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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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6-03-09~2026-04-08
대통령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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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 “부끄러운 행동 한 적 없다” 성추행 부인, 최영미 “용서 빌 마지막 기회 날려… 딱하다”

    성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85)이 영국의 한 출판사에 성명서를 보내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 시간) 고 시인이 영국 출판사 ‘블루덱스’의 고 시인 담당자 닐 애슬리 씨에게 보낸 성명서를 보도했다. 고 시인은 성명서에서 “일부 인사들이 나에게 제기하는 상습적 성추행에 대해서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했다. 또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잠재워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과 맥락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의 친구들에겐 아내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고 시인은 “내가 한 인간으로서, 시인으로서 명예를 유지하면서 계속 (시를) 집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애슬리 씨에 따르면 고 시인은 지난달 종양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고 시인의 성추문을 시 ‘괴물’을 통해 처음 폭로한 최영미 시인(57)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이제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를 날려 보낸 것 같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는데 딱하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에 보낸 약 1000자 분량의 글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장면을 상세히 묘사했다. “그가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그는 나와 다른 젊은 여성 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최 시인은 4일 “저는 없었던 일을 날조해 글을 쓰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정식 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또 다른 문인들도 고 시인이 지방의 대학 초청 강연회와 시집 출판 계약을 논의하는 자리 등에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고 여성의 허벅지 등 신체 일부를 더듬는 장면을 직접 봤다고 동아일보 기자에게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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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제징용 유해 33구 봉환… 1일 광화문광장서 추모제

    99주년 3·1절을 하루 앞두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 33구가 돌아왔다. 지난해 광복절 1차 33구 봉환 이후 두 번째다. 28일 오전 국평사(國平寺) 윤벽암 스님(62)과 ‘일제강제노동자 유해봉환위원회’ 관계자 32명은 가슴에 하얀 유해함 33개를 안고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일본 도쿄(東京) 히가시무라야마(東村山)시 재일동포 사찰 국평사에 안치돼 있던 유해다. 윤 스님 및 위원회 일행은 이날 오후 1시경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유해를 모시고 노제를 지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들은 용산역에 집결해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가서 일본행 배에 올랐다. 이들 유해를 실은 차량은 용산역에 이어 남산 숭례문 청계천 탑골공원 종각을 순례한 뒤 광화문까지 왔다. 위원회 관계자는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을 고려해 이번에 33구를 모셔왔다”고 말했다. 이들 유해는 서대문구 순국선열사당에 임시 안치됐다.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7대 종교 관계자 및 국가유공자 후손 등이 모여 국민추모제를 연다. 2일 경기 파주 도라산역을 순례한 뒤 서울시 협조를 받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안치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비무장지대(DMZ)에 강제징용 희생자 남북공동추모공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 스님은 “연고도 없는 민초인 이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국평사는 일본 전역에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를 수습해 안치하기 위해 1965년 창건했다. 지금까지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 3000구를 절에 안치했다. 이후 연고가 없어 남은 유해 1000여 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101구의 봉환을 추진해왔다. 위원회는 올 광복절에 남은 유해를 3차로 봉환한다.신규진 newjin@donga.com·권솔 기자}

    • 20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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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뒤 언니들처럼 되고싶은데… 코치도 없어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딴 ‘언니들’처럼 모두가 우연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이 다 하기에 재미있어 보여서”,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해서” 컬링을 접했다. 그런데 이젠 누구보다 진지하게 컬링으로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경북 의성여고 컬링부 류영주(19·졸업·스킵) 안정연(18·리드) 최수연(18·세컨드) 김수현(18·서드) 류혜진 양(18·후보) 등 5명의 이야기다. 이들은 23일 인터뷰, 25일 전화 통화에서 “언니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다시 열심히 해서 더 큰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값진 은메달을 안긴 ‘팀 킴(Team Kim)’ 5명 중 4명이 의성여고 선배다.○ “언니들 보면서 다시 힘내” 언니들은 의성여고 컬링부의 선생님 같은 존재였다. ‘팀 킴’의 리드인 김영미(27)는 이들이 의성초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할 때 코치 역할을 했다. 최 양은 “지난해 4월 언니들이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로는 거의 얼굴을 못 봤지만, 그 전에는 주말마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여행도 함께 갔다”고 말했다. 서드 김경애(24)와 후보 김초희(22)가 이들을 데리고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으로 즉흥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들은 언니들이 의성으로 돌아오면 여행을 같이 가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후배들은 언니들의 갑작스러운 인기가 얼떨떨하면서도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류영주 양은 “‘팀 킴’은 원래 대회 체질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최 양도 “같은 훈련장에서 연습했던 언니들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김 양은 “우리도 언니들처럼 열심히 훈련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 서로 응원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심경이 복잡하다. 이들은 “솔직히 컬링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업팀이 많지 않아 장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적절한 훈련과 실전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을 받을 컬링 전문가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컬링은 취미로 해도 되지 않느냐. 지금이라도 공부를 해라”라고 충고한다. 1월 열린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고부에서 의정부 송현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장 최근 졸업한 류영주 양이 일반 대학으로 진학을 한다.○ 올해 지원자 0명…명맥 이을 걱정 전국에 컬링 열풍이 불고 있지만, 컬링 선수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전담 코치 부족은 엄연한 ‘현실’이다. 컬링을 ‘교기’로 정한 의성여고조차 전문 코치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의성여고 컬링팀에는 현재 기술코치가 없다. 김 양은 “지난해 초부터 선수들끼리 훈련했다. 방향성도 없고 어떻게 훈련해야 하나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3월 ‘팀 킴’의 의성여고 시절 코치였던 김경석 씨(53)가 학교를 떠난 뒤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 체육교사로 전입 온 강천석 교사(50)가 코치 대행 격으로 나서 규정집과 유튜브 동영상을 일일이 찾아가며 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의성여고는 경북도교육청에 “전문 코치 1명을 배치해 달라”고 줄곧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체육 육성학교로 초중고교 총 270개교가 지정돼 있다. 컬링 지원을 확대하면 다른 종목도 챙겨야 해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성여고가 교육청에서 훈련비 등으로 지원받는 자금은 연간 1300여만 원이다. 한 번에 1000만 원 이상이 드는 해외 전지훈련은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바뀐 규정을 잘 몰라 컬링부 학생들이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 아예 출전도 못 하는 일까지 있었다. 올해 의성여고 컬링 특기생으로 지원한 학생은 없다. 지금 컬링부에 남아 있는 선수 4명도 내년에 졸업한다. 의성여중에서 지난해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배우던 학생 6명은 “컬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컬링 심판으로 활동한 김 씨는 “그동안 정치인 등이 컬링을 지원하겠다고 한 적은 정말 많았지만 모두 말뿐이었다”며 “일회성 관심으로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팀 킴’의 이번 올림픽 선전이 의성여고 후배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의성군은 이르면 올 하반기 의성여고에 코치 1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최 양은 “올림픽 이후 컬링장이나 대회가 많이 생기고 실업팀도 늘어나면 나도 컬링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의성=신규진 newjin@donga.com / 강릉=권기범·이지운 기자}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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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속엔 금메달” 의성 주민들, 컬링 응원하며 축제한마당

    평창 겨울올림픽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딴 25일 경북 의성군은 ‘축제 한마당’이었다. ‘팀 킴’은 아쉽게 스웨덴에 패했지만 주민들은 메달 색깔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금메달이 아니면 뭐 어떻습니까. 다음에 따면 됩니다. 허허.” 김영미(27) 김경애(24)의 큰어머니인 배경숙 씨(65)는 이날 의성군 의성실내체육관에서 응원을 마치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전 9시 이른 경기에도 주민 1200여 명이 경기 2시간 전부터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23일 일본전에 600여 명이 응원을 했던 것보다 2배나 많은 인원이다. 학생들과 주민들은 ‘팀 金메달’ ‘의성 마늘 와사비(일본)를 이겼고 바이킹(스웨덴)을 넘자’ 등 선수들을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간혹 ‘수고했어. 은메달도 괜찮아’라고 적은 손팻말을 준비한 주민도 있었다.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주민들의 응원 열기는 식지 않았다. 3엔드 스웨덴 대표팀이 앞서가자 장내에는 “아” 하고 탄식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옆 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눈을 감거나 아쉬움에 무릎을 쳤다. 하지만 이내 북과 꽹과리를 치며 “대한민국~” “잘한다!”를 연호했다. 4 대 1로 지고 있던 6엔드에도 일부 주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 9엔드가 끝나고 스웨덴 대표팀 승리가 확정된 순간에도 주민들은 자리에 남아 “괜찮아”를 목청껏 외쳤다. 김선영(25)의 고모 김순자 씨(65)는 “(처음엔) 준결승도 못 갈 줄 알았다. 여기까지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대견해했다. 정옥화 의성여고 총동창회장은 “국민들 마음속에는 이미 금메달이다. (선수들이) 꿈같은 한 달을 선사해줬다”고 말했다. 의성=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의성=정현우 기자 edge@donga.com}

