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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과 관련해 ‘파란색은 행운을 부른다’란 말이 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선수가 우승한다는 속설이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의 타라 리핀스키(미국)를 시작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의 세라 휴스(미국), 2006년 토리노 대회의 아라카와 시즈카(일본)가 모두 푸른색 계열의 드레스를 입고 우승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도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김연아를 도왔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도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그렇지만 김연아는 이번 소치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는 검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의상을 입는다. 그는 “밴쿠버 때 푸른색을 입은 건 징크스 같은 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미 한 번 했으니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밴쿠버 대회 때 간절히 금메달을 원했던 김연아는 항상 손에 끼던 묵주반지의 색깔에도 신경을 썼다. 묵주반지를 한국에 놓고 온 김연아는 캐나다 현지에서 평소 끼던 금색 반지를 구입하려다 오서 코치의 조언에 따라 은색 반지를 샀다. 금메달을 연상케 하는 물건이 부정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소치 올림픽을 앞둔 김연아는 모든 것에 초연한 모습이다. “부담 없이 마음 편하게 즐기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휴식일이었던 15일에는 이상화(25·서울시청), 박승희(22·화성시청) 등과 함께 쇼트트랙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했다. 쇼트프로그램 때는 노란빛이 감도는 ‘올리브 그린’ 색상 드레스를 입는다. 반면 밴쿠버 대회 때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빨간색 드레스를 입었던 아사다 마오(24)는 이번 올림픽 프리 때는 푸른색 드레스를 입기로 했다. 그렇지만 아사다에게는 또 하나의 징크스가 따라다닌다. 역대 여자 싱글에서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주제곡으로 사용해 우승한 선수가 없다. 그런데 아사다는 밴쿠버 대회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프리스케이팅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선율에 맞춰 연기를 한다. 아사다의 주무기는 트리플 악셀인데 역대로 트리플 악셀을 뛰어서 우승한 선수도 없다. 김연아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나오는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로 변신한다. 당연히 빨간색 의상이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리프니츠카야가 직접 이 곡을 골랐다. 코치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며 반대했지만 리프니츠카야가 끝까지 고집을 부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한편 17일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조 추첨에서 김연아는 3조 5번째에 해당하는 17번을 뽑으며 자신이 싫어하는 조 마지막 순서를 피했다. 김연아는 관계자를 통해 “조 추첨 결과가 나쁘진 않다”라고 전했다. 김연아와 함께 출전하는 박소연(17·신목고)은 1조 두 번째, 김해진(17·과천고)은 2조 다섯 번째를 각각 뽑았다. 아사다는 30번으로 마지막 조의 마지막 순서를 받았다. 리프니츠카야는 5조 첫 번째로 연기한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은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2시 24분에 시작할 예정이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운동을 너무 하고 싶었고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그 때문에 내가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러시아에 오게 됐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는 1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 내내 담담하면서도 또박또박한 어투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안현수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그의 귀화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에 “저도 많은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얘기하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곧이어 “파벌 싸움 때문에 귀화를 한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저를 위해서, 운동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건, 다 잊고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귀화했다. 이로 인해 (한국 빙상에 대해) 안 좋은 기사가 나는 걸 원치 않는다. 한국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다.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이런 일 때문에 후배들한테도 많이 미안하다. 앞으로 그런 기사들이 안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잡지 맥심코리아가 9일부터 온라인에서 설문한 결과 16일 오후 10시 반 현재 응답자 2519명 중 2186명(86.8%)이 한국 대표와 안현수가 경합하면 안현수를 응원하겠다고 답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소치 겨울올림픽에는 71명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가 출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2연패를 노리는 김연아,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빙판 위의 우생순’ 컬링 여자 대표팀 등…. 하지만 관심은 온통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에게 쏠려 있다. 인터넷에서는 난리다. 파벌 싸움으로 얼룩진 한국 빙상계가 세계적인 선수의 앞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안현수가 한국을 버리고 러시아를 택했다는 것이다. 》○ 파벌 다툼 있었나? 파벌 논란이 불거진 건 안현수가 토리노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목에 건 두 달 뒤였다. 2006년 4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자 3000m 슈퍼파이널 결승에서 사달이 났다. 안현수가 앞서 가던 오세종과 이호석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신체접촉으로 오세종은 중심을 잃었고, 이호석은 넘어졌다. 1위로 달리던 이호석은 결승선 골인을 한 바퀴도 남기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호석은 5위에 그쳤고, 안현수는 실격됐다. 오세종은 동메달을 땄다. 경기 직후 ‘파벌이 나뉜 한국 선수끼리 과잉 경쟁을 벌이다 나라 망신을 시켰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안현수는 당시 한국체대를 다니던 일명 ‘한체대파’였다. 동두천시청과 경희대 소속이던 오세종과 이호석은 ‘비한체대파’였다. 이들은 같은 대표팀이었지만 서로 다른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서로 대화도 없었고 밥도 따로 먹었다. 안현수는 당시 한 선배의 미니홈페이지에 “같은 시간에 운동해도 말 한마디 없다”고 썼다. 이호석은 “만일 같은 팀 선수였다면 그렇게 무리한 레이스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안현수는 2006년 세계선수권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며 개인 종합 1위에 올랐다. ○ 짬짜미(순위 담합) 논란 2006년 4월 당시 대표팀 선수들이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안현수의 아버지와 대한빙상경기연맹 임원 간의 몸싸움이 있었다. 아버지는 안현수가 오세종과 이호석 때문에 레이스에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호석의 어머니는 “안현수가 이성을 잃고 애를 그냥 밀어버렸다. 형이 돼 갖고 세계 1위가 그게 할 짓이냐”고 반박했다. 말싸움은 짬짜미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국 대표 선수가 결선에 2명 이상 뛸 경우 한 선수가 1위로 나서면 나머지 선수가 다른 나라 선수의 추월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이 되는 데는 이 같은 짬짜미 작전이 큰 역할을 했다. 대표팀 출신의 한 코치는 “쇼트트랙은 원래 그런 종목이다. 