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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4년 만에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를 다시 추진한다. 최근 1400원 선을 위협하는 가파른 원-달러 환율 오름세 속에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성사되면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통화스와프는 총 177억 달러 규모로 2008년까지 운용됐다. 이번 통화스와프 추진은 그만큼 외환당국의 원-달러 환율 방어가 절실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환율 상승 압력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 가운데 한 명은 올해 5월 금통위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다”며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주로 현물환 매수로 조달하고 있어 해외증권투자로 인한 환율의 구조적인 절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매년 200억~300억 달러 가량을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나설 때 외환시장을 통해 달러를 사들여 대규모 환전 수요가 발생하는데 환헤지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간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국민연금은 한은에서 달러를 빌려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또 한은의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보다 공격적인 해외 투자가 가능해진다. 현재 국민연금의 단기외화자금 한도는 현재 분기 평잔 기준 6억 달러다. 국민연금은 통화스와프를 계기로 숙원 사업이었던 단기외화자금 한도를 상향 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달러화 기준 100만 달러(약 13억9500만 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한국의 ‘백만장자’는 지난해 129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백만장자는 향후 5년 내 6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20일(현지 시간) 발표한 ‘글로벌 부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백만장자는 지난해 말 기준 129만 명으로 2020년(117만4000명)보다 11만6000명 증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백만장자가 2026년 205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보유 자산을 기준으로 전 세계 상위 10%에 속하는 한국 성인은 1848만3000명으로 집계됐고, 상위 1%에 들어가는 성인은 104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순자산이 5000만 달러, 원화로 약 695억 원에 달하는 초고액 자산가(UHNWIs)는 3886명으로 미국(14만1135명)과 중국(3만2706명), 독일(9724명) 등에 이어 세계에서 11번째로 많았다. 초고액 자산가는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이 탄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초고액자산가는 26만4200명으로 2020년 말(21만8200명)보다 4만6000명 늘었다. 2019년에도 4만3400명이 늘었는데 최근 2년 새 무려 50%(8만9400명) 증가한 셈이다. 최근 전 세계 상위 1%의 부자가 차지하는 부의 몫은 2019년 43.9%에서 2020년 44.9%, 지난해 45.6%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앤서니 셔록스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금융자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성인 1명당 평균 자산은 23만7644달러로 집계됐다. 한국 성인의 자산 중위값은 9만3141달러였다. 한국은 보유 자산 상위 1%가 전체 부의 24.1%를 차지하며 부의 불평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는데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상속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0, 21일(현지 시간) 열린다. 시장에선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연 4.25%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9일 금리 선물(先物) 거래로 기준금리 추이를 점치는 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이번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80%로 나타났다. 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울트라스텝’ 가능성이 20%였다. 최근 미국의 물가지표가 계속 오르면서 울트라스텝에 대한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에 무게를 싣고 있는 셈이다. 앞서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만 올릴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최근 금리 전망을 수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에 나선 뒤 연내 남은 두 차례 회의(11, 12월)에서 0.5%포인트씩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4.00∼4.2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기준금리는 내년에 4.5%로 고점에 이른 뒤 2024년에야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현재 연 2.5%로 같은 수준인 한미 기준금리는 연말에는 격차가 1.25%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0, 11월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과거 사례에 비추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더라도 대규모 자본 유출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한미 금리는 과거 세 차례 역전됐는데 당시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은 오히려 순유입됐다. 그러나 고환율과 무역적자의 장기화로 경제가 위기에 처한 지금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가 역전됐던 과거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더라도 미국과 금리 차가 0.75%포인트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설립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태어난 흙수저 출신으로 유명하다. 그가 창업한 기업 테슬라는 2010년 상장한 뒤 지금은 시가총액이 9277억 달러로 전 세계 7위에 해당한다. 이처럼 전 세계 시총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제외하면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테슬라, 메타(페이스북)처럼 1세대 창업주가 아직 경영을 맡고 있거나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글로벌 시총 1000위 안에 든 한국 기업 12곳 가운데 상속이 아닌 창업을 통해 성장한 곳은 네이버와 카카오, 셀트리온 등 3곳뿐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 계열사다. 한국에선 반기업 정서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머스크 같은 자수성가형 기업가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 창업을 통해 재산을 불린 부자들의 비율도 낮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3월 11일 기준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한국인은 총 41명으로 이 가운데 재벌 2, 3세 등 상속 기업인을 제외한 창업자는 16명(39.0%)에 불과했다. 반면 전 세계 억만장자 2668명 중 창업을 통해 성공한 자수성가형은 1891명(70.9%)에 달했다. 한국에서 자수성가형 기업가가 드문 건 선진국에 비해 기업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의 기업제도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6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한국은 미국(6위) 영국(11위) 독일(16위) 일본(17위) 프랑스(21위)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경제 규모가 한국의 7분의 1에 불과한 포르투갈(24위)보다도 뒤처졌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 5년 동안 글로벌 100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에 포함되는 한국 기업 수가 반 토막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 그룹에 새로 진입한 한국의 신생 기업은 사실상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선 이 기간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는 동안 혁신 기업이 다수 쏟아지며 산업구조 재편이 빠르게 일어났다. 