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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슨의 저주’에 시달리던 롯데가 12연패를 끊어냈다.롯데는 24일 창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시즌 첫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NC에 17-5 대승을 거뒀다. 롯데의 승리는 6일 사직 KIA전 이후 18일 만이다.당시 롯데 선발 투수 데이비슨(29)은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10승을 거뒀다. 그런데 롯데는 다음날 데이비슨을 내보내고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새 외국인 투수 벨라스케즈(32)를 영입했다.데이비슨은 시즌 22경기 등판해 평균 5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이 정도로는 ‘가을 야구’ 무대에서 더 높이 올라가기 힘들다는 게 롯데 구단 판단이었다.당시 롯데는 4위 SSG에 4경기 앞선 3위를 기록 중이었다.그러나 데이비슨을 내보낸 뒤 롯데의 하락세가 시작됐다.데이비슨의 마지막 등판이었던 6일까지 8월 5경기에서 3승2패를 거둔 롯데는 이후 23일까지 승리 없이 12패(2무)만 더했다. 8월 승률은 1할대(0.176)까지 떨어졌다.롯데는 결국 전날 패배로 NC에 4위 자리를 내주고 KT와 공동 5위까지 내려앉았다.물러설 곳이 없었다.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에게 “(벨라스케즈가) ‘타격 1위 팀이라고 해서 왔더니 이게 뭐야?’ 이러는 거 아니냐”며 “완봉해야 한다고 전해달라”고 자조적인 농담을 했다.김 감독의 ‘뼈 있는 농담’에 타선이 먼저 각성했다.롯데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31)는 1회초부터 3점포로 팀에 리드를 안겼다.롯데 타선은 이날 4회에 8점을 뽑는 등 1회~6회 매 이닝 점수를 내며 벨라스케즈에게 17점을 지원했다. 연패를 당하면서 쫓기는 스윙을 했던 롯데 타자들은 넉넉한 점수 차 덕에 이날은 ‘탐욕 스윙’을 할 수 있는 사치도 누렸다.이날 롯데 1번 타자로 나선 박찬형(23)은 1회에 2루타, 2회에 3루타, 4회에 단타를 때리면서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에 홈런 하나만 남겨뒀다. 5회에 2루타를 추가한 박찬형은 7회 타석에 들어서 작정한 듯 방망이를 돌렸지만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그대로 도전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9회 2사 후 8번 타자 장두성(26)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박찬형은 대기 타석에 들어갔다.한 타자만 더 살아 나가면 박찬형이 다시 한번 기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하지만 또 한 번 ‘데이비슨’이 발목을 잡았다. NC는 이날 선발 1루수였던 데이비슨(34)을 마운드에 올렸다.데이비슨이 롯데 9번 타자 황성빈(28)을 2구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박찬형이 타석에 설 기회는 사라졌다.데이비슨은 이날 타석에서도 6회말 2점 홈런을 날리며 벨라스케즈의 퀄리티 스타트도 무산시켰다.벨라스케즈는 이날 5회까지 2실점을 기록 중이라 6회를 1점 이내로 막았다면 한국 무대 첫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할 수 있었다.벨라스케즈는 또 다른 데이비슨의 저주(?)로 6이닝 4실점에 만족해야 했으나 첫 승은 챙길 수 있었다.벨라스케즈는 이전까지 한국 무대 진출 후 2경기에서 8이닝 동안 8실점하며 2패만 기록했었다.●KT-롯데 공동 4위…NC 6위로전날까지 롯데와 공동 5위였던 KT도 이날 승전고를 울렸다.KT는 이날 7회까지 두산에 0-1로 끌려가다 8회 장진혁(32)의 역전 3점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두산은 8회말 곧바로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격했으나 KT 마무리 투수 박영현(22)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2-3에서 추격을 멈췄다. 롯데와 KT는 NC를 6위로 밀어내고 공동 4위로 올라섰다.●우승청부사 톨허스트, 3전 3승…8위 KIA 5연패선두 LG의 교체 외인 톨허스트(26)는 팀 합류 후 3전 전승을 기록했다.염경엽 LG 감독은 이날 광주 경기 전 톨허스트의 투구를 앞으로 5이닝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올 시즌 개인 최다이닝을 소화한 톨허스트가 가을 야구 때 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험 조치였다. 톨허스트는 3회말 KIA 위즈덤(34)에게 솔로포를 내주며 한국 무대 데뷔 후 첫 실점을 하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공 96개로 5이닝을 책임졌다.LG는 톨허스트가 교체되기 전인 6회초 공격에서 3연속 안타로 2-1 역전에 성공했고 이대로 경기를 끝내며 톨허스트의 승리와 팀 승리를 모두 지켰다.LG는 6연승을 달렸고 KIA는 5연패에 빠졌다.●한화 김서현, 12일 만에 세이브 추가전날 6연패를 끊어낸 한화는 안방 대전에서 SSG를 5-2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한화는 3회초 SSG 최정(38)에게 2점 홈런을 먼저 내줬으나 5회말 2-2 동점을 만든 뒤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풀카운트 끝에 터진 노시환(25)의 역전 투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8월 들어 9경기에 등판해 6경기에서 실점하며 흔들렸던 마무리 김서현(21)은 12일 대전 롯데전 이후 12일 만에 세이브(시즌 27호)를 올렸다. 3위 SSG는 이제 공동 4위 KT-롯데에 0.5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삼성 디아즈, 40홈런삼성은 디아즈(29)의 시즌 40호 홈런을 앞세워 최하위 키움에 7-4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삼성 외국인 타자가 시즌 40홈런을 기록한 건 2015년 나바로(38·당시 48홈런) 이후 10년 만이다.디아즈는 올 시즌 홈런, 타점(125타점), 장타율(0.613)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이날까지 119경기를 치른 삼성은 아직 25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산술적으로 디아즈는 홈런 8개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디아즈는 현재 팀 동료 박병호(39·삼성)가 2015년 넥센(현 키움) 시절 53홈런을 기록한 뒤 10년 만의 시즌 50홈런에 도전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메이저대회 5회 우승에 빛나는 마리야 샤라포바(38·러시아)가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샤라포바는 24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 국제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 2025년 헌액식에 남자 복식 쌍둥이 형제 마이크, 밥 브라이언(47·미국)과 함께 참석했다. 러시아 선수 최초로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올랐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도 달성한 그는 2020년 은퇴했고, 지난해 10월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정됐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서 샤라포바를 소개한 사람은 ‘천적’이자 라이벌이었던 세리나 윌리엄스(43·미국)였다. “서프라이즈”라는 말과 함께 깜짝 등장한 윌리엄스는 “아마 오늘 저를 보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셨을 거다. 솔직히 저도 그랬다. 몇 달 전 샤라포바에게 연락이 왔다. 명예의 전당 헌액 때 자기를 소개해 줄 수 있겠냐고 했다.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바로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옛 라이벌이자 팬이자 영원한 친구”로 샤라포바를 소개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샤라포바는 “발전하도록 이끌어 주는 상대가 있다는 건 선물과 같다. 내 최고의 모습을 끌어내 준 윌리엄스에게 영원히 고마워할 것”이라며 “우리는 둘 다 세상에서 지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서로가 트로피 앞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둘의 경쟁을 돌아봤다. 샤라포바는 17세이던 2004년 윔블던에서 윌리엄스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스타덤에 올랐다. 샤라포바는 그해 상대 전적에서도 2승 1패로 앞섰다. 하지만 이후 윌리엄스와 19번 만나 19번 모두 패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프로야구가 ‘야구의 날’인 23일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전국 5개 구장에는 총 10만1317명이 입장해 올 시즌 누적 관중은 1008만8590명이 됐다. 587경기 만의 1000만 관중으로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이다.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했던 작년에는 671경기가 걸렸다. 587경기 중 278경기에서 매진을 기록하며 지난해 단일 시즌 최다 매진 기록(221경기)을 진작 넘어섰다. ‘야구의 날’은 2008년 8월 23일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베이징 올림픽 야구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2009년 제정됐다. 17년 전 한국의 9전 전승 금메달을 이끈 국가대표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한화 감독(67)은 이날 대전 안방 SSG전에서 5-0으로 승리하며 6연패에서 벗어났다. 