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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는 인공지능이 좋아하는 타개 수법. 몸싸움을 통해 우변 백돌을 수습하는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참고 1도 흑 1처럼 받으면 백 16까지 말끔하게 수습하는 형태다. 따라서 흑 61로 젖힌 것은 좌변 백을 계속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백의 다음 응수가 중요한데 바둑이는 62의 젖힘을 선택했다. 참고 2도 백 1로 젖히는 것이 일반적 수법이다. 백 5, 7이 임기응변의 좋은 수. 백은 13까지 좌변 수상전을 활용해 두터움을 확보할 수 있다. 흑 65가 예상을 벗어난 수. A로 두면 좌상 귀를 제압할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한 것은 귀를 내주더라도 좌변 백을 통째로 삼키겠다는 의도다. 백도 귀를 살지 않고 68로 묘한 수를 던졌다. 백 ◎로부터 이어진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78이 이세돌 9단에게 마법과 같은 수일까. 이 9단의 은퇴기인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한돌 대결’ 3번기 첫판에서 이 9단이 92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흑 78이 결정타이자 승착이었다. 이 9단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 4국에서 이른바 ‘신의 한수’로 불리는 78수 이후 바둑을 역전시키며 승리를 낚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낮 12시에 시작된 이날 대국은 이 9단이 두 점을 놓고 덤 7집반을 한돌에게 주는 치수로 진행됐다. 이는 호선과 두 점의 중간 치수로 숫자로 말하자면 1.5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치수에 대해 인공지능이 계산한 한돌의 승률은 15% 안팎이다. 하지만 중국의 줴이(絶藝)가 두 점으로도 프로 정상급 기사들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바둑계에선 1.5점이면 한돌의 승리를 유력하게 내다봤다. 초반 분위기는 한돌이 잡아나갔다. 특히 우변에서 흑 대마를 공격하면서 한돌의 승률을 조금씩 상승해 백 63으로 모자를 씌우며 공격할 시점에는 한돌의 승률이 22~23%로 높아졌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바둑이’를 개발한 이주영 한국고등교육원 교수는 이 대국을 유튜브에서 중계하면서 “1%씩 승률이 줄어드는 것이 적어 보이지만 나중에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며 “한돌이 승률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돌이 순항하던 분위기는 갑자기 백 75, 77로 끊는 무리를 범하면서 급격히 반전됐다. 흑 78이 회심의 급소. 백 79, 81도 방향착오였으며 흑이 82를 선수하고 84로 끊자 요석인 중앙 백 3점이 잡히면서 승부가 사실상 끝나버렸다. 한돌이 계산한 승률도 이 무렵에는 4%대로 떨어졌다. 흑 92 때 한돌이 돌을 던졌는데 A로 나와도 B의 장문으로 백돌이 살아갈 길이 없다. 이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한돌이 프로기사라면 당연히 두는 수를 착각한 것 같다. 오늘 수비형 바둑을 뒀는데 인공지능과 대국을 두며 준비해보니 수비형이어야 승률이 조금이라도 높았다”고 말했다. 한돌을 개발한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대국이 성사된 것은 한 달 반 전. 호선 바둑으로 세팅된 한돌을 급하게 접바둑 모드로 바꿨지만 버그 없이 바둑을 둘 수 있게 테스트하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한돌은 올초 국내 정상급 기사 5명을 호선으로 이겼다. 당시 기력 측정 레이팅 점수가 4200이었고 현재는 4500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최고수는 3600. 레이팅 점수가 400이상 차이나면 점수가 낮은 쪽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때 이번 한돌의 패배는 실력이 약해서라기보다는 접바둑에 적응하지 못해서라고 볼 수 있다. 2국은 19일 낮 12시 같은 곳에서 열린다. 이번 3번기는 한판의 승패에 따라 치수가 바뀌는 단판 치수바꾸기여서 2국은 호선 바둑으로 둔다. 접바둑 버그가 없기 때문에 한돌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관심은 21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리는 3국에 쏠린다. 다시 1국과 같은 치수로 돌아가는데 이 9단이 또다시 승리할지, 한돌이 버그를 피해 설욕할지 주목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흑 ●로 지켜 흑이 기분 좋은 상황이다. 바둑이는 백 48의 3·3 침입이 제일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이때가 좌하 귀를 정리할 마지막 기회였다. 