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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재집권 100일을 맞는다. 100일을 앞두고 그에 대한 실망스러운 국내외 평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간 전 세계는 관세, 외교, 이민, 타국 주권 개입 등 각종 주제로 연일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실시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특히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으로 주식, 채권, 달러 가치 등이 요동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의 혼란이 컸다.미국 내에서도 반(反)이민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지 등에 반발하는 반트럼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이 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 머콤 카운티에서 재집권 100일 기념 집회를 갖는다. 그는 최근 시사매체 타임 인터뷰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대선 캠페인 때 말했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자신이 선거 공약을 이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임은 “최근 100일은 미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시기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1분기 성장률 최근 3년간 최저치 전망뉴욕타임스(NYT)가 913명의 미국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해 2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묘사하는 단어로 “혼돈(chaotic·66%)”, “무섭다(scary·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NYT는 그의 지지율 42%가 역대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로는 매우 낮은 수치라며 “특히 경제, 이민 의제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의 지지율 조사 또한 비슷하다. 취임 직전인 올 1월 15일 52%였던 지지율이 23일 44%로 떨어졌다. 미국인들은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등으로 추락한 경제만큼은 확실하게 살려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관세 전쟁으로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경제가 나빠졌다”는 사람은 50%였다. ‘그의 재집권으로 경제가 개선됐다’는 답변(21%)의 두 배가 넘었다. 특히 응답자의 55%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반대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상무부가 30일 발표할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4분기 대비 연율 0.4% 늘어나는 데 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2.4%)보다 크게 낮고 2022년 2분기(0.3%)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한국-대만 등 우방국도 “미국 신뢰 약화” 한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같은 동맹에도 관세와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해외 원조 활동을 대폭 중단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해 ‘자유세계 지도자’, ‘안정적인 강대국’이란 미국의 위상과 신뢰가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올 4월 한국과 대만 유권자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우방국인 두 나라에서도 지난해 7월 대비 미국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약화됐다. 미국을 ‘매우 긍정적’ 또는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자 비율은 한국에서 14.4%포인트, 대만에서 20.8%포인트 감소했다. ‘북한 혹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도와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아닐 것 같다’는 대답도 한국과 대만에서 각각 10%포인트 내외로 늘었다.● ‘역대 최다’ 행정명령 139건 서명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의회 승인이 불필요한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97일 동안 쏟아낸 행정명령이 139건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1기 때(33건)와 비교해도 4배가 넘는 것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치다. 분야별로는 경제가 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절반(19건)이 관세와 관련 있었다. DEI 폐지와 반유대주의 척결 등 보수주의 강조 관련 행정명령도 35건에 달했다. 이어 연방정부 구조조정(28건), 외교안보(18건), 이민(8건) 순이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전쟁 중인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율을 향후 2, 3주 안에 낮출 뜻을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중국에 대한 관세가 “너무 높다”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이날 구체적인 인하 시점까지 거론했다. 그는 중국과의 직접 협상 또한 “매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듭된 관세 위협에도 중국이 물러설 뜻을 보이지 않고 미국 금융시장의 하락세와 산업계의 우려가 이어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베이징에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관세 및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세계 여러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했다. 또 허야둥(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일방적인 관세 조치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베선트, 中에 유화 제스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향후 2, 3주 안에 관세율을 (새로) 정할 것”이라며 “(관세 조정 대상국에는)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얼마나 빨리 대(對)중국 관세율을 낮추겠느냐란 질문을 받자 “중국에 달렸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과 직접 협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매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협상을 관장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또한 같은 날 워싱턴의 한 포럼에서 최근 양국의 관세 공방이 “무역 금수 조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과 ‘빅딜(big deal)’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적극 협상할 뜻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50∼65%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23일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런 행보는 중국에 강경 발언만 계속했던 기존과 상당히 다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 ‘(미국을) 가장 많이 학대한 국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저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도 부과하기로 했다.이런 압박에도 중국이 꿈쩍 않는 가운데 최근 미국 주식, 채권,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달라진 것이다. 다만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관세 인하가 중국에 대한 양보로 비치는 것을 염려한 듯 “중국 수입품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 美, 車-유통업계 “관세 유예” 호소 미국 자동차와 유통업계 경영자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로 중국이 아닌 우리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한 것도 대중 관세 인하 검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토스드라이브아메리카 등 미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6개 정책 단체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다음 달 3일부터 발효되는 25%의 자동차 부품 관세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관세로 인한 차질에 대비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업체가 생산 중단, 해고,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백악관 또한 수입 중국산 자동차 부품에는 일부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CNBC가 23일 전했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미국 3대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2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때 “급격한 관세 계획을 자제하지 않으면 2주 내에 미국 내 공급망이 얼어붙어 주요 상점의 진열대가 텅텅 빌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CBS 등이 보도했다. 한편 뉴욕,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주 등 미국 내 12개 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제기했다. 애리조나와 네바다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숲은 다른 어떤 농사와도 다릅니다. 씨앗을 사지도, 비료를 주지도, 농약을 치지도 않지만 언제나 최고의 선물을 주지요.” 지난달 22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서 남동쪽으로 80km 떨어진 브로몽의 파인 마운틴 숲을 찾았다. 퀘벡 지역은 세계 메이플 시럽의 72%, 캐나다 메이플 시럽의 90%를 생산하는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핵심 생산지다. 이곳에서 만난 메이플 시럽 생산자 데이비드 홀 씨(65)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단풍나무들을 쓰다듬으며 “숲에서 태어나고 숲에서 자란 우리에게 숲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액 흘러넘치는 봄의 단풍나무 숲홀 씨의 단풍나무 숲은 얼핏 보기엔 잎사귀 없는 나무들로 가득한 겨울 산의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여전히 녹지 않은 눈들이 덮여 있었다. 하지만 수액 채취를 위해 단풍나무마다 1, 2개씩 꽂아놓은 관을 가만히 살펴보니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수액이 흘러나와 튜브를 통해 산 아래쪽 수액 탱크로 내려가고 있었다. 홀 씨는 “지금처럼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수액 흐름이 왕성한 3월이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며 “많게는 하루에 한 그루당 3갤런(11.4L)을 채취하는데, 이런 나무가 이 숲에 2만3000그루”라고 설명했다.메이플 생산자들은 봄이 오기 전 미리 나무에 드릴로 구멍 1, 2개를 뚫고 수액 채취 관을 연결한다. 20여 일 뒤 채취를 끝내고 관을 제거하면 1년 뒤 나무는 스스로 재생을 통해 그 구멍을 메운다. 나무에서 막 흘러나온 단풍나무 수액은 달콤한 생수 같은 맛이 난다. 이를 수액 탱크에 싣고 단풍나무 숲 근처 일종의 처리 시설인 ‘슈거섁(Sugar Shack·설탕 오두막)’으로 가져간다. 수액을 끓이자 마침내 갈색빛이 나는 메이플 시럽이 됐다. 홀 씨는 “1L의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데 평균 40L의 수액이 필요하다”며 “메이플 시럽의 브릭스와 농도는 생산 설비 내 컴퓨터 센서를 통해 균질하게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대 이어 청년 농가 만드는 ‘액체 황금’ 홀 씨의 집안은 1860년부터 6대째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아버지 이전에도 우리는 늘 이 숲에 있었다”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도와 일하던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는 채취한 수액을 마차에 실어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것뿐”이라며 웃었다. 