    • 201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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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선배’ 연장 마지막샷 성공하자 전국이 “만세”

    근엄한 표정으로 ‘안경 선배’로 불렸던 주장 김은정(28)은 승리 직후 안경을 벗은 채 관중석을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 그리고 힘차게 거수경례를 했다. 강릉 컬링센터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다 긴장감에 숨죽였던 관중석에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오던 그 순간, 전국이 만세 소리에 휩싸였다. 김은정의 고향 경북 의성은 함성과 눈물로 가득했다. ‘일본 넘고 결승 가즈아∼’ ‘의성의 딸 은정아 金길만 걷자’. 각종 손팻말을 든 할머니 아저씨 오빠 동생들이 가득한 의성여고 체육관. 600여 명의 주민과 학생들은 경기 내내 ‘헐(서둘러)’과 ‘업(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 그리고 ‘영미’를 외쳤다. 김은정이 마지막 던진 스톤이 하우스 중앙에 안착하며 연장 승부를 끝내는 순간 주민들은 일제히 무대 앞으로 뛰쳐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자리에 앉아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선영(25)의 고모 김순자 씨(60)는 “우리의 영웅 앞에는 이제 금메달뿐입니다.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며 눈물을 훔쳤다. 의성군 토박이 김경재 씨(60)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이렇게 많이 모여 응원한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내내 체육관에서는 ‘희로애락’이 반복됐다. 10엔드에 승리를 손에 잡은 듯했지만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들자 “아”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일부 학생은 스톤이 하우스를 향할 때마다 손으로 눈을 가렸다. TV에서 김경애 선수의 “쨀까요?”(스톤을 쳐서 밖으로 보낸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목소리가 들리자 주민들은 “째뿌라! 째뿌라!”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오전부터 의성에서는 일터마다 경기를 앞두고 흥분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3시간 전부터 주민 100여 명이 태극기와 피켓 등을 들고 체육관을 찾기 시작했다. 10대부터 80대까지 체육관 한쪽에 마련된 ‘플로어(floor) 컬링장’에서 “자, 세게 던져” “영미야!” 등을 외치면서 스톤을 날렸다.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로 만든 소시지와 과자 등을 먹으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주민들도 있었다. 경기가 열리는 강원 강릉에 가지 않고 의성에 머물고 있는 선수 가족들은 TV를 지켜보며 선수들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김은정의 친척 한월선 씨(67·여)는 “은정이가 개울물에서 물놀이하던 때가 생각난다. 잘 커줘서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영미(27), 김경애(24) 자매의 큰어머니 배경숙 씨(65)는 “집에서 훈련장이 가까워 (두 선수가) 훈련이 끝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돌아오면 기쁜 마음으로 푸짐하게 한 상 차려주겠다”고 말했다. 의성여고 총동창회 회원 50여 명은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현수막과 피켓을 제작해 모교를 찾았다. 경북 지역뿐 아니라 서울과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온 회원도 있었다. 정희옥 의성여고 총동창회 부회장은 “‘팀 킴’의 선전으로 동창회도 다시 부흥하고 있다. 의성여고를 위한 큰 축제를 만들어준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팀 킴의 후배인 의성여고 학생들도 방학 중이지만 50명 가까이 학교를 찾았다. 이세나 의성여고 학생회장은 “일요일 결승 때는 전교생을 모아 선배들에게 힘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지만 쉽지 않았던 승리였다. 한국은 6-4로 앞서던 7엔드 마지막 스톤을 던져 1점을 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스톤을 일본 쪽 스톤과 같이 내보내며 0-0 승부를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래야 8엔드 그리고 10엔드에 ‘후공’으로 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컬링은 나중에 스톤을 굴리는 후공이 득점에 유리한 종목이다. 한국은 2, 3점 차를 유지하며 앞서 나갔다. 한국과 일본의 컴퓨터처럼 정교한 투구가 이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7-6으로 앞서 있던 10엔드 마지막 스톤 처리 과정이 문제였다. 김은정이 보낸 스톤은 하우스 중심에 있던 일본 스톤을 밀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스톤보다 먼 위치에 멈췄다. 결국 두 팀은 ‘엑스트라 엔드’(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 분위기가 넘어온 건 서드 김경애가 6번째 투구를 통해 더블테이크아웃(상대 스톤 두 개를 한꺼번에 쳐내는 일)에 성공하면서부터. 일본은 작전타임을 부른 뒤 가드를 놓아 길을 가로막는 전술을 구사했지만 한국 스킵 김은정이 하우스 중심에 있던 일본 스톤을 밀어내며 승기를 굳혔고, 마지막 스톤을 중심에 놓으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의성=신규진 newjin@donga.com·정현우 / 강릉=정윤철 기자}

    •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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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도 청소할때도 “헐” “업”… 봄축제땐 ‘산수유 컬링’

    “우리 같은 노인네도 다 알아. 빙판 비석치기 아녀?” 22일 오후 경북 의성군 한 노인정에서 토박이 신순희 씨(73·여)가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TV에서는 전날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 대 러시아 경기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이날 모인 할머니 할아버지 13명에게는 벌써 세 번째 시청이었다. 김영미 선수가 스위핑(비질)을 하자 “아이고, 잘 닦는다. 청소 참 잘하겠다” “이제는 마늘보다 컬링이 우리 동네 자랑이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상대방 스톤을 스톤으로 맞혀 밀어내는 컬링이 돌멩이를 세워놓고 돌멩이를 던져 쓰러뜨리는 비석치기와 비슷하다며 ‘빙판 비석치기’라고 불렀다. 세계랭킹 1∼4위 팀을 모두 격파하며 예선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Team Kim)’. 이들이 성공한 비결의 하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의 친숙함이었다. 김초희 선수를 제외한 팀 킴 네 선수의 고향 의성에는 2006년 국내 첫 컬링경기장이 세워졌다. 이듬해 방과후 활동으로 컬링을 택하면서 팀 킴의 신화는 태동했다. 또한 의성 사람들에게 컬링은 낯선 겨울스포츠가 아니라 오랫동안 해온 놀이의 현대판일 뿐이었다.○ 축제에서, 학교에서 컬링은 일상 인구 5만4000명의 소도시에는 10, 20대 놀거리가 많지 않다. 그런 의성에서 컬링은 신선한 놀이였다. 김영미 김경애 선수의 친척은 “자연히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컬링장에 가는 문화가 정착됐다. 의성이 대도시였으면 컬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 놀이에 컬링을 붙이는 경우도 많다. 매년 3월 말 산수유 꽃축제를 할 정도로 많은 산수유나무에 열매가 맺히는 5월이면 뒷산에서는 ‘산수유 컬링’이 열린다. 흙바닥에 원을 그려놓고 산수유를 던져 가장 중심에 가까이 던진 사람이 이긴다. 김경재 씨(60)는 “허리가 아파 빙판에서는 무리지만 컬링과 비슷한 놀이라면 어디서든 한다”고 말했다. 팀 킴 선수 4명의 모교인 의성여고는 지난해부터 체육시간에 컬링을 한다. 빙판이 아닌 나무 바닥에서 하는 ‘플로어(floor) 컬링’ 대회도 연다. 빙판이 아니니 브룸(broom·비)은 필요 없다. 그래도 학생들은 스위핑을 흉내 낸다. 표적도 컬링처럼 하우스라고 부른다. 최재용 교장은 “복도 청소를 할 때도 (학생들이) ‘헐’(영어 hurry의 줄임말·더 빨리 스위핑하라는 말) ‘업’(스위핑을 멈추라는 뜻) 등을 외친다”고 말했다.○ 합숙 응원하는 ‘팀 페어런츠’ 팀 킴 부모들은 올림픽이 개막하자마자 경기장이 있는 강원 강릉시로 올라왔다. 이들은 몇 달 전 강릉 가정집 한 층을 통째로 빌렸다. 함께 먹고 자며 응원도 함께 간다. ‘팀 페어런츠(Team Parents·부모)’인 셈이다. 팀 킴의 경기가 없던 22일은 가족들에게도 오랜만의 휴일이었다. 팀 페어런츠는 이날 오전 강릉 바닷가를 찾았다. 준결승을 앞두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다. 이들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국민적 관심에 감사드릴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딸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세라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른 스포츠보다 멘털(정신력)이 중요한 경기라 괜한 이야기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스킵(주장) 김은정의 아버지 김광원 씨는 예선이 시작한 뒤로는 딸과 통화 한 번 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가도 멀리서 눈인사만 한다. 김 씨는 “불공드리듯 (응원)하고 있다. 부모 자식 간에는 텔레파시 같은 것이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경기를 보면 (그 마음을 느낀 딸이) 실수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음을 졸이는 건 세컨드 김선영의 아버지 김원구 씨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딸과 다른 선수들이 올림픽 전에 (언론 인터뷰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뭐든 선수들 의지대로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보다 낫다’는 문장이 올라있다. 조용한 응원은 부모들 몫만은 아니다. 팀 킴이 의성여고에 다닐 때 컬링부 코치였던 김경석 씨(53)는 컬링심판(ITO)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중립 의무가 있어 선수들을 코앞에서 보지만 응원할 수 없다. 김 씨는 “올림픽 기간에 일부러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며 웃었다.의성=신규진 newjin@donga.com·정현우 / 강릉=이지운 기자}

