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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온건파 외교관으로 꼽히는 셰펑(謝鋒·59·사진) 외교부 부부장이 주미 중국대사로 발탁됐으며 그가 23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 부임할 것이라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22일 보도했다. 친강(秦剛) 전 대사가 지난해 12월 말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후 5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주미 중국대사의 공백이 해소되는 것이다. 1979년 중국과 미국이 수교한 후 주미 중국대사가 5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것은 처음이다. 날로 격화하는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이 고의적으로 대사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며 미국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토 침입, 중국 견제를 본격화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으로 양국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에서 셰 신임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는 과거 두 차례 주미 대사관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특히 늑대처럼 거친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 노선을 뜻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대표주자로 미국에 가시 돋친 독설을 서슴지 않았던 친 부장과 비교하면 상대적 온건파로 꼽힌다. 그의 부임이 미중 갈등 완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일각에서 기대하는 이유다. 셰 대사는 주미 대사 자리를 두고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과 경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 대변인 또한 미국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인물로 유명하다. 폴리티코는 중국이 화 대변인 대신 셰 대사를 발탁한 것은 양국 갈등을 추가로 격화시키지 않기 위해 덜 공격적인 인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고위 인사 또한 긴장 완화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미중 관계를 두고 “조만간 해빙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 부장 또한 최근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만나 “현재 최우선 순위는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한국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중국에서 갑자기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이 접속을 차단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악화하고 있는 한중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차단 외에도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돼 있던 한국 연예인의 출연이 갑자기 취소되기도 하면서 이 같은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3일 현재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발생한 것으로 껄끄러워진 한중관계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는 23일 중국에서 한국 포털사이트 다음에 이어 네이버도 현지 접속이 차단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유관 기관과 함께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외교부도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이버는 “중국 법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접속이 원활치 않은 상태가 맞다”면서도 “중국 정부의 차단 여부를 알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인지, 단순히 기술적 오류인지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중국 외교부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이날 중국에서 다음에 이어 네이버도 현지 접속이 차단된 것에 대해 “유관 기관과 함께 확인 중으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며 “중국의 해당 부서에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는 물론 지린성, 랴오닝성, 쓰촨성, 장쑤성 등 중국 전역에서 네이버 접속이 되지 않거나 속도가 매우 느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 네이버를 이용하려면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설치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2018년 10월부터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등 일부 기능 접속이 차단됐으나 검색 기능과 메일 등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은 중국에서 이미 2019년 1월부터 접속이 차단된 바 있다. 네이버가 접속 불가능하게 된 것 외에도 한국 가수 겸 배우 정용화가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중국을 찾았으나 돌연 출연이 취소된 사건도 발생했다. 중국 매체 신징보 등에 따르면 정용화는 유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이치이’의 새 오디션 프로그램 ‘분투하라 신입생 1반’에 출연하기 위해 17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하지만 베이징시 라디오TV국은 “아이치이에 확인한 결과 정용화가 베이징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한다는 소식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정용화를 게스트로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 누리꾼들이 정용화의 출연 계획을 방송 주관 당국에 신고한 것이 출연 불발로 연결됐다고 보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전격적인 판매 금지 조치를 놓고 미중이 연일 충돌하고 있다. 미 국무부 매튜 밀러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간) “미국은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한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무부는 미국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접촉 중(engaging)”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담당하는 미 상무부가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당국에 항의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의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제재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는 “중국에는 규제의 투명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원하는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이는 투명한 규제 체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이 어떤 우려로 판매 제한 조치를 내렸는지 불분명하다”며 “중국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대응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피 CFO는 “이번 조치가 매출에 최대 한 자릿수 퍼센티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1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2.85% 하락했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마이크론 제재는 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3일 “마이크론 제재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미국의 위선과 이중 잣대를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라면서 “미국은 중국 기업 화웨이와 틱톡에 대해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제재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를 가하면서) 주장하는 국가안보는 중국에 대한 일방적이고 반시장적인 탄압”이라면서 “마이크론이 중국에 공급해 온 반도체 물량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메우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마이크론은 미국이 발동한 중국 과학기술 탄압 과정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며, 동시에 중국 반도체 기업에 가장 많은 화를 초래한 미국 기업 중 하나”라고 썼다. 