올 시즌 1000만 관중의 주역은 상위권 싸움을 하고 있는 한화다. 8월 들어 8할 승률을 기록 중인 LG의 후반기 독주가 시작되기 전까지 한화는 시즌 50승과 60승을 선점하며 LG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최근 주춤하며 2위에 위치해 있지만 만년 하위권이던 한화는 올해 모처럼 포스트시즌을 향해 힘을 내고 있다.올해 새로 문을 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안방경기를 하고 있는 한화는 이날 구단 역사상 첫 안방 관중 100만 명을 돌파하는 겹경사도 맞았다. 현재까지 10개 구단 중 5개 구단(삼성, LG, 롯데, 두산, 한화)이 100만 관중을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1만7000명을 수용하는 한화의 안방구장 좌석 점유율은 99.1%로 압도적 1위다. 한화는 이날까지 60차례의 안방경기 중 50차례나 매진을 기록했다. 한화의 돌풍은 안방, 방문경기를 가리지 않는다. 한화는 6월 11일 대전 두산전부터 8월 1일 광주 KIA전까지 안방, 방문 35경기 연속 매진 신기록도 썼다. 반면 전반기까지 선전을 거듭하며 KBO리그 흥행에 큰 역할을 했던 롯데는 이날 시즌 최다인 12연패에 빠졌다. 전반기를 13년 만에 3위로 마치며 7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에 마침표를 찍을 꿈에 부풀었던 롯데는 5위 싸움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올해 프로야구는 23일 기준 3∼8위 팀의 경기 차가 3.5경기밖에 나지 않는 역대급 순위 경쟁 중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테니스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23·이탈리아)와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는 올해 5월 프랑스오픈, 6월 윔블던 결승에서 만나 우승 트로피를 하나씩 나눠 가졌다. 25일 개막하는 US오픈 결승에서도 만나면 올 시즌 메이저대회 결승에서만 세 차례 연속 맞대결이다. 남자 테니스 ‘빅3’(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바크 조코비치) 이후 메이저 우승을 양분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신카라스(SIncaraz)’는 신네르가 디펜딩 챔피언인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서는 우승 트로피뿐 아니라 세계랭킹 1, 2위 자리까지 바뀔 수 있다. US오픈 조직위원회는 22일 대진표를 발표했다. 두 선수의 대진표를 비교하면 알카라스는 자갈밭이고, 신네르는 꽃길이다. 알카라스는 일단 4강에서 조코비치(38·세르비아·7위)를 넘어야 한다. 두 선수의 가장 최근 맞대결은 올해 호주오픈 8강이었다. 당시 승자는 조코비치. 조코비치는 통산 상대 전적에서도 알카라스에게 5승 3패로 앞서 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메이저 통산 2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조코비치 이전에 만나는 상대들도 까다롭다. 첫 경기 상대인 라일리 오펠카(28·미국·세계랭킹 66위)는 큰 키(211cm)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서브로 ‘서브봇’이라 불린다. 많은 선수가 초반 라운드에서 만나기 부담스러워 하는 상대다. 알카라스와 오펠카는 이번이 첫 맞대결이다. 또 2021년 US오픈 챔피언 다닐 메드베데프(29·러시아·13위)와 16강에서 만날 수도 있다. 반면 1번 시드를 받는 신네르의 대진표에서는 위협적인 상대를 찾기 어렵다. 잠재적 4강 상대는 알렉산더 츠베레프(28·독일·3위)나 알스 드미노(26·호주·8위)이고 8강 상대도 토미 폴(28·미국·14위), 알렉산드르 부블리크(28·카자흐스탄·24위), 로렌초 무세티(23·이탈리아·10위), 잭 드레이퍼(24·영국·5위) 등으로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가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들 중 최근 1년 이내에 신네르가 져본 상대도 부블리크 한 명뿐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LG 임찬규(33)는 일찌감치 실력보다는 ‘개그력’으로 리그 1위를 찍었다. 임찬규가 공 하나 안 던지고 손아섭(37·한화)과 세 시간 가까이 수다만 떤 유튜브 채널 영상은 조회수가 350만 뷰에 육박한다. 야구 선수가 나온 유튜브 영상 중 최고 조회수다. 이제 실력도 리그 1위다. 올 시즌 첫 경기부터 생애 첫 완봉승(3월 26일 한화전)을 거두더니 국내 투수 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 중이다. 임찬규는 2022시즌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 5.04로 11패를 당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도 신청도 못 했던 이유다. 하지만 2023시즌 들어 임찬규는 곧바로 3점대 평균자책점(3.42)에 14승을 올리며 반등했다. 당시 차명석 LG 단장은 임찬규의 활약을 ‘회광반조(回光返照)’라며 놀렸다. 해가 저물 때 잠시 밝아진다는 이 사자성어는 사람이 죽기 직전 잠시 원기를 찾는 상태를 칭한다. 그런데 정작 임찬규는 그때부터 올 시즌까지 3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구단 역사상 7명만 해낸 일이다. LG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최근 만난 임찬규는 “저는 그때(2023시즌)도 제 ‘저점(低點)’이라고 했었다. 단장님이 혹시라도 진심이었다면 보는 눈이 정확히 틀리셨다”라면서도 “팬분들이 FA 계약 잘됐다고 난리다. 단장님이 일을 잘하신 거니 야구장에서 자신 있게 다니셔도 된다”고 했다. 임찬규는 2023시즌을 마치고 LG와 4년 총액 50억 원에 FA 계약했다. ‘FA 대박’ 시대에 다른 구단과는 협상 창구를 열지도 않았다. 게다가 계약액의 거의 절반(24억 원)은 성적과 연동된 옵션이다. 구단이 처음 제시한 보장액은 더 높았지만 임찬규가 외려 보장액을 낮추며 옵션을 높였고 “다 받아 가겠다”라는 말을 지켰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시속 150km 이상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가장 많아진 ‘구속 혁명’ 시대에 속구 평균 시속이 140km인 임찬규의 생태계 정복은 기이한 현상이다. 임찬규 역시 서울 휘문고 재학 시절에는 시속 150km 넘는 빠른 공을 던진 덕에 LG에서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런데 20대 내내 구단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던 유망주가 평균 구속을 시속 10km 가까이 잃은 서른세 살이 되어서야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는 것이다. 임찬규는 “투수가 서른 넘어서까지 이런 경우는 저도 못 본 것 같다”며 “20대 때는 스피드를 포기할 수 없어서 더 집착했던 것도 있는데 오히려 조금만 일찍 깨달았으면 어땠을까 아쉽다”고 했다. 2023시즌을 준비하며 임찬규는 당시 읽던 책에 ‘이 공부를 하고 난 전과 후가 많이 바뀔 것 같다’고 적었다. 실제로 2011, 2022년 평균자책점 5.33으로 안정감이 없던 투수는 2023∼2025년 평균자책점 3.32로 5.4이닝을 소화하는 믿고 보는 투수가 됐다. 17일 SSG전에서는 목에 담 증세가 있었지만 6이닝 무실점으로 LG 국내 선발진 중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임찬규는 “2022시즌을 마치고 보니 한 게 너무 없더라. FA 신청도 못 하고 (당시 정규시즌 2위였던) 팀은 가을야구에서 (3위) 키움에 져 떨어지는 등 충격이었다”며 “완전히 실패한 시즌이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그간 운동을 안 한 건 아니니 정신적인 공부라도 해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임찬규는 “구위가 좋아지거나 (공) 회전수가 올라간 게 아니다. 그렇다고 보더라인에만 던지는 투수도 아니다”라며 “단순하게 생각하는 트레이닝을 했다. ‘몸이 안 좋다?’ 그러면 거기서 끝이다. ‘몸이 안 좋으니 제구 안 되겠지, 지겠지’ 이런 불안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신인 시절 이대호를 상대로 시속 150km 직구를 꽂아 넣고 세이브에 실패한 봉중근(45)을 격려해 ‘멘털센세’라 불렸던 임찬규가 ‘각 잡고’ 멘털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임찬규는 “그 나이치고는 당돌했던 것 정도였다. 성숙함이 진화됐다”고 했다. ‘고독한 에이스’는 익숙해도 ‘수다쟁이 에이스’는 어색하다. 임찬규는 “이런 선수가 없다는 건 좋은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SNS에 ‘다른 팀 팬인데 응원한다’고 메시지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야구 잘한다고 갑자기 무게 잡는 것도 웃기다. 해오던 게 있는데 계속 이런 캐릭터로 가겠다”며 웃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잘생긴 사람이 웃긴 경우는 많지 않다. ‘잘생김=야구 실력’인 야구장에서 LG 임찬규(33)는 일찌감치 실력보다는 ‘개그력’으로 리그 1위를 찍었다. 임찬규가 손아섭(37·한화)과 세 시간 가까이 수다만 떤 한 유튜브 채널 영상은 4년 전 업로드 당시 조회수 200만뷰가 나왔는데 아직도 보는 사람들이 있어 조회수가 350만뷰 가까이 올랐다. 야구선수가 나온 유튜브 영상 중 최고 조회수다. 그런데 올 시즌엔 실력까지 리그 1위다. 시즌 첫 경기부터 생애 첫 완봉승(3월 26일 한화전)을 거두더니 시즌 평균자책점이 2.69로 국내 투수 중 가장 낮다. 2022시즌까지만 해도 임찬규는 평균자책점이 5.04로 팀에서 ‘뒤에서 여섯 번째’에 있던 투수였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은 갖추고도 신청도 못했다. 2023시즌은 선발 보직도 잃은 채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임찬규는 결국 선발 자리를 되찾고 3점대 평균자책점(3.42)에 14승을 올렸다. 