    •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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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세딸 살해 혐의 30대 엄마 체포

    여섯 살 난 딸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친어머니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친딸 A 양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B 씨(38)를 긴급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경 서울 강서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119 신고가 접수됐다.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A 양 아버지의 신고였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근처 대형 병원으로 옮겼지만 A 양은 끝내 숨졌다. 사인은 질식사였고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2∼3시간 전에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A 양 부모는 구급대원에게 “밤늦게까지 아이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은 아이의 시신을 검안하는 과정에서 목에 미심쩍은 흔적을 발견했다. 끈으로 졸린 듯한 흔적이었다. 경찰은 타살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B 씨를 긴급 체포했다. B 씨는 체포 직후 “아이의 목을 눌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동안 진술을 거부하던 B 씨는 오후 늦게 살해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B 씨의 범행 동기와 수법을 수사하는 한편 아버지의 범행 가담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숨진 A 양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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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희롱 판치는 ‘예비 고교생 단톡방’

    “귀여운 ×아, 왜 대답 안 하냐?”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이런 메시지가 뜨자 활발하던 채팅방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서울 A고교 예비 입학생 150여 명이 참가하는 채팅방이다. 비속어 메시지를 올린 건 이 학교 입학을 앞둔 B 군(16)이었다. 이름이 언급된 C 양(16)은 곧바로 채팅방에서 퇴장했다. C 양은 “메시지가 불쾌했지만 대꾸하면 (B 군이) 해코지를 할까 봐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입학을 앞둔 예비 고교생 사이에 이런 단톡방 개설이 유행이다. ‘예비 ○○고’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만든 뒤 서로서로 친구를 초대한다. 학교 오리엔테이션 일정이나 선생님 평판 등을 공유하고 친해지려는 목적이다. 일종의 ‘셀프 예비 소집’인 셈이다. 물론 해당 학교는 전혀 상관없다. 문제는 채팅방이 성희롱이나 ‘일진놀이’ 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비 A고교 단톡방에서는 일부 남학생이 여학생 프로필 사진을 놓고 “여기 여자들 노잼” “내가 귀엽다고 하는 여자 손 들어라”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여학생도 참여 중이지만 얼굴과 신체를 언급하며 노골적인 성적 표현도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술을 마시고 흡연하는 내용이 마치 자랑하듯 올라온다. 몸에 새긴 문신 사진을 올린 남학생도 있다. 채팅방에 초대돼 참가한 이모 양(15)은 “입학도 하기 전인데 소위 일진들이 나타난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채팅방에서 퇴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채팅방 초대 여부 자체가 진학할 학교에서 마치 편 가르기나 서열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경기 D고교에 진학할 예정인 박모 군(16)은 “100명이 넘는 학생과 굳이 친해질 필요는 없지만 혹시나 나만 외톨이가 될까 봐 두려워서 채팅방에서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예비 고교 단톡방의 부작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부장교사는 “예비 입학생 채팅방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바로 신고하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힘의 우위에 서고 싶어 하는 청소년의 욕망과 소셜미디어가 만난 새로운 사이버 폭력의 공간이다. 일시적으로 관리가 약해지는 시기인 만큼 학교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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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병대 같은 연수, 억지 춘향 장기자랑… 나 취직했다! 나 사표냈다

    ‘불참은 없다. 전원 참석!’ 입사한 지 한 달 만인 2016년 중반경 총무팀에서 받은 e메일은 간결하고 명료했다. 신입사원인 우리의 임무는 회사 체육대회에서의 장기자랑. 혹독한 취업관문을 거치느라 노는 법조차 잃어버린 미생(未生)들에게 담당자는 “분위기가 썰렁해지면 곤란하다”고 엄포를 놓았다. 업무를 마친 우리들은 한밤중에 모여 춤을 연습했다. 아이돌 춤을 따라 하느라 야근을 하게 될 줄이야….연습하느라 풀어놓은 넥타이를 보니 입사 첫날이 떠올랐다. “근속연수 35년을 채우겠습니다. 신입사원 박정후(가명·30)입니다.” 회사 로고와 같은 색깔의 넥타이를 하고 간 나의 자기소개에 임원들은 박장대소했다. 그땐 진심이었다. 40여 곳을 탈락한 끝에 합격한 이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가 돼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엉뚱한 곳에 ‘신입의 열정’을 요구했다. 1000여 명이 모인 회사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신입사원 장기자랑’이었다. ‘방탄소년단’이 될 수 없다면 선택은 하나였다. 반짝이 재킷과 핫팬츠를 입고 우스꽝스러운 ‘몸개그’로 신고식을 했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괴감이 이후 1년 넘게 나를 괴롭혔다. 돌이켜보면 입사 직후 연수원 생활도 다르지 않았다. 10일간 외부와 차단된 채 합숙훈련을 했다. 아침엔 구보, 저녁엔 점호를 하는 게 흡사 군대 같았다. 주말 외출도 금지됐다. 오죽하면 취업사이트에 이런 질문들이 올라올까. ‘가족 결혼식인데 외출하겠다고 말하면 찍힐까요?’ ‘가장 친한 친구가 사고로 죽었어요. 연수원에서 외출을 허락할까요?’ 경조사 참석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연수원에서 배운 건 업무가 아니었다. 신입연수란 창업주의 정신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세뇌당하는 과정 같았다. ‘창업주의 자서전을 읽고, 그 일화를 연극으로 만드시오.’ 이런 과제를 받을 땐 한숨만 푹푹 나왔다. 입사 초기 이 고비만 넘기면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기다릴 줄 알았다. 물론 착각이었다. 근로계약서상 출근시간은 오전 8시지만 간부들은 ‘새벽 별 보기 운동’을 하듯 새벽 출근을 미덕으로 여겼다. 업무는 오전 9시 넘어 시작하더라도 사무실 ‘착석’은 오전 7시를 넘겨선 안 됐다. 신입사원 정신교육을 한다며 새벽 조깅을 하는 회사도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지난해 한 동료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냈다. ‘사장과 사원대리급 사원 간담회’에서다. 사장은 어떤 건의사항이라도 허심탄회하게 해 달라고 했다. 동료는 “해외 영업 업무로 오전 5시경 출근할 때가 있다. 그때만이라도 오후 5시에 퇴근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어진 사장의 답변에 모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자네는 회사에 대한 희생정신이 없군.” 입사한 지 1년 반이 된 올해 초 나는 결국 사표를 냈다. 업무효율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윗사람 보여주기식 새벽출근과 야근, 단체행사의 강압적 참여에 심신은 지쳐갔다. 성과 없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만 갉아먹는 행동을 강요당할 때마다 ‘퇴사 마일리지’가 쭉쭉 쌓였다. 어쩌면 열심히 업무를 배우겠다며 눈을 반짝이던 신입사원에게 반짝이 의상을 나눠주며 야간 춤 연습을 시킬 때 이미 퇴사를 예약했는지 모른다. 실제 몇몇 동기가 그 일 이후 이직을 공공연히 얘기했다. ‘퇴준생(퇴직준비생)’ 중 내가 먼저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누군가는 우리를 향해 나약하고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손가락질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목적조차 분명치 않은 강압적 교육과 단체활동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게 패기이고 열정일까. 그것을 미생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기엔 우린 너무 젊다.▼군대식 신입교육… “애사심? 관두고 싶어져”▼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이 ‘신입사원 연수’ 중 100km 행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여직원에게 피임약을 권해 물의를 빚었다. 행군 때 생리로 고생하지 않도록 한 조치지만 오히려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신입교육’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군대식 점호 등 무리한 훈련에 사회 초년생들의 불만이 크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4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인 261명은 기업연수원 입소 경험이 있었다. 이 중 34%는 연수원 교육을 받은 뒤 입사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실제 퇴사를 했다고 응답했다. 신입사원들은 ‘매 시간 꽉 채워진 빈틈없는 일정’(18%) ‘집체교육 등 지나친 단체생활 강조’(12%) ‘이른 기상시간’(10%) 등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들은 입사 초부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회사의 강압적 교육방식을 ‘갑질’에 비유했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군대식 신입교육이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이유에 대해 “사람을 뽑았으면 회사도 그 사람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힘든 교육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사원이 있다면 일찌감치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B기업 인사 담당자는 “함께 일하려면 기업의 철학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보니 기업도 많은 비용을 들여 신입연수를 하는 것”이라며 “다만 장거리 행군 등 무리한 프로그램은 없애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근로자의 단결심 고양과 체력단련 등을 명목으로 자행되는 군대식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은 “직원들의 자율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잡학사전 : 수습사원의 법적 신분최저임금의 90% 보장…이유없이 해고 못해근로기준법에 수습사원 규정은 별도로 없다. 수습기간과 처우는 사업장마다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으로 정한다. 수습사원의 월급은 일반 직원보다 적어도 상관없지만 최저임금의 90%는 돼야 한다. 올해 최저월급(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은 157만3770원이므로 141만6393원 이상은 줘야 한다. 수습사원도 엄연한 근로자다. ‘근무태만’ 같은 정당한 사유(근로기준법 23조) 없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다. 특히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최저임금법 5조에 따라 수습기간이 3개월 이내여야 한다.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상대로는 수습기간을 둘 수 없다. 월급 감액도 허용하지 않는다. 단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수습기간을 둬 월급을 깎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김수연 suyeon@donga.com·신규진 기자 김수연 sykim@donga.com·서동일 기자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 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 내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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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강기, 줄 잡지 말고 벽보며 내려오세요

