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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에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이 동행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당초 청와대는 임 실장의 출장에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를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소속의 행정관 2명이 동행했다고 밝혔으나 10일 UAE 국영방송 보도 화면에는 서 1차장이 동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1차장은 해외정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주파키스탄 대사 등을 지낸 서 차장은 2008년 한전의 해외자원 개발 자문역을 맡아 자원외교에 관여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 차장이 동행한 것은 맞지만 원전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임 실장의 UAE 방문이 바라카 원전 건설과 관련해 UAE 측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것이었다는 의혹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양국 국가사업에 대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회동이었다. 원전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9∼12일 레바논과 UAE를 차례로 방문한 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를 면담했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면담 당시 한국이 수주한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의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했다는 것을 근거로 임 실장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외교적 문제를 수습하러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청와대는 “칼둔 의장은 아부다비 행정청장 자격으로 배석한 것”이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설명에도 임 실장의 특사 방문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기류다. 대통령의 중국 방문 직전에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핵심 국가인 UAE를 방문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내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해외 무기 판매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나오지만 이 역시 긴급 출장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UAE 방문이 원전 우려에 관련된 것이라면 정부는 하루속히 진실을 밝히고 어떻게 대처할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임 정권에 대한 보복을 가하려다가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위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가 한국당의 소집 요구로 19일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임 실장은 18일 오후 돌연 21일까지 휴가를 내겠다고 밝혀 운영위 출석은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의 휴가는 ‘휴가문화 정착’ 차원으로 운영위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임 실장은 휴가 첫날인 이날 오후 재외공관장 회의 만찬에는 참석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베이징현대차가 2017년에 대외적인 어떤 요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그런 대외적 어려움들이 해소됐을 거라고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중국 충칭(重慶) 베이징현대 5공장을 방문했다. 이날 가진 직원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라 현대차가 겪었던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된 양국 경제 관계를 정상화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1∼11월 중국에서 96만9553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156만9207대보다 38.2%가 줄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베이징 인근의 베이징현대 1∼3공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방문 일정에 맞추느라 최근 완공한 충칭 5공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1조 원이 투자된 충칭공장은 올해 8월 말부터 중국형 소형 세단 ‘취안신루이나’ 생산에 들어갔다. 현대차로서는 중국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한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현대차는 베이징과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기존 자동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서부 내륙지방 공략을 위해 충칭공장을 전초기지로 삼기로 했다.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11월 7810대를 만드는 등 점차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 시장에서 (베이징현대가) 차지하는 점유율을 보자면 더 뻗어나갈 수 있는 그런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시기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2005년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연간 점유율은 11%에 달했다. 하지만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올해 4월 3.2%까지 추락했다. 베이징현대차는 충칭공장 내부에 한국어와 중국어로 ‘동반성장의 모범이 되겠습니다’ ‘미래성장동력의 주역이 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문 대통령을 환영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안내로 공장을 돌아본 문 대통령은 판매현황을 보고받으면서 엘란트라의 전기차 주행거리에 관심을 나타냈다. 김봉인 베이징현대 생산본부장에게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과 충전시설 현황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앞선 14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 대통령에게 현대차의 차세대 친환경차를 직접 소개했다. 차세대 수소전기차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신형 ix35(투싼) 등이다. 현대차 측은 “문 대통령 방중 기간에 맞춰 중국 현지에 신제품을 선보인 것은 사드 여파로 위축된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정세진 mint4a@donga.com / 충칭=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3개월이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과 북한의 도발 중단을 통해 북-미 간 협상 계기를 마련하는 데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 주석도 이견 없이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향후 3개월이 한반도 정세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 한중 정상이 의견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오기 위한 중국의 역할 확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이 지목한 3개월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완성될 것으로 보는 시점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핵에 외교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한이 3개월 남았다고 한 것과 일치한다. 미국이 향후 3개월 내 대북 군사 옵션을 검토하기 전에 한중이 북핵 위기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공조하기로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미중 협의체’ 구성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 한미중 협의체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미국과도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중 협의체는 북한이 대화로 복귀할 때를 겨냥해 4자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까지 고려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북한은 15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설전을 벌이며 정면충돌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핵 비확산과 북한을 주제로 열린 이날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의 지속적 중단이 있어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12일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강변하며 비핵화 테이블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핵무기가 “미국에 대한 불가피한 자위 수단”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서 불거진 중국 측의 홀대 논란, 중국인 경호원의 한국 기자단 집단폭행 등으로 곤혹스러워하던 청와대는 15일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면담 결과에 반색했다. 