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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이용호 전 G&G 그룹 회장(57)이 또 다시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자신의 사업체에서 자금을 빼돌린 혐의(횡령 등)로 이 전 회장을 3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횡령 액수 등 구체적인 혐의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2001년 당시 이 전 회장은 정·관계 유력 인사의 비호를 받으며 보물선 인양 사업 등을 내세워 주가를 조작해 250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계열사 전환사채 680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사는 주부 유모 씨(29)는 2일 음식물쓰레기봉투를 사기 위해 집 근처 마트를 찾았다. “모두 팔렸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마트를 찾았지만 역시 동이 난 상태였다. 유 씨는 마트 3곳을 더 돌았지만 쓰레기봉투를 구경도 못 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요즘 서울에서도 유독 구로구에서만 이처럼 쓰레기봉투 ‘구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 씨처럼 주민들은 ‘보물찾기’하듯 쓰레기봉투를 찾아 마트를 전전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판매처를 알려 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쓰레기봉투를 구했다’는 글이 성공담처럼 올라올 정도다. 유 씨는 “봉투를 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가게를 찾아가도 이미 다 팔려서 허탕 치는 일이 다반사”라며 “게다가나 날이 더워지면서 집안에 쌓인 음식물쓰레기 냄새 때문에 고역이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은 이렇다. 6일 서울시와 구로구에 따르면 구는 이달부터 쓰레기봉투 가격을 인상했다.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비용을 현실화한다는 취지로 일반·음식물쓰레기봉투 가격을 1장당 적게는 10원, 많게는 1480원 올렸다. 특히 배출방식을 함께 바꿨다. 그동안 구로구 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한꺼번에 쓰레기를 수거한 뒤 비용을 나눠 부과하는 단지별 종량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에 집집마다 배출량을 확인해 비용을 내게 하는 가구별 종량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구로지역 공동주택 230개 단지의 7만5925가구는 집집마다 음식물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과거에는 단독주택만 이런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했다. 이제는 아파트 가구 수만큼 쓰레기봉투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1, 2L짜리 소형 음식물쓰레기봉투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인상 전 구입한 쓰레기봉투를 사용하려면 차액을 내고 스티커를 구입해 붙여서 배출하는데 이마저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2, 3년 새 전국적으로 가구별 종량제가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전자칩으로 해당 가구를 인식해 음식물쓰레기 무게를 측정하는 전자태그(RFID) 방식을 도입했다. 지자체들은 쓰레기봉투 사용을 지양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할 때까지 기존의 단지별 배출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구로구도 3년 전부터 RFID 시스템을 일부 도입해 운영했지만 예산 부담이 크자 이를 확대하는 대신 쓰레기봉투를 이용한 가구별 종량제를 전면 시행한 것이다. 구로구는 배출방식 변경에 맞춰 쓰레기봉투를 추가로 제작했지만 당분간 품귀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로구 관계자는 “RFID를 전 지역에 시행하려면 연간 6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품귀현상은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 편의를 위해 쓰레기봉투를 대량으로 구입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 ·유원모 기자}

서울대에 도서 1만여 권을 기증하겠다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약속이 실현됐다. 서울대는 1일 중앙도서관 관정관 3층 양두석홀에서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에게서 시 주석의 기증도서 목록을 전달받는 ‘중국 시진핑 주석 기증도서 전달식’을 열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4일 서울대 특별강연 때 총 1만 권 분량의 책, 정기간행물, 영상물 등의 기증 의사를 밝혔다. 올 5월 11일 대학 측에 전달된 자료 1만여 점 가운데 도서는 9300여 권. 기증 목록을 보면 ‘중국법제사개요’ ‘당대중국사회학’ 등 중국의 역사 과학 철학 등을 알리는 책들이 상단에 배치됐다. 애초 기대했던 희귀본 고서적보다는 최근 출간된 역사서 혹은 동북아 정세와 관련된 책들이 주를 이뤘다. 이 밖에 문화 예술 자연과학 분야의 자료도 고루 포함됐다. ‘한국 화교 역사와 현상 연구(韓國華僑歷史여現狀硏究)’ ‘한국고려사연구(韓國高麗詞硏究)’ 등 제목에 한국이 들어간 책은 총 9권이며 한국어로 된 책은 200권 정도다. 기증 도서 목록은 인문 사회 공학 분야의 자료를 선호한다는 대학의 의사를 반영해 주한 중국대사관 측에서 선정했다. 정종호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장은 “애초 2월로 예정됐던 기증 시점이 늦어진 것은 대사관 측이 도서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9월 중앙도서관에 ‘시진핑 주석 방문 기념 자료실’을 마련해 해당 자료를 따로 전시할 계획이다. 자료실에는 시 주석 방문 당시 찍은 사진, 방명록 글귀인 ‘탐색진리 추구광명(探索眞理 追求光明·진리를 탐구하고 광명을 추구한다)’ 등이 함께 보관된다. 1일 전달식 뒤에는 추 대사가 서울대생,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중 관계를 주제로 한 특강을 할 계획이다. 강홍구 windup@donga.com·박은서 기자}
