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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프레스센터 언론계 환수를 위한 언론인 서명’을 16일 청와대에 전달했다. 언론 3단체는 △프레스센터, 남한강연수원 소유권을 언론계에 반환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 시설들을 관할하도록 하고 △시설에 대한 언론계의 자율적 관리를 보장하라는 등의 안을 제시하며 지난달 18일부터 서명운동을 벌였다. 신문·방송·통신사의 발행인, 편집인, 기자 등 177개 언론사 4247명이 참여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는 1980년대 초 ‘언론 자유와 저널리즘 발전을 위해 현대화된 시설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라 한국신문회관 자리에 건립이 추진됐다. 건설 재원은 신문회관의 전 자산, 서울신문 자금, 당시 한국방송광고공사(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관리하던 정부의 공익 자금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1984년 프레스센터가 완공된 뒤 전두환 정부는 프레스센터의 소유권을 코바코로 옮겼다. 이후 30년 동안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시설 관리와 운영을 위탁하던 코바코가 2014년부터 재산권을 주장해 2016년부터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연풍문 2층에서 3단체 회장들을 만난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알아 달라. 정부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보겠다”고 답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유튜브는 이제 아이들의 일상 그 자체다. 어른들이 과거 TV 속 연예인을 보며 환상을 키워왔다면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며 인기 유튜버를 꿈꾼다. 부모들도 경쟁적으로 ‘자녀 유튜버 만들기’에 몰두한다.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시청 공간을 넘어 소통과 호기심을 해소하는 창구로 변하고 있다. 유튜브 시대에 사는 초등생의 일상을 관찰했다. 》 “다들 잘 살아 있지?” 13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수학 시간. 윤주(가명·11) 양은 필통 속에 휴대전화를 숨긴 채 실시간 방송을 켜고 조용히 말했다. 수업시간이었지만 친구 9명이 접속했다. ‘배고파ㅠ 2시간만 참자’ ‘ㅋㅋ너무 졸려’ ‘샤프를 바꿨더니 글씨가 예뻐졌다’ 등 대화가 오갔다. “파공(파우치 속 화장품 공개) 할 사람∼.”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옆 친구가 소리쳤다. 아이 3명이 화장품을 가지고 모여 들었다. 친구들은 보름 동안 모은 용돈으로 산 틴트와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바르면서 저마다 동영상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실에는 “지금 방송 켰으니까 빨리 들어와” “좋아요랑 구독 눌러” 등의 소리로 가득 찼다. 액체괴물을 주무르면서 방송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반 친구 35명 중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이용한다. 이날 오후 6시 영어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온 윤주는 또 방송을 켰다. 그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오늘 너무 더워서 화장이 다 지워졌다”고 읊조렸다. 하루 만에 윤주가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은 5개. 논술학원을 가기 전 저녁을 먹어야 한다던 그는 “어제 친구들과 김치찌개를 먹는 ‘먹방’을 찍기로 했다”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 연예인보다 친근한 유튜버 따라하기 윤주는 입학 전부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자랐다. 영어 만화부터 아이돌 뮤직비디오까지 기존 TV의 역할을 유튜브가 완전히 대체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해 온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일상은 유튜브 그 자체였다. 걸그룹 춤을 따라하던 아이들은 이제 유튜버를 모방한다. 연예인보다 더 친근하고 ‘생활 밀착형’ 콘텐츠 위주라 따라하기도 쉽다. 한 유튜버의 ‘엄마 몰래 라면 끓여먹기’ ‘친구 놀래키기 몰카’ 등 동영상을 보고 아이들은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을 본인 계정에 찍어 올린다. 조회 수가 높지 않아도 친한 친구들끼리 댓글로 ‘그들만의’ 소통이 이어진다. 성인들의 ‘단체 카톡방’과 유사하다. 하모 씨(44·여)는 “먹방을 꼭 틀어야지 아이가 밥을 먹는다”며 “먹방을 보고 탕수육을 시켜 먹자고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집중하는 법’ 등 공부법(?)부터 성장기 아이의 고민들도 유튜브가 해결해준다. ‘브래지어 하는 법’ ‘초등학교 생리 대처법’ ‘5학년 몸무게’ 등 관련 동영상 댓글에 다른 고민 글을 올리고 답을 얻는다. 김민지 양(12)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물어보기 부끄러운 것들을 찾아본다”며 “친구들끼리 영상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개인 계정을 이용해 아이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 14세 이상부터 구글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 대상 ‘유튜브 키즈’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지만 대부분 초등생들은 부모의 동의하에 성인들이 이용하는 유튜브 앱을 이용한다. 부모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래 계정을 만드는 아이들도 있다. 11세 아들을 둔 유모 씨(38·여)는 “요새 아이들의 주요 대화 주제는 유명 유튜버”라면서 “유행에 아이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이 유튜버 만들기 광풍 아이들 대상 유튜브 콘텐츠는 ‘핫’하다. 한 초등생이 올린 ‘연예인 메이크업 따라잡기’ 동영상은 조회수 103만 회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를 유튜버로 키우려는 열풍마저 분다. 온라인 사이트 맘카페에는 “4세짜리 아들을 유튜버로 만들고 싶어요” “갓난아이로 유튜브 하시는 분 계신가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유튜버로 돈 버는 법’ ‘아이 유튜버 만들기’ 등 인터넷 유료 강의도 인기다. “검색어 중복을 피하라” “첫 화면을 잘 꾸며라” 등 조회 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팁이 대부분이다. 정모 씨(42·여)는 6세짜리 딸아이를 유튜버로 키우기 위해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 강의를 듣고 있다. 정 씨는 “부업으로 수익도 얻고 아이가 나중에 자기소개서 등에 ‘유튜버’라는 경험 사례를 쓸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했다. 구독자 57만 명을 끌어모은 ‘마이린TV’ 최린 군(12)의 아버지 최영민 씨(47)는 “유튜브를 시작한 3년 전보다 부모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성공 비법을 공유해 달라는 부모도 많다”며 “유행을 타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광고 수익, 인기 콘텐츠 분석 등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제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아요….” 10세 아들을 둔 A 씨는 올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2년 전 맞벌이 부부인 A 씨는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유튜브 없으면 왕따”라는 아들 말에 설치를 한 게 화근이었다. 아들은 하루 8시간씩 한 인기 유튜버의 비디오 게임 방송을 시청했다.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아들의 기행동이 시작됐다. 숙제를 시키면 10분도 집중하지 못해 거실로 뛰쳐나왔다. 밥을 먹을 때도 아들은 가족들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문을 닫고 혼자 울기도 했다. 상담사는 “친구들에게 뒤처진다는 불안감과 부모에 대한 실망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며 “유튜브 시청으로 불화를 겪는 아이가 적지 않다”고 했다.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과의존 비율은 성인(17.4%)보다 유아·아동(19.1%) 청소년(30.3%)에게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TV·동영상(17.2%)이 게임(43.1%)과 메신저(32.7%)에 이어 부작용이 우려되는 콘텐츠로 조사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초등학교 저학년생(1∼3학년)의 31.7%, 고학년생(4∼6학년)의 68.2%, 중학생의 93.0%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유아·아동이 강력한 시청각적 자극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 등을 지나치게 오래하면 ‘팝콘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 반응할 뿐 느리게 변하는 진짜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을 말한다. 부모들이 보채는 유아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를 표본 조사한 최근 한 연구에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아동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동영상 채널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스마트폰의 사용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과의존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종엽 jjj@donga.com·신규진 기자}