당시 임찬규의 반등에 차명석 LG 단장은 ‘회광반조(回光返照)’라며 놀렸다. 해가 저물 때 잠시 밝아진다는 사자성어는 사람이 죽기 직전 잠시 원기를 찾는 상태를 칭한다. 그런데 임찬규는 정확히 그때부터 죽기는커녕 살아나 올 시즌 3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LG 구단 역사상 7명만 해낸 일이다.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임찬규는 “저는 그때(2023시즌)도 제 ‘저점(低點)’이라고 했었다. 단장님이 일부러 그렇게 말하셨겠지만, 혹시라도 진심이었다면 ‘보는 눈이 정확히 틀리셨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면서도 “팬분들이 FA 계약 잘됐다고 난리다. 단장님은 일을 잘하신 거니 야구장에서 자신 있게 다니셔도 된다”라고 했다.임찬규는 2023시즌을 마치고 LG와 4년 총액 50억원에 FA 계약했다. ‘FA 대박’ 시대에 타 구단과는 아예 협상 창구도 닫았다. 게다가 계약액의 거의 절반(24억원)이 성적과 연동된 옵션이다. 구단이 처음 제시한 보장액은 더 높았지만, 임찬규가 외려 보장액을 낮추고 옵션을 높인 뒤 “다 받아 가겠다”라는 말을 지켰다.프로야구 출범 이래 시속 150km 이상 빠른 공이 가장 많아진 ‘구속 혁명’ 시대에 임찬규는 빠른 공 평균 구속 140km로 국내 에이스 자리에 섰다. 150km 넘는 빠른 공을 던져 1순위로 지명을 받은 투수가 20대 내내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다 정작 구속을 10km 가까이 잃고 서른셋에 최고 기록을 찍고 있는 것이다. 임찬규는 “투수가 서른 넘어서 이런 경우는 저도 못 본 것 같다”며 “20대 때는 스피드를 포기할 수 없어서 좀 더 집착했던 것도 있는데 오히려 조금만 일찍 깨달았으면 어땠을까 아쉽다”고 했다.2023시즌을 준비하며 임찬규는 당시 읽던 책에 ‘이 공부를 하고 난 전과 후가 많이 바뀔 것 같다’고 적었다. 실제로 2011~2022시즌까지 평균 3.9이닝, 평균자책점 5.33으로 안정감이 없던 투수는 2023~2025시즌 평균자책점 3.32, 평균 5.4이닝을 소화하는 믿고 보는 선발투수가 됐다. 17일 SSG전에서는 목에 담 증세가 있었지만 6이닝 무실점으로 LG 국내 선발진 중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임찬규는 “2022시즌을 마치고 보니 한 게 너무 없더라. FA 신청도 못하고 (당시 정규리그 2위)팀은 가을야구에서 (당시 정규리그 3위) 키움에 져 떨어지고. 충격이었다”며 “뭐라도 해야 했다. 그간 운동을 안 한 건 아니니 정신적인 공부라도 해야겠다 싶었다”고 했다.임찬규는 “제가 구위가 좋아지거나 회전수가 올라간 게 아니다. 그렇다고 보더라인에만 던지는 투수도 아니다”라며 “단순하게 생각하는 트레이닝을 했다. ‘몸이 안 좋다?’ 그러면 거기서 끝이다. ‘몸이 안 좋으니 제구 안 되겠지, 지겠지’ 이런 불안을 잘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이미 신인 시절 이대호를 상대로 150km 직구를 꽂아 넣고, 세이브 실패를 범한 고참 봉중근을 격려해 ‘멘탈센세’라 불렸던 임찬규가 ‘각 잡고’ 멘탈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임찬규는 “그 나이치고는 당돌했던 것 정도였다. 성숙함이 진화됐다”고 평했다. ‘고독한 에이스’는 익숙해도 ‘수다쟁이 에이스’는 어색한 게 사실이다. 임찬규는 “이런 선수가 없다는 건 좋은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SNS에 ‘다른 팀 팬인데 응원한다’고 메시지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일일이 대답을 못 해 죄송하다. 야구 잘한다고 갑자기 무게 잡는 것도 웃기다. 해오던 게 있는데 계속 이런 캐릭터로 가겠다”며 웃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37·사진)이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 홍보대사를 맡은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김자인은 IFSC 월드컵에서 총 31번(리드 30번, 볼더링 1번) 정상에 올라 이 대회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하지만 김자인이 이번 대회에 선수로 출전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자인의 세계선수권 첫 무대였던 2005년 뮌헨 대회 출전자 가운데 이번 대회에도 선수로 출전하는 건 김자인뿐이다. 김자인은 내달 20일 개막하는 2025 서울 세계선수권을 한 달 앞두고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홍보도 등반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웃었다.김자인의 세계선수권 출전 이력은 그 자체로 한국 클라이밍의 역사다. 클라이밍 세계선수권은 원칙적으로 2년마다 열린다. 김자인은 2005년부터 2023년 사이 열린 11개 대회 가운데 10개 대회에 참가했다. 임신과 출산으로 2021년 러시아 모스크바 대회만 건너뛰었다. 김자인은 지금까지 세계선수권에서 금 1개(2014년), 은 3개(2009, 2011, 2012년), 동메달 1개(2018년)를 목에 걸었다.그런 그에게도 이번 대회 출전권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IFSC는 세계선수권 개최국에 종목별 출전권 5장을 배분한다. 김자인은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리드 7위를 해 이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상위 선수 두 명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마지막 출전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전 세계 60개국 선수 1000여 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김자인은 “이 자리에 선수로 서 있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뛰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당장 내일 은퇴해도 이상하진 않지만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그리고 계속해 “체력적으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육아를 병행해야 하기에) 선수로서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은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또 다른 소중한 인생이다. 훈련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지만 더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결혼 7년 만인 2021년 딸 오규아 양을 출산한 김자인은 2023년 샤모니 월드컵 금메달로 건재를 알렸다. 김자인은 “엄마가 되는 게 은퇴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열망도 줬다”면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클라이밍은 2021년 도쿄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지만 김자인은 2024년 파리 대회 때까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김자인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 시기상조라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클라이밍을 하는 순간이 가장 재미있고 행복하다. 오를 힘이 남아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한국은 내달 20∼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리드, 볼더링, 스피드 전 종목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스파이더 걸’ 서채현(22)이 여자 리드 세계 랭킹 3위, ‘스피드 퀸’ 정지민(21)이 여자 스피드 6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번 대회 메달 후보로 거론된다. 남자 볼더링 2위, 리드 4위인 ‘만능 선수’ 이도현(22)은 대회 2관왕을 노린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대한빙상경기연맹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을 169일 앞두고 쇼트트랙 국가대표 감독을 전격 교체했다. 2018 평창 올림픽 때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선태 성남시청 감독(49·사진)이 임시 총감독을 맡는다.연맹은 “2024∼202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시리즈 부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부 개인전 노메달 등 역대 최저 성적을 고려할 때 현 지도자가 올림픽을 앞둔 중요한 시즌에 국가대표 감독직을 계속 수행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팀의 지도자인 부분을 인정했다”고 김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남녀 국가대표 선수 10명 중 4명(최민정, 김길리, 이준서, 이정민)이 성남시청 소속이다.김 감독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때 한국 사령탑으로 금 3, 은 1, 동메달 2개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조재범 코치의 심석희 폭행 및 성폭행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연맹은 김 감독에게 관리 책임을 물어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김 감독은 2019년부터 중국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 한국 선수들과 메달을 다퉜다. 중국 활동을 마치고 2023년 성남시청 감독으로 국내에 복귀했고, 올해 3월엔 연맹의 신임 이사로도 선임됐다. 