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오늘 잘 맞다가 내일 잘 맞지 않는 것은 ‘골프 황제’라는 타이거 우즈(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회 연속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박인비(KB금융그룹)도 이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는 모두 톱 10에도 들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골퍼들도 이럴진대 주말 골퍼들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주말 골퍼들의 관심사는 오직 스코어다. 스코어에 대한 집착에다 내기까지 걸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즐거워야 할 골프가 돈 쓰고 시간 버리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이 책의 주인공 마이클 머피도 그랬다. 젊은 시절 인도로 가는 길에 들렀던 스코틀랜드, 가상의 골프장인 버닝부시에서 머피는 ‘쉬바스 아이언스’라는 이름의 프로 골퍼와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된다. 그는 스코어에 신경 쓰는 전형적인 아마추어 골퍼로 초반부터 형편없는 스코어가 나오자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3번홀(파 5)에서 아마추어 골퍼끼리는 최대타인 더블파(일명 양파·10타)를 선언했는데 아이언스로부터 “11타를 쳤다”는 말을 듣고는 뚜껑이 열려 버린다. 잘 치려고 하면 할수록 플레이는 더욱 엉망이 되어 간다. 이윽고 체념 상태로 마음이 안정되자 아이언스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와 닿기 시작한다. “공과 스위트스폿이 하나라고 생각하세요” “불안한 생각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요”…. 골프와 자신이 하나가 되면서 마침내 우아한 상태로 나머지 홀을 마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골프의 발상지라는 스코틀랜드 골프장 광경이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골프의 매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도 흥미롭다. 그날 저녁 머피는 아이언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골프의 역사와 심리학, 철학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 스코어를 떠나 골프 자체를 즐기려는 골퍼라면 꼭 읽어볼 만하다. 심리학자인 마이클 머피가 1971년에 쓴 이 책은 세계 19개국에서 번역돼 450만 권 이상 팔린 ‘골프의 고전’이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소설 형식으로 술술 익히지만 골프를 철학과 심리학으로 풀어 쓴 2부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스켓토(助っ人)’라고 한다.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팀원이긴 하되 가족처럼 가깝지는 않다는 뉘앙스다. 한국에서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일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는 외국인 선수는 인기가 많다. 금전적으로도 일본 국내 선수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大)기록이 걸려 있을 땐 사정이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를 ‘스케토’로 대한다. 요즘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야쿠르트의 외국인 선수 블라디미르 발렌틴(29)이다. 네덜란드령 퀴라소 출신의 발렌틴은 28일 주니치와의 경기에서 시즌 51호 홈런을 터뜨렸다. 8월 한 달간 벌써 17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월간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제 관심은 일본 야구의 전설 오사다하루(王貞治·현 소프트뱅크 야구단 회장)가 갖고 있는 일본 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5개·1964년)을 넘어설 수 있을까에 쏠려 있다. 31경기나 남아 있어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경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 야구 특유의 폐쇄성이 남은 변수다. 일본 야구에서 한 시즌에 55홈런을 친 선수는 오사다하루와 터피 로즈(2001년·긴테쓰), 알렉스 카브레라(2002년·세이부) 등 3명이다. 로즈와 카브레라는 55홈런을 칠 당시 5경기씩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자 일본 투수들은 그들과의 정면 승부를 피했다. 2001년 로즈를 상대한 다이에(소프트뱅크의 전신)의 배터리 코치는 “오사다하루는 야구의 상징이다. 로즈는 미국으로 가 버리면 그만이다. 오사다하루의 기록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는 일본 야구의 폐쇄성을 비난하는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1985년 랜디 바스(한신)도 2경기를 남겨두고 54홈런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4차례나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당시 바스를 상대한 요미우리의 투수코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개당 1000달러씩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 말이 나중에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일본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기록 경신의 최대 적은 경원(敬遠·고의로 승부를 피함)”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팬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발렌틴의 홈런 행진은 워낙 기록적이라 대다수 팬은 “너무 대단하다” “기록 경신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상이라도 당했으면 좋겠다” “오사다하루의 기록이 깨지면 일본 야구도 끝”이라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팬들도 적지 않다. 남은 시즌 발렌틴의 56홈런 돌파 여부는 일본프로야구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추신수(31·신시내티)의 앞에는 ‘천재타자’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가 버티고 있었다. 같은 왼손 타자에 포지션도 우익수로 겹쳤다. 2006년 당시 둘의 소속팀이었던 시애틀 구단은 이치로에게 포지션을 중견수로 옮길 것을 권유했으나 그는 단칼에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이치로에게 밀린 추신수는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블랜드로 팀을 옮겨야 했다. 그해 7월 27일의 일이다. 이적 후 첫 출전은 공교롭게 29일 열린 친정팀 시애틀과의 경기였다. 그 경기에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쳤다. 당시만 해도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의 수준급 외야수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랬던 추신수가 7년 만에 메이저리그 100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추신수는 28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방문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0-2로 뒤지던 5회 조 켈리의 체인지업(시속 136km)을 통타해 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겼다. 