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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간부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원 소속 부처로 복귀한 청와대 전 행정관이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행정관은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도 문제없이 통과해 대형 로펌에 취업해 정부의 징계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금품 수수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 행정관에서 직위해제된 전 공정위 과장 A 씨는 지난달부터 대형 로펌의 공정거래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공정위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된 A 씨는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여러 대기업 간부로부터 현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감찰에서 이를 파악한 청와대는 징계 없이 A 씨를 공정위로 돌려보내는 조치만 취했고, A 씨는 복귀 직후 사표를 냈다. 공정위는 청와대로부터 A 씨의 비위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올 2월에 사표를 수리했다.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비위로 파면 또는 해임된 공직자는 퇴직 전 3년간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사기업 및 법인에 5년간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A 씨는 징계 없이 사표가 수리돼 이 법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취업승인을 받았다. 비리가 드러났지만 청와대, 공정위,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퇴직한 뒤 대형 로펌으로 옮긴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직위해제된 데다 사표도 내겠다고 해 징계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형식논리만 따지며 징계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며 “세월호 사고 후 ‘관피아’ 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재취업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앞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바뀐 사람은 임금과 승진, 승급 결정에서 비정규직 근무기간을 인정받게 된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지침’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안에 따르면 고용주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임금이나 수당, 퇴직금을 결정할 때 비정규직 근무기간을 인정해줘야 한다. 만약 비정규직으로 2년 근무한 근로자라면 전환 첫해에 3년차 정규직 임금을 받는다. 승진 또는 승급할 때도 비정규직 근무기간이 인정된다. 정규직 전환 대상인 비정규직의 판단 기준은 ‘연중 계속되는 업무를 과거 2년 이상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비정규직 근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정규직 전환으로 늘어나는 임금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임금이나 승진 등을 결정할 때 비정규직 근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지침' 초안을 마련했다. 31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초안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인 비정규직의 판단 기준을 '연중 계속되는 업무를 과거 2년 이상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비정규직 근로자'로 정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은 임금이나 수당, 퇴직금을 결정할 때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기간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만약 비정규직으로 2년 근무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면 해당 근로자는 3년차 정규직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승진과 승급을 정할 때도 비정규직 근무기간이 인정된다. 정부는 노사 의견수렴을 거쳐 이같은 지침을 올 10월에 확정한 뒤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지침 준수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정부는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초안에 포함시켰다. 정부는 앞서 24일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가계소득을 보전하고 내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규직 전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초안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 파견 근로자를 해당 기업이 직접 고용하거나, 근로자를 파견한 사업자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임금 일부를 지원해 준다. 현재 20% 수준인 공공기관의 비정규직도 2016년 이후에는 5% 이내로 유지한다는 방침도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초안을 바탕으로 정부 부처 간 협의를 마친 뒤 확정 내용을 발표하고 기간제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부채 감축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 8조 원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수공 부채 상환을 위한 자금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부채 보전 근거를 놓고 국토부와 국회의 법리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확산되는 수공 부채 보전 논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들어간 총 투자비는 22조2000억 원이다. 이 중 한국수자원공사가 투자한 금액은 약 8조 원으로 단일 기관이 부담한 금액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당초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계획하며 국토부에서 사업비 15조4000억 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게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개발이익을 공공부문에 환수한다며 정부는 2009년 9월 국토부가 부담하려던 15조4000억 중 약 8조 원을 수공에 넘겼다. 이로 인한 수공의 부채는 4대강 관련 수익사업의 수입으로 메우고, 부족한 부분은 정부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달 국토부가 수공의 부채 8조 원을 상환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800억 원을 반영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하면서 정부 예산을 통한 공공기관 부채 보전 논란이 불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 탕감을 먼저 거론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수공 부채 보전의 법적 근거도 논란거리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정부가 수공의 부채를 재정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직접 근거 조항이 없다”고 답변한 것. 