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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시베리아 대륙횡단 철도망과 남북을 연결하는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러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2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남북러 3각 협력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기 위해 철도·전력망·가스관 연결을 위한 공동연구 추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의 나진항을 거쳐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남북러 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검토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북한의 본격적인 핵 폐기 조치 이행으로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곧바로 남북과 러시아를 잇는 교통·물류·에너지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비해 한-러 양국이 우선 할 수 있는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철도와 가스·전기 분야 경협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민간투자를 통한 경제보상 방안과 연계한 새로운 경협 청사진을 제시해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선 북한의 열악한 교통·에너지 인프라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실무협상도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경협 확대 방안이 현실화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북한은 6·25전쟁 발발 68주년인 25일을 전후로 전쟁 당시 사망한 미군 유해 200∼300구를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미국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군 유해가 48시간 이내에 판문점과 통일대교를 통해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할 것”이라며 “다만 북-미 간 협상이 계속되고 있어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은 적십자회담을 갖고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 100명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신진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과 철도·가스·에너지 협력을 통한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 열흘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비해 한-러 양국이 우선 할 수 있는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철도, 전력망, 가스관 연결에 대한 공동연구가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남북을 잇는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에 대한 공동연구에 착수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또 한-러 철도공사 간 협력 양해각서(MOU) 등 12개의 MOU를 체결했다.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연구를 시작하기로 한 철도·가스·에너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언한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경제보상 방안으로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의 대북투자 허용을 내걸었지만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선 물류·유통망 건설이 필요하다. 부산과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는 동해선 철도가 원산역을 지나는 만큼 김정은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원산 관광특구 개발과도 깊숙이 관련돼 있다. 러시아 역시 북한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두만강 교량’ 등 북-러 인프라 건설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말 북-러 전문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방한 요청을 수락한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했다. 러시아는 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도 추진하고 있어 동방경제포럼이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개방을 논의할 대형 외교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북극항로 개척과 시베리아 횡단철도 운영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모든 사업은 동방경제포럼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철도 등 남북러 경협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남북러 경제협력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김정은의 방중으로 북-중 경제밀월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러 경협으로 신냉전 구도를 깨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복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3각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북한의 참여를 위해 미리 준비하자고 말씀드렸는데 지금이 적기”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튼튼한 안전체제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본격화한 것을 두고 남북러 경협을 경제성장 정책 실종 우려를 뒤집는 돌파구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러 서비스·투자 분야 자유무역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의료·정보통신기술 협력에도 합의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황규락 기자}

“러시아와 한국이 모두 선전해서 4강전 정도에서 만났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21일부터 2박 4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현장에서 응원한다. 현직 대통령의 해외 월드컵 원정 응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24일 0시(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F조 조별리그 2차전을 관전한다. 문 대통령은 20일 러시아 매체들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한국은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다음 멕시코 경기의 승리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다”며 “러시아와 한국이 모두 선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문 소식에 러시아 현지에서는 응원단 구성이 한창이다. 멕시코의 대규모 응원단에 맞서 태극전사들이 기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모스크바 교민 100여 명은 응원단을 조직해 로스토프나도누로 출발할 예정이다. 로스토프나도누에는 선교사 외 한국 교민이 거의 살지 않는다. 