전날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관련 4개 항목의 합의문을 이끌어낸 데 이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 해제의 물꼬를 텄다고 봤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리 총리는 “경제·무역 부처 간 소통채널 정지” “일부 한국 기업의 어려움”이라고 표현했다. 전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사드 갈등을 “모두가 아는 이유”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경제 보복 조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리 총리는 “문 대통령님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양국 간 협력사업이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갈등을 딛고 양국 간 경제 교류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리 총리는 또 “(한중) 양측은 모두 봄날의 따뜻함을 기대하고 있다. 한중 관계의 봄날도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바둑으로 비유하면 미생(未生)의 시기를 거쳐 완생(完生)의 시기를 이루고, 또 완생을 넘어 앞으로 상생의 시기를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중이 경제 분야 협력 사업 재가동에 동의하면서 전날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 개시 등 7건의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를 실행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미세먼지 공동 저감,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 등을 제안했다. 이에 리 총리는 “한중 간의 근본적 이해충돌이 없다”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다만 리 총리는 “양국은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비공개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다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완벽히 ‘사드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다소 시간을 더 둘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리 총리 면담에 앞서 만난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양국은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단계적 처리’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완전히) 해결하지 않고, 현재로서는 미완으로 남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사드는 봉인”이라고 표현했던 10월 말 양국 합의문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베이징=문병기 기자}

중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베이징에서 충칭으로 이동하기 전 프레스센터를 직접 찾아 기자들과 만나 중국 경호원의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는데 수고 많으셨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도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건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중(反中) 기류 확산과 함께 여권 일각과 문 대통령 일부 지지층에선 기자들을 폄훼하며 폭행 사건의 책임을 기자들에게 돌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는 ‘해외순방 기자단 해체 요구’ 등의 글이 잇따랐다. 실제로 기자들의 무리한 취재에 따른 사고였는지, 당시 경호와 중국 공안의 책임은 없었는지 등을 점검해 본다. ①무리한 취재가 원인?=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 게 경호원의 정당방위”라며 기자들의 무리한 행동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폭행 사태가 일어난 14일 한중 경제·무역파트너십 행사 당시 사진기자들의 취재 동선은 현장 경호팀과 사전 조율됐다. 이 행사의 취재를 맡은 사진기자는 폭행을 당한 한국일보와 매일경제를 포함해 4명. 청와대는 대통령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과 협의해 취재 순번을 정하고 ‘근접취재 비표’를 받은 기자들만 대통령 동선에 따라 취재한다. 이들 사진기자 4명은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이미 한 시간 전 행사장인 베이징 ‘국제회의중심’에 도착해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경호팀과 취재 위치를 조율했다. 물론 행사장 내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대통령 안전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면 취재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측 경호원들은 사진기자들과 동행하던 청와대 직원들이 신분을 밝히며 기자들이 취재할 수 있도록 요구했는데도 이를 제지하고 폭행을 했다. ②폭행 당시 한국 경호팀은 어디에?=행사장에는 중국 측 공안, 경호원과 함께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 경호원 15명이 사진기자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는데도 한국 경호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호팀은 대통령 동선 곳곳에 배치된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미 다른 전시장으로 이동한 문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과정에서 대응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자에 대한 보호는 경호처 책임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처는 7월 경호구역 내 일반 시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명확히 하는 내용으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③중국 공안 책임은?=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전날 “한국 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행사”라며 중국 공안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폭행 가해자가 KOTRA가 고용한 중국 보안업체 직원일 경우 중국 공안에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 해외 순방의 경우 대통령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안전구역’ 내 사고는 경호처 책임이지만 그 외 경비구역은 현지 경찰 책임으로 규정된 만큼 중국 측이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중국 보안업체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폭행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모두가 서로 밀치는 과정이었다”며 폭행 자체를 부인했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가해자가 해당 업체 직원인 것을 확인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자료는 지금 갖고 있지 않다. 우리 잘못이면 책임지겠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모른다”고 했다. 이 업체는 공안 연루 가능성에 대해선 “불확실하다. 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베이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완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5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중단된 양국 경제 부처 간 소통을 복원하기로 했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 총리를 만나 양국 간 경제 소통을 정상화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리 총리는 “경제·무역 부처 간 소통 채널이 정지된 상태임을 잘 알고 있다. 향후 양국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리 총리는 또 “일부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투자 환경이 악화된 것은 아니며 한중 관계가 발전하면 한국 기업은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한중 간 사드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리 총리와의 연쇄 회동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법의 물꼬를 트고, 사드 보복 조치 해제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중국 측의 홀대 논란, 한국 기자단 폭행 사건으로 이번 국빈 방중의 빛이 바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홀대론은 인정할 수 없다.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의) 사드 발언 횟수나 강도가 (지난달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보다 낮아진 것을 보면 양국이 좋은 관계로 가는 신호”라고 말했다. ● 中외교부 “기자 폭행, 철저히 규명” 한편 외교부는 기자단 폭행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가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 경위가 신속하고 철저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다.베이징=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기자}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라고 말했다. 북핵 위기 속 전쟁불가 원칙을 공유한 중국과의 관계를 공동운명체로 규정하는 동시에 중국의 대국다운 책임론을 강조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중국의 외교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동참을 선언하며 균형외교 구상을 본격화했다.