정부가 각 공공기관 설립 근거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14곳의 공공기관이 있지만 수공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다음 날 해명 자료를 내고 “한국수자원공사법에 따라 국가는 수자원개발시설 및 그에 딸린 사업에 비용을 공사에 보조 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국토부는 수공 부채 보전을 위한 재정 지원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에 부채 보전 지원 자금을 포함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며 “수공의 재무여건들을 종합해 지원 여부 및 지원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책사업 동원할 땐 언제고…” 수공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는 부채 상환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공의 부채규모는 13조9985억 원으로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08년 말 1조9623억 원의 7배 이상으로 늘었다. 수공 관계자는 “수공의 자체 노력만으로 현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힘들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책사업에 동원됐다가 대규모 부채를 지게 된 다른 공공기관들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가 올 연말 공공기관 정상화 중간평가를 통해 대대적인 기관장 교체를 예고한 가운데 부채감축 실적이 당초 계획에 비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공공기관 사이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부채는 정부의 명령을 수행하다 보니 늘어난 부분이 큰데 방만 경영 때문으로만 몰아붙이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적 실수로 공공기관이 본 피해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기업에 투자한 대주주들은 분리과세를 선택하면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배당소득에 대해 20%대 단일세율을 적용받는다.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흘러 들어가게 한다는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에 따라 소액주주에 대한 배당세율은 현행 14%에서 5∼9%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과도한 사내유보에 과세를 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익 적정 사용률을 60∼70% 수준과 30%대로 이원화할 방침이다. 세율은 10%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기업 대주주들이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20%대 세율의 배당소득세 구간을 신설할 방침이다. 이는 현행 소액주주 배당세율인 14%보다는 높고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세율인 38%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현재 기업 대주주 대부분은 배당소득을 포함한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서 최고 38%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다. 그 대신 정부는 배당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인 기업의 대주주들에게만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소액주주가 적용받는 배당세율도 낮아진다. 소액주주들은 현재 배당소득에 대해 14%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지만 정부는 가계소득을 늘리는 차원에서 세율을 5∼9%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이익 적정사용률을 이원화한다. 원래 세금을 추가로 물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이익의 60∼70%를 투자와 임금 증가, 배당에 써야 하지만 서비스업 등 상대적으로 설비투자가 적은 업종에 대해서는 이익의 30%가량만 임금 증가와 배당에 쓰면 세금을 물지 않게 해준다는 것이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가입자의 세액공제 한도는 현재 400만 원에서 내년부터 700만 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투자 납입액을 합쳐 700만 원 이상을 넣는 사람은 연말정산 때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액이 최대 48만 원에서 84만 원으로 늘어난다. 그 대신 정부는 연봉 1억 원 이상 고액연봉자에 대해서는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을 때 내는 퇴직소득세의 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여행자에 대한 1인당 면세한도는 기존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27년 만에 50% 상향조정하기로 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28개 건설사에 대해 43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건설사들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로 역대 최대이며 전체 담합사건 과징금 규모로도 역대 2번째다. 공정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9년에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에서 담합한 혐의로 28개 건설사에 총 435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낙찰 받은 15개 건설사와 7개 대형건설사의 담당 임원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이 835억 원으로 과징금 규모가 가장 컸고 다음은 대림산업(646억 원), 현대건설(597억 원) 등의 순이었다. 연말 완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길이 184.5km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공사로 총 사업비는 8조3500억 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9년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발주된 호남고속철도 13개 공구에 대해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입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 나머지 3개 공구와 1개 차량기지 공사에서도 입찰가격을 미리 정했다. 