전날까지 개인 통산 99홈런-101도루를 기록 중이던 추신수는 호타준족의 첫 번째 단계인 100홈런-10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역 선수 40번째 100-100 클럽 가입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이치로(110홈런-470도루)에 이어 두 번째. 추신수를 전형적인 홈런 타자로 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도 공을 맞히는 능력과 파워를 동시에 갖춰 매년 20개 안팎의 홈런을 때려낸다. 추신수는 2009년과 2010년에는 2년 연속 3할 타율에 20홈런-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면모를 과시했었다. 올해도 17홈런과 16도루를 기록 중이라 무난히 생애 3번째 20-20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처럼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도 그리 많지 않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때문에 올해 20-20 클럽에 가입한다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 추신수는 올 시즌 연봉 조정을 신청한 끝에 신시내티와 737만5000달러(약 82억 원)에 계약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선수들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에 물꼬를 튼 선수는 박세리(36·KDB금융그룹)다. 그렇지만 결혼과 투어생활 병행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선수는 한희원(35·KB금융그룹)이다. 한희원은 2003년 말 당시 프로야구 두산 투수이던 손혁(40·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결혼했다. 한희원은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2004년 은퇴 후 미국에서 야구 공부를 하던 손혁은 지난해 귀국해 국내야구와 메이저리그 해설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부부는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함께한다. 2004년 열린 세이프웨이 클래식은 이들 부부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대회다. 한희원이 결혼 이듬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인생이 술술 풀렸기 때문이다. 한희원은 29일 개막하는 올해 대회에도 출전한다.○ 쓰레기통 뒤진 왕년의 에이스 한때 LG의 에이스였던 손혁은 은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이듬해까지 한희원의 투어에 동행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 프로골퍼가 투어생활 중 결혼하는 것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결혼은 선수생활의 끝이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자 한희원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한희원은 그해 9월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수많은 갤러리 중에는 손혁도 있었다. 손혁은 “아내가 우승하면서 우리에게 따라붙던 의혹의 눈초리를 떨쳐버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후 장정과 김미현, 김주연 등이 줄줄이 결혼했다. 손혁은 “직접 하는 것보다 보는 게 더 힘들 때가 있다. 어느 대회에선가 내가 다 마신 물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버디 행진을 이어가던 아내가 다음 홀에서 곧바로 보기를 범하더라. 곧바로 홀을 거슬러 올라가 쓰레기통을 샅샅이 뒤졌다. 결국 그 물통을 되찾아 와 남은 경기를 봤다”고 회상했다. ○ 트레이너, 운전사, 심리상담사 손혁이 아내와 함께 투어를 다니면서 깜짝 놀란 게 있다. 대회 중이건 아니건 한희원은 쉼 없이 연습을 하더라는 것이다. 손혁은 “프로골퍼는 야구의 선발 투수와 비슷하다. 선발 투수가 한 경기를 던지고 나흘을 쉬듯 골퍼는 나흘 경기를 하면 사흘은 경기가 없다. 이때 잘 쉬는 게 중요하다. 계속 연습을 하겠다는 아내에게 최소한 월요일은 쉬자고 설득했다”고 했다. 한희원의 트레이닝도 직접 맡았다. 잠자기 전 스트레칭을 해 주고 복근 운동도 시켰다. 야구 선수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을 살려 심리적인 도움도 줬다. 손혁은 2006년부터는 중요 경기에만 아내를 따라다니고 나머지 시간에는 미국의 피칭 전문가인 톰 하우스 밑에서 야구 공부를 시작했다. 재기에 성공해 2007년 초에는 볼티모어 산하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도 했다. 부상이 재발해 선수생활을 다시 이어가진 못했지만 야구인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손혁은 “2009년 어느 날 아내가 전화로 ‘꼭 좀 와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내가 보고 싶어 그런 줄 알고 갔더니 운전사가 필요한 거였다. 3주 연속 대회가 있었는데 대회장으로 이동할 때마다 7, 8시간씩 운전을 해야 했다”며 웃었다. ○ 마지막 캐디백은 내 어깨에 손혁은 한희원과 함께 투어를 다니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 사이로 차를 몰기도 했고, 경치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함께 걷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보스턴 인근에서 대회가 있을 때는 미국프로야구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야구경기도 봤고, 콜로라도에서는 당시 메이저리거였던 김병현(현 넥센)을, 뉴욕에서는 서재응(현 KIA)을 만났다. LPGA투어 진출 1세대인 한희원도 선수생활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손혁은 “아직까지 아내의 캐디백을 직접 멘 적이 없지만 마지막 대회에서는 꼭 메주고 싶다. 시작은 같이 못했지만 끝은 같이 해주고 싶어서다. 아내가 걸어온 힘든 길을 함께 느끼며 ‘정말 고생했다’고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또 “2007년 태어난 아들 대일이가 운동 신경이 좋은 것 같다. 나를 따라 야구를 하든, 아니면 아내의 뒤를 이어 골프를 하든 둘 중 하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는 2008년 US오픈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된 부상을 안고도 우승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 동료 골퍼는 “우즈는 한쪽 다리만 갖고도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26일 미국 뉴욕 주 저지시티의 리버티 내셔널 골프장(파71·7400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 최종 라운드. 우즈는 또 한 번 부상 투혼을 불살랐지만 이번엔 ‘한 끗’이 모자랐다. 우승컵은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애덤 스콧(33·호주)에게 돌아갔다. 대회 전부터 허리 통증을 호소한 우즈는 이날 경기 내내 통증과 싸워야 했다. 