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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9일 ‘김정일 사망’이 초래할 수 있는 안보위기 국면을 맞아 비상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군 당국은 주한미군과의 협력 강도를 높이되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은 현재의 3단계에서 격상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의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전인 이날 오전에는 북한이 단거리미사일 2발을 발사한 사실이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정부 관계자는 “군 당국이 추적해 온 사안으로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발사로 추정된다. 김정일 사망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KN-06 단거리미사일로 약 100km를 날아 동해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고 한반도 안정을 위한 국제 공조에 나섰다.▼ MB, 긴급안보회의 소집… ‘워치콘’은 3단계 유지 ▼이 대통령은 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3개 정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초당적 대처를 당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유동적인 상황임을 감안해 회동 일정을 연기했다.○ 이 대통령 “평화와 안정” 강조이 대통령은 19일 오후 3시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도록 대비를 철저히 하고 국제사회와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통령은 글로벌 재정위기로 내년 경제전망치가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가신용도가 영향 받지 않아야 한다”며 “연말연시에 경제, 특히 소비가 위축되면 서민생활에 영향이 큰 만큼 국민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각 부처가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10분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동요 없이 경제활동에 전념해 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밝혔다. 또 복지근로자 격려 일정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취소했고 20일에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연기했다.이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후 2시), 노다 일본 총리(오후 2시 50분)와 잇따라 통화하며 한미일 3각 공조 의지를 다졌다. 또 오후 5시쯤에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향후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 북한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온 중국 정부와는 이날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중 간 조율은 정상끼리가 아닌 양국 외교장관 사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미 군 당국, 공조체제 강화정승조 합참의장과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은 19일 오후 합참에서 긴급 회동해 한미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서먼 사령관은 오후 3시 20분경 합참 지휘통제실을 찾아 40분간 북한 및 북한군의 동향 정보를 공유하고 양국 군의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워치콘’을 3단계로 유지해 안정적인 군사태세를 취함과 동시에 양국 연합감시자산을 증강 운용해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지도자가 사망해 북한 내부에서도 충격이 있는 만큼 불필요한 위기감을 조성하지 말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북한군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군 당국은 “북한군 초소에 조기가 게양된 것으로 관측됐지만 도발로 판단할 움직임은 식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제당국, ‘실물경제 관리’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생필품 사재기 등 과도한 반응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정부는 제1차관을 팀장으로 6개 반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비상대책팀을 당분간 운영하기로 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긴급 실물경제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북한 리스크에 따른 산업시설 점검 및 경제정책을 모니터링할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했다.방송통신위원회도 이날 북한으로부터 해킹,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등 각종 인터넷 침해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사이버 위기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금융시장 안정, 국민의 안위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가 대외적으로 미칠 파장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행정안전부는 이날 공무원 비상근무 제4호를 발령했다. 모든 공무원은 연가를 자제하고 행안부 장관이 통보하는 내용에 따라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행안부는 이번 비상근무 명령에 따라 정부 부처의 실·과·팀별로 필수인력 1명 이상은 24시간 근무하도록 했다. 서울시도 오후 2시부터 24시간 비상대비체제에 돌입해 정수장, 지하공동구, 주요 통신시설과 지하철 등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김정일 사망’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 정보수집 및 판단 능력의 부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북한이 ‘특별 방송’을 예고한 19일 오전 10시 부랴부랴 상황 파악에 나섰지만 안보 당국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중대 방송’은 이따금 나오는 반면 ‘특별 방송’ 형식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예후였다.하지만 청와대의 움직임에선 급박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대통령은 71세 생일을 맞아 아침에 참모들과 케이크를 잘랐다. 수석비서관회의 때도 북한 동향을 논의했다는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이 대통령이 낮 12시 조선중앙TV ‘특별 방송’을 직접 시청했는지, 방송 전에 김정일 사망 소식을 보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그 시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어떻게 파악했는지는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결국 “청와대는 몰랐다”는 게 좀 더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망 시간인 17일 오전 8시 반부터 무려 51시간 반 동안 북한의 권력 공백을 몰랐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정보 부재 속에 이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 4시간 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나 정승조 합참의장도 안보위기를 상정한 행보와는 거리가 있었다. 