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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는 하고 싶은데 국민 여론을 보니 정시 확대는 해야겠고, 절대평가 방식의 수능으로는 변별력이 없어 정시 확대가 힘들다 보니 결국 13년 전 없앤 수능 원점수 제공 카드까지 꺼낸 것 아니겠나.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 대한 교육계의 해석은 대체로 이같이 요약된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렇게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정책은 처음”이라며 “뭘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절대평가-정시확대-원점수 부활 ‘모순 세트’ ‘수능 절대평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신념과도 같은 정책이다. 김 부총리는 11일 “장관이 된 후에는 (수능 절대평가 지지에 대해) 말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가 수능 폐지론자에 가깝다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저서 ‘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이 민생이다’에서 “수능 같은 방식의 입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학 진학 방식 중 하나일 뿐이며 그것도 아주 나쁜 방식”이라며 “수능은 대입 자격고사처럼 운영하고 대입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8월 공개했다가 철회한 수능 개편안은 1안과 2안 모두 절대평가 확대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10점 단위로 등급을 끊는 절대평가 방식 수능은 변별력이 매우 낮아 사실상 수능으로 뽑는 정시 전형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상황에서 김 부총리의 수능 정책이 여론을 급속하게 악화시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시 확대 주문이 이어졌다. 그러자 교육부는 전혀 예정에 없던 수능 원점수 카드까지 들고나왔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예외적으로 대학에 원점수를 제공해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능 원점수가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이미 2005년에 없어졌다는 점이다. 원점수란 수능 시험지에 적힌 문항별 배점을 채점 결과에 따라 그대로 더한 것이다. 점수에 따라 이른바 ‘한 줄 세우기’가 가능해 변별력 확보가 쉽다. 그러나 과목 간 난이도 유·불리를 반영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예컨대 생물 70점(응시자 평균점수 90점)을 받은 A학생과 물리 50점(응시자 평균 40점)을 받은 B학생 중 진짜 시험을 잘 본 학생은 B인데도 원점수만 보면 A의 점수가 더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평가전문가인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는 “원점수 체제에서는 어떤 선택과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돼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며 “수능 원점수를 수능 절대평가의 대안인 것처럼 제시한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대학의 선발 방식 비율을 국민에게 정하라니”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공론화를 통해 결론 내 달라고 요청한 ‘학종-정시 간 적정 비율’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어떻게 국민에게 물어서 정하느냐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 비율 조정은 대학이 정하도록 고등교육법에 명시돼 있다”며 “이걸 교육전문가도, 교육부도 아닌 국민에게 물어 결정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립대 부총장 역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국민들이 답할 수 없는 걸 답하라고 요구하는 꼴”이라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의 칼자루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쥐고 있다. 교육계에선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이 전문성이 부족하고 중립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가교육회의는 당연직 위원(9명)과 위촉직 위원(11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됐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 의장을 맡았다. 교육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장관 5명과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장 등 4명이 당연직 위원이다. 나머지는 위촉 민간위원인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복잡한 교육정책을 다루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1명 가운데 교수만 6명으로 정작 교육현장을 잘 아는 교사는 1명도 없다. 국가교육회의는 원래 21명이었지만 상근위원인 기획단장을 맡았던 조신 전 서울시교육청 공보담당관은 이미 2월 경기 성남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조 전 단장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시절 교육청 근무가 교육 경력의 전부로 사실상 정치인이다. 강경숙 원광대 교수와 권호열 강원대 교수는 지난해 대선에서 문 대통령 후보의 외곽 지지 그룹에 속해 있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을 주창하는 미시경제학자다. 2011년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을 지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2014년 ‘경제학자, 교육혁신을 말한다’란 저서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썼다. 교육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은 이념적으로 ‘진보 색깔’이 뚜렷하다. 해직 교사 출신인 김진경 전 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을 주도했고 초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고등교육 분과를 담당한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에서 활동했다. 스웨덴 국립교육청 출신인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도 곽 교육감 시절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을 지냈다. 혁신학교 전문가인 김정안 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그나마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김대현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가 유일하게 입시전문가로 손꼽힌다. 국가교육회의는 16일 공론화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20일까지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입제도특별위원회를 따로 구성하기로 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올해 중3 학생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도에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렇게 되면 현행보다 2주가량 앞당긴 11월 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뒤 수능 성적을 기반으로 수시 정시 구분 없이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1997년 김영삼 정부 당시 도입된 수시모집이 25년 만에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수시 정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도입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의 적정 선발 비율 등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3개 핵심 쟁점을 국가교육회의가 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부총리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과정에서 폭넓은 여론 수렴을 위해 구체적 개편안 대신 쟁점을 모아 ‘열린 안’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쟁점별 조합에 따라 수시와 정시를 한꺼번에 치르는 방안 등을 포함해 5개 모형을 예로 들었으나 “(교육부는) 정해진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1년 유예했다. 