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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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읽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21년차 기자입니다.

haru@donga.com

취재분야

2026-04-17~202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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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하락한 미국 증시, ‘9월 효과’ 피할 수 있을까[딥다이브]

    전달보다 소폭 오른 물가는 주식시장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8월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48%, S&P500 -0.16%, 나스닥 +0.11%. 이날 미국 상무부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했는데요. 미국 연준이 중요하게 본다고 알려진 근원 PCE 가격지수(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습니다. 전월(4.1%)보다 오름폭이 좀 더 커진 건데요.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해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이죠. 하지만 4.2%는 예상했던 수준과 일치했기 때문에 주식시장엔 별 영향이 없었습니다. 대신 월가의 관심은 9월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줄 만한 다른 지표로 쏠리는데요. 1일 나올 노동시장 데이터가 그것입니다. 지금까지는 8월 신규고용이 17만명 증가해 7월의 18만7000명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뜨거웠던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히 나온다면 추가적인 금리인상 걱정을 좀 덜 수 있게 되겠죠.8월 한 달로 보면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습니다. 한 달 동안 다우는 2.36%, S&P500 1.77%, 나스닥 지수는 2.17% 하락했는데요. S&P500과 나스닥은 올해 2월 이후 처음, 다우지수는 5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하락을 기록한 겁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약한 달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9월입니다. 1928년 이후 S&P500 지수의 성적을 기준으로 봤을 때 9월은 평균 1.1% 하락해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데요. 이런 부정적인 ‘9월 효과’의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9월엔 기업 실적 발표 같은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될 만한 좋은 이벤트가 없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거란 추측인데요. 9월쯤 되면 기업의 연말 실적을 짐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투자 등급 하향이 많아서라는 분석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9월을 앞둔 투자자를 위한 조언은? 부풀려진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치솟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유가 상승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앞에 놓인 경고신호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결론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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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제조업 부활에 철강수요 급증… 뜨거워진 US스틸 인수전[딥다이브]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전이 본격화했다. US스틸은 미국 제조업의 번영과 쇠퇴를 모두 상징하는 122년 역사의 기업. 쇠락했던 미국 철강산업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업 부활’ 정책 덕분에 활기를 되찾으면서 이번 인수전이 관심을 끈다. ●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 팔린다“수많은 제3자와 기밀 유지 계약을 체결하고 부분 인수와 전체 인수를 포함한 여러 제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US스틸은 29일(현지 시간) 이러한 내용의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13일 회사 매각을 추진한다고 공개한 이후 의미 있는 입찰 제안이 여러 건 들어왔다고 밝힌 것이다. 이 회사 데이비드 버릿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와 경영진, 외부 고문은 이를 완료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1901년 설립 당시 역사상 최초로 자본금 10억 달러를 넘은 세계 최대 기업이었던 US스틸은 1, 2차 세계대전 특수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전성기를 누리며 1970년대 중반까지 번성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일본, 2000년대 중국 철강의 급부상으로 선두권에선 밀려난 지 오래다. US스틸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1449만 t으로 세계 27위. 1위인 중국 바오우그룹(1억3184만 t)의 10분의 1 수준으로, 포스코(7위)나 현대제철(18위)에도 한참 못 미친다. US스틸은 환경친화적인 전기고로 공정 전환에서도 한발 뒤처졌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로 수익성은 나아졌지만 경쟁력을 되찾진 못했다. 누코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에 이어 북미시장 3위에 머문다. 결국 US스틸은 “전략적 대안”이라며 회사 매각 추진에 나섰다.● 미국 제조업 부활과 철강산업의 기회인수전은 예상외로 흥행 조짐이다. US스틸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북미 2위 철강업체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13일 72억5000만 달러(주당 35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직전 종가보다 43%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14일엔 미국 철강가공 업체 에스마크가 78억 달러를 제안하며 입찰에 뛰어들었다. 이어 세계 2위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이 인수를 검토 중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US스틸 주가는 단숨에 30% 넘게 뛰었다. 3년 전 미국에서 철수했던 아르셀로미탈까지 재진출을 검토하는 건 최근 미국 철강산업 전망이 상당히 밝아졌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 있다. 자동차, 풍력발전소, 전력 인프라 등 미국에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제조업 분야는 모두 철강을 필요로 한다. 건설 경기가 냉각됐는데도 미국의 철강 수요가 급증한 이유다. 미국의 신규 철강 주문은 지난해부터 줄곧 월 150억 달러 안팎을 기록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수요가 급증하는 유망 분야는 전기차 관련. US스틸은 자동차 강판 생산량에서 미국 2위 기업일 뿐 아니라 2024년부터는 연 20만 t 규모의 전기강판 생산 공장을 가동한다. 전기차 모터에 꼭 필요한 전기강판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매우 부족한 제품이다. “미국 전기차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US스틸은) 부러워할 만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IRA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면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클리프스와 합병? 독점 위험은US스틸은 아직 입찰자 명단을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일찌감치 입찰 사실을 자진 공개한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는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철강노조 역시 “US스틸을 인수할 곳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뿐”이란 지지 성명으로 힘을 보탰다. 경쟁자였던 에스마크까지 23일 입찰 포기를 선언하면서 무게추는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로 더 기울었다.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로렌코 곤칼베스 CEO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여론전을 펼친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덩치를 키워서) 한국산·일본산 철강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US스틸 인수를 통해 세계 10대 철강회사 중 유일한 미국 기업을 탄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연간 조강 생산량은 3100만 t 수준으로, 인도 타타스틸을 제치고 세계 10위에 오른다. 문제는 독점 위험이다. 미국 2위와 3위 철강기업이 합병한다면 미국 철광석 매장량의 100%를 소유할 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 강판 시장의 60%를 차지하게 된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이 성사된다면 미국에서 전기강판을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가 될 것”이라며 “미국 내 철강재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독점 규제당국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두 회사의 결합을 가만히 두고만 보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제조업 부활’을 내건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조 지지를 얻기 위해 이들의 합병을 용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 D 밴스 상원의원(공화당)과 로 카나 하원의원(민주당) 등 정치권 인사들 역시 “US스틸은 미국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철강산업의 부흥 조짐에 한국 산업계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2890만 t의 철강을 수입한 세계 2위 수입국이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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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둑 때문에 기업실적 악화? 부자나라에 절도범 판치는 이유[딥다이브]

    장사를 아무리 잘해도 돈이 줄줄 샙니다. 곳곳에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죠. 어느 가난한 나라 이야기냐고요? 월마트(Walmart)와 타깃(Target), 홈디포(Home Depot) 같은 미국의 내로라하는 유통기업들의 하소연입니다.기업의 엄살 아니냐고요? 끽해야 비누 몇 개, 옷 한두 벌 슬쩍하는 좀도둑일 거라고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조직적으로 뻔뻔하게 매대를 왕창 쓸어가는 절도범들이 출몰하고 있죠. 오죽하면 각 주정부가 소매절도 근절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종합 대책을 내놓고, 법률 개정에 나섰을 정도라는데요. 오늘은 미국 유통업계의 큰 골칫거리로 떠오른 소매 절도 문제를 딥다이브 하겠습니다.*이 기사는 8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실적 부진 원인이 도둑?미국 스포츠용품 판매업체 딕스스포팅굿즈 주가가 22일 무려 24.15% 급락했습니다. 이날 발표한 2분기 실적이 너무나 부진했기 때문인데요. 매출은 2분기에 3.6% 증가했지만 이익이 23%나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 감소(올해 매출총이익 약 0.5% 감소)를 언급해서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죠.그런데 실적 부진 자체보다 더 놀라운 건 그 이유였습니다. 로렌 호바트 CEO는 성명을 통해 “2분기 수익성은 재고 손실(inventory shrink)의 영향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재고손실이란 기록 상으로는 있어야 할 재고가 사라졌단 뜻이죠. 그럼 그 이유는? 이론적으로는 여러 가지(사기, 손상, 회계 오류 등)가 있지만 딕스스포팅굿즈가 뜻하는 건 이겁니다. 도둑질.사실 물건을 대거 도둑 맞고 있단 사실을 유통기업이 직접 나서서 밝히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정확히 얼마나 도둑 맞았는지 파악 자체가 쉽지 않기도 하고요. 그 수치를 공시할 의무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를 공개하는 건 그들을 바보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 마크 코헨 교수)입니다.그런데 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절도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대놓고 밝히는 기업들이 늘고 있죠. 미국 유통 대기업 타깃이 대표적인데요. 지난해엔 절도로 인해 연간 4억 달러에 달하는 타격을 입었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5월엔 연간 5억 달러의 손실을 예상한다고 이미 밝혔습니다. 얼마 전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가 소매업체가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많은 소매 절도와 조직적인 소매 범죄에 맞서고 있다”고 말했죠.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노드스트롬의 에릭 노드스트롬 CEO도 비슷한 발언을 내놨습니다. “도난으로 인한 손실이 역사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힌 겁니다.홈디포 CFO인 리차드 맥파일 역시 2분기 총 마진(33%)이 1년 전보다 8%포인트 감소한 요인으로 “(도난을 포함한) 재고손실로 인한 압력”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하소연했죠. “재고손실은 지난 몇분기, 길게는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된 압력입니다. 이는 우리가 매일 다루고 있는 문제입니다.” 참고로 매장에서 가장 많이 도난 당한 물건은 타깃의 경우 비누·샴푸 같은 개인 생활용품, 홈디포는 전선·배선장치·전동공구라고 하는군요.대형 유통업체들이 줄이어 이렇게 고백할 정도이면 도둑질이 미국 유통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소매점 절도가 1년에 얼마나 발생하느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전국소매연합(NRF, National Retail Federation) 추정치가 거의 유일한 전국적인 데이터인데요. 2021년 연간 소매점 도난 금액이 945억 달러(약 125조원)로 전년(908억 달러)보다 4% 증가했을 거라고 합니다.뻔뻔하고 대담해진 절도범들굳이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좀도둑이 늘기 마련입니다. 미국의 경우엔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한동안 물가가 무섭게 치솟았었죠. 따라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소매 절도가 늘어났을 거란 해석이 나오는데요.이런 생필품 위주의 소소한(?) 도둑질 증가를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바로 셀프계산대입니다. 좀도둑 경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엔 사람이 아닌 컴퓨터 계산원을 만나면 자신의 도둑질을 합리화하게 된다는데요. 미국에선 셀프계산대 절도 수법을 일컫는 용어인 ‘바나나 트릭’이란 말이 있습니다. 바나나 같은 저렴한 농산물 바코드를 찍고 실제로는 무게가 비슷한 티본 스테이크를 가져간다는 겁니다.하지만 요즘 유통기업을 괴롭히는 절도는 이 정도 수준의 범죄가 아닙니다. 주범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조직화된 소매 범죄(Organized retail crime)입니다. 훨씬 더 전문적이고 뻔뻔하고 교묘한 절도범들입니다.8월 12일 토요일 오후, 해 무려 35만 달러어치의 상품을 훔쳐 달아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죠. 그런데 바로 그 며칠 전인 8월 8일에도 역시 LA에 있는 이브랭로랑 매장에 최소 30명의 떼강도가 난입해 30만 달러어치 이상을 훔쳐갔고요. 노드스트롬 사건 바로 다음날인 13일엔 LA 동부 나이키 매장에서 도둑들이 태연히 수천 달러어치 상품을 품에 한가득 들고 걸어나가기도 했습니다. 플래시몹처럼 여러 명이 달려들어 물건을 훔쳐가는 절도 사건이 LA를 포함한 미국 전역에서 정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오죽하면 ‘절도가 이제 새로운 전염병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지난 4월엔 워싱턴주 린우드의 한 쇼핑몰에 있는 애플 매장에서 496개의 아이패드(약 50만 달러어치)가 도난 당하기도 했습니다. 한두개 슬쩍이 아니라 유리창을 때려 부수고 선반 하나를 통째로 가져가버리는 식의 폭도들이 활개를 칩니다. 아예 물건을 운반하는 트레일러가 통째로 도난 당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소매연합 2022년 소매 보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런 조직화된 소매 범죄 사고는 1년 전보다 26.5% 증가했습니다.이런 범죄가 명품이나 귀금속 같은 사치품을 대상으로 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쉽게 훔칠 수 있으면서 다시 팔기가 쉬운 일상소비재가 오히려 주요 타깃이죠. 예컨대 면도날·세탁세제·의류·알레르기약 등이 표적이 됩니다.즉, 조직적인 소매범죄는 재판매가 용이한 것과 관련 있습니다. 요즘엔 개인이 손쉽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 같은 ‘마켓플레이스’ 서비스가 다양하죠. 미국에선 아마존·페이스북·이베이·오퍼업 등이 이런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덕분에 좀도둑질의 수익성이 높아진 겁니다. 과거 좀도둑들은 본인이 쓸 생필품을 필요한 만큼 훔쳤다면, 이젠 횡재를 노리고 대담한 도둑질을 벌이는 나쁜 사람들이 늘고만 있습니다.소비자도 정부도 손해 막심절도범죄가 늘면 누가 손해일까요. 언뜻 물건 파는 기업만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실제론 소비자 전체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손해가 막심입니다.소매점이 절도에 취약한 건 당연합니다. 영업시간엔 항상 문이 열려있고, 누구나 제지 없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그럼 도둑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품에 일일이 도난방지 태그를 붙이고, 감시카메라와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고, 고가품은 유리장 안에 넣은 뒤 자물쇠로 잠가버려야겠죠. 미국의 다이소 격인 달러트리(Dollar Tree)의 릭 드레일링 CEO는 “일부 제품은 케이스에 넣어 잠가놓고, 일부 제품은 계산대 뒤로 위치를 옮기고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이런 조치엔 당연히 상당한 투자비가 듭니다. 그럼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겠죠.소비자들의 고객 경험도 훼손됩니다.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세탁세제까지 잠긴 캐비닛에 넣어두었는데요. 20달러도 안 되는 세탁세제를 사기 위해 고객은 직원을 불러 잠금장치를 풀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미국 뷰티소매점 울타(Ulta)는 향수가 너무 많이 도난 당한다며 연말까지 전체 매장의 70%에 잠금장치가 있는 진열장을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요. 불편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쇼핑 의욕마저 떨어뜨리게 됩니다. 의류회사 VF코퍼레이션의 마티 앤드류 부사장은 이렇게 고민을 이야기 합니다. “사람들이 소매점에 가는 이유는 상품을 보고 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매장은) 어떻게 제품을 보호해야 할까요?”매장에서 상품을 도난 당하면 주정부 입장에선 세금 손실이 발생합니다. 물건을 판매할 때 떼는 부가가치세를 그만큼 잃게 되는 거니까요. 주마다 세율이 다르긴 하지만 소매 절도로 인한 연간 전체 세금 손실금액이 38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이에 더해 절도 증가를 이유로 매장이 문을 닫기라도 하면 파장은 일파만파이죠. 일자리가 줄고 지역 경제에 충격을 줄 테니까요. 얼마 전 백화점 노드스트롬이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매장을 폐점한 이유 중 하나가 절도 범죄 증가 때문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요. 지난해 12월 월마트 더그 맥밀런 CEO는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절도 증가 추세가) 시정되지 않으면 (판매)가격이 오르거나 매장이 문을 닫게 될 겁니다.”결국 조직화된 소매범죄가 늘어나는 건 소매업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까지 모두 절도 근절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입니다.처벌 수위 높이기, 효과는?가장 확실한 대책 중 하나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겁니다. 미국에선 주마다 다르지만 중범죄와 경범죄를 가르는 절도 금액 기준의 평균이 1180달러입니다. 훔친 물건 금액이 이 기준선에 못 미치면 경범죄이기 때문에 검찰 기소 대상이 되지 않죠. 이 기준 금액을 낮추거나 상습범이면 훨씬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데요. 실제 뉴욕시는 지난해 발생한 2만2000건의 소매 절도 사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건의 30%를 327명의 상습범이 저질렀다는 통계를 발표해서 시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심지어 이들 중 70%는 감옥 밖에 있다고도 밝힘).미국 하원과 상원엔 이미 이와 관련한 법안(조직화된 소매범죄 퇴치법)이 상정돼있습니다. 12개월 동안 총 5000달러 이상 어치를 훔치면 ‘조직화된 소매범죄’로 규정하고 엄중하게 다루는 법안입니다. 이런 범죄 저지르면 연방자금세탁법에 따라 기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죠.이와 별개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판매자 감시 의무를 부여하는 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지난 6월부터 발효됐습니다. 온라인 장터가 장물 판매의 통로가 되지 못하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조치인데요. 중고가 아닌 새 제품(미사용 제품)을 연 200건 이상 판매하는 대량 판매자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정보를 확인해서 공개해야만 합니다. 이에 따라 아마존과 월마트는 웹사이트에 ‘도난 의심 상품을 신고하라’는 메시지를 게시하기 시작했죠. “의심스러운 활동을 신고하는 건 플랫폼과 소비자의 몫”이라는 게 연방거래위원회(FTC) 소비자보호국의 설명입니다.물론 도둑을 잡는 것 못지 않게 애초에 도둑질 자체가 덜 일어나게 하는 게 중요하겠죠. 이는 빈곤·정신질환·약물남용 같은 사회 이슈들과 밀접하게 얽혀 있습니다. 치료와 교화, 복지의 문제인데요. 해결에 이르기가 그리 쉽지 않죠. “우리는 이 문제(조직화된 소매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건 단일 소매업체가 해결할 수 없는 커뮤니티의 문제”라는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 발언이 과장은 아닌 듯 보입니다. By.딥다이브소매 절도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신종 전염병 같은 현상일까요. 아니면 기본적인 보안 투자를 게을리한 소매기업들의 앓는 소리일까요. 여전히 미국에서도 논란은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대담해지는 절도 행각이 툭하면 SNS에 영상으로 올라오면서, 더 강하고 확실한 처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이죠.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미국 소매기업들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절도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도둑질로 인한 손실이 역대 최대라고 합니다. -소매절도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인플레이션과 셀프 계산대를 꼽기도 하는데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조직적인 범죄가 늘고 있단 점입니다. 여러 명이 계획적으로 저지르는 이런 범죄는 지난해에만 26% 늘었습니다.-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쉽게 재판매가 가능한 게 이런 범죄가 늘어난 이유인데요.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와 지역사회 전체에까지 손실을 끼치는 조직화된 소매범죄. 이를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이 기사는 8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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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땡큐”…뉴욕증시, 연착륙 기대감에 안도랠리[딥다이브]