“다들 잘 살아있지?” 13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의 수학 시간. 윤주(11·가명)양은 필통 속에 휴대전화를 숨긴 채 실시간 방송을 켜고 조용히 말했다. 수업시간이었지만 친구들 9명이 접속했다. ‘배고파ㅠ 2시간 만 참자’ ‘ㅋㅋ너무 졸려’ ‘샤프를 바꿨더니 글씨가 예뻐졌다’ 등 대화가 오고갔다. “파공(파우치 속 화장품 공개) 할 사람~”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옆 친구가 소리쳤다. 아이들 3명이 화장품을 가지고 모여 들었다. 친구들은 보름 동안 모은 용돈으로 산 틴트와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바르면서 저마다 동영상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실에는 “지금 방송 켰으니까 빨리 들어와” “좋아요랑 구독 눌러” 등의 소리로 가득 찼다. 액체괴물을 주무르면서 방송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반 친구 35명 중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한다. 이날 오후 6시 영어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온 윤주는 또 방송을 켰다. 그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오늘 너무 더워서 화장이 다 지워졌다”고 읊조렸다. 하루 만에 윤주가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은 5개. 논술 학원을 가기 전 저녁을 먹어야 한다던 그는 “어제 친구들과 김치찌개를 먹는 ‘먹방’을 찍기로 했다”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 연예인보다 친근한 유튜버 따라하기 윤주는 입학 전부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자랐다. 영어 만화부터 아이돌 뮤직비디오까지 기존 TV의 역할을 유튜브가 완전히 대체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해 온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일상은 유튜브 그 자체였다. 걸그룹 춤을 따라하던 아이들은 이제 유튜버를 모방한다. 연예인보다 더 친근하고 ‘생활 밀착형’ 콘텐츠 위주라 따라하기도 쉽다. 한 유튜버의 ‘엄마 몰래 라면 끓여먹기’ ‘친구 놀래 키기 몰카’ 등 동영상을 보고 아이들은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을 본인 계정에 찍어 올린다.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친한 친구들끼리 댓글로 ‘그들만의’ 소통이 이어진다. 성인들의 ‘단체 카톡방’과 유사하다. 하모 씨(44·여)는 “먹방을 꼭 틀어야지 아이가 밥을 먹는다”며 “먹방을 보고 탕수육을 시켜 먹자고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집중하는 법’ 등 공부법(?)부터 성장기 아이의 고민들도 유튜브가 해결해준다. ‘브래지어 하는 법’ ‘초등학교 생리 대처법’ ‘5학년 몸무게’ 등 관련 동영상 댓글에 다른 고민글을 올리고 답을 얻는다. 김민지 양(12)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물어보기 부끄러운 것들을 찾아본다”며 “친구들끼리 영상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개인 계정을 이용해 아이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 14세 이상부터 구글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 대상 ‘유튜브 키즈’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지만 대부분 초등생들은 부모의 동의 하에 성인들이 이용하는 유튜브 앱을 이용한다. 부모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래 계정을 만드는 아이들도 있다. 11세 아들을 둔 유모 씨(38·여)는 “요새 아이들의 주요 대화 주제는 유명 유튜버”라면서 “유행에 아이가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 아이 유튜버 만들기 광풍 아이들 대상 유튜브 콘텐츠는 ‘핫’하다. 한 초등생이 올린 ‘연예인 메이크업 따라잡기’ 동영상은 103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러다보니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를 유튜버로 키우려는 열풍마저 분다. 온라인을 맘카페에는 “4살짜리 아들을 유튜버로 만들고 싶어요” “갓난아이로 유튜브 하시는 분 계신가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유튜버로 돈 버는 법’ ‘아이 유튜버 만들기’ 등 인터넷 유료 강의도 인기다. “검색어 중복을 피하라” “첫 화면을 잘 꾸며라” 등 조회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팁이 대부분이다. 정모 씨(42·여)는 6살짜리 딸아이를 유튜버로 키우기 위해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 강의를 듣고 있다. 정 씨는 “부업으로 수익도 얻고 아이가 나중에 자기소개서 등에 ‘유튜버’라는 경험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했다. 57만 명 구독자를 끌어 모은 ‘마이린TV’ 최린 군(12)의 아버지 최영민 씨(47)는 “유튜브를 시작한 3년 전보다 부모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성공 비법을 공유해달라는 부모들도 많다”며 “유행을 타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광고 수익, 인기 콘텐츠 분석 등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들의 스마트폰 압수하자 기행동을…▼ “이제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려하지 않아요….” 10세 아들을 둔 A 씨는 올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2년 전 맞벌이 부부인 A 씨는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유튜브 없으면 왕따”라는 아들 말에 설치를 한 게 화근이었다. 아들은 하루 8시간 씩 한 인기 유튜버의 비디오 게임 방송을 시청했다. 10분짜리 동영상을 클릭 할 때마다 나오는 수십 개의 관련 동영상을 아들은 연이어 시청했다. 그 중엔 여성 유튜버의 신체가 노출된 동영상도 있었다.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아들의 기행동이 시작됐다. 숙제를 시키면 10분도 집중하지 못해 거실로 뛰쳐나왔다. 밥을 먹을 때도 아들은 가족들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문을 닫고 혼자 울기도 했다. 상담사는 “친구들에게 뒤쳐진다는 불안감과 부모에 대한 실망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며 “유튜브 시청으로 불화를 겪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과의존 비율은 성인(17.4%)보다 유아·아동(19.1%)과 청소년(30.3%)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TV·동영상(17.2%)이 게임(43.1%)과 메신저(32.7%)에 이어 부작용이 우려되는 콘텐츠로 조사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초등학생 저학년(1~3학년)의 31.7%, 고학년(4~6학년)의 68.2%, 중학생의 93.0%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유아·아동이 강력한 시청각적 자극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 등을 지나치게 오래하면 ‘팝콘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 반응할 뿐 느리게 변하는 진짜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을 말한다. 부모들이 보채는 유아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도 좋지 않다.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를 표본 조사한 최근 한 연구에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아동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동영상 채널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스마트폰의 사용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과의존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1세기, 전통적 가부장제가 추구했던 가족 개념은 이미 균열이 생긴 지 오래. 그렇다면 이제 세상은 어떤 가족의 형태를 지향해야 할까. 중국계 싱가포르인으로 변호사 출신인 저자는 그 대안의 실마리를 중국 ‘모쒀족’에서 발견했다. 2000여 년 동안 중국 남서부 윈난성(雲南省) 주변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이들은 지금도 ‘가모장제 모계사회’의 생활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모쒀족 내에서 가족은 가장인 외할머니 아래 어머니, 이모, 외삼촌 등 모계 친족으로 구성돼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등 부계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인식을 치른 여성은 자신만의 방을 갖고 그 안에서 마음대로 ‘사랑’할 자유를 누린다. 