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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보면 국회의원들이 머리가 좋은 것 같긴 합니다. 본회의가 한창이던 지난 9일 오후 3시경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안 한다는 것 같습니다”라는 막내 기자의 보고에 저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더군요. 국회를 출입한 지 5년째이건만, 몇 수씩 앞서가는 양당의 잔머리 대결은 솔직히 쫓아가기도 버겁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잔머리 천재들의 수 싸움을 한번 보시죠.① 9일 오전까지 상황애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강행 처리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벌이기로 했던 상황입니다. 국회선진화법에 보장된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본회의 안건에 대해 1건당 최소 24시간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및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한 소수정당의 마지막 입법 저지 전략으로 많이 쓰여 왔죠.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총 4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미리 받아 60명 의원 명단도 짜놨습니다. ‘검수완박’ 이후 18개월 만의 필리버스터인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필리버스터이다 보니 ‘제2의 윤희숙’ 같은 타이틀을 노리고 나름 열심히 준비한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고 하죠. 해당 의원실 보좌진마다 필리버스터에 대비한다고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일찌감치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을 대상으로 표 단속을 해왔습니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100명) 서명을 받아 종결 동의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고, 무기명 표결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79명)이 찬성하면 토론을 강제 종료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4시간마다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고 법안을 하나씩 처리하겠다. 현재까지 우리 당 의원 전원(168명)과 정의당(6명) 진보당(1명) 기본소득당(1명) 등 비교섭단체, 그리고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6명)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대항하는 찬성토론도 벌여 ‘맞불’을 놓기로 했죠. 이 밖에도 여야 지도부는 24시간마다 이어질 표결을 위해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리고 상임위별로 당번을 정해 본회의장을 지키라고도 했습니다.② 9일 오후 2시그렇게 야심 차게 준비했던 필리버스터를 국민의힘이 당일 오후 본회의가 시작된 직후 갑자기 철회한 겁니다. 윤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철회를 결심하고도 보안 유지를 위해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함구했다죠. 윤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라는 소수당의 반대토론 기회마저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정치적 악의적 의도를 묵과할 수 없었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선 “김기현 대표에게만 의총 전에 말했고, 나머지 의원들에겐 본회의장에서 말했다”며 “혼자 고민하고 혼자 정리해서 머리가 좀 아프긴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이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의원총회 중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접수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결단’을 내렸다는 겁니다.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 표결을 거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됩니다. 9일 이후로 여야 합의에 따라 예정된 11월 본회의는 23일과 30일뿐인 상황.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면 10일로 이어지는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계획대로 노란봉투법을 처리하고 탄핵안도 표결에 부칠 수 있었지만, 필리버스터가 취소되고 본회의가 산회 되면서 탄핵안이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이 돼버린 셈입니다. (물론 그 덕에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민주당 예상보다 4박 5일 빠르게 처리됐습니다.)③ 9일 오후 4시 허를 찔린 민주당은 즉각 ‘꼼수’라고 반발했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동관 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친 건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탄핵안을 무력화하려고 국회의원들이 국회법상 보장된 필리버스터를 포기했다는 거죠. 당황한 티가 역력하던 민주당은 국민의힘 대신 24시간 필리버스터를 여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를 접은 이유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철회한 상황에서 우리도 그렇다고 꼼수를 쓰는 것이, 정당하지 않은 원칙 기준 벗어난 방식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운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생각했다”고 했습니다.솔직히 지켜보는 입장에선 꼼수든 아니든, 21대 국회 내내 의석수에서 민주당에 밀려 질질 끌려만 다니던 국민의힘이 ‘거야(巨野)의 폭주’를 처음으로 멈춰 세웠다는 점에선 통쾌하더군요. 다만 그게 여야 간 협상이 아닌 국회법을 역이용한 잔머리 덕이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그동안 그토록 목 놓아 반대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쉽게 표결을 포기하고 나가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소수정당으로서 마지막 반발과 항거를 필리버스터라는 역사의 기록으로라도 남겼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④ 10일부터 현재까지그 다음날부터 여야는 서로를 향해 ‘꼼수’라고 비난하며 ‘꼼수 2라운드’에 돌입했습니다. 국회법 90조 2항에 따르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은 본회의 동의를 받아야 철회할 수 있는데, 이를 놓고 또 아전인수식 해석 싸움을 시작한 겁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이 이미 본회의에 의제로 보고됐기 때문에, 해당 탄핵안을 재추진하는 것이 법적으로 무효라고 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꼼수 원조정당’ 답게 전날 본회의에 올렸던 탄핵소추안을 부랴부랴 철회했죠. 국회에 보고만 됐다고 해서 바로 안건이나 의제가 됐다고 볼 수 없고, 일사부재의(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제출한 탄핵안과 관련해 당이 이날 오전 철회서를 제출했고, 철회서가 접수 완료됐다. 이번엔 철회했지만, 이달 30일과 다음 달 1일 연이어 잡혀 있는 본회의 등을 시점으로 탄핵안 추진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 처리 시점은 11월 10일에서 12월 1일로 약 20일 정도 미뤄지게 됩니다. 그 20일 새 무슨 일이 있겠냐 했는데, 머리 좋은 의원님들은 역시 이미 또 한 단계를 앞서 내다보고 계시더군요.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방통위 업무를 최대한 빨리 마비시켜 내년 총선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 한다고 보고있죠.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왜 유독 탄핵안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지금껏 민주당이 손에 쥐고 장악했던 방송을 내려놓을 수 없고, 방송 정상화를 늦추기 위해 방송통신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하는 목적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습니다.민주당에선 이에 대항하는 더 신박한 논리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이 9일 기어이 필리버스터를 철회까지 한 배경엔 이 위원장보다도 이재명 대표 수사 팀장인 이정섭 차장검사의 탄핵을 막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는 거죠. 한 민주당 의원은 “이동관도 이동관인데, 이정섭 때문에 (국민의힘이) 저러는 것 같다. 이정섭은 12월까지 뭐든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 영장을 다시 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올해 12월이나 내년 초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한 번 더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하니 완전히 뜬금 없는 소리는 아닐 듯 합니다.예산안 심사가 본격 시작되는 이번 주에도 여야의 피 튀기는 수싸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의원님들께서 그 좋은 머리를 민생을 위한 예산안과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도 좀 더 많이 써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와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9일 당론으로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했다. 올해 9월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이은 두 번째 검사 탄핵이다. 검찰은 “보복 탄핵, 방탄 탄핵”, “다수에 의한 법치주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검사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국회가 위법한 범죄, 중대한 비위행위가 명백한 국무위원, 검사에 대해 탄핵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이 차장검사에 대해 일반인의 범죄 및 수사 기록을 무단 열람한 점과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을, 손 차장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선거 개입 등을 탄핵 사유로 꼽았다. 윤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 수사를 이끌고 있는 이 차장검사를 탄핵소추할 경우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우려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위법한 범죄 행위가 분명하고, 비위 행위가 명백함에도 이러저러한 정치적 고려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것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의총을 열고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이희동 대검찰청 공공수사기획관과 임홍석 창원지검 검사에 대한 탄핵 여부를 검토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사 탄핵’이 반복되는 데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부담감과 우려가 작지 않았다”며 “의총에서도 자칫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석수를 앞세운 야당의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당내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 원내대변인은 “간부급 검사는 탄핵을 추진하고, 논의된 다른 검사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 협박 탄핵, 방탄 탄핵”이라며 “검사 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총장을 탄핵하라”고 했다. 