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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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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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여행61%
경제일반20%
문화 일반10%
교육3%
국제교류3%
사회일반3%
  • 6·10만세운동기념사업회, 21일 학술심포지엄 개최

    (사)6·10만세운동기념사업회(회장 라종일)는 2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6·10만세운동의 주체와 자료 검토’를 주제로 제4회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심포지엄은 1,2부로 나눠 1부에서 박종린 교수(한남대), 성주현 교수(전 숭실대), 김성민 박사(전 보훈처)가 각각 고려공산청년회, 천도교, 학생층 등 6·10만세운동 주체세력에 대해 발표한다. 2부에서는 최은진 연구사(국사편차위원회), 김정란 선생(한양대)이 차례로 관련자들의 수형기록의 소장 현황, 당시 언론 보도 등을 소개한 뒤 종합적으로 토론할 예정이다. 100주년을 앞두고 만4년 앞두고 열리는 올해 심포지엄은 주제를 보다 구체화하고 자료 수집 및 자료집 발간 문제를 다룬다. 기념사업회는 1회 ‘6·10만세운동의 역사적 성격과 위상’(2018년), 2회 ‘6·10만세운동과 민족통합’(2019년), 3회 ‘6.10만세운동의 계승과 발전’(2020년)를 개최해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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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인은 그림 통해 성장과 소통”

    “처음에는 아들이 ‘무엇’을 그리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러나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습니다. 부모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무엇이 되라고 하지 않고,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무엇이 만들어지는지를 끝없이 기다리며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발달장애인 창작자 김현우 어머니 김성원 씨) 4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있는 책방 죄책감에서 창작그룹 ‘밝은방’이 만든 책 ‘무엇’의 북토크가 진행됐다. 밝은방은 독자적인 예술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발달장애인 창작자들과 다양한 예술표현을 시도하고 이를 전시회나 책으로 소개하는 창작그룹이다. 밝은방은 지난해 발달장애인의 주변인(부모, 보호사 등)이 발달장애인의 시각적 표현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안내서 ‘무엇’을 제작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의 장애인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지원사업 ‘만날 사람은 만난다’ 중 하나로 제작됐다. 이날 북토크에서는 발달장애인 창작자인 작가와 부모, 예술 매개자로서의 밝은방 운영자, 진흥원 관계자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발달장애인 창작자들의 경우 보통 특정한 주제나 스타일로 그림을 반복해 그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집중할 때는 정말로 행복한 표정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애가 탄다. 왜 매일 똑같은 그림을 그릴까. 왜 남들처럼 친구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서 그림만 그릴까. 저런 낙서가 예술인가?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정종필 씨(32)는 뉴스에 나오는 아나운서와 배우의 얼굴 등 특별한 인상으로 각인된 인물을 볼펜으로 반복적으로 그린다. 이런 그림이 A4용지로 수천 장이 쌓였다. 부모는 똑같은 그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수없이 갖다 버리기도 하고, 종이와 볼펜을 숨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똑같아 보이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과 의상, 헤어스타일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예술 강사들이 발견해낸다. 이렇게 창작 지원자들은 집 안에 숨겨진 작업 노트를 찾아내고 스크랩을 하면서 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도와준다. 진성민 씨(32)는 집 안 벽지와 그림 일기장에 아래로 길게 늘어지며 흔들리는 독창적인 글씨체로 자신에게 친숙한 단어들, 찬송가의 문구를 반복적으로 적는다. 윤미애 씨(67)는 신문, 커피믹스 봉지, 과자 봉지, 우유갑 등 일상의 재료를 삼각형으로 잘게 잘라 모자이크 방식으로 둥그런 ‘영성체’를 형상화한다. 김경두 씨(33)는 달력 뒷면에 0.3mm 샤프와 지우개만을 사용해 정교한 건축물처럼 생긴 로봇과 생명체를 그린다. 밝은방을 운영하는 김효나, 김인경 작가는 2008년부터 ‘로사이드’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장애인 창작자들을 위한 창작지원자로서 활동해왔다. 발달장애인 창작 안내서 ‘무엇’은 아르떼 라이브러리 자료실에서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이날 북토크를 시작으로 발달장애인 창작자와 창작 지원자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효나 작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발달장애인 창작자의 시각적 표현을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한 아트북 ‘무엇’을 기획하고 제작할 수 없었다”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단기간의 체험이 아니라 창작자의 삶과 창작지원자의 삶에 서로 영향을 끼치는 우정의 형식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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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무엇’을 그리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러나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뻤습니다. 부모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무엇이 되라고 하지 않고,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무엇이 만들어지는지, 무엇이 되는지를 끝없이 기다리며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 창작자 김현우 어머니 김성원 씨)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있는 책방 죄책감에서 창작그룹 ‘밝은방’이 만든 책 ‘무엇’의 북토크가 진행됐다. 밝은방은 독자적인 예술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발달장애인 창작자들과 다양한 예술표현을 시도하고 이를 전시회나 책으로 소개하는 창작그룹이다.‘밝은방’은 지난해 발달장애인의 주변인(부모, 보호사, 예술강사 등)이 발달 장애인의 시각적 표현을 이해하고, 시각예술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안내서 ‘무엇’을 제작했다. 이 책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이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범위가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지원사업 ‘만날 사람은 만난다’ 중의 하나로 제작됐다. 이날 북토크에서는 발달장애인 창작자인 작가와 부모님, 예술매개자로서의 밝은방의 김효나, 김인경 운영자, 진흥원 관계자가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발달장애인 창작자들은 보통 특정 주제와 스타일의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들은 처음에는 A4 용지에, 달력의 뒷면에, 벽지에 볼펜이나 사인펜으로 낙서같은 그림을 그린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그림에 집중할 때는 정말로 행복한 표정이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애가 탄다. 왜 매일 똑같은 그림을 그릴까. 왜 남들처럼 친구들과 소통을 못하고 혼자서 그림만 그릴까. 저런 낙서가 예술인가? 발달장애인의 창작 행위는 주로 자신의 방에서 소박하고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자신의 내면이나 자신이 몰두한 세계를 표현하는 데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흔히 ‘자폐적’, 또는 ‘병이나 장애의 증상’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정종필 씨(32)는 특정 뉴스에 나오는 아나운서와 배우의 얼굴, 학습지에서 익혔던 삽화 등 자신에게 특별한 인상으로 각인된 인물을 모나미 볼펜으로 반복적으로 그린다. 이런 그림을 그린 A4 용지가 수천장이 쌓였다. 부모는 똑같은 그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수없이 갖다 버리기도 하고, 종이와 볼펜을 숨기기도 했다. 그러나 똑같아 보이는 그림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과 의상, 헤어스타일이 바뀌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창작 지원자들이 발견해낸다. 이렇게 예술 창작 지원자들은 집 안에 숨겨진 수많은 그림과 작업 노트를 발견하고 스크랩을 하면서 예술 창작자로 성장하는 것을 도와준다.진성민 씨(32)는 집 안 벽지와 그림 일기장에 아래로 길게 늘어지며 흔들리는 독창적인 글씨체로 자신에게 친숙한 단어들, 찬송가의 문구를 반복적으로 적는다.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라는 문구가 무수히 반복되며 겹치는 타이포그래피에서는 그 문구를 되새기고, 또 되새기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윤미애 씨(67)는 신문, 커피믹스 봉지, 과자 봉지, 우유갑 등 쉽게 버려지는 일상의 재료를 삼각형으로 잘게 잘라 모자이크 방식으로 둥그런 ‘영성체’를 형상화한다. 글루건을 사용해 미세한 조각들을 꼼꼼하게 붙인 그의 작업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김경두 씨(33)는 달력뒷면에 0.3mm 사프와 지우개만을 사용해 정교한 건축물처럼 생긴 로봇과 생명체를 그린다. 수백 개의 로봇으로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기도 하는데 수백개의 로봇 하나하나에 캐릭터의 이름과 계급을 모조리 기록한다. 최근에 전시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창작자 김현우 작가(예명 ‘픽셀 킴’)는 자신이 경험하고 상상하는 세계를 픽셀로 조형화한 그림을 주로 그린다. 김 작가는 초등생 시절 종합장에 수없이 많은 네모를 그렸고 네모 안에는 친구들 이름이나 번호를 채워 넣었다.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는 수학 공식을, 음악 시간에는 음표를, 생물 시간에는 미토콘드리아를 그리며 노트에 빼곡하게 기록했고, 수백 권의 노트가 그의 상상력과 더해져 캔버스로 옮겨졌다. ‘밝은방’을 운영하는 김효나, 김인경 작가는 ‘로사이드’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장애인창작자들을 위한 창작지원자로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두 사람은 “‘무엇’은 순수한 자기 몰두의 창작을 바라보는 사회의 관습적인 시선에 질문을 던지며, ‘존재방식 그 자체로의 창작 행위’를 이해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소개했다.“발달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자신만의 루틴을 계속 지켜가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창작자가 지원 단체나 작업실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예술 강사나 예술가를 못 만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창작자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이 이들의 창작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 15년 동안의 노하우를 정리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발달장애인 창작 안내서 '무엇'은 아르떼 라이브러리 교육콘텐츠자료실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날 북토크를 시작으로 ‘무엇’을 기초로 한 발달장애인 창작자 대상 온라인 워크숍과 발달장애인 창작지원자 대상 온·오프라인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효나 작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발달장애인 창작자의 시각적 표현을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한 아트북 ‘무엇’을 기획하고 제작할 수 없었다”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단기간의 체험이 아니라, 창작자의 삶, 그리고 창작지원자의 삶에 서로 영향을 끼치는 우정의 형식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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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사의 사탑[바람개비/전승훈]

