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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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대통령70%
정치일반7%
국방7%
사건·범죄7%
남북한 관계5%
칼럼2%
학술2%
  • 3억 원 횡령한 건강증진센터 회계직원 구속

    서울 은평경찰서는 은평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전 직원 최모 씨(29·여)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매년 서울시와 은평구로부터 약 7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는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의 범행은 201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씨는 후배의 대출 보증을 섰다가 빚 500만 원을 떠안았다. 금융기관의 상환 독촉에 당황한 최 씨는 돈을 마련할 궁리를 하다가 자신이 일하는 센터 공금에 손을 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직원들의 근로소득세와 퇴직적립금을 센터가 세무서나 보험회사에 직접 납부하는 점을 악용해 330만 원을 자신의 금융계좌 3개에 나눠 이체했다. 대담해진 최 씨가 빼돌린 돈의 액수는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자치구 보건소에 제출하는 결산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매년 센터의 남은 사업 예산까지 횡령했다. 2014년 5000만 원, 2015년 9600만 원, 지난해 1억2000만 원 등 올 3월까지 121회에 걸쳐 총 3억2000만 원을 빼돌렸다. 최 씨는 빼돌린 돈으로 남자친구와 일본 호주 프랑스 등지로 여행을 다녔다. 또 7000만 원대 외제차와 100만 원대 고양이 두 마리, 명품가방과 옷 등을 구입하는데 전부 탕진했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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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양현석 YG 대표, 건축법 위반 혐의 검찰 송치…무슨 일?

    서울마포경찰서는 자신의 건물을 허가 없이 용도 변경한 혐의(건축법 위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47)를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 대표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 근처에 있는 6층짜 건물 일부를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변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양 대표는 2014년 4월 이 건물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근린생활시설로, 4층부터 6층까지 주택용도로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3층을 주택으로 사용한 혐의다. 지난해 9월 마포구는 불법 용도 변경 제보를 받아 단속을 실시했고 현장에서 싱크대와 침대 등 주거용 시설이 사용 중인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마포구는 양 대표에게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이행되지 않아 12월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올 2월 양 대표를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고 최근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양 대표는 2015년에도 자치구 허가 없이 YG엔터테인먼트 사옥 건물 2개 동에 연결통로를 설치한 혐의 등으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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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실내 수색 이틀간 3m 전진

    세월호 선체 수색 이틀째가 지났지만 미수습자를 찾는 일은 더디기만 하다. 1000일 넘게 배 안을 가득 채운 펄을 비롯한 각종 장애물이 수색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객실에서 휴대전화 같은 유류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1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수색 작업 이틀째인 이날까지 4층 선수(船首) 객실에서 약 3m가량을 파고 들어갔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경까지 이어진 수색작업에서 치운 펄만 약 2400kg 분량이다. 작업 첫날인 전날에는 약 4시간 작업을 통해 1m 정도 전진하는 데 그쳤다. 작업 도구는 모종삽. 이 작은 도구로 펄을 일일이 떠내고 있다. 펄을 제외한 선체 내부의 장애물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 속도를 내기가 힘들다. 세월호 선체의 길이는 145m다. 철로 된 벽을 제외하고 선체 내부의 벽은 대부분 무너져 내렸다. 침몰 직후 에어포켓(선박이 뒤집혔을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선내 일부에 남아 있는 현상)이 생길 공간이 그리 많지 않았음을 추정케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양된 뒤 이날까지 세월호에서 나온 520t에 달하는 펄의 분류 작업도 이르면 20일 시작된다. 펄 안에 유류품이나 미수습자 유해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직경 3mm 구멍으로 된 철제망을 사용한다. 해수부는 미수습자 유해가 가장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4층을 앞뒤에서 수색하기 위해 선미 부분 객실에도 구멍을 내고 있다. 미수습자 9명 중 4층 선수에 4명, 선미에 2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수색 결과 휴대전화 2개를 비롯한 유류품 41점이 수거됐다. 완전히 복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들 휴대전화에 침몰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나 사진이 있을지 유족들은 기대하고 있다. 복원 여부는 2주 후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관계자는 “휴대전화는 발견하자마자 증류수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며 “휴대전화 복구 전문업체에 맡겨 복원 여부를 지켜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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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 무너진 세월호, 첫 수색서 유류품 18점

    육상에 옮겨진 세월호 선체에서 미수습자 수색이 정식으로 시작됐다. 참사 발생 1098일 만이다.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미수습자 수색과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며 “앞으로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18일 밝혔다. 미수습자 수색에 2개월, 침몰 원인 규명에 1개월 정도다. 수색은 선체 정리를 맡은 코리아샐비지와 해경 소방 등으로 구성된 총 9개 팀이 진행한다. 이들은 선체 진입 후 모종삽으로 펄을 제거하며 수색을 진행한다. 내부가 어두워 수색은 해가 지기 전에 종료된다. 안전을 위해 작업자들은 철제 망으로 된 구조물 안에서 일한다. 코리아샐비지 관계자는 “내부에 철로 만들어진 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벽이 무너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해가 발견되면 작업은 일제히 중단된다. 현장을 보전하고 유해를 옮기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 유해는 안치실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져 3주 동안 신원 확인이 진행된다. 이날 4층에서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4층에 구멍 4개를 뚫고 먼저 조명과 통풍구 등을 설치했다. 1개의 구멍으로 들어가 내부에서 4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했는데 전진 거리는 약 1m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표가 달린 가방과 옷가지 등 18개의 유류품이 나왔다. 수색은 3층에서도 이어질 계획이다. 해수부와 선조위, 미수습자 가족은 세월호 안에 있던 폐쇄회로(CC)TV와 생존자들의 목격담을 토대로 미수습자의 위치를 3, 4층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습을 위해 유해 발굴 전문가들도 속속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으로 모이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21일부터 작업에 투입된다. 유해 발굴의 권위자인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6·25전쟁 당시 사망한 400명의 유해를 발굴한 경험도 있는 만큼 9명의 유해도 최선을 다해 찾겠다”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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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객 신분증 검사 안하고 갑판에선 술판… 갈길 먼 ‘안전’

