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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여의대로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길이 1.5km에 이르는 여의대로 서울교 방향 5개 차로 가운데 3개는 개인·법인택시 수백 대가 점령했다.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여한 택시 운전사들의 차량이었다. 나머지 2개 차로에 차량이 몰려 여의대로 일대에선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경찰은 이날 택시 1400여 대가 여의도 일대에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는 ‘카풀(출퇴근 차량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운전사들이 이날 오후 국회 앞 의사당대로 8차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10월 18일과 11월 22일 대규모 집회를 연 데 이어 세 번째 집단행동을 벌인 것이다. 집회를 주최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단체는 전체 택시 운전사 27만 명의 3분의 1이 넘는 10만여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4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비공식 추산했다. 집회와 행진은 4시간 만에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택시 운전사들이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민들이 출퇴근길 불편을 겪었다. ○ 택시 운전사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하라” ‘열사 정신 계승’ ‘카풀 결사반대’라고 적힌 검은 머리띠를 두른 택시 운전사들은 “카카오 비호하는 청와대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이달 10일 택시 운전사 최모 씨(57)가 카풀 서비스 도입에 항의하면서 분신해 숨진 뒤 카카오모빌리티는 17일로 예정됐던 정식 카풀 서비스 도입을 연기했지만 시범 서비스는 계속 시행 중이다. 숨진 최 씨를 추모하는 의미로 집회 현장에는 꽃상여가 등장했고, 살풀이굿도 진행됐다. 주최 측은 결의문에서 “카카오 카풀이 공유경제란 미명으로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택시업계를 침탈하고 있다는 건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라며 “카카오는 시범 서비스를 비롯한 모든 카풀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임봉균 택시노조 국장은 “생존권을 뺏는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원들을 표로 죽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이 연단에서 발언하려 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플라스틱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마포대교에서 행진하던 운전사들이 정상 운행 중인 택시를 보고 “우리는 목숨 걸고 하는데 뭐 하는 짓이냐”며 달려들어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일도 있었다. 주최 측은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택시 1만 대를 동원해 국회를 포위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117개 중대 경력 8190여 명을 배치했지만 참가자들이 집회 이후 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인근까지 4km를 행진하는 동안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 전국 택시 운행률 전날 절반… 출퇴근길 불편 일부 택시 운전사들이 이날 오전 4시부터 24시간 운행을 중단하면서 출퇴근 시간 교통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평소 택시 10여 대가 줄지어 서 있던 서울역 인근 택시 승강장은 이날 오전 8시경 텅 빈 모습이었다. 출근하려고 택시를 기다리던 시민 10여 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다른 교통수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인근에서는 택시를 잡지 못한 시민 4명이 서로 행선지를 묻고 합승하는 일도 있었다.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병원에 가야 하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도와 달라”고 외치는 시민도 목격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국 택시 운행률을 오후 3시 기준 전날의 50%로 파악했다. 퇴근길 여의도역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오모 씨(38)는 “목발을 짚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택시 운전사들도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겠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모 씨(51)는 “카풀처럼 새로운 서비스에 자리를 내주지 않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며 “시민들을 담보로 잡고 실력 행사를 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택시를 잡는 게 어려워지자 시민들은 지하철과 버스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퇴근시간대가 되면서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는 이미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가 정류장에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각 지하철역도 승객들이 몰려 몸살을 앓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전국종합}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의 보일러를 감식한 경찰이 보일러 본체와 연결된 배기통 일부가 인위적으로 절단된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경찰은 연결부 일부가 잘려나간 배기통을 보일러에 끼워 넣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데다 이음매에 내열실리콘도 바르지 않아 그 틈으로 치명적인 일산화탄소가 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이 펜션 안전검사를 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건물 외부만 둘러본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 펜션 같은 농어촌 민박 내부의 보일러 점검은 민간 가스공급자에게 맡겨져 있다. 이들을 관리, 감독할 주체가 모호해 펜션의 가스 안전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일러 배기통 절단 흔적 정밀 감식 강원지방경찰청과 강릉경찰서는 보일러와 맞물리는 배기통 하단이 변형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보일러와 배기통의 연결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배기가스 대량 발생 등 이상 증세로 인해 배기통이 분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의 보일러는 2014년 펜션이 지어질 때 처음 설치됐다. 당시 펜션에 보일러를 납품했던 대리점 관계자는 본보 기자와 만나 “우리는 보일러를 배달만 해줬고 설치는 그쪽에서 알아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비전문가가 설치 편의를 위해 배기통을 절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법상 보일러와 배기통 이음매는 반드시 내열실리콘으로 마감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철끈과 나사로 고정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사고 펜션의 보일러에는 실리콘도, 철끈과 나사도 없었다.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는 보일러를 부실 점검·관리해도 처벌은 솜방망이다. 보일러를 부실 설치한 시공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이를 방치한 사용자는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지는 게 전부다.○ 보일러 점검 시스템도 ‘총체적 부실’ 이 같은 부실을 적발하는 점검 시스템도 먹통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숙박시설의 경우 내부 보일러 점검을 하지만 사고가 난 펜션은 현행법상 다가구주택으로 분류돼 있어 건물 외부의 가스계량기와 밸브 등만 살펴본다. 가스안전공사가 2016년부터 매년 이 펜션을 점검하면서 3년 연속 ‘적합’ 판정을 했던 이유다. 