올해 1학기 연이어 부정행위가 발생했던 서울대가 이슈가 불거진 한 수업의 강사를 다음 학기 수업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인문대학은 올 1학기 중간고사에서 커닝 논란이 일었던 철학과 교양과목 ‘성(性)의 철학과 성윤리(성철윤)’의 담당 강사인 A 씨를 다음 학기 강사로 추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220여 명이 수강했던 이 수업은 4월 중간고사 당시 수강생 2명이 시험 중 대학 강의자료 포탈인 ‘ETL“에 접속하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해당 학생을 징계조치하기로 했다. 2007년부터 서울대에서 수업을 해 온 시간강사 A 씨는 이번 논란으로 문제가 된 성철윤 외에도 기존에 해온 생명의료윤리도 맡지 못하게 됐다. 내년 1학기에도 강사 추천에서 배제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커닝 사태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A 강사가 논란 후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추천 배제의 이유를 밝혔다. A 강사의 배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책임 소재를 제대로 물었다‘는 반응과 ’현 사태를 유발한 해당 학생들이 반성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강홍구 windup@donga.com·박은서 기자}

“아저씨… 저, 이제 더 못 살 것 같아요.” 20년 전 서울 도봉소방서 구조대장이던 경광숙 씨(58)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이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무너진 삼풍백화점 잔해 속에서 실낱같이 흘러나오던 젊은 여자의 음성. 생존자를 찾았다는 기쁨에 콘크리트 더미를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파내려 갔다. 하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던 경 씨의 볼에는 이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1979년부터 소방관 일을 시작했던 경 씨는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2007년에 최고영웅소방관으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6월까지 소방관으로 일했다. 재난과 거리를 두려 했던 경 씨는 지금 한 대기업에서 안전감독관으로 일하며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사무실이나 매장의 안전 위험 요인을 미리 찾아내 제거하는 게 그의 일이다. 소방관일 때 경험했던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매일 다짐한다고 했다. 25일 기자와 만난 경 씨는 “참사를 잊고 싶겠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 세대에게 삼풍의 교훈을 물려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 씨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경기 화성시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참사, 경북 경주시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세월호 침몰 등 재난이 반복된 건 안전의 중요성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 씨는 “안전을 잊는 순간 재난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20년 전 경기 고양소방서 구조대장으로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을 누볐던 안경욱 경기 화성소방서 현장대응1단장(53)도 그때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최후의 생존자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안 단장은 25일 “당시 지하 3층까지 어렵게 진입했다가 추가 붕괴가 우려돼 여러 차례 대피하면서 구조했던 기억이 난다”며 “참혹한 현장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단장은 “삼풍 참사는 안전이 모든 일의 기본이라는 교훈을 줬지만, 지금도 물질 만능주의라는 고질병이 청산되지 않아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삼풍 희생자 유족들은 “사고가 난 지 20년이 지났을 뿐인데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 숲 안쪽 삼풍참사위령탑을 찾은 유가족 김만순 씨(69) 부부는 쇼핑을 갔다 참변을 당한 장녀 수정 씨(당시 25세)의 이름을 읊조리며 “사람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너무 빨리 잊어버렸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삼풍백화점에서 근무하던 동생을 잃은 손선숙 씨(43·여)는 “주변에서 ‘삼풍 사고가 20년이나 됐느냐?’라고 하는데 내겐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는 현재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어디에도 당시 사고를 기억하게 해 주는 안내판 하나 없다. 위령탑은 우여곡절 끝에 사고 현장과 아무 연관성 없는 곳에 세워졌다. 사망자 509명, 실종자 6명, 부상자 937명이 발생한 삼풍 참사는 광복 이래 최대의 인명 피해를 낳은 참사로 기록돼 있다.손가인 gain@donga.com·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 화성=강홍구 기자}