    토요일인 15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여객터미널. 출항 준비 중인 한 여객선 선실 안 TV에 안전수칙을 설명하는 안내방송이 한창이었다. 백령도로 가는 이 여객선에는 약 400명이 승선했다. 그러나 TV를 지켜보는 승객을 찾기는 힘들었다. 대부분 일행과 이야기하거나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잠을 자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음식을 펼쳐놓고 식사를 하는 승객도 있었다. TV에서는 ‘갑판 난간에 기대지 말라’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 이어졌다. 하지만 소리 없이 자막을 곁들인 화면만 나오는 탓에 승객들의 시선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세월호 참사 3년이 흘렀다. 국민안전처가 신설되고 각종 안전관리 규정이 마련됐다. 특히 여객선 운항 규정은 대폭 강화됐다. 그러나 일부 항로의 여객선 운항 실태를 확인한 결과 규정만 바뀌었을 뿐 ‘안전의 생활화’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었다.○ 여전히 바다 위 떠도는 ‘안전 불감증’ 동아일보 취재진은 이날 백령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매표소에서 안내받은 대로 신분증과 승선권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러나 정작 승선 때 별도의 검사는 없었다. 배가 떠난 뒤에도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승선 전 탑승객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한 40대 남성 승객에게 구명조끼 위치를 물었다. 이 남성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저기 있네”라며 15m가량 떨어진 비상용 구명조끼함을 가리켰다. 여객선 좌석 아래에도 1인당 한 개씩 구명조끼를 비치하고 있지만 남성은 이를 알지 못했다. 당연히 착용법도 몰랐다. 남성 승객은 “안 알려주는데 내가 어떻게 아느냐”며 말을 흐렸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여객선이 출발하고 1시간가량 지난 무렵부터 너울성 파도로 배가 출렁거렸다. 승무원들은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승객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승객들은 “화장실을 가야 한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며 수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부 승객은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추락 위험이 있는 갑판 상층부로 올라가기도 했다. 한 승무원은 “안전수칙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깐깐하게 군다고 항의하는 승객도 있다”며 “승객을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갑판 위에서는 양주까지 동원된 술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지하는 승무원에게 한 승객이 “뱃멀미가 심해 술을 마셔야 한다”고 변명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결국 승무원도 “또 드시면 압수할 거예요”라며 넘어갔다. 만취 상태에서 승객이 난동을 부릴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선내에서는 음주가 금지돼 있다. 16일 오후 1시 전남 목포시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을 출발한 제주행 대형 여객선. 이번에도 승선 때 승객 확인 절차가 따로 없었다. 출입이 제한돼야 하는 화물칸으로의 이동이나 운항 중 작동을 멈춰야 할 승강기 탑승도 자유로웠다. 출입제한구역 표기도 없었다. 여객선에는 곳곳에 비상용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다. 위급상황 때 어디서든 손쉽게 꺼내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명조끼에 달린 구조용 전등은 작동되지 않는 것이 많았고 일부는 배터리가 없었다. 선체가 심하게 흔들릴 때를 대비해 시설물을 고정해야 하지만 복도 등에 설치된 높이 90cm 정도의 대형 쓰레기통 일부는 고정돼 있지 않아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흔들렸다.○ 규정 강화보다 생활화가 중요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눈에 띄었다. 여객선마다 화물 과적 단속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백령도행 여객선의 경우 개인화물을 15kg으로 제한하고 있고 차량 선적도 60.52t을 넘을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그보다 규모가 큰 제주행 여객선은 1t 이상 모든 화물차량을 실을 때 반드시 증명서를 발급받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선내 화재에 대비한 소방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객실 내 소화기뿐만 아니라 비상탈출용 망치와 손전등도 눈에 띄는 곳에 놓여 있었다. 매달 20일 점검도 이뤄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규정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규정이 몸에 배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구원 교수는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규정 강화가 선행된 만큼 실천이 뒤따라야 참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백령도=김동혁 hack@donga.com / 목포=신규진 / 조윤경 기자}

    •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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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두 아빠의 마지막 희망

    목에서 쇳소리가 나왔다. 헛기침이 말을 막았다. 3년 전에는 막힘없이 나오던 목소리였다. 딸이 살아 있었으니까….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 씨(58). 3년 동안 김 씨는 참 많이도 울었다. 결국 그는 성대를 잃었다. 그래도 생존 학생 등 고통을 나눈 사람들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16일은 세월호 참사 3주년이다. 그리고 김 씨의 딸 초원 씨의 생일이기도 하다.○ 목소리마저 고장 난 아버지 초원 씨는 참사 당시 탈출이 쉬웠던 5층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주검은 4층에서 발견됐다. 4층은 단원고 아이들이 있던 곳이다. 아이들의 몸에는 구명조끼가 입혀져 있었지만 초원 씨에게는 없었다. 아버지가 전해 들은 초원 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초원 씨는 참사 당일 세상에 나왔다. 단원고 아이들은 75명이 구조됐다. 그때까지 아버지는 이후 다가올 시간의 무게를 헤아리지 못했다. 김 씨는 딸의 시신이 발견되고 며칠 뒤 회사를 그만뒀다. 그 대신 매일 오전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종종 전남 진도군으로 가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기다렸다. 우울증은 김 씨 가족 모두를 덮쳤다. 김 씨 부부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초원 씨의 남동생도 군 전역 후 우울증으로 1년간 대학에 복학하지 못했다. 마음의 병은 몸으로까지 번졌다. 김 씨는 얼마 전 성대 제거 수술을 했다. 그 대신 인공성대를 넣었다. 그는 결국 안산을 떠나 고향인 경남 거창군으로 내려갔다. 단원고 이지혜 선생님의 가족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혜 씨와 초원 씨는 모두 단원고 기간제 교사였다. 지혜 씨의 아버지 이종락 씨(63)는 2014년 4월 15일이 가슴에 사무친다. 이날 그는 딸을 차에 태우고 학교로 갔다. “사고가 나면 학생이 우선일까요, 제가 우선일까요”라는 딸의 질문에 무심코 “학생이 우선”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 씨는 참사 후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그 역시 안산을 떠났다. 이 씨는 “아내는 세월호 인양 이후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그저 딸의 삶을 인정받고 싶어서 두 아버지는 2014년 6월 딸들의 죽음을 순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어서 순직으로 볼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하라”고 밝혔다. 순직과 산재에 따른 보상은 별 차이가 없다. 두 아버지가 나선 건 학생들을 사랑했던 딸의 마음이 인정되길 바랐던 것이다. 2015년 가을 김 씨와 이 씨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온몸을 아스팔트 바닥에 던지는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했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2016년 6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다음 달 초 서울행정법원에서 4차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지난달 말 “안타깝지만 법률적 방법이 없다”며 “기간제 교사가 4만6000명인데 두 교사에 대해서만 공무원연금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 이제 생존 학생들의 ‘아버지’로… 3년을 버틴 건 기꺼이 두 사람의 힘이 돼 준 사람들 덕이었다. 김 씨에게는 딸이 가르쳤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초원 씨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3반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밥을 먹었다. 아이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한 생존 학생은 김 씨와 갔던 빵집 앞을 지나다 “아버지(김성욱 씨)가 문득 생각났다”며 전화를 했다. 이 씨에게도 생존 학생들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 학생은 잊을 만하면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딸이 담임이었던 2학년 7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였다. 참사 당일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숙소가 5층이었으니 오늘 구조된 사람들처럼 살아나올 거다”라고 말했던 학생이다. 두 아버지는 “딸이 눈앞에 없어 마음이 아픈데 차별받아 더 아프다”며 “그래도 학생들과 국민에게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안산=신규진 newjin@donga.com / 황성호 기자}