이어 ”그들이 미국 정부에 협력해 중국으로 안전하지 못한 제품을 수출했는지는 자신들만 분명히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돈 폭탄’을 꺼내들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직후 나온 움직임이다. 중국이 ‘차이나 머니’를 이용해 G7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2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은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 나라 간 협력을 위해 100억 위안(약 1조8700억원) 규모 특별 융자금을 마련했다. 이 자금은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 무역, 경제, 투자, 운송, 농업, 에너지 자원, 인프라 등 분야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해당 국가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이다. 앞서 18,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산시성 시안에서 이들 다섯 개 나라 대통령들과 정상회의를 열고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선언 한 바 있다. 시 주석은 “1000년 역사의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시 시 주석은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자체 발전 지원을 위해 앞으로 총 260억 위안(약 4조9000억 원)의 융자와 무상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특별 융자금 역시 시 주석의 약속에 포함된 내용으로 보인다. 중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G7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회의 자체가 G7 정상회의 직전에 진행돼 G7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려 했다. 또 회의 결과 발표된 “색깔 혁명과 내정 간섭에 반대한다”는 내용은 중국이 G7 국가들을 포함한 미국과 서방을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색깔혁명’이란 권위주의 정권에서 발생하는 민주주의 시위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이 미국과 서방의 본격적인 중국 억압에 대비해 주변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우군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동참 압박이 거세지는 한편으로 중국의 보복이 미 동맹국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무원’이 된 중국이 자체 반도체 굴기를 강화할 가능성도 중장기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일촉즉발’ 미중 갈등 22일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중국 당국의 구매 제한 조치와 관련해 “국가 핵심 정보 인프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 매체 왕이(網易), 메이르징지(每日經濟) 등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한 5월 21일은 역사에 기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중국에 대해 각종 과학기술 제재를 가했으나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마이크론 판매 금지 조치가 최근 미중 갈등 심화 과정에서의 보복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내에선 퀄컴과 인텔 등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보복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동맹 참여국의 공동 대응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재가 현실화되면 한국 등 동맹국들과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마이크론 판매 금지 반대 성명에서 향후 “동맹국과 협력”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일했던 홀든 트리플렛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조치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 이외에 어떤 설명도 불가능하다”며 “어떤 기업도 다음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좌불안석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국 현지 기업들 중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중국 낸드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어 마이크론의 공백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D램 시장의 경우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이 0.1%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고 기술력도 한참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의 고객사들에 메모리 재고가 넘쳐 일정 기간 버틸 수 있겠지만 결국 마이크론의 D램 빈자리를 채우려면 한국 제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앞서 미국 당국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채우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FT 보도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향성이 사실일 경우 대체 제품 공급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에 한국 기업들이 응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중국으로부터 현지 사업에 대한 불이익이나 보복 조치가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마오 대변인은 “한국 기업에 대해 마이크론과 비슷한 제재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기업이라도 중국 법률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만 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에 일차적으로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고립 정책이 지속되면 중국 내부에서 자체 반도체 굴기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매체 왕이는 “이번 사건은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곧 메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략적 동맹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은 일본의 역할도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 등이 일본 생산기지 건설이나 첨단 장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대만의 태권도 선수가 전북 무주군에서 열린 국제대회 시상식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펼쳐 들었다. 대만은 엄중 조치에 나선 반면, 중국에선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22일 텅쉰왕 등 중국 매체와 쯔유(自由)시보 등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대만의 생활체육 태권도 선수인 리둥셴(李東憲)은 14, 15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23 전북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 태권도 남자 품새 개인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는 시상식에서 메달을 수여받은 뒤 오성홍기를 꺼내 들었다. 