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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7)에게 집은 휴식 장소이면서 운동 공간이다. 딸과 아들은 운동 파트너다. 박 교수는 가족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매일 아침 식사는 반드시 가족과 먹는다. 두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매주 한 번 이상은 꼭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가족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마음의 위안이 된다. 식사를 마치면 서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단, 소파에 앉지 않는다. 세 사람은 기차놀이를 하듯 일렬로 서서 거실을 배회하며 대화한다. 직장 이야기에 이성 친구 이야기를 하다 보면 15분이 후딱 지나간다. 잠자기 1시간 반 전에는 딸과 스트레칭을 한다. 상체와 하체를 풀어주는 데 각각 15분씩, 총 30분을 투자한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나면 근육이 이완된다. 덕분에 숙면할 수 있다. 근력 운동도 잊지 않는다. 주로 스쾃을 한다. 정식으로 하면 무릎에 힘이 많이 들어가 통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스쾃 보조도구를 이용한다. 매일 15회씩 2세트를 한다. 가끔은 ‘스테퍼’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는 운동을 한다. ○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해도 건강” 박 교수는 이런 건강법을 ‘일상생활에서 활동량 늘리기’라고 했다. 일부러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자주 움직이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 한두 번은 가족과 외식을 한다. 다만 집에서 4000∼5000보 떨어진 식당을 찾는다. 외식하기 위해 30∼40분을 걷는다. 이 또한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딸과 쇼핑하거나 카페에 간다. 이때도 최소한 20분 이상 걷는다. 박 교수는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2, 3일은 1만2000∼1만5000보를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출퇴근도 지하철로 한다. 걷는 게 생활이 되다 보니 승용차가 필요 없어졌다. 주차장에 세워놓고 한동안 운전하지 않아 고장이 났다. 이후 승용차를 아예 없애 버렸다. 5년 전 일이다. 지금도 승용차가 없다. 병원 업무가 많아 종종 가사도우미를 불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박 교수가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도 직접 한다.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근육량도 늘었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을 하면 전업주부였던 친정 엄마가 근육량이 더 많았는데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호흡이 건강에 특히 중요” 박 교수는 오후 진료가 없는 날이면 병원 인근의 창경궁에 간다. 3년 전 시작한 습관이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수준인 속보로 걷는다. 보통 20∼30분을 걷는다. 사실 창경궁 산책은 육체 건강보다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하루 종일 실내에만 있다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실내 환기를 자주 한다고 해도 숲에서 부는 바람에 비할 수는 없다. 박 교수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첫 번째가 호흡이다”고 말했다. 푸른 숲을 거닐며 깊은 호흡을 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머리가 맑아진다. 박 교수는 실제 자신의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폐암 환자였는데,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호흡에 이상이 생겼다.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환자는 치유의 일환으로 국내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주로 침엽수가 많은 지역에서 삼림욕을 했다. 그랬더니 다음 진료 때 환자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단다. 박 교수는 “창경궁에 가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며 “중년 이후에는 ‘감정 컨트롤’을 잘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해도 문제, 부족해도 문제” 운동과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박 교수는 명쾌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과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에 2년 동안 육류를 입에 대지 않았던 적이 있다. 아침 식사도 걸렀다. 당시 일손이 모자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활동량이 많은데 음식 섭취량을 확 줄인 셈이다. 그 결과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다. 부작용이 나타났다. 환자 진료를 하는 도중 갑자기 말이 툭툭 끊어졌다. 아주 짧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박 교수는 “배터리가 완전히 꺼지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40대 때는 체중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고기를 조금이나마 먹기 시작했고,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았다. 덕분에 몸이 좋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40대 후반이 되자 다시 축 처졌다.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주 4회 근력 운동을 했다. 하지만 더 피곤했다. 환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말할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식단을 들여다보니 채소 위주였다. 가급적 적은 양이라도 매끼 육류를 같이 먹기 시작했다. 다시 몸에 힘이 생겼다. 이후 운동도 격하게 하지 않는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반드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허기가 느껴지면 육류로 영양을 보충한다. 박 교수는 “활동량이 많으면 충분하게 음식 섭취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부터 빠진다”고 말했다. 요컨대 음식이든 운동이든 지나치지 않고 적절해야 한다는 말이다.연령대별 운동할 때 주의할 점2030 감정관리 최우선4050 강도보다 활동량6070 과도한 운동 금물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나이에 따라 특히 신경 써야 할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연령대별로 주의할 점을 들어봤다. ① 20, 30대 감정 관리 신경 써야 20대와 30대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음식도 많이 먹는 편이다. 심한 비만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이 움직이면 몸이 그만큼 많은 음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음식의 양을 제한하기보다는 규칙적으로 먹는 게 중요하다. 20, 30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요소는 따로 있다. 이들은 대체로 수면 시간이 짧은 데다 수면의 질도 좋지 않다. 취업 및 직장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감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감정 관리에 실패할 경우 우울증, 폭식증, 대인 기피 등 여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② 40, 50대는 활동량이나 운동 늘려야 40대와 50대도 감정 관리는 무척 중요하다. 다만 이 무렵부터 체력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일단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남자들은 어느 정도 근육이 붙어 있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마음먹기가 중요하다. 하지만 여자들은 운동을 해본 경험이 적을 수 있다. 이 경우 강도가 높은 운동에 도전하기보다는 활동량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또한 이 무렵부터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무엇보다 짜거나 매운 음식, 탄 음식을 덜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③ 60대 이후 지나친 운동 삼가야 60대 이후에는 몸의 상태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한다. 여전히 근력이 있다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65세 이후에는 과도한 운동이 되레 병을 부를 수도 있다. 이때부터는 운동보다는 영양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운동을 많이 하는데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면 좋지 않다.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한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것에 대비해 충분히 먹어둬야 한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 환자일수록 치료 성적도 좋지 않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7)에게 집은 휴식 장소이면서 운동 공간이다. 딸과 아들은 운동 파트너다. 박 교수는 가족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매일 아침 식사는 반드시 가족과 먹는다. 두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매주 한 번 이상은 꼭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가족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마음의 위안이 된다. 식사를 마치면 서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단, 소파에 앉지 않는다. 세 사람은 기차놀이를 하듯 일렬로 서서 거실을 배회하며 대화한다. 직장 이야기에 이성 친구 이야기를 하다 보면 15분이 후딱 지나간다. 잠자기 1시간 반 전에는 딸과 스트레칭을 한다. 상체와 하체를 풀어주는 데 각각 15분씩, 총 30분을 투자한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나면 근육이 이완된다. 덕분에 숙면할 수 있다. 근력 운동도 잊지 않는다. 주로 스쾃을 한다. 정식으로 하면 무릎에 힘이 많이 들어가 통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스쾃 보조도구를 이용한다. 매일 15회씩 2세트를 한다. 가끔은 ‘스테퍼’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는 운동을 한다. ●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해도 건강”박 교수는 이런 건강법을 ‘일상생활에서 활동량 늘리기’라고 했다. 일부러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자주 움직이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 한두 번은 가족과 외식을 한다. 다만 집에서 4000~5000보 떨어진 식당을 찾는다. 외식하기 위해 30~40분을 걷는다. 이 또한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딸과 쇼핑하거나 카페에 간다. 이때도 최소한 20분 이상 걷는다. 박 교수는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2, 3일은 1만2000~1만5000보를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출퇴근도 지하철로 한다. 걷는 게 생활이 되다 보니 승용차가 필요 없어졌다. 주차장에 세워놓고 한동안 운전하지 않아 고장이 났다. 이후 승용차를 아예 없애 버렸다. 5년 전 일이다. 지금도 승용차가 없다. 병원 업무가 많아 종종 가사도우미를 불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박 교수가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도 직접 한다.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근육량도 늘었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을 하면 전업주부였던 친정 엄마가 근육량이 더 많았는데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 “호흡이 건강에 특히 중요” 박 교수는 오후 진료가 없는 날이면 병원 인근의 창경궁에 간다. 3년 전 시작한 습관이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수준인 속보로 걷는다. 보통 20~30분을 걷는다. 사실 창경궁 산책은 육체 건강보다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하루 종일 실내에만 있다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실내 환기를 자주 한다고 해도 숲에서 부는 바람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박 교수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첫 번째가 호흡이다”고 말했다. 푸른 숲을 거닐며 깊은 호흡을 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머리가 맑아진다. 박 교수는 실제 자신의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폐암 환자였는데,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호흡에 이상이 생겼다.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환자는 치유의 일환으로 국내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주로 침엽수가 많은 지역에서 삼림욕을 했다. 그랬더니 다음 진료 때 환자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단다. 박 교수는 “창경궁에 가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며 “중년 이후에는 ‘감정 컨트롤’을 잘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과해도 문제, 부족해도 문제”운동과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박 교수는 명쾌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과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에 2년 동안 육류를 입에 대지 않았던 적이 있다. 아침 식사도 걸렀다. 당시 일손이 모자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활동량이 많은데 음식 섭취량을 확 줄인 셈이다. 그 결과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다. 부작용이 나타났다. 환자 진료를 하는 도중 갑자기 말이 툭툭 끊어졌다. 아주 짧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박 교수는 “배터리가 완전히 꺼지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40대 때는 체중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고기를 조금이나마 먹기 시작했고,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았다. 덕분에 몸이 좋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40대 후반이 되자 다시 축 처졌다.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주 4회 근력 운동을 했다. 하지만 더 피곤했다. 환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말할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식단을 들여다보니 채소 위주였다. 가급적 적은 양이라도 매끼 육류를 같이 먹기 시작했다. 다시 몸에 힘이 생겼다. 이후 운동도 격하게 하지 않는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반드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허기가 느껴지면 육류로 영양을 보충한다. 박 교수는 “활동량이 많으면 충분하게 음식 섭취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부터 빠진다”고 말했다. 요컨대 음식이든 운동이든 지나치지 않고 적절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나이에 따라 특히 신경 써야 할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연령대별로 주의할 점을 들어봤다. ① 20, 30대 감정 관리 신경 써야 20대와 30대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음식도 많이 먹는 편이다. 심한 비만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이 움직이면 몸이 그만큼 많은 음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음식의 양을 제한하기보다는 규칙적으로 먹는 게 중요하다. 20, 30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요소는 따로 있다. 이들은 대체로 수면 시간이 짧은 데다 수면의 질도 좋지 않다. 취업 및 직장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감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감정 관리에 실패할 경우 우울증, 폭식증, 대인 기피 등 여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② 40, 50대는 활동량이나 운동 늘려야 40대와 50대도 감정 관리는 무척 중요하다. 다만 이 무렵부터 체력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일단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남자들은 어느 정도 근육이 붙어 있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마음먹기가 중요하다. 하지만 여자들은 운동을 해본 경험이 적을 수 있다. 이 경우 강도가 높은 운동에 도전하기보다는 활동량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또한 이 무렵부터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무엇보다 짜거나 매운 음식, 탄 음식을 덜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③ 60대 이후 지나친 운동 삼가야 60대 이후에는 몸의 상태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한다. 여전히 근력이 있다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65세 이후에는 과도한 운동이 되레 병을 부를 수도 있다. 이때부터는 운동보다는 영양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운동을 많이 하는데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면 좋지 않다.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한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것에 대비해 충분히 먹어둬야 한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 환자일수록 치료 성적도 좋지 않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놀이처럼 즐기면서 절로 건강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대부분 의사들은 고개를 젓는다. 건강해지려면 꾸준히 걷거나 달리는 등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사도 있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50)다. 김 교수는 혈관 질환이 생겼을 때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바늘을 찔러 치료하는, 이른바 ‘혈관 내 치료’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지난해까지 1만여 건의 혈관 내 치료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의료 분야 인공지능(AI)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선호한다. 물론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의 건강 증진 효과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이 아니란다. 김 교수는 “그런 운동은 단조롭고 덜 활동적이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즘 윈드서핑에 푹 빠졌다. 벌써 4년째, 봄만 되면 한강으로 달려간다. 윈드서핑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김 교수는 “당연히 도움이 되지요. 그게 얼마나 힘든 운동인데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한강 윈드서핑에 푹 빠져 4년 전. 김 교수는 꽤 많은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지만 실내 운동은 성에 차지 않았다. 야외 활동도 마땅찮았다. 심지어 자전거 타기도 단조로워 보였다. 더 활동적이면서도 더 몰입할 수 있는 게 필요했다. 또한 병원 근무를 끝내고 30분 이내에 달려가 즐길 수 있는 종목이어야 했다. 누군가 윈드서핑을 추천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강윈드서핑장을 찾았다. 처음 윈드서핑을 배울 때는 세일(돛)을 잡고 물에 떠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팔에 잔뜩 힘을 줬더니 손까지 벌벌 떨렸다. 밤이 되자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타이레놀을 챙겨 먹고 나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근육통은 일주일 정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초보라면 다 겪는 증세”라고 했다. 원래 코어 근육을 제대로 써야 하는데, 팔과 다리에만 힘을 줬기 때문에 근육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차츰 익숙해지면서 팔과 다리 힘을 빼고 균형감을 찾자 근육통은 사라졌다. 매주 두 번, 2시간씩 윈드서핑을 즐겼다. 그러기를 6개월. 