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아

서영아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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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100세 시대를 생각합니다.

sya@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칼럼44%
복지43%
경제일반7%
인사일반3%
사회일반3%
  • “고도 성장기 영광을 다시 한번!”…日 오사카 2025 엑스포 유치에 환호

    ‘고도 성장기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오사카(大阪)시의 ‘2025 세계박람회(World Expo)’ 유치 소식에 일본이 환호하고 있다. 오사카시는 24일 오전 1시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에서 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를 물리치고 개최 자격을 획득했다. 오사카 시내 거리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성공 소식에 환호성을 올렸다. 세계박람회가 오사카에서 열리는 것은 1970년에 이어 55년 만, 일본에서 열리는 것은 2005년 아이치(愛知) 박람회 이후 20년 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새벽 담화를 내고 “개최지뿐 아니라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오사카 세계박람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5년 뒤에 열리게 된다. 일본인들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6년 뒤 오사카 박람회가 개최됐던 기억을 떠올리며 “1960, 70년대 고도 성장기에 열렸던 두 행사가 재현되는 것”이라며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오사카에서 박람회를 연다는 아이디어는 2014년 8월 간사이(關西) 경제 성장전략의 하나로 현지에서 제안됐다. 일본 정부는 2017년 4월 이를 각의 결정했고 올 6월 개발도상국 등 100여 개국에 박람회 참가 비용으로 모두 240억 엔(약 24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힘을 실어줬다. 박람회 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사회의 디자인’. 2025년 5월 3일~11월 3일 개최되며 예상 방문객은 약 2800만 명, 경제 파급 효과는 2조 엔(약 20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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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뭇잎 팔아 억대 매출… 젊은 전문직 인재 ‘핀포인트 유치’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시달리는 일본의 지방에는 주민들이 자조(自助)하면서 위기에 적응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해 가는 작은 마을이 적지 않다. 집 근처의 흔한 나뭇잎을 팔아 억대 매출을 올리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젊은 전문직 인재들을 적극 유치해 마을의 활로를 찾는 마을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보화기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9, 20일 시코쿠(四國) 지방 도쿠시마(德島)현의 산골에서 그렇게 변신하고 있는 마을 두 군데를 찾아가 봤다. 도쿠시마현 산간부의 가미카쓰(上勝)정은 인구 1570여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52%를 차지한다. 일본에서 골칫거리로 지적되는 ‘한계마을’, 즉 젊은이들이 떠난 뒤 노인들만 남아 사회공동체 유지가 곤란해진 마을의 전형이라 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직접 가본 마을에는 활기가 넘쳤다. 정보화기기를 활용한 ‘잎사귀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고령자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있었다. 최고 연간 2000만 엔(약 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농가도 있었다. 가미카쓰정의 잎사귀 비즈니스란 일본 요리를 장식하는 제철 잎사귀, 꽃 등 ‘장식용 채소’를 고령자들이 재배부터 출하, 판매까지 맡아서 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 요리에 쓰이는 잎사귀 종류는 320종 이상으로 사시사철 다양한 잎사귀를 출하한다. 마을에서 약 150가구, 300여 명이 이 일에 종사한다. 일손의 중심은 70대 고령자로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고령자들, 나뭇잎 따서 팔아 억대 매출도 산중턱에서 홀로 살며 잎사귀를 모아 납품하는 니시카게 유키요(西蔭幸代·81) 할머니도 그런 고령자 중 한 사람이다. 19일 오전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그는 집 근처에서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땄다. 바구니를 가득 채우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요즘은 단풍잎이 인기래. 잎사귀는 곱고 가벼워서 나 같은 노인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할 수 있어요. 정년도 없죠. 100세까지는 일하려고 해요.” 니시카게 할머니는 26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본래 휴대전화도 쓸 줄 모르던 할머니가 지금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용한다. 내친김에 페이스북도 시작했다. 3년 전 작고한 남편이 한때 원예업을 한다고 집 근처에 다양한 나무를 심어 놓은 것이 생활의 원천이 됐다. 매일 오전 5시면 일어나 혈압을 재고 식사를 한다. 아침 드라마까지 시청한 뒤 주문이 들어오는 8시가 되기 5분 전 태블릿 앞에 대기한다. 본인이 출하할 수 있는 주문이 있으면 ‘수락’ 버튼을 누른다. 따온 잎사귀를 예쁘게 다듬어 팩에 담고 상자에 넣어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농협 지부에 가져가 등록하면 업무 완료. 이런 할머니들을 돕는 게 고령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개발된 ‘가미카쓰 정보 네트워크’다. 태블릿 단말기로 시장 동향이나 매출, 단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납품 의사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그날 출하할 잎사귀 양이나 출하처를 조정할 수 있으니 시장가격은 꽤 안정적인 편이다. 오전 11시경 찾아간 농협 출하장에는 잎사귀 상자를 실은 고령자들의 차량이 속속 도착했다. 단풍잎의 경우 10팩들이 한 상자에 3000엔을 받는다. 유통 과정을 거친 뒤 시장에서는 6000엔에 팔린다고 한다. 출하장에서 만난,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한 할아버지는 이날 9상자를 출하했다. 2만7000엔. 쏠쏠한 수입이다. 9상자라 해도 할아버지가 한 손으로 번쩍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1986년 외지 출신 농협 직원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틈새시장 현지에서 ‘이로도리(彩)’라 불리는 잎사귀 비즈니스는 1986년 외지 출신 농협 직원이 고령자와 여성도 일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찾다가 발견한 틈새시장이다. 그 직원이 현재 이로도리사의 사장인 요코이시 도모지(橫石知二·60) 씨다. 그는 초창기 힘든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농협 직원이던 20대 시절, 출장 갔던 오사카의 식당에서 접시에 장식된 단풍잎을 보고 즐거워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가미카쓰정은 그해 밀감 농사를 망쳐 도탄에 빠져 있었죠. 이곳 농민들을 설득해 어렵사리 네 집이 잎사귀를 모아줬지만 출하해도 팔리지 않아 고생했습니다. 시장조사에 판로 개척 등 할 일이 많았던 거죠.”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지금 이 마을에서 생산하는 잎사귀들은 전국 시장의 70∼80%를 차지한다.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우리 지역에도 잎사귀가 많다’며 시찰하러 오는 분도 많았고 시장에 뛰어드는 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 (우리를) 이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요코이시 사장) 가미카쓰정의 무기는 이로도리사와 농협이 힘을 합쳐 수십 년간 구축한 소프트웨어다. 전국 시장과 실시간으로 연결돼 과다 출하를 막고 상품의 질을 관리한다. 이렇게 쌓은 고객과의 신뢰가 전국의 유통구조를 굳건하게 받쳐 준다. 다만 요즘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고민이다. 특히 올해처럼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해에는 다른 지역에서 출하해 주는 것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한다. 이로도리 농가의 일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주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취미 삼아 쉬엄쉬엄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해서 마을 전체가 연간 2억6000만 엔(약 26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최고 연간 2000만 엔을 버는 할머니를 필두로 매일 개인당 성적표가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돼 노인들을 분발하게 한다.○ 즐겁게 일하니 건강도 좋아져 마을 공영 요양원 폐쇄 노인들이 바쁘게 일하니 덩달아 건강도 좋아졌다. 마을에 있던 공영 요양원은 이용자가 줄어 아예 폐쇄됐다. 