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김현수 부장

동아일보 경제부

구독 115

추천

뉴욕의 모든 것을 글에 담습니다.

kimhs@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칼럼74%
국제경제10%
국제일반7%
대통령3%
인사일반3%
미국/북미3%
  • “가계 전시상황” 전세계 고금리 파동

    “한 달에 한 번 하던 외식도 못 할 정도로 삶이 팍팍해졌습니다.” 캐나다 서부 밴쿠버 인근에 거주하는 제니퍼 홀 씨(46)는 금리 인상으로 달라진 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5년 전 변동금리로 60만 캐나다달러(약 5억7961만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계약 당시 연 2.7%였던 금리는 올해 6월 7%대로 치솟았다.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진 그는 만기가 끝나기 전인 8월 연 5.8% 3년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탔다. 홀 씨는 “5년 전보다 월 상환액이 950캐나다달러(약 92만 원)나 불어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이후 2년째 이어지는 고금리·고물가 현상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서 각국 국민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서 만난 10여 명의 사람은 “(금리 상승 등 최근 경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살림살이가 전시 상태를 방불케 한다”고 털어놨다. 주요국들은 코로나 시기에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물가를 끌어올리자 앞다퉈 긴축을 시작하며 ‘유동성 잔치’를 끝냈다. 각국 중앙은행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지만 생활 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고금리 기조가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이어지며 전 세계 경제 주체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이렇게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각국에선 내수 불황과 소비 위축이 발생하고 있고 상업용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도 연쇄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빚 부담이 커진 한계기업의 줄도산 위기가 은행권 부실로 전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 하반기부터 주요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이전 같은 초저금리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고금리로 장기 침체에 빠진다면 모두가 고통받기 때문에 신산업 육성 등 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월급 40% 대출상환… 전세계 영끌족, 고금리 고통 시작에 불과”〈1〉 허리띠 졸라매는 각국 중산층캐나다 주담대 이율 3년새 5배로… 英선 月임대료 한번에 66만원 올라저금리때 대출 늘렸던 젊은이들… “월세-점심값 전부 다 뛰어 부담 급증” “남편이 매달 벌어오는 돈의 40%를 주택담보대출 갚는 데만 쓰고 있으니 전시(戰時) 상황이 따로 없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어요.”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보아디야델몬테의 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아나 힐 씨(55)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저금리 시기에 대출 규모를 늘려 총액 30만 유로(약 4억2558만 원)를 변동금리 조건으로 상환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자 늘어난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000유로(약 142만 원)를 넘지 않았던 월 상환액은 1460유로(약 207만 원)까지 불어났다. 스페인의 금융소비자 보호 단체 ADICAE엔 최근 힐 씨와 같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변경하거나 원금을 조기 상환하는 등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12개월 유리보(Euribor·유럽 은행 간 금리)가 지난해 7월 초 0.961%에서 올해 12월 초 3.902%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변동금리 주담대 비중은 올해 10월 기준 약 75%로 한국(58.4%)보다 높다. ● 고금리 직격탄 맞은 글로벌 ‘영끌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한 캐나다도 고금리 충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9%로 세계 3위였다. 한국(100.2%·4위)보다 높다. 샤나 리 캐나다왕립은행(RBC) 모기지 스페셜리스트는 “고금리의 충격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담대 이자가 1.1%까지 하락했던 2020년, 2021년 ‘영끌’한 고객이 많다”며 “그때 변동금리로 계약한 고객들은 현재 6%에 가까운 이자를 내고 있는데, 이자가 크게 늘어 원금은 갚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모기지주택공사(CMHC)에 따르면 85만 캐나다달러(약 8억2111만 원) 이상을 빌린 대규모 주담대 보유자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08%에서 올해 2분기(4∼6월) 0.13%로 급등했다. 미국의 중산층도 고물가와 임차료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미 뉴욕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프레드 맥널티 씨(30)는 올봄 맨해튼 북단 ‘워싱턴하이츠’ 지역으로 이사했다. 2021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월 1660달러(약 216만 원)였던 ‘할렘’ 지역 스튜디오(방이 없는 원룸) 월세가 2년 뒤 1970달러(약 257만 원)로 20% 가까이 뛰었다. 맥널티 씨는 기자와 만나 “현재 지역에선 방 2개 아파트를 월 2550달러(약 333만 원)에 구했다”며 “그나마 나는 경제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외식 습관도 바뀌었다. 팬데믹 이전엔 맨해튼 미드타운(시내 중심지)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 1인당 7∼15달러(약 9000∼2만 원)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5∼20달러(약 2만∼3만 원) 수준에 팁이 20%가량 붙어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긴축 여파로 월세 부담도 상승 금리 갱신 주기가 비교적 짧은 영국에선 연말까지 고정금리 주담대 150만 건의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영국의 주담대 금리가 급등해 7월에는 2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6.66%까지 치솟기도 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상환액이 늘어나 연말까지 120만 가구의 저축이 바닥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의 영향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 7월 영국 주택 임대료는 통계 발표 이래 가장 큰 폭(5.3%)으로 올랐다. 영국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박경민 씨(26)는 “주변에는 월세로 400파운드(약 66만 원)가 한 번에 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고강도 긴축의 충격으로 세대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집을 산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층은 고금리에 집을 사기도, 가족을 꾸리기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맥널티 씨는 “베이비부머들은 저금리에 집을 사고, 부부 중 한 명은 집에서 가족을 돌볼 수 있었지만 우리 세대는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마드리드·런던=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밴쿠버=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스닥 1달러 미만 ‘동전주’ 급증… 2년새 2개→497개

    뉴욕증시에서 1달러 미만에 거래되는 이른바 ‘동전주(penny stock)’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2021년 시장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 상장한 스타트업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3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1년 2월 주가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진 미 주식은 4개 종목뿐이었지만 2022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0일 기준 592개로 최근 3년간 최고치를 찍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만 보면 2021년 7월 동전주 수는 2개에서 지난달 15일에 497개로 3년래 가장 높았다. 동전주 수가 급증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초저금리로 스타트업 상장 열풍이 불었다가 거품이 꺼진 탓으로 분석된다. 당시 엄격한 상장 심사를 피하기 위해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을 통한 우회상장이 유행했다.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도 2019년 상장 실패 후 2021년 스팩 우회상장을 통해 상장했다가 동전주로 전락한 상태다. 2021년 8월 스팩 상장한 자율주행차 센서 기업 에이아이(AEye)는 상장 이후 주가가 98% 하락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빅테크 실적 상승으로 나스닥 지수가 올 들어 37% 급등한 것과 상반된 현상이다. 나스닥에는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의 상장을 취소하고 퇴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취소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이의 신청 과정 등으로 최소 1년 이상 거래를 지속할 수 있다. WSJ는 “애플 같은 우량주가 거래되는 나스닥에서 위험한 동전주가 함께 거래되는 것은 투자자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특파원칼럼/김현수]오픈AI 사태 핵심은 돈과 인재