권순건 교민 응원회장(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은 “수는 많지 않지만 한국에서 온 아리랑응원단과 함께 목청껏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는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6년 만이다. 4강 진출 쾌거를 이뤘던 그 대회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 네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특히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르투갈전 승리 후엔 라커룸을 찾아 직접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축구와 깊은 인연을 맺은 역대 대통령이 꽤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3년 4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 축구를 관전했다. 당시 경기에 앞서 선수 한 명씩 악수로 격려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축구광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박대통령컵 쟁탈 아시아축구대회’(박스컵)라는 국제대회를 창설해 개막식마다 시축을 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오른 것에 자극받아 이 대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육사 시절 축구부 주장이자 골키퍼로 활약했던 전 전 대통령은 예고 없이 경기장을 찾아 한국 대표팀 경기를 관전하곤 했다. 5차례나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박종환 아마추어 축구팀 여주세종축구단 총감독은 “한창때는 한 달에 한두 번 청와대로 직접 불러 축구 얘기를 듣곤 하셨다. 축구에 대한 지식이 어지간한 전문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양종구 yjongk@donga.com / 이헌재·문병기 기자}
청와대 2기 개편과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전직 국회의원 출신 비서관 중 진 비서관만 사퇴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임박한 청와대 개편도 폭이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이들의 거취는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개편과도 맞물린 문제인데, 세 사람 중 진 비서관만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 비서관과 백 비서관은 고심 끝에 당분간 청와대에 더 남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 비서관은 최저임금, 일자리 문제 등 정책실의 현안을 총괄하고 있고 백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관리를 맡고 있다. 특히 18일 문 대통령이 “(대통령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열심히 감시해 달라”고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거취는 8월 전당대회 이후 예정된 민주당 지역위원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선임을 인정했지만 8월 새 지도부 출범 뒤에는 직무대행제를 두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일하려면 지역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 비서관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자연히 청와대 개편도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관계자는 “정책실의 일부 조직 개편 여부가 마지막 변수”라며 “문 대통령도 현 참모진에 대한 신뢰가 큰 만큼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는 정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3월부터 감사원이 실시한 청와대 감사 결과와 청와대의 자체 조직 진단 결과도 청와대 개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해졌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연계해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던 을지연습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을지연습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UFG와 같이 중단하는 방법, 예전에 해오던 대로 그대로 하는 방법, 상황에 맞게 성격을 좀 변화시켜서 하는 제3의 방법 중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을지연습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의 북한의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51년째 계속되고 있는 민관군 합동 국가비상사태 대처훈련이다. 정부 차원의 을지연습은 미군과 직접 관계없이 행정안전부가 주관해온 비상대비 훈련이다. UFG 기간에 일주일간 실시되어 왔다. 이 때문에 북-미 대화 국면을 명분으로 주민대피훈련 등 비상 상황 시 공무원들의 대처 능력 향상을 위한 을지연습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후속조치가 이어지면 UFG에 이어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 등 다른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중단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은 이 훈련들을 ‘광란적인 북침 핵전쟁 책동’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지금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의 의지를 실천적이고 선제적으로 보여준 측면이 있고, 그것을 평가한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실천의 모습을 보이고 그리고 대화가 유지되는 한 군사연습도 계속 유예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훈련 중단은) 북한의 조치들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라며 “(북한의 추가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중국 방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차 방북 계획을 밝히며 북-미 간 본격적인 비핵화 후속협상이 열리기 직전 김정은이 다시 중국으로 날아갔기 때문. 다만 청와대는 김정은의 방중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내비치며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북-미 대화 국면에 중대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김정은의 방중에 대해 “북한과 중국의 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도 충분히 소식을 듣고 있다”며 “다양한 방법과 채널을 통해 (방중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보당국은 물론 북-중 소통 채널을 통해서도 김정은의 방중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김정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향후 비핵화 협상 구상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시작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 로드맵의 구상을 중국과 공유하고 중국의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방중이 북-미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이 북한을 대미 협상의 레버리지로 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난달 다롄(大連)에서 열린 김정은과 시 주석의 회담 직후처럼 북-미, 미중 갈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싱가포르 회담으로 북-미 간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가 생긴 상황”이라며 “다롄 회담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중 밀착에 따른 우려도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남북미가 한반도 비핵화의 이해당사자인데 김정은이 시 주석과 자주 