이 대회에는 전 세계 71개국에서 1만4000여 명의 생활체육인이 참가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리 씨에 대해 “중국 공산당 입당 여부 및 대만에서 중국을 위한 조직 활동 여부 등을 파악해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인 운동선수가 경기 중이나 시상식에서 중국을 위한 정치적 선전을 하지 못하도록 법 개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 매체들은 리 씨를 ‘중화민족의 진정한 아들’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증거”라면서 “대만 당국이 리 씨를 처벌하지 못하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대만 문제 등을 두고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이 내부 결집을 위해 일주일 전 있었던 리 씨의 행동을 뒤늦게 확산시킨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19일 중국 외교부는 8500자 분량의 ‘미국의 협박 외교와 그 해악’이라는 보고서까지 발간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중국은 보고서에서 쿠바·북한·베네수엘라·멕시코 등을 직접 거론하며 이들 국가에 대한 제재가 미국의 대표적인 ‘협박외교’ 사례라고 주장했다. 또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제재, 이란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제재 등을 미국의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누가 세계를 협박하는지 국제사회에는 공통된 의견이 있다”며 “미국은 협박외교를 남발하는 자신의 고질병을 잘 치료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세계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보고서 발간 사실을 전하며 “미국은 협박외교의 선동자이며 이로 인해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서부 산시성 시안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18, 19일)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19∼21일)를 대조하며 서방에 각을 세웠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와 G7 정상회의는 무엇이 ‘진정한 다자주의’이고 무엇이 ‘가짜 다자주의’인지를 보여준다면서 전자를 ‘다자주의의 청류’로, 후자를 ‘지정학 정치의 더러운 물’로 각각 표현했다. 중국이 거센 어조로 미국을 비난하는 것과 별개로 미중 통상 수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고위급 대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8일(현지 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중국은 상호존중이 전제되는 한 “미국과 모든 수준에서의 소통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 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미하는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워싱턴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면담한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25, 26일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별도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19일 중국 외교부는 8500자 분량의 ‘미국의 협박 외교와 그 해악’이라는 보고서까지 발간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중국은 보고서에서 쿠바·북한·베네수엘라·멕시코 등을 직접 거론하며 이들 국가에 대한 제재가 미국의 대표적인 ‘협박외교’ 사례라고 주장했다. 또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각 국의 제재, 이란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제재 등을 미국의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누가 세계를 협박하는지 국제사회에는 공통된 의견이 있다”며 “미국은 협박외교를 남발하는 자신의 고질병을 잘 치료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세계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보고서 발간 사실을 전하며 “미국은 협박외교의 선동자이며 이로 인해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서부 산시성 시안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18, 19일)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19∼21일)를 대조하며 서방에 각을 세웠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와 G7 정상회의는 무엇이 ‘진정한 다자주의’이고 무엇이 ‘가짜 다자주의’인지를 보여준다면서 전자를 ‘다자주의의 청류’로, 후자를 ‘지정학 정치의 더러운 물’로 각각 표현했다. 중국이 거센 어조로 미국을 비난하는 것과 별개로 미중 통상 수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고위급 대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8일(현지 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중국은 상호존중이 전제되는 한 “미국과 모든 수준에서의 소통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미하는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워싱턴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면담한다고 전했다. 왕 상무부장은 25, 26일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별도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자원을 무기화하고 무역과 투자를 제한하는 등 중국의 ‘경제적 위압’에 대해 공동 대응을 천명하는 별도 성명을 발표한다. 동맹을 하나로 묶어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미국이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신(新)경제질서 구축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1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G7 정상들이 채택할 ‘경제 강인성과 경제안보 보장’이라는 제목의 성명 원안에는 “경제적인 취약성을 이용해 각국의 외교·국내 정책을 손상시키는 경제적 위압이 확산”되고 있는 사태에 경종을 울리고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성명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 성명에는 글로벌 공급망 탈(脫)중국을 강화하기 위해 각국 외교당국 실무자들로 구성된 새 협의체 출범이 담길 예정이다. G7은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에 중, 러를 향해 ‘규범에 근거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견지·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글로벌 신(新)냉전 구도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자유 진영을 주도하는 G7 국가들이 결집하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논의되는 가운데 당초 화상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찾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G7 정상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어떤 일정이 있을 것”이라며 “(참여 형식은)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G7 정상회의에 맞서 중앙아시아 5개국과 18, 19일 이틀간 다자 정상회의를 열고 우군 결집에 나섰다. 또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에 경고성 발언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계열인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정부가 한중 협력을 희생해가며 미국과 협력하려는 의도는 위험하다”며 “한국을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G7 “모든 핵위협 반대-자유로운 印太 보장” 北-中-러 동시겨냥 바이든 “러의 우크라 침공 책임 추궁”日 도착하자마자 기시다 만나 ‘포문’젤렌스키, 회의장 깜짝등장 할수도희토류 등 광물 中의존 완화도 논의 19일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군사적 위협을 고조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선진국들이 민주주의, 인권, 자유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얼마나 결집된 목소리를 낼지가 가장 큰 화두다. 