    지난달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에서 벌어진 내홍은 공상과학소설과 기업 암투 드라마를 합쳐 놓은 영화 같았다. 마블 영화 속 ‘인피니티 스톤’에 필적할 만한 미래 인공지능(AI) 힘을 거머쥐고자 하는 천재들의 신념 논쟁, 그 사이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기업인, 이들을 지원하거나 비판하는 학자, 시민단체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결과 AI의 막강한 동력이 무엇인지 확인됐다. 돈과 인재다. AI 개발에는 고성능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 AI 칩 하나가 5000만 원이 넘는다. ‘인류를 위한 AI 개발’을 앞세운 비영리단체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AI의 파멸적 힘을 막는 데 초점을 둔 ‘효과적 이타주의자(EA)’ 모임 계열의 오픈AI 이사회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이 사명을 저버렸다며 해임했지만 17조 원을 투자한 MS 눈치는 살폈다. 미 잡지 뉴요커에 따르면 오픈AI 이사회는 MS 지지를 얻을 것으로 착각했다. 황당해하던 MS는 사태 해결 카드로 돈과 인재를 꺼냈다. 보도에 따르면 MS의 플랜 A는 이사회 설득, 플랜 B는 투자 중단 압박, 플랜 C는 올트먼과 임직원의 MS 영입이었다. 오픈AI 이사회는 플랜 B와 C, 특히 임직원 90%의 이직 협박에 굴복했고 올트먼은 돌아왔다. AI 인재 부족으로 핵심 연구원 없이는 개발도, 안전 연구(alignment·AI를 인간 의도에 맞춰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경쟁사들은 오픈AI 내홍을 틈타 인재 포섭 전쟁을 벌였다. MS가 복잡한 경영 구조로 통제가 어려운 오픈AI에 17조 원을 베팅한 이유도 인재 확보였다. MS 내부에선 AI 개발에 잇달아 실패하자 ‘구글에는 안 된다’는 패배의식이 만연했다고 한다. 반면 오픈AI 연구원들은 미친 듯이 연구에 몰두했고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는 것이다. 오픈AI처럼 EA 철학을 바탕으로 2010년 출범한 딥마인드도 돈과 인재 문제로 구글과 손을 잡았다. 바둑 AI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 창업자들은 2014년 구글에 딥마인드를 매각할 때 군사 목적 사용 불가, 윤리위원회 개최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하지만 윤리위는 2015년 딱 한 번 열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구글 외부 계열사로 있던 딥마인드는 올해 구글 내부 AI 팀 브레인과 합쳐졌다. ‘딥러닝의 아버지’이자 AI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초기 AI 인재 전쟁 상징으로 꼽힌다. 2012년 힌턴 교수와 제자 2명 영입을 두고 실제 경매가 열렸다. 구글, MS, 중국 바이두가 경쟁한 끝에 구글이 4400만 달러(약 574억 원)로 낙찰에 성공했다. ‘오픈AI 쿠데타’ 중심 일리야 수츠키버 오픈AI 수석과학자도 이때 경매에 함께 올랐다. 올트먼은 천재 과학자 수츠키버를 붙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AI 안전성 문제는 인류가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물밑에선 투자와 인재 유치가 한창이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서방 각국이 AI 규제에 합의하고 있지만 자국 AI 경쟁력을 뒤로 미룰 리는 없다. 오래전부터 AI 인재 싹쓸이에 나선 중국,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이 떠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 더더욱 그럴 수는 없다. 인류에게는 ‘비극적이게도’ 오픈AI 사태 핵심은 윤리 전쟁이 아니다. 이미 시작돼 멈출 수 없는 개발 전쟁에서 기술과 자원은 소수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도 투자와 인재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류 파멸 불씨냐, 번영의 선물이냐”… AI ‘두머’ vs ‘부머’ 대논쟁[인사이드&인사이트]