하지만 한국의 시총 선두그룹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전통 제조기업들이 여전히 차지하고 있고 이들의 세계 시총 순위도 뒷걸음질친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동아일보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ACWI)에 편입된 47개국 증시의 시총 상위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000위 안에 든 기업이 2017년 말 25곳에서 올해 8월 25일 기준 12곳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5년 사이에 새로 1000대 기업에 진입한 한국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기아, 삼성SDI, 카카오 등 4곳으로 카카오를 제외하면 모두 기존 대기업 계열사였으며 설립 10년이 안 된 새로운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좁히면 한국에선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하지만 순위는 31위로 2017년(15위)과 비교하면 16계단 떨어졌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2017년과 올해 모두 10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8곳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386위)를 제외한 7곳은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또 5년 전 10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가 순위 밖으로 밀려난 기업들은 금융(KB금융 삼성생명 신한지주), 필수소비재(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KT&G), 에너지(SK이노베이션), 유틸리티(한국전력) 섹터 등에서 많았다. 반면 글로벌 시총 1000위 안에 든 중국 기업은 2017년 58곳에서 2022년 167곳으로 약 3배가 됐다. 미국은 중국의 초고속 성장과 거센 도전에도 점유율을 2017년 363곳에서 2022년 374곳으로 소폭 높였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세계화가 후퇴하고 미중 간 경제 패권 다툼이 첨예해지면서 한국의 기업 환경은 더 악화됐다”며 “산업구조 변화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자국 우선주의’에 혁신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韓, 최근 5년간 1000대 기업 진입 4곳뿐… 美는 ‘줌’ ‘우버’ 등 95곳 韓기업 4곳 중 3곳 대기업 계열사… 규제 등 영향 젊은 혁신기업 전무5년전 10개 업종 25개사 올랐지만 올해는 에너지 등 4개 업종서 증발韓금융, 관치 탓 순위 밀려날때 ‘블록’ 등 해외 핀테크사 급부상 “지금의 데이터 저장 시스템은 1980년대식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담는 창고(warehouse)를 완전히 다시 상상했다.” 2012년 미국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 스노플레이크를 설립한 티어리 크루안스는 자사의 창업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크루안스는 “이 결심을 한 뒤 공동창립자 브누아 다주빌과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프린터와 화이트보드 두 가지만 사서 다주빌의 아파트에 첫 사무실을 차렸다”고 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한 스노플레이크는 2020년 글로벌 시가총액 183위에 올랐다. 전 세계 200대 기업이 되기까지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미국에선 스노플레이크처럼 5년 전에는 글로벌 시총 1000대 기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 순위권에 든 기업이 95곳이나 된다. 잘 알려진 기업 중에서는 2011년 설립된 화상회의 서비스 기업 ‘줌’이 2020년에 149위로, 차량공유 업체 우버가 2019년에 284위로 각각 1000대 기업에 새로 입성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새롭게 부상한 기업은 최근 산업 구조 변화와 혁신 과정에서 생겨난, 설립된 지 20년도 되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류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규제의 올가미’에 묶여 있는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혁신 신생 기업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혁신 기업 없는 한국… 4개 업종에선 증발 한국 기업들 중에선 신성(新星)을 찾기 힘들다. 지난 5년 사이 새로 1000대 기업에 진입한 한국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카카오, 기아 등 네 곳. 카카오가 벌써 12년 된 기업이고 나머지는 대기업 계열사임을 감안하면 혜성처럼 나타난 젊은 혁신기업은 없었다. 2017년 한국은 10개 업종에 25개 기업이 글로벌 1000대 기업에 포함됐지만 올해 8월에는 6개 업종 12개 기업으로 줄었다. 4개 업종에서는 글로벌 1000대 기업이 완전히 증발한 셈이다. 정보기술(IT) 업종에서도 지난 5년간 미국과 중국에선 거대 기업들이 급격히 늘었지만 한국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1000대 기업 중 미국의 IT 기업은 2017년 52곳에서 올해 64곳으로 늘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만드는 팔란티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몽고디비(DB) 등 신생 혁신기업들이 시총 1000대 기업에 합류했다. 2017년 2곳에 불과했던 중국 IT 기업도 태양광과 컴퓨터 기반 기술이 급성장하며 올해 11곳으로 늘었다. 글로벌 태양광 1위 기업인 론지가 2020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샤오미가 2019년 1000대 기업에 편입됐다. 하지만 한국에선 5년간 IT 분야 1000대 기업 수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3곳으로 변함이 없었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IT 혁신 기업은 과학 발전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를 미국 대학들이 주도하고 있고, 중국도 막대한 투자금을 쏟고 있다”며 “한국도 대학의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치, 규제에 발목… 취약한 사업 전략도 원인금융 업종에서도 KB금융 등 기존 1000대 기업 3곳이 5년 사이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질적인 ‘관치 금융’과 ‘규제 리스크’가 금융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은 결과라고 풀이한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이자마진과 배당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것이나, 각종 국정과제 참여와 과도한 사회 공헌을 권고하는 것은 대표적인 관치로 꼽힌다. 이처럼 한국 금융기업들이 관치와 규제에 묶인 사이 해외에선 핀테크 기업들이 급부상했다. 2009년 설립된 디지털 결제 서비스업체 ‘블록’은 소상공인을 위한 값싼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개발하고 개인 간 송금 서비스를 출시하며 2018년 글로벌 1000대 기업 반열에 올랐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핀테크 기업은 해외 기업과 달리 내수 시장의 한계와 각종 규제 때문에 성장이 더디다”고 꼬집었다.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 기업들의 사업 전략 실패도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중국에 ‘K뷰티’ 열풍을 몰고 온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글로벌 시총 1000대 기업에 있었지만 각각 2021년, 2018년 자취를 감췄다. 주된 시장인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로 차갑게 얼어붙자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낮아지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달러당 1400원 선마저 뚫으려는 가파른 환율 오름세를 외환당국이 가까스로 방어했다.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장기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늦어도 10월경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되풀이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93.7원으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외환당국은 환율 1400원 돌파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17.3원 급등해 1390원대에 올라선 환율은 이날 오후 1시 7분경에는 1397.9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 선을 바짝 위협했다. 그러자 외환당국은 “시장 내 쏠림 가능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즉각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쪽에 과도한 쏠림이 있거나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 적절한 시점에 시장 안정조치 등 필요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발언한 뒤 1시간 후쯤 나왔다. 추 부총리의 국회 발언에도 환율 상승세가 오히려 강화되자 작정하고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선 건 지난달 23일 이후 불과 23일 만으로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다. 