사채를 동원해 코스닥 상장사의 신주인수권(warrant·워런트)을 사들인 뒤 시세 조작을 통해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일당이 구속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은 코스닥 상장사인 ‘파캔OPC’의 전 부사장 김모 씨(45) 등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자금 조달 등을 통해 이들을 도운 회계사 박모 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3년 3월 사채자금을 동원해 프린터 부품업체인 파캔OPC의 지분 30%가량(50억 원)을 사들인 뒤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어 같은 해 3~9월 김 씨 일당은 차명계좌 수십 개를 동원해 주가를 1000원 대에서 4배 가까이 끌어올렸고 신주인수권으로 저가에 신주를 취득해 고가에 되파는 수법으로 20억여 원을 챙겼다. 신주인수권은 미리 정한 가격에 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살 수 있는 옵션으로 행사가격보다 주가가 높아지는 만큼 차익을 거둘 수 있다. 5% 이상 주식 보유자는 지분 변동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신주인수권은 이 같은 의무가 없어 김 씨 일당은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58)이 올 2월 회장 선거 당시 금품 살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송강)는 측근이 선거인에게 금품을 뿌린 의혹으로 25일 박 회장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올 2월 열린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 경쟁후보 4명을 제치고 4년 임기 25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금품 살포 의혹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박 회장 측근의 부정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은 후보자 추천 기간 중 선거인에게 현금 500만 원과 200만 원을 각각 준 혐의(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로 4월 중기중앙회 맹모 부회장(51)과 제주아스콘사업협동조합 지모 회장(60)을 구속한 바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선거 과정에서 현금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선거 당시 박 회장 캠프에서 활동한 이모 중기중앙회 이사(58)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측근들이 선거인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이 개입했는지, 박 회장이 직접 금품을 살포한 사실은 없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강홍구 windup@donga.com·유원모 기자}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송강)는 부당 해고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노조 규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장석웅 전 전교조 위원장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으로 약식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전교조는 2012년 9월 교원노조법에 위배되는 해당 전교조 규약(부칙 제5조)을 시정하라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2차 규약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 앞서 전교조는 2010년 3월 고용노동부의 1차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아 벌금 100만 원이 선고받은 바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순 간삼건축 상임고문(건축공학 1958년 졸업), 강호문 삼성전자 전 부회장(전기공학 1972년 졸업), 박진수 LG화학 부회장(화학공학 1977년 졸업), 천정훈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기계공학 1976년 졸업)가 서울대 공과대학이 뽑은 ‘올해의 자랑스러운 공대 동문’으로 선정됐다. 서울대 공대는 1993년부터 매년 산업기술 발전에 공헌하거나 뛰어난 학문 성취, 사회봉사로 대학의 명예를 드높인 동문에게 자랑스러운 동문 상을 주고 있다. 올해까지 국내활동 부문 50명, 해외활동 부문 27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시민단체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의 문성근 상임운영위원장이 자신을 ‘종북’이라고 비방한 보수 성향 인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김홍준)는 문 씨가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나를 종북좌파 등으로 비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탈북자 출신 영화감독 정모 씨(46) 등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문 씨에게 각각 100만~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피고들은 문 씨가 2010년 결성한 ‘국민의 명령’이 내건 ‘민란’이라는 문구를 문제 삼았다. ‘국민의 명령’은 유쾌한 100만 민란프로젝트라는 슬로건 하에 민란콘서트, 광주민란, 대전민란 등의 행사를 실시해왔다. 이에 피고들은 인터넷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문 씨를 종북 문화 잔챙이, 종북 노예, 정신병자 등으로 비난했다. 