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강홍구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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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짜릿한 역전 승부, 그들이 흘린 땀은 결코 거짓되지않습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그 땀방울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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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셔틀콕이 구했다… 구기, 44년만의 노메달 모면

    정경은(26)은 동메달 획득을 확정지은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41분의 경기 시간 동안 자신의 곁에서 호흡을 맞춘 신승찬(22)과 포옹하는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갔다. 정경은과 신승찬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구기 종목의 체면을 살렸다. 세계 랭킹 5위 정경은-신승찬 조는 18일 리우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랭킹 2위인 중국의 위양-탕위안팅 조를 2-0(21-8, 21-17)으로 눌렀다. 한국 구기 종목은 리우 올림픽에서 전날까지 줄줄이 메달 사냥에 실패하며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44년 만에 노 메달 위기에 빠졌었다. 정경은과 신승찬은 4월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위양-탕위안팅 조에 0-2(11-21, 17-21)로 패했지만 이날은 끈질긴 수비와 활발한 네트플레이를 앞세워 설욕에 성공했다. 정경은은 후위에서 악착같이 상대 공격을 막아냈고, 신승찬은 과감한 스매싱으로 포인트를 쌓아갔다. 경기 후 정경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값진 메달이다. 정말 고생하며 여기까지 온 동료들을 대신해 영광을 얻었다”며 “네 살 어린 승찬이가 언니를 어렵게 여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잘 대해줘 즐겁게 운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승찬은 “(배드민턴 대표팀에서) 우리밖에 남아 있지 않아 정말 잘하고 싶었다. 준결승에서 힘도 못 써 보고 패해 속이 상했는데 오늘은 내 몫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은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비운의 신세였다. 김하나와 출전한 8강전에서 유리한 대진을 받기 위한 고의 패배 의혹에 휘말리며 실격 당해 올림픽 선수촌에서 쫓겨났다. 1년 선수 자격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당시 문제가 된 경기의 상대가 이날 동메달을 다툰 위양이었다. 큰 충격에 빠져 은퇴까지 생각했었던 정경은은 왼쪽 손목에 ‘현재를 즐기자’는 문구의 문신을 새기며 리우 올림픽을 대비했다. 지난해 9월 주니어 시절 유망주로 주목받은 신승찬을 새롭게 만나면서 정경은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신승찬도 경험이 풍부한 정경은과 짝을 이루면서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내심 우승까지 노렸던 정경은과 신승찬은 4강전에서 세계 1위인 일본의 마쓰모토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 조에 완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정경은과 신승찬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시상대에 올랐다. 여자복식을 전담하고 있는 이경원 코치는 “힘든 시기를 참고 견뎌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어려움을 정면 돌파해 자신 있게 플레이를 펼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김종석 kjs0123@donga.com /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

    •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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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졌지만… 김연경의 ‘월드클래스 품격’

    김연경(28)은 의연했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누구보다 간절히 승리를 원했던 그는 동료들부터 먼저 챙겼다. 그리고 승자인 네덜란드 선수들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1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배구 네덜란드와의 8강전. 김연경은 이날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27득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지만 한국의 1-3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렇게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그의 꿈은 40년 만의 여자 배구 올림픽 메달 꿈과 함께 사라졌다. 김연경이 없었다면 코트는 울음바다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김연경이 중심을 잡은 한국 선수들은 다 같이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 팬들 인증샷까지 응해준 뒤 라커룸서 펑펑“죄송하다”, “미안하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에게서 자주 들었던 이 말을 김연경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딱 한 번만 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에게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고 말할 때뿐이었다. 그는 “이번에 진짜 많은 관심을 받아서 좋은 결과로 보답했어야 했는데 거기에 못 미쳐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보내주신 응원에 감사드린다. 한국 여자 배구에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미안함보다는 고마움과 아쉬움을 이야기한 김연경은 틀에 박힌 답변보다는 자기 생각을 솔직히 표현했다. 이번 대회 자신이 맡았던 주장 역할에 대해 “솔직히 힘들었다”고 했다. “한 경기를 잘하면 갓연경(신+김연경)이 되고 한 경기를 못하면 한순간에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가 되는 등 경기 때마다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힘들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 놓기도 했다. 후배 선수들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면이 떨어졌다. 국내 프로리그에선 통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안 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한국 여자 배구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떳떳이 밝혔다. 그는 “결국 해외에서 뛴 경험을 토대로 큰 대회에 나와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선수들이 기회가 되면 (해외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다 네덜란드 선수단을 발견한 김연경은 안면이 있는 네덜란드 코치의 어깨를 먼저 툭 친 뒤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전했다. 