게다가 이날 당국은 구두 개입과 함께 ‘실탄 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 수억 달러를 직접 시장에 내다팔아 환율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점심후 환율하락… “당국 달러매도 도시락 폭탄” 高환율속 “물가10월 정점” 실제로 당국의 개입이 집중된 오후 1시 직후 환율은 순식간에 6원 이상 미끄러지며 1391.1원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물량이 적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당국이 대량으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도시락 폭탄’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다시 등장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환율이 1400원 선을 뚫고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원화 약세는 미국의 초강력 긴축 기조에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정부 당국도 흐름을 바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가뜩이나 높은 수입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고물가가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최근 한국은행은 환율이 10% 오를 때마다 물가가 0.6%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그럼에도 정부는 환율 오름세가 물가 정점 시기를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 “늦어도 10월경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는 소폭이나마 서서히 안정화 기조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경제·금융시장 상황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고물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선제적으로 주요 지표와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에 중점을 둬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달러당 1400원 선마저 뚫으려는 가파른 환율 오름세를 외환당국이 가까스로 방어했다.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장기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늦어도 10월경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되풀이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93.7원으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외환당국은 환율 1400원 돌파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17.3원 급등하며 1390원대에 올라선 환율은 이날 오후 1시 7분경에는 1397.9원까지 치솟으며 1400선을 바짝 위협했다. 그러자 외환당국은 “시장 내 쏠림 가능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즉각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쪽에 과도한 쏠림이 있거나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 적절한 시점에 시장안정조치 등 필요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발언한 뒤 1시간 뒤쯤 나왔다. 추 부총리의 국회 발언에도 환율 상승세가 오히려 강화되자 작정하고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건 지난달 23일 이후 불과 24일 만으로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다. 게다가 이날 당국은 구두개입과 함께 ‘실탄 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 수억 달러를 직접 시장에 내다팔아 환율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국의 개입이 집중된 오후 1시 직후 환율은 순식간에 6원 이상 미끄러지며 1391.1원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물량이 적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당국이 대량으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도시락 폭탄’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다시 등장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환율이 1400원선을 뚫고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원화 약세는 미국의 초강력 긴축 기조에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정부 당국도 흐름을 바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가뜩이나 높은 수입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고물가가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 최근 한은은 환율이 10% 오를 때마가 물가가 0.6%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그럼에도 정부는 환율 오름세가 물가 정점 시기를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 “늦어도 10월경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는 소폭이나마 서서히 안정화 기조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답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에 14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켰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원-달러 환율은 13년 5개월 만에 1390원 선을 돌파했다. 국내 증시는 1% 넘게 추락했고,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3%로, 이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 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금리와 환율까지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3고(高) 복합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공포도 커졌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3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90.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장중 1395.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화 가치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4엔을 웃돌며 초(超)엔저 현상이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준비 단계로 시장 참가자들에게 환율 수준을 묻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단행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이날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언론 질의에 “모든 수단을 쓴다고 생각해도 좋다”며 강력한 개입 의사를 시사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는 전날보다 1.56%(38.12포인트) 하락한 2,411.42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시작과 함께 2,381.50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1.74%(13.86포인트) 내린 782.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당 기간 고강도 긴축과 경기 불안이라는 이중고가 지속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내년 1분기(1∼3월)까지 하락 추세가 이어져 최저 2,050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78%(796.01엔) 급락한 27,818.62엔으로 장을 마쳤다. 홍콩 H지수도 2.45% 하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1.59% 떨어졌다.