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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이 돌아왔다.” 배우 이민호 김수현 옥택연 지창욱 등 2년 전 국방의 의무를 위해 연병장으로 떠났던 스타들이 연달아 제대하며 복귀를 알리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20, 30대 주연급 남자 배우 기근에 시달렸던 방송가에서는 이들의 귀환을 반기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복귀한 이는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강하늘이다. 강하늘은 ‘사랑이면 다 된다’는 신념으로 저돌적인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촌므파탈’(촌스러움과 치명적인 남자를 뜻하는 옴므파탈의 합성어) 황용식 역을 맡았다. 소속사인 샘컴퍼니 관계자는 “말년휴가를 나온 강하늘이 여러 대본을 검토하던 중 투박하지만 솔직한 감정이 묻어난 ‘동백꽃…’의 대사에 끌려 선택했다”고 말했다. 시청률 6%로 출발한 ‘동백꽃…’은 방송 3회 만에 10%대로 진입했고 최근 16%를 넘었다. 내년에 방영될 예정인 방송사 대작에도 제대한 스타들이 주연을 꿰찼다. 이민호는 내년 3월 SBS에서 방영하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킹: 영원한 군주’로 복귀한다. ‘더 킹…’은 평행세계가 있다는 전제하에 두 세계를 잇는 문을 닫으려는 대한민국 황제 이곤(이민호)과 형사(김고은)가 공조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올해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복귀 소식을 알린 이민호는 “로맨스의 끝판왕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이 작품을 계기로 부지런히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민호는 김은숙 작가의 전작 SBS ‘상속자들’을 통해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한류스타로 성장한 만큼 김 작가와의 재회에 관심이 쏠린다.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 스타가 된 김수현은 내년 편성 예정인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출연을 검토 중이다. ‘사이코…’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상처투성이 주인공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김수현은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 역을 제안 받았다. 김수현은 지난달 종영한 tvN ‘호텔 델루나’ 마지막회 에필로그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해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tvN 관계자는 “김수현 씨가 새 호텔인 ‘블루문’ 주인으로 출연해 단 한 줄의 대사를 했는데도 김수현 판 시즌2에 대한 문의가 엄청 많았다”고 말했다. 옥택연도 내년 1월 방영하는 MBC 드라마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의 주인공으로 돌아온다. 옥택연은 강력반 형사 서준영(이연희)과 함께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예언가 태평 역을 맡았다. 지창욱은 현재 방영중인 tvN ‘날 녹여줘’에 출연 중이며 드라마 ‘미생’의 임시완은 6일 종영한 OCN ‘타인은 지옥이다’로 시청자 앞에 섰다.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은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출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남자 배우의 캐스팅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한류스타들이 대거 복귀해 해외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계도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 광고기획사 관계자는 “제대한 배우들은 드라마, 영화로 존재감을 재입증한 뒤 광고주의 러브콜을 받는다. ‘동백꽃…’으로 복귀한 강하늘이 대표적이다. 모델에 대한 선택지가 넓어져 반갑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창고에 갇힌 채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학교에 가지도 못하던 찬언이는 자신의 손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얼마 되지 않아 몸 전체가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돼 버린 찬언이는 자신을 학대하던 ‘트집마녀’(계모)의 손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찬언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학대당한 영석이와 사라 역시 투명인간이 됐다. 어른들에게 학대받은 세 아이는 사회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선생님, 의례적인 확인만 하고 돌아서는 경찰, 선뜻 참견하려 들지 않는 주변 어른들….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아이들은 마치 존재 자체가 지워진 듯 취급당했다. 그런 아이들은 존재가 희미해지다 못해 투명인간이 돼 버렸다. 아이들은 모험에 나선다. 투명인간이 된 상황을 이용해 나쁜 어른들과 트집마녀를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둔다. 세 아이는 결국 어른들의 도움 없이 아동 학대를 고발하는 데 성공한다. 저자는 투명인간 판타지를 이용해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자칫 어둡게만 그려질 수 있는 사회 문제를 투명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다. 