    이탈리아 북부 토스카나 지역에 있는 피사에 밤늦은 시각에 도착하면 불 꺼진 연극 무대 세트처럼 이리저리 기울어진 건물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직접 가 보기 전에는 사탑만 덩그러니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사탑 주변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피사 대성당, 원형의 세례당, 박물관 등이 모여 있다. 기울어진 사탑은 대성당에 딸린 종탑으로, 탑의 꼭대기 층에는 교회의 7성사를 상징하는 7개의 종이 달려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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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월에서 한반도 상공을 날다 [전승훈의 아트로드]

    강원도의 깊은 산골 영월에서는 동강과 서강이 태극모양으로 굽이굽이 흐른다. 깊은 곳에선 천천히 흐르고, 얕은 곳에서는 콸콸콸 소리를 내는 급류가 된다. 강에 둘러싸인 섬같은 육지는 천혜의 감옥이 되고, 때로는 한반도 모양을 닮은 지도가 된다. 영월의 강은 예전엔 궁궐을 짓는 금강송을 한강까지 싣고 가는 뗏목의 출발점이었고, 요즘엔 ‘리버버깅(River Bugging)’으로 불리는 급류타기 레포츠의 명소로 인기다. ●새처럼 한반도 위를 날다 남한강 상류인 영월의 동강과 서강은 영월읍을 중심으로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흐른다.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서강가 선암마을 앞에는 한반도 전체를 옮겨놓은 듯한 모양의 지형이 펼쳐져 있다. 이 마을에서는 뗏목을 타고 한반도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을 한바퀴 돌 수 있다. 약 1km 구간의 뱃길에선 삿갓을 쓰고 흰 옷을 입은 뗏꾼 복장의 어르신 가이드가 구수한 입담을 뽐낸다. “여기가 바로 강원도 주문진항입니다. 저 옆에 물 위에 솟은 바위 보이시죠? 울릉도, 독도예요. 이제 물살을 가르고 남해로 갑니다. 저쪽을 보세요. 강변에 자갈이 많죠? 그래서 거기가 바로 부산 자갈치 시장입니다(웃음). 앞쪽 산 위에 전망대가 제주도 성산일출봉이예요. 이제 서해로 갑니다. 종착지인 인천 소래포구에 도착했네요.” 한반도 닮은꼴 지형을 한바퀴 도는 뗏목도 휴전선 넘어 북쪽으로 향할 수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 곳부터는 바닥이 얕아지고 급류가 형성돼 있어 안전상 더 이상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영월사람들은 뗏목을 띄워 한양까지 아름드리 금강송을 실어 날랐다. 아우라지에서 떠내려 보낸 뗏목은 이곳에서 크게 묶었다. 뗏목은 직경 약 30cm의 소나무 150여개를 새끼줄로 묶어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뗏목의 길이는 약 36m에 이르며, 폭은 약 3m 정도 되었다고 한다. 뗏목은 봄부터 여름까지 큰물이 난 후 출발하는데, 험하기로 유명한 동강의 거친 물살을 넘어야만 했다. 때문에 서강의 물줄기는 이 터에 사는 토박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삶의 방편이자 생명수였다. 뗏목은 나무를 좌우로 젓는 ‘노’와 긴 막대기를 강물 바닥까지 찔러 밀어서 움직이는 ‘삿대’를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뗏목에 실린 금강송은 남한강 뱃길 따라 송파나루를 거쳐 마포나루까지 빠르면 20일, 늦으면 한달 걸려 도착합니다. 뗏꾼들은 서울 마포에서 금강송을 팔고, 돈을 받아 강원도까지 걸어서 돌아오곤 했죠. 영월에서 실어날랐던 금강송은 경복궁, 덕수궁, 숭례문, 동대문의 기둥과 대들보가 됐죠.” 배를 타고 한반도를 한바퀴 돌았다면, 이번에는 산 위에서 내려다볼 차례다. 주차장에서 산길을 오른지 약 20분. 가이드가 ‘제주 성산봉’이라고 설명한 전망대에 도착하니 노을빛이 비친 강물 위에 한반도가 떠 있다. 모양만 닮은 게 아니라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까지 닮았다. 동쪽에는 태백산맥처럼 숲이 우거져 있고, 서쪽엔 낮고 평평한 풀밭과 모래사장이 형성돼 있는 것이 영락없는 한반도다. 전망대에서 촬영용 드론을 띄웠다. 북한지역은 갈 수 없었던 뗏목과 달리 드론은 남해안에서 휴전선을 넘어 북쪽까지 한달음에 날아간다. 동해 울릉도에서 인천 소래포구까지 자유롭게 선회하는 드론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내가 한 마리 새가 된 듯 한반도 위를 날고 있구나. 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동강 급류에서 즐기는 리버버깅 영월 동강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리버버깅이다. U자 모양의 고무 튜브 장비를 이용해 급류를 즐기는 1인 수상 레포츠다. 단체로 뗏목에 타서 노를 젓는 ‘래프팅’과 달리 ‘리버버깅’은 혼자서 물보라치는 급류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1997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리버버깅은 리버(river)와 버그(bug)가 합쳐진 단어로, 장비를 등에 매고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벌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U자형 장비는 무게가 7kg에 불과해 여성도 어깨에 짊어지고 이동할 수 있다. ‘동강 리버버깅’은 영월군 김삿갓면 각동수련장에서 출발한다. 2시간에 걸쳐 급류를 타다보면 4km 떨어진 단양까지 흘러간다. 수련장 앞 강변에서 먼저 약 20분간 안전교육이 이뤄졌다. 특히 급류에 기구가 뒤집어졌을 때 다시 올라타는 법을 실습하는 게 필수. 튜브처럼 생긴 기구는 어린이나 여성도 쉽게 올라탈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 첫 번째 급류에서 긴장을 한 탓인지 균형잡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 급류는 한층 물살이 세져 롤러코스터를 탄 듯 위아래로 요동을 친다. 마지막 세 번째 급류 코스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하얀색 물보라가 온 몸을 때린다. 심장이 쫄깃쫄깃, 짜릿한 기분에 환호성과 비명이 교차한다. 드디어 도착지점. 강물이 잔잔해지자 구명조끼를 입고 동강 물에 풍덩 뛰어든다.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보며 천천히 흘러간다. 동강의 절경을 눈과 마음에 담는다. 리버 버깅은 체온과 피부부호를 위해 5mm 수트를 입기 때문에 5월부터 10월말까지 동강의 수려한 자연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다. 카약은 노를 젓지만, 리버버깅은 손과 발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방향전환을 한다. 때문에 물갈퀴가 달린 장갑과 핀(오리발), 구명조끼와 헬멧까지 완벽하게 장비를 갖춰 입는 게 필수다. 동강리버버깅을 운영하고 있는 박철희, 박주희 부부는 “뉴질랜드에서 리버버깅을 해보고 매력에 푹 빠져 10여년 전 영월로 귀촌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리버버그 2대로 시작했으나 점차 입소문이 나고, 지역 청년들을 리버버깅 가이드로 합류시키면서 영월은 리버버깅의 메카가 됐다. 부부는 영월 청년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2022년 관광두레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요즘 문화도시 영월군이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관계 인구’가 고향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 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품을 답례로 제공한다. 10만원을 기부하면 최대 13만원의 혜택이 돌아오는 셈이다. ●단종을 위로한 청령포의 소나무 영월 서강에는 단종이 유배됐던 청령포가 있다. 청령포는 서강(西江)이 삼면을 에워싸고 흐르고, 남쪽은 층암절벽이어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같은 곳이다 단종은 노를 젓는 나룻배를 타고 들어 갔겠지만 지금은 모터가 달린 보트가 운행돼 불과 1~2분 만에 강을 건넌다.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발밑의 자갈들이다. 휘청휘청 자갈길을 걸으며 단종의 황망했던 심정을 느껴본다. 숲 속으로 들어가니 하늘로 치솟은 키 큰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낸다. 한 그루 소나무가 담장을 넘어 단종이 살던 어소를 향해 구부러져 자라는데, 임금께 예를 표하고 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충절송’이라고 불린다. 어소 뒤편에는 키 큰 관음송이 있다. 육지의 섬에 갇혀 홀로 지내던 소년 임금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위로해 준 나무다. 관음송은 땅 위 1.2m 지점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단종이 그 곳에 앉아 있곤 했다고 한다. 1457년 단종의 비극적인 죽음까지 지켜봤던 이 나무의 나이는 최소 600살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맛집=영월에 유배 온 단종은 백성들이 올린 어수리나물을 맛보고 한양에 두고 온 아내 ‘정순왕후의 분향이 난다’고 하여 즐겨 먹었다고 한다. 3~5월에 채취되는 어수리나물은 특유의 향과 맛, 식감을 맛볼 수 있는 봄나물이다. 영월 읍내에 있는 박가네 식당은 어수리나물밥과 어수리장국, 어수리전 등 다양한 어수리나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가볼만한 곳=개관10주년을 맞은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은 30여년간 일간지 사진기자로 활동한 고명진 전 사진기자협회장이 세운 박물관이다. 1987년 부산 문현로터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웃옷을 벗은 시민이 ‘최루탄을 쏘지 마라’고 외치며 뛰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박물관 전면에 걸려 있고, 전시장에는 카메라와 사진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영월=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2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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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뗏목 타고 한반도 한바퀴… 무심한 강물엔 어린 임금의 눈물 한방울[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강원도의 깊은 산골 영월에서는 동강과 서강이 태극 모양으로 굽이굽이 흐른다. 깊은 곳에선 천천히 흐르고, 얕은 곳에서는 ‘콸콸콸’ 소리를 내는 급류가 된다. 강에 둘러싸인 섬 같은 육지는 천혜의 감옥이 되고, 때로는 한반도 모양을 닮은 지도가 된다. 영월의 강은 예전엔 궁궐을 짓는 금강송을 한강까지 싣고 가는 뗏목의 출발점이었고, 요즘엔 ‘리버버깅(River Bugging)’으로 불리는 급류타기 레포츠의 명소로 인기다.》 ○ 새처럼 한반도 위를 날다 남한강 상류인 영월의 동강과 서강은 영월읍을 중심으로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흐른다.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 있는 선암마을 앞에는 한반도 전체를 옮겨놓은 듯한 모양의 지형이 펼쳐져 있다. 이 마을에서는 뗏목을 타고 한반도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약 1km 구간의 뱃길에선 삿갓을 쓰고 흰옷을 입은 떼꾼 복장의 어르신 가이드가 구수한 입담을 뽐낸다. “여기가 바로 강원도 주문진항입니다. 저 옆에 물 위에 솟은 바위 보이시죠? 울릉도, 독도예요. 이제 물살을 가르고 남해로 갑니다. 저쪽을 보세요. 강변에 자갈이 많죠? 그래서 거기가 바로 부산 자갈치시장입니다(웃음). 앞쪽 산 위에 전망대가 제주도 성산일출봉이에요. 이제 서해로 갑니다. 종착지인 인천 소래포구에 도착했네요.” 한반도 닮은꼴 지형을 한 바퀴 도는 뗏목도 휴전선 넘어 북쪽으로 향할 수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곳부터는 바닥이 얕아지고 급류가 형성돼 있어 안전상 더 이상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영월 사람들은 뗏목을 띄워 한양까지 아름드리 금강송을 실어 날랐다. 아우라지에서 떠내려 보낸 뗏목은 이곳에서 크게 묶었다. 뗏목은 지름 약 30cm의 소나무 150여 개를 새끼줄로 묶어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뗏목의 길이는 약 36m에 이르며, 폭은 3m 정도 되었다고 한다. 뗏목은 나무를 좌우로 젓는 ‘노’와 긴 막대기를 강물 바닥까지 찔러 밀어서 움직이는 ‘삿대’를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뗏목에 실린 금강송은 남한강 뱃길 따라 송파나루를 거쳐 마포나루까지 빠르면 20일, 늦으면 한 달 걸려 도착합니다. 떼꾼들은 서울 마포에서 금강송을 팔고, 돈을 받아 강원도까지 걸어서 돌아오곤 했죠. 영월에서 실어 날랐던 금강송은 경복궁, 덕수궁, 숭례문, 흥인지문(동대문)의 기둥과 대들보가 됐죠.” 배를 타고 한반도를 한 바퀴 돌았다면, 이번에는 산 위에서 내려다볼 차례다. 주차장에서 산길을 오른 지 약 20분. 가이드가 ‘제주 성산일출봉’이라고 설명한 전망대에 도착하니 노을빛이 비친 강물 위에 한반도가 떠 있다. 모양만 닮은 게 아니라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까지 닮았다. 동쪽에는 태백산맥처럼 숲이 우거져 있고, 서쪽엔 낮고 평평한 풀밭과 모래사장이 형성돼 있는 것이 영락없는 한반도다. 전망대에서 촬영용 드론을 띄웠다. 북한 지역은 갈 수 없었던 뗏목과 달리 드론은 남해안에서 휴전선을 넘어 북쪽까지 한달음에 날아간다. 동해 울릉도에서 인천 소래포구까지 자유롭게 선회하는 드론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내가 한 마리 새가 된 듯 한반도 위를 날고 있구나. 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동강 급류에서 즐기는 리버버깅영월 동강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리버버깅이다. U자 모양의 고무튜브 장비를 이용해 급류를 즐기는 1인 수상 레포츠다. 단체로 뗏목에 타서 노를 젓는 ‘래프팅’과 달리 ‘리버버깅’은 혼자서 물보라 치는 급류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1997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리버버깅은 리버(river)와 버그(bug)가 합쳐진 단어로, 장비를 등에 메고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벌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U자형 장비는 무게가 7kg에 불과해 여성도 어깨에 짊어지고 이동할 수 있다. ‘동강 리버버깅’은 영월군 김삿갓면 각동수련장에서 출발한다. 2시간에 걸쳐 급류를 타다보면 4km 떨어진 단양까지 흘러간다. 수련장 앞 강변에서 먼저 약 20분간 안전교육이 이뤄졌다. 특히 급류에 기구가 뒤집혔을 때 다시 올라타는 법을 실습하는 게 필수. 튜브처럼 생긴 기구는 어린이나 여성도 쉽게 올라탈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 첫 번째 급류에서 긴장을 한 탓인지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 급류는 한층 물살이 세져 롤러코스터를 탄 듯 위아래로 요동을 친다. 마지막 세 번째 급류 코스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하얀색 물보라가 온몸을 때린다. 심장이 쫄깃쫄깃, 짜릿한 기분에 환호성과 비명이 교차한다. 드디어 도착 지점. 강물이 잔잔해지자 구명조끼를 입고 동강 물에 풍덩 뛰어든다.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보며 천천히 흘러간다. 동강의 절경을 눈과 마음에 담는다. 리버버깅은 체온과 피부 보호를 위해 5mm 슈트를 입기 때문에 5월부터 10월 말까지 동강의 수려한 자연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다. 카약은 노를 젓지만, 리버버깅은 손과 발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방향 전환을 한다. 이 때문에 물갈퀴가 달린 장갑과 핀(오리발), 구명조끼와 헬멧까지 완벽하게 장비를 갖춰 입는 게 필수다. ‘동강 리버버깅’을 운영하고 있는 박철희, 박주희 부부는 “뉴질랜드에서 리버버깅을 해보고 매력에 푹 빠져 10여 년 전 영월로 귀촌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리버버그 2대로 시작했으나 점차 입소문이 나고, 지역 청년들을 리버버깅 가이드로 합류시키면서 영월은 리버버깅의 메카가 됐다. 부부는 영월 청년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2022년 관광두레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요즘 문화도시 영월군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관계 인구’가 고향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 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품을 답례로 제공한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최대 13만 원의 혜택이 돌아오는 셈이다.○단종을 위로한 청령포의 소나무 영월 서강에는 단종이 유배됐던 청령포가 있다. 청령포는 서강(西江)이 삼면을 에워싸고 흐르고, 남쪽은 층암절벽이어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같은 곳이다. 단종은 노를 젓는 나룻배를 타고 들어갔겠지만 지금은 모터가 달린 보트가 운행돼 불과 1, 2분 만에 강을 건넌다.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발밑의 자갈들이다. 휘청휘청 자갈길을 걸으며 단종의 황망했던 심정을 느껴 본다. 숲속으로 들어가니 하늘로 치솟은 키 큰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낸다. 한 그루 소나무가 담장을 넘어 단종이 살던 어소를 향해 구부러져 자라는데, 임금께 예를 표하고 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충절송’이라고 불린다. 어소 뒤편에는 키 큰 관음송이 있다. 육지의 섬에 갇혀 홀로 지내던 소년 임금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위로해준 나무다. 관음송은 땅 위 1.2m 지점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단종이 그곳에 앉아 있곤 했다고 한다. 1457년 단종의 비극적인 죽음까지 지켜봤던 이 나무의 나이는 최소 600년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맛집영월에 유배 온 단종은 백성들이 올린 어수리나물을 맛보고 한양에 두고 온 아내 ‘정순왕후의 분향이 난다’고 하며 즐겨 먹었다고 한다. 3∼5월에 채취되는 어수리나물은 특유의 향과 맛, 식감을 맛볼 수 있는 봄나물이다. 영월 읍내에 있는 박가네 식당에서는 어수리나물밥과 어수리장국, 어수리전 등 다양한 어수리나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글·사진 영월=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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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블쇼-부하라춤 등 우즈베크 문화 만나세요