셔츠를 입는데 어깨와 등 부위가 조금 빡빡한 느낌이 들었다. 그사이에 어깨와 등 부위에 근육이 꽤 붙은 것이었다. 코어 근육이 단단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김 교수는 “2년 정도 꾸준히 하니 온몸에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몸 중심 잡아주는 코어근육 강화에 효과 윈드서핑을 4년 동안 꾸준히 한 뒤 달라진 점이 있을까. 김 교수는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응급 현장을 뛰어다니다가 금세 지쳐 털썩 주저앉는 때가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도 더 자고 싶고, 하루 종일 졸렸다. 이따금 외래 진료를 보는 중에 환자가 나가고 들어오는 틈을 타서 살짝 졸기도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날 때 피로감을 느끼는 날이 별로 없다. 근육량도 많이 늘었다. 실제로 윈드서핑은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세일을 넘어뜨리지 않으려면 팔보다는 허리에 힘을 주고 버텨야 한다. 또한 균형감을 잡으려면 팔과 다리 모두에 고르게 힘을 줘야 한다. 일종의 전신 운동 효과가 있는 셈이다. 겉으로 보기에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지만 실제로 이처럼 힘이 많이 들어 열량 소비도 만만찮다. 운동 효과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 김 교수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윈드서핑은 귀족 스포츠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용하는 서울시한강윈드서핑장에는 50개의 클럽이 있다. 클럽들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9개월 이용료는 강습비, 장비 대여를 포함해 총 150만 원이다.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 이용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윈드서핑은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 즐길 수 있다. ○활동성 강한 레저로 건강 효과 충분 김 교수는 “윈드서핑은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포츠이자 건강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어떻게 할까. 겨울에는 스키를 즐긴다. 주중과 주말에 각각 1회 이상 스키장에 간다. 대학생 때 처음 시작했으니 30년 경력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병원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달려가 야간과 심야 스키를 즐겼다. 윈드서핑에 빠지기 전에는 10년 동안 승마를 즐겼다. 예전에 근무했던 병원 근처에 승마장이 있어서 가능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를 추구한다. 걷기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스쾃 같은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은 따로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면 운동량은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강도가 약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레저 스포츠는 자연을 충분히 즐기고 스피드도 맛볼 수 있으며 근육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인 셈이다. 김 교수는 “레저 스포츠는 실력이 좋아지면 상급 기술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면 성취감도 높아지고 실제 에너지 소모나 근력 운동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초급에서 고급까지 등급이 나뉘어 있어 자신의 실력에 따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김 교수가 꼽는 레저 스포츠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나이 제한 없이 70대가 돼도 건강 증진 목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레저 스포츠 즐기려면초보땐 여럿이 함께해야 안전… 실력 늘었다고 과신 말고 체력한계 스스로 파악을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꼭 염두에 둬야 할 게 안전이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규정만 지키면 오히려 부상의 염려가 가장 적은 게 레저 스포츠”라고 말했다. 헬멧 착용하기, 점프 금지와 같은 사소한 규정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신경 써야 할 점을 김 교수에게 물었다. 첫째, 초보자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즐기는 게 좋다.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돌발 상황이 생겨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처음에는 가급적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야 부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둘째, 지나친 자신감은 버려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 첫 배움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배우지 않은 자세나 기술을 무리하게 시도할 때가 있다. 이 또한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사고는 이럴 때 발생한다. 강사에게 배운 자세가 능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셋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초보 딱지’를 뗄 무렵대부분 실력이 늘면서 고난도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 이때 어느 수준까지 기술을 연마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한두 번 고난도 기술을 해냈다고 과신하면 안 된다. 레저 스포츠는 자연 환경에 따라 고난도 기술이 실패할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넷째, 체력적 한계를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파도가 얼마나 치는지에 따라 체력이 빨리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하던 대로 즐기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윈드서핑의 경우 약간 서늘한 기운이 들면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보면 된다. 그 즉시 운동을 끝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시간을 넘기면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놀이처럼 즐기면서 절로 건강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대부분 의사들은 고개를 젓는다. 건강해지려면 꾸준히 걷거나 달리는 등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사도 있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50)다. 김 교수는 혈관 질환이 생겼을 때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바늘을 찔러 치료하는, 이른바 ‘혈관 내 치료’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지난해까지 1만여 건의 혈관 내 치료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의료분야 인공지능(AI) 분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선호한다. 물론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의 건강 증진 효과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이 아니란다. 김 교수는 “그런 운동은 단조롭고 덜 활동적이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즘 윈드서핑에 푹 빠졌다. 벌써 4년째, 봄만 되면 한강으로 달려간다. 윈드서핑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김 교수는 “당연히 도움이 되지요. 그게 얼마나 힘든 운동인데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한강 윈드서핑에 푹 빠져”4년 전. 김 교수는 꽤 많은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지만 실내 운동은 성에 차지 않았다. 야외 활동도 마땅찮았다. 심지어 자전거 타기도 단조로워 보였다. 더 활동적이면서도 더 몰입할 수 있는 게 필요했다. 또한 병원 근무를 끝내고 30분 이내에 달려가 즐길 수 있는 종목이어야 했다. 누군가 윈드서핑을 추천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강윈드서핑장을 찾았다. 처음 윈드서핑을 배울 때는 세일(돛)을 잡고 물에 떠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팔에 잔뜩 힘을 줬더니 손까지 벌벌 떨렸다. 밤이 되자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타이레놀을 챙겨 먹고 나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근육통은 일주일 정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초보라면 다 겪는 증세”라고 했다. 원래 코어 근육을 제대로 써야 하는데, 팔과 다리에만 힘을 줬기 때문에 근육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차츰 익숙해지면서 팔과 다리 힘을 빼고 균형감을 찾자 근육통은 사라졌다. 매주 두 번, 2시간씩 윈드서핑을 즐겼다. 그러기를 6개월. 셔츠를 입는데 어깨와 등 부위가 조금 빡빡한 느낌이 들었다. 그 사이에 어깨와 등 부위에 근육이 꽤 붙은 것이었다. 코어 근육이 단단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김 교수는 “2년 정도 꾸준히 하니 온몸에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 “윈드서핑은 고강도 코어 근육 운동”윈드서핑을 4년 동안 꾸준히 한 뒤 달라진 점이 있을까. 김 교수는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응급 현장을 뛰어다니다가 금세 지쳐 털썩 주저앉는 때가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도 더 자고 싶고, 하루 종일 졸렸다. 이따금 외래 진료를 보는 중에 환자가 나가고 들어오는 틈을 타서 살짝 졸기도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날 때 피로감을 느끼는 날이 별로 없다. 근육량도 많이 늘었다. 실제로 윈드서핑은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세일을 넘어뜨리지 않으려면 팔보다는 허리에 힘을 주고 버텨야 한다. 또한 균형감을 잡으려면 팔과 다리 모두에 고르게 힘을 줘야 한다. 일종의 전신 운동 효과가 있는 셈이다. 겉으로 보기에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지만 실제로 이처럼 힘이 많이 들어 열량 소비도 만만찮다. 운동 효과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 김 교수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윈드서핑은 귀족 스포츠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용하는 서울시한강윈드서핑장에는 50개의 클럽이 있다. 클럽들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9개월 이용료는 강습비, 장비대여를 포함해 총 150만 원이다.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 이용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윈드서핑은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 즐길 수 있다. ● “활동성 강한 레저로 건강 효과 충분”김 교수는 “윈드서핑은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포츠이자 건강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어떻게 할까. 겨울에는 스키를 즐긴다. 주중과 주말에 각각 1회 이상 스키장에 간다. 대학생 때 처음 시작했으니 30년 경력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병원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달려가 야간과 심야 스키를 즐겼다. 윈드서핑에 빠지기 전에는 10년 동안 승마를 즐겼다. 예전에 근무했던 병원 근처에 승마장이 있어서 가능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를 추구한다. 걷기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스쾃 같은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은 따로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면 운동량은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강도가 약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레저 스포츠는 자연을 충분히 즐기고 스피드도 맛볼 수 있으며 근육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인 셈이다. 김 교수는 “레저 스포츠는 실력이 좋아지면 상급 기술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면 성취감도 높아지고 실제 에너지 소모나 근력 운동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초급에서 고급까지 등급이 나뉘어 있어 자신의 실력에 따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김 교수가 꼽는 레저 스포츠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나이 제한 없이 70대가 돼도 건강 증진 목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꼭 염두에 둬야 할 게 안전이다. 활동성이 크거나 속도가 빨라 방심하면 부상할 우려가 있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규정만 지키면 오히려 부상의 염려가 가장 적은 게 레저 스포츠”라고 말했다. 헬멧 착용하기, 점프 금지와 같은 사소한 규정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신경 써야 할 점을 김 교수에게 물었다. 첫째, 초보자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즐기는 게 좋다. 사고나 부상은 갑자기 발생한다.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돌발 상황이 생겨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처음에는 가급적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야 부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둘째, 지나친 자신감은 버려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 첫 배움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배우지 않은 자세나 기술을 무리하게 시도할 때가 있다. 이 또한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사고는 이럴 때 발생한다. 강사에게 배운 자세가 능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셋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초보 딱지’를 뗄 무렵이면 대부분 실력이 늘면서 고난도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 특히 이때 어느 수준까지 기술을 연마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한두 번 고난도 기술을 해냈다고 과신하면 안 된다. 레저 스포츠는 그때그때 자연 환경에 따라 고난도 기술이 실패할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넷째, 체력적 한계를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파도가 얼마나 치는지에 따라 체력이 빨리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하던 대로 즐기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윈드서핑의 경우 약간 서늘한 기운이 들면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보면 된다. 그 즉시 운동을 끝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시간을 넘기면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바이오젠텍은 바이오칩을 기반으로 한 진단기기를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2015년 11월에 세워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시간을 6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한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시료를 한꺼번에 모아 검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또한 고가 장비가 없어도 쉽게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허가도 받았다. 이 회사는 요즘 결핵이나 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의 질병을 현장에서 30분 안에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임채승 고려대 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다. 대학병원 교수가 벤처기업 대표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벤처기업 또한 고려대의료원과 무관하지 않다. 바이오젠텍은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이 세운 의료기술지주회사의 4번째 자회사다. 김병조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장(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의대 교수들은 각자 개발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바이오젠텍 사례에서 보듯 원천기술에 근거한 창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의료기술 산업화, 미래 경쟁력의 핵심” 김 단장은 의료기술 산업화 붐이 일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정부 규제도 많았고, 학교나 병원 또한 구성원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분위기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바뀌고 있다. 실제로 각 대학이나 병원 산하에 벤처 창업은 크게 늘었다. 이런 흐름은 미래의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김 단장은 전망했다. 일단 기술 기반의 벤처기업이 많아진다. 독보적인 기술특허를 보유한다면 글로벌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의료기술 산업화는 환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 김 단장은 “의사가 진료에 몰입하면 환자 한 명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의사가 기술 산업화에 도전하면 한 질병, 혹은 환자군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품과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단장은 “미래의학의 핵심 중 하나가 의료기술을 얼마나 제대로 개발하고 산업화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여러 대학과 병원이 소속 교원의 기술개발과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교수가 기술을 개발하면 외부 기업과 연계시켜 주기도 한다. 혹은 공공의료특구 입주를 돕는다. 일부 대학은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도 뒀다. 대표적인 것이 기술지주회사다. 이 지주회사를 통해 교수들의 창업을 돕는다. 아직까지 병원에서는 이런 의료기술지주회사가 드물다. 사실상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최근 여러 병원이 이 지주회사를 벤치마킹해 사내 창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의료기술 자회사가 벤처 창업 지원”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는 2014년 출범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이 지주회사를 운영한다. 이 지주회사는 기술력이 있는 사내 벤처를 발굴한 뒤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가 결정되면 20%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영입한다. 올해부터는 이 지분을 10%로 낮췄다.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 자회사는 5월 현재 17개다. 매년 3, 4개씩 자회사를 늘렸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스타트업 수준이지만 일부 기업은 이미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를 개발한 바이오젠텍이 대표적이다. 이에 맞춰 지주회사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산학협력단 인력은 초기 10여 명에서 최근 40여 명으로 늘었다. 산학협력단이 직접 시장을 뛰며 기술에 대한 수요를 조사한다. 특허와 관련된 컨설팅을 해 주고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짠다. 기술이 검증되면 관련 기술을 외부 기업에 이전할 것인지, 아니면 자회사 창업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의료기술 산업화가 얼마나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도 따진다. 교수의 연구 과정을 체크하면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한다. 만약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특허를 확보하는 데 또 다른 보조 기술이 필요하다면 관련 보조 기술을 확보하는 ‘특허 패키징’ 작업도 한다. 외부 기관이 개최한 행사에 참가해 자회사의 기술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모든 사내 벤처기업이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우 5개의 사내 벤처기업이 따로 출범한 상태다. 