    높이 6m 남짓한 난간에 서자 다리가 떨렸다. 의지할 건 완강기밖에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아래로 몸을 던지려던 순간 교관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절대 앞으로 뛰어내리시면 안 됩니다!” 9일 서울 광진구 광나루안전체험관. 난생처음 완강기 체험에 나선 기자의 몸을 김현선 교관(40·소방장)이 붙잡았다. 김 교관은 “일단 뒤돌아선 뒤 한 발만 뺀다고 생각하면서 하강하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자세를 바꿨다. 단 3초 만에 바닥에 발이 닿았다. 떨리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떨어지는 건 아닐까’란 걱정은 기우였다. 완강기 자체는 낯설지 않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숙박업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용법을 모른다. 소화기나 소화전에 비해 더 복잡해 보여서다. 하지만 화염과 유독가스로 실내 대피로가 차단됐을 때 바로 완강기가 ‘최후의 수단’이다. 완강기와 친해져야 할 이유다. 기자도 이날 세 차례의 하강훈련을 하면서 완강기에 익숙해졌다. 그만큼 사용하기가 어렵지 않다. 완강기함을 열면 우선 실패처럼 돌돌 말린 줄이 눈에 띈다. 양쪽 끝에 안전벨트가 달려 있다. 하강 때 속도를 조절하는 조속기(調速機)와 지지대에 거는 고리가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고리를 조속기에 연결한 뒤 나사를 돌려 완강기 지지대에 결합한다 △머리 위로 겨드랑이 사이에 안전벨트를 착용한다 △하강 지점에 장애물이 있는지 확인한다 △발부터 밖으로 빼 벽면에 부딪히지 않도록 안전하게 하강한다. 완강기는 층마다 길이가 다르다. 보통 한 층당 3m로 계산하면 된다. 최소 25kg 이상의 하중을 받아야 내려간다. 최대 무게는 150kg 이하다. 가벼운 어린이는 안전벨트를 채워 위에서 줄을 당겨 내려보내야 한다. 안전벨트 착용이 불가능한 영유아는 아기띠 등으로 보호자 몸에 밀착시켜 함께 하강한다. 절대 아이를 손으로 안고 내려가선 안 된다. 사용법을 알아도 처음 완강기를 타면 당황한다. 우선 안전벨트 착용 때 겨드랑이에 팔을 붙이고 양손을 가슴 앞으로 펴야 한다. 하강 시 부딪힐 위험이 있는 장애물을 팔로 짚거나 쳐내기 위해서다. 팔을 십자로 벌리면 몸을 보호할 수 없고 양팔을 위로 들면 안전벨트가 벗겨질 위험이 크다. 줄을 최대한 팽팽하게 해야 한다. 내려갈 때 줄이 꼬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앞을 보고 뛰어내리면 안 된다. 건물 벽에 부딪혀 다칠 수 있다. 점프도 금지다. 줄을 잡아서도 안 된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 수 있다. 손이 쓸려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완강기, 어렵지 않아요[1] 지지대 위치 조정[2] 고리를 조속기에 끼워 지지대 결합[3] 안전벨트를 겨드랑이 사이에 착용[4] 팔을 겨드랑이에 붙임[5] 아래에 장애물 여부를 확인 [6] 발을 살짝 뒤로 빼면서 하강}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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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라밸]반짝이 재킷과 핫팬츠로 신입 신고식…쌓여가는 퇴사 마일리지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7회 ‘취뽀생? 퇴준생!’ 웹툰은 ‘규찌툰’ 시리즈로 유명한 남현지 작가가 과도한 신입교육과 단체활동으로 워라밸을 잃고 사표를 쓴 회사원 박정후(가명·30) 씨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 ‘불참은 없다. 전원참석!’ 입사한 지 한 달 만인 2016년 중순경 총무팀에서 받은 e메일은 간결하고 명료했다. 신입사원인 우리의 임무는 회사 체육대회에서의 장기자랑. 혹독한 취업관문을 거치느라 노는 법조차 잃어버린 미생(未生)들에게 담당자는 “분위기가 썰렁해지면 곤란하다”고 엄포를 놓았다. 업무를 마친 우리들은 한밤중에 모여 춤을 연습했다. 아이돌 춤을 따라하느라 야근을 하게 될 줄이야…. 연습하느라 풀어놓은 넥타이를 보니 입사 첫 날이 떠올랐다. “근속연수 35년을 채우겠습니다. 신입사원 박정후(가명·30)입니다.” 회사 로고와 같은 색깔의 넥타이를 하고 간 나의 자기소개에 임원들은 박장대소했다. 그땐 진심이었다. 40여 곳을 탈락한 끝에 합격한 이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가 돼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엉뚱한 곳에 ‘신입의 열정’을 요구했다. 1000여 명이 모인 회사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신입사원 장기자랑’이었다. ‘방탄소년단’이 될 수 없다면 선택은 하나였다. 반짝이 재킷과 핫팬츠를 입고 우스꽝스러운 ‘몸개그’로 신고식을 했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괴감이 이후 1년 넘게 나를 괴롭혔다. 돌이켜보면 입사 직후 연수원 생활도 다르지 않았다. 10일간 외부와 차단된 채 합숙훈련을 했다. 아침엔 구보, 저녁엔 점호를 하는 게 흡사 군대 같았다. 주말 외출도 금지됐다. 오죽하면 취업사이트에 이런 질문들이 올라올까. ‘가족 결혼식인데 외출하겠다고 말하면 찍힐까요?’ ‘가장 친한 친구가 사고로 죽었어요. 연수원에서 외출을 허락할까요?’ 경조사 참석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연수원에서 배운 건 업무가 아니었다. 신입연수란 창업주의 정신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세뇌당하는 과정 같았다. ‘창업주의 자서전을 읽고, 그 일화를 연극으로 만드시오.’ 이런 과제를 받을 땐 한숨만 푹푹 나왔다. 입사 초기 이 고비만 넘기면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기다릴 줄 알았다. 물론 착각이었다. 근로계약서상 출근시간은 오전 8시지만 간부들은 ‘새벽 별 보기 운동’을 하듯 새벽 출근을 미덕으로 여겼다. 업무는 오전 9시 넘어 시작하더라도 사무실 ‘착석’은 오전 7시를 넘겨선 안 됐다. 신입사원 정신교육을 한다며 새벽 조깅을 하는 회사도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지난해 한 동료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냈다. ‘사장과 사원대리급 사원 간담회’에서다. 사장은 어떤 건의사항이라도 허심탄회하게 해 달라고 했다. 동료는 “해외 영업 업무로 오전 5시경 출근할 때가 있다. 그때만이라도 오후 5시에 퇴근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어진 사장의 답변에 모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자네는 회사에 대한 희생정신이 없군.” 입사한 지 1년 반이 된 올해 초 나는 결국 사표를 냈다. 업무효율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윗사람 보여주기식 새벽출근과 야근, 단체행사의 강압적 참여에 심신은 지쳐갔다. 성과 없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만 갉아먹는 행동을 강요당할 때마다 ‘퇴사 마일리지’가 쭉쭉 쌓였다. 어쩌면 열심히 업무를 배우겠다며 눈을 반짝이던 신입사원에게 반짝이 의상을 나눠주며 야간 춤 연습을 시킬 때 이미 퇴사를 예약했는지 모른다. 실제 몇몇 동기들이 그 일 이후 이직을 공공연히 얘기했다. ‘퇴준생(퇴직준비생)’ 중 내가 먼저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누군가는 우리를 향해 나약하고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손가락질 할지 모른다. 하지만 목적조차 분명치 않은 강압적 교육과 단체활동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게 패기이고 열정일까. 그것을 미생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기엔 우린 너무 젊다. ▼ 못 버티는 사원, 일찌감치 걸러내자? 워라밸 빼앗는 신입교육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이 ‘신입사원 연수’ 중 100㎞ 행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여직원에게 피임약을 권해 물의를 빚었다. 행군 때 생리로 고생하지 않도록 한 조치지만 오히려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신입교육’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군대식 점호 등 무리한 훈련에 사회 초년생들의 불만이 크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4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인 261명은 기업연수원 입소 경험이 있었다. 이 중 34%는 연수원 교육을 받은 뒤 입사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실제 퇴사를 했다고 응답했다. 신입사원들은 ‘매 시간 꽉 채워진 빈틈없는 일정’(18%) ‘집체교육 등 지나친 단체생활 강조’(12%) ‘이른 기상시간’(10%) 등에 불만을 나타났다. 이들은 입사 초부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회사의 강압적 교육방식을 ‘갑질’에 비유했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군대식 신입교육이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이유에 대해 “사람을 뽑았으면 회사도 그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힘든 교육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사원이 있다면 일찌감치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B기업 인사 담당자는 “함께 일하려면 기업의 철학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보니 기업도 많은 비용을 들여 신입연수를 하는 것”이라며 “다만 장거리 행군 등 무리한 프로그램은 없애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근로자의 단결심 고양과 체력단련 등을 명목으로 자행되는 군대식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신 의원은 “직원들의 자율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잡학사전 : 수습사원의 법적 신분 근로기준법에 수습사원 규정은 별도로 없다. 수습기간과 처우는 각 사업장마다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으로 정한다. 수습사원의 월급은 일반 직원보다 적어도 상관없지만 최저임금의 90%는 돼야 한다. 올해 최저월급(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은 157만3770원이므로 141만6393원 이상은 줘야 한다. 수습사원도 엄연한 근로자다. ‘근무태만’ 같은 정당한 사유(근로기준법 23조) 없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다. 특히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최저임금법 5조에 따라 수습기간이 3개월 이내여야 한다.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상대로는 수습기간을 둘 수 없다. 월급 감액도 허용하지 않는다. 단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수습기간을 둬 월급을 깎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 내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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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이냐, 재산권이냐

