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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5일 제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가 예고된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이날 서울광장에서 1만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26일 신고했다. 경찰은 전농이 1차 투쟁대회에 참가한 단체인 만큼 집회 금지를 통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전농은 26일 오후 1시경 집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집회 명칭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살인진압 규탄, 공안탄압 중단·노동개악 중단 민중총궐기’로 개최 일시는 다음 달 5일 오후 3시다. 이달 14일 1차 투쟁대회 때는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명의로 신고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이 우려되면 경찰은 집회를 금지할 수 있고 48시간 이내에 해당 단체에 통고해야 한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금지 통고로 결정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14일 도심 집회에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검거를 막은 이른바 ‘호위대’ 10여 명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해 26일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로 진출을 시도하며 불법시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호위대 중 민주노총 조합원 김모 씨(35)를 구속하고 1명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 방해를 시도한 300여 명의 신원을 전원 파악해 사법처리 하겠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민 기자}

한국에 사는 프랑스인 베라 페스케 씨(34·여)는 요즘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을 만나도 인사하지 않는다. 만약 프랑스에서 이랬으면 “매너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더 이상 굴욕을 견디기 어려워 결심한 것이었다. 1년 전 한국에 도착한 페스케 씨. 그는 집을 나서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에 사는 남성을 만났다. 용기를 내 미리 연습해 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환한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 남성은 살짝 곁눈질한 뒤 다시 엘리베이터 전광판만 쳐다봤다.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페스케 씨는 “마치 내가 해선 안 될 행동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후에도 여러 번 인사를 했는데 무시당했다. 알고 보니 한국에는 그런 인사문화가 없더라. 요즘은 아예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가 주민 5080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사지수’를 분석(2012년)한 결과 100점 만점에 23.58점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에서 마주친 경비원에게 인사한다”, “이웃 주민에게 인사한다” 등의 항목에 ‘절대 하지 않는다’는 0점, ‘매번 한다’는 10점으로 응답한 것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다. 인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40%(1040명)는 ‘먼저 인사하기 쑥스러워서’를 이유로 꼽았다. 이어 ‘익숙하지 않다’는 의견이 28%(734명),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으면 민망해서’라는 의견이 21%(559명)로 뒤를 이었다. 사생활 침해가 걱정된다며 인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경험한 박한영 씨(30·여)는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에서도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거나 인사하는 게 예의”라며 “그와 비교하면 한국은 유럽보다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파트 이웃을 2명 이상 알고 있는 사람은 37.2%에 그쳤다. 한 명도 모르는 사람이 35.5%에 달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소한 일이지만 인사가 주변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다”며 “물질적 자본이 해결하지 못하는 고독사나 사회적 소외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 2013년 12월.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그는 가장 먼저 조계종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또 공식 창구를 통해 종단 측과 소통했다. 종단은 박 수석부위원장이 머무는 건물 아래층에 직원을 상주시켰다. 조계종 직원들은 직접 식사까지 제공하고 경찰과 언론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굳이 민주노총 직원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이따금 스님들과 식사하고 경내 산책도 했다. 조계종은 적극적으로 노사 중재에 나섰고 내부의 반발 여론도 달랬다.#2. 2015년 11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그는 조계종 측과 공식 대면한 18일 전까지 이틀 동안 비공식 창구로 접촉했다. 하지만 2년 전과 달리 한 위원장을 보호하는 종단 직원들은 없다. 식사도 제공되지 않아 민주노총 자체적으로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산책은커녕 은신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서신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은 한 위원장의 중재 요청에 ‘즉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당장 그를 내치지는 않았지만 내부 의견은 부정적이다. 2013년 12월의 조계사와 2015년 11월의 조계사는 달랐다. 두 모습을 비교해 보면 조계종 측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파업하다 들어온 박 수석부위원장과 불법 폭력시위를 하고 도피한 한 위원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단은 이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고 있다. 종교시설이 사람을 내치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민주화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성당이나 사찰 등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었다. 시대적 상황이 바뀌면서 이에 대한 종교시설의 대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민주투사의 ‘은신처’ 명동성당의 변화 1970, 80년대 군부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의 ‘성지’이자 수배자들의 마지막 은신처는 주로 명동성당이었다. 명동성당은 군사정권도 강제 진입을 주저할 정도로 성역으로 받아들여졌다. 군부의 억압을 피해 수많은 ‘민주투사’들이 명동성당에 몸을 숨기거나 성당 안에 터를 잡고 장기 농성을 했다.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당시 강 씨가 명동성당에 숨었을 때도 가톨릭계는 “극단적으로 따지면 성당은 죄인들의 모임 장소다. 천사에게는 성당이 필요 없다”며 그를 보듬었다. 명동성당이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자리 잡은 건 유신체제 선포 2년 후인 1974년경이다. 유신정권이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다며 지학순 주교를 구속했고, 이후 천주교가 민주화운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명동성당은 시국사범을 보듬는 ‘정치, 사회적 공간’이 됐다. 그런 명동성동이 변한 건 15년 전. “그때 명동성당 언덕이 텐트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죠. 