환율쇼크 → 물가쇼크 번질 우려… 한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 커져 韓경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중고… 美 인플레로 高환율 장기화 조짐전문가 “올해 1500원 선까지 갈수도”… 韓당국 “10월 물가 정점” 예상했지만수입가격 상승에 高물가 지속 가능성… 한은, 가계부담-내수위축 딜레마속美 긴축 속도 맞춘 금리인상 폭 고민 미국의 인플레이션 쇼크와 이에 따른 환율 급등은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안 그래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내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도 이런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발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어서 고민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이게 되면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기를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고환율이 고물가 키워…“우리도 ‘물가 쇼크’ 온다”원-달러 환율의 상승 폭은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90원가량 치솟은 환율이 조만간 1400원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올해 환율이 1500원 선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원화가치의 이런 급격한 하락은 국내 물가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두 달 연속 6%대를 보이다가 지난달 5.7%로 다소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당국자들도 늦어도 10월에는 물가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이션발(發)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수입 물가의 상승 폭을 키워 물가 정점 시기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미국의 긴축에 더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원화가치 하락세를 키우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물가 정점 시기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국제유가는 다소 낮아졌지만 한국도 미국과 같이 임금이나 서비스 물가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고환율이 지속되면 한국도 미국처럼 시장 기대를 꺾는 ‘물가 쇼크’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환율이 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효과 역시 요즘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원자재·부품 수입 가격이 따라 오른 데다, 수출 경쟁국의 통화가치 역시 같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가 고착화될 경우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찌감치 찾아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빅스텝 카드 꺼내들까점점 심각해지는 환율-물가 위기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한 대응 조치를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도 고환율 추세를 되돌릴 만한 뚜렷한 대책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외환시장에서 수시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춰보고는 있지만 실탄(외환보유액)만 계속 소모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고물가 타개를 위해서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고강도 긴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앞서 7월에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한은은 지난달에는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낮추면서 연말까지 점진적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의 급격한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 경우 이는 고환율과 고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빅스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초강수도 자칫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한은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가계 이자 부담이 늘어 내수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전체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 1분기(1∼3월·0.6%)와 2분기(4∼6월·0.7%) 연속으로 0%대 성장에 그친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미국의 인플레이션 쇼크와 이에 따른 환율 급등은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안 그래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내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도 이런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발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어서 고민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이게 되면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기를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고환율이 고물가 키워…“우리도 ‘물가 쇼크’ 온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90원 가량 치솟은 환율이 조만간 1400원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올해 환율이 1500원 선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원화가치의 이런 급격한 하락은 국내 물가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두 달 연속 6%대를 보이다 지난달 5.7%로 다소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당국자들도 늦어도 10월에는 물가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발(發)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수입물가의 상승폭을 키워 물가 정점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미국의 긴축에 더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원화가치 하락세를 키우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물가 정점 시기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국제유가는 다소 낮아졌지만 한국도 미국과 같이 임금이나 서비스 물가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고환율이 지속되면 한국도 미국처럼 시장 기대를 꺾는 ‘물가 쇼크’가 올 수 있다”며 경고했다. 고환율이 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효과 역시 요즘에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원자재·부품 수입 가격이 따라 오른 데다, 수출경쟁국의 통화가치 역시 같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가 고착화될 경우 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찌감치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빅스텝 카드 꺼내들까 점점 심각해지는 환율-물가 위기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한 대응조치를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도 고환율 추세를 되돌릴 만한 뚜렷한 대책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외환시장에서 수시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춰보고는 있지만, 실탄(외환보유액)만 계속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고물가 타개를 위해서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고강도 긴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앞서 7월에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한은은 지난달에는 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낮추면서 연말까지 점진적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의 급격한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 경우 이는 고환율과 고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빅스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초강수도 자칫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한은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가계 이자부담이 늘어 내수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전체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 1분기(0.6%)와 2분기(0.7%) 연속으로 0%대 성장에 그친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에 14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켰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원-달러 환율은 13년 5개월 만에 1390원 선을 돌파했다. 