홀 씨는 “오직 자연과 호흡하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일터로서의 숲의 매력”이라며 “맥길대 졸업 후 스스로 이 숲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홀 씨의 아들 앤드루 씨(31)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처럼 맥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뒤 숲으로 돌아와 메이플 시럽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실제 퀘벡 지역에는 귀농한 청년층 등 젊은 메이플 시럽 생산자가 꾸준히 유입되며 그 수가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 통계와 퀘벡 메이플 시럽 생산자협회(QMSP)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생산 농가 수는 20% 가까이 늘어 현재 1만3500가구에 달한다. 이렇게 창출된 정규직 일자리도 1만2600개에 이른다. QMSP는 “메이플 시럽 산업은 퀘벡주 국내총생산(GDP)에 11억 캐나다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을 기여한다”며 “벌목에 비해 GDP는 9배, 고용은 16배 더 높다”고 분석했다. 홀 씨 역시 “메이플 시럽 생산을 통해 매년 40만 캐나다달러(약 4억117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숲푸드로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 3대 산림국 중 하나인 캐나다는 숲에서 얻는 임산물이 이처럼 국가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의 임산물은 목재와 펄프부터 시작해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 숲 열매와 단풍나무 수액 등 비(非)목재 임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산림 전문가들은 “버섯, 산나물, 감, 대추, 밤 등 먹는 임산물, 일명 ‘숲푸드’는 자연산 무공해 식품인 데다 탄소 배출, 토양 오염 등도 줄여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역의 숲푸드를 잘 살리면 지역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숲을 지키고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는 일부 청년들은 캐나다 숲의 오랜 주인이었던 원주민 부족들과 함께 직접 숲으로 나가 버섯과 허브, 약초 등을 채취하고 이를 판매하는 지역 기반 사업체를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야생 바구니(The Wild Basket)’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역과 땅을 연결하고 주민들과 인근 식당에 신선한 임산물을 공급해 주목받았다. 다만 최근 캐나다 숲 농가들은 기후변화 위기와 맞서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극한기후 속 산불 재해 위험성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홀 씨는 “모든 숲을 지금처럼 유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플 시럽 산업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숲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새로운 단풍나무를 심어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려면 최소 5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퀘벡 지역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숲이 없으면 시럽도 없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이플 시럽 패키지에 캠페인 문구가 새겨진 10만 개의 스티커를 붙여 국내외 메이플 시럽 소비자들에게도 숲의 중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캐나다 퀘벡주(州) 일대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시럽 생산에서 더 나아가 메이플 시럽을 지역의 요리 및 문화 유산과 결합시킨 체험형 사업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바로 퀘벡 지역의 독특한 전통 문화인 ‘슈거섁(설탕 오두막)’을 통해서다. 1850년대부터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설탕 오두막은 메이플 시럽 생산이 절정에 달하는 이른 봄, 온 가족이 눈 덮인 숲에서 종일 일하다가 저녁에 모여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하던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퀘벡주의 단풍나무 숲 일대에는 100여 개의 설탕 오두막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단풍나무 수액 채취가 이뤄지는 3월에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이 시기에 설탕 오두막을 방문하면 갓 끓여낸 메이플 시럽을 눈 위에 붓고 나무 막대에 돌돌 말아 막대 사탕처럼 굳혀 먹는 ‘메이플 태피’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을 이용한 팬케이크나 크레이프 등 다양한 퀘벡 전통 요리도 제공된다. 설탕 오두막 옆 단풍나무 숲에서 방문객들은 직접 단풍나무 수액 채취 과정을 관찰하고 생산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일부 설탕 오두막은 무쇠 솥에 단풍나무 수액을 붓고 장작을 피워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전통 방식을 시연하는가 하면, 단풍나무 숲 산책이나 마차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다 보니 이 시기 슈거섁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퀘벡주는 2020년 메이플 시럽 생산 100주년을 기념한 데 이어 2021년 단풍나무 수액 채취 시즌을 문화유산법에 따라 퀘벡의 공식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또 메이플 시럽의 역사와 생산을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다뤄 지역의 숲 자원이 산업을 넘어 교육과 공유 유산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기술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메이플 시럽 생산 자격증도 딸 수 있다. 퀘벡주는 지난해 단풍나무를 퀘벡 문화와 정체성의 상징으로 공식화하기 위해 10월 셋째 주 일요일을 ‘국립 단풍나무의 날’로 선포하는 법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날은 단풍나무와 단풍 시럽 생산, 단풍나무 제품과 관련된 모든 것을 기념한다. 퀘벡의 문화, 사회, 요리, 역사에서 단풍나무 숲이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 여파로 미 보잉사가 중국 항공사에 인도할 예정이던 항공기 한 대가 미국으로 돌아왔고, 또 다른 한 대도 되돌아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 시간) 전했다. 또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도 급감하는 등 양국 관세 전쟁의 폐해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비행 추적 웹사이트 데이터를 인용해 당초 중국 항공사에 인도될 예정이던 보잉 737 맥스 항공기가 상하이 인근 보잉 기지에서 이륙해 괌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샤먼항공이 사용할 예정이던 보잉 737 맥스도 괌을 거쳐 이날 미 워싱턴주 시애틀 보잉 기지에 착륙했다. 이는 미중 간 보복 조치로 치솟은 관세(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미국에 125% 관세율 부과)를 물지 않기 위해 중국 항공사들이 보잉사 항공기 인수를 미루고 있어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들에 미국산 항공기 부품 구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항공사들도 일부 피해를 볼 수 있지만 미국에 더 큰 타격을 줄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 첨단 제조기업으로 꼽히는 보잉사는 그간 전체 물량의 4분의 1을 중국에 수출해 왔다. 그만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인한 타격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도 급감했다. 이날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최신 무역통계를 기준으로 올 3월 미국산 닭고기와 면화 수입이 1년 전에 비해 각각 80%, 9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20%, 밀과 옥수수는 91%, 대두도 1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왕, 트럼프, 파시스트에 반대한다!(No King, No Trump, No Fascist!)” “독재는 물러가라!(Dictatorship has got to go!)”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곳곳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맨해튼 브라이언트공원에서 시작된 이날 시위에는 최소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연방정부 구조조정 정책 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거듭 외쳤다. 각자 손수 만든 피켓과 포스터를 들고 나타난 시민들은 두 시간에 걸쳐 1.8km 떨어진 센트럴파크까지 행진했다. 노부부,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등 각계각층 시민들이 “우리는 모두 이민자다” “건강보험은 인권이다” “화석 연료 개발을 멈춰라” 등의 구호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판했다. 같은 시간 백악관이 있는 수도 워싱턴에서도 역시 시민 수천 명이 반트럼프 시위를 개최했다. 이들 또한 국회의사당에서부터 링컨기념관까지 이어진 내셔널몰 공원에서 “트럼프는 집에 가라”,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현수막, 성조기, 피켓 등을 들고 백악관 뒷마당 격인 라피엣 광장으로 행진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J D 밴스 부통령의 워싱턴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시작된 ‘50501’ 운동에서 비롯됐다. ‘미국 50개 주에서, 각 50건의 시위를, 하나의 운동으로 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출발한 이 시위에는 최소 29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미국이 이상해져, 망할것 같다” 2주만에 다시 反트럼프 행렬[美전국서 反트럼프 시위]“50개주서 50건씩 하루에” 50501 시위… 트럼프를 ‘히틀러’ ‘KKK’ 빗대기도내달 노동절에도 美전역 시위 예고… “트럼프 경제 정책 반대” 55% 달해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서 700건 이상의 시위가 개최됐다.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NYT는 진단했다.참가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위 일정을 공유하고 여러 정치 단체와 연대해 조직적으로 반트럼프 시위를 열고 있다. 연방 공휴일인 올 2월 17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에 첫 시위가 벌어졌다. 5일 약 50만 명이 참가한 ‘핸즈 오프’ 시위로 확대됐고 이날에도 비슷한 시위가 열린 것이다.참가자들은 노동절(May Day)인 다음 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50501은 “트럼프와 그의 억만장자 친구들이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노조를 공격하며, 이민자 가정을 공포와 폭력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어 “재산보다 가족을, 사적 이익보다 공립 학교를, 헤지펀드보다 의료를, 자유 시장 정치보다 번영을 중시하는 나라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 참여”이날 기자가 만난 시위대는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이 망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5일에 이어 이날도 시위에 참여했다는 워싱턴 시민 마이클 씨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미국이 침몰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나만 살기 위해 빠져나가는 건 조국을 버리는 것”이라며 시위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의) 모든 법과 균형, 원칙을 무시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은 없다”고 강조했다.또 다른 워싱턴 시민 캐시 씨 또한 “원래 공화당 지지자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다 못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친구와 시위에 참가했다는 40대 여성 뉴요커 제인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의 모든 것이 이상해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주변도, 심지어 페이스북 게시물조차도 너무나 조용하다. 