대신 사설 요양원이 몇 군데 들어섰지만 최근 10년간 1인당 의료비는 도쿠시마현 내에서 최저 수준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마을에는 신축 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워낙 고령자가 많다 보니 종사자 수는 조금씩 줄고 있다. 대신 외지에서 젊은이들이 들어왔다. 햐쿠노 다이치(百野大地·33) 씨도 5년 전 두 자녀와 함께 이곳으로 이주해온 싱글파더다. 오전에는 잎사귀를 따고 오후에는 농사를 배우며 연간 200만∼300만 엔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그는 “도시보다 이웃의 정이 남아 있고 생활비도 10분의 1 수준”이라고 자랑한다. 그처럼 외지에서 이주해오는 젊은이들은 매년 20명 선. 이들이 새로운 이주자들을 부르는 선순환이 생겨나고 있다. 이 마을은 소각 매립 쓰레기를 2020년까지 완전히 없앤다는 ‘쓰레기 0’ 운동으로도 2003년부터 전국에 유명해졌다. 마을 유일의 쓰레기 집하장에는 주민들이 직접 분류할 수 있도록 45종류로 세밀하게 분류된 바구니가 놓여 있다. 가령 투명한 유리병과 갈색 유리병은 재활용 경로가 다르니 분류부터 따로 한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의 81%가 자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빈집 배정받으려 줄 선 이주희망자 200여 명 인접한 산간마을 가미야마(神山)정은 지역 비영리법인 ‘그린밸리’가 주도한 이주자 유치 사업이 성공하면서 낡은 민가가 속속 사무실이나 점포로 변신 중이다. 인구 5400여 명의 이 마을도 고령화율 50%에 달하는 한계마을이다. 지역민이 중심이 된 그린밸리는 2003년부터 ‘가미야마 프로젝트’를 시작해 마을의 장래에 필요한 각종 인재들을 핀포인트식으로 유치하고 정착을 지원해 왔다. 마을 곳곳에 있는 빈집을 활용하는 역발상이었다. 마을에 빵집이 필요하다면 “이 빈집은 빵집을 낼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식이다. 현재 빈집을 소개해 달라는 이주희망자 약 200명이 줄을 서 있지만 빈집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한다. 가미야마 프로젝트를 낳은 주인공 오미나미 신야(大南信也·65) 그린밸리 이사의 본업은 건설업이다. “현재 5000명인 인구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면 2060년에는 1100명으로 줄어든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이런저런 노력을 해 최근 몇 년간 연평균 24명 정도의 신규 입주자가 유입됐는데, 이 상태가 유지되면 2060년 인구는 1900명대가 됩니다. 저희는 이를 3200명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매년 44명의 신규 이주자를 받아들여야 하죠.” 십수 년간 이주민 유치 사업을 주도해 온 그는 가미야마의 인구를 늘린다는 욕심은 버렸다고 말한다. “일본 전국에서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가미야마도 피할 수는 없죠. 대신 인구 구성의 질을 좋게 하자. 그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마을을 유지하자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을 ‘창조적 인구 감소’를 추구한다고 표현했다.○ 인구는 줄더라도 질을 좋게…창조적 인구 감소 2012년 20년간 방치됐던 양조장을 개조해 위성사무실과 아카이브를 만든 디지털 영상업체 플랫 이즈의 스미타 데쓰(隅田徹·56) 대표이사는 직원 16명과 함께 이곳에서 일한다. 도쿄 시부야 사무실의 지부처럼 시작했던 가미야마 사무실의 환경에 매료돼 아예 거주지를 이곳으로 옮겼다. 그는 “시부야에서 일하건 가미야마에서 일하건 급여도 직책도 똑같다”며 “정보화 시대에 반드시 같은 사무실에 있어야 일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도쿠시마의 인터넷 속도는 도쿄나 오사카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공공사업의 실수’로 지나치게 좋은 선이 깔렸기 때문이라는 것. 그가 소장한 디지털 영화만 수십만 본이다. 몇 년 전 지인들끼리 즐기려 시작한 영화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는 초등학교 옛 교사를 빌려 수십 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6년 전 가미야마의 옛 민가를 개조해 웹 디자인 회사 ‘키네토스코프’사를 설립한 히로세 기요하루(廣瀨圭治·46) 대표는 지역특산품을 창출하며 적극적인 지역공헌에 나선 사례다. 가미야마에 지천인 삼나무를 이용한 용기 제작으로 지역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가 삼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 컵은 1개 1만3000엔으로 고가지만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지난해부터 장인을 고용해 공방을 만들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그는 대도시인 오사카에서 10년 넘게 일해 왔지만 가미야마에서 완전히 다른 삶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도시에서는 미친 듯이 일하고 돈을 벌고 나면 휴식도 오락도 그 돈으로 해결하는 생활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돈이 없이도 자연과 인정 속에서 쉬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이주민이 들어오니 빵집도, 식당도, 게스트하우스도 생겼다 가미야마정에는 현재 정보기술(IT)기업 16개사가 위성사무실을 설치했다. 전입자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2011년엔 사상 처음으로 전입자 수가 전출자 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주자가 늘면서 마을에 없던 음식점이나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생겨나 외부로부터 손님을 부르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일랜드인이 이주해와 유럽풍 수제 맥주 공방을 열었다. ‘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온다.’ 일본에서 지방 활성화를 논할 때 많이 거론되는 말이다. 이 말대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처했던 두 마을은 밖으로부터의 도움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미래를 열어 나가고 있었다.도쿠시마=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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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이들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마을서 ‘억대’ 매출을?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시달리는 일본의 지방에는 주민들이 자조(自助)하면서 위기에 적응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해 가는 작은 마을이 적지 않다. 집 근처의 흔한 나뭇잎을 팔아 억대 매출을 올리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젊은 전문직 인재들을 적극 유치해 마을의 활로를 찾는 마을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보화기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9, 20일 시코쿠(四國) 지방 도쿠시마(德島)현의 산골에서 그렇게 변신하고 있는 마을 두 군데를 찾아가 봤다.도쿠시마현 산간부의 가미카쓰(上勝)정은 인구 1570여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52%를 차지한다. 일본에서 골칫거리로 지적되는 ‘한계마을’, 즉 젊은이들이 떠난 뒤 노인들만 남아 사회공동체 유지가 곤란해진 마을의 전형이라 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직접 가본 마을에는 활기가 넘쳤다. 정보화기기를 활용한 ‘잎사귀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고령자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있었다. 최고 연간 2000만 엔(약 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농가도 있었다. 가미카쓰정의 잎사귀 비즈니스란 일본 요리를 장식하는 제철 잎사귀, 꽃 등 ‘장식용 야채’를 고령자들이 재배부터 출하, 판매까지 맡아서 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 요리에 쓰이는 잎사귀 종류는 320종 이상으로 사시사철 다양한 잎사귀를 출하한다. 마을에서 약 150가구, 300여 명이 이 일에 종사한다. 일손의 중심은 70대 고령자로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고령자들, 나뭇잎 따서 팔아 억대 매출도 산중턱에서 홀로 살며 잎사귀를 모아 납품하는 니시카게 유키요(西蔭幸代·81) 할머니도 그런 고령자 중 한 사람이다. 19일 오전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그는 집 근처에서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땄다. 바구니를 가득 채우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요즘은 단풍잎이 인기래. 잎사귀는 곱고 가벼워서 나 같은 노인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할 수 있어요. 정년도 없죠. 100세까지는 일하려고 해요.” 니시카게 할머니는 26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본래 휴대전화도 쓸 줄 모르던 할머니가 지금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용한다. 내친김에 페이스북도 시작했다. 3년 전 작고한 남편이 한때 원예업을 한다고 집 근처에 다양한 나무를 심어 놓은 것이 생활의 원천이 됐다. 매일 오전 5시면 일어나 혈압을 재고 식사를 한다. 아침 드라마까지 시청한 뒤 주문이 들어오는 8시가 되기 5분 전 태블릿 앞에 대기한다. 본인이 출하할 수 있는 주문이 있으면 ‘수락’ 버튼을 누른다. 따온 잎사귀를 예쁘게 다듬어 팩에 담고 상자에 넣어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농협 지부에 가져가 등록하면 업무 완료. 이런 할머니들을 돕는 게 고령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개발된 ‘가미카쓰 정보 네트워크’다. 