대표팀이 늘 하는 작전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과거 TV 해설가들도 한국 선수들이 결선에서 1, 2, 3위를 달릴 때 “다른 나라 선수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한국 선수들이 서로 막아줘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곤 했었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도 짬짜미 작전을 하고 있다. ○ 안현수는 파벌 싸움의 희생양? 안현수는 고교생이던 2002년 1월 국가대표로 뽑혀 한 달 뒤 열린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나갔다. 그는 2001년에 있었던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뽑히지 못했었다. 2002년 1월 춘천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이를 눈여겨본 당시 전명규 대표팀 감독이 그를 발탁했다. 대표 선발전에서 뽑힌 이재경이 부상당하자 대신 안현수를 선발한 것이다. 당시 쇼트트랙계의 주류이던 한국체대를 나온 전 감독은 현재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다. 안현수는 파벌 논란이 불거진 2006년 4월 이후에도 무릎 부상을 당한 2008년 1월까지 계속 국가대표로 뛰었다.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는 금메달 2개를 따내며 개인 종합 1위에 올랐다. ○ 국가대표 선발전 시기 왜 바뀌었나? 세계선수권 종합 5연패를 달성한 안현수는 2008년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지 못했다. 같은 해 1월 대표팀 훈련 중 무릎을 다쳤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부상 후유증으로 9위에 머물렀고, 2010년 9월 선발전에서도 18위에 그쳤다. 2010년 또 한 번 논란이 빚어졌다. 당초 4월에 열리기로 돼 있던 국가대표 선발전이 9월로 미뤄지면서다. 빙상경기연맹이 안현수를 대표팀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선발 시기를 일부러 늦췄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된 안현수는 2010년 5월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기초 군사훈련 이후로 미뤄지는 바람에 리듬이 깨진 안현수가 불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빙상경기연맹은 “당시 선발전을 미룬 것은 2010년 세계선수권에서 불거진 대표 선수의 승부조작 문제와 관련한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발전을 연기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현수는 왜 러시아로 귀화했나? 안현수가 지금까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귀화 이유는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나 환경적인 부분들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안현수는 2010년 12월 성남시청이 해체되면서 소속 팀까지 잃었다. 이후 혼자 훈련하면서 2011년 4월에 있을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했다. 안현수는 2011년 2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월 대표 선발전에서 반드시 (대표팀에) 복귀해 소치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현수는 4명을 뽑는 선발전에서 6위를 해 대표팀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는 2011년 9월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로 생활할 때부터 러시아 측과 얘기가 오갔었다. 하지만 그때는 소속팀(성남시청)도 있고 군대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확실한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뒤 소속팀이 없어지고 군대 문제도 해결되면서 고민 끝에 귀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한국체대 졸업을 앞두고 있던 2007년 12월 계약금 2억 원을 포함해 3년간 총액 5억 원을 받기로 하고 성남시청에 입단했다. 역대 국내 쇼트트랙 선수 중 최고 수준의 대우다. 이 때문에 소속팀을 잃은 안현수를 다른 팀에서 선뜻 데려가기는 쉽지 않았다. 반면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 후 러시아 대표팀 코치 자리까지 제안하는 등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이종석 wing@donga.com / 소치=이헌재 기자}

결승선을 통과한 심석희(17·세화여고)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최광복 여자 대표팀 코치 앞에 가서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값진 은메달이었다. 하지만 심석희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치 못했다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5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 금메달 0순위로 꼽혔던 심석희는 경기 막판까지 줄곧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저우양(중국)에게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 종목 우승자인 저우양은 올림픽 2연패를 이뤘다. 심석희는 “금메달을 못 딴 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느낀다. 또 기대해주신 분들의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처음 출전한 올림픽치고는 잘한 레이스였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중압감을 잘 버텨냈다. 예선과 준결선에서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결선에서는 지구력과 순발력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렸다. 이날 저녁 올림픽파크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시상식에서 심석희는 몇 시간 전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평소 수줍게만 웃던 소녀는 시상대 위에서는 두 팔을 벌려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며 활짝 웃었다. 심석희에게는 아직 웃을 일이 남아 있다. 18일 같은 장소에서 여자 3000m 계주가, 21일에는 여자 1000m 경기가 열린다. 여자 3000m 계주는 심석희가 가장 우승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종목이다. 대표팀 막내인 그는 “올림픽을 향해 다 함께 고생해 온 언니들과 좋은 성적을 내고 시상대 위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계주 대표팀은 올해 4차례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가운데 3번이나 우승할 정도로 최강 전력을 갖추고 있다. 21일 여자 1000m 역시 심석희가 잘 타는 종목으로 올해 월드컵에서 3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에게 올림픽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빙속 여제’ 이상화(25)의 신기록 행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소치 겨울올림픽 빙상 종목에서는 좀처럼 기록 경신을 보기 힘들다. 13일까지 세계신기록은 전혀 없었으며 2명이 올림픽신기록을 세웠을 뿐이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레이스에서 합계 74초70(1차 37초42, 2차 37초28)으로 신기록의 이정표를 세웠다. 남자 5000m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빠른 6분10초7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 기근은 낮은 해발 고도 때문이다. 고도가 낮을수록 기압은 높아지고 공기 밀도가 커져 스피드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빙상 경기가 열리는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는 해발 4m에 위치해 있다. 이상화가 깨뜨린 이 종목의 종전 올림픽기록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나왔는데 경기장 해발 고도는 1330m였다. 스포츠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상화가 이번과 같은 컨디션으로 소치가 아닌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경기를 했다면 0.5초 이상 단축했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소치 빙상장은 흑해 연안에 있어 높은 습도로 빙질을 떨어뜨려 기록 단축을 저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상화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최적의 장소였다면 자신이 지난해 월드컵 때 세운 세계신기록(36초36)도 깨뜨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상화는 14일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체중 감량의 효과가 컸다. 프로필에 나온 62kg보다 더 뺐다. 체중이 줄면 몸이 가벼워져 스케이팅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 뿌듯하다. 지난해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자신감이 생겼다. 본인의 운동량과 어떻게 노력했느냐에 따라 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남은 기간 2연패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가볍게 운동하면서 동료들을 응원하러 다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김연아에 대한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연아도 하던 대로 하면 잘할 것 같다. 아까 연아랑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즐기라’고 했는데 연아는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긴장하는 기색이 전혀 없더라.” 한편 자신의 결혼설이 나온 데 대해 이상화는 “말도 안 되는 추측성 기사다. 놀랍고 당황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김종석 kjs0123@donga.com / 소치=이헌재 기자}