연맹은 이번 감독 교체 결정과는 별개로 자체 조사해 오던 기존 A 감독과 B 코치의 공금 부당처리 사안에 대해서도 결론을 냈다. B 코치는 공금을 부당 청구했고 A 감독은 이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아 두 지도자 모두 대표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맹 이사회는 이날 A 감독에 대해 선수단 관리 소홀 및 지도력 부재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보직 변경을, B 코치는 해임을 각각 결정했다.지난 5월 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뒤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던 B 코치는 이날 연맹의 결정에 대해 “연맹이 나를 공금을 부당하게 이용한 사람으로 매도해 해임하려 한다”며 “법원 결정문에는 내 비용 청구가 ‘횡령이나 배임 등 범죄에 해당하지 않고 채무자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비위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고 적시돼있다”고 반박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전반기를 ‘천당’에서 마쳤던 롯데의 후반기는 ‘지옥’이다. 롯데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3-5로 패하며 10연패에 빠졌다. 롯데의 두 자릿수 연패는 2003년 7월 8일 수원 현대전~8월 3일 잠실 LG전 15연패 이후 22년 만이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6월 10일 이후 72일 만에 3위 바깥으로 밀려났다.전반기를 13년 만에 3위(47승3무39패·승률 0.547)로 마쳤던 롯데는 후반기에 11승을 더하는 사이 16패(1무)를 당했다. 롯데는 이날 패배로 승률 0.513(58승4무55패)가 되면서 이날 수원에서 KT를 5-3으로 꺾은 SSG(승률 0.514·56승4무53패)에 승률 1리가 밀려 3위 자리를 내줬다. 전반기까지 동반 활약으로 ‘엘롯기 동반 가을야구’를 꿈꾸던 KIA와는 이제 와일드카드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 롯데는 5할 승률로 공동 5위인 KIA, KT와 불과 1.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엘롯라시코’ 다운 혈투였다. LG는 2회말 프로야구 안방구장 중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도 가장 먼 중앙담장(125m)을 넘기는 오지환의 130m짜리 솔로포로 선취점을 냈다. 이어 구본혁이 단타를 치고 상대 실책으로 2루까지 갔다. 그리고 희생번트, 땅볼로 1점 더 달아났다. 롯데도 3회초에 곧바로 똑같이 중앙담장을 넘기는 레이예스의 130m짜리 역전 3점으로 응수했다. 8월 들어 홈런이 하나도 없었던 4번 타자 레이예스가 지난달 8일 두산전 이후 41일 만에 친 홈런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8월 승률이 0.800(12승3패)인 LG였다. LG는 6, 7, 8회 연속해 롯데 불펜을 상대로 적시타, 희생플라이, 적시타로 1점씩 뽑으며 착실히 달아났다.롯데도 9회 2사 이후까지 LG를 괴롭혔다. 9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손호영은 2볼 2스트라이크 이후 헛스윙 삼진 판정을 받았다. 그대로 승부가 끝날 뻔했다. 하지만 전날 도입된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덕에 노스윙으로 판정이 뒤집혔고 풀카운트에서 타격 기회를 이어간 손호영은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10연패 선고가 잠시 유예됐다. 하지만 8월 승률이 0.200(3승1무12패)인 롯데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고승민이 받아친 유영찬의 슬라이더는 내야 위로 높이 떴고 3루수 문보경의 글러브로 타구가 빨려 들어가면서 롯데는 10연패 선고를 받아들여야 했다.LG는 3연승을 거두며 시즌 70승 고지를 선점했다. 계단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한 35시즌 동안 70승 선착 팀의 정규시즌 우승 사전 확률은 77.1%(27차례)다. 후반기 들어 “우주의 기운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며 미소 짓고 있는 염경엽 감독은 “실질적으로 1점 차 승부였는데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준 전체 선수단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 4연승, 5위권과 1.5 경기차 가을야구 희망8위 삼성은 7위 NC에 4-3으로 1점 차 승리를 거두고 4연승을 달렸다. 선발 투수 원태인이 6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8승을 올렸다. 이날 나란히 패한 공동 5위 KIA, KT와의 경기차는 1.5경기, 4위 롯데와도 3경기다.●독수리 잡는 곰표 고춧가루9위 두산은 갈 길 바쁜 2위 한화를 13-9로 잡고 시즌 첫 6연승을 달렸다. 두산은 올 시즌 첫 ‘스윕승’ 역시 5월에 한화를 상대로 거뒀었다. 7일부터 LG에 1위 자리를 내준 한화는 4연패에 빠지면서 선두 LG와의 경기 차가 4경기까지 벌어졌다. 한화 채은성은 7회말 추격의 3점 홈런으로 전 구단 상대 홈런 기록을 달성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최하위 키움, 알칸타라 8이닝 호투로 2연패 탈출키움은 선발 투수 알칸타라의 8이닝 1실점 호투로 KIA에 6-1 승리를 거뒀다. 3회말 김석환에게 허용한 솔로포가 옥의 티였다. KIA는 선취점을 내준 3회초 1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연속 실책이 나와 3점을 더 내주면서 흐름을 빼앗겼다. KIA 양현종은 6과 3분의 1이닝 4실점(1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21일 선발 투수 △롯데: 이민석 -LG: 치리노스 △광주: 키움 메르세데스 -KIA 김도현 △수원: SSG 앤더슨 -KT 고영표 △대전: 두산 잭로그 -한화 류현진 △창원: 삼성 가라비토 -NC 로건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농구 유목민’ 박지현(25)은 2025∼2026시즌을 뉴질랜드 여자프로농구 리그 토코마나와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시즌을 마칠 때는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수도 있다. 9∼12월 열리는 뉴질랜드 리그가 끝나면 내년 초엔 유럽 무대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지난 시즌에도 호주 2부 리그 뱅크스타운(3개월)을 시작으로 토코마나와(3개월), 스페인 2부 리그 마요르카 팔마(5개월)에서 뛰었다.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 가드인 박지현은 다음 달 뉴질랜드 출국을 앞두고 자택이 있는 경기 수원시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 본보와 만난 박지현은 “해외 리그 도전은 정말 특별한 일이자, 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어떤 팀에서 뛰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키 182cm의 장신 가드 박지현은 숭의여고 시절부터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로 주목받았다. 그는 2018년 미국프로농구(NBA)가 전 세계 유망주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국경 없는 농구 글로벌 캠프’에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선발되기도 했다. 고교 시절 박지현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외국 대학교 관계자들이 입학을 제안하며 명함을 건네는 일도 많았다.박지현은 2019년 여자프로농구(W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2018∼2019시즌 신인왕에 오른 그는 6시즌 동안 우리은행에서 뛰면서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박지현의 WKBL 6시즌 통산 기록은 평균 13.3득점, 7.8리바운드, 3.4도움이다. 2023∼2024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지현은 국내 팀과 대형 계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뱅크스타운과 계약하며 해외로 향했다. 오랜 꿈인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진출을 위한 첫발이었다. 박지현은 “주위에선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걸) 다 포기하고 외국으로 갔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얻은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력과 체격이 좋은 선수들과 맞붙다 보면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로 어떻게 이길지 고민하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박지현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은 3, 4위 결정전에서 중국에 패해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박지현은 6경기에서 평균 14.2득점, 5.5리바운드, 3.7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메달을 따지 못한 팀 선수 중 유일하게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현은 “3, 4위 결정전을 마친 뒤 숙소에서 결승전을 보고 있다가 매니저 언니로부터 ‘(베스트5 선정을) 축하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박지현은 베스트5 시상식에서 호주의 우승을 이끈 대회 최우수선수(MVP) 알렉산드라 파울러(24)와 유니폼을 교환했다. 박지현은 “호주 1부 리그 팀(타운스빌 파이어)에서 뛰고 있는 파울러가 내게 ‘작년에 뉴질랜드에서 뛰었지? 다음 시즌엔 어디서 뛰어?’라고 물었다. 