태블릿 단말기로 시장 동향이나 매출, 단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납품 의사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그날 출하할 잎사귀 양이나 출하처를 조정할 수 있으니 시장가격은 꽤 안정적인 편이다. 오전 11시경 찾아간 농협 출하장에는 잎사귀 상자를 실은 고령자들의 차량이 속속 도착했다. 단풍잎의 경우 10팩들이 한 상자에 3000엔을 받는다. 유통 과정을 거친 뒤 시장에서는 6000엔에 팔린다고 한다. 출하장에서 만난,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한 할아버지는 이날 9상자를 출하했다. 2만7000엔. 쏠쏠한 수입이다. 9상자라 해도 할아버지가 한 손으로 번쩍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1986년 외지 출신 농협 직원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틈새시장 현지에서 ‘이로도리(彩)’라 불리는 잎사귀 비즈니스는 1986년 외지 출신 농협 직원이 고령자와 여성도 일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찾다가 발견한 틈새시장이다. 그 직원이 현재 이로도리사의 사장인 요코이시 도모지(橫石知二·60) 씨다. 그는 초창기 힘든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농협 직원이던 20대 시절, 출장 갔던 오사카의 식당에서 접시에 장식된 단풍잎을 보고 즐거워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가미카쓰정은 그해 밀감 농사를 망쳐 도탄에 빠져 있었죠. 이곳 농민들을 설득해 어렵사리 네 집이 잎사귀를 모아줬지만 출하해도 팔리지 않아 고생했습니다. 시장조사에 판로 개척 등 할 일이 많았던 거죠.”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지금 이 마을에서 생산하는 잎사귀들은 전국 시장의 70~80%를 차지한다.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우리 지역에도 잎사귀가 많다’며 시찰하러 오는 분도 많았고 시장에 뛰어드는 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 (우리를) 이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요코이시 사장) 가미카쓰정의 무기는 이로도리사와 농협이 힘을 합쳐 수십 년간 구축한 소프트웨어다. 전국 시장과 실시간으로 연결돼 과다 출하를 막고 상품의 질을 관리한다. 이렇게 쌓은 고객과의 신뢰가 전국의 유통구조를 굳건하게 받쳐 준다. 다만 요즘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고민이다. 특히 올해처럼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해에는 다른 지역에서 출하해 주는 것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한다. 이로도리 농가의 일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주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취미 삼아 쉬엄쉬엄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해서 마을 전체가 연간 2억6000만 엔(약 26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최고 연간 2000만 엔을 버는 할머니를 필두로 매일 개인당 성적표가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돼 노인들을 분발하게 한다.●즐겁게 일하니 건강도 좋아져 마을 공영 요양원 폐쇄 노인들이 바쁘게 일하니 덩달아 건강도 좋아졌다. 마을에 있던 공영 요양원은 이용자가 줄어 아예 폐쇄됐다. 대신 사설 요양원이 몇 군데 들어섰지만 최근 10년간 1인당 의료비는 도쿠시마현 내에서 최저 수준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마을에는 신축 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워낙 고령자가 많다 보니 종사자 수는 조금씩 줄고 있다. 대신 외지에서 젊은이들이 들어왔다. 햐쿠노 다이치(百野大地·33) 씨도 5년 전 두 자녀와 함께 이곳으로 이주해온 싱글파더다. 오전에는 잎사귀를 따고 오후에는 농사를 배우며 연간 200만~300만 엔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그는 “도시보다 이웃의 정이 남아 있고 생활비도 10분의 1 수준”이라고 자랑한다. 그처럼 외지에서 이주해오는 젊은이들은 매년 20명 선. 이들이 새로운 이주자들을 부르는 선순환이 생겨나고 있다. 이 마을은 소각 매립 쓰레기를 2020년까지 완전히 없앤다는 ‘쓰레기 0’ 운동으로도 2003년부터 전국에 유명해졌다. 마을 유일의 쓰레기 집하장에는 주민들이 직접 분류할 수 있도록 45종류로 세밀하게 분류된 바구니가 놓여 있다. 가령 투명한 유리병과 갈색 유리병은 재활용 경로가 다르니 분류부터 따로 한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의 81%가 자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빈집 배정받으려 줄 선 이주희망자 200여 명 인접한 산간마을 가미야마(神山)정은 지역 비영리법인 ‘그린밸리’가 주도한 이주자 유치 사업이 성공하면서 낡은 민가가 속속 사무실이나 점포로 변신 중이다. 인구 5400여 명의 이 마을도 고령화율 50%에 달하는 한계마을이다. 지역민이 중심이 된 그린밸리는 2003년부터 ‘가미야마 프로젝트’를 시작해 마을의 장래에 필요한 각종 인재들을 핀포인트식으로 유치하고 정착을 지원해 왔다. 마을 곳곳에 있는 빈집을 활용하는 역발상이었다. 마을에 빵집이 필요하다면 “이 빈집은 빵집을 낼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식이다. 현재 빈집을 소개해 달라는 이주희망자 약 200명이 줄을 서 있지만 빈집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한다. 가미야마 프로젝트를 낳은 주인공 오미나미 신야(大南信也·65) 그린밸리 이사의 본업은 건설업이다. “현재 5000명인 인구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면 2060년에는 1100명으로 줄어든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이런저런 노력을 해 최근 몇 년간 연평균 24명 정도의 신규 입주자가 유입됐는데, 이 상태가 유지되면 2060년 인구는 1900명대가 됩니다. 저희는 이를 3200명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매년 44명의 신규 이주자를 받아들여야 하죠.” 십수 년간 이주민 유치 사업을 주도해 온 그는 가미야마의 인구를 늘린다는 욕심은 버렸다고 말한다. “일본 전국에서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가미야마도 피할 수는 없죠. 대신 인구 구성의 질을 좋게 하자. 그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마을을 유지하자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을 ‘창조적 인구 감소’를 추구한다고 표현했다.●인구는 줄더라도 질을 좋게…창조적 인구 감소 2012년 20년간 방치됐던 양조장을 개조해 위성사무실과 아카이브를 만든 디지털 영상업체 플랫 이즈의 스미타 데쓰(隅田徹·56) 대표이사는 직원 16명과 함께 이곳에서 일한다. 도쿄 시부야 사무실의 지부처럼 시작했던 가미야마 사무실의 환경에 매료돼 아예 거주지를 이곳으로 옮겼다. 그는 “시부야에서 일하건 가미야마에서 일하건 급여도 직책도 똑같다”며 “정보화 시대에 반드시 같은 사무실에 있어야 일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도쿠시마의 인터넷 속도는 도쿄나 오사카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공공사업의 실수’로 지나치게 좋은 선이 깔렸기 때문이라는 것. 그가 소장한 디지털 영화만 수십만 본이다. 몇 년 전 지인들끼리 즐기려 시작한 영화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는 초등학교 옛 교사를 빌려 수십 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6년 전 가미야마의 옛 민가를 개조해 웹 디자인 회사 ‘키네토스코프’사를 설립한 히로세 기요하루(廣瀨圭治·46) 대표는 지역특산품을 창출하며 적극적인 지역공헌에 나선 사례다. 가미야마에 지천인 삼나무를 이용한 용기 제작으로 지역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가 삼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 컵은 1개 1만3000엔으로 고가지만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지난해부터 장인을 고용해 공방을 만들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그는 대도시인 오사카에서 10년 넘게 일해 왔지만 가미야마에서 완전히 다른 삶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도시에서는 미친 듯이 일하고 돈을 벌고 나면 휴식도 오락도 그 돈으로 해결하는 생활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돈이 없이도 자연과 인정 속에서 쉬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이주민이 들어오니 빵집도, 식당도, 게스트하우스도 생겼다 가미야마정에는 현재 정보기술(IT)기업 16개사가 위성사무실을 설치했다. 전입자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2011년엔 사상 처음으로 전입자 수가 전출자 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주자가 늘면서 마을에 없던 음식점이나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생겨나 외부로부터 손님을 부르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일랜드인이 이주해와 유럽풍 수제 맥주 공방을 열었다. ‘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온다.’ 일본에서 지방 활성화를 논할 때 많이 거론되는 말이다. 이 말대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처했던 두 마을은 밖으로부터의 도움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미래를 열어 나가고 있었다. 도쿠시마=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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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개그맨’ 된 日사이버보안 담당상