국내 증시는 1% 넘게 추락했고,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3%로, 이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 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금리와 환율까지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3고(高) 복합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공포도 커졌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3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90.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장중 1395.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화 가치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4엔을 웃돌며 초(超)엔저 현상이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준비 단계로 시장 참가자들에게 환율 수준을 묻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단행했다. 스즈키 ㅤ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언론 질의에 “모든 수단을 쓴다고 생각해도 좋다”며 강력한 개입 의사를 시사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는 전날보다 1.56%(38.12포인트) 하락한 2,411.42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시작과 함께 2,381.50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1.74%(13.86포인트) 내린 782.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당기간 고강도 긴축과 경기 불안이라는 이중고가 지속될 것”이 “코스피는 내년 1분기(1~3월)까지 하락 추세가 이어져 최저 2,050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78%(796.01엔) 급락한 2만7818.62엔으로 장을 마쳤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1.59% 하락했고, 홍콩 H지수도 2% 넘게 떨어졌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까지 고운임 기조에 실적 강세를 보이던 해운업이 9월 들어 ‘피크 아웃(Peak-out·수요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임)’에 돌입했다. 글로벌 해상 운임료는 2020년 말부터 고공행진을 이어오다가 7월부터 급락했다. 해운업계에선 “실적 파티는 끝나고 본격적인 조정기가 시작됐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선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일 2562.1을 나타냈다. 올해 최고점인 1월 7일 5109.6 대비 절반 가까이(49.9%)가 줄어든 수치다. 철광석 등 원자재 벌크선 운임료를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5650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말 965로 82.9% 급감했다. 류동근 한국해양대 해운경영경제학부 교수는 “SCFI가 급락했지만 1000 선 미만에 머물던 팬데믹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하지만 경기 사이클상 불황으로 넘어가는 조정기의 전형적인 모습이어서 어디까지 조정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성수기로 꼽히는 9월에 각종 운임 지수가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11월 블랙 프라이데이와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늘면서 관련 지수는 높아진다. 지난해 9월에도 SCFI는 전달 대비 평균 6.5%가 뛰었다. 반면 올해는 지난달 5일 대비 9일 31.5% 내려갔다. 업계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정책 등에 따른 소비시장 위축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65형) 가격은 평균 109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7월(288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요 감소로 제품 재고가 급격히 쌓이고 있다는 증거다. LG디스플레이의 상반기 재고자산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4% 늘어난 4조7225억 원이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재고자산도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특히 4분기(10∼12월)는 가전 업계에서 가장 큰 장인데 판매량이 늘지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우려된다”며 “특히 가전업계는 미국 시장의 주문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도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자들이 가전기기를 살 돈으로 가스비와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에 돈을 써야 하니 가전제품을 살 여력들이 많이 떨어졌다”며 “수요가 계속 주니까 가동률과 생산률을 낮추면서 가격 하락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낸 HMM도 하반기(7∼12월)에는 실적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해운 운임이 급락하면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월 경상수지에 포함되는 서비스수지는 3억4000만 달러 흑자였다. 운송수지 흑자 규모가 18억4000만 달러로 1년 새 3억6000만 달러 늘어난 덕분이었다. 올해 1∼7월 운송수지 흑자는 124억8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258억7000만 달러)의 48.2%에 달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 적자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운송수지 등이 흑자 행진을 이어오면서 이를 상쇄해 왔는데, 그 효과가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주택 관련 대출이 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에도 올 하반기(7∼12월) 가계대출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8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8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3000억 원 늘었다.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 증감액으로는 가장 적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792조6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6000억 원 늘었다.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주택매매 자금 수요가 감소했지만 전세대출 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1조3000억 원 줄어든 266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전달보다 7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출 금리 상승과 주택시장 부진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향후 이 흐름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금융기관도 가계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중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1.25%로 올리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처음 나선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 결정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이어 연준 고위 인사들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연준이 20, 21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 현재 연 2.50%로 같은 한미 기준금리는 다시 역전된다.