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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지난달 31일 찾은 경기 성남시 청솔초교 안 도담청솔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자와 미니 탁구를 치던 박모 군(11)이 탁구채를 들고 수줍게 웃었다. 부모님의 사정으로 방학 동안 돌봐줄 사람이 없는 박 군은 종일 이곳에서 지내다가 저녁까지 먹고 집에 간다. 만약 지역아동센터가 없었다면 박 군은 집에 혼자 남아 게임만 하거나, 매번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했을지 모른다. 방과 후나 방학 동안 ‘돌봄 공백’을 메워주는 도담청솔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박 군 같은 초등학교 1∼6학년 학생 17명의 보금자리다. 성남시가 경기도교육청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학교 급식실(교실 3개 규모)을 무상 임차해 지역아동센터로 리모델링했다. 이현숙 도담청솔지역아동센터장은 “학교와 같이 있으니 접근성이 뛰어나고, 임차료가 없어 운영비가 저렴하다”고 말했다. 학교 안 어린이집이 11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부산에선 다음 달 북구 금창초교 어린이집이 새로 문을 연다. 부산 북구 남포동·금포동 등 구도심이 쇠락하면서 금창초는 26개 학급(1995년)에서 현재 13개 학급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빈 교실을 활용해 2020년에는 국공립유치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안에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들어서면 앞으로 인근 ‘젊은 부모’가 유입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학교 교문을 열어 학교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해 국공립어린이집을 짓는 방안을 확정함에 따라 도담청솔지역아동센터나 금창초 어린이집처럼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돌봄시설과 어린이집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월까지 학교 안 어린이집 설치와 관련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했다. 그동안 학교와 어린이집은 ‘불편한 동거’를 해 왔다. 교육(교육부)과 보육(보건복지부) 담당 부처 간 칸막이가 높고, 법적 근거나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어 학교장이 재량껏 운영해왔다. 도담청솔지역아동센터나 금창초 어린이집 역시 각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의 협업이 없었다면 개원이 불가능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돌봄시설·어린이집 출입문 별도 설치 등 세부적인 시설 기준을 마련하고 △학교 안 시설 이용에 따른 책임을 시설장이 부담하도록 하고 △수도세·전기료 등 공과금도 따로 부과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빈 교실의 개념을 ‘활용 가능한 교실’로 확대해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학교와 협의해 객관적인 산정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빈 교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조사 때마다 결과가 달랐다. 실제 교육부는 빈 교실 개념을 ‘월 1회 또는 연간 9회 미만으로 사용하는 교실’로 정의해 왔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현재 활용 중이더라도 발전적으로 전환 가능한 교실’을 빈 교실로 봤다. 교육부는 앞으로 빈 교실 사용의 우선순위도 정할 방침이다. 수업을 위한 필수학급 등 교육과정 본연 기능에 우선적으로 활용하되, 육아부담 완화를 위해 돌봄서비스, 국공립어린이집 등 지역사회 수요에도 적극 부응할 계획이다. 교사 휴게실이나 자료실로 쓰면서 ‘빈 교실이 없다’고 하는 건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학교 시설을 적극 개방하는 내용을 담아 상반기에 ‘학교시설 활용법’의 입법을 추진한다. 법안 입법이 완료되기 전까지 기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학교 안 어린이집의 법적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성남=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해 국공립어린이집을 짓는 방안이 확정됐다.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학교 빈 교실을 돌봄 수요에 활용하는 내용의 ‘학교시설 활용 및 관리 개선방안’이 심의·확정됐다. 이 총리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협의해 학교시설 활용 원칙에 합의했다”며 “앞으로 추가 협의를 마무리하고 종일 돌봄 사업과 함께 종합해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학교 안 어린이집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교육부와 복지부는 △빈 교실은 우선순위를 정해 활용 △활용 가능한 빈 교실의 객관적 산정 기준 마련 △3월까지 시설 관리 및 안전 책임 가이드라인 마련 등 3개 원칙에 합의했다. 학교 교육활동이나 병설유치원 설립 등에 빈 교실을 우선 활용하되, 돌봄서비스나 국공립어린이집 등 지역사회 돌봄 수요에도 학교 문을 활짝 열기로 방향을 세운 것이다. 교육부는 학교 안 어린이집 설치가 가능하도록 ‘학교시설 활용법’(가칭)을 상반기에 입법 추진해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 ‘학교 안 어린이집―공존을 향해’ 시리즈를 5차례 게재해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국공립어린이집을 제안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해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직후였다. 학교 안 어린이집은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할 수 있는 해법 중 하나다. 하지만 “부처 간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복지부는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하고자 했지만 교육부는 “빈 교실이 부족하다”며 소극적이었다. 본보 보도 뒤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안전하고 비용 부담이 적은 국공립어린이집이 생기기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결국 정부는 부처 간 협의를 시작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 직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별도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방과후 돌봄교실, 어린이집 설치 등 돌봄 수요가 모두 포함된 ‘학교시설 활용법’은 법안 통과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부터 서둘러 처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학교와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두 부처가 칸막이를 허물고 수요자 중심 정책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국내 대학들은 재정의 70% 이상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입학정원이 줄어들면 대부분의 대학은 재정난으로 버티기 어렵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들에 재앙이나 다름없다. 대학의 모든 학년이 저출산 세대로 채워지면(전문대는 2022년, 4년제 대학은 2024년) 대학들은 존폐 위기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폐교 원인은 달랐지만 부실 운영으로 올해 문을 닫게 되는 전북 남원시 서남대와 강원 동해시 한중대의 심각한 실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 폐교 이후 뒤따르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타격 △교직원 대량 실직 △학생 학습권 침해의 충격을 완화할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남규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구조개혁지원팀장은 “지금처럼 2, 3곳이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대학이 문을 닫으면 사회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서둘러 폐교에 관한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 안전망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폐교 명령은 끝이 아닌 시작이나 다름없다. 