김 장관은 오전 내내 국회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를 만나 국방개혁법안을 논의하다가 낮 12시 20분 국방부 상황실로 돌아갔다. 정승조 합참의장도 전방부대를 순시하던 중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급히 귀경했다.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은 마침 18일 맹장수술을 받았고 병가를 하루 쓴 뒤 20일 출근한다.정보 전문가들은 “후계구도가 안정화되기 전 상황인 만큼 김정일 유고는 극소수에게만 알려졌을 것”이라며 불가항력이란 점을 호소하고 있다.실제로 북한의 미국 내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북한 유엔대표부도 TV 보도 이후에야 사망 사실을 알았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현지 시간 일요일 오후 11시에 나온 깜짝 뉴스 직후 현지 언론의 방송카메라에 유엔대표부 소속 북한 외교관들이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잡혔던 것이다.그렇다고 해도 한국 정보당국이 중국이나 미국 등 주요국과의 정보공유가 아니면 북한 내부의 민감한 사정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1차 북한 핵실험 계획도 북한이 중국 등 제3국에 알려준 것을 전달받는 방법이 유일한 창구였고, 2차 실험 땐 그나마도 정보를 받지 못했다. 올 5월 20일 김 위원장의 중국 동북 3성 방문 때도 우리 정부는 출발 이후 4, 5시간 동안 “3남인 김정은이 동행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다가 비판을 자초했다.한미 간 정보공조가 없었다는 점에서 미국도 김 위원장의 사망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사전 통보를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 미국 CNN은 중국 정부가 김정일 사망을 미리 알았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전 통보를 묻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긴급 소집해 북한 내 급변사태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오후 일정은 전면 취소됐다. 김 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전 군은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즉각 위기조치반 및 작전부서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경계태세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비상경계태세 강화조치를 하달했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대북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현재 전방지역의 북한군이나 북중 국경지대에서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모든 공무원에게 비상근무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휴가와 여행 등이 엄격히 제한되며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야 한다. 외교통상부도 전체 재외공관에 비상대기 체제에 돌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1시 현재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지하 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점검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류우익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점심 식사를 취소하고 급히 청와대로 들어와 매뉴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간 미래 협력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이 대통령은 이날 교토(京都) 영빈관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 양국은 공동번영과 역내 평화, 안보를 위해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 걸림돌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데 진정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할머니들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해 한국과 일본의 미래관계에 걸림돌이 생겨선 안 된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한일정상회담 발언 90% 위안부에 할애 ▼양국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는 종종 거론됐지만 이날처럼 이 문제만 고강도로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57분 동안의 회담에서 의례적 인사말을 제외한 발언의 90%를 위안부 문제에 할애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노다 총리는 이에 “(한일 수교협상 때 완전히 종결된 사안이라는) 우리의 법적 입장은 반복하지 않겠다. 일본은 인도주의 배려를 해 왔고 앞으로도 인도주의 견지에서 지혜를 내겠다”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한 걸음 더 나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비가 세워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께 철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보였다면 안 일어났을 일로,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니 한분 한분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평화비가 세워질 것”이라고 맞받았다.그러자 노다 총리는 정상회담 뒤 일본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이 한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 등에 대해 항의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한일 정상 만찬이 시작되기 전 수행원 대기 장소에서 겐바 외상이 비공식적으로 얘기를 걸어왔다”면서 “겐바 외상은 독도 구조물 설치와 국회의원 방문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소개했다.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17일 오사카 동포간담회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영원히 한일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교토=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뒷북 반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정상회담 직후 노다 총리는 자국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17일 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이 청와대 외교안보 책임자를 만나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이 대통령의 압박으로 끝나자 일본 우익을 의식해 ‘일본 정부도 할 말은 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청와대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반응했다. 한일 정상 만찬이 시작되기 직전 수행원들이 별도의 대기 장소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겐바 외상이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게 비공식적으로 말을 걸어온 것을 마치 ‘회담을 했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 같다는 주장이다.