이후 7개월 동안 정책자문위원회 연구를 비롯해 학생 학부모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나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교육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여론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날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공약으로 지난해 도입을 검토했던 절대평가조차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이제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로 넘어갔다.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를 만들고 8월까지 시민들이 참여하는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2022학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결정할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 의장을 맡았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당연직 위원 9명과 학계·교육계 위촉직 위원 11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신 의장을 포함해 진보 쪽 인사가 대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복합적인 교육 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장기적으로는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전환된다. 국가교육회의는 일부 위촉 위원을 중심으로 15명 안팎으로 산하에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를 만들고 학생·학부모·교사 등이 모두 포함된 공론화위원회를 따로 구성한다. 국가교육회의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특위 구성 등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을 놓고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통해 8월까지 결론을 내면 교육부는 이를 전적으로 수용한다.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 공론화 과정과 유사하게 진행되는 것인데 단순히 찬반을 가리는 것과 달리 대입정책은 워낙 복잡해 합의까지 난관이 예상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2020학년도 정시 모집 인원 비중이 30%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9일 2020학년도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이상 가나다순) 등 서울 주요 4년제 사립대의 정시 모집 인원을 확인한 결과 10개 대학 모두 2019학년도보다 정시 모집 인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일부 대학에 전화로 정시 확대를 요청한 지 약 열흘 만에 서울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정시 확대로 방향을 튼 셈이다. 국립대인 서울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날 정시 모집 인원이 전년 대비 58명(9.7%) 늘어나는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확정했다. 앞서 연세대는 전년 대비 125명 늘어난 1136명(정시비율은 33.1%)을 정시에서 뽑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가장 많이 정시 인원을 늘렸다. 2019학년도 705명에서 2020학년도에는 무려 372명을 늘려 전년 대비 52.7% 증가했다. 2020학년도에 정시 선발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한국외국어대(36.2%), 가장 낮은 학교는 고려대(17.3%)였다. 현재 고2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0학년도에 서울 주요 10개 대학 평균 정시 비율은 29%가 된다. 정시 비율이 25.8%인 2019학년도 대입보다 953명 늘어난다. 현재 고2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정시 확대로 방향을 바꾸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서울 A대학 입학처장은 “고교 교실을 정상화하겠다면서 10년간 수시를 확대하라던 교육부가 정시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며 “사회적 합의도, 교육철학도 담기지 않은 이번 방침으로 입시 현장만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시가 확대되면 수능점수가 높은 강남지역 재학생들과 수시전형 지원이 제한적이라 수능에 사활을 거는 재수생들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우경임 woohaha@donga.com·임우선 기자}

전방위적인 교육부의 압박 이후 대학들은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부랴부랴 수정했다. ‘정시 확대 파문’이 불거진 후 2일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2020학년도에) 큰 폭으로 수시 정시 비중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각 대학이 미세 조정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9일 본보가 확인한 서울 소재 사립대 10곳의 2020학년도 정시 모집 인원은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다.○ 서울 주요 사립대 정시 비중 30% 선에 맞춰 이들 대학의 정시 비중은 평균 29%. 그동안 정부 여당에서 나온 ‘대입전형에서 정시가 3분의 1은 돼야 한다’는 신호를 곧바로 수용한 셈이다.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 재정이 어려워진 사립대는 재정 지원의 전권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B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 정시 확대 방침에 따라 두 차례 대입전형계획을 수정해 논술전형 인원을 줄이는 대신 정시 인원을 늘렸다”며 “앞으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 미리 반영했다”고 밝혔다. C대학 입학처장은 “직간접적인 정시 확대 메시지가 있어 미리 대비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 10개 사립대에서만 정시 선발 인원이 2019학년도 대입보다 953명(11%) 늘어났다.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상위권 대학들이다 보니 대입 판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통상 4∼9%인 수시 이월 인원까지 포함하면 정시 비중이 40%까지 올라가는 대학도 있을 것”이라며 “고2 학생들은 대입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정시 확대되면 강남 재학생과 재수생 유리 서울 상위권 대학은 정시 비중이 축소된 상황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을 높여 우수 학생을 미리 독점해 왔다. ‘내신 부풀리기’ 등 일반고 내신에 대한 불신이 크다 보니 정성평가인 학종을 통해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을 대거 선발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반면 정시 인원이 늘어나면 서울 강남 학생과 재수생이 유리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에 따르면 2005∼2015학년도 서울 자치구별 수능 고득점자(국어 수학 영어 2등급 이상) 비율은 강남구→서초구→양천구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몰린 강남 학생들이 내신등급은 떨어지지만 수능 점수는 높았다. 학종에 포함되는 내신성적이나 비교과활동에 신경 쓸 필요 없는 재수생도 유리해진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 확대로 내신이 안 좋은 학생들은 ‘역전의 기회’가 생기고, 내신이 좋은 학생들은 대학으로 가는 문이 좁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진보교육계도 ‘교육부 때리기’ 교육 이슈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진보적인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여당과 정부의 대입 정책 제안은 수능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참여정부 이후 10년 이상 이어진 공교육 정상화라는 교육적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사 단체도 교육부 비판에 가세했다. 