성당에서 농성을 한다고 양해를 구한 사람은 10명 중 1명이나 됐을까요? 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12월 명동성당이 중부경찰서에 시설보호 요청을 할 무렵 성당에 근무했던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소외 계층이 아닌 사람들이 찾아와 성당 측에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장소’만 이용하는 건 문제였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 댐 건설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 등 다양한 이익집단이 몰려왔다. 그는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열면 언론에서 한 번이라도 더 비춰 준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리가 비좁을 정도여서 성당에 모여든 수배자들끼리 서로 텐트를 ‘대물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떤 이는 성당 관계자에게 “이틀 정도 있겠습니다”라고 해놓고 1주일이 넘도록 철거하지 않았고, 밤에 몰래 들어와 그냥 지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는 신부나 신도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2000년 한국통신 노조의 농성이었다. 대규모 파업 농성을 벌였던 한국통신 노조는 그해 12월 22일 농성을 풀고 철수했다. 노조원들이 철수한 성당 주변은 한마디로 쓰레기 더미였다. 명동성당은 다음 날 “앞으로 명동성당 내에서 점거농성과 시위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교구장이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의지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구보다 강력하게 민주화운동을 후원해 온 김 추기경도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무분별한 집단행동으로 인해 가톨릭 성지가 더 이상 훼손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는 게 가톨릭계 인사들 얘기다. 당시 백남용 명동성당 주임신부는 “그동안 성당 내 여론을 수렴한 결과 교회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정상적인 신앙활동을 차단하는 집회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정리집회 등 간단한 행사는 허용하겠지만 점거집회나 장기 천막농성 등의 요청이 들어오면 단호히 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정진석 추기경이 “국책 사업인데 무조건 반대보다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에 우려를 표명하자 진보와 보수 성향 단체들의 시위로 한때 시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이는 모두 성당 밖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서울대교구 서동경 홍보팀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명동성당 내에서 농성이나 시위가 벌어진 적이 없다”며 “명동성당이 정치적 또는 집단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교회의 원칙이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새로운 은신처로 자리 잡은 조계사도… 명동성당의 집회 불허 방침 이후 조계사가 수배자들의 새로운 은신처가 됐다. 2013년 말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로 숨어들었을 때 “산사에 찾아온 짐승도 쫓지 않고 먹이를 주는 게 불교 정신”이라며 그를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한 위원장의 은신을 바라보는 조계종 내부의 시선은 딴판이다. 17일 조계사를 찾은 신도 유모 씨(42·여)는 “관음전 앞에 카메라가 많아 ‘부처님을 찍는 건가’ 생각했는데 한 위원장을 찍기 위해 온 것이었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조용한 사찰에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이곳도 당분간 시끄러워질 것 같다”며 절을 나섰다. 조계사는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행정부’ 격인 총무원이 있는 핵심 시설이다. 총무원장으로 상징되는 종단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운동권 세력이 선호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관련한 수배자들의 장기 은신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은 불교계를 자극했다. 조계사 주변에 배치된 경찰이 수배자 검거를 위해 일일이 차량을 검문하면서 당시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이 타고 있는 차량 트렁크를 뒤지자 불교계가 크게 반발했다. 공교롭게도 기독교(개신교) 장로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불교계가 정부의 종교 편향을 주장하던 때였다. 결국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이 사과했지만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그해 8월 서울광장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20만 명, 경찰 추산 6만 명의 대규모 행사였다. 하지만 이번 한 위원장 은신을 둘러싸고 조계사 신도는 물론 종단 내부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기류가 확연하다. 그만큼 이번 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음을 방증한다. 한 위원장 은신 이후 조계종 내부에서는 자비를 표방하는 불교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내쳐선 안 된다는 정서도 있지만 퇴거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핍박받는 자의 피난처인가, 범법자 위한 소도(蘇塗)인가 군부독재나 부당한 공권력이 활개 치던 당시 종교시설은 ‘소외된 자’에게 중요한 피난처였다. 종교계가 그들을 보듬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고,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종교시설 내 공권력 투입은 금기(禁忌)로 여겨졌다.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조계사 내부로 진입했다 결국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하고, 이후 조계사에 공권력이 투입된 적이 없다. 종교시설 외에도 민주화 이후 대학, 언론사 등은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대학이나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본연의 기능으로 하는 언론사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국민적 공감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학교 방문에 반대하는 총학생회 학생들을 사복 경찰이 저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관련 청와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강제수사 가능성이 나올 때도 논란이 거셌다. 하지만 요즘 종교계의 고민은 공권력이 아닌 국민의 시선이다. 한 위원장이 도피 중인 조계사가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국민 여론이다. 현재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한 위원장은 종교가 보호해야 할 소외된 약자일까, 종교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불청객일까? 