당시 겐바 외상은 “독도에 한국 정치인이 방문하고 접안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고, 우리 당국자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겐바 외상이 맞불작전을 벌일 것이라는 판단 아래 내부조율을 거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내에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일본 언론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대체로 문제 제기 사실 전달에 그치면서 양국 관계 강화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다고 분석했다.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올 들어서만 벌써 열여섯 분이 돌아가셨다. 이제 63명이 남았고, 평균 나이가 86세나 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총리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셔야 한다.”이명박 대통령이 18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통계치를 인용하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전통 사찰인 료안지(龍安寺)를 함께 산책하는 일정은 당초 예정된 25분의 절반으로 축소돼 팽팽했던 회담 분위기를 엿보게 했다.○ 이 대통령, “제2, 제3의 평화비 세워질 것”이 대통령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두고 “과거를 잊지 말되 미래로 가자”는 톤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 대통령은 노다 총리에게 “일본 정부가 인식을 바꾸면 당장 해결할 수 있다. 법 이전에 국민 정서의 문제”라고 강조했고,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비(소녀상) 철수를 요청받았을 때는 “성의 있는 조치가 없다면 제2, 제3의 평화비가 세워질 것”이라고 받아쳤다. 평소 일본을 중국의 ‘거친 굴기(山+屈 起)’를 함께 넘어갈 파트너로 여겨온 것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이었다.이 대통령은 회담 이틀 전인 16일 청와대에서 최종 점검회의를 열어 발언 수위를 최종 조율했다. 이 자리에서는 △군위안부 문제는 양국 외교실무자가 아니라 한일 정상끼리 해결할 문제이며 △차가운 ‘법률의 문제’ 대신 ‘한민족의 한(恨) 보듬기’로 접근하며 △일본이 강하게 원하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할 수 있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대통령의 결심 배경이 대통령이 한일 관계가 흔들릴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군위안부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과정은 복합적이다. 우선 8월 “정부가 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손놓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행정 부작위’ 판결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이 대통령은 이후 9월 뉴욕에서 노다 총리와 약식 회담을 했고, 10월 서울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3국에서 열렸거나 손님으로 모신 회담에선 엄중한 문제를 꺼내기가 적절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토 회담이 군위안부 할머니의 수요 집회가 1000회를 맞은 주말에 열렸다는 점도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작심 발언을 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이 대통령은 올 5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참석차 원전 피해가 난 후쿠시마 지방을 방문했을 때 과거사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적잖게 느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일본 측이 ‘독도 이야기를 꺼내겠다’고 해 청와대를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 역대 정부는 현실의 한계 절감위안부 문제가 정상외교 차원에서 처음 불거졌던 것은 노태우 정부 때다. 14일 1000회를 맞은 수요 집회도 이때 시작됐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는 서울에서 “과거 일본의 행위에 대해 마음속으로부터 반성과 사과를 한다”고 밝혔다. 그전까지 일본은 이른바 1965년 ‘김종필-오히라 각서’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식민지 배상요구는 완전 종결됐다는 주장을 반복했었다.김영삼 정부는 진실 규명과 사과는 요구하지만 배상 청구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93년 3월 “일본에서 진실을 밝혀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생활안정 지원금과 영구임대주택 우선입주권 지급 등 경제적 배상은 정부가 맡았다.정부는 일본을 상대로 △연행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교훈 삼겠다는 의지표명을 요구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그 대신 일본은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라는 민간기금을 만들어 편법이란 비판을 샀다.김대중 정부에서는 정상외교 차원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초강경 외교로 일본과 대립했으나 위안부 문제는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는 평가다.교토=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사진)는 16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다가 순직한 이청호 경사의 인천 자택을 찾아가 유가족을 위로했다. 부인 윤경미 씨는 12일 발생한 사고 이후 쇠약해진 탓에 김 여사가 머문 20여 분 동안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 여사는 유족에게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해 얼마나 놀라셨느냐. 나라를 위해 일하다 돌아가셨으니 나라와 국민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사고 발생 후 두 차례 쓰러져 링거 주사를 맞아가며 버틴 윤 씨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세 남매에게 “아버지께서 훌륭한 일을 해오셨다”며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나를 할머니라 생각하고 언제든 연락해라. 할머니도 전화하고 항상 관심을 갖고 의지가 되어주겠다”고 격려했다. 아이들은 “네”라고만 답할 뿐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이길호 청와대 온라인대변인이 전했다. 김 여사는 이 경사의 가족들이 해경 관사 운영규정에 따라 향후 2개월 내에 관사를 비워야 할 것으로 알려진 부분을 언급하면서 “사실과 다르다. 