교수들이 원천기술을 개발한 뒤 외부의 벤처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만 해도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23건의 기술 이전이 이뤄졌으며 이에 따른 계약금 규모가 60억 원에 이른다. 외부의 연구단지에 입주하는 것도 산학협력단이 돕는다. 가령 서울시가 서울 홍릉에 만든 연구개발특구가 대표적이다.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에는 고려대, 경희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술개발 기업들이 입주한다. 고려대의 경우 2개 기업이 들어가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5년 이내에 입주기업을 100여 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진출 위한 인프라 필요” 의료기술을 산업화하는 단계로까지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신약을 개발할 때에도 기초의학에 대한 연구부터 진행해야 하는데, 이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황종익 고려대 의대 연구부학장(의과학과 교수)은 “아무리 뛰어난 연구자들이 모였다 해도 그에 걸맞은 연구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의료기술 산업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연구 공간만 마련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뜻이다. 황 부학장은 “첨단 연구장비, 동물실험 시설, 생물안전 연구시설 등을 모두 갖춰야 하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시스템을 갖춘, 이른바 의료기술 산업화 단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에 별로 없다. 8월에 문을 여는 고려대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에 주목하는 이유다.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고려대 의료지주회사의 자회사와, 기술을 이전받은 외부의 벤처기업, 네트워크로 연계된 기업 등이 입주한다. 연구와 제품 생산까지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황 부학장은 “메디사이언스파크는 기술 개발과 혁신의 허브가 되는 게 목표”라며 “당장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약과 백신 개발, 의료 빅데이터 연구에 먼저 공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보건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의료기술의 글로벌 산업화에 성공하려면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야 한다. 고려대의료원이 메디사이언스파크에 바로 공중보건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지방의 한 병원에서 뇌경색 진단을 받아 대형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환자의 가족은 상당히 분주해지게 된다. 무엇보다 대형 병원에 제출할 의료 기록을 모두 챙겨야 한다. 한 가지라도 빠뜨리면 다시 병원에 와야 할 수도 있다. 이르면 2, 3년 안에 이런 불편이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저장 공간인 클라우드에 환자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 개인 건강 기록 등을 저장해놓고 어느 병원에서든 꺼내 쓸 수 있는 시스템이 깔리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중복 처방과 중복 검사도 크게 줄어 진료비도 아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고려대의료원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정부 과제로 시작했지만 별도로 수백억 원을 투입했다. 개발 인력을 포함해 70여 명이 2년 동안 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이다.○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으로 의료정보 통합 병원마다 병원정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하는 시스템은 다르다. 이 때문에 A병원에 저장된 환자의 의료정보를 B병원에선 바로 꺼내 쓸 수 없다. 하지만 여러 병원이 클라우드 기반 P-HIS를 사용하면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 표준화 작업을 통해 시스템에 사용되는 용어와 코드를 통일하기 때문이다. A병원에 저장된 환자의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 개인 건강기록까지 B병원에서 쉽게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추가로 환자들은 휴대 단말기 등을 통해 수년 동안의 진료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이 시스템이 적용된 고려대의료원의 데이터만 가능하다. 하지만 향후 다른 병원에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그 병원의 데이터까지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P-HIS는 정밀 의료를 위한 일종의 플랫폼이다. 블록을 끼워 넣듯 여러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가령 응급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 응급 환자의 상태를 병원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이버 닥터’가 암이나 용종에 대해 조언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착용하면 질병 예방에 활용할 수도 있다. 환자 데이터는 보안 시스템으로 철저히 보호된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이상헌 고려대 P-HIS개발사업단장(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보안시스템 전문인력이 24시간 대기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외부의 전문기업과 협업해 신뢰해도 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P-HIS 도입 사업은 순항 중이다. 4월 고려대 안암병원에 처음으로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어 7월 고려대 구로병원, 9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도 도입한다. 이어 500병상 규모 이상의 전국 병원에 이 시스템을 확산한다. 이미 몇몇 대학병원은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고려대의료원 내에 이 사업을 담당할 벤처기업도 만들었다.○빅데이터 구축 작업에 박차 이 시스템을 도입할 때의 장점은 또 있다. 병원의 모든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이른바 의료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 단장은 “환자들이 개별적으로 얻는 편의는 이 시스템으로 얻는 이점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시스템을 통해 여러 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하면 개인별로 맞춤형 정밀 의료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표준화 작업을 통해 확보한 의료 빅데이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면 환자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맞춤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사업이 정부의 국책 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병원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의료 빅데이터 확보는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국내 대형 대학병원 10곳의 데이터만 확보해도 전체 질병 데이터의 30% 정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단장은 또 “5년 이내에 질병별로 국내 환자의 40∼50%까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자들에겐 어떤 이익이 돌아갈까. 무엇보다 전국 병원의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 유형별로 최고의 치료법을 도출할 수 있다. 치료 성적이 대폭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질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사전 검사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현재 50만 원 수준인 유전체 검사 비용은 5년 후 20만 원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이 교수는 예상했다. ○개인에게 맞춘 정밀의료도 가능해져 손장욱 고려대의료원 AI센터장(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결합하면 의료환경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센터장은 당뇨병 환자의 경우 몸에 장치 하나만 부착하면 모든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혈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절이 안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차원을 넘어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상태인지도 AI가 파악해서 알려준다는 것이다. 손 센터장은 “혈당, 혈압, 심부전 등의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런 시스템이 일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센터장은 규제가 완화되고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진다면 3∼5년 내에 이런 식의 개인 맞춤형 의료 장비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P-HIS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AI 활용도는 더욱 커진다. 국가 전체의 질병 지도를 만들고 효과적인 예방법까지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유전자나 생활 습관을 분석하면 어떤 사람이 질병에 더 잘 걸리는지도 예측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부분적이나마 이런 형태의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과 달리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정착돼 있는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손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고려대의료원은 8월 서울 정릉에 문을 여는 메디사이언스파크에 의료 빅데이터와 AI를 관리하고 연구하는 센터를 따로 운영하기로 했다. ○AI 이용해 신약도 개발 손 센터장은 “의료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전은 환자 개인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으로 가려는 벤처 기업도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실제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준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도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최 교수팀은 먼저 문헌 조사를 통해 난청 치료에 효과가 있는 후보 물질 4000여 개를 선별했다. 이를 다시 분석해 400여 개로 줄였고, 최종 60개로 압축했다. 하지만 60개의 물질 중에서 어떤 것이 실제 효능이 가장 좋은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때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했다. 동물 실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 등 국내외 데이터를 학습한 뒤 AI가 순위를 매겼다. 현재 최 교수는 상위 30여 개의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 중 하나의 후보 물질에서 효과가 높게 나타나 신약 개발 가능성이 커졌다. 최 교수는 “신약 개발은 15년 정도 걸리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절반 혹은 3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더불어 개발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 교수의 경우에도 AI가 후보 물질 랭킹을 매겨준 덕분에 전체 연구 기간의 3분의 1 정도를 줄였다. 최 교수는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활용하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며 “우리가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박경화 고려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요즘 국내 바이오 기업 애스톤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종양 백신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 약은 백신 원리를 이용한 암 치료제다. 박 교수가 2004년 연구를 시작했다. 암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의 일부를 먼저 투입한다. 그러면 이 단백질이 외부에서 침투하는 바이러스처럼 ‘항원’ 역할을 한다. 이 암세포에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T세포만 선택적으로 늘리고 활성화시킨다. 이 방식은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모든 암에 적용이 가능하다. 항암제보다 독성이 적고 약제비도 덜 든다. 가장 먼저 암 수술 후 재발을 막거나 표준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종양 백신이 상용화하려면 임상 2상과 임상 3상을 거쳐야 한다. 박 교수는 이 기간을 7년 정도로 예상했다. ○ 경쟁력 있는 신약 개발 시스템 필요 1999년 7월 국산 신약 1호가 시판 허가를 받았다. SK케미칼이 만든 위암 항암제 선플라주다. 그로부터 20여 년. 올 3월까지 33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국산 신약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연평균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신약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신약은 생산이 중단됐거나 아예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처럼 유명무실한 신약은 20∼30%나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우수한 성적표는 아니다.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최근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회사들의 열악한 자본력을 지적한다.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도 있다. 지금까지 나온 국산 신약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만큼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33개 신약 중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은 겨우 2개에 불과하다. 결국 독보적 기술을 보유했는지가 성공의 열쇠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적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대학과 바이오 기업이 적극 협력해 독창적인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임상 1단계에서 좌절하지 않고 최종 임상 3상까지 가는 신약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많이 하는 교수에게는 환자 진료의 부담을 줄여주는 식으로 신약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병원 기업 협력모델 잇달아 최근 여러 대학과 병원에서 이런 방식의 협업이 자주 이뤄지고 있다. 고려대의료원만 하더라도 구체적인 실적을 낸 사례가 많다. 서재홍 고려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 표적치료제 개발회사를 설립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방암 중에서 치료제가 없는 ‘삼중음성유방암’ 신약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서 교수의 암 치료제 개발회사 외에도 여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또 AI와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인 강재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성재영 고려대안암병원 의생명연구센터 교수는 2015년 뉴라이클사이언스라는 신약 개발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에서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고칠 수 있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했다. 현재 동물실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정성 검증을 마쳤다. 연내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여러 차례 개발에 실패한 약이다. 뉴라이클사이언스가 개발한 약은 손상된 뇌신경에 생긴 일종의 ‘흉터’를 제거하고 신경을 되살리는 방식의 치료제다. 임상시험에 성공할 경우 국내 1호 치매 치료제가 될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노릴 수 있다. 대학과 병원이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바이오 벤처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사례는 더 있다. 이경미 고려대 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자연살해(NK)세포를 배양하고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을 10년 연구 끝에 2016년 개발했다. 이 기술은 NK세포 치료제 전문 개발 회사인 엔케이맥스에 이전됐다. 이후 이 교수는 현재까지도 엔케이맥스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면역세포 치료제인 슈퍼 NK세포 기술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멕시코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새로운 의료 기술 적극 도입해야 의료 기술은 꾸준히 발전한다.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등장한다. 이 경우 독성 검사와 동물실험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존의 의료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게 신(新)의료기술이다. 이 경우 이미 과학성과 안정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이기에 평가 절차를 밟으면 의료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다. 환자가 혜택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에서 이런 사례가 많다. 최종일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국내 웨어러블 의료기기 1호로 등록된 ‘메모와치’에 대한 100여 명의 임상시험을 최근 마쳤다. 지금까지는 부정맥을 확인하려면 가슴에 5개 정도의 전극을 24시간 동안 부착해야 했다. 하지만 메모와치라는 손목시계 형태의 심전도 측정기만 차면 2주 동안 데이터가 자동적으로 의료기기 업체 서버로 전송된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기존 방식으로는 27명만 부정맥을 찾아냈다. 반면 메모와치 방식으로는 51명의 부정맥을 발견했다. 게다가 기존 방식으로 부정맥을 찾아내지 못한 29명이 메모와치를 차고 부정맥을 찾아냈다. 특히 한 20대 남성의 경우 정신을 잃을 것 같고 죽을 것 같다는 공포를 느껴 병원을 전전했지만 부정맥을 진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환자는 심각한 부정맥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시술을 받아 완치됐다. 최 교수는 추가로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기기를 소개했다. 가로세로 5cm 크기의 패치를 가슴에 붙이면 자동적으로 심장 박동을 체크하는 기기다. 시계보다 더 간편해진 것이다. 곧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지난해 7월 김현구 고려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최연호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와 함께 나노 기술과 AI 기술을 활용해 혈액만으로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혈액 속을 떠다니는 ‘엑소좀’을 분석해 암세포를 구분하는 방법이다. 물론 그전에도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은 있었다. 하지만 정확도가 50% 정도에 불과했다. 김 교수가 개발한 이 방법으로는 84%까지 진단이 가능하다. 진단 시간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김 교수는 5월에는 폐암을 정밀하게 탐색할 수 있는 조영제도 개발했다. 이 조영제를 사용하면 암이 폐 조직 내 깊이 있더라도 정확한 식별이 가능하다. 덕분에 폐암 부위만 정밀하게 절제할 수 있어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암 수술 환자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종일 교수는 “새로운 의료 기술은 무엇보다 환자의 치료와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한다”며 “게다가 이런 기술 개발이 활발해 새로운 기술이 쌓이면 원천기술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의학과 과학이 융합하는 이른바 ‘메디사이언스(메디컬+사이언스)’가 미래 의학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의료원과 공동으로 현재 주목받고 있는 메디사이언스 리포트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면역은 언제쯤 가능할까. 연내에 마스크를 벗을 수는 있을까. 