나를 알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호주 리그도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더니 파울러가 응원을 해줬다”며 웃었다.지난 시즌 튀르키예 리그 갈라타사라이에서 뛰었던 센터 박지수(27)가 이번 시즌 KB스타즈로 복귀하면서 박지현은 WKBL 출신 선수 중 유일한 ‘해외파’가 됐다. 박지현은 “(해외 리그에선) 한국 팬들을 보기 어려운데 아시아컵 때 많은 분이 응원을 와주셔서 너무 반가웠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수원=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과거는 잊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겠다.” 1년 만에 프랑스 파리를 다시 찾는 ‘셔틀콕 천재’ 안세영(23)이 1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2연패 도전 각오를 밝혔다. 안세영은 직전에 열린 2023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회 때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했다. 올해 세계선수권은 25일부터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다. 안세영이 지난해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곳이다. 역시 프랑스에서 열린 올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도 우승한 안세영은 “프랑스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에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달 중국오픈(슈퍼 1000) 준결승에서 무릎 부상으로 기권했다. 앞서 열린 올 시즌 슈퍼 1000 대회(말레이시아오픈, 인도네시아오픈, 전영오픈)에서 모두 정상에 섰던 안세영이 이 대회에서도 우승했다면 BWF 월드투어 출범(2018년) 이후 최초로 ‘슈퍼 1000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안세영은 하지만 세계선수권에 집중하고자 무리하지 않았다. 안세영은 “힘든 훈련도 다 버텨낼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올라왔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전했다. 2023년 대회 때 한국 선수로는 24년 만에 2관왕(남자복식, 혼합복식)에 올랐던 서승재(28)는 올해 대회에서는 김원호(26)와 짝을 이뤄 남자복식에만 출전한다. 서승재는 채유정(30)과 함께 출전한 지난해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정나은(25)과 짝을 이룬 김원호에게 패한 뒤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서승재는 “원호에게 ‘작년에 네가 파리에서 더 잘했으니까 (이번에) 날 이끌어서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게 열심히 하자’고 농담했다”고 전했다. 김원호도 “승재 형이 지난번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으니까 ‘형만 믿고 따라가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한국은 2023년 대회 때 금 3개, 동메달 1개로 1977년 시작한 이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6월 부임한 박주봉 대표팀 감독은 “후배들이 2년 전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진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또다시 이런 타수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보기 2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 홍정민(23)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역대 최소타 신기록으로 시즌 2승을 달성했다. 홍정민은 17일 경기 포천 몽베르C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2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쳤다. 29언더파 259타를 적어 낸 홍정민은 2위 유현조(20언더파 268타)를 무려 9타 차로 제치고 여유 있게 정상에 섰다.홍정민이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259타는 2013년 김하늘, 2020년 유해란, 2023년 이정민(이상 23언더파 265타)이 세운 KLPGA투어 72홀 최소타 우승 기록을 6타나 넘어선 신기록이다. 29언더파 역시 72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이다. 최종 라운드를 시작할 때부터 관심은 홍정민의 우승 여부가 아니었다. 그가 과연 KLPGA투어 최소타 및 역대 최초 노 보기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느냐에 이목이 집중됐다. 홍정민은 16일 3라운드까지 54홀 동안 보기 없이 22언더파 194타를 기록하며 2위 노승희(16언더파 200타)를 6타나 앞서고 있었다. 홍정민은 1번홀(파4)부터 버디를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3번홀(파5)과 4번홀(파3)에서도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힌 5번홀(파4)에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범했다. 투온에 실패한 뒤 어프로치 샷이 홀을 지나 5m나 굴러가는 바람에 파 세이브에 실패했다. 노 보기 우승이 무산된 뒤에도 홍정민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홍정민은 16번홀(파4) 버디로 29언더파를 달성했다. 남은 두 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 하나만 잡는다면 30언더파도 가능했다. 하지만 17번홀(파3) 보기로 한 타를 잃은 뒤 마지막 홀에서 2.5m 챔피언 버디로 29언더파를 지킨 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버디만 31개를 기록한 홍정민은 “보기 2개가 정말 아쉽다. 노 보기 플레이가 욕심이 났는데 의식했더니 긴장이 돼 놓친 것 같다. 그래도 그 이후 오히려 후련한 마음으로 편하게 플레이했다”며 “30언더파라는 기록에 한 타 모자란 것도 아쉽지만 다음 선수를 위해 남겨놨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홍정민은 2022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달성한 후 올해 5월 KLPGA 챔피언십에서 통산 2승을 거두기까지 2년 11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통산 세 번째 우승은 108일 만에 달성했다. 홍정민은 “올해 첫 우승을 하고 나서 ‘1승만 더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우승을) 일찍 이뤘다. 이제 또 1승을 목표로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했다. 홍정민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율신경계 기능 장애와 공황 장애로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에는 6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고, 두 대회에선 기권했다. 그는 “작년 시즌은 ‘골프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견디기 힘들었다. 그 시기를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경기력이) 좋아졌다. 버티는 게 습관이 됐고 버티고 보니 강해졌다”고 돌아봤다. 이날 우승 상금 1억8000만 원을 받은 홍정민은 이번 대회를 공동 17위로 마친 이예원을 제치고 상금 랭킹 1위(8억9892만 원)로 올라섰다. 대상 포인트도 357점으로 선두 이예원(373점)에게 바짝 따라붙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기필코 우승하겠다.”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으레 이렇게 말한다. 적어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 정도는 한다. 자기 암시만이 아니다. 팬들과 스폰서가 기대하는 ‘세계 1등’은 승리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신화적 존재’다. 대중이 보기에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불가능,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게 이들의 화법이고, 그 장면이 곧 브랜드다.그런데 남자 골프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는 지난달 정반대 메시지를 던졌다. 남자 프로 골프 최고(最古) 대회 디 오픈(The Open)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 때였다. 셰플러는 우승 각오를 묻고 듣는 자리에서 인생에 대한 고뇌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러고는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되물었다. “우승이 도대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나?”》● 세계 1위라는 직업 우승과 인연이 없는 선수가 이렇게 말하면 ‘여우의 신포도’ 타령처럼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셰플러는 디 오픈에서 우승하며 최근 3년간 네 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최근 2년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1번이나 우승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0·미국)의 전성기를 보는 것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디 오픈 우승 후에도 셰플러의 인생관에는 변함이 없었다. 