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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9일 강원 원산에서 쏜 미사일은 스커드-ER(최대 사거리 1000km)급 미사일의 탄두에 추력기(엔진)와 보조날개를 달아 정밀도를 대폭 향상시킨 신형 기종으로 30일 확인됐다. 북한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새로 개발한 정밀 유도 조종 체계를 도입한 탄도로켓의 시험 발사를 성공했다면서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지상 고정 표적은 족집게 타격 가능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번 시험 발사가) 조종 전투부(탄두)의 말기 유도 단계까지의 세밀한 원격 관측을 위하여 중등 사거리 사격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중등 사거리 사격’이란 연료량을 조절해 최대 사거리의 절반 정도만 날린 것을 가리킨다. 이 미사일이 450여 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낙하한 점에 비춰볼 때 최대 사거리는 1000km가량으로 추정된다.또 “시험 발사를 통해 능동 비행 구간에서 조종날개가 있는 전투부를 장착한 탄도로켓의 비행 안정성을 검토했으며 중간 비행 구간에서 소형열분사 발동기(엔진)에 의한 속도 교정 및 자세 안정화 계통의 정확성이 재확증됐다”고 전했다. 미사일의 고도 유지와 활공에 도움을 주는 조종날개와 그 근처에 엔진 역할을 하는 추력기(PBV)를 달아 비행 자세와 추력을 제어해 탄두가 목표에 최대한 가깝게 떨어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탄두가 예정 목표 지점을 7m 편차로 명중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현재 실전 배치된 북한 탄도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CEP)는 사거리에 따라 450m∼3km 정도로 평가된다. 군 관계자는 “CEP를 7m까지 줄였다면 한국의 주요 지상 표적을 ‘족집게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북한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신형 미사일이 ‘화성’ 계열 로켓보다 발사 전 공정이 고도로 자동화돼 발사 시간을 훨씬 단축하도록 체계가 완성됐다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탄두 결합과 연료·산화제 주입, 미사일 기립, 최종 점검 등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또 북한은 이 미사일이 지난달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에 등장한 사실도 언급했다.○ 미 항모 겨냥한 대함탄도탄에는 못 미쳐 북한 매체들은 “최고영도자(김정은)가 지난해 적 함선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임의의 바늘귀 같은 개별적 목표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우리식 탄도로켓을 개발한 데 대한 연구 종자(과제)를 주셨다”고 언급해 신형 미사일 개발이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밝혔다. 특히 ‘적 함선’을 명시해 신형 미사일이 미국의 항모전단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DF-21D와 같은 대함탄도탄(ASBM)을 개발 중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신형 미사일이 해상의 이동 표적을 타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사일의 탄두가 최종 낙하 단계에서 30노트(시속 약 55km) 이상으로 움직이는 항모를 쫓아가려면 탄두 내부에 별도의 탐색장치(레이더, 열추적장비 등)가 장착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북한의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군 당국자는 “탄두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해 지상이나 해상의 고정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은 가능하지만 DF-21D와 같은 대함탄도탄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핵심인 항모전단을 겨냥한 ‘북한판 DF-21D’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추가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은 후 반입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사드 배치의 모든 과정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직후 곧바로 국방부 정책실장 등 관련 실무진을 청와대로 불러 밤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은 국방부 정책실장과 차장, 정책기획관 등 실무진을 상대로 새 정부에 사드 발사대 4대 반입 사실을 왜 보고하지 않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청와대는 이번 조사를 발사대 4대 반입에만 한정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발사대 4대뿐만 아니라 이전에 공식적으로 설치된 발사대 2대를 포함한 사드 배치 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며 “국방부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등을 담당하는) 환경부 등 관련된 곳을 다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드와 관련한 모든 과정을 되짚어보겠다는 얘기다. 사드 1개 포대는 6대의 발사대로 구성되는데 국방부는 그동안 2대의 반입 사실만 밝혔을 뿐 나머지 4대 반입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문 대통령은 이미 설치된 사드 발사대 2대 외에 4대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추가 반입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며 “추가 반입 경위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 조사할 것을 조국 민정수석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 안보실장으로부터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하지만 반입 사실의 보고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는 서로 말이 달랐다. 국방부는 “26일 안보실에 보고했다”고 했지만, 윤 수석은 “정 안보실장은 물론이고 안보실 1, 2차장도 보고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사실상 사드가 배치된 모든 과정을 확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박근혜 정부 외교 안보 라인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정책 감사에 이어 또 한 번 전(前) 정권을 겨냥하는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의 사드 관련 조사 지시로 새 정부의 국방 개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의 추가 반입 보고 여부 논란이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의 ‘진실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사드 발사대 4대의 추가 반입에 대해 국방부로부터 어떤 보고도 없었다고 30일 밝혔다.