○ 文 “중국몽에 함께할 것” 문 대통령은 베이징대 교수와 학생 290여 명 앞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며 우호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남은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기 위해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것이다. “다자하오(大家好·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중국어로 인사말을 건넨 문 대통령은 한중 간 우의를 상징하는 역사적 인물들과 문화교류의 역사를 부각하는 데 30여 분의 연설 중 절반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중국 청년들 사이에 ‘한류’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중류’는 더욱 오래되고 폭이 넓다. 한국 청년들은 중국 게임을 즐기고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난징대학살에 대해 애도한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이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양국은 일방의 번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운명공동체의 관계”라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내놓은 ‘중국몽(夢)’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과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구상인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연계해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조급했다” 지적도 청와대는 사드 갈등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첫 합의를 도출해낸 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대 이상이었다. 중국은 톱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 두고 보면 어제 회담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상회담 점수는 120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 참여를 구체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중 관계 개선의 물꼬는 텄지만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어떻게든 올해 내로 중국에서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사드 논란을 최대한 좁히려 했지만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못한 것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시 주석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사드에 대해 ‘적절한 처리’를 당부했다. 중국 역시 한미일 북핵 공조로 인한 위기감으로 한중 관계 개선 필요성이 높았던 만큼 정부가 굳이 시 주석의 사드 언급을 감내하며 연내 한중 정상회담을 강행할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우리가 조금만 여유를 가졌으면 오히려 중국이 먼저 선물을 들고 왔을 것”이라고 했다. 긴 호흡을 갖고 내년 초에 했더라도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베이징=문병기 weappon@donga.com / 신진우·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이 중국인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외교 홀대 비판 속에도 강행한 문 대통령의 방중이 폭행 사태로 얼룩지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으로 촉발된 한중 관계의 앙금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공안의 지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 경호원 약 15명은 이날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장에서 한국 기자들의 문 대통령 취재를 제지했고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폭력을 가했다. 한국일보 고영권 사진기자를 넘어뜨렸고 매일경제 이충우 사진기자를 구둣발로 짓밟는 집단 린치를 가했다. 두 기자는 문 대통령의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 기자는 오른쪽 눈두덩이 심하게 붓고 안구를 둘러싼 뼈에 골절상을 입었다. 고 기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해 대통령 전용으로 계약된 중국 측 병원으로 별도로 옮겨졌다. 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고 우려를 표명했으며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고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에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행사는 한국 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 됐든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매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14일 세 번째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불거진 양국의 갈등을 딛고 새로운 협력 관계로 나아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북핵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등 4대 원칙에 합의했다. 사드 갈등 이후 두 정상 간 구체적 합의 사항이 도출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시 주석은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사드 문제를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사드 문제가 10월 말 양국 합의문에 따라 일단락되기를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시 주석, ‘사드’ 또 언급 두 정상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나란히 사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사드로 촉발된 갈등에 대해 문 대통령은 “최근 일시적인 어려움”, 시 주석은 “모두가 아는 이유”라고 에둘러 언급했다. 시작부터 사드를 꺼내 양국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식게 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 주석은 비공개로 진행된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재차 사드 문제를 테이블에 꺼냈다. 청와대도 언론발표문에서 명시적으로 “시 주석이 사드 문제 관련 중국 측 입장을 재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시 주석은 사드 문제를 언급하며 “지금 양국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이 되고 있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관리를 잘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관계 회복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언급”이라고 자평했다. 물론 시 주석이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등의 구체적인 표현을 한 것은 과거보다 미래에 방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우리 정부가 기대했던 사드 문제의 ‘완전한 봉합’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 한반도 전쟁 불가 원칙 합의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전날에 이어 또 한번 난징대학살을 언급하며 ‘역사 공조 외교’를 펼쳤다. 문 대통령은 “어제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도일이었는데, 다시 한번 위로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난징대학살 추도식을 위해 베이징을 비웠던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애도 표현과 노영민 주중대사를 추도식에 참석하도록 한 것에 감사를 표했다. 두 정상은 “운명적 동반자”(문 대통령), “우호적이고 가까운 이웃 협력자”(시 주석) 등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양국 정상은 확대 및 소규모 정상회담을 135분간 이어갔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60분 이상 늘어난 것. 청와대에 따르면 시 주석은 “(10월 31일) 양국 합의문과 이번 정상회담이 한중 관계 개선의 최고의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확대 정상회담이 끝나고 소규모 정상회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10분가량 서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전쟁 불가 등 한반도와 관련한 4대 원칙에도 합의했다. 이번 4대 원칙에 문 대통령의 북핵 해법 구상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전쟁 불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등의 내용은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것들이다. 