재판부는 “공인에 대한 문제제기가 광범위하게 허용돼야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피고들의 주장만으로는 문 씨가 종북이라고 볼만한 구체적인 정황을 충분히 제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증권사 임직원이 채권 거래 관계가 있는 펀드매니저에게 관리 명목으로 수년간 고액의 여행경비를 제공해온 관행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증재 혐의로 모 보험사의 전 자산운용본부장 박모 씨(45)를 비롯해 1000만 원 이상의 여행경비를 주고받은 펀드매니저 10명과 증권사 임직원 10명 등 총 20명을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의 여행경비를 주고받은 99명은 금융감독원에 혐의 사실을 통보했다. 펀드매니저로부터 채권 매매를 의뢰받아 중개하는 증권사 직원은 실적에 따라 기본급보다 훨씬 많은 수억 원 대의 성과급을 받게 돼 펀드매니저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펀드매니저는 3년간 총 17회 6300만 원 상당의 해외 여행경비를 제공받았고,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임직원이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동반해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례도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채권시장의 고질적·구조적 유착관계를 적발한 최초 사례”라며 “수사 결과를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 등에 알려 업계의 자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기소된 피의자 가운데 일부는 배임 혐의도 드러났다. 검찰은 불법 채권 거래(채권 파킹 거래)로 기관 투자자에 약 113억 원의 손실을 끼친 맥쿼리투자신탁운용(구 ING자산운용) 전 채권운용본부장 두모 씨(44·구속) 등 펀드매니저 2명과 증권사 임직원 6명에게는 배임 혐의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채권 파킹거래란 채권을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구두로 채권 매수를 요청한 증권사에 일정 시점까지 보관하도록 한 뒤 그 시점에 결제하는 거래를 말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이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대표 이사 선임이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4부(부장 김상동)는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해당 안건은 아시아나항공의 1대 주주 금호산업(30.08%) 등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에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12.61%) 측은 주총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10% 이상의 상호주식을 보유해 상법상 금호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등의 이유를 들어 같은 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총회 당시 주주와 주식 수가 확인되지 않았고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표결에 부치지 않았으며 이를 지적하는 주주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묵살한 점 등도 문제 삼았다. 이에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 1대 주주인 금호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상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에는 이유가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주총 당일 주주확인표를 교부하는 등 출석 주식과 주주 수를 집계하고 위임장을 확인했고 의사진행 발언 제한은 주총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권한으로 봐야한다”고 원고 패소의 이유를 밝혔다. 금호그룹은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아들인 박삼구 회장과 넷째 박찬구 회장간의 갈등으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런 시국에 그 병원에는 무슨 일로 가세요?” 14일 오전 기자가 삼성서울병원에 가달라고 말하자 택시기사가 경계심을 잔뜩 품은 채 물었다. “혹시 병원에서 근무하는지”,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지” 등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의 상황 설명을 듣고 난 뒤 그는 “손님 입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삼’자만 나와도 솔직히 무섭다”며 “(병원이) 일부 폐쇄됐다니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황 나아질 걸로 기대했는데” 이날 병원은 일주일 전 기자가 찾았을 때보다 더 고요했다. 1층 접수처에는 취재진과 병원 직원만 보였다. 일반 병동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보안직원이 면회객들의 출입을 통제했고 일반 환자들이 쉬던 야외 휴식 공간도 폐쇄됐다. 주말 동안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길 바랐던 사람들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오히려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 결정으로 서울 강남 일대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 근처에 사는 김원자 씨(60·여)는 “이송요원이 추가 감염되면서 동네에 사는 의사, 간호사들이 전부 기피 대상이 됐다”며 불안해했다. 