이는 백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백신 주권’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향후 더 많은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백신 원천기술을 확보하느냐가 미래의학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박만성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에게 백신 주권에 관한 전망을 물었다. ○ ‘질병 엑스’ 언제든 다시 온다 1918년 스페인독감(H1N1)으로 세계에서 1억 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1957년 아시아독감(H2N2), 1968년 홍콩독감(H3N2)이 유행할 때엔 각각 100만 명과 70만 명이 사망했다. 2009년에는 스페인독감과 항원이 같은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했다. 돼지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바이러스가 인체로 넘어오면서 90년 시차를 두고 다시 유행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는 뿌리가 같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발생했다. 바이러스로 인한 대유행은 이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고, 에이즈나 에볼라처럼 동물에게만 침투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 들어오면서 전염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의 공격에 당장 면역력이 없는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2018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8종류의 바이러스를 발표하면서 맨 마지막 전염병을 ‘질병 엑스(Disease X)’라 명명(命名)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더라도 질병 엑스는 다시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세계 유일의 백신, 우리도 만들었었다 유행성출혈열(신증후출혈열)은 들쥐가 옮기는 감염병이다. 발열과 출혈에 이어 신부전으로 이어진다. 치사율이 최근에는 5% 이내로 줄었지만, 한때 20%를 넘길 정도로 심각했다. 이 병은 6·25전쟁 때 3000여 명의 유엔 병사들에게 증세가 나타나면서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다가 1976년 이호왕 현 고려대 명예교수가 들쥐의 폐 조직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했다. 쥐를 잡은 지역이 한탄강이라 한타바이러스라 명명했다.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 정체를 규명한 데 이어 GC녹십자가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했다. 이것이 한타박스다. 유행성출혈열 백신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세계를 리드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이 가동됐다. 이 사업단은 고려대 의료원이 주도했다. 그 전까지 독감 백신은 전량 수입했다. 사업단은 정부 지원을 받아 다양한 백신을 개발했다. SK케미칼과 함께 4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세포배양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했다. 유정란을 배양해 독감 백신을 만드는 방식에서 한걸음 나아간 새로운 방식이었다. 덕분에 생산 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당시 사업단은 30∼40개의 과제를 이행하면서 백신의 기초와 원천기술 개발부터 생산과 상용화까지를 시도했다. 인플루엔자 백신 주권의 역사를 써냈다.○코로나 사태, 왜 백신 개발에 뒤처졌나 사업단은 6년 만에 해체됐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는 잊혀졌고, 백신 연구인력도 뿔뿔이 흩어졌다. ‘백신 인프라’를 구축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백신 개발에는 많은 인력과 자금이 필요하다. 개발하고도 해당 질병이 퍼지지 않으면 팔 수 없다. 그러니 자금력이 열악한 국내 제약회사나 바이오 기업은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백신 부재’의 책임을 기업에만 물을 수 없는 이유다. 김 교수는 “백신 개발 작업은 일종의 오케스트라와 같다”고 말했다. 모든 악기가 어우러져야 멋들어진 협주가 나오듯 면역학, 감염의학, 바이러스학, 역학, 통계학 등이 동원되고 체계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백신이란 작품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백신이 개발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동물실험, 임상시험, 정부 허가, 접종 부작용 모니터링, 가격 책정, 생산 등 여러 단계가 일사불란하게 진행돼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백신 사업은 다른 질병 치료제와 달리 산업체, 학교, 연구소, 병원이 함께 움직이는 이른바 ‘산학연병(産學硏病)’ 협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를 위한 시스템이 정착돼 있지 않다. ○‘산학연병’ 협력, 새 모델 필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기업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이미 10년 이상 백신 연구와 개발에 전념했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백신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지도 않았다. 이번 코로나19 백신에서 배울 점이 이것이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 기업인 바이오엔텍과 함께 백신을 개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했다. 모더나는 정부의 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일종의 ‘산학연병’ 시스템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주권을 확보하려면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침 국내에도 이런 모델이 등장했다. 고려대가 8월 서울 정릉에 문을 여는 ‘메디사이언스 파크’가 그것이다. 이 캠퍼스 안에 국내 처음으로 백신의 ‘산학연병’ 협력을 추진하는 백신혁신센터(VIC-K)가 운영된다. 백신혁신센터는 △감염병 연구와 전문가 양성 △백신과 신약 개발 △다양한 백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고려대와 고려대병원,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이 참여한다. 대학과 연구소는 백신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와 동물연구를 진행한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게 된다. 임상시험과 시판 후 부작용 연구는 병원이 맡는다. ○범용 백신 이어 암 백신에도 적용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mRNA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인체가 생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법에 비해 생산하기가 쉬워 6개월이면 백신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고려대 백신혁신센터는 이 mRNA 백신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중 백신과 범용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다중 백신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을 말한다. 범용 백신은 코로나19의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백신을 뜻한다. 이게 가능할까. 김 교수는 “현재 세계적으로 이와 관련된 특허가 300여 종이 있다. 이 특허를 우회하거나 응용을 통해 독창적 방법으로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을 활용해 암, 면역질환 등 다양한 분야의 백신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2, 3년 안에 mRNA 플랫폼을 이용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5년 내에 이를 이용해 여러 백신을 상용화하며, 10년 후에는 아시아 지역에까지 백신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백신 주권을 확립하면 그 다음은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무상 혹은 저가에 공급하는 백신허브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고려대 의료원 공동기획}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7)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의사다.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아이들이 철분 결핍으로 빈혈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그의 논문은 미국 소아위장관학 교과서에도 실렸다. 소화기에 생기는 염증 질환인 소아 크론병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규명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의대 학장도 맡고 있는 최 교수는 의사들의 인성을 특히 강조한다. 의사들이 의학 지식에만 치중하면 환자와 소통하기보다는 치료 대상으로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학장에 취임한 직후 의대생들의 인성평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건강관리 했지만 오히려 당뇨병 얻어 환자 치료하랴, 학장 역할도 하랴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다가 건강이 나빠졌다. 3년 전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mg/dL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240mg/dL을 넘으면 고지혈증으로 본다. 내장 지방 수치도 높아져 경도 비만 진단이 나왔다. 그 다음 해에는 혈압에 비상이 걸렸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를 넘었다. 140mmHg 이상이면 고혈압 진단을 내린다. 고지혈증에 이어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먼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약을 먹었고, 6개월 후 혈압을 낮추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건강 위험 신호가 켜졌으니 적게 먹고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작년에는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대신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공복 혈당 120mg/dL에 당화혈색소 6.7%가 나온 것이다.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화혈색소는 혈액의 혈색소가 당화한 수치를 뜻하는데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된다. 지난해 말 다시 혈액검사를 해보니 당화혈색소가 6.9%로 올랐다.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빡빡할 정도로 달라진 관리 돌이켜 보니 안일했다.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떨어지니 마음을 놓았다. 식단 조절을 한다면서도 크게 식사량을 줄이지도 않았고, 간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당뇨병 약은 일단 복용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인정하기 싫지만 당뇨병 환자가 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언젠가 약을 먹겠지만 그 전에 삶의 패턴을 바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활 습관을 고쳐 놓으면 나중에 약을 먹더라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3개월 전 식습관을 바꿨다. 아침에는 빵과 우유 한 잔으로 줄였다. 점심과 저녁에는 밥을 먹되 용량을 4분의 1로 줄였다. 반찬은 3분의 2만 먹는다. 모든 간식은 완전히 끊었다. 입이 심심해지면 오이와 토마토를 먹는다. 당 함량이 높은 과일도 끊었다. 운동 종목도 바꿨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수영과 자전거 타기를 해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이후로는 이런 운동을 거의 못 하고 있었다. 늘 할 수 있는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 8000∼1만 보를 걷는다. 병원 주변 산책로를 돌기도 하고, 퇴근한 후 집 주변을 걷기도 한다. ○10일 동안의 혈당 측정 실험 최 교수는 장비를 이용해 10일 동안 혈당 변화를 직접 체크했다. 1cm 두께의 연속혈당측정기를 배에 부착하면 5분 간격으로 단말기나 휴대전화로 혈당 수치를 전송한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24시간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된다. 아침 식사를 걸러봤다. 혈당이 살짝 떨어졌다. 점심 식사량을 4분의 1로 줄였더니 조금 오르긴 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간식으로 라면과 크림빵 한 쪽을 먹었더니 혈당이 급격하게 올랐다. 깜짝 놀라 30분 동안 4000보가량 걸었다. 혈당이 떨어지나 싶더니 운동을 중단하자 다시 올랐다.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지속적인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루는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혈당이 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이유를 알았다.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야 할 효소가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먼저 투입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르지 않는단다. 하지만 이날 혈당이 오르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안주로 탄수화물을 배제하고 해산물과 육류를 먹었던 것이다. 이후로도 최 교수는 여러 음식을 먹고 혈당 변화를 확인했다. 소주보다는 와인이, 라면이나 짜장밥보다는 참치비빔밥이나 된장찌개가 혈당을 덜 높였다. 샌드위치와 탄산음료를 같이 먹었을 때 가장 혈당이 빨리 올랐다. ○고지혈-고혈당 벗어나니 해방감 최 교수는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3개월 동안의 집중 관리에 대한 성적표인 셈이다. 우선 체중이 73kg에서 67kg으로 떨어졌다. 최 교수는 “그렇게 운동을 오래 했지만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체중이 줄었지만 근육량은 200g 늘었고 체지방률은 7% 감소했다. 최 교수는 “뱃살이 쏙 빠져 바지를 새로 사야 할 판”이라며 웃었다. 당화혈색소는 6.1%, 공복 혈당은 107mg/dL로 떨어졌다. 수치상으로는 당뇨병을 탈출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완벽하게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담당 의사와 상의해 혈압과 콜레스테롤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물론 수치가 높아지면 약을 다시 먹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 교수는 “중증 단계는 아니었지만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가 약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식단 조절에 더 철저해야 하며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오만함이 병을 부른다. 겸손한 마음으로 건강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건강관리 계기 찾아 습관화 계획을… 배부르게 먹지 말고 좋은 음식 적게 먹어야최교수의 당뇨 탈출 4계명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3개월 동안 당뇨병과 집중적으로 싸우면서 느낀 사실은 ‘안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에게 체험 기간 동안 느낀 소감을 들었다. 첫째, 건강을 관리할 강력한 계기를 찾아야 한다. 그게 건강검진이든, 최 교수가 했던 것처럼 당뇨 혈당 체크하는 패치를 부착하는 것이든 뭔가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약을 빠뜨리지 않고 복용하고 음식량을 줄이며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의지는 곧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일회성 실천이 아니라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건강관리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았는데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습관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밥을 먹으면 곧바로 걷는 것을 원칙으로 삼거나 식사할 때 미리 밥을 덜어놓는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배부르게 많이 먹지 말고 좋은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최 교수는 “현대는 영양 과잉의 시대다. 이 모든 것을 먹으려다 보니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모든 것을 먹지 말고 양질의 음식을 골라서 적당히 먹으라는 이야기다. 넷째, 항상 활동하고 걸어야 한다. 최 교수는 “동료 교수가 옥상에 화단을 만들어 놓고 주말에 지하에서 옥상까지를 오르다 보니 하체 근육이 늘었다고 하더라”며 “일부러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인 걷기가 근육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평생 뭔가를 꾸준히 하면서 움직일 것을 당부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7)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의사다.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아이들이 철분 결핍으로 빈혈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그의 논문은 미국 소아위장관학 교과서에도 실렸다. 소화기에 생기는 염증 질환인 소아 크론병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규명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의대 학장도 맡고 있는 최 교수는 의사들의 인성을 특히 강조한다. 의사들이 의학 지식에만 치중하면 환자와 소통하기보다는 치료 대상으로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학장에 취임한 직후 의대생들의 인성평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건강관리 했지만 오히려 당뇨병 얻어환자 치료하랴, 학장 역할도 하랴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다가 건강이 나빠졌다. 3년 전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mg/dL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240mg/dL을 넘으면 고지혈증으로 본다. 내장 지방 수치도 높아져 경도 비만 진단이 나왔다. 그 다음 해에는 혈압에 비상이 걸렸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를 넘었다. 140mmHg 이상이면 고혈압 진단을 내린다. 고지혈증에 이어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먼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약을 먹었고, 6개월 후 혈압을 낮추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건강 위험 신호가 켜졌으니 적게 먹고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작년에는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대신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공복 혈당 120mg/dL에 당화혈색소 6.7%가 나온 것이다.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화혈색소는 혈액의 혈색소가 당화한 수치를 뜻하는데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된다. 지난해 말 다시 혈액검사를 해보니 당화혈색소가 6.9%로 올랐다.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 ‘빡빡할 정도로 달라진 관리 돌이켜 보니 안일했다.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떨어지니 마음을 놓았다. 식단 조절을 한다면서도 크게 식사량을 줄이지도 않았고, 간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당뇨병 약은 일단 복용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인정하기 싫지만 당뇨병 환자가 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언젠가 약을 먹겠지만 그 전에 삶의 패턴을 바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활 습관을 고쳐 놓으면 나중에 약을 먹더라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3개월 전 식습관을 바꿨다. 아침에는 빵과 우유 한 잔으로 줄였다. 점심과 저녁에는 밥을 먹되 용량을 4분의 1로 줄였다. 반찬은 3분의 2만 먹는다. 모든 간식은 완전히 끊었다. 입이 심심해지면 오이와 토마토를 먹는다. 당 함량이 높은 과일도 끊었다. 운동 종목도 바꿨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수영과 자전거 타기를 해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이후로는 이런 운동을 거의 못 하고 있었다. 늘 할 수 있는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 8000~1만 보를 걷는다. 병원 주변 산책로를 돌기도 하고, 퇴근한 후 집 주변을 걷기도 한다. ● 10일 동안의 혈당 측정 실험 최 교수는 장비를 이용해 10일 동안 혈당 변화를 직접 체크했다. 1㎝ 두께의 장치를 몸에 부착하면 5분 간격으로 단말기나 휴대전화로 혈당 수치를 전송한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24시간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된다. 