또 미일과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 전략을 펴고 있는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도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라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여기에 두 정상 간 ‘핫 라인’ 구축에 이어 다양한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한 점도 향후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최고의 북한 압박카드로 꼽히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해 시 주석은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쌍중단, 3NO 언급 없어 청와대는 또 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쌍중단(북핵 개발과 한미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은 없다는 우리 정부의 ‘3노(NO)’ 원칙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회담에서는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도 화제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평창 초청에 시 주석은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며 만약 참석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 정상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여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북한 참여를 위한 양국 공동 노력은 처음”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베이징=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경제 교류 활성화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으로 불거진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가급적 줄이거나 봉합하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중국과의 교역이 본궤도에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양해각서(MOU)를 포함한 7건의 MOU를 체결했다. 이 중 평창 겨울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환경 관련 MOU를 제외한 5건이 경제 분야 협력에 관한 내용이다. 이와 별도로 양국 기업 및 기관들은 무역·산업·에너지 분야에서 19건의 MOU를 체결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서비스·투자 부문에 중점을 둔 한중 FTA 후속 협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협상 개시 서명으로 내년 초 1차 협상을 개최하기로 중국 상무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영화·드라마 등 한류 문화 콘텐츠와 관광, 의료 등 국내 서비스 산업의 중국 진출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상무부와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중국의 서비스·무역 총액은 2015년 기준 7529억 달러로 세계 2위 규모다. KOTRA는 2020년에는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환경부와 중국 환경보호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할 한중 환경협력계획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중국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대기오염방지 협력사업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한중 정상외교의 주요 의제로 미세먼지 대책 추진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베이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서의 첫 아침식사를 현지 서민 식당에서 시민들과 함께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1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인근의 아침 식사 전문점 융허셴장(永和鮮漿)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려 아침 식사를 했다. 메뉴는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인 유탸오(油條)와 더우장(豆漿)을 택했다. 유탸오는 밀가루를 기름에 튀긴 꽈배기 모양의 빵. 중국인들은 유탸오를 중국식 두유인 더우장에 적셔 먹는다. 또 중국식 만두인 샤오룽바오(小籠包)와 만둣국인 훈둔도 주문했다. 노영민 주중 대사 내외도 함께했다. 식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통해 68위안(약 1만1200원)을 지불했다. 문 대통령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며 노 대사에게 “이걸로 다 결제가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중국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아침 식사에 대해 청와대는 “중국인들의 아침 일상을 조금이나마 체험해 마음으로 중국인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날 방중 첫 메시지로 난징(南京)대학살에 대한 위로를 건넨 데 이은 ‘중국 껴안기’ 행보다. 청와대는 이번 방중 기간 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불거진 한중 간 간극을 좁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중 경제무역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한 뒤 오후 4시 반경(현지 시간) 열린 국빈 공식 환영식까지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았다. 전날 저녁에 이어 이날 점심도 숙소에서 먹으며 정상회담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빈 만찬에서 중국 측 인사들과 처음으로 식사를 했다.베이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전쟁 불가와 남북 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처리’를 요구하면서 사드 문제의 ‘봉인’은 다시 미뤄지게 됐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2시간 15분가량 열린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한반도 전쟁 불가 △한반도 비핵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의 4대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 등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미중 및 한중일 등 다양한 형태의 3자 협의를 활성화하자고 시 주석에게 제안했다. 중국이 ‘3불(不)’ 원칙 중 하나로 요구하고 있는 한미일 안보동맹의 우려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또 두 정상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연계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관왕지래(觀往知來)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양국은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관왕지래는 중국 고전인 열자(列子)에 나온 표현으로 사드를 과거의 문제로 두고 새로운 한중관계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시 주석은 “그동안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가 풍파를 겪었다. 우호적이고 가까운 이웃 협력자로서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며 더 나은 양국 관계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시 주석은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직접 사드를 언급하며 “한국이 계속해서 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또 전화 통화 등 핫라인을 구축하고 한중 협력을 정치, 안보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개시와 미세먼지 공동대응 등 7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베이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완준 특파원}

14일 오전 10시 56분 중국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장 주변에서 갑자기 소란이 벌어졌다. 이 행사를 취재하려는 한국 기자들을 중국 경호원 약 15명이 막아서면서였다. 기자들은 대통령 근접 취재를 허용하는 ‘비표’(대통령 경호처가 배부한 비밀표식)를 제시하며 항의했지만 중국 경호원이 한국일보 고영권 사진기자의 멱살을 잡아 뒤로 넘어뜨렸다. 바닥에 쓰러진 고 기자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이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려는 다른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아 집어 던지려 하며 취재를 하지 못하도록 위협하기도 했다. 오전 11시경, 우리 측 사진기자들이 다시 문 대통령을 뒤따르려 하자 다른 부스 앞에 대기하고 있던 중국 경호원들이 재차 출입을 막았다. 검은 양복을 입은 중국 경호원들은 항의하는 매일경제 이충우 사진기자와 시비 끝에 멱살을 잡고 복도로 끌고 나와 주먹질을 시작했다. 우리 기자들과 청와대 춘추관 직원들이 “스톱” “노 터치” 등 영어로 강하게 항의했으나 약 15명의 경호원은 이 기자를 쓰러뜨린 뒤 빙 둘러싸고 얼굴을 구둣발로 강타하는 등 3분가량 집단 린치를 가했다. 우리 측은 한국말로 욕설 섞인 표현까지 하며 제지하려 했지만 쓰러진 기자를 둘러싼 중국 경호원들은 이를 완력으로 밀어냈다. 폭행 과정에서 춘추관 이주용 국장이 “한국 경호팀 어디 갔느냐. 어서 와 달라”고 큰소리로 외쳤지만 경호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경호원 서너 명은 멱살 잡은 손을 뜯어말리던 이 국장의 뒷덜미를 잡아채 뒤로 끌어냈고, 춘추관 송창국 국장도 뜯어말리다 이리저리 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폭행 사태로 문 대통령도 10분 이상 전시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폭행을 당한 이 기자는 안구에 출혈이 생겼으며 구토 증세를 보였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고 기자는 계속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이들은 15일 저녁 귀국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중국 정부에 강력 항의하고 신속한 진상 파악과 책임자 규명을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에 경호를 맡은 중국 공안과 한국 취재진이 대통령의 동선을 모두 취재하기로 했는데도 중국 측이 취재를 막아선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굉장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했다. 