자원봉사자와 경기 스태프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도 친절히 응했다. 패배의 안타까움 속에서도 김연경은 올림픽 자체를 만끽하는 월드 스타의 ‘품격’을 드러냈다. 김연경의 리더십은 대회 내내 코트 안팎에서도 빛났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 그는 소속 구단(터키 페네르바흐체)의 경기 일정이 끝나자마자 귀국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연일 강행군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그는 “어차피 해야 할 건데 뭐”라는 말로 피곤한 기색을 감췄다. 때로 투덜거리는 동료들에게는 “여기서 안 아픈 선수가 어디 있냐”며 분위기를 다잡곤 했다. 끝까지 의연했던 그가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것은 라커룸에 들어가서였다. 김연경은 “평소에는 잘 울지 않는다. 그런데 올림픽만 오면 울게 된다. 정말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끝낸 김연경은 그렇게 한국 여자 배구의 다음 도전을 기약했다.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 201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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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슬링 김현우 “그렇게 훈련하고도 기술 말려든 내가 밉다”

    치열했던 두 번째 올림픽의 기억은 곳곳에 흔적으로 남았다. 인대가 끊어진 오른쪽 팔꿈치는 깁스를 했고, 왼쪽 뺨에는 상처가 났다. 다친 팔꿈치가 아파서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그러나 표정은 밝았다. 여러 차례 농담을 던졌고, 해맑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판정 논란 속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낸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국가대표 김현우(28·사진)를 1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선수촌에서 만났다. 경기 뒤 남은 건 억울함보다는 자책이었다. 김현우는 “내 실력으로 졌다. 판정 결과에 승복하고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로만 블라소프(26·러시아)의 주특기(들기)를 매일 생각하며 훈련을 하고도 상대의 기술에 말려든 나 자신에게 화가 날 뿐”이라며 “상대의 주특기에 대비하기보다 내 장점인 공격을 살리려던 작전의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패’가 아닌 ‘실수’라는 표현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현우는 “대진이 나온 순간부터 블라소프를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언젠가 맞붙어야 할 상대이기에 마음은 편했다. 전날 잠도 잘 잤다”고 했다. 그에게 이번 올림픽은 약이 됐다. 김현우는 “솔직히 그동안 패자부활전을 할 일이 잘 없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패자부활전으로 가면서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없지 않았지만 흔히들 이야기하는 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대한 각오도 넌지시 드러냈다. 김현우는 “실력이 안 되면 못 나가는 거고 자격이 있으면 나가는 것”이라면서도 “다음 대회부터 그레코로만형에서 파테르가 없어지는데 내가 잘하는 스탠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상대를 박살 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현우는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 동메달을 목에 건 사진과 함께 ‘잘했다’는 글을 적어 놓았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스물여덟 살의 메달리스트에게 두 번째 올림픽이 남긴 쓰린 상처는 그렇게 아물어 가고 있었다.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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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황제의 꿈은 수영강사… 펠프스 은퇴 인터뷰

    “새로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1·미국). 왕좌에서 스스로 내려온 그의 꿈은 소박했다. 수영장에서 그는 항상 최고였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량으로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23개의 금메달을 땄다. 리우 올림픽에서도 남자 계영 400m와 800m, 접영 200m, 개인혼영 200m, 혼계영 400m 등 5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공식적으로 은퇴 의사를 밝힌 이튿날인 16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이파네마 해변의 오메가 하우스에서 만난 펠프스는 ‘보통 사람’으로 돌아와 있었다. 회색 반팔 셔츠에 흰색 바지를 입고 나타난 그는 친절했다. 올림픽을 치른 데다 연이은 인터뷰로 다소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시종 옅은 미소를 보이며 질문에 답했다.   ▼ “3개월 된 아들 기저귀 갈아주는게 기쁨” ▼오랜 친구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동아일보와 스포츠동아, 채널A 등과 함께한 이날 인터뷰에서 펠프스는 “수영장을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그동안 내가 원했던 모든 것을 이뤘다. 너무 행복했기에 지금이 끝내기에 가장 적절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가 끝은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그의 새로운 인생에서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는 가족과 수영을 가르치는 일이다. 펠프스는 “많은 아이들이 익사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아이들이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며 남은 인생을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펠프스는 지난해 2월 미스 캘리포니아 출신의 니콜 존슨과 약혼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림픽 직전인 올해 5월 아들 부머를 얻었다. 펠프스는 “4주 동안 떨어져 있다 어제 모처럼 봤는데 많이 자라 있었다. 부머의 기저귀를 갈아 줬는데 내게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그렇게 작은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 그동안 올림픽에서 딴 28개의 메달(금메달 2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에 “아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답했다. 4년 후 도쿄 올림픽에서의 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펠프스는 이 질문에 웃음을 띠며 “아마 도쿄에 가겠지만 수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해설가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펠프스는 올림픽이 그의 인생에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서도 감회를 말했다. “(첫 올림픽이었던) 시드니 올림픽이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한 그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해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 5개의 다른 도시에서 열린 5번의 올림픽에 나갔다. 완벽한 커리어였다. 그게 내가 (런던 올림픽 은퇴 후) 다시 올림픽에 돌아온 이유이고, 지금 다시 떠나려는 이유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우상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와 똑같은 23개의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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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배구 팀워크는 금메달감