2010년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토론토에서 훈련 중이던 김연아(24)와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고깃집에 들어선 김연아는 거침없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체중 증가를 걱정한 주변 사람들이 “그만 좀 먹으라”며 눈치를 주는 와중에도 김연아는 기회다 싶었던지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는 “평소에 얼마나 먹고 싶었겠나. 연아가 이렇게 대식가인 줄 몰랐다”고 했다. 그즈음 공개된 김연아의 식단은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고달픈 이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아침은 한식으로 먹고 점심과 저녁은 과일과 요구르트, 그리고 시리얼을 먹는 게 다였다. 김연아는 “성장기에는 물과 풀만 먹어도 살이 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마지막 선수 생활 무대인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는 먹을 건 다 먹어가면서 운동을 한다. 김연아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은 오히려 살이 빠져 체중을 늘리려 노력 중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치 입성 3일째를 맞은 14일(현지 시간)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한국 음식을 많이 가져왔다. 밥을 해 먹기 위해 밥솥도 들고 왔다. 김연아는 고기와 채소, 생선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아는 태릉선수촌 조리사들이 제공하는 코리아 하우스의 한식 도시락도 애용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한창 성장기를 맞은 박소연(신목고)과 김해진(과천고·이상 17)은 엄격한 식단 조절을 하고 있다. 밴쿠버 대회 때와 비슷한 점도 있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에서도 밴쿠버 때처럼 선수촌 대신 호텔에서 묵는다. 경기장인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연아는 공식 연습을 할 때만 경기장이나 스케이팅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 스케이트를 탄다. 지상(地上) 훈련은 선수촌 내 시설을 이용한다. 13일 첫 훈련과 14일 두 번째 훈련이 열린 스케이팅 트레이닝 센터에는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얼추 20대가 넘는 방송 카메라가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녔다. 김연아는 첫 훈련일인 13일에는 초반 얼음 적응에 애를 먹었다. 트리플 플립 점프가 제대로 구사되지 않자 3, 4차례 같은 점프만 집중적으로 뛰었다. 약 30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듯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등 고난도 점프도 무난히 성공했다. 이후엔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연기를 했다. 14일에는 프리스케이팅 ‘아디오스 노니노’의 탱고 선율에 맞춰 연기를 점검했다. 김연아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와의 대결을 묻는 질문에 “연기는 영상을 통해서 봤다. 그 선수는 이제 막 데뷔한 선수이고, 나는 마지막을 향해 가는 선수라 올림픽의 의미가 다르다”고 답했다. 14일 김연아의 연습을 지켜본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리프니츠카야가 잘하긴 하지만 이제 겨우 풋사과다. 올림픽 챔피언까지는 아직은 이른 선수고 김연아와는 격차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최국의 홈 어드밴티지는 있을 수밖에 없고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좋은 연기를 펼친다면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반성해야죠.” 믹스트 존(공동 취재 구역)으로 들어선 모태범(25·대한항공·사진)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모태범은 12일(현지 시간) 소치 아들레르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2위(1분09초37)에 그쳤다. 10일 열린 남자 500m에서는 4위를 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땄던 모태범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성적표였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월드컵 시리즈에서 두 종목 모두 좋은 성적을 올렸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하지만 모태범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긴장 속에 맞았던 올림픽이 끝났다는 안도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 그래도 기대했던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는 아쉬움 등이 교차하는 듯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모태범은 “4년간 노력을 많이 했다. 정말 힘들게 운동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안 돼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올림픽이란 무대는 죽어라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담담히 심경을 밝혔다. 실제로 모태범은 대표팀 내에서 가장 운동을 많이 한 선수로 꼽힌다. 어릴 적부터 바퀴 달린 것은 뭐든지 좋아했다는 그는 지난해 이맘때 자신의 보물 1호이자 애마였던 스포츠카를 처분했다. 소치 올림픽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발전한 부분도 있었다. 남자 500m에서 기록한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69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의 기록(69초82)보다 0.13초나 빨랐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모태범보다 훨씬 더 커 있었다. 500m의 부담감은 1000m로 이어졌다. 조 편성에서 아웃코스를 뽑은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희미한 웃음 속에서 모태범은 4년 뒤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런데 이대로는 너무 억울하다. 다시 도전하겠다. 한번 멋지게 해보고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목표는 여전히 1000m다. 모태범은 “4년 전 밴쿠버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500m에서 우승했다. 누구도 못 가본 1000m에 욕심이 생긴다. 이번 올림픽의 실패를 바탕으로 후배들과 함께 4년 후를 노려보겠다”고 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우선 푹 자고 싶다”고 말한 모태범은 “한국에 돌아가면 1년간 제대로 못 탔던 자동차를 타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가장 먼저 카트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쇼트트랙 단거리 종목인 500m는 순발력 싸움이다. 안쪽 1번 레인을 받는 선수가 가장 유리하다. 초반 스타트에서 앞서 나간다면 우승 가능성은 높아진다.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이 열린 13일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준준결선과 준결선을 1등으로 통과한 박승희(22·화성시청)는 1번 레인을 배정받았고, 초반 스타트에서도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한국 쇼트트랙의 새 역사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동안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나온 한국의 유일한 메달은 전이경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위원이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딴 동메달이었다. ○ 금메달은 신의 영역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내린다고 했던가. 