만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고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최저임금 통계 논란과 고용쇼크로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컨트롤타워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의 표명설을 적극 부인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16일 장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날 오전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장 실장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촛불이 명령한 정의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경제를 이뤄낼 때까지 대통령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실장은 또 “많은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흔들림 없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성과를 반드시 이뤄내 국민들의 삶 속에서 함께 잘사는 세상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의 거취에 대해 한 번도 거론되거나 논의된 적이 없다”며 “소득주도성장의 틀을 완성해야 할 시기에 장 실장이 물러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장 실장은 최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사표를 내고 싶어도 명분이 없다’는 취지의 농담을 하는 등 소득주도성장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장 실장 사의 표명설에 적극 대응을 하고 나선 것은 6·13지방선거가 마무리되고 부처 개각과 함께 청와대 개편이 임박한 가운데 장 실장의 거취에 대한 논란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책실 관계자는 “경제 정책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며 “최저임금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장을 몇 달 해보고 효과 운운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라고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남북 군 당국이 10여 년 만에 장성급 회담을 열고 비무장지대(DMZ) 군사적 긴장완화 논의의 첫 테이프를 끊은 가운데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의 핵심 전력인 장사정포 철수 여부가 협상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구축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인 장사정포 철수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17일 “장사정포 후방배치 등 군사적으로 매우 첨예한 사안까지 논의하기엔 남북 군당국 간에 아직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다”면서 “(14일 장성급) 회담에서 장사정포 후방 배치와 관련한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열린 장성급 회담에서 “군 당국이 북한 장사정포를 군사분계선(MDL)에서 30∼40km 후방으로 철수하는 안을 북측에 제시했다”는 일부 보도를 반박한 것.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오전과 오후 두 차례나 공식 입장을 내고 장사정포 철수 제안에 대해 부인했다. 다만 정부는 앞으로 열릴 남북 회담에서 장사정포 철수를 논의할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장사정포가 한미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핵심 전력이라는 점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가장 중심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장사정포는 당장 우리 국민들이 겪게 될 실질적인 위협인 만큼 언젠가는 남북이 논의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다만 북한 입장에선 장사정포 카드를 계속 쥐고 있어야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테니 군사 대화 시작부터 이 문제를 꺼냈다가 판 자체가 엎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장사정포 철수를 위해선 최고위급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MDL 북측에 배치된 170mm 자주포 및 240mm 방사포 등의 장사정포를 청와대, 정부청사 등 핵심 방호시설과 인구 2000만 명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는 북한판 ‘전략자산’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MDL 일대에 170mm 자주포 6개 대대, 240mm 방사포 10여 개 대대 등 총 300여 문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22mm 방사포 등을 포함하면 MDL 인근에만 총 1000여 문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개전 초기 이 장사정포를 일제히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할 수단은 없어 일단 타격을 고스란히 당한 뒤 반격에 나서야 한다. 장사정포는 수도권에 배치된 패트리엇 등 요격 무기의 최저 요격 고도(20km) 아래로 날아와 요격이 불가능하다. 무더기로 발사하면 극히 일부 외에는 요격할 수 없어 막대한 인명피해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개전 초기 시간당 장사정포 1만 발을 발사해 수도권의 모든 기능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사정포 논의가 본격화되면 최전방 일대에 배치된 우리 군의 K-9, K-55 등의 포병 전력 철수도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놓고 북한 군부 내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장사정포 철수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물론이고 종전선언 등 체제 보장 조치와 연계돼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손효주 hjson@donga.com·문병기 기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 14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선(先) 비핵화 원칙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첫 임기를 마치는 2020년까지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시간표를 처음으로 공개한 데 이어 북한에 경제제재 조기 완화를 약속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CVID를 공동성명에 명시적으로 넣지도 못한 채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성급히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2021년 1월 비핵화 데드라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견 전 수행 중인 기자들과 만나 “2년 반 동안 주요 비핵화와 같은 조치가 달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 비핵화 완수가 미국의 목표냐”는 질문에 “그렇다. 