    ‘유일한 희망.’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에 진출한 여자 배구 대표팀은 메달권 진입 가능성이 남은 한국의 유일한 구기종목 팀이다. 여자 배구 대표선수들의 찰떡궁합은 선수촌에서부터 시작된다. 숙소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내는 곳으로, 같은 공간을 나눠 쓰는 룸메이트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에이스를 위한 숨은 배려 4년 전 런던 올림픽 당시 선배 김사니와 같은 방을 썼던 김연경(28)은 어느새 대표팀의 중고참이 돼 후배와 함께 2인 1실 숙소를 쓰고 있다. 김연경이 선택한 룸메이트는 팀의 제2 공격옵션이자 주전 센터인 양효진(27)이다. 20대 초반부터 국가대표로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호흡을 맞춰 온 두 선수는 런던 올림픽 이후 늘 같은 방을 쓰고 있다. 경기 스케줄에 관계없이 정해진 식사시간 등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양효진은 대표팀의 대표적인 ‘모범생’ 캐릭터다. 김연경은 “둘 다 깔끔한 성격이라 잘 맞는다. 앞으로도 쭉 같은 방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상 연차 순서대로 자신과 함께 방을 쓸 후배를 정하는데도 김연경이 늘 양효진과 같은 방을 쓸 수 있는 건 에이스 김연경을 위한 선배 선수들의 ‘숨은 배려’다. 오른쪽 날개 공격수 황연주(30)는 같은 포지션의 김희진(25)과 룸메이트다. 같은 포지션으로서의 고민과 대표팀 선배로서의 경험을 코트 안이 아닌 밖에서도 나누고 있다는 설명. 황연주는 “각 팀에서 실력을 선보여 대표팀에 온 만큼 서로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경기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한다”고 말했다.○ 같은 팀 선수 피하는 대표팀의 불문율 숙소 배정에는 불문율이 있다. 통상 같은 구단에 소속된 선수끼리는 룸메이트를 하지 않는다. 세터 이효희(36)는 “같은 구단 선수끼리는 평소에도 함께 생활하니 대표팀 소집 기간에는 다른 팀 선수와 가까워지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룸메이트를 선택할 권한이 있는 이효희의 파트너는 박정아(23)다. 이효희는 “개인적으로 좀 예민한 편인데 정아가 잠버릇이 없어서 선택했다. 정아도 좋다고 했는데 속마음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과거 IBK기업은행에서 한솥밥을 먹을 당시 원정길에 종종 같은 방을 썼던 두 선수는 이효희가 도로공사로 이적하면서 대표팀의 불문율을 어기지 않게 됐다. 예전에 GS건설에서 함께 뛰었던 남지연(33·현 IBK기업은행)이 배유나(27·현 도로공사)와 같은 방을 쓰는 이유도 같다. 연차순으로 룸메이트를 정하다 보니 때론 불가피하게 불문율을 깨야 하는 일도 있다. 김연경과 함께 막내급 방장(함께 2인 1실 숙소를 사용하는 선수 중 선배)에 속하는 흥국생명의 김수지(29)와 이재영(20)은 유일한 같은 구단 룸메이트다. 한편 15일 추첨 결과 A조 3위 한국은 B조 2위 네덜란드와 16일 오후 10시 4강 진출을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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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른팔 탈골 이겨내고… 광복절 태극기에 눈물 쏟다

    4년을 기다려온 무대. 광복절에 열린 경기가 끝난 뒤 김현우(28)는 경기장 바닥에 태극기를 펴고 그 위에 엎드려 큰절을 하며 흐느꼈다. 그 순간 지구 반대편에서 TV로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어머니 박영호 씨(59)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4년 전 아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 때도 울지 않았던 박 씨였다. 하지만 이날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약속했던 아들의 오열하는 모습에는 할 말을 잃었다. 김현우는 15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보조 스타르체비치(크로아티아)를 6-4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66kg급에서 금메달을 땄던 김현우는 체급을 올려 출전한 리우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노렸다. 그러나 로만 블라소프(26·러시아)와의 16강전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하며 김현우의 금메달 도전은 좌절됐다. 16강전에서 김현우는 3-6으로 뒤진 경기 종료 3초 전 4점짜리 기술인 가로들기를 성공시켰지만 심판은 2점만 인정했다. 안한봉 감독(48)이 즉시 판정에 항의했지만 김현우는 오히려 벌점 1점까지 받으며 5-7로 졌다. ○ 인대 끊어진 선수, 관중석에 앉은 감독 충격의 패배를 당한 김현우는 남은 경기를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안 감독 등 스태프의 만류에 마음을 다잡은 김현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다”라고 각오를 다지며 패자부활전에 나섰다. 김현우는 경기장에 다시 섰지만 안 감독과 박치호 코치(44)는 16강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받은 레드카드 때문에 남은 경기에는 코치석에 앉지 못했다. 그 대신 자유형의 박장순 감독(48)과 이날 경기를 마친 동료 이정백(30·그레코로만형 59kg급)이 앉았다. 안 감독과 박 코치는 관중석에서 김현우의 경기를 지켜보며 큰 소리로 작전 지시를 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부상이 김현우를 가로막았다. 상대 선수가 옆굴리기를 시도할 때 오른팔로 매트를 짚고 버티다가 탈골과 함께 인대가 끊어진 것. 오른팔의 통증이 심했지만 김현우는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며 버텼다. 동메달이 확정된 뒤 한동안 매트 위에 무릎을 꿇은 채 일어나지 못하던 김현우는 잠시 뒤 관중석에서 건네받은 태극기를 매트 위에 펼쳤다. 16강전 패배 뒤 말을 아꼈던 그는 모든 경기가 끝난 뒤에야 “4년 동안 금메달만 생각하면서 준비했는데 아쉽다”면서 “(판정 결과는)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달랬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는 말을 남겼던 김현우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오른팔을 부여잡고 치료를 받기 위해 서둘러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이날 그레코로만형 75kg급 금메달은 블라소프가 차지했다.○ 너무나 슬펐던 어머니 강원 원주의 집에서 경기를 보던 어머니 박 씨는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데 이번엔 자꾸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경기가 열린 날 아침에도 ‘잘하고 오겠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아들에게 당장이라도 연락하고 싶었지만 차마 전화기를 들지 못했다. 안타까워할 아들이 너무 안쓰러웠기 때문이었다. 박 씨가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건 아들의 경기가 끝난 지 6시간이 지나서였다. 의무실에 누워 치료를 받던 아들과 영상통화를 한 박 씨는 경기 내용을 모르는 척하며 “언제 돌아오냐”고 물었다. “안 가!”라며 투정을 부리듯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박 씨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4년을 기다려온 모자의 광복절은 그렇게 눈물과 함께 흘렀다.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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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찬 2관왕…한국 양궁 사상 첫 전종목 석권

