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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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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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게서 일해줘 고마워” 알바생을 웃게한 메모 한장

    “몇 년 동안 받은 칭찬 중에서 과분하다고 생각되는 게 하나 있어요.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진주 씨를 만났을까’라고 우리 사장님께서 제게 해주셨던 칭찬인데요, 저는 힘들 때마다 이 한마디를 떠올리면서 큰 힘을 얻어요.” 동아일보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아르바이트 전문 취업포털 알바몬이 개최한 ‘착한 알바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박진주 씨(24·여)의 수기 중 일부다. 박 씨는 지난해 3월 대학에 복학하면서 용돈을 벌기 위해 이디야커피 시흥시화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의 경험이 ‘고용주와 알바생의 관계는 임금을 주고받는 사이일 뿐’이라는 통념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주휴수당을 챙겨주고 식사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키며 식대를 월급에서 빼지 않는 등의 대우가 다른 알바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는 얘기다.○ 나쁜 손님 막아주는 착한 알바 이번 착한 알바 수기 공모전에는 300여 편이 접수됐다. 사연에는 청년들이 생각하는 착한 알바 사업장의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높은 수준의 복지나 덜 힘든 업무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가족같이 여기는 문화 △표준근로계약서 작성과 같은 기본적인 법령 준수 △근로자의 자기계발을 지원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직장이 바로 청년들이 생각하는 착한 알바 사업장이었다. 대상을 받은 정다희 씨(20·여)가 몸담았던 ‘제주회&감포막회’가 바로 그런 곳이다. 정 씨의 수기를 보면 이곳 사장인 김종오(51) 박은정 씨(49·여) 부부는 아침마다 알바생들이 챙겨먹을 수 있도록 수프를 준비해뒀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한 알바생들이 걱정돼서다. 박 씨는 설날이면 알바생에게 보너스를 챙겨주며 봉투에 일일이 덕담까지 적어주기도 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정 씨에게는 ‘우리 가게에서 일해줘서 고맙다. 학교 잘 다니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적은 봉투를 건넸다. 만취한 남자의 음담패설에 당황한 정 씨를 보듬어준 것도 박 씨 부부였다. 정 씨는 “사모님은 울기 직전의 나를 주방으로 피신시키고는 ‘술 취해서 이런 식으로 난동을 부리면 다시는 못 올 줄 알라’며 그 손님을 내쫓고 내 편을 들어주셨다”면서 “내 안전과 인권을 자신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작은 배려에 감동받는 알바생 장려상을 받은 시지선 씨(23·여)는 ‘CGV강동’에서 일할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팝콘 제조기에 데어 화상을 입었는데 그 모습을 본 담당 매니저가 바로 화상 연고를 바르고 방수 스티커를 붙여주며 얼음찜질을 해줬다고 한다. 시 씨는 “한창 손님이 몰려드는 시간대라 일손이 모자란데도 잠시 쉬라는 지시에 감동을 받아 7개월을 더 일하고 이후에 재입사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알바생도 표준근로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점주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장려상을 받은 유지원 씨(21·여)는 파리바게뜨 한양대점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 점주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한 부씩 나누는 모습에 신뢰를 갖게 됐다. 유 씨는 “계약서 없이 말로만 고용하고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는 이전의 알바 업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며 “퇴근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행여나 초과근무를 하게 될 땐 단 10분, 15분일지라도 더 일한 시간을 급여에 반영해줬다”고 말했다. 알바생의 처지에선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는 업주에겐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런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착한 알바가 정착할 수 있다. ○ 꿈을 키워주는 착한 알바 알바는 미래의 진로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우수상을 받은 김명선 씨(23)도 알바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 씨가 일하던 ‘팔당 시골밥상’은 음식점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던 그는 사장의 지원을 받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진로도 레저관광경영학과로 결정했다. 김 씨는 “알바를 하면서 처음으로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내게는 사장님이 또 한 명의 엄마인 셈”이라고 말했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접수된 수기를 보면 청년들이 알바를 하면서 거창하고 대단한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대접을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착한 알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우리 사회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착한 알바 수기 공모전 당선자 ::대상(동아일보 사장상)정다희(20·여·제주회&감포막회 근무)최우수상(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상)김명선(23·팔당 시골밥상 근무) 박진주(24·여·이디야커피 시흥시화점 〃)장려상(알바몬 사장상)유지원(21·여·파리바게뜨 한양대점 근무) 최은아(21·여·돈돈현수막 〃) 김영조(21·㈜그린파워 〃) 김진수(24·삼성에버랜드 〃) 김한슬(20·세븐스프링스 원주AK플라자점 〃) 시지선(23·여·CGV강동 〃) 이유희(23·여·현송리소스 〃) 이호권(36·GS25 대림으뜸점 〃) 장재영(24·엔제리너스 대구월배점 〃) 최희종(21·행복을나누는도시락 〃) 박창규 kyu@donga.com·김민 기자}

    • 201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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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이슈]95년전 콜레라 창궐땐 “들것에 타시오” “안 타겠소” 실랑이