대검찰청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반복적인 탄핵은 제1당의 권력으로 검찰에 보복하고, 외압을 가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 관련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을 이르면 11월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3법’을 단독으로 상정한 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야권 179석을 모아 13일 밤 12시까지 연이어 강제 종료시킨다는 목표다. 내년 총선을 다섯 달 남겨두고 과반 의석수의 ‘원내 1당’이 11월, 12월에도 강공 모드를 이어가겠다는 것.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말 국회 회의장 내 피켓·고성을 금지하는 신사협정을 체결한 지 보름여 만에 다시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쌍특검·예산안’ 앞세워 연말까지 공세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올해 4월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두 특검법에 대해 “(본회의가 확정돼 있는) 이달 23일이나 30일, 늦어도 12월 8일에 처리해 달라고 김진표 국회의장께 요청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입법까지 최장 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두 특검법의 본회의 표결은 12월 말경으로 예상돼 왔는데, 이를 한 달가량 앞당기겠다는 것. 홍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 “본인 가족과 연관된 비리 사안인데, 염치없는 행동 아니냐. 특검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며, 만약 거부한다면 정치적 책임론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노란봉투법, 방송 3법과 관련해 공공연하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운운하는 건 ‘대화·협치’와 ‘대결·독선’ 중 대결을 선택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달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예산안 법정 심사 기한(다음 달 2일)은 지킬 생각이지만 그게 꼭 정부안이 통과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정부에 민생과 미래 관련 몇 가지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수용되지 않으면 통과는 어렵다”고 했다. 최근 여당의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에 맞대응해 내놓은 ‘김포∼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안도 민주당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5호선 연장 예비타당성 면제 등을 담은 법을 이미 제출했다”며 “정부·여당이 5호선 연장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내년 초 연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도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증액하겠다는 것. 홍 원내대표는 6일 MBC 라디오에서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르면 9일 본회의부터 (탄핵안을) 상정할 생각”이라며 “(이 위원장을 포함해) 몇 명을 놓고 지금 (탄핵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야권 연합’ 가능성에 “선거에선 ‘우리 편’ 늘려야” 홍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선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앞서 8월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 감산 폭 확대 등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당헌·당규에 따르면 (총선 관련 룰은) 선거 1년 전에 결정하게 돼 있다. 만약 포함한다면 다음 총선부터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당 일각에서 ‘야권 200석 연합’이 거론된 것을 두고 “의석수를 이야기하는 건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고 일축하면서도 “선거는 늘 우리 편은 늘리고 상대편은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야권 연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야 간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는 선거제 개혁 문제와 관련해선 “굉장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지난 총선처럼 위성정당이 난립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려고 해도 곳곳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을 자칭하는) ‘참칭 정당’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위성정당은 우리가 관리 감독이라도 했지만 내년에는 관리 감독도 안 되는 정당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국민의힘이 지난달 30일 ‘김포의 서울 편입 당론 추진’을 꺼내드는 걸 보고 처음엔 ‘꽃놀이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곧장 화제가 됐고, 덕분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묻혔고, 김포 외에 구리, 고양, 부천, 광명, 하남 등 다른 시에서도 “우리도 편입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권력을 쥔 집권여당으로서의 재미를 쏠쏠히 봤으니까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일주일 내내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한 공식적인 찬반 입장은 내놓지 않은 채, 국민의힘을 향해 “절차를 지키라” “총선용 갈라치기 전략이어선 안 된다”라는 원론적인 반응만 보였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0월 31일 KBS 인터뷰에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구체적 안 없이 던졌다. 제안하는 방식이 뜬금없고 포퓰리즘 방식으로 지역 갈등을 촉발해 부적절하다”라고 했고, 11월 1일 CBS 라디오에서는 “김포만 갖고 논의하기보다는 전체 국토에 대한 ‘행정대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역제안했습니다. 아예 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행정체계를 전면 개편하자는 겁니다. 국민의힘 말이라면 쌍심지를 켜고 ‘믿고 거르는’ 민주당이 웬일로 잠잠한가 싶어 취재를 해봤습니다.민주당의 지도부 소속 의원 A는 “‘메가서울’ 이슈가 아직 초반이라 화제가 되는 것일 뿐, 결국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하다”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선거를 치러본 중진 의원인 그는 “김포의 서울 편입 카드를 만약 내년 2월쯤 선거가 임박해서 꺼내 들었다면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내년 총선까지 아직 5개월이란 시간이 남았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도 편입 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해당 지역에서 곧장 역풍이 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김포 사람들 입장에선 5호선 연장 이슈만 미뤄지고, 죽도 밥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길 거란 거죠.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의원 B도 “김포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서울시민 여론이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미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여파 속 시장직을 중도 사퇴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오 시장은 누구보다 서울 여론에 민감할 것이란 거죠.실제 조금씩 여론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5일 발표된 여론조사(CBS노컷뉴스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따르면 ‘김포-서울 편입’에 반대한다는 비율이 55.5%였습니다. 찬성은 33%였습니다. 특히 관련 지역인 서울 경기·인천에선 반대 비율이 모두 60%를 넘었더군요. 앞서 1일 리얼미터 조사(만 18세 이상 503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에서도 반대가 58.6%, 찬성이 31.5%였고, 특히 서울과 인천·경기의 반대 응답이 각각 60.6%, 65.8%로, 찬성(32.6%, 23.7%) 보의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이에 대해 B 의원은 “성공하는 ‘선거 이슈’가 되려면 네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일단 찬반 여론이 딱 50대 50 수준으로 나뉘어야 하고,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쳐야 하며, 무엇보다 내 선거에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대중 전반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과거 성공적인 선거 이슈로 꼽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등이 이 공식에 해당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B 의원은 “그런데 김포 서울 편입은 서울과 경기 지역 내 반대가 60%로 더 높은데다, 수도권 외 지역 선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안이다. 오히려 ‘서울공화국’ 논란이 확산되면 선거에 이니셔티브는커녕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와 해당 지역 의원들이 일제히 신중론을 유지하는 것도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민주당에 유리한 이슈”라는 계산에서겠죠. A 의원은 “민주당은 일부러 찬반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입장을 밝히는 순간 오히려 쟁점이 돼서 이슈를 키우게 되고, 결국 진영논리에 갇힌다”고 했습니다. B 의원도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정답”이라며 “각자의 이해 요구가 분출되고 나면 그때 이성을 되찾은 사람들을 상대로 제대로 설명하고 알리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슬슬 반격을 위한 시동도 걸고 있습니다. 우선 ‘세수’ 키워드를 꺼내 들며 약한 고리 공략에 나섰죠. 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3일 “김포시의 올해 예산 1조4063억 원 중 시가 거둬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세, 자동차세 등 ‘시(市)세’ 규모가 약 2587억 원인데, 서울시로 편입되면 이 세금을 서울시로 넘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김포구’가 되면 시세 세입만 2587억 원이 감소한다는 거죠. 올해 1520억 원 규모였던 김포시의 재산세도 서울시로 편입될 경우 700억 원 정도로 줄어든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각 구로부터 재산세를 걷은 뒤 절반은 시 예산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 구에 ‘n분의 1’로 나눠서 전달하기 때문에 김포시로선 모두 약 3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거죠. 내년 총선에서 서울 외곽 지역에 도전장을 낸 국민의힘 관계자들 입에서도 본격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10월 31일 페이스북에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며 “도봉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의 구는 서울로서 받는 차별은 다 받는데, 서울로서 받는 혜택은 못 받아 왔다”고 했습니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도 “서울의 일부 외곽 지역은 ‘여기가 서울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허울뿐인 서울로서 받는 역차별이 더 큰 지역들이 있다”며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은 막 먹어 체중만 늘리는 ‘살크업’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는 ‘벌크업’”이라고 했더군요. 