약국이 모여 있는 주변 한 건물의 관리인인 전수철 씨(64)는 “며칠만 있으면 곧 괜찮아질 거라는 소식에 기대했는데 결국 병원 폐쇄까지 왔다”며 “원래 건물 내 약국들이 일요일에 돌아가며 가게를 여는데 병원 찾는 손님이 끊기다 보니 오늘은 아무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12일 일괄 휴업 종료로 15일 대다수 학교가 정상 등교를 앞두고 있어 학부모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요새 어디 가서 일원동 산다고 하면 죄인 취급 받는다”면서 “(휴교 조치가 끝나는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 걱정이고 안 보내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14번 환자에 이어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의 방역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울시는 삼성서울병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공동특별조사단 구성을 제안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그동안 국가방역망에서 사실상 열외 상태로 놓여 있었다. 그것이 오늘날 큰 화를 불러왔다”며 “정부와 시가 주체가 되는 특별대책반이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삼성서울병원의 전면 폐쇄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악의 상황을 전제한다면 병원 전체가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안전지대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전국 병원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 병원 측이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 퇴원 검토안해” ▼한편 삼성그룹은 이번 부분 폐쇄 결정에 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신임 이사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을 설립한 곳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병원 부분 폐쇄는 병원이 메르스 확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이라며 “다만 병원 측은 보건당국과 실시간으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병원 20층 VIP 병동에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퇴원도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손가인 gain@donga.com·우경임·강홍구 기자}

“메이저 기업에 다니시나요? 다양한 메이저 싱글 남녀와 만나보세요.” 개인의 외모, 출신 대학 등을 어필해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명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 같은 구호를 앞세워 주요 대기업 회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앱이 등장해 화제다. 지난달 출시된 앱 ‘메이저’가 그 주인공. 외모, 학력도 모자라 상대방의 직장까지 보는 ‘스펙 만능주의’ 시대가 낳은 어두운 그림자라는 지적과 익명이 가득한 온라인 공간에서 좀 더 정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는 등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5일 ‘페이즐리’가 출시한 앱 메이저는 현재 앱 리스트에 등록된 180여 개 업체의 직원만 가입할 수 있다. 앱에서 제공하는 명단에 있는 본인의 회사를 선택한 뒤 회사의 e메일 계정으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삼성계열(삼성, 한화 등은 계열사별 기본 e메일 주소가 같아 계열로 묶임),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 업종별 주요 업체는 물론이고 공무원, 초중고교 교사가 포함돼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육형찬 페이즐리 대표(30)는 “누락된 회사 직원이 개발진에 e메일을 보내면 회사의 규모, 요청 횟수 등을 감안해 리스트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메이저 기업 재직 여부를 강조한 앱에 걸맞게 개인 프로필에는 사진, 닉네임 다음에 소속 회사 이름이 뜨도록 해 놨다. 출시 한 달이 지난 10일 현재 메이저 가입 회원은 600여 명. 주로 직장 동료와 만든 모바일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출신 대학을 인증해 이성을 소개해주는 앱은 이미 활성화 단계다. 서울대생을 위한 소개팅 앱인 ‘스누매치’가 대표 사례다. 스누매치도 메이저와 동일하게 대학 계정 e메일로 서울대생임을 인증한 뒤 이성을 소개받는 앱이다. 서울대생이 아니어도 가입할 순 있지만 상대방이 원치 않으면 매칭 대상에서 배제된다. 소개팅 앱 초기에는 상대방의 외모를 보고 이성을 선택하는 앱이 주류를 이뤘다. 10만 회 이상 내려받은 앱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자신의 사진을 올린 뒤 이성들의 프로필 심사를 통과해야만 회원 자격을 준다. 소개팅 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개인의 인성보다 외모, 학벌, 직업 등 외적 스펙만을 강조하는 세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좋은 이성을 만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직장인 박모 씨(29)는 “피곤한 직장생활 속에서 주선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하는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소개팅 앱이 편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소개팅에서 주선자가 맡는 필터링의 역할을 온라인 앱에서 ‘인증 절차’가 대체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정보의 공개가 균등하지 않은 온라인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박은서 기자}