    경기 평택시가 6일부터 12일까지 배다리도서관 잔디광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세계문화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지난해에 시작된 평택시의 ‘세계문화주간’은 평택시민들에게 다양한 세계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다른 나라 국가와 직접 교류하는 사업은 생소했지만, 이전까지 미군과 소통을 이어가던 평택시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와 교류를 시작했다. 올해 행사는 9월 22∼28일 폴란드를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10월 6∼12일), 크로아티아(10월 21∼27일) 등 3개국과 관련한 전시, 공연, 강연,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번 행사는 ‘평택에서 만나는 세계’를 주제로 평택시, 국가별 주한 대사관과 협력해 진행된다. 6일 우즈베키스탄 문화주간을 알리는 개막 공연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방송인 구잘 투르소노바가 참석하고 버블쇼, 평택시 합창단,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전통춤, 국립무용단 등이 초청됐다. 또 우즈베키스탄 출신 셰프와 함께하는 우즈베키스탄 빵 ‘삼사’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며, 한-우즈베키스탄 수교 30주년을 되돌아보는 전시가 이어진다. 지난달 진행됐던 폴란드 문화주간에는 폴란드 전통 공연인 마주르카가 펼쳐졌고, 폴란드 출신 유명 유튜버와 함께하는 쿠킹 클래스가 진행돼 호응을 얻었다. 또 폴란드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강연, 폴란드 전통춤 배우기, 도자기 공예 체험, 사진전, 음악 공연이 이어졌다. 폴란드 문화주간에는 우크라이나도 함께 참여해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며 전쟁의 참상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지난해에는 캐나다, 체코,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 총 5개 국가를 주제로 국제문화주간이 진행됐다. 캐나다 문화주간에는 오로라 관련 강연, 캐나다 영화제, 전시, 쿠킹 클래스, 퀴즈대회 등이 열렸고, 체코 문화주간에는 인형극, 체코 클래식 연주회, 체코 만화 전시가 이어졌다. 올해도 10월 21∼27일 크로아티아 문화주간이 펼쳐질 예정이다. 주요 행사는 배다리도서관, 팽성국제교류센터, 송탄국제교류센터 등에서 진행된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국제도시 평택의 위상에 맞게 세계문화주간 행사를 지역 대표 행사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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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두 세계의 조우’상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바이오나 항구에는 ‘두 세계의 조우’라는 조각상(사진)이 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선단 중 하나인 라핀타호가 1493년 3월 도착한 항구다. 조각상에는 이사벨라 여왕이 한 손을 하늘로 뻗은 채 서 있고, 맞은편에는 아메리카 원주민 엄마와 아기, 망치를 든 켈트인 등 군상들이 표현돼 있다. 항구엔 복원한 라핀타호도 있는데 전장 17m로 테니스코트보다도 작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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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가 디자인한 한복, 런던 패션쇼 무대 올라