이번 폭행이 중국 관영 환추시보가 전날 중국 측의 외교 결례를 비판한 한국 언론에 대해 “국익의 대문을 향해 자살골을 넣는 것”이라고 비판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도 관심이다. 현장 경호를 책임졌던 대통령 경호처의 현장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호처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를 위해 전시장 안에 있었기 때문에 전시장 밖 소란행위를 발견하는 것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폭행 주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폭행 가해자는 이날 행사를 주관한 KOTRA가 고용한 중국의 사설 보안업체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았다. 물론 (사설 직원들의) 지휘 책임을 맡은 중국 공안에 분명히 항의해야 하지만 (직접적) 폭행 책임은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KOTRA 측은 중국 공안이 처음부터 특정 업체를 지정해 경호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베이징은방패보안서비스회사’로 2011년 설립돼 베이징 공안국의 승인을 받은 회사라고 한다. 특히 해당 보안업체는 “폭행 가해자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KOTRA는 사건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요구했으나 중국 공안이 이 CCTV 화면을 확보하고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은 이날 밤 폭행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중국 내 외신기자들의 모임인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기자에 대한 폭력은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 폭행사태를 규탄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라고 비판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기자 폭행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저녁 홈페이지 올린 정례 브리핑 전문에서 중국 측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한 질의응답을 삭제해 사태 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이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완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은 국빈 방중 첫날인 13일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 등 한중 간 문화·인적 교류를 앞세운 ‘소프트 외교’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첫 행사인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서 “양국 국민의 마음이 다시 이어지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소중한 한중 양국 커플들을 이 자리에 함께 모셨다”며 위샤오광(于曉光), 추자현 씨 부부 등 한중 다문화 부부를 소개했다. ‘우블리 부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들은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유명한 ‘스타 부부’다. 간담회를 마친 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들 부부와 함께 중국 전통악기 ‘얼후’를 체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는 “한국 젊은이들은 중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를 즐긴다. 요즘은 중국 쓰촨요리 마라탕이 새로운 유행”이라고 말했다. 한류스타인 송혜교 씨가 14일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열리는 국빈 만찬과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는 그룹 엑소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의 밀접한 교류와 협력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공자와 맹자의 유교사상을 배우고 삼국지와 수호지를 읽으며 호연지기를 길러 왔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한 중국 정부 인사의 격(格)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빈방문은 차관급이 영접을 나오는 것이 관례인데도 중국이 차관보급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를 공항에 내보낸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3년 방중 당시엔 수석차관급인 장예쑤이(張業遂) 상무 부부장이 영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쿵 부장조리는 우다웨이(武大偉) 부부장의 퇴직으로 공석인 부부장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결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빈방문 첫날이지만 중국 측 인사와의 공식 만찬 일정이 없었던 것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도 물리친 채 저녁식사를 한 뒤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14일 한중 정상회담 준비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국빈 방중 첫날인 13일 난징대학살에 대해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이 난징대학살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재중 한국인 간담회와 한중 비즈니스포럼 등 2시간여의 간격을 두고 두 차례에 걸쳐 똑같은 발언을 내놨다.○ 한중 역사 공조로 사드 논란 돌파 문 대통령은 방중 첫 행사인 재중한국인 간담회부터 난징대학살에 대한 메시지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를 애도하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들께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제국주의에 의한 고난’, ‘항일투쟁’ 등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역사적 동질감을 강조했다. 2시간여 뒤에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선 더욱 분명한 어조로 일본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서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를 성찰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난징대학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이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메시지에는 한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을 어떻게든 끝내기 위한 다층적 포석이 깔려 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일본이 중국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과 일본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중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와 별개로 역사 문제에 대해선 같은 입장에 있는 중국과 공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중국이 사드 논란을 끝내기 위한 조건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등 이른바 ‘3불(不) 원칙’의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일본을 겨냥한 비판으로 중국의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文 “한중은 같은 배 탄 운명공동체” 문 대통령이 중국을 찾은 이날은 난징대학살 80주년 행사로 중국 내 추모 분위기가 최대로 달아올랐다. 청와대는 방중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도착하는 날 난징대학살 관련 행사가 열리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모식 참석을 위해 수도 베이징을 비워 불거질 수 있는 ‘외교적 홀대’ 논란을 무릅쓰고 연내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해 일정을 강행한 것. 한 외교소식통은 “14일을 넘기면 연내 방중이 무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의도적으로 난징대학살에 방중 날짜를 맞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난징대학살에 대한 입장 표명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이 13일을 ‘국가공제(國家公祭)’라고 할 만큼 중시하는 만큼 대통령이 그런 부분을 고민해 발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반발은 부담이다. 한미일 협력을 인도 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역시 한중 ‘역사 공조’를 무조건 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적이고 국제적인 이슈라기보다는 한중, 한일, 아시아 문제를 넘어서 인류 보편적인 상처에 대한 치유, 같은 경험을 가진 한국 입장에서 동병상련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마음으로 협력한다면 반드시 양국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는 시 주석이 동맹 관계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가리켜 사용한 표현이다. 문 대통령 방중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박병석, 송영길, 박정 의원 등 당내 중국통 의원들이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했다. 베이징=문병기 weappon@donga.com / 신나리 기자 ● 난징(南京)대학살일본군이 1937년 12월 13일부터 2개월 동안 당시 중국의 수도인 난징을 점령한 뒤 저지른 대량학살 사건. 