    한국 양궁이 28년 만에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마지막 퍼즐을 채운 주인공은 남자 대표팀의 구본찬(23)이었다. 구본찬은 1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프랑스의 장 샤를 발라동을 세트스코어 7-3(30-28, 28-26, 29-29, 28-29, 27-26)으로 꺾고 이번 대회 양궁 종목에 걸린 마지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남자 단체(김우진, 구본찬, 이승윤), 여자 단체(장혜진, 기보배, 최미선), 여자 개인(장혜진), 남자 개인(구본찬) 등 양궁 4종목 시상식에 모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양궁이 올림픽 종목으로 도입된 1984년 LA 대회 이후 한국이 양궁 4개 종목을 석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선수가 올림픽 양궁에서 2관왕에 오른 것도 최초의 일이다. 매 경기 살얼음 승부가 이어졌다. 앞서 이승윤이 8강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가운데 구본찬은 8강, 4강에서 연속 슛 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어렵사리 승리를 따내며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도 앞서 1세트 3연속 10점을 기록하는 등 두 세트를 따내며 쉽게 우승을 확정짓는 듯 했지만 금메달의 향방은 마지막 5세트에서야 가려졌다. 5세트에서 27-26 한 점차로 금메달을 확정지은 구본찬은 박채순 감독(51)과 함께 경기장의 관중을 향해 절을 하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번 대회 2관왕이 된 구본찬은 앞서 남자 단체전 때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밤이에요. 행복합니다”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전 종목 석권의 마지막 주인공이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난다. 우선 오늘을 즐기고 싶다”고 답했다. 8강, 4강에서의 슛오프 접전 상황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구본찬은 “평소 슛오프 승률이 40% 대로 (대표팀) 우진이나 승윤이보다 저조했는데 내가 잘하는 자세가 있으니 그것만 믿고 쏘자 스스로 이야기한 점이 통했다. 운도 좋았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쾌활한 표정으로 답을 하면서도 구본찬은 “여기서 주저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보겠다”며 미래에 대한 진지한 각오도 밝혔다. 스물 셋 금메달리스트를 위한 무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순간이었다.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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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남자의 리우 엿보기]똥물서 경기?… 아이들은 수영도 즐겨

    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구아나바라 만의 한 해변. 백사장 한가운데 세워진 오륜기 조형물 앞에는 기념촬영을 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섰습니다. 올림픽 요트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은 백사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여느 곳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해변이었습니다. 해변 바위 곳곳에 기름때가 덜 빠진 듯 남아 있는 검은 얼룩만 빼면 말이죠. 마리나 다 글로리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요트 경기가 열리는 이곳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수질오염이 문제가 됐던 곳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사실상 ‘똥물에서 수영하는 셈’이라고 전했습니다.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슈퍼 박테리아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요트경기장 인근 해변은 듣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바다에선 악취를 맡을 수 없었습니다. 청정 해역처럼 맑지는 않았지만 해변에서 물장구를 치는 꼬마 아이를 부모들이 지켜볼 정도로 수질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0대 중반의 남자 아이들은 윗옷을 벗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수백 명도 백사장에 누워 요트 경기를 즐겼습니다. 경기장에서 만난 키프로스공화국의 한 카메라맨은 “직접 수영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듣던 것과 달리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경기를 펼친 요트 국가대표들의 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요트 남자 RS:X에 출전한 이태훈(30)은 “두 달 전만 해도 입에 물이 들어가면 생수로 헹굴 정도로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악취도 없고 괜찮다. 종목 특성상 물속에서 키를 잡고 경기를 해야 하는데 팔에 걸리는 것도 거의 없다. 예전에는 바다에 수백 L씩 거침없이 쓰레기를 쏟아 붓던 브라질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잘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아침저녁 하루에 두 번씩 쓰레기를 걷어내는 배가 뜨다 보니 확실히 변화가 생겼다고도 했습니다. 올림픽에 대비해 2014년부터 매년 리우데자네이루를 찾았다는 요트 남자 레이저의 하지민(27)도 “2년 전만 해도 바다에 소파가 떠다닐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그러나 매년 수질이 괜찮아지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보다 낫지 않으냐”고 되물었습니다. 함께 경기를 치르는 외국 선수들의 반응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물론 감추고 싶은 바다의 얼굴도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백사장에는 파도에 밀려 온 빈 플라스틱 병과 나무판자 등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으로만 보던 바다와 눈앞의 바다는 확실히 달라진 게 분명했습니다. 