    ‘피겨 퀸’ 김연아가 디자인 개발에 참여한 한복이 영국 런던 패션쇼 무대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영한국문화원과 함께 지난 27일 오후 7시(현지시간) 런던 주영한국문화원에서 ‘한복 패션쇼, 한복 웨이브’를 열고 김연아와 협업한 한복을 선보였다. 이번 패션쇼에서는 김연아가 한복 디자인 개발과 화보 촬영에 참여하고 한복 기업 10곳(금의재, 기로에, 리브담연, 모리노리, 시지엔 이, 이영애우리옷, 하플리, 혜미바이사임당, 혜온, 혜윰한복)이 김연아만의 특성을 살린 한복 60벌을 디자인했다. 이 패션쇼 영상은 영국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 누리집에도 게재됐다. 또한 김연아의 한복 화보 10장도 이날 프랑스 파리 패션지 마리클레르(www.marieclair.fr)에도 실렸다. 연말에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브로드웨이에 있는 전광판을 통해 김연아 한복 화보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영국 옥스퍼드사전에 한복(Hanbok), 한류(Hallyu)가 등재된 것처럼 대중문화를 통해 해외에서 우리 옷 한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김연아 씨가 동참한 이번 행사로 더욱 많은 분들이 한복의 매력을 발견하고 한복 분야 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서도 지난 27일 블랙핑크 의상 디자이너로 유명한 한복디자이너 ‘단하’가 패션쇼를 열었다. 단하는 가슴가리개, 도포, 제주 전통복식 소중이, 저고리, 철릭 등을 화려한 궁중 보자기 문양, 궁중 도배지 문양, 화조도 문양을 사용해 화려하면서도 개성넘치는 한복 18벌로 런웨이를 풍성하게정식했다. 전통 매듭과 폐 아크릴을 리사이클한 노리개와 이어링, 그리고 곳곳에 한국의 전통 디테일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소리를 담은 타악기, 국악음을 활용한 음악감독 김태헌씨와 함께 구성한 패션쇼 음악도 호평을 받았다. 전통과 현대, 한복과 양장, 시공간, 컬러, 한복이 가진 고정관념에 대한 초월을 지향한 패션쇼가 배경음악으로 한층 잘 표현되었다. 이번 패션쇼에 대해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는 “이것은 한복이 아닌 세계의 옷이며 과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디자이너”라고 높게 평했다. 패션위크를 관람한 한 인플루언서는 “폐아크릴을 리사이클링 한 이어링이나 액세서리도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파리 패션위크의 공식파트너인 FTV(FASHION TV)는 “한국의 전통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풀어낸 솜씨가 놀랍다”며 “물 흐르듯이 흐르는 아름다운 패턴의 향연과 꿈을 꾸는 듯한 음악, 그 모든것이 황홀한 시간이었다”고 평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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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스페인 관광서 가장 중요한 나라… 품격 있는 관광문화 보여줘”

    “한국은 스페인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입니다. 중국, 일본에 비해 인구수는 적어도 관광객 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관광객의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 관광객이 보여주는 ‘품격 있는 여행’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페르난도 발데스 베렐스트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관광차관(스페인관광청장)이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들의 수준 높은 관광문화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문화의식이 높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스페인을 방문하면 지식과 문화유산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또한 여행 후에는 책이나 영상, SNS를 통해 기록을 남겨 양국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합니다. 일례로 한국은 스페인 산티아고순례길을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이 방문하는 국가인데, 유럽 미국을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많이 방문하는 국가입니다. 산티아고순례길과 제주 올레길 사이에 협약을 맺고 상호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발데스 차관은 미겔 산츠 스페인 관광청 사무총장, 하이메 알레한드레 스페인관광청 아시아 디렉터, 베아트리스 페르난데스 산츠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홍보 보좌관과 함께 방한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2 한-스페인 관광협력 협의회’에서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국내 여행사, 항공사 대표단과 만났다. 코로나 이후 양국 관광 정상화를 위해 방한한 그는 한국 시장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로 한국이 ‘성장하는 여행시장’이라는 점을 들었다. 스페인관광청에 따르면 스페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13년 10만 명에서 2019년 63만 명으로 늘었다. 발데스 차관은 “한국과 스페인으로 공통점으로 양국의 백신 접종률이 90%를 넘어섰다”며 “이제 한국인 관광객 QR코드 같은 절차 없이 입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데스 차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각각 만나 마드리드 직항 노선 복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한국과 스페인 간 직항은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이 운항 중이다. 그는 또한 스페인 내륙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한국에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부 아라곤과 중부 까스티아 같은 내륙지역이 미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품격있는 여행지라는 게 추천 이유였다. 또한 한국인이 많이 찾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르는 새로운 루트도 알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로마 유산 중 하나인 안달루시아 지역을 통한 루트다. 그는 “스페인에는 기존 수도원, 고성 등 문화유산을 현대식 숙소로 개조한 ‘파라도르’ 같은 숙박시설도 있어 다양한 여행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3년에는 파블로 피카소 서거 50주년에 맞춰 말라가와 빌바오, 코루냐, 바르셀로나 등 피카소가 태어나고 활동했던 지역에서 다양한 전시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스페인 관광에는 크게 지장을 주지 않고 있다”며 “북미지역 같은 경우 이미 코로나 이전의 90% 인바운드(스페인 입국 해외여행객) 여행이 회복됐다”며 “아시아 시장도 더디지만 2023년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발데스 차관은 “올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국 방문을 위한 홍보행사인 ‘한국 주간’에는 4만20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며 “내년에는 한국에서 스페인의 다양한 미식을 테마로 한 ‘스페인 주간’을 열어 한국과 스페인 관광교류가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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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G, 장애인 창작展 ‘오버 더 레인보우’로 상생경영 활짝

    케이티엔지(KT&G)가 장애 예술인들의 전시회를 열고, 중중장애인 채용 카페를 오픈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웃들과 상생하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 KT&G는 20일 장애 예술가 창작 전시회 ‘오버 더 레인보우’의 서울 지역 전시를 KT&G 상상마당 홍대에서 성료했다. 이 전시는 24일부터 10월 10일까지 KT&G 상상마당 부산에서, 10월 14일부터 10월 30일까지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도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오버 더 레인보우’는 KT&G가 장애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이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2008년 시작돼 올해로 5회 차를 맞았다. 이번 기획전에 선발된 12명의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우리를 변화시킬 가장 작은 움직임’이라는 주제로 130여 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KT&G 상상마당은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던 지난 2년 동안에도 전시주관, 활동비, 멘토링 등 꾸준한 지원을 통해 장애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지원해왔다. 이번 전시회에 앞서 선정된 12명의 작가를 대상으로 총 8회에 걸쳐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직접 멘토링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모든 인쇄물에 점자를 병행 표기하고 영상물에는 수어와 자막을 제공하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형식으로 진행돼,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또한 KT&G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질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손잡고 ‘KT&G 상상마당 홍대’ 3층에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 상상마당 홍대점을 오픈했다. ‘아이갓에브리씽’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추진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채용 카페로 현재 전국 80개 매장에서 390여 명의 중증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상상마당 홍대점’은 전국 71번째 매장으로 현재 2명의 중증장애인 바리스타가 근무하고 있다. 특히 ‘아이갓에브리씽’ 최초의 갤러리형 특화매장으로, 상시 예술작품이 전시돼 있어 다양한 문화예술 이벤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지효석 KT&G 문화공헌부장은 “KT&G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애 예술인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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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만에 돌아온 자라섬페스티벌… “코로나 위기로 새로운 가능성 발견”