    일본의 사이버보안 담당 장관이 연일 말실수와 무책임한 답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TV매체들은 그의 국회 활약상을 개그처럼 다루고 있다. 올림픽 담당상을 겸하는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사진) 사이버보안 담당상은 21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컴맹 사실을 문제 삼으며 자질이 의문시된다고 지적하자 “여러 능력을 총결집해 판단해주는 것이 나의 업무”라며 “판단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14일 의회에서 “내가 컴퓨터를 칠 일은 없다”고 스스로 밝혀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이 이를 보도하면서 해외에까지 알려졌다. 한 야당 의원이 “사이버보안 담당상으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혹이 세계에서 제기됐다”고 비꼬자 “그렇게 내 이름이 세계에 알려졌는가. 좋건 나쁘건 유명해진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 22일에는 야당 의원이 “스마트폰 같은 건 사용하느냐”고 묻자 “스마트폰은 매우 편리하므로 하루에도 몇 번씩 쓰고 있다. 걱정 없다. 위험한 일에 대한 안전대책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야당은 적임이 아닌 사람을 임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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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사가 “요즘 애들은…” 꼰대 발언땐 AI선풍기가 회식자리에 찬바람 ‘쌩’

    회식 자리에서 선배나 상사가 “요즘 젊은 애들은…”, “내가 소싯적에…” 하는 말을 꺼내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럴 때 어디선가 찬 바람이 불어온다면? 일본 최대 수제맥주회사 요호브루잉이 인공지능(AI)을 사용해 회식 자리에서 선배나 상사들의 ‘꼰대스러운’ 발언이 나올 경우 작동하는 선풍기를 개발했다. 2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선배풍(先輩風) 1호’라는 이름을 가진 이 선풍기는 상사나 선배가 ‘내가 젊었을 때는…’ ‘요즘 젊은이들은…’처럼 선배연하는 말을 꺼내면 자동으로 작동된다. 선풍기의 두뇌 부분에 설치된 IBM사의 ‘왓슨’ 등 2개의 AI는 약 2000가지의 꼰대스러운 단어를 기억해두고 있다. 그러다가 대화 중에 등장하는 30년 전 연호인 “쇼와(昭和) 시절에는…”이나 20여 년 전인 “거품경제 시절에 말이지” 같은 키워드들을 검출해낸다. 말이 길어지면 그것도 수치화한다. 이런 식으로 종합적으로 계산해 일정 수치를 넘으면 의자 등받이에 붙은 선풍기 6대가 돌아간다. 수치 상승과 비례해 3단계로 설정된 바람의 세기도 강해진다. 직장 회식에 참석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가 20∼50대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조사에서 약 60%가 상사와의 회식에서 “무용담이나 자랑을 억지로 들어야 했다”고 답했다. 또 윗사람이 아랫사람보다 1.7배나 길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회사는 자유롭고 평등한 회식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사외 프로그래머나 조형작가의 협력을 얻어 약 2개월에 걸쳐 선배풍 1호를 제작했다. 요호브루잉 홍보 담당자는 “기계가 화제가 돼 바람직한 회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8월 선배풍 1호를 도쿄의 맥주레스토랑에 설치해 실제로 바람이 부는 장면을 촬영해 유튜브로 공개하자 재생횟수는 170만 회를 돌파했다. 선배나 상사들 가운데서는 “자기도 모르게 선배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부 후배들은 “경험에 입각한 조언 등 좋은 선배의 얘기는 들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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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검찰, 日최대은행 ‘北돈세탁 연루’ 수사