    파월 의장의 신중함 덕분일까요. 다시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28일(현지시간)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62%, S&P500 +0.63%, 나스닥 지수 +0.84%. 지난주 금요일 잭슨홀 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금리인상 결정은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죠. 시장에선 특히 ‘신중하게’라는 표현에 주목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다시 뛰지 않는 한 금리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25일에 이어 28일에도 뉴욕증시가 안도랠리를 나타냈는데요. 펜뮤추얼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즈웨이런은 WSJ에 이렇게 말합니다. “연착륙은 이제 합의된 겁니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계속 호황을 누릴 거란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 거죠.이날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바이두는 3.45%, 징둥닷컴(JD닷컴)은 2.58% 뛰었죠. 중국 정부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거래 인지세를 절반으로 내리는(0.1%→0.05%) 증시 부양책을 내놓은 게 호재로 작용했는데요. 이 효과로 28일 상하이종합지수가 1.13% 오르기도 했죠. 참고로 이는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날 대표적인 럭셔리주인 에르메스와 LVMH가 각각 1.83%와 1.68% 상승했습니다. 이번 주는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경제지표들이 대기 중입니다. 31일엔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9월 1일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 데이터가 나옵니다. 일단 월가에선 고용 증가세가 8월에 주춤하면서(신규 고용 16만5000명 증가 전망) 뜨거웠던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를 줄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를 두고 글래스도어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다니엘 자오는 WSJ에 “고용시장이 느리지만 꾸준한 연착륙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8월 고용보고서가 9월 19~20일 열릴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거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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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루한 미국 철강산업에 빅 이벤트! US스틸 인수전[딥다이브]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122년 역사의 철강회사 US스틸(US Steel)이 회사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역시 미국 철강기업인 176년 역사의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Cliffs)가 이 인수전에 뛰었다는 소식인데요.철강산업은 지루하고 뻔하다고요? 특히 미국 철강산업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별 볼 일 없어졌다고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조금 재미있어지는 중입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미국 철강산업의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죠. 재편 중인 미국 철강산업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괴물 철강회사가 팔린다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와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건. US스틸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름인데요. 1901년 존 피어폰트 모건이 카네기의 철강회사 ‘카네기스틸’을 포함한 9개 철강회사를 인수해 합병시켜 만든 게 바로 US스틸입니다. 그 시절 US스틸은 정말이지 엄청났습니다. 세계 최초로 자본금 1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이자(US스틸 자본금 14억 달러), 당시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이던 미국 철강산업의 3분의 2를 지배하는 회사였는데요. 1901년의 파이낸셜타임스 기사는 이렇게 경탄합니다. “미국은 큰 걸 좋아한다. 나이아가라 폭포와 켄터키 매머드 동굴, 옐로스톤에 이어 이제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기업까지 갖게 됐다.”US스틸은 ‘괴물 철강 트러스트’로 불렸죠. 너무 큰 나머지, 설립 10년 뒤인 1911년 미국 연방정부가 독점금지 소송을 걸어 US스틸을 해체하려고 시도했을 정도였는데요(하지만 정부가 패소). 1, 2차 세계대전 특수와 미국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까지. 한 시대를 지배했던 기업입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나온 소식. US스틸이 회사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122년 역사의 기업이 어디론가 흡수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인데요. 미국 철강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US스틸을 72억5000만 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이 제안은 일단 US스틸이 거부했고요. 미국의 철강 가공 기업인 에스마크(Esmark)는 US스틸을 78억 달러에 인수하겠단 제안을 내놨다가 23일 철회했습니다. 동시에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철강 기업 아르셀로미탈이 US스틸 인수를 검토 중이란 보도도 나옵니다.제안된 인수금액만 봐서는 그렇게까지 엄청난 딜처럼 보이진 않을 수 있습니다. CNN은 ‘한때 미국 경제력의 상징이었던 US스틸이 이제 특가 상자(bargain bin)에 매물로 나왔다’고 표현했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US스틸은 지난해 기준 철강업계 세계 27위(생산량 1449만t)에 그칩니다. 세계 1위인 중국의 바오우그룹(1억3184만t)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죠. 포스코(7위)나 현대제철(18위)과 비교해도 한참 뒤지고요. 미국 철강산업이 주도권을 일본에 빼앗기고 쇠퇴하기 시작한 게 이미 50년 전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이 완전히 세계시장을 장악했고요. US스틸은 철강업계를 뒤흔든 구조조정 물결에서 살아남긴 했지만, 가격 경쟁력 높은 외국산 철강회사와 치열하게 싸우며 버텨야 하는데요. 그럼에도 이번 US스틸 인수전은 관심을 끕니다.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맞물려있기 때문이죠. 미국산 전기차엔 미국산 강철을?!초점을 잠시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줄여서 클리프스)로 옮겨볼까요. 클리프스는 US스틸로부터 인수 제안을 거절당했지만, 여전히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 철강노조가 “US스틸을 인수할 회사는 클리프스밖에 없다. 클리프스 외에는 그 어디도 지지하지 않겠다”며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US스틸은 회사를 매각할 때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하죠. US스틸이 공식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결국 이번 인수전이 클리프스 쪽으로 기울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76년 전 철광석 캐는 광업회사로 출발했던 클리프스는 연이은 인수합병을 통해 지금은 US스틸을 능가하는 북미 2위의 철강회사가 됐습니다(세계 22위). 그리고 그 성장의 중심엔 브라질 빈민가 출신의 자수성가 CEO 로렌코 곤칼베스가 있는데요. 그는 거침없고 저돌적인 캐릭터로 유명합니다(별명이 ‘철강의 일론 머스크’). 특히 2018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당신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재앙이다. 부모님을 부끄럽게 한다. 자살해야 한다”고 무지막지한 폭언을 퍼부어 더 유명해졌죠(바로 1년 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에게 갑자기 “사랑한다”고 말해서 또 화제가 됨).곤칼베스가 CEO에 올랐던 2014년만 해도 클리프스는 심각한 적자 상태였는데요. 사업을 구조조정하며 재건해나가던 클리프스에 기회에 찾아온 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산 철강 가격이 뛰기 시작합니다. 곤칼베스는 이를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위한 움직임으로 봤고요. 이후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해 굵직한 미국 내 M&A를 잇달아 성공시키면서(2020년 AK스틸과 아르셀로미탈 미국 법인 인수) 철광석 채굴부터 자동차용 강판 제조까지 다 할 수 있는 미국 철강산업의 강자로 급부상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죠. 2021년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t당 거의 2000달러까지 치솟은 겁니다(이전 10년 평균 가격은 약 600달러). 지금은 가격이 800달러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과거보다 상당히 높습니다. 미국 경제의 호황 국면이 꽤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M&A 과정에서 노조 일자리를 줄이지 않았던 곤칼베스 CEO는 지난해엔 기본급을 20%나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노조로선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죠. 야심가 곤칼베스 CEO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데요. 자금 조달이나 독점 이슈 면에서 무리일 수 있는데도 US스틸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는 US스틸이 거부 의사를 밝힌 뒤에도 “US스틸 인수를 통해 세계 10대 철강회사 중 유일한 미국 기업을 탄생시키겠다”며 인수제안 사실을 공개하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데요(두 회사가 합치면 조강생산능력 3100만t으로 10위권).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의 자동차용 철강 시장에서 해외 업체와 경쟁하려면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는 논리를 펼칩니다.그는 이런 식으로 미국의 애국심에 호소합니다. “우리는 한국산 철강, 일본산 철강과 경쟁합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일본 자동차 기업은 일본산 강철을, 한국 자동차 기업은 한국산 강철을 좋아합니다. 디트로이트 구성원인 자동차 회사 중 한 곳도 유럽에서 강철을 수입해왔습니다. 싸움은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합병 이후에도 매우 작습니다.”(CNBC 인터뷰)합병하면 독점 아닌가? 사실 예전 같으면 미국 철강업계 2위 업체가 3위 기업을 인수하는 건 상상할 수 없습니다.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당연히 걸릴 테니까요. 실제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미국 철광석 매장량의 100%를 소유하게 될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자동차용 강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됩니다. ‘무방향성 전기강판’이라고 전기차 모터에 꼭 필요해서 최근 미국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제품이 있는데요. 이 역시 미국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가 될 겁니다. 아무리 봐도 합병 시 ‘국내 독점’ 위험이 커진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고객인 자동차 업계는 벌써부터 강판 가격 인상을 걱정하죠. 만약 합병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자동차 업계가 ‘자동차용 철강 공급에 경쟁이 필요하다’라며 워싱턴DC로 행진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는데요(미국의 자동차 업계 관계자 발언).그런데 말이죠. 어쩌면 지금은 반독점 판단에 있어서 예전과는 상황이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일단 글로벌 철강시장 관점에서 보면 미국 1, 2위 업체라고 해도 세계 선두권 기업과는 워낙 격차가 크고요.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제조업 부활(=일자리의 부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 기본적으로 곤칼베스 CEO 논리와 일맥상통합니다. 게다가 재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노조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악시오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즘 (미국) 연방 정부는 잠재적인 ‘괴물 철강 트러스트’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강력한 국내 철강 제조업체를 구축하는 데 훨씬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그래서 이번 딜이 다들 독점 규제 이슈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로렌코(곤칼베스 CEO는 업계에서 퍼스트네임으로 불림)는 결국 뭔가를 얻게 될 것”이란 기대 섞인 반응이 함께 나오는데요. 일단 US스틸 주가는 인수전 소식이 나온 뒤 30% 넘게 급등했습니다. 클리프스가 제시한 인수 가격(주당 35달러)에 근접했는데요. FT 칼럼은 이를 두고 이렇게 해석합니다. “투자자들은 미국이 여전히 큰 것을 좋아한다고 믿고 있다.” 물론 미국 정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겠습니다. By.딥다이브US스틸의 흥망성쇠를 보다 보니, 미국 산업화의 역사까지 함께 들여다 본 기분인데요. 과연 이 길고 긴 US스틸 역사의 결말은 무엇이 될지가 궁금해집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미국 산업화의 상징 US스틸이 122년 만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었지만 이젠 중국, 인도, 일본, 한국 기업에 밀려 세계 철강업계 27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곳은 미국 철강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입니다. ‘철강계 일론 머스크’로 불리는 곤칼베스 CEO가 “세계 10위의 미국 철강기업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철강노조의 지지까지 이미 얻어냈습니다. -문제는 두 회사의 합병이 독점금지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대단히 커 보인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제조업 부활’을 외치고 있는 터라, 좀 다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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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도 못 구해…파월 연설 앞둔 뉴욕증시 급락[딥다이브]