그게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뉴요커는 “사람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고, 목소리 내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며 “나라도 일어서서 말하지 않으면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에 나왔다”고 했다.● 트럼프 개인 비판 여론 고조앞서 5일 시위 때는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및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만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최근 머스크가 무리한 업무 추진과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의 갈등으로 백악관 안팎에서 큰 비판을 받으며 영향력이 줄어든 게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일부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을 나치 독일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 등에 빗댔다. 또 다른 시민은 뉴욕의 랜드마크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등을 들었다.실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실감할 수 있다. 이날 CNBC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1%였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람은 43%였다.특히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5%로 ‘찬성’(43%)보다 훨씬 높았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줄 것으로 보고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가 많았지만 경제가 어느 때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믿는 미국인이 급증한 상태라고 진단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왕, 트럼프, 파시스트에 반대한다!”(No King, No Trump, No Fascist!)“독재는 물러가라!”(Dictatorship has got to go!)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곳곳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맨해튼 브라이언트공원에서 시작된 이날 시위에는 최소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연방정부 구조조정 정책 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거듭 외쳤다.각자 손수 만든 피켓과 포스터를 들고 나타난 시민들은 두 시간에 걸쳐 1.8km 떨어진 센트럴파크까지 행진했다. 노부부,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등 각계각층 시민들이 “우리는 모두 이민자다” “건강보험은 인권이다” “화석 연료 개발을 멈춰라” 등의 구호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판했다.같은 시간 백악관이 있는 수도 워싱턴에서도 역시 시민 수천 명이 반트럼프 시위를 개최했다. 이들 또한 국회의사당에서부터 링컨기념관까지 이어진 내셔널몰 공원에서 “트럼프는 집에 가라”,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현수막, 성조기, 피켓 등을 들고 백악관 뒷마당 격인 라피엣 광장으로 행진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J D 밴스 부통령의 워싱턴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이날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시작된 ‘50501’ 운동에서 비롯됐다. ‘미국 50개 주에서, 각 50건의 시위를, 하나의 운동으로 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출발한 이 시위에는 최소 29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서 700건 이상의 시위가 개최됐다.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NYT는 진단했다.참가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위 일정을 공유하고 여러 정치 단체와 연대해 조직적으로 반트럼프 시위를 열고 있다. 연방 공휴일인 올 2월 17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에 첫 시위가 벌어졌다. 5일 약 50만 명이 참가한 ‘핸즈 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로 확대됐고 이날에도 비슷한 시위가 열린 것이다.참가자들은 노동절(May Day)인 다음 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50501은 “트럼프와 그의 억만장자 친구들이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노조를 공격하며, 이민자 가정을 공포와 폭력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어 “재산보다 가족을, 사적 이익보다 공립 학교를, 헤지펀드보다 의료를, 자유 시장 정치보다 번영을 중시하는 나라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 참여”이날 기자가 만난 시위대는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이 망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5일에 이어 이날도 시위에 참여했다는 워싱턴 시민 마이클 씨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미국이 침몰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나만 살기 위해 빠져나가는 건 조국을 버리는 것”이라며 시위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의) 모든 법과 균형, 원칙을 무시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워싱턴 시민 캐시 씨 또한 “원래 공화당 지지자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다 못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친구와 시위에 참석했다는 40대 여성 뉴요커 제인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의 모든 것이 이상해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주변도, 심지어 페이스북 게시물조차도 너무나 조용하다. 그게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뉴요커는 “사람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고, 목소리를 내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며 “나라도 일어서서 말하지 않으면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에 나왔다”고 했다.● 트럼프 개인 비판 여론 고조앞서 5일 시위 때는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및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만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최근 머스크가 무리한 업무 추진과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의 갈등으로 백악관 안팎에서 큰 비판을 받으며 영향력이 줄어든 게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일부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을 나치 독일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 등에 빗댔다. 또 다른 시민은 뉴욕의 랜드마크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등을 들었다.실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실감할 수 있다. 이날 CNBC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1%였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람은 43%였다.특히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5%로 ‘찬성’(43%)보다 훨씬 높았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줄 것으로 보고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가 많았지만 경제가 어느 때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믿는 미국인이 급증한 상태라고 진단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이 올 10월부터 자국 항구에 정박하는 중국산 선박 등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세계 조선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의 힘을 약화시키고, 군사력과도 직결되는 조선업을 부흥시키려는 의도다. 미중 갈등이 관세에 이어 해상 수송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산업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180일 뒤부터 미국 입항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해운사의 선박에는 10월 14일부터 순t(화물을 수용할 수 있는 부피를 t으로 환산한 값)당 50달러가 부과되며, 2028년에는 순t당 140달러까지 수수료가 올라간다. 중국 해운사가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을 보유한 외국 해운사 역시 순t당 18달러를 내야 하며, 2028년엔 순t당 33달러로 오른다. 단, 미국 기업이 소유한 선박이나 화물이 없는 선박, 특정 규모 이하 선박은 수수료를 면제한다. 또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선 미국산이 아닌 외국산 선박에 대해 1CEU(차 한 대를 실을 수 있는 공간)당 150달러를 매기기로 했다. 기존 선박과 같거나 큰 미국산 선박을 주문한 중국 이외의 해운사에 대해선 기존 선박에 대한 수수료를 최대 3년간 유예할 방침이다. 중국은 18일 린젠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즉시 잘못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중국은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마음 급한 트럼프 “中과 3~4주내 협상 타결 가능할것”[트럼프 관세전쟁]美, 中선박에 입항료“中서 여러번 연락해와” 협상 촉구中겨냥 불법어업 조사도 지시지난해 4월 미국 5개 노동조합은 USTR에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산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USTR은 중국이 불공정 경쟁을 통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입혔다는 결론을 최근 내렸다. 이날 USTR은 “선박과 해운은 미국의 경제 안보와 자유로운 상거래 흐름에 필수”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공급망 위협을 해결하며, 미국산 선박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이번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타격을 줄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수수료는 사실상 관세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고 무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선박들이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작은 항구로 기항을 회피할 경우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대체 선박을 발주하려고 해도 미국은 물론 (주문량이 쌓여 있는) 한국 등에서도 발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빨라도 2028년이 돼야 주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이날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 해산물 경쟁력 회복’ 행정명령도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미국 해산물 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상무부와 USTR 등이 협의해 60일 내 불법어업 및 해산물 공급망에서의 강제 노동 사용 등 주요 생산국의 관련 무역관행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제 어업 규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국가의 해산물 선적을 더 효과적으로 추적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원양어선에 파견돼 ‘노예 노동’에 가까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중국과 대화 중이고 그들이 여러 번 연락했다”며 관세 협상을 재차 촉구했다. 협상 타결 가능 시점에 대해선 “앞으로 3∼4주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대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것에 대해서는 곧 이야기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각국과의 상호관세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국가가 우리와 협상을 하고 싶어 하지만 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했다. 