아침 식사를 걸러봤다. 혈당이 살짝 떨어졌다. 점심 식사량을 4분의 1로 줄였더니 조금 오르긴 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간식으로 라면과 크림빵 한 쪽을 먹었더니 혈당이 급격하게 올랐다. 깜짝 놀라 30분 동안 4000보가량 걸었다. 혈당이 떨어지나 싶더니 운동을 중단하자 다시 올랐다.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지속적인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루는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혈당이 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이유를 알았다.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야 할 효소가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먼저 투입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르지 않는단다. 하지만 이날 혈당이 오르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안주로 탄수화물을 배제하고 해산물과 육류를 먹었던 것이다. 이후로도 최 교수는 여러 음식을 먹고 혈당 변화를 확인했다. 소주보다는 와인이, 라면이나 짜장밥보다는 참치비빔밥이나 된장찌개가 혈당을 덜 높였다. 샌드위치와 탄산음료를 같이 먹었을 때 가장 혈당이 빨리 올랐다. ● “고혈압-콜레스테롤 약에서 해방” 최 교수는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3개월 동안의 집중 관리에 대한 성적표인 셈이다. 우선 체중이 73㎏에서 67㎏으로 떨어졌다. 최 교수는 “그렇게 운동을 오래 했지만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체중이 줄었지만 근육량은 200g 늘었고 체지방률은 7% 감소했다. 최 교수는 “뱃살이 쏙 빠져 바지를 새로 사야 할 판”이라며 웃었다. 당화혈색소는 6.1%, 공복 혈당은 107mg/dL로 떨어졌다. 수치상으로는 당뇨병을 탈출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완벽하게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담당 의사와 상의해 혈압과 콜레스테롤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물론 수치가 높아지면 약을 다시 먹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 교수는 “중증 단계는 아니었지만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가 약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식단 조절에 더 철저해야 하며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오만함이 병을 부른다. 겸손한 마음으로 건강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3개월 동안 당뇨병과 집중적으로 싸우면서 느낀 사실은 ‘안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에게 체험 기간 동안 느낀 소감을 들었다. 첫째, 건강을 관리할 강력한 계기를 찾아야 한다. 그게 건강검진이든, 최 교수가 했던 것처럼 당뇨 혈당 체크하는 패치를 부착하는 것이든 뭔가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약을 빠뜨리지 않고 복용하고 음식량을 줄이며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의지는 곧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일회성 실천이 아니라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건강관리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았는데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습관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밥을 먹으면 곧바로 걷는 것을 원칙으로 삼거나 식사할 때 미리 밥을 덜어놓는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배부르게 많이 먹지 말고 좋은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최 교수는 “현대는 영양 과잉의 시대다. 살짝 고개만 돌려도 먹을 게 너무 많다. 이 모든 것을 먹으려다 보니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모든 것을 먹지 말고 양질의 음식을 골라서 적당히 먹으라는 이야기다. 넷째, 항상 활동하고 걸어야 한다. 최 교수는 “동료 교수가 옥상에 화단을 만들어 놓고 주말에 지하에서 옥상까지를 오르다 보니 하체 근육이 늘었다고 하더라”며 “일부러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인 걷기가 근육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평생 뭔가를 꾸준히 하면서 움직일 것을 당부했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언제 어디서나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커피 음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RTD 커피 음료 시장 규모는 1조323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여름은 무더운 날씨가 예상되면서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커피 음료 ‘맥심 티오피(Maixm T.O.P)’를 선보인 동서식품은 최근 ‘맥심 티오피 스모키’ 2종을 새롭게 내놨다. 회사 측에 따르면 맥심 티오피 스모키는 커피 추출액 제조 시 ‘향 회수 공법’을 적용해 원두 본연의 신선한 커피 향을 살려 자연스럽고 풍부한 향미가 특징이다. 또 엄선한 아라비카 100% 원두를 강하게 다크 로스팅해 진하고 스모키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제품은 275mL 캔 타입의 ‘티오피 스모키 블랙’과 ‘티오피 스모키 라떼’ 2종이다. 맥심 티오피는 그동안 캔커피, 컵커피, 페트형 커피 등 다양한 형태로 나왔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처음으로 얼굴을 알린 ‘맥심 티오피 캔커피’는 지난해 6월 패키지 디자인을 새롭게 단장했다. 더블랙, 스위트 아메리카노, 마스터 라떼(200mL, 275mL, 380mL) 등 9종이다. ‘맥심 티오피 컵커피’는 볼드 에스프레소 라떼, 트루 에스프레소 블랙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심플리스무스’와 ‘심플리스무스 로스티’ 등 페트형 제품도 있다. 심플리스무스는 블랙, 스위트 아메리카노, 라떼 3종이다. 심플리스무스 로스티는 360mL 용량으로 기존 ‘심플리스무스’(240mL)보다 50%나 커졌다. 로스티 블랙과 로스티 라떼 2종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산모의 배 안에 있는 태아의 머리는 아래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만삭인 산모의 3∼4%는 태아의 위치가 거꾸로 돼 있다. 머리가 위쪽, 엉덩이가 아래쪽으로 향하는 이 현상을 ‘둔위’라고 한다. 이런 태아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이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8)는 고위험 산모를 주로 치료한다. 그중에서도 둔위교정술에서 두드러진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2000여 건을 시술했다. 성공률도 평균 50∼60%인 해외보다 월등히 높은 90%에 육박한다. 시술은 초음파를 보면서 진행한다. 산모의 하복부를 마사지하다가 골반에 들어간 태아를 쓱 밀어 올린다. 대체로 평균 5∼10분이 소요된다. 상황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 시술이 보기엔 쉬워 보여도 땀을 뚝뚝 흘릴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평소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운동과 쌓은 담을 허물다 학창 시절 김 교수는 운동에 무관심했다. 심지어 경기 관람도 즐기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다. 야구 한 팀이 몇 명인지도 알지 못했다. 의대에 입학한 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몸은 점점 말라갔다. 전공의 시험 면접을 치르는데 교수가 혹시 병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전공의 2년 차 때 병원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덕분에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아침마다 수영장을 찾았다. 얼마 후 승용차에서 안전벨트를 매다가 깜짝 놀랐다. 벨트 안쪽이 가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 가슴에 근육이 붙은 것이다. 효과를 체험하면 달라지는 법.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던 사람이 수영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 후로도 7, 8년을 더 수영장에 다녔다. 사실 불편함이 조금 있기는 했다. 자꾸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게 성가셨다. 여기다 개인적 사정이 겹치면서 수영을 관뒀다. 하지만 운동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이미 ‘운동의 맛’을 봐온 터였다. 김 교수는 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 격일로 유산소-근력 운동 2005년 김 교수는 병원에서 가까운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헬스클럽을 이용한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격일로 한다. 주 5일 운동할 경우 월·수·금요일에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시속 8km로 30분 정도 달린다. 4km를 달리고 나면 운동을 끝내고 헬스클럽을 나선다. 화·목요일에는 근력 운동을 한다. 누워서 역기를 드는 벤치프레스, 앉은 채로 장비를 가슴까지 잡아당기는 렛풀다운, 반쯤 누워서 다리로 장비를 미는 파워레그 프레스. 딱 이 세 종류만 이용한다. 여러 장비를 짧은 시간씩 하는 것보다 세 가지 장비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대체로 12∼15회씩 3세트를 반복한다. 중량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한다. 가령 벤치프레스는 20∼30kg, 렛풀다운은 35kg, 파워레그 프레스는 80kg 정도의 무게를 이용한다. 별도로 연구실과 집에서는 틈나는 대로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바퀴가 달린 휠슬라이드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무릎 앉은 자세에서 휠슬라이드를 밀며 몸을 쭉 뻗는다. 아침과 저녁에 각각 20회씩 40회를 한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이를 2배로 늘린다. ● “헬스클럽에 ‘출근’한다는 개념 필요” 매주 5회씩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 교수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는 “가급적 3일 이상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귀찮음과의 싸움이다. 김 교수는 매주 1회 정도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운동하러 가기 싫을 때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급적 헬스클럽에 간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지 않은 채 승용차를 몰고 바로 헬스클럽으로 간다. 이렇게 하면 샤워를 하기 위해서라도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단 헬스클럽에 들어가면 달리기를 하든 근력 운동을 하든 뭔가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이런 방식을 ‘출근’이라고 설명했다. 운동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가기 싫을 수 있지만 출근해야 한다면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단 ‘출근’하면 아는 얼굴도 보이고,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 “정신 건강도 챙겨야 진짜 건강” 김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서 약간 높을 뿐 질병 징후가 전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피곤하거나 기력이 떨어진 적도 없다. 김 교수는 “꾸준히 헬스를 한 게 도움이 됐겠지만 낙천적 성격도 한몫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 치료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작업이다. 당직이 아닌데도 새벽에 집이 있는 인천에서 차를 몰고 응급실로 달려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낙천적이라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 스트레스를 목공 일로 해소한다. 김 교수의 집 지하에는 목공 작업실이 있다. 휴일이 되면 이곳에서 나무를 대패질하고, 본드로 붙이며, 사포로 표면을 다듬는다.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입한다. 목공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김 교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일주일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유”라며 웃었다. 운동,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려면밥 먹듯이 매일, 헬스클럽에 ‘출근’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하라16년 이상 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이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첫째, 운동은 매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물론 일주일에 한두 번 놓칠 수는 있지만 별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빼먹지 않고 운동한다는 생각은 확고해야 한다. 그래야 10년이고, 20년이고 지속할 수 있다.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출근’ 개념으로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과도하게 운동해서는 안 된다. 운동량을 지나치게 많이 늘리거나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겠다고 욕심 부리면 안 된다. 이러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지쳐버릴 수 있다. 운동을 포기할 확률도 높아진다. 10분이든 20분이든 거부감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운동 목표를 정해야 한다. 셋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섞어야 한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 운동 장비는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몸의 반동을 이용해 장비를 들어 올리거나 밀면 몸에 무리가 간다. 만약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무게를 확 늘리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조금씩 늘려야 한다. 근력 운동을 강하게 했다면 근육이 쉬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다음 날은 건너뛰는 게 좋다. 다만 달리기나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매일 할 수 있으면 거르지 않고 하는 게 좋다. 체력이 달린다면 격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배치해도 괜찮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산모의 배 안에 있는 태아의 머리는 아래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만삭인 산모의 3~4%는 태아의 위치가 거꾸로 돼 있다. 머리가 위쪽, 엉덩이가 아래쪽으로 향하는 이 현상을 ‘둔위’라고 한다. 이런 태아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이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8)는 고위험 산모를 주로 치료한다. 그중에서도 둔위교정술에서 두드러진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2000여 건을 시술했다. 성공률도 평균 50~60%인 해외보다 월등히 높은 90%에 육박한다. 시술은 초음파를 보면서 진행한다. 산모의 하복부를 마사지하다가 골반에 들어간 태아를 쓱 밀어 올린다. 대체로 평균 5~10분이 소요된다. 상황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 시술이 보기엔 쉬워 보여도 땀을 뚝뚝 흘릴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평소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운동과 쌓은 담을 허물다학창 시절 김 교수는 운동에 무관심했다. 심지어 경기 관람도 즐기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다. 야구 한 팀이 몇 명인지도 알지 못했다. 의대에 입학한 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몸은 점점 말라갔다. 전공의 시험 면접을 치르는데 교수가 혹시 병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전공의 2년 차 때 병원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덕분에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아침마다 수영장을 찾았다. 얼마 후 승용차에서 안전벨트를 매다가 깜짝 놀랐다. 벨트 안쪽이 가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 가슴에 근육이 붙은 것이다. 효과를 체험하면 달라지는 법.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던 사람이 수영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 후로도 7, 8년을 더 수영장에 다녔다. 사실 불편함이 조금 있기는 했다. 자꾸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게 성가셨다. 여기다 개인적 사정이 겹치면서 수영을 관뒀다. 하지만 운동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이미 ‘운동의 맛’을 봐온 터였다. 김 교수는 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 격일로 유산소-근력 운동 2005년 김 교수는 병원에서 가까운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헬스클럽을 이용한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격일로 한다. 주 5일 운동할 경우 월·수·금요일에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시속 8㎞로 30분 정도 달린다. 4㎞를 달리고 나면 운동을 끝내고 헬스클럽을 나선다. 화·목요일에는 근력 운동을 한다. 누워서 역기를 드는 벤치프레스, 앉은 채로 장비를 가슴까지 잡아당기는 렛풀다운, 반쯤 누워서 다리로 장비를 미는 파워레그 프레스. 딱 이 세 종류만 이용한다. 여러 장비를 짧은 시간씩 하는 것보다 세 가지 장비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대체로 12~15회씩 3세트를 반복한다. 중량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한다. 가령 벤치프레스는 20~30kg, 렛풀다운은 35kg, 파워레그 프레스는 80kg 정도의 무게를 이용한다. 별도로 연구실과 집에서는 틈나는 대로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바퀴가 달린 휠슬라이드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무릎 앉은 자세에서 휠슬라이드를 밀며 몸을 쭉 뻗는다. 아침과 저녁에 각각 20회씩 40회를 한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이를 2배로 늘린다. ● “헬스클럽에 ‘출근’하는 개념 필요” 매주 5회씩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 교수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는 “가급적 3일 이상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귀찮음과의 싸움이다. 김 교수는 매주 1회 정도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운동하러 가기 싫을 때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급적 헬스클럽에 간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지 않은 채 승용차를 몰고 바로 헬스클럽으로 간다. 이렇게 하면 샤워를 하기 위해서라도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단 헬스클럽에 들어가면 달리기를 하든 근력 운동을 하든 뭔가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이런 방식을 ‘출근’이라고 설명했다. 운동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가기 싫을 수 있지만 출근해야 한다면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단 ‘출근’하면 아는 얼굴도 보이고,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 “정신 건강도 챙겨야 진짜 건강” 김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서 약간 높을 뿐 질병 징후가 전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피곤하거나 기력이 떨어진 적도 없다. 김 교수는 “꾸준히 헬스를 한 게 도움이 됐겠지만 낙천적 성격도 한몫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 치료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작업이다. 당직이 아닌데도 새벽에 집이 있는 인천에서 차를 몰고 응급실로 달려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낙천적이라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 스트레스를 목공 일로 해소한다. 김 교수의 집 지하에는 목공 작업실이 있다. 휴일이 되면 이곳에서 나무를 대패질하고, 본드로 붙이며, 사포로 표면을 다듬는다.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입한다. 