걱정하지 말라”며 관사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 여사는 수행한 순길태 인천해양경찰서장에게 “소홀함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꼼꼼히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대비해 농축수산업 시설 현대화에 매년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내년에 전략품목 육성을 통해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고, 농협 개혁을 통해 국내 농산물 유통망도 개선하여 물가 안정을 도모해 나가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2년 업무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날 보고에서 농식품부는 먼저 잇단 FTA 체결에 따른 국내 농축수산업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농식품부는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뿐만 아니라 호주, 콜롬비아 등 농업강국과의 FTA 체결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며 “그러나 아직 국내 농업계는 시설 노후화 등으로 자생적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앞으로 10년간 농어업 시설 현대화에 연평균 1조 원씩 총 1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낙후된 시설 때문에 가축 질병 발생에 취약한 축산 분야 등에 현대화 자금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또 농식품부는 인삼, 파프리카, 굴, 막걸리 등 25개 전략품목을 집중 육성해 올해 76억 달러 규모인 농식품 수출을 내년엔 100억 달러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종자 산업, 관상어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농업 분야 신성장동력 산업도 확충해 장기 수출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한편 농식품부는 국내 물가 안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농산물 가격 변동의 폭을 줄이기 위해 농협의 유통 판매 역량을 강화하는 농협 구조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국내 농산물 생산량의 50%가 농협을 통해 판매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고 “농촌이 선진화돼야 진정한 선진사회가 된다”며 “필요한 시설을 지원하고 정책자금을 낮은 금리로 지원하는 것이 (농촌에 대한)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단지 농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넘어 내 자식이 성공하도록 하듯 냉철한 애정을 갖고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 농민이) 세계 어떤 농민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일본 교토(京都)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마주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시점이 절묘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열고 있는 집회가 1000회를 맞은 바로 그 주말이다. 이번 교토 방문은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첫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16일 위안부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여 온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한일 정상회담 때) 그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관계의 앞날을 위해 정상끼리 본격적으로 논의해 넘어야 할 숙제라고 이 대통령은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고강도 발언’이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발언 수위를 놓고 이 대통령은 막판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일, 한중 관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의중과 관련이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의 가장 쉬운 선택은 일본을 몰아붙여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말을 꺼내는 것이다. 우파의 눈치를 보는 일본 정치권에 경종을 울릴 수도 있고,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지지율을 높이는 부수 이익도 챙길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일본 역사문제를 놓고 자주 꺼내 들었던 카드다. 하지만 이 대통령으로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간 과거사 충돌을 가장 즐길 쪽은 베이징이라는 점도 이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외교가에선 종종 “한일 간 틈새가 벌어지면 베이징은 숨어서 웃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덜 자극적인 수사(修辭)로 미래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무라인은 ‘나꼼수’식의 3류 조롱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한때 ‘방일 연기’까지 검토했으나 위안부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거칠게 굴기(山+屈 起)하는 중국을 앞두고 한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변함없지만 과거사를 제쳐놓는다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라는 게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MB(이명박 대통령) 맨’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때 여권 초강세 지역에 출마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는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자기희생을 통해 변혁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한 시점에 공개된 이 대통령의 생각은 박 전 대표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이 기득권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 변화에 나서 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가 언급한 ‘여권 초강세 지역’은 서울 강남갑·을, 서초갑·을, 송파갑·을, 강동갑, 양천갑, 경기 성남 분당갑·을 등 수도권 10곳과 대구·경북 지역일 것이라는 해석이 청와대 내에서 나온다. 현재 MB 맨 중에선 박형준 전 대통령사회특보가 자신의 옛 지역구인 부산 수영을 다지고 있다. 이동관 전 언론특보도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이상휘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각각 대구와 포항에서 출마할 의지를 밝힌 상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쉽게 당선되려 하지 말라는 뜻이지 특정 지역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한나라당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의 인기 코너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멤버들이 20일 청와대를 방문해 비서관과 행정관 등 300여 명을 상대로 풍자극을 펼친다.15일 청와대에 따르면 초청된 개콘팀은 ‘비대위’ 등 2개 그룹이다. ‘비대위’는 경찰 간부 역할을 맡은 개그맨 김원효 씨가 경찰이 왜 10분 만에 인질로 잡힌 사람들을 구출해낼 수 없는지를 “안 돼” 하며 빠른 어조로 설명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사회풍자 프로다.