정양석 서울 강북갑 당협위원장도 “한정된 재원을 배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 주민들이 늘어나게 되면 (우리 지역구) 주민들이 우리 것을 뺏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반발했습니다.한 민주당 의원은 “하남시도 서울 편입을 검토한다는데, ‘강남4구’로 불리는 것도 싫다는 강남 지역 사람들이 강남 범위가 하남까지 확장되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겠느냐”라며 “결국 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서울 시민들의 반대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5호선 연장’ 카드를 던졌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2일 “서울~김포 지하철 5호선 연장 문제부터 해결하자. 5호선과 관련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연장 확정을 이번 예산안에 담을 수 있도록 가져와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실제 김포 주민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교통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겁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서울시에 김포시가 편입될 경우 오히려 5호선 문제 해결이 더뎌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C 의원은 “김포 골드라인 과밀 문제를 해결하려면 5호선 9호선을 더 깔아야 하는데, 5호선을 서울 시 차원에서 연장하게 되면 국비 지원 비중이 서울시 6 대 국비 4 정도로 줄어든다. 서울 재정이 그만큼 더 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되게 되면 광역전철이 아니라 도시철도가 된다. 광역철도는 건설할 때 7 대 3으로 국비 지원을 받는다. 국비가 7이다. 그런데 도시철도는 서울시가 6이고, 국비가 4다. (편입되면) 연장 사업이 어려워진다”(1일 CBS라디오) 주장과 일맥상통하죠.‘김포의 서울 편입’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한 주였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 속도전을 내겠다는 국민의힘과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민주당 중 누가 진짜 ‘꽃놀이패’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폭풍 속 국민의힘이 꺼내든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본격 닻을 올렸다. 인요한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가장 최근에 망한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위의 구성이다. 인요한 위원장이 10월 26일 발표한 혁신위원 명단을 두고 여야에선 일단 “고민한 흔적은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중 의원(서울 서초을), 김경진(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오신환(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 전 의원 등 혁신위에 합류한 전·현직 의원은 모두 수도권 지역구에, 상대적으로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약한 사람들이다. 당내 ‘수도권 위기론’에 대처하고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솔직히 박 의원 등을 혁신적 인물이라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노골적 친윤은 아니지 않느냐”며 “천하람 윤희숙 등 확실한 비윤(비윤석열)계도 합류 제안을 스스로 거절한 만큼, 인선 면면을 두고 무작정 비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공식적으로는 “구태 혁신위원, 혁신의 주체가 아닌 혁신의 대상들”(강선우 대변인) “‘비윤’은 빠진 ‘비운’ 혁신위”(정청래 최고위원)라고 깎아 내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그래도 김은경 혁신위보다는 낫다”라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앞서 6월 김은경 혁신위가 7명의 위원 중 6명을 이재명 캠프 제주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 출신 등 노골적 친명(친이재명) 인사로 채웠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는 것.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우리 당부터 잘해야지, 우리가 누굴 비판하고 걱정하느냐”고 했고, 재선 의원도 “적어도 저기는 ‘친윤 일색’이라는 말은 안 나온다”고 했다. 인선 작업을 끝낸 인요한 혁신위가 실제 성과를 내려면 혁신의 목표와 대상, 그리고 그를 위한 운영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김은경 혁신위는 ‘누구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채로 출범한 탓에 어떤 제안을 해도 비난만 샀다. 김 위원장은 6월 20일 첫 회의에서 “정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는데, 즉시 비명(비이재명)계로부터 “총선 물갈이를 의도한 발언이냐”는 반발이 나왔다. 사실 ‘기득권 혁파’ ‘현역 의원 물갈이’ 키워드는 선거를 앞두고 늘 나오는 ‘클리셰’ 같은 것인데도 김 위원장이 말하니 다들 들고 일어난 셈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출신 한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도 내부 과제와 목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그랬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인요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대체 무엇을, 어디까지 혁신해도 되는 것인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설화와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김은경 혁신위는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건 ‘노인 폄하’ 사건부터 ‘초선 의원 비하’ 논란, ‘가족사 폭로’ 등 사건사고뿐이다. 언론 트레이닝이 덜 된 비정치인 출신이 많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말실수가 나오기 쉽고, 수습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인 만큼 ‘리스크 매니징’에도 신경 써야 한다.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닻을 올렸습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국민의힘이 꺼내든 카드죠. 어렵게 출범한 혁신위인 만큼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너무 꼬여버려서 정치권이 스스로 풀지 못하는 난제를 정치권 밖에서 온 사람들이 현명하게 해결해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쪽도 싫고, 저쪽도 싫다’라는 정치혐오층에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약간의 기대감이라도 심어줄 수 있길 바라봅니다.민주당 출입 기자인 저는 앞서 올여름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가 제대로 ‘폭망’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혁신을 못 하는 혁신위는 정말 없느니만 못하더군요. 인요한 혁신위가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며 지켜봤던 주요 관전 포인트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성공포인트 1. 인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혁신위를 구성하는 면면일 겁니다. 인 위원장이 10월 26일 발표한 혁신위원 명단을 두고 여야에선 일단 “고민한 흔적은 보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2명의 혁신위원 중에는 현역 의원 중에선 유일하게 박성중 의원(재선, 서울 서초을)이 이름을 올렸죠. 전직 의원 중에선 내년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을에 도전하는 검사 출신 김경진 전 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으로 서울 광진을에 도전하는 오신환 전 의원이 포함됐습니다. 일단 전현직 의원을 모두 수도권 출신들로 배치해 ‘수도권 위기론’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나름 ‘통합’의 색채를 내려는 시도도 엿보입니다. 사실 박성중 의원은 국회에서 ‘고성’과 ‘갈등’의 아이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라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긴 합니다만, 계파로만 따져보면 사실 친윤(친윤석열) 색채는 상대적으로 옅은 편이죠. 김경진 전 의원도 친윤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소장파인데다, 전라도 광주 출신으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광주 북구 갑에 출마해 광주·전남 최다 득표율(70.8%)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오 전 의원은 친오세훈계로, 미래통합당 출신의 비윤 인사입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비윤계 내에서도 일단 쇄신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로 혁신위를 꾸리려 했다는 의도 자체에 대해선 크게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일단은 지켜보자는 기류”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윤희숙, 천하람 등 확실한 비윤계에도 혁신위 합류를 제안했지만 그들이 거절한 것 아니냐”라며 “비윤계도 혁신위 인선 면면만 두고 일방적으로 비판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구태 혁신위원 인선 그 자체가 실수” “혁신의 주체가 아닌 혁신의 대상들”(강선우 대변인) “비윤은 빠진 ‘비운’ 혁신위”(정청래 최고위원) “60일간 하루 1점씩 까먹는 혁신위가 될 것”(장경태 최고위원)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래도 김은경 혁신위보다는 낫다”라는 분위기가 있네요.앞서 6월 김은경 혁신위는 7명의 위원을 발표했는데 그중 6명이 이재명 캠프 제주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 출신, 이재명 지지 선언을 한 재야 지식인 출신, 이재명 대리인으로 대통령 후보 등록한 사람 등 이른바 ‘친명’(친이재명) 사단이었죠. “혁신위가 아니라 차라리 ‘이재명 친위부대’라 해라”는 당 안팎 비판이 쏟아졌던 것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인지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우리 당부터 잘해야지, 우리가 누굴 비판하고 걱정하느냐”고 했고, 재선 의원도 “적어도 저기는 ‘친윤 일색’이라는 말은 안 나오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 성공포인트 2. 혁신의 명확한 목표와 방향 제시 인선을 마친 인요한 혁신위가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혁신의 목표와 그를 위한 운영 방향부터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김은경 혁신위가 활동하는 내내 어떤 말을 해도 줄곧 반발만 샀던 이유는 ‘누구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채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김은경 위원장은 6월 20일 첫 회의를 열고 “정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즉시 “비명(비이재명)계 총선 물갈이를 의도한 발언이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기득권 혁파’, ‘현역 의원 물갈이’ 등의 키워드는 선거를 앞두고는 줄기차게 나오는 ‘클리셰’같은 것인데도 김 위원장이 말하니 다들 들고 일어난 겁니다. 혁신위가 인선부터 워낙 말이 많았던 탓에 그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 게 크겠죠. 이재명 대표가 “혁신 기구가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며 전권을 위임했지만, 이미 ‘친명 혁신위’라는 타이틀이 붙어버린 상황에서 어떤 맞는 말을 하고 제안을 해도 “결국 비명계 공천 학살을 하려는 것이냐” “사법리스크 투성이인 이재명 대표 체제부터 혁신해라”는 반발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도 “혁신위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도부의 별동대 비슷하게 보는 것”(6월 15일 CBS라디오)이라고 지적했습니다.