한편, 중국이 올 2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10주 이상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현대자동차·기아가 16일(현지 시간) 개막한 ‘2025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북미 시장 전략 차종을 대거 공개했다.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 불참했던 두 회사는 북미에서 주력(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해치백 등 다양한 신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차는 이번 오토쇼에서 6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인 ‘디 올 뉴 팰리세이드’를 선보였다. 1월 국내에서 먼저 출시된 이 2세대 플래그십 대형 SUV는 웅장한 외관과 5m 이상의 전장, 넓은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친환경성과 주행 효율을 동시에 높였다. 3.5 가솔린과 2.5 터보 두 종류의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비포장도로(오프로드) 특화 모델인 ‘팰리세이드 XRT 프로’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 모델은 전자식 사륜구동과 212mm로 높아진 최저 지상고, 전후면 노출형 토잉 훅(견인용 고리)을 갖춰 험로 주행 성능을 향상시켰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춰 새롭게 선보이는 팰리세이드 같은 신차들은 현대차의 탄탄한 포트폴리오 및 다양한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21개까지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차종을 기존 7차종에서 14차종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와 관련해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좋은 품질과 안전 기능을 갖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며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량을 최대 50만 대로 확대하고 현지화를 가속해 북미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오토쇼에서 팰리세이드와 아이오닉5, 6, 9 등 전기차 라인업, 싼타페 하이브리드 등 총 28대의 차량을 선보였다. 차량 전시와 함께 현대차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진행해 온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인 소아암 퇴치 ‘호프 온 휠스’ 캠페인의 27주년을 맞아 올해 2700만 달러(약 382억8870만 원)를 추가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누적 기부금은 2억7700만 달러가 됐다. 기아 역시 북미 맞춤형 차종을 대거 선보였다. 플래그십 전기 SUV ‘EV9 나이트폴 에디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차량은 블랙 디테일과 신규 색상 ‘로드라이더 브라운’을 적용해 고급스러움과 개성을 강조했다. 부스트 기능이 탑재된 이 모델은 최대 토크를 71.3kgf·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 만에 도달하는 강력한 가속력을 갖췄다. K4 해치백 역시 처음 공개돼 주목받았다. 이 모델은 날렵한 디자인과 넓은 실내, 628L 적재 공간, 30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등 최신 기술을 대거 탑재했다. 기아는 또 전동화 세단 EV4를 북미 최초로 공개했는데,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로 혁신적 디자인과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췄다. 기아는 이번 오토쇼에서 전기차 EV6를 비롯해 대형 SUV 텔루라이드, 중형 SUV 쏘렌토 등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총 21대의 차량을 전시했다.한편 기아 EV3는 이날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열린 2025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됐다.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상으로 꼽히는 이 시상식은 세계 30개국 자동차 전문 기자단 96명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결정한다. 기아는 지난해 EV9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상을 받았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하버드대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 시도를 거부하는 모범을 보였다. 다른 대학들도 따르길 바란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세금 제도를 이용해 (대학을) 협박하는 행위는 푸틴식 독재 정권이나 할 짓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겸 전 하버드대 총장) 하버드대가 미국 명문대 중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수용을 거부한 가운데 15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1991년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1982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등 유명 동문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대학 측을 지지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던 컬럼비아대 또한 같은 날 “정부의 강압적 요구를 거부하겠다”며 동참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의 면세 자격을 박탈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14일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약 3조3000억 원)의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도 결정했다.● 오바마―서머스 한목소리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가 계속 정치, 이념, 테러리즘적 ‘병’을 조장한다면 면세 자격을 박탈하고, 정치 단체로 규정해 과세할지 모른다”며 “면세 자격은 전적으로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데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썼다.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에 세금 징수까지 더해 대학 재정을 옥죄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미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은행에 예치해 둔 대학에 왜 납세자들이 보조금을 줘야 하냐”라며 “심각한 반유대주의가 만연한 곳에 자금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간 하버드대는 부호들의 기부금을 통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 왔다. 면세 적용이 철회되면 이 같은 기부금 모금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1∼2006년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서머스 전 장관은 “면세 지위가 박탈되면 의학 및 과학 연구의 발전, 미국과 서구 사회의 가치 유지 등이 모두 파괴될 것”이라며 ‘독재’에 가까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태가 더 많은 단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대학으로 확산 여부 주목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때 협상을 모색하던 하버드대가 ‘저항’ 모드로 바뀐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11일 받은 5쪽짜리 문건이 발단이다. 이 문건에는 학내 반유대주의 시위 단속, 입학과 교수진 채용 등 학제 운영에 대한 상세한 요구 사항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이 요구가 1636년 개교 후 389년에 이른 하버드대의 역사와 전통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슷한 요구를 따르겠다고 밝힌 컬럼비아대가 아직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더 강경하게 맞서지 않았다는 학내 비판을 받아 온 컬럼비아대도 이날 하버드대의 ‘저항 선언’ 뒤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레어 시프먼 컬럼비아대 총장 권한대행은 15일 성명에서 “연방정부가 우리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누구를 고용할지를 정부가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크리스 아이스그루버 프린스턴대 총장도 “프린스턴은 하버드를 지지한다”며 동참했다. 두 대학의 저항이 미국 대학가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프린스턴, 브라운, 코넬, 노스웨스턴대 등에도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우리 부부는 평생 배움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졸업 후 석박사를 했고 새로운 걸 배우고 싶은 마음은 80대인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이곳엔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가득해요. 그게 우리가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BRC)’를 선택한 이유입니다.”(‘브로드뷰’ 거주자 주디 즈바이그 씨)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인 뉴욕주립대(SUNY) ‘퍼처스 칼리지’를 찾았다. 인문예술 분야가 유명한 이 대학은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의 아름다운 나무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대학의 특별한 점은 캠퍼스 안에 4층짜리 아파트와 싱글 하우스 50여 채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2023년 개관한 은퇴자 거주 단지 ‘브로드뷰 시니어 리빙’이다.브로드뷰 안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이색적이었다. 운동장에는 풋볼 게임을 하는 대학생이 많았지만 헤드폰을 낀 채 캠퍼스 도로를 따라 조깅을 하는 노인들 또한 많았다. 즈바이그 씨는 “지난 학기에는 학생들과 같이 아프리카 역사 수업을 들었다. 생애 처음으로 아프리카 역사를 배웠는데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는 “세대 간 학습, 은퇴자들의 학생 멘토링, 공동체 교류가 끊임없이 펼쳐진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지난해 12월 65세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며 우리 사회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UBRC 등 다양한 주거 선택지가 제공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의 선택 폭은 너무나 좁다. 초고급 시니어 타운이 아니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노인복지주택 등으로 양분돼 눈높이에 맞는 주거시설이 부족한 것이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초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 최고인 반면 시니어하우징을 비롯한 실버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하다”며 “시니어들이 양질의 시설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부촌 떠나 캠퍼스 안 주택단지로” 청강-동아리 즐기는 영올드2부 〈1〉 美서 뜨는 대학내 은퇴자 단지2023년 문 연 퍼처스 칼리지내 단지계약 쇄도… 1채 빼고 219채 ‘완판’“커뮤니티 즐기느라 매일 어메이징… 젊은 세대와 함께 호흡, 큰 장점”2023년 12월 문을 연 브로드뷰는 500에이커(약 61만 평) 규모의 퍼처스 칼리지에서 40에이커 부지를 기반으로 마련된 대학 내 은퇴자 거주 단지다. 174채가 ‘ㄷ’자 모양의 4층 아파트에 마련됐고 46채는 싱글하우스 형태로 지어졌다. 입주 시작 수년 전부터 사전 계약 등 인기를 누려 입주 1주년이 지난 현재 싱글하우스 1채를 제외하고는 219채가 모두 ‘완판’됐다.브로드뷰 운영을 이끄는 애슐리 웨이드 총괄이사는 “대학 캠퍼스와 도서관을 안방처럼 누리면서 젊은이들과 함께 대학 강의를 듣는 등 ‘세대 간 학습’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의 인생 경험과 전문 지식을 젊은이들을 돕는 데 쓸 수 있다는 점이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BRC)의 큰 장점”이라며 “무엇보다 비슷한 지적 욕구와 사회적 활동성을 가진 또래 은퇴자들이 ‘공동체’를 이뤄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은퇴자 통한 대학의 ‘재정 윈윈’ 모델브로드뷰는 2003년 퍼처스 칼리지를 이끌던 토머스 슈워츠 총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실현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UBRC 건립을 위한 부지 이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립대와 달리 퍼처스 칼리지는 뉴욕주립대 소속이라 주(州)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큰 숙제였다. 