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는 물론이고 26일 임명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1, 2차장도 관련 보고를 받은 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일절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섣불리 청와대의 발표를 반박했다가 자칫 군 통수권자에 대한 ‘항명’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관련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경위와 사실이 파악될 때까지 언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내부적으로는 26일 안보실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소식통은 “26일 국방정책실장 등 실무진이 안보실을 방문해 주요 현안을 보고하면서 사드 발사대의 추가 반입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다만 보고를 받은 안보실 관계자가 누구인지, 또 보고 내용이 정 실장에게까지 보고가 됐는지에 대해선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다른 소식통도 “당시 안보실에 사드 발사대의 추가 반입이 보고된 것은 틀림없는 ‘팩트(fact)’”라면서 “어떤 이유로 정 실장이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군이 26일 안보실에 보고한 사드 관련 내용이 보고 절차나 실무진의 착오로 인해 정 실장과 문 대통령에게 전달이 되지 않고 누락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방부는 25일 국정기획위에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당시 보고자들을 대상으로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사드 포대의 반입과 배치를 전격 추진하면서도 후속 상황을 비공개로 일관한 군이 청와대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이 중국의 반발과 군사 보안을 이유로 사드 장비의 반입과 배치를 원칙 없이 추진하면서 ‘말 바꾸기’와 ‘절차 무시’ 논란을 초래한 만큼 문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29일 오전 5시 39분경 강원 원산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2,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10일) 이후 14일과 21일에 이어 세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 수위를 시험하고, 30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미국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시험을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핵·미사일 공격 계획을 테스트한 정황도 엿보인다. ○ 스커드 계열로 추정, 3주 만에 세 차례 도발 이날 북한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정상 각도(30∼40도)로 쏴 올린 미사일들은 최대 120km 고도까지 상승한 뒤 450여 km를 날아 동해상에 낙하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해군의 이지스함 레이더에는 3발, 공군의 그린파인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에는 2발의 북한 미사일 궤적이 각각 포착돼 추적 작전이 진행됐다고 한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탐지 레이더(AN/TPY-2)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비행 궤도와 고도 등을 볼 때 스커드 계열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기종 파악을 위해 한미 정보당국이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의 발사체가 약 6분간 비행한 뒤 동해상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스커드-C(최대 사거리 500km)나 스커드-ER(최대 사거리 1000∼1200km) 또는 그 개량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올 들어 9번째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3주 만에 세 차례에 걸쳐 ‘연쇄 도발’을 강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를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의도와 추가 도발 가능성을 평가하고, 도발 시 단호한 대응 방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이 또 다른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이웃 국가 중국에 매우 큰 결례(disrespect)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적었다. 특히 미국은 이번 도발이 30일(현지 시간) 실시되는 북한 ICBM 요격훈련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평가에 들어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도발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규탄하고 미국과 함께 구체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힌 뒤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이날 전화회담을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 조치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유사시 미 증원전력 원천봉쇄 작전 점검한 듯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은 한국의 새 정부 길들이기나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로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구잡이식 도발’이 아니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치밀하게 계획한 대남 도발 시나리오의 점검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최대 목표는 유사시 핵·미사일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저지하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은 괌 앤더슨 기지와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된 미 전략무기의 발만 묶을 수 있으면 어떤 도발을 해도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지에 대한 핵타격 능력만 확보하면 더 과감하고 예측불허의 대남 도발을 노릴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서도 이런 속내가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14일에 평북 구성 일대에서 발사한 KN-17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최대 사거리 5000km)과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평남 북창 인근에서 쏴 올린 KN-15 신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최대 사거리 1100∼1300km 이상)의 사거리에는 괌과 주일미군 기지가 각각 들어간다. 두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전략폭격기와 항모전단, 해병원정대 등 신속 대응 전력이 출동하는 군사요새다. KN-17과 KN-15의 잇단 발사 성공으로 두 기지에 대한 핵타격 능력을 확신한 김정은이 이번에는 미 증원전력의 핵심 출입 통로인 한국의 주요 항구와 공항에 대한 타격능력을 점검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에도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는 방식으로 같은 내용의 훈련을 직접 지휘한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이 최근 휴일과 이른 새벽, 늦은 오후에 미사일을 기습 발사하는 것은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우리 군의 대응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저의를 드러내는 동시에 기존 미사일의 성능 개량, 김정은의 치적 쌓기를 통한 내부 결속의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새 정부가 어떤 유화책을 제시해도 미 본토를 겨냥한 신형 ICBM 발사 등 김정은의 ‘마이웨이식 미사일 도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군 A대위(해군)의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B 해군 대령이 26일 준강간 혐의로 구속됐다. 해군 관계자는 “군 검찰이 청구한 B 대령의 구속영장에 대해 군사법원이 발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준강간 혐의는 음주 등으로 저항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된 피의자에게 적용된다. 앞서 해군본부 소속인 A 대위는 ‘직속상관(B 대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친구에게 남긴 뒤 24일 오전 자신의 숙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군 수사당국은 B 대령을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여왔다. 