진보성향 교사 모임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수능 회귀는 미래형 교육을 망친다”며 이날부터 11일까지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반면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수시에서 수능 성적을 반영하고 정시 모집을 더 늘려야 한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 공약집을 만들 당시에도 문재인 캠프의 ‘현실론’과 진보교육 진영의 ‘이상론’이 상당한 마찰을 빚어 수시 정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담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교육의 미래를 그려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는다면 혼선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 제출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서울 A대학 총장은 박춘란 교육부 차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박 차관은 “수시 비중이 급격히 높아져 우려스럽다”며 우회적으로 정시 모집인원 확대의 뜻을 전해왔다. 그즈음 다른 두 곳의 대학도 박 차관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미 대입전형계획을 제출했던 대학들은 진의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박춘란 미스터리’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10년간 장려해온 수시 확대에 급제동을 걸었다. 그것도 문서 한 장 없이 구두로 전달하는 비정상적인 방식이었다. 교육정책을 둘러싼 교육부와 청와대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갑자기 ‘정시 확대 깜빡이’ 켜져 교육부의 정시 확대 요청은 예고없이 이뤄졌다. 지난달 21∼23일 박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가 열렸다. 이때 수시·정시 비율에 대한 우려는 전달되지 않았다. A대학 입학처장은 “인력, 비용 문제로 수시 인원을 더 늘릴 수 없어 오히려 교육부에 혼날까 봐 눈치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갑작스러운 정시 확대 요청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일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구두로라도 우려를 전달하게 된 배경은 급격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시·정시 비율이 차이 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설명과는 엇갈린다. 이미 준비해왔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교육부는 이미 1월 2020학년도 대입부터 수시 비중을 늘리지 않는 쪽으로 협의를 마쳤다는 게 청와대 측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발표 예정인 2022학년도 대입 정책 개편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2020학년도 전형은 교육부가 맡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2020학년도 대입 정책 방향을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과정 없이 3월 말이 임박해서야 주요 대학에 전화로 정시 확대를 요청하니 졸속으로 비친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줄곧 정시 확대 여론을 전달했는데도 교육부가 꿈쩍하지 않다가 이렇게 거친 방식으로 처리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뒤늦게 전화한 이유는 이미 청와대와 교감이 이뤄졌는데도 교육부는 왜 대입전형계획 제출 마감이 임박해서야 정시 확대를 요청했을까.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내키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전임 정부는 지속적으로 수시 확대를 추진해 왔고, 수시를 늘리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줘 왔다”며 “이 역할을 맡았던 교육부가 수시 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의식해 뒷짐을 지고 있다가 실기(失期)했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년같이 수시·정시가 7 대 3 비율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했는데 주요 대학들이 제출한 대입전형계획을 보니 8 대 2 수준이었다”며 “급한 불을 꺼야 했다”고 말했다. 수시 비중이 높은 서울 주요 대학에만 전화를 한 이유가 설명된다.○ 지방선거 앞두고 당정청 충돌 대학별 대입전형은 이달 말 공식적으로 발표된다. 6월 지방선거가 한 달 남은 시점이다. 수시 비중이 한 해 10% 이상 뛴다면 민심 이반이 우려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개입설과 여당 압력설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시간이 흐르면 말할 때가 올 것이다.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박춘란 미스터리’를 계기로 교육을 둘러싼 당정청의 누적된 난기류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새다. 한 여당 의원은 “김상곤 부총리 취임 이후 교육 정책의 혼선에 여당 의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당정 협의를 해도 교육부가 여당의 의견을 잘 수렴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교육 정책 결정 라인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 정책은 휘발성이 높고, 국민의 관심도 큰 만큼 혼선을 더 방치했다가는 정권 차원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사청문회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워 쉽사리 ‘김상곤 카드’를 바꾸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한모 씨(36·여)는 올해부터 아이를 초등 돌봄교실에서 간식을 먹인 뒤 오후 4시부터는 영어와 태권도 학원을 번갈아 보낸다. 돌봄교실에만 맡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씨는 “아이가 초등 돌봄교실에서 1년을 지낸 뒤 ‘지루해서 가기 싫다. 집에 혼자 있게 해달라’고 해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돌봄교실 이용은 좋았지만 아이도 엄마도 돌봄서비스의 질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맞벌이 부부인 임모 씨(35·여)는 돌봄교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아픈 아이가 방치돼서 책꽂이 사이에 기대어 자고 있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렇게 하면서까지 아이를 놔둔 채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회의가 들었죠.” 정부가 2022년까지 초등학생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가 운영하는 학교돌봄 10만 명,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마을돌봄 10만 명을 각각 확대하는 방침을 4일 내놨다. 돌봄서비스를 받는 초등학생이 현재의 33만 명에서 53만 명으로 늘어난다. 돌봄 대상 아동은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모든 학년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운영시간 도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까지 연장해 저녁돌봄을 강화한다. 새로 짓는 학교는 돌봄교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돌봄교실은 증축할 예정이다.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 안 빈 교실 1500개를 개방하기로 했다.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5년간 매년 2200억 원씩 투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서울 성동구 경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온종일 돌봄학교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다섯 살까지는 무상보육이 실시되는 데 비해 초등학생의 경우 방과 후 돌봄 공백이 심각하다”며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 공백은 육아 병행을 어렵게 만들고 특히 여성에게는 출산 이후의 경제 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해소에 팔을 걷고 나선 점은 긍정적이지만 돌봄서비스의 ‘질’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는 돌봄전담사 한 명이 20명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부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없으면 헛돈만 쓸 가능성이 높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