과징금 규모가 막대한 만큼 건설업계의 충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건설업계는 24일 ‘담합 근절 토론회’를 열어 이번 건에 대해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가계소득을 보존하고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파견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당 기업이 직접 고용하거나, 근로자를 파견한 사업자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고용보험기금 등을 통해 늘어난 임금의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기업이 근로계약 기간이 2년 이내인 시간제 근로자를 무기 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도 임금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10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먼저 내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6만5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현재 20% 수준인 공공기관 비정규직도 2016년 이후에는 전체 정원의 5% 이내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새 경제팀은 24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의 ‘가업(家業)승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도 확대하기로 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종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계로 돈이 흘러가도록 한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후대 경영자는 가업을 상속하기 전에 해당 기업에서 2년 이상 근무해야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선대 경영자로부터 사업이나 주식을 상속하는 사람이 한 명일 경우에만 공제혜택이 적용된다. 정부는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상속 전 근무기간, 상속자 수 등의 공제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가업 승계를 목적으로 주식을 증여받는 경우 주식평가액에 대해 30억 원 한도에서 10%의 특례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현행 ‘주식증여 특례제도’는 의견수렴을 거쳐 한도를 확대해 사전 주식 증여가 활발히 이뤄지게 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서비스업에 대해 고용창출투자세액 추가공제율을 1%포인트 확대할 계획이다.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제도는 기업이 설비 투자할 때 받는 세액공제를 신규 고용한 인원 수에 비례해 받도록 한 제도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평택∼부여를 연결하는 제2서해안고속도로 1단계 구간 등 대형 민간투자사업이 조기 추진된다. 노후 안전시설 교체를 지원하기 위한 5조 원 규모의 안전투자펀드가 조성된다. 난임 부부의 의료비 공제 혜택을 늘리고 고등학교와 전문대를 하나로 합친 고등전문대 설립도 추진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 지원을 연계해 안전을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새 경제팀은 먼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자금으로 최대 5조 원 규모의 ‘안전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안전시설을 교체하는 기업이나 안전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예산 부족으로 보수하지 못하고 있는 지은 지 31년이 지난 댐, 터널, 다리 등은 민간투자를 받아 보수하되 해당 시설의 운영권을 투자자에게 넘겨줘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식도 추진한다. 또 정부는 제2서해안고속도로와 GTX, 평택호 관광단지 등 대규모 민간투자 프로젝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곧바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GTX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 차원에서 3개 노선 가운데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A노선에 대해 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난임 부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난임 부부 배우자의 출산비용에 대한 의료비 공제한도(700만 원)를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 난임 부부는 여성 본인이 근로자일 때만 의료비 공제한도가 없지만 앞으로는 남편만 근로자일 경우에도 공제한도가 없어지는 것이다. 중소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고등학교와 전문대를 통합한 ‘고등전문대’도 선보인다. 산업단지 인근에 들어설 이 학교는 고교 3년 과정과 전문대 2년 과정이 통합된 형태로 여기에 입학한 학생들은 입시부담 없이 학교와 취업 약정을 맺은 기업이 마련한 교과를 배우게 된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22조 원이나 투입됐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재앙이 된 사업이다.”(환경단체) “가뭄과 홍수가 예방됐으며 수질도 훨씬 나아졌다.”(정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4대 강 사업’은 2012년 6월 완료됐지만 매년 환경파괴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녹조 확대를 계기로 이 사업의 환경유해성을 비판했던 환경단체들은 올해에는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 확산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등은 “이들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가뭄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4대 강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논란이 일고 있는 4대강 관련 사안들의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동아일보 취재팀은 20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 부여군 백제보를 찾았다. 》 ▼ 논란 1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 돌연변이? ▼① 큰빗이끼벌레 논란…“4대강 탓에 등장” vs “4대강 때문 아니며 유해하지 않아” 취재팀은 공주보 일대를 배를 타고 1시간여 동안 둘러봤다. 공주보에서 상류 약 1.5km 지점까지 거슬러 오르는 동안 수초에서 떨어져 죽어 있는 큰빗이끼벌레 군체 5개가 발견됐다. 이곳에서 금강 하류 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백제보 상류에서도 50분간 2개의 죽은 군체가 관찰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전날 35mm 정도 비가 내려 씻겨 내려가기까지 이 구간에는 살아있는 군체들이 2, 3배 많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구성한 4대강조사단의 박창근 단장(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 이전에 댐, 저수지 등 흐르지 않는 물에만 서식했지만 4대강 사업 이후 4대강에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큰빗이끼벌레 생태 전문가인 서지은 우석대 에코바이오학과 교수는 “이 벌레의 개체 증가에는 기온 상승, 가뭄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4대강 사업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4대강 사업이 큰빗이끼벌레 확산에 영향을 미쳤는지 분명하지 않다. 환경부 실태조사 결과가 나와야 원인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은 별도의 논란거리다. 