펜션 내부 보일러 점검은 가스공급업체가 하도록 돼 있다. 가스공급자들은 6개월에 한 번씩 보일러와 배관을 검사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가스공급업체들이 펜션 보일러를 제대로 점검하는지 관리, 감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감독 책임이 있지만 사실상 ‘눈 뜬 장님’이다. 경기도의 한 시 관계자는 “시가 가스공급업체들의 거래처 명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안전점검을 누락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LPG 공급업체 관계자는 “펜션에 손님이 있으면 안전점검을 못 하고 그냥 돌아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펜션에 가스를 공급해온 업체 역시 펜션 내 보일러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6월경 사고 펜션을 점검했는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농어촌 민박의 경우 대부분 영세 가스공급업체가 안전점검을 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다. 점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펜션과 같은 농어촌 민박은 전국 2만6000여 곳에 이른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매년 두 차례 지자체의 안전점검을 받는다. 하지만 이 점검에 가스 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아 점검을 하더라도 보일러 문제를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강릉=조동주 djc@donga.com / 고도예 / 세종=김준일 기자}

난민지위 인정 소송을 낸 이란인 모하미(가명·62) 씨는 2010년 3월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한국어를 전혀 못 했던 모하미 씨는 ‘2010. 3. 25 16:00 제1별관 202호 법정’이란 법원 통지서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통역인과 법원 앞에서 만나 함께 법정으로 가기로 했지만 몇 시간을 기다려도 통역인은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손짓 발짓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해 법정에 도착했을 때 재판은 이미 끝나 있었고, 소송은 종결됐다. 현행법은 당사자가 세 차례 법정에 무단으로 불출석하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모하미 씨는 법원 통지서를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온 면담 관련 서류로 착각하는 등의 이유로 이미 두 차례 법원에 나가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된 그는 2014년 4월부터 1년 동안 외국인보호소에 머물렀다. 법무부는 2015년 5월 그를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했다.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이 알려져 이슬람 국가인 고국에 돌아가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모하미 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모하미 씨는 매년 인도적 체류 자격을 갱신하면서 국내에 머물고 있다. 난민 신청자들에게 법원은 ‘최후의 보루’다. 법무부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외국인들이 이에 불복해 법원 판단을 구한다. 하지만 난민 신청자들에게 소송은 거대한 벽이다. 급하게 고국에서 빠져나오느라 빈손으로 한국에 도착한 사람들은 돈도 없고, 의사소통도 안 돼 도움을 받지 못한다. 더욱이 재판 관련 모든 서류는 번역본 없이 한국어로만 통지된다. 이렇다 보니 ‘나 홀로 깜깜이 소송’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난민 인정 소송을 냈던 에티오피아 출신 A 씨(34)는 지난해 2월 소송비용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받았다. A 씨가 소송비용인 인지대와 송달료 액수를 바꿔서 납부한 데다 납부 영수증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탓이었다. 법원은 소송비용을 내라고 재차 통지했지만 A 씨는 이를 이해하지 못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항소 기한이 2주간이라는 것을 몰라 뒤늦게 법원을 찾는 사례도 있다. 1심에서 패소한 태국인 B 씨는 올 6월 판결문을 받았다. 맨 뒷장엔 3mm 남짓한 작은 글씨로 ‘판결에 불복할 경우 2주 안에 원심 법원에 상고장을 송부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행정사에게 판결문 한 장당 3만 원씩 주고 번역을 맡겼지만 행정사는 안내문만 있는 마지막 장을 빼고 번역해 줬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난민 사건에서는 유독 기한을 넘겨 항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난민 신청자가 변호사 없이 소송을 벌여 전국 1심 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최근 5년간 1건도 없다. 같은 기간 1심에서 난민 인정된 53건은 모두 변호사의 조력을 받은 경우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에 영어나 아랍어 등 각국 언어로 통지문을 번역하라고 권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고 소송을 낸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법원의 통지를 이해하지 못해 출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소송 진행 상황을 영문 등 문자메시지로 알릴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단체가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해 11일 오후부터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택시 호출 거부 방침을 택시 운전사들에게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카풀 서비스 금지를 주장하며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10일 카풀 서비스 도입에 항의하며 법인택시 운전사 최모 씨(57)가 분신해 사망한 것을 계기로 택시업계가 카카오와 국회,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노량진역 3번 출구 인근의 택시정류장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 대여섯 명이 몰려 있었다. 카카오T 앱으로 호출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 빈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기자도 카카오T 앱을 통해 서울 광화문 방향으로 택시를 불렀지만, 10분 동안 응답하는 택시가 없었다. 그동안 정류장 근처에는 빈 택시 10여 대가 지나갔다. 카카오가 아닌 다른 회사의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해보니 2분 만에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호출에 응한 개인택시 운전사 유모 씨(62)는 “오후에 카카오T 앱을 휴대전화에서 삭제하자는 개인택시 조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카카오T 앱을 통해 광화문 방향 택시 호출이 들어온 건 봤지만 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호출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택시노조 등의 방침에 따르지 않고 카카오T 앱을 계속 이용한 택시 운전사들도 적지 않았다. 개인택시 운전사 이모 씨(58)는 “하루에 손님을 앱을 통해 7명, 길가에서 20여 명 태우고 월 200만 원 정도 번다”며 “이용객이 많은 카카오T 앱 호출을 거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카카오T 앱 호출에 응할지를 놓고 택시 운전사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목동에서는 한 개인택시 운전사가 ‘예약’ 표시등을 켜놓은 다른 택시를 향해 “혼자만 살자는 것이냐”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목격됐다. 강신표 택시노조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한민국 적폐 1호인 국회가 변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는다”며 “20일 차량 1만 대를 동원해 국회를 둘러싸고 마포대교와 서강대교를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고귀한 생명이 돌아가신 만큼 집회가 과격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이렇게 사나 (경찰에) 잡혀 죽으나 똑같은 삶”이라고 덧붙였다. 10월과 11월 택시 운전사들의 카풀 반대시위에서는 경찰과 충돌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몸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취지다. 