남녀 모두 여러 연인을 사귈 수 있고 별도의 가정도 꾸리지 않는다. 남성은 여성과 밤을 보낸 뒤 아침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가 태어나도 어머니 성을 따르고 유산도 모녀 쪽으로 상속된다. 저자가 모쒀족 모계사회에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유명 로펌에서 주로 일했던 그는 지극히 남성 중심 사회였던 법조계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무늬만 일부일처제일 뿐 자기들끼리 맘껏 성의 자유를 누리는 남성들. 그가 페미니스트로 각성한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정말 이런 극단적 구조만이 해체된 가족의 대안이 되는 건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종영한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신 김어준 씨(50)의 첫 지상파 진출작으로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던 블랙하우스는 7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같은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기자의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도 5주간 결방인 상황에서 존폐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10일 SBS는 “김 씨와 25회 계약이 끝나는 8월 첫 주 방송을 끝으로 시즌1을 마무리한다”며 “김 씨와 제작진이 논의한 끝에 시즌2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와 제작진은 최근 6개월 출연 계약 종료를 앞두고 연장 여부를 검토했으나 프로그램 방향 등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영이 시작된 후부터 블랙하우스는 줄곧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블랙하우스는 3월 22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루면서 사건 당일 정 전 의원의 행적이 담긴 사진 780장 중 일부를 공개했다. 이후 방송 내용이 정 전 의원 입장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제작진은 “사건 전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혼선을 야기했다. 시청자 여러분과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피해자의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토대로 법정 제재 중에서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또 방심위는 3월 1일, 9일자 방송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조롱하고 패널 구성이 편향적이었다는 이유 등으로 행정지도인 ‘권고’를 내렸다. SBS 내부에서도 프로그램의 성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4월 SBS 공정방송실천협의회에서 노사는 블랙하우스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공정성 개선을 촉구했다. 당시 박정훈 SBS 사장은 “제작진 의지를 존중해 당분간 지켜보겠지만 편향성이 고쳐지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블랙하우스는 지난해 11월 파일럿 방송을 통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 씨(48) 등을 인터뷰해 화제를 모았다. 김 씨의 출연료는 회당 500여만 원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어준 씨와 함께 ‘나꼼수’ 멤버였던 주진우 시사인 기자(45)가 진행하는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도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이 넘도록 결방 중이다. MBC 관계자는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인해 5주간 결방에 돌입한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22일 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이 재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방송국 안팎에서 나온다. 주 기자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 스캔들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아 제작진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날들을 돌이켜 보며 자신감도 얻었답니다.”(오영주) 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채널A ‘하트시그널2’ 출연자들이 모였다. 이 프로그램은 9주 연속 온라인 화제성 지수 1위, 올해 상반기 구글 TV 프로그램 인기 검색어 순위 1위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15일 종영 후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이들은 여전히 ‘핫’하다. 숱한 감정 소모를 겪었지만 현재 이들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 동료가 됐다. “아직도 출연진 단체 채팅방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린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대화로 정리했다. ▽오영주=난 연애 성향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시그널하우스에서는 다 잊고 ‘직진’했지. 많은 20대들이 나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감정들을 투영하고 공감을 해준 것 같아 고마웠어. 사랑에 성공만 있는 건 아니잖아? ▽김도균=시그널하우스에서 몰입하다 보니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이런 것도 정말 몰랐어. 방송을 보고서야 영주와 내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니까.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을지 공감이 가더라고. ▽임현주=방송이 나갈 때 주변에서 ‘너네 실제로 사이 안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 전혀 그렇지 않았잖아. 물론 사랑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긴 했지만 그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지. ▽김도균=‘썸’을 타는 관계 말고도 동료로서 우정 쌓던 모습이 좀 더 방송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신년 기념 윷놀이도 진짜 재미있었잖아. ▽이규빈=난 운전을 못 한 게 정말 아쉬웠어. 운전 데이트가 정말 많았는데…. ▽정재호=내 20대 마지막 순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준 프로그램이야. 방송 중에는 최대한 의심을 덜 사기 위해 (데이트를 할 때) 도균, 규빈을 끌어들여 만났지. ▽송다은=배우 지망생이라 자칫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까 봐 두려웠어. 한 달 동안 몰입한 후 진심을 알아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에 기뻤지. 매주 금요일 모여서 ‘본방 사수’를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현우 오빠도 오늘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임현주와 커플이 됐던 김현우는 이날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대화 중에 김현우가 언급되자 출연진의 대화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김장미=그래. 현우 오빠랑 정말 재밌었어. 여기서 내 ‘생얼’을 처음 본 사람이었다니까. 방송으로 그때 그 놀라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시그널하우스에 있을 때도 교회도 함께 나가고 추억이 참 많아. ▽오영주=결과를 궁금해하는 회사 동료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답을 입에 달고 살았지.(웃음) 속편이 제작된다면 출연자들에게 ‘감정 소비가 TV에 나온 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물론 돌아보면 모두 추억이 되지만. 하하. 이들은 방송 출연 후 180도 달라진 일상을 이야기했다. ▽이규빈=대학교 4학년 1학기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마다 학생들이 뒤돌아보는데 정말 당황했어. 헝클어진 머리에 안경을 쓰고 외출하면 가족들이 ‘너 이렇게 추레하게 다녀도 되냐’며 걱정한다니까. ▽임현주=나도 그래. 자취생이라 동네 국밥집에서 가위로 김치를 잘라 먹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지금은 구석에 앉고 조심하게 되더라고. ▽김장미=난 화장품이 늘어나면서 화장대가 좁아지는 게 걱정이야. 옷에는 관심이 많은데 뉴욕에서는 솔직히 화장에 무심했거든. 제작진의 소회도 남달랐다. 박경식 PD는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 점이 큰 수확”이라며 “시즌1이 청년들의 풋사랑이라면 시즌2는 어른들의 성숙한 사랑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진민 PD는 “시즌1이 80점이라면 시즌2는 85점”이라면서 “남은 15점은 시즌3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차원”이라며 웃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날들을 돌이켜보며 자신감도 얻었답니다.”