결국 김은경 혁신위는 그 뒤로도 혁신 목표와 운영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제안하는 쇄신안마다 족족 ‘보이콧’을 당했습니다. 1호 쇄신안으로 내놨던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은 의원들의 거센 반발 속 의원총회에서 한 차례 결의가 불발되는 망신도 당했죠. 결국 쫓기듯 부랴부랴 조기 퇴장하면서 내놓은 ‘대의원 투표권 폐지’ ‘권리당원 투표권 비중 강화’ 쇄신안 역시 “결국 개딸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비판 속 당내 분란만 키웠습니다. 김은경 혁신위와 임기를 함께 한 민주당 원내지도부 출신 한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도 일단 내부 과제와 목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그랬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인요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혁신위가 대체 무엇을, 어디까지 혁신해도 되는 것인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공천룰까지 건드려도 되는 것인지, 지도체제를 바꾸는 것인지 이런 점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고, 당내에서 명확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가 어떤 말을 해도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살 것이라는 거죠. 또 다른 민주당 의원 역시 “혁신의 방향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하고 시작해야 한다”며 “국민의힘도 ‘용산 거수기’같은 당 지도부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 무조건 배제시키고 몰아세우는 것이 민주당과 비슷한 상황 아니냐. 그런 당 문화부터 혁신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성공포인트 3: 리스크 매니징 마지막으로 인요한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설화와 논란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언론 트레이닝이 덜 된 비정치인 출신들이 많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말실수가 나오기 쉽고, 수습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김은경 혁신위도 돌아보면 솔직히 기억에 남는 ‘노인 폄하’ 사건부터 ‘초선의원 비하’ 논란, ‘시누이의 가족사 폭로’ 등 대형 사고뿐입니다.이재명호는 사법리스크와 돈봉투 의혹 등 각종 부정부패 논란 속 침몰 위기에 처하자 부랴부랴 ‘김은경 혁신위’를 띄웠지만 결국 더 큰 암초를 만난 꼴이 됐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충격 속 인요한 혁신위를 띄운 국민의힘은 순항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과 방송3법의 본회의 직회부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27일 “헌법재판소 판단을 존중한다”며 다음 달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못 박았다. 재계에선 “노란봉투법 통과가 국내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불법 파업을 조장할 것”이란 우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자 모집에 나서는 등 본격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규정을 준수해 이뤄진 정당한 입법행위를 여당이 헌법재판제도를 악용해 방해하려 했던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무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1월에 열리게 될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처리해 국민 인권과 언론 자유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 불법파업을 조장해 산업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이라며 “방송법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날 헌재 결정에 대해선 “국회에서 이뤄지는 절차는 국회 판단에 맡긴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면서도 “절대 다수를 점하는 민주당의 절차 무시를 더 책임감 있게 판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각 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참여 희망자들의 신청을 독려하며 “해당 법안 소관 상임위 의원은 반드시 신청하라”고 공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필리버스터 대신 ‘여야 동수 TV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조사팀장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 현장에 혼란을 미칠 우려가 큰 법안”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체계적 심사를 통해 법안이 헌법과 법률 체계에 맞는지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었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과 방송3법의 본회의 직회부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27일 “헌법재판소 판단을 존중한다”며 다음달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못 박았다. 재계에선 “노란봉투법 통과가 국내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불법 파업을 조장할 것”이란 우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자 모집에 나서는 등 본격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규정을 준수해 이뤄진 정당한 입법행위를 여당이 헌법재판제도를 악용해 방해하려 했던 무책임하고 정략적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무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1월에 열리게 될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처리해 국민 인권과 언론 자유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 불법파업을 조장해 산업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이라며 “방송법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날 헌재 결정에 대해선 “국회에서 이뤄지는 절차는 국회 판단에 맡긴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면서도 “절대 다수를 점하는 민주당의 절차 무시를 더 책임감 있게 판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각 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참여 희망자들의 신청을 독려하며 “해당 법안 소관 상임위 의원은 반드시 신청하라”고 공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필리버스터 대신 ‘여야 동수 TV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조사팀장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 현장에 혼란을 미칠 우려가 큰 법안”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체계적 심사를 통해 법안이 헌법과 법률 체계에 맞는지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었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김의겸 : 제가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마는 일단 개인적인 사용의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봐야 될 테고. 그리고 설사 일부 그런 내용이 나온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경중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랬을 경우에 저는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런 걸 가지고 또 영장을 친다? 말하자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을 지금까지 몇백억 (혐의)로 치지 않았습니까? 428억이니 800억이니 이랬는데. 글쎄요. 그런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영장을 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10월 18일 BBS라디오)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습니다. 요약하면 “법카를 사적으로 썼더라도 액수가 적은 경우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김 씨의 ‘법카 유용 의혹’은 지난해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설 연휴 직전 터졌죠. 명절 내내 “법카로 한우와 초밥을 사 먹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대선 레이스 막판을 완전히 뒤흔드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사건 등 각종 굵직굵직한 리스크 속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10%포인트 안팎 격차로 여유 있게 앞서던 이 대표는 설 연휴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 지지율 역전을 당했습니다. 일반 유권자들에겐 한없이 복잡하고 솔직히 내 삶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대장동 특혜’나 ‘변호사비 대납’보다도 ‘법카 유용’과 ‘갑질’이 더 피부에 와닿는, 파괴력 있는 이슈였던 겁니다. 김 씨의 법카 논란이 1년 반 만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건 해당 의혹을 처음 폭로했던 전 경기도청 별정직 직원 조명현 씨가 스스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면서죠. 지난 8월 “이 대표가 권한을 남용해 법카를 개인 용도로 횡령했고, 배우자의 횡령 사실을 묵인했다”며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던 조 씨는 이달 19일 권익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무산되자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민의 피와 땀이 묻어있는 혈세를 자기 돈인 것처럼 사적으로 유용하고 공무원을 하인처럼 부린 분이 민생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느냐”, “성실히 세금을 내 이재명과 김혜경, 그의 가족 수발을 드는 공무원과 우리는 모두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 씨는 오늘(23일) 수원지검에 출석하면서 “저 또한 위에서의 지시에 의해서 (법인카드 유용을) 행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제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다하겠다”고도 했습니다.다시 불 붙은 법카 논란을 보면서 문득 지난 대선 직후 민주당 보좌진들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이들은 뒤늦게 터진 법카와 갑질 의혹으로 이 대표가 지지율이 크게 휘청였다는 사실에 몹시 놀랐다 했습니다. 몇백 억 원짜리 의혹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액수인데, 거기에 민심이 그토록 분노할 줄은 몰랐다는 겁니다. 보좌진 A “우리는 당연히 대장동 사건이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했잖아. 법카 일로 이렇게 난리가 날 줄은 몰랐어.”보좌진 B “보좌진들은 보통 자기 의원 집 제사 날짜 달력에 적어놓고 챙기거든. 나도 주변 사람들이 대장동보다도 갑질 폭로에 더 분노하는 거 보면서 놀랐어. ‘아, 나도 모르는 사이 가스라이팅 돼 있던 거구나’ 싶더라.”당시 조 씨가 이 대표 가족의 제사 음식을 구매해 이 대표 자택으로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었죠. 이런 게 이 바닥에선 너무 당연한 일이라 자신들이 ‘갑질’을 당하고 있는 건지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조 씨도 최근 TV조선 유튜브 ‘뉴스트라다무스’에 출연해 “이재명 지사의 속옷 빨래를 챙기는 것도 내가 했다. 