택시단체들은 12일부터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천막 앞에 최 씨의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당초 카카오는 17일부터 카풀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었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카풀 서비스의 정식 서비스 개시 일정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열린 입장을 가지고 관계 기관과 택시업계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단체가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해 11일 오후부터 열흘 간 카카오T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한 택시 호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이들 단체는 카풀 서비스 금지를 주장하며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10일 카풀 서비스 도입에 항의하며 법인택시 운전기사 최모 씨(57)가 분신해 사망한 것을 계기로 택시업계가 카카오와 국회·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노량진역 3번 출구 인근의 택시 정류장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 대여섯 명이 몰려있었다. 카카오T 앱으로 호출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 빈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기자도 카카오T 앱을 통해 서울 광화문 방향으로 택시를 불렀지만, 10분 동안 응답하는 택시가 없었다. 그동안 정류장 근처에는 빈 택시 10여 대가 지나갔다. 카카오가 아닌 다른 회사의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해보니 2분 만에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호출에 응한 개인택시 운전사 유모 씨(62)는 “오후에 카카오T 앱을 휴대폰에서 삭제하자는 개인택시 조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카카오T 앱을 통해 광화문 방향 택시 호출이 들어온 건 봤지만 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호출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택시노조 등의 방침에 따르지 않고 카카오T 앱을 계속 이용한 택시기사들도 적지 않았다. 개인택시 운전자 이모 씨(58)는 “하루에 앱을 통해 7명, 길가에서 20여 명 정도 손님을 태우고 월 200만 원 정도 번다”며 “이용객이 많은 카카오T 앱 호출을 거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카카오T 앱 호출에 응할 지를 놓고 택시기사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목동에서는 한 개인택시 운전자가 ‘예약’ 표시 등을 켜놓은 다른 택시를 향해 “혼자만 살자는 것이냐”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목격됐다. 강신표 택시노조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한민국 적폐 1호인 국회가 변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는다”며 “20일 차량 1만 대를 동원해 국회를 둘러싸고 마포대교와 서강대교를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고귀한 생명이 돌아가신 만큼 집회가 과격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이렇게 사나 (경찰에) 잡혀 죽으나 똑같은 삶”이라고 덧붙였다. 10월과 11월 택시기사들의 카풀 반대시위에서는 경찰과 충돌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몸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취지다. 택시단체들은 12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천막 앞에 최 씨의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당초 카카오는 17일부터 카풀 정식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었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카풀 서비스의 정식 서비스 개시 일정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열린 입장을 가지고 관계 기관과 택시업계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고도예기자 yea@donga.com}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한 법인택시 운전사가 10일 이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졌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택시업계와 카카오 측의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신 택시 운전사 “카풀 서비스 저지해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여의2교 사거리에서 택시 운전사 최모 씨(57)가 온몸에 불을 붙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최 씨는 이날 오후 1시 59분경 조수석에 시너로 추정되는 기름통을 실은 채 국회 정문 앞에 나타났다. 차량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현장 경찰관이 택시를 검문하려 했지만 최 씨는 응하지 않은 채 차량을 몰고 이동했다. 이후 최 씨는 국회에서 500m 남짓 떨어진 사거리에 차량을 세우고 온몸에 기름을 끼얹은 뒤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를 발견한 경찰이 순찰차에 비치한 소화기로 택시 유리창을 깨고 급히 불을 껐지만, 최 씨는 이미 전신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최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후 2시 49분경 숨졌다. 최 씨는 이날 오전 자신이 소속된 택시회사 노조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카풀서비스를 불법으로 시범 실시해도 되는 거냐. 여의도에 가서 분신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전국택시노동조합 측은 최 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A4용지 크기 공책 두 장에 쓴 유서에는 “카풀?”이란 제목 아래 “카카오에서는 불법적인 카풀을 시행해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카풀의 취지를 호도하고 있다. 카풀이 저지되는 날까지 나의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택시(운전사)는 12시간 근무해도 5시간 근무로만 인정해준다. 불같이 일어나서 이번 기회에 택시 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이 한 몸 내던져 본다”고 적었다. 최 씨는 분신을 시도하기 전 국회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한 남성에게 각각 언론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쓴 유서 2통을 맡겼다고 한다. 택시노조 측은 이 가운데 언론사를 상대로 쓴 최 씨의 유서만 공개했다. ○택시노조, 강경투쟁 예고 택시노조 등 택시업계 4개 단체는 이달 20일 서울 시내에서 카풀 서비스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강경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 대기업이 택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카풀 영업을 금지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강력히 나설 것을 촉구하며 불법 카풀 서비스도 즉각 중단하고 철회하라”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강신표 택시노조 위원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성실하게 일해 온 최 씨가 카풀 시범 실시로 사망한 것”이라며 “20일 열리는 집회는 한층 과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택시 운전사들은 10월과 11월에 서울에서 카풀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카풀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택시 운전사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측은 난감한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 역시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면서도 “정식 서비스 출범 시기와 관련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카카오 측은 7일부터 카풀 운행 횟수를 하루 2회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카풀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식 서비스는 17일부터로 예정돼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생후 15개월 A 양의 비극은 올 7월 위탁모(베이비시터) 김모 씨(38)의 손에 맡겨지면서 시작됐다. 