아이들이 반성할 줄 모르는 어른들에게 복수를 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그 과정에서 드러난 아동학대의 실상은 우리 사회를 무겁게 돌아보게 만든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자유형 플립 턴(flip turn)을 연습하실 때에는 수영장 킥 판을 이용해 보세요. 킥 판에 양손을 짚은 채로 머리, 허리, 발 순서로 360도 회전하시면 됩니다.”(유튜브 수영강좌 채널 ‘다래풀 Darae Pool’의 국가대표가 알려주는 수영 꿀팁 자유형 플립 턴 클래스 편) 워킹맘 임지애 씨(32)는 요즘 유튜브로 수영을 배운다. 점심시간 막간을 이용해 수영장에 가기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정다래의 유튜브 채널(구독자 7만6500명)에 올라온 강습 영상을 보며 동작을 익힌다. ‘육퇴(육아 퇴근)’ 이후엔 틈틈이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 손연재의 유튜브 채널 ‘연재월드 Sonyeonjae’(구독자 3만2000명)를 시청한다. 손 씨가 올린 리듬체조를 바탕에 둔 홈 트레이닝 영상을 보며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을 따라 한다. 최근 ‘홈트족’(홈 트레이닝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국대(국가대표) 유튜브 채널’이 각광받고 있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톱 스포츠스타로부터 ‘고퀄리티’ 노하우를 무료로 전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수영이나 축구는 물론이고 쉽게 접하기 힘든 복싱, 배드민턴, 탁구 등 다양한 종목을 골라 볼 수 있단 점도 만족도가 높다. 요즘 ‘힙’한 채널은 자전거 동호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 사이클 금메달리스트인 박선호 전 국가대표가 방송하는데 구독자가 현재 6만3500명이다.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유도 동메달을 획득한 조준호의 ‘Hanpan(한판) TV’(5만2100명)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인 이용대의 ‘이용대의 B-Connect’(1만9300명)도 화제다. 탁구 국가대표였던 김정훈의 ‘국가대표 김정훈 탁구클럽’(2만9300명)도 요즘 관심이 높다. 홈 트레이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6년 초반만 해도 아마추어 운동가들의 홈트 채널이 대다수였다. 그렇다 보니 잘못된 정보가 범람해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은 실제 선수 출신들이 개인방송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박선호 씨도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올린 영상에서 잘못된 운동법이나 훈련법이 많이 눈에 띄었다”며 “제대로 된 자전거 타는 법을 알리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대 출신 유튜브 채널은 체육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엘리트체육 중심인 국내 스포츠계에서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KBK Football TV’(구독자 3만2400명)를 운영하는 K리그 울산현대축구단의 김보경 선수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는데 점점 일반인들도 (영상 속 내 훈련법을) 따라 한다”며 “최근에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자막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대 출신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자 대한체육회는 최근 아예 현직 국가대표 선수를 대상으로 ‘나도 유튜버’ 공모전을 실시하기도 했다. 여기서 김잔디 이아름 박혜진(태권도), 서희주(우슈), 김형규 선수(복싱)가 ‘국대 TV’ 유튜버로 선정됐다. 이들은 선수촌 생활이나 훈련 과정 등을 소개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김정은 kimje@donga.com·정윤철 기자}

‘1인 미디어’가 각광받는 시대에 발맞춰 연예인들이 ‘유튜버’로 변신하고 있다. 개그맨부터 배우까지 TV와 스크린을 벗어나 1인 방송채널에서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서로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민낯’을 보여주는가 하면, 전문 유튜버 못잖은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기 유튜버가 남부럽지 않은 ‘셀럽’이 되는 시대. 역으로 공세에 나선 스타들을 살펴봤다.○ 시시콜콜 일상형 누구나 공감할 만한 평범한 일상을 소개하는 유형이다. 아무래도 여배우들이 많다. 도도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가진 이들인지라, 더욱 반응이 뜨겁다. 이 유형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배우 한예슬. 그는 지난달 4일 유튜브 채널 ‘한예슬 is’를 개설하며 “브라운관에서 보이지 않는, 인간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채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평상시 하는 메이크업이라든가, 휴일에 네일아트를 받고 운동하는 영상들을 올렸다. 여러 영상이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겼고, 한 달여 만에 구독자는 45만 명을 돌파했다. 배우 신세경은 한발 더 나아갔다. 유튜브 채널 ‘신세경 sjkuksee’에 친구를 만나거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소소한’ 일상을 주로 담는다. 게다가 혼자 영상의 주제를 선정한 뒤 촬영과 편집도 스스로 한다. 구독자 수는 66만8000명에 이른다. 이하늬(이하늬 Hanee Lee)와 천우희(천우희의 희희낙락), 아이유(이지금), 태연(탱구TV), 지창욱(지창욱.Jichangwook) 등도 이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 뺨치는 정보 전달형 물론 부동산이나 주식 정보 쪽은 아니다. 아무래도 연예인의 강점을 살린 ‘뷰티’나 ‘패션’ 쪽이 많다.