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도피를 도와 온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일명 ‘신 엄마’ 신명희 씨(64)가 경기 안성의 H아파트 200여 채를 유 전 회장의 차명 재산으로 매입하는 중간책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H아파트는 구원파 신도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으로 유 전 회장이 차명으로 구입해 임대 사업을 벌여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15일 신 씨에 대해 범인 도피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H아파트를 차명으로 구입하는 데 신 씨가 자금 전달책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H아파트 200여 채는 구원파 신도인 부동산업자 소모 씨와 하나둘셋영농조합 대표 이모 씨 등의 소유로 돼 있다. 유 전 회장이 신 씨를 통해 돈을 제공하고 이들 명의로 매입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복수의 구원파 신도에게서 “H아파트는 유 전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씨의 자택에서 현금 390만 원 등을 임의 제출 형식으로 확보하고 이 돈이 유 전 회장 도피 자금의 일부인지 추궁했다. 또 신 씨가 4월 말부터 자기 명의의 휴대전화를 쓰지 않은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씨 측은 “현금 390만 원은 개인적으로 쓰다 남은 돈이다. 신 씨가 4월 말부터 휴대전화를 쓰지 않아 유 전 회장과 연락이 닿지도 않았다. 신 씨가 지난달 19, 20일경 말할 수 없는 개인 사정으로 잠적했을 뿐 유 전 회장의 도피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5일 유 전 회장의 자금 운용을 맡아온 여비서 김모 씨(55)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유 전 회장의 형 병일 씨(75)에 대해선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수년 동안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50여만 원을 받아온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씨는 유 전 회장 장녀 섬나 씨(48)가 운영하는 모래알디자인에서 이사로 재직하며 특허 업무를 전담해왔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상표권을 등록해놓고 계열사에 이를 사용하도록 한 뒤 이용료를 챙기는 횡령 수법에 김 씨가 일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표권은 유 전 회장이 449개, 장남 대균 씨가 674개, 차남 혁기 씨가 222개, 섬나 씨가 20개, 차녀 상나 씨가 11개 등 총 1376개를 갖고 있다.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안성=변종국 기자 bjk@donga.com[‘신엄마’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2014년 6월 13일자 「‘신엄마’ 자수, 태권도 선수출신 딸은 여전히 도피중」 등 제목의 기사에서 ‘신엄마’가 유병언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도피를 주도했으며,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의 인사에 관여할 만큼 교단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신엄마’의 지시로 딸(박 모씨)이 유대균씨의 도피를 도왔다고 보도했습니다.그러나 ‘신엄마’는 청해진해운 대표의 인사에 관여한 바 없고, 딸(박 모씨)에게 유대균씨의 도피를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신엄마’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어떤 직책이나 역할을 맡고 있지 않았으며, 유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도피를 주도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11, 12일 연이틀 동안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6000명을 투입하고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핵심 인물인 ‘김 엄마’와 ‘신 엄마’를 찾진 못했지만 금수원에서 박모 씨(43)를 체포한 것은 중요한 성과로 평가했다. 금수원에서 차량과 농장 관리를 맡고 있는 박 씨는 유 전 회장의 도피 예상 경로 중 하나인 전남 해남으로 승합차를 몰고 가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인물이다. 특히 승합차의 소유자가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지명 수배된 이석환 금수원 상무(64)인 데다 박 씨가 금수원에서 해남으로 출발한 시점이 지난달 30일 오전 3시로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에서 제3의 장소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씨가 유 전 회장을 이 승합차에 태우고 해남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박 씨가 금수원 내 차량들을 관리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에 유 전 회장 도피 차량들을 직접 제공하고 동선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지난달 30일 금수원 관계자 10여 명과 함께 승합차 한 대와 1t 포터 트럭 두 대에 나눠 타고 해남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소유의 우정영농조합으로 매실을 따러 갔다가 저녁에 올라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씨가 휴대전화 판매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평소에도 박 씨는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개통해 준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박 씨가 유 전 회장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핵심 수배자 신 엄마와 김 엄마는 이미 금수원을 떠나 수도권 인근 신도들의 집에 거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구원파가 검찰의 금수원 진입 가능성을 몇 시간 전부터 알고 있었고 전날 차량 20여 대가 계속 빠져나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검경은 전남 순천 지역 구원파 신도 대표인 추모 씨(60·구속)의 부인 박모 씨 검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이 순천 일대에 머물고 있을 경우 박 씨의 도움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비서 김모 씨(55·여)를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문진미디어 사무실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했다. 김 씨는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48)가 운영하는 모래알디자인에서 이사로 일하며 유 전 회장 일가의 배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유 전 회장의 소재지를 알고 있는지도 추궁하고 있다.안성=변종국 기자 bjk@donga.com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쾅, 쾅, 쾅….’ 11일 오전 5시. 경기 안성시 금수원 정문 앞에서 굴착기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중앙분리대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 났다. 경찰 63개 중대 6000여 명이 금수원을 에워쌌고 하늘에선 헬리콥터 여러 대가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금수원 상공을 맴돌았다. 물대포, 소방차, 구급차도 속속 도착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300여 명은 빗속에서 흰색 우의 차림으로 찬송가를 부르며 검경의 진입 시도에 항의했다. 검경은 오전 8시경 금수원에 진입했다. 지난달 21일 금수원 강제진입 이후 21일 만에 금수원의 빗장이 또다시 열리는 순간이었다.○ 땅굴 탐지기까지 동원했지만…핵심신도 못 잡아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17일까지 유효하고 야간 수색도 가능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구원파의 총본산 격인 금수원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도피를 총괄한 핵심 인사 체포에 실패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경은 이날 금수원 내 유 전 회장의 집무실을 포함해 각종 건물과 빈 컨테이너 등 금수원 곳곳을 이 잡듯 수색했다. 