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자금을 빼 금리가 더 높은 미국에 투자하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86%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 시간) “연준이 9월에도 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연준 인사들이 9월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하는 시장 전망을 꺾으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뉴욕의 한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만큼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공개 연설을 통해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연 4% 이상으로 올리고 높은 수준의 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선물(先物) 거래로 기준금리 추이를 점치는 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9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이날 한때 86%까지 올랐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도 추가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가 7월 초 이후 종합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면서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구역 중 9곳이 물가상승률의 일정 부분 둔화를 보고했지만 여전히 물가는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 “점진적 금리 인상” 고수한은도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섰지만 한은은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이 올랐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경기와 물가 상황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무역수지 적자, 중국 위안화 약세 여파로 주요국 통화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총재보는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서도 환율 상승 속도가 빠르고 일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이 나타나면 시장 안정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4원 내린 1380.8원에 마감했다. 6거래일 만에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38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고수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소비자물가가 0.4%포인트 더 높아진 것으로 추산됐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부진으로 무역적자가 5개월간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상품수지마저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는 간신히 흑자를 냈지만 8월엔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커져 올해 예고된 재정적자와 함께 ‘쌍둥이 적자’가 발생할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7일 한은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흑자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66억2000만 달러 줄었다. 2011년 5월(79억 달러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상품 수출과 수입의 차액)는 1년 전보다 67억3000만 달러 줄면서 11억8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상품수지가 적자를 낸 건 2012년 4월(3억3000만 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수출은 6.9% 늘었지만 수입이 21.2% 급증하면서 증가율이 수출의 세 배에 달했다. 한은은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94억7000만 달러)를 낸 8월에는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본원소득수지나 서비스수지를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상품수지 악화에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다. 만일 경상수지가 8월 적자로 돌아서면 재정수지 적자와 함께 ‘쌍둥이 적자’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0조 원이 넘는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빈번한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환율 상승 압박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수지는 일정 기간 외국과 상품, 서비스, 임금, 배당소득 등을 거래해 발생한 차액을 말한다. 경상수지에 포함되는 상품수지는 상품의 소유권 이전을 기준으로 무역 통계를 내지만 무역수지는 관세청이 매월 발표하는 통관 기준으로 수출입을 계상한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모두 기본적으로 상품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뜻하지만 일부 상품은 통관 시기와 소유권 이전 시기가 다르고, 가격 평가 기준도 수지별로 달라 차이가 발생한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의 7월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지만 흑자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는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낸 탓에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흑자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66억2000만 달러 줄었는데 2011년 5월(79억 달러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상품 수출과 수입의 차액)는 1년 전보다 67억3000만 달러 줄면서 11억8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상품수지가 적자를 낸 건 2012년 4월(3억3000만 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임인혁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상품수지가 적자를 보인 건 대부분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의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수출물량 축소도 일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1년 전보다 37억9000만 달러(6.9%) 늘어난 590억5000만 달러로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가율은 6월(9.1%)부터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대(對)중국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다. 반면 수입은 602억3000만 달러로 105억2000만 달러(21.2%) 급증했는데 증가율이 수출의 세 배에 달했다. 특히 원자재 수입 가운데 석탄(110.0%), 원유(99.3%), 가스(58.9%) 등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은은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94억7000만 달러)를 낸 8월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8월에 이례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컸던 만큼 상품수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본원소득수지나 서비스수지를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상품수지 악화에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다. 이후 석 달째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8월 다시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수지 역시 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012년 4월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상품수지와 경상수지 동시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경상수지는 일정기간 외국과 상품, 서비스, 임금, 배당소득 등을 거래해 발생한 차액을 말한다. 경상수지에 포함되는 상품수지는 상품의 소유권 이전을 기준으로 수출입을 처리하지만 무역수지는 관세청이 매월 발표하는 통관기준 수출입을 계상한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모두 상품의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의미하지만 일부 상품은 통관 시기와 소유권 이전 시기가 다르고, 수출입 인도조건 등 가격 평가기준이 수지별로 달라 차이가 발생한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 등에서 펄프를 수입해 키친타월과 화장지를 만들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7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비싼 원자재 수입 가격이 더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급등한 원자재 값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지만, 중국의 경쟁업체들은 반대로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A 씨의 기존 거래처들을 접수해 나갔다. A 씨는 “펄프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50% 넘게 올랐는데 환율까지 올라 달러로 사오려면 사실상 값을 두 배로 치러야 할 판”이라며 “가격 경쟁에서 밀려 거래가 끊긴 곳이 이미 여러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이 먼저 중국 펄프 업체에 달러로 대금을 주고 우리가 은행에 3개월 뒤 달러를 갚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3개월 새 환율이 오르는 바람에 막대한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털어놨다. 고(高)환율이 한국 기업에 ‘축복’으로 불렸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수출 경합국의 통화 가치도 동반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70원 넘게 급등한 환율은 6일도 전날 종가보다 0.3원 오른 달러당 1371.7원에 거래를 마치며 또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원료 수입 비용만 오르고 수출 효과는 미미고환율은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과거의 통념이었다. 