“초등 돌봄교실이 제일 필요한 건 맞벌이 부부죠. 그런데 ‘계륵’ 같아 신청을 포기했어요.” 올해 딸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이모 씨(37·여·서울 마포구)는 초등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대신 전일제 도우미를 구했다. 이 씨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보통 오후 7시 이후. 저녁돌봄을 신청했지만 학교는 신청자가 적어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해왔다. 오후 5시 정도에 끝나는 오후돌봄교실을 이용하더라도 어차피 학원을 1, 2곳은 더 다녀야 퇴근 시간과 맞출 수 있다. 이 씨는 “밖에서 아이를 고생시키느니 차라리 집에서 간식도 먹고 쉬도록 했다”며 “도우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퇴사를 하고 내가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게 나은지 고민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 아이는 돌봄 공백, 엄마는 경력 공백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학기 초등 1∼3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여성 1만5841명이 퇴사했다. 2022년까지 정부가 학교 돌봄 10만 명, 마을 돌봄 10만 명씩 모두 20만 명을 공적돌봄에 추가로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배경이다. 현재 전체 초등학생 267만 명 가운데 공적돌봄 이용률은 12%에 불과하다. 초등 돌봄교실에서 24만 명,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9만 명을 돌보고 있다. 그러나 초등 돌봄교실 숫자만 무작정 늘릴 것이 아니라 맞벌이 부부가 꼭 찾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봄교실 수용률은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이 97%, 경기가 94%다. 수용률이 높아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최근 개발된 신도시처럼 돌봄 수요가 많은 곳은 돌봄교실이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한다. 과밀학급이 많은 신도시 학교는 돌봄교실 수용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 맞벌이 부부가 이용하기에는 운영시간이 맞지 않거나, 취약계층에 입소 순위가 밀려 이용을 포기하기도 한다. ○ 돌봄 전담사 한 명당 학생 20명, 아이들 방치 보통 돌봄교실은 학생 20명당 전담사 한 명이 배정된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키거나 지켜보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초등 4학년 아들을 둔 양모 씨(41·여·서울 용산구)는 “아침돌봄을 신청했지만 아이가 우두커니 앉아있기 싫다고 바로 빈 교실로 갔다. 이런 사실도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 돌봄교실 운영지침에 따르면 놀이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하되 매일 하나씩 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역, 학교마다 돌봄 서비스 질은 천차만별이다. 운영비와 인건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예산을 충당하기 때문에 시도별 재정 상황에 따라 격차가 벌어진다. 중 1학년 아들과 초등 6학년 딸을 둔 김모 씨(41·여·경북 청도군)는 아이들이 초등 1, 2학년 때 모두 초등 돌봄교실로 보냈다. 처음에는 저녁식사도 제공되고 받아쓰기도 가르치던 돌봄교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습만 시키는 등 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초등 3학년부터 아이들을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 맞벌이 부부가 가장 곤혹스러운 시기는 방학이다. 방학에도 초등 돌봄교실을 오후 5시까지 운영해야 맞지만 반나절만 운영하는 학교가 많다. 학교로선 비용은 물론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초등 3학년과 5학년 형제를 둔 이모 씨(44·서울 용산구)는 “고학년이 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 초등 돌봄교실 이용이 어렵고, 저학년도 일찍 돌아온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결국 점심을 제공하는 영어학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돌봄교실의 안전 문제도 보완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곽모 씨(43·서울 서초구)는 “오전 7시 반경 학교에 보내면 돌봄교실 외에 학교는 텅 비어 있다”며 “딸아이가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교육부가 최근 대학에 수시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으나 각 대학마다 방침이 엇갈리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섣부르게 대입 제도에 손을 대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연세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동국대 중앙대는 폐지 대신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한국외국어대는 학생부교과전형은 폐지, 논술전형은 유지할 방침이다. 성균관대는 정원외전형은 폐지, 논술전형은 유지할 방침이다. 반면, 고려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고, 경희대는 이미 논술 전형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폐지를 검토하지 않는다. 고려대 양찬우 인재발굴처장은 “다음 주 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최종 입시요강을 확정하는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폐지하지 않기로 했다”며 “응시자가 크게 늘어나면 물리적으로 입학사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고려대 수시전형에는 2만2500여 명이 지원했다. 이보다 응시자가 늘어나면 인력이나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돼 고교교육 기여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받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했다. 갑자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고3 교실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학년 2학기 내신 점수가 반영되지 않는 수시 모집 인원이 70%가 넘는 현재 상황에서도 고3 수업은 파행 운영되고 있다. 경기 소재 고교의 한 진학지도교사 A 씨는 “3학년 2학기는 수시 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등을 하거나 수능 준비를 위한 자습이 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오히려 고3 수업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독려하는 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서울 소재 고교에서 고3을 가르치는 교사 B 씨는 “지금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자유학기제’라고 부른다”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까지 폐지되면 고3 교실은 거의 붕괴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대입정책포럼에서는 수시와 정시 시기를 통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9월 시작하는 수시 지원 시기를 늦춰 수능 점수가 발표되는 12월에 맞추자는 것으로 그동안 상당한 검토도 이뤄져 왔다. 