    콜레라로 1만여 명이 사망했던 1920년 한반도. 당시 전남도의 방역 담당자는 ‘경무휘보(警務彙報)’(일제 조선통감부 경무총감부에서 발행한 월간지)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우리는 질병과의 전쟁 외에 (주민들의) 미신과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2015년 대한민국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의 전쟁 외에 불신, 불안, 공포, 소문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처럼 100년 전 조선인의 모습에서 오늘날 한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감염병의 확산, 격리 조치 대상자의 반발, 정부의 미흡한 방역 조치, 불안과 공포심의 확산까지 당시 사회상은 현재와 닮아 있다. 격리를 거부하는 두 남자 12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앞. 메르스 검사를 받은 A 씨(42)가 간이진료소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간호사가 붙잡으러 뛰어오자 그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소리쳤다. “사람이 아프면 치료를 해줘야지! 나 지금 집으로 갈 건데, 내가 확진자면 바이러스 다 전파하면서 집에 가는 거야!” A 씨는 다음 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부친의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에 동행한 게 화근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엔 지난달 27∼29일 메르스 14번 환자(35)가 입원하면서 감염자가 발생했다. A 씨는 현재 서울의료원에 격리돼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95년 전에도 방역작업을 놓고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1920년 8월 16일 오후 6시경 경성(京城·서울의 옛 이름) 종로4정목(현 종로4가) 파출소 앞. 경관들과 한 남성이 실랑이를 벌였다. 그들의 옆엔 들것을 든 인부가 있었다. 경관이 말했다. “여기서 걸어가면 병균이 퍼지니 들것에 타시오.” 그러자 남성이 대꾸했다. “내 몸이 이렇게 멀쩡한데, 걸어가라면 가도 들것은 안 타겠소!” 들것에 타기를 거부한 남성은 종로구 인의동에 살던 최영택 씨(당시 47세). 일주일 전 설사병으로 고생하던 아내를 잃은 사람이었다. 아내를 검시(檢屍)한 경찰은 최 씨의 검체도 가져갔다. 최 씨의 아내가 콜레라 환자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반도는 치사율 50%에 달하는 콜레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경찰은 최 씨가 보균자라 주장하며 격리병원인 순화원에 데려가려 했지만, 말다툼은 간단히 끝나지 않았다. 파출소 앞에서 소동이 벌어지자 인근 주민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주민들은 외쳤다. “죽어도 들것엔 타지 마라!” “조선 사람은 아무렇게나 죽어도 괜찮단 말이냐! 성한 사람을 잡아다 괴질구혈에 넣으려는 경관을 때려 죽여라! 파출소를 부숴라.” 경관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 씨를 돌려보내려 했다. 그러자 최 씨는 “지금 수백 명 군중이 몰려 있어 겁이 나서 보내놓고 밤이 되면 슬며시 데려가려는 것 아니오?”라고 따졌다. 군중은 맞장구를 치며 “옳다. 참 그렇다! 그러면 이 자리에서 데려가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라”라고 소리쳤다. 경관들은 당황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동대문경찰서에서 10여 명의 경관을 추가로 파견했다. 그러자 군중은 흥분해 돌을 던져 파출소 유리창을 깨뜨렸고, 경관 한 명은 머리를 다쳤다. 경관들은 칼을 빼어 들고 군중을 진정시킨 뒤 최 씨를 돌려보냈다. 폭동은 한참 뒤에야 잦아들었다. 하지만 경관과 시민의 충돌은 그달 17일, 19일에도 계속됐다. 정부는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기마(騎馬) 순사까지 동원해야 했다. 최 씨는 결국 순화원에 끌려 갔지만 끝내 검진을 거부했다. 그가 정말 콜레라 보균자였는지는 지금도 확인할 길이 없다.100년 전과 지금의 소문들 ‘우선 이 정보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 제약 관련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인이 알려준 겁니다. 중동 출신 전문가가 알려준 방법! 신종플루나 메르스를 피하는 가장 쉽고 싼 방법은 바로 바셀린을 콧속에 바르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독감 감기 비염 등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도 콧구멍에 바셀린을 바른다네요.’ 메르스 확진자가 속출하던 2일, 직장인 박모 씨(59)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받은 메시지다. 박 씨는 이 밖에도 ‘양파가 바이러스 포집 능력이 뛰어나니 방마다 양파를 5개씩 놓아라. 양파를 한 포대 방에 보관한 집에만 독감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메시지들은 모두 의학적 근거가 없는 유언비어로 판명 났다. 100년 전에도 감염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둘러싸고 근거 없는 소문이 파다했다. 조선총독부의 ‘다이쇼 9년 호열자병 방역지’(1921년)에 따르면 많은 조선인들은 전염병이 귀신이나 악마의 저주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콜레라균이 일으키는 소화 계통의 전염병인 ‘콜레라병’을 ‘몸속에 쥐가 들어가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환자가 경련을 일으킬 때 쥐를 죽인다며 바늘로 환자의 몸을 찔러 상처를 내거나, 고양이 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이곤 했다. 환자가 발생한 집 근처 화장실에 불을 질러 병마를 쫓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경관이 감염병 환자를 발견할 때마다 돈을 받는다는 소문도 돌았다. ‘한 사람당 5원을 받는다더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됐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은 1920년 8월 20일자 동아일보에 다음과 같은 해명을 실었다. ‘경찰서에서 병자를 발견한다고 한 푼이라도 금전을 주는 일은 결코 없다. … 이러한 소문이 난 이유는 이들이 방역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방역당국에 대한 불신은 왜 커졌나 2015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보건당국의 방역에 협조하며 메르스를 이겨내고 있다. 하지만 1920년 조선인은 그럴 수 없었다. 방역 사업의 주체가 ‘경찰’이었고, 일제강점기 경찰의 강압적인 활동이 시민들의 불신을 키웠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소에서 담당하는 방역 작업을, 조선총독부는 ‘위생경찰제도’를 도입해 경찰에게 맡겼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이 제도는 식민지 조선에서 행해진 특수한 사례였으며, 일반 관리보다 경찰 위력을 통해 격리 조치를 손쉽게 할 수 있기에 도입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경찰이 환자를 죄수 다루듯 하고 검역 조사가 중범죄자 수색보다 엄격하다”며 경찰의 강압적인 방역 활동을 비판했다. 감염병을 치료하는 시설이 열악했다는 점도 주민들 사이에 공포를 키웠다. 경성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순화원은 고작 100명의 환자만 수용할 수 있었다. 하루에 발생하는 콜레라 환자만 100여 명에 이르던 때였다. 이 때문에 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순화원은 사실상 지켜만 보는 ‘격리 시설’에 가까웠다. 조선인들은 병원에 갔다 약 한 방울 얻어먹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격리가 곧 죽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박 교수는 “보균자인지 아닌지 애매한 상황에서 병원에 가면 죽는다는 시각 때문에 저항이 더욱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20년 전남도 방역 담당자가 ‘주민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던 이유는 결국 그들 속에 있었다. ‘당국자는 조선인의 위생 사상이 발달하지 못한 것을 비판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격리병원을 꺼리고 전염병자가 도망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번 방역사업에서 당국이 사람들의 원망을 사게 된 것은 (조선인들의 위생 사상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당국이 적절한 소통(선전)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동아일보 1920년 8월 21일자 1면)  ▼ 감염병 격리 조치의 역사 ▼흑사병 의심 선원들 40일간 격리… 균 옮기는 쥐들은 못막아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해 격리된 사람들이 1만5134명(26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이뤄지는 격리 조치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검역은 영어로 ‘쿼런틴(Quarantine)’이다. 이탈리아어로 숫자 40을 뜻하는 ‘콰란타(Quaranta)’가 어원이다. 14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은 흑사병 감염자가 배에서 내려와 병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40일 동안 배에서 선원들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 예수가 광야에서 금식한 기간(40일)을 본떠 실시했던 ‘40일 격리 조치’가 곧 검역을 의미하게 됐다. 하지만 ‘쿼런틴’으로도 흑사병을 막지 못했다. 격리된 것은 배에 탄 선원들이었을 뿐, 정작 균을 옮기는 쥐들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흑사병의 원인이 쥐벼룩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탓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를 뽑고 오줌 목욕을 하는 등 온갖 미신으로 흑사병을 이겨보려 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한센병 환자, 집시, 특히 유대인을 흑사병 원흉이라며 경멸하기도 했다.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서 전염병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전염병이 생길 때마다 인간은 큰 두려움에 휩싸였고, 환자에 대한 격리는 그 해답처럼 따라다녔다. 한때 ‘문둥병’으로 불렸던 한센병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1910년대 당시 의술로는 이들을 치료할 수 없었기에 조선총독부는 1916년 전남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만들었다. 육지와 떨어진 섬 안, 외부와 단절된 격리시설이었다. 한센인에 대한 격리가 시작됐음에도 한센인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근거 없는 낙인 찍기는 계속됐다. ‘한센인들이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1926년 8월 18일자 동아일보엔 경북 영천군에 살고 있는 어린이 김석이(당시 12세)가 대구천으로 헤엄치러 가자는 ‘나병환자 같은 자’ 3명의 말을 거절했다가 죽음을 당할 뻔한 이야기가 실렸다. 석이가 고함을 치자 사람들이 달려왔고, 환자들은 곧 달아났다. 기사 말미에는 “문둥병에 어린애 살점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것으로 그렇게 흉행(兇行)을 하려 한 듯하다”는 분석이 덧붙었다.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영양이 부족해서 피부병에 걸린 가난한 사람들도 때로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격리되기도 했다”며 “격리 조치가 차별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센인의 부부 동거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낙태와 단종수술(斷種手術·유전성 환자의 생식 기능을 없애는 수술)을 자행했던 것도 일종의 차별이었다. 한센병은 유전병이 아니었음에도 1990년도까지 정부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수술을 강제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격리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에이즈는 수많은 음모를 만들어냈다. ‘에이즈는 마약 중독과 더불어 시작된 것으로 동성애와 매춘에 대한 신의 처벌’이란 얘기가 나돌았을 정도였다. 1992년 한 신문의 사설은 ‘새 환자의 발생을 최소화할 방법으로 에이즈 환자를 가려내 격리 수용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치명적인 에이즈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곧 인권침해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당시 정부도 에이즈 감염자의 격리 수용 의사가 없었다. 이동모 당시 보건사회부 보건국장은 “감염자를 격리 수용할 경우 당사자들이 잠적해 오히려 에이즈가 음성적으로 더 확산되고 대부분 감염 우려자들이 에이즈 검사를 기피해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동아일보 1994년 7월 31일자) 2015년 대한민국엔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격리 조치’는 없지만, 환자에 대한 차별과 비난은 여전히 남아 있다. 메르스 93번 환자(64·여)가 중국 옌볜 출신임이 드러나자, 인터넷에선 ‘메르스 확산의 주범은 불법체류 외국인’ ‘조선족들은 메르스 걸리면 한국인에게 퍼뜨리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일부 메르스 환자들은 감염병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문명 이전부터 있던 근본적인 것”이라며 “감염병 환자들이 안전을 위협한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극렬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염병의 문화사’의 저자 아노 카렌은 “새로운 풍요의 시대는 생물학적 재적응이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인간 질병의 역사는 대부분 그러한 적응의 역사이다”라고 말한다. 메르스의 여파를 겪고 있는 지금도 새로운 적응을 하기 위한 역사가 진행 중인 셈이다.김민 kimmin@donga.com·박은서 기자}