(오영주) 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채널A ‘하트시그널2’ 출연자들이 모였다. 이 프로그램은 9주 연속 온라인 화제성 지수 1위, 올해 상반기 구글 TV 프로그램 인기 검색어 순위 1위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15일 종영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이들은 여전히 ‘핫’하다. 숱한 감정 소모를 겪었지만 현재 이들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 동료가 됐다. “아직도 출연진 단체 채팅방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린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대화로 정리했다. ▽오영주=난 연애성향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시그널하우스에서는 다 잊고 ‘직진’했지. 많은 20대들이 나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감정들을 투영하고 공감을 해준 것 같아 고마웠어. 사랑에 성공만 있는 건 아니잖아? ▽김도균=시그널하우스에서 몰입하다보니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이런 것도 정말 몰랐어. 방송을 보고서야 영주와 내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니까.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을지 공감이 가더라고. ▽임현주=방송이 나갈 때 주변에서 ‘너네 실제로 사이 안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 전혀 그렇지 않았잖아. 물론 사랑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이해관계가 얽혀있긴 했지만 그 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지. ▽김도균=‘썸’을 타는 관계 말고도 동료로서 우정 쌓던 모습이 좀 더 방송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신년 기념 윷놀이도 진짜 재미있었잖아. ▽이규빈=난 운전을 못 한 게 정말 아쉬웠어. 운전데이트가 정말 많았는데…. ▽정재호=내 20대 마지막 순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준 프로그램이야. 방송 중에는 최대한 의심을 덜 사기 위해 (데이트를 할 때) 도균, 규빈을 끌어들여 만났지. ▽송다은=배우 지망생이라 자칫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두려웠어. 한 달 동안 몰입한 후 진심을 알아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에 기뻤지.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서 ‘본방사수’를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현우 오빠도 오늘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임현주와 커플이 됐던 김현우는 이날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대화 중에 김현우가 언급되자 출연진들의 대화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김장미=그래. 정말 현우 오빠랑 정말 재밌었어. 여기서 내 ‘생얼’을 처음 본 사람이었다니까? 방송으로 그때 그 놀라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시그널하우스에 있을 때도 교회도 함께 나가고 추억이 참 많아. ▽오영주=결과를 궁금해 하는 회사 동료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답을 입에 달고 살았지.(웃음) 속편이 제작된다면 출연자들에게 ‘감정 소비가 TV에 나온 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물론 돌아보면 모두 추억이 되지만. 하하. 이들은 방송 출연 후 180도 달라진 일상을 이야기했다. ▽이규빈=대학교 4학년 1학기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마다 학생들이 뒤돌아보는데 정말 당황했어. 헝클어진 머리에 안경을 쓰고 외출하면 가족들이 ‘너 이렇게 추레하게 다녀도 되냐’며 걱정한다니까. ▽임현주=나도 그래. 자취생이라 동네 국밥집에서 가위로 김치를 잘라먹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지금은 구석에 앉고 조심하게 되더라고. ▽김장미=난 화장품이 늘어나면서 화장대가 좁아지는 게 걱정이야. 옷에는 관심이 많은데 뉴욕에서는 솔직히 화장에 무심했거든. 제작진의 소회도 남달랐다. 박경식 PD는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 점이 큰 수확”이라며 “시즌1이 청년들의 풋사랑이라면 시즌2는 어른들의 성숙한 사랑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진민 PD는 “시즌1이 80점이라면 시즌2는 85점”이라며 “남은 15점은 시즌3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차원”이라고 웃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구독’ ‘좋아요’ 눌렀으면 인터뷰 시작합시다.” ‘꽁지머리’ 골키퍼 김병지 씨(48)가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던진 첫마디였다. 그는 지난달 16일부터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개설해 활동 중인 어엿한 ‘유튜버’다. 구독자 수는 9일 기준 8만5000여 명. 인기 비결에 대해 김 씨는 “골키퍼 김병지보다 인간 김병지를 보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꽁병지TV’는 시청자들이 김 씨의 별명인 ‘꽁지머리’의 앞 글자를 따 붙인 이름이다. 페이스북 계정에 작명 공고를 올리고,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초중고교생들을 만나 수많은 이름을 추천받기도 했다. 이 과정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우리가 꽁병지를 만들었다” “개그맨 김병지 가즈아!”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맞춰 김 씨는 월드컵 경기 생중계 해설을 비롯해 주로 축구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평소 친분이 깊은 전 축구선수 송종국(39), 전 야구선수 박명환(41), 김민구 SPOTV 해설위원 등과 함께 실시간으로 경기를 분석한다. 세계적인 골키퍼로 거듭난 후배 조현우 선수(27)도 2일 인터뷰했다. “평생 해왔던 축구 이야기가 제일 쉬워요. 아마 스포츠 인물 섭외로는 제가 우리나라 1등일 걸요.” 그렇다고 ‘축구 유튜버’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전국 야구 유망주들과 스크린 야구 대결을 하는 ‘야야자(야밤에 야구하자)’, 운동선수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집 탐방, 콩트 등 축구 이외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자신의 얼굴이 코믹하게 인쇄된 의상과 차량도 구입했다. 그가 ‘유튜버’가 된 건 2016년 은퇴 발표를 페이스북으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소박하게 퇴장하고 싶어 페이스북을 통해 은퇴를 알렸는데 예상과 다르게 반응이 뜨거워 놀랐습니다. ‘이런 파급력을 활용해 사회공헌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축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채널 운영으로 나온 수익의 일부를 기부할 예정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송’을 추구하다 보니 대본도 없다. 그날 나온 아이디어가 방송 주제가 된다. 방송 중 얼떨결에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 파티를 열어 1000만 원을 쏘겠다”고 공약한 후에는 파티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도 찍어 올렸다. 그는 “아내에게는 아직 공약 얘기를 못했다”며 “좋은 취지라고 설명하면 설마 내쫓진 않겠죠”라며 웃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구독’, ‘좋아요’ 눌렀으면 인터뷰 시작합시다.” ‘꽁지머리’ 골키퍼 김병지 씨(48)가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던진 첫마디였다. 그는 지난달 16일부터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개설해 활동 중인 어엿한 ‘유튜버’다. 구독자 수는 9일 기준 8만5000여 명. 인기 비결에 대해 김 씨는 “골키퍼 김병지보다 인간 김병지를 보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꽁병지TV’는 시청자들이 김 씨의 별명인 ‘꽁지머리’의 앞 글자를 따 붙인 이름이다. 페이스북 계정에 작명 공고를 올리고,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초중고교생들을 만나 수많은 이름을 추천받기도 했다. 이 과정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우리가 꽁병지를 만들었다”, “개그맨 김병지 가즈아!”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맞춰 김 씨는 월드컵 경기 생중계 해설을 비롯해 주로 축구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평소 친분이 깊은 축구선수 송종국(39), 야구선수 박명환(41), 김민구 SPOTV 해설위원 등과 함께 실시간으로 경기를 분석한다. 세계적인 골키퍼로 거듭난 후배 조현우 선수(27)도 2일 인터뷰했다. “평생 해왔던 축구 이야기가 제일 쉬워요. 아마 스포츠 인물 섭외로는 제가 우리나라 일등일 걸요.” 