속옷이 부족하지 않게 항상 챙겨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역시 처음엔 막내 비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겼는데 뒤늦게 이 문제가 ‘불법의전’, ‘불법사역’으로 보도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다행히 뒤늦게라도 ‘각성’한 조 씨와 보좌진 A, B와 달리 여전히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 법카 논란이 대수냐는 분위기입니다. 이들은 검찰이 대장동 등 주요 사건을 그토록 수사했는데도 결국 이 대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카 사안을 축소하기에 바쁜 모습입니다.박찬대 최고위원은 19일 MBC라디오에서 법카 유용 의혹을 “전형적인 망신 주기, 언론플레이”라고 평가 절하했죠. 김동연 지사가 ‘자체 조사 결과 법카 유용 사례가 최대 100건에 달해 수사 의뢰가 돼 있는 상태’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그동안은 수사를 안 했겠느냐”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소환한 것 아닌가 싶고, 별다른 내용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날 KBS라디오에서 법카 논란과 관련해 “당 차원의 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차단했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 “당이 진위를 파악해 국민에게 사실대로 보고해야 한다”(이상민 의원)고 요구하는 것을 일축한 겁니다.민주당은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행안위 국감 후 ‘경기도가 자체 감사 결과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이 의심된다는 결론을 냈다’고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서도 하루에만 두 차례 논평을 내고 ‘발끈’했습니다. “경기도 감사 결과는 김혜경 씨가 아닌 배모 사무관의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는 거죠.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법인카드 사적 사용으로 인한 감사와 경찰 고발은 모두 김동연 지사 취임 전의 일”이라며 “국회의원이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있으니 가당키나 하냐”고 따졌습니다. 박성준 대변인도 “정 의원이 김동연 지사의 발언을 왜곡해서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며 “‘카더라 통신’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이 1년 여 전에 이미 국민이 진짜 실망하고 분노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직접 겪어보고도 여전히 저러는 걸 보면 아직 ‘총선 모드’로의 전환이 덜 된 모양입니다. 김혜경 씨는 1년 반 전 결국 설 연휴 직후인 2월 9일 떠밀리듯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인 바 있습니다. 그는 당시 법인카드 유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끝까지 답을 피하면서,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 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었네요. 바로 지금이 제대로 설명하고 끝까지 책임을 질 때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자신의 공직선거법 재판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기소한 지 나흘 만이자 현 정부 들어 4번째 기소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은 다시 수원지검으로 돌려보내 보강 수사를 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모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위증교사)로 이 대표를 16일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는 이른바 ‘검사 사칭’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는 김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하는 등 본인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 등 증거를 확보한 만큼 신속한 재판을 위해 위증교사 혐의를 따로 분리해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당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비롯한 관련자 전원이 수원지법에 기소돼 재판 중”이라며 대북송금 사건은 수원지검으로 재이송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수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넘긴 바 있다. 수원지검이 대북송금 관련 보강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의혹 재판과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공소 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관련 남은 수사는 대부분 수원지검이 진행한다. 대북송금 사건을 재이송받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쌍방울그룹의 ‘쪼개기 후원’도 살펴보고 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김동희)에선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정자동 호텔 특혜 개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날 기소에 대해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렇게 만사를 제쳐두고 정적 죽이기에 ‘올인’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이 벌이는 추잡한 쪼개기 기소는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배지도 1만5000원에 판매하고 경찰 배지도 팔고 있다.”(국민의힘 강민국 의원)“국회의원 배지를 파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중국산 ‘짝퉁’ 상품 판매 논란을 일제히 질타했다. 강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 소환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에게 “한국 브랜드를 도용한 중국산 가품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얼마나 판매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장 대표가 “한국 전체 거래량 대비 가품 이의제기는 0.015%”라고 답하자 강 의원은 “위증하면 법에 저촉된다”며 국회의원 배지도 1만5000원에 팔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한국 아웃도어 회사 브랜드 ‘블랙야크’ 패딩이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8만 원에서 30만 원 가격대에 판매되는데,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같은 제품을 1만원에서 3만원 정도에 판매 중”이라며 “국내 기업 브랜드 가치를 추락시키고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정무위원장인 백 의원도 “가품 비율이 0.015%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 대표를 몰아세웠다.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장 대표는 “배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확인한 후 즉각 조처하겠다”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을 근절하는 데 명확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관련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임시중지명령 발동도 검토하겠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① 우리가 보궐선거 이겨서 솔직히 너무 신나지만 일단 표정 관리는 할게.② 이참에 비명(비이재명계) ‘가결파’도 너무 처리하고 싶지만, 이재명 대표가 멋지게 복귀해야 하니 일단 ‘통합’은 강조할게.③ 그래도 당에 절차라는 게 있으니 ‘적극적 가결파’는 징계 논의해야지? 나머지들은 특별히 살려는 드릴게.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 내에서 감지되는 분위기입니다.17.15%포인트 격차의 큰 승리였지만 민주당은 당선 발표가 난 직후부터 “민주당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이재명 대표)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더욱 겸손하고 치열한 자세로 민생을 챙기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권칠승 수석대변인)라며 몸을 바짝 낮췄죠. 홍익표 원내대표도 다음 날 오전부터 당 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좀 제대로 하라는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습니다. 내년 총선까지 이 기세를 잘 끌고 가려면 민주당 특유의 ‘오만’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는 계산이겠죠.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역시 ‘선거전문정당’답게 이기자마자 바로 부자가 몸조심하는 모드로 들어갔다”고 평가했습니다. 잘하는 건 잘하는 거라고 인정해야겠죠. 민주당이 자신들도 반성하고 더욱 민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얼마나 행동으로도 옮기는지 지켜보겠습니다.당 외부로는 그렇게 ‘낮은 자세’와 ‘겸손’ 모드를 계속 유지하면 될 것이고, 남은 과제는 당내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냐일 겁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당내 친명, 비명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죠. 단식 투쟁 중 입원했다가 이르면 이번 주, 약 한 달 만에 당무에 공식 복귀한다는 이 대표로선 ‘통합’의 깃발을 내걸고 돌아오고 싶을 겁니다. 그래야 리더십이 있어 보일 테니까요. 실제 이 대표는 퇴원하던 날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시 후보의 유세 현장에 지원을 나가서도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부족하고 억울한 게 있더라도 잠시 제쳐 두고 저 거대한 장벽을 우리 함께 손잡고 넘어가자”며 “서로 손잡고 단결해서 단합하자”고 했죠.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자’는 메시지는 이 대표가 직접 작성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 직후 낸 메시지에도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자”고 썼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명계로선 ‘눈엣가시’ 같은 강성 비명계를 이번 가결 사태를 명분 삼아 손을 좀 보고 싶을 겁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외상값은 받아야 한다’고도 했었죠. 그래서인지 친명 지도부가 이 대표 복귀에 앞서 미리 ‘조건부 징계’ 가능성을 꺼내 든 모습입니다.“(이 대표가 복귀한 뒤)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갖고 징계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략) 다만 해당(害黨) 행위에 대한 부분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그에 대한 (징계) 논의는 가능하다.”(장경태 최고위원) “가결한 의원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지금은 서로 소통하면서 해야 할 일을 뚜벅뚜벅 하는 게 맞다. (중략) 가결한 의원 전체(의 징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갔다. (중략) 당원 5만 명이 청원한 경우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절차상 진행해 나갈 내용이다.” (서영교 최고위원) 가결표를 던진 의원 전체에 대한 징계 가능성은 일축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가결을 주장하고 다니는 등 ‘당의 단합 저해 및 품위 손상’으로 볼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선 징계 가능성을 열어 둔 거죠. 특히 당 국민응답센터에 “가결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며 올라온 강성 비명계 이상민 김종민 이원욱 설훈 조응천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 청원을 거듭 언급한 것이 눈에 띕니다. 