    • 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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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훙충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설 말도 안돼… 인양위해 빌린돈은 1억3000만달러”

    세월호가 전남 목포신항 부두에 거치되면서 12일부터 미수습자 수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중국 업체인 상하이샐비지는 인양을 마무리 짓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수중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업체 선정부터 최종 인양 종료까지 상하이샐비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양 비용이나 방식, 시기 그리고 한국 정부와의 계약 관계 등을 놓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인양 비용도 그중 하나다. 훙충(洪충·사진) 상하이샐비지 사장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양을 위해 빌린 돈은 총 1억3000만 달러(약 1492억 원)”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출금(1억 달러·약 1141억 원)보다 무려 300억 원 이상 많은 돈이다. 자체 조달한 사업비를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최소 15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추가 비용을 낸다는 소문을 부인했다. 훙 사장은 “모듈 트랜스포터(육상 이동 장비) 등 추가로 장비를 투입한 비용도 우리가 부담한다”며 “이는 계약서에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인양으로 발생한) 적자를 한국 정부로부터 보전받고 싶다”고 말했다. 계약 당사자인 해양수산부가 상하이샐비지에 줄 돈은 900억 원을 조금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일부러 세월호 인양을 미뤘다는 소문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훙 사장은 “세월호를 들어올리는 리프팅빔 설치 과정 등에서 3개월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상징으로 ‘정밍(증명·證明)’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고조가 인양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축했다. 하루 지연 때 수억 원의 손실을 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인양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훙 사장은 “감독업체(TMC)도 현장에 있기 때문에 (인양 지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최저가 응찰도 부인했다. 훙 사장은 “우리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도전한 업체도 있었다”며 “낙찰 성공은 가격보다 회사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가 최저가로 응찰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샐비지의 입찰액은 851억 원이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 김배중 기자}

    •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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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 1091일 만에 “인양 끝”… 4월 넷째 주 본격 수색

    세월호가 참사 발생 1091일 만에 육상에 완전히 거치됐다. 이로써 모든 인양 과정이 마무리됐다.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미수습자 수색 등 다음 과정이 시작된다.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도 공식 출범했다. 11일 해양수산부는 “세월호를 육상으로 옮겨 고정하는 작업이 완료됐다. 이제 인양이 끝나 수색 작업 등 다음 단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15년 8월 7일 인양 작업이 시작된 지 613일,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른 지 20일 만이다. 세월호를 싣고 육상으로 옮긴 모듈 트랜스포터(육상 이동 장비) 600대가 이날 선체 밑에서 모두 빠져나오면서 육상 거치가 끝났다. 세월호는 선체 변형이 발견돼 계획보다 바다에 더 가까운 지점에 거치됐다. 세월호가 고정된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 부두에는 12일까지 현장수습본부가 만들어진다.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조직뿐 아니라 입관과 추모식을 담당하는 장례지원팀 등도 현장에 꾸려진다. 현장수습본부는 해수부와 해경 직원 등 전체 100명 안팎으로 이뤄진다. 수색을 위한 각종 장비도 세월호 옆에 설치된다. 미수습자 수색을 위해 26m 높이의 워킹타워 2대가 세워진다. 또 세월호 선체 밖에 안전 난간도 설치돼 작업 인부들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시작될 예정”이라며 “수색은 배가 눕혀진 상태에서 선수와 선미의 윗부분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선조위는 인력과 사무소 위치를 확정하며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선조위는 50명의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사무소는 목포와 서울에 둔다. 다만 세월호에 알려지지 않은 화물이 더 있는지 살펴보는 등 현장 중심의 조사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목포에서 주로 활동한다. 김창준 선조위 위원장은 “세월호 관련 노하우가 있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양 업체인 상하이샐비지 측은 이날 세월호 인양 작업으로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인양 입찰 때 최저가를 써 내 선정됐다.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에 916억 원을 지급한다고 밝힌 상태다. 상하이샐비지 측은 “현재 은행에서 1억 달러(약 1146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인양 작업을 위해 쓴) 정확한 금액은 추가적인 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 조윤경 기자}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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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맹본부 정보공개서에 ‘예방 힌트’ 있다