미국과 올해 G7 의장국 일본은 정상회의 개막 전부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18일 일본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추궁한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화상을 통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일본에 직접 올 가능성을 열어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회의장에 깜짝 등장한다면 서방의 러시아 압박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美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 추궁”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영토를 지키려는 용감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원하는 등 공동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핵 비확산 노력과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보장이 우리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핵 위협을 일삼는 러시아, 대만에 대한 무력 행동을 시사하는 중국, 핵 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미일 정상은 중국을 둘러싼 여러 과제에 대해 긴밀히 연계하는 데 일치했으며,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전했다. G7은 19일 정상회의 첫 세션에서 우크라이나 정세를 논의하며 러시아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태세를 갖춘다. G7은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최혜국 대우 취소,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등 기존 대러시아 제재에 더해 추가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러시아에 무기나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제품을 지원하는 국가에 대해 공급 중단을 요청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다. 또 “어떠한 핵 위협도 반대한다”고 명기할 계획이다.● “G7, 글로벌 공급망 탈중국 연계 강화”미일 정상은 18일 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최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도통신은 미일 첨단 기술 협력이 경제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짚었다. G7 역시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첨단 산업 분야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서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G7이 공동성명과 별도로 글로벌 공급망 탈(脫)중국을 위한 개별 성명을 채택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개별 성명에는 태양광 패널 세계 시장 1위인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패널용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연계를 강화하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G7은 첨단 기술 분야 핵심 광물 등에 대한 높은 중국 의존도로는 경제안보 리스크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지구 남반구에 주로 분포해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신흥 개발도상국 지원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중국은 최근 10년 넘게 아프리카, 태평양 도서국, 중남미 국가 지원에 힘쓰고 군사기지를 마련하는 등 우군 확보에 노력해 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중국은 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압박하는 진영 구도가 떠오르는 것을 우려해 그 결과를 살필 것”이라며 “미중 전략 대결 구도가 깊어지면 결과적으로 한중 관계에 도전 요인이 증가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호주 방문이 취소돼 쿼드(Quad) 정상회의가 급하게 일본에서 열리게 된 것 등은 결과적으로 ‘중국을 돕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18, 19일 양일간 서부 산시성 시안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과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중국이 우방국과의 협력을 과시하려는 일종의 ‘맞불’ 성격으로 풀이된다. 18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사디르 누르고조 울루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진행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화상으로 이 5개국 정상과 만났으며 대면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과 중앙아시아가 정치적 신뢰를 심화하고 각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취지의 기조연설을 했다. 5개국이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이자 핵심 대외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적극 참여해 중국과의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뜻도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시안이 과거 실크로드의 출발지였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일대일로가 ‘21세기판 실크로드’이며 그 중심 도시가 시안이었다는 얘기다. 옛 소련에 속했으며 ‘러시아의 앞마당’으로 여겨졌던 중앙아시아 5개국은 최근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중국과 부쩍 밀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현실적으로 중앙아시아를 관리할 여력이 부족해지자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17일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서방의 인권 탄압 비판 및 ‘색깔 혁명’에 반대한다”는 공통 입장을 확인했다. 색깔 혁명은 우크라이나(오렌지 혁명), 조지아(장미 혁명), 체코(벨벳 혁명) 등 옛 공산권 국가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에 각국을 상징하는 색이나 꽃의 이름이 붙은 것에서 유래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이 색깔 혁명을 배후에서 조종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최근 중국에서 간첩 색출, 사상 통제 등이 강화되며 급속도로 공안정국이 조성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패러디한 코미디언이 공안에 체포됐고 소속사가 25억 원이 넘는 벌금 폭탄을 맞았다. 최근 간첩 혐의로 기소된 미국 시민권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등 중국 당국이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발생 34주년(6월 4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시 주석 3연임 이후 처음으로 맞는 ‘톈안먼 기념일’인 만큼 지난해 ‘백지 시위’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에 대비해 사회 전반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 시진핑 패러디했다고 코미디언 체포18일 텅쉰왕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하우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중국 코미디언 리하오스(李昊石·31)가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스탠딩 코미디 공연에서 시 주석의 발언을 패러디했다가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베이징시 당국은 공안 조사와 별개로 리하오스의 소속사에 벌금 1335만3816위안(약 25억5000만 원)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또 소속사가 위법한 소득 132만 위안(약 2억5000만 원)을 챙겼다며 이를 몰수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당 공연을 무기한 중단하고 공연 주선 기관과 공연장 관계자 전원을 조사해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처벌하기로 했다. 리하오스는 공연에서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했던 경험담을 얘기하면서 “유기견들이 다람쥐를 뒤쫓는 모습을 보니 ‘태도가 우량하고 싸우면 이긴다’는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 말은 시 주석의 말을 패러디한 것이다. 