마침내 2011년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UBRC 건립을 위한 토지 임대를 허용하면서 2023년 결실을 볼 수 있었다.브로드뷰는 퍼처스 칼리지와 별개인 비영리 재단으로 운영되는데, 입주를 위해서는 62세 이상이어야 하고 간단한 인지 평가를 통해 안전한 독립 생활이 가능한지 확인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정 상태다. 입주 시 납부했다 퇴거 시 90%를 돌려받는 일회성 등록 비용(최소 27만∼최대 241만 달러 선)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달 내는 생활비(최소 3810∼최고 1만4380달러 선)를 남은 기대수명까지 안정적으로 낼 수 있을지를 입증해야 한다.일단 입주하고 나면 매끼 식사와 매주 집 청소, 대형 온수 수영장과 헬스장 등 클럽하우스 시설 이용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물리치료나 인지 강화를 위한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는 한편 영화관, 미용실, 네일아트숍 등까지도 내부에 마련돼 있다.이날 둘러본 브로드뷰에서는 삼삼오오 함께 둘러 앉아 카드 게임을 하는 은퇴자들부터 요가룸에서 전문강사의 수업을 듣는 이들의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브로드뷰 관계자는 “모든 수업과 교류 프로그램은 은퇴자들의 니즈와 취향을 알고 존중하는 전문 담당자에 의해 설계된다”며 “전체적인 운영 역시 미국의 가장 큰 은퇴자 주거 전문 기업 중 하나인 라이프 케어 서비스(LCS)가 맡는다”고 전했다.● 영올드 은퇴자가 대학생 멘토링도브로드뷰를 찾은 은퇴자들은 UBRC에서 여생을 보내려 온 이유를 ‘공동체’에서 찾았다. 브로드뷰 입주자 대표를 맡고 있는 하워드 즈바이그 씨는 “우린 평생 좋은 부촌의 싱글하우스에 살았지만 해가 가고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지고 고립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곳에 온 뒤 가장 좋은 점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커뮤니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부인 주디 씨는 “평생 살던 집을 정리하고 이동한다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자녀나 다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힘과 판단력이 있을 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이들은 “우리 나이에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며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가진 65세부터 95세 이상의 이웃과 만나고 교류하는 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이라며 웃었다. 거주민들이 매주 일요일 운영하는 대표 프로그램인 ‘선데이 살롱’에서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이 살아 온 배경과 전문 분야에 대해 발표를 하고 정보를 나눈다.브로드뷰의 은퇴자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역량을 대학 내 젊은 학생들을 위해 쓰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날 브로드뷰에서 만난 입주민 스티븐 셰로브 박사 역시 그랬다.은퇴 전 뉴욕대(NYU) 그로스먼 롱아일랜드 의과대 창립 학장이었던 80세의 셰로브 박사는 최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캠퍼스 내 학생 20여 명을 인근 종합병원과 연결해 이들이 ‘섀도잉’(의료진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진료를 관찰하는 것)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브로드뷰 관계자는 “퍼처스 칼리지는 (학비가 싼 주립대 특성상)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나 한부모 가정 학생 등이 적지 않다”며 “브로드뷰의 은퇴자들은 이런 학생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멘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면접 보는 법과 같은 기본적인 멘토링부터 특정 분야의 강사로 나서거나 사회적 인맥을 연결해 주는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브로드뷰는 “재정적으로도 지난해 273개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2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고 밝혔다.퍼처스=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反)이스라엘주의 대응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하버드대에 대한 보조금 등 22억9000만 달러(약 3조2747억 원)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 명문대들의 이념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거액의 정부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무기로 컬럼비아대의 수용을 관철하는 등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버드대, 독립성 포기 않겠다” 이날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교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우리 대학은 독립성을 포기하거나(surrender)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하버드를 통제하기 위해 전례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지적 탐구를 할지 지시해선 안 된다”며 “하버드를 비롯한 어떤 사립대도 정부의 지배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하버드뿐 아니라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 정부에 장악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하버드대에 대한 87억 달러(약 12조4410억 원)의 보조금 지급과 2억5560만 달러(약 365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대학 당국에 통보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반유대주의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하버드대의 평판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며 이 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유대인 혐오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신학·교육·보건대학원 및 의과대학에 대한 외부감사와 DEI 프로그램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입학과 채용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연방정부에 넘기라고도 했다. 유대계인 가버 총장은 “정부의 요구사항 중 일부는 반이스라엘주의에 대한 대응이나, 대부분은 하버드의 ‘지적 환경’을 직접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는 학생과 교직원을 감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버 총장의 글이 공개되고 몇 시간 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및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슨 필즈 백악관 대변인은 “고등교육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어되지 않는 반유대주의를 종식하고 납세자의 돈으로 인종차별을 지지하는 하버드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파 유대계 총장의 반격 하버드대가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를 들면서 나머지 대학들의 반격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국 주요 대학 60여 곳을 상대로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을 앞세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타깃으로 삼은 8개 상위권 대학을 상대로 동결했거나 취소한 연구 자금만 최소 127억 달러(약 18조1610억 원)에 달한다. 4억 달러(약 5720억 원) 상당의 보조금이 삭감된 컬럼비아대의 경우 지난달 21일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 앞서 하버드대는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유대계 헤지펀드 큰손으로 하버드대 동문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앞장선 사퇴 운동의 여파로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이 올 초 물러났다. 이후 유대계 경제학자 겸 보건학자인 가버 총장이 취임 직후 강경한 반유대주의 대응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등을 지렛대로 과도한 요구를 해오자, 최고 명문대로서 자존심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주요 대학들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날 코넬대, 브라운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 등 9개 대학이 미 에너지부가 중단한 4억 달러(약 5720억 원) 보조금의 지급 재개를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존스홉킨스대와 시카고대, 조지워싱턴대, 코넬대, MIT, 캘리포니아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13개 대학도 보건부 산하 국립보건원(NIH)의 연구 자금 삭감 시도를 중단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中 희토류 수출중단, 美와 ‘하이브리드 통상전쟁’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양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관세에 초점을 맞춰 통상전쟁을 벌였지만, 트럼프 2기에는 희토류, 영화, 채권, 유학생 제재 등으로 전장을 넓히고 있다. 관세와 비관세 요소가 합쳐진 ‘하이브리드(Hybrid) 통상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NYT에 따르면 중국은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테르븀, 디스프로슘, 이트륨 등 7종의 희토류를 당국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는 통제 목록에 올렸다. 앞서 올 2월에도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 5개 희토류의 수출 통제를 실시했고, 이달 초 예고했던 것처럼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통제 목록에 오른 광물들은 무인기(드론), 로봇, 배터리 등에 널리 쓰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작에도 사용된다. 그간 중국이 이 광물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와 미국 산업계가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NYT는 진단했다.이 외에도 중국은 10일 자국 내 상영 미국 영화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빅테크 기업인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도 개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며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올 1월 기준 7610억 달러(약 1103조3450억 원)를 보유한 미 국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원 통제, 기업 제재, 채권 매각, 환율 조작 등 통상전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은 셈이다.미국도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취소, 고성능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제재 강화 등으로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일주일 안에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하겠다. 