군 검찰 조사에서 B 대령은 만취 상태에서 A 대위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인 사람과 성관계를 한 혐의가 드러난 만큼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ysh1005@donga.com}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각 부처가 공약 이행 방안을 본격적으로 발표하면서 조 단위의 예산 집행 계획이 잇달아 쏟아지고 있다. 누리과정 국비 지원, 사병 월급 인상 등 대부분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사안들이다. 이르면 6월 발표될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에, 늦어도 9월 나오는 내년 예산안에 들어갈 것이 유력하다. 문제는 새 정부가 대규모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고(國庫) 상황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라 곳간 열쇠를 쥔 재정당국은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에 눌려 타당성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내부적으로 공약 우선순위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재정적자가 심해져 나라살림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 ○ 부처 협의 없이 ‘연 2조 원’ 사업 밀어붙이기 교육부는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겠다고 보고하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 연 2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재정사업을 당국과 논의 없이 덜컥 발표하면서 정부 내부에 혼란이 빚어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기재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기재부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약 이행은 추후 국정기획위가 국정과제로 확정하면 세부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엎질러진 물이다. 이 정도 발표가 됐는데 집행 시기를 미루거나 예산 투입액을 조절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전액 국비 지원이 실현되면 수년간 되풀이됐던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은 일단 해소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육과 육아를 ‘국가의 책임’이라며 누리과정을 확대했지만 비용을 시도교육청에 부담하도록 하면서 갈등이 컸다.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계기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 개선을 추진하려 했던 기재부로서는 개혁 동력을 잃게 됐다. 현행법상 정부는 내국세의 20.27%를 시도교육청에 교육교부금으로 줘야 한다. 문제는 초중고교생은 2014년 61만5000명에서 2020년 54만5000명으로 7만 명 감소하는데, 교부금은 2014년 40조9000억 원에서 2020년에 58조9000억 원으로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이다. 정부는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드는데도 예산이 증가하는 현 시스템이 나라살림 전체를 왜곡시킨다고 보고 손을 댈 예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업 예산도 더 불어날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이개호 경제2분과위원장은 “쌀값이 가마당 12만 원까지 추락해 가격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쌀 과잉 공급이 우려되는데 올해 2조3000억 원인 쌀 직불금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 국방예산, 개혁 없이 ‘눈덩이’ 증액 국방예산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는 국방개혁과 정예강군 육성의 필수조건으로 국방예산의 안정적 확보를 꼽으며 예산 증액을 약속했다. 참여정부 집권 기간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8.76%였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매년 8%씩 증액할 경우 2018년 43조5614억 원. 2020년에는 50조8100억 원으로 국방예산이 각각 추산됐다. 2021년(54조8748억 원)과 2022년(59조2647억 원) 추정치를 포함하면 5년간 총 255조5572억 원의 국방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당장 사병 월급 인상에서 대규모 예산이 소요된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내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30% 수준까지 병사 월급을 올리려면 3000억 원을 넘어 연 7000억∼8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급격한 증가를 두고 일각에선 경제상황과 정부 재정 실태를 감안할 때 과도한 목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어느 한 해에 치우치지 않도록 국방예산의 안정적 증액 계획과 더불어 예산 효율성을 제고하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 기초연금 인상,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조 단위의 재정 사업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기초연금 인상의 경우 문 대통령은 연 4조4000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한 반면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대 연 8조2000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딱 부러지는 재원마련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주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에 “담뱃세보다 훨씬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중앙정부 재원을 지방으로 돌릴 계획을 내놨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준비된 정부의 면모를 보이려면 공약 실천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유덕영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북한이 22일 ‘북극성-2형(KN-15)’ 중거리전략탄도탄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하고 대량생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날(21일) 평안남도 북창에서 쏴 올린 미사일의 실체를 공개한 것이다. KN-15가 올 2월 첫 발사 성공 이후 3개월여 만에 추가 발사를 거쳐 전력화에 들어감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번 발사를 통해 리대식(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 차량의 냉발사(콜드론치)체계, 단(段) 분리 특성, 대출력(고출력) 고체 발동기(엔진)의 믿음성과 정확성이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핵조종전투부(탄두)에 설치된 촬영기의 영상자료로 자세조종 체계의 정확성도 더 명백히 검토됐다면서 대기권에서 촬영된 지구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발사 영상에서 KN-15가 2단 추진체로 이뤄진 미사일이라는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매체들은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완전히 성공한 전략무기”라고 자평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KN-17(화성-12형)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최대 사거리 5000km)에 이어 KN-15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최대 사거리 