검경은 비밀 땅굴이나 지하 벙커가 곳곳에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땅굴 탐지기계를 동원했고 예배를 보는 9000m²의 대강당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를 전부 뜯어냈다. 검경은 대강당 지하에서 소위 ‘지하 벙커’를 발견했지만 여기엔 의료 장비와 혈압 측정기기, 의료 약품 등이 있을 뿐이었다. 검경은 탐지견까지 투입해 수배자의 흔적을 추적했고 수배자 사진과 대조하며 신도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검경은 이를 통해 수배자와 공무 집행을 방해한 신도 등 6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 일가의 도피를 총괄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는 일명 ‘김엄마’(김명숙·58)와 ‘신엄마’(신명희·64) 등 여신도와 유 전 회장 운전사 양회정 씨(56·체포영장 발부) 등 핵심 인물은 찾지 못했다. 금수원 내 떡 공장 앞에서 김엄마의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과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48) 소유 외제 승용차가 발견됐다. 유 전 회장이 최근까지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해남군의 한 매실농장을 다녀왔다는 태권도 사범 최모 씨를 체포한 게 성과라면 성과였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신엄마를 금수원에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경은 또 차량 내비게이션, 차량에 적힌 각종 번호나 메모, 내부 폐쇄회로(CC)TV, 문서, 각종 영수증, 차량 운행일지, 컴퓨터, USB메모리 등 조금이라도 단서가 될 수 있는 물품을 모두 압수했다. 검경은 오후 7시 인력 일부를 금수원에 남겨 외곽 경비를 유지했으며 12일 아침부터 수색을 재개한다. ○ “최후의 카드에도 결과적으로 실패” 11일 검경의 금수원 압수수색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유 전 회장의) 검거가 이렇게 지연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질타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그만큼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검경의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난 것이다. 검경은 유 전 회장 부자 도피를 총괄 기획하는 금수원을 압수수색하면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지원을 끊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수원을 무력화시키면 최소한 전국 단위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기획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과 주요 도피조력자 신병 확보에 실패해 검찰의 무기력함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압수수색 직전 차량 20대가 금수원을 빠져나간 정황이 있어 이때 핵심 수배자들이 탈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 정보가 흘러나가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정보 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유 전 회장 일가의 밀항 우려가 커지면서 군 당국은 대형 함정과 초계기, 해안 감시 레이더를 동원해 초계활동과 경계를 강화했다. 안성=변종국 bjk@donga.com인천=장관석 / 조동주 기자[‘신엄마’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2014년 6월 13일자 「‘신엄마’ 자수, 태권도 선수출신 딸은 여전히 도피중」 등 제목의 기사에서 ‘신엄마’가 유병언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도피를 주도했으며,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의 인사에 관여할 만큼 교단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신엄마’의 지시로 딸(박 모씨)이 유대균씨의 도피를 도왔다고 보도했습니다.그러나 ‘신엄마’는 청해진해운 대표의 인사에 관여한 바 없고, 딸(박 모씨)에게 유대균씨의 도피를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신엄마’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어떤 직책이나 역할을 맡고 있지 않았으며, 유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도피를 주도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검찰 수사에 불응하고 잠적한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전남 순천시를 벗어나 해남군 또는 목포시 일대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새벽 순천 별장에 있던 유 전 회장이 검찰의 급습 직전에 도피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혐의로 유 전 회장 측근 추모 씨(60·구속)의 사촌동생 최모 씨(49)를 체포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8일 유 전 회장이 해남 지역에서 은신한 흔적을 발견하고 해남 마산면 우정영농조합과 일대를 집중 수색했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금수원 이석환 상무(64·잠적) 측 승합차와 이를 뒤따르는 1t 트럭이 전남 영암 및 해남 일대 폐쇄회로(CC)TV에 잇달아 찍힌 사실을 확인했다. 검경은 경찰력 100여 명을 투입해 영농조합 주변을 에워싸고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확보한 유 전 회장의 속옷 및 옷가지의 냄새를 맡은 경찰견까지 동원해 수색을 벌였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검경은 해남 주변에 20개 검문소를 차렸고 검문 빈도를 대폭 늘렸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순천지역 총무 최 씨를 비롯해 신도 10명을 체포했으며 3명을 석방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을 숨겨주던 추 씨가 지난달 24일 밤 체포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최 씨가 다음 날인 25일 새벽 승합차를 이용해 유 전 회장을 도피시키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씨의 선배이자 다판다 순천지점장인 서모 씨, 구원파 순천교회 성인회 신도 최모 씨 부부, 해남 일대 매실농장 관리자 이모 씨, 경기 안성시 소재 양계장 관리 담당 이모 씨 등을 체포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측근이나 일가의 염전, 농장, 다원이 산재하고 열성 신도가 많은 전남을 벗어나지는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 전 회장이 전남에 은신하면서 밀항을 염두에 두고 있을 여지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신도들의 조력을 받아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16일 재판이 시작되는 계열사 대표 8명의 공소유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 피의자와 참고인이 진술 번복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보복을 두려워해 법원의 출석 명령에 따를지도 불투명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7일 유 전 회장의 처남 권오균 트라이곤코리아 대표(64)를 수십억 원 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권 대표는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 씨(71)의 동생이자 구원파 창시자인 권신찬 목사의 아들로 유 전 회장의 친인척 중 첫 구속자다. 한편 구원파 신도 1500여 명은 금수원 정문에서 “검찰이 금수원 내부 수색 당시의 약속을 어기고 충분한 증거도 없이 신도를 체포하고 있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검찰은 “구원파는 검찰의 약속을 운운하기 전에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지 말고 대한민국 법질서부터 지켜야 한다”고 응수했다.