생활고 때문에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던 A 양 부모는 ‘육아 경험 다수’라고 김 씨가 인터넷 게시판에 쓴 글을 믿었다. 김 씨에게 매달 40만 원을 주고 주말에 A 양을 맡겼다. 평일에는 24시간 운영되는 어린이집에서 A 양을 보육했다. 하지만 김 씨는 열흘 동안 A 양에게 하루 한 끼만 주고 때리는 등 학대했다. 폭행으로 뇌사에 빠졌던 A 양은 지난달 10일 결국 숨졌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강수산나)는 A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또 다른 영아 2명을 학대한 혐의(아동학대처벌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로 김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씨와 같은 민간 위탁모를 관리 감독할 법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 뜨거운 물에 담그고 ‘물고문’까지 A 양이 설사 증세로 10월 5일부터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김 씨가 주중에도 보육을 맡은 것이 발단이었다. 김 씨는 검찰에서 “올 10월부터 5명의 아이를 동시에 돌보게 돼 육아 스트레스가 커졌다”며 “A 양이 설사를 해 어린이집에 못 가는 바람에 화가 나서 때렸다”고 자백했다. 김 씨는 같은 달 12일부터 열흘 동안 A 양에게 하루에 한 끼만 주고 수시로 발길질을 했다. A 양 또래에게 권장되는 양의 절반 정도인 우유 200cc만 주는 날도 있었다. 같은 달 21일에는 폭행을 당한 A 양이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지만 내버려뒀다. 32시간이 흐른 뒤에야 A 양을 병원에 데려갔지만, A 양은 이미 뇌의 80%가 손상된 상태였다. 의료진의 신고로 시작된 수사에서 김 씨의 범행이 추가로 드러났다. 김 씨가 2016년 3월 생후 18개월 B 군을 뜨거운 물에 담가 얼굴과 가슴, 목에 2도 화상을 입힌 사실이 드러났다. 김 씨 휴대전화에서는 올 10월 생후 12개월 C 양의 머리를 3차례 욕조물에 담가 ‘물고문’을 한 영상이 복원됐다. 김 씨는 검찰에서 “B 군과 C 양의 부모가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비극을 막을 기회는 있었다. A 양 사고가 벌어지기 전 김 씨와 다른 영아들을 학대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총 5차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됐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아동보호기관은 ‘위탁모와 아이 사이에 애착관계가 형성돼 있고 영양 불량 등 학대로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사 의뢰하지 않았다. 경찰에 현장 동행 조사를 요청했지만 ‘출동할 인력이 없다’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 우울증 이력 있는데도 위탁모 활동 김 씨는 10여 년 전 우울증으로 자해를 시도해 3개월간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아무 제약 없이 2012년부터 매년 5, 6명씩 영유아를 돌보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부모들에게 범죄경력조회서나 보육교사 자격증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민간 위탁모란 인터넷 등으로 부모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아동을 자택에서 맡아 기르는 사람을 가리킨다. 부모가 수감되거나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등 아동을 기를 수 없을 때 일시적으로 아동을 다른 가정에 맡기는 가정위탁아동 제도의 ‘위탁부모’와는 다르다. 위탁부모는 선정부터 활동까지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고, 지자체를 통해 양육보조금을 받는다. 선정 과정에서 자격 심사를 하고, 1년에 한번씩 위탁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시한다. 하지만 민간 위탁모는 아동을 돌보는 과정에서 관리나 감독을 전혀 받지 않는다. 때문에 김 씨도 아무 제약 없이 인터넷 위탁모 구직 사이트를 통해 부모와 가격을 합의한 뒤 아이들을 자신의 자택에서 보육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최소한 등록제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 위탁모도 신체 및 정신건강 검증 결과나 범죄경력조회서 등을 등록해야 보육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독방을 주고 개별 강습을 하자.”(A 교수) “독방을 주는 건 특혜 같다. 기존처럼 강의실에서 수업해야 한다.”(B 교수) 올 8월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교수 30여 명은 2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내년 3월 홀로 연수생으로 입소할 조우상 씨(33)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가 주제였다. 조 씨를 외부 기관이 아닌 연수원에서 교육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강의 방법에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1971년 이래 법조인을 양성해왔던 사법연수원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4일 사법연수원 등에 따르면 한 해에 많게는 1000여 명을 교육했던 사법연수원이 내년에는 ‘끝둥이’ 입소자 한 명을 ‘개인교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1명만 사법연수원 입소 제57회 사법시험 합격자인 조 씨는 2015년 11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곧바로 입대했다. 만 30세의 나이로 더는 군복무를 미룰 수 없었다. 군 복무 도중 연수원에 들어갈 수 없어 내년 3월 연수원 50기로 입소할 예정이다. 지난해 합격한 사법시험 59회 합격자 61명이 올 초 연수원 49기로 입소했기 때문에 조 씨는 이들보다 사시 기수로는 선배, 연수원 기수로는 후배가 된다. 연수원은 2년제 과정이다. 내년에 49기 61명은 2년 차 과정 교육을 받고, 1년 차 과정에는 조 씨밖에 없게 된다. 조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연수원 교육을 잘 받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며 “홀로 연수를 받는다는 게 감이 안 잡히지만 좋은 법조인이 되기 위한 밑바탕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일본 도쿄(東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2011년 일본 사법시험에도 합격한 경력이 있다. 조 씨 외에 사시 합격 뒤 연수원 교육을 받지 않은 유예자는 2명이 더 있지만 이들은 입소 가능성이 낮다. 유예자 중 한 명은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59)이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1981년부터 사법시험 최종시험(면접)에서 두 차례 낙방했던 한 원장은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권고로 법무부가 실시한 최종 시험에 합격했다. 한 원장은 “명예 회복을 하기 위해 최종 시험에 응시했지만 합격 당시 서울대 교수였기 때문에 연수원에 입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예자는 개인 사정으로 입소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교육방식 변경 불가피 연수원은 평가 방식부터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반 법률 과목은 상대평가를 했지만 조 씨는 절대평가를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일정 점수를 취득해야 시험에 통과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할지, 성적에 따라 ‘A∼D’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연수원은 동영상 강의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모의재판 등 단체 실무수습은 이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연수원은 조 씨를 1년간 교육한 뒤 일선 변호사 사무실 또는 법원으로 보내 1년 동안 실무수습을 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수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올 1월부터 2761명의 현직 법관을 대상으로 60개 과정 연수를 진행해온 연수원은 내년에는 법관 연수 과정을 70개로 늘릴 예정이다. 