완전한 폐교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린다. 현재는 폐교명령→해산결정→청산(재산 처분)→해산 등기 및 신고→청산종결의 단계를 거친다. 한중대는 폐교됐지만 중고교는 정상 운영 중이라 해당 법인(광희학원)은 해산되지 않았다. 서남대는 법인은 해산됐으나 잔여 재산이 현 이사장의 자녀에게 귀속됨에 따라 청산을 지연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직원들은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다. 채무도 정리되지 않는다. 폐교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비리 사학에 한해 재산을 국고에 귀속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현재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이 출연한 재산의 소유권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폐교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이 문을 닫을 때처럼 법원이 청산인을 지정하는 방안 △사학진흥기금 등으로 구조조정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폐교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제도적 정비와 함께 폐교 대학 교직원과 학생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립대 교직원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폐교로 직장을 잃으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교수와 교직원들의 실업급여 문제, 재취업 지원 방안 등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재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특별편입학 제도에 관한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폐교 도미노가 현실화되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된 일본에서는 최근 대학 효율화를 화두로 적정한 대학 수를 정하고 국공사립의 틀을 뛰어넘는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에 있는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학원비가 79만7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유아반만 개설한 영어학원(영어유치원)이 117곳, 유아반과 초·중등반을 함께 운영하는 영어학원이 43곳으로 총 160곳이었다. 전국 유아대상 영어학원(474곳)의 34%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유아 영어학원은 강동·송파구가 42곳(26.3%)으로 가장 많았다. 강서·양천구(25곳·15.6%)와 강남·서초구(23곳·14.4%)가 뒤를 이었다. 서울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교습비는 68만8000원이었지만 교습비에 급식, 셔틀버스 등의 비용을 합친 월평균 학원비는 79만7000원 이었다. 월평균 교습비는 강동·송파구가 100만 원으로 가장 비쌌다. 은평·마포·서대문구는 28만9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가장 비싼 학원은 강남·서초구 A학원으로 교습비만 176만 원에 달했다. 정부의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에 “3만 원짜리 방과후 수업을 금지시키면 100만 원짜리 영어학원이 성행한다”는 비판이 근거가 있던 셈이다. 반면 황성순 전국외국어교육협회장은 “일부 지역에서 고액 학원비를 받고 있을 뿐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신학기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됨에 따라 유아 영어학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영어유치원 명칭 사용, 교습비 과다 징수 여부 등을 지도·점검할 계획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학교수가 미성년자 자녀를 공동저자에 올린 논문이 10년간 29개 대학에서 82건으로 조사됐다. 논문 공동저자로 등록될 당시 고3 자녀가 59.5%(48건)를 차지했다. ‘입시용 경력’으로 대입 전형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2007년 2월∼2017년 10월 국제·국내 등재(후보) 학술지에 발표된 전국 4년제 대학 교수 7만여 명의 논문 점검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서울대 A 교수가 자신의 논문 43편에 아들 이름을 올렸다가 적발된 뒤 이뤄진 전수조사 결과다. A 교수는 현재 사직 처리된 상태다. 자녀가 저자에 포함된 대학교수 논문은 성균관대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 7건 △서울대·국민대 6건 △경북대 5건 △경상대·가톨릭대 4건 순이었다. 분야별로 나눠보면 이공 분야가 80건, 인문사회 분야가 2건이었다. 교수가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을 당시 자녀 학년은 고3에 이어 고2 24건(29.3%), 고1 5건(6%) 순이었다.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저자로 등록하는 것은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이번에 적발된 82건 전부에 대해 해당 대학에 연구부정 검증을 요청할 계획이다. 연구부정으로 확인된 논문이 대입 전형에 활용된 사실이 드러나면 입학 취소도 요구하기로 했다. 이미 졸업한 경우도 해당된다. 미성년자가 논문을 쓸 수도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입시용 경력 쌓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논문 기재가 금지됐더라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는 공공연히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입시 때 교과 성적이 낮을 경우 비교과 활동으로 만회하기 위해 경시대회 수상 경력이나 논문이 활용된다”며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학과 지원 동기를 밝힐 때 관련 논문을 쓴 것만큼 경쟁력 있는 스펙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교육부가 다음 달부터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 유치원)을 단속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영어 학원 업계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소속 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는 24일 서울 서초구 외교센터에서 영어교육산업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유아 영어교육은 지식 습득보다 놀이와 이야기, 노래를 활용한 타 문화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인지발달 단계에 따라 진행된다”며 “이를 선행학습으로 분류해 금지하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경우 만 7세 전에 외국어를 가르치는 나라가 2012년 36개국 중 44%(16개국)에서 2017년 40개국 중 53%(21개국)로 늘었다. 조기 영어교육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영어교육 정책 결정 과정에 학원 업계 의사를 반영하고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육비를 지원할 것 등을 요구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자체 실태조사 결과(2015년 기준)에 따르면 서울 지역 반일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하루 평균 영어 수업시간은 4시간 57분에 달했다. 유아들에게 중학교 수준의 단어를 가르치는 등 과도한 선행학습도 이뤄졌다. 월평균 비용은 89만 원으로 최고 180만 원인 곳도 있었다. 교육부는 16일 영어수업 금지 결정을 1년 보류하면서 유아 대상 영어학원 합동 점검을 예고했다. 