    《지난달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갑작스레 해임됐다가 5일 만에 복귀한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오픈AI가 올트먼을 해임하려 한 결정적 이유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지난해 11월 30일 챗GPT(GPT 3.5버전) 공개 이후 오픈AI가 전 세계적 열풍의 한가운데 서면서 내부 갈등이 심각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AI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냐, 안전 규제를 우선시할 것이냐를 두고 이른바 ‘두머(doomer·파멸론자)’ 대 ‘부머(boomer·개발론자)’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불행한 결말’이라는 뜻의 ‘둠(doom)’에서 따온 ‘두머’는 AI의 해악에 초점을 맞추고 규제와 안전성 마련을 주장한다. 반면 ‘호황’을 뜻하는 ‘붐(boom)’에서 비롯된 낙관론자 ‘부머’는 AI를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라고 본다. 불은 삶의 터전을 태워 버릴 위험이 있지만 결국 인간이 불을 통제해 문명을 구축했듯 AI도 인류 번영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종이클립의 역설…인류 문명 파괴” “GPT-4(오픈AI의 최신 AI 모델)를 능가하는 AI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해야 한다.” 세계의 시선이 챗GPT에 쏠려 있던 올 3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저명한 기술자 그룹은 이런 내용의 서한을 발표했다. AI 연구단체 ‘미래생명연구소’가 주도한 서명 운동이었다. 머스크 CEO뿐 아니라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AI 석학 스튜어트 러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등이 참여한 이 서한은 세계에 AI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기술업계 내부에서는 “AI 두머가 오픈AI와 최대 투자자 마이크로소프트(MS)에 보내는 경고”라고 표현했다. 2015년 발족한 미래생명연구소는 머스크와 러셀 교수가 고문으로 있는 연구단체다.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파멸론자들의 산실이자 실리콘밸리 커뮤니티인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EA)’와도 연관이 깊다. EA는 효율적 기부와 연구로 인류의 위험을 막겠다는 유사 철학 운동이다. 20년 전부터 AI 파멸론자들은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핵심 인물은 비영리단체 기계지능연구소(MIRI) 설립자 엘리에저 유드코스키다. 그는 고교를 중퇴했지만 인간을 초월한 AI에 대한 공포를 강조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며 유명해졌다. 2005년 글로벌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의 자금 지원으로 MIRI를 설립했다. 2010년 유드코스키는 틸에게 과학자 셰인 레그, 데미스 허사비스를 소개했다. 이들은 AI연구 선두기업 ‘딥마인드’(2014년 구글에 인수) 설립자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21년 기사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안전하게 AI를 개발할 적임자라고 여겼다”고 평했다. 2014년 AI 두머와 합리주의자, EA가 한데 뭉칠만 한 계기가 있었다. 유드코스키와 교류해 온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닉 보스트럼의 저서 ‘초지능’이 출간된 것이다. 보스트럼은 이 책에서 AI 두머의 상징이 된 ‘종이클립 이론’을 제시했다. 클립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임무를 가진 AI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생산 설비 스위치를 끌 수 있는 인간을 제거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AI가 예상과 달리 인류에게 치명적 해악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종이클립은 두머들의 상징이 됐다. 오픈AI 쿠데타의 핵심 인물인 일리야 수츠키버 오픈AI 수석과학자는 AI가 인간의 의도에서 엇나가지 않도록 인간 지능 수준의 ‘일반인공지능(AGI)’의 안전성을 다루는 슈퍼얼라인먼트(Super-Alignment·초정렬)팀의 수장이었다. 머스크, 고 스티븐 호킹도 두머에 동조했다. 머스크는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2014년 한 심포지엄에서 “우리는 AI와 함께 악마를 소환하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는 페이팔을 함께 운영한 틸, Y컴비네이터를 이끌던 올트먼과 함께 2015년 구글 딥마인드 대항마를 설립했다. 그게 바로 ‘인류를 위한 AI 개발’을 기치로 내건 비영리단체 오픈AI의 출발이었다. 이후 오픈AI의 분화가 이뤄졌다. 부사장이던 다리오 아모데이는 오픈AI가 지나치게 빨리 상업화되고 있다며 2021년 EA 계열 지지를 바탕으로 AI 기업 앤스로픽을 세웠다. 이들은 ‘딥러닝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의 합류로 더욱 힘을 얻었다. “AI의 문제점을 자유롭게 말하겠다”며 5월 구글에서 퇴사한 힌턴 교수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유드코스키가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을 한다”고 했다. ● “AI는 인류의 선물, ‘불’이다” 챗GPT 돌풍이 불기 직전인 2022년 가을 무렵, 오픈AI 사무실로 종이클립 무더기 소포가 도착했다. 클립은 오픈AI 로고 모양으로 제작돼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쟁사 앤스로픽 연구원이 장난 삼아 보냈다. 오픈AI가 파멸의 AI를 이끌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오픈AI를 세운 머스크와 올트먼, 힌턴 교수의 제자 수츠키버 등은 초반에만 해도 이들에게 ‘악의 축’이던 빅테크 구글 딥마인드에 대항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내부 논쟁이 끊이지 않았고, 2018년 머스크는 오픈AI와 결별했다. 머스크가 오픈AI 조직을 장악하려 하자 올트먼이 막아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오픈AI는 MS로부터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오픈AI 투자를 이끈 인물은 케빈 스콧 MS 수석 부사장이다. 스콧과 올트먼,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코드가 맞았다. 미 시사주간지 더뉴요커에 따르면 스콧과 무라티는 지독한 가난을 ‘기술’을 통해 이겨낸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AI는 사람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고, 인류에 번영과 부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 ‘부머’ 쪽이었다. 오픈AI 연구원들은 점점 올트먼의 빼어난 투자 유치 능력하에 AI 부머에 가까워졌다. 아모데이 당시 부사장은 앤스로픽 설립 전인 2019년 우연히 연구원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GPT의 코딩 능력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반면 스콧과 무라티는 흥분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AI의 능력을 엿봤기 때문이다. AI 부머들은 두머 진영에 대해 “킬러 로봇이란 망상에 빠진 비과학적 컬트 집단”이라고 비난한다. ‘AI 4대 천황’으로 꼽히는 메타 수석과학자 얀 르쾽 뉴욕대 교수와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AI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며 기술에 대한 믿음을 설파하고 있다. 6월 넷스케이프 창업자이자 유명 벤처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AI는 세상을 구할 것이다’라는 글에서 “더 큰 위험은 중국만 AI를 개발하고 서방 진영은 규제에 매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I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사람들 중에는 “규제를 통해 ‘AI 카르텔’을 유지하고 후발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막으려는 ‘기회주의자’가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 올트먼의 두 얼굴올트먼은 두머일까 부머일까. 이번 해임 사태를 계기로 부머임이 뚜렷해졌지만 올트먼은 그간 두머들도 인정하는 뛰어난 사업가였다. 그는 MS와 손잡고 챗GPT 상업화에 누구보다 열을 올렸지만 동시에 전 세계를 돌며 AI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3월 EA 지지자인 틸 페이팔 창업자도 WSJ에 “올트먼은 ‘잘못된 이상주의’와 ‘근시적 야망’ 사이에서 그 누구보다 잘 헤쳐 나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머들은 올트먼의 행동이 앞뒤가 다르다고 느꼈고, 결국 해임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AI 업계 고위 임원은 “올트먼은 누구보다도 경쟁적으로 AI 산업을 이끌어 저작권을 비롯해 가장 많은 소송을 당했다”며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각국 규제 당국에 ‘우리를 규제해 달라’고 외쳤다”고 평했다. 이 때문에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 규제 논의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미일 안보실장, 8~9일 서울서 대북공조 논의

    한국 미국 일본과 호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공동 대북제재에 나섰다. 4개국 사전 공조로 동시 대북제재를 가한 것은 처음이다. 중-러 반대로 새로운 안보리 제재가 막히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이 공동행동을 펼친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수익 창출 활동과 관련한 북한인 8명과 기관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대상은 북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김수키 및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 청송연합의 테헤란 주재원 강경일 리성일, 중국 베이징 주재원 강평국 등 8명이다. 올 6월 김수키를 제재 대상에 올린 정부는 리철주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국장 등 5명과 탄도미사일 연구개발에 관여한 6명을 제재한다고 1일 밝혔다. 일본 정부도 이날 김수키를 비롯한 기관 4곳, 개인 5명을 독자 제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군 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21일 북한의 불법 발사는 여러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해 세계 안보를 훼손했다”며 “특히 대한민국 일본 호주가 처음으로 각각 대북 제재 대상을 지정해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27일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이사국 중국 러시아 반대로 신규 대북제재는 물론이고 의장성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한미일은 8∼9일 서울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석하는 안보실장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항공절’을 맞아 인민군 공군사령부와 제1공군사단비행연대를 방문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공군사령부 작전지휘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담배를 들고 장비들을 살펴봤다. 벽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한반도와 일본, 동남아 일부가 포함된 태평양 일대 사진이 보였다. 통상 군사정찰위성 촬영 사진과는 각도가 달라 최근 발사한 ‘만리경 1호’ 촬영 사진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날 딸 김주애가 올 8월 27일 해군 시설 참관 이후 96일 만에 동행한 모습도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김 위원장 부녀는 비슷한 가죽코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시위 비행(곡예 비행)을 참관했다. 이날 저녁 경축 연회장에 참석한 김주애의 식탁 주변 3개 식탁은 거의 여성 간부로 채워졌다. “김 위원장이 ‘여성도 차기 군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3-12-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韓美日호주, 北 정찰위성 발사에 첫 공동 제재