틀림없고 분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 후 공개적으로 비핵화 데드라인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당초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비핵화 완료 시점을 넣으려 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신속한’이라는 문구를 담는 데 그쳤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시한을 공개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후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미국의 2020년 비핵화 완료 구상이 유효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크게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들이 다 최종 문서(공동성명)에 담긴 것은 아니며 암묵적 합의에 도달한 많은 부분이 있었다”고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정보 사안은 공개를 못 하지만 (북한이 보유한) 핵 프로그램 규모에 대해 상당히 이해하고 있고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수주간 북한과 이를 위한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에 CVID 포함”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 완화 시점과 CVID 논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과 다소 다른 설명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유엔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되기 전까지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과거와 같은 (북한에 대한) 경제·금융적 지원 제공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비핵화가 20%만 진행돼도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오면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온도 차가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합의문에 CVID가 빠진 것에 대해 “장담하건대 ‘완전한(Complete)’이란 말은 ‘검증 가능한(Verifiable)’이란 말을 아우르는 것”이라며 “누구도 검증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를 몇 개의 큰 단계로 나누고 먼저 북한이 주요 비핵화 조치를 하면 미국이 되돌릴 수 없는 폐기가 이뤄졌는지 검증한 뒤 제재 완화 등 보상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며 “김 위원장과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나 남북관계 발전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timeframe)에 대해 한국과 북한이 논의하던 것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문제를 놓고 남북이 이미 논의한 게 있는 만큼 후속 협상을 통해 비핵화 시간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전격 중단 발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북한이 13일 밝혔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 북-미 정상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못 박은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날인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훈련 중단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연합훈련 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쌍중단 요구 수용한 트럼프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합중국 대통령은 조-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발표가 북-미 정상 간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트럼프 대통령도 12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며 훈련 중단을 재차 확인했다. 심지어 표현도 노동신문 보도와 비슷했다. 북한이 김정은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 사실을 밝힌 것은 북한이 요구해 왔던 ‘쌍중단(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미국이 받아들였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 중단의 전제조건이 ‘선의(good faith)’의 협상임을 강조했다. 연합훈련 중단을 양보하는 대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핵무기 자진 신고와 핵무기 반출 준비 등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대응하는 후속 조치를 구두로 약속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3일(현지 시간) 미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막 귀국했다”면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 김정은과의 만남은 흥미로웠고 매우 긍정적인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북-미 빅딜로 한국 안보 패싱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이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검토하고 이를 한국과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상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진지한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대화를 더욱 원활히 진전시킬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연합훈련 중단 수용 입장을 밝혔다.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이 당장 중단되거나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이유로 훈련 비용을 내세운 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연합훈련을 ‘값비싼 워게임(War-game)’으로 규정하면서 북-미 간 이해가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핵우산이나 주한미군 등을 놓고서도 ‘빅딜’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지적이다. 미국 조야에서도 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으로부터 반대급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중대한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요구한 쌍중단에 동의하는 모양새가 됐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역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미일 안보협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은 동아시아 안전 보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적어도 아직 동아시아에는 갖가지 불안정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 / 조은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 등 4개항을 담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김정은은 공동성명 서명식에서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해온 군사적 위협 종식과 관련해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방침을 밝히는 대신 북한으로부터 미국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송환 약속을 받아냈다. 》 ■ 완전한 비핵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합의한 공동성명에는 비핵화란 단어가 세 번 등장한다.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채택한 판문점 선언과 같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판문점 선언에 비해 ‘반보’ 진전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문구들이 일부 포함됐다. 공동성명은 서문을 통해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firm and unwavering)’ 노력을 기울일 것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비핵화를 위한 ‘흔들림 없고 굳건한’ 조치를 이행할 책임이 김정은에게 있다는 점을 못 박은 것. 