    “TV에 소개된 곳이라 믿었다.” 개업 1년 만에 폐업 위기에 놓인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말이다. 창업 경험이 많지 않은 주부나 은퇴자들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내놓는 매출 실적과 성공 신화가 사실상 유일한 판단 근거다. 이를 바탕으로 목 좋은 곳은 어디고, 앞서 개업한 가맹점은 장사가 잘되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본사 자체의 정보를 확인하는 데 소홀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게재된 정보공개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보공개서는 프랜차이즈가 가맹 희망 점주에게 공개하는 자료다. 재무 현황과 지역별 가맹점 수, 평균 매출액, 창업비용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현기 초보창업연구소(CHK) 대표는 “계약 체결 전 가맹사업 희망자 스스로 해당 업체 정보를 분석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심 있는 프랜차이즈와 다른 프랜차이즈를 꼼꼼히 비교하는 것도 필수다. 공정위는 업체별로 평균 영업 기간, 매출액, 법 위반 횟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업체별 폐점률을 꼼꼼히 따져 오래가는 장수 기업을 고르는 방법을 추천한다.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사가 최소 10년 이상 한길을 걸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며 “눈에 띄지 않게 오래 전통을 유지하는 가맹사업 브랜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유사업체 난립도 확인해야 한다. 사업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상황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뜨는’ 제품으로 인식되면 하루에 한 개씩 브랜드가 생겨나고 거품이 꺼지면 같은 속도로 사라지는 게 프랜차이즈의 속성이다. 자칫 가맹비만 노리는 프랜차이즈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처음 제시했던 내용과 달리 로열티와 광고비를 제때, 정확히 산정하지 않거나 물류비와 재료비 비중이 50% 이상인 프랜차이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기간이 짧은 곳도 위험하다. 이런 회사는 수익구조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하경 기자}

    • 201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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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입니다”… 보이스피싱에 유독 약한 2030 여성들

    “서울중앙지검 김준호 검사입니다.” 지난달 15일 휴대전화를 타고 흘러나온 중저음의 목소리에 이모 씨(25·여)는 깜짝 놀랐다. 검사는 물론이고 수사기관에서 걸려온 전화도 처음 받아본 이 씨였다. “네, 네” 하며 당황한 이 씨에게 ‘김 검사’의 말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당신은 사건번호 ○○○○○의 소환조사 대상자다.” “피해자가 26명이나 되는 사건이다.” “일단 명의 도용만 간략히 조사하겠다.” 이 씨는 처음 들어본 단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때 ‘김 검사’가 갑자기 친절한 목소리로 “일단 현금을 인출해라. 국가연계통장에 보관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곧바로 통장에서 1500만 원을 인출했다. 그리고 한 카페에서 ‘김 검사’가 보낸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만났다. 이 씨는 ‘금융감독원 이성훈 대리’라는 사람에게 돈을 건넸다. 하지만 김 검사와 이 대리 모두 조선족으로 이뤄진 보이스피싱 일당이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금감원 이 대리’로 가장한 김모 씨(31) 등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달 7일부터 15일까지 이들에게 돈을 빼앗긴 피해자 6명은 모두 20대 여성이었다. 피해 금액은 무려 1억7000만 원이었다.○ 사회 초년생 여성을 노린다 일반적으로 자녀를 둔 부모나 노인들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많이 보는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가장 큰 피해자는 20, 30대 젊은 여성이었다. 5일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체 피해 건수 중 74%가 20, 30대 여성 대상 범죄였다. 20, 30대 여성의 피해는 2152건으로 피해액은 무려 175억4100만 원. 반면 20, 30대 남성은 233건, 19억1000만 원에 불과했다. 같은 연령대이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피해가 훨씬 컸다. 40, 50대 여성의 피해도 238건, 23억6300만 원으로 젊은 여성보다 훨씬 적었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의도적으로 사회 초년생 젊은 여성만 골라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원 허모 씨(28·여)도 이 중 한 명이다. 허 씨도 검사를 사칭하며 걸려온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아 범인들에게 6000만 원을 직접 건넸다. 돈을 받아 챙긴 범인들은 말끔한 정장에 검은색 서류가방, 금감원 직인이 찍힌 가짜 서류까지 들고 왔다. 허 씨는 신상정보를 기입하라는 범인들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허 씨가 빼앗긴 돈은 월급을 저축한 돈 1000만 원과 자신이 관리하던 교회 공금 5000만 원이었다. 피해자들 중에는 교사, 영양사, 회사원 등 직업이 다양했으나 목돈을 가진 사회 초년생 여성이라는 점은 동일했다. ○ 사회경험 부족과 심리특성 악용 20, 3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타깃으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사회경험 부족을 꼽았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고 남성들과 달리 범죄 관련 용어나 정보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 나이가 어릴수록 검찰, 금감원 등 국가 기관 이름을 대며 권위와 신뢰감을 조성하면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막상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해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닥치면 대처 능력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위기 상황에 놓이면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정도가 높은 것도 원인이다. 범인이 급박하고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경우 이성적 판단보다 불안한 감정이 앞서 범인에게 동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몰입 효과가 너무 뛰어나 자신이 첫 번째 내렸던 판단에 집착하는 편향적 성향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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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서 화장실 다녀온 사이 노트북이…2500만 원 상당 상습 절도범

    올 1월 26일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의 한 카페를 찾은 손님 A 씨(23)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 자신의 노트북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테이블 옆 의자 위에 접어서 놔뒀던 100만 원 상당 노트북이 사라진 것이다. 주변에 앉아 있던 손님들에게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노트북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노트북을 훔친 최모 씨(39)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교통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 넘어 이미 멀리 도망 친 뒤였다. 최 씨는 지난달 23일까지 서울시내 카페, 서점, 어학원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서 총 25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주로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짐을 봐줄 사람이 없는 혼자 온 사람들을 노렸다. 최 씨는 카페 쓰레기통에서 다른 손님이 버리고 간 컵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은 뒤 손님으로 가장해 혼자 온 사람들을 30분~1시간가량 관찰하다 자리를 비우면 돈이 될만한 물건을 챙겨 재빨리 도망치는 수법을 썼다. 절도품은 29만 원짜리 이어폰부터 400만 원짜리 명품가방까지 약 2500만 원에 달했다. 훔친 물건은 전당포에 맡기고 현금화해 주로 경마장에서 도박비용으로 대부분 탕진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최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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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선체조사위 첫날, 미수습자 가족과 마찰