이 같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방치한 채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만 금지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과도한 학원비, 장시간 수업, 영어유치원 명칭 사용 등 현행법 안에서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 A사립대는 최근 5년간 도서 구입비가 20억 원 수준에 묶여 있다. 해마다 책, 전자 논문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입 도서 수는 계속 줄고 있다. A대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로 매년 10억 원씩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살림이 쪼들리다 보니 도서 구입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B사립대는 최근 외국 대학의 교수를 채용하려다 불발됐다. 수년간 교수 임금이 동결되면서 외국 대학과의 임금 격차가 커졌고, 해외 인재를 데려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B대 관계자는 “모교 졸업생조차 한국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홍콩, 싱가포르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최저임금 인상까지 사립대들이 ‘삼중고’를 겪으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교육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토로한다. ○ “올해도 등록금 동결되는데…” 서울 주요 사립대는 2018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할 예정이다. 올해 등록금을 1.8%(3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지만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없고 정부 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사실상 동결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1인당 평균 등록금은 국립대 413만 원, 사립대 739만 원으로 2010년 이후 제자리다. 2022년까지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면서 재정 압박은 심해졌다. 여기에 최저임금 한파까지 불어닥쳤다. C대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계산해 보니 연간 100억 원의 지출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최근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숭실대 동국대 등에서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일자리를 시간제 근무로 바꾸고 있는 데에는 재정 악화 상황도 반영됐다. 이들 대학은 용역회사와 계약하고 청소노동자를 정년 70세까지, 종일근무로 고용해 왔지만 이 조건으로 고용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수년간 정년 퇴직자에 한해 고용 형태를 바꿔 왔으나 올해 유독 청소노동자 이슈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D대 관계자는 “정년을 늦추고 시급도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해 왔다”며 “교수 및 교직원도 정규직 채용이 어려운 형편인데 정부에서 대학까지 찾아와 압박을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예산 무기로 대학 길들이려 한다”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같은 ‘보여 주기식 정책’에 치중하면서 “‘곳간’ 빈 대학들을 예산으로 손쉽게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위기’가 불 보듯 뻔한데 자체 재정 사업을 할 수도, 대학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대학들은 정부 지원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 “손발을 꽁꽁 묶어 놓은 채 대학은 글로벌 대학이 되라는 것이냐”는 사립대의 불만에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좋은 시절에 비해 어려운 것이지 재정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적립금을 수백억, 수천억 원씩 쌓아 두고 일자리부터 줄인다는 비판에 대해 D대 관계자는 “적립금이 쌓여 있다고 하는데 이는 목적이 정해진 돈으로 일반 운영비로는 쓸 수 없다”며 “적립금을 헐어 쓰는 곳도 있다. 문 닫고 싶은 대학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 교육환경 급변으로 대학들도 ‘외형 경쟁’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강의실 없이 강의가 가능한 시대인데 적립금을 쌓아만 둘 것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청소·경비근로자 전원을 직접 고용한 삼육대를 방문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사회 양극화 문제 해소와 지속 가능한 성장, 3만 달러 시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삼육대가 직접 고용한 청소노동자는 16명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국공립대와 4년제 사립대에 이어 사립전문대 입학금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 입학금을 보전해 주면서 ‘세금 퍼붓기’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18일 사립전문대 입학금 단계적 인하에 합의했다. 사립전문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입학금의 67%를 매년 13.4%포인트씩 인하한다. 나머지 입학금 33%는 올해부터 정부가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한다. 사립전문대 129곳의 평균 입학금은 66만 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올해 신입생은 13.4%포인트 감축액(약 8만8000원)과 국가장학금 지원분(약 21만8000원)을 제외한 약 35만4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에 따른 전문대의 재정적 어려움을 감안해 예산 지원도 매년 500억 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일반재정지원을 새로 도입해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상위 60% 이상 대학이면 별도 평가 없이 지원한다. 그러나 전문대 신입생들이 받는 혜택보다 정부 재정 지원 규모가 커 결국 세금으로 대학을 달랬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8학년도 전문대 신입생은 입학금 621억 원의 부담을 덜게 될 것으로 교육부는 예측했다. 반면 전문대는 국가 장학금지원액(약 441억9000만 원)과 매년 재정지원(500억 원)을 합친 약 942억 원의 예산 지원을 받게 된다. 입학금 폐지라는 명분에 매달려 개인이 내야 할 입학금을 세금으로 메우게 됐다. 특히 저출산으로 대학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전문대들이 불안정한 입학금 대신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확보한 셈이 됐다. 4년제 일반대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4년제 일반대는 대학 업무에 쓰이는 실비(입학금의 20%)를 제외한 나머지 80%를 인하하기로 했다. 전문대는 업무에 쓰이는 실비를 입학금의 33%까지 인정하면서 정부가 올 한 해만 세금 174억 원을 더 투입하게 됐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권 전문대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17일 종로학력평가연구소에 따르면 2018학년도 전문대 정시모집 원서 접수 결과 서울권 9개 전문대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10.4 대 1)보다 높아진 10.9 대 1로 집계됐다. 삼육보건대 경쟁률이 19.7 대 1로 가장 높았고 △서울여자간호대(16.7 대 1) △명지전문대(13.1 대 1)가 뒤를 이었다. 동양미래대는 7.1 대 1로 경쟁률이 가장 낮았다. 간호 보건 유아교육 식품영양 등 취업이 잘되는 학과들이 전문대 경쟁률 상승을 이끌었다. 서울여자간호대의 경우 경쟁률이 지난해 12.6 대 1에서 올해 16.7 대 1로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방송·연기·실용음악 분야의 인기도 식지 않았다. 