    한국 미국 일본과 호주가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공동 대북제재에 나섰다. 4개국 사전 공조로 동시 대북제재를 가한 것은 처음이다. 중-러 반대로 새로운 안보리 제재가 막히자 아시아태평양지역 4개국이 공동행동을 펼친 것이다.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수익 창출 활동과 관련한 북한인 8명과 기관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대상은 북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김수키 및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 청송연합의 테헤란 주재원 강경일 리성일, 중국 베이징 주재원 강평국 등 8명이다.올 6월 김수키를 제재 대상에 올린 정부는 리철주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국장 등 5명과 탄도미사일 연구개발에 관여한 6명을 제재한다고 1일 밝혔다. 일본 정부도 이날 김수키를 비롯한 기관 4곳, 개인 5명을 독자 제재했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군 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21일 북한의 불법 발사는 여러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해 세계 안보를 훼손했다”며 “특히 대한민국 일본 호주가 처음으로 각각 대북 제재 대상을 지정해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27일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이사국 중국 러시아 반대로 신규 대북제재는 물론 의장성명도 채택하지 못했다.한미일은 8∼9일 서울에서 조태용 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석하는 안보실장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항공절’을 맞아 인민군 공군사령부와 제1공군사단비행연대를 방문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공군사령부 작전지휘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담배를 들고 장비들을 살펴봤다. 벽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한반도와 일본, 동남아 일부가 포함된 태평양 일대 사진이 보였다. 통상 군사정찰위성 촬영 사진과는 각도가 달라 최근 발사한 ‘만리경 1호’ 촬영 사진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이날 딸 김주애가 올 8월 27일 해군 시설 참관 이후 96일 만에 동행한 모습도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김 위원장 모녀는 비슷한 가죽코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시위 비행(곡예 비행)을 참관했다. 이날 저녁 경축 연회장에 참석한 김주애의 식탁 주변 3개 식탁은 거의 여성 간부로 채워졌다. “김 위원장이 ‘여성도 차기 군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3-12-01
    • 좋아요
    • 코멘트
  • 美 인플레 둔화에 ‘금리 인하’ 기대감…다우 22개월래 최고점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내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핵심기업들로 구성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2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으며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수인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대비 3.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물가가 오르던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정책목표 2%대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대비 3.5% 올라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뺀 물가 지수다. 근원 PCE물가지수 상승률은 7월 4.3%, 8월 3.8%에서 9월 3.7%, 10월 3.5%로 꾸준히 내림세를 보여왔다. 연준의 바람대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12월 12, 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 유력하다. 금리 선물 거래를 통해 연준의 정책경로를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PCE 물가지수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약 96%, 내년 5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을 약 80%로 점치고 있다. 한달 전만해도 5월 인하 가능성은 40% 안팎에 그쳤었다. 뱅크오브어메리카, 도이치뱅크 등 월가 금융사들은 6월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12월 FOMC 회의 이후 공개될 점도표에서 인하 가능성이 시사될 지 관심이 쏠린다.금리 인하 기대감에 다우지수는 이날 전장대비 1.47% 올라 연고점을 경신했다. 11월 한달로 계산하면 8.8% 급등했다. 10월은 연준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국채금리 급등 공포가 시장을 휩쓸었지만 11월 들어 미 주요기업 실적 서프라이즈와 인플레이션 둔화 시그널이 이어진 덕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11월 한 달 동안 각각 8.9%, 10.7% 상승률을 보이는 등 시장은 10월 미 국채쇼크에서 벗어나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한편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소비는 10월 들어 급격히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소비 지출 증가율은 전월 대비 0.2%로 9월(0.7%)에 비해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영향이 지속되고, 정부 지원금 효과가 떨어지면서 미 소비자들의 소비 능력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만약 (경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연준이 더 편안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2-01
    • 좋아요
    • 코멘트
  • 美 위워크 이어 유럽 ‘빌딩재벌’ 파산신청… 상업부동산 빨간불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빌딩을 비롯해 글로벌 랜드마크 빌딩을 거느린 오스트리아 부동산·유통 기업 시그나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자산 규모 38조 원이 넘는 기업이 고금리와 상업부동산 찬 바람에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갚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이다. 미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 파산에 이어 유럽 거물 부동산 재벌도 무너지자 각국 규제 당국과 시장은 상업부동산과 금융기관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시장의 가장 드라마틱한 추락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 25년 만의 고금리에 무너진 부동산 거물 시그나그룹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며 ‘자율 관리 형태’로 채무 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대주주 르네 벵코가 “영국 왕실 수준”이라며 자랑했던 세계 랜드마크급 부동산도 고금리 여파를 견디지 못했다. JP모건은 시그나그룹 주요 자회사 부채가 1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70억 유로(약 38조 원)를 보유한 시그나의 창업자 벵코는 세계 부동산 시장의 유명 인사였다. 2019년 미국 부동산투자기업 RFR과 공동으로 1억5000만 달러에 크라이슬러빌딩(부지는 제외)을 매입해 주목받았다. 영국을 대표하는 셀프리지 백화점, 베를린 간판 카데베 백화점 등 유럽 번화가 백화점도 순식간에 사들였다. 시그나그룹은 이번 파산의 원인과 관련해 “유통부문 투자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은 여파가 컸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유로화 25년 역사상 가장 높은 금리와 시그나 자산이 몰린 독일 부동산 폭락이 파산에 이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창업자 벵코는 고금리 중에도 부채를 늘려 자산을 취득했다. 태국 부동산 재벌 센트럴그룹과 손잡고 스위스 명품 백화점 체인 글로버스를 인수하고 64층짜리 독일 함부르크 타워 등 대규모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가 저물자 자산가치는 하락했고, 대출 만기 연장도 어려워졌다. 벵코는 파산 직전까지 단기자금 6억 달러를 구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 세계 상업 부동산 가격 하락 자극할 수도 각국 규제 당국과 시장은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기자들에게 “(시그나에) 투자한 모든 사람들, 특히 은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오스트리아 최대 은행 라이파젠이 시그나에 빌려준 대출 등 손실액이 7억5500만 유로(약 1조700억 원)에 달하며, 스위스 율리우스 베어 은행은 6억 스위스프랑(약 89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집계된다고 보도했다. 최근 ‘유럽의 병자’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독일 경제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시그나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추진했던 64층 빌딩 건설 사업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독일 경제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이 불안해지면 전체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시그나그룹이 일부라도 부동산 매각에 나서면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해 유럽 은행들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세계 상업부동산은 저금리 시대에 투자 열풍이 불었지만 팬데믹 시기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한파를 맞았다. 미국도 공유오피스 위워크 파산과 공실률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상업용 부동산 한파에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해외투자 손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 텍사스주 댈러스의 오피스 4개 동을 투자액보다 약 23% 낮은 금액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2018년 출시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피스빌딩 공모 펀드 손실률은 80%를 넘어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투자한 해외 자산들도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신규 투자는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1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준선호 美 근원 PCE물가 3.5%↑…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지수인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3.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힘을 실었다. 11월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10월 PCE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3.0%올라 9월(3.4%)에 비해 내려갔다고 밝혔다. 이는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2021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도 변동이 없는 0%로 9월(0.4%)에 비해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연준이 정책목표 기준으로 삼는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대비 3.5% 올라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근원 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주거비 서비스 내구재 등의 물가를 의미한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로도 0.2% 올라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10월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여전히 연준의 정책목표인 2%대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둔화하는 추세를 지속했다. 지난 7월 4.3%, 8월 3.8%에서 9월 3.7%, 10월 3.5%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연준의 바람대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12월 12, 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 유력하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금리 선물 거래를 통해 연준의 정책경로를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PCE 물가지수 발표 직후 투자자들은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약 96%, 내년 5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점치고 있다. 뱅크오브어메리카, 도이치뱅크 등 월가 금융사들은 6월에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12월 FOMC 회의 이후 공개될 점도표에서 인하 가능성이 시사될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소비는 10월 들어 급격히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소비 지출 증가율은 전월 대비 0.2%로 9월(0.7%)에 비해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영향이 지속되고, 정부 지원금 효과가 떨어지면서 미 소비자들의 소비 능력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브렛 라이언 도이치뱅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은 소비자들의 ‘소비능력’에 달려있다”면서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경제 성장이 둔화돼야 한다. 이는 소비 감소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출발했다.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인 PCE 물가지수에 힘입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개장과 함께 약 0.5% 상승해 올해 최고치 수준에 접근했다. 반면 소비세 둔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2-01
    • 좋아요
    • 코멘트
  • ‘버핏의 단짝’ 가치투자 대가 멍거 부회장 별세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단짝 겸 사업 파트너이자 ‘투자 천재’로도 불린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사진)이 28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9세. 버핏은 성명을 내고 “버크셔해서웨이는 찰리의 영감, 지혜, 참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클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평생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절친’의 죽음을 애도했다. 멍거 부회장은 ‘투자 귀재’ 버핏에 가려졌지만 뛰어난 유머 감각과 투자 능력, 촌철살인의 논평 등으로 미 월가의 ‘큰 어른’으로 통했다. 버크셔의 투자기법으로 유명한 ‘가치 있는 기업을 합리적 가격에 산다’는 가치투자 철학 또한 원래 멍거 부회장의 아이디어였다고 버핏이 줄곧 밝혔다. 올해 포브스가 추산한 멍거의 재산은 약 26억 달러(약 3조3670억 원)에 이른다. 두 사람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1965년부터 2014년까지 수익률이 연평균 21.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연평균 상승률 9.9%의 두 배가 넘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마존, 기업용 AI 챗봇 선보여… 구글-MS와 ‘인공지능 3파전’