‘나눔 콘서트’로 이름 붙은 이번 행사는 개그맨 박성호 씨 사회로 진행되며 장애인 합창단 혹은 어린이 핸드벨 공연단도 별도의 공연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직원들의 모금을 위한 행사지만 비대위 등 개콘팀이 사회현실을 반영한 공연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청한 소외계층을 감안해 재미도 추구하겠지만 ‘따끔한 비틀기’ 공연을 통해 청와대 참모들의 소통 지수를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좌절과 불안에 싸인 젊은 세대가 어떤 것에서 웃음을 찾는지를 민감하게 살펴 온 개콘팀 개그맨을 초청하기로 했고, 그 가운데 ‘비대위’팀을 우선 초청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비대위가 그동안 정부부처 사이의 관할 다툼 등을 재치 있게 풍자했다는 점이 고려됐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청와대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부쩍 젊은층과의 소통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14일에는 평화재단 이사장으로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는 법륜 스님이 강연을 하기도 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7, 18일 일본 교토를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14일 청와대가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다자외교 참석 이외의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은 2009년 6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정상회담 계획이 출국 사흘 전 발표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양국은 일찌감치 정상회담을 준비했지만 지난달 말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의제에 포함할지를 놓고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14일은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개최해온 수요 집회가 1000회를 맞는 날이다. 따라서 이번 주말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사안이 어떻게 언급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가 8월 30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이후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두 차례 양자 협의를 제기했으나 일본은 반응이 없는 상태다. 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에 적극 제기하기가 쉽지 않은 사건이 터진 것도 우리 정부로서는 다소 부담이 된다. 12일 발생한 중국 어부의 한국 해경 살해사건이다. 중국의 ‘몰염치 외교’가 한국 정부로 하여금 ‘한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부상(浮上)하는 중국이 거친 외교를 계속하고 있어 한일 안보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평화비’를 설치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관방장관이 나서서 철거를 요청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 정부는 “1000회 평화집회를 연 피해자의 간절함이 담긴 것”이라며 철거를 거부했다. 양국 정부는 정상회의 의제에 군 위안부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민정서를 고려해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민의 한국 해양경찰 살해사건을 놓고 정작 가해자인 중국 정부는 ‘고자세’, 피해자인 한국 정부는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만 존중할 뿐 주변 국가들을 무시하는 듯한 중국 정부의 오만한 ‘중화(中華)주의’ 외교 행태를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한국 정부의 고질적인 ‘사대(事大) 무기력증’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해경 특공대원 고 이청호 경사(40) 피살사건 하루 만인 13일 낮 12시 반에서 오후 1시 반 사이 베이징(北京) 소재 한국대사관에 새총 또는 공기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직경 7mm 안팎의 은색 쇠구슬이 날아들어 대형 강화 유리창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본 곳은 대사관 내부 경제동(棟) 1층 남쪽 코너에 있는 직원 휴게실로 약 5mm 두께의 대형 강화 유리창에 작은 동전 크기의 구멍이 뚫렸으며 구멍 주위로는 방사형으로 길게는 1m가량의 금이 10여 개 생겼다고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밝혔다.망치로 쳐도 파손되기 쉽지 않은 강화 유리가 손상될 정도로 파괴력이 강했던 만큼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대사관 측은 판단하고 있다. 1992년 주중 한국대사관 개관 이래 공격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14일 오전 이 사건이 언론에 먼저 보도된 뒤에야 피해사실을 공개했다.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에 온 첫 보고시점도 14일 오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참모들도 사건 발생 24시간이 지난 이날 점심 무렵까지 한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중 대사관이나 외교부가 늑장 보고를 했거나 우리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보고를 받고도 쉬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외교부는 “13일 주중 대사관으로부터 구두 보고를 받았고, 14일 전문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 中 앞에만 서면 기죽는 한국 외교… 中 무례 외교 키웠다 ▼이번 해경 살해사건을 포함해 중국 정부는 시종 ‘무례 외교’를 반복해 왔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해경 살해사건이 나고 하루가 지난 13일에야 “불행한 사건이다.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 따른 것이었고, 유가족에 대한 조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 사격장 화재로 숨진 일본 관광객, 한국인 남편의 폭력으로 숨진 베트남 신부를 위해 한국 외교부가 빈소를 찾아 위로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10월 중국 어민의 흉기 난동으로 최루탄을 터뜨리면서 진압했을 때 중국은 “한국의 ‘문명적인 법 집행’(文明執法·문명집법)이 필요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논평을 냈다.이런 중국의 고압적 자세의 배경에는 자신이 상대해야 할 강대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한국 외교관의 태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우리 외교관들이 워싱턴과 베이징을 상대할 때 네트워크를 맺는 데만 매달려서야 되겠느냐”며 ‘관계 우선-전략 나중’ 행태를 지적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여권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한중 양국의 비대칭적 외교관계는 단적으로 양국 대사의 격(格)에서부터 알 수 있다.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는 부임 직전에 외교부 판공청 주임을 역임한 국장급 인사다. 반면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는 외교차관을 지낸 장관급(14등급) 외교관이다. 전임 류우익 대사는 대통령실장을 지냈다. 중국은 지난해 주북 중국대사로 차관급을 임명해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지난해엔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자국 이익을 따지느라 과학적 진실은 외면한 채 일방적인 북한 감싸기로 일관했다. 연평도 포격 당시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 외교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 않은 일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해경 살해 및 쇠구슬 피격 사건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선 “사람이 죽어도 쉬쉬했는데 그깟 쇠구슬 따위야”(s5414)라는 냉소부터 “진저리가 처진다. 