    •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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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부, 질병관리본부에 6개 지역본부 신설 추진

    보건당국이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6개 지역본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방역 지침을 하달해도 일선 보건소에서 따라주지 못하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보건당국은 각 지역본부가 보건소를 나눠 관리하면서 지역 병원, 검역소 등과의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공중보건 위기 대비 조직역량 강화 방안’에 따르면, 복지부는 서울 부산 경인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지역에 지역본부를 두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관할 지역 병원의 감염병 관리를 총괄하고 위기 상황에서는 의료기관 폐쇄 명령 등의 권한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역본부는 기존 공항과 항구의 국립검역소 인원을 총괄하고, 별도의 감염관리 인력과 역학조사관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을 연구할 수 있는 BL3 실험진단실을 갖추게 된다. 각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실시한 환자 유전자 검사 결과를 총괄해 질병관리본부로 통보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본부를 신설하면 복지부가 총괄할 때보다는 보건소에 대한 통제력이 강해질 것이고, 신종 감염병 발생 시 초기 대처를 신속하게 할 수 있다”라며 “지역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방청 인력까지 연계하면 강력한 통제와 일사불란한 방역이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본부 신설이 단순 자리 늘리기에 그칠 우려도 있다. 지역본부장과 지자체장이 보건소에 대한 권한을 정확하게 나누지 않는다면 결국 시군구 보건소 행정은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유근형 noel@donga.com·김민 기자}

    •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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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 커지는데 “비공개” 고집… 불통 바이러스부터 퇴치를

    ‘국민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과정에서 보건당국이 보인 소극적인 정보 공개 자세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신종 감염병 발생이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 대신 ‘일단 숨기고 보는’ 구시대적인 대응 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귀옥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헬스커뮤니케이션)는 “감염병 관련 소통에서의 기본 원칙은 정보 공개를 한 뒤 국민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파트너십이 부족해 정보 제공을 통한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불신과 공포만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정보 공개했으면 슈퍼 전파자 감염 줄였다 메르스 사태에서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부작용 중 가장 심각한 건 ‘슈퍼 전파자’들의 양산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83명을 감염시킨 14번 환자(35)와 대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 입원실에서 23명을 감염시킨 16번 환자(40)의 경우 여러 병원을 거쳐 갔다. 지난달 20일 1번 환자(68)가 확인됐을 때부터 적어도 의료기관들 사이에서라도 환자와 메르스 관련 정보가 자세히 전달됐다면 호흡기질환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에 대한 병원들의 대응이 훨씬 더 적극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감염자 수도 어떤 형태로든 줄어들었을 것이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양재명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첫 환자 발생 뒤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됐다면 병원 현장에서의 긴장도가 높아 초기 진압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까지 총 8명을 감염시키며 또 한 명의 잠재적 슈퍼 전파자로 관심을 받고 있는 76번 환자(75·10일 사망)에 대한 관리 실패도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서 메르스에 감염된 76번 환자는 5, 6일 강동경희대병원, 6일 건국대병원을 별다른 조치 없이 거치면서 8명을 감염시켰다.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던 시기에도 병원에 대한 정보 공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 강동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사태 초기부터 정보 공개와 공유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면 76번 환자가 도착했을 때부터 의심을 갖고 조치해 접촉자도 크게 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141번 환자(42)가 5∼8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광 산업에 비상’이 걸린 사건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만약 지난달 말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것이 공개됐다면 제주도 여행 시점에 이미 메르스 증세를 보이던 141번 환자가 본인 스스로 의심해 제주도 여행을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 ‘비공개 원칙’ 강조하다 신뢰 훼손 보건당국의 늑장 정보 공개가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많다. 국민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계속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제약사의 음모다’, ‘황교안 국무총리 청문회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시도다’ 같은 괴담 수준의 루머까지 돌았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괴담 유포와 관련한 처벌 의지를 강조하던 시점에 차라리 적극적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혼란이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던 과정에서 보건당국 스스로가 큰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메르스 환자와 병원 정보를 공개하고 나섰고, 6일에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에 대한 일부 정보를 SNS에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 움직임이 나타났고,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는 더욱 훼손됐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소통 부재 속에서 더 큰 사회적 혼란과 불신, 나아가 패닉 현상까지 나타났다”며 “정부는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정보 공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 적극적으로 병원과 환자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보건당국의 조치에는 문제가 많았다. 보건당국이 운영하는 메르스 종합 정보 사이트인 ‘메르스 포털(www.mers.go.kr)’의 경우 첫 환자가 확인된 뒤 3주가 지난 10일에야 개설됐다. 메르스 포털은 정식 개설된 뒤에도 △어려운 설명 △느린 업데이트 △외국어 서비스 부재 등의 결함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 지침’에도 정보 공개 절차와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정보 공개를 얼마나 할 것인지,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공인된 매뉴얼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감염병에 대한 정보 공개 필요성이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체적인 감염병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민·박성진 기자}