홀 안에 들어간 공을 꺼내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13번홀(파5)에서는 세컨드 샷을 한 뒤 허리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페어웨이 위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반에 버디를 3개나 잡아내며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던 우즈는 10번과 13번, 15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벌어놓은 타수를 모두 까먹었다. 16번과 1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 미리 경기를 끝낸 스콧을 1타 차로 따라붙었으나 18번홀(파4)에서 친 8m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 멈춰 서면서 공동 2위(10언더파 274타)에 만족해야 했다.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1위를 지킨 우즈는 경기 후 “겨우 대회를 끝낼 수 있었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9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스콧은 이날 보기 없이 5언더파 66타를 몰아치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시즌 2번째이자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144만 달러(약 16억 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06∼2007시즌에 쇼트프로그램으로 선보인 ‘록산의 탱고’는 여왕의 탄생을 알린 전주곡이었다. 탱고의 정열적인 리듬에 맞춰 ‘스페인의 무희’를 완벽히 재현하면서 2007년 3월 일본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당시 세계최고기록인 71.95점을 받았다. 내년 2월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연아가 자신의 선수 생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탱고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닌 듯싶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올댓스포츠는 2013∼2014시즌 새 프로그램으로 쇼트프로그램 주제곡은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Clowns)’,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은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선정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쇼트프로그램 주제곡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는 미국의 유명한 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곡으로 1973년 초연된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으로 선택된 ‘아디오스 노니노’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소야(피아졸라)의 작품으로 1959년 첫선을 보인 이후 여러 차례 편곡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쇼트프로그램에서 프리스케이팅으로 이어지는 연기의 패턴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제임스 본드 메들리’나 ‘죽음의 무도’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곡을 선호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레미제라블’과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협주곡 F장조’처럼 우아한 음악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에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서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뒤 프리스케이팅에서 강렬하고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로 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곡에 대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탱고가 될 것 같다. 그동안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어렵고 힘들 것이라 여겨지지만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8년째 김연아의 안무를 맡고 있는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은 “쇼트프로그램은 김연아의 파워풀하고 서정적인 연기 스타일에 딱 맞췄다”고 설명했다. 프리스케이팅에 대해서는 “풍부한 감정과 갑작스러운 변화를 지닌 곡이라 이 곡을 연기로 표현해낼 선수는 오직 김연아뿐”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주말 골퍼가 10m짜리 롱 퍼팅을 성공시킬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한 라운드를 돌면서 한 번 성공할까 말까다. 프로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정도 긴 거리의 퍼팅이 홀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10m 퍼팅을 투 퍼팅으로 막느냐, 아니면 3퍼팅 이상을 하느냐다. 그런데 10m 이상 거리의 버디 퍼팅이 한 라운드에 세 번이나 들어갔다면 그날은 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18일 강원 홍천의 힐드로사이 골프장(파72·668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넵스 마스터피스 마지막 날 승리의 여신은 김지현(22·하이마트)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지현은 전반 9홀에서 정확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버디 3개를 잡아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정적인 롱 퍼팅은 10번홀(파4)에서 나왔다. 김지현은 이 홀에서 15m 거리의 버디 퍼팅을 홀 안에 집어넣었다. 그는 “공이 홀에 들어갈 때 소름이 돋았다. 이 퍼팅 이후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곧 이은 11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주춤했지만 신들린 듯한 롱 퍼팅은 12번홀(파4)과 17번홀(파4)에서 연달아 나왔다. 12번홀에서는 핀 좌측 13m에서 한 버디 퍼팅이 홀에 쏙 들어갔고 17번홀에서는 10m 거리의 곡선 퍼팅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날 버디 6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5타를 줄인 김지현은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2위 최유림(23·고려신용정보)을 두 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9월 LIG손해보험 클래식 이후 생애 두 번째 정상 등극으로 우승상금은 1억2000만 원. 김지현은 “지난해 깜짝 우승 후 우승이 없어 나도 이렇게 묻혀지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늘 우승해 마음이 편해졌다. 앞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지현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던 한국여자오픈 우승자 전인지(19·하이트진로)는 14번홀(파5)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공동 11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은 마지막 날 5타를 줄여 공동 6위(6언더파 282타)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박희영은 상금 1950만 원을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기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형태(36)는 2006년 11월 하나투어몽베르투어챔피언십에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첫 우승을 기록했다. 