    비상구는 법을 어기고 설치해도 좋은 걸까. 법을 어겼다고 비상구를 막아도 좋은 걸까. 서울 도심 지하볼링장 주인이 공유(共有)부지에 승인을 받지 않고 만든 새 비상구를 놓고 다른 건물 소유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건물주는 “공유부지에 공사하려면 소유주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일단 폐쇄를 요구한다. 종로구 지하 5층, 지상 15층 건물 지하 1층에서 약 1000m² 규모 볼링장을 2014년 6월부터 운영해온 이모 씨(34)는 2015년 9월 기존 출입문에서 30m 떨어진 맞은편에 비상구를 하나 더 만들었다. 기존 비상구는 이 씨가 운영하기 전부터 볼링 레인 뒤편에서 볼링 핀 설치기계로 막혀 있었다. 전 주인은 2014년 안전점검을 한 한국화재보험협회로부터 ‘비상출구를 보완하라’는 권고를 들었다. 나무로 된 16개 볼링 레인에는 항상 기름칠이 돼 있다. 한 번에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주말 저녁에 불이라도 나면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이 씨는 주장한다. 이 씨는 “(공사를 해도) 건축법상 하자 없고 건물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조언을 받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한다. 자문에 응해준 측은 변호사가 아니라 건축업체였다. 건물 지분을 가진 다른 일부 소유주는 반발했다. 현재 이 건물은 137명이 구분 소유하고 있다. 비상구를 만들기 위해 개조한 지상 1층 화단은 공용부지여서 개조를 하려면 이들 구분 소유주의 정기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이 씨가 “비상구를 새로 만들겠으니 심의해 달라”고 2015년 정기총회에 의뢰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총회 직후 구분 소유주 20명으로 구성된 임시 이사회에서 ‘건물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설치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후 ‘안전검사에서 이상이 없어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우편으로 보냈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발하는 구분 소유주 가운데 볼링장 바로 옆에서 병원을 하는 A 원장과 다른 소유주 일부는 2016년과 지난해 볼링장을 실소유한 모 주식회사를 상대로 시설물 제거 등 청구 소송을 각각 냈다. 이 주식회사는 이 씨의 모친이 운영하고 있다. 소송을 당한 이 씨는 지난해 8월 관할 종로소방서에 새로 만든 비상구의 적합성을 판단해 달라고 민원을 냈다. 종로소방서 측은 “기존 비상구는 유사시 사용이 불가하다. 새 비상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문서로 답변했다. 종로소방서는 비상구가 적법한 절차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A 병원 원장은 “볼링장에서 1층으로 바로 통하는 길을 만들어 값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본인 이익을 위해 공유부지를 침범해 놓고 안전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괘씸하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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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금특명, 일폭탄을 피하라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6회 ‘불타는 금요일’ 웹툰은 ‘파페포포’ 시리즈로 유명한 심승현 작가가 주말을 앞둔 금요일 퇴근 직전 상사의 업무지시로 괴로워하는 3년차 회사원 김현지(가명·여) 씨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금요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의 한 가구회사 디자인팀 사무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하다. 화장실이 급했지만 서둘러선 안 된다. 소리가 나지 않는 ‘금요일용’ 플랫 슈즈를 신고 허리를 굽힌 채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K 선배도 까치발을 들고 정수기 쪽으로 향했다. 첩보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긴장감이 감돈다. 바로 그때! “현지 씨 잠깐 와보세요.” 동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그들의 눈빛에서 안도와 연민이 교차한다. 이번 주 ‘불금’도 이렇게 사라지는 건가. 사무실 숨바꼭질은 금요일 퇴근시간마다 반복된다. 술래는 팀장. 20명이 넘는 팀원은 머리를 책상에 처박고 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주말을 앞두고 ‘일 폭탄’이 날아들 수 있어서다. 왜 이번에도 나일까. “별 건 아닌데….” 등골이 오싹하다. 얼마나 대형 폭탄이기에 이런 밑밥을 까나. 문서 더미를 뒤적이던 팀장이 파일 하나를 건넨다. 어림잡아 80쪽은 돼 보인다. “내용 정리해서 월요일 오전까지 PPT(파워포인트) 만들어줘. 수요일 임원 보고야.” ‘화요일까지 만들면 안 될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네” 하고 돌아서는데 팀장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데드라인 맞춰 PPT 만들 일이 많으니까 확실히 연습해 놓아야 해.” 주말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마음을 다잡으려는 순간, 친구들의 단체 채팅방에 불이 났다. ‘나 이제 출발! 다들 늦지 마.’ 불금에 들뜬 친구들의 채팅 수다에 스마트폰을 구석에 엎어 놓았다. ‘오늘 못 가’라고 말하지 않아도 연락이 오지 않을 게 뻔하다. 분명 ‘현지는 또 야근인가 보네…’ 하고 넘어갈 거다. 토요일 오전 11시. 스마트폰 너머로 남자친구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도 카페 데이트야?” 카페에서 나는 일하고, 남자친구는 영화 보고…. 주말 우리의 일상이다. 1시간 뒤 남자친구가 노트북을 들고 나타났다. 오늘은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를 다운로드해 왔단다. 옆에서 턱을 괴고 영화를 보는 남자친구 모습이 짠하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팀장이다. “지금까지 한 것 좀 보내봐.” 중간점검이다. 잠시 뒤 팀장은 “검토해봤는데 4페이지에 PPT 효과를 줬으면 좋겠어. 손짓을 하면 글씨가 튀어나오는 거 있잖아.” 휴대전화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2년 전 파릇한 신입사원 때는 바쁜 시간을 쪼개 친구들을 만나 회사 ‘뒷담화’를 하는 게 낙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끊임없이 불만을 토해내는 나 자신이 초라해졌다. 더욱이 주말에도 일 생각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점점 말수가 줄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일 있어? 얼굴이 흙빛이야”란 말을 듣기 일쑤다. 그때도 난 딴생각을 한다. ‘얼른 가서 자료 정리해야 하는데….’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심지어 회사는 휴가를 앞두고 일 폭탄을 날렸다. 지난해 여름휴가 때다. “휴가 잘 다녀오고, 쉬다가 고객사 한번 만나봐.” 휴가 이틀 전 팀장이 말했다. 고객사와의 미팅은 휴가 기간 중간에 잡혀 있었다. 위약금을 물면서 코타키나발루 비행기표를 취소해야 했다. 팀장만 ‘공공의 적’이 아니다. 금요일 오후 ‘이번 주말은 쉴 수 있겠지’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때 회사 선배가 화들짝 놀라 후배들을 소집했다. 월요일까지 보고할 수납장 디자인 자료를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왜 이런 건 꼭 금요일 오후에 생각날까. 서로 눈치를 보며 폭탄 돌리기에 들어가면 결국 팀 막내가 떠안는다. 후배에게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야’라고 위로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오랜만에 지방에서 올라온 어머니가 저녁을 챙겨주며 물었다. “이제 좀 편해졌니?” 밥을 한술 떠 입에 넣는데 눈물이 났다.▼ 직장인 1007명 “팀장님 워라밸 노력 5.32점” ▼“상사병 때문에 ‘일하기실어증’에 걸릴 지경이다.” ‘상사병’은 남녀 간에 그리워하는 ‘상사(相思)’병을 직장 ‘상사(上司)’로 바꾼 신조어다. 과도한 업무 부담을 안겨 부하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직장상사 때문에 화병이 난다는 의미다. 그런 직장상사에 지쳐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을 ‘일하기실어증’이라고 한다. ‘싫어’와 ‘실어(失語)’의 발음이 유사한 데서 비롯됐다. 직장인 사이에서 이런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직장상사는 워라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7명을 대상으로 ‘직장상사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느냐’고 물은 결과 5.32점(10점 만점)에 그쳤다. 응답자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직장상사의 워라밸 노력 점수가 높았다. WLB연구소는 “고소득인 경우 관리자 집단이 많은 반면 저소득일수록 시간제 혹은 단기근로가 많다”며 “회사 내 위치와 채용 형태에 따른 복리후생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워라밸 붕괴를 직장상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팀장이나 부장 등 직장상사도 조직 내에서 누군가의 부하직원이기 때문이다. WLB연구소 안선영 연구원은 “직장상사가 개인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회사 내 워라밸 전담팀을 구성해 워라밸 제도가 정착하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잡학사전 : 신입사원휴가입사 1년 미만 근로자는 한달 개근하면 1일 휴가 ‘사용자는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근로기준법 60조 2항이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이 1년 개근하면 11일의 유급휴가가 생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60조 3항은 신입사원이 이 휴가를 사용하면 이듬해 연차휴가에서 차감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입사연도에 3일의 휴가를 사용했고, 이듬해 연차휴가가 15일 생겼다면 실제로는 3일을 차감한 12일만 사용할 수 있다. 올해 5월 29일부터는 이 3항을 삭제한 개정안이 시행돼 신입사원이 연차를 쓰더라도 이듬해 연차에서 차감하지 않는다. 신입사원도 ‘1년 차 휴가’를 온전히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 내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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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라밸] 금요일 퇴근직전 ‘일 폭탄’ 투척…‘불금’과 작별인사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6회 ‘불타는 금요일’ 웹툰은 ‘파페포포’ 시리즈로 유명한 심승현 작가가 주말을 앞둔 금요일 퇴근 직전 상사의 업무지시로 괴로워하는 3년차 회사원 김현지(가명·여) 씨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 금요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의 한 가구회사 디자인팀 사무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하다. 화장실이 급했지만 서둘러선 안 된다. 소리가 나지 않는 ‘금요일용’ 플랫 슈즈를 신고 허리를 굽힌 채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K 선배도 까치발을 들고 정수기 쪽으로 향했다. 첩보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긴장감이 감돈다. 바로 그때! “현지 씨 잠깐 와보세요.” 동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그들 눈빛에서 안도와 연민이 교차한다. 이번 주 ‘불금’도 이렇게 사라지는 건가. 사무실 숨바꼭질은 금요일 퇴근시간마다 반복된다. 술래는 팀장. 20명이 넘는 팀원들은 머리를 책상에 쳐 박고 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주말을 앞두고 ‘일 폭탄’이 날아들 수 있어서다. 왜 이번에도 나일까. “별 건 아닌데…” 등골이 오싹하다. 얼마나 대형 폭탄이기에 이런 밑자락을 까나. 문서 더미를 뒤적이던 팀장이 파일 하나를 건넨다. 어림잡아 80쪽은 돼 보인다. “내용 정리해서 월요일 오전까지 PPT(파워포인트) 만들어줘. 수요일 임원 보고야.” ‘화요일까지 만들면 안 될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네”하고 돌아서는데 팀장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데드라인 맞춰 PPT 만들 일이 많으니까 확실히 연습해 놓아야 해.” 주말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마음을 다잡으려는 순간, 친구들의 단체 채팅방에 불이 났다. ‘나 이제 출발! 다들 늦지 마.’ 불금에 들뜬 친구들의 채팅 수다에 스마트폰을 구석에 엎어 놓았다. ‘오늘 못 가’라고 말하지 않아도 연락이 오지 않을 게 뻔하다. 분명 ‘현지는 또 야근인가 보네…’하고 넘어갈 거다. 토요일 오전 11시. 스마트폰 너머로 남자친구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도 카페 데이트야?” 카페에서 나는 일하고, 남자친구는 영화 보고…. 주말 우리의 일상이다. 1시간 뒤 남자친구가 노트북을 들고 나타났다. 오늘은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를 다운받아 왔단다. 옆에서 턱을 괴고 영화를 보는 남자친구 모습이 짠하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팀장이다. “지금까지 한 것 좀 보내봐.” 중간점검이다. 잠시 뒤 팀장은 “검토해봤는데 4페이지에 PPT 효과를 줬으면 좋겠어. 손짓을 하면 글씨가 튀어나오는 거 있잖아.” 휴대전화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2년 전 파릇한 신입사원 때는 바쁜 시간을 쪼개 친구들을 만나 회사 ‘뒷담화’를 하는 게 낙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끊임없이 불만을 토해내는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더욱이 주말에도 일 생각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점점 말수가 줄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일 있어? 얼굴이 흙빛이야”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그때도 난 딴 생각을 한다. ‘얼른 가서 자료 정리해야 하는데…’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심지어 회사는 휴가를 앞두고 일 폭탄을 날렸다. 지난해 여름휴가 때다. “휴가 잘 다녀오고, 쉬다가 고객사 한 번 만나봐.” 휴가 이틀 전 팀장이 말했다. 고객사와의 미팅은 휴가 기간 중간에 잡혀 있었다. 고객사를 만나기 전 준비해야 할 자료가 산더미였다. 위약금을 물면서 코타키나발루 비행기표를 취소해야 했다. 팀장만 ‘공공의 적’이 아니다. 금요일 오후 ‘이번 주말은 쉴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때 회사 선배가 화들짝 놀라 후배들을 소집했다. 월요일까지 보고할 수납장 디자인 자료를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왜 이런 건 꼭 금요일 오후에 생각날까. 서로 눈치를 보며 폭탄 돌리기에 들어가면 결국 팀 막내가 떠안는다. 후배에게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야’라고 위로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오랜만에 지방에서 올라온 어머니가 저녁을 챙겨주며 물었다. “이제 좀 편해졌니?” 밥을 한술 떠 입에 넣는데 눈물이 났다. ■ 내 상사의 워라밸 노력점수는 “상사병 때문에 ‘일하기실어증’에 걸릴 지경이다.” ‘상사병’은 남녀 간 그리워하는 ‘상사(相思)’병을 직장 ‘상사(上司)’로 바꾼 신조어다. 과도한 업무 부담을 안겨 부하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직장상사 때문에 화병이 난다는 의미다. 그런 직장상사에 지쳐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을 ‘일하기실어증’이라고 한다. ‘싫어’와 ‘실어(失語)’의 발음이 유사한 데서 비롯됐다. 직장인 사이에서 이런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직장상사는 워라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7명을 대상으로 ‘직장상사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느냐’고 물은 결과 5.32점(10점 만점)에 그쳤다. 응답자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직장상사의 워라밸 노력 점수가 높았다. WLB연구소는 “고소득인 경우 관리자 집단이 많은 반면 저소득일수록 시간제 혹은 단기근로가 많다”며 “회사 내 위치와 채용 형태에 따른 복리후생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워라밸 붕괴를 직장상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팀장이나 부장 등 직장상사도 조직 내에서 누군가의 부하직원이기 때문이다. A기업 부장은 “워라밸을 지켜주고 싶어도 다른 부서는 야근하는데 우리 부서만 퇴근하면 눈치가 보인다”며 “성과가 떨어지면 결국 내 책임 아니냐”고 말했다. WLB연구소 안선영 연구원은 “직장상사가 개인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회사 내 워라밸 전담팀을 구성해 워라밸 제도가 정착하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잡학사전 : 신입사원도 휴가갈 수 있다 ‘사용자는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근로기준법 60조 2항이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이 1년 개근하면 11일의 유급휴가가 생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60조 3항은 신입사원이 이 휴가를 사용하면 이듬해 연차휴가에서 차감하도록 했다. 사실상 신입사원은 1년차에는 휴가가 없고 이듬해 연차를 당겨쓸 수만 있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입사년도에 3일의 휴가를 사용했고, 이듬해 연차 휴가가 15일 생겼다면 실제로는 3일을 차감한 12일만 사용할 수 있다. 올해 5월 29일부터는 이 3항을 삭제한 개정안이 시행돼 신입사원이 연차를 쓰더라도 이듬해 연차에서 차감하지 않는다. 신입사원도 ‘1년차 휴가’를 온전히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bit.ly/balance2018)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 내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김윤종기자 zozo@donga.com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유성열기자 ryu@donga.com}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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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窓]치우고… 막고… 대학서 ‘쓰레기 전쟁’