    엔비디아의 기록적인 분기 실적도 증시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죠. 다우지수 –1.08%, S&P500 –1.35%, 나스닥 –1.87%. 주요 지수는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 영향이었죠. 엔비디아는 23일 장 마감 뒤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135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0% 넘게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월가의 예상치(111억5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놀라운 실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단 0.1% 상승 마감하는 데 그쳤는데요. 미라마캐피털 설립자인 맥스 바서만은 “마치 뉴스에 팔아치우는 것과 같다”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엔비디아는 엄청난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찬물을 끼얹기 전에 약간의 이익을 얻고자 했을 겁니다.”이제 시장의 관심은 온통 25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할 예정인 연설 내용에 집중됩니다. 지난해 잭슨홀미팅의 파월 의장 연설이 주식시장을 얼마나 뒤흔들어 놨는지를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데요. 블룸버그 기사를 인용해 몇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내일 잭슨홀 발표가 변동성을 촉발하는 데자뷰로 작용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호세 토레스,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연준이 뭐라고 말하는 우리는 그들이 금리인상 야구경기에서 대략 8회 또는 9회에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시장 가치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작은 소음이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미라마캐피털 설립자 맥스 바서만)“적어도 2024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존 베일, 닛코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에 대해 엇갈린 신호를 보냈습니다. 지난주 미국 실업수당 신규 신청건수는 23만 건으로 전주 24만 건보다 감소해서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줬는데요. 반면 7월 내구재 신규 주문은 5.2% 감소해 코로나 때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제조업의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주가폭락은 시장이 고금리를 더 오랫동안 견딜 수 없을 거란 투자자들의 우려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봤는데요. 모두가 주목하는 파월 의장이 연설은 한국시간으로 25일 밤 11시 5분에 예정돼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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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덴마크의 노키아? 100년 제약사의 놀라운 도약과 걱정[딥다이브]

    ‘덴마크’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안데르센과 낙농업? 아니면 레고나 칼스버그 맥주?이젠 이 기업부터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국적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100년 역사의 당뇨병 치료제 기업이 최근 몇 년 간 놀라운 속도로 커가면서 덴마크 증시뿐 아니라 경제까지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데요.과연 노보 노디스크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혹시 노보 노디스크는 ‘덴마크의 노키아’가 되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너무 잘 나가서 국가 경제에 대한 걱정마저 불러일으키는 기업, 노보 노디스크를 딥다이브 합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당뇨병 100년 한 우물, 그 결과시가총액 4100억 달러(약 546조원).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들어 주가가 33% 오르면서 시총 기준 유럽연합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1위는 LVMH)이 됐습니다. 급기야 얼마 전 노보 노디스크 시총이 약 4060억 달러인 덴마크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죠. 덴마크 경제에 있어 존재감이 얼마나 큰 기업인지 짐작할 수 있는데요.상상일 뿐이지만, 만약 1991년 노보 노디스크 주식에 투자했다면? 덴마크 자산운용사 포뮤플예의 주식책임자인 오토 프리드리히센에 따르면 배당금까지 포함했을 때 총수익률이 46174.32%라고 합니다. 100만원을 투자했으면 총 4억6174만원을 벌었을 거란 계산인데요. 평균적인 전 세계 주식시장(MSCI 전 세계 지수)의 같은 기간 수익률(988%)을 크게 웃돕니다.노보 노디스크가 지금 이렇게 잘 나가는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옛날이야기 먼저 해볼까요. 1920년대 초만 해도 당뇨병 진단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평균 8년밖에 살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1921년 캐나다 연구원들이 인슐린을 발견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우구스 크록 부부는 캐나다 연구진을 만나 덴마크에서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는 허가를 따냅니다. 부부는 1923년 ‘노디스크 인슐린연구소’를 세우고 인슐린 제품 판매를 시작했죠. 1925년 덴마크에서 또 다른 당뇨병 치료제 기업 ‘노보 테라퓨티스’가 설립되면서 경쟁 구도를 형성했는데요. 치열하게 경쟁하던 두 기업이 1989년 합병하면서 노보 노디스크가 탄생합니다.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한 우물을 팠는데요.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든 인간 인슐린 세계 최초 생산(1978년)과 세계 최초의 펜 형태 주사제 출시(1985년) 같은 제품혁신을 이어가며 당뇨병 치료제 업계 1위(현재 점유율 약 32.7%)에 오릅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순풍에 돛단 듯 성장세를 이어갑니다. 당뇨병이 ‘21세기 유행병’이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죠. 2000년 1억 5000만명이던 전 세계 당뇨병 환자 수는 이미 5억2900만명으로 늘어났고요. 최근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대로 가다간 2050년엔 당뇨병 환자 수가 13억명까지 늘어날 거란 무시무시한 전망마저 나옵니다.제약사로서뿐 아니라, 주식으로서도 노보 노디스크는 독특한데요. 전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치고 금융시장이 출렁거려도 노보 노디스크는 웬만해선 끄떡 없었습니다. 당뇨병 환자와 치료제 수요는 갈수록 늘기만 하니까요. 2008년 금융위기로 다른 기업들이 휘청거릴 때, 머스크(세계 최대 해운사)를 제치고 노보 노디스크가 덴마크 증시에서 시총 1위에 오릅니다. 이후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기만 했죠.오죽하면 2013년 코펜하겐 증권거래소가 벤치마크 지수(OMX 코펜하겐 25) 산출법을 바꿨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시총이 지수 구성종목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기 때문인데요. 시총이 아무리 커도 지수에선 20%까지만 반영하도록 상한선을 만들어 버립니다. 노보 노디스크 시총이 1000억 달러를 갓 넘어섰던 2013년 당시, 덴마크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했죠. “노르웨이에는 석유가 있고, 스웨덴에는 산업이 있으며, 핀란드에는 기초소재가 있고, 우리에게는 제약이 있다.”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노보 노디스크의 실적과 주가가 2016년 들어 모두 제동이 걸립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부진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인슐린 치료제 가격을 낮추라’는 심한 가격 압박에 부닥친 건데요. 사노피, 일라이릴리 같은 쟁쟁한 경쟁사들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자연히 매출은 뚝 떨어졌고 직원 1000명을 정리해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는데요.2016년 초 400크로네 안팎이던 주가가 그해 말 240크로네 수준으로 급락하며 덴마크 주식시장이 쑥대밭이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덴마크 개인 투자자들은 이때 외국인이 팔아치운 노보 노디스크 주식을 쓸어 담았습니다. 마치 2020년 한국 증시의 ‘동학개미운동’ 같은 움직임이었는데요. 덴마크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되레 매수 기회로 여긴 겁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일단 사면 은퇴할 때만 파는 주식’이라는 장기투자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죠.그리고 2016년~2017년 바닥에서 노보 노디스크 주식을 담은 그 덴마크 개인투자자들이 결국 옳았다는 게 증명되고 있는데요. 2020년 코로나에도 끄떡없었던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2021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초와 비교하면 200%, 2022년 초보다 거의 100% 올랐죠. 그사이 아주 강력한 새 성장동력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비만 치료제 ‘위고비’입니다.위고비와 비아그라의 닮은 점GLP-1 호르몬을 아시나요. 밥을 먹으면 장에서 생성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뇌에 포만감을 느끼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요. 노보 노디스크는 GLP-1과 같은 작용을 하는 신개념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를 2009년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 약이 알고 보니 아주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는 게 입증됐는데요. 주사를 투여하기만 하면 살이 빠진 겁니다.노보 노디스크는 이 성분으로 만든 비만치료제 ‘삭센다’를 2015년 선보입니다. 1년 동안 매일 맞으면 약 6~8% 체중이 줄어드는 주사였죠. 삭센다는 비만치료제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다만 하루 한 번씩 주사를 놔야 한다는 게 불편했죠.2021년 노보 노디스크는 2세대 GLP-1 수용체로 만든 새 비만 주사 ‘위고비’를 미국에서 출시합니다. 일주일에 1번만 맞으면 될 뿐 아니라, 평균 17~18% 체중이 줄어드는 놀라운 치료제였죠. 미국 시장의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는데요. 수요에 비해 물량이 너무 부족해서 2022년엔 한동안 환자 접수를 중단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위고비가 모자라다 보니 같은 성분의 당뇨병약(오젬픽)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갔죠.위고비 인기에 대한 덴마크 자산운용사 BLS인베스트의 분석이 재미있는데요. 위고비가 1998년 출시돼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일반적인 의약품은 뭘 처방할지가 의사에게 달려있죠. 그래서 제약사는 환자가 아닌 의사에게 제품을 홍보해야 하는데요. 위고비의 경우엔 비아그라 때 그랬던 것처럼 환자가 직접 ‘위고비를 달라’고 요구하는 제품이란 겁니다. 그만큼 환자들의 직접적인 수요가 엄청나단 뜻이죠.비만치료제의 수요 폭발로 노보 노디스크 매출은 급성장 중입니다. 얼마 전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년 전보다 30% 넘게 증가했죠. 여전히 위고비 공급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그나마 덜 늘어난 게 이 정도라는데요(위고비 매출은 1년 전보다 523% 증가). 애초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을 13~19%로 내다봤던 노보 노디스크는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해야 했습니다(매출액 27~33%, 영업이익 31~37% 성장 전망).위고비는 아직 미국·덴마크·노르웨이 정도에 출시했을 뿐입니다.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은 진출도 안 했죠. 게다가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신제품도 준비 중입니다. 위고비와 성분은 같지만 주사제가 아닌 하루 한 알씩 먹는 알약입니다. 올해 미국과 EU에 승인 신청을 해서 내년쯤 출시될 텐데요. 그래서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보 노디스크의 주요 투자자인 컴제스트의 아르노 코세라 CEO는 이렇게 말합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덴마크의 노키아’라는 걱정2년 전 분석자료이긴 하지만, 덴마크 개인 투자자 중 21%는 노보 노디스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주가가 대중의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엔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이런 투자자들의 고민까지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지금 팔면 차익의 42%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팔기 전에 주식을 좀 더 사서 평단을 높이면 세금을 아낄 수 있나요?”(이에 대한 전문가의 답변은 ‘그렇다. 그런데 팔고 나서 다시 사고 싶을 수 있으니 주의해라.’)투자자들의 이런 고민이야 사실 행복한 고민이죠. 진짜 고민거리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너무 커진 노보 노디스크가 과거 핀란드의 노키아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겁니다.핸드폰 제조사 노키아를 기억하시죠. 한때 전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을 주름잡았던 기업인데요. 닷컴 버블이 터질 무렵이던 2000년 노키아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었고요. 시총이 핀란드 GDP의 두 배였으니까요. 당시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었죠. 하지만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침몰이 시작됐습니다. 노키아 쇼크로 핀란드 경제 전체가 휘청거렸죠. 2008년 이후 10년 동안 핀란드는 다섯차례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등 경기침체를 겪어야 했습니다.노보 노디스크가 덴마크 경제에 있어 ‘노키아 모멘트’에 도달했다는 분석은 사실 10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에 지나치게 성공적인 기업이 있으면 노키아처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막연한 걱정이었는데요.최근 위고비로 인한 노보 노디스크의 엄청난 성공은 이런 우려에 설득력을 한층 더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시드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티아스 돌러럽 슈프뢰겔은 “제약 부분의 강세가 덴마크 경제 다른 부분의 둔화를 위장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보 노디스크로 대표되는 제약회사가 지난 1년 반 동안 덴마크 GDP 성장률을 2%포인트나 끌어올렸지만, 제약을 뺀 GDP 성장률은 –1%에 그쳤다는 거죠. 그는 자칫 노보 노디스크가 “덴마크의 노키아”가 될 위험이 있다고 보는데요. “노보 노디스크가 혁신을 계속할 수 없거나, 미국이 (인슐린의 경우처럼) 제품에 대해 엄격한 가격 통제를 시행한다면 덴마크 경제에 압력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실제 노보 노디스크의 성공이 이미 덴마크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기준금리(3.35%)를 유럽중앙은행(4.25%)보다 상당히 낮게 유지 중인데요. 위고비·오젬픽의 미국 판매가 급증해서 달러가 대량 유입되다 보니, 크로네 가치가 너무 강세를 띨까봐 일부러 금리를 낮게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덴마크 통화인 크로네는 유로화에 고정돼 있어서(크로네-유로화 페그제), 가치를 유로화의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겁니다.물론 금리가 낮아도 덴마크 인플레이션은 안정돼있고(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1%),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상향 조정했습니다(0.2%→0.6%). 아직까진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징후는 없죠. 그러니까 우려가 현실이 되느냐는 결국 여기에 달려있습니다. 과연 노보 노디스크가 이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느냐 마느냐.물론 답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만, 비교적 희망 섞인 관측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날 노보 노디스크가 10~15년 전 연구의 결과인 것처럼, 미래의 노보 노디스크 역시 발전하는 시장과 수요를 따라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그동안 바로 이 분야에서 매우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이를 계속해 나가야 할 겁니다.”(덴마크 자산운용사 포뮤플예의 주식 책임자 오토 프리드리히센) By.딥다이브올해 초만 해도 덴마크 일부 주식 전문가들은 노보 노디스크의 PER이 너무 높다며 ‘주가가 40% 빠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놀라운 실적으로 이런 비관론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100년 역사를 가진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 분야의 1위 기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승승장구했던 노보 노디스크는 2016년부터 미국의 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리며 멈칫했습니다.-이 위기를 벗어나게 한 건 신제품 비만치료제였습니다. 2021년 출시한 비만주사 ‘위고비’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주가와 실적 모두 빠르게 점프 중입니다.-작은 나라에 있는 지나치게 성공적인 기업. 많은 이들이 ‘제 2의 노키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냅니다. 실제 덴마크 경제와 증시를 노보 노디스크가 좌우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잘못 되고 있다는 징후는 없지만, 앞으로가 궁금합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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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채금리 치솟아도 나스닥 날았다…엔비디아 8.5%↑[딥다이브]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는데도 나스닥이 날았습니다. 그만큼 기술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큰 건데요. 21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1.56% 상승 마감했고요. S&P500은 +0.69%, 다우지수는 –0.11%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주식시장은 채권금리 상승으로 압박을 받았습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339%로 마감했는데요. 이는 지난주 목요일 기록을 뛰어넘어, 또다시 2007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겁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면서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꽤 오래 이어갈 거란 전망이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채권금리가 높아지면 주식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죠. 키프라이빗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 조지 마테요는 WSJ에 이렇게 설명합니다. “채권금리가 주식투자와 어느 정도 경쟁을 할 만한 지점에 이미 도달한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채권금리 상승이 주식시장, 그중에서도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기술주를 강타했을까요. 그게 일반적인 시나리오이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올해 미국 증시를 이끈 기술주들이 큰 오름세를 보였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건 23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엔비디아입니다. 이날 주가가 8.47%나 급등했죠.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5%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는데요. 엔비디아의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AI 기술 관련 투자 심리가 크게 영향 받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립니다. 이날 나스닥에선 테슬라 주가도 모처럼 7.33% 급등했는데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잇달아 인하한 탓에 주가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가 이날 반등한 겁니다. 저가 매수가 대거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날 미국 증권사 베어드는 “사이버트럭과 새로운 모델3가 시장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테슬라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후반엔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잭슨홀 미팅이 열리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5일 경제전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인데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은 뒤 주식시장이 요동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파월 의장 연설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텐데요. 스탠다드차타드의 외환 리서치 책임자인 스티브 잉글랜더는 FT에 “파월 의장은 다소 매파적인 중기 통화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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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새워 설계하라”던 우주 1위 부동산 회사의 위기[딥다이브]