일부 환경단체는 이 벌레가 죽어 부패하면서 암모니아를 배출해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혐오감을 주는 외양과 달리 독성은 없고, 유기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수질개선 효과까지 있다는 게 정부와 환경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큰빗이끼벌레가 는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 확인해본 결과 독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논란 2 퇴적토 늘며 수질 오염? ▼② 퇴적물 논란… “보 때문에 유해한 퇴적토 쌓여” “퇴적토로 인한 수질오염은 없어” 환경단체들은 보 때문에 4대강의 유속이 이전보다 6분의 1 수준으로 느려지면서 강이 늪과 호수처럼 변하는 ‘호소화(湖沼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퇴적토가 더 많이 쌓이고 퇴적토 때문에 수질도 더 나빠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취재진이 금강 상류인 공주보 위쪽 1.5km 지점 강바닥을 확인한 결과 미끈미끈하고 부패한 냄새가 나는 퇴적토가 검출됐다. 하지만 하류 쪽인 백제보 주변에서는 퇴적토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부는 물을 가둬두는 보의 성격상 유속이 느려져 일부 구간에 퇴적토가 쌓일 수 있지만 오염물질은 없으며 비가 내려 유량이 늘고 유속이 빨라지면 금세 씻겨 내려간다고 설명한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지난해에 수역별로 3차례에 걸쳐 퇴적물 성분을 조사한 결과 중금속이 전혀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에 못 미쳤으며 예년보다 퇴적토가 늘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 논란 3 가뭄-홍수 예방 ▼③ 가뭄 홍수 예방 논란… “효과적” “효과 없다” 일부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이후 물 공급이 풍부하던 지역에 물 공급이 줄고, 주변 수역의 홍수도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가뭄, 홍수 예방 측면에서는 4대강 사업이 확실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장마전선의 북상이 늦어지면서 이달 들어 20일까지 금강수계의 강수량은 62mm로 1981∼2010년 같은 기간 평균의 절반에 못 미쳤지만 이 지역에서 농업용수 부족은 거의 없었다. 낙동강에서는 1999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물 부족으로 댐의 물이 21차례나 방류됐지만 4대강 사업 이후에는 방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2012년에 16호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낙동강 주변인 산청군에 하루 340mm, 합천군에 295mm 등 큰비가 내렸지만 낙동강 수위는 4대강 사업 전보다 약 3.3m 낮았다.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한반도 기후가 점차 아열대화하면서 예전보다 가뭄이 심해졌고, 홍수 빈도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이 가뭄과 홍수를 막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부여=김준일 jikim@donga.com이종석 기자}

앞으로 여행상품 취소로 물게 된 취소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쌀 경우 여행사에 해당 금액만큼 취소 수수료를 매긴 이유를 소비자가 자료로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여행사가 제시한 손해비용보다 위약금이 많다면 소비자는 그 차액만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개 주요 여행사들의 특별약관을 점검하고 환불 관련 특약을 개선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입한 여행상품을 취소할 경우 출발 전 일수에 따라 물게 되는 취소 수수료가 비싸 소비자와 여행사들이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특약에 따라 출발 10일 전부터 출발 당일 사이에 여행상품을 취소하면 소비자는 낸 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한국소비자원 접수된 여행비용 환불피해 사례는 2012년 130건에서 지난해 156건으로 증가했다. 개선된 특약에 따라 소비자는 앞으로 여행상품 취소로 수수료를 물게 되면 여행사에 직원 인건비, 사전 호텔 계약금 등 수수료 부과내역이 담긴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여행사에서 자료로 제시한 손해비용보다 취소 수수료가 비싸면 소비자는 그 차액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 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 1450원 미만이면 여행요금 5만 원 추가'와 같이 환율 범위를 미리 정해둔 뒤 무조건 일정 요금을 증액하도록 한 규정도 특약에서 삭제하도록 했다.세종=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대형 렌터카 회사들이 제주도에서 렌터카 요금을 담합했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주지역 렌터카 요금을 담합한 제주도 자동차대여조합에 과징금 7300만 원을 부과하고 조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담합에 가담한 AJ렌터카, KT렌탈, CJ대한통운, 동아, 메트로, 제주, 제주현대렌트카 등 7개 렌터카 사업자에게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합에 소속된 대형 렌터카 회사들은 ‘렌터카 요금을 제주도에 신고한 뒤 1년간 원칙적으로 할인, 할증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가 2008년 제정되자 회원사들이 너무 낮은 가격을 신고하지 못하도록 담합해 왔다. 조합은 2009년 4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여러 차례 대여요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차종별 요금을 합의하고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수준보다 낮은 요금을 제출한 사업자에게는 가격을 올리도록 요구했다. 38개 회원사 중 심의위에 소속된 7개 대형사업자들은 합의된 금액을 제주도에 신고했고 나머지 회원사들 역시 이 가격대로 요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NF쏘나타 대여 가격은 2008년 5만9000원에서 2009년 6만5000원으로, 뉴카니발은 9만5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인상됐다. 이번에 적발된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렌터카 요금 할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합의된 가격으로 신고하지 않고 있고 공정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후 첫 행보는 민생현장 방문이었다. 최 부총리는 17일 경기 성남시 성남대로의 근로자쉼터와 산성대로의 한 인력소개사무소를 찾아가 일용직 건설근로자와 구인자, 인력소개소 대표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돼야 건설현장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면 여러분의 임금도 오를 수 있다”며 “새 경제팀이 이 점에 유념해 정책을 펼치겠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돼야 일용직 근로자 등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부동산경기 회복에 전념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찾은 성남시 인력시장은 위례신도시, 판교신도시 등 수도권 대규모 건설현장에서 일하려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최 부총리는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에게 토시와 수건 등을 나눠주며 “건설기능훈련을 확대해 일용직 근로자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이곳을 방문한 것이) 사실상 국회 바깥에서 갖는 첫 행사”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동행한 기자들에게 하반기 재정 보강 규모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사안인 만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저의 생각이 이미 시장에 전달됐을 것으로 안다”라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성남=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13일 낮 12시경 강원 태백시 연화동 한보광업소 제1사갱 1280m 지점 막장에서 채탄작업을 하던 광원 서모 씨(44·선산부) 등 6명이 천장에서 갑자기 쏟아져 내린 10여 t의 죽탄에 출입구가 막히면서 갱내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중략) 사고지점 갱도가 경사진 곳으로 물 섞인 죽탄이 계속 흘러내려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1993년 8월 14일자 동아일보 사회면) ‘따르릉 따르릉….’ 