그렇다고 ‘축구 유튜버’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전국 야구유망주들과 스크린 야구 대결을 하는 ‘야야자(야밤에 야구하자)’, 운동선수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집 탐방, 꽁트 등 축구 이외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자신의 얼굴이 코믹하게 인쇄된 의상과 차량도 구입했다. 그는 “시청자의 참여를 늘릴 수 있는 콘텐츠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유튜버’가 된 건 2016년 은퇴 발표를 페이스북으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소박하게 퇴장하고 싶어 페이스북을 통해 은퇴를 알렸는데, 예상과 다르게 반응이 더 뜨거워서 놀랐습니다. ‘이런 파급력을 활용해 사회공헌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축구 교실을 운영하고 축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채널 운영으로 나온 수익의 일부를 기부할 예정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송’을 추구하다보니 대본도 없다. 그날 나온 아이디어가 방송 주제가 된다. 방송 중 얼떨결에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 파티를 열어 1000만 원을 쏘겠다”고 공약한 후에는 파티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도 찍어 올렸다. 그는 “아내에게는 아직 공약 얘기를 못했다”며 “좋은 취지라고 설명하면 설마 내쫓진 않겠죠?”라며 웃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찾아냈소. 찾아냈단 말이오!” 아서 코넌 도일의 ‘주홍색 연구’에서 셜록 홈스는 처음 만난 왓슨 박사에게 “피를 감별하는 시약을 발견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당시 기술로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붉은색 액체가 혈액인지 판별할 수 없었는데 해결책이 열린 것이다. ‘주홍색 연구’는 현재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루미놀’ 시약이 발견되기 수십 년 전인 1887년 작품. 도일은 번뜩이는 혜안으로 과학수사의 출발점을 제시했다. 국내 최고 법과학자로 평가받는 유제설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 교수와 정명섭 작가, 소설 ‘셜록 홈스’ 번역가, 변호사 등 범죄 전문가들이 뭉쳤다. 수사 클럽의 목적은 추리소설 ‘셜록 홈스’에서 도일이 말하고자 했던 ‘과학수사 코드’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이들은 의사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도일과 그가 그린 홈스를 끊임없이 소환한다. 먼저 작품에서 지문, 혈흔, 족적 등 현재 과학수사의 핵심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명한다. 1903년작 ‘노우드의 건축업자’에서 홈스는 지문이 악용될 가능성을 간파했다. 지문이 개인 식별 도구로 쓰이지도 않던 시기에 말이다. 과학수사의 역사를 짚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만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전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연쇄살인마 강호순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손톱 부위를 잘라냈다. 1980년대에 5명을 죽인 김선자는 청산가리를 섞은 음료수를 범행에 사용해 육안으로 사인 파악을 어렵게 만들었다. 수사기관이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증거를 바탕으로 범죄 수법을 분석하는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홈스는 단순한 탐정이 아닌 전형적인 ‘법과학자’였다. 소설 속 그의 활약은 100여 년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현실화됐다. 저자는 범죄 수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범죄 수사는 최종적으로 하나의 맥락을 향해야만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홈스의 명언을 소개한다. “모든 가능성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유일하게 남는 것이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진실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6일 오후 1시경 지방의 한 대형쇼핑몰. 에스컬레이터를 타던 남자아이(8) 한 명이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공교롭게 A 씨(24·여)의 엉덩이에 닿았다. A 씨는 깜짝 놀라며 아이 손을 뿌리쳤다. 이를 본 아이 엄마 B 씨(36)는 “아이가 엄마로 착각한 것인데 왜 신경질을 내느냐”며 항의했다. 말다툼이 커지면서 동행한 가족까지 합세해 여성 4명이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난투극’으로 번졌다. 일부 목격자가 이 장면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온라인에서는 ‘누구의 잘못이냐’를 놓고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아이가 뭘 알겠는가. 웃고 넘어갈 일”이라며 20대 여성의 과민반응을 질타하는 의견과 “아무리 어려도 엄연한 성추행”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아이의 접촉’ 놓고 곳곳에서 갈등 일상 속 작은 성폭력에도 민감해하는 사회가 되면서 아무 의식 없이 이뤄지는 아이들의 ‘손짓’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노인들이 “귀엽다”며 남자아이의 ‘고추’를 만지는 행위가 논란이 됐듯이 최근에는 아이들의 의식 없는 접촉, ‘무지(無知)의 터치’가 문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만진 사람이 어리다는 이유로 무조건 참으라는 건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라고 강조한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아무리 어린이라도 의도가 담긴 접촉으로 느껴진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달 서울 구로구의 한 영화관 로비에서 비명소리가 울렸다. 일곱 살 남자아이가 직장인 한모 씨(30·여)의 가슴을 두 손으로 만진 것이다. 한 씨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아이 부모의 만류로 참았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들의 고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30·여)도 지난해 11월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학교 복도를 지나던 중 열 살 남학생이 갑자기 치맛자락을 들어올린 것이다. 이 씨는 “아이 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했더니 ‘옛날에도 아이들이 아이스케키 놀이를 하지 않았느냐’는 답이 돌아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교사 김모 씨(31·여)는 “아이들이 엉덩이나 가슴을 갑자기 만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싶어 그냥 참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남녀 아이 간 신체접촉이 부모 간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성 문제 상담 건수는 전체 518건 중 237건에 달했다. 신문희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부소장은 “대부분 여자아이의 부모가 남자아이의 성적 장난을 문제 삼은 경우”라며 “부모들이 유치원을 옮기거나 소송으로 비화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 중 촉법소년으로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보호처분을 받는다. 그보다 어리면 어떤 형사책임도 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피해자 관점’의 성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어린아이가 성적인 의도로 그랬겠냐’는 부모의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자칫 아이에게 가해자 중심의 성 인식을 갖게 할 수 있어서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나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타인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 자체가 상대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제주에 머물고 있는 예멘인 가운데 549명에 대한 난민 심사가 빠르면 이번 주에 시작된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제주도 내 난민 심사관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아랍어 통역 인력도 2명이 투입된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법에 따라 난민심사는 신청(1차 심사), 이의신청(2차 심사) 등 2단계로 이뤄진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정치적 견해 등이 판단 기준이다. 