이와 함께 공동성명 마지막 부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합의문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한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미국이 요구해온 신속한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에 대해 “더 이상 명확하게 할 수 없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문안에 포함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검증 가능한(V·Verifiable)과 불가역적인(I·Irreversible) 비핵화 등 CVID 원칙을 명시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CVID를 넣는 게 오늘 회담의 핵심(big point)은 아니었다. 논의할 시간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합의문에 담기지 않은 비핵화 조치와 검증 절차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는 점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합의가 3개의 ‘포괄적인 문건’으로 구성됐다고 밝혀 성명 외에 부속합의서가 있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사실상 즉시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다. 그가 뭘 했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이 모든 곳(the whole place)을 비핵화할 것이다. 이제 (비핵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정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확대정상회담은 물론이고 공동성명 서명식에서도 공개적으로 비핵화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육성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김정은의 구두 약속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끝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북한에) 도착하자마자 프로세스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북한 체제보장… 트럼프 “비핵화 20% 진행되면 대북경제제재 풀수도 있어” 김정은은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첫 독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 보장 제공 약속을 일단 얻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이 자리에 마주 앉은 것이 평화의 전주곡”이라고 밝힌 김정은은 서명식에선 “노력해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채택한 공동성명의 4개항 가운데 첫 2개항은 북-미 관계 정상화와 적대행위 종식, 평화체제 구축 등 비핵화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비핵화 시간표가 명시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체제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줄기차게 미국의 ‘동시 보상’을 요구했던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 대 행동’을 전제로 한 보상을 공동성명을 통해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를 완료하기 전 북한에 제재 완화 등 보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프로세스가 20% 정도 진행되면 불가역적인 순간이 올 것”이라며 “이 지점에서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반출 등 핵심적인 핵 폐기 조치를 취하는 대로 제재 완화 등 구체적인 보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 미군유해 송환, 공동성명 마지막 항에 “유해 송환”… 北인권 문제도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의 마지막 항에서 채택한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송환에 대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비핵화부터 시작하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어느 시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 해제와 정치범수용소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연계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인권에 대해 다뤘고 앞으로도 짚고 넘어갈 것”이라며 “내가 말한 절차가 어느 정도까지 보이지 않는 한 제재는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에 억류됐다 지난해 6월 석방된 후 6일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해 “그는 헛되게 죽지 않았다. 그의 희생으로부터 대화의 노력이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한기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100보 산책’을 했다.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시 20분경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업무 오찬을 마친 뒤 카펠라 호텔 본관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9시경 두 정상이 역사적인 첫 악수를 나눴던 장소다. 두 정상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통역 등과 얘기를 나누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오른쪽 팔뚝을 살짝 치면서 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뒤따르던 김여정과 통역들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의 손짓을 따라 화면 밖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산책로로 접어든 두 정상은 미소 띤 얼굴로 정원의 식물을 가리키며 대화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책로 중간 지점에서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서 “우리는 공동성명에 사인을 하러 간다”고 말한 뒤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산책을 위해 계단을 내려온 뒤 다시 호텔에 들어갈 때까지 김정은은 정확히 100걸음을 걸었다. 압축적인 일정 속에 치러진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함께 통역 없이 산책에 나선 것은 회담의 역사적인 의미를 고려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산책처럼 새로운 관계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대화에 대해 “우리는 특별한 유대감(special bond)을 만들었다”며 “여러 중요한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했다.싱가포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100보 산책’을 했다.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시 20분경 단독·확대회담과 업무오찬을 마친 뒤 카펠라 호텔 본관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9시경 두 정상이 역사적인 첫 악수를 나눴던 장소다. 