    “내년 20주년을 앞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3년 만에 다시 오프라인으로 정상적으로 열게 돼 감격스럽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온라인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페스티벌로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인재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 다음달 1~3일 제19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치러지는 정상적인 페스티벌이다. 올해에는 국내외 촉망받는 재즈 아티스트를 초청하여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첫날에는 △‘제60회 그래미 어워즈_베스트 보컬 앨범’에 노미네이트된 재즈미어 혼 △남아프리카 재즈신 대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은두두조 마카티니가 이끄는 트리오 △한국형 퓨전 재즈 가수로 불리는 김현철 등 22팀이 출연한다. 2일차에는 △인도네시아 재즈 신동 피아니스트 조이 알렉산더가 이끄는 트리오 △유러피안 재즈 피아니즘의 정수로 불리는 피아노포르테 △이스라엘 재즈신을 대표하는 샬로쉬와 다니엘 자미르 등 22팀이 초청됐다. 3일차에는 △이스라엘 출신의 트럼페터 아비샤이 코헨 △2022년 자라섬비욘드인 덩기두밥 프로젝트 △스페인 재즈의 현주소라 불리는 다니엘 가르시아가 이끄는 트리오 등 15팀까지 총 59팀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인재진 총 감독은 “올해 19회를 맞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통해 자라섬이 생명을 갖게 됐고, 대한민국에서 야외 공연 예술축제가 생긴 동력이 됐다”고 자평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지난 2016년,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됐고, 카에타누 벨로주, 마이크 스턴 밴드, 칼라 블레이 트리오 등 매해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찾는 글로벌 축제가 됐다. 인 감독은 “처음 축제를 기획할 때 지속 가능한 축제를 목표로 했는데, 코로나19가 닥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관객들이 무대 뒤의 모습을 궁금해 하지만 접근이 어렵다”며 “그래서 백스테이지 투어를 준비했고, 아티스트들이 가상공간에서 관객들과 인터뷰를 하는 시간을 비롯해 XR공연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년에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20주년이 되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전과 환경이 많이 변해 있고, 포스트 코로나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를 통해 진행되는 이번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기술 확장의 의미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제19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티켓 단독 판매처인 온라인 여행사 ‘투어비스’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로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 투어비스가 지난 6월 23일 판매한 블라인드 티켓이 2분 만에 매진, 7월 12일에 판매한 얼리버드 특가 티켓 역시 1분 만에 매진되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8월 2일부터는 일반 티켓과 함께 반려견 동반좌석, 캠핑 패키지 등 티켓이 포함된 특별 패키지를 구성하여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자라섬 근처 여행 명소와 가평&춘천 숙소를 특가로 제공하는 특별 프로모션도 운영한다. 축제 현장에서는 3일 내내 올해 포커스 국가인 스페인과 여행 서비스를 결합한 ‘스페인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테마로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 공항 콘셉트의 투어비스 이벤트 부스를 방문하는 고객 모두에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공식 이미지로 디자인한 여권과 여권을 꾸밀 수 있는 스티커를 제공하며, 인생네컷 촬영 부스와 특별 포토존도 준비했다. 현장에서 룰렛을 돌려 스페인 항공권, 호텔 숙박권 등을 제공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투어비스 윤민 대표는 “올해 거리두기가 완화된 만큼 코로나19로 단절됐던 공연 전시 등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공연티켓 뿐만 아니라 캠핑·숙박 등 액티비티가 연계된 패키지 상품의 판매율도 높아 여행의 확장성도 중요한 트렌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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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그리스 산토리니 종탑

    그리스 에게해의 보석으로 불리는 산토리니섬에는 250여 개의 그리스 정교회 소속 교회가 있다. 대부분 빛나는 하얀 페인트로 칠해져 있으며, 파란색의 돔 지붕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인들의 95%는 정교회 신자다. 파란 하늘과 바다, 흰색 건물과 파란색 지붕은 산토리니를 상징한다. 교회마다 층층이 여러 개의 종이 달려 있는 독특한 종탑을 가지고 있다. 해질녘 분홍색으로 물드는 종탑은 훌륭한 선셋 포인트가 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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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카펫보다 아찔한 자연의 붉은 융단…애틋함 담긴 이 꽃 한창인 고창 [전승훈의 아트로드]