인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해남=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안성=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검경이 4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 트라이곤코리아 대표(64)와 장남 대균 씨(44)의 측근을 체포하며 추적의 끈을 조이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권 대표를 이날 오후 7시 반경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추적 잠복한 끝에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 앞에서 권 대표를 검거했다. 권 대표는 유 전 회장과 함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를 세운 권신찬 목사(1996년 별세)의 차남이자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 씨(71)의 동생이다. 검찰은 권 대표가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42)에 이어 주택건설 분양 업체 트라이곤코리아의 경영을 맡은 뒤 회사 명의로 구원파로부터 빌린 280억 원 중 40억 원가량이 대균 씨 측에 흘러 들어간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권 대표는 유 전 회장 일가 관계 금융기관으로 지목된 한평신협의 부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시경 대균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 등)로 전 운전기사 이모 씨(57)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 이 씨는 2012년경까지 미국 캐나다 중국 등지에서 해외 선교활동을 한 핵심 신도로, 한때 대균 씨의 운전기사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씨를 상대로 대균 씨의 도주 경로와 다른 측근들의 행방을 조사하고 있다. 이 씨가 구원파 선교 자금 등 헌금을 관리하며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및 관리에 관여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특히 이 씨가 ‘그림자’라고 불릴 정도로 대균 씨를 가까이에서 수행해온 측근 A 씨의 행방을 알 것이라고 보고 A 씨의 행방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원파 신도들 사이에서 “검찰이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 씨(56·지명수배)와 일명 ‘김 엄마’(58·여) 등을 검거하기 위해 5, 6일경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강제 진입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금수원 주변은 긴장감이 돌았다. 구원파 신도들은 4일 금수원 내부로 속속 집결한 뒤 주변을 순찰하며 경찰의 움직임을 점검했다. 경찰은 300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이 일대 검문검색을 이어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있다는 확실한 첩보 없이 신도들과 충돌을 빚을 이유가 없다”며 강제 진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유 전 회장은 최근 프랑스와 필리핀뿐 아니라 매제인 오갑렬 씨(60)가 대사를 지냈던 체코에도 정치적 망명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유 전 회장의 망명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에 오 전 대사가 간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오 전 대사는 유 전 회장의 망명 가능성을 타진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인천=조건희 becom@donga.com안성=변종국 기자}
법무부가 4일 입법예고할 ‘다중인명피해범죄의 경합범 가중에 관한 특례법안’은 세월호 침몰 참사처럼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범죄행위에 대해 제한적으로 ‘형벌 병과(倂科)주의’를 채택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에서는 하나의 행동으로 동시에 여러 개의 범죄가 성립할 때에 각각의 죄에 대한 형을 모두 더해 처벌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191명이 사망하고 1841명이 다친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 사건의 범인들에게 4만 년의 징역형이 선고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독일, 프랑스처럼 큰 범죄행위를 처벌하되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는 ‘가중주의’를 형법의 틀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실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망 501명, 부상 937명) 당시 삼풍건설산업 회장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이 선고됐다. 반면 특례법이 시행되면 징역 100년형도 선고될 수 있다. 업무상 과실 사고로 5명이 숨졌을 경우 현행법으론 최대 징역 5년에 2분의 1을 더한 7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지만, 특례법으론 피해자 1명당 5년씩 더해 25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다만, 병과주의 적용은 배나 비행기 사고, 테러 등 다중인명피해범죄에 국한했으며 징역 상한도 100년으로 정했다. 또 형량 감경이나 가석방 기준도 강화했다. 그러나 몇 명이 사망할지 예측할 수 없는 대형사고에서 같은 행위에 대해 ‘널뛰기 처벌’이 속출할 것이라는 등 법안의 부작용 및 실효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손동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금도 징역 50년형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실제 최고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감정적인 입법보다는 실제 복역 형기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같은 사고 책임자의 재산 환수와 관련해 미국의 ‘민사몰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선박 사고에서의 선원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해 추가로 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세월호 실소유주로 1290억 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필리핀과 프랑스로 정치적 망명을 시도하다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망명을 통해 사실상 해외로 도주하려고 한 것이어서 밀항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3일 “지난주 익명의 인사가 한국 주재 동남아 국가 대사관에 유 전 회장의 정치적 망명 가능성을 타진했다”면서 “대사관에서는 세월호를 부실하게 관리해오다 참사를 야기한 단순 형사범이어서 망명 신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측이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에 망명을 시도했는지, 망명을 타진한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외교 문제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측이 망명을 문의한 국가는 필리핀과 장녀 섬나 씨가 있는 프랑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실질적 교주인 유 전 회장은 종교적 박해 등을 이유로 망명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파 신도들은 그동안 경기 안성시 금수원과 인천지검에서 검찰 수사를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시위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를 ‘망명 신청 명분 쌓기’ 성격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해왔다. 검찰은 해외에 있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42)도 망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의 범죄행위를 각국 외교 공관에 제대로 설명해줄 것을 외교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검찰은 “유 전 회장은 국제법상 난민에 해당하지 않고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도주 중인 자일 뿐”이라며 “망명을 빙자해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사람 역시 명백한 범인 도피에 해당하므로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은 2일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44)의 서울 서초구 염곡동 자택을 압수수색해 고급 외제 승용차 4대와 그림 16점을 압수해 감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압수 차량은 벤츠 2대, 디스커버리 1대, 쉐보레 익스프레스 밴 1대로 모두 외제차다. 