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뷰티채널 ‘Leesuhyun’이 유명하다. 구독자 수는 무려 124만. 유튜버 활동 전부터 여러 인터뷰에서 ‘뷰티 유튜버’를 제2의 꿈으로 꼽았다고 한다. 메이크업 영상이 다수지만 자작곡 및 작업실, 처음 구매한 자동차 등을 깜짝 공개하며 재미를 더한다. 한지민 임수정 이효리 등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한혜연은 채널 ‘슈스스TV’로 팬들과 만난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부터 스파(SPA) 브랜드의 다양한 패션 아이템 리뷰를 비롯해 각종 ‘패션 꿀팁’을 전한다. 구독자는 약 69만 명. 그가 추천한 몇몇 패션 아이템은 방송 직후 품절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 밖에도 기상캐스터 출신 박은지(Egee Beauty), 걸그룹 ‘에프엑스’ 루나(루나의 알파벳 Luna′s Alphabet), 개그맨 김기수(kimkisoo) 등도 뷰티 채널로 유명하다.○ 취미·경험 살린 ‘성덕’(성공한 덕후)형 일상 공개형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한 취미 생활이나 육아 경험을 깊이 파고들어 공감대를 높이는 경우다. 게임 마니아로 유명한 ‘젝스키스’ 은지원(G-Zone)과 개그맨 유상무(유상무TV), 김기열(김기열), 유민상(개그맨유민상) 등은 게임 방송 위주의 유튜브 채널로 팬들과 소통한다. 올라오는 영상도 주로 게임 영상이다. 방송인 김나영(nofilterTV), 아나운서 문지애(애TV) 등은 워킹맘이란 특징을 살렸다. 김나영은 자녀들의 일상과 함께 자신의 육아 팁을 전한다. 문지애는 ‘동화책 읽어주는 엄마’란 콘셉트로 육아맘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권규원 유튜브 파트너쉽팀 매니저는 “연예인 크리에이터 채널은 명확한 콘셉트, 탄탄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이야기를 전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스리랑카에선 배우자가 아닌 이성이 옆에 앉으면 안 된다. 이상한 소문이 금세 나돌기 때문이다. 신분제도인 카스트의 영향으로 아직까지도 서로 다른 계급 간의 결혼은 피한다. 36년 8개월간 기자로 일한 저자가 정년퇴직 뒤 2년간 스리랑카에서 생활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국제협력단 일반 봉사단원 자격으로 스리랑카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저자는 스리랑카 사람들의 인사 예절과 언어 습관, 담뱃값과 달걀값, 학생들의 헤어스타일, 교실 풍경, 독특한 회의 문화부터 결혼, 장례, 축제, 종교에 이르기까지 진짜 스리랑카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저자가 완벽하지 않은 상할라어를 구사하며 현지인과 직접 몸으로 부딪쳐 정보를 얻고 확인하는 어설픈 과정도 포함돼 있다. 책에는 문답식 따옴표가 많다. 저자가 스리랑카에서 만난 교사, 학생, 시장 상인, 버스 운전사, 스님 등 다양한 현지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얻은 정보를 담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야기는 생생하고 다채롭다. 무교인 저자가 불교의 나라 스리랑카에서 느낀 비합리성과 합리성에 대한 관찰이 절묘하게 섞여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에피소드가 짧은 호흡으로 담겨 있다는 점이다. 단숨에 읽히는 속도감이 상당하다. 책에 담긴 다양한 스리랑카 사람들의 사진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KBS가 자사 여기자 성희롱 논란을 빚은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 양승동 KBS 사장은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 “(알릴레오 성희롱 사건 관련) 법리 검토를 했고, 이르면 내일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한 KBS 입장은 보도본부 사회부 중심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번 성희롱 논란과 관련 KBS의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일개 유튜버한테 기자가 성희롱을 당한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 아무 조치가 없다”며 “유 이사장이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니까 거기에 알아서 머리 숙이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도 “이 사건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20년 동안 법조를 출입해 온 여성 기자 전체의 문제”라며 “법조 출입 기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취재하는지에 대해 수많은 세간의 억측과 선입견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사안”라고 강조한 뒤 KBS 의 적절한 대응을 주문했다. KBS 내부에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6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과의 뜻을 밝힌 것도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 노동조합(1노조)은 문자 사과가 아니라 기자회견 혹은 방송으로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출연패널의 발언이 문제가 됐지만, 이를 사실상 방관한 유 이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유 이사장은 100만 명의 구독자가 지켜보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제대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측은 15일 방송분 가운데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해 올린 상태다. 