두 정상은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 통역 등과 얘기를 나누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오른쪽 팔뚝을 살짝 치면서 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뒤 따르던 김여정과 통역들은 김창선 국무위원장 부장의 손짓을 따라 화면 밖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산책로로 접어든 두 정상은 미소 띤 얼굴로 정원의 식물을 가리키며 대화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책로 중간 지점에서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서 “우리는 공동성명에 사인을 하러 간다”고 말한 뒤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산책을 위해 계단을 내려온 뒤 다시 호텔에 들어갈 때까지 김정은은 정확히 100걸음을 걸었다. 압축적인 일정 속에 치러진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함께 통역 없이 산책에 나선 것은 회담의 역사적인 의미를 고려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산책처럼 새로운 관계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대해 “우리는 특별한 유대감(special bond)을 만들었다”며 “여러 중요한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했다. 싱가포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9시(현지 시간) 핵 담판을 위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미는 회담 전날까지 줄다리기를 거듭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명시와 체제 보장을 위한 북-미 관계 정상화 논의 착수를 맞바꾸는 빅딜에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북-미관계를 강조한 김정은은 회담 전날 밤 전격적으로 싱가포르 경제현장 시찰에 나섰다. 비핵화시 트럼프가 약속한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한 경제 번영의 청사진을 직접 살펴본 것이다. 백악관은 11일 오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오전 9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만날 예정”이라며 “상견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통역만을 대동하는 45분간의 일대일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업무 오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과의 합의 결과를 발표한 뒤 오후 7시경 미국으로 돌아간다. 특히 백악관은 “북-미 간 대화가 진행 중이며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전날 밤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협상 상황을 성명 형태로 공개한 것. 이에 앞서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미 실무진은 비핵화 대상과 시간표 등 구체적인 의제를 놓고 하루 종일 협상을 벌였는데 여기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무회담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두 정상이 합의문과 부속 문서에 서명한다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위해 역사를 바꿀 합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VID만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다. CVID에 착수한다면 이전에 없던 안전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대량살상무기(WMD)를 폐기할 때까지 제재가 강화될 것”이라며 “검증(V·Verification)이 중요하다(matter)”고 했다. 김정은은 백악관의 발표 직후인 이날 오후 9시경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나와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카지노 등을 갖춘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일대를 둘러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조건으로 민간투자를 통한 호텔 건설 등 ‘전례 없는 번영’을 약속한 가운데 이뤄진 경제시찰이다.싱가포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완준 특파원}

10일(현지 시간) 오후 2시 35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 항공기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착륙했다. 남북 정상회담 때와 같은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비행기에서 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영접에 나선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32년 만에 한반도와 중국을 벗어나 국제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6시간 뒤인 오후 8시 20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싱가포르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된 ‘캐딜락원’에 올라 12분 만에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향했다. 뒤늦게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는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과 불과 570m가량 떨어져 있었다.○ 정상국가 외교 나선 김정은 김정은은 이날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동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준 전용기에서 내린 김정은은 북한 인공기를 양쪽에 달고 북한 국무위원장 휘장을 새긴 전용 벤츠 차량을 타고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은 지난해 김정은이 암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복형인 김정남이 자주 이용하던 호텔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김정은은 호텔을 나와 이스타나궁을 방문해 리 총리와 약 30분간 회담을 했다. 리 총리의 에스코트를 받고 회담장으로 들어선 김정은은 싱가포르 핵심 내각들과 악수한 뒤 리 총리에게 회담에 배석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국제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을 직접 소개했다. 김정은은 리 총리에게 “조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에 기대를 나타냈다. 리 총리는 “북한 인민들이 이날을 위해 많은 고난을 겪고 희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오래된 문제가 매우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리 총리를 먼저 만난 것을 놓고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북한이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대북제재에 동참하며 일시적으로 교역을 단절했던 싱가포르와의 양자 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 요구의 신호를 보내려 한 것이라는 얘기다. 리 총리도 김정은과 만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합의가 나오고 대북제재가 해제된다면 북한과의 교역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매우 기분 좋다’ 외에 말 아낀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싱가포르로 날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도착해 별도의 행사를 갖진 않았다. 김정은과 달리 싱가포르 공군기지에 착륙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계단 밑에선 대기하던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차례로 악수했다. 거수경례를 한 싱가포르 군 관계자에겐 똑같이 경례로 화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기자가 ‘회담과 관련해 기분이 어떻느냐’고 묻자 “매우 좋다(very good)”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다만 이후 한마디 말도 없이 전용차인 ‘캐딜락원’에 올라 삼엄한 경계 속에 샹그릴라 호텔로 직행했다. 