올림픽 경기장 밖에서 만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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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림꾼’ 양효진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향한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김연경(28)에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는 국내 프로리그에서 최고 대우(연봉 3억 원)를 받는 스타도 있다. 센터 양효진(27·사진)이다.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 출전 중인 양효진의 역할은 ‘살림꾼’이다. 김연경에게 집중되는 상대의 수비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대표팀 제2의 공격 옵션이 양효진이다. 첫 경기에서 한국에 패한 일본의 언론들이 패배의 원인으로 김연경 못지않게 양효진에게 주목한 이유다. 하지만 살림꾼 양효진의 진가가 드러나는 곳은 코트 밖이다. 양효진은 경기 뒤 이정철 감독과 함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김연경을 대신해 대표팀의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다. 김연경의 컨디션 관리도 때론 그의 몫이다. 방장(함께 2인 1실 숙소를 사용하는 선수 중 선배)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대표팀의 허리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국제대회에 나갈 때면 선배 김연경과 같은 방을 쓴다. 11일 여자배구 A조 예선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양효진은 두 자릿수 득점(12점)을 올리며 3-0(25-18, 25-20, 25-23) 승리를 도왔다. 공격(6점)은 물론이고 블로킹(4점), 서브(2점)에서도 고른 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의 살림을 챙겼다. 2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13일 조 1위 브라질과 맞붙는다. 브라질전에서도 양효진이 중앙에서 활로를 뚫어줘야 장신 수비수의 집중 견제를 당할 김연경의 공격이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나왔던 양효진의 블로킹이 브라질전에서도 이어진다면 안방 팬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한국이 분위기를 탈 수 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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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여자배구 패배 원인이 양효진? 그녀에 주목하는 이유는…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향한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김연경(28)에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는 국내 프로리그에서 최고 대우(연봉 3억 원)를 받는 스타도 있다. 센터 양효진(26)이다.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 출전 중인 양효진의 역할은 ‘살림꾼’이다. 김연경에게 집중되는 상대의 수비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대표팀 제2의 공격옵션이 양효진이다. 첫 경기에서 한국에 패한 일본의 언론들이 패배의 원인으로 김연경 못지않게 양효진에 주목한 이유다. 하지만 살림꾼 양효진의 진가가 드러나는 곳은 코트 밖이다. 양효진은 경기 뒤 이정철 감독과 함께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김연경을 대신해 대표팀의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다. 김연경의 컨디션 관리도 때론 그의 몫이다. 방장(함께 2인 1실 숙소를 사용하는 선수 중 선배)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대표팀의 허리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국제대회에 나갈 때면 선배 김연경과 같은 방을 쓴다. 11일 여자배구 A조 예선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양효진은 두 자릿수 득점(12점)을 올리며 3-0(25-18 25-20 25-23) 승리를 도왔다. 공격(6점)은 물론 블로킹(4점), 서브(2점)에서도 고른 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의 살림을 챙겼다. 2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13일 조 1위 브라질과의 맞붙는다. 브라질전에서도 양효진이 중앙에서 활로를 뚫어줘야 장신 수비수의 집중 견제를 당할 김연경의 공격이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나왔던 양효진의 블로킹이 브라질전에서도 이어진다면 안방 팬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한국이 분위기를 탈 수 있다.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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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3연패 ‘신화’를 쏘다

    진종오(37·kt)의 총구를 떠난 마지막 20번째 총알이 9.3점의 과녁을 통과했다. 세계 사격사(史)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한 방이었다. 경기 내내 굳어 있던 진종오의 얼굴에도 마침내 웃음이 돌아왔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가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 대업을 달성했다. 진종오는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슈팅센터에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사격 50m 권총 결선에서 193.7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50m 권총을 연속 제패했던 진종오는 이날 우승으로 올림픽 개인 종목에서 3연패를 달성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한국 스포츠 사상 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 또한 진종오가 처음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이전 대회까지 모두 5개의 메달(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을 땄던 진종오는 이날 금메달을 추가하며 개인 통산 6번째 올림픽 메달을 챙겼다. 결선에서 9번째 발에서 6.6점을 쏘는 실수를 하며 한때 결선 진출자 8명 중 7위까지 밀렸던 진종오는 마지막 2발을 남기고 0.2점 차로 2위를 기록했지만 19번째 발에서 대역전극을 벌이며 정상에 올랐다. 10일에는 박상영(21·한국체대)이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랭킹 21위 박상영은 임레 게저(42·헝가리)와의 결승전에서 10-14로 뒤지다 15-1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단의 세 번째 금메달이었다.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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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남자의 리우 엿보기]공공연한 암표 거래… 경찰은 보고도 모른척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엉뚱한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지의 암표상들입니다. 