참고 1도 백 1, 3으로 막아 흑 4까지 삶을 강요하고 백 15까지 빅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다. 흑이 A에 젖히지 않고 53으로 는 것은 실리를 내주더라도 두텁게 둬 하변 백 세력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이곳을 두텁게 하면 실전처럼 55부터 59까지 끊는 수가 생긴다. 백의 응수가 마땅치 않다. 아까 참고 1도가 좋았다는 것은 흑의 이런 준동도 막을 수 있기 때문. 물론 흑으로선 55보단 참고 2도 1∼5가 더 좋았다. 이건 좌변을 완전히 장악한 모습이다. 큰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인데 백 60의 붙임은 무슨 뜻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한돌과 대결하는 이세돌 9단 은퇴기가 18∼21일 열린다. 알파고에게 1승을 거둔 이 9단이 한돌을 상대로는 어떤 승부를 펼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첫 판에서 이 9단이 흑을 잡고 2점을 놓는 접바둑을 둔다. 보통 접바둑은 덤이 없는데 은퇴기에선 이 9단이 덤 7집 반을 한돌에게 준다. 현재 한돌의 알고리즘은 흑이 백에게 덤 7집 반을 주는 호선 바둑으로 세팅돼 있다. 덤이 없는 일반적 접바둑을 두려면 호선 바둑에 맞춰진 한돌의 알고리즘 세팅을 아예 다시 해야 한다. 그 기간이 1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2점을 놓고 덤 7집 반을 거꾸로 주는 방식을 택한 것. 이 같은 수치는 호선 바둑과 2점의 중간 정도여서 1.5점 접바둑이라고 할 수 있다. 바둑계에선 1.5점 접바둑으로는 프로기사가 인공지능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돌은 올해 초 프로기사 정상급 5명(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신진서 9단)과의 호선 대국에서 모조리 승리했다. 한돌은 8월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중국의 줴이(絶藝), 골락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김승준 9단은 “현재 최정상급 프로기사들도 인공지능에게 2점 접바둑으로 간신히 버티는 정도”라며 “전성기가 지난 이 9단이 1.5점 접바둑으로 인공지능을 이길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 9단이 1국을 지면 2국은 3점을 깔고 덤 7집 반을 주는 ‘2.5점 접바둑’으로 둔다. 이 치수가 딱 맞는 치수여서 승패 확률이 반반이라는 것이 프로기사들의 중론이다. 이 9단이 여기서도 지면 3국에선 4점을 깔고 덤 7집 반을 준다. 이 대국은 40집 가까이 먼저 받은 상태에서 두는 것이어서 이 9단이 크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만약 2국에서 이 9단이 이기면 다시 1.5점 접바둑으로 돌아가는데 역시 이길 확률은 매우 낮다. 따라서 3번기에서 패-승-패, 혹은 패-패-승의 1승 2패를 예상하는 전문가가 대다수다. 마지막 변수는 한돌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돌은 기력을 측정하는 레이팅 수치가 올 초 4200이었고 지금은 4500에 달한다. 문제는 호선으로 세팅된 실력이라는 것. 덤 7집 반을 받는다 해도 접바둑을 두기 위해선 오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대국이 성사된 한 달 반 전부터 다양한 테스트를 하고 접바둑에 익숙하지 않은 한돌에게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 애가 탄다”며 “승패와 관계없이 제 실력만 발휘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34로 붙여간 수는 알파고 때부터 인공지능이 선호하는 수. 그냥 걸치는 것에 비해 훨씬 적극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좌하 귀가 더 시급했다. 참고 1도 백 1을 선수하고 3으로 좌하 귀 형태를 정리해야 했다. 백 13까지 빅이 된다. 흑 35는 침착한 수. 백 38에 흑은 손을 빼고 39로 빈 귀를 차지했다. A로 달리는 것도 상당히 큰 곳이어서 흑 39와 맞보기다. 그런데 백 42가 방향 착오. 역시 좌하 귀를 정리하는 게 바람직했다. 참고 2도 백 1로 두고 3으로 빅을 만드는 것이다. 백으로선 좌하 귀 빅을 만들어야 실리 부족 없이 국면을 운영할 수 있었다. 백 46까지 두터운 형태를 만들었지만 흑이 선수를 잡아 47로 좌상 귀를 지켜 선취점을 올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17로 젖히는 수가 중요한 수순이다. 이때 백은 참고 1도 1로 이으면 그나마 간명한 정석이 기다리고 있다. 흑 8까지 백 석 점을 사석으로 버리고 13까지 중앙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한다. 백 18부터 흑 25까지는 예정된 수순. 흑 27이 신수. 보통은 참고 2도 흑 1로 젖힌다. 흑 7까지 무난한 진행. 귀는 빅이 난다. 