검찰은 일명 ‘김엄마’(58)로 알려진 구원파 강경세력 등이 금수원에서 유 전 회장 도피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유 전 회장이 금수원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확실한 첩보가 없는 한 금수원에 강제로 진입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한편 경찰청은 유 전 회장 부자 검거를 위한 60명 규모의 ‘총괄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전국 경찰의 추적 수사를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 검거에 공을 세우거나 주요 첩보를 제출한 경찰관에 대한 1계급 특진 포상도 3명까지로 대상자를 늘렸다. 인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안성=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을 추적하는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여전히 전남 순천과 그 인근 지역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다시 숨어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 전 회장을 돕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핵심 신도들이 금수원으로 속속 집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이 지난달 4∼25일 순천 별장 ‘숲속의 추억’에 은신하고 있을 때 도피를 도운 측근 양회정 씨(56·지명수배)가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에서 반백의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한 뒤 금수원으로 들어갔다. 이어 2일에는 또 다른 수배 차량이 순천 일대에서 금수원으로 이동한 것이 포착됐다. 특히 일명 ‘김엄마’(58)로 알려진 인물 등 구원파 강경세력이 금수원 내에서 유 전 회장의 도피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검찰은 금수원 재진입도 검토하고 있다. 신도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신중을 기했던 금수원 진입 카드가 또다시 거론될 만큼 유 씨 일가 및 도피지원 세력에 대한 검찰의 기류가 강경해졌다는 얘기다. 무술에 뛰어난 수사관들을 특별수사팀에 보강한 것도 금수원 재진입을 고려한 인력 보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수원 앞의 검문 검색은 한층 강화됐다. 1일 수사팀 관계자가 신분을 숨기고 금수원 주변을 방문했다가 경찰관들의 검문에 차량 트렁크를 3번이나 수색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아직 순천 일대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31일 오후 사이에만 검경 합동추적팀은 순천 일대에서만 무려 7군데를 압수수색했다. 유 전 회장 매제인 오갑렬 전 주체코대사의 인척이 사는 구례 방향 계곡의 별장을 들이닥쳤고, 순천 지역 구원파 신도들이 모임을 가져왔다는 또 다른 별장도 수색했다. 검경 추적팀은 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차명 휴대전화 등 새로운 추적 단서를 바탕으로 유 전 회장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구원파 신도들이 조직적으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순천 지역의 핵심 신도들의 명단을 확보해 일대일 탐문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금수원에 있는 ‘도피 지휘부’와 순천 지역 일대의 조력자들 간에 이뤄지는 연락 움직임을 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천=장관석 jks@donga.com / 순천=이형주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쫓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2일 유 전 회장 일가 검거·수사팀에 검사 1명과 수사관 13명을 보강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우수 검사와 수사관을 선발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이틀째 유 씨 일가의 조속한 검거를 촉구하면서 검찰은 다급해진 분위기다. 검찰은 1일 유 전 회장의 도피생활을 지원해 온 측근 양회정 씨(56·지명수배)의 조력자 3명(지난달 30일 전주에서 체포)에 대해선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석방했지만 ‘도피협력자 무관용 원칙’에 따라 지금껏 유 전 회장 일가의 도피를 도운 사람만 11명을 체포해 이 가운데 6명을 구속했다. 유 전 회장 검거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김 차장은 2일 “수사 책임자로서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어떤 변명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유 전 회장 부자를 최단시일 내에 체포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전남 목포와 부산, 인천 등 전국에서 동시 다발로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그동안 여러 차례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는데, 이런 원칙은 구속자 수로 나타나고 있다. 침몰 원인을 수사하는 전남 목포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배에서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 등 15명, 과적 운항과 증축 등으로 침몰 원인을 제공한 청해진해운 관계자 7명, 안전설비와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한국해양안전설비 및 목포해양안전심판원 관계자 등 7명까지 총 29명을 구속했다.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 수사에선 청해진해운 등이 회삿돈 수천억 원을 유 전 회장 일가에게 몰아준 혐의로 계열사 사장 등 8명을 포함해 총 14명이 구속됐다.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를 수사하는 부산지검과 인천지검 수사팀도 해경과 해양수산부 로비, 해운조합의 횡령·배임 등을 적발해 모두 19명을 구속했다. 크게 세 갈래로 진행돼온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로 2일 현재 구속자는 모두 62명으로 집계됐다.최우열 dnsp@donga.com / 안성=변종국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돕는 조직으로 지목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평신도복음선교회 측이 1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조롱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권에 비난의 화살을 돌려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태종 구원파 평신도복음선교회 대변인은 이날 경기 안성시 금수원 앞에서 김 비서실장을 향해 “2일부터 열리는 세월호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더라도 끝까지 경질되지 말고 버텨 달라”고 밝혔다. ‘국정조사 이전에 비서실장에서 사퇴하면 증인으로 출석할 의무가 없어지므로 끝까지 직을 유지해 세월호 사고와의 관련성을 검증 받으라’는 조롱의 표현이다. 이어 “검찰이 ‘김기춘 비서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현수막을 내려 달라고 한 점도 세월호 사고와 김 실장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의심케 한다”는 궤변을 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부터는 금수원 정문에 “김기춘 vs 심재륜 누구 말이 맞습니까?”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1991년 오대양 사건 당시 수사팀장(대전지검 차장검사)이었던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이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 비서실장은 영향력을 행사해 구원파를 탄압한 게 아니고, 무관심이나 방관 또는 (수사팀에) 도움이 되지 않게 방해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 것을 놓고 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김 비서실장을 비아냥거린 것이다. 