국선전담변호사와 회생위원 등을 위한 연수 과정도 개설할 방침이다. 외국 법관들과 교류하거나 일선 법학전문대학원에 출강을 하는 업무도 유지한다. 하지만 연수원 교수 수나 예산은 줄어들 수 있다. 연수원 관계자는 “내년에는 30여 명의 교수가 연수원에 남아있을 예정”이라며 “학생 교육 외에 다른 업무도 중복으로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5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이 1일 강행하겠다고 예고한 ‘국회 포위 행진’을 법원이 불허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30일 경찰의 국회 주변 윤중로 행진 금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주최 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히 서강대로 남단부터 의원회관 교차로까지 U자 형태 윤중로에서의 행진을 모두 불허했다. 재판부는 “국회 정문 쪽 국회대로에 이어 윤중로에서도 시위를 한다면 국회 담장 전체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기국회 회기 중인 국회의 헌법적 기능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주최 측은 경찰이 허용한 국회대로 일부 구간에서만 행진할 수 있다. 만약 주최 측이 불허 구간에서 행진을 강행할 경우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고도예 yea@donga.com·김윤수 기자}

한국진보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5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이 다음 달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의사당대로 전 차로를 막고 대규모 집회를 연다. 여의도 일대 교통이 마비되면서 주말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의사당대로 왕복 8차로를 막고 전국민중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집회에 2만5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국회를 둘러싸는 형태로 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주최 측은 집회를 마친 뒤 국회 앞 왕복 9차로 국회대로에서 양방향으로 행진하고, 국회 뒤편 여의서로와 윤중로 일대에서도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의 대열을 나눠 국회를 포위하는 형태로 행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27일 기자회견에서 “학익진(鶴翼陣·학이 날개를 편 듯 진을 침)처럼 국회 좌우 방향으로 갈라졌다가 돌아 나오는 행진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최 측의 계획대로 행진이 진행될지는 미정이다. 경찰은 행진 경로 일부를 제한해 국회대로는 일부 차로만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중공동행동은 2015년 11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인 ‘민중총궐기투쟁본부’를 재편한 조직이다. 이들은 집회에서 정부가 노동 공약 등을 지키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규탄할 예정이다. 박 상임대표는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1일 국회 일대를 지나는 8개 노선의 서울 시내버스는 다른 길로 우회할 예정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방탈출카페’. 게임이 시작되자 카페 직원은 밖에서 방문을 잠갔다. 방 내부는 다시 3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본보 기자를 포함한 일행 3명 가운데 1명은 손목에 수갑을 차고 방 안에 있는 철창 감옥에 갇혔다. 나머지 2명은 불이 꺼진 방에서 손전등을 비춰 가며 퀴즈를 찾았다. 퀴즈의 답을 풀어야 감옥 열쇠를 찾을 수 있고, 다른 작은 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직원이 폐쇄회로(CC)TV로 방 안을 보고 있다가 퀴즈를 모두 푼 것이 확인되면 밖에서 문을 열어주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 불이 났다고 가정하고 탈출을 시도했다. 일행이 스스로 방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감옥 안에 갇힌 사람은 철창을 뛰어넘기 어려웠다. 방 안에 놓인 컴퓨터로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화재 발생 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5분. 하지만 직원이 방 안으로 들어와 철창문을 여는 데 7분가량 걸렸다. 더욱이 이 방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이 소화기만 한 대 놓여 있었다. 이 업소를 포함해 서울 중구와 종로구, 마포구 일대 방탈출카페 6곳 등 신종 놀이시설 10곳을 살펴봤다. 대부분 불이 났을 때 이용객들이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워 화재 대비에 취약한 상태였다. ○ 스프링클러도, 탈출구도 없는 신종 업소들 이날 살펴본 방탈출카페들 가운데 각 방에 비상탈출구가 마련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서울 중구의 한 방탈출카페에는 이용객이 비상시 스스로 방문을 열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 방마다 스프링클러나 소화기도 없었다. 직원은 “불이 나면 밖에서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연기가 들어차면 직원이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비상시 방문을 열 수 있더라도 이용객들이 대피하기는 쉽지 않다. 방 여러 개가 미로처럼 이어진 방탈출카페의 구조 탓이다. 한 업소는 이용객들이 3m 높이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퀴즈를 풀고 다음 방으로 이동하게 돼 있다.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각 방을 거쳐 계단을 내려오는 데 5분가량 걸렸다. 마포구의 한 방탈출카페 건물에는 화재가 날 때 비상벨이 울리지 않도록 소화전의 전선이 모두 뽑혀 있었다. 서울 명동의 방탈출카페 방 안에는 전기난로가 놓여 있었다. 더구나 불에 타기 쉬운 목재 가구가 여러 개 있었다. 방탈출카페 이용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에는 적어도 144개의 방탈출카페가 있다. 5개 업소 이상 가입한 프랜차이즈 소속 업소만 조사한 것이라 실제론 이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밀폐된 방 안에서 비비탄 총을 쏘는 서울의 한 ‘비비탄 사격장’에는 가게 정문 외에 별도의 비상구가 없었다. 건물 1, 2층에 음식점이 있어 화재 위험성이 있었지만 이 업소 내부에 스프링클러나 소화기는 없었다. 방 안에 들어가 폐가전제품을 부수는 서울의 ‘스트레스 해소방’ 등 다른 업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다중이용업소에서 빠져 소방점검 안 받아 현행 다중이용업소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은 ‘노래방’ ‘골프연습장’ 등 총 23개 업종을 다중이용업소로 정하고 있다. 이들 업종의 업주들은 비상구나 스프링클러 등을 갖추고 안전점검을 받을 의무가 있다. 하지만 방탈출카페 등 신종 업소들은 다중이용업소로 지정돼 있지 않다. ‘소방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신종 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자유업’으로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의 설비를 갖추지 않고도 영업할 수 있다. 소방당국 역시 소방설비를 갖추라고 권고할 뿐 과태료를 부과할 순 없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사고 등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종 업소들을 다중이용업소로 지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내년까지 진행되는 화재안전특별조사에서 신종 업소에 대해서도 화재 안전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재 위험이 있는 업종을 즉각 다중이용업소로 지정해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청은 지하에 위치하거나 밀폐돼 있는 등 화재 위험이 있는 공간에 대해 명확한 위험성 판단 기준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다중이용업소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국내의 우수한 치안력을 세계에 전파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3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A게이트 앞. 