현지 소식통은 “18시간 넘은 비행으로 우선 지쳐 보였고 아무래도 역사적 회담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집중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 정상은 첫 대면에서 통역사들만 둔 채 단독(One-on-One) 회담으로 일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공동성명까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신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일 싱가포르에 잇따라 도착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건 세기의 ‘핵 담판’이 시작됐다. 중국을 제외하고 사실상 첫 국제외교에 나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도착하자마자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갖고 ‘정상국가’를 목표로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외교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김정은은 이날 오후 2시 반경(현지 시간) 중국 정부가 내준 에어차이나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싱가포르행을 위해 시간차를 두고 김정은의 전용기 ‘참매 1호(IL-62)’ 등 3대의 비행기를 순차적으로 띄우며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연막작전을 펼쳤다. 북한 지도자가 중국 외 다른 국가를 방문한 것은 1986년 김일성이 옛 소련을 방문한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김정은은 도착 후 4시간 만에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리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은 “조미 상봉(북-미 정상회담)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북한 인민들의 재능이 발휘될 날이 오길 희망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반경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를 통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기자들이 기분을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다(very good)”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출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북한에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만나면 1분 안에 알 수 있다. 진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대화를 계속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 정상회담 합의문을 마무리하지 못한 북-미는 회담 하루 전날인 11일에도 의제 협상을 통해 막판 조율에 나선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와 비핵화 시한을 명시하느냐가 두 정상의 담판에 달린 것이다. 한편 김정은이 회담 당일인 12일 오후 2시 평양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잠정적으로 마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정상이 비핵화 시간표 등 큰 틀의 합의 도출만 시도한 뒤 반나절 만에 회담을 끝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먼저 회담장에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담 당일 오전 회담에 이어 오후에도 회담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한기재 / 한상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싱가포르 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지만 정작 비핵화 의제를 조율하고 있는 판문점 회담에선 막판까지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끄는 미국 실무 협상팀은 6일 오전 10시부터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측 실무대표단과 다시 마주 앉았다. 미국 협상팀은 지난달 27일 첫 회담 테이블을 차린 뒤 11일째 한국에 머물며 비핵화 의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협상에서 북-미 대표단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 결과로 내놓을 비핵화 합의를 공동선언문이나 공동발표문으로 문서화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는 지난주부터 판문점 회담 외에도 미국을 방문했던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 고위급 협상채널과 싱가포르의 의전 협상채널 등 3곳에서 동시 접촉하며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하지만 2일 김영철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귀국한 데 이어 싱가포르에서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협상을 벌이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날 귀국길에 오르면서 북-미가 동시다발적으로 차린 협상 테이블 중 판문점 의제협상 채널만 남은 셈이다. 정부는 성 김 대사 등 미국 대표단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싱가포르 회담 직전까지 국내에 머물며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 부장의 방미로 합의의 큰 윤곽에 대한 조율을 마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판문점 회담에선 합의 초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비핵화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어떤 식으로든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의 후속 회담 가능성을 내비치며 싱가포르 회담의 기대치를 현실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CVID 원칙을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 내놓을 합의에 어떤 식으로든 이를 문구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의 담화문에서 미국의 CVID 원칙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 후 딱히 이 스탠스가 바뀐 것은 없다. CVID를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은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으로 불거진 2차 북핵 위기 때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북한은 6자회담에서 미국의 CVID 명시 요구에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거부했다. 다만 김정은이 앞서 열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과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는 밝힌 만큼 북-미가 어떤 식으로든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완전하고 영구적인 핵 폐기(CPD)’ 등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 역시 북-미 간 합의 가능한 접점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구체적인 방법이 규정돼 있는 CVID와 달리 CPD 등은 협상의 여지가 있는 개념”이라며 “합의문의 국문과 영문 표현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12일 오전 9시(현지 시간) 열릴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비핵화 협상만큼 의전에서도 디테일을 놓고 막판까지 북-미 양국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싱가포르에서 12일 오전 9시(한국 시간 오전 10시) 첫 대면을 한다. 