    “쓰레기 치우려고 그래? 절대 못 들어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 여자 화장실 앞에서 고성과 함께 실랑이가 벌어졌다. 소리를 지른 건 화장실 문 앞에 있던 한 60대 여성이다. 이 여성은 화장실로 다가오는 한 교직원 앞을 가로막았다. 이어 “화장실 이용도 안 되느냐”며 항의하던 교직원을 몸으로 밀어냈다. 요즘 동국대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이 학교 청소근로자 78명 중 47명이 파업을 시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서울일반노조 동국대분회 소속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한파 속에 본관 로비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청소는 다른 노조 소속 30명과 비노조원 1명이 맡고 있다. 청소 인력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건물 14곳 중 9곳의 쓰레기 수거가 중단됐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곳곳에 쌓여가는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교직원들이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파업 중인 근로자들이 24시간 교대근무를 서며 쓰레기 수거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교직원들이 몰래 쓰레기를 치우면 근로자들이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는 황당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교직원들이 쓰레기를 모으고 있으면 근로자들이 달려와 쓰레기봉투를 발로 차는 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교직원과 근로자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학교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쓰레기까지 가져다 놓는 모습도 확인했다.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학교 구성원의 편의를 볼모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점점 ‘쓰레기 천국’으로 바뀌고 있다. 6일 찾은 동국대 문학관 1층 여자 화장실에는 휴지와 컵라면 용기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복도에도 음식물 찌꺼기와 페트병 등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영하 12도의 추위에도 악취가 풍겼다. 동국대 청소근로자는 2013년 107명이었다. 5년 사이 29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말 8명이 퇴직했다. 학교 측은 다른 근로자를 채용하는 대신 근로장학생(학교 일을 하고 장학금을 받는 학생)으로 충원하기로 했다. 근로자들은 발끈했다. “이렇게 매년 퇴직자를 학생들로 대체해 결국 모든 청소근로자를 없애려는 것”이라며 정식 근로자 고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됐고 입학금도 폐지됐다.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청소근로자 문제는 동국대만의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전후로 주요 대학마다 비슷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견이 팽팽해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동국대의 경우 파업 후 지금까지 학교와 근로자 측이 협상조차 하지 않았다. 방학 중에도 취업 준비를 위해 학교를 찾은 많은 학생이 불편을 겪고 있다. 당장 신입생을 맞아야 하고 새 학기 개강이 다가왔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국대 4학년 김모 씨(26)는 6일 본관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바라보며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분들의 처지도, 학교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타협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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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단체 중심 ‘북한 찢기’ 퍼포먼스 확산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인공기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을 훼손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지고 있다. 일명 ‘북한 찢기’ 퍼포먼스다. 약 일주일 전부터 누리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관련 퍼포먼스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동영상은 300개가 넘는다. 영상에는 ‘#NO평양올림픽’ ‘#대한민국은자유국가다’ 등의 해시태그가 달려 있다. 연령층은 20∼50대까지 다양하다. 일부 동영상에는 어린이도 있다. 한 남자아이가 “나는 여섯 살 ○○○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유국가입니다”라고 외친 뒤 인공기가 그려진 종이를 찢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얼마 전 북한 현송월의 방남이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역 앞에서 대한애국당 등 보수단체 회원 50여 명이 현송월 방남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인공기와 김정은의 사진을 찢거나 불태웠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미신고 불법 집회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북한 찢기 퍼포먼스는 확산되는 추세를 보인다. 1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집회를 연 보수단체 회원 중 일부는 차량 위에 올라가 대형 인공기에 불을 붙였다. 경찰은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참가자들을 저지했다. 3일 서울역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일(2일)을 맞아 친박계 단체가 주최하는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열린다. 주최 측은 참가 규모를 5만 명으로 예상했다. 이 자리에서 인공기를 태우거나 찢는 집단 퍼포먼스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원은 “대규모 인공기 화형식을 거행하자”고 말하고 있다. 경찰은 안전 우려 때문에 불을 붙이는 행위를 적극 제지할 방침이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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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에도 밤에도 하루 카톡 300개, ‘카톡 퇴근’은 언제…