    순조롭게 진행되던 세월호 인양 마무리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기상 악화로 작업이 중단되면서 30일 목포신항으로의 출발이 불투명해졌고, 선체 조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잡음이 일고 있다.○ ‘합의’와 ‘협의’ 놓고 충돌 29일 오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 8명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28일 출범 후 첫 공식 활동이다. 조사위원들은 미수습자 가족 10명과 함께 이동식 조립주택에서 수습 원칙을 논의했다. 오후 2시경 시작된 협상은 약 4시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습 방식 결정 전에 가족들과 ‘합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또 목포신항 육상에 거치가 완료되면 즉각 미수습자 수습에 돌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 3가지 항목을 더해 총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사위원회는 ‘합의’라는 용어를 ‘협의’로 바꾸자고 했다. 미수습자 수습 시기에 관한 항목도 ‘즉각적인 수습 작업 돌입이나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점검한다’고 수정했다. 가족들의 제안이 법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다. 이견이 계속되자 협상 내내 미수습자 가족들 사이에선 “인양 목적이 뭐냐” “일어나서 나가라”는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조은화 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종이를 내던지며 땅바닥을 내리치기도 했다. 허다윤 양(단원고)의 어머니 박은미 씨(47)는 오열을 하며 몸부림치다 다른 사람들에게 업혀 옮겨지기도 했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가급적 (미수습자가) 수습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조직의 목적”이라며 “4월 5일까지 미수습자 수습 방안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안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목포행 일정에도 ‘빨간불’ 30일 목포신항으로 출발하려던 계획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잠수식 선박이 있는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역의 기상이 나빠지면서 29일 종일 이송 준비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반잠수식 선박의 날개탑 2개를 제거하고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다행히 목포신항은 현장수습본부가 들어설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세월호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통신과 전기 작업은 대부분 완료됐다. 수습본부는 해수부와 국민안전처 교육부 법무부 등 각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110여 명으로 꾸려지며 유해 수습과 장례 의료 등의 지원 업무를 맡는다. 세월호 선체는 바다와 맞닿은 하역공간을 거쳐 3만2004m² 규모의 작업장에 내려진다. 반잠수식 선박이 부양해 갑판을 부두와 수평으로 맞춘 뒤 모듈 트랜스포터를 이용해 옮기게 된다. 세월호는 선체 앞부분부터 내려진 뒤 작업장에서 가로로 길게 놓이게 된다. 모듈 트랜스포터는 반잠수식 선박이 동거차도를 출발하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장 앞쪽에는 사무동이 들어서는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무동은 현장수습본부 사무실과 미수습자 가족 공간, 작업공간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무는 숙소 주변에는 철조망을 쳐 수습본부 사무실과는 분리된다. 현재까지 45개 컨테이너가 설치됐으며 앞으로 29개 컨테이너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진도=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 / 최혜령 기자}

    •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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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트라우마에 목숨 끊은 현장근무-구조 인력… 아내들의 사부곡 2題

    ● “경찰남편 명예 지켜… 딸아이 긍지 갖게할것”故김모 경감 가족의 ‘길고 긴 소송’수습업무 스트레스 호소하다 투신… 연금공단 순직 인정안해 소송“2심도 꼭 이겨 오해 씻을것”“형이라고 부르며 밤낮으로 우리를 챙겼었는데….” 꿈에도 그리던 세월호 인양을 눈앞에서 지켜본 미수습자 권재근 씨의 친형 권오복 씨(63)는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때 전남 진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으로 팽목항에서 근무했던 김모 경감(당시 49세)이다. 김 경감은 2014년 6월 26일 진도대교에서 바다로 몸을 던져 9일 뒤 숨진 채 발견됐다. 3년 가까이 지났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김 경감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김 경감은 유가족 곁에서 일하고 있었다. 시신 발견 소식을 유가족에게 전하고 반대로 유가족의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처음 유가족들은 김 경감을 ‘정보과 형사’라며 피했다. 하지만 유가족 및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아파하는 모습에 ‘형’ ‘오빠’라고 부르며 믿고 따랐다. 하지만 밤낮 없이 현장근무를 하며 김 경감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유가족도 직접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대신 보고 온 뒤 상태를 설명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유가족들은 김 경감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김 경감은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인 ‘헬리콥터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손발이 떨렸다. 동료에게 “나 좀 (업무에서) 빼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2014년 9월 김 경감의 죽음이 업무와 관련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특진심사에서 탈락한 김 경감이 과음한 게 투신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자살의 경우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김 경감은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했고, 유가족은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김 경감의 부인 김모 씨(44)는 2014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1년 6개월이 지난 2016년 6월 서울행정법원은 김 경감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다. 김상훈 변호사는 “법원은 당시 김 경감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판단한 국립나주병원의 소견서를 바탕으로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경감의 순직 여부는 공무원연금공단의 항소로 결정이 미뤄졌다. 그리고 다음 달 7일 서울고법에서 다시 가려질 예정이다. 김 씨는 “열한 살 딸에게 아빠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경찰이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트레이닝복 매장 피해다니던 남편 모습 선해”故김관홍 민간잠수사의 부인“남편이 들려준 얘기보다 훨씬 처참하네요.” 약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를 기다리는 김혜연 씨(39)의 심경도 남다르다. 김 씨는 2014년 사고 해역에서 민간인으로 자원해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고 김관홍 잠수사(당시 43세)의 부인이다. 김 잠수사는 지난해 6월 트라우마와 부상 후유증 등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월호 인양 소식을 접한 후 김 씨 역시 처음에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를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남편이 설명했던 세월호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김 씨는 “남편은 ‘더듬어 가면 지금도 찾을 수 있다. (선체가) 옆으로 누워있어도 자기가 가던 길이라 배 모양을 다 안다’고 말했었다”며 “어디를 더 수색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희생된 학생을 향한 김 잠수사의 감정은 특별했다. 그는 평소 트레이닝복을 입은 아이들만 봐도 희생된 아이들을 떠올렸다. 김 씨는 “희생된 아이들 절반 이상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고 남편이 말했다”며 “거리에서 같은 트레이닝복을 파는 매장을 지날 때면 지나가고 싶지도 않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잠수사는 세월호 수색과정에서 입은 몸 곳곳의 부상으로 잠수를 하지 못한 채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유가족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세월호 관련 국정감사나 청문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 증언했다. 세월호 인양 후 김 잠수사가 청문회에서 “나는 잠수사이기 이전에 국민이다. 국민이기 때문에 달려간 것이다. 내 직업이, 내가 가진 기술이 그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간 것일 뿐이다. 애국자나 영웅이 아니다”라고 말한 내용이 다시 조명을 받기도 했다.진도=이호재 hoho@donga.com·신규진 기자 정동연 기자·call@donga.com}

