모 씨(22)는 22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에 항소취하서를 냈다. 이로써 사법사상 최장기 유기징역형이 확정됐다. 현행 형법상 유기징역형은 최고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유 씨가 ‘살해하겠다’는 e메일을 400여 차례 보내고 계획적으로 살해를 준비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범행 당시 살인을 결심하고 실질적인 준비를 하는 등 충동적인 범행이 아니었다”며 최장기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고 유 씨만 형량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항소했으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지 6일 만에 스스로 취하했다. 유 씨는 고교 2학년 때인 2009년 진학지도를 담당하던 여교사 A 씨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자 호감을 느끼고 집착하기 시작했다. 연락이 될 때까지 A 씨에게 전화를 걸거나 주거지를 찾아가는 등 괴롭혔다. 그는 이후 부모가 대안학교를 그만두게 하자 2011년 자신이 A 씨와 사귀었다는 내용의 e메일을 학교 관계자들에게 배포했고, 이에 항의하는 A 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도 받았다. 유 씨는 결국 A 씨가 구애를 받아주지 않자 지난해 12월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54)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12일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252억 원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4년보다는 형량이 줄었지만 집행유예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와 현재 구속집행정지 기간인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법정에 출석한 이 회장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항소심은 1심보다 무죄로 판단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항소심의 주요 쟁점이었던 ‘부외자금(장부 없이 이뤄진 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 자체를 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외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선 2002년 이전에 조성된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유무죄 판단에서 제외됐다. 2003∼2005년의 부외자금은 “개인 용도보다는 회사를 위한 용도로 사용된 부분이 확인됐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배임과 조세 포탈 혐의 부분도 상당 부분 무죄가 선고돼 유죄로 인정된 범죄액수가 줄었다. 1심에서 횡령 719억 원, 배임 363억 원, 조세포탈 260억 원이 인정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횡령 115억 원, 배임 309억 원, 조세포탈 251억 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유죄 인정 액수가 감소한 데 따라 판결문에 기재된 양형 기준 하한도 내려갔다. 1심 판결문에서 ‘징역 4년’으로 기재된 하한은 항소심 판결문에서 ‘징역 2년 8개월’로 하향 조정돼 감형으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세포탈 범죄는 일반 국민의 납세 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사안이 중대하며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범죄도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회사 제도의 취지를 몰락시키는 것으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1심과 달리 무죄 판단 부분이 많았지만 실형이 그대로 유지되자 법정은 다소 술렁였다. 판결 선고 후 이 회장은 묵묵히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빠져나가 서울대병원 앰뷸런스에 몸을 실었다. 이 회장의 변호를 맡은 안정호 변호사는 “(이 회장이) 수형 생활을 감당할 수 없는 건강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돼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조만간 상고해서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CJ그룹 관계자는 “경영공백 장기화로 사업 및 투자 차질도 불가피한 만큼 상고심을 통해 다시 법리적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 상황이 이어지면서 올 상반기(1∼6월) 투자 예정 금액 1조3700억 원 중 35%(4800억 원)의 집행이 중단 또는 보류됐다. CJ그룹은 현재의 비상경영 체제를 당분간 이어갈 계획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창규 기자}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막판에 불거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댓글 달기와 트위터 글 유포 활동은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가정보원법 위반행위에 해당하지만, 불법 선거운동으로 볼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1일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63·사진)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각각 선고됐다.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 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행위’라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그보다 좁은 개념인 ‘선거운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선거운동에 해당함을 인정하기에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2012년 1월 시작한 사이버활동이 대선이 가까워진 2012년 10월부터 오히려 감소했고, 원 전 원장이 전 부서장 회의 때 대선에 개입하지 말 것을 명확히 지시한 점을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정원의 사이버활동을 ‘정치 관여’로 판단했고, ‘원장님 강조 말씀’을 통해 이를 지시한 원 전 원장에게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을 홍보해 정치인으로서의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댓글 2125건과 찬반클릭 1214건은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트윗은 검찰 측 주장 78만6698건 중 11만3621건만 받아들였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동진 기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사진)가 작성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지시 사건 판결문 말미에 등장하는 문구다. 