성추행 의혹으로 학내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던 서울대 경영대 박모 교수(63)가 파면됐다. 서울대는 “교원징계위원회 의결 결과 문제를 일으킨 박 교수를 5일자로 파면 처분했다”고 9일 밝혔다. 상습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강석진 전 수리과학부 교수가 파면된 지 두 달 만이다. 강제로 교수 직책을 박탈하는 파면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파면된 교수는 5년간 공무원 및 교원 임용이 금지되며 퇴직금, 연금 수령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박 교수의 성추행은 2월 학내 인권센터에 제보가 들어오면서 알려졌다. 수업 뒤풀이 술자리에서 여학생의 볼과 손등에 입을 맞추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인권센터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4월 대학본부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냈다. 대학 측은 “소속 교원의 불미스러운 행동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성추행 의혹으로 학내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던 서울대 경영대 박모 교수(63)가 파면됐다. 서울대는 “교원징계위원회 의결 결과 문제를 일으킨 경영대 박 교수를 5일자로 파면 처분했다”고 9일 밝혔다. 상습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강석진 전 수리과학부 교수가 파면된 지 두 달 만이다. 강제로 교수 직책을 박탈하는 파면은 학내에서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파면된 교수는 5년간 공무원 및 교원 임용이 금지되며 퇴직금, 연금 수령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박 교수의 성추행은 2월 학내 인권센터에 제보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수업 뒤풀이 술자리에서 여학생 볼, 손등에 입을 맞추거나 성적수치심을 느낄만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인권센터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4월 대학 본부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학 측은 “소속 교원의 불미스러운 행동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강홍구 windup@donga.com}
“수술을 앞두고 누워 있는 사람이 어떻게 병원을 옮겨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7층 병실에서 만난 A 씨(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7일 뉴스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병원이라는 소식을 접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려 입원한 A 씨는 병원에서 별도의 안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같은 층에서 만난 60대 여성 B 씨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열이 난다고 하면 체온을 재고 가는 게 전부다. 환자를 안심시키려는 노력도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취재팀은 7, 8일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서울지역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또는 경유 병원의 입원 환자들을 만났다. 해당 병원의 입원 환자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수술 및 진료 일정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문병 온 가족과 지인들에게 메르스가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던 환자 휴게실은 거의 비어 있었다. 어머니를 간호하는 60대 여성 C 씨는 13층에 격리병동을 꾸린다는 병원 측 설명에 병실을 옮겼지만 메르스와 관련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80대 노모에게 메르스가 옮을까 걱정되지만 수술 후 회복 중이라 병원을 옮기긴 쉽지 않다고 했다. 다리 수술 때문에 입원한 문모 씨(61)는 “의사 회진 때마다 병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지만 ‘최선을 다하니까 믿어 달라’는 말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해간 병원들의 입원 환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데 안도하면서도 마냥 병원에 머무르긴 불안하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아내를 간호하는 김모 씨(65)는 “이미 정해진 수술 스케줄을 바꿨다간 비싼 특실 등 원하지 않는 병실에 머물 우려가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만난 홍모 씨(47)는 “손 세정제, 마스크를 비치해 둔다고 불안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메르스 확산 원인 중 하나로 꼽힌) 환기구 청소를 해서든 환자들의 불안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 아니냐”고 말했다. 