    •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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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다른 美의 질병정보 공개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 토머스 덩컨. 그는 45세의 라이베리아 국적 남성이었으며 수도 몬로비아의 한 운송 업체에서 근무했다. 2014년 9월 20일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를 방문했고 열흘 뒤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덩컨 씨의 미국 숙소는 댈러스의 페어오크스 대로에 위치한 아이비 아파트단지 614번지. 텍사스 보건 당국은 감염 우려가 있는 10명을 격리했다. 환자의 이름, 주소, 나이부터 동선까지 모든 정보가 확진 판정 일주일 만에 공개됐다.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미국 보건 당국의 정보 공개는 한국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는 가능한 한 빨리 ‘대중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라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CDC는 400쪽이 넘는 분량의 ‘위기·긴급·위험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갖추고 있고, 센터장 직속으로 일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도 있다. 반면 한국 질병관리본부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전담하는 부서는 물론 정식 대변인도 없다. CDC의 매뉴얼은 위기 상황에서 지켜야 할 6가지 원칙을 가장 먼저 제시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강조되는 원칙은 바로 ‘신속(Be first)’이다. 매뉴얼은 ‘위기는 시간의 흐름에 민감하다. 빠른 정보 전달이 모든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다. 가장 먼저 제공되는 정보를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기 때문이다’라고 신속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CDC의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에볼라 발병 당시 힘을 발휘했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의사 켄트 브랜틀리 씨가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에 이송됐을 때도 시민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 준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에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병관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감염병 유행 시 발생하는 패닉 현상은 실제 위험을 사람들이 더 과장되게 인지하는 데서 발생한다”며 “미국 CDC는 국민이 왜 두려워하고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준 반면, 한국은 보건 당국이 이에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재훈 ‘박재훈 PR컨설팅’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있어도 그것을 관리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만들 때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함께했으면 혼란이 더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김민 kimmin@donga.com·박은서 기자}

    •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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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염 발생 즉시 병원名 공개… 환자거주 洞까지 밝혀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한국 사회의 해외발(發) 감염병에 대한 위기의식과 대처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밑바닥까지 보여줬다. 보건당국과 보건의료계에서는 “메르스 정도여서 다행이었다”는 안도까지 나온다. 메르스보다 위험성이 높은 에볼라나 라사열 같은 출혈열성 감염병 확산 사태가 터졌다면 훨씬 더 상황이 심각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대에 해외발 감염병의 유입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사태를 ‘감염병 예방 및 대응 로드맵’을 마련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병 예방 시스템 강화 시급 제2, 3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는 데 가장 필요한 조치로 꼽힌 건 ‘질병관리본부의 기능 확대’(54.3%)다. 국가 방역을 지휘하는 정부 내 감염병 담당 조직부터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국가 방역체계와 의료체계가 감염병에 얼마나 부실하고, 쉽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제2, 3의 메르스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지적되어 온 것처럼 질병관리본부의 △고급 인력과 전문성 부족 △적은 예산 △허약한 지휘권 등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역량을 키워 평소에도 해외 감염병에 대한 대책 수립과 연구를 진행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 다인실 중심 병동 개선 필요 ‘의료진과 병원의 감염병 예방 시스템 강화’(45.7%)와 ‘다인실 중심의 병동문화 개선’(34.3%)도 메르스 사태의 재발을 막는 데 필요한 조치로 꼽혔다. 다양한 종류의 환자들이 별도의 조치 없이 방치돼 있는 응급실, 기본적인 감염 예방 조치도 지키지 않는 병원 시스템이 메르스 확산을 유발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여러 환자가 함께 머무는 다인실 역시 얼마나 감염병에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조사단은 한국 대형병원에서 다인실 병동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에 놀라며 보건당국에 심각성과 개선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그동안 우리는 다인실 위주의 병실 운영 정책 때문에 1인실이 부족했다”며 “정부도 감염 관리에 대한 투자 측면에서 1인실 병실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에선 보호자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포괄간호서비스제도’ 활성화를 감염 방지 대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감염병 확산 막으려면 정보 공개가 중요 메르스 사태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병원’과 ‘환자’ 관련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공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메르스 감염자들 중 상당수가 증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한 원인 중 하나는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명을 즉각 공개했다면 감염자 중 많은 수는 증세를 느낄 때 ‘보건당국에 대한 신고’나 ‘자체 격리’ 등의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추가 감염자와 격리 대상자 역시 줄어들 수 있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병원명 공개’에 대해 80%가 ‘초기에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답했다. 또 이번 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으로도 ‘뒤늦은 병원명 공개’(48.6%)를 꼽았다. 환자 정보의 경우 거주하는 지역의 ‘동’, 다녀간 장소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42.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성별, 나이, 거주 도시 정도까지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22.8%로 많았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보건당국이 성별과 나이만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 메르스 사태의 핵심은 보건당국의 역량 부족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뒤늦은 병원명 공개(48.6%) △보건당국의 안이한 전망(42.9%) △보건당국의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뒤늦은 조사(34.3%)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모두 보건당국의 부실한 조치 및 역량 부족과 관련된 사항들이다. 한편,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주요 섹터(정부, 국민, 병원)의 대응 수준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두 낙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정부 평균 4.6점 △국민 5점 △병원 5.6점이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메르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WHO 권고에 너무 의존해 대응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ICT 활용 보건위기정보망 구축 전문가-국민 소통창구 만들어야” ▼메르스 사태에서 배울점은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를 두고 보건당국의 업무 조정 능력과 소통 미흡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반면 의료진의 헌신적인 진료와 시민의 협조는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장이 질병 통제의 핵심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는 느낌이 적었다. 교육부의 학교 휴업 조치로 사회 혼란이 가중됐는데도 복지부의 각 부처에 대한 업무 장악력은 부족한 듯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혼선을 부추겼다. 전 교수는 “서울시장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체계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인식을 제공했고, 이후 각 지자체가 우후죽순처럼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발표해 통제의 일관성이 결여됐고 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전문가를 경시하는 세태를 드러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최고 전문가가 컨트롤타워가 돼 모든 걸 판단하고 지휘해야 하는데, 질병관리본부엔 예산도 인력도 없고, 본부장이 힘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소통 부족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영성 충북대 의대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 등) 당사자 간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전문가 단체가 국민에게 (메르스 관련) 지침을 내놓는 것도 빨리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공중보건위기대응 긴급연구정보망시스템’을 구축해 전문가 네트워크를 만들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활용해 국민과 소통하며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도 발견했다.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본부장은 “(전북) 순창의 마을 주민 모두가 합심해 메르스를 이겨낸 성공 사례는 지역사회의 규범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큰 가치를 발휘하는지 보여줬다. 전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사례다”고 평가했다. 최정현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선 의료진의 헌신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설문에 답해주신 전문가 (가나다순)△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김윤정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박성학 가톨릭대 호흡기내과 명예교수 △배종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 △서동우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신영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전 국립보건원장) △양재명 서강대 생명공학과 교수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유형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 △이국종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본부장 △이영성 충북대 의대 교수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임현술 동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정영철 광운대 법대 교수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정현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홍두호 마음복지관 사무국장(전 가천의대 의학교육실 교수) 이세형 turtle@donga.com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이샘물 evey@donga.com·박은서·김민 기자}