앞서 무죄 판결이 난 지난해 8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올해 2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정원 수사 은폐 사건 판결문 결론에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 부장판사(50·사시 31회·사법연수원 21기)는 무죄를 선고할 때마다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동일한 이유로 검찰을 지적했다. 이를 놓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기보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에 입각한 판결을 내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장판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사건들도 무게감이 상당하다. 2년에 걸친 선종구 하이마트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사건은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갈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여인 사건과 철도 납품비리 사건도 진행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만만회’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사건은 일반적으로 단독 재판부 판사에게 배당되지만 사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이달 1일 형사합의21부가 맡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1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502호 법정. 1년 2개월 동안 8차례의 공판 준비기일과 37회 공판을 연 끝에 재판부가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정치관여 행위로 국정원법 위반이지만 불법 선거운동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 순간 법정 안은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의견을 달리하는 방청객이 서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조용히 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불과 8일 앞두고 불거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은 수사 단계부터 재판 선고까지 말 그대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검찰총장 낙마와 지휘부 공백 상황에서 터진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의 항명 파동까지 이어진 논란이 1심 판결로 잠재워질지 주목된다.○ “검찰, 정치행위→선거운동 전환 논리 자가당착” 재판부는 이날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선거 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행위’와 ‘선거운동’을 엄격히 구분했다. 선거운동이 되려면 특정 후보를 낙선 또는 당선시키려는 능동적인 계획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보기엔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린 건 불법 선거운동의 시점조차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 심리전단은 원 전 원장 취임 3개월 뒤인 2009년 5월부터 댓글 활동을 해왔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처음 기소했을 때 2012년 8월 29일부터 12월까지의 댓글 활동만 선거법 위반이라고 특정했다. 2012년 8월 말부터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돼 기존에 해왔던 댓글 활동은 그 시점부터 불법 선거운동이 된다는 논리였다. 검찰은 그 후 공소장을 바꾸면서 선거운동 시작 시점을 2012년 8월 말에서 1월로 앞당겼다. 대선후보 윤곽도 드러나지 않은 2012년 1월부터는 특정 후보 낙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당연히 성립할 수 없는데도 공소장을 바꿔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관여 활동이 선거 시기가 되면 당연히 선거운동으로 전환된다고 주장했지만 선거운동으로 보려면 계획적이고 능동적인 계기가 더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스스로 ‘전환 논리’를 깬 점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원 전 원장이 대선이 가까워진 2012년 8, 9월 부서장회의 때 “대선에 (국정원이) 휩싸여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등 선거중립을 강조한 것도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었다. 2012년 10월부터는 오히려 트윗 건수가 감소하기도 했다.○ 원세훈 “항소”… 검찰은 항소 포기할 수도 개인 비리로 수감됐다가 이틀 전 만기 출소한 원 전 원장은 재수감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국정원법 위반이 인정돼 전직 정보수장으로는 치명상을 입었다. 재판부도 “국가기관이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개입한 행위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걸로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재판정을 나서며 “(유죄 판결을 받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북한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한 것이다.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판결 결과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옛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했던 교사 등 상당수에게 선거법 위반죄가 인정됐던 전례에 비춰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모순된 판결”이라며 “즉시 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검찰 지휘부의 입장은 달랐다. 검찰 고위 간부는 “공직선거법은 처음부터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1심에서 예상했던 대로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공직선거법을 적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무죄가 났다. 또 지난해 서울고검 국감 때 윤석열 팀장의 항명 파동 발단이 된 추가 압수수색 때 나온 트윗 계정도 법원이 거의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법무부만 속으로 웃게 됐다”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신나리·조건희 기자}