흑 27을 끊은 것은 A로 중앙 흑 한 점을 단수할 때, 그 가치를 작게 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백 32의 빵따냄이 두터워 백도 불만 없는 결과로 보인다. 흑은 선수를 뽑아 33으로 우하 귀에 선착했다. 그런데 이때 바둑이가 예상하지 못한 수를 선보인다. 인공지능에겐 놀랍지 않은 수이긴 하지만 인간은 최근에야 적응하기 시작한 수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5번기에서 2패를 당한 바둑이는 3국의 승리가 절실한 상황. 하지만 골락시의 벽을 넘기엔 아직 2%가 부족해 보인다.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바둑이가 결승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좌하 귀에서 복잡하지만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정석이 펼쳐지고 있다. 흑 13으로는 한때 참고 1도 흑 1로 끊는 수가 많이 두어졌다. 백 10까지 서로 양보 없는 육박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후 흑은 ‘가’로 두어 수상전을 벌이는데, 그 변화도가 족히 20개는 나온다. 요즘은 흑 13이 대세다. 백 14도 절대의 한 수처럼 여겨졌으나 최근엔 참고 2도 백 1로 뻗는 수가 등장했다. 백 15까지 큰 세력을 만들어 백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충분히 둘 만한 변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참고도 백 1(실전 64)로 밀 때 흑 2는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는 곳. 이때 백 3이 인공지능의 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다. ‘가’로 젖히는 수와 백 5(실전 68)로 나오는 수를 맞보고 있다. 허공에 붕 뜬 것 같은 백 3을 생각해내기란 프로기사도 쉽지 않다. 놓이고 나면 감탄하지만 그전까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백 17(실전 80)까지 우변 흑 한 점을 잡아서 백이 잘 허물어지지 않을 우세를 확보했다. 이어 불리한 흑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지만 정확한 수읽기로 모두 무력화시켰다. 특히 중앙 백 대마의 생사를 둘러싼 공방은 골락시의 뛰어난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골락시가 우승하기까지 1승만 남았다. 실력 차이는 한 끗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바둑이가 좀처럼 힘을 못 쓴다. 56=47. 238수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하변 흑 집을 지키려고 했지만 백 20으로 껴붙이는 수가 있어 생각보다는 흑 집이 별로 나지 않는다. 불리한 바둑이는 흑 21, 23, 25로 딴짓을 하지만 결국 백 20에 대해 응수해야 한다. 흑 27이 인공지능의 착각일까. 인간으로 치면 ‘던질 곳을 찾은 수’다. 불리하니까 한 번 붙어보고 안 되면 던지는 것이다. 인공지능에게 이런 개념은 분명히 없을 텐데 흑 27을 어떤 계산 과정을 밟아 두게 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백 34가 맥점. 이 수가 있어 흑 27은 성립하지 않는다. 흑이 참고 1도 1로 이으면 백 2로 끊어 수상전에서 백이 이긴다. 또 참고 2도 흑 1로 끼워도 역시 백 10까지 수상전에서 백승이다. 백 38을 본 바둑이는 항복을 선언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백 대마는 위기에 빠진 것일까. 그러나 골락시는 백 102, 104를 선수한 뒤 106으로 한 점을 단수하며 살아버렸다. 이런 구명줄이 있었기에 백은 태연하게 대마에 더 이상 가일수하지 않았던 것. 만약 흑이 참고 1도 1처럼 한 점을 이으면 백 8까지 촉촉수에 걸려 크게 잡힌다. 다만 선수를 잡은 흑은 우변에서 107로 밀고 들어갔다. 이곳에서 사달이 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참고 2도 백 1로 끊어 기존에 잡았던 흑돌을 살려주지 않겠다고 하면 격랑이 몰아친다. 흑 6으로 따낸 이후 복잡한 변화가 숨어 있다. 유리한 백은 110으로 선선히 두 점을 살려주고 마무리한다. 흑 115까지 손이 돌아와 흑이 많은 성과를 올렸지만 역전에는 미흡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젖힌 장면. 원래 백은 곱게 중앙 대마만 살리면 이긴다. 굳이 백 ◎처럼 강하게 둘 필요가 없다. 수읽기가 강한 인공지능은 인간이라면 잘 두지 않는 길을 간다. 백 78 때 흑 79로 물러섰는데 혹시 참고 1도 흑 1로 끊는 수는 안 될까. 백 12까지 흑 한 점을 잡으면서 빅의 형태가 된다. 흑진에서 빅이 발생하기 때문에 흑의 손해. 흑 87로 좌상 백의 궁도가 넓다고 손 빼면 큰일 난다. 참고 2도를 보자. 흑 7까지의 도발에 백 8이 있다고 안심하는 순간 흑 9의 묘수에 백이 꼼짝하지 못한다. 그래서 백 88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백 대마는 진짜 괜찮은 걸까. 살아간다 해도 손해를 크게 보면 안 된다. 이때 흑 97이 떨어졌다. 