    위태롭던 중국 경제를 뒤집어놓을 만한 초대형 폭탄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입니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6년 연속 매출 1위(2017~2022년)로 ‘우주 최대 부동산 회사’로까지 불렸던 비구이위안이 ‘회사채 상환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선언하면서 위기가 중국 금융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요.한때 버블이 심각했던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0년 하반기 대대적인 정부 규제 이후 급격한 침체에 빠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죠.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도 그 연장선에 있는데요. 중국 부동산 시장과 경제 전반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고요. 오늘 딥다이브는 비구이위안 자체의 취약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비구이위안은 어떻게 중국 최고의 부동산 회사가 됐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부분 경우처럼 성공으로 이끈 요인이 곧 실패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극단의 회전율 ‘345 모델’‘석공에서 억만장자로’. 비구이위안 창업자 양궈창(楊國強)을 설명할 때 많이 나오는 표현입니다. 17살까지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흙수저 건설노동자가 놀라운 성공 신화를 쓴 거죠.특히 1992년 비구이위안을 창업하자마자 닥쳤던 부동산 침체기를 극복해낸 스토리는 중국에서 ‘마케팅의 고전’으로 통합니다. 당시 비구이위안이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 맨 처음 지은 4000호의 고급 아파트는 고작 3채만 분양이 됐는데요. 쫄딱 망할 위기에서 그는 ‘귀족학교 유치’ 아이디어를 냅니다. 명문으로 유명한 베이징 경산학교(시진핑 딸도 다닌 학교)와 손잡고 국제학교를 설립했죠.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이 프로젝트는 대히트를 쳤습니다.이후 비구이위안은 빠르게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데요.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썼습니다.①경쟁이 덜한 3선 또는 4선 도시를 공략했습니다.중국은 인구와 경제 수준에 따라 도시를 1~5선 도시로 구분하는데요. 당연히 가장 앞선 1선 도시(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의 부동산 개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반케(万科)나 소호차이나 같은 쟁쟁한 업체들이 1선 도시 쪽은 꽉 잡고 있죠.비구이위안은 처음부터 이런 큰 도시 대신 3선이나 4선 도시, 그것도 교외 지역을 공략합니다. 3선이라고 해도 인구가 300만~500만명이나 되다 보니 주택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었거든요. 소득 수준과 함께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는 이들 지역에서 ‘별 다섯 개짜리 주택을 지어주겠다’는 비구이위안의 슬로건은 꽤 잘 먹혔습니다.②절정의 ‘높은 회전율’을 추구합니다.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있습니다. 빨리 승인받고, 빨리 착공하고, 최대한 일찍 분양하고, 빨리 공사를 마무리 짓는 게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죠.비구이위안은 바로 이 점에서 놀라운 역량을 보였는데요. 이른바 ‘345’ 모델입니다. 토지 취득 후 3개월 이내에 공사를 시작해서, 4개월 뒤 자금 확보를 마치고, 5개월 뒤엔 자금을 회수해 재투자한다는 뜻인데요.아니, 그런 속도가 가능해? 중국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양궈창 비구이위안 창업자는 이 345 모델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토지 취득 후 3개월 안에 공사를 시작해야 하고, 5개월 안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이 속도를 달성할 수 없지만 나, 양궈창은 할 수 있다.”중소도시 사랑의 결말 건설 승인 절차와 규제가 까다로운 1선 도시와 달리 3, 4선 도시는 승인도 더 빨리 나오고 규제도 아무래도 좀 널럴합니다. 비구이위안이 높은 회전율을 추구하기 위해 이런 중소도시를 공략했다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부동산 시장 성장기에 이 전략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보였습니다. 덕분에 몸집을 매우 빠르게 키울 수 있었으니까요. 비구이위안 매출은 2015년 1000억 위안, 2017년 2000억 위안을 돌파하며 업계 1위에 올랐습니다.하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들에게 ‘오전에 설계 요구사항을 받으면 그날 당일 밤을 새워서 설계 도면을 완성하라’라고 지시한 게 알려지기도 했죠(나중에 회사측은 하룻밤 만에 그린 건 맞지만 공사 시행을 위한 실시설계가 아니라, 초기 단계의 계획설계라서 가능했다고 해명). 그렇게 단시간에 별 다섯 개짜리 주택을 짓는 게 가능하다고? 부실 공사하는 거 아니야?라는 의심이 일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2018년 비구이위안의 아파트 공사 현장 곳곳에서 연이어 붕괴 사고가 일어납니다. 여론이 들고 일어났는데요.이에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양궈창 당시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왔습니다. 비구이위안이 그렇게 빨리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부실 공사가 아니라 기술력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앞으로는 속도와 효율성을 안전과 품질에 양보하겠다”고 공언했는데요.만약 그때라도 비구이위안이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면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여전히 건설비용은 엄격히 통제했고 중소도시를 사랑했죠. 비구이위안의 지난해 매출 62%는 3선 또는 4선 도시에서 나왔고요. 개발을 위해 확보해둔 토지의 4분의 3이 이런 작은 도시지역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쟁사보다 마진율은 낮지만 많이, 빨리 판매하는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이었죠. 사실 어디든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던 부동산 호황기에야 그래도 상관없었습니다. 문제는 2020년 하반기부터 중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쫙 빠졌다는 점입니다.자연히 부동산 경기 침체기엔 인구유입으로 수요가 받쳐주는 대도시보다는 인구가 줄어들고 주택 공급이 과잉인 중소도시 주택시장이 더 타격을 입기 마련이죠. 3, 4선 도시에 사업을 집중했던 비구이위안이 급격히 어려움에 빠진 이유입니다. 집값이 떨어지자 아무도 집을 사지 않기 시작했고요. 집이 안 팔리면서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된 거죠.지난 3월 새로 CEO로 취임한 양궈창의 둘째 딸 양후이옌은 “3~5년 안에 1, 2선 도시의 비중을 5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죠. 올해 1~7월 비구이위안의 주택 판매량은 1408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60%나 급감합니다. 상반기 적자 규모만 450억~550억 위안(약 8조2000억~10조원)에 달하고요.급기야 이달 초 회사채 이자 상환에 실패한 데 이어, 11일 양후이옌 CEO가 “설립 이후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14일엔 ‘11종 채권 거래 중단’까지 발표했는데요. 이대로라면 9월 초 돌아오는 채권 만기 때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참고로 비구이위안이 중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3121개, 완공해야 할 주택은 거의 100만채에 달합니다.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국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속보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거고요. 이쯤에서 비구이위안을 위기로 몰아넣은 또 다른 초대형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바로 말레이시아 ‘포레스트시티’입니다.유령 도시 된 숲의 도시30㎢에 달하는 4개의 인공섬을 결합해 건설하는 친환경·첨단 기술 중심의 미래형 도시.비구이위안이 말레이시아 조호주정부와 손잡고 건설 중인 포레스트시티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설명입니다. 조호바루시 외곽 싱가포르 인접 지점의 맹그로브 늪을 메워서 70만명이 사는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프로젝트인데요. 2015년 이미 착공했고, 2035년까지 프로젝트가 진행될 계획입니다. 20년 동안 총 예상 투자금은 무려 1000억 달러(134조원).착공 후 8년이 지난 현재는? 프랑스 르피가로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숲의 도시가 유령 도시가 됐다.”지금까지 만들어진 인공섬은 1개. 2개의 골프 코스와 고급호텔 2곳, 국제학교와 수족관 등이 문을 열었습니다. 주택은 2만8000세대가 완공됐고요. 하지만 거주민은 기껏해야 2000명 정도로 추정된다는데요.왜 이 모양이냐고요? 애초에 포레스트시티는 부유한 중국인들을 위한 세컨하우스로 지어졌습니다. ‘바다 전망 집을 상하이보다 훨씬 싸게 장만하세요’라는 컨셉이었는데요. 문제는 예전처럼 중국 중산층이 말레이시아에 집을 사는 데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일단 2018년 재집권한 마하티르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가 “포레스트시티에 집을 사는 외국인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인의 집 소유를 막겠다고 한 건데요. 이후 총리실이 입장을 바꾸긴 했지만, 오락가락 정책에 중국인들의 투자 열기가 확 식어버렸습니다. 마침 중국 시진핑 정부가 해외로의 자본유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고요(연간 5만 달러 상한). 게다가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까지 겹치며 이동까지 막혔죠.중국인이 안 사면 말레이시아 현지인에 팔면 되지 않냐고요? 현지인은 이걸 살 이유가 없습니다. 말레이시아인 입장에선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지어진 쓸데없이 비싼 아파트이거든요(조호바루시 평균 주택 가격의 약 7배 수준). 말레이시아 뉴스트레이트타임스의 르포기사에 따르면 현지인들은 “이런 곳은 정말 숲으로 변하겠다”는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죠.비구이위안은 포레스트시티를 시진핑 주석이 2013년 처음 천명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일환이라며 홍보해왔습니다. 하지만 되레 일대일로가 차질을 빚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사례로 남을 판인데요. 포레스트시티 프로젝트가 지금 비구이위안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는 불분명하지만, 그룹의 자금난이 가뜩이나 우울한 포레스트시티의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들 가능성은 상당히 커보입니다. 한때 15홍콩달러가 넘었던(2018년 초) 비구이위안 주가는 18일 사상 최저인 0.76홍콩달러를 기록했습니다. By.딥다이브비구이위안은 30년 동안 성공을 이어간 데다, 비교적 모범적으로 경영해왔다(헝다처럼 문어발식 확장은 하지 않음)는 평가까지 받아왔던 기업인데요. 이번 사태로 ‘아니, 비구이위안마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넘겨본 노련한 기업이라고 해도 급변하는 경제 흐름을 잘 따라가지 않으면 훅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흙수저 성공 신화의 주인공 양궈창 창업자가 이끈 비구이위안. 중국의 3, 4선 도시를 중심으로 한 ‘높은 회전율’ 전략의 효과로 중국 1위(중국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는 ‘우주 1위’) 부동산 개발회사가 됐습니다.-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비구이위안이 공략해온 3, 4선 도시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비구이위안은 급기야 채권 이자 상환에 실패하며 디폴트 위기에 봉착했습니다.-중국 부동산 기업 사상 최대 프로젝트라던 말레이시아 ‘포레스트시티’ 역시 비구이위안의 침몰을 부채질한 요인입니다. 유령도시가 된 포레스트시티가 비구이위안의 우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합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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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채금리 어디까지 오르나…뉴욕증시, 일제히 하락[딥다이브]

    치솟는 국채금리에 뉴욕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사흘 연속 하락을 기록했는데요. 다우지수 -0.84%, S&P500 -0.77%, 나스닥 -1.17%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4.258%에서 4.307%로 상승했는데요. 2007년 이후 최고 종가입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4.411%로 상승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이날 국채 금리 급등은 미국 경제가 상당히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가 나왔기 때문인데요. 일단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9000건으로 예상치(24만건)를 밑돌았습니다. 여전히 고용시장이 뜨겁다는 뜻이죠. 또 월마트 분기 매출이 6.4% 증가해, 월가 예상치(4.1%)를 웃돌았는데요. 탄탄한 고용시장 덕분에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열고 있는 겁니다.아시다시피 경제의 좋은 신호는 종종 주식시장에선 악재로 작용하죠. 미국 경제가 강하면→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이에 대응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채금리가 치솟았고 주식시장,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에 큰 부담이 된 거죠. 투자자금이 수익률이 높아진 채권시장으로 쏠리는 데다, 기업의 차입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 글로벌투자오피스의 마이크 로웬가트는 블룸버그에 “주택착공, 소매 판매, 실업수당 청구가 모두 견실한 경제를 보여주기 때문에 연준이 9월엔 동결하더라도 이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퍼시픽인베스트매니지먼트의 단기 포트폴리오 관리를 맡은 제롬 슈나이더 역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말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요. 우울한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기회가 왔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장기채 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했으니 말이죠. UBS글로벌웰스배니지먼트의 솔리타 마르첼리 최고투자책임자는 WSJ에 “최근의 금리 상승이 매력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반대로 채권금리가 꽤 오랜 시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매매차익을 노리는 채권 투자자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PGIM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인 로버트 팁은 FT에 “투자자들은 미국 10년물 금리가 곧 4% 미만으로 돌아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러한 기대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말했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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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로 리튬이 대박? 한번 따져봅시다[딥다이브]