일본 패전 후 1946년에 열린 군사재판에서 당시 사망자를 약 15만 명으로 발표했으나 중국은 30만 명 이상이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10월에는 관련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13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은 난징(南京)대학살 80주년 추모일로,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방중 첫 메시지로 난징대학살에 대한 위로의 뜻을 표한 것은 대일(對日) 과거사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촉발된 한중 간 이견을 좁혀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방중 첫 일정인 재중한국인 간담회에서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들께 위로를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난징대학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외교적 결례 논란에도 수도 베이징을 떠나 난징으로 이동해 난징대학살 국가추모일 기념식을 개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빈 방문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 등 중국의 주요 인사들이 베이징을 비운 것에 대해 “자국의 중요한 행사에 참석한 것인데, 이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중) 양국은 오랫동안 긴 역사를 함께해 왔다. 두 나라는 제국주의에 의한 고난도 함께 겪었고, 함께 항일투쟁을 벌이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는 “양국은 함께 번영해야 할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사드 여파로 지속되고 있는 한중 불협화음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한중 관계가 외부 갈등 요인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드 봉합 등 한중 관계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한중 정상회담은 14일 열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문 대통령이 애도와 함께 아픔을 겪은 인민들에게 위로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교류 강화의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강화, 양국의 경제 전략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협력, 양국 국민 간 우호적 정서를 통한 사람중심 협력 등 경제 협력 3대 원칙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개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양국 기업의 서비스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상호 투자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방중 첫날 스스로 난징대학살 관련 언급을 했을 뿐 아니라 노영민 주중 대사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난징대학살 80주기 국가추모식에 참석하게 해 한국 정부 차원의 추모 입장을 분명하게 전했다. 관례에 따르면 노 대사는 이날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서 문 대통령을 맞아야 했지만 12일 밤 추모식이 열리는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으로 이동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가는 게 더 바람직한 것 아니냐”며 노 대사에게 추모식 참석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원래 주상하이(上海) 총영사와 주베이징 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참석하려 했으나 대통령의 뜻에 따라 밤사이 급하게 참석자의 격(格)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국가적인 행사인데 우리도 뭔가 예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난징대학살 희생동포기념관에서 시작된 추모식을 생중계한 관영 중국중앙(CC)TV는 추모식에 참석한 노 대사의 모습을 2차례 화면에 노출시켰다. 노 대사는 이날 추모식에서 별도의 발언은 하지 않았고 시 주석과의 면담도 없었다고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시 주석은 2014년 추모식 참석 때와는 달리 이날 직접 연설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추모식 뒤 난징대학살 생존자들을 만나 “역사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 교훈으로 삼고 미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연설에서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은 중국인에게 거대한 재난을 안겨주고, 일본인에게 거대한 해를 입혔다”고 일본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중일 양국은 움직일 수 없는 이웃이고 중일 민간 교류 역사는 유구하다”며 “중국은 친성용혜(親誠容惠·친밀 성실 포용 혜택)의 이념과 선의로 이웃을 대하는 외교정책으로 일본을 포함한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 방중을 취재하는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오른) 2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일본을 적시해서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편 북한 측은 추모식에 초청받았음에도 참석하지 않아 최악의 북-중 관계를 반영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문병기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북한 김정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직후 “북한과의 협력관계가 변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이웃국가임에 변함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혈맹(血盟) 대신 ‘이웃국가’라는 표현을 썼지만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릴 수준의 대북 제재에는 동참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가질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보단 이른바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 및 한미 연합 훈련 동시 중단)’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불가 등 이른바 ‘3NO’ 원칙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하지 않고 각국 언론에만 발표할 예정이다. 12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전직 국가원수들의 모임인 ‘마드리드 클럽’ 회원들을 면담했다. 마드리드 클럽 회장인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전 라트비아 대통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은 면담에서 “한중 정상이 북핵 공통 전략을 도출하길 희망한다”며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시 주석의 노력을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경우 최대 압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인 만큼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면서도 ‘대문에 불이 나면 집이 위험해진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되고, 혼란도 안 된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으로 인한 갈등이 군사적 충돌 등 혼란으로 비화해 중국에 영향을 미치는 건 중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 첫날인 13일 ‘난징(南京)대학살’ 사건 제80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국빈이 입국하는 날 초청자인 시 주석이 수도인 베이징을 비우는 것을 두고 외교적 결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첫날 동포간담회와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둘째 날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하지만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공동기자회견도 갖지 않기로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 이견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것. 한중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주석 간의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11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13일 출국해 14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 주석과 확대 및 소규모 정상회담, 국빈만찬을 갖는다”고 밝혔다. 15일에는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에 이어 국회의장 격인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을 만난다. 이어 문 대통령은 충칭을 방문해 16일 차기 지도자로 유력한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와 오찬 회동을 한다. 현재 중국 지도부 서열 1∼3위는 물론이고 차세대 지도자를 만나 한중 관계의 미래를 도모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선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북핵 문제와 사드 보복 완전 해제 등을 최대 이슈로 꼽았다. 