    •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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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감염병 대응능력 떨어뜨리는 부실 제도

    “병실 내에서 밀접 접촉 할 때만 감염된다.”-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환자 발생 시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는 응급실 내부에만 있었다.”-삼성서울병원 환자 발생 시 보건당국의 호언장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14번 환자가 응급실 밖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모두 초기 역학조사관 인력과 전문성 부족이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국내 역학조사관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왜 최정예 요원이 될 수 없는 걸까. 정부는 1999년 제도 도입 직후만 해도 공보의의 자원을 받아 시험과 면접을 거쳐 역학조사관을 선발했다. 2001∼2004년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한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45)는 “질병 치료보다는 예방이 관심이 많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전 세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때, 공항에서 방역복을 입고 환자를 맞이한 뒤 격리병원에 옮기는 역할을 했다. 3주가량은 집에도 안 들어가며 매일 환자를 돌보고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 결국 환자 4명은 합병증 없이 쾌유됐고, 감염이 확산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열의가 있는 공보의를 역학조사관으로 ‘선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007년 공보의 배치시험 오류가 발생한 뒤 (공보의) 지역 배치가 추첨 방식으로 바뀌었다. 2008년부터 역학조사관도 추첨 방식으로 뽑는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역학조사는 본인의 열의가 가장 중요한데, 사람을 잘 뽑으면 제도가 얼마든지 잘 굴러간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오면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학문적 열의가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역학조사관의 수도 적다. 메르스 확산 직후 국내의 역학조사관은 총 34명. 이 중 32명이 공보의였다. 역학조사관이 주로 복무기간이 1∼3년에 불과한 공보의로 채워질 경우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일사불란한 군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달 16일에야 역학조사관 90명을 충원했다고 밝혔다. 미국 CDC의 경우 역학조사관만 300여 명에 이른다.이샘물 evey@donga.com·김민 기자}

    • 20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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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의원-보건소, 감기 어린이 ‘퇴짜 핑퐁’

    열이 나는 단순 감기 환자들이 메르스로 의심받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동네 병원뿐만 아니라 보건소에서도 환자를 받지 않아 환자들은 여러 곳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 씨(24)는 15일 미열이 있어 동네 내과에 갔다가 진료를 거부당했다. 병원에서 “열 증상이 있는 환자는 진료를 할 수 없으니 보건소로 가라”고 했던 것이다. 김 씨는 다음 날 양천구 보건소에 갔지만 또 발길을 돌렸다. 거주 지역인 강서구 보건소로 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결국 강서구 보건소에 가서야 약을 처방받았다. 서울지역 개원의 A 씨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오면 솔직히 겁이 난다”며 “혹시 모를 격리 조치를 당하지 않기 위해 일부 병원에서 고열 환자를 아예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의 한 내과에서는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는 진료를 하지 않는다”며 인근 국민안심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진료 병원을 찾지 못하다 보건소에 들러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주부 우모 씨(41)는 16일 39도까지 열이 오른 딸(12)을 보건소로 데려갔다. 전날 구청 메르스 종합상황실에 문의했을 때 “동네 병원은 안 받아줄 것이니 보건소로 가라”고 안내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보건소에서는 “15세 미만 어린이는 보건소에서 진료가 안 되니 근처 소아과로 가라”고 했다. 본보 취재 결과 서울 지역 25개 보건소마다 열이 있는 어린이의 진료 기준이 달라 혼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곳은 강남, 강서, 관악, 광진, 구로, 동대문, 서초, 성동, 성북, 영등포, 은평, 종로, 마포, 서대문, 중구 등 15개 보건소였다. 반면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곳은 강북, 강동, 도봉, 송파, 노원, 용산, 금천, 중랑, 양천, 동작구 등 10곳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가 보건소에서 진료를 못 받는다는 규정은 따로 없다”며 “자치구 실정에 맞게 보건소를 운영하므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진료 과목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박은서 clue@donga.com·김민 기자}

    • 20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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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앞둔 암환자 막막…“다른 병원서도 안받아주면 큰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의사 한 명과 이송요원 한 명이 추가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병원은 응급수술을 제외한 외래, 응급실, 입원 진료를 14일부터 24일까지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부분 폐쇄’라고 했지만 사실상 전면 폐쇄나 다름없다. 국내 ‘빅5 병원’(삼성서울, 서울대, 서울아산, 서울성모, 신촌세브란스)이 일정 기간 문을 닫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따른 전국적 의료 공백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적인 의료 공백 우려 삼성서울병원의 중증 외래진료 환자와 입원 환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이 병원에서 암 수술 날짜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김의준(가명) 씨는 “지방에서 어렵게 수술 예약을 했는데, 이제 수술을 어디서 받아야 할지 앞이 막막하다”고 했다. 심장수술 뒤 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가족을 둔 문익재(가명) 씨는 “가족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를 원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2013년 이 병원을 찾은 응급환자는 3만8918명, 중환자는 1만3032명에 달한다. 병원 측은 병원 옮기기를 원하는 입원 환자는 적극적으로 전원을 돕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입원 환자 중 450여 명은 중증이라 전원이 쉽지 않은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방사선 치료 등 항암치료가 꼭 필요한 분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단순히 처방전으로 약을 받는 분들은 해당 진료과에서 일일이 전화해 협력병원 등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상 수가 1987개(2014년 현재)에 달하는 매머드급 병원. 2013년 병원 자체 통계에 따르면 외래 환자는 연인원 194만여 명, 입원 환자는 8만9000여 명, 수술 건수는 4만5800여 건. 하루 평균 7500여 명이 외래진료를 받고, 245명이 입원하는 셈이다. 14일 현재 입원 환자는 890여 명이다.○ 다른 빅5 병원도 환자 감소 다른 빅5 병원들도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아 환자가 감소하면서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입원하면서 다른 환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 이후 빅5 병원의 환자는 감소 추세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평소보다 환자가 20∼30% 줄었다. 확진환자가 발생한 서울아산병원은 응급실 환자가 50%나 감소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만성질환 환자들이 입원을 늦추기도 해 8일을 기점으로 외래와 입원 환자가 10∼15% 줄었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계에서 빅5 병원의 비중과 역할은 절대적이다. 특히 암 등 중증질환은 더 그렇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간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등 주요 암 환자의 37.7%가 빅5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빅5 병원의 진료비는 2조2903억 원으로 전체 의료기관 진료비의 7.8%, 상급종합병원 진료비의 35.7%를 차지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환자가 진료를 받아야 할 시기를 놓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했다.○ 병원 간 협조와 당국 대책 시급 삼성서울병원의 폐쇄에 따라 생기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상급종합병원들의 협조와 당국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동아일보가 14일 전화로 확인한 결과, 다른 빅5 병원 측은 삼성서울병원 측의 정보공유가 전제되고 감염 우려가 없는 선에서 삼성서울병원 대신 다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삼성서울병원에 다니던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상 대한병원협회 총무이사는 “삼성서울병원에 다니던 외래 환자들에게 진료의뢰서나 처방전을 갖고 중소 병원을 이용하라는 안내와 함께 동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충분한 상황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일부 병원이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 이에 대비해 진료 거부 등에 대한 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의 폐쇄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큰 축 중 하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전국의 중증환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보건의료 당국은 큰 숙제가 생겼다”고 말했다.민병선 bluedot@donga.com·김민 기자}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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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와의 전쟁, 심리전부터 이기자