    ‘하얀 석유’ 또는 ‘백색 황금’.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을 일컫는 말입니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리튬 수요가 2040년까지 무려 40배로 증가할 거라고 하죠(국제에너지기구).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 경쟁도 아주 치열합니다.그런데 ‘리튬 수요 급증=리튬 가격 급등’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냐고요? 글쎄요. 가격을 결정하는 건 수요만이 아니죠. 공급이 매우 중요한데요. 오늘은 공급 측면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리튬 산업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리튬 삼각지와 자원 민족주의에너지 전환은 지정학적 변화를 가져옵니다. 석유 시대, 중동의 부상이 대표적이죠. 그리고 지금은? 전기차용 배터리의 원료로 쓰이는 금속들이 단연 주인공입니다. 니켈 덕분에 주목받게 된 인도네시아의 ‘자원 갑질’ 이야기는 이미 전해드렸는데요(편).리튬은 니켈이나 코발트와는 또 다른 차원으로 중요한 금속이죠. 정말 모든 리튬이온전지(심지어 전고체 배터리까지!)에 다 쓰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선 리튬 없이는 전기자동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습니다.리튬은 전 세계에서 채굴되지만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은 호주, 칠레, 중국 순입니다. 하지만 아직 광산이 개발되지 않은 곳까지 합쳐 탐사된 매장량(2023년 기준 총 9800만t)으로 따지면 순위가 좀 달라지는데요. 볼리비아(2100만t)-아르헨티나(2000만t)-미국(1200만t)-칠레(1100만t) 순입니다.딱 봐도 중남미 비중이 상당히 크죠. 볼리비아·아르헨티나·칠레 3국을 ‘리튬 삼각지’라고 부를 정도인데요. 전 세계 리튬 중 53%가 여기 매장돼있습니다.지난 4월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리튬 국유화’를 선언하며 전 세계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현재 칠레의 광활한 아타카마 염호(소금호수)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권리는 미국 기업 앨버말(Albemale)과 칠레 화학기업 SQM(소시에다드 키미카 이 미네라)이 갖고 있는데요. 보리치 대통령이 “향후 리튬은 국가 통제가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만 생산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들 기업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계약기간이 아직 한참 남아있긴 하지만(앨버말 2043년, SQM 2030년 계약 만료)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거죠.앞서 볼리비아는 2008년에 이미 우유니 소금호수의 리튬 생산 산업을 국유화했죠. 지금은 볼리비아 국영기업 YLB(야시미엔토스 데 리티노 볼리비아노스)가 자국의 리튬산업을 통제하고 있는데요.이제 볼리비아에 이어 칠레까지 리튬 국유화라니. 결국 ‘자원 국가주의’가 본격화된 걸까요. 전 세계가 긴장했습니다. 그리고 자연히 관심은 삼각지 중 남은 하나, 아르헨티나에 쏠렸는데요.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상황이 좀 달라 보입니다. 일단 이 나라는 헌법에 따라 리튬 소유권이 중앙 정부가 아닌 주정부에 있는데요. 지난 2월 24개 주 중 한 곳(라리오하주)이 민간 기업의 리튬 채굴권을 중단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23개 주정부는 리튬 산업에 대한 해외기업 투자 유치에 여전히 적극 나서고 있죠.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다 아빌라 광업부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리튬에 대한 투자는 멈춘 적이 없어요. 이는 우리가 민간 투자에 개방적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 있다고 봅니다.”한마디로 ‘해외기업 투자 웰컴’을 외치고 있는데요. 아르헨티나 경제가 워낙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아르헨티나는 물가상승률이 연 115%에 달하죠. 당장 일자리와 돈이 급한 아르헨티나 주정부로선 자기네 소금호수에서 리튬을 채굴해 가겠다는 해외 기업이 반가운 존재입니다. 리튬을 수출할 때 기업이 내야 하는 로열티도 매우 낮은 3%로 잡았죠. 참고로 칠레의 경우, 정부가 기업으로부터 받는 로열티 비율이 최고 40%에 달합니다(리튬 가격이 높아지면 비율도 오르는 구조).그 결과 아르헨티나에서는 리튬 생산 프로젝트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발표된 프로젝트만 38개에 달하죠. 그 결과 5년 뒤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량은 지금의 6배로 증가할 거라는데요. 2027년이면 리튬 생산량에서 칠레를 추월할 전망입니다.리튬 삼각지 3국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 건 배터리 생태계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리튬 생산국 카르텔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조금 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원 민족주의로 리튬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리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조만간 발생하진 않을 거란 뜻이죠.세계은행의 존 배프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성공적인 원자재 카르텔엔 세가지 특징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잘 정의된 목표를 공유하는, 소수의 생산자가 있다는 점인데요. 이 기준에서 봤을 땐 리튬 같은 배터리 금속은 카르텔 형성이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몇몇 국가가 모일 수 있지만 그것은 실패할 겁니다. 그룹의 외부에서 더 많은 생산자들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입니다.”직접 리튬 추출? 제 2의 셰일 혁명일까 석유시대의 질서를 뒤흔든 건 미국의 ‘셰일 혁명’이었습니다. 2010년대 들어 미국이 발전된 추출기술을 이용해 셰일가스 생산에 나서면서 미국이 에너지 전쟁의 패권을 쥐게 된 건데요. 리튬 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바로 ‘직접 리튬 추출’ 기술 때문입니다.직접 리튬 추출 기술을 설명하기 전에 리튬을 어떻게 생산하는지부터 알아볼까요. 지금은 크게 두 가지 방법입니다. 하나는 호수 지하에 있는 소금물을 퍼낸 뒤 물을 증발시켜 얻어내는 겁니다. 염전에서 천일염을 얻듯이 말이죠.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처럼 광활한 소금호수가 있는 나라에서 쓰는 방법이고요. 다른 하나는 땅에서 고체 형태의 리튬 광석을 캐내는 겁니다. 호주나 중국에 이런 리튬 광산들이 많죠.그런데 두 방법 모두 환경 측면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물을 증발시켜 얻는 염수 리튬의 가장 큰 문제는 호숫물이 사라져버린다는 겁니다. 탄산리튬 1만t을 얻기 위해 200만t의 물을 증발시킨다고 하죠. 그 물로 생활하던 지역 주민들에겐 이만저만 큰일이 아닙니다. “리튬은 오늘을 위한 빵이고, 내일의 굶주림”이라는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지역 주민의 말이 과장이 아닌 거죠.광산에서 캐내는 암석 리튬은 생산과정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해서 문제입니다. 주로 석탄 화력을 이용하기 때문인데요. 탄산리튬 1t을 만드는데 약 9.6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군요. 소금호수를 증발시키는 방법과 비교하면 2.5배에 달하죠.그래서 새로운 ‘직접 리튬 추출(DLE, Direct Lithium Extraction) 기술’이 주목 받습니다. 소금물에서 리튬을 얻되, 물을 증발시키지 않는 방식입니다. 호수에서 소금물을 퍼내서 탱크를 거치게 하면, 탱크 안 세라믹 구슬(이온 교환 물질)이 리튬을 흡수하고 나머지 물은 다시 호수로 돌려보내죠.기존 방식으론 막대한 양의 소금물을 공기 중으로 자연 증발시키느라 리튬을 추출하는데 12~18개월이나 걸렸는데요. 직접 리튬 추출 기술을 이용하면 2시간 만에 가능해집니다. 효율성도 높아서 같은 양의 소금물로 지금보다 2배의 리튬을 얻을 수 있다는데요. 상용화된다면 리튬 공급량이 획기적으로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물론 아직 상용화된 기술은 아닙니다.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죠.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기업이 여러 곳인데요. 리오틴토(호주 광산업체), BMW, GM 같은 기업은 물론, 빌 게이츠 소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 같은 투자사까지 이들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나섰습니다.그 중 가장 앞서가고 있는 건 미국 스타트업 ‘라일락 솔루션’의 아르헨티나 카치(Kachi) 프로젝트인데요. 내년 상업 생산을 시작해서 2025년부터는 연간 5만t의 탄산리튬을 생산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만약 계획대로 성공한다면(리튬 추출율도 예상만큼 높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 될 텐데요. 아직은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엔 좀 이르긴 합니다. 참고로 지난해에 라일락 솔루션의 직접 리튬 추출 기술이 실제로는 형편없다는 공매도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리튬 생산량이 계획대로 늘어난다면정리하자면 리튬 수요가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는 건 맞지만, 공급 측면에선 자원 민족주의와 생산기술 발전이란 변수가 있어서 중장기 리튬 가격 예측은 쉽지 않은데요. 그럼 멀리 말고 당장 1~2년 뒤는 어떨까요.지난 6월 삼성증권이 낸 보고서를 참고할 만한데요. 글로벌 리튬업체들이 발표한 계획 대로라면 내년과 내후년엔 리튬 생산량이 꽤 크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25년이면 리튬 수요보다 리튬 공급이 더 많아질 거라는데요. 리튬 공급과잉 현상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아니, 그럼 리튬 가격은 오르긴커녕 떨어질 일만 남은 걸까요? 글쎄요.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설 이후 품질 테스트 기간이 6개월~1년 정도 걸리는 데다, 증설 계획이 지연되는 경우들도 과거에 있었다”면서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만약 리튬 가격이 많이 떨어진다면 기업들이 굳이 설비 증설을 서두르지 않게 될 수도 있거든요. 참고로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t당 60만 위안까지 치솟아서 2021년 초와 비교하면 10배나 폭등했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급락해 현재 26만 위안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By. 딥다이브리튬 가격은 리튬 생산업체뿐 아니라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지난해 워낙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던 터라, 올해 가격 급락 뒤 전망이 어떻게 될지가 궁금했는데요. 역시나 변수가 많아서 예측이 쉽진 않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칠레의 리튬 국유화 선언으로 자원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죠. 하지만 리튬 매장량 세계 2위인 아르헨티나는 경제난으로 인해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여전히 적극적입니다. 배터리 금속을 둘러싼 카르텔 형성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리튬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직접 리튬 추출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기존 방식보다 더 친환경적이란 장점도 있는데요. 다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리튬 수요 급증을 예상한 기업들이 빠르게 리튬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계획대로 증설을 한다면 2025년엔 리튬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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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PI에 안도한 뉴욕증시… 아직 승리 선언은 이르다?[딥다이브]

    예상치를 밑돈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뉴욕증시가 안도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3대 지수는 모두 소폭 상승했죠. 다우지수 +0.15%, S&P500 +0.02%, 나스닥 지수 +0.12%. 관심을 모았던 7월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했는데요. 월가 예상치(3.3%)를 하회한 겁니다. 특히 근원 물가(식료품과 에너지 제외)는 1년 전보다 4.7% 올라서, 6월(4.8%)보다 상승률이 낮아졌죠.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인데요. 이는 곧 9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거란 뜻으로 시장은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개장 초 3대 지수가 모두 1% 넘게 뛰었고요. 하지만 이내 시장을 진정시키는 연준 인사의 발언이 나오면서 상승세가 둔화했는데요.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승리가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데이터 포인트는 아닙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단호하게 끌어내리기 위해 전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김칫국 마시긴 이르다는 뜻인데요. 사실 연준 인사들은 그동안에도 통화정책 피벗 기대감에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려 할 때마다 한 번씩 찬물을 끼얹곤 했죠. 블룸버그는 “연준이 차기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들(연준 인사들)은 ‘아직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어조를 내기 위해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썼습니다. 아마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제롬 파월 의장은 승리를 선언하진 않을 거라고도 내다봤죠. 섣불리 금리인상 종결을 선언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연준의 신중론과 달리 월가에선 9월은 물론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안나 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CPI는 연준의 목표(연 2%)와 일치하는 속도로 근원물가가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죠. 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디즈니입니다. 전날 분기 실적과 함께 디즈니플러스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4.88%나 뛰었는데요. 디즈니는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의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죠. 덕분에 스트리밍 사업부의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긴 한데요. 대신 2분기 전 세계 구독자 수(총 1억4610만명) 역시 1170만명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디즈니는 적자 개선을 위해 10월 12일부터 미국 내 구독료를 월 10.99달러(1만4000원)에서 13.99달러(1만8400원)으로 대폭 올린다고 발표했는데요(무광고 멤버십 기준). 아울러 내년부터는 넷플릭스처럼 계정 무료 공유를 단속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출혈 경쟁을 끝내고,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인데요. 3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주가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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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산성 떨어지는데 왜 해? 재택근무 논쟁의 진실[딥다이브]