한국인 최초의 인터폴 수장이 된 김종양 신임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신임 총재(57)가 입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힘찬 목소리로 당선 소감을 밝혔다. 푸른 셔츠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김 총재는 기자회견 내내 함박웃음을 띠었다. 김 총재는 “한국 경찰 경쟁력은 국제적으로 거의 톱클래스”라며 “대한민국 경찰을 대표해 국제무대에서 새롭게 평가받았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 등 해외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 혐의자의 사건을 들여다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세계 인터폴 대표여서 한국 문제만 살펴볼 수는 없겠지만 국외 도피 사범을 소환하는 데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김 총재는 인터폴 194개 회원국의 치안력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회원국 경찰의 시스템이 비슷해야 제대로 된 협력과 공조를 할 수 있다”며 “첨단화된 범죄 예방 기술을 도입해 공유하는 것도 인터폴 역할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입국 기자회견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전했다. 축사에는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막중한 임무가 부여됐다. 정부도 함께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민 청장이 김 총재에게 거수경례를 하자 김 총재도 엷게 웃으며 경례로 화답했다. 비상근직인 김 총재는 총회와 집행위원회 회의가 열릴 때를 제외하고는 국내에 머물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김 총재는 전임자인 멍훙웨이(孟宏偉·64) 전 총재가 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돼 사임하면서 지난달부터 총재 권한대행을 맡아왔다. 총재 임기는 4년이지만 김 총재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인 2020년 11월까지만 직을 맡는다. 김 총재는 1985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92년 고시 특별채용(경정)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관, 경찰청 핵안보기획단장,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거친 경찰 내 대표적 ‘외사통’이다. 인천=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택시 운전사들이 22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출퇴근 차량공유)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두 번째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지난달 18일 첫 집회를 연 지 35일 만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업계 4개 단체로 구성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차로 8개 차로에서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4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최대 2만 명가량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붉은색 머리띠를 두른 참가자들은 “서민 택시 파탄 주범 불법 카풀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택시 운전사 15명은 ‘출퇴근 시간에 한해 유상 카풀을 허용한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조항을 삭제해 카풀 서비스를 막아 달라’며 삭발을 단행했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위원장은 “법규정에는 출퇴근 시간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어 택시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고 했다. 비대위는 결의문에서 “카풀앱은 여객법에 규정된 카풀 취지와는 거리가 먼 불법행위”라며 “4개 단체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유상 카풀을 허용한 법조항을 삭제하는 등 3개 법률 개정안을 소위에 회부했다. 반면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스마트모빌리티포럼은 이날 성명서에서 “카풀 전면 금지는 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며 “국민 교통 편익은 기존 산업과 신규 산업의 양 수레바퀴가 모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행법상) 카풀 이용자는 24시간 카풀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운전자는 하루 두 번만 가능하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이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앞에서는 농민 500여 명이 모여 쌀 80kg의 목표가격을 정부와 여당이 정한 19만6000원에서 24만 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19만6000원으로 인상할 경우 밥 한 공기(쌀 100g 기준)는 245원”이라며 “300원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도예 yea@donga.com·신무경·강성휘 기자}

“‘자리를 치워 달라’고 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억울함이 들었다.” 서울 강서구의 PC방 앞에서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20)를 살해한 김성수(29)가 21일 범행 당시 상황과 범행 동기를 자세히 밝혔다. 지난달 22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갈 때 “죄송하다”며 짧게 말했던 것에 비해 이날은 작심한 듯 때론 심호흡을 해가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모습이었다. 김성수는 21일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되면서 “유가족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발언의 상당 부분은 변명이었다. 그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리를 치워 달라고 했는데 (피해자) 표정이 안 좋았다”며 “‘왜 그런 표정이냐’고 물으니 피해자가 ‘왜 시비냐’고 반말하며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가 ‘내 아버지가 경찰인데 네가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한 게 내 머릿속에 남았다”고 강변했다. 김성수는 지난달 15일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도 비슷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아버지는 전·현직 경찰관이 아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성수의 동생 A 씨(27)도 형과 함께 신 씨를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로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1분 분량의 폐쇄회로(CC)TV를 보면 김성수는 지난달 14일 오전 8시 17분경 PC방 건물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피해자 신 씨를 여러 차례 주먹으로 때렸다. 폭행 장면을 7초가량 지켜보던 A 씨는 신 씨의 뒤로 가서 허리춤을 붙잡고 8초 동안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A 씨는 “싸움을 말리기 위해 가까이에 있던 신 씨부터 잡아당긴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말릴 의도였다면 형을 잡아당기거나 형과 피해자 사이에 끼어 들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9년 10월 김성수가 A 씨와 함께 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도 고려됐다. 