이건 대한민국에 총을 쏜 것이다. 주권은 이미 침해당한 게 확실하다”(JeonInSeong) 등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14일에도 보수단체의 항의시위는 계속됐다. 한국자유총연맹 회원 200여 명(경찰 추산)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해경 살해한 중국 해적 조업 만행 규탄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오후 2시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전날에 이어 중국대사관 앞에서 다시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전날처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에 불을 붙이거나 대사관에 계란을 던지지는 않았다. 내년 1월로 추진해 온 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인사는 “중국 정부의 오만함으로 나빠진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과연 정상적으로 방중이 성사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류 대변인은 한국 여론이 심상치 않자 “사건의 추이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평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는 법륜 스님이 14일 청와대를 방문해 우회 화법으로 ‘나눔의 정치’를 강조했다. 이날 저녁 청와대 사랑채에서 대통령실과 경호처 직원, 인턴, 직원 가족들을 상대로 특별 강연을 한 것. 법륜 스님은 어린 시절 축구와 구슬치기를 했던 일화를 꺼냈다. 공통된 테마는 ‘나눔’이었다. “친구들로부터 10원씩 돈을 모아 축구공을 샀다. 그때 돈을 안 낸 아이들은 공을 차지 못하게 했다. 또 구슬치기를 잘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서 많이 딴 뒤 집 장독대에 묻어뒀다”고 했다. 이어 “요즘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면 ‘구슬치기 잘하고, 반장 노릇을 똑 부러지게 잘했다’는 말을 듣는다. 누구도 내게 ‘참 제대로 된 사람’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좀 더 일찍 나눔의 가치를 이해하고 베풀었다면 세상의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란 말이다. 법륜 스님은 “요즘 젊은이들이 과거보다 부유해졌고 학벌도 더 좋아졌지만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닫혀 있기 때문”이라며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꿈은 실현 가능한 희망”이라며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성공도 비현실을 가능으로 바꾼 희망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은 너무 안전한 것만 찾지 말라”면서 “한 개인의 작은 날갯짓은 작지만 실행해 봐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거기서 배우는 게 많다. 작은 실패는 큰 실패를 막아 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지도부를 보면 화가 난다. 하지만 그 뒤에 아무것도 모르고 배고픈 사람이 있지 않으냐. 그들을 돕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이날 행사는 이틀 전 청와대를 떠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법륜 스님과의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마련했다. 가수 노영심 씨,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일약 스타가 된 최성봉 씨, 전신 3도 화상을 딛고 일어선 이지선 씨 등도 참석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연간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축하하는 제48회 무역의 날 기념식이 한국무역협회와 지식경제부 공동 주최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기념식은 이명박 대통령과 무역업계, 정부와 관계기관 인사 등 1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역 1조 달러 발광다이오드(LED) 기념탑 점등 및 불꽃쇼, 과거·현재·미래 무역세대 소통 한마당, 무역 유공자 포상, 수출의 탑 및 공로패 수여, 기념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816명(단체 2곳 포함)이 무역 유공자 포상을 받았다. 특히 1970년대 우리나라에 조선기술을 전수해준 영국인 조선기술자 고(故) 윌리엄 존 덩컨과 독자적인 제철소 건설 기술을 개발한 백덕현 전 포스코 부사장이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외국인 4명을 포함한 31명은 특별유공훈장을 받았다. 은탑산업훈장은 아몰레드(AMOLED) 양산을 이끌어 세계시장 석권에 기여한 정호균 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고문, 동탑산업훈장은 기계분야 금형 명장으로 금형기술 발전에 노력해온 고재규 소닉스 상무 등 4명에게 돌아갔다. 포니, 엑셀, 마티즈 등을 디자인해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 발전에 기여한 이탈리아인 조르제토 주자로 씨 등 4명은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일반유공 부문에서는 조병호 동양기전 회장,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 대표, 유희열 세화아이엠씨 회장, 고병헌 캐프 회장, 윤우석 진성티이씨 대표가 수출 증대에 탁월한 성과를 보인 공로로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밖에 지역 수출을 지원해 최우수 광역자치단체로 선정된 경북도와 중소기업의 수출지원에 기여해 최우수 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로 선정된 대전·충남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가 단체 부문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또 올해 ‘수출의 탑’은 대기업 153개사와 중소기업 1776개사가 수상했다. 역대 최고의 탑인 ‘650억불 탑’은 삼성전자가 수상했으며 한국특수형강 등 129개사가 1억불 탑 이상을 수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기업인, 근로자, 그리고 온 국민이 함께 이뤄낸 역사적 쾌거”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작지만 강한 수출 중소기업 육성, 문화·서비스 등 유망 신산업 창출, 동남아 등 신흥시장 개척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한 미국·유럽연합(EU) 시장 진출 확대 등을 통해 2020년 무역 2조 달러 시대를 열자”는 비전을 선포했다.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12일 퇴임 소회를 담은 글을 남기고 떠났다. 전날 밤 12시 무렵 퇴근한 뒤 오전 2시 반까지 직접 쓴 글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1999년 겨울 18년 9개월간 (재무부와 재정경제부에서 보낸)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처음 정치를 시작하던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썼다. 그는 “(대통령실장으로서의) 지난 1년 5개월은 국정의 중심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었던 영예로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광야’로 들어가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는 2000년 이후 경기 분당을에서 3번 당선됐으며 주요 국회직(정책위의장, 당 대표 비서실장)과 정부직(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을 거쳤다. ‘고강도로 일하며 업무역랑을 검증받았다’는 평가와 함께 ‘빛나는 자리를 많이 거쳤다’는 시샘도 따랐다. 