목공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김 교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일주일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유”라며 웃었다.16년 이상 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이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첫째, 운동은 매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물론 일주일에 한두 번 놓칠 수는 있지만 별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빼먹지 않고 운동한다는 생각은 확고해야 한다. 그래야 10년이고, 20년이고 지속할 수 있다.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출근’ 개념으로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과도하게 운동해서는 안 된다. 운동량을 지나치게 많이 늘리거나 무거운 중량을 들어올리겠다고 욕심 부리면 안 된다. 이러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지쳐버릴 수 있다. 운동을 포기할 확률도 높아진다. 10분이든 20분이든 거부감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운동 목표를 정해야 한다. 셋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섞어야 한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 운동 장비는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몸의 반동을 이용해 장비를 들어올리거나 밀면 몸에 무리가 간다. 만약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무게를 확 늘리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조금씩 늘려야 한다. 근력 운동을 강하게 했다면 근육이 쉬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다음 날은 건너뛰는 게 좋다. 다만 달리기나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매일 할 수 있으면 거르지 않고 하는 게 좋다. 체력이 달린다면 격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배치해도 괜찮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58)는 오전에 출근하면 지하 주차장에서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점심시간에는 일부러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연구실까지 걸어 올라간다. 퇴근하면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이렇게 매일 50∼60개 층의 계단을 오른다. 9년째 이어지고 있는 습관이자 운동법이다. 처음에 말리던 아내도 요즘엔 함께 아파트 계단을 오른단다. 장 교수는 “계단 오르기는 삶의 일부가 됐다”며 웃었다. 장 교수는 코 기형 수술이나 변형된 코의 재건 수술 분야에서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의사다. 2005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기 전까지 21개국에서 의사들이 그의 수술 기법을 배우기 위해 방한했을 정도다. 장 교수는 또한 유럽안면성형재건학회와 미국안면성형재건학회의 굵직한 상을 모두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유명한 만큼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줄 알았다. 장 교수는 “물론 일반적인 건강관리의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뇨병 유전자와 싸우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부친과 할머니, 숙부가 모두 당뇨병 환자였다. 그러니 당뇨병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 그렇다 하더라도 9년 넘게 매일 50∼60개 층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12년에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생겼다고 한다. ○ 비만, 고혈압 없는데 심장동맥 막혀 2003년 건강검진에서 공복 혈당이 당뇨 전 단계로 나왔다. 하지만 또 다른 당뇨병의 지표인 당화혈색소는 정상 수준이었다. 2004년에는 당화혈색소마저 당뇨 전 단계로 돌입했다. 경미한 수준의 지방간도 보였다. 걱정은 됐지만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수영도 꽤 오래 했고,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도 매주 2, 3회 하고 있었다. 과식하는 편도 아니었다. 콜라를 좀 마시기는 하지만 하루에 한 병 정도에 불과했다. 2012년 건강검진 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심장동맥(관상동맥) 두 곳에서 중등도 이상의 협착이 발견됐다. 협심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흡연, 과체중 등을 꼽는다. 장 교수는 그 어느 요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장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장 교수는 2003년 이후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뇨 전 단계, 즉 공복혈당장애를 방치한 게 원인이란 결론을 내렸다. 겉으로는 날씬해 보이지만 내장비만이 진행됐고, 그로 인해 심장동맥 협착과 지방간이 생겼다는 것. 장 교수는 생활습관의 변화가 절실함을 비로소 깨달았다. 우선 단맛 나는 음식부터 줄였다. 콜라를 먼저 끊었다. 주스와 과자, 달콤한 빵도 멀리했다. 이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 오르면서 건강 되찾았다 어느 날 병원 지하 1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그 전에는 오후 4시 무렵이 되면 피로와 허기가 심해 간식을 자주 먹었었다. 그날은 달랐다. 퇴근할 때까지 간식도 생각나지 않았고 몸도 쌩쌩했다. 사실 2009∼2012년 건강검진 때 인슐린 저항성이 정상 수치를 초과했다. 인슐린은 당을 에너지원으로 꺼내 쓰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함으로써 혈당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뜻한다.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 교수가 느낀 피로와 허기의 원인이 이것이었다. 그날 이후 장 교수는 매일 계단을 올랐다. 아파트에서는 일부러 고층까지 걸어 올라갔다가 집이 있는 8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내려갔다. 한 번 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4∼5분.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식사 직후 10∼20분 이내에 계단을 올랐다. 그래야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 단 음식을 크게 줄이고 계단 오르기를 시작한 지 1년. 그 사이에 체중이 7kg이나 빠졌다. 점심 식사 후 4∼5시간이 지나면 나타나는 허기도 거의 사라졌다. 다시 1년이 지난 후에는 지방간까지 완전히 사라졌다.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인슐린 저항성 수치가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요즘에는 4시간에 이르는 긴 수술을 해도 체력적으로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소식 도시락’으로 식단 조절 4년 전부터는 점심을 ‘소식(小食)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생연어, 구운 연어, 돼지고기를 다진 녹두 빈대떡, 햄버그스테이크를 요일별로 돌아가며 먹는다. 이 메인 요리와 함께 고구마나 통밀빵을 먹는다. 추가로 매일 무가당 요구르트와 토마토, 견과류를 곁들인다. 장 교수는 “단백질 함량을 높이려고는 하지만 지방이나 탄수화물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혈당지수(GI)가 낮거나 중등도인 것으로 메뉴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단을 바꾸자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허기를 전혀 느끼지 않게 됐다. 점심 식사를 끝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걸어 올라오기 위해서다. 장 교수는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먹는 편이다. 출근하기 전에는 호밀빵, 두부, 고기, 채소 등을 간단히 먹는다. 저녁에는 밥을 먹는다. 예전보다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고 현미밥으로 바꿨다. 설탕을 줄이기 위해 채소는 드레싱 없이 먹는다. 장 교수는 “섭취 열량을 줄이려 하기보다는 단 음식이 없는 식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탄수화물 제대로 섭취하기인슐린 저항성 큰 사람은 단 음식 줄이거나 끊어야… 흰밥보다 보리밥-현미를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단 음식의 폐해를 특히 강조했다. 단맛이 강하게 나는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탄수화물 중독을 넘어 비만과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 음식을 줄이거나 가급적 끊어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장 교수 자신이 과거 그런 사례였고, 단 음식을 끊고 나서 건강을 되찾았다. 장 교수는 탄수화물 음식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더라도 과당이 덜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라는 것. 포도당과 과당은 모두 탄수화물의 한 종류다. 포도당은 쌀이나 녹말 채소에 많다. 포만감을 느끼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혈당은 혈류에 들어 있는 포도당의 양을 가리킨다. 과당은 단맛이 더 나는 탄수화물이다. 과일이나 꿀, 청량음료에 많다. 포도당과 달리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 지방으로 쌓인다. 이 경우 지방간과 내장 지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슐린 저항성을 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 교수가 단맛이 강한 음식에 이 과당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당을 줄여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 장 교수는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혈당지수(GI)가 낮은 음식을 권했다. 혈당지수는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0∼100으로 수치화한 지수다. 혈당지수가 낮으면 음식을 먹은 후 당질이 천천히 흡수된다. 따라서 혈당의 변화가 적다. 하지만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당질이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러면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촉진시키고, 이는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게 된다. 혈당지수는 가공된 탄수화물일수록 대체로 높다. 완전히 도정한 흰쌀밥은 90을 넘는다. 반면 보리밥이나 현미밥은 60∼70에 불과하다. 빵도 흰빵보다는 통밀빵의 혈당지수가 낮다. 케이크, 구운 감자, 떡, 사탕 등은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58)는 오전에 출근하면 지하 주차장에서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점심시간에는 일부러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연구실까지 걸어 올라간다. 퇴근하면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이렇게 매일 50~60개 층의 계단을 오른다. 9년째 이어지고 있는 습관이자 운동법이다. 처음에 말리던 아내도 요즘엔 함께 아파트 계단을 오른단다. 장 교수는 “계단 오르기는 삶의 일부가 됐다”며 웃었다. 장 교수는 코 기형 수술이나 변형된 코의 재건 수술 분야에서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의사다. 2005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기 전까지 21개국에서 의사들이 그의 수술 기법을 배우기 위해 방한했을 정도다. 장 교수는 또한 유럽안면성형재건학회와 미국안면성형재건학회의 굵직한 상을 모두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유명한 만큼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줄 알았다. 장 교수는 “물론 일반적인 건강관리의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뇨병 유전자와 싸우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부친과 할머니, 숙부가 모두 당뇨병 환자였다. 그러니 당뇨병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 그렇다 하더라도 9년 넘게 매일 50~60개 층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12년에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생겼다고 한다. ● 비만, 고혈압 없는데 심장동맥 막혀 2003년 건강검진에서 공복 혈당이 당뇨 전 단계로 나왔다. 하지만 또 다른 당뇨병의 지표인 당화혈색소는 정상 수준이었다. 2004년에는 당화혈색소마저 당뇨 전 단계로 돌입했다. 경미한 수준의 지방간도 보였다. 걱정은 됐지만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수영도 꽤 오래 했고,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도 매주 2, 3회 하고 있었다. 과식하는 편도 아니었다. 콜라를 좀 마시기는 하지만 하루에 한 병 정도에 불과했다. 2012년 건강검진 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심장동맥(관상동맥) 두 곳에서 중등도 이상의 협착이 발견됐다. 협심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흡연, 과체중 등을 꼽는다. 장 교수는 그 어느 요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장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장 교수는 2003년 이후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뇨 전 단계, 즉 공복혈당장애를 방치한 게 원인이란 결론을 내렸다. 겉으로는 날씬해 보이지만 내장비만이 진행됐고, 그로 인해 심장동맥 협착과 지방간이 생겼다는 것. 장 교수는 생활습관의 변화가 절실함을 비로소 깨달았다. 우선 단맛 나는 음식부터 줄였다. 콜라를 먼저 끊었다. 주스와 과자, 달콤한 빵도 멀리했다. 이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계단 오르면서 건강 되찾았다어느 날 병원 지하 1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그 전에는 오후 4시 무렵이 되면 피로와 허기가 심해 간식을 자주 먹었었다. 그날은 달랐다. 퇴근할 때까지 간식도 생각나지 않았고 몸도 쌩쌩했다. 사실 2009~2012년 건강검진 때 인슐린 저항성이 정상 수치를 초과했다. 인슐린은 당을 에너지원으로 꺼내 쓰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함으로써 혈당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뜻한다.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 교수가 느낀 피로와 허기의 원인이 이것이었다. 그날 이후 장 교수는 매일 계단을 올랐다. 아파트에서는 일부러 고층까지 걸어 올라갔다가 집이 있는 8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내려갔다. 한 번 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4~5분.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식사 직후 10~20분 이내에 계단을 올랐다. 그래야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 단 음식을 크게 줄이고 계단 오르기를 시작한 지 1년. 그 사이에 체중이 7kg이나 빠졌다. 점심 식사 후 4~5시간이 지나면 나타나는 허기도 거의 사라졌다. 다시 1년이 지난 후에는 지방간까지 완전히 사라졌다.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인슐린 저항성 수치가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요즘에는 4시간에 이르는 긴 수술을 해도 체력적으로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 ‘소식 도시락’으로 식단 조절 4년 전부터는 점심을 ‘소식(小食)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생연어, 구운 연어, 돼지고기를 다진 녹두 빈대떡, 햄버그스테이크를 요일별로 돌아가며 먹는다. 이 메인 요리와 함께 고구마나 통밀빵을 먹는다. 추가로 매일 무가당 요구르트와 토마토, 견과류를 곁들인다. 장 교수는 “단백질 함량을 높이려고는 하지만 지방이나 탄수화물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혈당지수(GI)가 낮거나 중등도인 것으로 메뉴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단을 바꾸자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허기를 전혀 느끼지 않게 됐다. 점심 식사를 끝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걸어 올라오기 위해서다. 장 교수는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먹는 편이다. 출근하기 전에는 호밀빵, 두부, 고기, 채소 등을 간단히 먹는다. 저녁에는 밥을 먹는다. 예전보다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고 현미밥으로 바꿨다. 설탕을 줄이기 위해 채소는 드레싱 없이 먹는다. 장 교수는 “섭취 열량을 줄이려 하기보다는 단 음식이 없는 식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단 음식의 폐해를 특히 강조했다. 단맛이 강하게 나는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탄수화물 중독을 넘어 비만과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 음식을 줄이거나 가급적 끊어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장 교수 자신이 과거 그런 사례였고, 단 음식을 끊고 나서 건강을 되찾았다. 장 교수는 탄수화물 음식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더라도 과당이 덜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라는 것. 포도당과 과당은 모두 탄수화물의 한 종류다. 포도당은 쌀이나 녹말 채소에 많다. 포만감을 느끼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혈당은 혈류에 들어 있는 포도당의 양을 가리킨다. 과당은 단맛이 더 나는 탄수화물이다. 과일이나 꿀, 청량음료에 많다. 포도당과 달리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 지방으로 쌓인다. 이 경우 지방간과 내장 지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슐린 저항성을 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 교수가 단맛이 강한 음식에 이 과당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당을 줄여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 정 교수는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혈당지수(GI)가 낮은 음식을 권했다. 혈당지수는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0~100으로 수치화한 지수다. 혈당지수가 낮으면 음식을 먹은 후 당질이 천천히 흡수된다. 따라서 혈당의 변화가 적다. 하지만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당질이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러면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촉진시키고, 이는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게 된다. 혈당지수는 가공된 탄수화물일수록 대체로 높다. 완전히 도정한 흰쌀밥은 90을 넘는다. 반면 보리밥이나 현미밥은 60~70에 불과하다. 빵도 흰빵보다는 통밀빵의 혈당지수가 낮다. 케이크, 구운 감자, 떡, 사탕 등은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50)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구실에서 운동을 한다. 누가 가르쳐 준 운동이 아니다. 송 교수가 직접 여러 동작을 조합해 만들었다. 먼저 몸 풀기 운동으로 5분 정도 국민체조를 한다. 이어 본 운동. 점핑 잭(팔 벌려 뛰기)을 35회, 스쾃 29회, 팔굽혀펴기 35회를 한다. 다음에는 런지를 다리의 위치를 바꿔가며 25회씩 한다. 마지막으로 깊은 호흡을 10회 하며 플랭크 동작을 취한다. 이 다섯 가지 동작을 마치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 5분 쉬고 난 후 같은 동작을 한 세트 더 한다. 마지막으로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5분가량 한다. 이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내외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호흡도 가팔라진다. 송 교수는 이 운동을 하기 위해 휴일에도 종종 연구실로 출근한다. 이렇게 운동한 지 2년 정도 지났다. 헬스클럽에 가도 될 텐데 굳이 이러는 까닭이 뭘까. ○ 갑자기 찾아온 질병의 위기 송 교수는 위암 수술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2019년에는 서울성모병원의 위암 환자 생존율이 하버드대 병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현재 이 병원의 암병원 위암센터장 외에 대한외과위내시경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베스트 닥터라고는 하나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2010년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나타났다. 협심증이었다. 곧바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아프고 나니 과거를 돌아봤다. 회식도 많았고 야근도 많았다. 몇 달 사이 체중도 4kg이나 불어 있었다.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시술 직후라 갑자기 심박 수가 높아질까 봐 운동은 피했다. 그 대신 음식 섭취량을 줄였다. 기름기 있는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회식 때는 구석에서 된장찌개만 조금 먹었다. 체중이 빠졌다. 