하지만 경찰은 A 씨에게 살인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분석 결과 김성수가 피해자를 밀친 이후 흉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 동생은 형을 제지하는 등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신 씨 유족 측 김호인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유족들은 ‘(신 씨가) 서 있는 상황에서 (김성수가)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철저한 추가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촛불을 들고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노동 존중 사회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이 정부가 딱 그런 모습이다.” 빗방울이 떨어진 21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엄미경 부위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조합원들은 ‘노동법 전면 개정’ ‘노동 사법 적폐 청산’ 등이 쓰인 팻말을 흔들며 “탄력근로제 저지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1만여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국회 앞 100m 지점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82개 중대 6560명을 배치했다. 집회는 1시간 50분 만에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지만 8차로 중 4개 차로를 통제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들’만의 총파업 민노총은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번 파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노총이 주도한 첫 전국 단위 총파업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사회적 총파업’을 열었지만 당시 비정규직 2만여 명만 참여해 그 규모가 미미했다. 당초 민노총이 총파업의 이유로 내세운 건 △적폐 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 대개혁 등이었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선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에 집중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여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노동계를 겁박하고 밀어붙이려 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기계를 멈추고 일손을 멈추겠다”고 경고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민들은 늑대정권을 몰아냈더니 여우정권이 들어섰다고 한다”며 비판했다. 민노총은 이날 전국 109개 사업장에서 16만 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전국 80여 개 사업장에서 9만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혀 규모 차이가 컸다. 총파업은 민노총의 최대 사업장인 현대·기아자동차 노조가 주도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국내 모든 공장에서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정부가 추산한 총파업 참여 인원 중 현대차(4만8000여 명)와 기아차 조합원(2만9000여 명)이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민노총 조합원은 지난달 기준 약 84만 명. 국내 전체 근로자 2000만 명의 4% 남짓에 불과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 출범의 주역이라고 생각하는 민노총은 정부가 친(親)시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을 우려해 총파업을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노총 총파업 잘했다”는 경사노위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민노총 총파업을 두고 “잘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문 위원장은 이날 사회연대포럼 토론회에 참석해 “오늘 (민노총의) 투쟁 대오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중심이 된 투쟁”이라며 “(민노총의) 총파업,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민노총 출신이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도 대부분 노동운동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야가 한목소리로 총파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가운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의 수장이 불법 파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문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에 “민노총이 22일 열리는 경사노위 첫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의제·업종별 위원회나 특위에는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민노총을 끝까지 달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5분경 경북 김천시청 정문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민노총 노조원 A 씨(58)가 시청 공무원 B 씨(37)를 폭행해 경찰이 조사 중이다. “화장실을 가겠다”며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던 A 씨는 “청사 밖에 설치된 화장실을 이용하라”며 막은 B 씨의 뺨을 손으로 두 차례 때렸다. B 씨는 인근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박은서 clue@donga.com·고도예 / 김천=장영훈 기자}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51·구속)는 12일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결백을 주장했다.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황만으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는 게 A 씨 측 주장이다. 본보는 2005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선고된 전국 중고등학교 교사 학사비리 사건 14건의 판결문 23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12건에서는 물증 없이 정황과 자백만으로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에 넘겨진 교사 23명은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학사비리는 물증을 찾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서울의 한 여고 수학교사는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하면서 숫자만 교묘하게 바꿔 예상문제처럼 편집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출제위원이었던 한 교사는 출제 지문을 기억해뒀다가 이를 학원 강사에게 전달했다. 이런 사건에서는 교사 본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수법을 알아내기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14건 중 11건에서는 물증이 아닌 교사 본인의 자백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공범이 먼저 실토하면 교사가 자백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숙명여고 사건에서는 공범으로 입건된 A 씨와 쌍둥이 딸이 한 가족이다. 어느 한쪽의 자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원은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서 정답이 적힌 공책 등 정황에 기초해 교사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선례가 있다. 과외 교사인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서울 송파구의 사립고 교사 B 씨는 2016년 대법원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시험 정답이 빼곡하게 적힌 과외 학생의 공책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업무방해 혐의를 받았던 B 씨와 딸은 “우연히 시험에 나올 문제를 적중해서 가르쳤을 뿐 시험지를 유출한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참고서 내용 가운데 실제 문제로 출제된 단어만 별도로 필기돼 있고, 정답만 따로 모아 정리돼 있다”며 모녀가 시험문제를 유출했다고 인정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학사비리에 연루된 교사 23명 중 8명에게는 징역 1∼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특히 금품을 받고 범행한 교사 5명은 모두 실형 판결을 받았다. 