2000km)까지 발사에 성공하면서 괌과 오키나와(沖繩) 미군기지가 위협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사시 미 전략무기와 긴급 증원전력의 한반도 출동 기지를 동시 타격할 것이라는 김정은의 경고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화성-12형이 미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사거리 7000km가 넘는 ICBM급 미사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21일 KN-15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북극성-2형)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14일 KN-17 신형 IRBM(화성-12형)을 쏴 올린 지 일주일 만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문재인 정부의 새 외교안보 진용을 시험하고, KN-15의 엔진과 탄두 재진입 성능을 실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9분경 평안남도 북창 지역에서 KN-15 1발이 발사됐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은 최대 560여 km 고도까지 상승한 뒤 500km를 날아 공해상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2월 평북 방현비행장에서 KN-15의 첫 발사 때와 비행고도 및 궤도가 거의 같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KN-15의 최대 사거리는 약 2500km로 평양 인근에서 쏘면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가데나(嘉手納) 주일미군 기지가 타격권에 들어간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은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즉각 소집을 지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회의 결과를 비롯해 총 5차례의 보고를 받았고, NSC 상임위 차원에서 확고히 대응토록 지시하는 한편 합참에도 북한의 이상 징후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NSC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국제사회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짓밟는,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한상준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만나 새 정부 조각(組閣)에 대해 협의했다고 청와대가 18일 밝혔다. 장관 후보자 지명이 대부분 다음 달 초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는 이르면 다음 주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17일 오전 이 후보자와 만났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대해 당부했다”고 밝혔다. 회동은 오전 10시부터 30분간 진행됐으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배석했다.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이 후보자는 빠른 시일 내에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후보자는 “조각에 대해서는 짧은 언급이 오고 갔다”고 말했다. 국회가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29일 또는 31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와대는 다음 주부터 두 차례에 걸쳐 먼저 각 부처 차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국무총리의 제청이 필요한 장관 후보자 지명은 차관 인사 이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핵심 인사와 내각 인선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선 유력 후보군 중 일부가 자녀 이중국적 문제와 로펌 고액 자문료 등으로 내부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문 대통령의 ‘내각 여성 비율 30%’ 공약과 여당과의 협의 절차 등도 인사가 늦어지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다만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등 일부 외교안보 인사는 이르면 다음 주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변인은 “안보실장을 국방 전문가로 할 것인가, 외교 전문가로 할 것인가 하는 판단을 놓고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관진 현 실장에 이어 군 출신 인사가 차기 실장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안보위기 시 초기 대응과 군사적 조치를 차질 없이 주도하기 위해서다. 군 안팎에선 차기 안보실장 후보로 정승조 전 합참의장(육사 32기)과 3군사령관을 지낸 백군기 전 의원(육사 29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문재인 정부의 파격 인사로 꼽히는 피우진 신임 국가보훈처장은 18일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보훈제도를 과감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 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새로운 사고와 열정으로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보훈제도를 뒤돌아보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군 출신인 박승춘 전 처장이 6년 여간 추진한 각종 보훈제도의 대대적 수술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피 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시 국민통합 시대를 이뤄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이러한 때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희생하고 헌신한 분과 그 가족에게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하고, 국민을 결집시킬 수 있는 국가보훈업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어느 때보다 보훈 공직자의 열정과 땀,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며 “특히 2019년은 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 선열들의 위대한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해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 피 처장은 보훈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의 웃음이 오가는 등 그간의 보수적인 취임식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고 보훈처 관계자는 전했다. 피 처장은 이날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기념식에 참석하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 뒤 취임식을 했다. 윤상호군사전문기자ysh1005@donga.com}