김형태는 시상식에서 당시 여자 친구였던 변희진 씨(35)에게 공개 청혼을 해 화제를 모았다. 대회 우승은 변 씨에게 최고의 결혼 선물이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투어 생활을 계속해 온 김형태가 이번엔 다음 달 태어나는 아이를 위해 또 하나의 값진 선물을 했다. 18일 충북 충주의 동촌골프장(파72·7192야드)에서 열린 동촌 제56회 KPGA선수권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만삭의 변 씨는 최고의 출산 선물을 받고 울음을 터뜨렸다. 김형태의 생애 5번째 우승으로 우승 상금은 1억 원.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린 김형태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지난해 우승자 이상희(21·호반건설) 및 김대섭(32·우리투자증권)과 명승부라 불릴 만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12번홀(파3)에서는 세 선수가 모두 버디를 기록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상희는 칩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었고, 김대섭과 김형태는 각각 8m와 4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팽팽하게 이어져오던 승부는 최종 18번홀(파5)에서야 희비가 갈렸다. 김형태가 18언더파로 단독 선두, 이상희와 김대섭은 한 타 차 공동 2위인 17언더파로 맞은 이 홀에서 김대섭이 먼저 탈락했다. 티샷을 왼쪽 깊은 러프에 빠뜨린 김대섭은 두 번째 샷에서도 러프 탈출에 실패해 세 타 만에 공을 러프에서 꺼냈다. 네 번째 샷마저 그린 우측 숲으로 들어가면서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기록한 김대섭은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형태는 이 홀에서 파만 세이브하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으나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면서 보기를 해 결국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이상희와 함께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연장 첫 홀인 18번홀에서 김형태는 1.8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한 반면 이상희는 그보다 약간 짧은 버디 퍼트가 홀을 스치고 나오면서 둘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형태는 “아내 배 속의 아이가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반기의 특징은 절대강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스윙잉 스커츠 대회부터 지난달 금호타이어 여자오픈까지 10개 대회에서 2승을 거둔 선수는 김보경(27·요진건설)이 유일했다. 나머지 8개 대회의 우승은 각각 다른 선수가 차지했다. 15일 강원 홍천 힐드로사이 골프장(파72·6684야드)에서 열린 하반기 첫 대회 넵스 마스터피스 1라운드에서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한국 여자 골프의 단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선두는 출전 선수(107명)의 10%가 넘는 11명이나 됐다. 김세영(20·미래에셋)과 이정민(21·KT), 주은혜(25·한화), 이정은(25·교촌F&B), 임지나(26·피엠지제약), 조윤지(22·하이원리조트), 배선우(19·정관장), 이은형(21·토니모리), 이정연(34·요진건설), 소라(23·볼빅), 정희원(21) 등은 3언더파 69타를 치며 공동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KLPGA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1라운드에서 이렇게 많은 선수가 공동 선두에 오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자인 김세영은 “휴식기 동안 보양식을 먹고 체력을 보충해 더운 날씨에도 지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대회에서 2온을 노리다 실수를 많이 해 욕심 부리지 않고 짧게 잘라가는 경기를 했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민도 버디 5개에 보기 2개를 곁들여 공동 선두에 올라 KLPGA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2부와 3부 투어 생활을 거친 뒤 올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소라도 생애 첫 우승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우승한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은 8개월여 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이븐파로 공동 25위에 자리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인 양제윤(21·LIG손해보험)은 10오버파로 무너지며 최하위로 처져 컷오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자영(22·LG) 역시 4오버파로 부진하며 공동 84위에 자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의 신바람이 멈출 줄을 모른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관심을 모은 13, 14일 경기에서 LG는 삼성과 1승1패를 기록하며 선두 삼성과의 승차를 1경기로 유지했다. LG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하게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시즌 전 예상은 하위권이었다. 극적인 LG의 반전을 이끈 것은 무엇일까. 10년 넘게 LG를 주변에서 지켜본 ‘업계’ 종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도권 팀의 A 단장은 “예전 LG는 자기들끼리 싸우는 팀이었다. 선수와 감독이 반목하고, 선수들끼리도 뭉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LG는 상대팀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A 단장은 김기태 감독과 주장 이병규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김 감독이 선수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 감독의 의중을 선수들이 잘 파악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고참 이병규가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여 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B 해설위원은 손주인과 현재윤, 최경철, 권용관 등 새로운 전력 가세를 LG 상승세의 원인으로 꼽았다. B 위원은 “야구란 게 그렇다. 7의 전력에 3이 더해지면 10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15 내지 20으로 나타난다. 새로 수혈된 선수들이 취약한 포지션을 잘 메워주면서 전력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트레이드로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손주인은 2루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공수 양면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SK에서 방출된 뒤 LG로 돌아온 ‘권병장’ 권용관도 13일 경기에서 3회 쐐기 3점 홈런을 치는 등 베테랑의 진가를 과시하고 있다. 