학과별로 보면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가창 전공)는 135.1 대 1, 한양여대 실용음악과(가창 전공)는 101.9 대 1을 기록했다. 김명찬 종로학력평가연구소장은 “올해 4년제 대학의 정시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졌고 합격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학생들이 전문대에 많이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현행 교육과정에 따르면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 1, 2학년에 이어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방과후 수업 금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 적용으로 규제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초등 교육과정에 처음 영어가 정규과목으로 도입된 것은 1997년 7차 교육과정부터다. 이후 약 20년간 영어교육 시작의 적기는 초등 3학년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모국어를 완벽히 습득하지 않은 유아의 외국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는 학계 의견을 반영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영어 방과후 수업 금지 정책간담회에서 권영민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장은 “(초등 3학년 영어 정규교육이 도입된) 7차 교육과정은 4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문가 1만4000여 명이 참여해 만들었다”며 “당시 초등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이는 국민적 합의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미 유아교육정책과 연구관은 “세계적으로도 초등 3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초등 1, 2학년 영어 수업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결정도 있다. 2016년 2월 영훈초교 학부모들이 제기한 초등 1, 2학년 영어수업 금지 처분 위헌 소송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초등 1, 2학년 시기 영어를 가르치면 한국어 발달과 영어교육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남희 전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유아기는 외국어 교육의 적령기가 아니다”며 “이미 동시통역 기기가 나오는 시대에 외국어 학습보다는 놀이를 통해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이란 발달 단계에 따라 배워야 할 교과목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므로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대 변화에 따라 영어교육 적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영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공교육에서 영어를 배우지 못하도록 하면 계층 간 영어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두고 “스타벅스(Starbucks) 간판을 금지해라”, “공공기관부터 KTX 등 영어 단어 사용하지 말아야” 등의 여론이 들끓었던 이유다. 1997년 영어교육 시작 시기를 중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앞당긴 것은 당시만 해도 시대를 앞선 획기적인 교육 개혁이었다. 안병영 전 교육부 장관은 자신이 펴낸 책 ‘5·31 교육개혁 그리고 20년’에서 “초등 영어교육은 세계화 추세에 비추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찬반 논란의 근거도 지금과 다를 바 없다. 찬성 측에서는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라고 했고, 반대 측에서는 “사교육 팽창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맞는 예측이 된 셈이다. 김정렬 한국교원대 교수는 “영어교육은 문화교육의 일환으로 바뀌었고, 영어는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세계어로 배우는 것”이라며 “유아와 초등 영어교육은 과거처럼 영어 단어와 문법을 달달 외우는 공부가 아닌 만큼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교육부가 아이가 있는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16일 ‘10시 출근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고 오후 7시에 퇴근한다. 아침시간에 좀더 편하게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삶의 질’ 개선을 국정 화두로 던짐에 따라 교육부처럼 다른 부처와 공공기관들도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워라밸)’을 찾으려는 시도를 다양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정부는 이미 주당 근로시간(40시간)을 지키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주당 근무일수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경직된 관료사회 문화로 실제 활용하는 직원이 많지 않았다. 교육부 직원(596명) 중 육아를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한 직원은 매달 평균 6명에 그쳤다. 교육부는 ‘10시 출근제’의 활성화를 위해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10시 출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소속 부서장에게 10시 출근을 승인받아야 했다. 이에 따라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어린 자녀를 둔 교육부 직원 168명 가운데 76명(45.2%)이 10시 출근제를 선택했다. 남성 56명(73.6%), 여성 20명(26.4%)이다. 당초 10시 출근제 대상자 중 남성 비율(67.8%)보다 실제 신청한 남성 비율(73.6%)이 높게 나타나 남성 직원들도 육아에 대한 참여 의지가 높음을 보여줬다. 가장 직급이 높은 직원은 현직 과장(4급)이었다. 이와 함께 생후 1년 미만의 유아를 키우는 직원은 하루 1시간의 육아 시간을 부여받아 퇴근이 1시간 빠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흙수저 아이들의 기회를 빼앗는다’, ‘영어 교육을 금지하는 나라가 있나’, ‘사교육을 규제할 수 없는 교육부의 현실도피성 정책’. 지난해 12월 중순 초등 1, 2학년에 이어 27일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방과후 및 특별활동) 금지 방침이 발표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청원이 150여건 올라왔다. 반발이 거세지자 이튿날 교육부는 부랴부랴 “확정된 바 없다”는 자료를 내놨다. 올해 들어서도 “부잣집 아이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학부모들의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청와대와 여당까지 나서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방침에 급제동을 건 데에는 이처럼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14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수용할 수 있어야 좋은 정책”이라며 “국가교육회의에서 정책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시각에서 1년 동안 치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방침 철회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뜻이다. 다만 선행학습금지법을 직접 적용받는 초등 1, 2학년 방과후 수업 폐지는 번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지→유예→원점 재검토, 후퇴 배경은 그동안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이르면 올해 3월부터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방안을 두고 협의해 왔다. 