    재택근무는 과연 사무실 근무만큼의 생산성을 낼 수 있을까요. 현재 경제학계의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각국에서 재택근무 관련한 연구 결과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데요.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선 여전히 직원의 40%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 근무(사무실과 재택근무 병용)가 대세로 자리 잡았는데요. 사무실로 나오라는 기업과 집에서 일하겠다는 근로자 사이의 줄다리기도 계속되고 있죠.동시에 재택근무 확산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문제제기도 나옵니다. 오늘은 팬데믹은 끝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이슈, 재택근무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집에서 일하면 생산성 18% 떨어진다? “일론 머스크가 옳았다.”데이비드 앳킨 MIT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공개한 재택근무 생산성 관련 연구 결과(제목 ‘재택근무, 근로자 분류 및 개발’)를 전하는 언론 기사의 제목입니다. “집에서 일한다는 건 개소리”라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말대로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확실히 떨어진다는 게 드러났다는 거죠.실제 연구의 결론은 이겁니다. ‘재택근무 근로자의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자보다 18% 낮았다.’ 5%나 10%도 아니고 18%라니. 상당한 차이인데요. 이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인가요, 아니면 ‘아무리 그래도 18%는 심한데?’인가요?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연구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인도 남부 도시 첸나이에서 235명을 새로 고용해 ‘초급 데이터 입력’ 업무를 시켰습니다. 근로자들은 무작위로 ‘주 5일 출근조’ 또는 ‘완전 재택근무조’로 나뉘어, 총 8주 동안 일했죠. 연구팀은 입력된 데이터의 정확도와 속도를 기준으로 직원의 생산성을 계산했는데요. 일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재택근무조의 생산성이 확연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사무실 근무조가 일을 점점 더 잘하게 되면서 그 차이는 더 벌어졌고요.사실 그동안 재택근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많았는데요. 흔히 ‘선택효과’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즉 원래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집에서 일하는 걸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 영향으로 재택근무 생산성이 떨어져 보이는 거란 해석인데요(달리 말하면 어디서 일하느냐보다 어떤 근로자이냐가 중요하단 뜻).이번 MIT 연구가 다른 건 재택근무할지 말지를 무작위로 정한 겁니다. 선택효과를 배제했는데도 재택근무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는 걸 확인한 셈이죠(어떤 근로자냐 못지않게 어디서 일하느냐도 중요하다!).물론 연구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저숙련의 저임금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죠. 실제 비슷한 결론(재택근무자가 사무실 근무자보다 8% 생산성이 떨어진다)을 내린 지난 5월의 다른 연구(나탈리 애마누엘 뉴욕연은 이코노미스트의 ‘원격근무를 하시나요? 원격근무의 선택, 처우 및 시장’) 역시 미국 내 콜센터가 대상이었고요.특히 눈에 띄는 건 기존에 사무실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아닌 신규 채용된 초보 직원들을 가지고 실험했다는 점인데요. 연구팀 역시 “우리가 연구한 집단은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사무실 환경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 사무실에서 일했던 기존 직장인이라면 사무실 근무 규범을 흡수했을 수 있다(생산성이 많이 떨어지진 않았을 수 있다는 뜻)”고 인정합니다.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재택근무 옹호론자이든 반대론자이든 좀 답답하실 수 있겠습니다(아니, 그래서 재택근무가 얼마나 나쁘다는 거야?). 이쯤에서 재택근무 관련 논쟁의 종합정리판 격인 워킹페이퍼를 소개합니다. 지난달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공동저자가 발표한 ‘재택근무의 진화’입니다.완전 재택이냐, 하이브리드냐 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재택근무 연구로 유명한 경제학자입니다. 2015년 중국 여행사 씨트립의 상하이 콜센터를 대상으로 연구해 ‘재택근무(4일 재택+1일 출근)로 기업 성과가 13% 늘고 퇴직률은 50% 줄었다’는 결과를 발표해 전 세계가 주목했죠.하지만 정작 2020년 팬데믹으로 사실상 전 세계에 ‘강제 재택근무’ 시대가 도래했을 때 그는 부정적이었습니다. “코로나발 재택근무는 기업 생산성의 재앙”이라고까지 경고했는데요. 왜 블룸 교수의 말이 몇 년 새 달라졌을까요. 바로 이 점 때문인데요. 지난달 발표한 워킹페이퍼에서 그는 “연구 결과들을 볼 때 완전한 재택근무(주 5일 재택)은 5~20%까지 생산성이 떨어진다”면서 “하이브리드 근무(예-주 3일 출근, 2일 재택)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사무실 근무와) 비슷하거나 약간 긍정적”이라고 말합니다. 회사를 아예 안 가는 건 곤란하고, 일주일에 2~3일이라도 가긴 가야 한다는 거죠.완전 재택근무를 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고, 집중력과 창의성도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특히 주니어 직원들에 대한 피드백과 멘토링이 줄어든다는 게 문제로 꼽히죠.재택근무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원인은 인간의 낮은 자제력인데요. ‘재택근무의 세 가지 적은 침대, 냉장고, 텔레비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이죠. 블룸 교수는 “학생들도 자기 관리를 위해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반면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경우엔 사무실 근무보다 생산성이 더 높아지거나 별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 멕시코 경제학자인 호세 마리아 바레로 ITAM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로 근무하는 직원들은 3~5%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보고했죠.아, 그러면 세계적인 전문가를 믿고 완전 재택 말고 하이브리드 근무로 가는 게 기업 입장에선 답일까요? 그런데 기업이라면 이걸 고려해야 합니다. 100% 재택근무가 주는 큰 이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바로 사무실이 필요 없어져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생산성이 설사 18%나 떨어지더라도, 사무실 임대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면 괜찮은 선택일 수 있는 거죠. 완전 재택근무라면 임대료만이 아니라 임금도 줄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 없다면 굳이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 근로자를 고용할 필요 있나요. 달리 말하면 완전히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업무라면(데이터 입력이나 콜센터처럼) 기업 입장에선 차라리 해외로 이전하는 게 나을 수 있는 겁니다. 세계 34개국 중 재택근무 비율 꼴찌는주 3일만 회사로 출근하고 이틀은 집에서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K직장인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건만, 미국 빅테크 기업에선 이마저도 못하겠다는 직원들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죠. 구글은 지난 6월 “주 3일 출근을 지키는지를 확인해 성과 평가에 반영한다”고 했다가 “회사가 학교냐”는 직원 반발을 샀는데요. 최근엔 본사 캠퍼스 안에 있는 호텔 숙박권을 99달러(약 13만원)에 판매한다고 했다가(구글 측은 “통근 대신 한 시간 더 잘 수 있어요”라고 홍보) “노 땡큐!”라는 시니컬한 반응만 돌아왔죠.이를 두고 “일주일에 2~3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건 약 8%의 임금 인상과 동일한 효과”(호세 마리아 바레로 교수)라는 연구 결과가 인용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기업 입장에선 재택근무 덕분에 임금을 덜 올려줄 수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사무실로 다시 출근하게 만들려면 상당한 임금 인상이 필요하고요.문제는 이렇게 출근을 하네 마네를 가지고 회사와 실랑이를 할 수 있는 근로자는 소수라는 점입니다. 아예 선택권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죠. 그래서 재택근무가 근로자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학력과 나이, 그리고 무엇보다 국적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이를 블룸 교수와 공동저자들이 6월에 낸 보고서(전 세계 재택근무:2023년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전 세계 34개국 정규직 직원은 올해 4~5월을 기준으로 평균 주당 0.9일 재택근무를 실시했습니다. 재택근무 일수는 캐나다(1.7일), 영국(1.5일), 미국(1.4일)이 가장 많았고 독일이나 네덜란드, 핀란드(1일)는 평균을 살짝 웃도는 데 그쳤습니다. 그리고 꼴찌는? 바로 한국(주당 0.4일)이었죠.이렇게 나라별로 차이가 큰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요. 단순히 부자나라냐 아니냐만으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설득력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집 크기인데요.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직원 집 크기가 큰 나라가 아무래도 재택근무에 유리하죠. 산업 구조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데요. IT나 금융 같은 서비스 업종 비중이 높은 나라(미국)일수록 재택근무에 적합하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 해석도 의미 있어 보이는데요. 미국을 포함한 영어권 국가 기업이 성과 측정과 평가 시스템에서 앞서 있는 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합니다. 직원을 굳이 사무실에서 관찰하지 않고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진 거죠.인구 통계학적으로는 고졸보다는 대졸자가 재택근무 비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애초에 대면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직군(예-청소, 음식점)에 고졸자가 더 많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재택근무 확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는 “재택근무는 도덕적으로 잘못됐다. ‘노트북 계층’이 서비스 근로자나 공장 근로자가 누릴 수 없는 특권을 요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한 적 있죠.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의 바우터 즈위젠 연구원 역시 “노동시장에서 이미 더 나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 즉 디지털 첨단 기업이나 대기업 근로자, 더 높은 기술을 가지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 정규직 근로자가 주로 재택근무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가와 함께 근로자의 학력, 숙련도, 고용계약 형태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좌우하더라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재택근무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할 위험이 있다”는 결론이죠(동시에 그래서 노조가 필요하다는 것도 결론).이 밖에도 재택근무가 늘어 사무실 공실과 도심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경제학계에선 걱정거리이죠. 이제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일본에서조차 이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가 나오는데요(도쿄 도심 출퇴근 인구가 20% 줄고, 직장인들이 예전처럼 야근이나 회식을 하지 않는다는 닛케이 기사).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해 주당 0.9일로 늘어난 재택근무가 앞으로도 줄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날 거라고 전망합니다. 10~20년 뒤엔 근무일의 30~40%, 그러니까 주 1.5~2일은 재택근무로 정착될 거라는 분석인데요.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포함한 기술의 혁신이 이를 뒷받침할 거란 그의 예상이 과연 현실화할까요. 물론 재택근무 불모지 한국에선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By.딥다이브재택근무의 상징이나 다른 없는 미국의 화상회의 프로그램 기업 줌(ZOOM)마저 직원들에게 주 2일은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했다는군요. 주 5일 100% 재택근무는 이제 과거 얘기가 되려나요. 재택근무 관련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주 5일 집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사무실 근무자보다 생산성에 18%나 떨어진다는 MIT대학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다른 미국 콜센터 관련 연구에서도 재택근무가 8% 정도 생산성을 늦춘다고 합니다.-동시에 100% 재택근무가 아닌 하이브리드근무는 생산성을 낮추지 않거나 되레 올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나 멘토링의 질을 낮추지 않으려면 적절한 수준의 대면 근무가 필요하다는 뜻이죠.-미국에선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기업과 재택을 유지하려는 근로자 간 갈등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근로자의 학력과 숙련도, 무엇보다 국적에 따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좌우되곤 하죠. 일종의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인데요. 그래도 대세(하이브리드근무 확산)는 정해졌으니 어떻게 잘해 나갈까를 고민해야겠습니다.*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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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마 9월은 동결이겠지? CPI 기다리는 뉴욕증시[딥다이브]

    뉴욕증시가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7일(현지시간) 3대 지수가 모처럼 모두 상승 마감했죠. 다우지수 +1.16%, S&P500 +0.90%, 나스닥 +0.61%. FT는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비농업 고용 보고서가 투심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합니다. 7월 미국 경제는 18만7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해, 월가 예측치(20만개)를 밑돌았습니다. 대신 시간당 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4.4%로 예상보다 강했죠.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밥 슈워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곤 있지만 “경제가 벼랑에서 떨어지진 않았다”라고 해석합니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고, 임금은 물가상승률보다 빠르게 증가해 가계 구매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연착륙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설명입니다.시장의 관심은 9월에 연준이 어떤 통화정책을 내놓을지에 집중돼있는데요. 일단 연준 인사들은 엇갈린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당분간 제한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면서 기준금리가 이미 정점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는데요. 반면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지난 6일 열린 행사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매파적인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결국 데이터가 좀 나와봐야 방향을 확인할 텐데요. 일단 이번 주 목요일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됩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7월 CPI 상승률이 전월(3.0%)보다 오른 3.3%를 기록할 걸로 예상합니다. 연준이 긴축 종료를 선언하기엔 충분히 않아 보이는데요.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펜서 힐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대한 민감도가 과거의 12배로 치솟았습니다. 그만큼 연준이 다음번엔 어느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힌트를 찾는 게 투자에 있어 중요해졌다는 거죠. 특히 CPI 데이터에 주식시장은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데요.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 연금 같은 기관 고객들까지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존스트레이딩의 ETF 거래 책임자인 데이브 루츠는 WSJ에 “그들은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것”이라며 “그러고 나면 다음 발표가 나올 때까지 다시 조용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8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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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시총 1위 마오타이는 왜 아이스크림을 만들까[딥다이브]

    중국 경제가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인데요. 중국 정부가 연이어 내수 부양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옵니다.그럼에도 중국 본토 증시의 시가총액 1위인 소비재 기업 주가는 생각보다는 건재합니다. 바로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 귀주모태)인데요. 지난해 10월 1300위안 선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다시 올라 어느덧 1900위안에 근접했습니다. 사실 시총 기준 세계 3위인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가장 큰 종목이 주류회사라는 것 자체가 좀 신기한데요. 구이저우마오타이를 (술이 아닌 기업 관점에서)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삼성전자보다 비싼 상장사구이저우마오타이(줄여서 마오타이)가 2일 반기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올 상반기 매출 695.8억 위안, 순이익 359.8억 위안을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대비 20% 넘게 증가했죠. 순이익이 매출액의 51.7%나 되고요. 뭐,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왜? 마오타이니까요. 연 20% 수준의 이익 성장세와 50%가량인 순이익률(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 50% 넘는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 한마디로 돈 잘 벌고 번 돈은 주주에게 배당으로 팍팍 나눠주는 기업이 마오타이입니다. 이런 마오타이는 중국 증시에서 엄청난 지지 세력을 갖고 있죠. 그 팬덤이 미국의 테슬라 못지않은데요. ‘마오타이신앙’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중국엔 추종자들이 많은 종목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주식시장에서 놀라운 신화를 써왔었기 때문입니다. 마오쩌둥이 사랑한 고급전통 바이주(白酒)로 유명한 마오타이는 2001년 상장했지만 한동안 주가가 지지부진했죠. 2004년까지도 고작 10위안대에 머물렀고요. 이후 좀 올랐지만 2014년까지도 100위안대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쯤부터 주가가 좀 오르나 싶더니 이내 수직 상승했고요. 급기야 2021년 2월 최고점인 2627위안을 찍었습니다. 시가총액은 2018년 6월 1조 위안을 돌파했고, 2020년 4월엔 코카콜라를 넘어섰고, 2020년 6월 드디어 상하이 증시 시총 1위에 올랐죠. 현재 마오타이 시가총액은 2조3616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426조원인데요. 전 세계 모든 주류∙음료 기업 중 단연 1위이고요(코카콜라 시총이 348조원). 국내 시총 1위 종목인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411조원)보다 높습니다. 물론 중국기업 중 시총이 가장 큰 기업은 텐센트(시총 약 553조원)이긴 한데요. 텐센트는 홍콩에 상장돼있기 때문에 본토 증시 기준으론 마오타이가 1위입니다. 함께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돼있는 공상은행(중국 최대 은행)이나 페트로차이나(중국 최대 석유기업)와 비교하면 시총이 2배 수준이죠.그 과정에서 마오타이 주식 덕분에 부자 됐다는 투자자들 스토리가 수도 없이 많이 탄생했습니다. 우량한 기업의 주가는 오르게 돼 있다는 ‘가치투자의 믿음’을 중국 개인투자자들에게 심어준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힙니다. 아무리 내수시장이 큰 중국이라고 해도 소비재, 그것도 수출 비중이 작은 주류회사가 이 정도로 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게 특이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주력 제품인 ‘마오타이’ 술이 갖는 독특함 덕분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허프포스트의 리서치디렉터 이스트랜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오타이는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럭셔리 제품인 동시에 소비재와 명품, 투자상품의 속성을 모두 갖춘 유일한 상품입니다.” 대표 상품인 ‘53도 비천마오타이주’의 중국 판매 가격은 약 3000위안(약 54만원, 500㎖ 기준). 저장 기간이 15년 이상인 프리미엄 제품은 가격이 7300위안(131만원)이 넘죠. 마오타이주는 중국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접대나 결혼식을 할 때 주고받는 최고급 선물로 꼽힙니다. 마치 샤넬이나 루이뷔통 같은 명품 이미지가 있다 보니 일반 소비재보다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에 더해 마오타이주를 사서 쟁여놓고 나중에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투자 수요까지 있습니다. 마오타이는 유통기한이 없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니까요.사실 술은 ‘필수소비재’라서 경기방어적(경기가 나빠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음)입니다. 대신 갑자기 술 마시는 인구가 크게 늘 수는 없으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도 쉽지 않죠. 실제 같은 바이주(중국술)라고 해도, 다른 술들은 요즘 중국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정가보다 대폭 할인 판매되고 있다는데요. 마오타이는 남다른 브랜드 가치 덕분에 예외라고 합니다. ‘유일하게 한 번도 출고가를 인하한 적 없는 바이주 브랜드’로도 유명하죠. 이 때문에 양하양조(Yanghe), 산서행화촌분주(Shanxi Fenjiu), 사득주업(Shede Liquor) 같은 중국의 주류회사 상장사 주가가 올해 내내 내리막을 면치 못하는데도, 마오타이만은 주가가 올해 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투자업계의 마오타이 사랑 그렇다고 해도 2021년 최고점과 비교하면 마오타이 주가가 30% 가까이 빠졌습니다.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물려 있는 주주들이 적지 않은데요. 이에 마오타이는 지난해 11월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금을 뿌리는가 하면, 올해 들어서는 9년 만에 첫 자사주 매입에 나섰습니다. 돈이 많은 기업이다 보니 주주 달래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그 때문일까요. ‘시장 트렌드를 못 쫓아간다’ 비판과 함께 ‘술에 중독됐냐’라는 비아냥까지 쏟아지는데도 투자업계의 스타들은 여전히 마오타이 주식 사랑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첸하이 오픈소스펀드의 양더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마오타이 주주총회에 참석했을 때 이렇게 말했죠.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급 주류 시장은 여전히 꾸준한 성장 추세를 유지할 겁니다. 주류주의 현재 가치평가는 역사적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하긴 더 좋은 시기입니다.”특히 마오타이 하면 중국 투자업계에서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죠. 바로 중국 공모펀드계의 아이돌, 장쿤(張坤)입니다. 이팡다펀드(易方達基金)의 소속 펀드매니저인(직급은 차장) 장쿤은 중국 공모펀드 시장에서 운용자산 기준으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2분기 기준 총 운용자산 776억 위안). 그리고 장쿤을 이런 반열에 올려준 대표 종목이 바로 마오타이입니다.장쿤은 2012년 처음 펀드 운용을 맡으면서부터 마오타이에 투자했는데요. 2013년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다른 펀드매니저들이 다 팔아치울 때도 오히려 지분을 늘려나갔습니다. 덕분에 2015년 이후 주가 급등기에 그야말로 대박을 맞았죠. 그의 펀드는 2019년엔 연 65.76%, 2020년 84.34%의 성과를 냈습니다. 2020년까지 8년 운용 수익률이 무려 760%. 젊은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 ‘쿤쿤’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신드롬을 만들어냈습니다. 진짜로 SNS에 팬클럽까지 만들어지며 아이돌급의 인기를 누린 스타 펀드매니저인데요. 마치 팬데믹 때 테슬라 투자가 대박 나면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며 인기 끌었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비슷한 느낌이었죠.하지만 마오타이 주가가 2021년 2월 정점을 친 뒤 급격히 꺾이면서 자연히 장쿤의 펀드 수익률도 추락했습니다. 그가 운용하는 ‘E펀드 프리미엄 셀렉션’ 연간 수익률은 2022년 -14.42%로 떨어졌고요. 올해 들어서도 10% 넘게 마이너스를 기록 중입니다. 그러자 아직 대량환매까지는 아니지만 펀드에선 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고요. 일부는 ‘장쿤, 주식은 할 줄 아냐?’라는 힐난까지 퍼붓는데요.하지만 워런 버핏 신봉자이자 가치투자 주창자인 장쿤은 “10년 이상 보유할 종목이 아니면 1분도 보유하지 않는다”는 투자철학의 소유자로 유명하죠. 그는 여전히 마오타이 주식 사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오타이는 텐센트와 함께 그의 펀드가 가장 많이(10% 가까이) 보유한 종목입니다. 그가 지난달 낸 2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왜 마오타이를 여전히 붙들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그는 “어떤 시대에도 양질의 기업은 항상 부족하다”면서 “해자가 있고 지속적으로 초과수익을 창출하는 우량기업이 가장 신뢰할 만한 수익의 원천”이라는 투자 원칙을 유지한다고 밝힙니다. 아울러 “2035년 중국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한다고 믿는다면 현재의 어려움과 비관론은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우여곡절에 불과하다”고 강조합니다. 또 “주식의 실제 위험 수준과 많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위험 수준은 종종 반대”라고도 말하죠. 상당한 확신이자 고집이 느껴지는데요.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평가하지만, 반대로 ‘술 마시는 시대(주류주에 투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회의적인 평가도 나옵니다.마오타이 아이스크림으로 얻는 것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된 중국에서 과연 전통주를 잘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53도나 되는 독한 술을 과연 젊은이들도 많이 찾을까요.장기적 관점에서 마오타이를 바라보면 이런 의문이 생기는데요. 놀랍게도 마오타이는 이미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성공적으로 말이죠.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하나는 직판용 디지털 앱 활성화, 다른 하나는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판매입니다.대부분 술 유통구조가 그렇듯이 마오타이도 대리점을 거쳐서 판매되는 비중이 컸는데요. 이 경우 대리점이 마진을 붙여서 판매해야 하니, 아무래도 출고가는 정가보다 한참 낮을 수밖에 없죠. 마오타이의 대표상품 비천마오타이의 경우 대리점 출고가는 병당 969위안, 정가는 1499위안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리점들은 정가를 한참 넘긴 3000위안에 팔고 있죠. 수요가 그만큼 받쳐주니까요.결과적으로 술 한 병 팔아서 버는 돈이 제조업체보다 대리점이 훨씬 많은 셈인데요. 마오타이는 대리점 채널을 줄이고(2017년 2979개→현재 2082개) 직영 판매를 늘려가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직접 판매를 하면 출고가가 969위안이 아니라 1499위안으로 크게 높아지니까요. 소비자 역시 대리점보다 더 싸게 정가에 구매할 수 있고요.그리고 이런 채널 구조조정 전략의 핵심이 지난해 3월 출시한 ‘i마오타이’ 앱입니다. 아예 술 판매용 자체 앱을 만들어 버린 겁니다. 이 앱은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요. 앱 마켓 출시 19일 만에 등록 사용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6월 말 기준으론 42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마오타이 측 발표에 따르면 하루 활성 사용자 수가 500만명 이상입니다. 아니, 술 판매 앱을 이 정도로 많이 이용하는 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인데요. 각종 게임과 이벤트 같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 유입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21년까진 매출의 23%에 불과했던 직영 판매가 이제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는데요. 자연히 마오타이 측이 버는 돈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출고가를 올리지 않고도 말이죠. 아, 물론 전통주를 제외하곤 주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한국 주류회사들 입장에선 부럽기만 한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시장이 또 마오타이에 놀란 부분은 신사업 진출인데요.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을 출시한 겁니다. 마오타이주 맛 아이스크림 말이죠.마오타이는 지난해 5월 컵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는데요(가격 60위안, 약 1만1000원). 술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그것도 비싼 아이스크림이 뭐 얼마나 팔리겠냐고요? 그게 말이죠. 정말 엄청나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1년 만에 100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많이 팔리는 것만이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이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먹는 걸 자랑하며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나 더우인(중국의 틱톡)에 사진과 영상을 올릴 정도로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본사가 있는 구이저우시의 마오타이국제호텔은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본점 방문 인증샷 찍으러 오는 젊은이들로 로비가 북적거린다고 하죠. 지역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문 열 때마다 오픈런이 벌어지고요. 마오타이가 아이스크림을 팔아서 버는 매출은 수억 위안 수준입니다(1000만개 팔아도 6억 위안). 전체 매출의 1%도 안 되는 건데요. 하지만 마오타이 브랜드 면에서는 아주 중요한 신사업입니다. 젊은이들이 브랜드에 열광하면서 전통기업이 ‘회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오타이가 노린 게 바로 이 부분이죠. 아이스크림 인기에 탄력을 받은 마오타이는 지난달엔 더 저렴하면서(29위안) 무알콜인 스틱형 아이스크림 신제품까지 출시했습니다. 마오타이 함유 초콜릿과 음료수 같은 새로운 제품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죠. 식품산업 분석가인 주단펑은 “마오타이가 강력한 IP를 사용해 젊은 소비자 그룹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평가했는데요. 어찌 보면 뭘 만들어도 잘 팔리게 만들 수 있는 브랜드의 힘이 부럽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마오타이 실적이나 주가는 중국 소비시장이 과연 바닥을 찍고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중국증시 전반에 대한 전망이 현재 썩 좋진 않죠. 하지만 술맛뿐 아니라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마오타이는 주목할 만한 면이 있는 기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By.딥다이브중국 내수소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구이저우마오타이가 예상을 웃도는 좋은 실적을 낸 게 다소 의외인데요. 혹시 소비가 바닥을 쳤다는 징후일까요, 아니면 마오타이만의 특수한 상황일까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중국 본토 증시의 시총 1위는 고급 전통주 기업인 구이저우마오타이입니다. 글로벌 주류·음료 기업 중 가장 높은 시총일 뿐 아니라, 삼성전자 보통주보다도 시총이 더 큽니다. -주가는 2021년 최고점보다 30%나 하락했습니다. 그런데도 팬덤은 아직 상당한데요. 중국의 스타 펀드매니저 장쿤 역시 마오타이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이고 있습니다.-온라인 직접판매용 앱을 내놓고 아이스크림 신제품 출시한 마오타이. 수익성을 높이면서 젊은층에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 꽤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오래된 전통의 브랜드라면 참고할 만한 전략입니다.*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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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8%↑, 애플 2%↓…실적 발표 뒤 엇갈린 주가[딥다이브]