그리고 2000년 명동성당의 결정과 2015년 조계종의 결정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김민 kimmin@donga.com·김갑식·박성진 기자 }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이 조계사를 민주노총의 제2본부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조계종 측에 요청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조계종은 종교시설에서 투쟁은 안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17일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턱 밑인 조계사에서 장기 체류하면 이쪽으로 경찰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어 12월 5일로 예정된 2차 대규모 집회 때 동지들이 편하게 시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계사를 제2의 노동운동 성지로 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은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쟁을 위한 준비도 했다. 18일 오전 한 위원장 측은 조계사 대웅전 뒤편 공터에 천막을 설치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막 농성 계획은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과의 면담 이후 취소됐다. 조계종 측은 면담에서 한 위원장 은신과 관련한 세간의 분위기를 전하며 조계사를 투쟁본부로 삼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 은신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17일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단순 은신이 아닌 투쟁의 뜻을 내비친 한 위원장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입장 표명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측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민주노총 직원들이 오가며 시위 관련 회의를 하는 것도 불편하다”며 “경내에서 투쟁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8일 오전 “사전 양해 없이 조계사로 들어오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며 조계종 총무원의 허가 없이 숨어든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부처님의 넓은 자비심과 화쟁의 마음으로 보듬어 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조계종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부탁했다. 화쟁위원회는 19일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경찰은 조계종 측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계종 측이 회의를 거쳐 전격적으로 퇴거 요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18일 조계종 측의 강경 분위기를 전해들은 한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승복을 입는 등 변복을 하고 조계사를 빠져나가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조계종 측이 공식적으로 퇴거 요청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2차 대규모 집회를 지휘하기 위해 경내를 빠져나가는 한 위원장을 무조건 검거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그의 집회 참여를 막을 방침”이라고 밝혔다.박성진 psjin@donga.com·김민 기자}

여성의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하거나 이를 유포하는 ‘몰카’ 범죄를 형사처벌하는 기준은 뭘까.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을 통상적인 촬영 각도로 찍는 것도 처벌 대상일까. 최근 법원에서는 몰카 범죄의 처벌 경계선을 가리는 판결이 나왔다. 올해 4월부터 5월 중순 사이에 58차례에 걸쳐 여성의 몸을 몰래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 씨(36) 사건에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13일 이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58건 모두 유죄 판결이 난 건 아니다. 허벅지 일부를 근접 촬영하거나 치마 속을 촬영한 42건은 유죄로, 전신을 촬영한 16건은 무죄로 판단했다. 박 판사는 피해 여성의 성적 수치심 유발 여부를 처벌 기준으로 삼았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경우 처벌한다’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박 판사는 짧은 하의를 입었더라도 특정 노출 부위가 아닌 전신 촬영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보지 않았다. 박 판사는 “유교 성향이 강했던 우리 사회도 시스루, 핫팬츠 등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노출이 심하다고 그런 옷차림을 한 여성의 ‘전신’ 촬영까지 처벌 대상으로 보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행위는 초상권 침해에 따른 민사소송으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 문제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직장인 서원호 씨(27)는 “평범한 시민이라면 여성을 몰래 촬영할 일이 없고, 신체의 일부든 전체든 촬영만으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법의 처벌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라고 했다. 반면 대학원생 임모 씨는 “형량이 무거운 만큼 무고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율터법률사무소 신현호 변호사는 “단순 전신 촬영이라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해 해당 조항의 처벌 기준으로 ‘촬영 대상’이 아닌 ‘의도’를 보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주말인 14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집회가 열린다. 이번 집회에는 최대 10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의 장차관은 13일 대국민 합동담화문을 통해 “불법 집단행동이나 폭력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동개악 강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번) 총궐기는 12월 초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3개 단체가 참가한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는 14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사전 집회를 갖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요구한 뒤 오후 4시경 광화문에 집결해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할 예정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허용 장소를 넘어 청와대로 진출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하면 차벽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경기·인천지방경찰청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경찰 2만여 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53개 단체에는 통합진보당 해산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단체 19개도 포함돼 있어 과격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불법 집단행동 가담자를 현장에서 즉시 체포하고 현장에서 도주했더라도 철저한 채증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학입시 수험생 11만4000여 명이 서울 시내 12개 대학에서 논술시험과 면접고사를 치른다. 극심한 교통정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찰과 투쟁본부 측 모두 “학생들은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해 달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하철 운행 대수를 늘리고 광화문역, 경복궁역 등 도심에 승객이 몰리면 무정차 통과시킬 계획이다. 