그러나 홀가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근육 손실이 커졌고 말라갔다. 우울해졌다. 2016년 두 번째 위기가 왔다. 위암 바로 전 단계인 선종이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제거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정신적 타격은 상당했다.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지 못했다.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지속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내 몸에 맞는 운동 종목 만들기 2017년 의정부성모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환경이 바뀐 것을 계기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송 교수가 선택한 운동은 필라테스였다. 2년 동안 필라테스를 했다. 처음에는 몸도 좋아졌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하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수술 시간과 겹치면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주 2회 강사를 찾아가야 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2년 후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왔다. 필라테스에 대한 관심은 식어 있었다. 송 교수는 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손쉽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연구실에 매트를 깔고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몇 개 동작을 조합해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내 자문도 했다. 언젠가 플랭크 동작을 하는데 허리가 계속 아팠을 때도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냈다. 그랬더니 배에 힘을 줘야 하는데 허리에 힘을 주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후 자세를 고쳤다. 이런 식으로 운동 종류를 조금씩 바꾸고 정비한 지 1년가량 흘렀다. 지금의 다섯 동작은 그렇게 얻은 것이었다. 다섯 가지 동작을 짠 원칙이 있다. 상체 근력운동을 위해 팔굽혀펴기를 넣었다. 하체 근력운동을 위해 런지를 넣었으며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플랭크와 스쾃을 넣었다. 팔 벌려 뛰기는 유산소 운동이다. 송 교수는 “처음 3, 4개월은 몸이 좀 쑤셨다. 목도 어깨도 아팠다. 1년 정도 꾸준히 하니 그런 증세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송 교수는 72∼73kg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또 모든 건강지표에서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상 속 운동이 진짜 운동” 헬스클럽에 가면 다양한 운동장비가 갖춰져 있다. 그런 곳에서 운동하는 게 효율성이 높지 않을까. 이에 대해 송 교수는 “그렇지 않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매일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의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만약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면 30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가서 1시간을 하면 다시 30분의 마무리 시간도 필요하다. 비용도 만만찮다. 게다가 갑작스레 저녁 약속이 생기면 운동 자체를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송 교수는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를 권한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으란 얘기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송 교수는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꾸준히 해야 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 해도 중도 포기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투병후엔 충분한 영양공급, 운동도 병행해야 근육유지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해야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 1905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생존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2016년 발표된 연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과체중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정상 체중(18.5∼24)이나 저체중(18.5 미만) 환자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수술 후 과체중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아졌다. 수술 후에는 위의 부피가 줄어들어 음식 섭취도 어렵고 흡수율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체중도 많이 줄고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과체중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송 교수는 “과체중 환자들은 충분한 에너지를 몸에 비축하고 있어 수술 후 근육 손실량이 적어 생존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를 ‘비만의 역설’이라고 했다. 이 연구의 메시지는 비만이 좋다는 게 아니다. 충분한 영양 공급이, 특히 환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실제 송 교수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송 교수는 스텐트 시술 이후에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부터 찾았다. 당시에는 체중이 불어난 것이 큰 원인이라 생각했다. 이후 식사량을 많이 줄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대처법은 옳지 않았다.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했어야 했다. 식사량을 줄이니 근육이 빠졌고, 면역력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졌다. 송 교수는 그때 근육을 유지하면서도 체질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음식 조절과 운동을 병행한 까닭이다. 환자들이라면 일단 마음의 여유부터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골라야 한다. 단 10분이라도 괜찮으니 일단은 시작하는 게 좋다. 다음은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송 교수는 “당장 운동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즐기면서 하겠다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50)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구실에서 운동을 한다. 누가 가르쳐 준 운동이 아니다. 송 교수가 직접 여러 동작을 조합해 만들었다. 먼저 몸 풀기 운동으로 5분 정도 국민체조를 한다. 이어 본 운동. 점핑 잭(팔 벌려 뛰기)을 35회, 스쾃 29회, 팔굽혀펴기 35회를 한다. 다음에는 런지를 다리의 위치를 바꿔가며 25회씩 한다. 마지막으로 깊은 호흡을 10회 하며 플랭크 동작을 취한다. 이 다섯 가지 동작을 마치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 5분 쉬고 난 후 같은 동작을 한 세트 더 한다. 마지막으로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5분가량 한다. 이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내외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호흡도 가팔라진다. 송 교수는 이 운동을 하기 위해 휴일에도 종종 연구실로 출근한다. 이렇게 운동한 지 2년 정도 지났다. 헬스클럽에 가도 될 텐데 굳이 이러는 까닭이 뭘까. ● 갑자기 찾아온 질병의 위기 송 교수는 위암 수술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2019년에는 서울성모병원의 위암 환자 생존율이 하버드대 병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현재 이 병원의 암병원 위암센터장 외에 대한외과위내시경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베스트 닥터라고는 하나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2010년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나타났다. 협심증이었다. 곧바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아프고 나니 과거를 돌아봤다. 회식도 많았고 야근도 많았다. 몇 달 사이 체중도 4㎏이나 불어 있었다.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시술 직후라 갑자기 심박 수가 높아질까 봐 운동은 피했다. 그 대신 음식 섭취량을 줄였다. 기름기 있는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회식 때는 구석에서 된장찌개만 조금 먹었다. 체중이 빠졌다. 그러나 홀가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근육 손실이 커졌고 말라갔다. 우울해졌다. 2016년 두 번째 위기가 왔다. 위암 바로 전 단계인 선종이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제거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정신적 타격은 상당했다.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고, 자신에 맞는 운동을 찾지 못했다.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지속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 내 몸에 맞는 운동 종목 만들기 2017년 의정부성모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환경이 바뀐 것을 계기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송 교수가 선택한 운동은 필라테스였다. 2년 동안 필라테스를 했다. 처음에는 몸도 좋아졌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하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수술 시간과 겹치면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주 2회 강사를 찾아가야 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2년 후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왔다. 필라테스에 대한 관심은 식어 있었다. 송 교수는 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손쉽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연구실에 매트를 깔고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몇 개 동작을 조합해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내 자문도 했다. 언젠가 플랭크 동작을 하는데 허리가 계속 아팠을 때도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냈다. 그랬더니 배에 힘을 줘야 하는데 허리에 힘을 주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후 자세를 고쳤다. 이런 식으로 운동 종류를 조금씩 바꾸고 정비한 지 1년가량 흘렀다. 지금의 다섯 동작은 그렇게 얻은 것이었다. 다섯 가지 동작을 짠 원칙이 있다. 상체 근력운동을 위해 팔굽혀펴기를 넣었다. 하체 근력운동을 위해 런지를 넣었으며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플랭크와 스쾃을 넣었다. 팔 벌려 뛰기는 유산소 운동이다. 송 교수는 “처음 3, 4개월은 몸이 좀 쑤셨다. 목도 어깨도 아팠다. 1년 정도 꾸준히 하니 그런 증세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송 교수는 72~73㎏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또 모든 건강지표에서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일상 속 운동이 진짜 운동”헬스클럽에 가면 다양한 운동장비가 갖춰져 있다. 그런 곳에서 운동하는 게 효율성이 높지 않을까. 이에 대해 송 교수는 “그렇지 않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매일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의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만약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면 30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가서 1시간을 하면 다시 30분의 마무리 시간도 필요하다. 비용도 만만찮다. 게다가 갑작스레 저녁 약속이 생기면 운동 자체를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송 교수는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를 권한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으란 얘기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송 교수는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꾸준히 해야 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 해도 중도 포기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비만의 역설’… 위절제술 후 생존률, 과체중 환자가 가장 높아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 1905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생존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2016년 발표된 연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과체중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정상 체중(18.5~24)이나 저체중(18.5 미만) 환자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수술 후 과체중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아졌다. 수술 후에는 위의 부피가 줄어들어 음식 섭취도 어렵고 흡수율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체중도 많이 줄고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과체중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송 교수는 “과체중 환자들은 충분한 에너지를 몸에 비축하고 있어 수술 후 근육 손실량이 적어 생존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를 ‘비만의 역설’이라고 했다. 이 연구의 메시지는 비만이 좋다는 게 아니다. 충분한 영양 공급이, 특히 환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실제 송 교수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송 교수는 스텐트 시술 이후에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부터 찾았다. 당시에는 체중이 불어난 것이 큰 원인이라 생각했다. 이후 식사량을 많이 줄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대처법은 옳지 않았다.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했어야 했다. 식사량을 줄이니 근육이 빠졌고, 면역력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졌다. 송 교수는 그때 근육을 유지하면서도 체질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음식 조절과 운동을 병행한 까닭이다. 송 교수는 “특히 40대와 50대 암 환자들의 경우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패배감이 굉장히 크다. 때론 그런 감정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환자들에게도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한다. 환자들이라면 일단 마음의 여유부터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골라야 한다. 단 10분이라도 괜찮으니 일단은 시작하는 게 좋다. 다음은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송 교수는 “당장 운동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즐기면서 하겠다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을까.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8)다. 박 교수는 1991년 서울 강남에 국내 처음으로 비만 전문 클리닉을 열었다. 국내 비만 치료 1세대 의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이보다 5년이 지난 1996년이다. 박 교수는 “음식을 적게 먹는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반짝 효과를 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면서 결국에는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대안으로 탄수화물 제한과 간헐적 단식을 병행할 것을 권했다. ○ “지방 쓰는 체질로 바꾸는 게 핵심” 박 교수는 살이 찌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지방을 쓰지 않는 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강하다면 당이 고갈될 경우 몸 안에 저장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쓴다. 하지만 지방을 사용하지 않는 몸으로 바뀌어 있다면 배고플 때 당을 찾게 된다. 그 결과 밤에도 뇌가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바람에 숙면도 취하지 못한다. 적게 먹는 다이어트로는 이런 체질을 고칠 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섭취하는 열량이 낮아지면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체지방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다이어트 후에 요요 현상까지 생기면 지방 세포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진다. 박 교수는 아예 음식을 안 먹는다면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잘 먹다가 음식을 ‘뚝’ 끊으면 48시간 동안은 기초대사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몸이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시 식사해도 폭식이나 과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간헐적 단식을 할 때도 ‘먹을 때’와 ‘굶을 때’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박 교수는 “굶어야 할 타이밍에는 철저히 굶어야 한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먹는다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먹을 때는 포만감 느낄 때까지 먹어라” 박 교수는 이 방법 그대로 벌써 수년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다. 일단 박 교수는 10시간 먹고 14시간 굶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오후 7시에 음식을 먹었다면 그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간혹 저녁 약속이 생기면 오후 10시에 마지막 음식을 먹는다. 이 경우 다음 날 낮 12시에 처음으로 음식을 먹는다. 추가로 일주일에 1회는 24시간 내내 물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단식의 건강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이유에서다. 10시간 동안은 음식을 먹는다. 어느 정도의 양을 먹고 있을까. 박 교수는 “마음껏, 원하는 대로”라고 답했다. 굳이 열량을 따지지 않고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는다. 적정 섭취량은 몸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열량을 따지다 보면 적게 먹으려 할 테고, 굶어야 할 타이밍에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음식에 손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저칼로리 다이어트로 회귀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먹는 타이밍에 충분히 음식을 먹어야 굶는 타이밍을 잘 넘길 수 있다. 잘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 대상으로 효과 입증” 박 교수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10∼15명을 한 팀으로 묶어 매주 미션을 주고 이행 여부를 체크했다. 4주 과정을 기본으로 하고 팀에 따라 8주까지 연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중단되기까지 약 150팀이 박 교수의 자문으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모든 팀에서 체중과 체지방 감량 효과를 봤다. 가령 13명으로 돼 있던 A팀은 4주 동안 진행했는데, 평균 7.1kg의 체중과 6.1kg의 체지방이 감소했다. 15명의 B팀은 추가로 4주를 연장해 8주 동안 진행했다. 효과는 더 좋아서 평균 8.9kg의 체중과 7.4kg의 체지방이 줄었다. 이 다이어트를 시행 중인 박 교수의 몸 상태는 어떨까. 최근 5년 동안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살펴봤다. 체중은 65∼67kg 범위 안에 머물러 있다.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혈압도 5년 내내 최고 혈압 기준으로 110∼116이었다. 이 또한 정상 범위다. 총콜레스테롤과 당화혈색소 수치만 한때 정상 범위를 살짝 초과했지만, 이내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 일상의 모든 것이 비만과의 싸움 박 교수의 진료실에는 의자가 없다. 