금수원 관계자는 “구원파 죽이기에 앞장섰던 두 사람이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 금수원에는 신도 1500여 명이 모여 농성을 이어갔다. 경찰은 300여 명을 동원해 금수원 인근을 검문 검색했다.안성=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3일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빠져나가 4일부터 25일까지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별장 ‘숲속의 추억’에 머물렀던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유 전 회장은 순천으로 갈 때 고급 외제차를 이용했으며 30대 여비서의 수행을 받는 등 ‘황제 도피’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의 수사 결과 범인도피 및 횡령 배임 혐의로 29일 구속된 유 전 회장의 측근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49·의대 교수)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달 20일경부터 안성시 금수원에서 다른 측근들과 모여 대책을 의논했다. 유 전 회장을 순천의 ‘숲속의 추억’으로 피신시키는 계획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전남 지역 신도 대표 격인 추모 씨(60·구속)가 별장을 은신처로 마련하자 이 이사장은 3일 안성시에서 유 전 회장과 여비서 신모 씨(33·구속)를 벤틀리 승용차에 태워 4일 별장으로 데려다줬다. 경찰은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44) 소유인 벤틀리 아나지 승용차(시가 5억4000만 원)가 순천지역 방범용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자 대균 씨가 도피를 위해 사전 답사를 벌인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유 전 회장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유 전 회장이 별장에 은신해 있는 동안에도 이 이사장은 10일 별장을 방문해 금수원 내부 분위기와 검찰 수사 상황 등을 보고했고, 12일에는 부인 명의로 개설한 대포폰으로 유 전 회장 곁에 있던 추 씨 등과 수시로 통화하며 검경의 동향을 전했다. 검찰은 이 이사장이 유 전 회장의 행방을 언론에 거짓으로 암시하며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18일 금수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유 전 회장의 소재를 묻는 질문에 “(금수원 작업실에) 지금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크게 소리를 지르면 혹시 나오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외쳐보실래요?”라고 말하는 등 연막작전을 폈다. 하지만 이때 유 전 회장은 이미 남쪽으로 250km 떨어진 으슥한 별장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수사 초기 유 전 회장의 행방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느슨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17일까지 금수원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유 전 회장이 3일 금수원을 떠난 뒤에도 2주 이상 금수원 강제 진입에만 집착해 구원파와의 충돌을 피하는 데 골몰하고 있었다. 또 검찰은 유 전 회장이 17일 토요예배 때 신도의 차를 타고 나와 서울 등지의 신도 집에 숨은 것으로 알고 유 전 회장의 진짜 행방을 쫓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인천=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에서 이 터미널을 운영하는 KD운송그룹의 고양권 운송지사장 이강수 씨(50)가 동료를 구하려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KD운송그룹 관계자는 “이 지사장은 직원 3명과 회의 중이었는데 불이 나자 탈출하다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대피하지 못해 구하러 가야 한다’며 연기 속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연기를 들이마시고 질식해 숨진 상태로 지상 2층 매표소에서 발견됐다. 이 씨가 구하려던 매표소 직원 김선숙 씨(48·여)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1일 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고양터미널에서 근무하게 됐다. 이날은 회의가 있어서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고 한다. 부인 최모 씨(48)는 “오전 7시 반쯤 통화했는데 ‘지하철 잘 탔고, 회의에 늦었다’는 말이 마지막이었다. 왜 밖으로 뛰어나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듣고 교복을 입은 채 병원으로 달려온 이 씨의 고등학생 아들도 최 씨 옆에서 숨죽여 울었다. 정연남 씨(49·여)는 일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26일 경기 안산시 고잔동의 집으로 돌아가려다 변을 당했다. 정 씨의 남편은 원광대 산본병원 영안실 앞에서 아내의 옷가지와 가방 등이 담겨 있는 비닐 봉투를 품에 안은 채 “아내는 평생 미용실 일만 하며 성실히 살았다. 온 나라가 ‘안전, 안전’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며 오열했다.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가 노인을 구한 ‘의인’도 있었다. 일산백석 와이시티(Y-City) 신축공사장에 근무하는 요진건설 오영석 과장(36)은 화재 현장을 탈출하지 못하던 노인 1명을 구해냈다. 오 씨는 사고 당시 버스터미널 인근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던 중 터미널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2층 난간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며 기침을 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뛰어 올라가 모시고 나왔다. 오 씨는 “연기가 너무 심해 들어가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란 공포가 밀려왔지만 꼭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뛰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구급대원들에게 할아버지를 인도한 뒤 두 차례 더 건물로 들어가 생존자가 있는지 살피기도 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응급처치로 생명을 되찾은 환자들이 있어 사망자수가 바뀌기도 했다. 사고 당시 무호흡 상태였던 신복자 씨(72·여)는 병원에 이송된 뒤 심폐소생술을 받고 심장 박동을 되찾았다. 고양=변종국 bjk@donga.com·임현석 기자}

잠적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과 장남 대균 씨(44)를 체포하는 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검찰과 경찰이 22일 전국에 수배전단을 배포하고 검거 보상금까지 내걸었다.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유 전 회장이 빠져나간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전 국민의 협조가 없으면 유 전 회장을 빠른 시간 내에 검거하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이날 금수원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금수원 내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유 전 회장이 남긴 흔적과 도주로를 찾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근거로 전국 구원파 관련 시설과 핵심 신도 집 등 유 전 회장이 은신했을 가능성이 높은 장소들을 수색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유 전 회장 일가의 숨겨둔 재산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 유 전 회장의 돈줄을 끊는 전략도 병행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외 재산을 동결해 쓸 수 있는 돈을 고갈시킨다면 도주한 유 전 회장 일가에게 이보다 큰 압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팀 내에 별도의 재산환수팀을 만들고 금융감독원, 국세청과 함께 ‘유병언 재산 리스트’를 만들어 실소유주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특히 검찰은 금수원 주변의 부림농원을 의심하고 있다. 2003년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인 이석환 에그앤씨드 대표이사가 A 씨로부터 4만 m²의 땅을 살 때 대균 씨와 유 전 회장의 최측근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 등 7명의 명의로 나눠 41억 원에 매입했다. 