    초가을 고즈넉한 산사로 가는 길이 이렇게 화려해도 되는 것일까. 나무 그늘 아래 활짝 피어난 꽃무릇의 유혹이 온몸을 휘감는다. 가을은 모든 것이 스러져 가고, 퇴색하는 계절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계절에 선명한 붉은 융단이 깔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노을빛처럼 불타오르는 숲속의 꽃밭은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보다 아찔한 황홀경을 연출한다.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꽃무릇이 한창인 고창 선운사와 영광 불갑사에 다녀왔다. ●선운사 도솔천에 핀 그리움의 꽃전북 고창의 선운사는 해마다 3, 4월이면 온 산에 빨간 동백꽃이 피어난다. 붉은 동백꽃이 통째로 툭툭 떨어지는 모습은 처연한 사랑의 슬픔을 느끼게 한다.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선운사(禪雲寺) 동백나무 숲은 절 뒤쪽 산자락에 30m 너비로 3000여 그루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동백나무는 산에 불이 났을 때 사찰을 보호하기 위한 방화림(防火林)으로 많이 심어 왔다. 그런데 가을의 초입에 선운사는 어떤 단풍보다 먼저 붉은 유혹으로 물든다. 동백꽃보다 더 슬픈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석산(꽃무릇)이다. 선운사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꽃무릇 행렬은 길가에서 몇 송이씩 무리지어 하늘거린다. 마치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서 붉은색 개양귀비꽃이 초록색 들판과 흰 구름 속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꽃무릇은 햇살 아래에서는 오히려 색이 바래 흐려진다. 반면 나무 그늘에서 무더기로 피어난 꽃무릇은 더욱 진한 크림슨색으로 빛난다. 꽃무릇은 ‘상사화(相思花)’의 일종이다. 땅에서 맵시 있게 솟아오른 초록색 꽃대 위에 덩그러니 한 송이가 달려 있다. 매끈한 줄기에는 어떤 잎의 흔적도 없다. 광합성은 어떻게 하고, 영양분은 어떻게 얻을까. 답은 뿌리에 있었다. 수선화과인 꽃무릇은 알뿌리로 번식을 한다. 꽃이 지고 나면, 10월에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난다. 겨울에 선운사에 오면 살찐 부추나 난초처럼 생긴 풀들이 온통 새파랗게 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이라고 해서 ‘돌마늘(석산)’ 또는 ‘개난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상사화의 잎과 꽃은 어긋난 시간 때문에 같은 하늘 아래서 만날 수 없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듯이 인연이란 스치지 않으면 맺어질 수 없고, 만남 없이 생겨나지 않는 게 그리움이다. 그러나 꽃과 잎이 홀로 버텨낸 시간은 헛된 것은 아니다. 잎은 부지런히 광합성을 해서 뿌리에 영양분을 비축하고, 그 힘으로 허공으로 불쑥 기다란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워낸 것이다. 꽃은 열매도 없이 땅으로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 “아직 한번도/당신을/직접 뵙진 못했군요//기다림이 얼마나/가슴 아픈 일인가를/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잘 모릅니다.//좋아하면서도/만나지 못하고/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어긋나 보지 않은 이들은/잘 모릅니다.//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오랜 세월/침묵 속에서/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어둠 속에서/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익혀왔습니다.//죽어서라도 꼭/당신을 만나야지요/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오늘은 어제보다/더욱 믿으니까요.”(이해인 수녀 ‘상사화’) 꽃무릇이 유난히 절 주변에 많이 심어져 있는 이유는 뿌리에 방부제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탱화를 그릴 때나 단청을 할 때 뿌리 성분을 짓찧어 넣으면 좀이 슬지 않고 색이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그래서 절마다 상사화에 얽힌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상사화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선운사 꽃무릇을 더 호젓하게 즐기려면 대웅전을 지나 물소리를 들으며 도솔암까지(약 2km) 산책하면 좋다. 선운사 옆으로 흐르는 도솔천 계곡의 어두운 물빛을 환하게 밝히며 피어 있는 꽃무릇은 더욱 애틋하다. 도솔천 물빛에 반사된 나무 그림자는 그야말로 피안의 세계다. 꽃과 빛, 그늘과의 명암 대비가 시선을 확실히 잡아당기는 매력이 있다. ●영광 불갑사 꽃무릇 우리나라 3대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다. 그중에서 영광 불갑사는 국내 최대 군락지다. 단일 군락으로는 불갑사 일대가 가장 많다. 선운사의 꽃무릇은 길 따라 자연스럽게 피어 있고, 불갑사 꽃무릇은 노을빛 꽃 융단을 펼친 듯 압도적이다. 불갑사는 선운사보다 2, 3일 개화기가 빠르다. 영광 법성포는 백제 불교가 최초로 도래한 지역이다.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영광 법성포를 통해 들어와 불교를 전파했다. 그가 건립한 최초의 사찰이 불갑사다. 불갑사(佛甲寺)는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사찰 중 으뜸이라는 뜻이다. 영광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法聲浦)는 성인(聖人)이 법(法)을 가지고 들어온 포구란 뜻이다. 불갑사에서 언제부터 상사화를 심어 온 것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사찰 뒤편 동백골 주변에 자생하던 것이 골짜기로 번져 연실봉 가는 길이 가장 먼저 상사화로 뒤덮였다. 일주문에서 사찰에 이르기까지 약 1km 구간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좌우 산자락과 공원이 온통 붉은 꽃물결이다. 불갑사 경내에 들어가면 흙담 아래에 삼삼오오 피어 있는 꽃무릇이 정겹다. 불갑사에는 상사화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진다. 불갑사에서 수행하던 ‘경운’이라는 스님이 불갑사를 창건한 마라난타 존자의 고향인 간다라 지역으로 유학을 떠난다. 스님은 법회에서 만난 간다라 지역 쿠샨 왕의 공주와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스님을 추방하게 되고, 공주는 작은 화분에 참식나무 한 그루와 작은 씨앗을 선물로 주었다. 불갑사로 돌아온 스님이 열반에 든 후 참식나무 밑에서 꽃이 피어나는데,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상사화라 하였다고 한다. 상사화는 석산(꽃무릇) 외에도 붉노랑상사화, 제주상사화, 위도상사화, 백양꽃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여름철 8월이 상사화의 절정기이고,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은 꽃무릇 세상이다. 꽃무릇이 꽃이 핀 뒤에 10월쯤에 잎이 나는 반면, 다른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난 뒤에 여름에 꽃이 피는 점이 다르다. 꽃과 잎이 서로 볼 수 없는 특성은 같다. 꽃무릇은 김천 직지사, 정읍 내장사, 서울 길상사 등에서도 10월 초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아이비 송악과 수동리 팽나무 고창 선운사로 가는 입구 매표소 옆엔 개울 건너 절벽 전체를 뒤덮으며 자라는 덩굴나무가 있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수백 년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덩굴나무 줄기는 절벽을 타고 부챗살처럼 뻗어 15m 넘게 올라간 모습이 장관이다. 잎은 반질반질 윤이 나고 짙은 녹색이다. 국내 송악 중 가장 큰 나무여서 천연기념물(367호)로 보호하고 있다. 송악은 한국의 아이비(Ivy)다. 송악은 상록성 덩굴나무인데, 주로 남해안과 제주도 등 남쪽 지방에 분포한다. ‘담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창 수동리에 가면 수령 400년 넘은 팽나무(천연기념물 제494호)를 만날 수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경남 창원 북부리 팽나무처럼 주변이 탁 트인 마을 산정에 우뚝 솟아 있는 우람한 팽나무다. 현재 천연기념물 노거수로 지정된 팽나무는 경북 예천 금남리 황목근과 고창 수동리 팽나무 단 2건뿐이다. 수동리 팽나무 그늘 아래 앉으니 언덕 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머리카락에 닿는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도 춤을 춘다. 고창, 영광=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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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긋난 인연에 불타는 그리움… 붉은 유혹은 죽음보다 강하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초가을 고즈넉한 산사로 가는 길이 이렇게 화려해도 되는 것일까. 나무 그늘 아래 활짝 피어난 꽃무릇의 유혹이 온몸을 휘감는다. 가을은 모든 것이 스러져 가고, 퇴색하는 계절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계절에 선명한 붉은 융단이 깔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노을빛처럼 불타오르는 숲속의 꽃밭은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보다 아찔한 황홀경을 연출한다.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꽃무릇이 한창인 고창 선운사와 영광 불갑사에 다녀왔다.》○ 선운사 도솔천에 핀 그리움의 꽃 전북 고창의 선운사(禪雲寺)는 해마다 3, 4월이면 온 산에 빨간 동백꽃이 피어난다. 붉은 동백꽃이 통째로 툭툭 떨어지는 모습은 처연한 사랑의 슬픔을 느끼게 한다.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선운사 동백나무 숲은 절 뒤쪽 산자락에 30m 너비로 3000여 그루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동백나무는 산에 불이 났을 때 사찰을 보호하기 위한 방화림(防火林)으로 많이 심어 왔다. 그런데 가을의 초입에도 선운사는 어떤 단풍보다 먼저 붉은 유혹으로 물든다. 동백꽃보다 더 슬픈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석산(꽃무릇)이다. 선운사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꽃무릇 행렬은 길가에서 몇 송이씩 무리지어 하늘거린다. 마치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서 붉은색 개양귀비꽃이 초록색 들판과 흰 구름 속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꽃무릇은 햇살 아래에서는 오히려 색이 바래 흐려진다. 반면 나무 그늘에서 무더기로 피어난 꽃무릇은 더욱 진한 크림슨색으로 빛난다. 꽃무릇은 ‘상사화(相思花)’의 일종이다. 땅에서 맵시 있게 솟아오른 초록색 꽃대 위에 덩그러니 한 송이가 달려 있다. 매끈한 줄기에는 어떤 잎의 흔적도 없다. 광합성은 어떻게 하고, 영양분은 어떻게 얻을까. 답은 뿌리에 있었다. 수선화과인 꽃무릇은 알뿌리로 번식을 한다. 꽃이 지고 나면, 10월에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난다. 겨울에 선운사에 오면 살찐 부추나 난초처럼 생긴 풀들이 온통 새파랗게 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이라고 해서 ‘돌마늘(석산)’ 또는 ‘개난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상사화의 잎과 꽃은 어긋난 시간 때문에 같은 하늘 아래서 만날 수 없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듯이 인연이란 스치지 않으면 맺어질 수 없고, 만남 없이 생겨나지 않는 게 그리움이다. 그러나 꽃과 잎이 홀로 버텨낸 시간은 헛된 것은 아니다. 잎은 부지런히 광합성을 해서 뿌리에 영양분을 비축하고, 그 힘으로 허공으로 불쑥 기다란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워낸 것이다. 꽃은 열매도 없이 땅으로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 “아직 한번도/당신을/직접 뵙진 못했군요//기다림이 얼마나/가슴 아픈 일인가를/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잘 모릅니다.//좋아하면서도/만나지 못하고/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어긋나 보지 않은 이들은/잘 모릅니다.//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오랜 세월/침묵 속에서/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어둠 속에서/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익혀왔습니다.//죽어서라도 꼭/당신을 만나야지요/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오늘은 어제보다/더욱 믿으니까요.”(이해인 수녀 ‘상사화’) 꽃무릇이 유난히 절 주변에 많이 심어져 있는 이유는 뿌리에 방부제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탱화를 그릴 때나 단청을 할 때 뿌리 성분을 짓찧어 넣으면 좀이 슬지 않고 색이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그래서 절마다 상사화에 얽힌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상사화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선운사 꽃무릇을 더 호젓하게 즐기려면 대웅전을 지나 물소리를 들으며 도솔암까지(약 2km) 산책하면 좋다. 선운사 옆으로 흐르는 도솔천 계곡의 어두운 물빛을 환하게 밝히며 피어 있는 꽃무릇은 더욱 애틋하다. 도솔천 물빛에 반사된 나무 그림자는 그야말로 피안의 세계다. 꽃과 빛, 그늘과의 명암 대비가 시선을 확실히 잡아당기는 매력이 있다. ○영광 불갑사 꽃무릇우리나라 3대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다. 그중에서 영광 불갑사는 국내 최대 군락지다. 단일 군락으로는 불갑사 일대가 가장 많다. 선운사의 꽃무릇은 길 따라 자연스럽게 피어 있고, 불갑사 꽃무릇은 노을빛 꽃 융단을 펼친 듯 압도적이다. 불갑사는 선운사보다 2, 3일 개화기가 빠르다. 영광 법성포는 백제 불교가 최초로 도래한 지역이다.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영광 법성포를 통해 들어와 불교를 전파했다. 그가 건립한 최초의 사찰이 불갑사다. 불갑사(佛甲寺)는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사찰 중 으뜸이라는 뜻이다. 영광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法聲浦)는 성인(聖人)이 법(法)을 가지고 들어온 포구란 뜻이다. 불갑사에서 언제부터 상사화를 심어 온 것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사찰 뒤편 동백골 주변에 자생하던 것이 골짜기로 번져 연실봉 가는 길이 가장 먼저 상사화로 뒤덮였다. 일주문에서 사찰에 이르기까지 약 1km 구간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좌우 산자락과 공원이 온통 붉은 꽃물결이다. 불갑사 경내에 들어가면 흙담 아래에 삼삼오오 피어 있는 꽃무릇이 정겹다. 불갑사에는 상사화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진다. 불갑사에서 수행하던 ‘경운’이라는 스님이 불갑사를 창건한 마라난타 존자의 고향인 간다라 지역으로 유학을 떠난다. 스님은 법회에서 만난 간다라 지역 쿠샨 왕의 공주와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스님을 추방하게 되고, 공주는 작은 화분에 참식나무 한 그루와 작은 씨앗을 선물로 주었다. 불갑사로 돌아온 스님이 열반에 든 후 참식나무 밑에서 꽃이 피어나는데,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상사화라 하였다고 한다. 상사화는 석산(꽃무릇) 외에도 붉노랑상사화, 제주상사화, 위도상사화, 백양꽃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여름철 8월이 상사화의 절정기이고,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은 꽃무릇 세상이다. 꽃무릇이 꽃이 핀 뒤에 10월쯤에 잎이 나는 반면, 다른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난 뒤에 여름에 꽃이 피는 점이 다르다. 꽃과 잎이 서로 볼 수 없는 특성은 같다. 꽃무릇은 김천 직지사, 정읍 내장사, 서울 길상사 등에서도 10월 초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아이비 송악과 수동리 팽나무고창 선운사로 가는 입구 매표소 옆엔 개울 건너 절벽 전체를 뒤덮으며 자라는 덩굴나무가 있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수백 년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덩굴나무 줄기는 절벽을 타고 부챗살처럼 뻗어 15m 넘게 올라간 모습이 장관이다. 잎은 반질반질 윤이 나고 짙은 녹색이다. 국내 송악 중 가장 큰 나무여서 천연기념물(367호)로 보호하고 있다. 송악은 한국의 아이비(Ivy)다. 송악은 상록성 덩굴나무인데, 주로 남해안과 제주도 등 남쪽 지방에 분포한다. ‘담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창 수동리에 가면 수령 400년 넘은 팽나무(천연기념물 제494호)를 만날 수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경남 창원 북부리 팽나무처럼 주변이 탁 트인 마을 산정에 우뚝 솟아 있는 우람한 팽나무다. 현재 천연기념물 노거수로 지정된 팽나무는 경북 예천 금남리 황목근과 고창 수동리 팽나무 단 2건뿐이다. 수동리 팽나무 그늘 아래 앉으니 언덕 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머리카락에 닿는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도 춤을 춘다. 글·사진 고창/영광=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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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괌해변에 한국인 밀물… 1년새 방문객 94배