    미국 검찰이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三菱) UFJ 파이낸셜그룹(MUFG)을 북한의 돈세탁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NYT 보도를 토대로 이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NYT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검찰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미쓰비시 UFJ가 신분 확인을 게을리한 것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북-중 접경지역은 북한 자금세탁의 온상 중 하나로 지목돼 왔으며, 이 중국인 고객도 지난해 말부터 자금세탁에 관여해 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주 금융서비스국(DFS)에 따르면 미쓰비시 UFJ는 국제적으로 제재 대상인 국가와 개인을 상대로 거래를 금지하는 내부시스템(내규)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의혹을 사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 연방검찰은 지난해 하반기 MUFG에 소환장을 냈다는 것이다. NYT는 북한이 미쓰비시 UFJ를 통해 실제로 자금세탁을 했는지에 관해 DFS가 증거를 확보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쓰비시 UFJ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문의에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말할 뿐 NYT 보도 내용의 진위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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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곤 닛산회장 체포 뒤엔 佛-日 주도권 싸움 있었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이 전격 체포된 것과 관련해 프랑스와 일본 정부가 20일 르노와 닛산의 전략적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양국 주식시장에서 르노와 닛산의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 신용도가 떨어지자 취해진 조치다. 그러나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곤 회장 부재 상황이 닛산과 르노, 미쓰비시(三菱)자동차 3사 연합의 향배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 간, 나아가 일본 정부와 프랑스 정부 간에 닛산 르노 연합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곤 회장이 체포된 시점이 그가 프랑스 정부와 함께 양사 경영통합에 본격적으로 나서던 때라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닛산 임원들은 ‘사법거래(플리바기닝)’를 통해 이번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닛산차 내에서는 경영통합을 하려는 곤 회장과 이에 반대하는 일본 측 경영진 간의 대립이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그룹 최대주주는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관료 시절부터 르노와 닛산의 통합에 집착을 보여 왔다. 일본 언론은 21일 “마크롱 대통령이 닛산을 프랑스 회사로 만들어 자국 경제 발전의 기폭제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이 일본 정부 내에 퍼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곤 회장은 특히 올해 2월 르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유지하게 되면서 점차 프랑스 정부 방침 쪽으로 기울었다. 9월 19일 요코하마(橫濱)의 닛산차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르노와의 자본 관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이사들이 전원 찬성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닛산의 한 임원은 “이는 곤 회장이 파 놓은 함정이다. 논의를 시작하자고 하면서 단번에 르노와 경영통합에 나서려는 생각”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현재 르노는 닛산에 43.4%, 닛산은 르노에 15%를 각각 출자하고 있다. 양사는 상호출자에 대해 ‘대등한 정신’을 강조하지만 프랑스 법률에 따라 닛산이 가진 르노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반면 두 회사 시가총액(19일 기준)은 닛산이 4조2439억 엔(약 42조6000억 원)으로 르노의 174억6500만 유로(약 22조4000억 원)의 배에 가깝다. 시가 도시유키(志賀俊之)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1일 3사 연합의 향배에 대해 “언젠가는 곤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운영해야 했다. 그 시기가 빨라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곤 회장과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를 해임할 방침이다. 미쓰비시자동차도 이르면 이번 주 이사회를 열어 곤 회장의 해임을 제안한다. 반면 프랑스 르노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곤 회장 해임을 보류하고 르노의 티에리 볼로레 COO를 임시 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한편 일본 검찰은 닛산 법인에 대해서도 임원 보수 축소 신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계획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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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가부 “위안부재단 해산” 공식 발표… 한일, 상대 외교관 불러 항의 ‘냉기류’

    정부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21일 공식 발표했다. 2016년 7월 설립한 지 2년 4개월 만에 문을 닫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으로 꼽혀온 일본 정부의 재단 출연금 10억 엔(약 103억 원) 처리 문제를 둘러싼 난맥상으로 한일 간 냉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가부는 당연직 이사 2명(외교부, 여가부 국장)을 제외한 재단 이사진 전원이 사퇴한 데다 사업 재개 가능성이 없어 재단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반했다고 해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실제 해산까지 최소 6, 7개월에서 최대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10억 엔 처리 방향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10억 엔 중 피해자들에게 치유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57억8000만 원과 정부 예산으로 편성한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 원의 처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7월 정부는 10억 엔을 일본에 반환한다는 목적으로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 원을 편성해 예비비로 확보해 뒀다. 최창행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일본과 협의해서 일본 측이 (10억 엔을) 받겠다고 하면 반환하는 것이고, 위안부 기념사업 등 다른 데에 쓰자고 하면 그런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압박하고 있는 일본은 10억 엔 반환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단 출연금을 둘러싼 일본과의 외교 마찰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단 해산 결정에 일본 정부는 반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며 “3년 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주장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도 “일본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한국 측에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이수훈 주일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정부의 재단 해산 결정에 항의했다. 최근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과민반응을 경고한 정부도 이날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주한 일본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일본 국회의원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항의했다. 일본 국회의원 모임이 도쿄에서 집회를 열고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 데 대해 외교부는 “강력히 항의하며 행사의 즉각 폐지를 요구한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날 상대 외교관을 불러 항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하경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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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서영아]자조하고 자족하는 와카바다이 노인