프로야구 여러 팀의 사령탑을 맡았던 C 감독은 “LG는 원래부터 공격력이 좋은 팀이었다. 투수진이 일찍 무너지면서 괜찮았던 공격력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올해는 투수진이 버텨주면서 LG 특유의 공격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벌 팀의 D 선수는 한층 탄탄해진 LG의 수비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예전 LG는 결정적인 순간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와르르 무너지곤 했다. 대량 득점은 상대팀의 실책 없이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올해 LG는 유격수 오지환이 안정적인 수비를 보이면서 한 번에 무너지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여름이 절정이다. 스타 선수들의 시원한 샷을 보며 무더위를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15일부터 나흘간 강원 홍천 힐드로사이 골프장(파72·6684야드)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넵스 마스터피스 대회가, 충북 충주의 동촌골프장(파72·7227야드)에서는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대회가 각각 열린다.○ 하반기 시작 알리는 넵스 마스터피스 KLPGA 투어 하반기 첫 대회인 넵스 마스터피스에는 올 시즌 대상 포인트와 상금 등에서 정상을 다투는 김효주(18·롯데)와 장하나(21·KT)를 비롯해 108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지난해 12월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김효주는 대상포인트(202점)는 물론이고 평균타수(71.16타)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신인왕 포인트에서도 1039점을 얻어 전인지(19·하이트진로·956점)를 앞서고 있다. 호쾌한 장타가 주무기인 장하나는 대상 포인트는 2위(189점)지만 상금은 3억4315만 원을 벌어 김효주(2억8147만원)에게 앞서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지난 시즌 대상 수상자인 양제윤(21·LIG손해보험), 지난해 상금왕 김하늘(25·KT), 지난해 3승을 거둔 김자영(22·LG)도 상반기의 부진을 털어내며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과 서희경(27·하이트진로)이 모처럼 국내 팬들에게 선을 보인다는 것. 올해 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우승한 박희영은 “모처럼 출전하는 국내 대회라 부담도 되지만 향상된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예전과는 달라진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 메이저대회인 KPGA 선수권 한국 최초의 프로골프대회이자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PGA 선수권대회는 1958년 창설돼 올해로 56회째를 맞는다. 지난주까지 벌어진 올 시즌 7차례 KPGA 투어 대회에서는 각각 다른 선수가 우승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첫 2승 선수가 나올지 관심을 모은다. 국내파 선수로는 지난주 솔라시도 파인비치 오픈에서 우승한 ‘꽃미남’ 홍순상(32·SK텔레콤)과 보성CC 클래식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태훈(28)이, 해피니스 광주은행 대회 우승자 강경남(30·우리투자증권) 등이 선봉에 선다. 같은 기간에 일본 투어가 열리지 않아 이번 대회에도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 류현우(32),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 등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샷 대결을 벌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40·잉글랜드)는 스타 골퍼지만 나름대로 아픔이 있는 선수다. 유럽투어 22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회 등 각종 프로 대회에서 39차례나 우승한 그는 아직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올해 브리티시오픈에서도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에 필 미켈슨(미국)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11일 끝난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 날 6오버파의 부진을 보인 끝에 공동 33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리고 바로 이튿날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13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퍼팅하는 법부터 배우라”는 한 팬의 글에 분노를 터뜨렸다는 것이다. 웨스트우드가 “당신은 인생부터 배우라”라고 맞받아치자 다른 팬들까지 가세해 비난을 쏟아 부었다. 이에 웨스트우드는 각종 욕설과 막말을 동원해 한동안 트위터상에서 팬들과 설전을 벌였다. 논란이 커지자 웨스트우드는 몇 시간 뒤 “스폰서와 진정한 팔로어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웨스트우드는 올 초 SNS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좋은 말보다는 안 좋은 말이 난무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다시 시작한 SNS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8월 4일 LG와 삼성은 22개의 안타를 주고받는(LG 12개, 삼성 10개) 난타전을 벌였다. 최종 결과는 LG의 9-6 승리였다. LG로서는 의미 있는 1승이었다. 지난해 LG는 삼성에 5승 14패의 절대 열세를 보였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데는 삼성의 벽을 넘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면모를 일신한 LG는 3일까지 삼성과 5승 5패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힘과 힘이 맞붙은 4일 경기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뒀으니 자신감이 배가됐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관심을 모은 13일 LG와 삼성의 대구 경기는 9일 전 경기를 다시 보는 듯했다. 그날처럼 이날 경기도 난타전이었고 양 팀은 모든 가용 전력을 투입했다. 결과는 다시 한 번 LG의 승리였다. 33개의 안타를 주고받는(LG 18개, 삼성 15개) 총력전 끝에 LG는 16-9로 승리했다. 56승 36패(승률 0.609)가 된 LG는 선두 삼성(54승 2무 34패·승률 0.614)에 승차 없이 따라붙으며 선두 탈환을 목전에 두게 됐다. 경기 초반만 해도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다. 삼성은 모처럼 1군 무대에 복귀한 주키치를 초반부터 몰아붙이며 2회까지 5-2로 앞섰다. 예전의 LG였다면 일찌감치 수건을 던졌겠지만 올해는 달랐다. 곧이은 3회초 공격에서 LG는 2아웃 이후 무려 7점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윤요섭의 적시타와 오지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따라붙은 뒤 박용택의 2타점 적시타로 6-5로 역전에 성공했고 곧바로 권용관이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개인 통산 최다 실점인 9점을 내준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에도 LG는 정의윤이 4회, 오지환이 6회 각각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시종 삼성을 압도했다. LG는 이날 선발로 출전한 9명의 선수가 모두 안타를 치고 득점을 하는 기록도 세웠다. 