    ‘이제 군중심리에 따른 대응을 지양하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맞서야 한다.’ 11일 휴업한 유치원, 초중고교 및 대학이 2622곳으로 전날(2704곳)보다 줄어들자 이를 메르스 대응 전략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르스 발생 뒤 휴업 학교 수가 줄어든 건 처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은 학교와 관련 없고,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도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휴업부터 들어간 조치는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두려움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에게 감염병 대응 조치를 교육하고,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학교가 그 기능을 멈춰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학교가 휴업을 끝내고 메르스 확산 사태를 감염병 대응과 보건교육 수준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군인들이 훈련을 통해 성장하듯, 이번 사태를 감염병이 다시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미래 세대에 가르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낮을 땐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지 않는다. 메르스 방역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대규모 추가 감염’ ‘높은 치사율’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현재 대책만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메르스 환자 발생 1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이슬람 신자들의 성지순례(하지) 기간 때도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우선, 환자들부터 메르스는 치료 가능한 병이라는 확신을 갖고 증세, 경유 병원, 접촉자 등을 자세히 밝혀야 한다. 역학조사의 질이 높아질수록 메르스 퇴치는 빨라질 수 있다. 자가 격리 대상자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병리학)는 “환자와 격리 대상자들이 보건 당국의 통제에 따르지 않을 때 대규모 감염 사태를 일으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 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도 지양해야 한다. 이관 동국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감염병과의 싸움은 심리전이기도 하다”며 “무분별한 정보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민 기자}

    •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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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종강… 현장실습 중단… 도서관 빈자리

    조용한 대학 캠퍼스에 구급차 한 대가 들어서고 방역복을 입은 구급 대원이 차에서 내리자 지나가던 학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고열로 얼굴이 달아오른 여학생이 구급차에 실려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학교 커뮤니티에는 ‘우리 학교에도 메르스가 퍼진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7일 오후 서울 강북의 유명 사립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검진 결과 메르스 감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교 측이 ‘안심해도 된다’고 공지했지만 학생 이모 씨(28)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믿었던 학교에도 메르스가 퍼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상당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지 20일을 넘기면서 서울의 주요 대학가도 메르스 여파가 미치고 있다. 20대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크게 술렁이진 않지만 학생이 도서관과 열람실 찾기를 불안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일부 학교에서는 학사 일정을 바꾸기도 했다. 실제로 메르스 때문에 서강대 일부 강의는 계획보다 일주일가량 일찍 종강됐다. 서강대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우려 때문에 한 주 일찍 종강해도 된다고 5일 교수들에게 알렸고 일부 교수는 수업을 조기 종강했다”고 전했다. 연세대에서는 간호학과가 현장 실습을 교내 실습으로 대체했고 일부 대학원 연구실은 이번 주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으로 유명한 이화여대의 홍보관(웰컴센터)은 최근 방문객이 메르스 발생 직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학교에 오긴 하지만 개인위생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이화여대생 김아영 씨(23·여)는 “손을 자주 씻는 등의 기본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생 이모 씨(25)도 “부모님이 걱정한다며 집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꽤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험 기간임에도 도서관 이용자가 줄어든 흐름까지 감지된다. 성균관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우려가 유난히 컸던 지난 주말 직후인 8일에는 이용자가 10∼20% 줄었다가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홈페이지에 메르스 예방수칙을 안내했던 주요 대학들은 곳곳에 손 소독제 등을 비치하며 메르스 예방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메르스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도서관 출입구마다 손 소독제를 놔두고 학생들이 쓸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김민 kimmin@donga.com·김도형 기자}

    •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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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에 빠진 좀비청년을 PC밖으로”

    불 꺼진 놀이공원에 피범벅이 된 ‘좀비’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뒤쫓는다. 도망치는 사람들의 허리엔 비닐끈이 매달려 있다. 이른바 ‘생명줄’인 이 끈을 좀비에게 잡히지 않고 3km를 달리면 ‘성공’이다. 지난해 11월 1일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에서 열린 ‘좀비런’ 행사의 풍경이다. 이날 6000여 명의 참가자가 각각 좀비와 인간 역할을 하며 ‘오프라인 게임’을 벌였다. 올해는 27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이 같은 행사를 다시 열 예정이다. 행사를 기획한 건 원준호 씨(29)가 대표로 있는 소셜벤처 ‘커무브’다. 좀비런은 2013년 연세대 축제 때 처음 등장했다. 당시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준비된 1200장이 모두 매진됐다. 원 대표는 “사람들이 다쳐서 피가 나는데도 웃으면서 좋아하더라. 눈빛만 봐도 미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취업과 학점 경쟁에 찌든 청년들이 현실에서 벗어날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 성공 비법이라는 게 팀원들의 평가다. 원 대표의 개인적 경험도 계기가 됐다. 2011년 11월 원 대표는 2년간 하던 사업을 그만두고 PC방에서 게임만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점점 무기력해지는 자신이 “좀비처럼 느껴졌다”고 원 대표는 말한다. 주변에 비슷한 또래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침 2012년 10월 사법시험에 실패해 우울증에 걸린 선배와 매일 등산을 하며 힌트를 얻었다.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에 오르며 성취감을 느낀 선배가 취업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야외활동이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원 대표는 말했다. 원 대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국만의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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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마시고 시동 꺼진 오토바이 탔다면 음주운전?…재판부 판결은?