    주민 중 65세 이상이 44%를 차지하는 일본의 한 아파트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40년 전 베드타운으로 조성된 와카바다이 단지. 요코하마 중심가에서 버스로 50분 거리, 27만여 평 부지에 6300여 가구를 위해 마련된 아파트. 한창 때는 인구 2만 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1만4000여 명 선. 40년 전 30대 초반에 입주했던 젊은 부부가 장성한 자녀들을 떠나보내고 70대 노부부로 다시 둘만 남은 모습이 단지의 전형적 풍경이다. 3개, 2개였던 단지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지금은 1개씩만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힘없는 ‘늙은 마을’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이른 아침 각자 퍼터를 들고 나와 그라운드 골프 연습을 하는 어르신들로 옛 학교 운동장이 북적였다. 오전 10시경 상점가에는 산책, 등산 등을 위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인원 점검을 하느라 떠들썩했다. “밖에서는 여길 ‘요코하마의 티베트’라고 부릅니다. 젊은 세대는 아이 키우기 좋고 노인들도 살기 편한 공동체라는 뜻이죠.” 10여 개 자치회를 총괄하는 연합회 회장인 야마기시 히로키 회장(70)의 자랑이다. 주민과 행정당국, 주택공사까지 힘을 합쳐 단지의 인기와 명성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 노력도 대단했다. ‘개호(介護·돌봄) 예방’ 시스템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남의 돌봄이 필요한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령자들이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촘촘히 마련돼 있다. 가령 자치회가 운영하는 스포츠 문화클럽은 1700여 회원 중 60%가 고령자다. 야구장, 폐교의 교정, 테니스 코트는 연인원 8만5000명이 이용한다. 주민들이 개최하는 운동회와 문화제, 연간 17회의 그라운드 골프대회도 교류의 장이 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고령자들의 손으로 운영된다. 주택공사의 협력으로 상점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주민 편의시설이 속속 들어섰다. 3년 전 문을 연 식당 ‘하루’는 단지에 사는 ‘주부’ 30여 명이 자원봉사로 운영하며 실비만 받고 ‘집밥’을 제공한다. ‘혼밥’ 먹는 분들을 불러내기 위한 식당이다. 식당 개설을 주도한 70대와 80대 두 ‘주부’ 할머니의 얼굴은 생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건너편엔 고령자 생활지원센터가 있었다. 고령자가 신청하면 전화와 방문을 통해 안부를 확인해주고 500엔(약 5000원)만 받고 30분간 쇼핑이나 청소 등을 도와준다. 고독사(孤獨死)를 막기 위해 6가구를 1개 조로 묶어 조별로 이웃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태세도 가동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빈 점포 자리에 육아쉼터를 만들자 노인들이 오가다 쉼터에 들러 우는 아기들을 달래주거나 아이들의 재롱을 즐긴다. 이런 노력 덕일까. 와카바다이 주민은 평균 연령 대비 개호보험 대상 인정자 수가 일본에서 가장 적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이곳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만족해하며 마지막까지 거주할 인생의 최후 터전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노력하고 있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14%, 2060년이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일거리가 없어 하루 7시간을 지하철을 타며 보낸다는 노인들도 있고, 생활전선에 내몰리는 이들도 있다. 노인 대부분이 저축도, 연금도 부족하다. 한국의 노인들에겐 와카바다이 주민의 생활 풍경이 ‘머나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와카바다이는 머지않아 우리도 반드시 실현해내야 할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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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적필살… 日전투기에 제국주의 연상 슬로건

    25일 열릴 일본 자위대 에어쇼(항공제)에서 공개될 전투기에 제국주의 시절을 연상시키는 ‘견적필살(見敵必殺·사진)’이라는 슬로건이 나붙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말 그대로 ‘적을 보면 반드시 죽인다’는 의미로 ‘귀축미영(鬼畜米英·귀신이나 짐승 같은 미국과 영국)’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하던 슬로건이다. 1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견적필살’ 슬로건은 후쿠오카(福岡)현에 위치한 항공자위대 쓰이키(築城)기지에서 열릴 항공제에서 공개될 F2 전투기의 뒷날개 윗부분에 붙어 있다. 자위대 전투기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는 사실이 지역신문인 니시니혼신문의 보도로 알려진 뒤 부대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쓰이키 기지 항공제는 매년 이맘때 열리며 지난해에는 4만7000여 명이 참관했다. 군사 저널리스트 마에다 데쓰오(前田哲男) 씨는 “견적필살은 육안으로 적기를 발견해 배후로 돌아가 기총을 쏟아붓는 프로펠러기 시대의 언어”라며 “레이더로 적기의 정보를 얻는 현재 실태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정신주의’ 언어”라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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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언 제조기’ 아소, 이번엔 국립대 출신 비하

    ‘망언 제조기’라 불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78·사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번에는 국립대 출신을 싸잡아 비난했다고 도쿄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아소 부총리는 17일 후쿠오카(福岡)시에서 열린 거리 연설에서 인근 기타큐슈(北九州)시의 기타하시 겐지(北橋健治) 시장을 깎아내리는 과정에서 “남의 세금을 사용해 학교에 다녔다”고 비판했다. 기타하시 시장은 국립대인 도쿄(東京)대 출신이다. 기타하시 시장은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시장선거에서는 자민당의 추천을 받아 당선됐다. 아소 부총리는 내년 1월 열릴 다음 선거에서 새 후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발언은 아소 부총리가 후쿠오카 시장을 치켜세우는 과정에서 나왔다. 후쿠오카시에 대해 “건강하고 살기 좋은 거리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한편, 인접한 기타큐슈시에 대해서는 “인구도 세금 수입도 줄고 있지만 (시장은) 재선에 나서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문제의 국립대 비하 발언을 했다. 아소 부총리는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증조부는 아소탄광의 창업주였고 외조부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와 장인인 스즈키 젠코(鈴木善幸)는 총리를 지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뒤 왕족과 귀족이 다니는 학교로 알려진 가쿠슈인(學習院)대를 나왔다. 아소 부총리의 입이 물의를 빚은 건 올해 들어서도 여러 차례다.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의혹에 대해 “성희롱이라는 죄는 없다” “함정에 빠졌다는 의견도 있다”며 ‘가해자’를 두둔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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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용판결 갈등에 韓日상의 회의 연기

    한국과 일본의 상공회의소(상의)가 이달 12, 13일 개최하려던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연기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강제 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이 한일 경제단체 회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당초 이틀간 부산에서 열릴 계획이었지만 회의 개최를 앞두고 일본상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언급하겠다”는 뜻을 대한상의에 전달했다. 대한상의는 “경제계 행사에서 판결 관련 언급은 적절하지 않아 이를 만류했고, 이후 한일 간 협의를 통해 회의 연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상의 관계자들은 이달 8일 대한상의를 방문해 “부산 회의 개최 연기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향후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측은 “회장단 회의가 민간 경제교류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내년에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상의 회장들이 모여 민간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1년에 한 번 한국과 일본 상의가 번갈아가며 개최한다. 앞서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직후 일본상공회의소를 비롯해 경단련, 경제동우회, 일본경영자단체연맹 등 일본의 경제 4단체는 “한국에서 투자나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지 않을 수 없고 양호한 경제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또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이 보호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망한다고 밝혔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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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국주의 시절로 돌아가나…日자위대 전투기에 ‘견적필살’ 슬로건

    25일 열릴 일본 자위대 에어쇼(항공제)에서 공개될 전투기에 제국주의 시절을 연상시키는 ‘견적필살’(見敵必殺) 이라는 슬로건이 나붙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말 그대로 ‘적을 보면 반드시 죽인다’는 의미로, ‘귀축미영’(鬼畜米英·귀신이나 짐승 같은 미국과 영국)과 함께 2차대전 기간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하던 슬로건이다. 1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견적필살’ 슬로건은 후쿠오카(福岡)현에 위치한 항공자위대 쓰이키(築城)기지에서 열릴 항공제에서 공개될 F2 전투기의 뒷날개 윗부분에 붙어 있다. 자위대 전투기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는 사실이 지역신문인 니시니혼신문의 보도로 알려진 뒤 부대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쓰이키 기지 항공제는 매년 이맘때 열리며 지난해에는 4만7000여명이 참관했다. 군사 저널리스트 마에다 데쓰오(前田哲男) 씨는 “견적필살은 육안으로 적기를 발견해 배후로 돌아가 기총을 쏟아 붓는 프로펠러기 시대의 언어”라며 “레이더로 적기의 정보를 얻는 현재 실태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정신주의’ 언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별한 줄 알았던 옛 일본군 정신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항공자위대 측은 “일부 주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만약 기지가 위치한 지자체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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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언제조기’ 아소, 이번엔 국립대 출신 비난 “남의 세금으로 대학 다녀”