병원 측은 환자들을 안심시키면서도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는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건물 1, 2층 입구에 간호사를 배치해 오가는 이들의 체온을 일일이 재는 한편 손 세정제를 바르도록 했고, 서울아산병원은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직원을 배치해 지정된 시간 외에 병실 면회를 제한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곳곳에 메르스 위생수칙을 알리는 안내판을 배치했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메르스 대응 최전방에 있는 의료진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손가인 gain@donga.com·박은서·강홍구 기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5분 새 병원 정문을 지나간 사람은 단 5명. 대형 종합병원이라는 간판이 무색했다. 7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곳으로 발표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주변은 공포에 잠겨 있었다. ○ “병원 옮기고 싶다” 평소 같으면 수많은 대기자로 붐볐을 1층 접수창구 대기석에는 단 6명이 앉아 있었다. 대부분 입에 마스크를 쓴 채 떨어져 앉았다. 환자나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날 정부당국이 공개한 메르스 병원 명단을 놓고 갑론을박했다. 환자, 보호자 할 것 없이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가 마스크를 쓴 채 말을 건네는데도 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응급실 진료를 받으러 왔다는 안모 씨(53)는 “언제 어떻게 메르스에 감염될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며 “계속 다니던 병원이라 찾아왔지만 마음 같아서는 병원을 옮기고 싶다”고 했다. 한 환자 보호자는 “출근하려는데 (병원 관련) 뉴스를 보고 회사에 (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봤는데 괜찮겠느냐고) 문의하니 오늘 쉬고 내일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며 민감한 분위기를 전했다.○ 주변도 민감 반응 병원 주변도 두려움에 휩싸인 건 마찬가지였다. 평소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행렬로 교통체증을 겪는다던 지하철 3호선 일원역 1번 출구 앞에는 택시 두 대만 서 있었다. 인근 목련타운 아파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 씨(여)는 “이 아파트에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많이 사는데 지금 밖에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평소 주말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손님이 전혀 없다. 사실 요새 같아선 손님이 차라리 안 오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7일 서울시교육청이 강남·서초지역 유치원, 초등학교에 8일부터 사흘간 휴업령을 내리자 학생들도 한층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학원에 가던 소모 양(17)은 “요새 친구들이 전부 마스크 끼고 서로 접촉도 잘 안 하는데 학원은 왜 휴강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 24개 병원에도 직격탄 정부가 7일 발표한 24개 메르스 환자 확진 및 경유 병원의 상황은 비슷했다. 지목된 병원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인근 상인들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에서는 이날 응급실 입구 탁자 앞에서 간호사들이 환자 방문객을 대상으로 일일이 ‘발열 확인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애초 ‘메르스 환자 2명이 발생한 병원’이라는 루머가 퍼졌던 이 병원에서 실제로 환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게 되자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전 충남지역은 확진환자가 발생한 전국 6개 병원 가운데 절반인 3곳이 이 지역 병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창일 건양대병원장은 이날 “관련 사실을 알게 된 직후부터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를 포함해 의료진과 실습 나온 학생 등을 모두 철저히 격리했다”며 “메르스 환자가 완벽히 격리된 병원이 오히려 청정지역”이라고 강조하며 지나친 공포감 확산을 경계했다. 상인들의 고심은 깊어졌다. 서울 강동구 365서울열린의원 인근의 한 볼링장 업체 사장 김모 씨(52)는 “메르스 사태 이후 주말 손님이 평소 500명대에서 300명대로 급격하게 줄었다”며 “건물주에게 임대료라도 깎아 달라고 빌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내 한 의류매장 직원은 “손님이 줄어든 건 기본이고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싶은데 고객을 응대하면서 그럴 수도 없어 곤란하다”고 하소연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손가인 / 부천=박희제 기자}

국민안전처가 메르스를 조심하라며 6일 ‘긴급재난문자’(사진)를 보내 ‘뒷북’ 비난을 받고 있다. 첫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지난달 20일)한 지 17일 만에 문자를 보낸 데다 내용마저도 ‘손 자주 씻기’ 등 익히 알려진 내용이었다. 6일 오전 11시 30분경 안전처는 메르스 예방수칙으로 △자주 손 씻기 △기침·재채기 시 입과 코 가리기 △발열·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등이 담긴 긴급재난문자를 4세대(4G) 이동통신 가입자 및 일부 3G 가입자에게 보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국민에게 메르스 예방을 위한 위생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안전처 관계자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바람과 달리 5, 6일 확진환자가 늘어나 문자를 보내기로 결정했다”며 “사태 초기부터 문자를 보내면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어 신중하게 타이밍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자에 기초적인 내용만을 담은 건 문자 수가 60자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이미 며칠 전부터 모두가 아는 얘기를 긴급재난문자로 보냈다. 한심하다”거나 “이제야 정부가 일을 하고 있는 듯해 안심이 된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박은서 clue@donga.com·강홍구 기자}