개인적 이익을 챙길 의도가 아니었고 범행으로 교직에서 물러났다면 집행유예(9명)나 벌금형(6명)이 내려지기도 했다. 자녀를 위해 범행한 교사가 집행유예로 선처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2014년 울산의 한 사립여고 교사 C 씨는 딸의 내신 성적을 조작한 혐의가 인정됐지만 실형 대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딸이 입은 상처가 C 씨에게 더욱 가혹한 형벌이 됐을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A 씨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사건으로 내신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점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정신감정 결과가 처음 나왔다. 법무부는 15일 “김성수가 우울증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 왔지만 범행 당시의 치료 경과 등에 비춰 봤을 때 정신병적 상태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 입소한 김성수의 정신감정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시하라고 지시한 지 24일 만이다. 통상 한 달이 소요되는 전례를 고려하면 비교적 신속하게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국립법무병원은 김성수의 정신감정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감정 전문 요원을 지정하고 인성검사와 전문의 면담, 행동 관찰 등을 실시했다. 이날 감정 결과로 향후 재판부가 김성수의 정신병력이 범행과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만약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하면 양형기준에 따라 형량이 절반가량 줄어들 수 있다. 한편 피해자 신모 씨(21)의 유족과 변호인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수의 동생 김모 씨(27)를 살인 혐의의 공범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김호인 변호사는 “현장 영상을 보면 동생이 피해자를 잡고 있고 김성수가 피해자 뒷덜미 쪽을 망치질하듯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김성수가 칼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피해자의 뒤통수와 목 뒷덜미 부위에 다수의 상처가 발견됐다는 부검감정서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동생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가 아닌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법무병원에서 김성수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고도예 기자}
9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고시원 3층. 거주자들이 복도에 널어놓은 빨래 사이로 초록색 비상구 표시가 어렴풋이 보였다. 하지만 말만 비상구일 뿐 문을 열어 보니 밖으로 대피할 계단은 없었다. 성인 2, 3명이 서 있을 만한 크기의 철제 발코니만 덩그러니 있었다. 이날 화재가 난 국일고시원처럼 출입구가 불길로 막히면 꼼짝없이 화마에 갇히는 구조였다. 본보가 이날 살펴본 서울 종로구 일대의 노후 고시원 6곳은 대피로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2곳에는 비상구가 아예 없었고, 2곳은 비상구 문이 잠겨 있어 비상구를 이용할 수 있는 고시원은 2곳에 불과했다. 건물 5층에 위치한 한 고시원의 비상구 문을 열자 창문과 내부형 완강기가 있었다. 하지만 창문에 테이프가 겹겹이 붙어 있어 열기 어려웠다. 객실 50여 개가 있는 다른 고시원에는 철제 비상계단이 있었지만 평상시에도 쉽게 내려갈 수 없을 만큼 가팔랐다. 또 대부분 방 안의 작은 불씨가 건물 전체로 옮겨붙기 쉬운 벌집형 구조였다.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는 5m²(약 1.5평) 남짓한 객실 30개가 50cm 간격으로 붙어 있었다. 고시원 운영자 김모 씨(50·여)는 “이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며 “슬레이트나 석고로 방을 여러 개로 쪼갠 곳들이 있는데 그런 곳에선 목숨을 내놓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낙원동의 한 고시원에는 창고 깊숙한 곳에 먼지 쌓인 소화기가 놓여 있었다. 제조연도는 2004년. 소화기는 제조 후 10년이 지나면 교체하거나 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그런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고시원에서 작은 화재만 일어나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고시원에서 31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인천의 한 교회 목사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러 명의 여성 신도에게 수년간 ‘그루밍(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여성 신도 A 씨(23) 등 5명은 2010년부터 8년여 동안 B 목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 목사가 “결혼하자” “스승과 제자 사이를 뛰어넘고 싶다”고 말하면서 연인처럼 굴었고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 중 4명은 성폭력 당시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신도들을 대변하는 정혜민 목사는 “B 목사가 한부모 가정이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피해자 중 일부는 성관계를 거부했지만 ‘혼전 순결을 꼭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B 목사의 말에 회유당했다”고 말했다. 여성 신도들은 B 목사가 지난해 6월 자신들과 만나 성관계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여성 신도들 측 김디모데 목사는 “당시 여성 신도들이 ‘목사님 저 모텔 데려가셨잖아요’라고 묻자 김 목사가 ‘내가 죽을죄를 졌다’고 답한 녹취파일이 있다”며 “B 목사가 아이들의 신체 사진을 요구한 문자메시지도 남아 있다”고 했다. 경찰은 B 목사를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9일 정 목사를 불러 여성 신도 측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B 목사가 소속된 노회에 B 목사 면직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B 목사의 한 친척은 본보 기자와 만나 “여성 신도들이 사실과 다른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을 수사한 경찰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이틀 만에 철회했다. 이 지사 측 백종덕 변호사는 6일 오전 11시 수원지검에서 “이 지사를 수사한 경찰관들을 고발하려고 했지만 조금 전 당에서 고발하지 말 것을 공식 요청해 대승적으로 수용했다. 이는 이 지사의 뜻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당초 백 변호사는 경기 분당경찰서 서장과 수사과장 등 4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수원지검으로 갔다. 백 변호사는 “(경찰을)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하려 했다”며 “경찰 내 일부 비상식적 수사 행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별도 문자를 보내 “이해찬 대표가 오늘 오전 이 지사에게 ‘경찰을 고발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으니 다시 검토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지사는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사경찰과 지휘라인은 권한을 남용하고 정치 편향적 사건 조작으로 촛불정부 경찰의 명예와 권위를 훼손하고 적폐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고발인 유착 등 4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배우 김부선 씨(57)가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송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성남지청은 1일 분당경찰서에서 송치받은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직권남용 등 7개 혐의와 함께 ‘여배우 스캔들’ 의혹 수사도 맡게 됐다. 수원=이경진 lkj@donga.com / 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