    ‘망언 제조기’라 불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78)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번에는 국립대 출신을 싸잡아 비난했다고 도쿄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아소 부총리는 17일 후쿠오카(福岡)시에서 열린 거리 연설에서 인근 기타큐슈(北九州)시의 기타하시 겐지(北橋健治) 시장을 깎아내리는 과정에서 “남의 세금을 사용해 학교에 다녔다”고 비판했다. 기타하시 시장은 국립대인 도쿄(東京)대 출신이다. 기타하시 시장은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시장선거에서는 자민당의 추천을 받아 당선됐다. 아소 부총리는 내년 1월 열릴 다음 선거에서 새 후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발언은 아소 부총리가 후쿠오카 시장을 치켜세우는 과정에서 나왔다. 후쿠오카 시에 대해 “건강하고 살기 좋은 거리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한편, 인접한 기타큐슈 시에 대해서는 “인구도 세금수입도 줄고 있지만 (시장은) 재선에 나서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문제의 국립대 비하 발언을 했다. 아소 부총리는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증조부는 아소탄광의 창업주였고 외조부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와 장인인 스즈키 젠코(鈴木善幸)는 총리를 지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뒤 왕족과 귀족이 다니는 학교로 알려진 가쿠슈인(學習院) 대학을 나왔다. 아소 부총리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일은 올해 들어서도 여러 차례다.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의혹에 대해 “성희롱이라는 죄는 없다”거나 “함정에 빠졌다는 의견도 있다”고 ‘가해자’를 두둔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탄 비행기의 ‘추락’ 가능성을 언급해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건강관리를 하지 않아 병에 걸린 사람의 의료비를 건강관리를 해 온 사람들이 부담하는 건 바보 같다”는 지인의 발언에 동조하면서 “나는 병원 신세를 거의 지지 않았다”고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8월에는 “히틀러의 동기가 옳았다”고 했다가 철회한 탓에 미일경제대화의 카운트 파트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아소 부총리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는 “90살이 되고도 노후가 걱정된다는 등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언제까지 살아 있을 생각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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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러 ‘70년 쿠릴 영토 갈등’ 실마리 찾나

    러시아와 일본 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둘러싼 영토협상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1956년 이뤄진 ‘일소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을 서두르기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전후(戰後) 70년 넘게 남겨진 이 과제를 다음 세대로 미루지 않고 나와 푸틴 대통령의 손에서 반드시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푸틴 대통령과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년 초 러시아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크렘린 측도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쿠릴 4개 섬은 하보마이(齒舞), 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에토로후(擇促) 등으로 일본이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해 영유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승리하면서 소련의 실효 지배 아래 들어갔다. 일본은 이들 4개 섬의 일괄 반환을 주장해왔다. 1956년 공표된 일소 공동선언은 ‘평화조약 체결 후 시코탄, 하보마이를 일본에 인도한다’고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후 ‘1956년 이뤄진 일소 공동선언에 기초해’라는 문구를 특별히 언급한 것을 놓고 일본 언론은 시코탄, 하보마이의 우선 반환을 요구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주장해 온 4개 섬 일괄 반환 요구에서 2개 섬 우선 반환 요구로 전략을 바꿨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 측이 푸틴 대통령에게 “공동선언에 쓰인 내용을 완수하는 형태로 평화조약을 맺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전략 수정 계기는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제조건 없이 연내에 평화조약부터 체결하자”고 불쑥 제안한 것과 관련이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4개 섬 반환이 평화조약 체결의 전제조건”이란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이때부터 아베 총리 주변에서는 ‘2개 섬 우선 반환’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으로 양국 간 교섭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러시아 측은 반환되는 섬에 미군기지가 배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4개 섬은 2차 대전 전리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부분 반환에도 반대가 크다. 아사히신문은 푸틴 대통령으로선 일본 측이 “1956년 공동선언을 기초로 한다”고 말하게 한 것은 큰 성과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4개 섬의 영토교섭을 요구하는 일본에 구나시리와 에토로후섬은 논의 대상이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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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HK 홍백가합전에 트와이스 출연…‘광복절 티셔츠 논란’ BTS는 제외

    한류 스타들의 출연 여부가 주목되던 일본 NHK의 올해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에 여성 9인조 그룹 트와이스의 출연이 14일 결정됐다. 트와이스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 된다. 반면 한때 출연이 유력시됐던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출연 명단에서 제외됐다. NHK는 이날 도쿄 시부야(涉谷)의 방송센터에서 올해 홍백가합전 출연자 명단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매년 12월 31일 밤 열리는 NHK 홍백가합전은 일본의 대표적인 가요 프로그램으로 그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들이 출연해왔다. 올해 출연자로는 여성팀과 남성팀을 합쳐 42개 조와 특별기획 한 조가 정해졌다. BTS와 트와이스 모두 출연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BTS 멤버가 1년 전에 입었던 원자폭탄 투하 이후의 버섯구름이 그려진 티셔츠를 문제 삼은 민영방송들이 이들의 출연을 잇달아 취소하면서, ‘트와이스의 출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이날 트와이스의 2년 연속 출연이 결정된 뒤 트와이스 공식 트위터에는 “안심했다”, “잘 됐다”는 팬들의 코멘트가 이어졌다고 데일리스포츠가 전했다. 한편 ‘스포니치아넥스’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출연가수에 BTS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도진의 질문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NHK 제작담당자는 “올해의 활약도, 여론의지지, 방송 기획 연출(시청률), 이 3가지가 선발 기준”이라며 “이 기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의 사건이 영향을 끼쳤느냐는 질문에는 “선발 과정의 세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 기준은 이 세 가지”라고만 거듭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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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만 일본 팬들 굳건한 ‘방탄 사랑’… 한국어로 “응원합니다” 함성