그러나 중국이 ‘10·31 사드 합의’ 이후에도 잇따라 사드 문제를 거론한 것은 물론이고 ‘3불(不) 1한(限)’을 지키라고 압박하면서 사드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중국 측이 우리와 다른 입장을 표시하는 상황에서 공동성명을 낸다면 다른 부분이 (부각돼) 나타나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사드 레이더의 성능 때문에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염려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도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고, 앞으로도 한국은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 점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여러 번 다짐을 받은 바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도입 결정이란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차단벽 설치까지 주장하고 있는 중국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3불 정책’의 재확인을 요청하는 질문에는 “그것은 결코 새로운 입장이 아니다. 그런 입장에 대해서 서로 깊은 이해를 이룬 것이 10월 31일자 양국 간 협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선 “오로지 핵 하나만 가지고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남북 간의 평화와 협력이 북한의 안보를 지켜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중은) 북핵에 대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완벽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9일은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실망한 국민들이 촛불시위로 서울 도심을 메우자 여야는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전방위로 터져 나온 국정 농단 비리는 그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넓고 깊게 병들어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인(人)의 장막 속 제왕적 대통령을 떠받치는 폐쇄적인 청와대와, 정권의 장단에 맞춰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른 권력기관, 낯부끄러운 정경유착과 문화·체육계 비리까지 한국 사회에 켜켜이 쌓인 부조리와 모순이 한꺼번에 민낯을 드러냈다. 그 후 1년. 대한민국은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9년 만의 정권교체를 거치며 새로운 역사의 순간들을 지나왔다.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다시 만든다)’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국가 혁신을 내걸고 부처마다 적폐 청산 기구를 만들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탈(脫)정치를 선언했고 국정 농단의 진원지가 됐던 체육계와 문화계도 뿌리 깊은 불공정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시작했다. 하지만 과감한 개혁 요구와 우려가 엇갈리면서 진통도 뒤따르고 있다. 적폐 청산에 대한 피로감과 저항이 나타나는가 하면 급격한 경제·노동 개혁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2·9 탄핵소추안 통과’ 1년을 맞아 사회 전반의 달라진 변화상을 돌아보고 우리가 나아갈 이정표를 고민해 본다. ● 청와대대통령에 대면보고 늘고 靑앞길 24시간 개방… “이벤트성 소통 대신 국회와 대화 확대를” 지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청와대일 것이다. 대통령이 일하는 공간이 먼저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참모동인 여민관 3층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민관에서 약 700m 떨어진 본관에서 주요 집무를 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핵심 참모가 아니면 감히 청와대 본관에 갈 엄두를 못 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수직적인 청와대 업무 문화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정부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참모들이 대통령 발언을 받아 적기만 하는 풍경이 자주 연출됐다. 하지만 지금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와 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토론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서관들도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국민청원제 운영 등 직접 민주주의 요소가 확대된 것도 눈에 띈다. ‘열린 청와대’ 기조하에 오후 8시 이후 통행이 금지됐던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공개된 것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이벤트적 요소에 치우치거나, 국회와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대변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수시로 브리핑을 하겠다”고 했지만 취임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을 찾은 것은 한 번뿐이었다. ● 공직사회상사 지시라도 정당성 따져묻는 공무원 늘어… 타부처와 협업땐 이메일-서류로 근거 남겨 국정 농단 사태를 온몸으로 겪은 공직사회는 업무 처리의 책임과 권한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투명성과 정당성을 중시하는 문화는 확산됐지만 한편으로는 책임질 만한 일은 아예 안 하겠다는 보신주의가 강화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블랙리스트 논란을 겪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서기관급 직원 A 씨는 “업무 지시에 대해 반문하는 후배들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상사의 지시라도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A 씨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 쫓겨났으나 결국 명예를 회복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사례가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꼼꼼히 기록하는 습관도 생겼다. 정부 부처의 한 과장급 직원은 “다른 과나 타 부처와 협업할 때 반드시 이메일이나 서류로 근거를 남긴다”고 말했다. 다만 성과를 위해 부하 직원들을 압박해야 하는 상사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지시사항을 꼼꼼히 기록하는 직원들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대통령 지시사항을 적은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수첩으로 인해 국정 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자신의 지시사항이 언제 부메랑이 돼 되돌아올지 불안하다. 업무지시에 아예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정부 부처 공무원 B 씨는 “직무유기보다 직권남용의 형량이 더 높다”며 “문제될 만한 일은 아예 하지 않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 재계삼성-SK “10억 이상 후원금은 이사회서 결정”… 주요 기업 기부금 집행 작년보다 13% 줄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탄핵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집단 중 하나가 기업이다. 특히 대기업은 최순실 일가에 대한 ‘뇌물공여’ 집단으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적폐’라는 굴레를 써야 했다. 기업들은 이후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바로 기부금 시스템이다. 더 이상 기부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는 ‘검은돈’이 되지 않도록 기업에서부터 자정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전자는 올 2월 이사회를 열고 ‘10억 원 이상 기부금, 후원금, 출연금’은 반드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사전심사를 위한 심의회의를 만들고 분기마다 운영 현황, 집행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500억 원을 넘는 후원금 등에만 사내이사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를 거쳤는데 기준 금액도 대폭 강화하고 절차도 깐깐하게 바꾼 것이다. 같은 시기 SK그룹도 10억 원 이상의 후원금은 의무적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기부가 위축된 점은 ‘그늘’로 꼽힌다. 기업경영성과평가업체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기부금 집행 규모는 총 9788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나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38.1% 늘었는데 기부금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포항 지진을 계기로 다시 성금 물꼬가 조금씩 터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과 경제단체들은 쉽사리 연말 기부에 나서길 주저하는 분위기다. ● 문화계블랙리스트 올랐던 예술가에 정부 지원 재개… 출판진흥원 등 심사위원 선발때 공정성 강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던 예술가와 단체들이 탄핵 이후엔 오히려 지원 사업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발표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작 지원 사업인 ‘2017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에선 22개 작품 중 5개가 지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극단의 작품이었다. 박근혜 정부 기간 무려 14차례에 걸쳐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돼 최대 피해자로 꼽힌 극단 ‘하땅세’가 대표적이다. 극단 놀땅은 같은 작품을 제출했는데 지난해에는 떨어지고 올해는 선정됐다. 