올 시즌 처음이자 통산 50번째 기록이다. 두산은 잠실경기에서 롯데를 3-2로 꺾고 3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갈 길 바쁜 롯데는 최근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SK는 KIA를 9-2로 대파하고 6위로 올라섰고, NC는 한화를 3-1로 꺾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제이슨 더프너(36·미국)는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2000년 프로에 데뷔한 더프너는 10년 동안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1년에는 7차례나 2위를 차지했다. 연장전에만 가면 번번이 패했다. 가장 뼈아픈 역전패는 2년 전 8월에 열린 PGA 챔피언십이었다. 더프너는 14번홀까지 보기 없이 순항하며 선두를 달렸다. 경쟁자였던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15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5타 차까지 타수가 벌어졌다. 긴 기다림 끝에 대어를 잡아 올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데 15번홀(파 3) 티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그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무너진 그는 16번홀과 17번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범했다. 반면에 브래들리는 16번과 1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 결국 동타가 됐다. 그는 결국 연장전에서 패했다. 충격적 패배라 트라우마로 남을 만도 했다. 하지만 더프너는 2년 만에 같은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악몽과 작별인사를 했다. 12일 미국 뉴욕 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골프장 동코스(파 70·7163야드)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4라운드. 더프너는 이날 2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70타로 2위 짐 퓨릭(미국)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144만5000달러(약 16억 원). 지난해 취리히 클래식과 HP바이런넬슨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개인 통산 3승째다. 옥에 티는 이날도 경기 후반 급격히 흔들렸다는 것이다. 동반자인 퓨릭에게 2타 앞선 선두를 달리던 그는 17번홀(파 4)과 18번홀(파 4)에서 연속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퓨릭 역시 마지막 두 홀에서 연속 보기로 무너진 게 다행이었다. 우승 확정 후 그는 아내 어맨다와 포옹을 나눴다. 그 다음은 2년 전 그에게 악몽을 안긴 브래들리와 얼싸안았다. 공동 19위(1언더파)로 일찌감치 경기를 마친 브래들리는 “공항으로 가다가 더프너의 우승을 축하해주려고 차를 돌려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했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4오버파 284타로 공동 40위에 머물렀다. 그의 마지막 메이저대회 우승은 2008년 US오픈이었다. 최경주(43·SK텔레콤)는 5오버파 285타의 공동 47위로 대회를 마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트레이드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럴까요. 카드를 한번 맞춰보시죠.” 지난해 12월 LG와 삼성은 역사적인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LG가 창단한 1990년 이후 서로 간에 단 한 번도 선수 교환을 하지 않았던 두 팀은 12월 17일 전격적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손주인(내야수)과 현재윤(포수), 김효남(투수)이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김태완과 정병곤(이상 내야수), 노진용(투수)은 삼성으로 이적했다. LG로서는 ‘신의 한 수’였다. 삼성에서 벤치 멤버였던 손주인과 현재윤은 LG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윤은 현재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손주인은 붙박이 2루수로 공수 양면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삼성 불펜의 핵이었던 자유계약선수(FA) 정현욱을 데려오면서 LG는 삼성 못지않은 탄탄한 불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은 올해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팀은 약체로 평가받던 LG다.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팀은 13, 14일 대구에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운명의 2연전을 치른다. ○ 두려움 떨친 LG 지난해 LG는 한마디로 삼성만 만나면 고양이 앞에 쥐였다. 상대 전적은 14승 5패로 삼성의 절대 우위였다. 올해는 다르다. 공격과 수비, 주루에서 한결 짜임새를 갖춘 LG는 55승 36패로 삼성(54승 2무 33패)을 불과 1경기 차로 뒤쫓고 있다.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6승 5패로 앞서 있다. LG의 선전에는 삼성의 ‘우승 유전자’를 갖고 LG 유니폼을 입은 삼성 출신 선수들의 활약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달라진 LG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은 5월 23일 대구 경기에서 나온 권용관의 홈스틸이었다. 1-1 동점이던 6회초 3루 주자로 나가 있던 LG 권용관은 포수 이지영이 투수 윤성환에게 느리게 공을 던지는 사이 쏜살같이 홈을 파고들었다. 기록원은 야수선택을 줬지만 사실상 홈스틸이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예전 같으면 나오기 힘든 플레이였다. 그 플레이가 성공하면서 선수들이 삼성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술회했다. LG는 2∼4일 잠실에서 열린 3연전에서도 2승 1패로 앞섰다. ○ 저력의 삼성 8월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건 LG다. 7승 2패의 LG에 비해 삼성은 4승 4패로 주춤하고 있다. LG는 부담 없이 추격하는 반면에 삼성은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삼성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 즐비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은 이겨야 할 때 이기는 방법을 안다. 그런 힘이 없었다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삼성은 2011년과 2012년에도 시즌 후반 2위에 근소한 차로 쫓겼지만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13일 경기의 LG 선발은 2군에서 구위를 가다듬고 돌아온 외국인 투수 주키치다. 삼성은 올 시즌 LG에 2승을 거둔 장원삼을 선발로 예고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구기 종목 가운데 꼴찌 팀이 1등 팀을 이기는 종목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꼴찌가 1등을 큰 스코어 차로 이길 수 있는 종목은 야구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9일 대구구장에서는 승률 6할이 넘는 선두 삼성과 2할대 승률로 최하위에 처져 있는 한화가 맞붙었다. 