시 주석은 2013년 당 대회에서 강력한 군대 양성을 강조하며 “당의 지휘를 따르면서 싸우면 이기고 태도가 우량한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 발언은 시진핑 어록 등에 실리며 공산당원 교육이나 대학생들의 사상 학습 교재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리하오스의 코미디 발언은 입양한 강아지를 중국 인민해방군에 비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시는 “인민군은 국가 안보와 인민의 안녕을 지키는 강인한 수호자로 인민군의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인민군 장병에 대한 인민 대중의 깊은 애정에 상처를 주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인민군을 웃음거리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3연임 후 첫 ‘톈안먼 기념일’ 앞두고 통제중국 당국이 코미디언의 패러디 발언을 문제 삼아 강력하게 제재하고 나선 것은 최근 간첩 색출 등에 적극 나서며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2021년 5월 상하이에서 체포된 중국 유명 블로거 롼샤오환(阮曉寰·45)도 국가정권 전복선동죄로 최근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정치 전문가들은 보름 앞으로 다가온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이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작 이후 처음 맞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대학생들이 벌인 ‘백지 시위’에서 ‘시진핑 퇴진’ ‘공산당 퇴진’ 등의 구호가 등장한 바 있어 중국공산당으로선 이 같은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국 당국은 중국인은 물론이고 중국에 있는 외국인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중국인들보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관련 자료 접촉이 상대적으로 쉽고 이를 중국 내에 전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쑤저우 법원은 15일 간첩 혐의로 기소된 미국 시민권자 량청윈(梁成運·78)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1년 체포된 그에게 갑자기 이날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은 외국인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2020년 8월 체포돼 아직도 재판 중인 중국중앙(CC)TV 영어방송 채널 CGTN의 간판 앵커 청레이(47)에 대한 판결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호주인인 청레이는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내에선 청레이가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 도심의 한국문화원을 찾았다. 이달 2일까지 문화원 내 한국영화전용관에서는 ‘헌트’ ‘범죄도시2’ ‘브로커’ ‘군함도’ ‘모가디슈’ ‘자산어보’ 등 총 15편의 한국 영화가 상영됐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후 중국이 소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통해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등 ‘K콘텐츠’에 전방위적 규제를 가한 데다 언제쯤 이 규제가 풀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일반 극장은 아니라 해도 오랜만에 한국 영화 상영이 이뤄진 것이다.》 ‘신과 함께: 죄와 벌’을 재미있게 봤다는 대학생 양샤오위 씨는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그간 극장에서 볼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 더 많은 한국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관람객 천모 씨는 “한중 관계가 좋지 않아 한국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한중 문화 교류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K콘텐츠에 대한 中관심 한국문화원에서 상영된 이 15편의 영화는 중국의 정식 수입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다만 외국 공관에서 비영리 목적으로 영화를 상영하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사전 예약만 필요할 뿐 관람료 또한 무료였다. 당초 문화원 내에서는 “한중 관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 중국 관객이 주변 시선을 우려해 한국 영화 관람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과는 ‘흥행 대성공’이었다. 몇몇 작품에는 예약도 하지 않고 현장에 찾아온 일부 관객들까지 몰렸다. 관객들은 전용관 앞쪽에 마련된 ‘한국 배우 200인 사진전’ 또한 관람하면서 좋아하는 배우에 관한 정보를 얻어 갔다. 각 배우 사진 하단에 설치된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해당 배우의 주요 작품 등 프로필이 중국어와 한국어로 소개됐다. 영화 개봉을 주도한 정민영 영화진흥위원회 중국사무소 소장은 “그간 한국 영화를 기다린 중국인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이번에 비정기적으로 상영했지만 이르면 다음 달부터는 주 1회 정기적으로 한국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심은 앞서 2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국영화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무료 상영인데도 암표가 등장할 정도로 관객의 호응이 뜨거웠다. 또 티켓 발매 5분도 안 돼 모든 표가 매진되기도 했다. 한한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여전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포기할 수 없는 中시장 중국은 한국 영화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영화의 중국 수출액은 839만 달러(약 112억4000만 원)로 국가별 수출액 1위였다. 2019년(117만 달러), 2020년(244만 달러)과 비교해도 크게 성장했다. 한한령 여파 등으로 한국 영화의 상영은 어렵지만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리메이크 판권’ 수출이 급증한 덕을 톡톡히 봤다. 박보영과 김영광이 주연한 영화 ‘너의 결혼식’은 2021년 중국에서 리메이크돼 7억 위안(약 1342억3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중국 배우 탕웨이가 출연하고 남편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원더랜드’ 또한 2021년 중국에 판권이 팔렸다. 한국 2030세대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도 조만간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빠르면 올해 개봉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J CGV는 중국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CGV는 현재 중국 본토에 135개, 홍콩 및 마카오에 2개 등 총 137개의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방역 규제가 해제되면서 극장을 찾는 관람객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 CGV의 올해 실적 또한 상당한 호조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국 콘텐츠의 동반 성장도 눈에 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은 중국에서 5132만 달러(약 668억 원)어치 팔렸다. 일본 8402만 달러(약 1126억 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K팝 음반 수입량이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K콘텐츠 유통을 규제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젊은 세대는 문화 상품의 국적을 따지지 않고 K콘텐츠를 활발히 소비하고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사임당, 빛의 일기’를 시작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태원 클라쓰’ 등 16개 작품이 줄줄이 현지 TV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풀렸다.中 진출 재개 쉽지 않아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확인됐지만 중국 극장에서 언제쯤 한국 영화를 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이로 인한 한중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영화전용관 개관식 행사가 열렸을 때도 중국 정부 관계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드 사태 후 유일하게 원로 배우 나문희가 주연한 영화 ‘오! 