해당 청원은 당 지도부의 공식 답변 기준인 5만 명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친명 지도부로선 ‘절차’와 ‘원칙’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며 당내 법원 역할을 하는 윤리심판원 회부 등의 방안을 고심하기 좋은 명분이 될 듯합니다. 참고로 윤리심판원장은 당 대표가 임명하며, 현재 친명 성향의 위철환 변호사가 맡고 있습니다.적극적으로 ‘징계’를 요구하기 어려운 현역 의원들을 대신해 원외의 강성 친명 조직도 ‘붐업’ 역할을 해주는 모습입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며 “해당 행위자들에 대한 분명한 징계만이 진정한 당의 통합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역시 ‘청원 5인방’을 콕 찍으며 “당을 윤석열 정권에 팔아넘기려한 이들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 넘어간다면, 이런 기회주의적 행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설훈, 이상민,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5인에 대한 분명하고 단호한 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한 민주당 보좌관은 “친명 원외 조직이 당내 통합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혁신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왜 친명 원외 인사 본인들은 험지에 출마하지 않고 민주당 텃밭인 ‘비명계 수박’들의 지역구만 노리는가”라고 꼬집더군요. 적어도 ‘수박 타령’하면서 원내에 입성하려는 건 너무 비겁하다는 거죠. 어쨌든 당 지도부가 이렇듯 ‘당원들의 요구’라며 절차에 따라 일부 ‘공개적으로 가결을 공언한’ 의원들에 대해서만 징계 절차에 돌입한다면 결과적으로는 비명계 내에서도 분열이 불가피할 겁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에게 공천을 줄 수 없다”고 해서 당내 긴장감을 불러일으켰죠. 마침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12일 MBC라디오에서 “(가결로) 징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다만 지속적으로 ‘당 대표 사퇴’, ‘분당’, ‘당 대표 사당화’ 등 근거 없는 비판과 당의 단합 및 정상적인 당무집행을 저해하는 행동에 대해선 적절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저만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결파 의원들에게 ‘이번은 봐줄 테니, 앞으로는 적당히 하라’는 경고로 느껴집니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목숨줄이 달린 마당에 이런 메시지를 듣고도 당 내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할 말을 할 수 있는 ‘용자’는 많지는 않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침묵하는 다수’가 늘고, 자연스레 친명이 말하는 ‘통합’이 이뤄지겠죠. 한 야권 관계자는 “징계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그게 무슨 통합이냐”라며 “친명계의 일방적인 ‘점령적 통합’이고, 아주 좋게 말해도 총선 공천을 앞둔 ‘배타적 통합’”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통합은 전두환도 외쳤었다”라며 “친명이라고 못할까”라고 했습니다. 과연 ‘이재명식 통합’은 어떤 그림일지 기대가 됩니다. PS. 지난주()에는 여야 양쪽의 ‘강성’ 지지층이 ‘매운 맛’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습니다. “기자는 똥과 된장은 구별할 수 있는 건가? 윤석열만 욕하기엔 쫄은 건가?”“태극기들은 그저 윤도리 비판이 거슬려서 쌍심지키고 생날지들을 떠는구나”“돼먹지 못한 기자X야 니가뭔데 윤대통령님을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평하해…기자 나부랭이 주제에 니가 뭐 대단한줄 알아”“기자님 정치를 나락으로 보낸것은 이죄명과 개딸들,친명계 국개,처럼회 국개들이다!!!”있는 그대로 느낌을 전달하고자 과격한 표현을 (욕설만 제외하고) 그대로 싣습니다. 지난주 칼럼에도 언급했지만, 여야 간 극한 대립 속에 어느덧 양쪽 모두 남은 건 30% 안팎의 강성 지지층뿐이라는 게 이젠 댓글만 봐도 실감이 납니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르면 다음 주 당무에 본격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조건부 징계’ 가능성을 밝혔다. 가결표를 던진 의원 전체가 아닌 당원 청원 게시판에 징계 요구가 올라온 일부 의원들로 징계 논의 대상을 좁혀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13일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복귀한 뒤)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갖고 징계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해당(害黨) 행위에 대한 부분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그에 대한 (징계) 논의는 가능하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가결을 주장하는 등 ‘당의 단합 저해 및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선 징계 가능성을 열어 둔 것. 서영교 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가결한 의원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지금은 서로 소통하면서 해야 할 일을 뚜벅뚜벅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당내 통합을 강조한 것. 그는 “가결한 의원 전체(의 징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갔다”면서도 “당원 5만 명이 청원한 경우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절차상 진행해 나갈 내용”이라고 했다. 당 국민응답센터에 “가결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며 비명계 이상민 김종민 이원욱 설훈 조응천 의원의 징계를 요구한 청원은 당 지도부의 공식답변 기준인 5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전날 저녁 MBC라디오에서 “(가결로) 징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다만 지속적으로 ‘당 대표 사퇴’, ‘분당’, ‘당 대표 사당화’ 등 근거 없는 비판과 당의 단합 및 정상적인 당무 집행을 저해하는 행동에 대해선 적절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르면 다음주 당무에 본격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조건부 징계’ 가능성을 밝혔다. 가결표를 던진 의원 전체가 아닌 당원 청원 게시판에 징계 요구가 올라온 일부 의원들로 징계 논의 대상을 좁혀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장경태 최고위원은 13일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복귀한 뒤)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갖고 징계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해당(害黨) 행위에 대한 부분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그에 대한 (징계) 논의는 가능하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가결을 주장하는 등 ‘당의 단합 저해 및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선 징계 가능성을 열어 둔 것.서영교 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가결한 의원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지금은 서로 소통하면서 해야 할 일을 뚜벅뚜벅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당내 통합을 강조한 것. 그는 “가결한 의원 전체(의 징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갔다”면서도 “당원 5만 명이 청원한 경우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절차상 진행해 나갈 내용”이라고 했다. 당 국민응답센터에 “가결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며 비명계 이상민 김종민 이원욱 설훈 조응천 의원의 징계를 요구한 청원은 당 지도부의 공식답변 기준인 5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전날 저녁 MBC라디오에서 “(가결로) 징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다만 지속적으로 ‘당 대표 사퇴’, ‘분당’, ‘당 대표 사당화’ 등 근거 없는 비판과 당의 단합 및 정상적인 당무집행을 저해하는 행동에 대해선 적절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2013년부터 한국도로공사에서 퇴직한 임원 및 1급 직원 118명 중 15명이 민간 휴게소에서 감사나 임원 등 ‘전관’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도로공사에서 휴게소 업무를 담당했던 영업본부 소속 임직원도 3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민간업체와 맺는 사업협약서에 사실상 전관고용을 합리화하는 조항을 2013년부터 신설해 계약을 맺어왔다. 공사가 각 업체와 맺은 사업협약서에는 “본 사업시설의 운영 안전성 및 매출관리의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공사’는 ‘사업시행자’와 협의해 감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최 의원은 “공사가 퇴직자 자리 보전을 위해 계약서에 전관 보장 조항을 넣어놓은 것은 심각한 갑질”이라며 “공사 전관들이 민간 영역에까지 진출해 사실상 휴게소 사업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실제 도로공사는 매년 운영서비스 평가를 통해 운영업체들의 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공사 측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영서비스 평가 배점은 △계량 100점 △비계량 100점 △가점 8점 △감점 15점 상대평가로 이뤄지며, 계량은 외부 전문기관이, 비계량은 도로공사가 진행한다. 이 중 5등급을 2회 이상 받거나, 2차 재계약 후엔 4등급을 한 번만 받아도 계약이 해지되는데, 지난해엔 운영서비스평가를 거쳐 총 6곳의 휴게소가 계약이 해지됐다. 문제는 지난해 평과 결과 지표별 세부 점수를 분석해보면 도로공사에서 진행한 보고서 평가의 최고점 업체와 최저점 업체의 점수 차이가 16.1점으로,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나 사실상 업체 간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됐다. 예를 들어 이천(하남) 휴게소의 경우 계량평가는 90.8점으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지만 비계량평가에서 평균보다 낮은 79.29점을 받아 지난해 계약이 해지됐다. 의원실 측은 “정성 평가에 해당하는 도로공사의 보고서 평가는 업체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어야 하는데, 기준이 불분명하다 보니 계약해지된 업체들의 불복소송도 빈번한 상황”이라며 “계약 해지 여부가 달린 운영평가에 도로공사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다 보니 민간 휴게소로선 도로공사 전관들을 고용해 도로공사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우리가 선거 때마다 너무 ‘뉴페이스’에 집착했던 탓은 아닐까.” 지난주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끝내 부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였다는 20대 대선의 후폭풍이 1년 반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여야는 2022년 3월 이후 법안과 인사, 정책에서 번번이 정면충돌하며 유례없는 정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국정감사에, 보궐선거에, 총선까지 여야가 부딪칠 일만 남았으니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요즘 원로 정치인들을 만나보면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0선(選) 출신이 나란히 여야 대선 후보가 된 뒤로 한국 정치판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공통된 우려를 한다. 