    미국 전자상거래 및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아마존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 도전장을 냈다.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연례 클라우드 컴퓨팅 콘퍼런스인 ‘AWS 리인벤트(re:Invent) 2023’을 열고 기업고객을 위한 AI 챗봇 ‘큐(Q)’를 선보였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Q는 AI에 무엇이든 질문하라는 의미로 붙여졌다. 아마존이 대화형 AI 챗봇을 선보인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오픈AI의 챗GPT 돌풍이 분 지 1년 만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기업형 챗봇AI’에 집중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치열해지는 AI 경쟁 “Q는 수백만 직장인의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애덤 셀립스키 AW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많은 기업이 정보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범용) AI 사용을 금지했지만 Q는 보안을 강화한 기업형 AI”라고 강조했다. MS의 ‘코파일럿’, 구글의 ‘듀엣AI’,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직접 경쟁하는 모델이다. 기업들이 보안 문제로 회사 데이터를 범용 AI에 보내기를 꺼린다는 점에 착안해 아마존은 자사 클라우드에 보관돼 있는 회사 정보를 활용해 Q가 맞춤형 AI 비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직원이 요청하면 Q가 회사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분석, 보고서, 프레젠테이션 작성을 돕게 된다. 셀립스키 CEO는 “자동으로 소스 코드를 변경하는 등 개발자의 업무 부담도 덜어줄 것”이라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 능력”이라고 밝혔다. 구글이나 MS에 비해 AI 관련 소식이 뜸하던 아마존은 9월 오픈AI의 경쟁사 앤트로픽에 40억 달러(약 5조150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히는 등 새로운 발표를 예고해 왔다. MS와 구글의 기업용 챗봇 가격은 인당 월 30달러인 것에 비해 Q는 20달러로 책정해 가격 경쟁력에도 중점을 뒀다.● AI발 허위정보는 여전 기업 업무에 AI 활용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허위정보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기술 개발 콘퍼런스의 발표자 명단에 AI가 생성한 ‘가짜 연사’가 올라 참석자들이 반발해 행사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테크 전문매체 더버지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다음 달 7, 8일 예정된 기술 개발 콘퍼런스 ‘데브터니티(DevTernity)’ 연사 명단에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직원이라며 ‘애나 보이코’라는 여성이 올랐다. AI로 생성된 허위 직함을 단 가상 인물이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여성 참석자 수가 적은 것을 AI로 감추려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논란에 실제 유일한 여성 발표자인 AWS 고위 임원 크리스틴 하워드를 비롯해 MS의 스콧 핸슬먼, 구글의 켈시 하이타워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콘퍼런스 불참을 선언했다. 핸슬먼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보통 콘퍼런스에 초대받으면 곧바로 ‘누가 참석하나요’라고 묻기 마련이다. 나도 가짜 연사에 속았다”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블프’ 새벽 오픈런 해보니… “쇼핑보다 관광, SNS 체험차 줄섰다”[글로벌 현장을 가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 다음 날인 24일(현지 시간) 오전 5시 30분.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뉴욕 맨해튼 메이시스 백화점 앞에 긴 줄이 만들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처럼 수백 명이 붐비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개점 시간인 오전 6시가 가까워지자 10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은 연례 최대 쇼핑 행사로 꼽히는 ‘블랙 프라이데이(블프)’였다.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주요 백화점의 개점을 기다리는 인파의 행렬은 이른바 ‘오픈런’의 원조로도 불린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할인 TV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짓밟고 싸우는 장면이 미 언론에 종종 보도됐다. 올해는 어떨까 궁금해 새벽부터 메이시스 백화점의 오픈런 현장을 찾았다. 이 백화점은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에만 오전 6시부터 일찌감치 문을 연다.》 美 취재진 “뉴요커 없나요?” 어머니와 함께 왔다는 아르헨티나인 루치아 메다인 씨는 경제난 때문에 먼 미국에서 물건을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슬프게도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이 매우 나쁘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 옷, 특히 가죽 제품은 미국보다 훨씬 비싸다”며 “재킷, 바지 같은 옷을 중점적으로 쇼핑하겠다”고 했다. 매월 140%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탓에 19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앙은행 폐지, 미 달러화 도입 등 극단적인 경제 공약을 내세우는 극우 성향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가 당선됐음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인근의 알렉스와 아리아나 씨 커플은 독일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반짝이 스커트로 멋을 낸 한 여성은 프랑스, 수다를 떨던 대가족은 영국에서 왔다고 했다. 캐리어를 끌고 줄을 선 일행 또한 북부 미시간주에서 쇼핑을 겸해 뉴욕에 놀러 왔다고 말했다. 즉 새벽 줄을 선 소비자들은 토박이 뉴요커가 아니라 ‘관광객’이었다.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블프 현장 경기’를 점검하려던 미 취재진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한 방송국 기자는 “(뉴욕) 지역 출신 없나요?”라며 줄을 선 소비자들을 향해 외쳤다. 또 다른 기자는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돌아선 영향 탓에 블프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메이시스 오픈런 줄이 훨씬 길이 길었다”고 했다. 오전 6시가 되자 문이 열렸다. 다른 쇼핑객들에게 떠밀려 들어가 봤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치장한 백화점 안에선 점원들이 도열해 ‘환영한다’며 박수를 쳤다. 이들의 열렬한 환영에 오전 4시에 일어난 보람을 느꼈다. 다른 소비자들도 환하게 웃으며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블프 오픈 현장을 찍었다. 블프 오픈런이 쇼핑 전쟁보다 관광, 소셜미디어용 체험 성격이 짙어진 셈이다. 물론 눈으로 보고 물건을 사려고 온 뉴욕 소비자도 있었다. 하이힐 롱부츠 매장으로 직행한 세라 씨는 기자에게 “블프 새벽 쇼핑은 나에겐 추수감사절 전통”이라며 “연말 분위기도 느끼고, 직접 신어보고 사고 싶었다”고 했다.“카드 긁자” 소비 열풍 여전 미 역사학계는 ‘블프’ 용어가 1960년대 필라델피아에서 유래됐다고 본다. 당시 미 육군과 해군의 미식축구 경기가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이틀 후인 토요일에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다. 그 사이에 낀 금요일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자 명절에 연일 고된 근무를 해야 하는 필라델피아 경찰들이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때 현지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도시에 몰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벌인 것이 블프의 유래가 됐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블프 전날 밤 12시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열성 쇼핑객이 넘쳐났다. 뉴욕포스트는 “80% 할인 TV를 차지하기 위해 어르신도 때렸다는 부모님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는 우리 세대에선 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제프리 제넷 메이시스 최고경영자(CEO)는 “블프 당일보다 그 전 할인 경쟁이 중요해졌기 때문”라고 했다. 유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블프 당일 할인 행사가 앞당겨졌다. 오픈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만 있던 ‘할인 유인책’도 사라지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미국의 블프 행사가 유럽과 한국, 일본에까지 확산되며 전 세계 ‘직구족’을 둔 글로벌 유통업체 간 할인 경쟁도 불이 붙는 분위기다. 오픈런 열기는 식었지만 블프 당일 오후가 되자 메이시스, 타깃(마트), 베스트바이(전자기기 전문점), 알로요가(요가복) 등 대형 매장마다 사람들이 들어찼다. 뉴욕 지하철에서도 진풍경이 펼쳐졌다. 친구와 TV를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이들, 양손에 쇼핑백을 든 젊은층, 주방용품을 짊어진 주부도 보였다. 온라인 쇼핑 광풍은 특히 거셌다. 이메일함을 열어보기 겁날 정도로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할인 행사 소식 폭탄이 쏟아졌다. 추수감사절 다음 월요일로 온라인 쇼핑 집중 할인 행사일을 뜻하는 ‘사이버 먼데이’에 이르자 할인 폭이 더 커졌다. 전자제품, 가정용품뿐 아니라 항공사 마일리지, 스포츠 학원까지 반값 할인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권위지도 기자들이 뽑은 상품 목록을 보낸다. 미 온라인 소매업 매출 자료 업체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당일인 23일부터 사이버 먼데이인 27일까지 5일간 미 온라인 매출액은 사상 최고 수준인 총 380억 달러(약 49조2000억 원)였다. 전망치(372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내년 경기 전망은 엇갈려 블프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경기의 바로미터라 다음 해 경기 전망 또한 가늠해볼 수 있다. 일단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로 올 연말부터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던 유통업계 일각의 경고와 달리 소비 열풍이 재차 확인됨에 따라 내년에도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소매협회(NRF) 설문조사에 따르면 23∼27일 미 소비자 2억40만 명이 쇼핑에 나섰다. 지난해(1억9670만 명)를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마이클 개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강력한 고용에 힘입어 예상보다 미 소비는 더 빠르게 늘고 더 오랫동안 (소비 열풍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BoA는 내년 미 경기가 연착륙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소비 패턴을 통해 경기 둔화 조짐이 엿보인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쇼핑객은 늘었지만 1인당 평균 지출액은 321.41달러로 지난해의 325.44달러보다 소폭 줄었다. 또 후불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 이용액이 한 해 전보다 40% 이상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이 실제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지출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미언 시걸 BOM 파이낸셜그룹 유통 애널리스트는 ABC뉴스에 “사람들의 지출액을 볼 수는 있지만 실제 그들이 은행 계좌에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진단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버핏 단짝’ 찰리 멍거 99세로 별세… “독립 위해 돈 벌고 싶었다”