하지만 방송 직후 성희롱 당한 기자의 실명과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2차 가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6일 비판 성명을 낸 한국여기자협회(회장 김균미)도 유 이사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김 회장은 “여기자협회는 당사자들의 책임 있는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며 “유 이사장은 사과문 배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식으로 사과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펭수는 2030의 뽀로로다.” 뽀로로가 영유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펭수는 20, 3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펭수는 EBS가 4월부터 EBS1채널과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에서 선보인 키 210cm의 펭귄 캐릭터다. 기획 당시 펭수는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제작됐다. 크리에이터 꿈을 가진 펭수가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트렌드, 고민 등을 공유하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편성 시간도 초등학생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 ‘톡!톡! 보니하니’의 10분짜리 코너인 ‘자이언트 펭 TV’로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펭수의 진가는 20, 30대 사이에서 발휘됐다. 펭수가 초등학교를 찾아간 동영상이 올라오면 ‘우리 회사에도 와 달라’는 댓글이 빗발치고, ‘펭수 때문에 고3 수험생 때도 안 본 EBS 채널을 퇴근길에 챙겨본다’ ‘30대 동년배들 상당수가 펭수 팬’이란 반응이 이어진다. 20, 30대가 펭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자이언트 펭 TV’를 연출한 이슬예나 PD는 “직장 생활에 지친 20, 30대 사회 초년병들이 펭수의 돌직구 발언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펭수의 말과 행동에는 거침이 없다. 스스로 EBS 연습생 신분임을 자처하지만 EBS 김명중 사장 이름을 시도 때도 없이 언급한다거나 “못해먹겠다. EBS에서 잘리면 KBS에 가겠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펭수의 이직 선언(?)이 화제가 되자 KBS 공식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언제든 오라”며 러브콜을 보냈고,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은 펭수를 게스트로 출연시키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꼰대 문화에 반기를 든 젊은 세대들에게 펭수의 말과 행동은 통쾌함 그 자체”라며 “특히 주로 교육 콘텐츠를 내놓는 EBS에서 반항적인 캐릭터를 내놓은 것도 반전의 재미를 줬다”고 분석했다. 펭수를 향한 20, 30대의 사랑은 EBS의 편성표까지 움직였다. EBS가 최근 가을 개편을 통해 ‘자이언트 펭 TV’를 ‘톡!톡! 보니하니’에서 떼어내 금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20분간 독립시켰다. 아직 이름도, 얼굴도 비밀에 부쳐진 펭수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변에서 뽀로로 선배와 비교를 많이 해요. 근데 전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뛰어넘어야 할 건 저 자신이니까요. 그리고 김명중 사장님은 제가 이름을 언급하는 걸 은근 재밌어 하시는 거 같아요. 하하.”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3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이 상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와 동아일보사는 매년 인촌 선생의 탄생일(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날 수상자인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교육) △한강 소설가(언론·문화)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인문·사회) △박병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과학·기술)는 각각 상장과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수상자 공적은 9월 5일자 A8면 참조 이용훈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3·1운동의 책원지’였던 중앙학교의 교주 인촌 선생은 동료들에게 ‘성실, 정려, 근면’을 당부했다”며 “어려움을 무릅쓰고 남다른 열정과 신념으로 업적을 쌓으며 사회에 보탬이 된 수상자 네 분이 더욱 역량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축사에서 “수상자들은 인촌 선생이 평생을 추구한 애국애족 정신과 민족자강에 부합하는 존경받는 분들”이라며 “국제적으로도 큰 업적을 남기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안병영 인촌상운영위원회 위원장이 수상자 선정 경위를 보고했다. 앞서 인촌상운영위는 외부 심사위원 15명을 위촉하고, 7월부터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수상자를 확정했다. 국내 대표적 교육철학자이자 현장까지 아우른 학자로 꼽히는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82)는 “민족의 역량을 키우고자 여러 학교를 세운 인촌 선생의 위업을 기리는 상을 받을 만한지 스스로 돌이켜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며 “적지 않은 나이지만 오늘 수상을 계기로 교육철학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작품을 통해 역사와 폭력성을 비롯한 인간 근원의 문제를 성찰해 온 한강 소설가는 최근 ‘책을 계속 써 달라’는 독자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한 소설가는 “자전거를 배울 때 균형을 잡고 달리는 것만 알게 되면 방향은 자연스럽게 틀 수 있었던 경험이 떠올랐다”며 “자전거처럼 마음이 기우는 대로 삶이 흘러가기를 바라며 10년 이상, 허락된다면 그보다 더 오래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의 선구자이자 몽골제국사 연구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64)는 “은사인 고 민두기 교수께서는 추상같은 엄격함으로 제자들을 이끌어주셨고, 아내는 아름다운 청춘의 나날을 저를 위해 희생했다. 