정치권이 선거에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세대교체’와 ‘물갈이’를 외치며 새 얼굴 찾기에만 급급했던 탓에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들을 무리하게 간판으로 내세웠고, 그 결과가 한국 정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다. 2021년 검찰총장 사퇴 직후 정치에 입문한 윤 대통령은 재임 초반,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도어스테핑’ 등을 통한 소통을 시도했지만 결국 ‘1일 1설화’ 논란만 남긴 채 6개월 만에 전면 중단했다. 지자체장 경력만 있을 뿐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이 대표는 SNS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기존 여의도 문법을 깨는 파격 행보를 보였지만, 강성 지지층과의 소통에만 주력하는 방식이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개딸’(개혁의 딸) 세력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들이 등판한 이후 정치판은 점점 양극단을 향해 달리고 있다. 여야 모두 남은 건 30% 안팎의 강성 지지층뿐이고 ‘양쪽 다 싫다’는 무당층 비율이 여야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회에선 기본적인 협치의 룰마저 사라진 채 의회정치가 완전히 실종됐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든, 상임위원장이든 서로 협상하다가 파행이 되더라도, 어떻게든 다시 만나 술잔이라도 기울이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여야 간 관례이자 국회의 전통이었는데 지금은 경쟁하듯 ‘보이콧’부터 해버린다”며 “정치가 그렇게 자기 것만 얻어가는 과정이 아닌데 분명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본질에 대한 쇄신 없이 간판만 대충 갈아 끼워 ‘혁신’을 빙자하려던 정치권의 얕은꾀가 스스로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초유의 ‘0선’ 간 대결에서 국민이 기대했던 건 기성 기득권 정치판에 대한 개혁과 변화였건만, 정치의 기본 ABC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신 나타나 그나마 이 바닥에 남아 있던 최소한의 미덕과 관행마저 없애버린 거다. 이들의 폭주를 막고 제 목소리를 냈어야 할 국회의원 중에 오히려 이들의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해 행동부대를 자처한 기회주의자도 수두룩하다. 한 야권 인사는 “세대를 교체하고 청년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결국 뽑은 게 김남국 아니냐”며 “오로지 나이로만, 신선함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게 지난 총선과 대선 결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했다. 우리가 다음 선거 때는 겉으로만 보이는 변화에 현혹되지 말고 제대로 된 사람을 찾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우리가 선거 때마다 너무 ‘뉴페이스’에만 집착했던 탓은 아니었을까.” 지난주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끝내 부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였다는 20대 대선의 후폭풍이 1년 반이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정말 진절머리 나는 ‘네버엔딩 대결’을 벌이는 중이죠. 윤 대통령은 유례없는 ‘제왕적 통치’를 이어가면서 때아닌 ‘이념 전쟁’을 선포하는가 하면, ‘인사 참사’라는 여론 비판에도 꿋꿋하게 지인들로 내각 요직을 채우고 있습니다. ‘사법리스크’ 속 자해적 단식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재판은 80분 만에 마치더니 곧장 택시를 타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당 의원들과 ‘셀카’도 찍었더군요. 아무리 봐도 지도자감은 영 아닌 듯한 두 사람을 필두로, 여야도 법안과 인사, 정책에서 번번이 정면충돌하며 유례없는 정쟁을 이어가는 중이죠. 앞으로도 국정감사에 보궐선거에 총선까지 여야가 부딪힐 일만 남았으니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요즘 원로 정치인들을 만나보면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두 사람이 나란히 여야 대선 후보가 된 뒤로 한국 정치판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공통된 우려가 나옵니다. 정치권이 선거철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세대교체’와 ‘물갈이’를 외치며 새 얼굴 찾기에만 급급했던 탓에,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들을 무리하게 간판으로 내세웠고, 그 결과가 한국 정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윤 대통령이 정치판에 발을 들인 것은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을 던지면서죠. 정치 경력이 대통령 재임 기간 1년 반을 포함해 3년이 채 안 되는 셈입니다. 평생 검사만 했던 윤 대통령은 재임 초반에는 ‘도어스테핑’ 등 이전 대통령들과 다른 소통을 시도했지만, 결국 ‘주 120시간 근무’, ‘아프리카 비하 발언’ 등 ‘1일 1설화’ 논란을 일으키면서 정치 아마추어로서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습니다. 이 대표도 대선 전까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장 경험만 있었고 국회의원 등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뛰었던 적이 없었죠.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줄곧 변방 출신 비주류로 분류돼 왔습니다. 이 대표 역시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를 이용한 지지자들과의 직접 소통 등을 내세워 기존 여의도 문법을 깨는 파격 행보를 선보였지만, 이처럼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가 결국 당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개딸’(개혁의 딸)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안타깝게도 두 사람의 등판 이후 정치판도 점점 양극단을 향해 달리는 중입니다. 여야 모두 남은 건 30% 안팎의 강성 지지층뿐이고 ‘양쪽 다 싫다’는 무당층 비율이 여야 지지율과 비슷하거나 때로는 더 높은 심각한 정치 혐오가 이어지고 있죠.이 여파가 국회로 번지면서 의회정치도 실종된 상태입니다. 사실 저도 정치부 기자가 되기 전까지는 국회의원들이 허구한 날 만나서 싸움만 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습니다만, 요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단 만나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서로 좋든 싫든 만나서 치열하게 협상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양보와 협치의 미덕도 발휘되는 것이 의회 정치인데, 지금은 그런 기본적인 룰조차 사라진 채 서로 상대를 카운터파트너로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거죠.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원래 원내대표든, 상임위원장이든 협상하다 틀어져서 파행되더라도, 어떻게든 따로 만나 술잔이라도 기울이며 다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여야 간 관례이자 국회의 전통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안 내키면 바로 ‘보이콧’을 해버리지 않느냐”며 “정치가 그렇게 쉽게 자기 것만 얻으려 하는 과정이 아닌데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2020년에만 해도 야당이던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가 원 구성을 두고 대치를 벌이다 칩거에 들어갔을 때 민주당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가 강원도 고성군의 한 절까지 찾으러 갔던 적도 있었죠. 그때도 물론 여야가 최악의 원 구성 협상을 이어가느라 개원도 못 한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아예 서로 만나지조차 않는 윤석열-이재명 조합보다는 나은 듯합니다. 윤석열-이재명 두 사람은 주변 참모진의 조언을 잘 듣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윤 대통령은 여권 내부의 반대에도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까지 시켜가며 사실상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에 앉혔죠. 이 대표 역시 최측근들의 거듭된 반대를 무릅쓰고 지방선거와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한 탓에 아직도 ‘방탄’ 꼬리표가 따라다닙니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도 주변 만류에도 자신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고 사실상 부결을 요구한 것이 오히려 당내 가결표 ‘반란’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옵니다.결국 본질에 대한 개혁 없이, 겉으로 보이는 간판만 대충 갈아 끼워 ‘혁신’을 빙자하려던 정치권의 얕은꾀가 스스로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유의 ‘0선’ 간 대결에서 국민이 기대했던 건 기성 기득권 정치판에 대한 쇄신과 변화였건만, 결과적으로 정치의 기본 ABC조차 무시하는 사람들이 대신 나타나 그나마 남아있던 최소한의 미덕과 관행마저 없애버린 겁니다. 이들의 독주를 제어하고, 제 목소리를 냈어야 할 국회의원 중에 오히려 이들의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해 ‘행동부대’를 자처하며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기회파’들도 적지 않죠. 오죽하면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등 이미 한참 전 현역에서 물러났어야 할 OB 들마저 “이 정도면 나도 다시 해볼 만하겠다”며 줄줄이 다시 등판하겠습니까. 세대교체를 외치며 등판한 이들이 오히려 세대 역행을 유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겁니다. 한 야권 인사는 “세대를 교체하고 청년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해서 뽑은 게 결국 김남국 아니냐”며 “오로지 나이로만, 신선함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게 지난 총선과 대선 결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다음 선거 때는 겉으로만 보이는 변화에 현혹되지 말고 제대로 된 사람을 찾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신원식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으로, 유인촌 후보자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국회 국정감사가 곧 시작되는 점을 임명에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신 장관은 현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18번째 사례다. 대통령실은 ‘청문회 퇴장’ 사태를 빚은 김행 여성가족부 후보자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임명하겠다는 기류에 아직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이지만 김 후보자 임명 카드를 손에 쥔 채 우선 청문회 종료 등 국회 절차가 끝나야 공식 입장을 정할 수 있다는 태도다. 여야는 파행된 청문회를 다시 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원식, 유인촌 후보자 장관 임명에 “국민 여론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반발하며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 대통령실 “김행 청문회 국회 절차 끝내야”대통령실은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8일 “국회에서 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론 내려야 한다. 