셰플러는 “만족스러운 성취지만 우승한다고 인생의 모든 게 채워지는 건 아니다”라며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우승을 바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셰플러는 “프로 스포츠 선수로 사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도 했다. “우승을 위해 그렇게 평생의 노력을 쏟고 열심히 하는데 정작 우승의 기쁨은 몇 분이면 다 사라진다. 그런데도 그 잠깐의 순간을 위해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세 살 때 골프채 장난감을 선물받고 프로 골프 선수를 꿈꾼 셰플러는 세계 최고의 골퍼가 된 요즘 “골프를 업(業)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골프가 인생에서 가장 갈망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답할 거다. 골프가 가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날로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셰플러는 “훌륭한 골퍼가 되는 것보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셰플러는 또 “내가 이번 대회에서 2위를 하든, 꼴찌를 하든, 어떤 일이 생기든, 우리는 늘 ‘다음 주’(대회)로 넘어간다. 그게 골프의 묘미이자 동시에 짜증 나는 점”이라면서 “아무리 대단한 성취를 이룬다 해도 마찬가지다. 또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건 같다. 우승하면 가족들과 껴안고 축하하며 그 순간을 만끽할 순 있다. 그러고 나면 결국 ‘오늘 저녁엔 뭘 먹지?’ 하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고 했다.● 우승은 짧고 인생은 길다 셰플러는 디 오픈 우승 상금으로 310만 달러(약 42억7500만 원)를 받았다. 셰플러에게 4타 뒤진 2위 해리스 잉글리시(36·미국)가 받은 상금은 60%도 되지 않는 175만9000달러(약 24억2566만 원)였다. 1타 차이에 33만5250달러(약 4억6265만 원)가 오간 것이다. 프로 스포츠는 성과 차이보다 보상 차이가 훨씬 큰 ‘슈퍼스타 경제학’이 지배하는 세계다. 이 때문에 프로 스포츠 선수는 ‘세계 2위’를 해도 좌절감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세계 1위에만 머물 수도 없다. 셰플러가 말한 것처럼 프로 골프 투어에서는 매주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한다. 디펜딩 챔피언의 유효 기간이 가장 긴 올림픽이라고 해도 4년이 최대다. 이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는 셰플러가 ‘우승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하는 게 우승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건 우승 트로피가 주는 몇 분 동안의 기쁨이 아니라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의 옆에 계속 남아 있을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번 주에 남들보다 타수 좀 적게 쳤다고 우쭐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셀럽’이 된 지금도 ‘미국의 김밥천국’으로 통하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치포틀레 멕시칸 그릴’을 즐겨 찾는다. 셰플러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가던 가게는 이제는 (얼굴이 알려져서) 가기 힘들어졌다. 그런데 가까운 동네에 치포틀레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어딘지 알려드리지는 않을 거다. 거기에서는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웃었다. 1억 달러(약 1378억 원)에 육박하는 통산 우승 상금도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바꿔놓지 못했다. 프로 골프 선수를 꿈꾸던 학창 시절에도, 세계 1위가 된 지금도 그는 똑같이 치포틀레를 좋아하는 텍사스 사나이일 뿐이다.● “좋은 선수가 곧 좋은 아빠”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면 좋은 선수가 되는 걸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역사상 최고의 쿼터백으로 평가받는 톰 브레이디(48)가 그렇다. 브레이디는 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 정상에 7번 오른 뒤 2023년 은퇴했다. NFL 역사상 브레이디보다 우승을 많이 한 선수는 물론이고 팀도 없다. 브레이디는 셰플러의 발언이 화제가 된 뒤 “좋은 아빠와 좋은 골퍼가 꼭 양자택일의 관계인 건 아니다”라고 자신의 뉴스레터를 통해 밝혔다. “꼭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주고 숙제를 도와줘야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삶의 모든 면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다 지켜본다. 물론 좋은 선수가 된다고 꼭 좋은 아빠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매일 더 나아지고, 더 나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이다.” 세계 최정상을 다투는 이들의 기준에서 ‘좋은’ 선수는 좋음(goodness)의 수준을 넘어 위대함(greatness)의 경지에 이른 존재다. 헌신의 수준이 다르다. 어떤 의미에서는 고통을 사랑해야 이 정도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브레이디 역시 이를 모르지 않는다. 브레이디는 “탁월함을 좇으면서 내가 느꼈던 가장 큰 기쁨은 성취나 결과보다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브레이디는 선수 시절 ‘슈퍼볼 반지 중 어떤 걸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다음에 받을 반지”라고 답했다. 다만 골프 때문에 아내와 갈등이 생기면 그날 바로 골프를 그만두겠다는 셰플러와 달리 브레이디는 슈퍼모델 출신의 지젤 번천(45)과 2022년 이혼했다. 브레이디가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더 이루겠다는 것이냐?’며 반대한 번천과 갈등이 생겼다. 번천은 이혼 후 자신의 주짓수 강사였던 조아킹 발렌치(37)와 교제를 시작했고 둘 사이에서 아들도 태어났다. 번천의 임신 소식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브레이디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도전에는 실수와 부족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싸우는 자는 대의에 자신의 열정과 헌신을 바친다. 이들은 마침내 위대한 성취의 영광을 맛본다. 최악의 경우에도 크게 도전했다가 실패한다. 그래서 그는 승리도 패배도 모르는 차갑고 겁많은 영혼과 결코 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다.”● ‘선수가 아닌 나’ 반대로 스포츠 선수 가운데는 승리와 패배밖에 모르는 게 문제인 케이스가 적지 않다. 스포츠 선수는 커리어의 성공을 자아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아 절정의 승리를 거둔 뒤에도 자신을 계속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일이 흔하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23개)을 따낸 ‘아쿠아맨’ 마이크 펠프스(40·미국)가 그랬다. 펠프스는 15세이던 2000년 미국 남자 수영 최연소 국가대표로 시드니 올림픽에 나섰다. 결과는 빈손이었다. 펠프스는 이후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1년 365일 휴식 없이 훈련했다. 펠프스는 “훈련을 하루 쉬면 다시 이전 상태로 몸을 끌어올리는 데 이틀이 걸렸다. 그 시간이 아까웠다”면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며칠인지도 모르고 그냥 수영만 했다”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금 6개, 동메달 2개를 따낸 펠프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메달 8개를 전부 금빛으로 바꿨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금 4개, 은메달 2개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면 우울증이 찾아왔다. 금메달이 준 짧은 희열이 지나고 나면 ‘또 4년을 어떻게 기다리지?’ 하는 허무함만 남았다. 훈련에 지친 펠프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마친 뒤 은퇴를 선언했다. “오랫동안 나를 인간이 아니라 수영 선수로만 여겼다”던 펠프스는 2014년 은퇴를 번복했다. 그는 “수영 선수가 아닌 인간으로서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있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정말 나답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했다. 복귀 후 펠프스는 메달이라는 목적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다. 그렇다고 메달이 도망가지는 않았다. 펠프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도 금 5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펠프스는 “여전히 때로 우울증 약을 먹고 불안에도 시달린다. 아마 평생 그럴 거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나”라고 말한다. 펠프스는 리우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다시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1세였다. 사람들은 그에게 “너무 이르다”고 했다. 펠프스는 고개를 저었다. 