    “방탄소년단(BTS),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요!” 13일 오후 일본 도쿄 분쿄(文京)구 도쿄돔 앞에서 만난 여대생 다나카 아사토 씨(19)와 다니이 리리아 씨(19)는 기자에게 “BTS는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가수”라며 BTS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BTS 노래를 들으려고 한국어 공부를 했다는 이들은 한국어로 “응원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공연장에선 “BTS 파이팅”, 밖에선 “BTS 용서 못 해” BTS는 1년 전 멤버 지민이 원자폭탄 사진 등이 들어간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다며 지난주 일본 민방 생방송 출연이 하루 전 취소되는 등 악재를 만났지만 콘서트 현장에 모인 열성 팬들의 지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5만 석 티켓은 한 달 전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현장에서 만난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 일본 4개 도시에서 총 9회의 돔 공연으로 관객 38만 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공연장 안 열기와 달리 공연장 밖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연 시작 3시간 전부터 일본 우익 단체 소속 남성 2명이 번갈아가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본을 싫어하는 반일 그룹과 이들을 좋아하는 팬들 모두 지금 당장 한국으로 가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은 우익들을 향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BTS 공연 찬반 논란에도 일본 팬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회사원 사토 미쿠 씨(23)는 “정치적인 부분과 상관없이 (BTS의)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에 시작된 공연은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지민은 광복절 티셔츠와 관련해 일본어로 “여러 상황으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공연 직후 소속사 측은 광복절 티셔츠 건과 4년 전 패션 화보 촬영 중 나치 문양의 모자를 쓴 것에 대한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의 사과 요구 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원폭 피해자와 나치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드릴 의도가 아니었지만 의도치 않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던 점에 사과드린다”며 “한일 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고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에 사과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 한류는 굳건, 한일 관계는 갈등 과거 일본 내 한류 붐은 정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카라, 소녀시대 등이 일군 2차 한류는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며 찬바람을 맞았다. 그러나 BTS 공연이 일본에서 성황리에 진행되는 것은 세계적인 그룹 BTS의 인기가 일본 방송국이 좌지우지할 수준이 아닌 데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이 문화와 정치를 구분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11월 19일자)에서 BTS의 최신 싱글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는 첫 주 45만 장이 팔려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앨범 차트 1위는 트와이스가 한국에서 발표한 6번째 미니 앨범 ‘예스 오어 예스’였다. 오리콘 차트 싱글과 앨범 부문을 모두 한국 아티스트가 석권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한일 갈등은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다. NHK는 한국 대법원이 내린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국민의 69%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13일 전했다. “납득할 수 있다”는 답변은 2%에 불과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등이 “판결은 폭거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 같은 극한 표현을 써가며 ‘한국 때리기’에 몰두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46%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도쿄=김범석 bsism@donga.com·서영아 특파원}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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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그다드지국 폐쇄 안해… 중요한건 뉴스현장”

    “미디어의 세계에서 정말 지켜야 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독립, 공정, 공평, 진실성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발행인(38·사진) 초청 심포지엄이 9일 아사히신문 주최로 열렸다. 도쿄대 야스다(安田) 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은 양사의 제휴 90주년을 기념한 것이기도 했다. ‘글로벌 언론이 디지털에 의한 붕괴에 대처하는 법’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설즈버거 발행인은 5년 전 회사의 앞날을 우려하며 실리콘밸리의 디지털 미디어 벤처 전문가들을 만나러 다녔을 때의 경험담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당시 NYT는 세계 다른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구독자와 광고 수입이 줄어 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먼저 NYT의 바그다드 지국 폐쇄를 권했다. NYT가 엄청난 리스크와 돈을 들여 현장에 기자를 상주시키고 있지만 그렇게 취재해 보내온 기사들은 순식간에 수천 개의 미디어들이 베껴 유통하면서 그들의 광고 수익만 올려준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현장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이 조언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바꿔서는 안 되는 게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가장 소중한 가치, 이 회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했다. NYT의 경우는 독립된 공평·정확한 보도, 현장주의, 전문성 높은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3가지 위험한 변화로 △비즈니스 모델 변화 △거대 플랫폼의 등장 △신뢰 저하를 꼽았다. “첫째, 저널리즘의 비즈니스 모델은 인쇄에서 디지털로 급격하게 이동 중이다. 그러나 디지털 광고 수입은 규모가 작고 우리의 현장주의 저널리즘을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 둘째,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디지털 플랫폼이 우리 조직과 독자 사이에 끼어들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할까, 그걸로 어떻게 광고비를 얻을까만 따진다는 점이다. 기만적인 콘텐츠건 가짜 뉴스건 가리지 않게 된다.” 그는 강연을 이어갔다. “셋째, 신뢰의 문제. 언론뿐 아니라 대학, 법조 등 사회 곳곳에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중립적 정보보다 ‘자신이 듣고 싶은 뉴스’를 선호하는 현상은 정치의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이런 상황에서 NYT는 2011년 디지털판 유료화에 나섰다. “디지털이라는 도전 과제에 정정당당히 맞서기로 했다. 소비자로부터 직접 얻는 수익, 즉 디지털 구독료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독자가 ‘대가를 내더라도 읽고 싶은 기사’를 써서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영향력 있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고자 한다.” 1일 발표된 3분기(7∼9월) 실적에 따르면 NYT의 종이신문 발행부수는 100만 부 이하로 떨어진 반면 온라인 유료 독자는 310만 명(9월 말 현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종이신문과 온라인을 포함한 3분기 총매출액은 4억1730만 달러로 8.2% 늘었고, 이 중 디지털 부문 구독 매출액은 18%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공격적인 구독료 인하와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 덕분이라고 언론계에서는 풀이했다. 역설적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속적인 비난과 공격이 NYT에 대한 호감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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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일철주금, 징용피해 변호인단 문전박대

    지난달 한국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내려진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 측 변호인들이 12일 일본 도쿄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본사를 찾았지만 사실상 문전박대당했다. 재판의 원고 측(강제징용 피해자들) 변호인인 임재성 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오전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했다. 변호인 등은 이번 ‘강제징용 소송 판결 결과를 받아들여 배상하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들고 본사 건물에 들어갔지만 회사 측은 건물 관리회사 직원을 보내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상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리회사 측은 요청서에 대해 받아놓겠다고만 하고 이를 신일철주금 측에 전달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변호인 등은 신일철주금의 직원과 면담하지 못하고 요청서도 전달하지 못한 채 30분 만에 건물을 나왔다. 임 변호사는 건물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회사 측이 배상 계획을 밝히지 않고 협상에도 응하지 않음에 따라 계획했던 대로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재산 압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 외에도 한국과 비슷한 소송을 하고 있는 자국 회사에 배상과 화해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패소한 일본 기업을 포함해 관련 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일본 기업들과 평소 긴밀한 협력을 취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번 판결로 생긴 국제법 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을 강구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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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日-호주, 中일대일로 맞서 亞인프라 지원

    미국 일본 호주 3국이 공동으로 아시아지역의 인프라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전했다. 3국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거대 인프라 수요에 적극 대응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는 한편, 광역경제권 구상 ‘일대일로’를 내걸고 이 지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노린다는 전략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 호주 외교부 및 수출금융보험공사가 12일 이런 내용의 업무협력을 위한 각서를 교환할 예정이다. 이 3국의 관영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아시아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등 에너지 관련 시설, 해저케이블 등 안전보장과 관련된 통신 시설, 자원 개발 등의 안건에 대해 공동으로 융자나 지급보증 등을 해줄 방침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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