누구도 (관세) 면죄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스마트폰 등 일부 제품에는 “일정 부분 유연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생산 비중이 87%에 이르는 애플 아이폰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일부 제품에는 관세를 면제하거나 관세율을 낮출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中, 희토류-국채 ‘비관세 급소’ 공략… 美, 中유학생 비자취소 압박[하이브리드 통상전쟁]美국채 하락에 상호관세 유예하자NYT “中, 트럼프 아킬레스건 확인”… “美, 경제 베트남戰 수렁에” 지적도美, 과학 전공 中유학생 실태 파악… 트럼프 1기땐 1000여명 비자 취소“중국이 미국에 해를 끼칠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145%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 폭탄’에 연이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서는 중국을 두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린 평가다. 중국은 올 2월과 이달 총 12종의 희토류를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는 통제 목록에 올렸다. 특히 13일 수출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작에 많이 쓰인다. 미국과 통상전쟁 중인 중국이 미국에 필요한 광물 위주로 ‘맞춤형 제재’를 가했단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다른 나라와의 협력은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18일 동남아시아 주요 교역국인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순방에 나섰다. 그는 베트남 매체 기고에서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도 중국인 유학생 단속 같은 압박카드의 활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는 최근 주요 과학기술 분야를 전공 중인 중국인 유학생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규제를 위한 사전 조사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또 이달 들어 12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이 교통법규 위반 등 사소한 일로 학생 비자를 취소당했다. 양국의 통상전쟁이 관세와 비관세 요소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 영화 수입 규제로도 반격 나선 中 중국은 최근 다양한 비관세 조치로 반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올 2월 4일 대중국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같은 날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개시하며 받아쳤다. 이달 10일에는 미국 영화의 수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미국 국채 매각도 사용 가능한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상호관세 부과 후 각국 투자자들이 보유했던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서 국채 가격이 하락하자(국채 수익률 상승) 같은 달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미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국채 투매임을 확인했다고 진단했다.중국의 최근 행보를 두고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1차 양국 통상전쟁을 교훈 삼아 미국을 압박할 다양한 카드를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대미 수출 비중을 2018년 19.2%에서 지난해 14.7%로 낮췄다. 그 대신 희토류처럼 확실한 우위가 있는 반격 카드를 마련했다. 1차 통상전쟁 때처럼 수출 경쟁력을 위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출 가능성도 있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포린어페어스(FA) 기고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경제적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美, 中 유학생 카드 만지작미국은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규제에 나서는 것도 검토 중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런대 등은 미 의회로터부터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STEM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의 정보를 제공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핵심 과학기술 분야를 전공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규제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일부 과학기술 전공 중국인 유학생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2020년에는 1000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 비자가 취소됐다. 현재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28만 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반도체 분야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준비 중인 미국이 대중국 첨단 기술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동맹국들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 동참 여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의 관저에 방화 사건이 13일 발생했다.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 코디 발머(38)는 셔피로 주지사에 대한 혐오감을 범행 동기로 밝혔고 “셔피로를 망치로 폭행할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인 셔피로 주지사를 겨냥한 공격 시도가 벌어지자 미국 사회의 정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경 발머는 약 2.1m 높이의 철제 보안 울타리로 둘러싸인 관저 건물에 침입했고, 자체 제작한 방화 장치를 사용해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셔피로 주지사는 아내, 4자녀, 반려견 2마리와 함께 관저 안에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잠을 자고 있었지만, 불이 난 것을 파악한 경찰이 출동한 덕분에 참변을 피했다. 발머는 불을 지른 뒤 경찰 추격을 따돌리고 도주했지만 이날 오후 체포됐다. 현지 경찰은 “체계적으로 준비된 계획범죄”라며 발머를 살인미수, 방화, 테러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셔피로 주지사는 2022년 주지사로 선출되기 전까지 6년간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총장을 지냈고, 지난해 미 대선에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강력한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거론됐다. 일각에선 유대계인 셔피로 주지사가 사건 전날 밤 관저에서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 행사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테러가 반(反)유대주의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셔피로 주지사는 사건 직후 “이 공격은 목표를 정한 것이었다”며 “이런 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흔해지고 있지만 이런 종류의 폭력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선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이나 암살 시도가 자주 발생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유세 중 총격 암살 시도를 겪었다. 2023년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집에 침입한 범인이 펠로시 의장의 남편을 망치로 폭행해 중상을 입한 바 있다. 또 2020년에는 반정부 성향의 극단주의자들이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를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우다가 적발돼 체포됐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조쉬 셔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의 관저에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 코디 발머(38)는 셔피로 주지사에 대한 혐오감을 범행 동기로 밝혔고 “셔피로를 망치로 폭행할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인 셔피로 주지사를 겨냥한 공격 시도가 벌어지자 미국 사회의 정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경 발머는 약 2.1m 높이의 철제 보안 울타리로 둘러싸인 관저 건물에 침입했고, 자체 제작한 방화 장치를 사용해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셔피로 주지사는 아내, 4자녀, 반려견 2마리와 함께 관저 안에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잠을 자고 있었지만, 불이 난 것을 파악한 경찰이 출동한 덕분에 참변을 피했다. 발머는 불을 지른 뒤, 경찰 추격을 따돌리고 도주했지만 이날 오후 체포됐다. 현지 경찰은 “체계적으로 준비된 계획 범죄”라며 발머를 살인미수, 방화, 테러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셔피로 주지사는 2022년 주지사로 선출되기 전까지 6년간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총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미 대선에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강력한 부통령 러닝 메이트로 거론됐다. 일각에선 유대계인 샤피로 주지사는 사건 전날 밤 관저에서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 행사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테러가 반(反) 유대주의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셔피로 주지사는 사건 직후 “이 공격은 목표를 정한 것이었다”며 “이런 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흔해지고 있지만 이런 종류의 폭력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NYT는 “샤피로 주지사는 이전에도 최소 한 번 이상 위협의 표적이 됐었다”며 “2023년에도 협박 이메일을 보낸 남성이 체포된 적 있다”고 전했다.최근 미국에선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이나 암살 시도가 자주 발생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유세 중 총격 암살 시도를 겪었다. 2023년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집에 침입한 범인이 펠로시 의장의 남편을 망치로 폭행해 중상을 입한 바 있다. 또 2020년에는 반정부 성향의 극단주의자들이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를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우다가 적발돼 체포됐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 노트북, 메모리칩, 반도체 장비 등 20개 품목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이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뒤 중국 생산 비중이 87%에 이르는 애플 아이폰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소비 심리 또한 냉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폭격’ 뒤 미 전역에선 ‘아이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표 테크기업으로 시가총액 1위인 애플 주가도 급락했다. 결국 ‘아이폰 민심’에 부담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후퇴’ 처방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3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면제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약 한두 달 안에 발표될 반도체 품목 관세에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전자제품도 포함될 것”이라며 ‘상호관세’와 ‘특정 제품 및 산업의 부문별 관세’는 별개 사안이라는 뜻을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조만간 의약품 관세 또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11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스마트폰, 노트북,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컴퓨터 프로세서, 평면 디스플레이, 반도체 장비 등을 상호관세 면제 대상으로 공지했다. 