한눈에 봐도 묘수인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앙 백 대마가 사실상 살았다. 흑 61에 대해선 백이 안 받아도 될 것 같은데 백은 62로 아예 싹을 잘라버린다. 흑 63이 큰 곳이지만 이제 기울어진 승부를 되돌릴 길은 없어 보인다. 백의 행마에는 여유가 넘친다. 백 66부터 흑 71까지 외길 수순인데 백은 언제나 A에 두면 살 수 있는 모양을 만들었다. 백 72는 선수. 참고 1도 흑 1로 이어 두어 잡으러 가는 것은 백 4, 6의 맥점이 있어 되레 흑이 잡힌다. 이제 백은 참고 2도처럼 둬 살면 된다. 흑은 4를 선수하는 등 끝내기로 추격하겠지만 뒤집을 순 없다. 그런데 백 76이 인공지능의 ‘참을 수 없는 수읽기 능력’ 때문에 나온 강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펭수) “엄마는 무슨 행복을 하자고 그렇게 기를 쓰고 살아? 행복은 좇는 게 아니라 음미하는 거야, 음미!”(동백) 올 하반기 최고로 인기를 끈 캐릭터는 단연 EBS ‘자이언트 펭TV’의 펭수와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다. 펭수 캐릭터와 어록을 담은 ‘펭수다이어리’는 발매 3시간 만에 1만 부가 모두 팔려나갔고, ‘동백꽃…’의 마지막 회는 최근 보기 드물게 23.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뭇 분위기가 다른 펭수와 동백이 ‘최애’(가장 좋아함) 캐릭터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펭수의 ‘속 시원한 사이다’ 어록은 인터넷에 널리 회자된다.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된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취향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취향은 존중해 주길 부탁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도움 안 되니 긍정적인 사람들과 얘기하세요’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눈치 챙겨’ 등 어록은 재미도 있고 카타르시스도 있다. 물론 펭수의 인기는 어디선가 한번 들어봤을 법한 명언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에서 나오는 화법도 한몫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마주친 자리에서 “여기 외교부 ‘대빵’이 누구죠”라고 묻고, “EBS에서 잘리면 KBS 간다”고 말하는 등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시원한 사이다 발언+당당한 자신감+자유로운 영혼에 솔직함까지 곁들인 펭수는 가장 중요한 역할로 펭성(펭귄+인성)을 완성한다. 바로 힘들고 지친 이를 위한 위로다. 박사 과정 학생이 ‘공부하느라 우울했는데 펭수를 보고 행복해졌다. 하지만 펭수 보느라 공부에 소홀해져서 고민’이라고 상담을 요청하자 ‘행복해졌다면서요. 공부보다 행복해지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얘기한다. 그의 위로는 단순한데 정곡을 찌른다. 유쾌하고 당당한 펭수와 달리 동백은 매사 소극적인 ‘쫄보’ 캐릭터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사귀던 남자한테 버림받고, 여덟 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생면부지의 낯선 곳에서 술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동백은 인생의 어려움이 모두 자신 탓이라고 자책한다. 하지만 용식의 무한한 사랑과 옹산시장 이웃 아주머니들의 은근한 보살핌 덕에 그는 점차 마음을 열고 성장하다 마침내 “이젠 착한 척, 굳센 척하지 않을 거야”라며 알을 깨고 나온다. 위로를 흠뻑 받은 그는 이제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된다. 어린 동백을 버린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에게 동백은 “행복은 음미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봐봐, 서 있는 데서 발을 딱 붙이고 찬찬히 둘러보면 천지가 꽃밭이지”라며 활짝 웃는다. 펭수와 동백은 예의 없거나 꼰대 노릇을 하는 상대에게는 까칠하게 굴어 자존심을 지키면서, 동시에 ‘선한 이웃들’에겐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보낸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힘든 시절엔 위로를 할 여유도, 위로를 받을 자세도 안 돼 있었다. ‘힐링’이란 이름으로 위로가 화두가 된 것도 꽤 됐지만 ‘앞으로 잘될 거야’라는 막연한 위로는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 펭수와 동백이 보여준 위로는 솔직담백한 그들의 캐릭터와 어우러지면서 디테일하고 손에 잡힌다. 수동적으로 위로를 받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위로를 누리고 싶은 마음을 어루만져 준 펭수와 동백이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이유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57)는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총회의 부총회장을 맡았다. 