그런데 대입 제도 개편안이라는 큰 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수능 최저학력 폐지가 확산되면서 올해 고2가 고3이 되는 내년(2019년)과 고1이 고3이 되는 후년(2020년) 2년간 급속한 ‘교실 붕괴’를 막을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입 제도 간 ‘도미노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 단편적인 정책으로 입시 제도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며 “내년 입시를 두고 당장 고2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국가교육회의에 상정되면 신고리 원전처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교육부가 조만간 발표할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열린 시안’ 형태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상정돼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고대로라면 교육부는 3월 말∼4월 초 복수의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자체적으로 확정해 발표하고, 국가교육회의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이 중 선택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가 △수시·정시 통합 △수능 절대·상대 평가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등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일반국민, 전문가, 교원단체 등이 참여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입제도 개편안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31일 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여론의 반발로 1년 유예했다. 이마저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여론 눈치 보기’를 하면서 시안 확정조차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시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은 수능 최저학력 폐지, 정시 모집인원 확대 등 에 급히 손을 댔다가 여론의 비난을 불러왔다. 지난달 30일에는 교육부 박춘란 차관이 각 대학에 정시 모집 확대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2일 “급격하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이 차이 나는 상황이 생겨 (일부 대학에) 구두로라도 우려를 전달했다”며 정시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10년간 지속된 수시 모집 확대 정책을 ‘뒤집기’ 하면서 대학과 수험생들의 불만이 크다. 한 서울 사립대 입학처장은 “차관의 구두 권고는 비상식적이다. 입시제도는 파급력이 큰 만큼 설득도 하고 의견수렴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 모집 비중이 높은 서울 주요 대학들이 2020학년도에는 정시 모집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현재의 고2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연세대는 이미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하고 정시 모집인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서울대 한양대는 정시 모집 확대와 관련해 “이미 제출한 대입전형에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고2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이날 수험생 카페 등에서는 ‘대입 3년 예고제’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으로 들끓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고2 학부모들이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나는지, 수능을 잘 봐도 최저학력 기준으로 쓰이지 않으면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문의가 오고 있다”며 “정시 모집 인원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지만 ‘연쇄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하얀 야구공이 소리 없이 하늘을 가르자 3루에 있던 타자가 홈으로 뛰어 들어섰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충북 충주시 충주야구장과 수안보야구장에서 열린 제12회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청주 기드온은 대전 이글스를 상대로 20 대 1 콜드게임(5회)으로 이겼다. 동아꿈나무재단은 2007년부터 전국농아인야구대회를 매년 1500만∼2000만 원씩 후원했다. 2002년 농아교육기관인 충주성심학교가 고교 야구부를 창단해 국내 최초 전국고교 야구대회 출전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충주성심학교 농아인 야구단은 선수용 야구장비도, 유니폼도 갖추지 못한 열악한 상황이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창단해 키워낸 조일연 대한농아인야구협회장은 “동아꿈나무재단이 야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자 맨땅에서 야구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충주성심학교 농아인야구단 출신 선수들은 이제 사회인야구단의 주축이 됐다. 내년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릴 세계농아인야구대회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 대회 이후 세계농아인올림픽대회에서 자동으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인정돼 농아인 야구선수들이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동아꿈나무재단이 처음 뿌린 씨앗이 농아인 야구의 저변을 넓히는 꽃을 피운 것이다. 동아꿈나무재단은 1971년 3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감귤농장을 경영하던 현암 오달곤(玄岩 吳達坤) 씨(1985년 작고)가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2020년)이 되면 가난한 영재를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100만 원을 일민 김상만(一民 金相万) 동아일보 사장(1994년 작고)에게 희사하면서 시작됐다. 1975년 광고탄압사태 당시 동아일보가 국민과 애독자가 보내온 성금에 별도 출연금 3억 원을 합쳐 1985년 6월 꿈나무기금으로 설립됐다. 이후 33년간 개인의 꾸준한 기부가 동아꿈나무재단을 키워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연세대가 2020학년도 대입 정시 모집인원을 2019학년보다 125명 늘어난 1136명으로 확정했다. 전체 모집인원의 33.1%다. 교육부가 최근 주요 사립대에 정시 선발인원 확대를 타진한 가운데, 주요 대학의 정시 확대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1일 연세대는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정시 모집인원을 늘려 수험생의 기회를 확대하고, 수시 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해 수험생의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교 2학년 대입부터 적용된다. 2019학년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수시 모집인원(정원 내 전형 기준)은 78%, 정시 모집인원은 22%였다. 특히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으로 폐지 여론이 비등한 학생부종합전형(내신 성적과 비교과 활동 반영)은 수시 모집인원의 70%를 넘어섰다. 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주요 사립대 총장들에게 연락해 “정시 모집인원을 늘릴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문의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고려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등 서울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연세대는 이 회의에 없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이미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정시 확대 방침을 담은 대입전형계획 내부 심의가 끝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보통 각 대학의 대입전형 발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심의가 끝나고 4월 말에 이뤄진다. 그러나 연세대는 교육당국의 ‘대입전형 흔들기’가 계속되자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찌감치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등 9개 대학은 이미 대교협에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제출했지만 수시·정시 모집인원 수정을 위해 제출시한을 10여 일 연장하기로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정시 확대 방안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수시·정시 모집인원이 2019학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인원도 1091명으로 전년보다 120명 확대한다. 