여성 헬기 조종사 출신인 피우진 예비역 육군 중령(61)이 17일 신임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된 건 파격 인사로 평가된다. 예비역 장성이나 국가유공자 후손이 기용됐던 보훈처장에 여성이 낙점된 것은 처음이다. 충북 청주 출신의 피 신임 보훈처장은 1979년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을 지낸 뒤 항공병과로 전환해 1981년 헬기 조종사가 됐다. 이후 25년간 1300여 시간의 비행기록을 세웠다.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양쪽 가슴 절제수술을 받고 완쾌했지만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판정을 받고 2006년 11월 강제 퇴역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군의 퇴역 결정이 재량권 남용과 차별이라고 반발하면서 국방부와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승소 판결을 받고 2008년 복직했다. 이후 육군항공학교에서 교리발전처장으로 1년간 근무하고 군을 떠났다. 이를 계기로 그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군 복무 중 장애를 얻은 군인들에 대한 부당한 전역 조치 관행을 바꾸는 데도 기여했다. 국방부는 2007년 심신장애 판정을 받아도 본인이 원하면 각 군의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쳤다. 2006년에는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내 30여 년간의 군 생활에서 경험한 여군의 상황과 부당한 대우를 고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서 대위 시절 여군 하사를 군사령관이 주관하는 술자리에 보내지 않아 미운털이 박힌 일, 모 사단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군 장교를 위해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언론 인터뷰에 응한 일화 등을 소개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진보신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하면서 “심상정 의원 같은 여성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까지 예비역 여군들의 모임인 ‘젊은여군포럼’의 대표로 활동한 그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보다 더 짜릿하고 감동적인 인사는 일찍이 없었다, 역대급 홈런”이라며 “국방부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 싸워 이긴 참군인을 보훈처장에 임명한 것은 인사를 넘어 정의의 실현이고 그 자체가 보훈”이라고 평가했다. 피 보훈처장은 인사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했다. 또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거냐는 물음에 “저는 애국가도 씩씩하게 부르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씩씩하게 부를 거다”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61) △청주대 체육교육학과 △건국대 대학원 체육교육학 △육군 202항공대대 헬기 조종사 △진보신당 18대 국회의원 후보(비례대표) △육군항공학교 교리발전처장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후 첫 부처 방문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악수를 하고, 사인 요청에 응하는 등 과거 군 통수권자들의 방문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군을 믿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 1층 로비로 들어서자 100여 명의 직원이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 문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직원들과 악수를 한 뒤 2층 대회의실로 옮겨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당국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주일 만에 국방부와 합참을 찾은 것은 그만큼 우리 안보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우리 군을 믿는다”면서 “군은 적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 철통같은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적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 응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그런 역량을 더 키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핵심 전력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자주적인 방위 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전쟁 억제를 위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도 굳건히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국방개혁의 조속한 실행과 방산비리 재발 방지, 장병 처우 개선 등을 통한 첨단 강군 건설로 스스로 책임지는 책임국방, 말로만 외치는 국방이 아닌 진짜 유능한 국방을 소명으로 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은 유한해도 우리가 사는 조국은 영원하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국방 태세는 한순간도 이완돼선 안 된다”면서 “여러분과 대통령이 혼연일체가 돼 국방을 책임지고, 국방력을 키워 나가자”고 당부한 뒤 비공개 현안보고를 받았다. 이후 합참 청사로 걸어가면서 국방부 직원들과 악수를 하다가 두 장병이 공책에 사인을 요청하자 미소와 함께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순진 합참의장 등으로부터 최근 북한이 쏜 KN-17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 핵·미사일 도발 움직임과 최전방 지역의 북한군 동향을 보고받았다. 이어 합참 작전통제실에서 1군사령관(육군), 해·공군작전사령관과 화상통화를 갖고 정권 교체기에 국방 태세 완비를 당부했다. 공군 최초의 여성 전투비행대장인 박지연 소령과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 부상당한 하재헌 중사, 해외영주권을 포기하고 입대한 백은재 일병과도 화상통화를 갖고 격려했다. ○ 한미연합사 안 간 이유는 문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와 합참 청사 바로 옆 한미연합사령부는 찾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바쁜 일정 탓으로 해석했지만 그간의 관례와는 다른 모습이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국방부와 합참을 방문하면서 한미연합사도 들러 정전협정 체결 당시 사용된 테이블 위에 놓인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한미 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당시 이낙연 당선인 대변인(현 국무총리 후보자)을 데리고 한미연합사를 처음으로 찾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한미연합사를 찾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확고한 한미 공조를 강조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자는 “문 대통령이 차기 국방부 장관 임명 후 연합사를 공식 방문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우경임 기자}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탐지 레이더(AN/TPY-2)가 북한이 14일 쏴 올린 KN-17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화성-12형)의 비행 궤적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드 레이더가 북한 미사일을 포착한 것은 처음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주한미군에 확인한 결과 성주 현지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도 (KN-17을) 탐지했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KN-17의) 발사 방향이 일본 북방이고,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600km)를 벗어나는데 어떻게 탐지했느냐’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한 장관은 “그간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600∼800km로 말해왔다”며 “(지난달 26일) 성주에 배치된 사드 전력이 5월 1일부터 (실전 운용) 능력을 갖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장관은 북한의 신형 IRBM이 지난달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 때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미사일 3종류 가운데 1개와 같은 모양이지만 ICBM급은 아니며 최근 통화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도 우리 측의 평가 결과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핵·미사일로) 우리를 공격할 징후가 확실하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보고자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2분 만인 오전 5시 29분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이 가장 먼저 포착했고, 공군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도 탐지했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군 당국이 최근 정보작전방호태세인 ‘인포콘(Infocon)’을 한 단계 격상했다. 