원래 여러 명이 출마해 치열한 선거가 치러지지만 소 목사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무투표 당선됐다. 소 목사가 나서자 다른 목사들이 출마하지 않았다. 그만큼 소 목사가 교단과 개신교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는 “다른 목사님들의 아름다운 양보로 직책을 맡게 됐다. 원래 직책 없이 선한 영향력을 주는 리더가 되고 싶었는데, 현장에서 교계 연합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직책이 필요했다. 불가피하게 맡았는데 아직도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를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나 개신교계의 현실과 시국에 대한 얘기, 연말연시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었다. ―부총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가. “우선 총회장을 잘 보좌하는 것이다. 현재 한교총, 한교연 등으로 나눠진 교계 연합기관을 통합시키는 데 작은 밀알이 되고 싶다.”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가였던 최재형 선생의 기념비와 흉상을 세우는 뜻깊은 일을 했다. 내년 최재형 선생 순국 100주기 기념사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국민들이 안중근 의사는 알아도 안 의사의 거사를 지원한 최재형 선생을 잘 모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에 임명됐으나 임명식에 가는 여비도 독립운동에 써야 한다며 가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분이었다. 내년엔 국제 학술 심포지엄과 추모음악회를 통해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고 싶다.” ―최근 조국 사태 등으로 사회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개신교계의 지도자로서 갈등 치유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봤는데, 그만큼 경청을 잘하는 지도자형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권력을 갖고 있는 정부가 자꾸 편 가르기를 하고 지나치게 사회주의적 정책을 쓰는 것은 우려스럽다. 조국 사태를 통해 문 정부가 민심을 읽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2년 반이나 남았다.” ―최근 개신교계에서는 ‘대통령 하야’까지 주장하며 투쟁을 벌이는 세력도 있다. “상황이 극단적인 경우엔 거리로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교회가 이념과 감정에 치우쳐 광장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이념과 정치논리를 신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하면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을 불러온다. 좌우를 떠나 교회가 거리로 나서는 건 신중해야 한다.” ―최근 총신대에서 교수 목사의 성희롱 발언이 논란이 됐었는데…. “해당 목사님의 동기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면 ‘진의와 다르지만 표현이 미숙해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겠다’라는 유감 표명은 했어야 했다.” ―개신교계가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 “절대 동성애자를 차별하거나 핍박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시각에선 성 정체성에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다. 그런 동성애를 반대할 자유도 있지 않을까.” ―윤동주문학상을 받은 시인이고 작사 작곡까지 한다고 들었다. 그 감수성으로 우리 사회에 연말연시 메시지를 하나 준다면…. “가수 이선희의 노래 ‘그중에 그대를 만나’ 가사를 음미해 봤으면 한다. 가사처럼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은 기적이다. 아기 예수가 허름한 마구간에서 변변한 옷가지도 없이 오지 않았느냐. 이제는 따뜻한 성탄을 맞도록 서로 보듬었으면 한다. 혼자 있으면 춥지만 같이 있으면 따뜻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전보에서 백이 쉽게 살아가지 않고 고집스레 좋은(?) 수를 두는 바람에 백 대마가 위기에 빠졌다. 백 46에 흑 47로 우변과의 연결이 끊어진 것. 그러나 백은 생사의 길을 훤히 보고 있었다. 백 48로 가만히 찌른 수가 평범하면서도 좋은 수. 