그의 주변에서는 “분당 4선은 큰 의미가 없다. 내년 분당 출마 가능성은 제로”라는 말이 나온다.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더 험하고 모험적인 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 정치 상황에 따라 경기도지사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하금열 신임 대통령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종국에는 사건기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36년 동안 방송기자로 잔뼈가 굵은 그가 ‘현장을 확인하고 팩트(사실)에 충실하며 올곧은 소리를 낸다’는 사회부 기자의 문제의식을 청와대에서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로 해석됐다. 하 실장은 “동아방송(DBS)이 1980년 강제 폐쇄될 때 사건기자 팀장이었다”며 사건기자 경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 실장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4년간 공식적으로 따로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선 “정치부장 보도본부장을 지내면서 만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는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을 때 “‘잘하시오’라는 한 말씀만 들었다”고 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과 마지막 임기를 함께할 대통령실장에 11일 내정된 하금열 ㈜SBS 상임고문은 SBS 정치부장이던 1990년대 중반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후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소규모 언론인 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 내정자는 현재 고려대 언론인교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하 내정자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당시 사석에서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대통령을 돕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전했다. 1976년 동아방송(DBS)에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해 36년간 방송기자 생활을 했다. 1996∼97년 SBS 워싱턴지국장을 지냈지만 이 대통령의 체류 시점과는 달라 이 대통령의 ‘워싱턴 인맥’은 아니다. 올 10월 임명된 최금락 현 홍보수석비서관도 SBS 출신이어서 공교롭게도 SBS 고위 간부 출신 인사가 동시에 대통령실장과 홍보수석을 맡게 됐다. 하 내정자를 아는 청와대 인사들은 “온화한 그의 표정에 담긴 매서움을 알아야 한다.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청와대는 인선 배경 자료에서 “추진력 및 경영능력을 골고루 갖춘 덕장형 리더”라고 표현했다. 공직을 처음 맡았지만 단호한 일처리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유연함과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친박(친박근혜)계와의 ‘소통’ 역할도 무난히 해낼 것이라는 내부 평가도 있다. ‘하금열 카드’는 일주일 전쯤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엔 청와대 참모를 지낸 인사들 중심으로 후임 대통령실장 하마평이 무성하던 시점이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내홍 가능성과 국회 예산안 처리 등 정치 일정이 혼미해 발표를 미뤄왔다”고 말했다. 최 홍보수석은 “지난 금요일에 (하 내정자에게) 유력한 후보자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석인 특임장관과 취임 4년이 지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후임 인선을 곧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홍보수석은 “현직 장관에게 확인한 결과 장관 중에 총선 출마자는 없다. 현 내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추가 개각은 없을 것임을 밝혔다. 노연홍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현 정부 초기 보건복지비서관을 지낸 ‘이명박의 사람’으로 통한다. 백용호 정책실장의 퇴진 후 이 대통령의 복지정책을 맡게 됐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분신’처럼 여겨온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이 총무기획관으로 옮긴 것을 놓고 ‘2선 후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기획관리실장은 고도의 정치행위인 ‘대통령의 일정’을 잡는 자리로 매일 오전 7시 반에 이 대통령이 핵심 참모들과 그날그날의 정국 대응 방향을 잡는 회의체 참석자이지만 총무기획관은 대통령과 청와대 살림을 맡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출신인 이동우 기획관리실장은 그동안 맡아온 4대강 사업, 공기업 지방 이전 등 국책사업에 종합기획 업무가 추가됐다. 한편 이 대통령은 총무1비서관에 김오진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총무2비서관에 제승완 민정1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한나라당에서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과 상근 부대변인을 당인 출신이다. 제 내정자는 대선 당시 ‘BBK 대응팀’에서 일했고 청와대에서 줄곧 근무했다. 또 공석인 외신 대변인에는 외교관인 이미연 녹색성장위원회 국제협력국장이 발탁됐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하금열 대통령실장 △경남 거제(62) △동래고,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동아방송(DBS) 기자 △MBC 기자 △SBS 보도본부장,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SBS 상임고문▽ 노연홍 고용복지수석 △인천(56) △경동고, 한국외국어대 노어과 △행정고시 27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 △대통령보건복지비서관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장다사로 총무기획관 △전북 김제(54) △경동고, 국민대 행정학과 △대통령정무1비서관, 민정비서관, 기획관리실장▽ 이동우 기획관리실장 △경북 경주(57) △경주고, 고려대 경제학과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대통령메시지기획비서관, 정책기획관▽ 김오진 총무1비서관 △경북 김천(45) △대건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대통령실 정무,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제승완 총무2비서관 △경남 거제(40) △명덕고, 서울대 정치학과 △한나라당 심재철, 권영세 의원 보좌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 이미연 외신대변인 △서울(43) △경기여고, 서울대 동양사학과 △외무고시 27회 △외교통상부 다자통상협력과장 △녹색성장위원회 국제협력국장}