난민 신청자가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정치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테러조직과의 연관성도 심사 대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면접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의 신상을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심사에서 ‘불인정’ 결과를 받은 신청자는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여기서도 기각·거절 통지를 받으면 난민지위불허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이 단계에 놓인 난민 신청자는 취업이 불가하고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평균 3∼5년이 소요된다. 패소한 ‘난민불인정자’는 본국 또는 제3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2013년 7월 난민법을 시행했다. 이후 매년 난민 신청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77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37명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실제 난민 인정 비율은 높지 않다. 1994년 4월 처음 난민 신청을 받은 후 지난달까지 누적 신청자 4만470명 중 2만361명의 심사가 끝났다. 그중 약 4.1%인 839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 기준을 충족하진 않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도 심사 대상자의 7.6%인 1540명에 불과하다. 특히 제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한 사례는 탈북자를 제3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운 중국인 선교사 단 한 건이다. 이마저도 재판을 거친 끝에 8일 난민으로 인정받았다.제주=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1일 제주 제주시의 한 흑돼지 전문식당. 구릿빛 피부의 한 남성이 주방 싱크대 앞에서 달걀 껍데기를 까고 있었다. 껍데기가 벗겨진 삶은 달걀을 긴 철사에 밀어 넣자 반으로 잘라졌다. 냉면 고명으로 쓰일 계란이었다. 예멘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무함마드(가명·30)에게는 아무래도 익숙지 않았다. 그의 손안에서 연신 달걀이 빠져나갔다. 이슬람신자(무슬림)인 그는 기도 시간에도 일을 멈추지 않았다. 무슬림은 반드시 하루 다섯 차례 기도한다. 그가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사장님한테 잘 보이고 싶기도 하다.”○ 예고 없이 다가온 ‘제메니’ 사회 올 들어 예멘인 500여 명이 자국 내 내전 등을 피해 제주로 오면서 한국에서도 난민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은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통해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 2013년 제정된 난민법에 따라 이들은 최장 5년까지 합법적으로 한국에 머물 수 있다. 유럽 국가처럼 난민 수백 명이 지역사회에 함께 사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21일부터 사흘간 ‘제주(Jeju)’에 사는 ‘예멘인(Yemeni)’인 이른바 ‘제메니(Jemeni)’를 직접 만나봤다. 주방 허드렛일을 하는 무함마드는 식당 바로 뒤편에 살고 있다. 13.2m² 규모의 컨테이너 안에는 침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에어컨과 선풍기도 있었다. 야외에 간이 샤워시설도 설치돼 있었다. 그는 “예멘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사립학교 영어교사로 일할 땐 생각도 못 한 시설이다. 하지만 이것도 감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 열린 취업설명회에서 그는 지금의 일자리를 얻었다. 300명가량의 예멘인이 그처럼 제주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대부분 숙식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정부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이들에게 주선했다. 22일 찾은 제주 서귀포시의 한 양어장에선 예멘인 두 명이 양식 광어에게 사료를 주고 있었다. 이날 예멘인들은 쇠고기가 들어간 볶음 요리와 쌀밥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할랄 고기(이슬람 율법으로 도축한 고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아흐메드(가명·24)는 “지금은 할랄인지 아닌지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주시의 한 돼지고기 가공업체에서도 예멘인 3명이 일하고 있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멀리한다. 하지만 이 공장에서 일하는 예멘인들은 돼지고기를 손으로 만지며 비닐로 포장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돼지를 처음 봤다고 한다. 23일 낮 12시경 제주의 한 호텔. 입구 근처에 예멘인 6명이 앉아 대화하고 있었다. 이 호텔은 한때 예멘인 150명이 머물렀던 곳이다. 2차례 취업설명회를 통해 상당수가 일자리를 얻어 나가면서 지금은 30명가량 숙박 중이다. 보통 2인실에 4명이 쓰고 있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칼레드(29)는 “혹시 전공 관련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대학 성적표를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대학 성적표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A학점이 많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제주에 있는 예멘인의 30% 정도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가시지 않는 ‘가짜 난민’ 우려 사흘간 만난 20명 가까운 ‘제메니’들은 대부분 예멘에서 대학을 다녔거나 교사 기자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한국 여론도 매우 신경 쓴다고 한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가짜 난민’ 걱정이 크다. 예멘인이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온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벌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치안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시민 김모 씨(39)는 “시내에 무리를 지어서 다니니 아무래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들이 앞으로 사고 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느냐”며 걱정했다. 다만 지금까지 예멘인과 관련해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이들이 소란을 피웠다는 2건이 전부다. 기존 외국인 근로자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예멘인에게 특혜를 준다는 이유다. 양어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56)는 “최근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일 못하는 예멘인보다 돈을 더 달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지역단체는 30일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멘 난민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신속한 심사 절차, 엄격한 난민 수용 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직접 설명하고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제주=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제메니 ::‘제주(Jeju)’와 ‘예멘인(Yemeni)’의 합성어. 제주를 통해 입국한 예멘인 수백 명은 앞으로 상당 기간 이곳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올해 안에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형 집행의 중단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사형제 완전 폐지의 전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심상돈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은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2월 10일 세계 인권 선언의 날 70주년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형 집행 유예를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 선언은 사형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과정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집행 중단이나 폐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충격적인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 유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편이고 대체형벌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된 미집행 사형수는 61명이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이들에 대한 사형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걸 공식화하는 것이다. 