    《국내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75.6%)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본다.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로 일주일에 10시간을 더 일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직장인 2402명을 조사한 결과(2016년 기준)다. 화장품 회사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3년차 직장인 장연주(가명·26) 씨는 하루 최대 300개가량의 업무 카톡을 받는다고 했다. 장 씨가 취재팀에 밝힌 ‘카톡과의 하루’를 재구성했다.》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워라밸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1회 ‘카톡지옥’은 웹툰 ‘여탕 보고서’로 유명한 마일로 작가가 회사원 장연주(가명) 씨의 사연을 듣고 그렸다.오후 11시 야근을 마치고 좀비처럼 집에 들어왔다. 샤워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챙긴 건 다름 아닌 스마트폰. 회사에서 카톡이 올까 싶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카톡! 카톡!” 세면대 위 스마트폰이 날 애타게 찾는다. 스마트폰에 왜 방수 기능이 있는지 한국 직장인들은 잘 안다. 샤워기를 끄고 젖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이게 웬일인가. 아무것도 온 게 없다. ‘아, 이제 환청까지 들리는구나.’ 누군가는 이를 ‘유령 울림’ ‘디지털 이명(耳鳴)’이라고 했다. 퀭한 눈으로 세면대 거울 속 나를 본다. 막 잠이 든 밤 12시 반. 카톡 알림이 고요한 방을 뒤흔든다. 설마 이번에도 환청? 스마트폰 화면에 ‘팀장님’이란 글자가 보인다. ‘내일 상무께 보고드릴 자료 준비는 잘됐지?’ 긴 한숨과 함께 ‘넵, 준비됐습니다’라고 답 메시지를 보낸다. 회사원 사이에선 ‘넵병’이라고 부른다. 상사의 카톡에 기계적으로 ‘넵’이라고 답을 보내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넵이라고 다 같은 넵이 아니다. ‘넹’은 대답은 하지만 일은 이따 하겠다는 의미다. ‘네…’는 내키지 않지만 알았다는 뜻. 넵 옆에 느낌표를 붙이면(넵!) 지금 바로 하겠다는 얘기다. ‘앗! 네!’는 내가 일을 실수했다는 뜻이다. ‘심야 카톡’에 잠이 달아났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켠다. ‘○○매장 수량 및 제품 보고’ 문서를 열어 빠뜨린 게 없는지 다시 확인했다. 이제는 무뎌져 화도 나지 않는다. 오전 8시 출근 중 어김없이 단톡방(단체 카톡방)에 매출 보고서와 팀장의 지시가 올라온다. 이어지는 카톡의 향연…. ‘네’ ‘넵 알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지옥철’에서 누군가 대답이 늦으면 이번엔 팀장 없는 단톡방이 울린다. ‘○○ 씨 대답하라’는 과장의 성화가 이어진다. 현재 회사 단톡방만 8개다. ‘팀장 없음’ ‘팀장·과장 없음’ 등 단톡방 이름도 참 다양하다. 업무 관련 카톡은 하루 평균 300여 개. 업무 지시 외에 상사들의 농담까지 합하면 400개가 넘는다.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카톡’이 끊이지 않다 보니 소위 ‘안읽씹’(안 읽고 카톡을 씹는 일)이 불가능한 구조다. 10명이 모인 단톡방에서 숫자 9가 사라지지 않으면 팀장이 바로 묻는다. “누가 확인 안 했니?” 오후에 매장 4곳을 둘러보기 위해 외근을 나간다. ‘지금 어디 매장이니?’라는 팀장의 카톡이 온다. 1분 안에 ‘답톡’을 하지 않으면 또 온다. 지난주엔 5분 늦게 확인했더니 ‘외근한다면서 수면카페에서 자고 있는 것 아니냐’ ‘외근할수록 안(회사)과 소통이 잘돼야 한다’는 ‘잔소리 카톡’이 쏟아졌다. 업무 특성상 매장에서 바로 퇴근할 때가 많다. 이때마다 뒷골이 땅긴다. 단톡방에 ‘퇴근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남겨야 하는데, 늘 독립운동 하듯 용기가 필요하다. 오후 8시 반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전송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이때부터 ‘갠톡’(개인 카톡)이 울린다. 오전 11시에 보고한 제품 수량 자료를 이제야 확인한 팀장이 꼬치꼬치 묻기 시작한다. 야심한 밤에 회사 카톡이 오면 급히 스마트폰을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꿀 때가 있다. 카톡 내용을 확인하면서도 읽지 않은 상태로 숫자를 남겨둘 수 있어서다. 읽은 게 확인되는 순간 추가 카톡이 날아오는 걸 방지하는 ‘꿀팁’이다. 하지만 오늘 밤 날아든 카톡 내용을 확인한 뒤 ‘비행기 탑승 모드’를 바로 껐다. ‘연주 씨, 내일 오전까지 PPT(파워포인트) 준비해줘’라는 팀장의 카톡에 ‘넵!’이라는 답톡을 남기지 않을 수 없어서다.  ▼ “나도 상무님 카톡에…” 김부장의 항변 ▼“샐러리맨 처지에 피할수 없는 일”“전화대신 카톡… 일종의 배려” 반론도 퇴근 후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업무 카톡(카카오톡)에 스트레스를 넘어 분노하는 젊은 직장인이 많다. 그렇다고 “왜 팀장님은 굳이 퇴근 후 카톡을 보내세요”라고 따질 수 있는 ‘간 큰’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들을 대신해 주요 대기업 부장들에게 퇴근 이후 업무 카톡을 날리는 이유를 물었다. A기업 부장은 “누군들 하고 싶어서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팀원들은 팀장에게 카톡 받죠? 부장은 상무에게 받아요. 상무는 전무, 전무는 부사장에게 받겠죠. 상사도 다 같은 월급쟁이예요. 회사를 다니는 한 어쩔 수 없는 거죠.” 오히려 직원들을 위한 ‘배려’라는 반론도 나왔다. B기업 부장은 “부장 목소리 듣기 싫다고 하니까 전화 대신 카톡 하는 거예요. 그럼 차라리 전화할까요?”라고 했다. C기업 부장은 “밤에 카톡으로 ‘내일 오전 중 ○○ 자료를 준비해 달라’는 메시지를 종종 보낸다”며 “미리 알려줘야 업무에 차질이 없다. 과음을 하거나 늦잠을 자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퇴근 후 업무 카톡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퇴근 후 카톡 금지’ 법안을 발의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은 “우리도 긴급한 일이 있거나 일이 많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밤 11, 12시에 업무 카톡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유사한 법안을 낸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대안으로 업무 카톡을 보고 일하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수당을 더 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WLB 연구소장은 “법으로 금지해봤자 지켜지기 어렵다”며 “노사가 소통을 통해 퇴근 후 워라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사내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동잡학사전 : ‘연결되지 않을 권리’퇴근하면 업무에서 해방…佛 작년 노동법에 첫 명시 퇴근 후 회사나 상사의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으로 주목받는 노동기본권이다. 프랑스가 지난해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노동법에 반영해 시행했다. 퇴근 후 연락이 필요한 사업장은 노사 합의로 방법을 정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2016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지난해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퇴근 후 카톡(카카오톡) 금지법’을 발의했다. 다만 입법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현행법 내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고 조만간 그 방법을 공개할 예정이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윤종 zozo@donga.com·서동일 기자·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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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화기 습기 많은 곳에 두면 굳어버려…스프링클러, 캐비닛으로 막지 말아야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 불이 났을 때 2층 비상구는 어른 키만 한 목욕용품 수납장에 가려 있었다.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1층 중앙계단 입구에는 문이 없었다. 화재 때 불길과 유독가스를 막아줄 최후의 보루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이런 초보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할수록 참사는 더 참혹하다. 정답은 간단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을 확실히 지키는 것이다. 가정과 직장에서 제일 쉽게 쓸 수 있는 소방설비는 소화기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개정에 따라 모든 가정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로 구성된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 소화기는 초기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는 데 가장 유용하다. 경우에 따라 소방차 한 대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소화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아야 한다. 화장실처럼 습기가 많은 곳이나 30도 이상의 더운 공간은 금물이다. 녹이 슬거나 소화분말이 굳어져 분사가 어려울 수 있다. 정기적으로 제조일자를 확인해 10년마다 교체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화재 때 전기가 끊기는 일도 흔하다. 연기 탓에 조명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비상구가 있어도 대피하기가 힘들다. 평소 ‘피난유도등’의 녹색불을 가장 밝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피난유도등은 반드시 비상구와 가까운 곳에 설치해야 한다. 빠른 대피를 위해 비상구 앞과 장애물을 놓아도 안 된다. 백화점과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과 공동주택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옥내 소화전이 화재 진압에 중요하다. 소방차에서 복잡한 건물 내부로 소방호스를 끌고 들어가는 어려움을 덜어준다. 소방대원 도착 전 일반인도 소화전으로 불을 끌 수도 있다. 그래서 소화전 주변에 사용설명서를 비치해 놓아야 한다. 호스도 꼬여 있으면 안 된다. 겨울에는 동파를 막기 위해 보온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소화전 작동을 방해하면 누구나 관할 광역자치단체에 신고할 수 있다. 지자체 기준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한다. 스프링클러는 소화기와 함께 초기 화재 진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이 나오는 분사구(헤드)에 먼지나 이물질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물이 실내 곳곳에 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헤드를 캐비닛 등 높은 가구로 막지 말아야 한다.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전원과 화재 감지, 물 공급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문 관리도 중요하다. 항상 닫혀 있어야 하는 건 기본. 신속한 대피를 위해 대피 방향으로 열리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예상치 못한 재난에 대해 항상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불편함이 있겠지만 공익을 위해 기본부터 잘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신규진 기자}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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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철 31주기… “그대 이름이 곧 민주화입니다”