시내버스도 도로가 점거될 경우 기존 노선을 벗어나 우회할 예정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민 기자}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정부의 ‘쉬운 수능’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과목마다 일부 변화가 있었다. ‘변별력 상실’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수학과 영어는 지난해보다 어려웠으며, 반대로 국어는 지난해보다는 다소 쉬웠지만 전반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 사이에 난이도 편차가 줄어들었고, 입시업체는 “물수능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연계는 지난해처럼 선택과목(과학탐구)에서 대입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커졌다. 》 국어, 모의평가보다 까다로워… 물리 연계 문항에 당혹 국어 A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지난해 만점자가 0.09%로 전례 없이 어려웠던 B형은 올해 다소 쉬워졌다. 하지만 둘 다 6월,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렵게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험생들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어려웠다고 보는 게 맞다”며 “모의평가처럼 쉽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공부한 수험생은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EBS 연계율 70%를 유지했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지문이 EBS 밖에서 출제되거나, EBS와 일부만 비슷할 뿐 문제 유형은 달랐다. 학생들도 까다로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B형을 치른 김지윤 양(18·서울 풍문여고)은 “화법과 작문에서 새로운 유형이 나왔고 지문도 지난해 수능 문제보다 깊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독서 문제는 난도가 높았지만 문학은 쉬웠다”며 “지난해 국어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올해는 평균점수가 약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계가 응시하는 국어 A형은 11번(문법), 18번(물리)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특히 18번은 ‘돌림힘’ ‘알짜 돌림힘’ 등 물리Ⅱ에 나오는 개념이어서 이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은 애를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교사는 “사회 분야에서 EBS 교재에 없는 ‘민사소송의 기판력’이 출제됐지만 6월 모의평가에 법 영역의 지문이 이미 나와 학생들이 대비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교사들 “변별력 확보” 입시업체 “작년과 비슷” 수학 B형에 대해서는 교사와 입시업체의 평가가 엇갈렸다. 지난해 ‘최악의 물 수능’ 원인으로 꼽힌 수학 B형. 당시 수학 B형의 만점자는 1등급 기준(4%)을 넘어 4.3%에 달해 자연계 응시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경기 판곡고 조만기 교사와 대전 충남고 김태균 교사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중상위권의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출제됐다”며 “대학 입장에서도 정시에서 변별력 확보가 쉬워져 입시 혼란은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입시업체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임 대표이사는 “A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고 B형은 마지막 문항인 30번 문제가 약간 까다로울 뿐 나머지 문제는 지난해와 비슷하다”며 “올해도 변별력 상실”이라고 평가했다. 유웨이중앙교육도 “B형에서 한 문항의 실수 차이로 등급이 갈릴 수도 있다”며 정시 혼란을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B형 1등급 커트라인이 지난해처럼 만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학생들의 체감난도도 엇갈렸다. B형에 응시한 재수생 오겸 씨(19)는 “지난해 수능과 별 차이 없이 평이하게 출제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오산고 3학년 지영주 군(18)은 “29번, 30번 문제가 아주 어려웠다”고 말했다. 영어, 빈칸추론-문장삽입 어려워… 학생들 “헬 영어” 영어는 모의평가가 쉬웠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만점자 비율이 4%(1등급 기준)를 넘었던 모의평가보다는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참고로 지난해 수능 영어 만점자 비율은 3.37%,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 추정치는 98점이었다. 입시업체들은 올해 1등급 커트라인을 93∼94점으로 예상했다. 가장 까다로웠던 문제로는 ‘빈칸 추론’이 꼽혔다. 빈칸 추론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쉬운 연결사 문제는 이번에 나오지 않았고, 비교적 까다로운 ‘구와 절’ 등의 문제만 나왔다. 김 교사는 EBS 연계율을 “듣기와 말하기 88%, 읽기와 쓰기 54%로 평균 73% 정도”라고 분석했다. 38번 ‘문장 삽입’ 문제도 어려운 문항으로 꼽혔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학생들이 문장 삽입 문제를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그나마 지난해는 EBS 교재에서 연계된 내용이 출제됐지만 올해는 EBS 교재 밖에서 출제돼 체감난도가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지문도 실용문이 아니라 철학적인 내용이라 정답을 찾기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 입시업체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모의평가보다 영어가 까다로웠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수생 송현명 씨(19)는 “지난해에는 EBS를 외워서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는데 올해는 없었다”며 “본 듯한 지문인데 풀 때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난 뒤 수험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영어 성적이 20∼30점 떨어졌다” “이번 수능 영어는 헬(Hell·지옥) 영어” 등의 반응이 들끓었다. EBS 지문을 그대로 내지 않고 변형해서 출제한 점이 학생들의 체감난도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탐구, 사탐 평이… 생물Ⅰ 고난도 유전문제 많아 진땀 4교시 탐구영역에서는 사회탐구가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된 반면 과학탐구는 생물Ⅰ이 유독 어렵게 출제됐다. 자연계에서는 수학 B형이 변별력을 상실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생물Ⅰ이 입시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열 김준영 군(18·환일고)은 “생물Ⅰ에서 어려운 유전 문제가 너무 많이 나와서 몇 개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고 말했다. 지영주 군도 “도저히 시간 내에 풀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어려웠다”며 “유전 문제가 가장 어려웠고, 항원과 항체 반응에서 근육수축 운동의 마이오신 길이를 구하는 문제가 다소 어려웠다”고 말했다. 오산고 이윤수 군(18)은 “유전 문제가 어려워 그냥 넘어갔는데도 시간이 빠듯했다”고 말했다. 사탐을 치른 학생들은 과목 간에 난이도 차이가 조금씩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윤 양은 “생활과 윤리는 다소 어려웠지만 사회문화는 무난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상명여고 3학년 이주희 양(18)은 “사회문화는 모의평가보다 헷갈리는 문제가 많았지만 난도는 높지 않았다”며 “1개를 틀리거나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사도 모의평가보다 쉽게 나왔다는 반응이 많았다.세종=이은택 nabi@donga.com / 유원모·김민 기자}