군 당국자는 16일 “랜섬웨어 확산에 편승한 군 사이버망 공격에 대비해 14일 인포콘을 평시 태세인 4단계에서 3단계(향상된 준비태세)로 올렸다”고 밝혔다. 합참의장이 발령하는 인포콘은 1~5단계로 이뤄지면 적대세력의 사이버공격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인포콘 단계가 높아지면 군의 사이버침해대응팀(CERT)요원이 증강 운용된다. 현재까지 군내 랜섬웨어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랜섬웨어 피해 예방을 위해 국방부와 합참은 물론 모든 예하부대에 인터넷 사용에 각별한 주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일부 군 부대는 인터넷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은 군 부대 인터넷 제한에 따라 해당 부대의 전자입찰등록 마감과 개찰 등의 과정이 지연될 수 있다며 입찰 참가 업체 등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국군사이버방호사령부도 대응 요원을 증강 배치해 군 내·외부망 해킹을 노린 사이버 기습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윤상호군사전문기자ysh1005@donga.com}

북한이 14일 발사한 신형 지대지(地對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화성-12형)은 무수단이나 북극성-2형(KN-15) 등 기존 IRBM을 크게 뛰어넘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엔진과 비행유도 및 제어장치 등 북한 미사일 기술의 결정체라는 의미다. 한미 군 당국은 화성-12형을 신형 고출력 액체엔진을 장착한 ‘KN-17’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본보 5월 15일자 A1·3면 참조).○ 사거리는 ICBM급, 재진입 기술은 미완성 15일 유튜브에 공개된 관련 영상을 보면 북한은 화성-12형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어 발사 장소로 옮긴 후 지상에 내려 고정시킨 뒤 쏴 올렸다. 고각 발사에 따른 실패 확률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화성-12형의 발사로) 미사일의 유도 및 안정화 체계, 구조와 가압 체계, 검열 및 발사 체계의 모든 기술적 특성이 완전히 확증됐으며 새로 개발한 로켓 엔진의 믿음성(신뢰성)이 실제 비행환경 조건에서 재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가혹한 재돌입(대기권 재진입) 환경에서 조종전투부의 말기 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 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면서 화성-12형이 ‘완전 새롭게 설계된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이라고 전했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미 국방부가 화성-12형을 지난달 세 차례 발사 실패 후 네 번 만에 성공한 KN-17로 공식 명명했다”며 “한국 국방부도 이런 결론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KN-17이 500kg급 탄두를 싣고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최대 5000km가량 날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 원산에서 쏘면 괌은 물론이고 미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거리로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최소 사거리 5500km)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권 재진입 등 ICBM의 핵심 기술은 미완성 단계로 보인다. KN-17은 재진입 과정에서 섭씨 5000도 이상의 마찰열과 충격파로 불안정한 비행궤도를 그렸고, 낙하 속도도 음속의 15배 정도로 ICBM(음속의 20배 이상)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화성-12형의 모든 기술적 특성을 확증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고, 재진입 기술이 적용됐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 미사일, 2∼3년 뒤 ICBM 배치 현실화 KN-17에 장착된 신형 액체엔진은 올 3월 18일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지상분출 시험을 한 ‘새형 대출력 발동기(신형 고출력 로켓엔진)’로 보인다. 북한은 이 엔진을 ‘백두산 엔진’으로 명명한 뒤 추력이 80tf(톤포스)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정은은 시험 현장을 참관한 뒤 ‘3·18 혁명’이라면서 크게 만족했다. 신형 엔진 3, 4개를 묶으면 미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이동식 ICBM도 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 미사일의 진화는 날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액체·고체연료 엔진을 동시에 개발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기술 축적과 성능 개량이 급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은 고체엔진을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북극성·KN-11) 발사에 성공한 지 몇 달 만에 그 파생형인 신형 지대지 IRBM(북극성-2형)까지 쏴 올렸다. KN-17에 사용된 신형 엔진도 지상분출 시험 두 달 만에 실전 능력이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 3년 뒤 미 본토 타격용 ICBM에 최적의 엔진을 전력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이지스함 발사용 SM-3 등 기존 요격수단을 무력화하기 위해 갈수록 미사일 다종화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강도 도발 신호탄? 화전 양면 예고편? 북한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신형 IRBM을 쏜 것은 단순히 실패 만회용 도발로 보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치밀한 도발 플랜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햇볕정책 기조를 계승한 한국의 진보정권을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의 ‘방패막이’로 삼아 향후 5년 내 핵·미사일 개발을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신형 ICBM 발사와 핵실험 등 ‘핵·미사일 폭주’로 한반도 긴장 국면을 극대화한 뒤 전격 대화 제의 등 ‘화전 양면’ 전술을 펼칠 개연성도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에 ‘맞불 도발’로 위기를 고조시켜 미국을 한반도 평화 저해 세력으로 각인시킨 뒤 통남봉미(通南封美) 전술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KN-17) 도발 하루 만에 그 실체를 공개했다. 