문희’가 2021년 12월 개봉됐지만 이후 추가 개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적지 않은 한국 영화가 중국 당국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빈부 격차, 양극화 등을 주제로 삼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홍콩에서는 ‘상류기생족’이란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본토에서는 언제 상영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이에 불법 경로로 ‘기생충’을 이미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 “중국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 제한이 너무 많다. 오로지 애국주의 영화만 검열을 통과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 콘텐츠의 대다수가 중국 내 불법 경로를 통해 소비되고 있다는 점 또한 우려를 낳는다. 한국 신작 영화와 드라마는 중국 내 불법 온라인 사이트와 불법 DVD 시장에서 최고 인기다. 중국이 미국 OTT인 넷플릭스를 규제해 중국에서는 넷플릭스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인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을 모르는 중국 젊은이는 거의 없다. 모두 불법으로 콘텐츠를 시청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적절한 K콘텐츠 소비 방식을 개선하는 것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 현지의 관심과 수요는 충분히 확인됐다. 한중 관계라는 변수 때문에 지금 당장 족쇄가 풀리기는 어렵다 해도 해제를 대비해 한국 정부와 문화 콘텐츠 업계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내 불법 콘텐츠 유통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중국이 불법 콘텐츠 적발에 앞장서도록 한국 정부가 중국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17일 친중 성향의 야당 국민당은 경찰청장 출신의 허우유이(侯友宜·66) 신베이 시장을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반중 성향의 집권 민진당은 지난달 12일 라이칭더(賴淸德·64) 부총통을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240일간 라이 부총통과 허우 시장이 2300만 국민의 선택을 놓고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 이번 대선은 미국 등 서방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도 띠고 있다. 1996년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이후 27년 만에 전직 총리 자격으로 대만을 찾은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17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중국의 경제 압박에 맞서기 위해 ‘경제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창설해야 한다”며 서방의 대만 지원을 촉구했다. ● 경찰 출신 허우 vs 의사 출신 라이17일 대만 쯔유(自由)시보 등에 따르면 이날 국민당 중앙상임위원회는 허우 시장을 내년 대선후보로 확정했다. 허우 후보는 대만 최고 부호로 꼽히는 궈타이밍(郭臺銘·73) 폭스콘 창업자 등과 경합을 벌인 끝에 당의 낙점을 받았다. 민진당과 국민당은 모두 당원의 직접투표가 아니라 당 중앙조직이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허우 후보는 한국 경찰대와 비슷한 중앙경찰대를 졸업한 후 경찰청장까지 지냈다. 은퇴 직후 국민당에 가입해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의 부시장, 시장을 역임했다. 아내와 세 딸을 두고 있다. 장남을 버스 화재 사고로 잃은 아픈 경험이 있다. 그는 중국의 힘을 인정해야 하며 특히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실용 노선을 추구한다.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 면모를 강조하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만해협의 전쟁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난한 광부의 아들인 라이 부총통은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민진당의 지지 기반인 남부 타이난 등에서 의사 생활을 하다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타이난 시장, 총리 격인 행정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달 후보 수락 연설 때 “대만은 세계 민주주의의 최우수선수(MVP)”라며 중국과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앞선다. 국민당 후보가 확정되기 전인 이달 8, 9일 대만여론재단(TPOF)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라이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라이 후보는 35.8%, 허우 후보는 27.6%의 지지를 얻었다. 궈 창업자가 향후 허우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궈 창업자는 2020년 대선 때도 국민당 경선에 도전했다. 후보로 선출되지 못하자 탈당했지만 최종 출마를 포기하고 재입당했다. ● 트러스 “대만 지원” vs 中 “한물간 정치인” 대만을 둘러싼 서방과 중국의 대립 또한 격화하고 있다. 16∼20일 대만을 찾은 트러스 전 총리는 17일 “중국의 공세에 맞서 대만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그는 기후변화 의제 등에서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방 인사가 많다고 비판했다. 겉으로는 문화기관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란 의혹을 받는 공자학원을 영국 내에서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시쿤(游錫堃) 대만 입법원장도 16일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한 ‘초승달 방어선’을 구축했다며 “인도태평양 평화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15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만나 미국의 무기 지원을 논의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트러스 전 총리는 ‘한물간 정치인(過氣政客)’”이라며 그가 사리사욕을 위해 대만을 거론한다고 폄훼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지난달 초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미 본토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트러스 전 총리의 대만 방문을 구실 삼아 ‘대만 봉쇄’ 무력 시위를 벌일 가능성을 제기한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대만의 입법원장(국회의장)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의원들과 대만에 대한 무기지원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누구를 만났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유시쿤(游錫堃) 대만 입법원장은 이날 미 국회의사당을 찾아 미국의 대만에 대한 5억 달러(약 6600억 원) 규모의 무기 지원 계획을 논의했다. 다만 유 입법원장이 누구를 만났는지는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대만에 대한 5억 달러 무기 지원은 그동안 미 하원의 미중 전략경쟁특위가 논의해 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유 입법원장은 해당 특위 소속 의원들과 회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중 강경파인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났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20년 2월부터 입법원장에 오른 유시쿤은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창립 멤버로 2002∼2005년 행정원장(총리), 2006∼2007년 민진당 주석을 지냈다. 유 입법원장의 이번 방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무기를 대만에 이양하기 위해 대통령 집행 권한(PDA) 발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나왔다. 