“미안. 다 나 때문이야.” 난데없는 낙타의 사과에 누리꾼들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한 지 채 하루가 안 돼 3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논란의 중심에 선 낙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야기입니다. 메르스의 감염 매개체로 알려진 낙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듯 익명의 페이지 운영자는 거듭 “미안해”, “내 잘못인 거 알아”라며 사과를 되풀이했습니다. 낙타의 눈에 눈물이 맺힌 사진도 게재됐습니다. 누리꾼들은 페이지 운영자의 뻔뻔함에 ‘ㅋㅋㅋ’를 연달아 달면서도 마냥 웃지 못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눈앞의 현실이 떠올라서일까요. 하루 새 수백 명씩 격리자가 늘어나는 거짓말 같은 현실. 메르스 사태, SNS의 중심에는 낙타가 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 논란의 시초가 된 것은 보건복지부 발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라는 정부의 방침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누리꾼들에게는 한심할 뿐이었습니다. 낙타유, 낙타고기 섭취는커녕 낙타를 볼 일도 흔하지 않은 이곳에서 마치 낙타와의 접촉이 만병의 근원인 양 다뤄진 것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중동지역 여행 시 주의사항이 (메르스 예방법으로) 잘못 전해진 것” “SNS 카드 뉴스 형태로 정리해 놓은 부분 중 일부 내용만이 확산되면서 오해를 산 것”이라며 감싸는 의견도 나왔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도리어 낙타는 보건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조롱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쯤 되면 왜 정부가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라고 경고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요즘 길 너무 막혀서 낙타 1종 따려고 했는데” “휴∼ 정부의 조치가 아니었다면 낙타유를 마실 뻔했지 뭐야” 등 복지부의 발표 내용을 비꼬는 댓글은 풍자의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풍자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패러디물도 하나둘 등장했습니다. 대표 사례는 2013년 바이러스 감염을 다룬 영화 ‘감기’의 패러디 영화 ‘낙타’. 원작 포스터 속 죽음의 바이러스라는 문구를 ‘죽음의 중동생물’로 바꾸는 등 작업자의 세심한 배려에 누리꾼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냈습니다.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님아, 그 낙타를 타지 마오’가 됐습니다. 이 밖에도 영화 ‘매드맥스’는 ‘매드낙타’가, ‘인터스텔라’는 ‘인터카멜라’가 됐습니다. 해시태그(단어 앞에 ‘#’을 붙여 특정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를 이용한 조롱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재 트위터에서는 ‘#작품 제목에 낙타를 넣어보자’ ‘#영화 제목에 낙타를 넣어보자’ 등의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영화, 작품 제목 등에 낙타를 접목해 사태의 심각성(?)을 다뤄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트위터에는 ‘낙타와 함께 춤을’(원제 ‘늑대와 함께 춤을’), ‘낙타 치는 대통령’(원제 ‘피아노 치는 대통령’) 등 무시무시한 영화 제목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 속 위인마저 소환됐습니다. 한 누리꾼은 고려 태조 왕건이 거란에서 친선의 의미로 보내온 낙타 50필을 다리 밑에서 굶어죽게 한 사실을 언급하며 “죽은 낙타들의 영혼이 저주(메르스)를 내렸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웃프다(웃기면서도 슬프다)’는 반응이 나올 법합니다. 지금의 모든 사태가 보건당국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3차 감염은 거의 없다”는 등 정부의 호언장담이 하나둘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무기력한 대처가 떠오르는 것은 비단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겁니다. 이 와중에 메르스 관련 허위사실 유포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소를 되찾기는커녕 외양간은 제대로 고칠 수 있을지 의심하게 합니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낙타를 키우는 국내 동물원 6곳은 낙타를 모두 격리 조치했습니다. 동물원 측은 낙타에게 문제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관람객들의 눈에 띄어 좋을 게 없어 조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 당국에 동물원 이상의 세심한 배려를 바라는 것은 제 큰 욕심일까요. 더 큰 피해 없이 하루빨리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랍니다.강홍구 사회부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