승리의 여신은 결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돌렸다. 두 번째 코너를 돌면서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던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넘어지면서 그 여파로 박승희마저 미끄러져 안전 펜스에 부딪치고 말았다. 3위로 달리던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도 함께 넘어졌다. 그래도 박승희는 넘어진 선수 중 가장 앞서 있었기 때문에 빨리 달려 나간다면 은메달까지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던 박승희는 한 번 더 넘어졌고 4명의 결선 진출 선수 가운데 가장 늦은 54초207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크리스티가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4위로 골인한 박승희는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일 수밖에 없었다. 최광복 여자 대표팀 코치는 “이게 바로 쇼트트랙이다. 의외의 변수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한국이 약했던 여자 500m에서 자력으로 결선에 진출해 동메달까지 따냈다. 감사히 받아야 한다. 승희가 두 번이나 넘어졌지만 빨리 털고 일어나 나머지 레이스를 잘 마쳤다”고 말했다.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친 박승희로서는 억울할 만도 했다. 이 경우엔 왜 재경기를 하지 않았을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정한 쇼트트랙 규정에 따르면 스타트 후 25m 정도의 거리에 있는 4번째 검은색 블록(아펙스 블록)에 도달하기 전 상대 선수에 의해 넘어졌다면 무조건 재출발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날의 충돌 상황은 거의 한 바퀴를 다 돌기 전에 벌어져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규정에는 또 레이스 중 1∼3위 선수가 한꺼번에 넘어질 경우 레퍼리(심판) 재량에 따라 재출발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재출발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빙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낙담보다는 희망을 빙판에서는 아쉬움에 펑펑 눈물을 쏟던 박승희는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왔을 때는 한결 안정된 모습이었다. 그는 믹스트 존에 들어서서도 눈물을 쏟았다. 가족 생각을 하면서 흘린 눈물이었다. 박승희는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동메달도 제게는 값지다. 4년 전 밴쿠버 대회 계주에서 1위로 들어오고도 실격당했을 때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지만 지금은 기쁨이 더 크다. 이 종목에서 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이 종목에서 16년 만에 나온 메달이라고 말하자 그는 놀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정말요? 그러면 저 잘한 거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또 “순발력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후배들에게 단거리에도 메달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줘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승희는 두 번째 넘어지는 과정에서 오른 무릎을 다쳐 15일 출전 예정이던 1500m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강세 종목인 1000m와 1500m, 3000m 계주를 남겨 두고 있어 아직 낙담하기는 이르다. 한편 이한빈(26·성남시청)-박세영(21·단국대)-신다운(21·서울시청)-이호석(28·고양시청)이 이어 달린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날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이호석이 4바퀴를 남기고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바람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낸 한국 남자 계주팀이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준결선에서 실격한 이후 12년 만이다. 반면 안현수(빅토르 안)가 이끈 러시아는 조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가 빙상계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체대 출신이 전체 빙상계를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안현수도 바로 한국체대를 나왔다. 대한빙상경기연맹 및 한국 선수들과의 관계도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뒤에도 안현수는 여전히 연맹 측 관계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현수의 귀화는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에 올랐고, 세계선수권을 5연패하며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했던 안현수는 2008년 무릎 부상을 당한 뒤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성치 않은 몸으로 200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으나 탈락했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속팀 성남시청마저 재정난을 이유로 해체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그때 손을 내민 게 소치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러시아다. 러시아는 겨울 스포츠 강국이지만 그동안 쇼트트랙에서는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어 한 안현수와 뛰어난 쇼트트랙 선수가 필요했던 러시아의 이해가 일치한 것이다. 한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안현수 아버지의 기자회견 폭로를 근거로 ‘안현수는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돌고 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림픽 종목 가운데 한국 지도자들이 전 세계를 누비는 종목이 딱 3개 있다. 태권도와 양궁, 그리고 쇼트트랙이다. 태권도와 양궁은 여름올림픽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다. 겨울올림픽의 최고 효자는 다름 아닌 쇼트트랙이다. 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한국 지도자들을 초빙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 소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때마다 한국 지도자들의 작은 동창회가 열린다. 대표적인 인물은 장권옥 감독(44)이다. 2000년 대 초반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맡으며 아폴로 안톤 오노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키워 온 장 감독은 2010년 러시아를 거쳐 2012년 말부터는 카자흐스탄 대표팀을 맡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한 쇼트트랙 선수가 단 1명이었을 정도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나라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 4차 대회에서의 선전으로 카자흐스탄은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남자 5장, 여자 1장 등 무려 6장의 쿼터를 획득했다. 특히 남자 부문에서는 전 종목(500m, 1000m, 1500m, 3000m 계주) 출전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여자 선수 1명도 계주를 제외한 3종목에 출전한다. 젊은 지도자인 조항민 감독(28)과 이승재 코치(32)는 각각 프랑스 대표팀과 영국 대표팀을 책임지고 있다. 2009년 프랑스 대표팀 코치로 부임한 조 감독은 이듬해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감독으로 승격했고 5년째 감독직을 맡고 있다. 프랑스 대표팀 역시 월드컵 대회에서 선전하며 남자 3장, 여자 1장 등 총 4장의 올림픽 쿼터를 따냈다. 3년 전 영국으로 건너간 이 코치는 한 때 여자 1000m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엘리스 크리스티를 키워내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영국의 올림픽 쿼터는 총 5장(남자 3장, 여자 2장)이다. 