아울러 주중 북한대사관을 통해 남북 합의의 존중과 이행을 요구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대북 유화정책 기조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15일 최고 영도자(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지대지(地對地)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화성-12형은 주변국 안전을 고려해 최대 고각(高角)으로 발사된 뒤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 고도 2111.5km까지 비행하고 787km 밖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정은이 이 미사일을 ‘주체탄’으로 명명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사일에 ‘주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발사 현장을 지도한 뒤 “미국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에 들어 있다는 현실을 미국이 오판해선 안 된다”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고도로 정밀화, 다종화된 핵무기와 핵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내라”고 명령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주중 북한대사관은 베이징(北京) 소재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남북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질문에 “현재 남조선 인민들은 새 정치, 새 사회, 새 생활을 갈망하고 있고 이번 선거는 그런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며 “누구든지 외세를 추종하고 동족을 멀리하고 사욕을 추구한다면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민족의 근본 이익을 중시하고 남북 합의들을 존중하고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박병석 한국 대표단 단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14일 저녁 인민대회당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시 주석이 면담에서 한중 관계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14일 오전 5시 27분경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KN-17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최대 2000km 고도까지 치솟으며 약 700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고각(高角)으로 발사됐다. 정상각도로 쐈을 경우 최대 사거리가 약 5000km로 추정됐다.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IRBM 가운데 최장 거리(예측치)에 해당한다. 평양 인근에서 쏘면 괌 앤더슨 기지(약 3400km)가 사정권에 충분히 들어간다. 군 소식통은 “발사 후 단 분리가 없었고, 초기 비행속도 등을 볼 때 KN-17 신형 IRBM이 유력하다”며 “지난달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에서도 공개되지 않은 기종”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달 세 차례 발사에 모두 실패한 미사일도 KN-17로 군은 보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그간 국내외 언론에서 KN-17을 대함탄도미사일(ASBM)로 보도했지만 신형 지대지 IRBM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 미사일 도발은) 유엔안보리 관련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고,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 안전에 심각한 도전행위로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어떤 도발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외교당국은 국제사회와 공조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을 지시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오후(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동맹국들의 편에 서겠다는 철통같은(ironclad)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이번 도발은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다”며 “모든 관계국은 자제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의 긴장을 더 높일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14일 오전 5시 10분경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인근. 육중한 크기의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 1대가 굉음을 내며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의 정적을 갈랐다. 바로 옆 지하 벙커에서 천천히 빠져나온 TEL에는 탄도미사일 1발이 장착돼 있었다. 무수단이나 북극성-2형(KN-15)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기종이었다.○ KN-17 신형 IRBM 세 차례 실패 뒤 발사 성공 북한군 관계자와 기술요원들은 TEL 주변을 분주히 오가면서 미사일의 추진체와 연료 배관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10여 분 뒤 TEL의 발사대가 거의 수직에 가깝게 기립하자 북한 측 인사들은 모두 인근의 발사 통제소로 이동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정찰위성 등 대북 감시전력에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됐다. 일본도 정찰위성과 조기경보 레이더 등으로 관련 동향을 주시했다. 잠시 뒤 평양 지휘부로부터 최종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는 북한군의 교신이 한국군 당국에 포착됐다. 오전 5시 27분경 미사일이 시뻘건 화염을 내뿜으며 TEL에서 하늘로 솟구쳤다. 500km 이상의 우주공간에서 미사일의 화염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미국의 우주기반적외선감시위성(SBIRS)이 최초로 발사 현장을 포착했다. 1분여 뒤 미사일이 비행고도를 높이자 한국군의 그린파인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도 미사일 항적을 포착해 추적 작전에 들어갔다. 미사일은 30여 분 뒤 발사 지점에서 약 700km 떨어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해상에 낙하했다. 지난해 6월 발사된 무수단의 최대 비행고도 약 1413km보다 약 600km 더 높게 비행했다. 그동안 고각 발사된 북한 미사일 가운데 가장 높은 고도까지 날아올랐다고 군은 전했다.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의 비행 궤도와 고도, 화염 크기 등을 감안할 때 KN-17 신형 지대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결론을 내렸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달 5, 16, 29일 발사했지만 공중폭발 등으로 모두 실패한 미사일도 KN-17로 파악됐다”며 “북한이 네 번의 시도 끝에 KN-17 발사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ICBM급 사거리, ICBM용 추진체 시험 가능성 북한이 KN-17을 정상 각도로 쐈다면 최대 사거리가 5000km에 이를 것으로 군은 추산했다. 무수단이나 북극성-2형(KN-15)과 같은 기존 IRBM의 최대 사거리(약 3500km)를 크게 능가하는 수준으로 함경북도 화대, 강원 원산 등지에서 발사하면 미국 알래스카까지 타격할 수 있다. 통상 ICBM의 최소 사거리가 5500km라는 점에서 북한이 ICBM에 버금가는 신형 IRBM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쏜 미사일의 비행궤도가 ICBM과 다르고, 미 본토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KN-11)부터 축적한 신형 고체연료 엔진을 개량한 강력한 새 엔진 개발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KN-17을 향후 신형 ICBM의 1단 추진체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KN-17을 추가로 발사한 뒤 이를 이동식 신형 ICBM에 장착해 기습 발사함으로써 미 본토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날 고각 발사로 KN-17의 사거리를 줄인 것은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요격 확률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탄도미사일은 높은 고도에서 떨어질수록 낙하 속도가 높아 요격이 힘들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KN-17이나 무수단을 고각으로 쏴 한국을 공격할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요격이 가능하지만 패트리엇(PAC-3)으론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손효주 기자}