    국채 금리 상승이 증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소폭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19%, S&P500 -0.25%, 나스닥지수 -0.10%.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4.198%까지 치솟았다가 4.188%로 장을 마쳤는데요.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금리가 오른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①미국 재무부가 이번 분기에 장기 국채 발행을 늘리겠다고 했고요(국채 공급 증가→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 ②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란 소식이(22만7000건으로, 전주보다 6000건 늘어남)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잠식했습니다. ③2일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여파도 남았고요.그리고 장 마감 뒤엔 많은 투자자들이 기다려온 두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죠. 바로 아마존과 애플인데요. 아마존은 매출과 수익 모두 월스트리트의 기대치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2분기 매출(1344억 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11% 늘어났고, 주당 순이익은 65센트를 기록했습니다. 성장이 둔화됐다는 걱정이 많았던 클라우드서비스 사업(AWS)의 매출은 12% 증가했습니다. 예측보다 나은 성적인데요. 클라우드 부문이 고비를 넘겼다는 희망적인 해석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아마존 주가는 8% 가까이 오름세를 탔습니다. 애플의 실적은 살짝 실망스러웠습니다. 2분기 매출(818억 달러)이 전년 대비 1.4% 줄면서, 3분기 연속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주력제품인 아이폰 판매가 1년 전보다 2.4% 감소한 397억 달러로, 월가의 전망치(402억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대신 서비스 부문 매출(212억 달러)은 8%나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앱스토어, 애플 뮤직, 애플페이, 아이클라우드 같은 유료 디지털 서비스 가입자 수가 지난 1년 동안 1억5000만명이나 증가했다는군요. 총 가입자 수는 3년 전보다 두배로 증가해, 10억 명을 넘어섰다는데요. 서비스 부문은 마진율이 70% 이상(하드웨어 부문의 약 2배)일 정도로 돈이 되는 사업이죠.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CFO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서비스는 생태계의 강점과 건전성을 나타내는 선행지표”라면서 “고객이 우리 장치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2% 넘게 하락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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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하라에 태양전지 깔아도 이게 없으면 안 됩니다[딥다이브]

    올여름 전 세계가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이란 목표엔 더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탄소중립을 위해선 무엇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할까요. 전기자동차 확산과 이차전지 기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수소에너지? 혹시 이건 어떨까요. 구리 전선과 변압기.친환경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요? 네, 그다지 멋져 보이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성능의 전기차가 나오고 태양광 패널을 대규모로 깔아놔도,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탄소중립에서 ‘잊혀진 거인’이었지만 최근 그 존재감이 다시 드러나고 있는 전력망 이야기를 딥다이브 하겠습니다.*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무슨 소용?프랑스 남서부 푸아투사량트엔 ‘콩투어 풍력발전소’가 세워져 3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아마도 8년 뒤에나 말이죠. 풍력발전소 건설이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요? 아닙니다. 건설은 12개월이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전력망이죠.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가정∙사무실∙공장으로 보내줄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8년쯤 걸릴 거라고 합니다. 이미 대기 중인 다른 프로젝트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이외의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콩투어 풍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맡은 베이와의 마티스 타프트 CEO는 FT에 이렇게 말합니다. “전력망 연결 지연이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호주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주요 장애물입니다. 우리는 전력망 연결을 위해 5년,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미국 주택시장은 여전히 호황이지만 미국 전역엔 공사를 하지 못한 빈 주택부지가 흩어져 있습니다. 건설 노동자가 부족하거나 착공허가를 얻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변압기가 부족해서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주택건설업자 발언을 소개합니다. “목재와 장비 부족을 걱정해 대비해왔지만 이제 갑자기 전력 변압기를 구할 수 없게 됐습니다. 106개의 타운홈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6곳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죠.” 미국 공공전력협회에 따르면 주택 프로젝트 5건 중 1건은 변압기 부족 문제로 건설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정용 작은 변압기는 조달하는 데 18개월, 대형 변압기는 20~39개월이 걸립니다.도대체 왜 선진국들이 전기를 연결하지 못해서 이 아우성일까요. 이른바 ‘전기 인프라 혁명’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관련 수요는 폭발하는 데 공급은 심하게 부족합니다. 그 얘기인즉슨 앞으로 전력망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겁니다.전기 인프라 혁명이 시작됐다 갑자기 전기 인프라 혁명이라니. 뜬금없게 느껴지시나요? 그럼 전문기관들이 내놓은 이 예측을 한번 보시죠.①블룸버그NEF 3월 발표 보고서=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선 2050년까지 전력망에 최소 21조40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전 세계 연간 전력망 투자 금액은 2022년 2740억 달러였지만, 2040~2050년 기간엔 연간 8710억 달러로 늘어나야 한다. 전력 케이블은 엄청나게 확장돼, 2022~2050년 동안 총 8000만㎞가 새로 깔려야 한다. 이는 오늘날 전 세계에 깔린 전력 케이블 전체 길이와 맞먹는 수준이다. 새로 설치될 케이블 중 약 6800만㎞는 지상 케이블, 1200만㎞는 지하 케이블, 20만㎞는 해저케이블이 될 전망이다.②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전망치=전 세계가 합의한 목표치(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전력이 현재 3000GW에서 2030년 1만GW로 증가해야 한다. 매년 평균 1000GW씩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력망에 대한 전 세계 투자 금액(연간)도 2022년 3300억 달러에서 2030년 5500억 달러로 늘어야 한다.③미국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 2022년 8월 연구 결과=미국 에너지부의 로드맵(2035년까지 탄소배출 없는 전력망 구축) 달성을 위해선 태양광∙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 기술이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배치돼야 한다. 바람과 태양광이 많은 지역에서 (전기 사용이 많은) 미국 동부로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한 송전망이 필요하다. 2035년 미국의 총 송전용량은 현재의 3배가 돼야 한다. 연간 최대 1만 마일의 대용량 라인을 깔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기관의 예측이 썩 와닿지 않는다면 이건 어떤가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주 캘리포니아 전기회사 PG&E가 연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로 전환하려면 (미국은) 전기 출력이 (지금의) 3배가 필요합니다. 가장 큰 걱정은 긴급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전기 수요가 얼마나 될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한마디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량을 크게 늘릴 거고, 그러려면 전력망을 엄청나게 새로 깔아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전망입니다. 기존에 깔려있는 석탄발전소용 전력망으로는 커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는 곳은 외딴 지역이나 연안이거든요. 대도시나 공장지대와는 한참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도 문제입니다. 햇빛이나 바람은 일정하게 공급되지 않죠. 태양광∙풍력은 기후에 따라 제때 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어서 ‘백업용 배전망’이 필수입니다.영국 엑스터대학의 피터 크로슬리 교수는 FT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경제 중심으로 전달하기엔 현재의 전력망은 잘못된 위치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새로 다시 깔아야 합니다.문제는 돈, 그리고 금속!그럼 재생에너지라는 물 들어왔으니 당장 기업들이 케이블과 변압기 생산 라인을 왕창 늘리고,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올려야 하지 않냐고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돈 때문입니다.전력망 투자를 늘리는 비용을 누가 댈까요. 국가? 지자체? 발전회사? 아마도 상당 부분은 전기요금을 통해 소비자에 전가될 겁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내야 하는 거죠. 썩 내키지 않는다고요? 그게 바로 전력망 투자가 생각처럼 빠르게 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기업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원자재, 즉 금속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단 전기 하면 떠오르는 금속은 구리이죠. 전선은 물론 전기차, 풍력터빈, 태양광 발전부품 등에 모두 들어가니까요. 자연히 ‘전기화’가 가속화될수록 더 많은 구리가 필요한데요.문제는 구리가 당장은 아니지만 곧 부족해질 거란 점입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구리 수요가 2035년까지 현재의 두배(2500만t→5000만t)로 늘어나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죠. 세계적인 케이블 업체 넥상스의 크리스토퍼 게랭 CEO는 FT에 “우리는 이제 희소성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구리 공급에 따른 위험을 감안할 때 투자에 조심스럽다고 설명했습니다.참고로 구리 자체의 매장량은 충분합니다(국제구리연구그룹 “구리 고갈 가능성 매우 낮음”). 다만 이를 파내서 제련하는 설비가 그렇게 빠르게 늘지 않는 거죠. 이런 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려고 한다면 그 비용도 만만찮고요.미국 변압기 업계에서는 또 다른 금속도 논란거리입니다. 바로 강철인데요. 미국 행정부가 배전용 변압기 코어용 강철을 미국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비정질 강철(에너지 낭비 적지만 더 비쌈)’로 바꾸도록 2027년부터 의무화했기 때문입니다. 변압기 제조업체들은 괜히 생산설비를 늘려봤자 4년 뒤 그 제품 판매가 불법이 될까봐 주문이 밀려들어도 증설을 안 합니다. 폭풍과 산불이 한 번에 수백 대의 변압기를 파괴하는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변압기 대란과 정전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사하라 사막에 태양전지판 깔려면답은 모두가 알지만(전력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리로 가기까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는데요. 전력망 부족 현상은 팬데믹 당시의 ‘반도체 대란’처럼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겁니다. 어쩌면 꽤 오랫동안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겠습니다.이쯤에서 전력망과 관련 있는 좀 다른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해볼까 합니다. 바로 ‘전기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유럽의 인터커넥터(Interconnector) 프로젝트입니다. 인터커넥터란 떨어져 있는 두 국가를 해저케이블로 연결해 각 국가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하는 건데요. 이미 2021년부터 가동된 영국과 노르웨이를 잇는 세계 최장 해저 전력 케이블(720㎞) ‘노스씨링크(North Sea Link)’가 있고요. 영국-덴마크, 영국-독일, 그리스-이스라엘-키프로스를 잇는 인터커넥터도 건설 중이거나 곧 착공됩니다.인터커넥터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재생에너지가 남아도는 나라(예-노르웨이의 수력에너지, 아일랜드의 지열에너지)는 전기를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고,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죠.사실 유럽이 인터커넥트 관련해 주목하는 지역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입니다. 사하라 사막 면적의 1.2%를 태양전지판으로 덮으면 전 세계가 쓸만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죠.만약 이게 된다면 “아프리카가 세계 청정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강국이 될 수 있다”(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대표)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물론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게 케이블을 포함한 대규모 전력망 구축입니다. 아프리카 지역은 물론 국제 전력망까지 필요하겠죠. ‘기승전 전력망’인 재생에너지의 세계. 인류 모두의 문제이니 관심을 좀 기울여야 겠습니다. By. 딥다이브전력인프라 관련 수요가 늘어나는 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엔 호재입니다. 요즘엔 미국의 변압기 수요 급증으로 관련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기도 했죠. 장기적으로 에너지 시장을 보면 전력인프라 쪽에 대한 투자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각 국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면서 전력망 확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케이블이 지금의 두배 수준으로 늘어나야 할 거란 전망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전력망 투자 비용은 전기요금에 전가되기 때문에 생각처럼 빠르게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원자재 문제도 있습니다. 조만간 구리 공급량이 수요를 밑돌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사하라 사막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서 전 세계에 전기를 공급하면 어떨까요. 글로벌 전력망 구축만 가능하다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요.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의 필수품 전력망을 기억하세요.*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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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증시, 2019년을 닮았다”…월가 약세론자의 항복 선언[딥다이브]