    “코로나19를 겪은 지난 3년간은 매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괌의 호텔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비용 절감, 인원 감축에 나서야 했지요. 그러나 팬데믹 기간은 괌의 관광산업을 돌아보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미국령인 괌은 매력적인 에메랄드 빛 바다 휴양지로 한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여행지다. 태평양의 휴양지인 하와이보다 비행거리가 가깝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2019년까지는 1년 내내 모든 호텔의 객실이 가격과 상관없이 예약이 꽉 찰 정도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멈췄다. “올해 4월부터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현재 괌의 호텔 객실을 찾아오는 관광객의 90%는 한국인입니다. 팬데믹 이후 일본보다 한국 관광객이 괌을 먼저 찾아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을 하지 못했죠.”(켄 야나기사와 ‘더 츠바키 타워’ 총지배인) 7월 괌 정부관광청이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괌의 한국인 여행객 수는 올해 4월 3239명이었던 것이 6월에는 1만6298명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6월(173명)보다 94배 늘어난 수치다. 일본은 아직 해외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남아 있고, 중국은 미국령 괌을 위해선 비자발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괌의 해변과 호텔에서는 한국어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괌 관광청은 올해 약 22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괌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IC괌, 더 츠바키 타워, 힐튼 괌 리조트 앤드 스파, 호텔 닛코 괌, 리가로얄 라구나 괌 리조트 등 괌 내에 6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PHR그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고객으로 떠오른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본격적인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먼저 고급화 전략이다. 2015년에 5성급 럭셔리 호텔인 두짓타니 괌이 문을 연 데 이어, 괌 최초로 6성급 호텔을 표방한 더 츠바키 타워가 2020년 7월 오픈했다. 340개 전 객실에 오션뷰 발코니를 갖춘 이 호텔은 에메랄드 빛 투몬 비치를 내려다보는 인피니티풀 수영장에서 매일 밤마다 분수 쇼가 펼쳐진다. 또한 26층 클럽라운지에서는 애프터눈 티를 즐기며 환상적인 일몰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1층 뷔페 레스토랑에서는 서울의 한식을 비롯해 도쿄, 홍콩, 싱가포르, 타이베이 등 5개 국제도시의 스탠더드에 맞춘 식음료(F&B)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야나기사와 더 츠바키 타워 총지배인은 “럭셔리 호텔은 시설보다 중요한 것이 고객 서비스”라며 “팬데믹 기간에 오픈해서 호텔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직원들이 최상의 고객서비스를 위한 준비시간을 벌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몬베이 옆의 건비치에 자리 잡은 호텔 닛코는 30년 전통의 리조트로, 야자수가 우거진 해변과 괌에서 가장 긴 미끄럼틀을 가진 수영장이 명물이다. 이 호텔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브랜드 재정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바일에 익숙한 한국인 MZ세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모바일 앱 서비스다. 디지털 체크인과 체크아웃, 모바일 키, 레스토랑 예약 등을 모두 호텔 도착 전 모바일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위생에 민감한 한국인들을 위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허스키(Huskee) 텀블러를 전 객실에 비치해 기념품으로 증정한다. 이 텀블러를 들고 로비 파운틴 카페를 방문할 경우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괌 여행은 하와이와 비슷한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가깝고 비용이 저렴합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한국과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들었죠. 그러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현지인들을 위한 핼러윈,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파티를 만들었습니다. 전통적인 허니문이나 패키지 관광을 넘어서 젊은 세대들이 즐길 수 있는 리조트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호텔 닛코 윌리엄 시노자키 총지배인) 괌=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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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아비뇽의 다리

    “아비뇽 다리 위에서∼ 다 같이 춤추자∼ 동그라미 그리며∼.” 프랑스 남부 론강 위에 놓인 이 다리는 ‘아비뇽 다리 위에서’라는 민요로 널리 알려졌다. 12세기 무렵 양치기 소년 베네제가 신의 계시를 듣고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어 ‘성 베네제 다리’라고도 불린다. 22개의 아치로 돼 있던 다리는 현재 4개의 교각만 남아 있다. 더 이상 강을 건널 수는 없는 다리지만, 민요 덕분에 아비뇽을 전 세계에 알린 다리가 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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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회 석정시문학상에 문효치, 석정촛불시문학상에 손은조 시인

    신석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제9회 석정시문학상에 문효치 시인이, 제9회 석정촛불시문학상에 손은조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석정시문학상은 한국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1907~1974) 시인의 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신석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부안군, 석정문학회, 부안군 문화재단, 전북예총,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가 후원하는 이 상의 올해 심사위원에는 신달자 시인과 안도현, 김영, 정군수 시인 등이 참여했다. 석정시문학상 수상자인 문효치 시인은 전북 군산 출생으로 1966년 한국일보 및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당선됐다. 1966년 ‘신년대’ 동인회 참여를 비롯해 1980년 ‘진단시’ 동인회 창립, 문학과 창작 편집주간, 현대시인협회 상임이사 및 부회장, 동국문학인회장, 한국문인협회 사분과 회장, 계간 라토피아 편집고문,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장, 한국예총 부회장을 역임했다.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문효치 시인은 “이번 수상은 평소 흠모하는 분의 시 정신을 기리는 상이요, 고향 전북에서 주어지는 상이어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제 삶의 나머지 주어진 시간에 후회없는 문학 인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인 손은조 시인은 경북 경주 출생으로 2018년 월명문학상, 2020년 동리목월 신인상을 수상했다. 손 시인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제가 처음으로 빠져 들었던 시가 신석정 시인님의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만화 첫 지면에 삽화와 함께 전개된 이 시가 어린 제 가슴을 얼마만큼 흔들어 놓았는지 동시만 배우던 작은 세계의 탈바꿈이자 나만의 노트를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24일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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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닷컴/신석정 문학상