박 교수도 서서 진료하고 환자도 서서 진료를 받는다. ‘의자 중독’을 피하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오래 앉아 있는 게 흡연만큼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 있을 때 장점이 많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위축되거나 손실된다. 하체의 근육이 약해지면서 혈액 순환에 문제도 생긴다. 앉아서 컴퓨터를 보면 거북목이 생기기도 한다. 서 있고, 틈틈이 걸어주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단다. 박 교수는 환자가 없을 때는 스쾃도 종종 한다. 출퇴근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추가로 매주 1회 이상은 고강도의 근력 운동을 한다. 박 교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술자리가 잦은 편이다. 나름대로 대처법도 있다. 일 년 중에 한 달은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음주 안식월’로 정하는 것이다. 보통 모임이 적은 8월 한 달 동안은 모임에 가도 물만 마신다. 박 교수는 “다이어트는 평생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굶을 땐 적게라도 먹으면 안돼… 숨이 턱에 찰 정도 운동 병행을‘간헐적 단식’ 성공하려면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다이어트를 따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수는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탄수화물 섭취를 줄인다. 그래야 간, 내장, 근육에 있는 ‘지방 창고’의 문을 열고 그곳에 있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알코올도 마찬가지다.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먼저 쓰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몸이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는 데 3주는 필요하다. 이 기간에는 과일이나 채소도 가급적 먹지 말아야 한다. 군것질은 당연히 안 된다. 둘째, 14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적은 양이라도 먹으면 안 된다. 매 끼니를 적게 먹는 소식(小食)도 결과는 같다. 그 대신 먹어야 하는 10시간 동안은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는다. 박 교수는 “많이 먹는 게 문제가 아니다. 쉴 새 없이 먹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셋째, ‘굶는 것=힘든 일’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박 교수는 “굶을 때 힘들다면 그만큼 건강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개선해야 할 상황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굶었을 때의 이점을 떠올리라고 했다. 가령 힘들게 소화 운동을 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 위장이 아닌 뇌로 피가 몰린다. 그 덕분에 정신이 맑아진다. 넷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이든 근력 운동이든 상관없다. 운동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운동을 할 때는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일주일에 1, 2회 혹은 그 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고강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주면 몸이 지방을 더 잘 태우는 몸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을까.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8)다. 박 교수는 1991년 서울 강남에 국내 처음으로 비만 전문 클리닉을 열었다. 국내 비만 치료 1세대 의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이보다 5년이 지난 1996년이다. 박 교수는 “음식을 적게 먹는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반짝 효과를 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면서 결국에는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대안으로 탄수화물 제한과 간헐적 단식을 병행할 것을 권했다. ● “지방 쓰는 체질로 바꾸는 게 핵심” 박 교수는 살이 찌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지방을 쓰지 않는 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강하다면 당이 고갈될 경우 몸 안에 저장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쓴다. 하지만 지방을 사용하지 않는 몸으로 바뀌어 있다면 배고플 때 당을 찾게 된다. 그 결과 밤에도 뇌가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바람에 숙면도 취하지 못한다. 적게 먹는 다이어트로는 이런 체질을 고칠 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섭취하는 열량이 낮아지면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체지방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다이어트 후에 요요 현상까지 생기면 지방 세포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진다. 박 교수는 아예 음식을 안 먹는다면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잘 먹다가 음식을 ‘뚝’ 끊으면 48시간 동안은 기초대사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몸이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시 식사해도 폭식이나 과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간헐적 단식을 할 때도 ‘먹을 때’와 ‘굶을 때’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박 교수는 “굶어야 할 타이밍에는 철저히 굶어야 한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먹는다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먹을 때는 포만감 느낄 때까지 먹어라” 박 교수는 이 방법 그대로 벌써 수년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다. 일단 박 교수는 10시간 먹고 14시간 굶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오후 7시에 음식을 먹었다면 그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간혹 저녁 약속이 생기면 오후 10시에 마지막 음식을 먹는다. 이 경우 다음 날 낮 12시에 처음으로 음식을 먹는다. 추가로 일주일에 1회는 24시간 내내 물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단식의 건강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이유에서다. 10시간 동안은 음식을 먹는다. 어느 정도의 양을 먹고 있을까. 박 교수는 “마음껏, 원하는 대로”라고 답했다. 굳이 열량을 따지지 않고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는다. 적정 섭취량은 몸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열량을 따지다 보면 적게 먹으려 할 테고, 굶어야 할 타이밍에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음식에 손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저칼로리 다이어트로 회귀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먹는 타이밍에 충분히 음식을 먹어야 굶는 타이밍을 잘 넘길 수 있다. 잘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대기업 직원 대상으로 효과 입증” 박 교수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10~15명을 한 팀으로 묶어 매주 미션을 주고 이행 여부를 체크했다. 4주 과정을 기본으로 하고 팀에 따라 8주까지 연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중단되기까지 약 150팀이 박 교수의 자문으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모든 팀에서 체중과 체지방 감량 효과를 봤다. 가령 13명으로 돼 있던 A팀은 4주 동안 진행했는데, 평균 7.1㎏의 체중과 6.1㎏의 체지방이 감소했다. 15명의 B팀은 추가로 4주를 연장해 8주 동안 진행했다. 효과는 더 좋아서 평균 8.9㎏의 체중과 7.4㎏의 체지방이 줄었다. 이 다이어트를 시행 중인 박 교수의 몸 상태는 어떨까. 최근 5년 동안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살펴봤다. 체중은 65~67㎏ 범위 안에 머물러 있다.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혈압도 5년 내내 최고 혈압 기준으로 110~116이었다. 이 또한 정상 범위다. 총콜레스테롤과 당화혈색소 수치만 한때 정상 범위를 살짝 초과했지만, 이내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 일상의 모든 것이 비만과의 싸움 박 교수의 진료실에는 의자가 없다. 박 교수도 서서 진료하고 환자도 서서 진료를 받는다. ‘의자 중독’을 피하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오래 앉아 있는 게 흡연만큼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 있을 때 장점이 많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위축되거나 손실된다. 하체의 근육이 약해지면서 혈액 순환에 문제도 생긴다. 앉아서 컴퓨터를 보면 거북목이 생기기도 한다. 서 있고, 틈틈이 걸어주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단다. 박 교수는 환자가 없을 때는 스쾃도 종종 한다. 출퇴근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추가로 매주 1회 이상은 고강도의 근력 운동을 한다. 박 교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술자리가 잦은 편이다. 나름대로 대처법도 있다. 일 년 중에 한 달은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음주 안식월’로 정하는 것이다. 보통 모임이 적은 8월 한 달 동안은 모임에 가도 물만 마신다. 박 교수는 “다이어트는 평생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다이어트를 따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수는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탄수화물 섭취를 줄인다. 그래야 간, 내장, 근육에 있는 ‘지방 창고’의 문을 열고 그곳에 있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알코올도 마찬가지다.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먼저 쓰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몸이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는 데 3주는 필요하다. 이 기간에는 과일이나 채소도 가급적 먹지 말아야 한다. 군것질은 당연히 안 된다. 둘째, 14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적은 양이라도 먹으면 안 된다. 매 끼니를 적게 먹는 소식(小食)도 결과는 같다. 그 대신 먹어야 하는 10시간 동안은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는다. 박 교수는 “많이 먹는 게 문제가 아니다. 쉴 새 없이 먹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셋째, ‘굶는 것=힘든 일’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박 교수는 “굶을 때 힘들다면 그만큼 건강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개선해야 할 상황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굶었을 때의 이점을 떠올리라고 했다. 가령 힘들게 소화 운동을 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 위장이 아닌 뇌로 피가 몰린다. 덕분에 정신이 맑아진다. 넷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이든 근력 운동이든 상관없다. 운동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운동을 할 때는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일주일에 1, 2회 혹은 그 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고강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주면 몸이 지방을 더 잘 태우는 몸으로 바뀐다”고 말했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 주말에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밀린 일을 했다. 40대 중반이 되니 체력이 달리는 느낌이 들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선뜻 시작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운동은 힘만 들고 재미가 없었다. 불과 3년 전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48)가 이랬다. 환자 진료나 학회 활동 외에는 관심을 뒀던 분야가 별로 없었다. 이 교수는 이석증과 메니에르증후군, 편두통성 어지럼증 등의 어지럼증 분야와 난청 치료의 전문가다.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진료지침위원장이다. 대한이과학회와 대한평형의학회 학술이사도 맡고 있다. 운동을 싫어했던 김 교수가 지금은 자전거 마니아가 됐다. 변화의 계기를 물었다. ● 어쩌다 ‘괴롭게’ 시작한 운동 2018년 어느 일요일 새벽이었다. 당시 중3이던 아들이 김 교수를 깨웠다. “아빠, 자전거 타러 가요.” 그동안 몇 번을 거절했는데 이날은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마침 김 교수의 아들이 자전거를 바꾼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아들의 낡은 자전거를 타고 함께 집을 나섰다. 한강을 따라 왕복 7km를 탔다. 너무 피곤했다. 휴일 새벽에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아했다. 그 후로도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지못해 자전거를 탔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이렇게 힘든 걸 왜 하지?’ 1년이 지났다. 학술 모임에서 만난 의대 동문 선배들이 달리기 모임에 나오라고 했다. 선배들 말을 거역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모임에 참가했다. 매주 일요일 오전 6시에 남산 둘레길을 뛰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달리기는 자전거보다 더 싫었다. 그래도 억지로 뛰다 보니 익숙해졌다. 중간에 조금씩 쉬면서 10km까지 달릴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 이 교수는 두 달 동안 이 모임에서 달렸다. 울며 겨자 먹는 기분으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신체 변화가 생겼다. 배만 볼록하게 나오는 마른 비만 체형이었는데, 배가 홀쭉해졌다. 체중도 70kg에서 66kg으로 빠졌다. 체력도 강해진 것 같았다. 처음으로 운동의 효과를 체험한 것이다. 하지만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갔다. 달리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동료들 모아 자전거 타기 시작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봤다. 일단 살이 찌는 게 싫었다. 둘째, 체력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계단만 올라가도 힘들고 조금만 집중해도 쉽게 피곤해졌다. 그런 증세가 싹 사라졌다. 무릎에 부담이 덜 가는 종목을 골라 꾸준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달리기를 중단하고 채 한 달도 안 돼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홀로 자전거를 타는 게 재미없었다. 고교 후배를 끌어들였다. 매주 2회 정도 밤에 만나 왕복 28km 정도 한강 둔치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라이딩을 멈춰야 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 한강 둔치로 달려갔다. 지난해 4월 이 교수는 ‘자전거 동료’ 4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주로 현직 의사들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말마다 자전거를 탔다. 코스 난이도에 따라 왕복 50∼100km를 주행했다. 가끔은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더 먼 곳으로 가 라이딩을 시작했다. 금요일 밤에 강원 속초에 도착한 뒤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타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강원과 경기 일대에서 자전거를 탔다. 올여름에는 제주도 일주에 도전한다. 고3 수험생이 되는 아들과는 요즘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그 대신 대학생이 된 내년 봄에는 함께 국토 종주를 하기로 약속했다. 4박 5일 일정으로 코스를 짜기로 했다. 김 교수는 “해보지 않은 도전이라 조금은 두렵지만 설렘도 생긴다”며 웃었다. ● 콜레스테롤 수치 정상 수준으로 떨어져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탄 지 1년이 지났다. 체력이 가장 먼저 좋아졌다. 처음에는 오르지 못했던 급경사 언덕도 거뜬히 올랐다. 100km를 주행하고 난 후에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쌩쌩하다. 이 교수는 “딱 어느 시점부터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3∼4개월 후부터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떨 때 체력이 좋아졌음을 느낄까. 이 교수는 “체중이 늘어나면 어딘가 거북하고 움직임이 불편한 듯했다. 그런 느낌이 사라졌고 몸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전거를 탄 이후로 65∼66kg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지표도 좋아졌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종합 콜레스테롤 수치는 ‘위험’ 수준이었다. 고콜레스테롤혈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정상과 질병의 경계선에 있었다. 지금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져 정상 수준을 유지한다. 게다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지단백) 수치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제 자전거 타기는 일상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이 교수는 “고3 수험생이 집에 있으면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럴 때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면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주말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어느 곳으로 갈까, 그런 생각에 금요일 저녁에는 설레기까지 하단다. 이런 생활,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할 거라고 한다. 라이딩 시작 전 조언 한마디처음부터 무리한 도전은 절대금물, 가급적 여럿이 타야자전거 타기는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만성질환 관리에도 좋은 운동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은 좋지 않다. 초보자일수록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자전거를 구입하는 단계부터 차근차근 생각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무리한 도전은 금물이다”라고 조언했다.자전거를 장만하는 데도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 웬만한 자전거는 대부분 30만 원을 넘는다. 조금 좋아 보이는 자전거는 50만∼100만 원에 이른다. 100만 원을 훨씬 넘는 자전거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30만 원 내외, 조금 더 투자한다면 50만 원 내외의 자전거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전거가 자신의 몸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숍에서 전문가 도움을받아 안장이나 페달 등의 위치를 정확히 조절하는 게 좋다. 만약 평소에는 몸에 이상이 없는데 자전거만 타면 무릎, 허리, 목, 어깨 등 특정 부위가 아프다면 전문적인 자전거 피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라이딩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또한 라이딩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처음에는 5∼10km의 짧은 거리에 도전한다. 이게 자연스러워지면 여러 차례 왕복한다. 이과정을 거쳐 라이딩이 능숙해지면 장거리 주행에 도전하도록 한다. 조금 실력이 붙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속도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이 경우 근육이 경직돼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김 교수는 “대략 5km 정도까지는 속도를 줄여서 타고, 그다음부터 속도를 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특히 여러 명이 함께하는 라이딩을 권했다. 혼자 자전거를 타면 금세 싫증이 날 수도 있다. 게다가 여러 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 앞에서 타면 그 뒤 사람들은 바람의 저항을 덜 받아 힘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는 것이다.일단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으면 운동을 거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2∼3주 정도 자전거 타기를 거르면 그다음에 다시 탈 때 초보자처럼 몸이 힘들어진다. 자전거를 탈 때 강해졌던 근육이 그사이에 경직돼 몸에 쌓인 피로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