장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세계 최강을 유지할수록 외국에 나와 있는 한국 지도자들도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수십 년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상화는 교본과 같은 선수다. 네덜란드에서는 선수가 되고 싶은 여자 아이들에게 이상화를 보라고 가르친다.” 11일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네덜란드 기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10년 넘게 스피드스케이팅을 담당하고 있는 트라우지의 안락 크레들라어트 기자는 “이상화는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선수다. 워낙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 선수가 되려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훌륭한 예시(Big Example)로 언급되곤 한다. 코치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이상화의 스케이팅을 잘 보고 배우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에 죽고사는 나라다. 소치 올림픽에서도 11일 현재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등 8개의 메달을 땄다. 이승훈(26·대한항공)이 출전한 남자 5000m와 모태범이 나선 남자 500m에서는 금·은·동메달을 모두 네덜란드 선수들이 가져갔다. 네덜란드는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모두 94개의 메달을 땄는데 그중 90개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의 독주를 유일하게 막은 선수가 바로 이상화다. 이상화는 네덜란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1998년부터 스피드스케이팅을 담당하고 있는 네덜란드 최대 신문 텔레흐라프의 프랑크 부스텐뷔르흐 기자는 “이상화는 네덜란드에서도 유명 인사다. 한국 국가원수가 누군지는 몰라도 이상화와 모태범, 이규혁 등은 모두 잘 안다”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을 걷기나 자전거 타기처럼 생각한다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국제 대회는 물론 국내 대회도 빠짐없이 TV를 통해 지켜본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딴 이상화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도 여러 차례 출전해 좋은 성적을 냈다.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2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우승했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 파이널 2차 레이스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스텐뷔르흐 기자는 이번 대회 여자 500m를 앞두고 이상화의 금메달을 확신했다. 네덜란드 선수인 마르곳 부르에 대해서는 동메달을 점쳤는데 결과적으로 이 예상도 맞아떨어졌다. 부스텐뷔르흐 기자는 경기 뒤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상화가 1등을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올 시즌 그는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최강의 선수였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몸집이지만 최대의 파워를 낼 수 있는 테크닉을 갖고 있다. 다른 선수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크레들라어트 기자도 “스프린터로서 가장 이상적인 몸을 갖고 있는 데다 스케이팅 기술도 환상적이다. 코치도 잘 만났다. 이상화를 지도하는 케빈 크로켓 코치(캐나다)는 선수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는 힘을 가진 지도자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기자들은 이상화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에 대해 아쉽게 느끼는 부분도 지적했다. 부스텐뷔르흐 기자는 “네덜란드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상품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상화처럼 뛰어난 선수는 적극적인 언론 노출 등을 통해 자신을 잘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10일(현지 시간)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가 열린 아들레르아레나. 8000석을 갖춘 경기장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선수들이 레이스를 끝낼 때마다 만원 관중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경기장을 덮었다. 18조로 1차 레이스를 마친 모태범(25·대한항공)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빙판을 돌았다. 관중석 한쪽에서 아들을 응원하던 엄마 정연화 씨(53)가 “아들∼” 하고 모태범을 불렀다. 그 자그마한 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태범은 한눈에 엄마를 알아봤다. 그러곤 엄마를 향해 오른손을 흔들었다. 올림픽 출전 선수의 어머니를 경기장에 초청하는 P&G의 ‘THANK YOU, MOM’ 프로그램으로 하루 전 소치로 건너온 정 씨는 아들을 위해 두 가지 준비를 했다. 먼저 아들의 금메달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손톱을 금빛 매니큐어로 칠했다. 또 하나는 만화 ‘내 친구 티거와 푸’의 호랑이 캐릭터인 티거 털모자를 준비했다. 정 씨는 모태범의 레이스가 시작되기 직전 손에 들고 있던 티거 털모자를 썼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기도를 했다. 정 씨는 “집에서 태범이 별명이 ‘티거’다. 티거랑 많이 닮았다. 이름에 호랑이를 뜻하는 순우리말 ‘범’자도 들어가 있기도 해서…”라고 했다. 모태범의 1차 레이스 결과는 34초84. 참가 선수 중 4위였다. 목표로 했던 금메달이 어려워졌다. 그래도 메달은 기대할 만했다. 2차 레이스 조 추첨이 발표됐다. 19조에서 모태범과 함께 레이스를 할 선수는 미헐 뮐더르(네덜란드)였다. 정 씨는 “잘됐다”라며 박수를 쳤다. 뮐더르가 워낙 잘 타는 선수이기 때문에 함께 타는 모태범도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 걸린 2차 레이스에서 모태범은 34초85로 골인했다.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69. 마지막 한 조를 남겨둔 상황에서 순위는 3위였다. 이제 한 고비만 넘기면 됐다. 정 씨의 기도는 더 간절해졌다. 그렇지만 20조의 얀 스메이컨스(네덜란드)가 34초725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1∼3위는 모두 네덜란드 선수의 차지가 됐다. 모태범은 아쉽게 4위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도 미뤄졌다. 정 씨의 입에서는 “어휴∼” 하는 한숨이 터졌다. 이날 모태범의 기록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의 기록(69초82)보다 0.13초나 빨랐다. 모태범이 못 탄 게 아니라 네덜란드 선수들이 예상 밖으로 잘 탄 것이다. 정 씨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벨이 울렸다. 모태범이었다. 정 씨의 첫마디는 “아들, 괜찮아?”였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던 모태범은 엄마에게는 “정말 많이 준비했는데 아쉽다”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정 씨는 씩씩했다. 아니 씩씩한 척했다. “괜찮아, 아들. 정말 최선을 다했잖아. 그리고 메달은 4년 전에 이미 땄었잖아.” 전화를 끊은 정 씨는 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모든 걸 포기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했던 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태범이가 소치로 떠나기 전 온 가족이 태릉선수촌 근처 고깃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그런데 태범이는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며 그 좋아하는 고기를 한 점도 먹지 않았다. 채소샐러드 한 접시와 냉면 한 그릇이 전부였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모태범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남자 1000m에서 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모태범은 그동안 “500m보다는 1000m에 더 욕심이 난다”고 말해왔고, 올림픽 준비 역시 1000m에 맞춰서 해 왔다. 엄마 정 씨 역시 같은 자리에서 모태범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티거 털모자를 쓰고, 금빛 손톱의 두 손을 꼭 모아 쥐고서.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상화(25·서울시청)를 이길 선수는 자신밖에 없었다. ‘빙속 여제(女帝)’ 이상화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화려한 대관식을 치렀다. 