    •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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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가까이서… 한번이라도 더 봐야죠”

    “아침에 일어났는데 문득 보고 싶었어요.” 26일 오전 10시, 미수습자인 경기 안산시 단원고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다시 배에 올랐다. 75시간 바다 위에서 생활하다 인양 성공 소식을 듣고 전날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돌아온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계획도 없었다. 이 씨는 “엄마가 안 가면 은화가 서운해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배에 탄다”고 말했다. 이 씨를 비롯해 미수습자 가족 5명이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에 거치된 세월호를 500m 앞에서 보려고 배에 올랐다. 전날 세월호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 탓도 있었다. 이 배는 선체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와 컨소시엄을 맺은 오션C&I사가 제공한 지원선이었다.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 씨(56)는 “세월호 가까이만 가면 눈물이 나지만 꼭 봐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원선에서 본 화이트말린 위 세월호는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선미(船尾)의 찌그러진 난간과 철제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선수(船首)엔 인양 와이어가 기다란 흠집을 냈다. 가족들은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지원선이 세월호를 크게 한 바퀴 돌고 팽목항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가족들의 시선은 맹골수도를 떠나지 못했다. 팽목항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목포신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수습을 맡았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팽목항을 찾아 이들을 위로했다. 미수습자 가족이 머물던 이동식 조립주택은 이르면 27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진도=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 기자}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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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꼭 모두 함께 돌아가야죠”

    ‘이제 미수습자 가족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이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었다. 세월호 인양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22일 어업지도선(무궁화2호)을 탄 가족들은 사흘째인 24일까지 단 한 명도 육지에 발을 올리지 않았다. 선체가 인양되는 모든 과정을 두 눈에 담기 위해서다. 단원고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53)는 여름용 슬리퍼를 신은 채 배에 올랐다. 진도 앞바다는 새벽녘이면 세찬 바람 때문에 체감기온이 영하에 가깝다. 허 씨는 팽목항 숙소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바로 배에 오르느라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세월호가 수면 위에 오르는 모습에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어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그는 “세월호가 완전히 인양되면 빨리 면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가족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23인승인 무궁화2호에는 가족과 해양수산부 관계자 등 40명이 넘게 타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23일 식사는 컵라면이 전부였다. 24일에야 짜장밥과 김치 등의 식사가 나왔다. 가족들은 변변찮은 식사를 하면서도 오로지 바닷속에 있을 가족 생각만 했다.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아내 유백형 씨(54)는 “미수습자 가족 모두가 함께 손잡고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23일은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완전히 올라온 24일 오전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안전하게 인양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호소했다. 세월호 인양이 마무리되면 후속 작업도 이뤄진다. 진도군은 27일 팽목항에 있는 미수습자 가족 등의 숙소를 세월호가 거치될 목포시 목포신항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현재 팽목항 5000m²에는 이동식 주택과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가족회의실, 식당, 창고, 세탁실, 샤워장, 화장실 등 가족지원시설 25개동이 있다. 진도군은 업체에서 빌린 식당과 창고 등 10개동은 반납하기로 했다. 진도군은 분향소 2개동과 가족회의실 3개동은 해수부와 유가족 협의 상황을 지켜보며 옮기기로 했다. 진도군은 전체 가족지원시설이 옮겨지면 팽목항에서 진도항 2단계 건설사업을 진행한다. 한편 세월호 참사 가족 모임인 416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수색이 끝나 미수습자들을 찾고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확인된 뒤에 미수습자를 포함한 합동영결식을 치를 예정이다. 진도=신규진 newjin@donga.com·황성호 / 목포=이형주 기자}

    • 201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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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회 “朴 소환 모습 안타까워 TV 안봤다”

    “보면 뭐 하겠어. 안타까운 마음뿐이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전남편인 정윤회 씨(62·사진)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는 21일 TV로 생중계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장면을 차마 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불가항력’ ‘운명’ 같은 표현을 꺼냈다. 이날 오후 자택에서 채널A 기자와 만난 정 씨는 “사람이 살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닥친다”며 “그냥 앉아서 고통받는 시간의 연속인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주군’으로 모신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어 검찰에 출석하는 처지가 되자 크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앞서 정 씨는 박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10일 “내가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던 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보좌했어도 더 잘못됐을 수 있다”며 “운명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 농단’의 피해자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상황이 안 좋게 됐는데 무슨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겠느냐”는 게 정 씨의 답변이었다. 2014년 5월 최 씨와 이혼 전 국정 농단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는 “전혀 몰랐고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최 씨와 2011년 이후 대화하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덴마크에 있는 딸 유라 씨(21)를 향해선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얼굴을 보거나 연락한 지 여러 해가 지났다고 밝힌 정 씨는 “무한정 미안하고 자식 보기에 면목이 없고, 그래서 보자는 소리를 (그동안) 못 했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한국으로 송환돼 구치소 등에 수감되면 “꼭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신규진 newjin@donga.com·백승우 기자}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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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만5000개 심장, 한마음으로 봄의 광장을 달리다