참고도 흑 1로 막고 싶은데 백 26까지 대마가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긴 수순이지만 골락시 같은 인공지능에겐 누워서 떡먹기의 진행이다. 흑 49로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백 54 때 흑이 60의 곳에 둬 흑 두 점을 살릴 수는 없다. 백이 A로 단수하면서 죽죽 나가면 중앙 흑 돌이 거꾸로 잡힌다. 백 56, 58로 기분 좋은 선수를 하고 백 60으로 두 점을 따내 사실상 백은 살았다. 인공지능이 쓸데없이 어려운 길을 걷는다고 여겼던 인간의 걱정은 기우였던 셈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우변과의 연결로를 확보해 백 대마가 확실히 살았다. 흑 35로 차단해도 참고도 백 1로 두면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백은 손을 빼고 36으로 우변을 보강했다. 중앙 백은 잡히지 않다는 자신감인지, ‘나 잡아봐라’ 하고 약을 올리는 건지 인간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흑 39 때 백 40이면 타개에는 문제없다. 흑은 41로 응수를 물어보고 43으로 공격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백이 또 한번 고집을 피운다. 백 44는 지금 둘 이유가 전혀 없는 수. 흑 A로 끊을 때 둬도 된다. 수읽기가 정교한 인공지능은 대마가 안 잡히니까 더 이득이 되는 수를 두겠다는 것이지만, 인간의 시각에선 다 이긴 바둑을 공연히 소란스럽게 만드는 일로 보인다. 흑 45로 백 대마가 위험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가 백 대마에게 칼을 겨눈 수. 그러나 백의 탈출로가 좌변, 하변으로 뚫려 있어 대마가 죽을 일은 없어 보인다. 백 28 대신 참고 1도 백 1이면 대마는 살아간다. 흑 2가 아프지만 백 3이면 하변 흑 집이 크게 나지 않는다. 백 28은 백 대마가 절대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흑은 29, 31로 희미하지만 희망의 빛을 따라간다. 그런데 백 32 때 공격을 중단하고 갑자기 흑 33으로 손을 돌렸다. 흑이 대마를 계속 공격하려면 참고 2도 흑 1로 둬야 했다. 물론 백 6까지 흑 두 점을 잡긴 하지만 백이 100% 살았다고는 할 수 없다. 흑 33은 어차피 대마를 못 잡는다고 보고 방향을 바꾼 것인데 백 34로 대마가 확실히 살아서는 희망의 빛이 더 희미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앙 백 대마의 생사가 승부의 관건이다. 물론 죽을 확률보다는 살 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흑이 은근히 두터워 낙관할 수만은 없다. 흑 17은 자체로 좋은 곳이면서 백 대마를 멀리서 압박하고 있다. 흑 19 역시 대마 공격에 방점을 두고 있다. 참고 1도 흑 1∼5로 두는 것이 집으로는 이득이다. 하지만 백에게 후수 한 집을 낼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에 대마 공격이 힘들어진다. 흑이 공격 의사를 확실히 드러내자 백도 20으로 조심스레 행마한다. 흑 21도 특이하다. 원래 좌하 모양에선 21의 한 칸 아래로 두는 게 일반적 활용법인데 21은 대마 공격을 의식한 것. 그런데 백 22는 과했다. 참고 2도 백 1로 대마를 안정시키면 우세를 지킬 수 있었다. 흑 23이 저돌적인 공격.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변 백 진에 침투한 흑 돌이 별다른 소득 없이 잡히자 백의 우세가 확연해졌다. 흑 99는 버티기. 상변과 중앙을 크게 집으로 만들지 못하면 불리하다는 것. 백 100이 얄밉게 잘 둔 수. 흔히 두는 대로 참고 1도 백 1로 밀고 나가면 흑 2∼6으로 상변에 제법 두툼한 집을 만들 수 있다. 백 100은 흑에게 여지를 주지 않는 수다. 흑 103은 이렇게라도 지켜야 승부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참고 2도 흑 1로 씌워 공격하는 것이 시원해 보이지만 백 2, 4면 백 대마를 잡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흑 105, 107도 힘을 비축하는 수. 섣불리 앞지르려 하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쫓아가려는 것이다. 백이 108, 110으로 점점 사정권에선 벗어나고 있지만 흑은 ‘인내의 전략’을 쓰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백 ◎가 고립됐다. 골락시는 백 84의 기대기 전법을 들고 나왔다. 흑으로선 고민이다. 섣불리 공격하다가 살려주면 상변 세력이 무너지면서 그대로 바둑이 끝난다. 그래서 흑은 손을 빼고 85로 우변에서부터 공작을 시작했다. 백 86은 정수. 참고 1도 백 1로 받으면 흑 10까지 쉽게 살아버린다. 흑 89로 궁도를 넓혔지만 백 90의 응수타진이 날카로웠다. 우변 흑을 생각하면 ‘가’로 잡아야 하는데, 백 ‘나’가 선수여서 상변이 초토화된다. 불가피하게 흑 91로 물러섰지만 백 92가 선수가 된 것이 포인트. 이때는 흑이 참고 2도 1로 물러서도 백 10까지 우변 흑 대마는 살기 어렵다. 백 98까지 우변을 잡아 흑의 공작은 실패로 돌아갔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