이처럼 큰 상을 받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 통계학자 가운데 한 명인 박병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58)는 “데이터과학 시대는 통계학이 또 다른 차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오늘 수상은 통계학을 한층 발전시키라는 격려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학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각계 인사 약 300명이 참석했으며, 올해와 지난해 동아뮤지컬콩쿠르 수상자인 장민제 이현지 씨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 주요 참석자 명단 ▽정·관·법조계=고건 전 국무총리, 김종훈 변호사, 송상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장, 이광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학계·교육계=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공정식 고려대 관리처장, 권순달 수원대 교수, 권재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김규태 고려대 디지털정보처장,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 김동기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김병준 강남대 교수, 김병철 전 고려대 총장, 김상호 고려대 입학홍보처장, 김성훈 동국대 교수, 김승환 포스텍 교수, 김영 고려대 세종부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김우철 서울대 명예교수,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 김정호 고려대 국제처장, 김종필 중앙고 교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 김흔 전 중앙고 행정실장, 나홍석 고려사이버대 기획홍보처장, 박규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 박대하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장, 박영국 경희대 총장 직무대행, 박지향 서울대 명예교수, 박찬욱 전 서울대 총장직무대리, 박희등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반웅렬 고대부중 교감, 백순근 서울대 교수, 백승필 고려대 세종산학협력단장,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 서문경애 고려대 간호대학장, 석영중 고려대 도서관장, 송창범 고대부중 교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 안동준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장, 안효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양재룡 우송대 교수, 우용재 서울대 교수, 유재봉 성균관대 교수,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유진희 고려대 교무부총장,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 윤영철 연세대 미래캠퍼스 부총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이기열 고려대 연구교학처장, 이기형 고려대 의무부총장, 이남진 고대부고 교감, 이성균 울산대 교수, 이용균 중앙고 교감, 이윤미 홍익대 교수, 이윤정 고려대 연구처장, 이의길 고려사이버대 연구개발처장, 이재창 고려대 명예교수, 이종태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장, 이진한 고려대 연구부총장,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이홍식 고려대 의과대학장, 이홍우 상명대 특임교수, 임현나 가천대 교수, 장승문 중앙중 교장, 전종우 서울대 명예교수, 전치혁 포스텍 특임교수,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정순영 고려대 연구기획본부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조경진 고려사이버대 미래교육원장,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 최용석 중앙중 교감, 최형재 고려대 교수, 허도영 고대부고 교장, 허준 고려대 산학협력단장,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황호택 서울시립대 교수 ▽경제계=김병윤 미래에셋대우 혁신추진단 대표, 김병휘 삼양염업사 회장, 김선휘 삼양염업사 고문, 김준 경방 회장,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안병모 유창건축사무소 사장, 오세정 금융투자교육원장, 윤재엽 삼양홀딩스 사장,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언론·출판·문화·체육계=강지희 문학평론가, 고승철 문학사상 사장, 김건형 문학평론가, 김광희 전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김기경 한국오리엔티어링연맹 명예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 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복수 전 동아일보 관리국 부국장, 김상준 울산김씨대종회 부회장, 김소영 문학동네 대표이사, 김은 인촌기념회 이사, 김정일 전 동아애드넷 대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 명예이사장, 김종태 평화의마을 대표, 김태곤 동아꿈나무재단 상임이사, 김태선 동우회 명예회장, 김헌곤 호암재단 상무, 김형영 시인, 노한성 전 동아일보 이사대우 광고국장, 박문두 