    월스트리트 약세론자들의 항복이 시작됐습니다.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는데요(다우지수 +0.28%, S&P500 +0.15%, 나스닥 +0.21%). 이로써 S&P500 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한 첫 7개월(1월부터 7월까지)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올해 들어서 이날까지 S&P500 지수는 19.5%, 나스닥 지수는 37.1% 상승했죠. 마켓워치에 따르면 1년 중 첫 7개월 동안 지수 상승률을 기준으로 할 때 S&P500의 성과는 1997년(28.8%) 이후 26년 만에 최고, 나스닥은 1975년(39.1%) 이후 48년 만에 최고라고 합니다. 그만큼 지난 7개월 동안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한 랠리가 펼쳐졌단 뜻입니다.월가의 약세론자들은 속속 비관론을 대폭 수정하기 시작했는데요.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 마이크 윌슨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이날 아침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국 주식은 S&P500 지수가 투자자들에게 29%의 수익을 안겨준 최고의 해 중 하나였던 2019년과 같은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썼습니다. 2019년은 연준이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증시가 호황을 이뤘던 시기인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통화정책 완화로 가는 과정 속에서 메가캡 기술주가 랠리를 주도하고, 성장주가 가치주를 앞질렀다”는 게 윌슨의 분석입니다. 그는 “2019년 비유는 그 자체로 더 많은 지수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도 “우리는 더 넓은 범위의 비즈니스 사이클 지표가 개선되는 걸 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죠. 씨티그룹도 지난주 금요일 연말 S&P500지수 목표치를 4000에서 4600으로 수정하며 약세론을 접었는데요.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연간 실적 성장 가속화에 대한 확신이 커지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 포인트”라고 수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2024년 중반의 S&P500지수 목표치도 4400에서 5000으로 높여 잡았죠. 내년엔 기업 실적이 더 강해질 거라고 내다보기 때문입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항복선언이 이어지는 걸 보니, 역시 주식이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선임 매니저인 브라이언트 반크론카이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영웅이 될 때가 아닙니다. 겸손은 주식 투자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입니다.” 이번 주는 목요일에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습니다. 과연 지금의 흐름을 이어갈 만한 호실적이 나올까요. 겸손한 자세로 지켜보려 합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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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재 없고 성능 탁월, 꿈의 ‘전고체 배터리’… 日 뒤쫓는 韓-獨 [딥다이브]

    화재 위험 없고 한 번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 가능한 전기차용 배터리. ‘꿈의 배터리’라고도 불리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 얘기다.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울 거란 회의론이 나오는데도 주요 배터리·완성차 기업이 개발에 열을 올린다. 한국 일본 독일 등 3국이 경쟁하는 구도다.● 앞서는 일본, 뒤쫓는 한국·독일 25일 현대자동차와 서울대가 개관한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의 주요 연구과제는 전고체 배터리이다. 이미 대중화된 리튬이온전지에서 전해액과 분리막을 고체 전해질로 바꿔 폭발 위험을 없앤 차세대 배터리이다.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는 전 세계 누구도 상용화하지 못한 미래 기술. 현대차는 2025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프로토타입 차량을 달리게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수원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인 ‘S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 중 시제품을 제작해 테스트에 돌입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지난달 창립기념식에서 “올해는 삼성SDI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라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원조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다. 이미 2021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달리는 영상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6월엔 2027∼2028년쯤 한 번 충전으로 1200㎞를 달리는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선 존재감이 없는 독일 자동차 업계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선 뒤지지 않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BMW그룹은 미국 솔리드파워와 손잡고 독일에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 라인을 설치 중이다. 2025년 프로토타입 차량을 공개하고 2030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리튬이온전지가 못하는 두 가지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위험이 있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불이 붙지 않는 소재라서 안전하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이후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관심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 큰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다시 주목받는다.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정점에 다다른 것이 그 이유다. 전고체 배터리 전문가인 조우석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수석연구원은 “리튬이온전지는 이미 완성된 기술”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전지가 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를 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크게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양극을 두껍게 만들어 에너지 저장 용량을 키우는 것. KETI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양극 용량을 2배로 키우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다른 하나는 음극재에 흑연을 섞지 않고 리튬 금속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삼성SDI는 이보다 더 나아가 음극이 따로 없는 ‘무음극 기술(Anode-less)’까지 개발했다. 이론적으로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 한계치는 kg당 350Wh(와트시) 정도다. 현재 리튬이온전지는 최고 300Wh 수준까지 나와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엔 에너지 밀도를 kg당 400∼450Wh로 더 끌어올릴 수 있다. ● 대중화는 2030년 이후 전망 문제는 가격이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굳이 값비싼 전고체 배터리를 채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5일 보고서에서 “고체 전해질 가격은 액체 전해액의 200배 이상”이라며 “2030년 전고체 배터리의 전기차 시장 침투율이 4%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체 전해질의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 가격이 1kg에 1500∼2000달러로, 액체 전해액(9달러)보다 훨씬 비싸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현재 실험실 시약 수준으로만 쓰이는 황화리튬이 앞으로 대량 생산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이 황화리튬 상업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리튬이온전지보다 수십 배 비싸다고 알려졌지만, 삼성SDI가 2027년 양산 시점에 목표로 하는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물론 양산 초기엔 프리미엄급 전기차나 군사용으로 주로 쓰이고 대중적인 전기차로 확대되려면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소재·부품 관련 연구개발은 진전됐지만 배터리 셀을 설계·제조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달리 보자면 일본보다 출발이 늦은 한국 기업이 치고 나갈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조 연구원은 “도요타도 아직은 전기차에 쓸 정도로 셀을 크게 만드는 공정은 어려워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받쳐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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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그룹과 소속사의 진흙탕 싸움… 벼랑끝 몰린 ‘기적의 중소돌’ [인사이드&인사이트]

    《K팝 역사상 이런 걸그룹은 없었다.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이후 17주 연속 빌보드 핫100 랭크.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그 주인공이다.‘큐피드(Cupid)’라는 노래 하나로 세계적 인기를 끈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달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렇게 빨리 뜬 그룹이 이렇게 빨리 전속계약을 깨자고 하다니. 초유의 사태다. 이후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밝히면서 여론까지 들고일어났다.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K팝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K팝 산업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법정으로 간 기적의 중소돌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했다. 데뷔곡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올해 2월 발매한 ‘큐피드’가 대박을 냈다. 쇼트폼 영상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서 큐피드 영어 버전에 맞춰 춤추는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3월 ‘빌보드 핫100’에 진입했다. 데뷔 4개월 만으로, 역사상 모든 K팝 그룹을 통틀어 최단기 기록이었다. 초스피드 성공보다 놀라웠던 건 ‘어트랙트’라는 중소 기획사 소속이란 점이다. 4대 대형 기획사(하이브, SM, JYP, YG)가 아닌 작은 회사가 이런 기록을 세우자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기적’으로 불렸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이 돌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속사 어트랙트와 결별하기 위해서다. 사유는 크게 세 가지. 소속사가 정산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했고, 역량(인적·물적자원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어트랙트는 곧바로 ‘외부 세력의 강탈 시도’라고 맞섰다. 외부 세력으로는 피프티 피프티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던 안성일 프로듀서(외주용역업체 더기버스 대표)를 지목했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그 근거로 워너뮤직코리아 측과 5월에 통화했던 내용을 이달 초 공개했다.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가 “안성일 대표(프로듀서)한테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 걸로 200억 제안 드린 게 있다”고 하자 전 대표가 “못 들어봤다”면서 “바이아웃이 뭐죠?”라고 반문하는 내용이다. 여론은 급격히 소속사 편으로 돌아섰다. 이후 전 대표가 자신의 차와 시계를 팔고 노모의 돈까지 보태 총 80억 원을 피프티 피프티에 투자했다는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은 격화됐다. ‘통수돌’, ‘배신돌’이라며 멤버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전 대표는 “하루빨리 멤버들이 소속사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측은 아직 대화조차 해보지 못했다. 재판부는 26일까지 추가 자료를 받은 뒤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노모 돈 보태 80억 원 들였는데”아이돌 그룹 한 팀을 데뷔시키는 데 보통 수십억 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로 ‘80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투자금액이 확인됐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들까. 전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데뷔를 준비하는 2년 6개월간 레슨비·제작비·인건비·월세, 그리고 데뷔 이후 제작비와 인건비, 마케팅 비용까지. 거대 기획사는 자본력이 좋아서 중소 기획사보다 더 많이 쓴다. 우린 퀄리티를 내기 위해 중소 기획사치곤 좀 많이 투자금을 썼다.” K팝 그룹은 철저히 소속사가 키워내는 구조다. 데뷔 몇 년 전부터 숙소에서 합숙하면서 각종 레슨으로 실력을 쌓는다. 피프티 피프티의 경우에도 보컬·댄스·연기·외국어·운동 레슨까지 받았다. 준비 기간이 길다 보니 그만큼 초기 투자비도 많이 든다. 그래서 그룹 활동 초기엔 당연히 투자금이 수익보다 훨씬 더 큰 마이너스 구조이다. 그룹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3년 차는 돼야 소속사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낼 수 있다. 특히 어트랙트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고 기획과 마케팅에 공들였다. 국내 활동으로 먼저 인지도를 쌓은 뒤 글로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기존 K팝 그룹과 달리, 해외 이용자가 많은 SNS 틱톡으로 직행했다. 틱톡 마케팅 비용도 상당히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소속사가 SNS를 주 타깃으로 해서 큐피드 영어 버전에 신경 썼다”며 “콘텐츠 힘도 있지만 소속사의 기획이 중요하게 작용한 성공 사례”라고 설명한다.● K팝엔 없던 바이아웃 제안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건 워너뮤직코리아가 ‘200억 원 바이아웃(buy-out)’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바이아웃은 프로축구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선수와 소속 구단 사이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계약 조항을 뜻한다. 어트랙트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전 대표가 바이아웃이 뭐냐고 묻자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는 “보통 표현으로 아이들을 다 인수하고,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속사와 전속계약 기간이 한참 남은 아이돌 그룹을 다른 기업이 거액을 주고 사가겠다고 하는 건 한국에선 매우 낯선 일이다. K팝이 글로벌화했다고 하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아직 좁은 바닥이다. 서로 사정을 빤히 아는 상황에서 다른 회사가 애써 키워낸 그룹을 돈을 주고 빼오는 건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로 치부된다. 자칫하면 그룹 멤버들에 대해서도 ‘소속사가 고생해서 키웠더니 배신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 한국 엔터업계 정서엔 맞지 않는다. 워너뮤직코리아의 바이아웃 제안은 달라진 K팝의 시장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위상이 높아지면서, 마치 프로축구 시장처럼 한층 더 자본주의화하는 모습이다.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K팝 시장이 엄청나게 커진다면 그땐 프로스포츠 선수처럼 K팝 그룹의 바이아웃 사례가 나올 수도 있을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하기엔 국내 엔터업계가 너무 좁아서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 제2의 피프티 피프티 사태 막으려면연예인이 소속사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인용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도 ‘BAE173’의 남도현과 ‘이달의소녀’ 멤버 12명 전원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엔터업계에선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주목한다. 하 평론가는 “수십억 들여서 기껏 (그룹을) 키워놨는데, 뜨자마자 바로 계약을 깨고 나가버린다면 앞으로 중소 기획사에서 어떻게 신인을 키울 수 있겠냐”면서 “중소 기획사를 운영하는 이들에겐 이 사건이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중소 기획사는 법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약하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가 스케줄이나 건강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우리처럼 법적 분쟁에 투입할 여력이 없는 작은 회사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기획사가 ‘갑’, 아티스트가 ‘을’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보니 논란이 불거지면 회사만 비난받기 일쑤여서 아예 그냥 놓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소속사는 갑, 아티스트는 을이기만 할까. 엔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예전 같은 갑을 관계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고 본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소속사는 아티스트에게 음악방송이나 시상식에 출연하라고 지시하지 못한다”면서 “일일이 사전 브리핑을 해서 연예인 의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피프티 피프티 사태처럼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분쟁을 벌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획사 권리를 더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매니지먼트협회 이남경 사무국장은 “2009년 제정된 표준전속계약서는 뒤바뀐 소속사와 연예인 처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계약서의 불명확한 조항이 전속계약 파기에 악용되는데, 이를 수정해 기획사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경제부 기자 haru@donga.com}

    •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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