273번 말고도 다른 노선버스가 한꺼번에 서울 종로1가 정류장에 들어섰다. 10일 오후 6시 반 퇴근 무렵이라 저마다 타야 할 버스를 놓칠까봐 여기저기서 뛰는 승객이 많았다. 273번을 타려던 한 여성은 결국 다른 버스를 타려고 뛰던 사람과 부딪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산산조각 난 액정에 울상을 지으면서도 금세 문을 닫으려는 듯한 버스에 서둘러 몸을 실어야 했다. 13개 노선의 버스가 정차하는 이곳에선 퇴근 시간마다 다른 버스를 타는 승객들을 피해 재빨리 움직여야만 귀가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다. 버스는 승객이 천천히 올라 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승객은 이리저리 뛰며 버스를 쫓아가느라 질서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모 씨(27)는 “일본에서 보니 승객이 자리 잡을 때까지 버스가 출발하지 않아 정류장에서 뛰는 사람이 없었는데 한국에선 문을 닫자마자 급출발하기 때문에 다들 불안하게 뛰어 다닌다”고 말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서울 노원구에서 광화문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김주연 씨(33·여)는 “환승할 때 내리기 전에 타려는 사람들과 부딪쳐서 가방 끈이 떨어질 뻔했다”며 “2, 3초 빨리 타려는 이기심이 복잡한 출근길을 더 짜증나게 만든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을 비롯한 서울시내 몇몇 버스정류장 풍경은 다르다. 광역버스 여러 노선이 정차하지만 바닥에 번호가 적혀 있어 그 뒤로 줄을 서기 때문에 이리저리 뛰는 승객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정류장에 버스 대기선을 그려 줄서기 문화를 만든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비난하기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거대한 개혁을 자주 얘기하지만 정작 개인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이 같은 사소한 문제”라며 “개인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공공 디자인으로 질서와 여유를 가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월 일본인 최초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다. 5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폭압적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일본의 행동이 아시아 국가에 고통을 주었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물타기성 책임 회피 언급이 나왔을 뿐이다. 9일 서울 광화문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창근 독도수호국제연대 집행위원장(61)은 아베 총리의 이 연설이 ‘독도아카데미 USA 1기’를 만들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독도아카데미는 독도수호국제연대 산하 교육기관으로 2007년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독도 주권 이론교육과 독도 탐방훈련을 진행해 왔다. 8년간 50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가운데 미국 보스턴에 처음으로 해외분교를 열게 된 것이다. 독도수호국제연대는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브라운대 등에서 13, 14일 이틀간 ‘독도아카데미 USA 1기 입학식’과 ‘독도/다케시마 표기 대응 토론회’ 등을 열 예정이다. 현지 한인 150명이 1기 학생으로 등록해 전문가로부터 독도 영유권 주장의 역사적 배경과 근거, 일본의 강압적 식민지배 실상을 배울 예정이다. 고 위원장은 “미국에서 공론화해야 일본을 움직일 수 있어 보스턴에 해외분교를 열었다”며 “이후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독일에서도 독도아카데미 해외분교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이 독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 이때 일본 시마네(島根) 현 정부는 2월 22일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로 지정했다.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였던 고 위원장은 국제통상 문제를 연구하다 독도에 대한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해 5월 15일 독도에 갈 수 있는 정기 여객선이 없어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독도를 직접 찾기도 했다. 그는 전국 대학 도서관에서 독도가 ‘다케시마’로 잘못 표기된 사례를 학생들과 함께 찾아내는 등 독도 문제 공론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고 위원장은 “율곡 이이 선생이 10만양병설을 주장했듯 중장기적으로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야욕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노화나 신체적 장애로 혼자 밥 먹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대학생들이 손떨림 방지 숟가락을 개발했다. 동국대 창업동아리 ‘스테핀(Stepin)’의 이야기다. ‘스테핀’은 올해 4월 수업 과제를 위해 결성됐다. 대표인 건설환경공학과 김태준 씨(26)를 비롯한 같은 과 김상철(26) 고동현 씨(26)가 멤버다. 김 대표는 수년 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할머니가 간호인의 도움 없이는 식사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숟가락의 기울기를 인식하는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탑재해 안정적 각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숟가락의 이름은 스테푼(Stepoon), ‘흔들리지 않는(steady) 숟가락(spoon)’이라는 의미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각보다 ‘스테푼’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본격적 개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자전기공학부 이정훈 씨(25)와 광고홍보학과 변재준 씨(26)가 합류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5 소셜벤처 경연대회’ 창업 아이디어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변 씨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사보조기구가 없어 큰돈을 들여 수입하거나 개인이 수십만 원씩 들여 자체 제작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유통구조를 줄여 저렴한 가격에 스테푼을 공급하고 싶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과 KT빌딩 사이 공터. 근처 직장을 다니는 애연가들이 자주 찾는 흡연 공간이다. 5일 오후 7시부터 1시간가량 기자가 이곳을 관찰하는 동안 22명이 수시로 침을 뱉는 장면이 목격됐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대학생 박가현 씨(26)는 “바닥에 가득한 침을 보는 건 시각적 공해이고 침을 뱉는 소리는 청각적 공해”라며 화를 냈다. 직장인 이송희 씨(27·여)는 지난 주말 지하철을 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술을 마셔 얼굴이 벌게진 채 탄 한 남성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재채기를 했기 때문이다. 맞은편에 서 있던 이 씨는 급히 손으로 코와 입을 가렸지만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매너 없는 기침과 재채기, 침 뱉기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다. 더 큰 문제는 질병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침을 하면 입이나 코를 통해 약 3000개의 비말(飛沫·작은 침방울)이 시속 80km로 분사된다. 재채기를 할 때는 평균 4만 개의 비말이 160km의 속도로 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허공에 재채기를 하면 1시간 만에 주변 공기가 오염된다고 한다. 세 살 된 아들을 둔 손모 씨(37)는 환절기가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두렵다. 입도 가리지 않은 채 기침을 하는 사람들, 손에다 재채기를 하고 그 손으로 손잡이를 잡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에게 감기라도 옮을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손 씨는 “신종 인플루엔자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집단 감염병이 발병했을 때 자신이 병에 걸릴까 봐 두려워 마스크를 끼는 사람은 있어도 병을 남에게 옮겨선 안 된다는 매너를 갖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기침 예절’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손이 아닌 휴지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고 권고한다. 