이명박 정부의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해온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11일 물러났다. 또 이 대통령의 친형인 6선의 한나라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내년 19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전면 부상이 임박한 점과 맞물려 여권에 거대한 권력 이동과 물갈이 및 새판 짜기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이 대통령은 이날 임 실장의 후임으로 하금열 SBS 상임고문을 내정하는 등 청와대 진용을 개편했다.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에는 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수석급인 총무기획관에는 장다사로 대통령실 기획관리실장, 기획관리실장에는 이동우 대통령실 정책기획관이 각각 내정됐다. 임 실장과 함께 물러나는 백용호 정책실장의 후임은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임 실장 교체는 당초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연말쯤이라던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신조어를 낳았던 이 전 부의장(경북 포항 남-울릉)이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데 하나의 밀알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총선 불출마와 사실상의 정계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와 별도로 초선인 홍정욱 의원(서울 노원병)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작심한 ‘형님’, 불출마 도미노 물꼬 되나 ▼임태희 실장 교체와 이상득 전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여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새로운 보수정당’이 키워드가 될 지각변동은 박근혜 전 대표의 활동반경, 대선 주자급 인사들의 협력과 경쟁, 옛 정치질서를 상징하는 의원들의 2선 후퇴 규모가 관전 포인트다. MB(이명박) 진영이 박 전 대표의 등판에 앞서 ‘길 터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박 전 대표와 ‘질긴 애증의 인연’을 맺어온 이재오 전 특임장관도 이날 박근혜 체제를 통한 당 쇄신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전 장관의 측근은 기자들에게 “(이 전 장관은) 비상대책위원회든 뭐든 박 전 대표 주도하에 현재의 비상 상황을 이끌어가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주도권을 놓고 박 전 대표와 정면승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일반적 관측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다. 이 전 장관은 전날 트위터에 “지도력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찾으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 작은 차이에 집착하지 말고 서로가 대의에 충실하면 된다”는 글을 올려 통합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 특보단 가운데 이미 물러난 박형준 전 특보(사회) 이외에 김덕룡(사회통합) 유인촌(문화) 이동관(언론) 김영순 특보(여성)가 이날 특보직에서 물러났다. 이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해온 이동관, 박형준 전 특보는 총선 출마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주변 정리’엔 현 여권이 처한 위기 상황이 그만큼 크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 전 부의장의 불출마 선언은 이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 나온 것으로 파악돼 범여권의 재편이 매머드급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부의장은 임 실장과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나의 불출마가 당 개혁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의장은 당초 9일로 잡았다가 이날로 미룬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 올바른 몸가짐을 갖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자신의 보좌관이 7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은 “옛말의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라는 글로 제 심정을 밝혀 드린다”고 했다. 노자(老子)의 한 구절인 이 말은 “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잘못이 있다면 결국 처벌받게 될 것이란 점에서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한 말이다.임 실장은 퇴임 후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정치 진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기 성남 분당을로 복귀해 내년 총선을 준비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향후 정국 전개에 따라 당의 강력한 요청이 있으면 서울·경기지역에서 출마하거나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여권에선 ‘불출마 도미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홍정욱 의원은 “지난 4년은 나에게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국가의 비전과 국민의 비전 간에 단절된 끈을 잇지 못했다”며 “이제 어울림 없는 옷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의 불출마 선언 정치인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 원희룡 전 최고위원 등 4명으로 늘어났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주도권을 쥔 당 개혁 작업 과정에서 고령 다선 의원이 다수 포진한 친박(친박근혜)계가 ‘동조 불출마’를 강하게 압박받게 됐다”는 시각이 많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로 통하던 김백준 대통령실 총무기획관(71·사진)이 11일 물러났다. 김 전 기획관은 다른 공직을 맡지 않고 이 대통령의 퇴임 준비를 청와대 밖에서 도울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1년 선배인 김 전 기획관은 현대그룹 시절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1990년대 말 이 대통령의 금융사업 도전, 서울시장 시절을 거치는 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런 이유에서 이 대통령의 임기가 1년 2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중도 하차한 데 대해 ‘내곡동 사저’ 논란의 책임을 일부 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내곡동 사저 문제는 경호처가 주도한 만큼 그의 책임은 예산(42억 원)을 집행한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청와대가 14일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토크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1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이 소통 차원에서 기획해 추진한 것”이라며 “법륜 스님과 작곡가 노영심, 한국의 폴 포츠로 불리는 최성봉 씨 등 4명이 함께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주 말 청와대 내부망에 공지가 뜬 토크 콘서트는 14일 오후 6시 반 청와대 사랑채에서 개최된다. 법륜 스님은 현재 독일을 방문 중이며 12일 귀국할 예정이다. 청와대 측은 “이번 행사는 청와대 직원뿐만 아니라 대입 수험생까지 초청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편 외부와의 소통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지 특별한 정치적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전면에 나서는 민감한 시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을 청와대에서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적절한지 청와대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