탄광 사고가 난 91시간 뒤, 장성병원(현 태백병원)의 응급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차가운 침묵을 깨는 소리에 뜬눈으로 응급실에서 밤을 새웠던 박순영 수간호사(당시 44세·현 태백병원 간호부장)가 달려갔다.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존자 출발합니다. 빨리 응급진료 준비하세요.” 사고가 난 한보광업소와 장성병원은 차로 30분 거리. 사고 직후 병원은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고 응급진료 준비는 이미 해놓은 터였다. 진료과장부터 말단 간호사까지 긴장한 눈빛으로 생존자를 기다렸다. 날카로운 앰뷸런스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앰뷸런스 문이 열리고 여기저기 탄가루를 뒤집어 쓴 구조대원과 현장대기 의료진이 서둘러 간이침대를 내렸다. 산소 호흡기를 한 채 가쁜 숨을 내쉬는 광부는 32세 ‘아다부키’ 여모 씨. 아다부키는 간접채탄원(갱도 후미에서 보조하는 미숙련공)을 일컫는 일본식 용어다. 여 씨는 지하 2188m 아래 6.6m² 남짓한 공간에서 의식 없이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의료진이 보니 여 씨의 귀와 코 속은 석탄가루로 가득했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반쯤 뜨고 있지 않다면 큼지막한 석탄 덩어리와 구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박 수간호사는 여 씨의 작업복 오른팔 부분을 과감하게 찢었다. 몸에 내려앉은 탄가루를 닦을 겨를도 없었다. 오로지 손 끝 감각에 의존해 혈관을 찾았다. 미세하게 솟아 오른 혈관이 잡히자 수액 바늘을 꽂아 넣었다. 수액 공급이 시작되자 옆에 있던 보조 간호사들은 응급실 침대 옆에서 따뜻한 물로 여 씨의 몸을 연신 닦아냈다. 박 수간호사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부디, 기적이 일어나게 해주세요.” 응급실 안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여 씨는 살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 씨와 함께 매몰됐던 5명은 차갑고 새까만 시신으로 발견됐다. 한 사람의 목숨을 건져냈다는 뿌듯함은 이내 참담함으로 변했다.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나머지 광원의 가족들은 병원 복도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이곳만은, 이곳만은 오기 싫다고 그리 당부했는데….”○ 입에 올리기도 무서운 병원 예나 지금이나 장성병원, 혹은 현 태백병원은 태백에서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장성병원에 간다’는 말은 ‘공포’의 다른 말이었다. 광원과 가족이 대부분이던 지역 주민들이 장성병원에 갈 일은 가족이나 본인이 탄광 사고를 당했거나, 폐에 탄가루가 쌓여 숨쉬기가 힘들거나 둘 중 하나였다. 1970, 80년대 태백 장성지역의 대형 광업소들은 마을을 향해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매일 출근, 점심, 퇴근 시간에 라디오 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KBS라디오의 ‘김삿갓 북한방랑기’부터 새마을운동 노래까지 하루의 일과는 라디오 방송과 함께였다. 이러던 방송이 갑자기 중단될 때, 마을 사람들은 움직임을 멈췄다. 마을 전체를 뒤덮는 무덤 같은 고요…. 그랬다, 탄광에서 방송 중단은 사고가 터졌다는 의미였다. 이런 날이면 마을 안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까만 노다지’ 덕에 사람들로 넘쳐나던 선술집은 문을 닫았다. 어리광 부리던 어린 아이들도 그늘진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칭얼거림을 멈췄다. 아낙네들은 마을 어귀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통근버스에서 내리는 광원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마지막 통근버스에서도 남편이 보이지 않으면 이들은 아들딸을 남편의 단골술집으로 보냈다. 그래도 남편을 찾지 못하면 죽어도 가기 싫은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끊임없이 되뇌었다. ‘제발 그곳에서 마주치지 말아요….’ 광업소들은 사고가 나도 가족들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다. 가족이 몰려오면 구조작업에 방해가 될 수도, 병원으로 옮기는 데 지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고가 난 날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아내들은 두려운 마음을 안고 그저 장성병원을 찾았다.○ 한국 최초의 산재병원 태백병원은 한국에 세워진 첫 산재병원이다. 처음부터 이 병원은 탄광 근로자를 위해 세워졌다. 탄생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1931년 만주사변 등 본격적인 중국 대륙 침략을 위해 조선광물 이용에 열을 올렸다. 이른바 ‘조선의 병참기지화’ 정책이었다. 북한의 유연탄 탄광지대를 활용했던 조선총독부는 1933년 일본의 전력재벌이 세운 ‘삼척개발주식회사’를 통해 비교적 남쪽지방인 삼척(1981년 시로 승격하기 전까지 태백은 삼척에 속했다), 영월지방의 무연탄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유연탄과 달리 무연탄은 연소할 때 연기가 나지 않았다. 일본 군수공장들이 원하는 연료였다. 공장에서 연기가 나지 않으면 폭격을 당할 가능성도 줄기 때문이었다. 당시 삼척개발주식회사는 태백산 일대의 석탄광구와 철도를 운영한 거대기업이었다. 이때 태백병원이 탄생했다. 탄광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광산사고가 끊이지 않자 이 회사가 ‘삼척개발 삼척탄좌병원’을 연 것. 이 병원은 광복 뒤인 1950년 대한석탄공사가 인수했고 장성광업소 부속병원, 대한석탄공사 직할 장성병원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1977년 한국근로복지공사가 병원을 인수한 뒤에도 1997년까지 장성병원이라는 이름이 유지됐다. 이후 태백중앙병원, 태백산재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이달 1일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78년간 6번에 걸쳐 이름이 바뀌는 동안에도 병원은 한자리를 지켰다. 작은 개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장성광업소를 바라보며…. 한때 최대 45개에 달하던 태백의 탄광 중 장성광업소는 현재 남은 두 개의 탄광 가운데 하나다. ‘탄광촌 풍속이야기’를 쓴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은 태백병원에 대해 “광원들의 탄생과 죽음을 모두 간직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은 “광산 근로자와 가족들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라고도 했다.○ 진폐 환자는 떠나지도 못하고…. ‘태백중앙병원의/ 환자들은/ 더 아프게 죽는다// 아버지는 죽어서/ 밤이 되었을 것이다// 자정은/ 選炭(선탄)을 마친 둘째형이/ 돌아오는 시간이다// 미닫이문을 열고/ 드러내 보이던// 형의 누런 이빨 같은// 별들이 켜지는 시간이다.’