그 대신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을 줄인다. 최저학력 기준 전면 폐지도 수험생들의 대입 준비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관계자는 “수능과 학종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해 수험생의 부담을 덜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반대’ ‘학종 폐지, 정시 확대’ 등을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촉구하는 청원에 1일 현재 8만여 명이 동의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사실상 수능이 무력화하고, 수능 절대평가나 자격시험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반면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가 장기적으로 정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교육당국과 입시업체는 분석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우수 학생을 골라 뽑아야 하는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평가할 요소가 없어지면 수시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특히 상위권 대학들의 학종 확대에 제동이 걸린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매각했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본인 소유 래미안대치팰리스(94.49m²)를 최근 처분했다. 매매가액은 23억7000만 원으로 현재 시세보다 1억5000만 원가량 싸게 팔았다. 김 부총리는 래미안대치팰리스로 재건축되기 전인 청실아파트를 1984년 4000만 원에 매입해 34년 동안 보유해 왔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부터 사교육 특구인 강남에 집을 보유한 사실이 논란이 돼 왔다. 김 부총리는 최근까지 “팔려고 부동산에 내놓은 지 좀 됐지만, 팔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시세인 25억 원 안팎에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급매’ 수준인 셈이다. 김 부총리의 한 측근은 “현재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 돌려주고, 세금을 납부하면 차익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등록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해당 아파트를 10억 원에 전세를 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 부총리의 양도소득세는 6억∼7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김 부총리는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134.55m²) 한 채만 남게 됐다.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 명단에서 빠지게 됐고, 양도소득세 중과조치가 시행되는 4월 전에 이뤄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교육부가 다음 달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여당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폐지’ 제안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정책연구소 ‘더미래연구소’는 대입제도 개편안 보고서를 통해 학종을 폐지하고 모든 대학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내신, 수능+내신으로 선발 인원을 각각 동일한 비율(1 대 1 대 1)로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수시모집은 학생부교과전형(내신 성적만 반영)과 학종(내신 성적과 다양한 비교과 활동 반영)으로 운영된다. 이 중 학종은 합격, 불합격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 정성평가로 ‘깜깜이 전형’으로 불린다. 또 동아리나 진로 활동에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 격차가 벌어져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도 받아왔다. 이번 보고서는 복잡한 전형을 단순하게 만들고,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를 줄이려면 학종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대신 내신이 좋으면 내신으로, 수능을 잘 보면 수능으로, 두루 잘하는 학생은 내신과 수능으로 대학 진학의 기회를 보장받도록 각각 ‘1 대 1 대 1’의 동일한 비율 선발을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수시, 정시 통합선발도 가능해져 대입전형과 일정이 지금보다 간단해진다. 2018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입시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73.7%는 수시로, 26.3%는 정시로 선발됐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학종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독점하려는 상위권 대학과 교육단체 및 교육 관료들의 이상주의가 결합돼 학종이 유지되고 있다”며 “학생부의 비교과활동을 축소하는 정도로는 ‘학종 불공정성’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학종이 공교육 정상화란 도입 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현실을 보지 않으면 탁상공론이 된다”고 덧붙였다. 학종 비율이 높은 수시전형은 수능이 고교 교실을 붕괴시키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커지면서 도입됐다. 이 때문에 수능만 보는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수시 선발비율이 50%였던 2007년 대입을 준비하는 일반고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원이었으나 수시 선발비율이 70% 수준으로 확대된 2017년에는 33만 원으로 9만 원 이상 올랐다”고 반박했다. 교육부가 다음 달 10일 전후 국가교육회의에 상정할 대입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앞두고 최종 조율 중인 가운데 여당발 ‘학종 폐지론’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 공개 당시에도 민심 이반을 우려한 여당이 제동을 걸어 1년 유예됐다.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교육부도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학년도 대입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적용, 고교학점제 도입 등 복잡한 변수와도 맞물려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까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무더기’ 검찰 수사를 의뢰하도록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전 목포대 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정부가 국가기관과 여당은 물론이고 일부 친정권 인사들까지 동원해 역사교과서 편찬에 부당하게 개입한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조사위는 이런 과정에서 △불법 여론 조작 △비밀 태스크포스(TF) 운영 △국정화 반대 학자 학술연구지원 배제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교과서 편찬·집필 과정 부당행위 등 다수의 위법·부당행위가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 국정 중등 역사교과서를 발행했지만 탄핵 정국에서 연구학교만 시범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주교재로 사용한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진상조사위는 2014년 국정화 준비 과정부터 2016년 국정 교과서 집필 과정, 2017년 배포 과정 등을 조사하며 무려 25명 안팎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 청와대 인사뿐 아니라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장, 서남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정부 인사와 박모 전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 강모 장관정책보좌관 등 실무자까지 포함했다. 