당국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원안을 이르면 이번 주 승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대만은 미국에 조속한 무기 인도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달 초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매카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빌미로 중국이 사실상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이크 갤러거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최근 성명을 통해 “중국의 잠재적인 침공을 막기 위해 대만을 완전무장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대만과 약속한 무기 지원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면서 “이외에도 양국 간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등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그 동안 관영 매체들을 통해 미국의 무기 지원 계획이 대만을 한층 더 ‘화약고’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번 유 입법원장의 방미를 통한 무기 지원 논의에 대해서도 거칠게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손준호(31·사진)가 구금 상태로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주중 한국대사관 측이 15일 밝혔다. 그는 12일 상하이 공항에서 출국하려다 랴오닝성 공안에 체포됐다. 소속 팀의 승부 조작 의혹에 휘말린 것으로 보인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랴오닝성 당국이 손 선수를 구금 상태에서 조사하고 있다. 관할 지역의 영사가 필요한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승부 조작과 뇌물 수수 등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겠다며 강도 높은 사정을 벌이고 있다. 산둥 타이산에서는 올 3월 조선족 출신 진징다오 선수가 승부 조작 및 불법 도박 혐의로 체포됐다. 하오웨이 감독 또한 승부 조작을 포함한 비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손준호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에이전트 박대연 NEST스포츠 대표는 “하오 감독에게 청탁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팀의 간판인 그가 뭐가 아쉬워서 청탁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 에이전트 이영중 이반스포츠 대표 역시 “국가대표 출신인 만큼 축구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 선수가 억울한 측면이 있다면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선수의 부친 손상태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3일 아들이 조사받으러 갔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다. 이후 직접 연락이 온 적이 없어 피가 바짝 마른다”고 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중국식 사회 통제가 홍콩에서도 확산되면서 홍콩의 공공도서관에서 사회 비판적인 학자들의 저서가 한꺼번에 자취를 감췄다. 중국이 금기시하는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관련 자료도 홍콩 공공도서관에서 단 1건만 검색되는 등 중국의 ‘민주화 흔적 지우기’ 작업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간첩 혐의를 받는 미국 시민권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등 강력한 공안정국이 조성되고 있다. 15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최근 홍콩 공공도서관에서 선쉬후이(沈旭暉), 우아이이(吳靄儀), 마웨(馬嶽), 팡즈헝(方志恒) 등 정치·사회학자 4명의 저서가 일시에 사라졌다. 선쉬후이는 홍콩중원대 교수로 일하다가 대만으로 건너간 반중 성향의 국제관계학자다. 다른 학자들도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퇴출된 이 학자들의 저서는 ‘홍콩 자유주의의 위기’ ‘비판적 교육이 신세대 청소년을 만든다’ ‘1980년대 홍콩 민주주의 운동’ 등이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관련 자료도 삭제되고 있다. 이날 홍콩 밍(明)보는 “홍콩 공공도서관에 지난달 말까지 톈안먼 민주화 시위 자료는 최소 46건이 남아 있었다”면서 “14일 기준 단 1개만 검색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대출 불가로 안내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홍콩 당국은 “공공도서관의 취지에 맞지 않는 도서를 수시로 점검해 퇴출시킬 것”이라며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홍콩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콘텐츠는 즉시 삭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간첩 혐의를 받는 인사들이 잇달아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쑤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량청윈(梁成運·78)에 대해 공개 재판을 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미국 시민권자로 홍콩에 거주 중인 그는 2021년 4월 15일 국가안전국에 체포됐다. 중국의 유명 블로거인 롼샤오환(阮曉寰)도 최근 국가정권 전복·선동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은 이들의 구체적인 위법 행위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채 간첩 혐의로 중형을 받은 사실만 공개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8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다. 이번 회담은 2월 초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전격 연기된 이후 3개월여 만에 이뤄진 최고위급 회담이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갈등 완화를 위해 중국에 ‘대화 시그널’을 보내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중 정상 간 전화 통화가 곧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전날부터 이틀간 왕 위원과 빈에서 회담했다. 두 사람은 미중 관계와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미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왕 위원에게 “미중이 경쟁 관계에 있지만 이것이 갈등이나 충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2일 “왕 위원이 대만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전략적인 대화 채널을 잘 활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美가 먼저 대화 손짓… 中 “뒤로는 계속 압박” 갈등 불씨 설리번-왕이 8시간 회동정찰풍선 사태 석달만에 고위급회담美 “경쟁이 충돌-갈등 의미하진 않아”中 “주권-안보 훼손행위 중단해야” 미중 외교안보 사령탑인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위원의 8시간 넘는 회동으로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정상 간 전화 통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정상 간 대화 내용을 조율하기 위한 최종 단계로 두 사람이 서둘러 만났다는 얘기다. 먼저 관계 개선의 군불을 때는 곳은 미국이다. 8일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 등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한 유화적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달 말에는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만날 예정이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 간 회담 성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미국 측이 국방장관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현 제재 대상인 리 부장에 대해 “제재를 풀라”는 중국 측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은 일정 부분 미국에 화답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개월째 공석인 주미 중국대사가 이달 안에 미국에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와 동시에 “우리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라”고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과 소통을 원하면서도 뒤로는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중국의 이익과 레드라인을 존중하며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12일 “미국이 중국을 억압하면서 대화 의사를 표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왕 대변인은 또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제적 협박에 대해 가장 먼저 성토당해야 하는 쪽은 미국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반복적으로 확장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다른 나라 기업에 불공평한 조치를 취했다. 