휴지나 손수건이 없다면 옷소매 위쪽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 뒤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어야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기침이 오랜 시간 계속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가 기업 내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정부에 기업 인권경영제도 마련을 권고하기로 했다. 이는 유엔의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UNGP)에 따른 것으로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기업 경영환경에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위는 ‘기업과 인권 국가기본계획(NAP·National Action Plans)’ 수립을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유엔이 내놓은 ‘기업과 인권 UNGP’의 추가 지침 등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9월부터 실무그룹을 구성해 권고안 초안을 마련했으며, 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2015년 인권경영포럼’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각계 의견을 들을 방침이다. 초안에 따르면 대기업 상장기업은 인권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산업안전 및 노동 관련 분야에서 발생하는 위법 행위를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기업은 ‘인권경영’의 성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지원 심사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선정, 국민연금의 기업 투자 여부와 규모 결정에 인권경영 성과를 반영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미지급, 직장 내 차별, 노동권 침해, 산업안전기준 위반 등의 불법 행위를 막고 준법경영을 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권고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실무그룹 구성 당시 기업·재계 관계자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KOTRA와 중소기업중앙회만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일부 대기업은 참여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정부는 제2기(2012∼2016년)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인권’ 분야를 초안에 포함했지만 재계의 반발로 삭제한 바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유별난 애정일까, 이제는 자연스러운 문화일까. 반려동물의 ‘프로필 사진’과 ‘화보’를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어주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다경 씨(25·여)의 거실엔 한 살배기 마루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 씨는 두 달 전 동물 전문 스튜디오에서 마루의 사진을 찍었다. 이 씨는 “가족이 퇴근하면 누구보다 반겨주고 애교로 웃음을 주는 마루의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싶었다”며 “아기 돌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집을 찾은 친척들은 “유별나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고 한다. 토끼 ‘랄라’의 주인 이순지 씨(29·여)는 ‘미래를 준비한다’고 표현했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이 죽음을 맞이할 때를 대비해 미리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이다. 이 씨는 “토끼의 평균 수명이 5년인데 ‘무지개다리를 건너’(동물의 죽음을 의미하는 말)더라도 ‘랄라’와 함께한 순간을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영정 사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 현창익 씨(30)의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는 매달 동물 15∼20마리를 촬영한다. 현 씨는 “지난해 스튜디오를 열었을 때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요즘은 하루에 문의 전화가 2, 3통씩 온다”고 했다. 현 씨도 동물을 좋아해 일을 시작했지만 특별한 손님들이 찾는 만큼 그 나름의 고충도 있다고 한다. 개들은 스튜디오를 찾으면 모두 같은 장소에 마킹(소변으로 영역 표시를 하는 행위)을 한다. 현 씨는 “항상 최선을 다해 깨끗이 닦는데도 개들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고양이 손님이 오면 하루 전부터 구석구석 청소를 해야 한다. 고양이들은 낯선 장소에 가면 구석으로 숨어들기 때문이다. 현 씨는 “계단 아래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 숨어 고양이가 먼지투성이가 된 적이 있다”며 “스튜디오가 지저분해 보이고 주인에게도 민망해 그 뒤로 청소를 정말 열심히 한다”고 했다. 지난해 반려동물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던 예술가 금혜원 씨(36·여)는 이런 현상을 두고 “반려동물은 이해관계 없이 순수하게 나를 따라주기에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는 듯하다”며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고독한 정서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 씨는 두 달 전 고양이 ‘각군’을 촬영할 때를 떠올리며 “가족을 사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했다. 한 부부가 죽음을 앞둔 고양이를 데리고 오후 11시 스튜디오를 찾았다. 퇴근도 미루고 사진을 찍었고 고양이는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그날 밤은 저도 숨죽이고 촬영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깊은 슬픔이 느껴졌거든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태스크포스(TF) 관계자가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건물 앞에 야당 국회의원과 취재진이 도착하자 경찰에 수차례 신고하는 과정에서 “여기 털리면 큰일난다. (경찰을 추가로) 동원 안하면 나중에 문책당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당시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복수의 TF 관계자는 25일 오후 8시 17분 첫 신고 전화부터 오후 8시 47분까지 10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 등은 교육부의 국정화 TF가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며 국립국제교육원 사무실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밤새 대치했다. TF 관계자는 첫 신고 전화에서 “여기 국제회관인데요”라며 정확한 시설이름이나 주소를 말하지 못하며 누군가에게 “나가세요”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19분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사무실에 밖에서 20명의 사람들이 침입하려고 하니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으로 빨리 출동해달라”고 신고했다. 그 후 한차례 출동을 독촉하는 전화를 한 뒤 오후 8시 37분 다시 신고한 관계자는 “기자와 국회의원이 무슨 일로 침입하려는지 말해달라”는 경찰의 말에 대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 8번째 신고자는 “여기 우리 정부 일 하는 데예요. 지금 여기 털리면 큰일 나요. 있는 인원들 다 빨리 저기해주세요”라며 “경찰관 2명으로는 20명을 막을 수 없으니 (경찰관을 추가로) 동원 안하면 나중에 문책당해요”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평소에는 화장도 잘 안 하고 다녔는데 일자리 구하려면 이렇게 활기차 보여야 하나 봐요.” 