첫아들 부머(9)를 얻고 100일도 지나기 전에 리우 올림픽에 나섰던 펠프스는 “아이가 너무 빨리 자란다. (올림픽 후) 3, 4주 만에 아이를 봤는데 날 보면서 계속 웃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며 “남은 시간은 ‘전업 아빠’로 보낼 것”이라고 했다. 펠프스는 현재 아들 넷을 키운다. 은퇴를 한번 번복했기에 펠프스는 여전히 ‘복귀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펠프스는 그럴 때면 지난해 파리 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 중계를 함께 보던 셋째 아들 매버릭(5)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매버릭이 ‘아빠, 지금도 저 선수들 이길 수 있어?’라고 묻더라. 그래서 ‘마음먹으면 할 수는 있는데 그러려면 아빠는 계속 수영장에 있어야 해. 학교에도 못 데려다주고 저녁도 못 해줘. 아예 같이 먹지도 못해’라고 했더니 ‘그러면 싫다’더라. 그래서 ‘아빠도 싫다’고 했다.” 꼭 천문학적인 돈을 번 스포츠 스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런 글도 유행이다. “20년 뒤에도 여러분의 야근과 주말 근무를 기억할 사람은 여러분의 아이들뿐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넘지 못했다. 경기 막판 추격전을 펼친 한국은 경기 종료 28초 전 포워드 이현중(25·나가사키)이 던진 3점슛이 림을 외면하면서 8점의 격차를 더는 줄이지 못하고 71-79로 패했다. 이현중은 유니폼에 얼굴을 묻고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한국의 주전 가드 이정현(26·소노)은 이 장면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3점슛 능력이 뛰어난 이정현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 호주전과 2차전 카타르전에서 각각 20점, 12점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카타르전에서 무릎을 다쳐 대회 도중 귀국했다. 중국전에서 한국의 3점슛 성공률이 12.5%에 그쳤기에 외곽슛 능력이 좋은 이정현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이정현은 15일 통화에서 “끝내 뒤집지 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중국전의) 마지막 순간이 가장 슬펐다”고 말했다. 무려 6명의 선수가 신장 2m 이상인 중국은 높이를 앞세운 수비로 한국의 3점슛 시도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정현은 “중국이 우리 슈터들을 정말 강하게 압박했다. 슛과 돌파가 내 장점인데 정작 중요할 때 동료들을 돕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한국은 중국에 공격 리바운드 20개를 내주는 등 골밑 싸움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준호 한국 대표팀 감독(69)은 경기 후 “우리 팀에 백보드를 지배할 수 있는 ‘빅맨’이 있다면 어떤 팀과 맞붙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꾸준히 골밑을 지킬 장신 귀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이에 대해 이정현은 “(귀화 선수의 합류는) 팀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귀화 선수가 없어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승부처에 결정적 득점을 성공시키고, 동료의 득점 기회를 살려주기 위해 부지런히 뛴 이정현은 ‘원팀’이 구호인 한국의 중심이었다. 한국 라커룸의 유행어는 “(이)정현이, 생큐!”였다. 안 감독이 득점 기회를 살려주는 동료가 있으면 “생큐”라고 외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우리는 진정한 ‘원팀’이었다. 소속 프로팀에서 30분씩 뛰는 선수들이 출전 시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똘똘 뭉쳤다”고 돌아봤다. 한국 대표팀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이정현은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경험을 더 쌓으면 강팀과 붙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넘지 못했다. 경기 막판 추격전을 펼친 한국은 경기 종료 28초 전 포워드 이현중(25·나가사키)이 던진 3점슛이 림을 외면하면서 8점의 격차를 더는 줄이지 못하고 71-79로 패했다. 이현중은 유니폼에 얼굴을 묻고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한국의 주전 가드 이정현(26·소노)은 이 장면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3점슛 능력이 뛰어난 이정현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 호주전과 2차전 카타르전에서 각각 20점, 12점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카타르전에서 무릎을 다쳐 대회 도중 귀국했다. 중국전에서 한국의 3점슛 성공률이 12.5%에 그쳤기에 외곽슛 능력이 좋은 이정현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이정현은 15일 통화에서 “끝내 뒤집지 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중국전의) 마지막 순간이 가장 슬펐다”고 말했다.무려 6명의 선수가 신장 2m 이상인 중국은 높이를 앞세운 수비로 한국의 3점슛 시도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정현은 “중국이 우리 슈터들을 정말 강하게 압박했다. 슛과 돌파가 내 장점인데 정작 중요할 때 동료들을 돕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한국은 중국에 공격 리바운드 20개를 내주는 등 골밑 싸움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준호 한국 대표팀 감독(69)은 경기 후 “우리 팀에 백보드를 지배할 수 있는 ‘빅맨’이 있다면 어떤 팀과 맞붙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꾸준히 골밑을 지킬 장신 귀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이에 대해 이정현은 “(귀화 선수의 합류는) 팀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귀화 선수가 없어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승부처에 결정적 득점을 성공시키고, 동료의 득점 기회를 살려주기 위해 부지런히 뛴 이정현은 ‘원팀’이 구호인 한국의 중심이었다. 한국 라커룸의 유행어는 “(이)정현이, 생큐!”였다. 안 감독이 득점 기회를 살려주는 동료가 있으면 “생큐”라고 외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우리는 진정한 ‘원팀’이었다. 소속 프로팀에서 30분씩 뛰는 선수들이 출전 시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똘똘 뭉쳤다”고 돌아봤다. 한국 대표팀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이정현은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경험을 더 쌓으면 강팀과 붙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정현은 실망감에 젖어 있을 대표팀 동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다 같이 치료실에서 살 정도로 아프지 않은 선수가 없었는데 모두 고생했다. 다시 웃으면서 대표팀에서 만나자. 이제 내가 너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큐’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무슨 냄새 안 나요? 햄버거 냄새가 나는데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밀워키가 14일 안방에서 피츠버그를 상대로 4회말까지 6-0으로 앞서가자 중계 캐스터는 이렇게 외쳤다. 전날까지 11연승을 달리고 있던 밀워키가 이날 승리하면 지역 버거 체인 조지 웹에서 ‘공짜 버거’(사진)를 뿌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전반기 연승 행진이 ‘11’에서 멈추며 ‘버거 챌린지’에 실패했던 밀워키는 이날 결국 12-5로 승리하며 팬들에게 공짜 버거를 선물하게 됐다.조지 웹의 공짜 버거 공약은 밀워키의 야구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48년 밀워키에 1호 점을 낸 조지 웹은 당시 이 도시를 연고로 하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 브루어스가 17연승을 하면 버거를 공짜로 나눠 준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그러다 1953년 밀워키에 메이저리그 팀 브레이브스가 건너오면서 기준을 13연승으로 줄였다. 하지만 브레이브스는 결국 13연승을 기록하지 못한 채 1966년 애틀랜타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이후 1970년 시애틀 파일러츠가 밀워키로 둥지를 옮겨 브루어스가 되면서 조지 웹은 기준을 12연승으로 다시 낮췄다. 그로부터 ‘공짜 버거’ 공약이 실현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브루어스는 1987년 개막 13연승을 거뒀고, 2018년에는 정규시즌을 8연승으로 마감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4승을 추가했다. 인구 58만 명의 밀워키는 MLB 30개 팀 연고지 중 인구가 가장 적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6개 팀 중 하나로 존재감도 크지 않은 스몰마켓 팀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특별한 스타플레이어 없이도 양대 리그 최고 승률 0.633(76승 44패)으로 내셔널리그 중부리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밀워키는 올해 창단 첫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우승과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인간새’ 아먼드 듀플랜티스(26·스웨덴)가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또 경신했다. 