검찰은 거래 과정에서 금수원 측이 계약금을 준다는 명목으로 A 씨가 안성농협에서 빌린 돈 일부를 갚아준 것을 포착했고 이 자금의 실소유주가 유 전 회장인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자금 흐름이 수상한 토지와 아파트, 전국의 영농조합과 농지 등의 거래 관계들을 전수(全數)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된 금융계좌의 현금과 주식 등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책임 재산을 환수하는 것은 정부가 세월호 피해 배상금을 지출한 뒤 구상권을 행사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최우열 dnsp@donga.com 인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공언한 가운데 검찰이 해양수산부 고위 관료 출신인 한국해운조합 전 이사장의 횡령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날 구속된 해양경찰 간부는 조타기가 고장 난 선박까지도 운항을 허가한 혐의가 새롭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지검 해운비리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1차장)은 2010∼2013년 한국해운조합 18대 이사장을 지낸 이인수 인천항만공사 항만위원장(60)의 횡령 혐의를 포착해 최근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해운비리 수사와 관련해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인 이른바 ‘해피아’가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해운조합 전현직 관계자로부터 이 씨의 횡령 혐의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계좌 추적으로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 씨를 소환해 횡령 의혹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와 해수부 및 해경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 씨는 해수부 해운물류본부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0년 해운조합 이사장에 임명됐다. 한편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이날 구속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장 장모 경정(57)은 지난해 인천해양경찰서 해상안전과장으로 있을 때 대형 선박의 조타기 2개 중 하나가 고장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도 선사 측 부탁을 받고 출항을 허가한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대형 선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장 경정은 평소 운항규정을 지키지 않는 선사를 징계하라는 방침에도 이를 묵인해주며 수백만 원어치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도 사고 있다.인천=장관석 jks@donga.com·변종국 기자}

18일 경기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 시설 공개는 29개 언론사의 취재기자 44명을 대상으로 오전 11시부터 3시간가량 이뤄졌다. 인솔자는 시설 곳곳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취재진이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이동할 때마다 따라붙어 엄격히 통제했고 예배당 등 핵심 종교 시설은 공개하지 않았다.○ 젖소-나귀 축사… 저수지 양어장 시설도 시설 공개는 금수원 정문에서 서쪽으로 800m가량 떨어진 하나둘셋영농조합법인 소유 농장 입구에서 시작됐다. 무전기를 들고 선글라스를 낀 신도 3명이 ‘출입금지’라고 적힌 철문을 지키고 있었다. 사무국 직원 조모 씨는 미리 취재를 신청한 언론사에 한해 소속 기자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철문을 통과시켰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50m 정도 지나자 저수지와 논밭, 양어장이 곳곳에 나타났다. 축사에서는 젖소 70여 마리와 나귀 40여 마리가 사료를 먹고 있었다. 구회동 기독교복음침례회 의료인회장(50·전 문진미디어 감사)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유한다는 교리에 따라 신도들이 인근 아파트에 살며 농장 일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신도들은 농장에서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고 생산했다며 유기농 우유와 쑥떡, 말린 사과를 취재진에게 권하기도 했다. 시설 안내는 농장까지였다. 예배당으로 활용되는 체육관과 문화관 등 핵심 종교 시설이 모여 있는 단지에 다다르자 철문이 달린 철조망과 초소가 나타났다. 철조망 반대편에는 신도들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서 있었다. 구 회장은 “신도끼리 의견이 엇갈려 종교 시설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신도들이 민감해하니 철조망 반대편으로는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병언은 교주나 지도자 아니다” 이어 마련된 기자회견에는 구 회장과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49), 조평순 호미영농조합법인 대표(60) 등이 참석했다. 회견은 체육관 옆 연못 주변에서 열렸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이 체육관 2층의 사진 작업실에서 4년간 ‘내 방 창문을 통해(Through my window)’라는 사진을 촬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유 전 회장이 (체육관 2층 작업실에) 지금도 계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을 (금수원 내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뜬소문이라는 반박도 있어서 확언해 주기는 어렵다”며 “여기서 큰 소리로 부르면 나오실지 누가 아나”라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하며 유 전 회장의 소재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유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관계에 대해서는 “유 전 회장은 교인도 아니고 교회와 금전적으로 얽히지도 않은 순수한 멘토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전 회장을 ‘교주’나 ‘지도자’로 표현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는 것이다. 이 해명에 대해 기자들이 회견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질문을 계속했으나 “사업 초기 아이디어를 준 것 외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구원파 내 ‘강경-온건’ 갈려” 이 이사장 등은 구원파 신도 대부분은 ‘검찰의 시설 진입에 저항하자’는 뜻을 함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구성원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전 회장을 믿고 끝까지 싸우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유 전 회장 계열 ‘평신도복음선교회’의 신도와 비교적 신중한 권신찬 목사(1966년 사망) 계열 신도가 섞여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이번 검찰 수사의 배후로 지목하고 시설 공개에 반발한 것은 평신도복음선교회 쪽”이라고 말했다. 구원파 측이 16일 21개 언론사와 기자 등 2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놓고 18일에는 MBC, SBS, TV조선, 국민일보 등 5개 언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에 시설을 공개한 것은 ‘대(對)언론 강온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강제진입 압박이 들어오자 구원파에 비우호적인 보도를 차단하는 강경책과 우호적 여론을 조성해 보려는 온건책을 함께 쓰고 있는 것이다. 18일에도 금수원 정문에서는 주말예배 참석을 위해 몰린 신도 2500여 명이 ‘종교탄압 OUT’ 등 팻말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반경 건설업자 조모 씨(53)가 유 전 회장을 직접 잡겠다며 정문에서 30m쯤 떨어진 곳의 철조망을 넘어 금수원 안으로 들어갔다가 신도들에게 적발돼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조 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했다.안성=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김재형 기자}