삼성은 전날 한화를 10-3으로 크게 이겼다. 최근 상대전적 3연승을 포함해 지난해 6월 12일 이후 대구에서 맞붙은 한화 경기에서 9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모든 객관적인 수치에서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변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선발 투수였다. 한화는 에이스 바티스타를 내세운 반면 삼성 선발 투수는 로드리게스의 대체 용병으로 한국 땅을 밟은 카리대였다. 메이저리그에서 22경기를 뛴 카리대는 앞선 2차례의 등판에서 모두 중간 계투로만 나왔다. 이날이 선발로 등판한 첫 경기였다. 삼성으로서는 그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카리대의 첫 선발 시험은 실패로 끝났다. 한화 타선은 카리대를 맞아 1회에만 안타 3개와 볼넷 3개, 폭투 1개를 집중시키며 3점을 뽑아냈다. 2회에도 1사 2루에서 최진행이 적시타를 쳐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김태균마저 안타를 쳐 1사 1, 2루가 되자 삼성은 곧바로 카리대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이동걸을 교체 투입했다. 이동걸마저 선행주자에게 모두 홈을 내주면서 카리대의 실점은 6점이 됐다. 1과 3분의 1이닝 동안 5안타 4볼넷 6실점의 최악투였다. 한번 불붙은 한화 방망이는 멈출 줄을 몰랐다. 6-0으로 앞선 3회초 송광민의 3점 홈런 등으로 6점을 더 달아나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약한 투수력 때문에 대패가 더 익숙했던 한화는 18개의 안타와 9개의 볼넷을 집중시키며 14-2로 크게 이겼다. 5월 18일 대전 두산전 14-2 승리에 이어 팀 시즌 최다 득점 및 최다 점수 차 승리 타이기록이었다. 올 시즌 삼성과의 상대 전적은 3승 8패가 됐다. KIA는 마산 경기에서 선발 서재응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안치홍의 2점 홈런 등에 힘입어 NC를 5-2로 꺾고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첫날의 주인공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도,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40·미국)도 아니었다. 미국 뉴욕 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골프장 동코스(파70·7163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우즈는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1오버파 71타로 공동 50위에 머물렀다.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미켈슨 역시 마지막 홀 더블보기로 우즈와 함께 공동 50위에 자리했다. 그 대신 리더보드 상위권에는 모처럼 낯익은 이름이 올랐다. 유럽의 강자로 2011년 한국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해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폴 케이시(36·잉글랜드·사진)가 주인공이다. 케이시는 이날 3언더파 67타를 치면서 공동 3위에 올랐다. 공동 선두인 애덤 스콧(호주), 짐 퓨릭(미국·이상 5언더파 65타)과는 2타 차. 지난 2년간 케이시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다. 2009년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던 그는 2011년 10월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할 때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톱 랭커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그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스노보드를 타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친 이후 추락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수술은 피했지만 온전치 않은 몸으로 투어 출전을 강행한 게 문제가 됐다. 스윙 폼이 흐트러지면서 컷 탈락을 밥 먹듯 했고 세계랭킹은 169위까지 떨어졌다.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7월 1일 끝난 유럽투어 아이리시오픈이었다. 어깨가 많이 회복된 상태로 경기에 나선 케이시는 마지막 날 67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2위와 3타 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12번째 유럽투어 우승이었다. 당초 그는 PGA 챔피언십 출전 자격이 없었으나 이 대회 우승으로 가까스로 출전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1라운드를 마친 뒤 “이 자리에 얼마나 서고 싶었는지 모른다. 사람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내내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차세대 황제’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도 1언더파 69타를 치며 22위에 자리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8타 차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동료 선수들로부터 “4m 이내면 컨시드(일명 OK)”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퍼팅을 잘한다. 하지만 그런 박인비도 그랜드슬램이 걸린 지난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퍼팅 때문에 애를 먹었다. 대회 내내 퍼팅 난조에 시달렸고 4라운드의 퍼팅 개수는 40개나 됐다. 퍼팅이 어렵기는 남자 세계랭킹 1위 타이거 우즈(38·미국)도 마찬가지다. 우즈는 지난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2위를 7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벌써 시즌 5승을 거두며 ‘골프 황제’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지만 메이저대회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메이저대회 우승 갈증에 시달리는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퍼팅이다. 브리티시오픈에서는 평균 퍼트 수 29위, US오픈에서는 53위에 각각 머물렀다. 8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 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골프장 동코스(파70·7163야드)에서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우즈는 ‘퍼팅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과외 선생님으로 나선 것은 15년 지기인 스티브 스트리커(46·미국)다. PGA투어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6일 이 코스에서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한 둘은 6번홀에서 15분가량 머물며 퍼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스트리커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즈는 20차례 이상 퍼팅을 하며 자세와 스트로크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스트리커는 “퍼트 때 우즈의 어깨가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우즈와는 워낙 함께 경기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의 자세가 평소와 어떻게 다른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우즈는 3월 마이애미 주 도럴의 TPC 블루몬스터에서 열린 WGC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이미 퍼팅 과외 효과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우즈는 대회 전 스트리커로부터 45분가량 퍼팅 레슨을 받았는데 대회 4라운드를 도는 동안 총 퍼트 수는 100개에 불과했다. 