(박준 시인 ‘태백중앙병원’)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의해 이곳의 탄광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자연스레 광원과 가족들은 새로운 직장을 찾아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개도 1000원짜리는 안 물어 간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번창했던 이곳에 광원이 사라지자 전국에서 모였던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함께 떠났다. 한때 10만 명을 넘던 인구는 지금은 5만 명에도 못 미친다.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진폐환자들은, 멀쩡한 줄 알았던 몸으로 타지로 떠났다가도 돌아왔다. 모두가 그들을 잊어도 태백병원만은 여전히 그들을 보듬었다. 지금은 작업할 때 방진마스크를 써서 탄가루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걸 막는다. 예전에는 아니었다. 광목수건을 둘둘 말아 입에 무는 게 다였다. 그러다 보니 막장에서 광원들은 탄가루를 마셨다. 탄가루는 폐 세포에 달라붙어 서서히 폐를 굳힌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식은땀이 난다. 결핵이 생기고 뇌중풍이 온다. 더러 파킨슨병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진폐환자들은 “우리는 가슴을 파는 ‘남창’”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진폐환자 최정중 씨(72)는 지금은 없어진 태백 화전동 어룡광업소에서 1965년부터 광원으로 일했다. 13년간 광원생활을 하던 끝에 그는 막장을 탈출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 즈음이었다. 산속에서 버섯농사를 짓던 그는 나이가 들고 근력이 약해지자 진폐증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태백병원에 돌아온 게 벌써 15년째다. 최 씨는 “뿔뿔이 흩어져 소식도 모르던 예전 동료를 이곳에서 만났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의사들은 더이상 태백병원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빈자리는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 채우고 있다. 젊은 간호사도 드물다. 벽지산골 폐광촌 작은 병원을 원하는 젊은이를 찾기가 쉬울 리 없다. 태백시의회가 지원하는 응급실 예산도 2003년 이후 연 2억 원에서 늘어나지 않았다. 태백이 쇠락해 간 것처럼 병원도 쇠락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도, 304명의 진폐환자가 입원해 있는 이곳은 한국 탄광산업의 흥망성쇠를 간직한 채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이다.태백=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청년들은 첫 직장을 구하기 위해 평균 1년간 준비하고 취업한 뒤에는 1년 3개월 만에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고용률은 200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아졌다. 15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이 첫 직장을 얻었다가 그만두기까지 걸린 기간은 1년 3개월이었다. 그만둔 이유로는 적은 보수, 긴 근로시간 등을 포함한 ‘근로여건 불만족’이 47.0%로 가장 많았다. 또 이들이 첫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한 기간은 12개월이었다. 4년제 대학생이 졸업하는 데 드는 평균기간은 남자 6년 4개월, 여자 4년 4개월이었다. 휴학생의 22.4%는 취업과 자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했다고 응답했다. 청년층 취업준비생 중 28.0%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응답했고 이어 25.5%가 일반 기업체 입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5∼79세 고령층의 고용률은 53.9%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다. 55∼64세 고용률은 67.3%, 65∼79세 고용률은 38.3%였다. 고령층의 62.0%는 앞으로도 계속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새로 갖기를 원했다. 이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는 전일제(全日制)가 66.5%였고 임금은 월평균 100만∼150만 원 미만을 원하는 사람이 31.9%로 가장 많았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투자의사 결정권이 있는 상임이사회를 두지 않고 의결권 없는 비상임이사회만 두려는 중국 측 계획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중국이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우려처럼 AIIB의 견제 및 감시 기능이 다른 국제기구에 비해 약한 문제가 있다 해도 경제적 실익이 큰 만큼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하지 않도록 조정역할을 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중국 측 구상대로라면 AIIB 내부에는 ‘상임이사회’ 조직이 아예 없는 만큼 한국이 AIIB 전체 납입자본금의 5∼7%(약 5000억∼7000억 원)에 해당하는 돈을 내도 투자처를 결정할 권한은 갖지 못한다. 이에 대해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미국과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이 AIIB를 자신들 주도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 분명해졌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단은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존 국제개발은행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미국, 일본 중심의 기구에 대항해 단기간에 전세를 뒤집으려면 견제기능을 배제한 ‘독주체제’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중국 내부에 강하게 형성돼 있어서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AIIB가 출범한 후 회원국들이 지배구조의 개선을 요구해 내부에서부터 점진적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AIIB의 지배구조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이익을 감안하면 초기단계에 가입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봤다. 초기 출자국가에 지분을 나눠주고 기득권을 지속적으로 인정하는 국제기구의 특성을 고려할 때 나중에는 가입이 쉽지 않거나 뒤늦게 참가할 경우 불이익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AIIB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게 되면 침체일로에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에 활로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중국과 AIIB 관련 협상을 추진하면서 지배구조와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이 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넘어야 할 문턱(Bar)’이라고 언급한 문턱이 ‘견제장치가 없는 이사회 구성’을 뜻한다는 점이 분명한 만큼 한국이 이 문턱을 낮추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 전략과 관련해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는 “미중 간의 갈등요소가 많은 만큼 한국이 중간에서 갈등을 조율하고 일부 해결하는 역할을 하며 점진적으로 AIIB 가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문병기·김준일 기자}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이사회를 