    “오늘따라 더 보고 싶네요. 종철이가 ‘그동안 다들 애썼습니다’ 하는 것 같습니다.” 14일 오전 11시경 박종철 씨 누나 박은숙 씨(55)가 추모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날은 31년 전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인 박 씨(당시 22세)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물고문을 받다 숨진 날이다. 영하의 기온은 겨우 벗어났지만 바람이 차갑던 이날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 모란공원 박 씨 묘소 앞에는 200여 명이 모였다. 박 씨의 고교 동창이자 대학동기인 김치하 씨(54)는 “종철이, 오늘 사람들이 많이 와서 술 많이 먹네. 오늘 취하겠다”라며 미소 지었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날 추모식에는 박 씨의 형 박종부 씨(60)와 1987년 6월 항쟁 도중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 씨(당시 21세)의 어머니 배은심 씨(77), 경찰의 박 씨 고문 축소·조작 의혹을 교도소에서 밖으로 폭로한 이부영 전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이 전 의원은 “(한국 사회가) 시민운동을 통해 정치를 똑바로 지켜낼 것을 박 열사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대공분실)에서도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곳에도 추모객이 적지 않았다. 인권센터를 찾은 시민 이영선 씨(33)는 “지난주 영화 ‘1987’을 보고 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민주화 산물이라 할 우리 세대가 박 씨에 대한 추모와 민주화에 대한 그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가 방문해 헌화했다. 경찰 지휘부가 이 옛 대공분실을 찾아 박 씨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씨에 대한 사회적인 추모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군 영화 ‘1987’은 개봉 18일 만인 13일 누적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날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윤석 강동원 등과 제작진은 모란공원 박 씨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추모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정다은 기자}

    •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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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릉도 앞바다에 시신 4구 목선… 北선박 추정

    7일 경북 울릉군 북면 현포리 앞바다에서 시신 4구가 실린 소형 목선이 발견됐다. 북한 선박으로 추정된다.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경 길이 9m, 폭 2m, 높이 2m가량의 목선이 떠다니는 것을 주민이 신고했다. 배에서 발견된 시신 4구는 백골화가 진행 중이었다. 해경은 울릉항으로 목선을 예인한 뒤 울릉군 보건소에 시신을 보관했다. 해경은 해군, 울릉군 등 관계 기관과 합동조사반을 꾸려 목선 내부를 정밀 조사하고 시신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합동조사반 관계자는 “대공 용의점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 어선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선원들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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