10일 올림픽파크를 빠져나오다 매표소 근처에 진을 치고 있는 그들을 만났습니다. 냉큼 AD카드(출입증)를 가방에 집어넣고 일반 관광객으로 가장해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A4용지에 브라질과 스페인 남자 농구 경기 티켓이라고 써놓은 암표상에게 미국 대표팀 경기 티켓을 원한다며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관광객으로 보였던 사람들까지 기자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암표상들이었습니다. 티켓은 몇 장을 원하느냐, 가격은 얼마까지 생각하고 왔느냐며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놀라운 건 암거래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이 같은 거래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매표소 주변을 지키던 경찰들은 협상 장면을 보고도 모른 체했습니다. 올림픽 스태프들의 반응 또한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경찰은 암표상 조직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심지어 매표소 줄 한가운데에서 협상을 하는 암표상도 있었습니다. 암표상도 다양했습니다. 티켓 한 장을 달랑 들고 와서 판매하려는 영세 상인이 있는 반면 스마트폰으로 동료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티켓을 파는 암표상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의 체계적 판매 구조는 생각보다 치밀했습니다. 포르투갈어를 모른다는 기자의 손동작에 한 암표상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따로 있다며 동료 한 명을 불러왔습니다. 미국 달러도 통용됐습니다. 달러로 거래가 가능하냐고 묻자 스마트폰 계산기를 두들겨 ‘1달러당 3.25헤알’ 환율을 적용해 기자에게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기자의 선택을 재촉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농구는 물론이고 테니스, 배구, 다이빙까지 티켓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암표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인 티켓 가격을 묻자 “350헤알인 남자 농구 A등급 좌석 티켓을 500헤알에 판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2만 원 정도의 티켓을 약 17만 원에 파는 셈입니다. 최근 미국의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가 출전한 경기의 티켓 값은 많게는 수배가 뛰기도 했다고 합니다. 가짜 티켓이 의심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220헤알짜리 남자 농구 B등급 좌석 티켓 2장을 500헤알에 팔겠다던 한 암표상은 기자가 시간을 끌자 350헤알짜리 티켓 2장을 더해 총 4장을 1000헤알에 주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했습니다.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티켓을 팔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문득 최근 가짜 직인이 찍힌 티켓이 암거래된다는 소식이 떠올랐습니다. 원가보다 싸게 티켓을 파는 이유를 묻자 그는 “시간이 없어서 경기에 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기자가 수상쩍게 느껴졌는지 이내 사라져버렸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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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친과 다툰 펜싱 박상영, “금메달 땄으니 화해하느냐” 질문에…

    극적인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펜싱 에페 박상영(21)이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떠올랐던 건 지난해 부상으로 다쳤던 ‘왼쪽 무릎’이었다. 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시상식이 마친 뒤 누가 가장 떠오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3월 왼쪽 전방십자인대를 다쳤던 그는 “‘무릎아 버텨줘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부상으로 그동안 굉장히 힘들었는데 자기 전에 올림픽을 뛰는 순간을 자기 전에 많이 상상한 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극적인 역전승부의 순간도 회상했다. 박상영은 “14-10(으로 뒤쳐진) 상황에서는 ‘천천히 하자. 급하다.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헝가리의 게자 임레)가 공격적인 선수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결승전에 대한 욕심 때문에 나도 모르게 급하게 공격을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가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14-10에서 연속 5득점하며 끝내 승부를 뒤집었다. 스물한 살 청년다운 톡톡 튀는 재치 넘치는 답변도 이어졌다. “올림픽은 꿈의 무대잖아요. 그 꿈을 생각하니까 안 그래도 꿈에서만 금메달을 세 번 땄었다”며 웃었다. 단체전에 대한 자신감을 묻는 질문에 박상영은 “저 원래 단체전 보고 (올림픽) 왔는데”라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여자친구와 다툰 상태라는 말에 “금메달을 땄으니 화해하느냐”고 묻자 “아직 단체전이 남아있다”며 취재진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예상 외의 부진에 빠진 한국 선수단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도 보냈다. 박상영은 “저번 런던(올림픽) 때도 4일 차부터 메달이 나왔던데 오늘이 4일 차다. 내일부터는 펜싱이 승승장구해서 다시 메달을 딸 것 같다”며 웃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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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역전극’ 랭킹 21위의 반란…박상영, 펜싱 남자 에페 금메달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스물 한 살 박상영이 극적인 역전 뒤집기로 한국 선수단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박상영은 헝가리의 게자 임레(42)에 15-14,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양궁 남·녀 단체에 이어 한국 선수단 세 번째 금메달이다. 런던올림픽 금메달 2, 은메달 1, 동메달 3개를 목에 걸며 효자종목으로 부상했던 펜싱은 박상영의 깜짝 활약으로 이번 대회 첫 메달을 수확했다. 초반 빠른 발을 살려 상대의 빈틈을 노리던 박상영은 오히려 임레의 한 템포 늦춘 공격에 공략당하며 끌려갔다. 경기 중반 한 때 9-9 동점을 만들었지만 끝내 10-14까지 몰리며 금메달을 내주는 듯 했다. 진짜 승부가 시작된 건 마지막 한 점에서였다. 14-14로 한 점만 내줘도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상황에서 박상영은 기습적인 찌르기로 대역전극을 마무리 했다. 메달의 색을 좌우한 결정적인 한 점이었다. 박상영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경기장 위에 무릎을 꿇고 환호성을 지르며 인생 첫 올림픽 메달의 순간을 만끽했다. 박상영은 경기 뒤 “(금메달은) 생각도 전혀 못했다. 