이상화는 11일(현지 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기록 합계 74초7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 종목 정상에 오른 이상화는 이날 다시 정상을 지키며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 1992년), 캐나다의 캐트리오나 르메이돈(1998, 2002년)에 이어 이 종목을 2연패한 세 번째 선수가 됐다. 1차 레이스에서 선호하는 아웃코스로 출발한 이상화는 37초42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지난해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이 세운 트랙 레코드(37초65)를 가볍게 경신했다.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올림픽 기록인 37초28의 기록으로 출전 선수 36명 중 가장 빨리 골인해 합계 74초70의 올림픽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상화는 13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도 출전한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빅토르 안, 러시아, 빅토르 안!”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가 열린 10일(현지 시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는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연호하는 러시아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는 이날 경기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스케이팅 기술을 뽐내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딴 뒤 8년 만의 올림픽 메달이었다. 안현수는 러시아 국기를 어깨에 두르고 빙판을 돌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했다. 이전까지 이 종목에서 한 개의 메달도 없었던 러시아에 안현수는 굴러들어온 복덩이다. 반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이날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한국 팬들은 한국선수들의 부진을 아쉬워하면서도 안현수의 극적인 부활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안현수=피해자’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안현수가 한국을 떠나 귀화를 결심한 것은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하던 안현수는 2008년 무릎 부상을 당한 뒤 몇 년간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탈락하면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속팀 성남시청마저 재정난을 이유로 해체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부상과 부진, 그리고 적지 않은 몸값까지 그를 감당할 실업팀은 많지 않았다. 때마침 소치 올림픽을 유치한 러시아가 그에게 귀화를 제안했고, 안현수는 러시아행을 택했다. 그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안현수를 놓친 데는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도 한 가지 이유가 된다. 모든 게 빨리 돌아가야 하는 한국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인내를 갖고 각종 지원을 해주며 안현수의 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소치 올림픽에서 사상 첫 쇼트트랙 메달이라는 화려한 꽃을 피우게 했다. 쇼트트랙과 관계된 감독과 코치, 선수 등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만약 안현수가 한국에 계속 있었더라면 재기할 수 있었겠느냐”고. 모든 사람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치열한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스포츠는 얇은 선수 층에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성과를 이뤄 왔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못 내면 거침없이 버려지고, 한 번 실패하면 영원히 패자가 되어 버리는 현 시스템에서는 제2, 제3의 안현수가 언제든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소치=이헌재·스포츠부 uni@donga.com}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25·서울시청)는 자신의 달력 2월 16일에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옆에 ‘인생 역전’이라고 썼다. 그날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기적 같은 레이스를 펼치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치 올림픽 여자 500m 경기를 하루 앞둔 10일(현지 시간). 이상화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한 치의 실수도 냉정하게 반영되는 것. 그것이 시합이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또다시 나에게 찾아온 결전의 날. 반갑다 또 도전할게, 잘해보자! 기운 내. 쌍화님 할 수 있어.” 스스로에게 한 다짐처럼 이상화는 11일 ‘빙속 여제’다운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밴쿠버 올림픽에 이어 이 종목 올림픽 2연패를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 1992년), 캐나다의 캐트리오나 르메이돈(1998,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는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인생 역전’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한 결과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방심하는 마음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이상화는 완벽한 스케이팅을 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여름 내내 자전거를 타고 산악을 오르내렸고, 신체 조건이 더 뛰어난 남자 선수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탔다. 남자 선수들이 들어 올리는 170kg짜리 역기도 달고 살았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식사 조절도 했다. 이상화는 “예전에는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으며 운동했지만 올림픽 2연패를 목표로 잡은 뒤에는 식탐을 이겨내려 애썼다. 요즘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그 결과 밴쿠버 대회 때와 비교해 몸과 정신이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2010년 65kg까지 나가던 체중을 현재 60kg으로 줄였지만 힘은 더욱 잘 쓸 수 있게 됐다. 그 결과가 지난해 세운 네 차례의 세계신기록이다. 세계기록 수립은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세계기록을 세우는 과정에서 잔 실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으로 지적되던 초반 스타트를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썼다. 이상화가 “완벽했다”고 꼽는 유일한 레이스는 가장 최근 세계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11월 월드컵 2차 대회 2차 레이스다. 당시 그는 36초36에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초반 100m 기록은 자신의 역대 최고 기록인 10초09였다. 챔피언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는 “늘 하던 대로∼”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이상화가 늘 하던 방식은 보통 선수들은 생각지도 못하던 방식이었다. 누구나 그를 지상 최고의 여자 스프린터라고 평가하지만 이상화 스스로는 자신을 미완성 선수로 생각했다. 완성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은 올림픽 2연패라는 보상으로 돌아왔다.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에 만족할까, 아니면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사상 첫 3연패에 도전장을 내밀까.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에 컬링이 도입된 것은 정확히 20년 전인 1994년이다.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0년 만에 올림픽 첫 출전과 첫 승리의 쾌거를 이뤘다. 한국 대표 선수 가운데 올림픽 무대에서 가장 먼저 스톤을 던진 선수는 리드 이슬비(26)였다. 11일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 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여자 컬링 예선 1차전. 선공에 나선 한국의 리드 이슬비는 한국 컬링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첫 스톤을 던졌다. 이 스톤은 표적지인 동그란 하우스의 한가운데에 안착했다. 