전 동아일보 사진부장, 박진오 동아일보 감사, 배인준 전 동아일보 주필, 성낙오 전 영남일보 사장, 신근철 동우회 이사, 심규선 전 동아일보 상무,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회장, 양철화 전 동아일보 총무국장, 여해룡 시인, 염현숙 문학동네 대표이사, 오명 전 동아일보 회장,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두환 전 동아일보 출판영업국장, 이병대 대한언론인회 회장,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 회장, 이종세 전 한국체육언론인회장, 이현자 문학동네 국장, 인아영 문학평론가, 전만길 전 서울신문 사장, 전용호 한국어문언론인협회 부회장, 조강환 동우회 회장, 천진환 화정평화재단 이사, 최동욱 전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장, 최명우 동우회 이사, 최맹호 전 동아일보 부사장, 한승원 소설가, 한종우 성곡언론문화재단 이사장, 한태숙 극단 물리 대표,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 홍공선 동우회 이사, 홍민규 동우회 이사, 홍성훈 전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홍인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홍찬식 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가나다순) 조종엽 jjj@donga.com·김정은 기자}

2014년 전남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정촌고분 석실에서 출토된 백제 금동신발(사진)의 주인은 5세기 후반 혹은 6세기 초반에 사망한 40대 여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동선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고대 동아시아의 금동신발과 금동관’ 국제학술대회(11일)에 앞서 10일 발표한 발제문에서 정촌고분 1호 석실 매장의례와 금동신발의 특징을 정리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백제 금동신발은 길이 32cm, 높이 9cm, 너비 9.5cm 크기로, 왼쪽 신발 발등에 눈을 부릅뜬 채 입을 크게 벌린 용이 승천하는 모양의 장식이 붙어있다. 용은 당시 지배계층의 문장이었다. 오 학예사는 금동신발이 나온 목관 북쪽의 목관에서 찾아낸 두개골이 금동신발 주인의 인골일 가능성이 있다는 법의학적 소견을 소개했다. 그는 “인골은 40대 여성의 뼈로, 키가 146cm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의 얼굴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복원됐다. 오 학예사는 “백제 금동신발을 비롯해 당대 최고급 비단, 금송 목관재를 사용한 인물이 여성이었다”며 “6세기를 전후한 시기의 (정촌고분이 위치한) 영산강 유역 사회는 여성 지위가 지역 수장급에 해당할 정도로 높았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뮤지컬 ‘레미제라블’ 제작 이후 25년 만에 내놓은 뮤지컬 ‘마틸다’가 9월 8일 아시아 및 비영어권 최초로 한국에서 막을 올린다. 2010년 영국 런던 코트야드 극장에서 초연한 뮤지컬 ‘마틸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동명 동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초능력을 가진 천재 소녀 마틸다가 물질주의에 찌든 부모와 오빠, 폭력적인 교장에게 맞서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마틸다’는 초연 직후 작품성을 인정받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작 뮤지컬상, 연출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뒤에도 ‘토니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진행한 배역 오디션에는 총 1800여 명이 지원해 46명의 배우가 최종 선발됐다. 주인공 마틸다 역은 1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역 배우 황예영과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 등 4명이 뽑혔다. 안소명은 “마틸다는 정말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다”며 “7차까지 진행한 오디션이 어렵긴 했지만, 마틸다를 연기하고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마틸다의 따뜻한 조력자 허니 선생님 역은 방진의 박혜미, 악독한 캐릭터 미스 트런치불 역은 김우형 최재림, 미세스 웜우드 역은 최정원 강웅곤이 맡았다. ‘마틸다’ 연출가 닉 애슈턴은 2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 ‘마틸다’의 힘은 이야기 자체에 있다”며 “마틸다라는 작은 아이가 정해진 운명을 이겨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해준다”고 강조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 역시 “‘마틸다’는 동화적인 상상력을 품은 무대와 의상, 감탄을 연발케 하는 볼거리가 가득한 작품”이라며 “주 뮤지컬 관객인 20, 30대는 물론이고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기획했다”고 전했다. 9월 8일부터 2019년 2월 1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6만∼14만 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연극 ‘손님들’은 지난해 제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신인연출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차범석 희곡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굵직한 상을 휩쓴 지난해 최대 화제작이었다. 