앞서 인권위는 2001년 출범 후 줄곧 사형제 폐지가 헌법과 국제 인권규범에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2005년 4월 국회에, 2009년에 헌법재판소에 각각 사형제 폐지 의견을 표명했다. 또 지난해 12월 7일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사형제 폐지를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당시 문 대통령은 “국제 인권원칙에 따른 기준과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만 법무부 등 관련 부처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무부는 4월 29일 공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에서 사형제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인권위와)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앞으로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또 10월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에 맞춰 성명을 발표하고 시민사회, 종교계 등과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모라토리엄 선언이 현실화하면 내년에는 사형제 폐지와 대체형벌 도입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6일 오전 7시 반 경기 광명시 하안동 A아파트 8층. 신모(30·여) 박모 씨(30) 부부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일주일 동안 닫아놓고 쓰지 않던 방이다. 그러고는 침대 매트리스를 대형 비닐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신 씨가 혼수로 마련했던 대진침대의 퀸사이즈 매트리스다.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은 비닐로 싼 매트리스를 현관 밖으로 옮겼다. 무겁고 크기도 커서 두 사람만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았다. 어렵게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1층 아파트 입구에 내려놓았다. 이어 나무 프레임과 이불까지 차례로 비닐에 싸서 옮기는 데 1시간 반가량 걸렸다.○ 소비자·집배원 “우리가 왜 이런 고생하나” 주말 동안 우체국을 통해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가 진행됐다. 전국적으로 집배원 등 우정사업본부(우본) 직원 3만 명과 차량 3200여 대가 동원됐다. 우본은 대진침대가 보내온 소비자 현황을 바탕으로 미리 밀봉용 비닐을 보내고 집 앞에 매트리스를 내놓으라고 요청했다. 박모 씨(42·경기 수원시)는 하루 전인 15일 매트리스를 아파트 1층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사람이 지나는 곳에 발암물질을 내놓으면 어떡하냐”는 민원이 제기돼 다시 집으로 옮겨야 했다. “비닐로 밀봉해 안전하다”고 설명했지만 이웃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수거 당일인 16일 다시 매트리스를 1층에 내려놓았다. 매트리스 규격 탓에 수거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정모 씨(48)는 이날 퀸사이즈와 킹사이즈 매트리스 두 개를 내놓았다. 하지만 우체국 직원들은 퀸사이즈만 수거했다. 나머지 매트리스는 미리 신고된 것이 아니었다. 정 씨의 사정으로 직원들이 수거하려 했지만 트럭에 실리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결국 정 씨는 매트리스 한 개를 다시 방 안으로 옮겼다. 우본은 이날 작업에 필요한 직원들에게 마스크와 장갑을 제공했다. 상당수 집배원들이 이를 착용하지 않았다. 집배원 김모 씨(54)는 “발암물질이라 찝찝하지만 날씨가 더워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고 했다. ○ 분류·처리 문제도 ‘첩첩산중’ 수거된 침대는 대진침대 측이 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시에 마련한 임시 야적장으로 옮겨진다. 하지만 야적장 근처 주민들이 매트리스 반입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당진시 송악읍 주민 50여 명은 동부항만 고철 야적장 입구 앞에 천막 2개를 설치하고 매트리스 반입을 몸으로 막았다. 이들의 반발로 전국에서 온 화물차 200여 대가 야적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들이 싣고 온 매트리스는 약 6000개다. 기존 수거 분량을 포함해 전체 매트리스 4만여 개의 향후 처리방식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부품(속커버, 에코폼 등)과 금속스프링, 나머지 소재를 분리해 모나자이트 부품은 밀봉해 보관한다. 금속 스프링과 나머지 소재는 환경부와 협의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모나자이트 가루가 발생할 수 있다. 분리 이후 처리는 더 큰 문제다. 폐기물 처리를 맡은 환경부는 조만간 소각업체들을 섭외해 매트리스의 가연성 소재를 순차적으로 소각하고 스프링은 재활용 업체로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그 양이 상당한 데다 모나자이트를 완벽히 분리할 수 있을지, 방사능에 노출된 폐기물을 일반폐기물과 같이 태워도 괜찮은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부품은 아예 처리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미지 / 당진=지명훈 기자}
전북 군산시의 한 술집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3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중상자가 여러 명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전북소방본부와 군산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53분경 군산시 장미동 A클럽(유흥주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장모 씨(48) 등 3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은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상자 중 5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들은 동군산병원과 군산의료원, 전주병원, 전북대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출입문에 불이 붙었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 곧바로 화재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소방관 120여 명과 살수차 등 장비 38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1시간 뒤인 오후 10시 50분경 큰 불을 껐다. 불이 난 주점은 지상 1층 단층형 건물로 내부에 대형 무대가 있고 넓은 홀에 수십 개의 테이블과 소파가 놓여 있는 구조다. 화재 당시 주점 안에는 손님과 종업원 30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직후 유독가스가 발생했고 어두운 주점의 특성상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누군가가 주점 입구 쪽에 휘발유 같은 걸 뿌리고 불을 질렀다”는 생존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날 오후 한 남성이 해당 주점 앞에서 “불을 지르겠다”며 난동을 부린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선원 출신의 40대 이모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군산=김광오 kokim@donga.com / 신규진 기자}

16일 오전 7시 반 경기 광명시 하안동 A아파트 8층. 신모 씨(30·여)와 박모 씨(30) 부부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일주일 동안 닫아놓고 쓰지 않던 방이다. 그리고 침대 매트리스를 대형 비닐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신 씨가 혼수로 마련했던 대진침대의 퀸사이즈 매트리스다.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은 비닐로 싼 매트리스를 현관 밖으로 옮겼다. 무겁고 크기도 커서 두 사람만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았다. 어렵게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1층 아파트 입구에 내려놓앗다. 이어 나무 프레임과 이불까지 차례로 비닐에 싸서 내려놓기까지 1시간 반가량 걸렸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박 씨는 “음이온 침대라서 믿었는데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며 허탈해 했다.● 소비자·집배원 “우리가 왜 이런 고생 하나” 주말동안 우체국을 통해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가 진행됐다. 전국적으로 집배원 등 우정사업본부(우본) 직원 3만 명과 차량 3200여 대가 동원됐다. 우본은 대진침대가 보내온 소비자 현황을 바탕으로 미리 밀봉용 비닐을 보내고 집 앞에 매트리스를 내놓으라고 요청했다. 작업절차는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해당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과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모 씨(35·여)는 혼자 매트리스를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아 부모님에게 ‘SOS’를 보냈다. 결국 전북 전주시에 사는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왔다. 