이슬비는 경기 후 “첫 스톤이 하우스의 가운데인 티(Tee)에 딱 멈추는 순간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멤버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고 했다. 주장 김지선(27)을 비롯해 이슬비,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올림픽 데뷔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고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올림픽 참가 10개국 중 10위인 한국은 이날 시종 일본(9위)을 강하게 몰아붙인 끝에 12-7로 압승했다. 4-5로 뒤진 6엔드에서 김지선의 정확한 투구로 단번에 3점을 얻으며 승부를 7-5로 뒤집은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 한국은 줄곧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고 10-7로 앞선 10엔드에 일본의 마지막 투구가 빗나가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정영섭 대표팀 감독은 “어제까지만 해도 선수들 얼굴에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얼굴에서 빛이 나더라. 첫 올림픽 무대에서도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펼쳤다”고 말했다. 최민석 코치 역시 “우리 팀이 항상 첫 경기에 약했다. 국내외 대회를 통틀어 첫 경기를 이렇게 잘 치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첫 경기를 순조롭게 풀어가면서 한국은 1차 목표로 잡은 4강 진출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맏언니 신미성은 “컬링은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지나간 경기는 추억으로 묻어두고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주 종목인 남자 1500m에서 노 메달에 그쳤다. 반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빅토르 안)는 동메달을 따내며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뒤 8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10일 남녀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한국 대표팀은 이 종목에 신다운(21·서울시청), 이한빈(26·성남시청), 박세영(21·단국대) 등 3명을 출전시켰다. 그러나 박세영은 준결선에서 3위로 골인하면서 상위 2명까지 나가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신다운과 이한빈이 함께 출전한 준결선 2번째 경기에서는 두 선수가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3바퀴 반을 남겨둔 상황에서 선두를 달리던 신다운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바람에 2위로 뒤를 따르던 이한빈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신다운과 부딪치고 말았다. 이한빈은 3분11초810의 기록으로 가장 늦게 결승선을 지났다. 하지만 레퍼리는 비디오 판독을 통해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이한빈을 구제하기로 결정했다. 3명의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한 이한빈은 준결선에서 받은 충돌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듯 결국 2분16초466의 기록으로 6위에 머물렀다. 러시아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안현수는 2분15초062에 레이스를 마쳐 샤를 아믈랭(캐나다), 한톈위(중국)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에 겨울올림픽 사상 첫 쇼트트랙 메달을 안겨 준 안현수는 러시아 국기를 펼쳐 들고 빙판을 돌며 기쁨을 표현했다. 앞서 열린 소트트랙 여자 500m와 3000m계주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은 산뜻한 출발을 했다. 심석희(17·세화여고), 박승희(22·화성시청), 김아랑(19·전주제일고) 등 3명은 모두 가볍게 500m 준준결선에 진출했다. 심석희와 박승희, 공상정(18·유봉여고), 조해리(28·고양시청)가 짝을 이룬 여자 계주 팀도 무난히 결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여자 500m 준준결선 및 준결선, 결선은 13일에, 3000m 계주 결선은 18일에 각각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얼음판의 한일전이 펼쳐진다. 사상 첫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11일 오후 2시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세계랭킹은 10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10개국 중 가장 낮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 계단 위인 9위다. 한국은 1차 목표로 잡은 4강 진출을 위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이튿날인 12일 스위스(4위), 스웨덴(1위)과 힘든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초반 3경기에서 2승 1패를 하면 4강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은 자신감에 넘쳐 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선수권에서 일본에 2차례나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예선전에서는 8-4로 이겼고, 준결승에서는 9-3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그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정영섭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은 “얼음의 질을 누가 먼저 파악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 같다. 2년 전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들 때 우리 선수들은 겁이 없었다. 올림픽이라고 긴장하지 말고 두려움 없이 임한다면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소치 겨울올림픽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주인공으로 꼽힌 선수는 단연 김연아(24·사진)였다. 각종 해외 언론뿐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통해 ‘피겨 여왕’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세계 피겨계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10일 소치 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 141.51점을 받으며 러시아의 우승을 이끈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대회 초반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0일 “리프니츠카야가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1976년 몬트리올 여름올림픽의 나디아 코마네치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열다섯 살의 나이에 루마니아 체조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코마네치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10점 만점을 받으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리프니츠카야를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신데렐라’로 평가받는 코마네치와 동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외국 주요 베팅업체의 우승 전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리프니츠카야가 단체전 연기를 펼치기 전 대부분의 베팅업체는 김연아를 압도적인 1위에 올려놓고 그 뒤에 아사다 마오(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리프니츠카야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런데 10일 현재 윌리엄 힐에 따르면 단체전 경기 전 우승 배당률이 0.83으로 단연 1위였던 김연아는 1.38로 2위로 내려갔다. 1위 자리에는 리프니츠카야(0.83)가 올랐다. 10일 경기가 열린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지켜본 리프니츠카야는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하고 있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72.90점을 합하면 리프니츠카야의 합계 점수는 214.41점이다.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운 세계기록(228.56점)에는 못 미치지만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최 대회 최고점이다. 자신이 1일 유럽피겨선수권에서 세운 209.72점을 가볍게 넘어섰다. 리프니츠카야는 16세 소녀답지 않게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끝낸 후 한 관중이 러시아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빙판 위에 던져주자 이 모자를 집어 머리에 쓰고는 키스앤드크라이 존으로 들어섰다. 