비상임이사들로만 구성하려는 것은 AIIB를 통해 지금까지 미국 일본이 주도했던 아시아 지역 내 국제금융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평가된다. AIIB 내에서 중국의 결정을 회원국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독점하고 있는 아시아 인프라투자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기구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AIIB의 경영지배 구조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막대한 경제효과를 얻기를 기대하며 AIIB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던 한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견제장치 없는 AIIB 개발도상국들에 개발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맡는 대표적인 국제개발은행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ADB, 미주개발은행(I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 5곳이다. 국제개발은행들은 참여 회원국들에 개발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본금을 내도록 하고 자본금 크기에 비례해 지분과 투표권을 준다. 이들 국제개발은행은 개발사업을 실제로 진행하는 집행부, 사무국과 별도로 주요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상임이사회를 두고 있다. 상임이사회는 주식회사의 이사회처럼 회원국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어떤 개발사업에 얼마나 자금을 빌려줄지 승인 및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AIIB는 상임이사회를 두지 않을 예정이다. 중국이 임명한 집행부와 이들의 지휘를 받는 사무국이 사실상 사업결정권을 독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이 이런 지배구조를 원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 국제기구에서는 상임이사국 간에 거미줄처럼 얽힌 이해관계 탓에 회원국들의 다양한 인프라투자 개발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중국이 AIIB를 통해 추진하려는 대표 사업인 중국 베이징∼이라크 바그다드의 ‘신(新)실크로드’ 철도 건설은 10여 년 전부터 ADB에서 논의됐지만 그동안 이런 이유로 거의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상임이사회 없는 조직을 만들려는 중국 측 의도에는 미국 일본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참여한다면 2대 주주가 될 한국에 대해 의사결정권을 제한한 것 역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AIIB의 핵심 참여국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은 미국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ADB에도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제효과 기대되지만 “들러리 전락” 우려도 상임이사회가 설치되지 않으면 AIIB 내에서 중국은 견제 받지 않는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투자사업을 결정하고 진행할 집행부와 사무국이 모두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비상임이사회는 집행부의 결정을 추인하는 역할만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최대 주주인 미국 일본이 각각 15.6%의 지분을 갖고 있는 ADB 등 다른 국제개발은행들은 최대 주주국의 지분이 30%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AIIB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해 과반수의 투표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칫 한국이 AIIB에 대규모의 자금을 출자하고도 중국의 ‘들러리’ 역할만 맡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AIIB에 참여하면 한국이 얻을 경제적 효과는 클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ADB와 달리 아세안 러시아 몽골 등이 회원국이 될 AIIB에 참여하면 한국 기업들이 AIIB가 추진하는 인프라 개발사업의 핵심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AIIB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통일시대에 대비해 북한 인프라 투자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AIIB 회원국 중 한국의 인프라 건설 경쟁력이 압도적인 만큼 경제적으로 보면 이로운 점이 적지 않다”며 “미국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면 ADB와 AIIB에 동시 가입해 일본 중국의 중재자 역할로 외교적 위상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의 투자와 배당 등을 통해 (기업 소득이) 가계 쪽으로 흐르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수출로 거둔 이익을 현금으로 쌓아 둔 대기업들이 투자, 배당을 확대하도록 유도해 침체된 내수경기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최 후보자는 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겠다는 뜻을 밝히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안을 동원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투자, 배당 확대로 경기 살린다 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기업들이 투자와 배당을 늘리는 것을 독려하도록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사내에 현금을 묵혀두고 있는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거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서면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최 후보자는 “가계 부채 문제나 내수 부진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파이도 키워야겠지만 기업의 투자와 배당, 임금 분배 등을 통해 (사내 유보금이) 가계 쪽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1월 현재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이 내부에 보유한 현금은 503조 원으로 정부 예산(358조 원)의 1.4배에 이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2005∼2011년 기준 국내 상장기업의 현금배당비율은 22%로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평균(4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할 세법 개정안을 통해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배당을 지나치게 적게 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투자를 하는 기업에는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해 일자리를 확대하고 배당을 유도해 ‘가계소득 증가→민간 소비 확대→재정 확충→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회복시킨다는 복안이다.