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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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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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5~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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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시총 1위 마오타이는 왜 아이스크림을 만들까[딥다이브]

    중국 경제가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인데요. 중국 정부가 연이어 내수 부양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옵니다.그럼에도 중국 본토 증시의 시가총액 1위인 소비재 기업 주가는 생각보다는 건재합니다. 바로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 귀주모태)인데요. 지난해 10월 1300위안 선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다시 올라 어느덧 1900위안에 근접했습니다. 사실 시총 기준 세계 3위인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가장 큰 종목이 주류회사라는 것 자체가 좀 신기한데요. 구이저우마오타이를 (술이 아닌 기업 관점에서)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삼성전자보다 비싼 상장사구이저우마오타이(줄여서 마오타이)가 2일 반기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올 상반기 매출 695.8억 위안, 순이익 359.8억 위안을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대비 20% 넘게 증가했죠. 순이익이 매출액의 51.7%나 되고요. 뭐,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왜? 마오타이니까요. 연 20% 수준의 이익 성장세와 50%가량인 순이익률(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 50% 넘는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 한마디로 돈 잘 벌고 번 돈은 주주에게 배당으로 팍팍 나눠주는 기업이 마오타이입니다. 이런 마오타이는 중국 증시에서 엄청난 지지 세력을 갖고 있죠. 그 팬덤이 미국의 테슬라 못지않은데요. ‘마오타이신앙’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중국엔 추종자들이 많은 종목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주식시장에서 놀라운 신화를 써왔었기 때문입니다. 마오쩌둥이 사랑한 고급전통 바이주(白酒)로 유명한 마오타이는 2001년 상장했지만 한동안 주가가 지지부진했죠. 2004년까지도 고작 10위안대에 머물렀고요. 이후 좀 올랐지만 2014년까지도 100위안대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쯤부터 주가가 좀 오르나 싶더니 이내 수직 상승했고요. 급기야 2021년 2월 최고점인 2627위안을 찍었습니다. 시가총액은 2018년 6월 1조 위안을 돌파했고, 2020년 4월엔 코카콜라를 넘어섰고, 2020년 6월 드디어 상하이 증시 시총 1위에 올랐죠. 현재 마오타이 시가총액은 2조3616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426조원인데요. 전 세계 모든 주류∙음료 기업 중 단연 1위이고요(코카콜라 시총이 348조원). 국내 시총 1위 종목인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411조원)보다 높습니다. 물론 중국기업 중 시총이 가장 큰 기업은 텐센트(시총 약 553조원)이긴 한데요. 텐센트는 홍콩에 상장돼있기 때문에 본토 증시 기준으론 마오타이가 1위입니다. 함께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돼있는 공상은행(중국 최대 은행)이나 페트로차이나(중국 최대 석유기업)와 비교하면 시총이 2배 수준이죠.그 과정에서 마오타이 주식 덕분에 부자 됐다는 투자자들 스토리가 수도 없이 많이 탄생했습니다. 우량한 기업의 주가는 오르게 돼 있다는 ‘가치투자의 믿음’을 중국 개인투자자들에게 심어준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힙니다. 아무리 내수시장이 큰 중국이라고 해도 소비재, 그것도 수출 비중이 작은 주류회사가 이 정도로 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게 특이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주력 제품인 ‘마오타이’ 술이 갖는 독특함 덕분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허프포스트의 리서치디렉터 이스트랜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오타이는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럭셔리 제품인 동시에 소비재와 명품, 투자상품의 속성을 모두 갖춘 유일한 상품입니다.” 대표 상품인 ‘53도 비천마오타이주’의 중국 판매 가격은 약 3000위안(약 54만원, 500㎖ 기준). 저장 기간이 15년 이상인 프리미엄 제품은 가격이 7300위안(131만원)이 넘죠. 마오타이주는 중국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접대나 결혼식을 할 때 주고받는 최고급 선물로 꼽힙니다. 마치 샤넬이나 루이뷔통 같은 명품 이미지가 있다 보니 일반 소비재보다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에 더해 마오타이주를 사서 쟁여놓고 나중에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투자 수요까지 있습니다. 마오타이는 유통기한이 없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니까요.사실 술은 ‘필수소비재’라서 경기방어적(경기가 나빠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음)입니다. 대신 갑자기 술 마시는 인구가 크게 늘 수는 없으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도 쉽지 않죠. 실제 같은 바이주(중국술)라고 해도, 다른 술들은 요즘 중국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정가보다 대폭 할인 판매되고 있다는데요. 마오타이는 남다른 브랜드 가치 덕분에 예외라고 합니다. ‘유일하게 한 번도 출고가를 인하한 적 없는 바이주 브랜드’로도 유명하죠. 이 때문에 양하양조(Yanghe), 산서행화촌분주(Shanxi Fenjiu), 사득주업(Shede Liquor) 같은 중국의 주류회사 상장사 주가가 올해 내내 내리막을 면치 못하는데도, 마오타이만은 주가가 올해 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투자업계의 마오타이 사랑 그렇다고 해도 2021년 최고점과 비교하면 마오타이 주가가 30% 가까이 빠졌습니다.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물려 있는 주주들이 적지 않은데요. 이에 마오타이는 지난해 11월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금을 뿌리는가 하면, 올해 들어서는 9년 만에 첫 자사주 매입에 나섰습니다. 돈이 많은 기업이다 보니 주주 달래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그 때문일까요. ‘시장 트렌드를 못 쫓아간다’ 비판과 함께 ‘술에 중독됐냐’라는 비아냥까지 쏟아지는데도 투자업계의 스타들은 여전히 마오타이 주식 사랑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첸하이 오픈소스펀드의 양더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마오타이 주주총회에 참석했을 때 이렇게 말했죠.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급 주류 시장은 여전히 꾸준한 성장 추세를 유지할 겁니다. 주류주의 현재 가치평가는 역사적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하긴 더 좋은 시기입니다.”특히 마오타이 하면 중국 투자업계에서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죠. 바로 중국 공모펀드계의 아이돌, 장쿤(張坤)입니다. 이팡다펀드(易方達基金)의 소속 펀드매니저인(직급은 차장) 장쿤은 중국 공모펀드 시장에서 운용자산 기준으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2분기 기준 총 운용자산 776억 위안). 그리고 장쿤을 이런 반열에 올려준 대표 종목이 바로 마오타이입니다.장쿤은 2012년 처음 펀드 운용을 맡으면서부터 마오타이에 투자했는데요. 2013년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다른 펀드매니저들이 다 팔아치울 때도 오히려 지분을 늘려나갔습니다. 덕분에 2015년 이후 주가 급등기에 그야말로 대박을 맞았죠. 그의 펀드는 2019년엔 연 65.76%, 2020년 84.34%의 성과를 냈습니다. 2020년까지 8년 운용 수익률이 무려 760%. 젊은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 ‘쿤쿤’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신드롬을 만들어냈습니다. 진짜로 SNS에 팬클럽까지 만들어지며 아이돌급의 인기를 누린 스타 펀드매니저인데요. 마치 팬데믹 때 테슬라 투자가 대박 나면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며 인기 끌었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비슷한 느낌이었죠.하지만 마오타이 주가가 2021년 2월 정점을 친 뒤 급격히 꺾이면서 자연히 장쿤의 펀드 수익률도 추락했습니다. 그가 운용하는 ‘E펀드 프리미엄 셀렉션’ 연간 수익률은 2022년 -14.42%로 떨어졌고요. 올해 들어서도 10% 넘게 마이너스를 기록 중입니다. 그러자 아직 대량환매까지는 아니지만 펀드에선 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고요. 일부는 ‘장쿤, 주식은 할 줄 아냐?’라는 힐난까지 퍼붓는데요.하지만 워런 버핏 신봉자이자 가치투자 주창자인 장쿤은 “10년 이상 보유할 종목이 아니면 1분도 보유하지 않는다”는 투자철학의 소유자로 유명하죠. 그는 여전히 마오타이 주식 사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오타이는 텐센트와 함께 그의 펀드가 가장 많이(10% 가까이) 보유한 종목입니다. 그가 지난달 낸 2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왜 마오타이를 여전히 붙들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그는 “어떤 시대에도 양질의 기업은 항상 부족하다”면서 “해자가 있고 지속적으로 초과수익을 창출하는 우량기업이 가장 신뢰할 만한 수익의 원천”이라는 투자 원칙을 유지한다고 밝힙니다. 아울러 “2035년 중국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한다고 믿는다면 현재의 어려움과 비관론은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우여곡절에 불과하다”고 강조합니다. 또 “주식의 실제 위험 수준과 많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위험 수준은 종종 반대”라고도 말하죠. 상당한 확신이자 고집이 느껴지는데요.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평가하지만, 반대로 ‘술 마시는 시대(주류주에 투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회의적인 평가도 나옵니다.마오타이 아이스크림으로 얻는 것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된 중국에서 과연 전통주를 잘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53도나 되는 독한 술을 과연 젊은이들도 많이 찾을까요.장기적 관점에서 마오타이를 바라보면 이런 의문이 생기는데요. 놀랍게도 마오타이는 이미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성공적으로 말이죠.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하나는 직판용 디지털 앱 활성화, 다른 하나는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판매입니다.대부분 술 유통구조가 그렇듯이 마오타이도 대리점을 거쳐서 판매되는 비중이 컸는데요. 이 경우 대리점이 마진을 붙여서 판매해야 하니, 아무래도 출고가는 정가보다 한참 낮을 수밖에 없죠. 마오타이의 대표상품 비천마오타이의 경우 대리점 출고가는 병당 969위안, 정가는 1499위안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리점들은 정가를 한참 넘긴 3000위안에 팔고 있죠. 수요가 그만큼 받쳐주니까요.결과적으로 술 한 병 팔아서 버는 돈이 제조업체보다 대리점이 훨씬 많은 셈인데요. 마오타이는 대리점 채널을 줄이고(2017년 2979개→현재 2082개) 직영 판매를 늘려가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직접 판매를 하면 출고가가 969위안이 아니라 1499위안으로 크게 높아지니까요. 소비자 역시 대리점보다 더 싸게 정가에 구매할 수 있고요.그리고 이런 채널 구조조정 전략의 핵심이 지난해 3월 출시한 ‘i마오타이’ 앱입니다. 아예 술 판매용 자체 앱을 만들어 버린 겁니다. 이 앱은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요. 앱 마켓 출시 19일 만에 등록 사용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6월 말 기준으론 42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마오타이 측 발표에 따르면 하루 활성 사용자 수가 500만명 이상입니다. 아니, 술 판매 앱을 이 정도로 많이 이용하는 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인데요. 각종 게임과 이벤트 같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 유입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21년까진 매출의 23%에 불과했던 직영 판매가 이제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는데요. 자연히 마오타이 측이 버는 돈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출고가를 올리지 않고도 말이죠. 아, 물론 전통주를 제외하곤 주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한국 주류회사들 입장에선 부럽기만 한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시장이 또 마오타이에 놀란 부분은 신사업 진출인데요.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을 출시한 겁니다. 마오타이주 맛 아이스크림 말이죠.마오타이는 지난해 5월 컵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는데요(가격 60위안, 약 1만1000원). 술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그것도 비싼 아이스크림이 뭐 얼마나 팔리겠냐고요? 그게 말이죠. 정말 엄청나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1년 만에 100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많이 팔리는 것만이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이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먹는 걸 자랑하며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나 더우인(중국의 틱톡)에 사진과 영상을 올릴 정도로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본사가 있는 구이저우시의 마오타이국제호텔은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본점 방문 인증샷 찍으러 오는 젊은이들로 로비가 북적거린다고 하죠. 지역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문 열 때마다 오픈런이 벌어지고요. 마오타이가 아이스크림을 팔아서 버는 매출은 수억 위안 수준입니다(1000만개 팔아도 6억 위안). 전체 매출의 1%도 안 되는 건데요. 하지만 마오타이 브랜드 면에서는 아주 중요한 신사업입니다. 젊은이들이 브랜드에 열광하면서 전통기업이 ‘회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오타이가 노린 게 바로 이 부분이죠. 아이스크림 인기에 탄력을 받은 마오타이는 지난달엔 더 저렴하면서(29위안) 무알콜인 스틱형 아이스크림 신제품까지 출시했습니다. 마오타이 함유 초콜릿과 음료수 같은 새로운 제품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죠. 식품산업 분석가인 주단펑은 “마오타이가 강력한 IP를 사용해 젊은 소비자 그룹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평가했는데요. 어찌 보면 뭘 만들어도 잘 팔리게 만들 수 있는 브랜드의 힘이 부럽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마오타이 실적이나 주가는 중국 소비시장이 과연 바닥을 찍고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중국증시 전반에 대한 전망이 현재 썩 좋진 않죠. 하지만 술맛뿐 아니라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마오타이는 주목할 만한 면이 있는 기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By.딥다이브중국 내수소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구이저우마오타이가 예상을 웃도는 좋은 실적을 낸 게 다소 의외인데요. 혹시 소비가 바닥을 쳤다는 징후일까요, 아니면 마오타이만의 특수한 상황일까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중국 본토 증시의 시총 1위는 고급 전통주 기업인 구이저우마오타이입니다. 글로벌 주류·음료 기업 중 가장 높은 시총일 뿐 아니라, 삼성전자 보통주보다도 시총이 더 큽니다. -주가는 2021년 최고점보다 30%나 하락했습니다. 그런데도 팬덤은 아직 상당한데요. 중국의 스타 펀드매니저 장쿤 역시 마오타이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이고 있습니다.-온라인 직접판매용 앱을 내놓고 아이스크림 신제품 출시한 마오타이. 수익성을 높이면서 젊은층에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 꽤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오래된 전통의 브랜드라면 참고할 만한 전략입니다.*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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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8%↑, 애플 2%↓…실적 발표 뒤 엇갈린 주가[딥다이브]

    국채 금리 상승이 증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소폭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19%, S&P500 -0.25%, 나스닥지수 -0.10%.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4.198%까지 치솟았다가 4.188%로 장을 마쳤는데요.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금리가 오른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①미국 재무부가 이번 분기에 장기 국채 발행을 늘리겠다고 했고요(국채 공급 증가→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 ②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란 소식이(22만7000건으로, 전주보다 6000건 늘어남)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잠식했습니다. ③2일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여파도 남았고요.그리고 장 마감 뒤엔 많은 투자자들이 기다려온 두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죠. 바로 아마존과 애플인데요. 아마존은 매출과 수익 모두 월스트리트의 기대치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2분기 매출(1344억 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11% 늘어났고, 주당 순이익은 65센트를 기록했습니다. 성장이 둔화됐다는 걱정이 많았던 클라우드서비스 사업(AWS)의 매출은 12% 증가했습니다. 예측보다 나은 성적인데요. 클라우드 부문이 고비를 넘겼다는 희망적인 해석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아마존 주가는 8% 가까이 오름세를 탔습니다. 애플의 실적은 살짝 실망스러웠습니다. 2분기 매출(818억 달러)이 전년 대비 1.4% 줄면서, 3분기 연속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주력제품인 아이폰 판매가 1년 전보다 2.4% 감소한 397억 달러로, 월가의 전망치(402억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대신 서비스 부문 매출(212억 달러)은 8%나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앱스토어, 애플 뮤직, 애플페이, 아이클라우드 같은 유료 디지털 서비스 가입자 수가 지난 1년 동안 1억5000만명이나 증가했다는군요. 총 가입자 수는 3년 전보다 두배로 증가해, 10억 명을 넘어섰다는데요. 서비스 부문은 마진율이 70% 이상(하드웨어 부문의 약 2배)일 정도로 돈이 되는 사업이죠.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CFO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서비스는 생태계의 강점과 건전성을 나타내는 선행지표”라면서 “고객이 우리 장치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2% 넘게 하락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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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하라에 태양전지 깔아도 이게 없으면 안 됩니다[딥다이브]