하지만 올해 무역수지는 수출이 둔화하고 수입이 급증한 영향으로 역대급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환율 급등으로 에너지와 부품 등 생산 요소의 수입 단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소형 가전제품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는 업체 대표 B 씨는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회로나 센서 등 부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서 “그런데 막상 일본 거래처는 ‘엔저 시대라 달러로 당신네 제품을 사려면 엔화가 너무 많이 드니 가격을 내려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생산 비용이 오르는데 제품 가격은 내려야 하다 보니 B 씨 입장에서는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B 씨는 “결국 올해 일본으로의 수출량은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이 20% 오르다 보니 이익은 적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환율 쇼크에 아예 문을 닫기도 한다. 경상도에서 포장용 종이박스를 만드는 업체의 C 대표는 올해 3월 환율이 1200원대로 올라서자 더 이상 해외 납품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 폐업했다. 원자재를 수입해 중간재를 만들어 납품하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기업이라 생산 비용이 올라도 해외 거래처를 상대로 납품 단가를 올리기가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6월 중소기업 50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한 기업은 30.5%나 됐다. 이익이 발생했다는 기업은 19.1%에 불과했고, 50.4%는 영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환율 상승으로 이득” 20%도 안 돼이런 현상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환율이 오르면 기업 입장에서는 원재료 매입 비용이 급등하고 달러 부채나 투자 비용이 오르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지불하는 항공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출을 늘리는 효과는 이전보다 미미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00년 이후 올해까지 무역 실적을 분석한 결과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각각 10% 상승하는 경우 수입은 3.6% 증가하지만 수출은 0.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문위원인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원자재를 수입해 와서 제품을 만들고 해외에 파는 수출 구조이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글로벌 가치 사슬’에 크게 의존한다”며 “반도체나 조선, 자동차 등 원료와 중간재를 수입해 오는 업종은 고환율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현금을 확보하는 등 급격한 환율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통화 긴축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소재나 부품, 장비 등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도록 한국 경제와 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 기업들이 고환율에 따른 수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는 다른 수출 경쟁국의 통화가치도 함께 떨어진 점도 크다. 미국 달러화가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으로 전 세계에서 ‘나 홀로 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급등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 효과가 상쇄되고 있는 셈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이달 5일까지 15.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 가치는 22.01% 떨어졌고, 영국 파운드화(―15.12%)와 유로화(―12.77%)는 물론이고 반도체 수출 경합국인 대만 달러화(―10.50%)도 10% 넘게 추락했다. 일본의 경우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한국 등과 달리 여전히 ‘제로 금리’를 고수하면서 엔화 약세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일본이 전략적으로 엔화 가치를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며 “한국 수출기업에 독(毒)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범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국 환율이 모두 올라 한국이 중국, 일본, 유럽 등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중소기업은 현금을 확보해 환율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가파른 환율 상승은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와 가계 살림살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고환율이 고물가와 고금리를 야기함으로써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많다. 부작용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은 물가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8월 5.7%로 전달에 비해 다소 내려왔지만 하반기 환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고물가 추세가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 이 경우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한은의 고강도 긴축은 경기 회복을 늦추고 서민 가계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환율 상승은 외환보유액 등 건전성 지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급등하는 환율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은 달러화를 시장에 매도하는 실탄 개입을 반복해 왔고,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1년도 안 돼 300억 달러 이상 급감했다. 외환보유액 감소로 단기외채 비율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41.9%로 치솟았다. 이런 대외건전성의 악화는 최근 무역적자 행진과 맞물려 환율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올 1∼8월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2000만 달러로 1956년 무역 통계 작성 이후 66년 만에 최대다. 과거에는 고환율이 한국 기업들의 수출 확대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적자만 쌓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과 같은 고환율 국면은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해 환율이 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 등에서 펄프를 수입해 키친타올과 화장지를 만들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7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비싼 원자재 수입 가격이 더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급등한 원자재 값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지만, 중국의 경쟁업체들은 반대로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A 씨의 기존 거래처들을 접수해 나갔다. A 씨는 “펄프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50% 넘게 올랐는데 환율까지 올라 달러로 사오려면 사실상 값을 두 배로 치러야할 판”이라며 “가격 경쟁에서 밀려 거래가 끊긴 곳이 이미 여러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이 먼저 중국 펄프 업체에 달러로 대금을 주고 우리가 은행에 3개월 뒤 달러를 갚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3개월 새 환율이 오르는 바람에 막대한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털어놨다. 고(高)환율이 한국 기업에게 ‘축복’으로 불렸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수출 경합국의 통화가치도 동반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 간 70원 넘게 급등한 환율은 6일도 전날 종가보다 0.3원 오른 달러당 1371.7원에 거래를 마치며 또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원료 수입비용만 오르고 수출 효과는 미미고환율은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과거의 통념이었다. 