곱게 화장을 한 채명희 씨(52·여)는 들뜬 표정이었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얼굴은 생기 있게 빛났다. 화장을 마친 뒤 거울 앞으로 자리를 옮겨 머리 손질도 받았다. 익숙하지 않은 듯 멋쩍게 웃는 채 씨의 모습에 직장을 구하려는 열정과 설렘이 묻어났다. ‘2015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장에 마련된 종합상담관에는 채 씨처럼 면접용 화장과 머리 손질을 받으려는 사람 1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상담을 받은 후에 무료로 이력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촬영관도 준비됐다. 3개월 전부터 직업을 구하고 있었다던 정정옥 씨(55·여)는 “다른 구직 행사장에도 가 봤지만 화장을 받고 이력서 사진을 찍는 서비스는 처음 받아 봤다”며 “취업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구직자들에게 꼭 필요한 실용적인 서비스”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입사지원서 작성 방법을 강의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입사지원서는 그 회사와의 첫 만남이기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강사의 설명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들으며 본인의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고쳐 보는 사람도 있었다. 잡페어 행사장에는 일자리를 소개하는 ‘일자리관’뿐 아니라 다양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종합상담관’, 이력서를 작성하고 출력할 수 있는 ‘지원관’, 본인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거나 먹거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이벤트체험관’ 등이 마련돼 마치 큰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서울시가 경력 단절 여성의 성격유형검사를 위해 마련한 ‘일자리 부르릉 버스’는 성격을 분석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지원자가 몰려 버스 밖에서도 검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는 “가정에서 봉사와 희생을 해 온 40, 50대 여성들은 성격 검사를 하면 결과가 다 비슷하게 나온다”면서 “20대 젊은 시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응답해야 진짜 내 적성을 찾고,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을 받고 나오던 한 여성은 “직업은 구하고 싶지만 어떤 게 맞을지 몰라 막막했는데 검사 결과가 도움이 된다”며 “20대 사회초년생으로 돌아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초콜릿과 추로스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장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보였다. 어린 딸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구경하다가 행사장을 찾았다는 손현주 씨(34)는 “요즘 취업난이 세대를 막론하고 심각하다는데 이런 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손가인 gain@donga.com·김민 기자}
환자들에게 허위 진단서를 끊어주고 수십억 원대의 보험금을 타낸 대학병원 의사와 손해사정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보험금을 허위로 지급 받는 것을 도운 뒤 수수료를 받은 혐의(사기 등)로 강모 씨(30)등 손해사정사와 보조원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법인과 병원 소속 정형외과 전문의 김모 씨(46)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 씨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손해사정사 일당에게서 환자 800여 명을 소개받아 과장된 후유장애진단서를 써주고 건당 20만 원을 받는 수법으로 총 1억4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다. 손해사정사 강 씨 등은 총 39억 원의 보험금 부정 수급을 도왔고 이중 17억5000만 원을 수수료로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의사인 김 씨가 허위 진단서 발급 정황이 드러나도 자신의 전문적인 식견에 따라 진료했다고 주장하면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고 밝혔다. 또 보험료를 부정 수급 받은 것이 적발돼도 개인 범죄가 아닌 만큼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일반 사기사건에 비해 처벌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사의 경우 면허(자격)정지·취소 등의 행정 제재를 받지 않고 해당 병원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늘 고의 유무가 쟁점이 되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있다”며 “후유장애진단서를 의사의 개인적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2명 이상의 협의를 구하도록 하거나,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제3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휠체어에 탄 남자가 부축을 받고 일어섰다. 앞에 놓인 책상을 짚고 서자 판사는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이 판결에 불복이 있으면 항소할 수 있고…”라고 판결 주문을 읽어 내려갔다. 남자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한참을 서 있었다. 그는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검거를 도왔던 출장마사지 업소 사장 A 씨(42)다. 영화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에게 “야, ‘4885’ 너지?”라고 외치는 엄중호(김윤석·사진)의 실존 인물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효두)는 마약 매매·투약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유영철 검거에 기여했고, 중국 흑사파와 연루된 마약 조직에 대해 제보한 뒤 보복의 두려움으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8시간 넘게 이어진 국민참여재판 끝에 배심원과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A 씨는 유도 특기생으로 경찰관이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이사를 간 새 동네에 적응하지 못해 탈선하기 시작했다. 18세 때는 지역 폭력조직에 가입하고 유흥업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4년. 자신의 업소 여종업원이 실종되자 경찰에 제보한 뒤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그해 7월 15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에서 다른 업주들과 함께 격투 끝에 유영철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실종된 종업원은 유영철에게 살해당한 후였다. 당시 경찰은 A 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5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2500만 원만 지급받았다. 현장 검증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했기 때문에 그 비용을 삭감해야 한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었다고 A 씨 변호인은 전했다. 수사에 관여한 경찰 40여 명은 특진했다. 하지만 현장검증에 참여해 20여 구의 훼손된 시체를 목격한 A 씨에게는 심리 치료 등 적절한 사후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A 씨의 누나는 “동생이 현장검증을 일일이 따라다녔고 사체들을 보고 돌아와서는 구토와 악몽에 시달렸다”고 했다. 상습적으로 마약 투약 및 매매 혐의로 처벌을 받곤 했던 A 씨는 아내의 권유로 2010년 이민을 결심했다. 하지만 호주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체포됐다. 마약 밀매 혐의였다. 