    올여름 전 세계가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이란 목표엔 더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탄소중립을 위해선 무엇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할까요. 전기자동차 확산과 이차전지 기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수소에너지? 혹시 이건 어떨까요. 구리 전선과 변압기.친환경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요? 네, 그다지 멋져 보이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성능의 전기차가 나오고 태양광 패널을 대규모로 깔아놔도,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탄소중립에서 ‘잊혀진 거인’이었지만 최근 그 존재감이 다시 드러나고 있는 전력망 이야기를 딥다이브 하겠습니다.*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무슨 소용?프랑스 남서부 푸아투사량트엔 ‘콩투어 풍력발전소’가 세워져 3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아마도 8년 뒤에나 말이죠. 풍력발전소 건설이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요? 아닙니다. 건설은 12개월이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전력망이죠.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가정∙사무실∙공장으로 보내줄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8년쯤 걸릴 거라고 합니다. 이미 대기 중인 다른 프로젝트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이외의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콩투어 풍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맡은 베이와의 마티스 타프트 CEO는 FT에 이렇게 말합니다. “전력망 연결 지연이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호주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주요 장애물입니다. 우리는 전력망 연결을 위해 5년,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미국 주택시장은 여전히 호황이지만 미국 전역엔 공사를 하지 못한 빈 주택부지가 흩어져 있습니다. 건설 노동자가 부족하거나 착공허가를 얻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변압기가 부족해서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주택건설업자 발언을 소개합니다. “목재와 장비 부족을 걱정해 대비해왔지만 이제 갑자기 전력 변압기를 구할 수 없게 됐습니다. 106개의 타운홈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6곳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죠.” 미국 공공전력협회에 따르면 주택 프로젝트 5건 중 1건은 변압기 부족 문제로 건설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정용 작은 변압기는 조달하는 데 18개월, 대형 변압기는 20~39개월이 걸립니다.도대체 왜 선진국들이 전기를 연결하지 못해서 이 아우성일까요. 이른바 ‘전기 인프라 혁명’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관련 수요는 폭발하는 데 공급은 심하게 부족합니다. 그 얘기인즉슨 앞으로 전력망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겁니다.전기 인프라 혁명이 시작됐다 갑자기 전기 인프라 혁명이라니. 뜬금없게 느껴지시나요? 그럼 전문기관들이 내놓은 이 예측을 한번 보시죠.①블룸버그NEF 3월 발표 보고서=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선 2050년까지 전력망에 최소 21조40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전 세계 연간 전력망 투자 금액은 2022년 2740억 달러였지만, 2040~2050년 기간엔 연간 8710억 달러로 늘어나야 한다. 전력 케이블은 엄청나게 확장돼, 2022~2050년 동안 총 8000만㎞가 새로 깔려야 한다. 이는 오늘날 전 세계에 깔린 전력 케이블 전체 길이와 맞먹는 수준이다. 새로 설치될 케이블 중 약 6800만㎞는 지상 케이블, 1200만㎞는 지하 케이블, 20만㎞는 해저케이블이 될 전망이다.②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전망치=전 세계가 합의한 목표치(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전력이 현재 3000GW에서 2030년 1만GW로 증가해야 한다. 매년 평균 1000GW씩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력망에 대한 전 세계 투자 금액(연간)도 2022년 3300억 달러에서 2030년 5500억 달러로 늘어야 한다.③미국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 2022년 8월 연구 결과=미국 에너지부의 로드맵(2035년까지 탄소배출 없는 전력망 구축) 달성을 위해선 태양광∙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 기술이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배치돼야 한다. 바람과 태양광이 많은 지역에서 (전기 사용이 많은) 미국 동부로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한 송전망이 필요하다. 2035년 미국의 총 송전용량은 현재의 3배가 돼야 한다. 연간 최대 1만 마일의 대용량 라인을 깔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기관의 예측이 썩 와닿지 않는다면 이건 어떤가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주 캘리포니아 전기회사 PG&E가 연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로 전환하려면 (미국은) 전기 출력이 (지금의) 3배가 필요합니다. 가장 큰 걱정은 긴급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전기 수요가 얼마나 될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한마디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량을 크게 늘릴 거고, 그러려면 전력망을 엄청나게 새로 깔아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전망입니다. 기존에 깔려있는 석탄발전소용 전력망으로는 커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는 곳은 외딴 지역이나 연안이거든요. 대도시나 공장지대와는 한참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도 문제입니다. 햇빛이나 바람은 일정하게 공급되지 않죠. 태양광∙풍력은 기후에 따라 제때 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어서 ‘백업용 배전망’이 필수입니다.영국 엑스터대학의 피터 크로슬리 교수는 FT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경제 중심으로 전달하기엔 현재의 전력망은 잘못된 위치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새로 다시 깔아야 합니다.문제는 돈, 그리고 금속!그럼 재생에너지라는 물 들어왔으니 당장 기업들이 케이블과 변압기 생산 라인을 왕창 늘리고,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올려야 하지 않냐고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돈 때문입니다.전력망 투자를 늘리는 비용을 누가 댈까요. 국가? 지자체? 발전회사? 아마도 상당 부분은 전기요금을 통해 소비자에 전가될 겁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내야 하는 거죠. 썩 내키지 않는다고요? 그게 바로 전력망 투자가 생각처럼 빠르게 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기업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원자재, 즉 금속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단 전기 하면 떠오르는 금속은 구리이죠. 전선은 물론 전기차, 풍력터빈, 태양광 발전부품 등에 모두 들어가니까요. 자연히 ‘전기화’가 가속화될수록 더 많은 구리가 필요한데요.문제는 구리가 당장은 아니지만 곧 부족해질 거란 점입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구리 수요가 2035년까지 현재의 두배(2500만t→5000만t)로 늘어나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죠. 세계적인 케이블 업체 넥상스의 크리스토퍼 게랭 CEO는 FT에 “우리는 이제 희소성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구리 공급에 따른 위험을 감안할 때 투자에 조심스럽다고 설명했습니다.참고로 구리 자체의 매장량은 충분합니다(국제구리연구그룹 “구리 고갈 가능성 매우 낮음”). 다만 이를 파내서 제련하는 설비가 그렇게 빠르게 늘지 않는 거죠. 이런 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려고 한다면 그 비용도 만만찮고요.미국 변압기 업계에서는 또 다른 금속도 논란거리입니다. 바로 강철인데요. 미국 행정부가 배전용 변압기 코어용 강철을 미국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비정질 강철(에너지 낭비 적지만 더 비쌈)’로 바꾸도록 2027년부터 의무화했기 때문입니다. 변압기 제조업체들은 괜히 생산설비를 늘려봤자 4년 뒤 그 제품 판매가 불법이 될까봐 주문이 밀려들어도 증설을 안 합니다. 폭풍과 산불이 한 번에 수백 대의 변압기를 파괴하는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변압기 대란과 정전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사하라 사막에 태양전지판 깔려면답은 모두가 알지만(전력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리로 가기까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는데요. 전력망 부족 현상은 팬데믹 당시의 ‘반도체 대란’처럼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겁니다. 어쩌면 꽤 오랫동안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겠습니다.이쯤에서 전력망과 관련 있는 좀 다른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해볼까 합니다. 바로 ‘전기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유럽의 인터커넥터(Interconnector) 프로젝트입니다. 인터커넥터란 떨어져 있는 두 국가를 해저케이블로 연결해 각 국가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하는 건데요. 이미 2021년부터 가동된 영국과 노르웨이를 잇는 세계 최장 해저 전력 케이블(720㎞) ‘노스씨링크(North Sea Link)’가 있고요. 영국-덴마크, 영국-독일, 그리스-이스라엘-키프로스를 잇는 인터커넥터도 건설 중이거나 곧 착공됩니다.인터커넥터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재생에너지가 남아도는 나라(예-노르웨이의 수력에너지, 아일랜드의 지열에너지)는 전기를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고,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죠.사실 유럽이 인터커넥트 관련해 주목하는 지역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입니다. 사하라 사막 면적의 1.2%를 태양전지판으로 덮으면 전 세계가 쓸만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죠.만약 이게 된다면 “아프리카가 세계 청정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강국이 될 수 있다”(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대표)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물론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게 케이블을 포함한 대규모 전력망 구축입니다. 아프리카 지역은 물론 국제 전력망까지 필요하겠죠. ‘기승전 전력망’인 재생에너지의 세계. 인류 모두의 문제이니 관심을 좀 기울여야 겠습니다. By. 딥다이브전력인프라 관련 수요가 늘어나는 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엔 호재입니다. 요즘엔 미국의 변압기 수요 급증으로 관련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기도 했죠. 장기적으로 에너지 시장을 보면 전력인프라 쪽에 대한 투자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각 국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면서 전력망 확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케이블이 지금의 두배 수준으로 늘어나야 할 거란 전망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전력망 투자 비용은 전기요금에 전가되기 때문에 생각처럼 빠르게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원자재 문제도 있습니다. 조만간 구리 공급량이 수요를 밑돌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사하라 사막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서 전 세계에 전기를 공급하면 어떨까요. 글로벌 전력망 구축만 가능하다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요.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의 필수품 전력망을 기억하세요.*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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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증시, 2019년을 닮았다”…월가 약세론자의 항복 선언[딥다이브]

    월스트리트 약세론자들의 항복이 시작됐습니다.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는데요(다우지수 +0.28%, S&P500 +0.15%, 나스닥 +0.21%). 이로써 S&P500 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한 첫 7개월(1월부터 7월까지)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올해 들어서 이날까지 S&P500 지수는 19.5%, 나스닥 지수는 37.1% 상승했죠. 마켓워치에 따르면 1년 중 첫 7개월 동안 지수 상승률을 기준으로 할 때 S&P500의 성과는 1997년(28.8%) 이후 26년 만에 최고, 나스닥은 1975년(39.1%) 이후 48년 만에 최고라고 합니다. 그만큼 지난 7개월 동안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한 랠리가 펼쳐졌단 뜻입니다.월가의 약세론자들은 속속 비관론을 대폭 수정하기 시작했는데요.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 마이크 윌슨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이날 아침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국 주식은 S&P500 지수가 투자자들에게 29%의 수익을 안겨준 최고의 해 중 하나였던 2019년과 같은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썼습니다. 2019년은 연준이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증시가 호황을 이뤘던 시기인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통화정책 완화로 가는 과정 속에서 메가캡 기술주가 랠리를 주도하고, 성장주가 가치주를 앞질렀다”는 게 윌슨의 분석입니다. 그는 “2019년 비유는 그 자체로 더 많은 지수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도 “우리는 더 넓은 범위의 비즈니스 사이클 지표가 개선되는 걸 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죠. 씨티그룹도 지난주 금요일 연말 S&P500지수 목표치를 4000에서 4600으로 수정하며 약세론을 접었는데요.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연간 실적 성장 가속화에 대한 확신이 커지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 포인트”라고 수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2024년 중반의 S&P500지수 목표치도 4400에서 5000으로 높여 잡았죠. 내년엔 기업 실적이 더 강해질 거라고 내다보기 때문입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항복선언이 이어지는 걸 보니, 역시 주식이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선임 매니저인 브라이언트 반크론카이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영웅이 될 때가 아닙니다. 겸손은 주식 투자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입니다.” 이번 주는 목요일에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습니다. 과연 지금의 흐름을 이어갈 만한 호실적이 나올까요. 겸손한 자세로 지켜보려 합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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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재 없고 성능 탁월, 꿈의 ‘전고체 배터리’… 日 뒤쫓는 韓-獨 [딥다이브]

    화재 위험 없고 한 번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 가능한 전기차용 배터리. ‘꿈의 배터리’라고도 불리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 얘기다.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울 거란 회의론이 나오는데도 주요 배터리·완성차 기업이 개발에 열을 올린다. 한국 일본 독일 등 3국이 경쟁하는 구도다.● 앞서는 일본, 뒤쫓는 한국·독일 25일 현대자동차와 서울대가 개관한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의 주요 연구과제는 전고체 배터리이다. 이미 대중화된 리튬이온전지에서 전해액과 분리막을 고체 전해질로 바꿔 폭발 위험을 없앤 차세대 배터리이다.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는 전 세계 누구도 상용화하지 못한 미래 기술. 현대차는 2025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프로토타입 차량을 달리게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수원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인 ‘S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 중 시제품을 제작해 테스트에 돌입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지난달 창립기념식에서 “올해는 삼성SDI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라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원조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다. 이미 2021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달리는 영상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6월엔 2027∼2028년쯤 한 번 충전으로 1200㎞를 달리는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선 존재감이 없는 독일 자동차 업계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선 뒤지지 않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BMW그룹은 미국 솔리드파워와 손잡고 독일에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 라인을 설치 중이다. 2025년 프로토타입 차량을 공개하고 2030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리튬이온전지가 못하는 두 가지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위험이 있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불이 붙지 않는 소재라서 안전하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이후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관심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 큰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다시 주목받는다.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정점에 다다른 것이 그 이유다. 전고체 배터리 전문가인 조우석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수석연구원은 “리튬이온전지는 이미 완성된 기술”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전지가 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를 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크게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양극을 두껍게 만들어 에너지 저장 용량을 키우는 것. KETI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양극 용량을 2배로 키우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다른 하나는 음극재에 흑연을 섞지 않고 리튬 금속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삼성SDI는 이보다 더 나아가 음극이 따로 없는 ‘무음극 기술(Anode-less)’까지 개발했다. 이론적으로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 한계치는 kg당 350Wh(와트시) 정도다. 현재 리튬이온전지는 최고 300Wh 수준까지 나와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엔 에너지 밀도를 kg당 400∼450Wh로 더 끌어올릴 수 있다. ● 대중화는 2030년 이후 전망 문제는 가격이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굳이 값비싼 전고체 배터리를 채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5일 보고서에서 “고체 전해질 가격은 액체 전해액의 200배 이상”이라며 “2030년 전고체 배터리의 전기차 시장 침투율이 4%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체 전해질의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 가격이 1kg에 1500∼2000달러로, 액체 전해액(9달러)보다 훨씬 비싸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현재 실험실 시약 수준으로만 쓰이는 황화리튬이 앞으로 대량 생산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이 황화리튬 상업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리튬이온전지보다 수십 배 비싸다고 알려졌지만, 삼성SDI가 2027년 양산 시점에 목표로 하는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물론 양산 초기엔 프리미엄급 전기차나 군사용으로 주로 쓰이고 대중적인 전기차로 확대되려면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소재·부품 관련 연구개발은 진전됐지만 배터리 셀을 설계·제조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달리 보자면 일본보다 출발이 늦은 한국 기업이 치고 나갈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조 연구원은 “도요타도 아직은 전기차에 쓸 정도로 셀을 크게 만드는 공정은 어려워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받쳐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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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그룹과 소속사의 진흙탕 싸움… 벼랑끝 몰린 ‘기적의 중소돌’ [인사이드&인사이트]

    《K팝 역사상 이런 걸그룹은 없었다.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이후 17주 연속 빌보드 핫100 랭크.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그 주인공이다.‘큐피드(Cupid)’라는 노래 하나로 세계적 인기를 끈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달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렇게 빨리 뜬 그룹이 이렇게 빨리 전속계약을 깨자고 하다니. 초유의 사태다. 이후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밝히면서 여론까지 들고일어났다.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K팝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K팝 산업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법정으로 간 기적의 중소돌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했다. 데뷔곡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올해 2월 발매한 ‘큐피드’가 대박을 냈다. 쇼트폼 영상 중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서 큐피드 영어 버전에 맞춰 춤추는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3월 ‘빌보드 핫100’에 진입했다. 데뷔 4개월 만으로, 역사상 모든 K팝 그룹을 통틀어 최단기 기록이었다. 초스피드 성공보다 놀라웠던 건 ‘어트랙트’라는 중소 기획사 소속이란 점이다. 4대 대형 기획사(하이브, SM, JYP, YG)가 아닌 작은 회사가 이런 기록을 세우자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기적’으로 불렸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이 돌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속사 어트랙트와 결별하기 위해서다. 사유는 크게 세 가지. 소속사가 정산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했고, 역량(인적·물적자원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어트랙트는 곧바로 ‘외부 세력의 강탈 시도’라고 맞섰다. 외부 세력으로는 피프티 피프티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던 안성일 프로듀서(외주용역업체 더기버스 대표)를 지목했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그 근거로 워너뮤직코리아 측과 5월에 통화했던 내용을 이달 초 공개했다.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가 “안성일 대표(프로듀서)한테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 걸로 200억 제안 드린 게 있다”고 하자 전 대표가 “못 들어봤다”면서 “바이아웃이 뭐죠?”라고 반문하는 내용이다. 여론은 급격히 소속사 편으로 돌아섰다. 이후 전 대표가 자신의 차와 시계를 팔고 노모의 돈까지 보태 총 80억 원을 피프티 피프티에 투자했다는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은 격화됐다. ‘통수돌’, ‘배신돌’이라며 멤버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전 대표는 “하루빨리 멤버들이 소속사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측은 아직 대화조차 해보지 못했다. 재판부는 26일까지 추가 자료를 받은 뒤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노모 돈 보태 80억 원 들였는데”아이돌 그룹 한 팀을 데뷔시키는 데 보통 수십억 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로 ‘80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투자금액이 확인됐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들까. 전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데뷔를 준비하는 2년 6개월간 레슨비·제작비·인건비·월세, 그리고 데뷔 이후 제작비와 인건비, 마케팅 비용까지. 거대 기획사는 자본력이 좋아서 중소 기획사보다 더 많이 쓴다. 우린 퀄리티를 내기 위해 중소 기획사치곤 좀 많이 투자금을 썼다.” K팝 그룹은 철저히 소속사가 키워내는 구조다. 데뷔 몇 년 전부터 숙소에서 합숙하면서 각종 레슨으로 실력을 쌓는다. 피프티 피프티의 경우에도 보컬·댄스·연기·외국어·운동 레슨까지 받았다. 준비 기간이 길다 보니 그만큼 초기 투자비도 많이 든다. 그래서 그룹 활동 초기엔 당연히 투자금이 수익보다 훨씬 더 큰 마이너스 구조이다. 그룹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3년 차는 돼야 소속사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낼 수 있다. 특히 어트랙트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고 기획과 마케팅에 공들였다. 국내 활동으로 먼저 인지도를 쌓은 뒤 글로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기존 K팝 그룹과 달리, 해외 이용자가 많은 SNS 틱톡으로 직행했다. 틱톡 마케팅 비용도 상당히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소속사가 SNS를 주 타깃으로 해서 큐피드 영어 버전에 신경 썼다”며 “콘텐츠 힘도 있지만 소속사의 기획이 중요하게 작용한 성공 사례”라고 설명한다.● K팝엔 없던 바이아웃 제안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건 워너뮤직코리아가 ‘200억 원 바이아웃(buy-out)’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바이아웃은 프로축구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선수와 소속 구단 사이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계약 조항을 뜻한다. 어트랙트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전 대표가 바이아웃이 뭐냐고 묻자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는 “보통 표현으로 아이들을 다 인수하고,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속사와 전속계약 기간이 한참 남은 아이돌 그룹을 다른 기업이 거액을 주고 사가겠다고 하는 건 한국에선 매우 낯선 일이다. K팝이 글로벌화했다고 하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아직 좁은 바닥이다. 서로 사정을 빤히 아는 상황에서 다른 회사가 애써 키워낸 그룹을 돈을 주고 빼오는 건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로 치부된다. 자칫하면 그룹 멤버들에 대해서도 ‘소속사가 고생해서 키웠더니 배신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 한국 엔터업계 정서엔 맞지 않는다. 워너뮤직코리아의 바이아웃 제안은 달라진 K팝의 시장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위상이 높아지면서, 마치 프로축구 시장처럼 한층 더 자본주의화하는 모습이다.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K팝 시장이 엄청나게 커진다면 그땐 프로스포츠 선수처럼 K팝 그룹의 바이아웃 사례가 나올 수도 있을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하기엔 국내 엔터업계가 너무 좁아서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 제2의 피프티 피프티 사태 막으려면연예인이 소속사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인용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도 ‘BAE173’의 남도현과 ‘이달의소녀’ 멤버 12명 전원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엔터업계에선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주목한다. 하 평론가는 “수십억 들여서 기껏 (그룹을) 키워놨는데, 뜨자마자 바로 계약을 깨고 나가버린다면 앞으로 중소 기획사에서 어떻게 신인을 키울 수 있겠냐”면서 “중소 기획사를 운영하는 이들에겐 이 사건이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중소 기획사는 법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약하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가 스케줄이나 건강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우리처럼 법적 분쟁에 투입할 여력이 없는 작은 회사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기획사가 ‘갑’, 아티스트가 ‘을’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보니 논란이 불거지면 회사만 비난받기 일쑤여서 아예 그냥 놓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소속사는 갑, 아티스트는 을이기만 할까. 엔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예전 같은 갑을 관계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고 본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소속사는 아티스트에게 음악방송이나 시상식에 출연하라고 지시하지 못한다”면서 “일일이 사전 브리핑을 해서 연예인 의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피프티 피프티 사태처럼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분쟁을 벌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획사 권리를 더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매니지먼트협회 이남경 사무국장은 “2009년 제정된 표준전속계약서는 뒤바뀐 소속사와 연예인 처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계약서의 불명확한 조항이 전속계약 파기에 악용되는데, 이를 수정해 기획사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경제부 기자 haru@donga.com}