하지만 올해 무역수지는 수출이 둔화하고 수입이 급증한 영향으로 역대급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환율 급등으로 에너지와 부품 등 생산 요소의 수입 단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소형 가전제품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는 업체 대표 B 씨는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회로나 센서 등 부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서 “그런데 막상 일본 거래처는 ‘엔저 시대라 달러로 당신네 제품을 사려면 엔화가 너무 많이 드니 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생산 비용이 오르는데 제품 가격은 내려야 하다보니 B 씨 입장에서는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B 씨는 “결국 올해 일본으로의 수출량은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이 20% 오르다보니 이익은 적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환율 쇼크에 아예 문을 닫기도 한다. 경상도에서 포장용 종이박스를 만드는 업체의 C 대표는 올해 3월 환율이 1200원대로 올라서자 더 이상 해외 납품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 폐업했다. 원자재를 수입해 중간재를 만들어 납품하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기업이라 생산비용이 올라도 해외 거래처를 상대로 함부로 납품 단가를 올리기가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6월 중소기업 50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한 기업은 30.5%나 됐다. 이익이 발생했다는 기업은 19.1%에 불과했고, 50.4%는 영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 “환율 상승으로 이득” 20%도 안 돼이런 현상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환율이 오르면 기업 입장에서는 원재료 매입비용이 급등하고 달러 부채나 투자 비용이 오르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지불하는 항공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출을 늘리는 효과는 이전보다 미미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분석 결과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각각 10% 상승하는 경우 수입은 3.6% 증가하지만 수출은 0.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문위원인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원자재를 수입해 와서 제품을 만들고 해외에 파는 수출구조이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글로벌 가치 사슬’에 크게 의존한다”며 “반도체나 조선, 자동차 등 원료와 중간재를 수입해 오는 업종은 고환율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현금을 확보하는 등 급격한 환율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강력한 통화긴축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소재나 부품, 장비 등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도록 한국 경제와 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 만에 1370원대로 올라섰다. 환율 급등은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해 코스피는 한 달여 만에 장중 2,400 선이 붕괴됐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371.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장중 1375.0원까지 치솟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4일(현지 시간) 2002년 6월 19일(110.19) 이후 처음으로 110 선을 돌파했다. 최근 환율 오름세는 금융위기 때만큼 가파른 모습이다. 지난달 12일 1302.4원이었던 환율은 약 3주 만에 70원 가까이 상승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장 시작 전부터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보냈지만 환율 방어에 실패했다. 강달러에 원화값 올해 13% 하락… 외환보유 1년새 328억달러 줄어 환율 급등 1370원 넘어 달러화 대비 원화값 약세 두드러져… 주요 31개국 통화 중 낙폭 8번째달러화 매도 ‘실탄 개입’ 효과못봐… 외환보유액 한달새 22억달러 감소“대외부문 안정 최우선 정책 둬야” 원화 가치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한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전망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나 홀로 강세’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5일 유로-달러화 환율은 1유로당 0.9878달러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달러-엔 환율도 달러당 140.39엔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됐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원화는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약세 흐름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2일까지 12.75% 떨어져 주요 31개 통화 가운데 하락 폭이 8번째로 컸다.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최근 공급망 위기와 세계 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제의 악재에 유난히 취약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출이 둔화하고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는 다섯 달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만 94억7000만 달러 적자로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한국은행은 최근 원화 약세 배경에 대해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된 데다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에 따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구두 개입 안 통하고 실탄도 부족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자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5일 한자리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 위안화 약세 영향 등이 중첩되며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적기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구두 개입성 발언에도 환율은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정부와 당국은 그간 수차례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외환시장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수 있는 ‘실탄’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21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올 3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7월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다시 한 달 만에 쪼그라든 것이다.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달러화를 매도하는 실탄 개입을 반복한 결과 지난해 10월 4692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외환보유액은 그 후 1년도 안 돼 327억8000만 달러나 줄었다. ○ “대외건전성은 문제없다”지만…원화 가치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와 한은은 한국 경제 대외 신인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높아진 환율 수준과는 달리,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원화 절하 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 전에는 우리(원화)가 덜 떨어졌다. 어떤 기간을 통해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 급등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글로벌 경제 상황으로 인해 불안심리가 이상 고조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율의 지나친 급등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무역 적자가 쌓이면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하게 되고, 환율이 더 오를 경우 물가를 끌어올려 실물 경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무역 적자가 지속되는 한 환율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정부가 경각심을 가지고 대외 부문 안정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