고 위원장은 “혐의를 적시할 수 없는데 그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 있는 사람도 일단 수사 의뢰 대상에 넣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공정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교육부 전·현직 공무원 10여 명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로 이미 줄줄이 좌천된 동료를 지켜본 교육부 공무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 A 씨는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했다고 처벌을 요구한다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전남도교육감 출마 선언을 한 고 위원장이 직접 브리핑을 한 것을 두고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브리핑 4시간 이후 고 위원장은 ‘셀프 보도자료’를 배포해 “역사에 중차대한 일을 맡아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며 “진보 교육감이 돼 전남 교육에 변혁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했다. ‘출마 선언’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자 “나와 상의 없이 보도자료가 배포돼 죄송하다”며 교육감 관련 언급을 삭제한 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수사 의뢰 여부를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등 조사 결과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강의실이 확 바뀐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주요 15개국에서 로봇, 빅데이터, 바이오 등에서 일자리 200만 개가 늘어난다. 반면 오래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진다. 대학들은 새로운 기술 습득을 돕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건국대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바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1250여 m² 규모의 공간에 ‘KU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팹랩(Fab Lab)과 독일 뮌헨공대의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처럼 다양한 공작 도구와 재료를 갖춘 공간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시제품을 만들게 된다. 직접 설계·개발→제조→유통·물류 등 전 생산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고려대는 지식의 전달이 아닌 지식의 창조를 위한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인 SK미래관은 111개 세미나실과 111개 개인집중실로 만들어진다. 수백 명이 한곳에 모여 앉아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고,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나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을 활용해 교수의 핵심적인 강의를 들은 뒤, 학생들은 조교들과 함께 소규모로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단국대는 4월부터 학생 맞춤 AI프로그램 ‘에듀아이(EduAI)’를 학사 전반에 도입한다. △융합 △창의 △자기주도적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스스로 전공 설계와 취업 준비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에듀아이는 이미 단국대 학사, 학과 강의, 취업 설계 등과 같은 정보를 빅데이터에 기반해 습득했다. 만약 회계학과로 전과를 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에듀아이에게 바로 묻고 최적화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학과를 뛰어넘은 융복합 실험 전공 간 벽을 허물어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려는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은 올해 ‘융합학과’를 신설했다. 융합학과는 3, 4학년이 되면 ‘스마트팩토리’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2개 트랙으로 나눠 수업을 듣는다. 2개 트랙 공통 교과목인 빅데이터 활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해 기본적인 융복합 역량을 갖추도록 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소프트웨어융합학과를, 올해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신설했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 학생들은 1학년 2학기에는 학과를 떠나 예술디자인대학이나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수강한다. 여러 학과의 전공수업을 섭렵하는 융합교육인 ‘경희 공학’의 핵심 모델이다 . 고려사이버대는 올해 인문사회과학과 공학을 포괄하는 융복합적 교육 모델인 미래학부를 신설했다. 미래학부는 빅데이터, 신산업기술경영, 국제협력·다문화 등 3개 전공을 운영하고 최대 3개까지 전공 선택이 가능하다. 광운대는 로봇공학에 특화돼 있다. 로봇계의 노벨상인 ‘조셉 앵겔버그’ 수상자인 김진오 교수를 중심으로 세계 최초 대학생 로봇게임단인 로빛(Ro:bit)이 활동하고 있다. 로봇게임단 로빛은 2006년 창단됐는데 그동안 다수 로봇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왔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로봇·정보기술(IT) 융합 관련 연구를 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AI와 함께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분야다. 국민대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미래를 이끌 인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복합 인재라고 보고 △자동차공학 △자동차IT융합 △소프트웨어 3개 학과의 교과 과정을 통합하여 운영한다. 삼육대는 일반적인 창업교육과 차별화된 ‘창업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창업교육에 소셜, 모바일, 빅데이터 등 최신 4차 산업혁명 트렌드를 접목해 창업과정에서 이를 응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성균관대는 ‘체인지 메이커 랩(Change Maker Lab)’을 올해 시작했다. ‘체인지 메이커 랩’은 세계적인 창업 교육기관인 핀란드 TA(Timmiakatemia), 스페인 MTA(Mondragon Team Academy)의 핵심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개발된 ‘통합적 몰입, 융합 중심의 창업교육과정’이다. 600시간이 넘는 장기 창업교육 프로그램이지만 파편화된 지식 전달 중심의 단기적인 창업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숭실대는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융합 전공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총 2500명이 넘는 학생이 융합전공을 이수했다. 숭실대 융합교육은 △융합전공(12개) △DIY자기설계융합전공(7개) △연계전공(5개)으로 나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 15일 치러진다. 이번 수능을 보는 도중에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대비용 예비 시험지’를 준비했다가 재시험을 치른다. 지난해 수능일을 하루 앞둔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 이에 교육당국은 수능 시험지 배포 이후 지진이 나게 되면 1, 2주일 안에 다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수능 시험지를 A, B 두 세트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당국은 지진 피해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7월 9일 수능 세부 계획을 확정해 공고한다. 》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두 가지 버전의 시험지로 지진을 대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수능을 하루 앞두고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나 1주일간 시험이 연기된 점을 감안한 것이다. 교육당국은 난이도가 동등한 예비 시험지를 만들어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수능일 전후 지진 발생에 대비해 예비문항을 준비하고 지진 상황에 따른 수능 대책도 교육부와 협의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재시험 대비한 ‘플랜B’ 마련 올해는 수능 시험지 배포 이후 지진이 나는 상황까지 감안해 수능 시험지를 ‘2개 세트’로 제작할 계획이다. 포항 지진 당시 교육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진 발생 시 경미한 진동부터 실질적 피해가 우려되는 진동까지 ‘가’ ‘나’ ‘다’ 등 3단계로 대응하게 된다. 