복지부는 관련 법령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고 한국어린이집연합회 등이 반발하고 있어 당장 시행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학부모들도 “월 3만 원에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100만 원짜리 영어 학원으로 가란 말이냐”라고 반발했다.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금지 방침은 밀고 가되 시행은 1년 유예하는 방향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여론의 압박을 받은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만찬에서도 이런 우려가 전달됐다. 여당 의원들은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놀이식 영어수업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김상곤표’ 교육정책 피로감 누적 지난해 8월 김 장관이 취임한 이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초등 1, 2학년과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등을 강행하면서 교육 현장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 고교-대학으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줄세우기 경쟁’을 완화시키겠다는 정책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서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여당 관계자는 “지역구를 가 보면 학부모들이 낮밤으로 뒤바뀌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학부모 정모 씨(41·여)는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으로 도리어 강남 8학군의 집값이 뛰었고,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로 학원을 보내야 할 처지가 된 서민들의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공교육 내실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위주 정책이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계층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설명이다. 13일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200여 명이 모여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입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반을 둔 수시 확대로 이어지고 대입의 불공정성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생부가 비싼 컨설팅이나 부모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인식 때문이다.○ 설익은 정책 발표로 교육 현장 혼란 가중 교육정책이 이념적인 방향성을 갖고 정교한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발표돼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부동산 강경책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자사고·외고가 폐지되면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영어수업 금지만 해도 무조건 영어 선행학습을 막겠다는 당위적인 가치가 정책적인 판단을 왜곡시켰다. 지난해 9월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에 대한 교육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에서 ‘학부모 71.8%가 유지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가 제시됐지만 결국 금지 강행이 결정됐다. 이번 영어수업 금지로 인한 현장의 반발은 예고된 셈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영어수업 금지 결정은 이명박 정부 영어몰입교육이 적폐라고 보는 진보 진영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교육을 한 번에 바꾸겠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특별활동) 금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밝힌 뒤 3주 만에 해당 정책이 뒤집힌 것이다. 14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1년 동안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여부와 관련한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근본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안건으로 올려 폭넓게 자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철회 가능성도 열어 놓은 셈이다. 교육부는 이번 주에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규제와 관련한 추진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라는 정책 방향은 지켜가되 1년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할 방침이었다. 올해 3월부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유치원·어린이집도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비싼 영어학원으로 등 떠미는 정책’이란 학부모들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자 금지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달도 안 돼 정책이 다시 뒤집어지면서 정부의 설익은 정책 강행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이 치밀한 계획과 여론 수렴 없이 오락가락하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서울 중구의 A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 3년 전 학급 한 개를 없앴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해 7월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빈 교실이 없다”고 답했다. 원래 학급 교실로 쓰던 공간을 방과후 돌봄교실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안 어린이집 확대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초등학교 빈 교실은 934개였다. 지역별로는 광주 186개, 전남 159개, 경기 158개 순이었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학교 안 어린이집으로 사용할 빈 교실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9월 자체 조사해 10일 발표한 경기지역 초등학교 빈 교실(유휴교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756개로 교육부 통계보다 11배 많았다. 불과 2개월 사이에 왜 이렇게 차이가 난 걸까. 이는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서로 다른 빈 교실 기준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사에서 빈 교실 기준을 ‘월 1회 또는 연 9회 미만 사용하는 교실’이라고 했다. 방과후 또는 주 1회 정도만 쓰는 교실도 이미 빈 교실이 아닌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관리자와 행정직원, 학부모, 교수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꾸려 전혀 사용하지 않는 교실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이어도 다른 용도로 전환 가능한 교실’까지 포함한 빈 교실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많은 학교가 학생 수가 줄어 빈 교실이 생기면 어떤 용도로든 활용하고 있어 완전히 비워 놓은 교실만 집계해서는 정확한 실태를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만약 이 기준을 다른 지역에 적용하면 전국 초등학교 빈 교실은 훨씬 더 늘어난다. A초등학교처럼 방과후 돌봄교실로 사용하는 교실은 교육부 기준에 따르면 빈 교실이 아니지만 경기도교육청 기준을 적용하면 빈 교실로 볼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빈 교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조사 기관, 방식에 따라 ‘고무줄 통계’가 된다”며 “학교장 사이에선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했다. 