이런 쇼맨십에 러시아 관중은 더욱 열광했다. 경기 후에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도 리프니츠카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홈 어드밴티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경기장을 직접 찾아 리프니츠카야를 응원했다.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푸틴 대통령은 경기 후 빙판 주변으로 내려와 리프니츠카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세계 최정상급의 스핀 실력에 난도 높은 점프 기술을 많이 구사하긴 했지만 214.41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훈련 환경 역시 좋은 편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한정된 시설 때문에 실전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리프니츠카야는 평소에도 이 경기장에서 훈련했을 뿐 아니라 단체전에까지 출전하면서 경기장의 빙질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는 또 20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기 전까지는 모스크바로 돌아가 전용 훈련장에서 훈련을 할 계획이다. 현역 선수 은퇴 무대인 소치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김연아로서는 실수 없는 클린 연기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두 선수가 모두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점프의 수준이나 예술성이 높은 김연아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 가지 외적 요인으로 리프니츠카야가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는 이날 경기 후 “김연아의 연기는 영상으로만 봤다. 직접 김연아를 보고 싶다. 내게 중요한 것은 클린 연기다. 이후는 심판들의 몫이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한 피겨 국제 심판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상하게 리프니츠카야에게 롱 에지(잘못된 날 사용) 지적이 없다. 리프니츠카야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잘 타기는 하지만 연기력은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홈 텃세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김연아와 함께 뛰는 여자 싱글에서는 눈에 띄는 편파 판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 오늘 이 경기컬링 여자 한일전 (오후 2시·김은지 김지선 신미성 엄민지 이슬비)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선 (오후 9시 45분·이상화 김현영 박승주 이보라)소치=이헌재 uni@donga.com김동욱 기자}

소치 겨울올림픽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주인공으로 꼽힌 선수는 단연 김연아(24)였다. 각종 해외 언론 뿐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통해 '피겨 여왕'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세계 피겨계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10일 소치 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 141.51점을 받으며 러시아의 우승을 이끈 '신성'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가 대회 초반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0일 "리프니츠카야가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1976년 몬트리올 여름 올림픽의 나디아 코마네치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15살의 나이에 루마니아 체조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코마네치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10점 만점을 받으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리프니츠카야를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신데렐라'로 평가받는 코마네치와 동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외국 주요 베팅업체의 우승 전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리프니츠카야가 단체전 연기를 펼치기 전 대부분의 베팅업체는 김연아를 압도적인 1위에 올려놓고 그 뒤에 아사다 마오(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리프니츠카야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런데 10일 현재 윌리엄 힐에 따르면 단체전 경기 전 우승 배당률이 0.83으로 단연 1위였던 김연아는 1.38로 2위로 내려갔다. 1위 자리에는 리프니츠카야(0.83)가 올랐다. 10일 경기가 열린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지켜본 리프리츠카야는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하고 있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72.90점을 합하면 리프리츠카야의 합계 점수는 214.41점이 다.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운 세계기록(228.56점)에는 못 미치지만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최 대회 최고점이다. 자신이 1일 유럽피겨선수권에서 세운 209.72점을 가볍게 넘어섰다. 리프니츠카야는 16세 소녀답지 않게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원 관중이 내지르는 함성과 환호를 즐기는 듯했다.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끝낸 후 한 관중이 러시아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빙판위에 던져주자 이 모자를 집어 머리에 쓰고는 키스앤크라이 존으로 들어섰다. 이런 쇼맨십에 러시아 관중들은 더욱 열광했다. 경기 후에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도 리프니츠카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홈 어드밴티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경기장을 직접 찾아 리프니츠카야를 응원했다.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푸틴 대통령은 경기 후 빙판 주변으로 내려와 리프니츠카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세계 최정상급의 스핀 실력에 난이도 높은 점프 기술을 많이 구사하긴 했지만 214.41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훈련 환경 역시 좋은 편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한정된 시설 때문에 실전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훈련을 할 수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리프니츠카야는 평소에도 이 경기장에서 훈련을 했을 뿐 아니라 단체전에까지 출전하면서 경기장의 빙질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는 또 20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기 전까지는 모스크바로 돌아가 전용 훈련장에서 훈련을 할 계획이다. 현역 선수 은퇴 무대인 소치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김연아로서는 실수 없는 클린 연기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두 선수가 모두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점프의 수준이나 예술성이 높은 김연아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 가지 외적 요인으로 인해 리프니츠카야가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는 이날 경기 후 "김연아의 연기는 영상으로만 봤다. 직접 김연아를 보고 싶다. 내게 중요한 것은 클린 연기다. 이후는 심판들의 몫이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한 피겨 국제 심판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상하게 리프니츠카야에게 롱 에지(잘못된 날 사용) 지적이 없다. 리프니츠카야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잘 타기는 하지만 연기력은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홈 텃세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김연아와 함께 뛰는 여자 싱글에서는 눈에 띄는 편파 판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