    •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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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봉 10억 싱가포르 장관이 뇌물을? ‘청렴국가’ 정치경제학[딥다이브]

    1인당 국내총생산(GDP) 아시아 1위, 국가 청렴지수 아시아 1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아시아 1위, 외국인직접투자 성과 지수 아시아 1위. 어느 나라인지 아시겠나요? 바로 싱가포르입니다. 천연자원도 나지 않는 영국 식민지였던 작은 도시국가가 1965년 독립한 뒤 급성장한 스토리는 아무리 봐도 놀라운데요.싱가포르가 요즘 초대형 부패스캔들로 들썩입니다. 워낙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국가로 명성이 높은 싱가포르라서 이 사건이 더 흥미로운데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하게 부패척결에 나서온 싱가포르 이야기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호텔 거물과 교통부 장관의 부패스캔들‘S 이스와란 장관은 부패행위조사국(CPIB)이 밝혀낸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이 7월 12일 이런 내용의 짤막한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곧이어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과 말레이시아 출신의 부동산 재벌인 옹벵셍 호텔프로퍼티(HPL) 설립자가 전날인 11일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아니, 싱가포르의 내각 장관이 부패사건으로 체포됐다고? 전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부패행위조사국이 내각 각료를 조사를 한 게 1986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형 부패 스캔들이 싱가포르에선 참 오랜만인 건데요.조사 중인 사건의 내용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해마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스트리트 서킷에서 열리는 포뮬러원(F1) 야간 대회와 관계있을 거란 관측만 나옵니다. 호텔∙리조트 재벌인 옹벵셍 회장은 2008년 F1 대회를 싱가포르에 유치한 당사자이죠. 지금도 F1 싱가포르 대회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그랑프리 조직위(싱가포르GP)를 이끌고 있고요. 싱가포르GP는 지난해 F1 측과 2028년까지 경주를 열기로 계약을 연장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힘을 보탠 정부 관계자가 바로 S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입니다. 특히 언론은 옹벵셍 회장에 주목하는데요. 싱가포르∙영국∙몰디브∙세이셸에서 고급 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기업 오너인 그는 ‘마이더스 손’으로 통합니다. 1980년 HPL 창업 이후,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뒀기 때문인데요. 싱가포르 자산 순위 24위인 그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자비한 사업가’란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인 리콴유 전 총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친구로 유명하죠.이번 사건을 계기로 1996년에 옹벵셍 회장과 고 리콴유 전 총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도 재조명되는데요. HPL이 리콴유 당시 총리와 그의 아들 리셴룽 당시 부총리(현재 총리)에게 고급 아파트 4채를 할인해주는 특혜를 제공했단 의혹이었습니다. 당시 조사 결과 리콴유 총리 부자 모두 무혐의로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말이죠.이번 부패행위조사국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잘 나가던 61세 교통부 장관 이스와란의 정치생명엔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1997년 정계에 입문한 이스와란은 2006년 내각에 임명돼 교통부와 함께 무역관계 장관을 겸임 중이죠. 싱가포르경영대학의 유진 탄 법학 교수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부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인 싱가포르에서 이번 조사가 이스와란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부패하지 않음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에 확실히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도 못 피한다…초강력 부패조사국이쯤에서 싱가포르 부패행위조사국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도대체 어떤 기관이길래 내로라하는 현직 장관과 재벌을 조사는 물론 체포까지 하는 걸까요. 부패행위조사국의 역사를 알면 싱가포르가 왜 국제투명성기구 선정 청렴국가 세계 5위(아시아에선 1위)에 올랐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참고로 미국은 24위, 대한민국은 31위)부패행위조사국은 영국 식민정부 시절이던 1952년 처음 생겨났습니다. 조사관 13명의 작은 조직이었죠. 그 시절 싱가포르는 다른 여러 나라들처럼 가난하고 무질서했습니다. 부패는 매우 흔했고,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죠. 특히 경찰의 뇌물 수수가 만연했는데요. 영국 식민정부가 이를 척결하려고 경찰 내부에 ‘반부패부서’를 만들었지만 당연히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이래 가지곤 안 되겠다, 독립기관으로 만들자 하고 별도의 조직을 설립한 게 부패행위조사국의 시작이었죠.1959년 36세 나이로 자치정부 초대 총리가 된 리콴유는 ‘부패에 대한 무관용’을 내걸고 부패행위조사국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1960년 부패방지법을 만들어, 공공과 민간의 모든 부패행위를 조사할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죠. 부패가 저질러졌다는 믿을 만한 정보나 합리적인 의심이 있으면 영장 없이 체포하고 증거를 압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부패행위조사국은 총리에게 직보하는 독립기관의 위상을 갖게 됩니다. 다른 장관이나 정부기관에는 보고조차 하지 않죠. 부패행위조사국 설립 60주년(2012년) 기념 책 서문에서 리콴유 전 총리는 이렇게 썼습니다. “만약 총리가 조사 진행을 거부하면 부패행위조사국은 대통령에게 사건을 가져갈 수 있다. 즉, 아무도 면제되지 않는다.”부패행위조사국은 갈수록 세를 확장하며 대형 부패사건을 속속 적발∙폭로합니다. 처음엔 마약∙도박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에 집중했지만, 1975년 인도네시아 사업가로부터 방갈로를 받은 정부 장관을 해임시키면서 명성이 한층 높아졌죠. 1986년엔 국가개발부 장관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기소 직전 자살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리콴유 총리는 “국가개발부 장관처럼 저명한 장관을 조사하고 있다는 걸 대중이 알면 뉴스가 야생처럼 퍼질 것”이라며 처음엔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는데요. 일주일 뒤 부패행위조사국이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들이밀자 결국 공개조사를 승인했죠. ‘아무도 면제되지 않는다’는 원칙이 통한 겁니다.물론 때로는 부패행위조사국이 너무 오버한다는 비판도 있긴 합니다. 불과 1싱가포르달러(약 950원)의 뇌물을 받았다며 지게차 운전자를 기소∙투옥한 적도 있기 때문인데요. 진짜 무관용인 거죠.그래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대부분은 이런 원칙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2022년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6%가 ‘싱가포르의 부패통제 노력이 좋다’고 응답했는데요. 특히 부패를 잡겠다는 정치권의 의지, 부패범죄에 대한 중형(10만 싱가포르달러 이하 벌금+5년 이하 징역형), 무관용 문화가 낮은 부패율에 기여하고 있다고 봤습니다.장관 연봉 10억, 총리 20억원리콴유 전 총리는 왜 그렇게 부패 척결에 집착했을까요. 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가 돼야만 싱가포르에 희망이 있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천연자원도 나지 않는 작은 도시국가가 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일단 ‘청렴국가’가 돼야만 한다고 본 겁니다.같은 맥락에서 리콴유 총리는 1994년 공무원 연봉을 대폭 올리는 개혁을 단행합니다. ‘최고 인재에 최고 대우’를 내걸고 공무원 연봉을 깜짝 놀랄 수준으로 확 올려버립니다. “싱가포르가 장기적으로 정직하고 유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으려면 관료들에게 적절한 급여가 지급돼야 한다”(리셴룽 현 총리 2011년 취임식 발언)는 논리입니다. 싱가포르 공무원 연봉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인재들이 민간기업에서 받는 수준과 비슷하게 맞추는데요. 특히 장관급이 되면 연봉이 확 뛰어서 110만 싱가포르달러, 우리 돈으로 10억5000원이나 됩니다. 장관 연봉은 민간 최상위급에 가깝게 맞춘다는 급여공식에 따른 겁니다. 싱가포르 시민 중 소득 상위 1000명의 중간소득을 뽑아서, 그 60%를 초급 장관 연봉을 정하는데요. 총리는 장관의 두배를 받기 때문에 연봉이 220만 싱가포르달러(21억원)입니다.참고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연봉이 40만 달러(약 5억2000만원)입니다. 싱가포르 총리 연봉이 미국 대통령의 4배 수준인데요. 전 세계 국가지도자의 공식 연봉 중엔 단연 1위이죠.그런데 돈을 많이 주면 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가 되는 게 맞을까요? 사실 그 상관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건 아닙니다. 다만 2013년 미국 경제학자 르네 보웬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선 주지사가 더 많은 돈을 받는 주에서 최저임금이 더 높고, 전체 세금 중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는데요(따라서 주지사 월급을 올려주면 유권자가 살기 좋아진다는 결론). 어찌 됐든 적어도 싱가포르에서는 공무원에 높은 연봉을 주는 게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리콴유 전 총리는 2007년 고위공무원 연봉을 대폭 인상할 필요성을 설명하며 이런 유명한 발언을 남겼죠. “알다시피 ‘대화의 치료법’는 무능한 정부를 위한 것입니다. 그걸 얻으면 싱가포르는 다시 통합되지 않을 겁니다. 내 자산 가치는 사라질 거고, 안전은 위험에 처할 거고, 우리 여성들은 다른 나라에서 가정부가 될 것입니다. 난 그걸 택할 수 없습니다!” 부패와 FDI의 명확한 상관관계공무원한테 후하게 연봉을 줬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싱가포르의 청렴도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싱가포르는 사실 대규모 제조업을 유치할 정도로 인건비가 싼 것도 아니고, 천연자원이 나는 것도 아니죠. 그럼에도 외국인직접투자가 밀려듭니다. 인베스트먼트 모니터가 각국의 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FDI) 성과를 평가한 점수에 따르면 싱가포르가 전 세계에선 8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선 1위인데요.왜 다른 나라 기업이 싱가포르에 투자하려 할까요. 흔히 다문화 사회, 영어구사력, 물류적 접근성, 비교적 낮은 법인세율(17% 고정 세율) 등이 그 이유로 꼽히는데요. 동시에 매우 중요하게 거론되는 게 낮은 부패율(높은 청렴도)입니다. 부패는 외국인직접투자를 얼마나 갉아먹을까요. 좀 오래된 1997년에 나온 연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데요.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청렴도 높음)에서 멕시코(부패율 심함) 수준으로 국가의 부패 수준이 높아지는 건 법인세율을 약 21%포인트 높이는 것과 같은 외국인직접투자 감소 효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국가의 청렴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기업 입장에선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올리는 셈이죠. 왜 그렇게 싱가포르 정부가 부패척결을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물론 최근 몇 년만 보면 ‘니어쇼어링’ 효과로 멕시코 FDI가 증가하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그런 점에서도 이번 이스와란 장관과 옹벵셍 회장의 부패스캔들은 놀랍습니다. 과연 싱가포르 정부가 이번도 철저한 ‘무관용 원칙’을 지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싱가포르 여당인 인민행동당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또다른 스캔들도 며칠 전에 터졌죠. 바로 국회의장(유부남)과 여당 의원(싱글 여성)이 수년간 불륜관계를 이어온 게 발각돼 17일 동반 사퇴한 겁니다. 물론 이건 부패(뇌물)사건은 아니지만 연이은 스캔들에 집권여당 분위기가 흉흉합니다.좋게 말하면 정치적으로 안정됐고, 나쁘게 말하자면 사실상 ‘일당 독재’인 게 싱가포르 정치 지형의 특징인데요. 연이은 악재로 1965년 독립 이후 모든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온 인민행동당의 입지가 혹시 흔들리려나요? 전 세계가 싱가포르 스캔들에 주목합니다. By.딥다이브9만1100달러. IMF가 올해 4월 집계한 싱가포르의 1인당 GDP입니다. 미국보다 많을 뿐 아니라 홍콩의 1.7배, 일본과 한국의 2.6배인데요. 이렇게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이렇게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하다니. 참 이례적이라서 흥미로운 국가입니다. 오늘은 강력한 부패척결이라는 싱가포르의 한 단면을 들여다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싱가포르에서 37년 만에 장관과 관련한 부패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재벌과 함께 체포돼 조사를 받는 중입니다. -싱가포르는 건국 초기부터 부패 척결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독립기관인 부패행위조사국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성역없는 수사를 벌입니다. 청렴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공무원 연봉을 대폭 올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는 것도 부패 유혹에 빠지는 걸 막으려는 목적이 큽니다. 실제 정부의 부패수준은 해외 직접투자 규모와 밀접한 영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싱가포르의 부패에 관한 ‘무관용’ 원칙은 계속 유지될까요.*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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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넷플릭스 실적 실망… 나스닥 급제동[딥다이브]

    잘 나가던 나스닥에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테슬라와 넷플릭스 주가 급락 탓인데요. 20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2.05%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47% 상승했지만 S&P500 지수는 0.68% 하락했죠. 전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 주가는 9.74%나 급락했습니다. 올해 1월 초 이후 하루 최대 낙폭입니다. 2분기 매출이 급증하고 순이익도 선방했지만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테슬라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9.6%인데요. 전년 동기(14.6%)보다 5%포인트가 뚝 떨어진 겁니다.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으로 판매대수를 늘리다 보니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마진은 박해진 거죠. 전날 컨퍼런스콜에선 애널리스트들이 영업이익률 하락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는데요. 머스크는 “더 많은 차량을 만들기 위해 마진을 희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금리가 더 오르면 테슬라 가격을 다시 인하하겠다고도 밝혔죠.머스크는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완성하면 차량 가치가 치솟을 것이기 때문에, 단기마진보다는 판매대수가 중요하다는 입장인데요. 당초 ‘2분기가 테슬라 영업이익률의 바닥일 것(하반기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던 월가에서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자산운용사 제프리스 애널리스트 필립 후코이는 고객들에 보내는 메모에서 “테슬라가 주당 수익에 대한 기대치는 초과했지만, 마진이 바닥을 쳤다는 확신은 약화시켰다”고 언급했죠. 넷플릭스 주가도 이날 8.41% 급락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시한 3분기 매출 가이던스(85억2000만 달러)가 월스트리트 추정치(평균 86억7000만 달러)에 못 미치기 때문인데요. 라이트셰드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리치 그린필드는 “실적은 괜찮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주가를 더 높이 움직일 만큼 충분하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메가캡8’으로 불리던 8개 종목(테슬라∙엔비디아∙구글∙메타∙애플∙아마존∙넷플릭스∙MS)은 올해의 나스닥 상승장을 이끌어왔는데요. 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와 넷플릭스가 흔들리면서 기술주 중심 랠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입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의 전략가 앤티 츠발리는 FT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지수가) 새로운 최고점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복감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것은 시장의 극히 일부 종목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이 예상만큼 좋지 않으면 매우 큰 변동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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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 배터리냐 거품이냐…투자자 위한 전고체 이야기[딥다이브]