진동이 크고 실질적 피해가 우려되는 ‘다’ 단계 상황이 발생하면 운동장으로 대피한다. 해당 고사장은 시험이 취소되고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창훈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수능 당일에 1교시 때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수학 영어 시험이 끝난 다음에도 발생할 수 있다”며 “상황별로 일어날 수 있는 방안을 전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상황에 따라 △일부 또는 전 과목 △일부 지역 또는 전 지역 재시험을 치를지 각각의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대비용 예비 시험지를 준비하려면 원래 시험지와의 난이도 조절이 관건이다. 이 본부장은 “수능 신뢰도가 손상되지 않도록 문항과 전체 세트 난이도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겠다”고 말했다. 출제위원 및 검토위원 증원, 시험지 보관 및 보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 수능 문항별 성취기준도 첫 공개 이번 수능이 끝나면 각 문항별로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예를 들어 운동하는 상황을 다룬 문항이 나왔다면 ‘물리’에서 출제됐고, ‘뉴턴의 운동법칙을 1차원 운동에 적용하고 충격량과 운동량 변화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성취기준을 수험생에게 알려준다. 수능이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는 논란과 출제 오류 가능성을 줄이고, 학생들은 교육과정에 충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EBS 수능 교재·강의와 수능 출제 연계도도 70% 수준(영역별 문항 수 기준)을 유지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험영역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이고,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영어 ‘절대평가 효과’로 국어 수학 탐구영역이 갖는 변별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영역 1등급 인원은 10%가 넘을 정도로 다소 쉽게 출제됐다. 필수영역인 한국사의 경우 응시하지 않으면 수능 성적 전체가 무효 처리되므로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수능 성적표를 받기 전 가채점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은 무산됐다. 성 평가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 수능 가채점 결과 등급별 예상 커트라인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교육부는 “가채점 결과가 실제 점수와 다르면 혼란이 크다”며 가채점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교육부가 대학들에 수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진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최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하루 만인 26일 5만4900여 명(오후 10시 반 기준)이 동의하는 등 빠른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에 응하더라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서울 주요 대학에 진학하려면 영어 2등급 이상만 지원할 수 있었다. 교육부는 수능 최저학력 폐지 방침과 관련해 “수능과 내신을 동시에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입시를 단순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입제도의 뇌관인 ‘입시 불공정성’을 건드리게 됐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내신이 우수한 학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수시 선발인원이 70%를 넘은 상황에서 수능 영향력이 약해지면 ‘역전의 기회’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신을 고3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학생부종합전형은 결국 특목고 학생들,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전형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시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수시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능 최저 등급까지 폐지한다면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정확한 기준 없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막막함을 안고 가야 한다”고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휘문중고교가 속한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학교 강당과 운동장을 교회에 빌려주고 받은 임대료 약 38억 원을 수년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 명문고의 ‘사학 비리’로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측에 따르면 A교회의 휘문고 강당 및 운동장 사용과 관련해 민원이 제기돼 지난달부터 시교육청은 휘문의숙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왔다. 본당이 경기도에 있는 A교회는 2003년부터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휘문고 강당과 운동장을 빌려 예배 장소로 활용해 왔다. 휘문의숙은 교회로부터 연간 수억 원을 임대료로 받았으나 이 가운데 1억5000만 원만 학교 회계 수입으로 편입했다. 임대료 수입을 축소해 매년 수억 원을 빼돌린 것이다. 법인 계좌와 휘문고 계좌로 임대료가 입금되면 바로 폐쇄하는 수법이 쓰였다. 시교육청은 학교 회계 관리를 주도한 휘문의숙 사무국장(휘문고 행정실장 겸임)인 박모 씨 외에 다수 직원이 개인적 착복 등 횡령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현 이사장 민모 씨와 그의 어머니인 전 이사장 김모 씨에게도 돈이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학교 관계자는 “박 씨가 연봉에 비해 평소 씀씀이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현 이사장은 연간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판공비를 사용했다. 인근 다른 학교에 비해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1월 휘문중에서 A교회 측에 ‘학교 운동시설 사용에 따른 비용 청구’ 공문을 보내면서 알려졌다. 휘문중고 야구부는 ‘스타 선수’를 길러낸 명문 야구부다. 휘문중 야구부는 A교회가 운동장을 임대한 날에는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어 학생들이 자비로 외부 운동장을 빌려 훈련했다. 이에 휘문중은 야구부 외부 연습비 3년간 9000만 원(버스 임차 및 운동장 대여료 1회 50만 원)과 농구부 외부 연습비 3년간 5400만 원을 A교회 측에 청구했다. 지난달 시교육청 감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해당 금액이 입금됐다. 시교육청은 관련자 모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고 임시 이사 선임·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휘문고 교실 한 칸 리모델링비가 2500만 원에 달하는 등 공사비 이중 지출 의혹이 제기됐고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 등에도 비리 의혹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여전히 사학들이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번 비리를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휘문고 같은 명문 사학조차 아직도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2011년부터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서 회계감사 등이 느슨해졌다. 현 이사장 민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노환을 앓고 계신 어머니가 충격을 받으실까 걱정이다”며 “지난해 처음 횡령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카드도 혼자 사용한 것이 아니다. 돈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횡령액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횡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박 사무국장은 “따로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