이는 워싱턴 등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후 9시로 미국 내 각 방송사 메인 뉴스가 방송되는 ‘프라임 타임’이다. 미국 상당수 방송사가 싱가포르 현지에 취재진을 파견해 생중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최대 업적으로 부각하려 하는 만큼 김정은과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상징적인 장면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평가다. 회담은 두 정상의 상견례를 겸한 사전 환담에 이어 오전 회담, 업무 오찬, 오후 회담, 만찬 등의 순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거의 하루 종일 회담하는 셈이다. 이번 회담에선 오전부터 핵심 참모진 1, 2명만 배석하는 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을 논의하는 만큼 나중에 또 만나더라도 담판의 밀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회담을 마친 뒤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친교 산책 등 깜짝 이벤트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회담 후 2,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예고한 만큼 두 정상 간의 소통을 통해 최소한의 신뢰를 다져야 이후 회담을 통해 비핵화 틀을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처럼 샹그릴라 호텔에서 ‘오키드 그린하우스’라는 목조건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솔길 회담’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동 기자회견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양국 언론 외에도 전 세계의 미디어가 싱가포르에 집결하는 만큼 기자회견보다는 공동 보도문이나 합의문을 발표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큰 틀의 윤곽이 잡혔지만 의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회담장 입장 순서부터 자리 배치, 업무 오찬이나 만찬의 메뉴 선정까지 조율해야 할 ‘디테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국은 보안과 경호를 감안해 회담장으로 유력한 샹그릴라 호텔이 아닌 카펠라 호텔(미국)과 풀러턴 호텔(북한)을 숙소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스트 없는 중립 상태로 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최 측 정상이 먼저 회담장에 나와 손님을 맞이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시간을 정해 공동으로 회담장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대에서 봤을 때 주최 측 정상이 왼쪽, 주최 측 국기는 반대로 오른쪽에 자리 잡는 ‘외교 관행’에 따라 두 정상이 악수할 때 서는 자리를 놓고 어느 쪽이 주최 측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문병기·손효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언급한 것에 대한 근거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통계 산정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하기 위해 장밋빛 지표만 강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 근거를 묻는 질문에 “통계청에서 나오는 1분기 가계 동향 자료를 더 깊이,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그런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계층을) 10개 단위로 나눴을 때 가장 밑에 있는 10%가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결과를 보신 것”이라며 “하위 10%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말하자면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이 가구를 소득별로 10%씩 10개 그룹으로 나눠 계층별 소득 동향을 분석하는 ‘소득 10분위’ 통계에 기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국 전체가구의 소득은 1∼5분위(소득 하위 50% 이하)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1분위 가구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2.2%로 줄어든 것은 물론 2분위(―5.8%), 3분위(―4.9%) 등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감소 폭이 컸다. 전체 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통계 기준을 좁혀도 1∼5분위 가구 소득이 감소했다는 결과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자영업자와 무직자를 포함한 비(非)근로가구를 제외하고 근로소득만으로 통계를 내면 1분위(―0.3%)와 4분위(―2.3%)만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참고한 통계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에 미치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판단 내리려면 정교한 분석이 필요한 데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지표만 부각한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이른바 ‘김동연 패싱’ 논란을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경제 전반에 대한 권한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라고 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김 부총리에게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최저임금을 높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를 부각한 반면 기업 활동을 돕는 혁신성장 분야에서 성과가 없다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질타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노동계에 치우친 채 기업을 압박하면서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야만 가능한 혁신성장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분배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에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늘어난 데다 상용직도 많이 늘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며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으로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당 부분 고령자인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라며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주도하는 혁신성장에 대해선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하고 규제 혁파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에서 재정전략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판정패’나 ‘패싱’이라고 해석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수요 확대와 더불어 공급 측면의 규제 개혁이 지속 성장의 주요 요인인 만큼 정책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급을 개혁하는 혁신성장이 수요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에 비해 정책 추진 속도가 느린 상황”이라며 “다양한 경제 부문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