    요즘 국내 주식 투자하는 분들은 다들 이차전지 전문가입니다. 배터리 셀(전지) 업체뿐 아니라 소재 기업까지 활발히 투자하다 보니 양극재와 음극재가 뭔지, 배터리 구조가 어떤지도 훤히 아시죠.그런데 이건 어떤가요. 전고체배터리. 생소하신가요? 아니면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 쓰는 배터리’ 정도로 알고 있나요?저는 후자였는데요. 전고체배터리 전문가분과 이야기 나눠보니 생각한 것보다 더 놀라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더군요. ‘너무 단가가 비싸서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란 편견도 깨게 됐고요.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차세대전지연구센터에서 전고체배터리 연구팀을 이끄는 조우석 수석연구원과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화재 가능성 제로의 배터리-전고체배터리는 이름부터 ‘전부 고체’라는 뜻이 담겨있는데요. 보통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와는 정확히 뭐가 다른가요.“1800년에 이탈리아 알렉산드로 볼타가 전지를 처음 만들었죠. 이후 지금의 이차전지까지 발전했는데요. 그동안 모든 전지는 양극과 음극이란 고체상태 물질이 있고, 그 가운데엔 ‘전해액’이란 액체가 있습니다. 이온이 왔다 갔다 하면서 에너지를 내는 시스템인데요.전고체배터리는 전해액과 분리막을 없애고 그 부분을 이온을 전도할 수 있는 고체 상태 물질, 즉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씁니다. 따라서 리튬이온전지에선 이온이 ‘고체→액체→고체’로 이동하지만, 전고체배터리는 이동 반응이 고체 상태에서만 일어납니다. 그래서 ‘전고체’라고 부르죠.”-전고체배터리를 특히 주목하는 이유가 ‘안전성’인데요. 얼마 전에도 전기차가 추돌 후 배터리에 화재가 나서 불 끄는 데 세 시간 걸렸다더라고요. 만약 전고체배터리를 쓰면 이런 화재 위험이 아예 없나요?“기존 리튬이온전지가 사고가 나면 불이 나는 이유는 전해액이 불에 잘 붙는 가연성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또 일단 불이 나면 양극과 음극 소재가 계속 산소를 공급하며 같이 타기 때문에 상당히 끄기 어렵죠. 이와 달리 전고체전지는 불에 붙는 물질이 아니에요. 모든 소재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화재위험이 없다고 얘기합니다.”-사고가 나서 배터리가 찌그러진다 해도 전고체배터리는 불이 붙지 않는다?“현재 제가 알고 있는 지식으론 그럴 것 같습니다.”-또 전고체배터리는 안전성만 높은 게 아니라 에너지 밀도도 높다더라고요. ‘똑같은 크기(무게)여도 충전 용량이 더 크다’는 얘기일 텐데, 왜 그런가요? “전고체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가 하지 못했던 걸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에너지 밀도를 올릴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의 두께가 한정됩니다. 두껍게 못 만들어요. 왜냐면 양극을 두껍게 만들수록 그 내부로 액체 상태인 전해액이 침투를 잘 못해요.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성능이 나올 수 없죠.그런데 전고체전지는 모든 게 고체이기 때문에, 양극에도 사전에 고체 전해질이 섞여 들어가야 해요. 사전에 우리가 이온이 움직일 수 있는 패스(통로)를 만들어주죠. 그러다 보니까 전극을 두껍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깊은 방향으로도 충분히 이온을 전달시킬 수가 있습니다. 같은 면적에 전극을 2배 두께로 올리면 면적당 용량을 훨씬 많이 실을 수 있잖아요. 따라서 그게(양극재를 두껍게 올릴 수 있음) 장점이고요.또 다른 에너지 밀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리튬 금속을 그대로 음극으로 쓰는 기술이에요. 이게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가장 좋은데, 리튬 금속이 워낙 불에 잘 붙는 위험이 있어서 못 쓰고 있어요. 그래서 흑연이나 실리콘을 섞는 방향으로 (음극재가) 가고 있는데요. 전고체전지는 잘만 컨트롤하면 리튬 금속을 직접 음극으로 쓰는 기술이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삼성SDI도 몇 년 전에 발표한 건데 무음극, 에노드 리스(Anode-less)’라는 기술이 있어요. 말 그대로 음극이 없다는 얘기이죠. 집전체 위에 실버(은)와 카파(구리)의 얇은 층을 만들어주면, 충전할 때 양극에 있는 리튬이 나가서 그냥 거기에 리튬 층이 생기는 거예요. (리튬이온이) 왔다 갔다 하면서 (리튬 층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죠. 그래서 에너지 밀도를 상당히 올릴 수 있어요.시뮬레이션해보면 리튬이온전지는 올릴 수 있는 용량이 300~350Wh/㎏ 정도가 최대 한계라고 보는데요. 전고체전지는 400~450Wh/㎏까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개발한 기술만으로도 이미 앞서고 있군요.“물론 아직 셀 기술은 완성되지 않았어요. 대신 부품만 가지고 보면 그 정도 가능성이 있고요. 저희 연구원이 연구하는 게 양극 쪽인데요. 지금 만드는 양극이 리튬이온전지의 2배 정도가 나와요.리튬이온전지를 잘 만들면 면적당 ‘전극 용량’이 4mAh/㎠ 정도 나오는데요. 전고체배터리로는 8mAh/㎠까지, 거의 두배 수준이 나오더군요. 이 ‘8’이란 숫자는 리튬이온전지에선 구현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전고체배터리도 종류가 여럿-전고체배터리가 지금 없는 건 아니잖아요? 일본 무라타제작소에선 웨어러블기기용 전고체배터리를 만든다고 알고 있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쓰이나요?“무라타제작소는 아주 작은 마이크로칩 형태 전지를 만들어요. 사이즈가 1㎝ 조금 안 되는. 이건 주로 보청기라든가, 이런 작은 부품에 들어가는 용도로만 쓸 수 있어요. 사이즈가 작으면 에너지를 많이 넣을 수가 없거든요.왜 이런 제품이 가장 먼저 나왔느냐면은 전고체전지도 종류가 되게 많습니다. 종류를 결정하는 건 고체 전해질이에요. 대표적으로 산화물계와 황화물계로 나뉘지요. 무라타처럼 칩 형태로 만드는 건 산화물계입니다. 산화물계는 모래 알갱이 같아서 잘 뭉치지 않는데요. 무라타는 기존에 갖고 있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기술을 이용해 전지를 만드는 겁니다.도요타나 국내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목표로 만들려고 하는 대용량 전고체전지에 들어가는 건 다 황화물 고체전해질입니다. 황화물 고체전해질은 전도도가 높아서 현재의 리튬이온전지에 사용하는 전해액보다 더 우수한 성능이 나오거든요.황화물은 되게 무른 특성이 있어요. 고무지우개 가루처럼 입자들이 잘 뭉쳐요. 그래서 접촉면적을 잘 만들어주고 리튬이온이 잘 통할 수 있게 해줘서 고출력을 낼 수 있죠.”2027년 양산은 과연 가능할까?-전고체배터리를 두고 수년 전부터 ‘이거 나오면 대박이다’, ‘꿈의 배터리다’라고 얘기됐는데요. 최근 관심이 높아진 게 도요타와 삼성SDI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정말 되긴 되는구나’라는 느낌인데요. 하지만 일부에선 2027년은커녕 2030년이 돼도 전기차용 전고체배터리는 양산되지 못할 거라고 얘기합니다. 박사님이 보시기엔 어떤가요?“도요타가 전고체전지의 선구자인데, 2000년대 초반부터 연구했어요. 20년 전 소재부터 차근차근 연구해서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전고체전지 전기차를 시연하겠다’고 했죠. 그리고 2021년 도쿄올림픽(코로나로 1년 연기)에서 유튜브 영상을 공개합니다. 프리우스처럼 생긴 전기차가 번호판을 달고 주행하는 영상이에요.그걸 보면서 도요타가 실제로 전기차에 넣을 만큼 사이즈의 전고체전지 기술을 확보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제 판단으로는 아마 그 전기차가 우리가 흔히 아는 (한번 충전으로) 300~400㎞ 가는 그런 전기차는 아닐 거예요.”-그렇게는 못 갈 거다?“10㎞를 갈 수도 있고요.”-차가 달리긴 하지만 얼마나 달리는지는 모르는 거군요.“왜냐하면 도요타도 100% 전기차에 전고체전지를 쓰겠다는 게 아니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 먼저 쓰겠다고 하고 있어요. 그 얘기는 아직까진 크게 셀을 만드는 공정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거죠. 또 가격적인 문제도 아직 있을 거고요.국내의 경우엔 삼성SDI나 현대차가 2027년 전후에 시연하겠다고 얘기하는데요. 제가 볼 땐 아직까지 전기차용 배터리를 양산해서 제품을 팔겠다는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큰 건 전기차이고 전고체배터리를 전기차에 넣는 게 목표이겠지만, 사실 셀 기술이라는 게 그렇게 쉽지 않거든요. 리튬이온전지도 마찬가지예요. 1992년 소니가 처음 내놨던 배터리는 카메라에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였는데요. 이게 점점 커져서 지금은 그걸 자동차에 집어넣어서 한 번에 400~500㎞ 가게 됐죠. 그동안 물질의 케미스트리 면에서 크게 발전이 있었다기보다는, 셀 기술에 있어서 상당히 진보적으로 치고 나간 겁니다. 한국이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나간 것도 셀 설계 기술과 셀 제조 기술의 노하우 덕분이고요.그것처럼 만약 2027년에 전고체배터리가 나온다면 핸드폰 사이즈 정도가 양산되지 않을까 하고요. 리튬이온전지가 거의 30년에 걸쳐 기술이 발전했던 것처럼, 전고체도 가격을 내리고 사이즈를 점점 키우겠죠. 아마도 2040년 이전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야말로 전고체전지 100%인 순수 전기차가 나오려면요?“물론 (그 전에도) 비싸게는 팔 수 있죠. 예를 들어 포르쉐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상징적으로 전고체배터리를 넣겠다고 하면 2030년 이전에도 나올 순 있어요. 그런데 대중이 전고체전지를 전기차에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2030년 이후로 보는 게 맞을 겁니다.”-말씀하신 대로 가격도 관건이네요. 당분간은 프리미엄급에나 쓰이겠군요.“아마 그럴 가능성이 커요. 그런데 또 모르죠. 저도 연구를 하면서 많이 놀라니까요.”-왜 놀라시는데요?“원래 연구하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결과물이 잘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이만큼만 나왔으면 좋겠는데’라고 하지만 그만큼 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전고체전지 연구를 하면서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볼 때가 많아요. 그럼 ‘이건 진짜 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죠.배터리는 크게 소재, 부품, 전지(셀) 3개로 나눠 얘기하는데요. 제가 봤을 땐 전고체 소재와 부품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나왔어요. 그런데 셀이 아직 어려운 부분이고요. 가격 문제를 얘기하자면, 보통 ‘전고체는 너무 비싸서 안 돼’ 이런 말 많이 하는데요.”-전고체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너무 떨어져서 아예 빛도 못 보고 사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긴 하죠.“가격에서 가장 큰 게 고체 전해질 가격이에요. 황화물 고체 전해질로 많이 쓰는 게 ‘아지로다이트’라는 물질인데, 리튬∙인∙황∙염소 원소들이 조성을 이뤄 만든 물질입니다. 그 원료 중 리튬황 가격이 상당히 비쌉니다. 그런데 사실 리튬+황이어서 그렇게 비쌀 필요는 없어요. 지금 비싼 이유는 산업적으로 아직 이 원료를 만드는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약 수준으로만 쓰다 보니까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싼 거죠. 그런데 이걸 산업에서 앞으로 많이 필요하니까 만들겠다고 하면 상당히 가격을 낮출 수 있어요.즉 원료값이 지금 비싼 거지, 이게 계속 비쌀 이유는 없고 대량생산이 되면 당연히 떨어집니다. 대량생산도 쉽게 할 수 있고요. 지금 국내에도 그런 원료를 개발하려는 업체가 한두군데 있습니다.”-‘비싸서 안 돼’라는 건 지금 기준이고, 앞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군요.“또 하나는 공정 가격입니다.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가장 큰 단점이 수분에 취약한 겁니다. 대기 중 수분과 만나서 반응하면서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고요. 반응할 때 황화수소 가스도 나와요.”-인체에 해로울 것 같은데요.“해로운 거 맞아요. 되게 많은 양이 노출이 되면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일본 하코네 온천 가면 계란 썩은 냄새 나잖아요. 그게 황화수소 가스 냄새거든요. 그 양이 많지 않으면 크게 문제는 없는 거죠. 또 황화수소 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바닥으로 깔리고요. 자동차가 사고가 나서 황화수소 가스가 유출된다고 할 땐 인명에 손상을 가할 만큼 큰 위험은 아닐 겁니다.”-그냥 유황 온천 들어가는 수준인 거군요.“문제는 공정이죠. 전지를 만드는 공장에서 사고가 나서 가스가 나온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어요. 성능도 저하되고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 수분이 없는 조건에서 전지를 만들어야 해요. ‘글로우박스’라고 하는 수분이 제어되는 장비 안에서 전지를 만들 거나, 아니면 ‘드라이룸’이란 시설이 있고요. 그런 건 시설비가 상당히 많이 들죠. 그래서 고체 전해질을 대기 중 노출해도 수분과 반응을 적게 하는 소재로 많이들 개발하고 있어요. 그런 방향으로 간다면 공정비용도 충분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보다는 UAM, 즉 ‘드론 택시’에 더 쓰일 거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전고체전지가 처음 상용화될 만한 부분이 그런 쪽이죠. 항공기나 선박, 아니면 잠수함이요. 그리고 군용에 들어갈 가능성이 클 겁니다. 군용은 가격을 안 따지니까요. 비싸더라도 안전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마 그쪽으로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전고체배터리는 한일 대결? 한국의 경쟁력은?-아무래도 전고체배터리 기술의 원조는 일본이고, 일본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데요. 한국이 뒤늦게 열심히 투자해서 쫓아가고 있잖아요. 보시기에 한국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요. 앞으로 한국 기업이 그래도 일본과 어느 정도 경쟁할 수준이 될까요?“전고체전지 중에서도 소재, 즉 고체 전해질만 보면 아직까진 일본 업체가 월등하게 앞서가곤 있어요. 그 부분을 국내 기업 몇군데도 하려고 하고 있고요.”-기업 이름을 얘기해주시면 더 감사한데요.“씨아이솔리드가 있고요. 또 보안 때문에 아직까진 이름을 노출하지 않은 회사들이 많아요. 어쨌든 여러 곳이 하고 있고요. 그런데 아직은 일본 거에 못 따라가고 있어요. 특히 어느 부분을 못 따라가느냐면, 양극에 들어가는 고체 전해질은 상당히 입자를 작게 만들어요.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게 만들어야, 양극 안에 잘 섞여 들어가서 이온이 잘 이동하게 해주거든요. 그렇게 작게 만드는 기술에서 아직까진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저도 연구하고 있지만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고요.양극 소재도 마찬가지예요. 기존 리튬이온전지에서 쓰던 걸 그대로 전고체 전지에 쓰려고 하는데요. 전고체전지 시스템을 이해한 상태에서 양극을 좀 더 튜닝해야 하는데 그런 연구가 아직까진 부족해요.전지(셀) 기술이 가장 궁금할 텐데, 이 분야 세계 넘버원은 도요타입니다. 그런데 도요타가 셀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일본에서 도요타나 다른 관계자를 만나서 얘기해보면 알려주질 않아요. 다만 특허 수를 볼 때 도요타가 1등이라고 생각하고요. 국내엔 삼성SDI와 현대차,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가장 주목할 만한 기술은 아까 말씀드린 무음극(에노드-리스) 기술인데요. 그걸 삼성에서 만들었어요. 삼성 일본 연구소가 기술을 인큐베이팅한 다음, 그게 국내로 넘어왔죠. 아마도 삼성은 그 기술을 사용해 전고체 전지를 만들 거예요. 따라서 삼성의 기술도 상당히 뛰어나고 보고요. 현대차도 공개된 건 없지만 거기 못지않게 할 거라고 예측합니다. 따라서 도요타를 제외한 다른 일본 회사들과 비교했을 땐 삼성과 현대가 잘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그다음 주목할 건 독일입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고체화학이 강한 나라예요.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대해서는 독일이 기술을 가진 게 없지만 전고체전지는 자기들이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해요. 또 독일은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이잖아요. 벤츠와 BMW 같은 자동차 업체도 열심히 하고, 독일 바스프도 전고체 관련 소재를 많이 개발 중입니다.”-워낙 배터리는 투자자분들의 관심이 뜨거운 분야인데요. 전고체배터리에 대해서 좀 희망적인 얘기 부탁드릴게요.“리튬이온전지 이후에 많은 차세대 전지 후보군이 있었습니다. 리튬황, 리튬에어, 소디움전지, 전고체 전지 등. 저도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해봤는데요. 전고체전지 연구를 하면서는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상용화될 기술이라고 판단하고요.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국내에서 상당히 열심히 연구하고 있고, 국내엔 이를 받쳐줄 정부와 기업도 있다는 게 매우 긍정적입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립니다.” By.딥다이브꿈의 배터리, 전고체배터리에 대한 궁금증이 좀 풀리셨나요. 저는 무엇보다 소재나 부품 기술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셀을 만드는 능력이라는 설명이 흥미로웠는데요. 리튬이온배터리 강국인 한국이 투자를 집중한다면 전고체배터리에서도 얼마든지 강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를 돌려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전해액과 분리막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배터리’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불이 붙지 않는 데다 에너지 밀도도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입니다. -관건은 가격. 대량생산으로 원료 가격을 낮추고, 수분과 반응을 덜하는 소재개발이 필요한데요. 프리미엄급 전기차엔 어쩌면 2030년 이전에, 대중적인 전기차엔 아마도 2040년 이전에 전고체배터리가 탑재될 수 있을 겁니다. -이 분야에선 도요타가 단연 세계 1위이긴 하지만, 삼성SDI나 현대차 같은 국내 기업 기술도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되는데요. 출발은 뒤졌지만 이차전지 기반이 단단한 만큼 한국이 잘 해나갈 분야입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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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사이버트럭’ 떴다…포드·리비안 주가 휘청[딥다이브]