    신석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제9회 석정시문학상에 문효치 시인이, 제9회 석정촛불시문학상에 손은조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석정시문학상은 한국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1907~1974) 시인의 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신석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부안군, 석정문학회, 부안군 문화재단, 전북예총,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가 후원하는 이 상의 올해 심사위원에는 신달자 시인과 안도현, 김영, 정군수 시인 등이 참여했다. 석정시문학상 수상자인 문효치 시인은 전북 군산 출생으로 1966년 한국일보 및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당선됐다. 1966년 ‘신년대’ 동인회 참여를 비롯해 1980년 ‘진단시’ 동인회 창립, 문학과 창작 편집주간, 현대시인협회 상임이사 및 부회장, 동국문학인회장, 한국문인협회 사분과 회장, 계간 라토피아 편집고문,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장, 한국예총 부회장을 역임했다.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문효치 시인은 “이번 수상은 평소 흠모하는 분의 시 정신을 기리는 상이요, 고향 전북에서 주어지는 상이어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제 삶의 나머지 주어진 시간에 후회없는 문학 인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인 손은조 시인은 경북 경주 출생으로 2018년 월명문학상, 2020년 동리목월 신인상을 수상했다. 손 시인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제가 처음으로 빠져 들었던 시가 신석정 시인님의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만화 첫 지면에 삽화와 함께 전개된 이 시가 어린 제 가슴을 얼마만큼 흔들어 놓았는지 동시만 배우던 작은 세계의 탈바꿈이자 나만의 노트를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24일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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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는 예술을 방해 못했다”…마음을 그리는 현실 속 ‘우영우’들[전승훈의 아트로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다. 그는 법조문을 비롯해 한번 읽은 모든 문서는 스캐너처럼 머릿 속에 저장하는 비상한 암기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가끔씩 상상 속에서 고래가 튀어나올 때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우영우는 언어나 인지능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발달 장애인들 중에는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극소수는 천재성을 보인다. ‘고래’에 집착하는 우영우처럼 한가지 주제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엄청난 정보를 수집하고, 천재적인 암기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너무 한정된 분야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거나 소통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요즘 발달장애인들이 천재성을 발휘하는 분야 중 하나가 미술이다. 원래 미술치료는 발달장애인들이 자기표현과 의사소통력을 기르고, 신체의 근육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였다. 그런데 미술작업에 빠져든 발달장애 작가 중에는 정규 입시미술 교육을 받은 화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색채감과 창조적인 작품을 쏟아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발달장애’는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의 능력이 제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를 모두 지칭하는 말로, 자폐성 장애와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등을 모두 포괄하는 말이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의 다운증후군 언니로 출연했던 정은혜 작가는 지난달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드로잉 전시회를 가졌다. 실제 발달장애인인 그는 ‘은혜 씨의 포옹’이라는 그림에세이를 통해 자신이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그렸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막한 전시회에는 발달·지체·청각 등의 장애를 안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50인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현재 전국 20개 러쉬 매장에서는 윈도를 갤러리로 활용해 발달장애 작가들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제1회 러쉬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마음을 그리는 화가 지난 8일 발달장애 미술박람회인 러쉬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 러쉬매장에서 만난 양예준 작가(13). 그는 흰 모자를 눌러쓴 채 인사를 하면서도 쉽게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비늘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멸종위기 샴 악어, 눈동자들이 가득찬 어린 왕자의 옷, 총천연색 색깔로 칠해진 ‘마음을 그리는 화가’ 자화상…. 오일 파스텔, 색연필,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그린 그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감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곳곳에 등장하는 눈동자가 섬뜩하면서도 아름답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였어요. 예준이가 혼잣말을 하면서 끊임없이 연필을 잡고 흔드는 반복행동을 했습니다.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에 스스로 처리가 안되니까 불안해하면서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너무 안타까워서 벽에 커다란 전지를 붙여주었지요. 연필을 들고 그냥 흔들지 말고, 선이라도 그으리고 말이죠. 어느날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더군요. 지구 색연필을 잡고 반복해서 선을 그리고, 덧칠해서 번들번들해질 때까지 말이죠.” 어머니 장은경 씨는 예준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여러차례 자살충동도 겪었다고 했다. 연필을 쥐고 손을 흔드는 행동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그림 그리기로 우연하게 ‘미술 치료’가 시작됐다. “어느날 얼굴 그림에 민트색을 칠해놨더라구요. 왜 이런 색을 칠하지? 다른 애들처럼 제대로 색을 그리지 못하는 걸 보고 걱정하면서도 그냥 놔뒀어요. 부모 모두 미술전공자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어느날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에서 주최하는 그림대회에 엄마 아빠하고 김밥싸고 가서 놀러가자는 마음에 신청해서 갔습니다. 아이가 입상하지 못했는데도, 전시를 하게 해주었어요. 그게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2년 동안 그림대회에 나가서 50여 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분들이 정형화된 그림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예준이는 밀알복지재단과 한양대에서 발달장애 미술 수업을 받기도 했다. 집에 와서도 4시간 이상씩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엄마가 “12시니까 자야 해”라고 말하면, “더 그리면 안돼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너무 행복해하고, 자존감이 크게 높아지면서 치유가 되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약물이 필요없을 정도로 혼잣말을 하거나 손을 떠는 행동도 많이 나아졌다. 교실에서도 더 이상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장애인이 아니라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불려지게 됐다고 한다. 양예준 작가는 시내버스 광고도 나오고, 오티즘 엑스포, 러쉬아트페어에도 초대받는 어엿한 작가가 됐다. 지난 9월1일~6일 영국 사치(Saatchi) 갤러리가 주최하는 ‘스타트 아트페어 서울 2022’에도 학생 미술공모전에서 당선됐다. 발달장애 미술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 심사를 거쳐 6명 중 한 명으로 당선된 것이다. 스타트 아트페어에는 기안84, 송민호, 낸시랭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작품도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양 작가의 ‘우리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오랑우탄’ 그림은 10월 영국 런던 프리즈 위크 기간 사치 갤러리에서 열리는 ‘스타트 아트페어’에도 초청돼 글로벌 무대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예준이는 평소 눈동자를 그리기 좋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도 눈동자에 슬픔을 담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해바라기와 사람의 이미지, 전쟁을 멈춰달라는 메세지와 함께 총알을 맞은 흔적도 그려넣었다. 어머니 장은경 씨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았던 소감을 물었다. “우영우 그 친구는 매우 특별하잖아요. 그런 친구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이 중에 극소수입니다. 저도 장애아의 엄마니까. 제 아이가 우영우처럼 극소수의 재능을 가진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발달장애인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책 출판 작업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내 아이도 언젠가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어느 시설에 들어가서 살 수 밖에 없을 때가 오겠죠. 그 때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고, 자기만의 취미가 있다면 그거면 됐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특별하고 대단한 것을 바라지는 않아요. 그저 아이가 일반인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가고, 장애를 가졌지만 행복한 상태가 됐으면 합니다. 예준이에게 넌 어떤 화가야?하고 물어보면, ‘저는 마음을 그려요. 마음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래 너는 네 마음을 그리니까, 사람들이 언젠가 그 마음을 알아줄꺼야라고 말해줍니다.”●“이규재는 꼴찌다, 그러나 나는 화가지!” 발달장애 미술의 특징은 ‘교육’에 의해 미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집요하게 그림을 파고 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법과 색채감을 완성해나간다는 점이다. 입시미술에 길들여진 천편일률적인 작품과 달리, 나이 어린 작가인데도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이고 대담한 작품이 많다. 10년 이상 발달장애 미술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와 협업을 기획해 온 크리에이터 한젬마 씨에게 발달장애 미술에 대해 물었다. “작가들의 색감이 매우 자신있고, 밝은 경우가 많다. 색의 대비 매칭력이 뛰어나서 색감표현력이 강렬하고 구성력이 뛰어나다. 미술전시 브로슈어를 만들 때는 보통 색보정을 좀 한다. 좀더 밝고 선명하고, 강렬해 보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발달장애 작가들의 그림은 유독 원화만큼 색보정이 안됐다. 절대 그래픽이나 인쇄를 통해서는 그 원화만큼의 색상을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의 그림을 ‘빛’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발달장애 작가들은 시계, 자동차, 새 등 자신이 관심이 있는 대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그린다. 9월19일까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애인 문화 예술축제 A+ 페스티벌 특별전시’에는 부산시 연제구에 사는 발달장애 작가 윤진석 씨(24)의 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네살 때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그는 시계에 집착해왔다. 다른 사람 얼굴을 쳐다보거나 눈을 맞추는 것도 힘들어하는 윤 씨는, 병원과 식당, 복지관, 학교의 벽에는 걸려 있는 벽시계를 하염없이 쳐다보곤 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벽에 걸린 시계를 앞면과 뒷면을 샅샅이 살피고, 시계를 분해해 내부를 관찰하는 것도 좋아했다. 그의 어머니는 “진석이는 다른 사람의 눈을 쳐다보는 대신 시계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렇게 관찰한 시계를 스케치북에 옮겼다. 종이 앞장에 시계 앞면을 그리고 뒷면에는 직접 관찰한 뒷모습을 새겨넣었다. 그는 해당 시계를 관찰한 장소와 시간까지도 정확히 기억했다. 그림 제목에는 늘 ‘그랜드호텔 수영장 시계’ ‘청도 오리백숙 시계’ ‘이랴이랴 숯불갈비 시계’처럼 그 시계 관찰 장소를 써넣었다. 그림이 알려지면서 윤씨 시계 그림은 tvN 드라마 ‘마인’에도 등장했다. 드라마 속에서 그 그림은 12억원에 거래된다. 러쉬아트페어 가로수길점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이규재 작가는 5살 무렵부터 종이에 동그라미와 네모, 세모 등의 도형 그리기를 반복하며 매일 사과상자 가득 그림종이가 쌓였다고 한다. 부모는 자폐성 장애의 특징인 반복 집착행동으로만 여겨져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제한을 두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춘기가 되면서 비장애친구들과의 차이에 힘들어할 때마다 “이규재는 뭘 해도 꼴찌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음성틱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미술대회에서 상 을 받게 된 후로 “이규재는 꼴찌다. 근데 난 화가지, 상받았지, 이규재는 이규재다”라는 자존감의 표현을 혼잣말로 하는 버릇이 생겼다. 미술로 자존감을 얻고 치유를 하게 된 것. 그는 여행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검색해서 스케줄을 정하고 하나하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나무와 산, 박물관을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생각날 때마다 보며 그 느낌을 그림으로 그린다. 물감 뿐 아니라 혼합 재료로 그린 그의 그림은 마치 물결이 치는 듯 판타지처럼 보인다. 최서은 작가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지만 대학졸업 후 늦게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에 빠졌다. 그러다 목판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조각칼로 나무를 깎아낼 때의 따뜻한 촉감에 매료돼 나무판으로 주위에 있는 나무와 꽃, 강아지를 그리며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목판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 15년 가까운 시간을 한 길을 걸어왔다. 스스로 발달장애를 안고 있으면서도 판화작업에 ‘생산적 집착’ 을 통해 스스로 ‘힐링(Healing)’하는 방법을 터득한 작가이다. 3살에 자폐 진단을 받은 이다래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그림으로 세상과 교류해 왔다. 현재 20대 초반인 그는 4번의 개인전을 비롯해 수많은 전시회에 초대됐다. 2014년에는 그림 속 얼룩말이 돌연 작업실에 등장한 장면을 정밀히 묘사해 장애인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원예 수업과 하루 한 시간 한강 변을 걷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작업실에 머물며 그림을 그린다. 지난 5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회담을 마치고 발달장애 화가 김현우(픽셀킴) 작가의 ‘퍼시 잭슨, 수학드로잉’이라는 그림을 감상해 주목을 끌었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김 작가는 자신이 경험하고 상상하는 것을 픽셀로 조형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은 세로로 칠해진 파랑과 노랑, 주황 바탕에 풀 수 없는 수학 공식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합 교육 방침에 따라 일반 고등학교에서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던 김 작가에게 수학 수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수업 시간 내내 김 작가는 선생님이 칠판에 그린 도형과 그래프, 수학공식을 자신의 노트에 빼곡하게 따라 썼다. 김 작가가 빼곡히 채운 수십 권의 노트는 이후 2019년 캔버스로 옮겨지면서 작품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으로 완성됐다. 어릴 적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수십번 넘게 완독했던 김 작가는 ‘퍼시잭슨’ 역시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신’인 퍼시잭슨은 김 작가에게 이도 저도 아닌, 어떤 것으로 표현하거나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풀 수 없는 수학공식 같았다. 그렇게 ‘퍼시잭슨’이 다루는 ‘번개’의 모양을 본뜬 세로무늬가 수학 공식과 연결돼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젬마 씨는 “발달장애인들이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을 그리는 작가들이 유독 많다”며 “특히 깜짝 놀랄 정도로 색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들은 본능적으로 구성력과 표현력, 완성도를 타고나는 이가 많다. 교육에 의해 미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적부터 집요하게 그림만 파고드는 이가 종종 있는데. 그러한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예술가로 성장하곤 한다. 후기인상주의 화가 툴루즈 로트렉도, 낭만주의 대가 고야도, 한국의 운보 김기창 화백도 누구도 장애 화가라 언급하지 않는다. 후천적 장애화가가 된 마티스나 마네는 장애시기의 작품이 더 빛을 발하기도 했다. 장애가 예술을 방해하지 못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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