    워런 버핏의 단짝이자 버핏만큼 투자의 귀재였던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향년 99세로 2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멍거 부회장이 캘리포니아의 병원에서 영면했다고 이날 밝혔다. 100세 생일을 한 달여 앞둔 상태였다. 버핏은 성명을 내고 “버크셔 해서웨이는 찰리의 영감, 지혜, 참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멍거 부회장은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지만 뛰어난 유머감각, 촌철살인, 투자 능력으로 미 월가의 ‘큰 어른’으로 통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기법으로 유명한 ‘가치 있는 기업을 합리적 가격에 산다’는 가치투자 철학은 멍거의 아이디어였다고 버핏은 줄곧 언급해 왔다. 올해 포브스가 추산한 멍거의 재산은 약 26억 달러(3조3670억 원)에 이른다. ● “돈을 정말 벌고 싶었다… 독립을 위해”1924년 1월 1일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멍거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독서광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버핏보다 7살이 많은 그는 어린 시절 버핏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료품점에서 일했지만 버핏과는 이름만 어렴풋이 알 뿐 서로 만나지 못했다. 숫자를 좋아했던 멍거는 미시간대 수학과에 입학했지만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돌연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아버지가 졸업한 하버드대 로스쿨에 지원했고, 우등 졸업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고 한다.그는 캘리포니아에 정착해 변호사로서 ‘멍거, 톨레스 앤 올슨’ 로펌을 개업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가 찾아 왔다. 1953년 첫 번째 아내 낸시 허긴스와 이혼했고, 2년 뒤엔 9살 아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다. 그는 훗날 “(아픈) 자식을 매일 조금씩 잃고 있다는 생각에 울면서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거리를 걸었다”고 회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멍거는 60년이 훌쩍 지난 최근까지도 떠난 아들 생각에 목이 메인다고 했다.    아들을 떠나보낸 멍거는 심지어 빈털터리에 가까웠다. 변호사로서 청구서를 보내는 역할보다 흥미로운 의뢰인 중 한명이 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숫자에 능했기에 스스로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훗날 로저 로웬스타인의 저서 ‘버핏: 미국 자본주의의 탄생’에서 “워런과 마찬가지로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정이 대단했다”며 “페라리를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독립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단짝과 만나다 1959년 버핏과 멍거는 오마하 지역 모임에서 만났다. 캘리포니아에 살던 멍거가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러 오마하에 들렀다 ‘운명적’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둘은 서로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버핏의 투자 파트너 중 한명이 버핏을 두고 “멍거와 비슷하다”는 말도 했다. 버핏은 “멍거가 스스로의 농담에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모습을 보고 나와 비슷한 사람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당시 두 번 째 아내인 낸시 배리에게 멍거는 “워런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버핏의 아내는 “둘 다 상대방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여겼다”고 회상했다. 둘은 거의 매일 통화하며 투자를 논하는 사이가 됐다. 버핏의 설득에 멍거는 변호사에서 전업 투자자로 나섰다. 초창기 버핏은 망해가는 기업이라도 제값보다 싸면 사들이는 투자 방식을 고수했다고 한다. 반면 멍거는 미래에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을 합리적 가격에 사야한다고 주장했다. 1971년 멍거의 설득으로 워런은 자신이 기업을 인수하던 가격 요건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초콜릿 기업 ‘씨즈 캔디’를 인수했다. 이 투자는 향후 수십 년 동안 회사에 20억 달러(2조6000억 달러) 수익을 가져다 줬다. 버핏은 훗날 이 투자를 통해 헐값 매입 방식을 버리고 ‘가치투자’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말했다.  멍거가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으로 합류하기 전 1962년부터 1975년까지 그의 포트폴리오는 연평균 19.8%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2% 수익률에 그쳤다. 버핏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그 자체로 뛰어난 투자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멍거와 버핏의 파트너십은 더욱 빛을 발했다. 한평생 싸운 적이 없다는 두 사람은 함께 버크셔해웨이를 5000억 달러 가치가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965년부터 2014년까지 버크셔 수익률은 연평균 2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 연평균 상승률 9.9%의 두 배가 넘는 수익률이다.  ● “투자자여, 근면과 평정심을 지켜라”‘명언 제조기’로 불리는 멍거는 그의 어록만 모은 책이 출간될 정도로 유머가 뛰어났지만 회장으로서 버핏을 존중하기 위해 그와 한 자리에 설 때에는 말을 아꼈다고 한다. 어쩌다 말을 꺼내면 청중을 웃게 했다. WSJ에 따르면 2000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 청중이 닷컴 주식 투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건포도와 똥을 섞어도 똥은 똥이다”라고 답했다. 2016년 경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묻는 질문에 멍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두 번째 아내(낸시 배리·2010년 사망)의 첫 번째 남편이죠. 저는 그분보다 조금 덜 끔찍한 남편이었을 뿐인데 60년 동안 이 훌륭한 여인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그는 평소 두 가지 단어를 좋아했다고 한다. 근면(assiduity)과 평정심(equanimity)이다. 근면은 곧 기다림과도 연관이 있는데, 그가 주장하는 투자 성공의 열쇠인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공격적으로 매수하라’는 조언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또 평정심에 대해서 멍거는 “모든 투자자는 수십 년에 한 번씩 50% 손실이 발생할지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해 왔다. 멍거는 백내장 수술 실패로 시력을 잃다시피하고 마지막에 잘 걷지 못했지만 늘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다. 멍거와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는 ‘자본가들의 우드스탁’으로 불린다. 투자와 삶의 지혜를 듣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청중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처럼 멍거에게는 ‘패서디나의 현인’이란 별명이 붙었다. 멍거와 버핏은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대한 질문을 예감한 듯 테이블에 ‘매물’, ‘만기 보유’와 같은 팻말을 올려 놓아 청중을 웃게 했다. 멍거의 이날 주총에서의 마지막 경고는 상업부동산 부실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미국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부실 대출을 가득 안고 있다”며 “미국 지역 은행이 보유한 방대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터져 나올 부실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WSJ에 기고문을 올려 가상화폐는 사기에 가깝다며 이를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29
    • 좋아요
    • 코멘트
  • 美, ‘중동판 오픈AI’ 제재 검토… “中으로 첨단기술 유출 차단”