    술을 마신 상태로 오토바이를 탔어도 시동이 꺼진 오토바이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온 것에 불과하다면 음주 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한영환)에 따르면 이모 씨(38)는 2013년 5월5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은평구 불광중학교 인근 도로 내리막길을 음주 상태에서 100cc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갔다. 그러다 경찰관에게 단속돼 혈중 알코올농도가 0.072%로 나와 벌금을 물게 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 씨는 1심 재판에서 “술은 마셨지만 오토바이 시동을 끈 채로 끌고 가다 내리막길에서 오토바이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탑승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력주행’ 했기에 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를 포함한 자동차 운전은 원동기를 사용하는 행위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이 씨가 ‘음주’는 했지만 법적으로 ‘운전’을 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씨의 운전 거리를 1km로 늘리는 등 공소사실을 변경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진술에 따르면 이 씨가 오토바이를 끌고 왔을 개연성이 충분하기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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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텅… 텅…

    “손님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5일 오후 평택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30분을 넘게 기다리다 손님을 태웠다는 택시 기사 김모 씨(62)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메르스 환자가 속출한 경기 평택시는 거리 전체가 한산했다. 메르스 감염 위험 때문에 시민들은 외출을 주저했고, 자영업자들은 떨어진 매출에 비명을 질렀다. 이날 평택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손님이 거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영화 시간을 기다리던 양모 씨(24·여)는 “평일이라도 이 정도까지 한산하지는 않았다”며 놀라워했다. 평택역 근처 상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가게 주인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58·여)는 “사람이 없으니 장사도 안 된다. 오후 7, 8시면 다 문 닫고 간다”고 쏘아붙였다. 오후 4시경 찾은 한 대형마트에는 물건을 고르는 시민이 10명도 안 됐다. 자녀 대신 장을 보러 왔다는 곽태석 씨(60)는 “7일 열 예정이던 손주 돌잔치도 취소했다”며 “불안하니까 가능하면 집에서 나오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평택역 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정훈 씨(47)는 “매출이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손님이 뚝 끊겨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생도 쉬라고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에 따르면 평소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여성 손님들로 매장이 가득 찰 시간인데 이날은 고작 여성 2명만 있었다. 전통시장인 평택국제중앙시장도 인적이 드물었다. 상인들은 손님이 평소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터키음식점을 운영하는 터키인 자자 알틴디스 씨(35)는 “이곳에서 6년 동안 장사했는데 요즘이 최악”이라며 “나조차 불안해서 집과 가게만 오가는데 손님들이 밖에 나오겠냐”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이 오가는 평택국제여객터미널에도 불안감이 감돌았다. 평택항 측은 관광객 입국이 지난달에 비해 3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보따리상인들은 줄지 않았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입국했다. 중국동포 김용욱 씨(49)는 “중국 쪽 사람들 중 ‘(메르스 때문에) 한국 물건 받아도 괜찮냐’고 걱정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29일 폐쇄된 평택성모병원 근처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근처 약국과 편의점 등 모든 가게가 굳게 문을 닫았다. 지역 내 다른 병원들도 형체 없는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다. 특히 병원 관계자들은 자신도 불시에 메르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내과의사는 “병원에 온 환자가 기침만 해도 무섭다. 하지만 병원 문 닫으면 이 환자들이 갈 곳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평택=이건혁 gun@donga.com / 김민 기자}

    • 201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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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영화 ‘타짜’ 제작 차승재,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

    ‘타짜’와 ‘살인의 추억’ 등을 제작한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55·사진)가 수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 교수가 수사 도중 사업차 중국에 가야 한다며 현직 국회의원의 신원보증을 받아 출국 금지를 해제 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3일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차 교수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등을 지내기도 한 차 교수는 서울 마포구 A사단법인에 지원된 국고보조금 가운데 수억 원을 다른 영화계 인사들과 공모해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법인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인력공단의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사업으로 35억 원가량을 지원 받았다. 상당수 영화 제작 인력이 열악한 근로여건에서 일하는 가운데 교육·훈련을 지원하려 투입한 국가 예산이다. 경찰은 이 법인이 사업 초기 교육 장비 등을 사는 과정에서 차 교수가 일부 중고물품의 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교수 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 구매비 차액은 이미 돌려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찰은 곧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차 교수와 친분이 있던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신원보증을 서 차 교수의 출국 금지 해제를 도왔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차 교수를 수사하며 2월 12일부터 출국을 금지했다. 이후 매달 세 차례에 걸쳐 이를 연장했는데 4월 14일 차 교수가 사업차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며 진 의원의 신원보증을 첨부해 경찰에 출국 금지 해제를 요청한 것이다. 결국 실제로 출국 금지 조치가 풀렸고 차 교수는 중국에 다녀왔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신원보증까지 서면서 출국 금지가 해제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차 교수와 진 의원은 2013년 12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당시 의원)의 북콘서트를 함께 진행한 바 있다. 또 차 교수는 진 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 심사위원을 지냈다. 차 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잘 모르고 입장을 밝히고 싶지도 않다. 진 의원과는 잘 모른다”고 답했고 이후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신원보증과 관련해 진 의원 보좌관은 “사업상 어려움이 있다는 사정을 알고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의원실에는 종종 신원보증 민원이 들어오며 (이번 출금 해제 신원보증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김민 kimmin@donga.com·김도형 기자}

    •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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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원정 성접대 혐의’ 70대 재개발조합장에 징역 5년

    재개발 사업 선정 과정에서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재개발 조합장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심우용)는 금품과 향응을 받고 재개발 업체 선정과 사업 편의를 제공해 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 재개발조합장 박모 씨(76)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박 씨는 2004년 서대문구 북아현·충정 구역이 도시정비지구로 공시될 당시 정비사업 조합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됐고, 2008년 북아현3구역 재개발조합장이 됐다. 박 씨는 추진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부터 업자들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W철거업체 대표 고모 씨에게 “철거용역 공사를 수주 받도록 도와줄 테니 활동 경비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 고 씨는 2005년 11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북아현동 일대에서 3차례에 걸쳐 8000만 원을 박 씨에게 건넸다. 박 씨는 2006년 9월과 10월에는 고 씨와 함께 태국 푸켓과 몽골 울란바토르로 여행 가 성접대까지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박 씨는 “고 씨가 바람을 쐬러 가자고 제안해 따라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행 경비는 물론 성매매 비용까지 고 씨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설계 업체에 리베이트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떡값’을 요구하기도 했다. 설계 계약을 맺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달라는 박 씨에게 S업체 대표 이모 씨(54)는 계약금의 60~70%를 먼저 지급하라며 거절했다. 이에 박 씨는 명절과 휴가철마다 금품을 요구해 2007년 2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이 씨에게서 2000만 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조합원을 위해 공정하게 사무를 처리해야 할 조합장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뇌물을 받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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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념품 뿌린 광명서장 감찰하고도 한달간 ‘쉬쉬’