빈 교실 통계가 들쭉날쭉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교육부가 외부 연구팀에 의뢰한 ‘유휴교실 실태분석 및 향후 사회변화 분석을 통한 활용 연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지역 빈 교실은 670개였다. 전국적으로 5316개로 지난해 교육부 발표(934개)보다 약 5배 많았다. 전문가들은 빈 교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경기도교육청 빈 교실 조사를 맡은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교수는 “같은 용도인 교실도 학교장마다 빈 교실인지 판단이 달랐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늘어나는 빈 교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교마다 시설, 구조, 교실 활용도가 크게 달라 통일된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각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려는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학교 빈 교실에 어린이집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복지부는 학교 안 어린이집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초등학생과 어린이집 원아 간 물리적 충돌이 있을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린이집 전기·수도료도 지원할 계획이다.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2일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어린이집 설치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고 현재 약 7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우경임 기자}

《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귀족 학교’로 불린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경쟁은 치열했다. 신입생 추첨 당일이면 곳곳에서 탈락한 엄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결코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던 사립초 열풍이 차갑게 식었다. 서울 사립초 3곳 중 1곳은 신입생 모집이 잘 안돼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 서울 은평구 은혜초는 수년간 정원 미달이 반복되면서 서울에선 처음으로 폐교 신청을 했다. 학비가 비싸긴 해도 공립초보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사립초가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뭘까. 》 서울지역 사립초등학교인 A학교는 최근 인구절벽 위기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쟁률이 1 대 1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4년 전만 해도 입학 경쟁률이 2 대 1이었지만 올해 0.9 대 1로 반 토막이 났다. A학교 교감은 “학교가 설립된 1960년대만 해도 사립초에 대한 학생 수요가 워낙 많아 관내에만 사립초가 9개나 생겼을 정도”라며 “하지만 이제는 적잖은 학교가 학생 유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사립초 B학교는 3년째 입학경쟁률 1 대 1을 유지하며 간신히 정원을 채우고 있다. 지원자가 모두 등록하거나 끝까지 다니는 것은 아니다보니 결원율이 높은 것이 문제다. 약 590명 정원의 이 학교는 지난해 170여 명이 빠져 결원율이 28%에 달했다.○ ‘저출산 직격탄’에 “학생이 모자라” 최근 서울 은평구의 사립초인 은혜초가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사상 첫 폐교를 신청했다. 동아일보 취재결과 은혜초뿐 아니라 서울 사립초 3곳 중 1곳이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서울시교육청의 ‘사립초 경쟁률 및 결원율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번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서울지역 사립초 39곳 중 4곳이 정원보다 적은 지원자가 몰리는 미달 사태를 겪었다. 딱 정원 수준 지원자만 몰려 정확히 1 대 1 경쟁률을 보인 사립초도 3곳이었다. 올해는 미달을 겪지 않았지만 지난 5년간 한번이라도 신입생 미달을 경험해 본 사립초는 6곳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39개 사립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3곳이 최근 5년간 정원 미달을 겪거나 간신히 정원을 맞춘 셈이다. 사립초 지원 경쟁률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로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이 꼽힌다. 서울지역 초등학생 수는 2011년 53만5948명에서 지난해 42만8333명으로 줄었다. 6년 새 10만 명이 감소한 것이다. 국가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사립초는 학생 수 감소가 곧 학교의 재정과 직결된다.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로 학교 운영비와 교사 임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학생 수에 학교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 서울의 한 사립초 관계자는 “공립초는 학생 수가 줄어도 학급당 학생 수나 학급 수 자체를 줄여 운영을 계속할 수 있지만 사립초는 그렇지 않다”며 “사립초는 정부 지원이 없다 보니 학생이 없으면 결국 폐교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영어교육 막히고 특기교육 경쟁력도 추락 올해는 교육부의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으로 사립초들이 설 곳이 더욱 좁아졌다. 저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질 높은 영어교육이 사립초의 강점 중 하나인데, 이와 관련한 교육이 원천 차단되면서 지원자가 더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북부 지역 사립초에 지원한 학부모 최모 씨는 “매달 1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사립초에 보내는데 영어마저 따로 또 돈과 시간을 들여 학원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사립초 지원이 망설여졌던 게 사실”이라며 “주변 엄마들 중에서도 실제 이런 이유로 지원을 포기하거나 당첨되고도 최종 등록을 안 한 가정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사립초 C학교 관계자는 “실제 올해 지원율 하락에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여파가 가장 컸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립초가 중국어 교육 등 차별화되는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립초가 위기를 겪는 동안 공립초의 특기교육이 다양화된 것도 사립초 지원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에는 수영, 승마, 악기교육 등을 사립초에 가야만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공립초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요즘 공립초에도 다양한 분야의 방과후 수업이 개설돼 ‘1인 1악기 프로그램’이나 각종 체육특기활동을 할 수 있다”며 “돌봄교실 같은 경우에는 재정이 빠듯한 사립보다 정부 지원이 많은 공립이 더 잘 돼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공립초에서도 지난해부터 3, 4학년 필수과목으로 생존 수영 수업이 시작됐다. 