    어떤 장애도, 어떤 피부색도 터질 듯한 심장 박동과 아스팔트를 박차는 발을 가로막지 못한 춘삼월의 축제였다. 19일 열린 2017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 참가자들은 출발 1시간 전인 오전 7시경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3만5000명이 출전했다. 이날 오전 기온이 영상 4도에 그쳐 전국에서 모여든 상당수 러너는 두꺼운 점퍼를 입고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출발 직전 광장에 운집한 수만 명이 일제히 노래에 맞춰 체조를 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결승선인 송파구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설치된 마사지 부스는 봄날의 환희를 맛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부천사와 특별한 이가 함께한 서울의 봄 ‘기부천사’로 유명한 가수 션(45)은 이날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 나서 3시간 39분 27초에 골인했다. 션은 스터지-베버 증후군(뇌 3차신경 혈관종증) 같은 희귀성 난치병을 앓고 있는 박은총 군(14) 가족과 함께 뛰었다. 은총 군은 박지훈 씨(43)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션은 이번 대회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365명으로부터 1만 원씩 모금해 은총이 같은 아이들이 치료받는 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했다. 션은 “은총이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마라톤”이라며 “아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달렸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특별한 이들도 봄날의 열기를 지폈다. 베트남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출신 김윤근 씨(68)는 휠체어를 타고 42.195km에 도전했다. 다만 김 씨 홀로 다 해낼 수 없어 지난해 한 마라톤대회에서 알게 된 해병대 후배 음길현 씨(63)가 간혹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줬다. 김 씨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머리띠에 태극기 2개를 꽂고 달린 손현복 씨(71)는 “일흔 살 이전까지는 풀코스를 뛰었는데 요즘엔 나이를 생각해 10km로 만족하고 있다”면서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중국에서 온 ‘고독한’ 러너 국제적인 명성에 걸맞게 여러 나라 ‘손님’으로도 대회가 채워졌다. 아일랜드인 마틴 하인스 씨(41)는 “2010년 한국에 온 이후 동아마라톤만 4번째다. 이제는 동아마라톤을 뛰는 게 일종의 기념일이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국면에도 중국에서 온 참가자도 있었다. 얼굴에 중국 국기 스티커를 붙인 얀웨이훠 씨(39·여)는 “사드 문제 등으로 중국과 한국이 예전보다 사이가 조금 안 좋은데 앞으로는 다시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는 각종 단체와 동호회 깃발이 나부꼈다. 수도군단 1175공병단 158대대 소속 군인 65명도 나왔다. ‘블랙러너클럽’이라는 부대 내 동호회 소속인 이들은 교류하는 미군 13명과 함께 운동화 끈을 졸라맸다. 박상준 블랙러너클럽 회장(중위)은 “장병들이 주말에 쉬는 것도 좋지만 가만히 실내에 있지만 말고 밖에서 활력을 찾자는 취지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특한 복장으로 마라톤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일본 여고생이 입는 세일러복을 입은 남녀 3명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머리에 뿔을 달고 뛰거나 조선시대 임금이 입던 곤룡포 차림의 장년 남성도 있었다.○ 이어진 자원봉사 손길 자원봉사를 나온 청소년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대회를 지켜봤다. 중학교 2학년인 김진서 군(14)은 “마라톤을 마친 사람들이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꼭 풀코스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체대 체육학과 학부생 40여 명은 무료로 참가자들에게 마사지를 해줘 인기를 끌었다. 대회 참가자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면 박수가 크게 터져 나왔다. 지인들은 참가자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즐거워했다. 대회가 마무리되고 낮 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오르자 참가자들은 완연한 봄날을 즐기며 피로를 풀었다. 참가자들은 가지고 온 먹을거리를 올림픽주경기장 인근에서 나눠 먹으며 한바탕 축제를 마무리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조윤경 기자}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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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학교도, 병원도 못 가봤다… ‘있어도 없는 18년’ 유령 소녀