    자신의 이름이 적힌 벽걸이 시계와 커피잔 수백 개를 관내 음식점 등에 뿌린 권세도 경기 광명경찰서장(56)에 대해 경찰청이 지난달 감찰 조사를 벌여놓고도 이 사실을 감춘 채 한 달이 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경찰 지휘부의 비호 의혹까지 일고 있다. 경찰청은 22일 본보에 권 서장의 기념품 배포 기사가 보도되자 곧바로 특별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광명경찰서에 감찰요원들을 보내는 한편 권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권 서장이 기념품을 뿌린 정황이 드러난 만큼 사실 조사에 나섰다”며 “사전선거운동 등의 혐의가 적용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경찰청은 이미 지난달 초 권 서장을 감찰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요원들은 지난달 7일경 권 서장을 광명경찰서 인근에서 면담하고 기념품 배포 경위 등을 조사했으며 기념품 제작비용 출처 조사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 서장이 지난해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가지면서 비용을 참석자들에게서 현금으로 갹출한 뒤 법인카드로 결제한 횡령 의혹 등 3, 4건의 다른 비위 의혹도 조사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감찰 사실이 확인된 22일 오전까지도 이를 부인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권 서장이) 선거운동을 한다는 풍문은 있었지만 정식 감찰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이성재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감찰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공식 부인했다. 이날 오후에 와서야 지난달 감찰 조사를 벌인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권 서장 감찰은 강신명 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이라며 “처벌은커녕 감찰 조사를 했다는 사실까지 쉬쉬하면서 ‘이런 식이면 앞으로 어떤 비위를 처벌하느냐’는 내부 불만이 커졌다”고 전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김민·차길호 기자}

    • 201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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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진것 많은 한국 아이들… 행복도는 네팔보다 낮아

    돈이 행복을 주는 건 아니었다.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네팔이나 에티오피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 연구’ 논문을 18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한국 어린이는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 경쟁 탓에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이스라엘 에티오피아 등 세계 15개국의 만 8세, 10세, 12세 어린이 5만214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어린이가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를 설문 형태로 조사했다. 한국 어린이들은 연구진이 선정한 옷, 컴퓨터, 인터넷 등 필요물품 9개 중 평균 8.5개를 소유해 물질적 상황이 노르웨이(8.8개)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러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8.51점에 그쳐 네팔(8.8점), 남아프리카공화국(8.7점) 어린이들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감 역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만 10세를 기준으로 봤을 때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루마니아(9.3점)였고 콜롬비아(9.2점), 노르웨이(8.9점)가 뒤를 이었다. 한국 어린이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8.2점으로 평균에 못 미쳤다. 에티오피아(8.6점), 네팔(8.6)의 어린이보다 낮은 수치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어린이는 부모와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과 자신을 항상 비교하기 때문에 위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가 하루 일과 중 스스로 결정해 쓸 수 있는 시간을 지금보다 크게 늘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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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을 남겼다고? 먹칠을 했네요!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피지 안했고/막걸릿집 여자의/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백제시대에 창건된 전북 고창군의 천년 고찰 선운사를 소재로 한 미당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다. 동백숲길 등 자연미가 빼어난 곳이지만 15일 기자가 찾은 선운사는 관광객들이 남긴 갖가지 낙서들로 얼룩져 있었다. 보물 290호로 지정된 선운사 대웅보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건물 뒤편엔 부끄러운 ‘흉터’가 가득했다. ‘2013. 4. 28 영미, 수정, 소라, 경진’처럼 왔다 간 흔적을 남긴 것부터 ‘혜정♡철재’라고 애정을 과시한 것까지 낙서의 종류는 다양했다. 심지어 ‘ㅋㅋㅋ 문화재에 낙서’라며 자신의 행동을 되레 자랑한 것도 있었다. 흙벽에 새겨진 낙서들을 본 관람객 김모 씨(57)는 “조용한 산사를 찾은 시민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고 간다니 부끄럽고 기가 막힌다”라는 말을 남기고 절을 떠났다. 낙서를 남기는 건 한순간이지만 지우는 일은 쉽지 않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를 수리하기 위해선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나야 흙벽을 덧씌우거나 도색을 새로 할 수 있다. 허가가 나기 전까지는 벽에 가득한 낙서를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낙서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 큰돈을 들여 보존사업에 나선 곳도 있다. 전북 김제시 금산사는 5년 전부터 33억 원을 들여 국보 62호인 미륵전의 벽화 보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탔다가 17세기 중건된 미륵전은 국내에 유일한 3층 불전이지만 외벽의 풍화와 더불어 낙서로 인한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 사찰 관계자는 “언제 새겨졌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낙서가 많다”며 “낙서를 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설치하자는 논의를 하다 김제시에서 보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고 올해 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지정문화재에 낙서를 하다 적발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창·김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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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난사 최씨 “내일 사격… 다 죽여버리고 싶다” 유서

    총기를 난사한 최모 씨(23·사망)의 유서에는 심한 우울감, 무력감과 함께 강한 범행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최 씨는 유서에서 “왜 살아가는지,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 모르겠다”며 “내 자아와 자존감, 내·외적인 것들 모두가 싫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되어간다”고 덧붙였다. 일반전방소초(GOP)에서 군 생활 당시 부대원들을 죽이고 자살하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내일 (예비군 훈련에서)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는 섬뜩한 말을 남겼다. 총기 난사가 우발적 행동이 아닌 계획범죄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 씨와 함께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에서 살고 있는 이모 A 씨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카가 제대 3개월 전부터 ‘죽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조카가 후임들 앞에 누운 채로 ‘이대로 잠들고 싶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최 씨는 경기 연천군의 한 부대에서 생활할 때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B급 관심병사’ 판정을 받아 후방 부대로 전출됐다고 한다. 최 씨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새 부대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전역 후) 조카가 샤워기를 틀어놓고 갑자기 욕을 하거나 옥상에 올라가 소리를 질렀다”며 “누구에게 욕을 한 것인지 물어보면 ‘(나를) 괴롭힌 선임 생각만 하면 화가 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제대 후 잠실역 인근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용접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고 그때마다 “잘못된 군 생활 때문에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예비군 훈련을 가면 실탄을 만지게 돼 걱정을 했다”며 “조카가 어머니에게 위병소까지 태워달라고 했는데 ‘짐도 없으니 혼자 가라’는 말을 들었다. 홀로 보낸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주민들에 따르면 최 씨는 최근 수차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근처 빌라의 한 주민은 “최 씨가 웃옷을 벗고 옥상에 올라가거나 소주병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고 전했다. 또 최 씨는 1일 송파경찰서로부터 도검소지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가 허가받은 도검은 일본도로 길이가 1.1m(날 길이 72cm)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경찰서에 도검소지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사용 목적을 ‘수련용’이라고 명시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상 도검은 날 길이가 15cm 이상인 칼, 검, 창 등으로 흉기로 쓰일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심신장애로 변별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마약 등 항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의존증환자 등은 소지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전과가 없고 현행법상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따로 신체검사를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운전면허가 있는 최 씨의 신체상태를 검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김민 기자}

    •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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