“현상만 좇지 말고, 상상력을 발휘해 봐….” 2002년 말 외교안보 분야 취재 경험이 일천했던 기자에게 한 정부 당국자가 자주 건넸던 조언이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시인으로 촉발된 2차 북핵 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때였다. 미국의 대북 중유 공급 중단,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등 연일 터지는 굵직한 사건들을 취재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미국의 영변 핵시설 공습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전쟁 위기설도 확산됐다. 북-미 관계는 완전히 파탄 나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신문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런 판국에 그런 조언은 한담(閑談)으로 들렸다. 북-미 간 대치가 고조될수록 ‘반전 드라마’에 대비하라는 취지였지만 한 귀로 듣고 흘렸다. 하지만 2005년 7월 북한의 6자회담 전격 복귀와 9·19 공동성명 발표로 2차 북핵 위기는 수습 국면을 맞았다.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북한이 선언하자 한국 외교의 승리라는 자화자찬이 매스컴을 뒤덮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통일에 성큼 다가섰다는 장밋빛 전망도 쏟아졌다. 그러나 1년 뒤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9·19 공동성명을 파기하고, 다시 핵무장의 길로 들어섰다. 예상을 깨는 반전으로 점철된 북핵 사태는 현실에 안주한 고정관념과 단견(短見)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외교안보 현상은 그 이면을 들춰보고, 때론 파격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후과를 내다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한 전망도 마찬가지다. 휴전 이후 지금까지 남북 관계의 숱한 부침(浮沈) 속에서 북-중 관계는 ‘절대 상수’로 여겨졌다. 항미원조전쟁(6·25전쟁의 중국식 표현)을 함께 치른 양국의 혈맹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그 증거는 현실에서도 수없이 목격됐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대남 무력도발을 반복해도 중국은 수수방관했다. 지난 20여 년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퇴짜를 놓거나 시늉만 내며 북한에 ‘뒷문’을 열어줬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일차적 책임은 중국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도 중국의 ‘북한 편들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중국의 ‘전략적 완충지대(buffer zone)’로서의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는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도박’에 다걸기(올인)하는 것도 중국이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맹신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예측이 실현되려면 두 가지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우선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북한과 동일시하느냐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김정은을 북한의 지도자로 인정하는지에 달려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을 한 번도 베이징으로 초대하지 않았다. 권좌에 오른 지 5년이 넘은 혈맹의 수뇌를 홀대하는 중국의 속내가 무엇일까.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도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중국이 김정은의 핵개발을 방관할수록 미국의 대중 압박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군사적 수단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시도할 경우 중국에 북한은 ‘전략적 부담’이 될 것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카드’는 그 시작일 뿐이다. 북한의 대미 핵위협이 ‘임계치’를 넘는 순간 중국은 미국과의 전방위적 대결 국면을 각오해야 한다.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함) 사회 건설’이 핵심 목표인 중국 지도부가 이를 감내할 수 있을까. 최근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해도 군사적 불개입을 주장한 데 이어 북한이 핵개발을 고집하면 조중(朝中)공동방위조약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한 것에서 그 의중이 감지된다. 북-중 동맹을 누누이 강조해 온 우익 성향의 매체가 북한을 맹비난하는 것은 예사롭게 보기 힘들다. 김정은의 ‘핵 불장난’에 대한 시진핑의 인내심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북한의 핵이 ‘금지선’을 넘을 경우 시진핑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빅딜’을 거쳐 김정은을 포기하지 않을까.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면 대한민국엔 축복일까, 재앙일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과 전략으로 안보와 국익을 지켜낼 것인가. 향후 5년은 북한 핵문제와 북-중 관계의 격변적 사태로 한반도 정세의 최대 고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초유의 외교안보 격랑을 헤쳐 갈 비책(秘策)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윤상호 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14일 새벽 탄도미사일 기습 도발을 감행했다. 한국의 새 정부와의 대남협상에서 기선제압을 위한 무력시위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보고를 받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소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5시 27분경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쏴 올려진 미사일은 북한 내륙을 가로질러 700여km를 비행한 뒤 공해상에 낙하했다. 합참 관계자는 “미사일의 비헹 궤도과 최고 고도 등 관련 정보를 정밀 분석 중”이라며 “추가 도발에 대비하면서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 거리를 감안할 때 스커드-C나 북극성-2형(KN-15)의 개량형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을 쏜 평북 구성은 평양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곳으로 올해 2월 12일에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 2형을 시험발사한 곳이다. 당시 북극성 2형은 500여㎞를 비행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도 미사일 1발을 쏴 올렸지만 발사 후 2, 3분 만에 공중폭발했다. 앞서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27일 평북 구성 인근 방현비행장 북쪽에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가 미국의 위성에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TEL은 북한이 2월 북극성 2형 발사 때 용한 것과 같은 종류로 분석됐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13일 새벽 평북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 징후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떠 보고, 향후 남북 회담 국면을 앞두고 새 정부 길들이기용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동해에서 연합 훈련 중인 미국의 칼빈슨 핵추진 항모전단에 대한 경고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윤상호군사전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