    ‘중동의 오픈AI’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대표 인공지능(AI) 기업 G42가 미국 정보당국 감시망에 올랐다. 중국에 대한 AI용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미국은 이 기업을 통해 첨단 AI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G42와 관련해 UAE에 중국과의 기술 협력 문제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G42 제재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중동 안보를 위한 미국 핵심 파트너인 UAE가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세운 대표 기업일지라도 중국과의 AI 협력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UAE-中 첨단기술 밀착에 경고음 2018년 UAE 아부다비 정부가 설립하고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주주로 참여한 G42는 AI뿐 아니라 클라우드, 에너지, 스마트시티, 건강관리 같은 미래 첨단산업 계열사들을 거느린 UAE 간판 기업이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친동생 타눈 빈 자이드 알 나하얀 국가안보보좌관이 의장이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계 샤오펑이 맡고 있다. 1조 달러(약 1300조 원)를 굴리는 UAE 최대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이끄는 타눈 보좌관은 UAE 오일머니의 실질 관리자로 꼽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달 G42와의 파트너십 계약을 위해 UAE를 찾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델타 같은 미 빅테크와 제휴할 뿐 아니라 최근에는 AI용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시스템스와 1억 달러 규모의 슈퍼컴퓨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G42와 중국의 관계가 점점 밀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중국 시노팜 백신을 적극 도입한 UAE는 이듬해 G42와 시노팜의 파트너십을 독려했다. UAE 현지에서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G42의 AI 인프라 구축에 미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 화웨이가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샤오 CEO는 UAE 시민권을 얻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G42 투자 자회사는 올 3월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의 1억 달러 규모 지분을 인수하고, 무바달라는 세계 3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미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는 등 테크 분야 투자를 늘리며 미국의 우려를 샀다.● 백악관-CIA “美中 가운데 선택하라” 미국의 첨단 AI 기술이 중국에 유출돼 미래 무기에 활용될 가능성 등을 우려해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을 추진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UAE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NYT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설리번 보좌관이 올 6월 미국을 방문한 타눈 보좌관에게 “G42는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NYT에 “UAE는 미중 가운데 한쪽만 선택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G42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G42가 중국 바이오 회사 BGI게노믹스와 함께 만든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미 네바다주에 기부했을 때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수백만 미국인의 유전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배포를 막았다. 미 상무부는 BGI게노믹스를 올 3월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 같은 G42의 약진 및 중국과의 협력은 미국 핵심 안보 파트너이면서도 미국에서 벗어나 석유산업 이외의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중동 지역 변화를 나타낸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AI용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의 큰손 고객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위험성 공동 대응에는 합의했지만 양국 ‘AI 냉전’에는 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반유대주의 논란’ 머스크, 이스라엘 방문해 네타냐후 만날 듯”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찾아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과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가족들을 만난다고 이스라엘 대통령실이 밝혔다. 현지 언론은 머스크 CEO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만난다고 보도했다.이스라엘 방송사 채널12는 이번 방문 기간에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반유대주의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26일 전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9월 유엔총회 참석자 미국을 방문했다가 머스크를 만나 “반유대주의와 증오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서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주장하는 글에 공개적으로 동조했다가 세계적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 IBM 등이 X 광고를 끊고 백악관이 공개 비난에 나서자 머스크는 “나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이 가시질 않고 있다. 이스라엘 방문과 하마스 인질 가족과의 면담을 통해 반유대주의 논란을 해소하려는 시도도로 풀이된다. 헤르조그 대통령실도 “머스크와 만나 온라인에서 확산 중인 반유대주의와 싸우기 위한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도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27
    • 좋아요
    • 코멘트
  • 美 팔레스타인계 대학생 3명 피격… “증오범죄에 무게”