    세상에 태어났지만 아무도 존재를 몰랐다. 주민등록번호도 없고 학교에 가본 적도 없다. 마치 ‘유령’ 같은 삶이었다. 은혜(가명·18) 양 이야기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20년 가까이 은혜는 세상에 없는 듯 살았다. 학교는 물론이고 병원조차 간 적이 없다.○ ‘유령소녀’의 18년 은혜는 1999년에 태어났다. 그러나 부모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은혜를 낳은 어머니 A 씨(45)와 아버지 B 씨(48)는 법적 부부가 아니었다. A 씨가 남편과 별거한 사이 B 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고 은혜를 출산했다. A 씨는 원래 남편과 이혼하지 못해 은혜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B 씨도 마찬가지였다. 은혜의 친아버지가 A 씨 남편이 아닌 자신인 걸 입증하려면 복잡한 법적 절차가 필요했다. 적지 않은 비용도 들었다. B 씨는 결국 은혜의 출생을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출생신고가 안 됐으니 당연히 은혜에게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한 번도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아예 학교 문턱에 가본 적이 없다. 은혜는 거의 하루 종일 집 안에 머물렀다. 다행히 A 씨 부부는 은혜를 잘 먹이고 잘 키웠다. 다만 세상에 드러내놓지 않았을 뿐이다. A 씨 부부는 그게 어떤 죄인지 몰랐다. 부모가 읽고 쓰는 걸 가르친 게 전부였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 입시 준비를 할 나이지만 은혜는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성을 키울 기회는 아예 없었다. 부모와 말하는 것이 대화의 전부였다. 은혜의 존재가 드러난 건 지난해 6월. 우연히 은혜가 근처 슈퍼마켓에 갔다. 주인은 멀쩡해 보이는 은혜가 거스름돈 계산을 하지 못하는 걸 보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최근 경찰은 A 씨와 B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혐의로 입건하고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계한)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폭력 없는 방임도 분명한 학대 지난달 15일 검사의 직권으로 은혜의 출생신고가 18년 만에 이뤄졌다. 그리고 은혜는 요즘 지역의 한 청소년복지센터에 다니고 있다. 기초 공부를 하면서 조만간 초등 졸업자격 검정고시에도 응할 예정이다. 종이접기와 바느질에도 소질을 보였다. 청소년복지센터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양말인형을 만들어서 선생님에게 선물하고 어머니에게도 주는 등 사회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혜는 지금도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혐의는 명백하지만 은혜가 부모님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실제 기소 때 아이에게 악영향이 갈 수 있어 기소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혜는 부모를 잘 따르고 특히 아버지를 향한 애착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가 은혜의 삶에서 18년을 앗아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폭력 등 심각한 학대가 아니라도 이처럼 기본적인 양육의무를 외면한 방임에 대해 부모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A 씨 부부의 행동은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운데 자녀의 생존권을 침해한 것이고 교육적 방임도 했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아동학대 사례 중 방임은 2015년 3175건(중복 학대 포함)에 이른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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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고시작 21분만에 “파면”… 숨죽이던 법정에 나직한 탄성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아….”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의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을 읽자 대심판정 방청석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환호나 고성은 없었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판가름 나는 역사적 현장. 이날 오전 11시 정각 이 권한대행이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자 대심판정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숨이 막힐 듯했다. 이 권한대행이 선고 이유에 해당하는 결정문을 읽어 내려가는 21분 동안 심판정은 얼어붙은 듯 고요했다. 소리는 이 권한대행의 음성밖에 없었고, 움직이는 것은 생중계 TV 카메라뿐이었다. 방청석에는 내외신 기자 150여 명이 자리했다. 인터넷 추첨에서 선정된 일반인 24명도 자리했다. 796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잔뜩 상기된 표정을 풀지 못했다. 앞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차례로 심판정에 들어섰다. 그리고 오전 11시 이 권한대행과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 등 8명의 재판관이 차례로 입정했다. 모든 방청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권한대행은 결정문을 읽기에 앞서 심판 진행 경과와 헌재의 입장을 밝혔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다.… 재판부는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한다.” 11시 3분.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다.” 이 권한대행의 결정문 낭독이 시작됐고, 대심판정의 모든 사람이 그의 입에 귀를 맞췄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국회 탄핵 소추 의결 과정의 하자 부분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서기석 재판관이 고개를 돌려 이 권한대행을 잠시 쳐다봤다. 동시에 대리인단의 손범규 변호사도 이 권한대행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반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황정근 변호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11시 8분 탄핵 소추 사유의 판단 결과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 자유 침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자 탄핵소추위원단 측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추위원장인 바른정당 권성동 의원은 재판부를 빤히 쳐다봤다. 하지만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공모가 언급되면서부터다. 11시 12분 이 권한대행은 청와대 문건이 수시로 최 씨에게 전달된 문제를 지적했다. 순간 조용호 재판관과 바로 옆 강일원 재판관이 서로를 응시했다.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박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한 내용이 설명됐다. 이 권한대행이 “최 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헌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배했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규정짓자 권 의원은 미소를 지었다. 반면 박 대통령 측 이동흡 변호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 권한대행의 목소리는 점점 단호해졌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부인하면서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박 대통령을 꾸짖는 듯한 어조였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파면을 선언한 뒤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 의견을 밝혔다. “탄핵 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권한대행과 재판관 7명이 퇴정하자 탄핵소추위원단 변호사들은 악수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권 의원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 쪽으로 걸어가 이동흡, 이중환 변호사에게 악수를 청했다. 박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아무 말 없이 대심판정을 빠져나갔다.배석준 eulius@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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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억원으로 부화한 식빵속 앵무새 알

    ‘앵무새 알을 밀수하는 법.’ A 씨가 경찰 앞에 앉더니 책상 위에 놓인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희귀동물 밀수 조직에서 운반책으로 일하다 입건됐다. A 씨는 식빵과 통조림 깡통을 이용한 신종 밀수 방식을 그림까지 곁들여 생생히 설명했다. 다음은 A 씨가 경찰에 밝힌 밀수 방법이다. 우선 알을 솜으로 잘 싼다. 그러고 미리 구입한 비닐봉지에 든 식빵 사이마다 알을 넣는다. 이어 공기가 잘 통하도록 비닐봉지에 구멍을 숭숭 뚫는다. 통조림 깡통 밀수도 비슷하다. 깡통 안에 솜을 깔고 알을 놓는다. 그 위에 차례로 솜과 알을 층층이 쌓는다. 마찬가지로 구멍을 뚫는다. 초등학생의 유치한 장난 같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밀수 조직은 한 번에 앵무새 알 수백 개를 숨긴 식빵과 통조림이 담긴 가방을 들고 190여 차례나 공항으로 입국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앵무새의 알을 밀수해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한 혐의로 밀수업자 전모 씨(42)를 구속하고 S 씨(44)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대만과 태국 등지에서 190여 회에 걸쳐 앵무새 알 약 4만 개(6억5008만 원어치)를 구입해 밀수입했다. 현지 공급책부터 판매처까지 희귀동물 밀수 경로 전체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밀수 방법이 생각보다 너무 단순해 놀랐다”며 “흉기 등 날카로운 물질은 X선 검사에서 잘 보이지만 알은 잘 보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당은 앵무새 알을 부화시킨 뒤 2, 3개월간 키워 파는 수법으로 10억2000만 원을 챙겼다. 개당 1만 원인 선코뉴어 앵무새 알과 80만 원인 아마존 앵무새 알을 부화시켜 각각 23만 원, 250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 정상적인 경로로 들여온 어미새의 알인 것처럼 속이고 허위로 ‘국제적 멸종위기종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했다. 이처럼 희귀동물 수요가 늘면서 최근 불법 밀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모 씨(39)는 희귀 원숭이 슬로로리스와 가비알 악어 등을 어른 양말 속에 넣고 발목 부분을 묶어 여행 가방에 넣어 왔다. 이번에 구속된 전 씨도 살아 있는 앵무새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재우고 부리에 테이프를 붙여 밀수했다.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밀수하거나 국내에서 불법으로 거래한 사실을 제보하면 1인당 연간 최대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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