“당신의 사랑을 이뤄 드립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2010년 개봉한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비밀리에 남녀 사이의 ‘오작교’ 역할을 해주는 업체를 다룬다. 연애조작단은 짝사랑하는 이성과 연인이 되게 해달라는 의뢰인의 외모를 가꿔주고 말투를 교정해준 다음, 이성에게 해야 할 행동과 대사까지 미리 짜 준다. 의뢰인이 좋아하는 이성에게 경쟁자가 생기면 조직원을 비밀리에 투입해 떼어내 준다. 또 강우기로 인공 비까지 내리게 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도청장비와 망원렌즈 등을 동원한 전문가들의 치밀한 작전 덕분에 의뢰인의 연애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영화 속 연애조작단은 현실에도 있다. 인터넷에 ‘연애조작단’을 검색하면 10여 개의 업체가 나온다. 이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획기적인 방법으로 성공률 100%에 도전한다”는 등 그럴듯한 구호를 내걸고 짝사랑에 고심하거나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갈구하는 남녀를 유혹한다. 업체 홈페이지에는 사랑에 목마른 젊은 남녀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담아 적은 상담 글이 각각 수백∼수천 개 올라와 있다. 과연 현실 속 연애조작단도 영화처럼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 하는 이들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동아일보 취재팀이 연애조작단을 샅샅이 파헤쳐봤다.30분 전화 상담에 5만∼20만 원 “혼자 인터넷에서 연애방법 배우는 것도 지쳤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기자는 최근 짝사랑에 빠진 20대 남성을 가장해 복수의 연애조작 업체에 상담을 의뢰했다. 홈페이지에 자신의 신상정보와 사연을 적어 올리고 상담비를 입금하면 전화가 걸려오는 방식이다. 기자는 키가 작고 뚱뚱한 데다 직업도 없는 남성으로, 상대 여성은 고위 공직자의 딸로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스물여섯 명문대생 미녀 ‘지영 씨’로 묘사했다. 업체에 상담비 15만 원을 입금하자 여성 상담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홈페이지에 올린 사연을 읽으면서 “둘은 어떻게 만났나” “지영 씨는 당신이 관심 있다는 걸 알고 있나” 등을 물었다. 얘기를 듣고는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사실 선택은 지영 씨 몫이라 100%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떻게든 해보자. 일단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한 달 동안 1주일에 두 번 연애 지도를 해주고 작전을 짜주는 300만 원짜리 프로그램을 권했다. 상담과 작전 지시는 대면이 아니라 전화로 이뤄진다고 했다. 상담사는 “무조건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된다”며 사소한 문자메시지 내용까지 불러준 대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 기간이 지나면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고도 했다. 상담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다른 연애조작 업체는 상담비 5만 원을 내자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을 ‘연애심리 전문가’라고 소개한 여성 상담사는 인터넷에 올려둔 사연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듯 사연에 적어놓은 내용을 계속 물었다. 그러더니 연애 교육과 스타일 변신, 연기자 5명이 현장에 투입되는 550만 원짜리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연애 교육은 인터넷에 올려진 동영상으로 진행되고 여성을 유혹하는 화술은 전화로 가르친다고 했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며 난색을 표하자 상담사는 “동영상과 전화로 하는 연애 강의만 하면 350만 원이니 이걸 해보라”고 권했다. 35분의 상담 동안 기억에 남은 건 업체의 고가 프로그램뿐이었다. 연애조작 업체들은 홈페이지에 “1만 건 이상의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비교 분석해 최선의 해법을 찾아준다” “심리학과 통계학, 연애가치이론을 적용했다”는 등 거창한 단어를 써가며 전문성을 자랑한다. 군중심리, 동물적 본능, 질투심리, 운명, 눈물샘 등을 자극해야 한다며 나름의 ‘필승 법칙’을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실체가 묘연한 말들이 대부분이고 결국은 값비싼 연애강의 소개로 귀결되는 곳이 많았다.전직 연애조작단원의 고백 “영화 같은 연애조작단은 현실에 없어요.” 연애조작업계에서 1년 반 동안 일했던 A 씨(30)는 이렇게 단언했다. 영화에서는 도청장치와 강우기, 망원렌즈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지만 현실에서의 연애조작단은 깜짝 이벤트업체 수준이라는 것이다. A 씨에 따르면 상담을 마친 의뢰인이 수백만 원을 내고 연애 조작에 착수하기로 결정하면 우선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며 동영상 연애강의 등을 듣게 하고 옷과 헤어스타일을 바꿔준다. 실전감각을 키워야 한다며 이성과의 모의 소개팅을 주선하기도 한다. ‘타깃(상대 이성)’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뒤지고 때론 미행까지 감행해 다른 이성을 만나는지 엿본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의뢰인에게 나름의 컨설팅을 해주지만 친한 친구도 해줄 수 있는 평범한 조언 수준이라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한 달여 동안의 ‘준비’를 마치면 미리 작업해둔 레스토랑이나 공연장 등에서 의뢰인과 타깃을 만나게 하고는 깜짝 촛불이벤트를 하거나 고백 동영상을 상영하는 식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청혼 이벤트 대행업체와 다를 바 없는 방식이지만 ‘연애조작단’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한 업체가 대부분인 셈이다. 연애조작단은 ‘입금 이후엔 환불이 되지 않는다’ ‘지시대로 행동하고 말하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된다’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면 고객이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 까다로운 계약 조건을 내세우는 게 일반적이다. 거액의 작업 비용을 받고도 연애 조작이 실패할 때를 대비해 책임을 피해 가려는 ‘꼼수’로 보인다. 일부 업체는 연애 조작에 실패해 화난 의뢰인이 인터넷에 비판 글을 쓰면 인터넷 마케팅업체를 동원해 지워버리거나 거짓 성공후기를 올리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A 씨는 까다로운 계약 조건을 악용해 일부러 계약을 파기하고 돈만 챙기려고 가짜 상황을 만들려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2012년 말 직장인 B 씨(24·여)가 “1년 동안 만나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재결합하게 해달라. 전 남자친구도 애인이 없는 걸로 안다”며 300만 원에 의뢰했는데 상황을 보니 재회가 어려워 보였다. 그러자 업체 사장은 “전 남자친구가 다른 여성과 함께 있는 장면을 찍어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B 씨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전 남자친구에게 이미 애인이 있더라. 우리에게 말해준 정보와 사실이 다르다”며 책임을 돌리고 계약을 파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의뢰인의 잘못된 정보 전달은 계약 위반 사항이라 환불이 불가능하다. A 씨가 전 남자친구를 미행해 여성과 함께 있는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현장을 포착하는 데 실패해 ‘조작 시도’는 무산됐다. 이때부터 연애조작단에 환멸을 느낀 그는 지난해 말 수백만 원을 쓰고도 사랑에 실패한 남성 의뢰인으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을 받자 일을 그만뒀다.돈으로 사랑을 사려는 이 시대 청춘 연애조작단이 성행하는 이면에는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다’는 일부 젊은이의 그릇된 인식이 반영돼 있다. 이는 처음 만난 여성을 현혹해 잠자리까지 이끄는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픽업 아티스트(PA)’의 인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하는데 ‘백마 탄 왕자님’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는다. 