    팔레스타인계 미국 대학생 3명이 추수감사절 가족 모임에 가려다 괴한으로부터 피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다. 이들은 피격 당시 중동 전통 의상인 카피예(터번)를 쓰고 있어 증오범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현지 경찰 당국 및 피해자 가족 등에 따르면 20살 동갑내기 대학생 3명은 25일 오후 6시25분께 미국 버몬트주 버링턴시 버몬트대 인근을 지나다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당했다. 3명 중 1명의 친척집에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길을 가던 중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피격 당시 체크무늬 카피예를 두르고 있었고, 아랍어를 하고 있었던 점 등으로 볼 때 증오범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연방수사국(FBI)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존 무라드 벌링턴 경찰서장은 성명에서 “누구도 이 사건을 보고 증오에 의한 범죄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FBI와 공조해 수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미 동부시간 26일 밤 현재 용의자를 수색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피격당한 대학생들은 브라운대 재학생 히샴 아와타니, 하버포드대 재학생 킨난 압달하미드, 트리니티대 재학생 타신 아메드로 파악됐다. 이들은 이스라엘 점령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는 개신교 종파인 퀘이커교단 운영 사립 중학교 ‘라말라 프렌즈 스쿨’ 동창생이었다. 2명은 미국 시민권자, 1명은 합법적 체류자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미 무슬림 인권단체인 미국아랍비차별위원회(AD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용의자는 아랍어로 대화하던 피해자들에게 고함치고 위협한 뒤 총격을 가했다”며 명백한 증오범죄라고 주장했다. 버몬트주 상원의원이자 유대계인 버니 샌더스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출신 청년 3명이 피격된 충격적이고 매우 슬픈 일이 이곳 버링턴에서 발생했다. 증오는 이곳은 물론 다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다.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 이후 미국 전역에서는 반유대,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되며 양 진영 갈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 미 뉴욕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풍선 퍼레이드에도 팔레스타인지지 시위가 벌어져 행렬이 잠지 중단되기도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27
    • 좋아요
    • 코멘트
  • 美 前국방차관 “한국, 핵잠 추진땐 한미 분열”

    미국 국방부 전직 고위 관료가 한국에서 자체 핵추진 잠수함 개발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비용과 기술 그리고 한미 관계를 고려할 때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도브 자카임 전 미 국방차관은 24일(현지 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더힐 기고에서 “한국 주요 정당과 일반 국민 사이에 핵잠수함 도입에 찬성하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카임 전 차관은 지난주 합참의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핵잠수함 보유의 ‘군사적 효용성이 충분히 있다’는 김명수 당시 후보자 발언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카임 전 차관은 한국이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한다면 “한미 간 심각한 분열을 초래하며 이는 북한만 이롭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한미원자력협정은 군사 목적 핵물질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한국이 핵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핵연료를 확보하려면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그는 이어 한국이 브라질처럼 프랑스 도움을 받는다면 미국 제재를 받지 않고 협정을 우회해 핵 잠수함을 만들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올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을 발표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억제력이 더욱 강화됐다”며 “원자력 이용은 민간에 집중하겠다는 오랜 약속을 깨려고 한다면 양국 정상의 합의 정신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핵잠수함을 상시 운용하려면 최소 3척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100억 달러(약 13조 원)가 든다며 “핵잠수함 1척 건조 비용으로 재래식 잠수함 3척을 확보할 수 있고 한국(주변 바다)의 얕은 수심을 고려하면 재래식 잠수함이 작전상 이점도 크다”고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블프 매출’ 온라인 펄펄, 백화점은 썰렁

    미국 최대 쇼핑 행사로 꼽히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올해 온라인 판매액이 98억 달러(약 12조7000억 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오프라인 판매 성적은 정체된 데다 연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져 미국인의 소비 광풍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온라인 소매업 매출 자료 제공 업체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블랙프라이데이(24일) 온라인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7.5% 늘어난 9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중 53억 달러는 모바일 쇼핑으로 충동구매가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물가 급등으로 움츠러든 매출이 올해 물가 둔화에 따라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추수감사절 당일(23일) 온라인 매출액도 전년 대비 5.5% 증가한 55억 달러(약 7조2000억 원)로 2017년(29억 달러)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11월 셋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프라이데이는 연간 할인 폭이 가장 커서 연말 경기 척도로 꼽힌다. 다만 블랙프라이데이 소비 열기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뉴욕 주요 백화점 및 마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블랙프라이데이에 비해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오전 6시에 문을 연 메이시스 백화점 앞에 줄 선 사람들은 대부분 “궁금해서 와봤다”는 해외 관광객이었다. 신용카드 기업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가량 늘었지만 온라인 매출은 8%가량 뛴 것으로 나타났다. 미 유통업체들은 연말 소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효과가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예산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면서 ‘구매 후 결제’ 건수가 전년 대비 47% 급등했다. 제프 제넷 메이시스 백화점 최고경영자(CEO)는 CNBC 방송에서 “시작은 좋았으나 아직은 (연말 소비 성향을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 美국방차관 “韓 핵잠 추진시 한미관계 심각한 분열”

    미국 국방부 전직 고위 관료가 한국에서 자체 핵추진 잠수함 개발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비용과 기술 그리고 한미 관계를 고려할 때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도브 자카임 전 미 국방차관은 24일(현지 지간) 미 정치 전문 매체 더힐 기고에서 “한국 주요 정당과 일반 국민 사이에 핵잠수함 도입에 찬성하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카임 전 차관은 지난주 합참의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핵잠수함 보유의 ‘군사적 효용성이 충분히 있다’는 김명수 당시 후보자 발언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자카임 전 차관은 한국이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한다면 “한미 간 심각한 분열을 초래하며 이는 북한만 이롭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한미원자력협정은 군사 목적 핵물질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한국이 핵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핵연료를 확보하려면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그는 이어 한국이 브라질처럼 프랑스 도움을 받는다면 미국 제재를 받지 않고 협정을 우회해 핵 잠수함을 만들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올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을 발표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억제력이 더욱 강화됐다”며 “원자력 이용은 민간에 집중하겠다는 오랜 약속을 피하려고 한다면 양국 정상의 합의 정신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핵잠수함을 상시 운용하려면 최소 3척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100억 달러(약 13조 원)가 든다며 “핵참수함 1척 건조 비용으로 재래식 잠수함 3척을 확보할 수 있고 한국(주변 바다)의 얕은 수심을 고려하면 재래식 잠수함이 작전상 이점도 크다”고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26
    • 좋아요
    • 코멘트
  • “사태 해결 나델라, AI혁명 운전석 앉게 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해임 사태의 최대 승리자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꼽힌다. 사태 해결에 나선 동시에 향후 오픈AI 경영에 목소리를 낼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올트먼의 복귀와 함께 9인으로 늘리기로 한 오픈AI 이사회 의석 중 한 자리 이상이 MS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사진)는 전날 블룸버그TV 등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올트먼의 해임 이유조차 전혀 듣지 못했다”며 “오픈AI의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나델라 CEO의 지략과 리더십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4년 MS CEO에 오른 나델라는 PC 시대의 공룡 MS를 클라우드 중심 미래 컴퓨팅 시대 초강자로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구글에 뒤처진 AI 분야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신생 회사인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6조8000억 원)를 투자하는 모험을 단행해 현재 시가총액 2조8100억 달러로 1위 애플을 바짝 뒤쫓고 있다. 17일 올트먼 해임 혼란으로 주가 급락의 위기에 몰렸지만 20일 증시 개장 직전 올트먼을 영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의 발표에 MS 주가는 이날 2% 이상 상승했다. 이어 700명이 넘는 오픈AI 임직원 모두를 MS로 데려올 수 있다고 해 이사진을 압박하는 동시에 생방송 인터뷰를 이어가며 자신이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신호를 톡톡히 줬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로 나델라 CEO는 AI 혁명의 운전석에 앉게 됐다”고 평가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1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