문학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터키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참가한 한국 작가 6명 중에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시인 안도현, 천양희, 소설가 김애란 등이 포함됐다. 출판계도 달라졌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올 7월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790종에는 ‘윤이상 평전’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와 진보 성향의 공지영 작가 수필집 등이 대거 뽑혔다. 세종도서는 정부가 전국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할 우수 도서를 선정해 구매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 문화예술지원기관들은 블랙리스트 집행기관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지원심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문예위는 1000여 명의 후보자 풀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심의위원을 선발하고, 출판진흥원은 외부에서 추천받은 3∼5배수의 후보군 중에서 심사위원을 선발하고 있다. ● 법조계檢, 피의자 인권침해 논란 밤샘조사 금지 추진… 전국법관대표회의 “인사 투명화” 大法에 요구 법조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기관의 수장이 모두 바뀌며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 분야 중 하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검찰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밥 총무’ 문화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밥 총무’는 부서의 막내 검사가 식사 참석 인원 확인, 메뉴 선정과 식당 예약 등을 하는 문화다. 검찰은 밥 총무를 없애고 부서 내 회식 횟수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인권 침해 논란을 빚어온 밤샘 조사를 금지하고 변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검사가 피의자를 면담하는 일을 제한하는 등 피의자 인권을 대폭 강화하는 수사 관행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또 중요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검사와 상급자의 의견이 다를 경우 이를 기록으로 남기도록 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한 것도 큰 변화로 꼽힌다. 법원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와 1, 2심 법관 인사를 분리하는 ‘법관 인사 이원화’ 방침을 밝히며 개혁의 첫 청사진을 내놓은 상태다.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외압 의혹을 계기로 꾸려진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도 4일 올해 마지막 회의를 열어 법관 인사 기준 투명화 방안 등을 대법원에 요구했다. 이들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개헌 논의에 대법원이 직접 참여해 사법제도 개혁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노동계최저임금 대폭 오르고 朴정부 2대 지침 폐기… 靑-정부-노사정위 등에 노동계 출신 포진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는 뜻에서 ‘노발대발’로 하겠습니다.” 10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와의 대화’에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꺼낸 건배 제의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계 인사들을 초청해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외국 정상급으로 대접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발대발’은 빈말이 아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2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폐기 등 노동계의 요구는 일사천리로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 권력’이란 말까지 나온다. 현재 청와대에는 노동계 출신 행정관들이 다수 일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물론이고 각종 위원회에도 노동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렇게 형성된 ‘노동 권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 명령, 김장겸 전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등 강성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부상한 노동 권력은 현 정부의 적잖은 부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안은 노동계 반대로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최저임금 개편도 노동계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 최근 건설노조는 마포대교를 점거하는 등 점점 강성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의 한 원로는 “노무현 정부 초기 친(親)노동 정책을 폈지만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등을 돌렸다”며 “노동계가 경제사회 주체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도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체육계정유라 입시비리 불똥에 승마 특기전형 급감… 학점 모자라는 선수들 외부 대회 출전도 못해 “올해 승마 특기로 대학에 갈 학생의 절반 이상은 진학을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의 한 지도자는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이 된 ‘정유라 씨의 승마 비리와 이화여대 입시 비리’로 승마계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탄했다. 그에 따르면 대학들이 승마 특기 적성 전형을 없애는 바람에 예년에 비해 고교 3학년 승마 특기 적성 입학 예정자 30여 명 중 반수 넘게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2020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 그동안 쉽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인식된 ‘승마 특기자’는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승마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선수가 아닌 승마를 즐기는 일반인들도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발길을 끊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수도권 승마장을 찾는 승마 동호인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문 닫는 승마장도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한마디로 승마계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한 승마 관계자는 “비리를 저지른 인간을 욕해야지 왜 승마까지 비난의 눈초리로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5년 가다 보면 승마하는 사람은 씨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의 체육계열 학사관리는 더욱 철저해졌다. 일정 학점을 따지 못하면 선수들에게 대회 출전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 이화여대 무용과 3학년 김모 씨는 “예전엔 가끔 휴강도 있었는데 수업과 관계없는 토론을 시키는 등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 온라인의견 다르면 판사가 내린 판결에도 악플 공격… 일부 누리꾼은 익명성 뒤에 숨어 극단적 대결 올해 1월 19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조의연’이라는 이름이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4기)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날이다.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조 부장판사를 향한 선정적 비난과 유언비어가 쏟아졌다. 판사 개인을 향한 집단 공격은 이제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새 정부까지 출범했지만 온라인 세상에서는 아직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폐’로 몰고 ‘악플 테러’를 가한다. 합리적 근거는 물론이고 일관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올 3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에서 ‘소신과 양심을 지키는 판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강 판사가 김재철 전 MBC 사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적폐 판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반인도 예외는 아니다. 9월 ‘240번 버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고 서울시 홈페이지에 몰려가 “운전사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뒤늦게 거짓이 밝혀졌지만 240번 버스 운전사는 회복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서울의 한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온라인 문화의 고질적 병폐가 더 심해졌다. 합리적 토론이 사라지고 익명성에 숨은 극단적 대결의 장이 됐다”고 지적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유원모 기자·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윤수 기자 ys@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양종구 yjongk@donga.com·유덕영 기자·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