세계인의 축제인만큼 즐기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인생 살면서 언제 또 올림픽을 뛰어보겠냐는 생각에 후회없는 경기를 하자고 생각했는데 행동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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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경 막히자… 힘 못 쓴 여자배구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경기였다. 40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세계랭킹 9위)은 9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A조 2차전에서 러시아(4위)에 1-3(23-25, 25-23, 23-25, 14-25)으로 패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올림픽에서 러시아전 8전 8패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이날 경기 시작부터 한국의 주포 김연경의 강타를 집중적으로 봉쇄했다. 1세트 첫 번째 공격부터 러시아의 블로킹 벽에 가로막힌 김연경은 이날 20득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15.56%까지 떨어졌다. 6일 일본전에서 기록했던 공격성공률(56.25%)의 약 4분의 1 수준이었다. 한국은 이동공격, 시간차 등 변칙공격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연경은 경기가 끝난 뒤 “힘든 경기였다. 195∼196cm 장신 3명이 블로킹하면 때리기 쉽지 않다. (나에 대한 집중 견제는) 앞으로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나한테 수비수가 몰리면 나머지 선수에게 기회가 있다는 점을 다른 선수들도 좀 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경과 함께 일본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양효진도 “(김연경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책임이 크다. 우리가 뚫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철 감독은 “졌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잘 싸워줬다”면서도 “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한 점의 중요성을 선수들이 알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1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11일 A조 최하위로 처진 아르헨티나(2패·12위)와 3차전을 치른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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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포’ 김연경 봉쇄당해 석패…女배구, 올림픽 러시아전 ‘8전 8패’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경기였다. 40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9위)은 9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A조 2차전에서 러시아(4위)에 1-3(23-25, 25-23, 23-25, 14-25)으로 패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올림픽에서 러시아전 8전 8패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이날 경기 시작부터 한국의 주포 김연경의 강타를 집중적으로 봉쇄했다. 1세트 첫번째 공격부터 러시아의 블로킹 벽에 가로 막힌 김연경은 이날 20득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15.56%까지 떨어졌다. 6일 일본전에서 기록했던 공격성공율(56.25%)의 약 4분의 1수준이었다. 한국은 이동공격, 시간차 등 변칙공격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연경은 경기가 끝난 뒤 “힘든 경기였다. 195~196㎝ 장신 3명이 블로킹하면 때리기 쉽지 않다. (나에 대한 집중견제는) 앞으로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나한테 수비수가 몰리면 나머지 선수에게 기회가 있다는 점을 다른 선수들도 좀 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경과 함께 일본 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양효진도 “(김연경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책임이 크다. 우리가 뚫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철 감독은 “졌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잘 싸워줬다”면서도 “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한 점의 중요성을 선수들이 알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1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11일 A조 최하위로 처진 아르헨티나(2패·12위)와 3차전을 치른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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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조 남북자매 ‘경기장 단짝’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 7일(현지 시간)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여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예선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이은주(17)가 선택한 음악이 아니었다. 같은 조에 속한 북한의 홍은정(27)이 고른 곡이었다. 홍은정은 이날 마루 종목에서 아리랑을 편곡한 음악을 배경으로 해서 경기를 펼쳤다. 조 추첨에서 혼합 그룹 1조에 함께 배정된 홍은정과 이은주는 예선이 진행되는 105분 동안 붙어 다녔다. 사흘 전 훈련 때도 두 선수는 함께 셀카를 찍는 등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었다. 당시 미국 야후스포츠는 두 선수가 함께한 모습을 전하며 ‘올림픽의 힘’을 언급하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뜀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홍은정은 리우 올림픽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시몬 바일스(19·미국)의 5관왕(4개 종목+개인종합) 달성을 견제할 대항마로 꼽힌다. 이날 홍은정은 이은주와 경기 내내 환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응원했다. 홍은정은 이은주가 경기를 마칠 때면 박수를 치며 격려했고 미끄럼 방지를 위해 손에 칠하는 탄산마그네슘을 건네기도 했다. 뜀틀 경기를 마친 뒤 한국의 최정열 코치가 손을 내밀자 함께 하이파이브를 한 홍은정은 “잘하라”는 최 코치의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은주는 경기를 마친 뒤 “(홍은정을) 아시아선수권 때 봤고 TV에서도 많이 봤는데 오늘도 실력이 대단했다. 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 종목인 뜀틀에 주력하기 위해 이날 뜀틀과 마루 두 종목에만 출전한 홍은정은 마루에서 12.533점으로 71위에 그쳤지만 뜀틀에서는 15.683점을 얻어 바일스(16.050점)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은주에게 이끌려 사진기자 앞에 섰던 홍은정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기자와 몇 차례 눈이 마주치자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은주는 이날 마루 12.566점(68위), 뜀틀 12.800점(78위), 이단평행봉 13.500점(57위), 평균대 12.533점(70위)을 기록해 각 종목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티켓 확보에 실패했다. 