자신의 생애 최소 퍼팅 수였다. 우즈는 공식 인터뷰에서 “2008년 US오픈 이후 메이저 대회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랭킹 2위이자 올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필 미켈슨(43·미국)은 다시 한 번 드라이버 없이 PGA 챔피언십 우승에 도전한다. 미켈슨이 올 시즌 드라이버 없이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US오픈에서는 공동 2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는 등 괜찮은 효과를 봤다.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를 2개 사용하는데 하나는 일반 3번 우드이고, 또 하나는 캘러웨이가 만든 비거리 전용 ‘X-hot’ 3번 우드다. 한국 선수로는 2009년 우즈를 꺾고 이 대회에서 우승한 양용은(41·KB금융그룹)과 최경주(43·SK텔레콤), 배상문(27·캘러웨이)이 출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의 경기. 두산이 4-0으로 앞선 5회초 선발 투수 이재우가 넥센 선두 타자 문우람에게 볼넷을 내주자 두산 벤치는 곧바로 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이재우가 이전까지 허용한 안타는 불과 2개. 투구 수가 91개로 다소 많았지만 평소 같았다면 승리 투수 요건(5이닝)을 채워주기 위해 교체를 미룰 법도 했다. 하지만 순위 다툼에 한창인 두산에 그런 사치는 허용되지 않았다. ‘승리 투수’ 이재우도 의미가 있겠지만 ‘3위’ 두산은 더욱 중요했다. 두산이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넥센을 5-4로 꺾고 6월 4일 이후 63일 만에 단독 3위에 올랐다. 7월 초까지만 해도 6위에 머물던 두산은 불과 한 달 사이에 선전을 거듭하며 세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반면 이날 두산에 패한 넥센은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된 투수 교체였다. 이재우를 구원 등판한 윤명준(사진)은 이택근에게 내야 안타, 박병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강정호의 땅볼로 한 점을 내줬을 뿐(이재우 실점) 계속된 1사 1, 3루 위기에서 후속 김민성을 삼진, 안태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 위기를 벗어났다. 2와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윤명준은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생애 첫 승을 따냈다. 두산은 2회말 공격 1사 만루에서 민병헌의 희생타와 김현수의 적시타, 최준석의 2타점 2루타 등으로 대거 4점을 뽑았다. 7회에는 이종욱이 솔로 홈런을 쳐 팀 2600홈런도 달성했다. 넥센은 1-5로 뒤진 9회말 3점을 따라붙었으나 2사 1, 3루에서 김민성이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며 무릎을 꿇었다. 5위 롯데는 사직 경기에서 6위 KIA를 5-3으로 꺾고 4강권 진입의 희망을 이어갔다. 6과 3분의 1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롯데 선발 유먼은 시즌 11승을 거뒀다. KIA는 5위 롯데와의 승차가 3경기로 벌어지면서 4강권에서 더 멀어졌다. LG는 마산 경기에서 정성훈의 2점 홈런 등을 앞세워 NC에 5-1로 이겼다. 한화와 SK의 청주 경기는 비로 순연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5일 새벽 막을 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한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박인비도 역시 사람이더라”고 말했다. 세계 랭킹 2위인 루이스는 불과 며칠 전 박인비에 대해 “같은 선수로서 박인비가 과연 사람인지 궁금하다. 우리와는 달리 박인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었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골프 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이번 대회에서 6오버파로 공동 42위에 머물렀다. 시즌 개막 뒤 3연속 메이저대회를 우승한 골퍼는 남녀를 통틀어 박인비 말고는 없었다. 그렇지만 루이스의 말대로 박인비도 사람이었다. 브리티시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를 마친 뒤 박인비는 공식 인터뷰에서 “대회가 끝났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18번홀을 걸어 나오면서 안도감까지 들었다.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네 라운드를 돌았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지난달 1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그는 어디를 가건, 누구를 만나건 ‘그랜드슬램’에 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잘 치건 못 치건 공식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4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것도, 모든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도 생소했다. 심지어는 6오버파를 쳤는데도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지 않나. 이번 대회는 내겐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라고 했다. 잘 치려고 할수록 더욱 마음같이 되지 않는 게 골프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그는 더욱 큰 압박감에 시달렸고 장기이던 퍼팅까지 급격히 흔들렸다. 박인비는 마지막 4라운드에서 40개의 퍼팅을 기록했다. 그는 “3퍼팅은 물론이고 모처럼 4퍼팅도 여러 번 했다”고 했다. 박인비는 “6일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2, 3일을 보내고 싶다. 다시 에너지를 회복한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그랜드슬램을 위한 또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올해부터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에비앙 마스터스(9월 12∼15일)다. 마이클 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커미셔너는 대회 전 “한 시즌에 4개의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이다. 만약 박인비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어 에비앙까지 우승하면 ‘슈퍼 슬램’이라는 용어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에비앙 마스터스에서의 그랜드슬램 도전에 대해 박인비는 “훨씬 부담이 적을 것 같다. 이미 이번 대회에서 엄청난 일을 겪었기에 앞으로는 어떤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때 선두로 나섰던 최나연(26·SK텔레콤)과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은 루이스에 2타 뒤진 공동 2위에 만족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