통산 열세 번째,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세계기록이다. 듀플랜티스는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WA) 헝가리 그랑프리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6m29를 넘었다. 6월 안방인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WA 다이아몬드리그 대회 때 홈 팬들 앞에서 세웠던 세계기록(6m28)을 두 달 만에 1cm 더 높였다. 이날 듀플랜티스는 경쟁자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야 ‘본무대’를 시작했다. 6m2를 성공한 엠마누일 카랄리스(26·그리스)가 6m11을 세 차례 실패하자 6m11을 1차 시기에 가뿐히 넘은 듀플랜티스는 곧바로 6m29 세계기록에 도전했다. 1차 시기에선 실패했지만 2차 시기에 아슬아슬하게 바를 넘고 쇼를 마무리했다.듀플랜티스는 “헝가리 (전통음식) 굴라시가 세계기록을 위한 완벽한 레시피였다. 이틀 전에 정말 맛있는 굴라시를 먹었는데 오늘 여기(부다페스트)에서 이렇게 잘 뛴 걸 보니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 기록은 굴라시와 헝가리 맥주로 축하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세계기록(6m25)과 함께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듀플랜티스는 곧바로 ‘다음 기록 경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당시 “(세계기록을) 또 깨긴 하겠지만 일단은 좀 쉬겠다”고 답했던 듀플랜티스는 그 후로 벌써 세계기록을 네 번이나 더 새롭게 썼다.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는 원조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62·우크라이나)가 1985년 처음 6m의 벽을 넘은 뒤 이제껏 세계기록이 총 26차례 경신됐다. 그중 붑카가 경신한 건 1994년 6m14까지 총 12번이다. 이후 나머지 13번은 듀플랜티스가 새로 썼다. 2020년 6m17을 넘으며 르노 라빌레니(39·프랑스)가 2014년 세운 6m16의 기록을 6년 만에 깬 듀플랜티스는 이후 세계기록을 매번 1cm씩 늘렸다. 듀플랜티스는 세계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WA로부터 포상금 10만 달러(약 1억3800만 원)를 받고 레드불, 푸마 등 개인 후원사에서도 별도의 보너스를 받는다. 9월 도쿄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듀플랜티스의 3연패는 사실상 확정적이다. 관건은 세계기록 경신 여부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아먼드 듀플랜티스(26·스웨덴)가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또 경신했다. 통산 열세 번째,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세계기록이다. 듀플랜티스는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WA) 헝가리 그랑프리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6m29를 넘었다. 6월 안방인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WA 다이아몬드리그 대회 때 홈팬들 앞에서 6m28을 넘고 세계기록을 경신했는데 두 달 만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계 기록을 1cm 더 끌어올렸다.이날 남자 장대높이뛰기에 나선 선수 중 6m 넘는 높이를 성공한 건 듀플랜티스와 엠마놀리 카라리스(26·그리스) 둘 뿐이었다. 카라리스는 6m2를 넘기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바를 6m11로 높이자 카라리스는 세 차례 모두 실패했다. 경쟁자가 모두 사라진 뒤에야 듀플랜티스의 ‘본무대’가 시작됐다. 6m11을 1차 시기에 가뿐히 넘어 우승을 확정한 듀플랜티스는 이후 곧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세계기록(6m28)에서 1cm를 더 높인 6m29에 도전했다. 1차 시기는 실패였지만 듀플랜티스는 2차 시기에 아슬아슬하게 바를 넘고 이날의 쇼를 마무리했다. 듀플랜티스는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도 세계기록(6m25)과 함께 금메달을 따낸 뒤에도 곧바로 ‘다음 기록경신’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당시 듀플랜티스는 “(세계기록을) 또 깨긴 하겠지만 일단은 좀 쉬겠다”고 답했었는데 그 이후로 벌써 세계기록을 네 번이나 더 깼다.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는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가 1985년 처음 6m의 벽을 넘은 뒤 이제껏 세계기록은 총 26차례 경신됐다. 그 중 붑카가 경신한 건 1994년 6m14까지 총 12번이다. 듀플랜티스는 그보다 많은 13번을 경신했다. 듀플랜티스는 2020년 6m17를 넘어 르노 라빌레니(프랑스)가 2014년 세운 6m16을 기록을 6년 만에 깬 것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세계기록을 1cm씩 늘리고 있다.32개 대회 연속 우승행진을 달리고 있는 듀플랜티스의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다. 2위권 선수들과 30cm가까이 차이나는 압도적인 격차로 우승하는 듀플랜티스는 9월 도쿄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3연패가 확정적이다. 관건은 세계기록 경신여부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05년 남북이 개최에 합의했으나 이후 중단된 파주∙개성 평화마라톤대회가 20년 만에 다시 추진된다. 민족문화체육연합은 통일부가 파주∙개성 평화마라톤축전의 북한 주민접촉을 승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김경일 파주시장은 7일 통일부를 방문해 ‘파주~개성 디엠지(DMZ) 국제평화마라톤대회’ 개최를 위한 북한주민접촉신고서를 제출했다. 파주시는 이번 대회 추진에 대해 “대북·대남방송 중단, 대북 확성기 철거 등 실질적인 남북 긴장 완화 조치가 시행된 것에 맞춰 남북화합의 물꼬를 트기 위한 조치”라며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남과 북을 달리며 남북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대회로 평화의 도시 파주를 전 세계에 각인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파주∙개성 평화마라톤축전은 2005년 재미 언론인 고 문명자 씨(1930~2008)가 문경환 민족문화체육연합 이사장과 북측에 제안해 북측과 준비위원까지 구성을 마치고 개최를 추진했던 대회다. 파주 임진각에서 출발해 통일대교와 디엠지(DMZ)를 가로질러 개성까지 갔다 임진각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계획됐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실제 개최로 이어지진 못했다. 민족문화체육연합은 “정기적인 파주∙개성 평화마라톤 대회로 남북간 민간교류 협력의 활성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골프 선구자 연덕춘 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1916∼2004)이 일제강점기 잃었던 한국 이름과 국적을 84년 만에 되찾았다. 연 전 고문은 1941년 일본오픈 정상을 차지하면서 한국 골프 선수 최초로 국제대회 우승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공식 기록상 연 전 고문은 노부하라 도쿠하루(延原德春)라는 일본 선수로 이 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것으로 남아 있었다. 이에 KPGA와 한국골프협회(KGA)가 기록 정정을 요청했고, 일본골프협회(JGA)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공식 기록이 바뀌었다. KPGA와 JGA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선수 고(故) 연덕춘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 행사를 열고 6·25전쟁 당시 사라졌던 연 전 고문의 1941년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를 복원해 공개했다. 우승자 이름을 ‘YERN DUK CHOON’(연덕춘)으로 고쳐 새긴 이 트로피는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김원섭 KPGA 회장은 “이번 기록 변경은 대한민국 골프의 뿌리를 되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연 전 고문이 본인 의지로 일본 국적과 일본 이름을 택한 게 아니었을 것”이라며 “한국 이름으로 역사에 남는 게 맞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만장일치로 기록을 정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JGA는 올해 새로 설립한 일본 골프 명예의 전당에 연덕춘 선생의 헌액도 추진 중이다. 1935년 일본 프로 자격을 취득한 연 전 고문은 1958년 한국 최초 프로골프 대회인 KPGA 선수권대회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뒤 골프채를 내려놓았다. 1968년 KPGA 설립에 앞장섰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 골프 발전에 힘썼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KPGA는 1980년부터 최저타수상을 ‘덕춘상’으로 명명해 시상하고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