일단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5일 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가 퇴장한 이후 6일 파행한 만큼 “우선 청문회가 완료된 것인지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청문회 관련 국회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만큼 임명 여부를 공식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 그러면서도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를 임명하려는 판단이 바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는 기류가 엿보인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박성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자는 장관이 아니라 어떤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렵게 생각한다면 당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회의를 통해 김 후보자의 퇴장, 불성실한 답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 여가위 관계자는 “청문회가 정상 종료되지 못한 채 파행됐기 때문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대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부여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요구가 없다면 추가 청문회를 열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청문회가 파행된 건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이 김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추가 청문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여야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뒤 윤 대통령이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기한 내 채택이 불발되면 임명하는 수순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보 공백 우려… 국방장관 임명”윤 대통령은 6일을 시한으로 국회에 요청했던 신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7일 곧바로 신 장관을 임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음 주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데다, 국방장관 교체가 늦어질 때 안보 공백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적격, 부적격 의견이 병기된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유 장관에 대해선 “여야가 임명 여부를 대통령의 선택에 맡긴 만큼 임명을 늦출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두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결 여파’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 국정감사, 연말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의 쌍특검 법안 처리까지 극한 대치를 이어갈 것인 만큼 ‘거야(巨野)’에 끌려가는 모습을 비쳐선 안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 장관은 취임 첫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해 적의 추가 도발 의지와 능력을 분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적을 압도하는 국방태세를 구축하겠다. 응징이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7일 “신 장관은 인사청문회 전부터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고 매국노 이완용을 두둔해 국민의 평가가 끝난 상황이었는데도 윤 대통령은 신 장관을 임명해 자신의 정치관과 역사 인식을 똑똑히 보였다”고 비판했다. 유 장관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강한 의문을 갖게 하는 인사”라고 지적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친명(친이재명)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한테 공천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계기로 당내 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 간 갈등과 분열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후폭풍이 예상된다.홍 원내대표는 8일 오후 MBN 인터뷰에서 최근 당 내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의원들 간 인신공격이 오고 간 점을 지적하며 “의원들이 그런 행동을 할 경우 원내대표로서 제가 가진 권한을 갖고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갖고 판단할 생각”이라고도 했다.홍 원내대표는 비명계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이재명 사퇴론’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냈다. 그는 “당 내 자유로운 의견과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은 결사체이기 때문에 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가는 흐름도 필요하다”며 “당원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뽑힌 대표가, 뚜렷하게 물러나야 할 사유가 없는데 의원들이 방송 등을 통해 당 대표의 사퇴나 지도부 해체를 공공연하게 얘기해 당에 부담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내 강경파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가결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 처분 요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그는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서 무조건 법적 심판으로 가야 되느냐”라며 “정치적 해법과 정치적 책임이라는 것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결한 의원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는 것도 제가 알고 있다”라며 “지역 권리당원이나 지지자들이 ‘가결했냐’, ‘수박(겉으론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뜻의 은어)이냐’ 등을 묻는 움직임으로 인해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의원들이 있다. 그것이 정치적 책임”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가결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윤리심판원에 회부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당의 통합과 혁신에 도움이 될지를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과 상의해서 함께 풀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신원식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으로, 유인촌 후보자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각각 공식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국회 국정감사가 곧 시작되는 점을 임명에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신 장관은 현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18번째 사례다.대통령실은 ‘청문회 퇴장’ 사태를 빚은 김행 여성가족부 후보자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임명하겠다는 기류에 아직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이지만 김 후보자 임명 카드를 손에 쥔 채 우선 청문회 종료 등 국회 절차가 끝나야 공식 입장을 정할 수 있다는 태도다. 여야는 파행된 청문회를 다시 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원식, 유인촌 후보자 장관 임명에 “국민 여론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반발하며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대통령실 “김행 청문회 국회 절차 끝내야”대통령실은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8일 “국회에서 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론 내려야 한다. 일단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5일 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가 퇴장한 이후 6일 파행한 만큼 “우선 청문회가 완료된 것인지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청문회 관련 국회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만큼 임명 여부를 공식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 그러면서도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를 임명하려는 판단이 바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는 기류가 엿보인다.이에 민주당은 이날 박성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자는 장관이 아니라 어떤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렵게 생각한다면 당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회의를 통해 김 후보자의 퇴장, 불성실한 답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 여가위 관계자는 “청문회가 정상 종료되지 못한 채 파행됐기 때문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대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부여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요구가 없다면 추가 청문회를 열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청문회가 파행된 건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이 김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추가 청문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여야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뒤 윤 대통령이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기한 내 채택이 불발되면 임명하는 수순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보 공백 우려…국방장관 임명”윤 대통령은 6일을 시한으로 국회에 요청했던 신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7일 곧바로 신 장관을 임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음 주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데다, 국방장관 교체가 늦어질 때 안보 공백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적격, 부적격 의견이 병기된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유 장관에 대해선 “여야가 임명 여부를 대통령의 선택에 맡긴 만큼 임명을 늦출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대통령실의 두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결 여파’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 국정감사, 연말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의 쌍특검 법안 처리까지 극한 대치를 이어갈 것인 만큼 ‘거야(巨野)’에 끌려가는 모습을 비쳐선 안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신 장관은 취임 첫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해 적의 추가 도발 의지와 능력을 분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적을 압도하는 국방태세를 구축하겠다. 응징이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라고 말했다.민주당은 7일 “신 장관은 인사청문회 전부터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고 매국노 이완용을 두둔해 국민의 평가가 끝난 상황이었는데도 윤 대통령은 신 장관을 임명해 자신의 정치관과 역사 인식을 똑똑히 보였다”고 비판했다. 유 장관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강한 의문을 갖게 하는 인사”라고 지적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