대학로의 신예 연출가로 떠오른 김정(34)과 중견 극작가 고연옥(47)의 첫 작업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손님들’이 1년여 만에 26일부터 7월 15일까지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다시 공연된다. 20일 국립극단에서 만난 김정 연출가는 ‘손님들’에 대해 “부모가 무력감과 분노에 휩싸인 채 세상에서 고립돼 살아가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여기는 소년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작품은 소년이 부모를 살해한 뒤 죽은 부모의 영혼과 함께 살며 다양한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해 절망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쫓는다. 한태숙 연출가가 대표인 극단 물리에서 2009년부터 조연출을 지낸 그는 주로 고전극과 번역극을 맡았다. ‘손님들’은 그의 연극 인생의 첫 창작극이었다. “동아연극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실감이 안 나 얼떨떨했어요. 열심히 한 데 대한 보상인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고요.”(웃음) 그는 창작극에 도전하며 수시로 위기감을 느꼈다. 연출가로서 한계를 확인할 때도 적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고연옥 작가의 희곡은 신화적인 세계를 이야기하면서도 텍스트는 사실적인 게 많아요. 그래서 어렵죠. 하지만 설계한 이야기 구조에 대해 확신이 서는 순간, 고 작가의 작품만큼 연극적으로 제대로 ‘놀 수 있는’ 작품이 없더라고요.” 신인에 가까운 젊은 연출자에게 중견 극작가와의 작업은 흔치 않은 행운이다. “고 작가를 만날 때마다 지나가는 말처럼 ‘대본 하나 주세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때마다 ‘너는 네 또래 작가들이랑 작업해’라는 답이 돌아왔죠.” 고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에는 하나의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는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공연예술센터 씨어터 카페에서 연극 ‘이 아이’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한데 작품이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연 중단을 당하자 그는 1인 시위를 벌이며 맞섰다. “연극 ‘손님들’의 시놉시스 단계에서 주인공 소년 콘셉트가 ‘어른스러운 아이’였어요. 2015년에 제가 동료들과 릴레이 시위에 나선 걸 고 작가가 본 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젊은이들의 모습을 봤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어요. 뭐랄까, ‘손님들’과 저의 연결고리를 찾으신 것 같아요.” ‘손님들’은 지난해 11월 한국 중국 일본이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연극 축제인 ‘베세토 연극제’의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중국 항저우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그는 “중국 관객들이 집중해서 관람한 것은 물론이고 ‘관객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놀랐다”며 “언어가 달라도 연극으로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석 3만 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융복합 공연예술축제 ‘2018 파다프(PADAF·Play And Dance Art Festival)’가 26일부터 5일간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갤러리에서 열린다. 2011년 출발해 올해로 8회째를 맞은 파다프는 무용, 연극, 영상,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 공연을 선보이는 축제다. 파다프 조직위원회(공동조직위원장 송현옥 안병순)와 한국무용협회(이사장 조남규)가 주관하는 2018 파다프 융복합 공연예술축제의 주제는 ‘장르 간의 충돌, 그 하모니의 미학’. 공연뿐 아니라 사진, 음악, 미술 등의 장르까지 아우른다. 오디션과 워크숍을 통해 선정된 신진 예술가 15팀이 공연할 예정. 본능적인 리듬과 코믹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유상통 프로젝트의 ‘청소반장 유상통2―분리수거 대방출’을 비롯해 채명성의 ‘해와 바람’, 배우는 사람들의 ‘살고 있는가’, 김선주의 ‘여우와 두루미Ⅱ’, 창작집단 꼴의 ‘사용 설명서(MANUAL)’ 등이 무대에 오른다. 김문경 박주영 변혜림의 ‘씨름’, 한상곤의 ‘이중으로 거듭되어 나타나는 고통―관계’, 유경진의 ‘매너리즘’, 송은혜(그룹 앙떼)의 ‘멀티센스’, 라명숙의 ‘니러셔다 Go!’, 신이안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등 예술적 실험을 모색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파다프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는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예술가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유연한 발상을 현실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유태웅과 융복합 무용 선두주자로 통하는 무용가 조하나가 홍보대사로 나선다. 축전 공동 예술감독은 한선숙 상명대 명예교수와 임형택 서울예대 교수가 맡는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러 온 커플이나 친구, 가족이 삼삼오오 몰려 있는 가운데 유독 상영관 한 곳의 풍경이 독특했다. 관객석은 하나하나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손잡고 영화 보기’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게다가 좌석마다 양옆에 높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 옆에 앉은 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이 유별난 영화관은 혼자 영화를 즐기는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혼영관(혼자 영화 보는 이를 위한 상영관)’이다. ‘혼영관’은 1일 개관한 서울 영등포구의 ‘씨네Q’ 신도림점에 마련됐다. 