대부분 여자의 관심을 갈구하지만 외면 받아온 청춘들이다. 픽업 아티스트는 자신만의 이론과 경험을 내세워 회원들을 상대로 수십만∼수백만 원짜리 연애 강의를 한다. 주로 10여 명을 한 방에 모아 파워포인트(PPT)와 영상자료 등을 보여주며 여성의 마음을 사는 법을 알려주는 식인데 가격은 10시간에 45만 원 정도다. 3∼5일 동안 합숙을 하며 연애 기술을 가르친다는 ‘부트캠프(신병훈련소)’ 프로그램도 있다. 비용은 120만∼550만 원이고 픽업 아티스트와 서울 일대의 나이트클럽 등을 함께 돌아다니며 여성을 직접 유혹해본다는 ‘체험 학습’도 포함돼 있다. ‘수년의 노하우를 담은 작업 비밀서’ 등을 내세우며 직접 쓴 책을 최대 22만 원에 팔기도 한다. 보통 1500∼2000권 정도 팔리는데 대부분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인쇄소에 맡겨 제작한다. 전직 픽업 아티스트 C 씨(30)는 자신이 썼다는 10만5000원짜리 책을 보여줬다. 저자 약력에는 ‘선교사의 딸, 수녀가 꿈인 여성, 명문대 여대생 등과 숱한 성관계를 가졌다’ ‘17세부터 성관계를 했고 19∼22세에 200여 명의 여성을 경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C 씨는 책뿐 아니라 6주 동안 60만 원을 받는 ‘환골탈태 프로그램’으로 목돈을 벌었다고 했다. 의뢰인의 암울했던 과거를 씻어내자는 의미로 첫 만남은 사우나에서 시작한다. 이후 동대문 의류상가에 가서 옷을 골라준 다음 유흥업소 종업원이 자주 다니는 서울 강남의 논현동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까지 시켜준다. 부대비용은 모두 의뢰인이 따로 내야 한다. 외모를 가꾼 뒤엔 강남 일대 길거리를 지나는 여자를 붙잡고 전화번호를 받아오는 연습을 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린 다음 나이트클럽 등에 함께 가 ‘실전 체험’을 하게 한다는 게 C 씨의 설명이다. C 씨는 반복되는 유흥 생활에 회의를 느껴 2012년 12월에 일을 그만뒀다. 한창 잘나갈 때는 외제차 2대를 끌고 다닐 만큼 수입이 많았다고 자랑했다. C 씨는 “솔직히 픽업 아티스트를 찾는 남자는 여자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아무리 가르친다고 해도 의뢰인이 습득하지 못하면 무의미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변종국·황성호 기자}
서울 중구 청계천로 수표교 앞 공구상가 건물에서 17일 불이 나 2명이 숨졌다. 이 건물은 1950년대에 지어진 노후 건물로 그동안 수차례 화재 위험이 지적됐지만 토지 소유 문제 등으로 인해 화재 예방의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17일 오후 10시 7분경 2층짜리 건물에서 불이 나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1층 공구상가와 2층 쪽방촌으로 이뤄진 건물에서 상가 18곳, 쪽방 12개가 불탔다. 이 화재로 쪽방에 사는 추모 씨(88·여)와 전모 씨(80·여) 등 2명이 숨지고 6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목격자들은 숨진 전 씨가 연탄불을 갈다가 실수로 불이 난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인근 찜질방 등 구에서 마련한 임시 숙소로 대피한 상태다. 불이 난 건물은 대만 정부가 터를 사들여 1951년 화교들을 위해 지은 ‘화교사옥’이다. 화교들이 떠난 뒤 저소득층 주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오래된 목조 슬레이트 건물이라 그간 수차례 화재 위험이 지적됐고 실제로 3, 4차례 작은 불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마다 놓인 소화기와 소방서에서 설치한 화재 알림용 종 외에 대비시설이 없었다. 서울 중구 측은 “2003년부터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해 매달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안전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주한 대만대표부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주애진 jaj@donga.com·변종국 기자}
“좋은 사람과 좋은 만남 가져 보시겠습니까?” 지난해 11월 중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콜라텍을 찾은 김모 씨(57·여)는 자신을 유명 건설회사 부장이라 소개하는 최모 씨(45)에게 끌렸다. 깔끔한 정장에 중저음 목소리, 근육질 몸매를 가진 ‘꽃중년’에게 홀딱 반한 김 씨는 매일 최 씨를 만났다. 최 씨는 언제나 한정식, 한방오리 등 1인당 식사 가격이 수만 원인 고급 음식점만 예약했다. 밥때가 되면 ‘우리 공주님 식사 꼭 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서로를 ‘여보’ ‘당신’이라 부르며 애인처럼 지냈다. 그러던 최 씨가 지난해 12월 말경 투자 제의를 했다. 최 씨는 “하루 4%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투자처가 있는데, 못 믿겠으면 내 돈을 직접 투자 계좌에 넣어보라”고 말하며 현금 500만 원을 김 씨에게 쥐여줬다. 김 씨는 반신반의로 돈을 넣었고 다음 날 20만 원의 이자를 받았다. 3일 동안 꼬박꼬박 들어오는 이자에 신이 난 김 씨는 남편 몰래 1000만 원을 추가 투자했다. 하지만 이튿날 최 씨와의 연락이 두절됐다. 14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강서구 일대 콜라텍이나 산책로 등지에서 중년 여성들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1000만 원가량의 투자금을 받고 종적을 감추는 사기의 피해자가 늘고 있다. 한 경찰관은 “고소를 하러 와서도 ‘남편이 알면 쫓겨난다’며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내가 분신이라도 해야 내 신상을 턴 누리꾼들이 이 고통을 알아줄까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한 고 이남종 씨의 ‘자살 방조자’로 몰려 누리꾼들의 ‘신상 털기’를 당한 A 씨는 지난달 29일 기자와 통화를 하는 내내 목소리가 떨렸다. A 씨는 사건 발생 당시 서울역 고가도로 아래를 걸어가다가 이 씨의 분신 장면을 목격하고 휴대전화로 이 모습을 촬영했다. 한 방송사가 A 씨를 인터뷰해 보도하자 ‘일간베스트저장소’를 비롯한 일부 강경 우파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A 씨가 이 씨의 분신을 방조하거나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A 씨가 과거 진보 성향 단체에서 일하며 블로그에 분신자살 관련 글을 올린 흔적이 있다는 것 등이 근거였다. 이들은 “말리는 과정에서 불을 점화했고…”라는 A 씨의 방송 인터뷰도 ‘이 씨의 분신 당시 A 씨가 바로 옆에 있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사실무근이었다. A 씨를 사건 참고인으로 조사한 경찰은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A 씨는 이 씨와 아는 사이가 아니고, 폐쇄회로(CC)TV에도 A 씨는 분신 당시 고가도로 밑에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 씨의 분신을 말린 것도 경찰관이었다. 하지만 ‘누리꾼 수사대’의 신상 털기는 집요했다. 누리꾼들은 A 씨의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 활동 내용뿐 아니라 카카오스토리와 트위터 등에서 A 씨의 개인 신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집해 공개했다. 개중에는 A 씨가 지인과 나눈 지극히 사적인 대화 내용도 있었다. A 씨는 기자에게 “누리꾼들이 내 인생을 망쳐 놨다”며 “미쳐 돌아 버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왜곡된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확산되면서 범죄자 취급을 받고,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이 더 많은 내 신상이 공개됐다”며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떨린다”고 말했다. A 씨는 교회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로부터 “자살을 방조했다는 그 사람이 선생님 맞느냐”는 질문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A 씨의 친척 등 가까운 사람들도 의혹을 제기하는 인터넷 게시글을 봤다. ‘신상 털기’를 당한 뒤 건강도 나빠졌다. A 씨는 “심장 쪽이 나빠졌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는데 병원에서는 지나친 스트레스 탓이라고 한다”며 “내 신상을 아는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집에 들이닥칠까 불안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폐쇄하고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들을 경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조종엽 jjj@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