    실적시즌이 시작됐고, 일단 출발은 괜찮습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는데요. 다우지수 0.22%, S&P500 0.39%, 나스닥 0.93% 상승 마감했죠.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미국 대형은행의 실적은 상당히 양호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씨티그룹 실적이 모두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웃돌았죠. 금리가 올랐음에도 1년 전보다 대출이 늘고 신용카드 사용액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있었던 은행권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형은행들은 탄탄하다는 걸 확인했는데요. 이번 주엔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은행과 함께 테슬라와 넷플릭스도 실적을 발표합니다. 사실 그동안 애널리스트들의 2분기 실적 추정치가 계속 하향조정되어 왔는데요. 정말 블룸버그가 집계한 대로 ‘2020년 이후 최악의 실적시즌’이 될지, 아니면 ‘예상보다 괜찮네’라는 안도감을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19일 실적발표를 앞둔 테슬라는 이날 주가가 3.2% 오르며 300달러 선에 다가섰는데요(종가 290.38달러). 드디어 전기픽업트럭 신상품인 사이버트럭이 생산됐다는 소식 덕분입니다. 15일 테슬라가 트위터 계정에 미국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처음 생산된 사이버트럭 사진을 올린 건데요. 2019년 시제품을 공개한 뒤 무려 4년 만입니다. 사이버트럭의 생산개시로 미국 전기픽업트럭 시장이 요동칠 판인데요. 원래 이 시장에선 포드자동차의 전기픽업트럭 F-150라이트닝이 선전하고 있었죠. 포드는 17일 부랴부랴 F-150라이트닝 가격을 최대 1만 달러 가까이 인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장용량 증가와 배터리 원자재 비용 감소(리튬가격 하락)로 가격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포드 측이 밝혔지만, 다들 사이버트럭 영향이라고 보고 있죠. 이날 포드 주가는 5.94% 하락했습니다. 전기픽업트럭 R1T를 생산하는 리비안 주가도 이날 3.34% 하락했습니다. 리비안의 주력제품인 R1T 전기트럭은 시작가격이 7만3000달러(9263만원)로 고가인데요.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흔든다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이버트럭이 얼마에 팔릴지는 아직 모릅니다. 2019년 당시 테슬라가 책정했던 가격은 4만~7만 달러 수준이었는데요. 4년 전 밝혔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일단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테슬라 목표주가를 다시 올려 잡는 추세입니다. 지난주 씨티그룹은 주가 목표치를 215달러에서 278달러로 상향했고요. 웰스파고는 17일 목표가를 170달러에서 265달러로 올렸습니다. 물론 상향해도 지금 주가 수준보다는 낮긴 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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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프티 사태를 아시나요? K팝 중소돌의 기적과 분열[딥다이브]

    K팝 역사상 이런 걸그룹은 없었습니다.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 이후 최장기인 16주 연속 빌보드 핫100 랭크. ‘괴물 신인’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입니다.‘큐피드(Cupid)’라는 노래 하나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게 된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달 또다른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 ‘어트랙트’에 전속계약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낸 겁니다. 이렇게 빨리 뜬 그룹이 이렇게 빨리 전속계약을 깨자고 하다니. 초유의 사태인데요. 이후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밝히면서(소속사는 ‘외부 세력 탓’-멤버들은 ‘신뢰 깨졌다’) 여론까지 들고 일어났습니다. 둘 중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여서 자세히 다루긴 어렵습니다. 다만 피프티 피프티 사태가 K팝 생태계에서 여러모로 새롭고 놀라운 일인데요. 이번 사태로 드러난 K팝 산업의 단면은 무엇인지, 왜 이 사태의 결말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들여다봤습니다.*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중소돌의 기적’ 그 이후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했습니다. 데뷔곡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올해 2월 발매한 ‘큐피드’가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틱톡에서 큐피드 영어버전에 맞춰 춤추는 숏폼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3월 ‘빌보드 핫100’에 올라간 겁니다. 종전에 뉴진스가 세운 ‘데뷔 6개월 만에 핫100 진입’이란 최단 기록을 두달이나 당기며 깼는데요. 초스피드 성공보다 더 놀라웠던 건 ‘어트랙트’라는 작은 중소기획사 소속이란 점이었습니다. 이른바 4대 기획사(하이브∙SM∙JYP∙YG)가 아닌 데 이런 대기록을 세운 거죠. 다들 ‘기적 같은 일’이라고 얘기했고, 그래서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기적’으로 불렸습니다. 이후 영화 ‘바비’의 OST에도 참여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할 기세로 보였는데요. 6월 19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이 돌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냅니다. 소속사 어트랙트와 결별하겠다는 거죠. 결별 이유는 크게 세가지. 소속사가 정산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했고, 역량(인적∙물적자원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이에 어트랙트는 피프티 피프티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던 안성일 프로듀서(더기버스 대표)를 지목하며 ‘외부 세력의 강탈시도’라고 맞섰는데요.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가 워너뮤직코리아 측과 5월에 통화했던 내용을 이달 초 공개하면서 급격히 여론이 소속사 편으로 돌아섭니다.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가 “안성일 대표(프로듀서)한테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 걸로 200억 제안 드린 게 있다”고 하자 전홍준 대표가 “못 들어봤다”면서 “바이아웃이 뭐죠?”라고 반문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전홍준 대표가 자신의 차와 롤렉스 시계를 팔고 노모가 모아둔 9000만원까지 보태 총 80억원을 피프티 피프티에 투자했다는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은 격화됐습니다. ‘통수돌’, ‘배신돌’이라며 멤버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는데요. 현재 진행 중인 가처분신청 재판에선 정산자료를 제대로 줬냐 안 줬냐, 외부세력이 개입했냐 아니냐가 중요하겠지만 그건 양측 말이 워낙 달라서 여기선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대신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중 주목해 볼 점은 이겁니다. 80억원이란 투자금, 그리고 200억원짜리 바이아웃 제안.데뷔 8개월, 투자금 80억원이번 사태 이후 많은 이들이 놀란 점 중 하나가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가 밝힌 80억원이란 투자금액이었습니다. 아이돌 그룹 하나 키워서 자리잡게 하는데 수십억원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있긴 했는데요. 대형사도 아닌 중소기획사인데도 80억원을 쏟아부었다니 좀 놀라웠죠. 그래서 이 부분을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 본인에게 직접 물어봤는데요(왜 그렇게 큰 투자비가 드나요?).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2년 6개월(연습생 선발 이후 데뷔 준비 기간) 간 레슨비∙인건비∙제작비(음반과 음원), 헤어∙메이크업∙코디비용, 댄서비, 숙소와 연습실 월세 등등. 그리고 데뷔 이후엔 제작비∙활동 위한 헤어∙메이크업∙코디, 댄서비, 인건비, 자체 콘텐츠 제작비, 마케팅 비용. 얼마나 쓰느냐는 회사 상황에 맞게 (정합니다). 거대 기획사는 자본력이 좋아서 중소기획사보다 더 많이 들어갑니다. 우린 중소기획사치곤 좀 많이 (투자금이) 들어간 거죠. (해외시장에 어필할 만한) 퀄리티를 뽑아야 하니까요.” 아시다시피 K팝 아이돌은 소속사가 키워내는 겁니다. 데뷔 전에 소속사 마련한 숙소에서 몇년씩 합숙하면서 각종 레슨으로 실력을 쌓고 데뷔를 준비하죠. 피프티 피프티 경우에도 멤버들이 보컬∙댄스∙연기∙외국어∙운동 레슨까지 받았다는데요. 그만큼 데뷔까지 준비 기간도 길고 초기 투자비도 많이 듭니다. 그래서 그룹 활동 초기엔 당연히 투자금이 수익보다 훨씬 더 큰 마이너스 구조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룹마다 다르지만 보통 ‘평균적으로 3년차는 돼야 정산 받는다(투자금 회수하고 이익이 나기 시작한다)’고 얘기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어트랙트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고 기획과 마케팅에 공들였습니다. 먼저 국내 활동으로 인지도와 팬덤을 쌓은 뒤 글로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기존 K팝 그룹과 달리, 해외 이용자가 많은 SNS인 틱톡으로 직행했죠. 틱톡 마케팅 비용도 상당히 들었을 걸로 추정됩니다. 이 전략은 들어맞았고, 초고속 성공의 발판이 됐습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소속사(어트랙트)가 처음부터 SNS를 주 타깃으로 해서 큐피드 영어 버전은 (한국어 버전과) 구성도 다르게 만들며 신경 썼다”면서 “콘텐츠(노래)의 힘도 있지만 소속사의 기획이 중요하게 작용한 성공 사례”라고 설명합니다. K팝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낸 겁니다.200억원에 아이돌 사간다? 바이아웃 논란엔터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건 워너뮤직코리아가 ‘200억원 바이아웃’을 제안했었다는 사실입니다. ‘바이아웃(buy-out)이란 용어가 K팝 그룹을 대상으로 등장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요. 바이아웃은 보통 프로축구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이죠.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선수와 소속 구단 사이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가리키는데요. 어트랙트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전홍준 대표가 바이아웃이 뭐냐고 묻자,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는 “보통 표현으로 아이들을 다 인수하고,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워너뮤직코리아의 바이아웃 제안을 어트랙트 측이 언제 알았느냐, 이게 멤버 강탈 시도냐 아니냐를 두고서는 양측(전홍준 대표와 안성일 프로듀서) 입장이 첨예하게 맞섭니다. 어느 쪽 말이 진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속사와 전속계약 기간이 한참 남은 아이돌 그룹을 다른 엔터사가 거액을 주고 사가는 일 자체가 한국에선 상당히 낯선 일입니다. K팝이 글로벌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작습니다. 네트워크로 서로 다 연결돼있죠. A회사가 연습생 때부터 키워서 데뷔시킨 그룹을 B회사가 돈을 후하게 쳐주고 사간다? 시장논리로는 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좁은 엔터 바닥에선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손가락질받을 일로 치부됩니다. 자칫하면 그룹 멤버들에 대해서도 ‘소속사가 고생해서 키웠더니 배신한다’는 식의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고요. 한마디로 한국 엔터업계 정서와는 맞지 않습니다. 달리 보면 워너뮤직코리아의 바이아웃 제안은 달라진 K팝의 위상 또는 시장가치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한데요. 마치 프로축구 시장처럼 한층 더 자본주의화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향후에 K팝 시장이 엄청나게 커져서 시장가치가 훨씬 높아진다면 그땐 프로스포츠선수들처럼 ‘바이아웃’ 사례가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예컨대 큰 회사가 ‘1000억을 줄 테니 그룹을 팔아라. 더 큰 글로벌 아티스트로 키우겠다’라고 하면, 그게 아이돌을 육성한 분들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방법이 될 수도 있죠. 그 돈으로 새로운 그룹을 또 만들고요. 하지만 아직까진 그렇게 하기엔 엔터업계가 너무 좁습니다. (업계가 생각하는) 상도덕상 맞지가 않아요. 아직은 시기상조이죠.”소속사는 갑, 연예인은 을?아이돌 멤버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피프티 피프티만이 아니라 EXO의 첸백시(이후 소속사 SM과 계약 유지키로 합의), BAE173 남도현(가처분신청 인용), 이달의소녀 멤버들(12명 전원 가처분신청 인용) 사례가 있는데요. 참고로 가처분이란 방식은 2009년 동방신기 멤버들이 SM엔터테인먼트와의 분쟁(전속계약 기간이 13년이나 됐던 게 쟁점)에서 처음 썼습니다. 정식 재판은 대법원까지 가려면 2~3년 걸리는데, 그동안 활동을 못하면 가수 생명이 끝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동방신기가 가처분신청을 냈는데 당시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엔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요. 이를 계기로 2009년 전속계약기간을 최대 7년으로 제한하는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이 줄잇고 있죠. 사안마다 다르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런 가처분신청은 인용되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즉, 법원이 연예인쪽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죠. 과연 이번 피프피 피프티 건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관심이 집중되는데요. 하재근 평론가는 “만약 수십억 들여서 기껏 (그룹을) 키워놨는데, 뜨자마자 바로 계약을 깨고 나가버린다면 앞으로 중소기획사에서 어떻게 신인을 키울 수 있겠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 사건이 중소기획사를 운영하는 분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라고 설명합니다. 중소기획사는 아무래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합니다.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가 스케줄이나 건강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계약해지를 요구하면 우리처럼 법적 분쟁에 투입할 여력이 없는 작은 회사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합니다. “상황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기획사가 ‘갑’, 아티스트가 ‘을’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보니 논란이 불거지면 진실과 상관 없이 회사만 비난을 받기 일쑤여서 아예 그냥 놓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하는데요.과연 소속사는 갑, 아티스트는 을이기만 할까요. 엔터업계에서는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예전같은 갑을 관계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이번 사태가 보여준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소속사는 아티스트에게 음악방송이나 시상식에 출연하라고 지시하지 못한다”면서 “일일이 사전 브리핑해서 연예인 의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피프티 피프티 사태처럼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분쟁을 벌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획사 권리 보호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한국매니지먼트협회 이남경 사무국장은 “2009년 제정된 표준전속계약서는 뒤바뀐 소속사와 연예인의 처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계약서의 불명확한 조항이 전속계약 파기에 악용되는데, 이를 수정해 기획사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수년을 함께 동고동락하며 어렵사리 성공을 일궈내는 소속사와 아티스트. 그 관계의 끝이 소송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둘 중 어느 쪽에 더 책임이 있는지와 별개로, K팝의 글로벌 위상과는 맞지 않아 보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서로를 동반자로 여기고 존중하는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빨리 (멤버들과) 합의가 돼야 K팝의 글로벌 장르화가 되기 시작한 이 시점에 K팝 시장이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하루 빨리 멤버들과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By.딥다이브이번 사태를 두고 현재까지 여론은 거의 일방적으로 소속사 편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멤버들에 대한 공격이 워낙 많아서 솔직히 조심스럽습니다. 최대한 입장을 반영하려고 멤버들의 변호인도 접촉했지만 소송 중이어서 개별적으로 입장을 밝힐 순 없다는 답변이더군요. 부디 재능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앞날에 도움이 되고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방향으로 이 사태가 해결됐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며 K팝의 새 역사를 써가던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이 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분쟁 중입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유례없는 이른 성공과 이른 분쟁을 두고 엔터업계의 관심이 뜨겁습니다.-소속사가 피프티 피프티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80억원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중소기획사로서는 과감한 투자를 한 게 들어맞았던 건데요.-이런 피프티 피프티를 인수하기 위해 워너뮤직코리아가 200억원의 ‘바이아웃’을 제시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아직은 의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국내 엔터 업계를 술렁거리게 만드는 소식이었습니다.-과연 멤버들이 제기한 가처분소송은 인용될까요. 엔터업계, 특히 중소기획사들엔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속사=갑, 연예인=을’이라는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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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 전쟁이 끝나간다…나스닥 연일 랠리[딥다이브]

    드디어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건가요. 소비자물가지수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도 둔화했다는 소식에 뉴욕증시가 탄력을 받았습니다. 1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14%, S&P500 0.85%, 나스닥지수 1.58% 상승으로 마감했죠. 13일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2020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입니다. 전날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0% 그쳐 확연한 둔화세를 보였는데요. 이에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주식시장의 키워드로 급부상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잡힌 게 지표로 확인됐으니, 연준의 금리인상도 조만간 마감될 거란 기대가 커진 겁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CIO 크리스 자카렐리는 블룸버그에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이달 말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지만, 올해 금리 인상이 (이달 말에)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최악의 인플레이션 싸움이 끝나간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대형기술주로 몰렸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날 4.72% 급등했습니다. 브라질과 유럽연합에서 바드(Bard) AI 챗봇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도 4.73% 급등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의 상장을 앞두고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날 눈에 띄는 종목 중엔 니콜라가 있습니다. 니콜라가 수소 공급업체 바요테크에 향후 5년 동안 수소트럭 5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이날 60.87% 급등했는데요. 니콜라 주가(2.22달러)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2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니콜라는 2020년 공매도 업체가 ‘사기’라고 공격해 주가가 폭락했던 그 전기 트럭 스타트업이죠. 2020년 상장 직후엔 주가가 70달러에 육박했던 적도 있었던 종목입니다. 과연 니콜라는 부활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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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만년 만에 가장 뜨거운 지구에 엘니뇨가 닥쳤다[딥다이브]