동거남과 다툰 뒤 화가 난다는 이유로 그의 10세, 6세 남매에게 성인물을 보여주며 음란행위를 시키고 폭행한 3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윤승은)는 아동복지법 위반 및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36)에게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박 씨는 2007년에 사귄 A 씨와 2012년 3월부터 동거를 하면서 A 씨의 자녀 B 양(10), C 군(6) 남매와도 함께 살았다. 박 씨는 A 씨가 출장 중이던 2012년 성탄절에 두 남매에게 TV에서 방영되던 성인 동영상을 보여주고 성관계 장면을 따라 하라고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피해 아동들은 울면서 싫다고 사정했지만, 박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이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며 “동거남에 대한 분노를 아무런 잘못이 없고 힘없는 아동들에게 전가했다는 점에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 보위사령부에서 직파돼 국내외에서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홍모 씨(41)에게 법원이 ‘제출된 증거들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들’이라며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이런 식이면 간첩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5일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홍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홍 씨는 2012년 5월 보위부 공작원으로 선발된 뒤 지난해 6월 상부의 지령에 따라 북한과 중국 접경지대에서 탈북 브로커를 유인·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탈북자로 가장해 지난해 8월 국내에 잠입해 탈북자 동향을 탐지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국정원 특별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총 12회의 피의자 신문조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피고인 의견서와 반성문에 대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가 나자 홍 씨는 “순진한 탈북자를 데려다가 간첩으로 몰아 감옥에 넣으면 인권 유린 아니냐”며 북받친 듯 울음을 터뜨렸다. 홍 씨와 변호인은 공판 과정에서 “국정원과 합신센터의 신문조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증거능력을 잃었다. 합신센터 신문 때 탈북자의 한국 법체계 인식 수준을 고려해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자세히 설명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변호인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이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아 절차적 흠결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조차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 고지 의무를 위반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른 조서가 아니다”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두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여부만 형식적으로 물었을 뿐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 홍 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와 반성문에 대해서도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된 상태에서 작성됐기 때문에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검찰은 1시간 30분 동안 브리핑을 열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진술조서에 진술거부권을 하도 들어서 지루하다고 한 얘기가 있을 정도로 수차례 고지했고, 직접 확인 서명까지 받았다”며 “증거 판단을 지나치게 형식논리로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재판부가 ‘검찰의 2∼8회 피의자 신문조서는 영상 녹화물이 없어 실제 진술과 진술서 내용이 동일하다는 객관적 증명이 어렵다’고 판단한 데 대해 “1회 조서의 진술 과정을 모두 녹화했고, 그 내용이 조서대로 돼있는 것을 법정에서 확인까지 했다”며 “공소 사실을 망라한 1회를 녹화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2∼8회 조서는 녹화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견서와 반성문에 대해선 “재판부가 내라고 해서 낸 것이지 검찰이 강요한 사실이 없다”면서 “홍 씨가 스스로 재판부에 낸 것을 재판부가 허위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5일 오후 5시 곧바로 항소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변종국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95단독 조병대 판사는 "올렸던 글과 자료를 백업하거나 다운로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 네티즌이 서비스가 종료된 프리챌 사이트를 운영한 아이콘큐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프리챌은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2000년대 초반 '아바타' 등 새로운 개념의 아이템을 도입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회원 수만 1000만 명을 넘어서며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순위 1, 2위를 오갔지만 2002년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나서 재정난에 시달리다 지난해 2월 폐쇄됐다. 소송을 낸 누리꾼 박모 씨는 "회사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성의나 노력을 보이지 않은 채 고작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서비스 종료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판사는 "아이콘큐브가 개별 이용자에게 각종 커뮤니티에 보관된 자료를 백업하거나 다운로드할 기회를 부여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프리챌 측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회사가 초기 화면에 서비스 종료 사실을 고지했고, 서비스 종료에 대한 보도가 여러 언론사에서 이뤄졌다"며 "시간이 촉박할 여지가 있으나 원고 스스로 종료 하루 전에는 종료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한 점 등을 고려해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