이 씨는 “아버지가 ‘잠자리가 중요하다’며 사준 침대”라며 “여전히 불안한 것도 문제이지만 나중에 매트리스를 교환해줘도 어떻게 옮길지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박모 씨(42·경기 수원시)는 하루 전인 15일 매트리스를 아파트 1층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사람이 지나는 곳에 발암물질을 내놓으면 어떡하냐”는 민원이 제기돼 다시 집으로 옮겨야 했다. “비닐로 밀봉해 안전하다”고 설명했지만 이웃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수거 당일인 16일 다시 매트리TM를 1층에 내려놓았다. 매트리스 규격 탓에 수거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정모 씨(48)는 이날 퀸사이즈와 킹사이즈 매트리스 두 개를 내놓았다. 하지만 우체국 직원들은 퀸사이즈만 수거했다. 나머지 매트리스는 미리 신고된 것이 아니었다. 정 씨의 사정으로 직원들이 수거하려 했지만 트럭에 실리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결국 정 씨는 매트리스 한 개를 다시 방 안에 넣었다. 빈 방 청소를 위해 예약한 청소전문서비스도 연기했다.● 분류·처리 문제도 ‘첩첩산중’ 우체국을 통해 수거된 침대는 전국 32개 물류거점을 거쳐 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에 마련된 임시 야적장으로 옮겨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존 수거 분량을 포함해 매트리스 4만여 개의 처리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부품(속커버, 에코폼 등)과 금속스프링, 나머지 소재를 분리해 모나자이트 부품은 밀봉해 보관하고, 금속스프링과 나머지 소재는 환경부와 협의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방사능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침대 분리 도중 다량의 모나자이트 가루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분리 이후 처리는 더 큰 문제다. 폐기물 처리를 맡은 환경부는 조만간 소각업체들을 섭외해 매트리스의 가연성 소재를 순차적으로 소각하고 스프링은 재활용업체로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그 양이 상당한 데다 모나자이트를 완벽히 분리할 수 있을지, 방사능에 노출된 폐기물을 일반폐기물과 같이 태워도 괜찮은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부품은 아예 처리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이렇게 대량으로 발생한 건 처음”이라며 “밀봉한 뒤 매립·소각할지, 격리시설을 만들어 보관해야 할지 논의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임시 야적장 근처 주민은 반발하고 있다. 17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주민 10여 명은 동부항만 고철 야적장 입구 앞에 천막 2개를 설치하고 매트리스 반입을 막아섰다. 이들은 “매트리스를 다른 장소로 반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4일 출근한 집배원 A 씨(42)의 가방 속에는 방진마스크 1개가 들어 있었다.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2만 원짜리 마스크다. 이날 오전 A 씨의 아내가 챙겨 넣었다. 주말부터 ‘라돈침대’ 수거에 투입될 남편을 걱정해 인터넷에서 미리 구입한 것이다. 우체국이 16일부터 이틀간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집중 수거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집배원이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전국집배노조는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편의라는 대의를 앞세워 집배원에게 안전하지 못한 수거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집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우본)의 7개 노조 중 하나로, 조합원은 약 300명이다. 우본에 따르면 ‘라돈침대’ 수거에는 이틀간 직원 3만여 명, 차량 3200여 대가 투입된다. 수거 대상은 매트리스 6만∼8만 개다. 집배원뿐 아니라 행정직원도 동원된다. 이번 수거는 라돈침대 수거가 지연되자 국무총리실이 우체국 물류망 활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달 15일 대진침대 매트리스 모델 7종이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9일 업체 측에 수거 및 폐기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라돈이 나오는 ‘모나자이트’를 사용해 만든 대진침대 매트리스 24종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전국집배노조는 “우본이 수거 계획을 내놓으면서 라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수거 시 유의할 점 등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특급 분진 마스크와 장갑, 비닐 제공 △올바른 마스크 착용 등 안전교육 진행 △수거 인원의 최소 10%에 대한 라돈 측정 등의 요구안을 우체국에 전달했다. 이들은 “요구안이 이행되지 않으면 작업 중지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했다. 우본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한다고 뒤늦게 밝혔다. 방진마스크와 장갑 제공 계획도 내놓았다. 작업 후 방사선 측정을 희망하는 직원은 원안위에서 검사를 받게 할 예정이다. 그러나 집배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A 씨는 “국가적인 상황이라 이해는 한다. 하지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집배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9일 오전 9시 35분경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근처 왕복 6차로에서 BMW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했다. 충돌 직후 불이 붙어 BMW 동승자인 미국인 A 양(15)과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25)가 숨졌다. 당시 BMW는 미군기기 출입문 쪽으로 좌회전하던 중이었다. 오토바이는 반대쪽에서 직진 중이었다. 사고 현장은 ‘비보호 겸용 좌회전’ 신호체계가 시행 중인 곳이다.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가 따로 있지만 교통 상황에 따라 직진 신호에서도 좌회전이 허용된다. 바로 이 신호체계가 사고를 유발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고 유발하는 ‘PPLT’ 논란 비보호 겸용 좌회전(PPLT·Protected Permitted Left Turn)은 이면도로나 폭이 좁은 교차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보호 좌회전과 차이가 있다. 그냥 비보호 좌회전 도로에는 삼색 신호등이 운용된다. 직진 신호 때 반대 차로 상황을 보고 좌회전할 수 있다. PPLT 도로에는 좌회전이 추가된 사색 신호등이 있다. 좌회전 및 직진 신호 때 모두 좌회전이 가능하다. 단, 직진 신호 시 반대 차로에서 차량이 올 때 좌회전하면 신호 위반이다. 9일 사고가 난 BMW는 직진 신호일 때 좌회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오던 오토바이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오토바이의 과속 여부도 확인 중이다. 10일 오후 10시경 용산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았다. 직진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좌회전하던 쏘나타 승용차 앞에서 가까스로 멈춰섰다. 쏘나타 운전자는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이 멀리 있는 것 같아 보여 방심했다”고 했다. 올 4월 경기 안양시 만안구청 사거리에서도 좌회전하던 택시와 직진하던 오토바이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고 이후 현장에서는 PPLT 시행이 중단됐다. PPLT만 믿고 직진 신호 때 좌회전하면 이처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색 신호등 형태만 봐서는 PPLT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직진 신호 시 좌회전 가능’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지만 운전자가 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반대쪽 좌회전 차량 진입을 경고하는 별도의 표지판도 없다.○ “안전 중심 교통 정책에 역행” PPLT는 2015년 경찰청이 도입했다. 일부 도로에서 좌회전 차량이 몰려 정체가 빚어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한국보다 앞서 PPLT를 시행 중이다. PPLT 기준은 △좌회전 사고가 연간 4건 이하 △왕복 6차로 기준 적정 통행량 15만 대 이하 등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에만 203곳에서 운용 중이다. 좌회전을 빠르고 편하게 해달라는 운전자들의 민원도 영향을 미친다. 용산 사고 현장도 2015년 10월 미군 측이 경찰에 요청해 도입됐다. 그러나 운전자의 감각과 판단에 의존하면서 사고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도심 도로의 제한속도를 낮추고 있는 현 교통안전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안전연구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은 우리와 달리 차로가 좁고 서행 운전이 일반적이다. 규모가 큰 도로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