○ “한국 경제, 일본 닮아가”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장기 침체 당시 일본과 비교하며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저성장과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등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 나타났던 전형적인 현상”이라며 “성장률이 축소지향적 균형으로 가서는 고령화와 통일을 대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해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해 “정부가 3.9% 성장률 전망을 제시했는데 아마도 하향 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이처럼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진단과 함께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대규모 재정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다만 경기 상황과 법적 요건, 재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히 판단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름의 복안이 있다”며 “당면한 경제 현안과 어려운 서민을 돕기 위한 계획을 취임 후 열흘 이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과의 정책 조율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또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稅收) 부족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으나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인상 계획은 없다”며 증세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자녀 취업 특혜 의혹 놓고 설전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구상을 내놨다. 그는 “실수요자들이 비은행권 대신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려는 것”이라며 “은행권과 비은행권, 지역 간 다른 대출 한도를 합리화하고 부담 능력별로 한도를 차등화하는 세 가지 축을 놓고 관계 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TV, DTI 규제 완화는 은행과 비은행권, 수도권과 지방 간 LTV 한도 차이를 좁히고 소득이 충분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DTI 한도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현재 LTV 규제는 은행에서는 수도권에서 집값의 50%, 지방 60%가 적용되고 있지만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서는 각각 수도권에서 60%, 지방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 후보자는 또 청문회에서 삼성전자와 골드만삭스에 재직 중인 두 자녀가 입사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아버지가 공직자라고 해서) 정당한 절차를 거친 자녀의 취업을 막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아들이 징병검사에서 5등급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은 것과 관련해 최 후보자는 서면답변을 통해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병역법에 따라 제2국민역 처분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가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게 2000만 원이 넘는 정치 후원금을 받은 부분도 집중 추궁했다. 최 후보자는 “안 사장은 대학 시절 선배”라며 “후배가 정치 잘하라고 한 달에 30만 원씩 순수한 뜻으로 (후원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 세종=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일본산 소재·부품 수입의존도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빠른 속도로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산 소재·부품의 수입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소재·부품 교역동향’에 따르면 대일 소재부품 무역적자는 78억9000만 달러(7조89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대일 소재·부품 의존도는 18.0%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대중 소재·부품 의존도는 28.3%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중국산 소재·부품 수입은 2008년에 처음 일본을 앞지른 뒤 2011년부터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전자부품과 화학제품에서 중국산이 일본산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전자부품과 화학제품 수입은 중국산이 각각 26.9%, 11.5% 늘었지만 일본산은 각각 16.7%, 9.6% 줄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요인은 중국산 소재·부품의 품질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라는 전략 아래 5년 이내에 핵심부품과 신소재 자국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중국 소재·부품이 높은 품질까지 갖출 경우 한국 제품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은 아직까지는 고부가가치 측면에서 한국산에 밀리지만 품질개선 속도가 빠르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 경제가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내수활성화와 규제완화 등 대대적인 ‘경제 살리기’ 정책을 예고했다. 또 연령별로 대출한도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수도권 규제완화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는 경제 살리기”라고 밝혔다. 앞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면서 자칫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발언이다. 이어 그는 “내수부진은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의 근원”이라며 “내수를 살리기 위해 장단기 대책을 총망라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르면 다음 주에 올해 성장률 예상치(3.9%)를 소폭 하향 조정하고 내수활성화, 민생경제 안정, 성장잠재력 확충 등의 방안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후보자는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택시장 정상화가 중요하다”며 “LTV, DTI 규제는 실수요자의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집값이나 연소득의 최대 60%로 제한된 부동산 대출한도를 집을 장만하려는 20, 30대 청년층에 한해 70%까지 늘려주는 방안 등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수도권 집중 완화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경에 대해서는 “경제여건이 바뀌어 경기침체 등 법령상의 요건이 충족되면 추경편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뱃세 인상에 대해서도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며 “다만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있는 LTV, DTI 규제는 일부 대출한도를 합리화하는 수준으로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세종=문병기weappon@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