면제 품목에는 중국산 제품도 포함되며 미국 동부 시간 5일 0시 이후 이미 관세가 적용됐던 제품도 소급 적용을 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아이폰 등의 가격 급등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에게 희소식”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반도체 등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며 “반도체 등의 품목별 관세는 따로 부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0% 관세로도 美가계 年672만원 타격… 인플레에 관세 오락가락[美, 스마트폰-PC 관세 혼선]中생산 비중 높은 애플, 관세 피해 커… “아이폰값 오를라” 사재기까지 등장러트닉 “ 반도체-의약품에 품목 관세, 상호관세와 달리 협상 불가” 강조GM, 캐나다 車생산 중단 500명 해고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 시간) 스마트폰, 노트북 등 20개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하자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 조치가 사실상 미국 대표 테크기업 애플을 위한 ‘맞춤형 면제’라고 분석했다. 미국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또 아이폰(87%), 아이패드(80%), 맥북(60%) 등 주요 제품을 대부분 중국에서 대량 생산한다. 중국에 총 14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결정이 시행되면 애플 제품 가격이 치솟아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미 소비자들이 “아이폰 값이 오르기 전 미리 사두자”며 ‘사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3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면제가 “영구적이지 않다”며 한두 달 내에 반도체, 스마트폰, 의약품 등에 품목별 관세를 별도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이들 제품의 품목별 관세는 상호 관세와 달리 협상이 불가하다고 했다. 또 어떤 형태로든 관세 부과 조치를 이어갈 것임을 밝힌 것이라, 관세를 둘러싼 세계 경제의 혼란과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관세 부과로 인한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와 소비자 부담 또한 커지는 추세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 보편 관세 추가 부과로도 미 수입품 물가가 2.9% 오르고, 가계가 연평균 4700달러(약 672만 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같은 날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4.0%에 달할 것”이라며 연준 목표치 2.0%보다 훨씬 높다고 우려했다. ● ‘상호관세 제외’는 애플 위한 ‘맞춤형 면제’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애플은 대(對)중국 상호관세에 따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 등에 따르면 현재 1199달러(약 171만 원)인 아이폰16 프로맥스 가격은 관세가 125%만 올라도 2698달러(약 386만 원)로 뛴다. 999달러(약 143만 원)인 맥북 에어 13인치의 가격 또한 2248달러(약 321만 원)로 오른다. FT는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인도로 생산기지를 다각화하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아이폰 공급망의 80%가 중국에 있다”며 애플이 이번 면제를 환영할 것으로 전했다. 일각에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1기 때부터 가까웠다는 것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이번 면제를 ‘대기업용’이라며 애플, 델, HP, 엔비디아 등이 수혜를 봤다고 진단한 이유다. 면제 절차가 매우 불투명하고 자의적이어서 대통령과 접촉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기업만 고율 관세의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자를 위한 관세를 외치는 트럼프 측 주장과 달리 권력자와 대기업만 혜택을 본다는 취지다. 쿡 CEO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통령과 독대했다. 올 1월 20일 취임식에는 개인 자격으로 100만 달러(약 14억3000만 원)를 기부했다. ● 소비·물가·국채 투매 우려 지속 또 트럼프 행정부의 스마트폰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인한 월가와 실물 경제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우선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냉각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11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보다 6.2포인트 떨어진 50.8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6월(50.0)을 제외하면 지수 집계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최저치다. 미래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도 47.2로 198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1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은 6.7%로 1981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국채에 대한 투매 현상이 심화하자 9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관세의 ‘90일 유예’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11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0.19%포인트 상승(국채 가격 하락)한 4.58%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의 전기상용차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직원 5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3일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해외 생산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관세 유예 결정을 이끈 일등공신은 채권시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 배경으로 최근 미국 주식, 채권, 달러 가치가 모두 하락한 ‘트리플 약세’가 꼽힌다. 이 중에서도 특히 채권시장에서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미 국채 가격이 급락(채권 수익률 급등)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유예를 결정하게 됐다고 CNN,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관세 폭격’ 후폭풍으로 최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가 한순간에 매도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미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안겼다. 이에 연동하는 달러 가치, 대출 금리 등이 요동치고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 또한 급증하자 트럼프 대통령 또한 관세를 무작정 고수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연방부채는 36조1400억 달러(약 5경2490조 원)이다. 지난해 국채 이자로만 8820억 달러를 썼다. 지난해 미국 의료보험, 국방비 지출보다 이자로 쓴 돈이 더 많다고 CBO는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에 보복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집중 매각한다면 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CNBC가 진단했다. 재무부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중국은 7610억 달러(약 1103조3450억 원)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1조 달러 이상의 미 국채를 보유한 일본에 이은 세계 2위다.● 국채 급락에 놀란 트럼프… 中 보유 美 국채도 변수 미 국채 가격은 사실상 글로벌 금융시장의 ‘벤치마크’다. 각국 국채의 가격 또한 미 국채 가격에 연동돼 있다. 또 미국인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는 통상 6 대 4의 비율로 주식과 채권에 투자돼 있다. 즉,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인의 주택 및 자동차 대출 상환액이 늘어난다. 퇴직연금 또한 줄어드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이번 주초만 해도 3.9% 아래였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관세 우려가 고조되자 9일 한때 4.51%까지 올랐다. 같은 날 30년물 국채 수익률 또한 한때 5%를 넘어섰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3거래일간 약 50bp(0.5%포인트) 급등했다. 1982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은 통상 오른다(국채 금리 하락). 하지만 상호관세 발표 후에는 주식과 국채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 우려를 키웠다. 다만 관세 유예 발표 후 국채 수익률 또한 하락세로 돌아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3%대를 기록했다. 벤 윌트셔 씨티은행 금리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매도는 미 국채가 더 이상 전 세계의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체제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투자은행 ‘메이지야스다’의 기타무라 겐이치로 리서치 책임자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미 국채를 팔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미 국채는 수급보다 ‘정치적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미중 관세 전쟁이 더 격화되면 중국의 미 국채를 이용한 보복 수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길리언 테트 FT 칼럼니스트는 미 국채 가격 급락이 계속되면 미국의 국가 부도 우려 또한 고조될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사업가 시절 종종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았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中 내수 활용해 “끝까지 저항” 중국은 미국에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10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압력과 괴롭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X’에 1953년 한국전쟁 당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미군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 영상을 게재했다. 당국은 이날 “미국 영화 수입 또한 적절히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홍콩 사무소 격인 주홍콩 특파원공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에서 미국을 ‘21세기 야만인’으로 규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9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미국의 관세에 “단호히 반대하고(堅決反制), 끝까지 저항한다(奉陪到底)”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선 ‘애국 소비’를 장려하고 스타벅스, 나이키, 애플 등 미국 기업 대신 자국 기업 제품을 쓰자는 메시지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34조9084억 위안(약 2경6754조 원)으로 2023년보다 5% 늘었다. 이 중 약 44%가 내수로 추정된다.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이 버틸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15일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주요국을 순방하며 미국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0일 “15개국으로부터 관세 협상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며 “결승선에 가까워진 거래가 많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日 인구소멸지역 되살린 숲오카야마현 마니와시는 산림 면적이 80%에 달하는 일본의 대표적 산촌이다. 목재 생산으로 지역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주택 경기 침체로 목재 수요가 줄며 젊은층이 떠나고 인구도 급감해 인구소멸 지역으로 전락했다.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은 다시 ‘숲’이었다. 버려지던 폐목재를 원료로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다시 목재를 가공하며 친환경 순환 경제를 이뤄냈다. 