사립초만의 장점과 특징이 줄어든 반면 비용 부담(연간 1000만 원 내외)은 커지다보니 지역의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부터 사립초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서부지역의 한 사립초 관계자는 “지역 내에서 서울 강남 같은 곳에 비해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학부모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재단재정이 탄탄한 대학부설 사립초나 입지가 좋은 대로변 학교의 경우 타격이 덜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입지조건이 열악한 학교들은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서울 공립 초등학교 가운데 올해 입학대상자가 50명 이하인 ‘미니학교’가 3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공립 초등학교(557곳)의 6.6%에 해당한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입학생이 50명 이하인 37개 학교는 1학년을 1개 반 또는 2개 반밖에 편성하지 못했다. 농·산·어촌뿐 아니라 서울 같은 대도시에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저출산 쇼크’가 밀려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서울 은평구의 사립학교인 은혜초는 학생 감소와 재정 적자를 이유로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폐교 신청을 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를 저출산→학령인구 감소→학교·교사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해 입학생이 가장 적은 서울 공립 초등학교는 종로구 교동초로 입학 대상자는 16명이다. 마포구 창천초와 동작구 본동초의 입학 대상자는 각각 19명, 20명에 불과하다. 이 밖에 입학 대상자가 30명 미만인 학교는 △강남구 대청초 △광진구 화양초 △강서구 등명초 △성동구 사근초 △중랑구 면북초 등이다. 대부분 학교는 구도심에서 인구가 급속히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서울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는 모두 7만7252명으로 지난해(7만8867명)보다 1615명이 줄었다. 초등학교당 전체 학생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서울 초등학교 학교당 학생은 2013년 800명대가 무너진 뒤 2014년 764명, 2015년 752명, 2016년 726명, 2017년 710명으로 700명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내년 10월 한국에서 사상 첫 세계농아인야구대회가 열린다. 타격 소리와 함성소리도 들리지 않는 ‘소리 없는’ 야구대회에 13개국 400여 명이 참가한다. 국제농아인체육연맹(ICSD)으로부터 이번 대회 개최를 이끌어낸 사람은 바로 대한농아인야구협회장인 조일연 전 충주 성심학교장(64)이다. 2002년 창단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단은 영화 ‘글러브’(2011년)의 모델이 된 한국 최초 농아인(청각장애인) 야구단이다. 2003년 전국고교야구대회 첫 출전 이후 아직도 1승을 이루지 못했다. 야구단 창설을 주도하고 선수들을 가르쳤던 조 회장은 “일본 대만 등에서 ‘농아인이 야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사례를 찾아 공부했다”며 “야구를 통해 농아인도 세상과 당당히 겨룰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장애인과 달리 농아인은 평균 학업 성취도가 초등 저학년 수준에 머무는 ‘열 살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음성 정보가 입력되지 않아 문장 구성력과 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또래 학생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런데 야구는 다르다. 장애인 중 오직 농아인만이 정식 야구를 할 수 있다. 청력을 잃은 대신 발달하는 시각을 통한 모방력, 지각력 등 보상 감각이 무기가 된다. 투구 자세를 설명하는 대신 보여주면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894년 국내 최초의 농아인 학교인 평양 맹학교가 설립된 후 120여 년이 지났지만 농아인 삶의 질을 높이는 교육은 이뤄지지 못했다”며 “농아인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건 특수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2007년 성심학교를 그만두고 대한농아인야구협회를 만들어 10년간 세계농아인야구대회 개최를 위한 집념 어린 도전을 해온 이유다.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했던 농아인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 희망을 찾았다. 하지만 졸업 이후 선수로 활약할 수도, 야구를 계속할 여건도 마련되지 않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당시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리던 장왕근 선수(31)는 여러 팀을 전전하다 현재는 호떡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대한농아인야구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성심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은 세계농아인야구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야구로 희망을 이룰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성심학교 선수들, 농아인 사회인야구단, 고교 야구단의 농아인 선수들을 모아 기적을 일으켜 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농아인야구대회에는 청각 손실도 55dB(데시벨) 이상(일상적인 대화가 어려운 수준)의 만 16세 이상 청각장애인이 참여한다. 아직 개최 도시와 후원 기업은 결정되지 않았다. 조 회장의 최종 목표는 야구가 ‘데플림픽’(농아인 올림픽·DEAFLYMPICS)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정부의 선수 지원 및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 현재를 함부로 살게 됩니다. 말썽쟁이였던 학생들이 야구를 시작한 뒤 삶 자체가 달라지더군요. 농아인들이 야구대회만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6세 딸을 둔 이모 씨(35·여·서울 영등포구)는 최근 또래 엄마들과 ‘어떤 영어학원이 좋으냐’는 대화를 자주 한다. 지난해 말 교육부가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발표한 뒤부터다. 이 씨는 “어린이집에서 3만 원을 내고 (아이가) 영어를 배워 왔는데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이 금지되면 몇 배나 비싼 영어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인 이 씨는 학원 라이딩(차로 데려다주기)도 힘들어 다른 아이들 모두 영어학원에 가고 딸 혼자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거리다. 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수업(특별활동)을 금지하되 사교육비 걱정이 큰 학부모들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교육부는 누리과정(만 3∼5세 공통교육)을 놀이 중심으로 전환하고 유치원·영어 수업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수업은 3만∼4만 원대의 싼 비용으로 이뤄져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6세 딸을 유치원에 보낸 김모 씨(33·여·경기 수원시)는 “유치원에서 가르치는 영어는 놀이수업으로 이뤄진다”며 “공교육 영어가 아니라 사교육 영어가 문제인데 정부가 오히려 영어학원을 가라고 등 떠미는 격”이라고 정부 방침을 꼬집었다. 김용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유치원과 달리 돌봄 시간이 긴 어린이집은 다양한 특별활동에 대한 요구가 높다”며 “(이번 금지 방안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치원·어린이집뿐만 아니라 기존에 금지 방침이 확정된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허용해 달라는 청원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공교육 안에서 영어수업이 금지되면 계층 간 교육 격차가 오히려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반면 교육부는 영어수업 금지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종과 제주는 이미 교육감 권한으로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을 금지하고 있는데 ‘학원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영·유아 영어 조기교육도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보고 있다. 2015년 전국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특별활동 이용비율(중복응답)에서 어린이집 원아의 45.4%, 유치원 원아의 46.9%가 영어를 배우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2명 중 1명은 영어를 배우고 있는 셈이다. 학계에서는 영어 조기교육의 효과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영어교육 시작 시기와 습득 속도의 상관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영어 학습으로 유아들이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이미지 기자}