구속된 A 씨에게 담당 검사는 마약 조직에 관한 제보를 하면 양형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A 씨는 고민 끝에 중국 흑사파와 연루된 국내 14개 조직이 20만 명분의 마약을 밀수하려 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듬해 2월 198억 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판매한 흑사파 두목과 조직원 4명, 국내 폭력조직 조직원 9명을 검거했다. 보복을 두려워하는 A 씨에게 검찰은 정착금, 개명, 성형 등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A 씨는 검찰이 마련해 준 안전가옥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안전가옥 생활 3일 만에 괴한에게 습격을 받아 머리를 다쳤다. 불안한 안전가옥 생활마저도 증언이 끝나자 13개월 만에 끝났다. 정착 비용으로 받기로 한 3000만 원에서 안전가옥 월세와 식비 등을 제하고 그의 손에는 540만 원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두려움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A 씨는 안전가옥을 떠난 지 한 달 만인 2012년 1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내는 혼자 캐나다로 떠나버렸다. 그 후로도 A 씨는 마약 때문에 수차례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8차례에 걸쳐 처벌을 받았고 2005년 이후 법정에 섰을 땐 유영철 검거 및 마약조직 검거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세 차례에 걸쳐 양형 결정에서 선처를 받았다. 올해 1월 A 씨는 마약을 끊겠다며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그를 진료한 의사 김모 씨(57)는 A 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대인기피증, 약물 의존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선처를 받은 A 씨에게 이번에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예배가 끝난 오후 8시경.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위치한 한 교회의 출입문이 ‘철컥’ 하고 열렸다. 도둑은 문틈 사이로 구부러진 철사를 넣고 잠금장치를 열었다.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 시가 20만 원 상당의 노트북컴퓨터와 24만 원 상당의 금반지, 현금 8만 원을 들고 달아났다. 지난달 27일 벌어진 일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저녁 시간대에 비어 있는 교회에 상습적으로 침입해 현금 등을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김모 씨(22)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중랑구 일대 교회 4곳에서 5차례에 걸쳐 287만5000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교회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6일 김 씨를 검거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인들은 착해서 신고를 안 할 줄 알았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했으며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미 절도 전과만 9범에다 전과 23범인 김 씨는 지난해 5월에도 교회를 털다 붙잡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문틈이 벌어져 있는 출입문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며 “출입문의 틈을 막아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예배가 끝난 오후 8시경.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위치한 한 교회의 출입문이 ‘철컥’ 하고 열렸다. 도둑은 문틈 사이로 구부러진 철사를 넣고 잠금장치를 열었다.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 시가 20만 원 상당의 노트북컴퓨터와 24만 원 상당의 금반지, 현금 8만 원을 들고 달아났다. 지난달 27일 벌어진 일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저녁 시간대에 비어 있는 교회에 상습적으로 침입해 현금 등을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김모 씨(22)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중랑구 일대 교회 4곳에서 5차례에 걸쳐 287만5000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교회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6일 김 씨를 검거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인들은 착해서 신고를 안 할 줄 알았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했으며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미 절도 전과만 9범에다 전과 23범인 김 씨는 지난해 5월에도 교회를 털다 붙잡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문틈이 벌어져 있는 출입문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며 “출입문의 틈을 막아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유로운 주말 오전인데 답답했다. 페이스북도 구경하고 카카오톡도 확인하고 싶은데 케이스를 열어봤자 스마트폰은 없다. 그렇게 알맹이 없는 스마트폰 케이스 덮개만 열었다 닫기를 5분. 한손에 쥔 한나 아렌트의 저서 ‘인간의 조건’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주말에도 읽자고 다짐해놓고는 한 쪽도 못 읽었다. 심심해서 책을 펴고 읽어 내려간다.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도, 전화벨이나 진동도 없이 가을바람을 맞으며 독서에 빠져들었다. 6시간이 금세 지나 책은 130쪽을 넘어섰다. 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문과학캠퍼스 내 법학관 앞 공터에서 김진경 씨(26·경영학과 3학년)는 스마트폰 없이 이렇게 책을 읽었다. 이날 학술정보관이 마련한 ‘가을, 캠퍼스로 떠나는 오거서(五車書) 책 소풍’ 행사에서다. ‘오거서’는 당나라 시인 두보가 말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에서 유래한 말로 ‘다섯 수레가 될 정도의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씨를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학생 88명 모두 안내 데스크에 스마트폰을 맡긴 채 인문학 책을 읽어야 했다. 처음엔 불안함이 감돌았지만 이내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캠퍼스 벤치와 학교에서 제공한 돗자리에 누워 자유롭게 독서를 시작했다. 김 씨는 평소 책을 읽으려고 자리에 앉으면 1시간 중 50분은 스마트폰을 보는 데 쓴다고 했다. 김 씨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오면 그날 독서는 끝난 셈”이라고 했다. 메시지를 읽다보면 또 다른 데로 관심이 이어진다고 했다. 김 씨는 “그동안 의지가 부족했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확실히 집중이 잘됐다”며 웃었다. 전공서적이나 수험서만 읽다가 소설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는 학생도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은 신형준 씨(24·국어국문학과 2학년)는 “책 속에서 ‘새’가 알을 깨고 나와야 성공하고 다음 단계로 발전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가벼운 정보는 자주 주고받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도 2012년 미국 보스턴대 졸업식에 참석해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라. (페이스북) ‘친구’를 늘리는 게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우리나라 성인이 한 해 읽은 책은 평균 10권이 채 되지 않고 84%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오삼균 학술정보관장은 “스마트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일상에서 몰입하고 집중하는 경험이 줄어들었다”며 “취업용 독서에 갇혀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