    요즘 날씨가 이상합니다. 장마철이라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 뜨겁습니다. 지난주 목요일(6일)은 지구 평균 온도가 1979년부터 관측한 이래 가장 높은 날이었는데요. 두번째로 더운 날이 지난주 금요일(7일), 세번째는 수요일(5일)이었습니다. 확실히 이상하죠? 이 더위가 심상찮은 건 이제 시작일 수 있어서인데요. 태평양 수온이 오르는 엘니뇨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역대급 기후변화와 강력한 엘니뇨가 만나게 된 건데요. 벌써부터 설탕과 커피 가격이 뛰고, 일부 국가는 가뭄 대비에 나섰습니다. 먼 얘기 같지만 사실은 바로 지금 우리 생활에 닥쳐온 기후변화와 엘니뇨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지구미국 메인대학교의 기후재분석기(Climate Reanalyzer)는 1979년부터 현재까지 지구 지표면 2m 높이의 평균 기온을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위성 데이터와 지표면∙열기구 관측,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산출하는데요. 지난 3일의 수치가 전 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처음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17도를 돌파(17.01도)해 ‘역사 상 가장 더운 날’ 기록을 새로 썼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건 이후 기온이 떨어지긴커녕 더 올라서 7월 6일엔 17.23도까지 오른 건데요. 이날은 과거 평균 기온과 1도 넘게 차이 날 정도로 더웠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더위는 난생처음입니다.물론 이는 비공식 기록입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이건 마치 아픈 사람의 체온을 잰 것과 같기 때문이죠.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야 나오는 의사의 공식 진단(공식기록)처럼 정확하진 않을 수 있지만,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건 확실히 보여줍니다. 기록적인 무더위는 세계 곳곳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지난주 9일 연속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어섰습니다. 196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기록입니다. 미국에선 6월 말 텍사스 일부 지역을 불태운 무더위로 인해 수천명이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12명은 사망). 멕시코는 치솟은 기온 때문에 올 3월 이후 최소 11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도의 맹렬한 폭염은 비하르주 지역에서 44명을 사망케했고요. 캐나다의 전례 없는 대형 산불로 뉴욕까지 미세먼지에 뒤덮여야 했죠. 특히 지난주 역대급 더위 기록에 크게 기여한 건 남극의 유난히 따뜻한 겨울날씨입니다. 남극 대륙 일부와 인근 해양 기온은 과거(1979~2000년) 평균보다 무려 10도 넘게 올랐는데요. 메릴랜드대학의 라구 머터구드 교수는 가디언에 “남극의 바람 전선이 따뜻한 공기를 더 깊은 남쪽으로 밀어내면서 남극 주변 기온이 이례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합니다.아니, 왜 이렇게 세계 곳곳의 날씨가 이상한 걸까요? 사실 과학적 관점에선 이 기록적인 더위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예측해온 것과 정확히 일치하니까요. “극한 더위는 지구 기온 상승의 가장 명백한 결과”입니다(텍사스 A&M대학의 존 닐슨 개먼 교수의 복스 인터뷰). 기후 변화에 있어 1.5도는 중요한 수치라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각국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2도 이내, 가급적 1.5도만큼만 오르게 하자고 목표를 세웠으니까요. 그런데 지난달 초 EU의 코페르니쿠스 지구관측소 연구원들은 지구의 지표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상승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임계점에 다다른 겁니다. 독일 칼스루에공과대학의 하랄트 쿤스트만 교수는 “6월에 1.5도 임계점에 도달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이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합니다.12만년 전 온도를 넘어설까지구 온난화 자체를 부정하는 회의론자들도 일부 있지만(예-트럼프 전 대통령)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건 여러 증거가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다만 그게 실제 인류에 얼마나 큰 위협인지를 두고 해석이 다를 순 있는데요. 기후 기록이 남아있는 건 1800년대부터이지만 과학자들은 나이테, 빙핵, 해양퇴적물, 산호초 같은 데이터로 더 길고 긴 시간의 기온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종합해 봤을 때 “올해 7월은 약 12만 년 전의 간빙기 이후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 될 것”(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카르스턴 하우스틴 박사의 가디언 인터뷰)이라고 합니다. 간빙기란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의 따뜻한 시기를 말하는데요. 지금도 지구는 간빙기에 있습니다(1만2000년 전 시작). 그리고 그 이전 간빙기가 12만5000년 전입니다. 지금 사막인 아라비아반도가 푸르른 초원이었던 시기이죠. 이 당시 지구 온도는 지금보다도 약 1도 정도 더 따뜻했다는데요. 이렇게 반문할 분도 있을 겁니다. 지금보다 더 더웠던 그때도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는데, 간빙기에 기온이 오르는 게 뭐 그리 큰일이지?문제는 방향(기온 상승)보다 속도입니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1만 년에 걸쳐 지구 온도가 4도 올랐는데, 산업화 이후 100여 년 만에 1도 넘게 올랐습니다. 특히 1981년 이후엔 이전 100년보다 온난화 속도가 두배 이상으로 더 빨라졌습니다. 12만년 전 간빙기엔 해수면이 지금보다 30피트(9m) 정도 더 높았다고 하죠. 그런데 지금 속도대로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면 금세기 중반에 12만년 전 수준에 도달합니다. 이번 세기말인 2100년이면 지금보다도 2.7도 더 지구가 뜨거워지고요. 그럼 어떻게 되냐고요? 국립기상과학원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모험의 세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과연 그래도 인류가 적응해 견딜 수 있을까요? 아무도 장담 못 할 일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탄소배출을 줄여서 온난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죠. 기후과학자 제프 베라르델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불치병과 달리 우리는 문제와 해결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주의를 기울이고 신속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엘니뇨가 이제 막 돌아왔다사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워낙 많이 들어와서 혹시 심드렁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이건 어떤가요. 엘니뇨(El Niño).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4일 엘니뇨 발생을 선언했습니다. 7~9월 엘니뇨가 발생해 올겨울 최소 중간급 이상으로 발달할 확률이 90%라고 전망했는데요. 무려 3년간 이어진 라니냐가 끝나고 4년 만에 엘니뇨가 돌아온 겁니다. 엘니뇨 자체는 이상기후가 아닙니다. 주기적으로 2~7년마다 찾아오는 자연적 현상입니다. 태평양 적도 부근에 불던 무역풍이 약해져서 뜨거운 바닷물이 서쪽으로 가지 못한 채 동쪽 연안에 그대로 쌓여있는 겁니다.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높아지게 되는데요. 1600년대 페루의 어부들 주기적으로 크리스마스 즈음인 12월에 온수층이 두꺼워져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걸 발견하고 ‘엘니뇨’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스페인어로 ‘아기예수’).문제는 엘니뇨가 가뜩이나 더운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든다는 겁니다. 평균적으로 지구 온도를 0.2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얼마 전까지 역대 가장 지구가 더웠던 해로 기록됐던 2016년이 그 증거입니다. 2016년은 ‘슈퍼 엘니뇨’가 기승이었던 해이죠. 그럼 혹시 지금의 이 무더위 역시 엘니뇨 때문인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기후위기 걱정을 좀 덜 수 있을 텐데요. 알아보니 약간의 영향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엘니뇨 탓을 하기엔 좀 이르다고 합니다. 태평양의 난류는 몇 달에 걸쳐 천천히 전 세계를 이동합니다. 이 난류가 성층권 제트기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대서양과 유럽 기후까지 영향을 받는 건데요. 엘니뇨는 보통 9~12개월 이어지기 때문에 아마도 내년 여름까지 지속될 겁니다. 다시 말해 지금은 아직 시작일 뿐입니다. 엘니뇨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는 현상은 내년 여름이 절정일 수 있습니다.엘니뇨의 경제 나비효과올해보다 내년 여름이 더 덥다니.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데요. 엘니뇨는 단순히 더운 게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기후에 아주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데요.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와 남부아시아(인도)는 강수량이 줄어 가뭄이 닥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보통 여름철 상승기류가 생겨서 비가 많이 오는데요. 엘니뇨는 이 지역 공기를 가라앉게 만들기 때문에 건조해집니다. 호주가 가뭄과 산불 위험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죠. 반면 아프리카 동부와 남미 일부는 비가 오히려 많이 와서 홍수를 걱정해야 합니다. 태평양 열대 저기압이 늘어나서 하와이엔 태풍이 몰아칠 수 있고요. 같은 미국에서도 지역별로 달라서, 미국 북부는 더 따뜻하고 건조해지지만 남부는 춥고 비가 많이 내리게 됩니다. 대신 대서양은 오히려 대기가 안정적으로 되어 허리케인 활동은 줄어들고요. 그 결과 엘니뇨는 세계 경제에 주기적으로 손해를 끼쳐왔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2~83년 엘니뇨는 4조1000억 달러, 1997~98년 엘니뇨는 5조7000억 달러의 피해를 줬다고 하죠. 직접적으론 어업과 농업에 영향을 주죠.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가 안 잡히고, 가뭄(또는 홍수)으로 농산물 생산이 줄어드니까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모델링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 기간 동안 비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4%포인트 뛰었다는데요.오랜 경험이 누적됐기 때문이겠죠. 이젠 엘니뇨가 시작될 조짐만 보여도 식량 가격이 들썩입니다. 지난달 도이체방크는 엘니뇨 경고가 커지면서 커피, 설탕, 코코아 가격이 급등했고, 다른 작물로 확산할 거라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글로벌 설탕 선물가격은 지난달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16년 엘니뇨 당시 브라질 사탕수수 농장이 홍수로 60%나 작업이 중단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엘니뇨 영향권인 국가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엘니뇨에 대비해 천연가스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콜롬비아는 전력의 3분의 2 이상을 수력발전으로 공급하는데요. 엘니뇨로 가뭄이 들면 전력 생산에 어려움이 닥칠까봐 걱정하는 겁니다. 태국 정부는 엘니뇨 영향으로 올해 몬순 시즌에 전국 강우량이 평균보다 10% 줄어들 걸로 보고, 물 절약 비상계획 수립에 나섰습니다. 이미 농부들에게 “물을 절약하기 위해 2개 작물이 아닌 단일 작물로 재배하라”고 당부했고요. 노무라홀딩스의 유벤 파라쿠엘레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태국은 대규모 식량 수출국이기 때문에 엘니뇨가 경제 성장의 큰 걱정거리”입니다. 엘니뇨로 가뭄이라도 닥치면 태국은 쌀 생산이 줄어서 GDP가 최대 0.2%포인트 감소하게 됩니다. 세계 2위 금 소비국 인도에선 엘니뇨로 금 수요가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도에서 금을 많이 사는 큰손은 대도시보다 농촌 지역에서 많이 사는데요. 엘니뇨로 가뭄이 들면 흉작 때문에 농부들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원자재를 넘어 다른 소매 부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고 예상합니다. BMO 캐피탈 마켓의 사이먼 시겔 애널리스트는 CNN에 “코트∙그릴∙야외가구∙스웨터를 판매하는 소매업체는 자연이 그들에게 무엇을 던질지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하는데요. 여행 업계도 엘니뇨의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과학저널 애트모스피어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 기간 동안엔 미국 내 자연명소를 찾은 방문객 수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하죠. 그럼 혹시 엘니뇨와 식품인플레이션을 투자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까요. 대신증권은 최근 팜유 착유공장이나 농장을 소유한 기업에 투자할 만하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과거 엘니뇨 기간에 농산물 팜유 가격 상승률이 특히 높았기 때문입니다(19.2%). 팜유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생산량의 대부분(83%)을 차지하는데요. 엘니뇨가 강해지는 4분기가 팜유 수확 시기와 맞물리다 보니 생산이 줄어들고 가격이 뛸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엘니뇨가 국제 곡물가격에 끼칠 영향은 라니냐(태평양 수온 하강이 특징)보다 작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엘니뇨 때문에 호주나 동남아는 곡물 생산량이 줄겠지만(강수량 감소), 미국 남부나 멕시코 지역은 오히려 늘기 때문에(강수량 증가) 상쇄가 되는 겁니다. 참고로 일각에서는 예전보다 엘니뇨가 잦아진 게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사실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연구결과(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엘니뇨가 줄어든다)도 있죠.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올해와 내년은 온난화와 엘니뇨가 겹치는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분간 세계 경제를 논할 땐 엘니뇨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할 겁니다. By. 딥다이브엘니뇨가 나타나면 우리나라는 미세먼지가 잦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겨울이 따뜻해지고요. 썩 반갑지 않은데요. 그나마 다행인 건 기후 예측이 갈수록 정교해져서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는 거죠. 환경은 물론 산업과 투자의 관점에서도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지난주인 7월 6일이 관측 사상 역대 가장 지구가 더운 날이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서 열사병과 산불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명확한 지구 온난화의 증거입니다. -이런 속도대로라면 12만년 전 간빙기 때의 온도도 금세기 중반이면 넘어설지 모릅니다. 인류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기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특히 걱정인 건 이번 여름에 엘니뇨가 4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미 설탕 가격이 오르는 등 식량 물가가 들썩입니다. 엘니뇨가 더 강해질 올해 말이나 내년엔 무더위도, 식품 인플레 현상도 더 극심해질 수 있습니다. 먼 나라 얘기 같은 엘니뇨 현상을 잘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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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 잡힐까? CPI 바라보는 뉴욕증시[딥다이브]

    지난주 하락했던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월요일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62%, S&P500 0.24%, 나스닥지수 0.18% 상승 마감했는데요. 이번 주 투자자들의 관심은 12일(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9시 30분) 발표될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립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일단 다우존스가 집계한 6월 CPI 상승률 전망치는 전년 동월 대비 3.1%입니다. 5월의 4.0%에서 크게 떨어질 거란 전망인데요. 일단 시장에선 7월에 연준이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거라고 보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지표는 그 이후 동결일지, 아니면 한 차례 더 인상이 있을지에 대한 신호를 줄 겁니다. BTIG의 톰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마켓워치에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면서 “연준이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고, 올해 남은 기간엔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죠. BCA리서치의 수석전략가 아이린 툰켈은 “(CPI 데이터에서) 긍정적인 놀라움을 얻지 못하면 주식시장이 하락하기 쉽다”면서 “승리를 축하하기엔 이르다”라고 경고합니다.이번 주는 기업의 2분기 실적발표가 시작되는 주이기도 합니다. 금요일에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의 2분기 실적이 나올 텐데요. 전망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몇주 동안 실적 추정치를 낮춰잡고 있는 추세입니다. 밀러타박의 매트 말리는 블룸버그에 “(주식이 이미 비싸졌기 때문에) ‘실적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고 해도 시장이 랠리를 펼치긴 어렵다”면서 “기업 전망이 실망스럽게 나온다면 주식시장에 심각한 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이날 중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도 눈여겨 보셔야 합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보다 0.2% 하락했다는 소식이 충격을 줬기 때문입니다(전년 동월과는 동일). 생산자물가지수도 전년 동기보다 5.4% 하락해, 애널리스트들 전망치보다 더 빠르게 떨어졌고요. 위드코로나 전환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채 ‘디플레이션’에 빠질 조짐인데요. 5%라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중국 정부가 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헤론 림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중국의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며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근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은행은 미국 연준 같은 통화부양책을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거란 우려는 이날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는데요(8월 인도분 WTI 가격 1.18% 하락). 중국발 ‘D의 공포’가 현실이 되느냐에 따라 하반기 세계경제 흐름이 달라질지 모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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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속도+충격 가격=패션의 미래’라는 공식 [딥다이브]