정부가 당초 올해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특별활동 금지 시기를 늦출 방침이다. 사교육비 증가를 우려한 학부모들의 반발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7일 “누리과정과 초등 교육과정이 연계돼 있어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방침은 불변”이라며 “하지만 부처 간 협의가 남아 있는 데다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적용 시기를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유예 기간과 세부 방안을 마련해 이달 말경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치원·어린이집 5만여 곳의 영어 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3년 유예기간을 거친 뒤 올해 3월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전면 금지된 것과 보조를 맞춘 조치다. 이런 상황에서 유치원·어린이집만 영어 특별활동을 허용한다면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교육부는 어린이집 및 학부모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영어수업을 금지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016년 취임해 임기 반환점을 앞둔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은 ‘뼛속까지 숙명인’이라는 평을 듣는 동문 출신 총장이다. 모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강 총장은 ‘르네상스 숙명’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대적인 ‘교육 혁신’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한편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강 총장은 “1906년 대한제국 황실이 설립한 최초 민족 여성사학 숙명의 창학 이념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미래의 가치를 품은 글로벌 숙명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19대 숙명여대 총장으로 취임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총장에 취임하며 다짐했던 나름의 목표를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교육정책이 변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총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얀 도화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숙명이 그동안 쌓아온 유무형의 자산을 계승하면서 명문 숙명을 더 발전시키는데 일조하는 ‘릴레이 주자’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대학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숙명여대는 어떤 발전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숙명이 보유한 전통과 교육철학을 연계시키면서 ‘미래의 가치를 품은 글로벌 숙명’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특성화하고자 합니다. 프라임 사업 선정에 따라 신설된 공대가 기존 인문사회예체능 분야와 시너지를 창출해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겠습니다. 현재 교내에 특성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운영 중인데, 우선 사회 수요와 내부 추진 실적에 따라 ‘헬스케어,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 정신), 글로벌 시티즌십, 인문-예술-기술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해 발전 전략을 마련 중입니다.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환류 시스템 완비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낼 계획입니다. 온라인 개방형 강좌인 ‘MOOC’ 등 혁신적 교육방식이 등장하면서 외부 교육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시대인 만큼 지역사회 및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여자대학이라는 사회적 소명도 다해야 합니다. 산학협력단에 국내 대학 최초로 젠더혁신센터를 신설했습니다. 남녀 간 차이를 고려해 새로운 지식 창출과 기술 활용을 촉진하고, 기술민주주의 시대에 양성평등을 선도하고자 만든 곳입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음성인식기술도 여성 음성에 비해 남성 음성을 잘 인식합니다. 남성 연구자가 많아 남성 음성 샘플이 많아서라고 합니다. 앞으로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협업해 젠더혁신 연구 개념을 여러 분야에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지난해 동아일보 ‘청년드림 우수대학’에 이어 진로지도 분야 베스트 프랙티스 대학으로 선정됐습니다.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돕는 것은 대학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직무역량별로 30개 전공 진로교과를 개발하고 전공별로 심화·실습을 위한 35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설해 교과목과 연계했습니다. 또 서울 용산구라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만든 용산전자상가 내 숙명 크로스캠퍼스(Cross Campus)를 만들어 현장형 수업을 늘렸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AWS(AmazonWeb Service)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 우수 여성 IT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취업·창업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내 앙트러프러너십 센터, 창업보육센터 등을 통해 기업가 정신부터 실제 제품 개발, 크라우드펀딩까지 창업교육 전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입 준비 중인 수험생들에게 숙명여대를 소개해 주십시오. “숙명은 대한제국 황실이 ‘여성교육을 통한 구국애족’을 위해 설립한 대학입니다. 남성 중심적 사회규범과 교육 패러다임에 정면으로 도전한 혁신적인 학풍과 정신이 숙명여대 안에 있습니다. 기록을 찾아보니 1919년 당시 우리나라 교원의 21%가 숙명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역사는 곧 숙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숙명여대의 역사는 소수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헌신한 결과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최고의 여성사학이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숙명은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대학, 전통과 혁신의 조화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대학이 되겠습니다. 이곳에서 ‘지덕체를 겸비한 미래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