지속가능한 산촌 모델로 주목받자 도시 청년들까지 하나둘 정착했다. 숲을 잘 활용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결과적으로 숲도 사는 ‘그린시프트’를 이뤄낸 것이다.》“친환경 산림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산촌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일본 중부 오카야마현 마니와시(市)에서 만난 나카야마 나오키 씨(35)에게 산촌 생활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나카야마 씨는 돗토리현 소재 대학의 전기전자공업과를 졸업한 뒤 2014년 마니와시 목재 및 발전 기업인 메이켄(銘建)공업에 입사해 이곳에 정착했다. 일본 또한 젊은 사람들은 대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가지만, 역으로 산촌으로 들어와 12년째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회사의 바이오매스 발전소 관리 및 기계 운용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나카야마 씨는 “바이오매스 발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을 택한 이유를 말했다.● 인구소멸지역에 日 최대 폐목재 발전소 나카야마 씨가 정착한 마니와시는 2005년 3월 인구가 줄어든 9개 마을을 합해 새로 탄생한 시다. 관할 내 산림 면적이 80%에 달해 임업과 목재 생산이 지역 경제 생산의 약 30%를 차지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며 주택 경기가 침체됐고 목재 수요도 줄었다. 다른 산촌처럼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났고 고령화가 심해졌다. ‘3K’(위험하고 고되고 불결한 일·3D의 일본식 표현)로 인식되는 임업과 목재 산업의 종사자는 갈수록 줄었다. 이런 지역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목재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가지, 톱밥 등 폐목재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다. 폐기물 감량은 물론 나무가 흡수한 탄소를 발전 과정에서 다시 배출하는 것이라 탄소 중립 효과도 있다. 매연저감설비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발생도 최소화했다. 메이켄공업은 1984년 발전능력 175kW짜리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지역에 처음 만들었다. 이어 1998년 1950kW짜리를 추가했다.2015년엔 마니와시와 메이켄공업을 비롯한 10개 지역 기업들이 함께 출자해 ‘마니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건립했다. 마니와시 관계자는 “‘폐목재를 버리느니 한번 회사에서 필요한 전기를 직접 만들어 보자’란 생각이었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생산됐다”며 “침체된 지역 경제의 활로를 찾으려던 다른 기업들까지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총자본금 2억5000만 엔(약 25억 원) 중 마니와시도 3000만 엔을 출자했다. 이곳은 일본 최대 목재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됐다. 연간 8만7500MWh의 전력을 생산해 약 20억 엔의 매출을 올린다. 버리는 목재를 재활용하면서 연간 1억 엔이 들었던 폐기 처분 비용도 절감했다.● ‘산촌의 기적’ 보러 연 4만 명 관광폐목재로 만든 전기는 지역 기업, 관광서, 학교, 주택에 공급된다. 마니와시의 에너지 자급률은 72%에 달한다. 목재 재활용으로 목재도 살고, 지역도 사는 ‘친환경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산촌 경제’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촌의 기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마을 사람들은 2006년 투어 상품도 만들었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출발해도 반나절 넘게 걸리는 이곳 벽지를 다녀간 사람이 연 4만 명이 넘는다. 나카야마 씨도 이런 지역의 가능성을 믿고 정착했다. 6년 전 회사에서 차로 5분 거리인 곳에 새집을 짓고 세 아이를 낳았다. 그는 “더 공부하고 노력해 친환경 발전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마니와시에서 미래를 그리는 것은 나카야마 씨뿐만은 아니다. 메이켄공업에는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찾아오고 있다. 1923년 창업한 메이켄공업은 기존 집성판보다 강도가 높은 CLT(합판을 직각 교차해 압축시켜 강도를 높인 집성판)를 생산한다. 목재로 지어진 2020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뿐 아니라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시설에도 마니와시에서 생산된 CLT가 사용됐다. 메이켄공업 인사과 관계자는 “우리는 100년 넘게 목재를 다룬 회사다. 바이오매스 발전뿐 아니라 목재를 가공하는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이를 배우러 도쿄나 오사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며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이 15명 정도”라고 했다. 마니와시 본사와 공장에는 약 300명이 근무 중인데 20∼40대 직원이 전체 직원의 60%다. 평균 연령은 39.8세다. 일본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이 43.1세(2021년 기준)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젊은 회사인 것이다.● “산림 경제의 새로운 성공 모델” 사람들은 삶의 터전인 숲을 더 가꾸고 있다. 전체 산림 중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 57%가 넘는다. 보존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꾸고 활용하면서 숲도 되레 더 커졌다. 시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곳 목재 기업은 벌목부터 목재 가공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연간 1500t의 음식물쓰레기와 배설물 등을 수거한 뒤 발효시키고, 이 과정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발전을 한다. 액체 비료도 생산된다.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게 마니와시의 목표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가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시범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야자키대 산림환경학과의 사쿠라이 린 부교수는 “마니와시의 시민, 기업가, 공무원들은 ‘숲을 통해 우리가 함께 지속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공통된 의식을 확실히 공유하고 있다. 그런 믿음이 산림 경제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일본의 산림 면적은 약 2500ha로 국토의 68.4%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핀란드(73.7%), 스웨덴(68.7%) 다음으로 많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황폐화된 산림 복구 산업이 결실을 거둬 지난 50년 사이 산림 면적이 2.6배로 늘었다. 산림 자원이 풍족해진 만큼 단순히 목재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산림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산림청 역할을 하는 일본 임야청은 2018년 ‘산림서비스산업 검토위원회’를 마련했다. 크게 건강, 교육, 관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 4개 분야로 나눠 산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녹화추진기구’ ‘숲만들기전국추진회’ 등 민간 단체들과의 의견 교류도 활발하다. ‘관광 대국’ 일본은 특히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일부 대도시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분산시키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근 산림 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17년 전국 국유림 83곳을 ‘일본 아름다운 숲, 추천 국유림’으로 선정하고 알리기에 나섰다. 지역의 표지판과 안내문 설치 등 외국어 정보 서비스를 늘리고 있으며, 노후한 숙박과 교통 시설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산림욕, 온천욕 등과 결합시킨 ‘헬스 투어’도 인기다. 나가노현 이이야마(飯山)시 모리노이에(森の家)와 같은 산촌생태시설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산림 치료를 중심으로 요가, 카누, 소바 만들기, 산나물 캐기 등 200여 가지 체험 코스를 만들어 사업 초기인 2007년에 최고 200만 명이 다녀갔다. 지금도 연간 수만 명이 찾는다. 기업들도 산림 활용에 적극적이다. 정보기술(IT) 기업 세일스포스닷컴은 직원 46명이 1년간 와카야마현 산림에서 재택업무와 지역 봉사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전보다 매출(계약 금액)이 24% 증가하는 등 생산성이 오르는 효과를 봤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산림환경양여세’, 2024년 ‘산림환경세’ 등을 신설해 마련한 예산을 산림 지역에 투입해 산촌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산림 강국의 이미지도 강조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건물은 목재로 지어졌다. 이달 13일 개막하는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의 상징물 또한 목재로 만들어진 ‘그랜드 링’이다. 폭 30m, 최대 높이 20m에 둘레가 무려 2km에 달하는 원형의 목조 건축물을 못을 쓰지 않고 목재들을 끼워 넣는 일본 전통 기법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4일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 인증도 받았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오후(현지 시간) “대부분 국가에 대해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뉴욕 증시가 폭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16% 급등해 2001년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9.52% 오르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상승을 나타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는 이날 하루 만에 2962.86포인트(7.87%) 상승해 지수 탄생 역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이날의 기록적 뉴욕증시 수직상승은 오후 1시 18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그는 “75개국 이상이 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협상에 나섰다”며 “이에 근거해 90일간 상호관세 유예(PAUSE)를 승인하고 이 기간 상호관세를 10%로 대폭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라며 “이는 중국이 세계 시장에 보여준 경멸에 근거한 것”이라고 적었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 상호관세 적용이 약 석달 간 유예되면서 시장은 뜨겁게 환호했다. 뉴욕 증시가 마감되는 오후 4시까지 약 2시간 40여분 동안 주요 지수와 빅테크 등 주요 주식 주가가 초고속 상승세를 보였다.상호관세 발표 후 공급망 타격에 대한 우려가 집중되며 4거래일 동안 23%가 날아간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15.33% 치솟은 198.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18.72% 급등했고,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22.69% 상승해 주요 대형 기술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는 10.13%, 구글 모회사 알파벳(9.88%)과 아마존(11.98%),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14.76%)도 10%를 넘나드는 상승세를 보였다.이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시장 반응을 우려한 것이 아니라 계획한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는 처음부터 그의 전략이었고 시장반응을 우려한 게 아니다”라며 “시장은 관세 계획이 최대치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의도는 처음부터 이랬다”고 말했다.한편, 미중간 경제 대치는 계속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세계무역기구(WTO)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양국 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이는 전 세계 경제 전망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갈등 완화를 위한 전 세계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