    미국 Z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패션 브랜드. 뭔지 바로 떠오르시나요. 바로 쉬인(Shein)인데요. 기업가치 600억 달러의 쉬인이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란 뉴스가 연이어 나옵니다. 만약 IPO가 성사된다면 2021년 중국 차량공유 기업 디디추싱 이후 가장 큰 중국계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이라는데요. 혹시 쉬인을 잘 모르시거나 ‘아, 그 중국산 값싼 옷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라고만 알고 계신다면 다시 보셔야 할 겁니다. AI 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소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패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란과 잡음도 많은 ‘울트라 패스트 패션(ultra-fast fashion)’의 선두주자, 쉬인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H&M∙자라 수준으로 급성장쉬인은 중국인은 잘 모르지만(중국에선 판매하지 않음) 미국을 포함한 세계인이 열광하는 중국 패션브랜드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하나도 없지만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지난해 230억 달러(약 30조원)의 매출을 올린 온라인 패션 기업이죠. 230억 달러라는 지난해 매출은 스웨덴 H&M(약 210억 달러)보다 많고 자라의 인디텍스(238억 유로)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패션업계의 거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겁니다. 지난 3월 모금라운드에서 평가된 쉬인의 기업가치는 600억 달러. 전 세계 비상장기업 중에선 ‘틱톡’의 바이트댄스(2200억 달러)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1500억 달러) 다음으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세계 3위 유니콘입니다. 이런 쉬인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 중입니다. 로이터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건체이스가 쉬인의 IPO 준비 작업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지, 나스닥에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는데요. 현재 본사는 싱가포르이지만, 2012년 중국 난징에서 설립돼 중국 공장에서 만든 옷을 판매하는 쉬인은 중국계 기업으로 통하죠. 디디추싱의 흑역사(2021년 NYSE IPO 이후 중국 정부 압력에 시달리다 1년 만에 상장폐지) 기억이 아직 생생한 터라, 쉬인이 무사히 뉴욕증시에 데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계 기업 쉬인의 미국 상장을 마뜩잖아 한다는 게 큰 걸림돌인데요. 그럼에도 쉬인의 놀라운 성장세는 투자 관점에서 볼 때 매력적인 게 사실입니다. 쉬인의 매출은 2019년 40억 달러에서 2020년 100억 달러, 2021년 157억 달러, 그리고 2022년 230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민첩성으로 패션 산업을 바꾸다몇년 전만 해도 존재감 없었던 쉬인은 미친 속도와 충격적인 가격으로 패션업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쉬인 사이트에서 고객들은 5.99달러 티셔츠와 9.99달러 드레스 같은 상품 수십만 개를 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쉬인이 1년 동안 새로 생산해내는 스타일이 약 31만5000개라고 합니다. H&M은 연간 4400개 수준인데 말이죠. 매일 신상품이 1000종류씩 올라온다는 쉬인의 홍보문구 그대로인데요. 신상품이 매일 100개도 아니고 1000개라니.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요. 글로벌 컨설팅업체 BCG가 지난 3월 낸 보고서에서 이를 분석했는데요. BCG가 분석한 쉬인의 경쟁력 원천은 이겁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민첩한 공급망’. 이에 따르면 쉬인은 신상품을 처음에 100~200개씩만 주문합니다.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 모르니까 일단 팔아보고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는 거죠. 사이트에 제품 사진이 올라오면 그때부터 고객 반응(클릭률, 즐겨찾기, 판매율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합니다.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이 이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는데요. 여기에 AI 예측모델이 500개 이상의 매개 변수(이전 판매량, 제품 기능, 날씨 등)까지 분석해 예측 정확도를 높입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가 주문이 자동으로 생산됩니다.쉬인은 중국 전역에 약 6000개 협력업체를 두고 있는데요. 이들 공장의 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가장 빨리 생산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급업체를 찾아 주문을 내죠.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디지털 생산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만 약 2000명이라고 합니다.‘실시간 소매(real-time commerce)’ 또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요에 즉시 반응하는 주문형 소량 생산 모델인데요. 그 결과 쉬인은 변덕스러운 패션 트렌드를 바로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BCG에 따르면 쉬인의 재고 회전일수는 평균 40일에 불과합니다. H&M은 4개월이 넘는데 말이죠. 재고가 적다는 건 더 많은 제품을 할인 없이 정가에 팔 수 있단 얘기이기도 합니다. 쉬인 제품 중 할인으로도 소진되지 않는 미판매 재고비율은 2% 미만입니다. 재고가 적기로 유명한 자라의 미판매 재고율이 10% 수준으로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효율이죠. BCG가 “민첩한 공급망은 패션의 미래”라고 분석한 이유입니다.‘쉬인하울’은 통한다쉬인 창업자 쉬양티엔(Chris Xu)은 언론 인터뷰 한번 한 적 없이 베일에 가려진 인물인데요. 검색엔진 최적화(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게 하는 것) 시스템을 만든 엔지니어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2008년 동료들과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며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검색엔진 최적화 기술을 사용해 온라인 마케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어 2012년 스페인 사이트 개설을 시작으로 여성복 온라인 판매에 뛰어든 게 쉬인의 시작입니다.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쉬인의 ‘디지털 머천다이징’은 엔지니어 창업자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데요. 또 쉬양티엔이 쉬인 설립 초기부터 주력한 게 있습니다. 바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입니다.‘sheinhaul’로 검색하면 유튜브나 틱톡 영상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요. 인플루언서들이 한무더기의 쉬인 옷을 입어보면서 그 느낌을 공유하는 영상입니다. 팔로워들에게 쉬인 사이트 15% 할인 코드를 공유하기도 하죠. 물론 그 옷들은 쉬인이 무료로 보내준 거고, 인플루언서들은 판매수수료와 함께 협찬비를 받습니다. 와이어드 기사에 따르면 쉬인이 관리하는 인플루언서는 패션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준이라는데요. 2020년 인도 정부가 중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쉬인 앱을 금지했을 때 쉬인 협찬을 받던 인도 인플루언서만 2000명이었다고 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타깃은 명확합니다. 철저히 10대와 20대 여성 고객에 어필하죠. 그 결과 쉬인은 미국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2위(1위는 아마존)에 올랐습니다. 다른 어떤 의류 브랜드보다 틱톡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격과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겁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쉬인의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50%에 달합니다. H&M(16%)과 자라(13%), 패션노바(11%), 포에버 21(6%), ASOS(4%)를 모두 합친 수준입니다.쉬인은 최근 의류가 아닌 생활용품, 주방용품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요. 스케처스나 란시노같은 브랜드가 입점해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제 3자판매 플랫폼 ‘마켓플레이스’를 지난달 미국에 출시한 겁니다. 아마존을 닮아가고 있는 셈인데요. 미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또다른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테무’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 기술회사 전문 애널리스트인 마루이는 “쉬인은 단순한 패션회사 이상”이라고 말하는데요. “우리는 쉬인을 자라와 비교하지만 아마존처럼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비윤리적 기업’이란 낙인매력적인 성장스토리를 가진 쉬인이지만 약점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마진이 작다는 겁니다. 쉬인은 재무제표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은 8억 달러라고 합니다. 매출 대비 순마진율이 3.5%인 셈인데요. 자라로 유명한 인디텍스의 순이익률 12.3%나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11.9%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온라인 마케팅엔 꽤 많은 돈이 듭니다. 쉬인은 모든 주문에 대해 무료배송, 무료반품 정책을 펼치는데요. 이 역시 수익 면에선 썩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비윤리적인 기업’이란 부정적 이미지입니다. 쉬인은 중국 브랜드인 걸 최대한 숨기고, 심지어 본사까지 지난해 싱가포르로 이전하며 ‘국적 세탁’ 중인데요. 하지만 위구르족 강제노동과 관련된 신장지역 면화를 조달했을 거란 의혹과 함께(쉬인 측은 이를 부인) 중국 내 협력업체 공장 근로자들이 하루 18시간 이상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IPO를 준비 중이어서일까요. 쉬인도 이런 여론에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최근 6명의 인플루언서를 2주 동안 중국 무료 여행에 초청했습니다. 중국의 쉬인 공장과 배송센터를 직접 둘러보고 관련 영상을 찍게 만든 거죠. 그 결과는? 폭망이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깔끔한 창고와 행복한 노동자를 담은 영상을 만들어 올리긴 했는데요. 그 홍보영상들에 엄청난 악플이 쏟아지는 역풍을 맞은 겁니다. 놀란 인플루언서들은 줄줄이 영상을 내리거나 사과 영상을 올려야 했죠. 쉬인은 “슬프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했고요. 뉴욕타임스 보도대로 “마케터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되고 말았는데요. 사실 신장 면화가 아니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면 패스트 패션 산업 자체가 지구엔 해롭습니다. 옷을 많이 만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환경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인데요. 쉬인이 연간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30만 톤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가치소비(소비로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를 한다는 Z세대가 실제로는 쉬인을 패션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한데요.타임지에 따르면 한 틱톡 인플루언서는 쉬인의 협찬을 받는 걸 두고 비판이 일자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지속 가능한 쇼핑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부유하지 않으면 비싼 친환경적 제품은 못 산다는 뜻).”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논리로 환경에 해로운 소비를 정당화시키고 있는 거겠죠. 그리고 그 덕분에 아마도 쉬인은 많은 논란을 딛고 계속 무섭게 성장할 거고요. By.딥다이브만약 SNS에서 쉬인 광고를 본 적 없다면 당신은 쉬인의 타깃 고객이 아닌 겁니다. 기성세대엔 낯설지만 Z세대엔 아주 익숙한 브랜드가 바로 쉬인인데요. 핵심 구매층만 공략하는 절묘한 온라인 마케팅과 국적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전략이 통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무섭게 성장하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만약 성사된다면 중국에서 설립된 기업의 뉴욕증시 IPO로는 역대 두번째 규모가 될 겁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민첩한 공급망’이 쉬인의 성공 비결입니다. 신상품을 하루 1000개씩, 그것도 10달러 안팎의 아주 싼 가격으로 쏟아내고 있죠. 소비자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주문에 반영하는 ‘리얼타임’ 커머스입니다.-쉬인을 둘러싸고는 환경과 노동 관련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는데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 쓰지만 되레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물론 ‘비윤리적 기업’이란 낙인과 매출 성장세는 별개인 걸로 보이긴 합니다.*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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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시장 왜 이래? 긴축 우려에 움츠린 뉴욕증시[딥다이브]

    미국 고용시장의 충격파가 뉴욕증시를 흔들었습니다. 민간 고용시장이 너무 좋은 게 큰 문제인데요.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1.07%, S&P500 -0.79%, 나스닥지수 -0.82%. 이날 급여결제업체 ADP(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가 6월 데이터를 발표했는데요. 지난달 민간기업의 신규고용이 49만7000개 늘었다고 합니다. 전문가 예측치(22만개)의 2배 수준을 훌쩍 넘어섰는데요. 고용시장이 아주 심하게 뜨거운 겁니다.이 소식에 미국의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오전 한때 5.112%로 상승했습니다. 2007년 6월(5.121%) 이후 무려 16년 만에 가장 높이 치솟은 건데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4%를 돌파해 한때 4.08%로 올랐습니다. 그만큼 충격이 컸던 건데요.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의 스콘 라드너 CIO는 블룸버그에 “미국 노동시장 강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함께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희망도 밀어내 버렸다”고 말합니다. 뜨거운 고용시장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보는 거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26일 열릴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은 91.1%로 더 높아졌습니다. 물론 ADP 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건 7일 나올 미국 노동부의 월간 고용보고서인데요. 블룸버그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비농업 신규고용 수치가 5월보다 완화될 걸로 예상했지만, 실제 어떨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FT에 따르면 블룸버그 예측치가 지난 14개월 내내 일자리 데이터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죠. 앞서 5일 공개된 FOMC 6월 회의 의사록에서도 대부분 연준위원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밴티지의 시장 분석가 제이미 두타는 FT에 “11월까지 연준이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의 동전 던지기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에 증시가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당분간 증시는 연준 눈치를 보게 되겠군요.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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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주식은 100주씩 사야 한다고? 도대체 왜[딥다이브]

    ‘엔저’ 바람에 일본 증시가 오랜만에 호황을 기록 중이죠.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도 일본 주식을 1억32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는데요. 1년 전보다 1200% 넘게 급증한 겁니다. ‘동학개미’, ‘서학개미’에 이어 요즘은 ‘일학개미’들이 열일 중인데요.그런데 일본 주식시장, 꽤 독특합니다. 주식을 1주씩 사고팔 수가 없고, 100주 단위로 사고팔아야 하는 게 특히 그렇죠. ‘단원주’ 제도라고 부르는데요. 일본 주식에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제도가 아닐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시스템이 생겼고, 그것이 일본 증시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일본 주식시장의 단원주 제도와 주식분할 러시 현상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NTT의 ‘주주 회춘’ 작전일본 최대 통신기업 NTT 주가가 7월 1일 자로 25분의 1토막 났습니다. 4200엔대이던 주가가 170엔대로 뚝 떨어졌는데요.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1주를 25주로 나누는 주식분할을 한 거니까요. 발행주식 수가 25배로 늘어나면서 무려 905억주에 달한다는군요. 일본 상장사 중 주식 수로 단연 1위(2위는 도요타자동차 163억주)!중·소형주도 아니고, NTT 같은 큰 기업이 25대 1로 주식분할을 해서 주가를 1500원 남짓으로 떨어뜨린다? 한국이나 미국 주식시장에 익숙한 분들은 잘 이해되지 않으실 텐데요. NTT가 이런 결정을 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주식거래를 위한 최소 투자금액을 42만엔(약 380만원)에서 1만7000엔 수준(약 15만원)으로 확 낮추기 위해서입니다.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은 1주 단위로 사거나 팔 수 없습니다. 기본 단위가 100주이죠.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됐는지는 뒤에서 좀 더 설명해 드리겠지만, 이로 인해 소액으로 투자하고 싶은 개인투자자는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주식을 골라내도 주가가 비싸서 투자할 수 없는 주식이 허다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기압 제어기기 기업인 SMC 주식에 투자하려면(즉 100주를 사려면) 약 7380만원, 공장자동화기기를 제조하는 일본증시 시총 2위 기업 키엔스에 투자하려면 최소 6330만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기관투자자라면 모를까, 웬만한 개인투자자에겐 최소 투자금 장벽이 너무 높죠.이렇게 최소 투자금 허들이 높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주주 수가 적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장한 지 오래된 기업은 주주가 점점 늙어갑니다. 젊은이들은 비싼 주식을 살 종잣돈이 없다 보니, 주주로 진입 자체를 못하는 거죠. NTT가 이례적인 25대 1 주식분할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NTT 주식분할 목표는 주주 회춘”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일본 정부는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87년 국영 통신사 NTT를 민영화하고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흥청망청 증시에 돈이 넘치던 시기였죠. NTT 주식 청약은 엄청나게 인기를 끌면서 상장 2주 만에 주가가 30% 뛰기까지 했는데요. NTT는 단숨에 국민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거품 붕괴와 함께 주가가 오랫동안 바닥을 기면서 물려있는 주주들이 적지 않은데요.NTT에 따르면 현재 개인 주주 중 70대 이상이 과반수라고 합니다. 60대 이상이 78%이고요. 그래서 시작된 고민이 바로 상속입니다. 주주가 사망하면 NTT 주식이 자녀에게 상속될 텐데, 상속세를 내야 하는 자녀들은 주식을 어느 정도 팔 수밖에 없거든요. NTT 입장에선 그들이 주식을 싹 다 팔기보다는 일부만 팔고 나머지는 남겨두는 게 주가 면에서 부담이 덜한데요. 그러려면 쪼개 팔 수 있게 거래 단위를 낮춰야 하는 겁니다. 동시에 새로운 젊은 주주를 영입하는데도 주식분할이 효과적일 거라고 기대하는데요. 시마다 아키라 NTT 사장은 “(이제 NTT도) 미국 아마존 닷컴이나 구글(알파벳)과 같은 금액 규모로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NTT 100주 가격이 15만원 정도이니, 아마존(약 130달러)이나 알파벳(약 120달러) 1주 가격과 비슷하다는 뜻인데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국내 주식이 아닌 미국 주식으로 주식거래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어필하겠다는 뜻입니다. 주식분할 줄 잇는다NTT만이 아니죠. 주식분할로 최소 투자금액 문턱을 낮춘 일본의 대형 상장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게임회사 닌텐도(지난해 10월 10대 1 주식분할),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올해 3월 3대 1 주식분할),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중 하나인 도쿄일렉트론과 게임회사 반다이남코HD(올해 4월 3대 1 주식분할)가 그 예입니다. 산업용 로봇 업체 파낙, 식품회사 메이지홀딩스, 도쿄디즈니랜드 운영사 오리엔탈랜드, 실리콘웨이퍼로 유명한 신에쓰화학공업은 모두 올해 4월 1일 자로 5대 1 주식분할을 했고요. 앞에서 설명한 대로 거래를 쉽게 만들어 젊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가장 큰데, 그 배경엔 이게 있습니다. 2024년 시행될 ‘신 NISA’ 제도.우리나라에도 있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아시나요? 개인들이 이 계좌로 일정 금액 범위로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세금을 면제해주는 세제 혜택 상품인데요. 영국에서 처음 만든 제도인데, 일본에선 이 계좌를 ‘NISA’라고 부릅니다. 사실 한국에선 주식을 팔아 챙긴 차익에 붙는 세금이 없다 보니(금융투자소득세 도입 2025년으로 유예) 비과세 혜택을 주는 ISA의 매력도가 그리 크지 않은데요. 일본은 다릅니다. 주식을 사고팔아 얻은 차익엔 약 20%의 세금을 매기지요. 그래서 일본에선 개인이 주식투자를 할 땐 NISA 계좌가 필수인데요. 현재 최대 120만엔이던 NISA의 투자 한도가 내년 1월부터 3배인 360만엔으로 늘어납니다. 이른바 ‘신 NISA’가 도입되는 겁니다.비과세 혜택이 세 배로 늘어나다니.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주식 투자 금액을 늘릴 만한 유인이 되는 건데요. 만약 일본 정부의 희망대로 5년 안에 NISA 계좌 수가 지금(1700만 계좌)의 두배로 늘어난다면 “최대 100조엔 이상의 돈이 움직인다는 계산”(마넥스증권 투자전략가 히로키 타카시)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상장사 입장에선 앞으로 늘어날 개인투자자들을 이제 신경 써야 하는 거죠. 사실 NISA 투자 한도가 120만엔인 지금은 NISA로 아예 살 수 없는 주식들이 수두룩한데요(예-패스트리테일링은 주식분할을 했는데도 100주에 약 360만엔). NISA에 담기 쉽도록 최소 투자금액 허들을 더 낮출 필요가 있는 겁니다. 올해 부쩍 상장사의 주식 분할이 늘어난 이유이죠. 신에쓰화학도 27년 만에 주식분할을 결정하며 “신 NISA 개시를 계기로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 쉬운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냥 번거롭게 주식분할할 게 아니라, 100주가 아니라 1주씩 사고팔게 제도를 바꾸는 게 낫겠는데?’. 제가 가진 궁금증이 바로 그거였는데요. 하지만 어떤 제도가 유지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그 부분을 들여다보겠습니다.주주 수 늘리고 싶지 않은 이유일본 주식을 100주 단위로 거래하게 하는 건 도쿄증권거래소의 업무규정과 상장 규정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매매단위(공식 용어로 ‘단원’이라고 부름)가 100주로 통일된 건 2018년 10월이죠. 그전까진 상장사가 매매단위를 각자 정했는데요. 총 8종류(1주, 10주, 50주, 100주, 200주, 500주, 1000주, 2000주) 중에 하나로 정하게 했다고 합니다. 단원은 곧 의결권입니다. 예컨대 100주가 1단원인 주식이라면 100주당 의결권 1표를 줍니다. 만약 어쩌다 보니 99주를 갖고 있다면? 의결권을 안 줍니다. 의결권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상장사 입장에선 번거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주주총회 한번 열려면 의결권 가진 주주들에게 모두 통지해야 하니까요. 그게 뭐 그리 큰일인가 하실 수 있지만, 상장사 입장에선 직접적으로 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한국처럼 일본 상장사들도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나 배당금 지급 통지서를 우편물로 발송해왔는데요. 주주 수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연 1000~2000엔의 주주 관리 비용이 추가된다고 합니다. 주식 분할로 소액 투자자가 크게 늘어 주주 수가 급증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반길지 모르지만, 기업 입장에선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드는 겁니다.이런 불만 때문에 지난해 9월 일본은 상법을 개정해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우편이 아닌 홈페이지 게시물로 대체할 수 있도록(주주 동의 없어도 됨) 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보수적인 일본 기업들이 그리 쉽게 태세를 바꾸진 않는 듯합니다. 지난달 14일 일본 다카쓰키시에서 열린 키엔스의 주주총회장을 스케치한 동양경제 기사를 보면 그런 단면을 볼 수 있는데요. 키엔스는 무려 도쿄증시 시가총액 2위를 차지하는, 경이로운 50% 초과 영업이익률로 유명한 지능형 공장 전문 기업입니다. 하지만 키엔스 주주총회장 바깥엔 안내하는 직원조차 없이 입간판만 덜렁 하나 서 있었죠. 참석자는 60명 정도. 아주 소박하게 진행된 주총에서는 100주당 700만엔이나 되는 주가와 관련해 “10대 1 주식 분할을 부탁한다”는 주주 발언이 역시나 나왔는데요. 나카타 아리 키엔스 사장의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투자 단위의 인하를 목소리를 인식하고 있다. 또 주가 수준이 높은 편이 좋다는 의견을 가진 주주가 있다는 것도 동시에 인식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분할을 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당연히 “존재감이 큰 상장사인데도 투자자에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개인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물론 키엔스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에도 설명이 불충분한 기업으로 워낙 유명하긴 한데요. 기업들이 더 많은 주주, 더 활발한 거래를 선호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참고로 시가총액이 비슷한 키엔스(3일 종가 6만9620엔)의 주주 수는 약 2만명, 소니(3일 종가 1만3330엔)는 약 40만명입니다. 라이브도어 쇼크 벗어나서 1주 매매 시대로?사실 일본 증시에는 주식분할과 1주 단위 매매를 둘러싼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2006년 일어난 ‘라이브도어 쇼크’인데요.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단기간 성장했던 라이브도어의 주가조작이 드러나면서 일본 증시가 주가 급락과 함께 패닉에 빠진 사건입니다.당시 라이브도어는 주식분할을 반복하면서 상장 시 1주를 3만주로 불렸는데요(2001년 3분할, 2003년 5월 10분할, 11월 100분할, 2004년 10분할). 거짓 공시와 분식회계 수법까지 써서 주가를 끌어올린 데다, 1주 단위로 매매가 가능하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2006년 1월 이 회사 호리에 타카후미 대표가 체포됐단 소식이 나오자 주식 매도 주문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주문량이 도쿄증권거래소 매매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물량(450만건)에 육박해 시스템이 다운될 위기에 몰리면서 거래소가 매매 전면 중지 조치를 내려야했습니다. 무슨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일본 증시가 멈춰버린 겁니다.이 사건의 원흉은 명백히 부도덕한 주가조작 경영인이죠. 하지만 과도한 주식분할과 1주 단위 매매도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는데요. 이듬해인 2007년 도쿄증권거래소가 총 8종류였던 매매단위를 하나로 통일시키기로 결정하면서 1주가 아니라 100주 단위를 택한 것 역시 라이브도어 쇼크 트라우마 탓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물론 이젠 라이브도어 따위는 잊고, 미국 주식처럼 1주씩 거래하게 할 때라는 주장은 일본에서 끊임없이 나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해 사설에서 “1주 단위 매매 실현이란 개혁을 위해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썼고요. 일부 투자자들은 “100주 단위 거래는 일본 증시가 개인 투자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열을 올립니다.오죽하면 일본 증권사들이 주식을 1주씩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따로 만들어냈을 정도입니다. 요즘 한국에선 증권사들이 0.1주 단위로 국내나 해외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잖아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일본 증권사들은 일본 주식을 1주씩 살 수 있는 ‘단원 미만주’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100주씩 사는 것보다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썩 소비자에 유리한 서비스는 아닌데요. 그럼에도 주식을 소액으로 사려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니즈는 분명한 거죠.기업은 썩 반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투자자들의 요구가 빗발치기 때문에 일본주식의 1주 단위 매매는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계소득 증대에 심혈을 기울이는 일본 정부 입장에선 개인의 주식투자를 더 활성화해야 하니까요. 다만 설사 제도 개혁의 방향이 정해지더라도 그게 실현되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세요. 참고로 도쿄증권거래소는 2007년 100주로 매매단위를 통일시키기로 결정했는데 그 작업이 최종 완료된 게 2018년입니다. 중간에 동일본 대지진이 있긴 했지만, 11년이나 걸린 겁니다. By.딥다이브이론적으로 주식을 잘게 쪼갠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는 건 아닙니다. 주식 분할은 기업가치와는 무관하죠. 하지만 주식시장도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개인투자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본의 100주 단위 매매 제도는 이제 좀 고쳐졌으면 하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NTT가 1주를 25주로 쪼개는 주식분할을 실시했습니다. 젊은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인데요. 상장주식을 100주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일본에서는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업이 주식분할이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마침 내년부터 개인의 주식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신 NISA 계좌’가 도입되는데요. 이제 일본 기업들도 개인투자자를 신경 쓰기 시작할 겁니다.-하지만 주식분할로 주주 수가 늘어나면 기업 입장에선 돈이 더 드는 거라서 꺼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 ‘라이브도어 쇼크’ 사건도 주식분할이나 1주 매매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는데요. 소비자는 빠르게 변해가는데, 느려도 너무 느린 일본의 시스템은 따라가는데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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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7%, 리비안 17% 급등…전기차주 질주[딥다이브]