이은주는 개인종합에서도 예선 53위(51.399점)로 24위까지 나가는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고임(16)이 브라질 현지 훈련 중 왼팔 골절 부상을 입어 대신 출전 기회를 잡은 이은주는 “이렇게 올림픽에 나오게 될 줄 몰라 실감이 안 났다. 많이 떨렸는데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며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 경기에 90점을 줬다.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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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 러시아 꺾고 올림픽 8연패 위업 달성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8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도르무에서 열린 양궁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한러시아에 세트스코어 5-1(59-49, 55-51, 51-5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양궁 남자 단체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8연패째다. 2012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28)는 올림픽 2연패의 기록도 세웠다. 따라올 자가 없었다. 8강에서 일본, 4강에서 대만에 각각 세트스코어 5-1로 승리를 챙겼던 대표팀은 결승에서마저도 러시아에 5-1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1세트 10점, 2세트 4점 차로 승리했던 한국은 3세트에서 러시아와 비기며 4세트 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팀의 마지막 사수로 나선 기보배는 1,2세트에서 전부 10점을 기록하며 상대와의 격차를 벌려나갔다. 맏언니 장혜진(29)은 첫 번째 사수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고 막내 최미선(20)도 적재적소에 10점을 기록했다. 양창훈 양궁 여자대표팀 감독(46)은 “올림픽 8연패와 전날 남자 대표팀의 우승에 대한 부담감으로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선수들이 안 좋은 날씨에도 최고의 기량을 뽐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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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오늘만 산다”… 이 악문 그녀, 짜릿한 반전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나는 오늘만 산다.” 영화 ‘아저씨’(2010년)의 주인공 원빈이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남긴 대사다. 정보경(25·안산시청)은 6월 유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기다렸다는 듯 이 대사를 끄집어냈다. 대표팀 이원희 코치가 해 준 말이었지만 매트에 설 때마다 떠올린다고 했다. 자신도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오늘만 산다는 생각으로 4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정보경이 처음 나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겼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사격의 진종오와 유도의 세계 랭킹 1위 김원진이 노 메달에 그친 뒤에 나온 은메달이라 더 반가웠다. 한국 여자 유도가 올림픽 결승에 오른 것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0년 만이며 메달을 딴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세계 랭킹 9위 정보경은 7일 열린 여자 48kg급 8강전에서 세계 1위 몽흐바틴 우란체체그(몽골)를 꺾은 데 이어 준결승에서 다야리스 알바레스(쿠바)를 한판승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랭킹 3위 파울라 파레토(아르헨티나)를 넘지 못했다. 정보경은 지난해 8월 아스타나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도 파레토에게 유효패로 졌었다. 당시 금메달리스트도 파레토였다. 2011년 8월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한 정보경은 이듬해 2월 부다페스트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수준이 높은 대회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도 사실상 ‘깜짝 은메달’에 가깝다. 대회 직전 대한체육회가 만든 경기력 평가 분석에 따르면 정보경의 예상 성적은 입상권이 아닌 상위권이었다. 초등학교 때 ‘태권 소녀’였던 정보경은 경남 양산 웅상중에 입학한 뒤 선생님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여자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배상일 동해시청 감독은 “힘을 타고난 데다 기술도 좋아 언제든 상대를 메칠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경남체고에 다닐 때 십자인대가 끊어져 1년을 통째로 쉬었고, 경기대 3학년 때도 양 무릎을 크게 다쳐 오랜 시간 운동을 못한 탓에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4년 전 정보경은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정정연(29·포항시청)의 훈련 파트너였다. 정보경은 “당시 너무 서러웠다. 그래도 훈련 파트너로서 간접적으로나마 올림픽을 경험한 덕분에 나도 국가대표 1진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을 기념하기 위해 출국 일주일 전 머리를 염색했다는 정보경은 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가 터닝 포인트였다. 명단에 없었다가 운 좋게 기회를 얻었고 우승까지 차지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동안 남자 유도에 비해 여자 유도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내게도 기대를 안 했겠지만 매트 위에 설 때마다 ‘저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파레토를 상대로 방심하는 바람에 금메달은 놓쳤지만 끝까지 응원해 준 동료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꿈 얘기도 털어놨다. “브라질에 오기 2, 3주 전에 꾼 꿈인데 지금도 똑똑히 기억난다. 호랑이가 5마리 나왔는데 그 입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는 꿈이었다. 그때부터 왠지 느낌이 좋았다”고 전했다. 정보경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키(153cm)가 가장 작다. 하지만 자기 체중의 3.8배를 들어 올리는 괴력을 지녔다. 오늘만 산다는 각오로 땀을 흘린 결과다. 그 덕분에 정보경은 ‘리우의 작은 거인’으로 거듭났다.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windup@donga.com / 이승건 기자}

    •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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