이 행위는 시장경제와 공평한 경쟁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8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다. 2월 초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이후 처음 이뤄진 최고위급 회동이다. 이번 회담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갈등 완화를 위해 중국에 ‘대화 시그널’을 보내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전날부터 이틀간 왕 위원과 빈에서 회담했다. 두 사람은 이틀간 8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다고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이번 회담은 정찰풍선 사태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전격 연기된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미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왕 위원에게 “미중이 경쟁 관계에 있지만 이것이 갈등이나 충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함이 없으며 대만 해협에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2일 “왕 위원이 대만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면서 “설리번 보좌관과 전략적인 대화 채널을 계속해서 잘 활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에 갈등 완화를 위한 신호를 보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정상 전화통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8일에는 니콜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가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달 말에는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만날 예정이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샹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간 회담 성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은 일정 부분 미국에 화답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개월 째 공석인 주미 중국 대사가 이달 안에 미국에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동시에 “우리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라”고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과 소통을 원하면서도 뒤로는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중국의 이익과 레드라인을 존중하며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12일 “미국이 중국을 억압하면서 대화 의사를 표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대표하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일본에서 중국으로의 대만 반환이 재확인된 1945년 7월 ‘포츠담 선언’의 현장을 찾아 “대만 통일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 영국, 중국 등은 1943년 ‘카이로 선언’을 통해 일본의 무조건 항복 및 점령지 반환을 합의했고 2년 후 포츠담 선언을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친 부장은 10일 이 선언이 이뤄진 독일 수도 베를린 인근 포츠담의 체칠리엔호프 궁전을 방문해 “포츠담 선언은 대만을 포함해 일본이 빼앗은 중국 영토를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는 카이로 선언의 규정을 재확인했다”며 “이는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의 중대한 성과이자 3500만 명 중국군의 생명, 피와 맞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명록에도 ‘전후(戰後) 국제질서를 수호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며 중국의 국가 통일을 실현할 것’이라고 썼다. 특히 친 부장은 “당시 포츠담 선언의 초안을 만든 미국이 오늘날 이를 뒷전으로 미룬 채 대만의 독립과 분열을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또 “중국 인민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대만을 독립시켜 국제 질서와 역사에 역행하는 시도는 반드시 막다른 골목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츠담 선언 당시 미국, 영국, 중국의 지도자는 각각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장제스(蔣介石) 중화민국 초대 총통이었다. 장 주석은 1945년 8월 일본의 항복 이후 중국공산당과의 치열한 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물러났다. 이에 친 부장이 포츠담에서 대만 통일 의지를 피력한 것이 오히려 대만의 위상만 높여준 ‘헛발질’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친 부장은 같은 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거듭 자처하며 독일, 미국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를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전쟁을 더 끄는 것은 더 많은 고난을 초래할 뿐”이라며 “하루빨리 휴전하고 대화를 통해 정치적 해결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대표하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일본에서 중국으로의 대만 반환이 재확인된 1945년 7월 ‘포츠담 선언’의 현장을 찾아 “대만 통일을 반드시 실현히겠다”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 영국, 중국 등은 1943년 ‘카이로 선언’을 통해 일본의 무조건 항복 및 점령지 반환을 합의했고 2년 후 포츠담 선언을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친 부장은 10일 이 선언이 이뤄진 독일 수도 베를린 인근 포츠담의 체칠리엔호프 궁전을 방문해 “포츠담 선언은 대만을 포함해 일본이 빼앗은 중국 영토를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는 카이로 선언의 규정을 재확인했다”며 “이는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의 중대한 성과이자 3500만 명 중국군의 생명, 피와 맞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명록에도 ‘전후(戰後) 국제질서를 수호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며 중국의 국가 통일을 실현할 것’이라고 썼다. 특히 친 부장은 “당시 포츠담 선언의 초안을 만든 미국이 오늘날 이를 뒷전으로 미룬 채 대만의 독립과 분열을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또 “중국 인민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대만을 독립시켜 국제 질서와 역사에 역행하는 시도는 반드시 막다른 골목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츠담 선언 당시 미국, 영국, 중국의 지도자는 각각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장제스(蔣介石) 중화민국 주석이었다. 장 주석은 1945년 8월 일본의 항복 이후 중국공산당과의 치열한 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물러났다. 이에 친 부장이 포츠담에서 대만 통일 의지를 피력한 것이 오히려 대만의 위상만 높여준 ‘헛발질’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친 부장은 같은 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거듭 자처하며 독일, 미국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를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전쟁을 더 끄는 것은 더 많은 고난을 초래할 뿐”이라며 “하루빨리 휴전하고 대화를 통해 정치적 해결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