    뉴욕증시는 하반기 첫 거래일을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3일(현지시간) 증시는 독립기념일 연휴로 평소보다 세 시간 일찍 폐장했는데요. 3대 지수가 모두 소폭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03%, S&P500 0.12%, 나스닥지수 0.21% 상승. 이날 증시의 주인공은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리비안이었습니다. 실적 호조 소식에 테슬라 주가는 6.9%, 리비안은 17.41%나 뛰었습니다.전날 테슬라는 2분기에 인도한 차량 대수가 46만6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83.5%나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44만5000대를 훨씬 웃돌았는데요.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에서 모델Y 판매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20% 이상, 모델3는 11%나 낮아졌죠.이어 3일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오토모티브가 차량 인도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2분기에 1만2640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전 분기 인도량이 약 8000건, 1년 전엔 4500건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겁니다. 리비안은 올해 당초 예정대로 5만대의 차량을 인도할 거라고 확인했죠. 지난해 실적(약 2만대)의 두 배 이상입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많은 전기차 회의론자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수요가 활기를 띠고 있다”며 “이번 분기는 테슬라에게 트로피 케이스와 같은 분기였고, 리비안은 매우 인상적인 성과로 불꽃을 터뜨렸다”고 평가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분기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8.6%가 전기차였는데요. 1년 전 5.9%에 비해 크게 늘어났습니다. 미국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확실히 열리고 있는 겁니다. 참고로 테슬라와 경쟁하는 중국의 비야디(BYD) 역시 기록적인 2분기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합친 신에너지차량을 2분기에 70만대 넘게 판매한 겁니다. 물론 그 중 순수전기차는 35만2163대여서, 순수전기차만 따지면 테슬라에 뒤지긴 하는데요. 판매량 증가세는 BYD가 더 가파릅니다. BYD 주가는 3일 중국 선전거래소에서 3.57% 상승했습니다. 참고로 중국은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죠.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1위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미 올해 1분기에 일본을 추월했고요.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강자들의 질주는 계속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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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면서 무선충전…‘전기도로’가 게임체인저 될까[딥다이브]

    범위 불안(Range anxiety)이란 용어를 아시나요? 전기차를 운전할 때 배터리 충전량이 중간에 바닥나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운전자의 두려움을 일컫는 말입니다. 왜 전기차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어려운지를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단어이죠. 범위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이 뭘까요. 더 큰 배터리? ‘꿈의 배터리’라는 전고체배터리? 아니면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배터리 교환소? 이건 어떤가요. 달리기만 하면 무선으로 충전되는 ‘전기도로’. 미래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지금도 이스라엘이나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미국에선 무려 5개 주(미시건∙플로리다∙인디애나∙펜실베니아∙유타)에서 주정부가 이런 전기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나섰죠. 현실로 다가온 ‘동적 무선충전(Dynamic wireless charging)’ 기술을 딥다이브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6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달리면 충전’이란 꿈의 기술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무선으로 충전한다? 상당히 어려운 기술일 것 같지만 원리는 우리가 흔히 보는 핸드폰 무선충전과 같습니다. 구리 코일이 담긴 충전패드를 도로에 매립한 뒤 전류를 흘려주면 자기장이 형성되고요. 전기차 밑바닥에 달린 수신기가 이 자기 에너지를 받아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겁니다. 중학교 과학시간에 코일과 자기장의 ‘오른손 법칙(오른손 네 손가락을 전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감으면 엄지손가락이 자기장의 방향)’ 배우셨죠? 바로 그 원리입니다. 무선이어도 충전 성능 일반 유선 충전기 못지않습니다. 업체마다 기술이 조금씩 다르지만 많게는 급속 충전기 수준의 200㎾ 출력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충전 효율(투입하는 에너지 대비 실제 충전되는 비율)도 90% 수준이고요.당장은 아니지만 이런 전기도로가 곳곳에 깔려있는 걸 상상해볼까요. 일단 운전자는 엄청 편해집니다. 충전을 신경 쓸 필요가 거의 없으니까요. 그냥 운행하면서 스마트폰 앱이나 차량 버튼으로 ‘충전하기’를 선택하면 알아서 충전이 이뤄집니다. 시간도 엄청 절약되겠죠. 전기차는 더 가볍고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1회 충전에 400㎞씩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해 크고 무거운 배터리를 장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배터리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겁니다. 동적 무선충전 기술이 자율주행과 결합하면 한층 파워풀해집니다. 24시간 운행하는 자율주행 배송트럭이나 대중교통이 등장할 수 있죠. 물류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겁니다. 물론 이런 이상향에 도달하기까지는 걸림돌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동적 무선충전 사업을 진행 중인 해외 기업 관계자를 통해 이 점을 확인해봤습니다.“전기도로 확산의 걸림돌은…”노르웨이 기업 ENRX는 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주의 4차선 고속도로에 설치할 무선충전 시스템을 수주했습니다. 올랜도 근처 516번 도로에 1마일(1.6㎞) 구간의 전기도로를 만드는 건데요. 리처드 반덴둘 ENRX 부사장과의 e-메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합니다(분량 때문에 실제 답변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동적 무선충전 시스템은 도로에 코일을 매립하는 방식인데요. 이 무선충전은 누가 이용할 수 있나요? 특수한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여야 하나요? “수신패드가 장착된 전기차라면 모두 충전이 됩니다. 다양한 전력 요구사항을 가진 여러 유형의 전기차를 수용할 수 있죠. 동적 무선충전시스템은 승용차, 트럭, 버스 등 다양한 차량에서 활용될 때 특히 흥미롭고 비용 효율적입니다.” 현재는 전기차에 무선 충전을 위한 수신패드가 기본 장착돼있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선 이 비용도 추가로 드는데요. ENRX는 수신패드 가격이 미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외신에선 무선충전용 수신패드 설치 비용이 차량당 3000~4000달러일 거라고 추정한 적 있는데요. 고진석 ENRX 한국지사장은 “가격 충전 전력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합니다(전력량이 커질수록 비싸진다는 뜻). -동적 무선충전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요?“운전자가 충전에 들이는 시간을 줄여서 전반적인 효율성을 개선한다는 겁니다. 충전 때문에 자주 정차할 필요 없이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죠. 장거리 트럭 운송이나 대중교통에 있어 특히 중요한 점이고요. 오버헤드 전선과 전봇대, 플러그형 충전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도시 경관도 더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무선충전 시스템은 너무 비싸지 않나요? 동적 무선충전이 널리 확산되는 걸 가로막는 장벽이 뭔가요.“인프라 설치를 위해 상당한 선행투자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기존 인프라(도로)를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도 장벽이 될 수 있죠. 잠재적인 안전과 건강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면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할 겁니다.” ENRX가 이번에 수주한 플로리다 고속도로 관련 공사비가 무려 1360만 달러(약 176억원)라고 하는데요. 1마일 구간에 이 정도 비용이라면 엄청 비싸긴 합니다. 충전기 가격만이 아니라 도로를 파헤치고 전기를 끌어오는 공사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요. 물론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비용은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답변에서 지적한 안전과 건강문제도 관건인데요. 무선충전 과정에선 전자파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도로에 깔린 무선 충전 패드는 아스팔트 안에 매립돼 있어서 손상 위험이 적다고 하지만, 비나 눈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지는 실제로 사용을 해봐야 알 수 있는데요. 이미 깔렸거나(예-스웨덴 고틀란드섬) 앞으로 건설될 예정인 전기도로 길이는 대체로 길어야 1마일(1.6㎞) 안팎에 그칩니다. 도로에 깔린 게 출력 200㎾의 급속 충전기라고 가정해도, 1마일이면 차량이 100초 만에 통과하기 때문에 실제 충전량은 5.5㎾ 정도(배터리를 10% 충전하는 수준)로 계산되는데요. 정말 충전 걱정 없이 장거리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으려면 훨씬 더 많은 구간이 전기도로화 돼야 한다는 뜻이죠. 아마도 비용 효율성과 안전 문제에 대한 검증을 거친 뒤에야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동적 무선충전 선도국 한국?전기차 충전의 주류로 자리잡기까진 갈 길이 멀어보이긴 하지만, 동적 무선충전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5개 주정부가 경쟁적으로 전기도로를 깔겠다고 나섰으니까요. 아직 초기이지만 이 시장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건 이스라엘 기업 일렉트리온입니다. 퀄컴의 무선충전 사업부를 인수한 미국의 위트리시티도 유명하고요. 노르웨이 기업 ENRX는 후발주자이지만 인덕션에 쓰이던 자기유도기술을 전기차 무선충전에 적용하면서 이번에 큰 계약을 따냈는데요. 이쯤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한국 기업은 혹시 없나?사실 동적 무선충전 기술에 있어 한국이 선도국이라 할 만합니다. 원천기술은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했지만 이를 2009년 세계 최초로 실용화해서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를 만들어 낸 게 KAIST였거든요. 미국 주간지 타임이 ‘2010 세계 최고 발명 50’에 선정할 정도로 꽤 주목 받았던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초기부터 시범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이 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선충전은 물론 전기차도 생소했던 시절이거든요. 시범사업을 위한 전기버스를 완전히 새로 제작해야만 했는데요. 그 버스 한대 값이 5억~6억원이나 들었습니다.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와 구미시, 세종시의 전기버스 같은 시범사업을 벌였지만,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진 못했죠. 그 사이에 이스라엘이 치고 나왔는데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2020년 텔아비브에 700m짜리 무선충전 도로를 깔고 전기버스를 운행함으로써 전 세계에 기술의 효율성을 입증해보였습니다. 마침 타이밍도 전기차 시대와 맞물렸죠.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일렉트리온이 해외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며 앞서나가게 된 배경입니다.어찌 보면 한국은 너무 시대를 앞서갔던 건데요. OLEV 개발을 이끌었던 조동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개발한 국가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다른 나라에선 쓰려고 하진 않거든요. 이스라엘이 우리보다 기술에서 앞서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우리와 달리 이스라엘은 실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레퍼런스를 가지고 시장을 선점하는 거죠.” 조 교수는 “신사업일수록 국가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는데요. 2018년 그가 설립한 와이파워원이라는 기업이 OLEV 기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선전력 분야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봤는데요.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무선충전을 이용하면 배터리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전기차 전환을 앞당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한국에 아직 기술이 남아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대도시 버스전용 차로 같은 곳에 적용하는 걸 논의해 볼 만하다”는 제안인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실까요. 여전히 ‘주행 중 충전’ 시스템은 시기상조일까요, 아니면 이젠 어느 정도 때가 되었을까요. By.딥다이브사실 ‘달리기만 하면 무선으로 충전이 되다니, 너무 편하고 좋겠다’는 생각으로 동적 무선충전 기술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요. 대부분의 혁신적인 신기술이 그렇듯이 이 역시 광범위하게 확산되기까진 넘어야 할 현실적인 장벽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전기차 운전자를 충전 걱정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는 동적 무선충전 기술. 이를 적용한 ‘전기도로’가 이스라엘과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그리고 미국까지 곳곳에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충전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절약해줄 뿐 아니라, 트럭과 버스 같은 대형차도 아주 큰 배터리를 달지 않고 전기차로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하지만 막대한 초기 설비비용과 전자파로 인한 안전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주행 중 충전 기술을 실용화했는데요. 서울대공원 코끼리열차 수준의 소소한 시범사업에 그친 채 상용화하진 못했습니다. 그 사이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 기업이 치고 나왔고요. 아직 기술은 남아있으니 한국도 이제 막 열린 이 시장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요.*이 기사는 6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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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오를까? GDP 호조에도 나스닥만 주춤[딥다이브]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를 날려버리는 경제지표가 나오면서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80%, S&P500은 0.45% 상승했는데요. 동시에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거란 우려 때문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보합(0.00%)에 그쳤습니다. 이날 나온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는 2%로 집계됐습니다. 잠정치(1.3%)보다 크게 높아졌는데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거란 걱정을 날려버리는 수치입니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23만9000건으로 전주보다 2만6000건 줄었습니다. 감소폭이 20개월 만에 가장 크다는데요. 여전히 노동시장은 뜨거운 겁니다. 이에 경제 상황에 민감한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했는데요. 특히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상황을 가정한 건전성 평가)에 참여한 23개 대형 은행이 모두 이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나온 은행주의 상승폭이 컸습니다. JP모건이 3.49%, 웰스파고 4.51%,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1% 상승을 기록했죠.하지만 지수 오름폭은 크지 않았고 나스닥은 제자리걸음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경제가 너무 강한 나머지,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BMO패밀리오피스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캐럴 슐라이프는 블룸버그에 “견고한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가 탄력적이라는 걸 의미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도록 용기를 주기도 한다”면서 연준이 7월과 9월에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는데요. 만약 정말 연준이 금리를 연내에 두 번 더 올린다면? 자칫하면 그동안 주가가 급등한 기술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코메리카 웰스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존 린치는 블룸버그에 “대형주와 메가캡 기술주가 급등해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잘못된 희망을 반영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합니다. 실제 이날 나스닥에선 마이크로소프트(-0.24%), 알파벳(-0.88%), 아마존(-0.88%), 엔비디아(-0.72%) 등 주요 빅테크주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그럼에도 애플 주가는 0.18%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인 189.59달러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애플 시가총액은 2조9820억 달러(약 3930조원)로 불어났는데요. 전 세계 기업 역사상 첫 시총 3조 달러 돌파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CNBC에 따르면 애플 주가가 190.73달러이면 시총이 3조 달러가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2025년 회계연도까지 애플의 시가총액이 3조5000억~4조 달러에 이를 거라고 예상했네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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