씨네Q 관계자는 “최근 영화를 혼자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혼영족 가운데 특히 영화 마니아가 많은 점을 감안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상영관을 꾸몄다”고 밝혔다. 영화관은 이런 혼영족을 위해 맥주 한 캔과 간단한 안주로 구성한 ‘혼맥 세트’도 판매한다. 요즘 영화 공연 등 문화산업에서 ‘1인 관객’은 최고의 핫이슈다. 문화콘텐츠를 홀로 즐기는 이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2년 CGV를 찾은 1인 관객은 전체의 7.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9.2%, 2016년 13.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지난해엔 17.1%까지 뛰어올랐다. 각 연령별로 살펴봐도 ‘혼영족’은 이제 상당한 관객 파워를 지닌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가운데 30대 남녀는 1인 관객이 각각 16.1%, 13.4%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건 60대 이상 남성(13.9%)과 40대 남성(12.8%), 60대 이상 여성(12.1%)도 홀로 영화를 즐기는 비중이 만만치 않게 높다. 혼영족이 세대를 아우르는 흐름이 됐음을 보여준다. 티켓 값이 만만치 않은 공연계는 ‘혼공족(혼자 공연 보는 관객)’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 국내 최대 공연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1인 1장 공연(뮤지컬 연극 콘서트 오페라 무용) 예매가 2005년 11%에서 지난해 43%로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내놓은 ‘공연소비 트렌드 분석’에서도 혼공족은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온라인 공연 티켓 예매율에서 1인 가구(29.5%)가 영·유아 가구(36%)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센터 관계자는 “실제로 올해 공연 트렌드 키워드에 ‘혼공(혼자 공연 관람)’ ‘나만의 모바일’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전했다. 혼공족들이 늘면서 관련 마케팅도 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2월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삼성카드 스테이지’ 공연에 ‘혼공석’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도 뮤지컬 ‘아이다’ 공연 1인 예매 관객에 한해 전시회 티켓과 커피 잔, 화장품 등을 선물로 증정했다. 홀로 영화관과 공연장을 찾는 장점은 뭘까. 다수의 혼영·혼공족은 △취향대로 작품 선택 △작품 몰입 가능 △시간 선택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직장인 김승환 씨(31)는 “데이트를 위해 공연을 보면 상대방 취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혼자 볼 때는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 씨(25·여)는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펑펑 울거나 마음껏 웃을 수 있어서 좋다”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한 독립영화나 관객 참여형 연극처럼 주변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 작품은 혼자 감상하기 좋다”고 말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화나 공연이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를 위한 것으로 인식된 반면에 최근에는 작품 감상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두는 관객의 취향 변화도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김민 kimmin@donga.com·김정은 기자}
직장인 윤미정 씨(34)는 한번 ‘꽂힌’ 작품은 캐스팅을 달리하며 기본 3번 이상은 보는 일명 ‘회전문 관객’으로 불리는 뮤지컬 마니아다. 2007년 초연된 뮤지컬 ‘쓰릴미’를 관람한 뒤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윤 씨는 “뮤지컬 티켓 가격은 대개 6만∼14만 원대로 고가에 책정돼 있어 여러 번 함께 볼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 주로 혼자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쓰릴미’ ‘헤드윅’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마니아층이 두꺼운 작품일수록 ‘혼공족’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혼공족들은 어떤 작품을 선호할까. 24일 공연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2010, 2011년 2년 연속 ‘클래식&오페라’ 장르가 1인 1티켓 구매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2∼2014년 3년간 콘서트, 2015년에는 연극이 혼공족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뮤지컬 중에서는 ‘마니아층이 두꺼운 작품’일수록 혼공족이 몰리는 경향이 컸다. CJ E&M 박종환 홍보팀장은 “열정적인 마니아 관객들이 몰리는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경우 1인 1티켓 구매 비율이 25%, ‘서편제’와 ‘시라노’의 경우 23%에 달했다”며 “‘킹키부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극장용 유명 뮤지컬 역시 혼공족의 비율이 7∼10% 정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의 제작사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도 “과거와 달리 대중적인 작품에서도 혼공족들의 비율이 늘고 있다”며 “스테디셀러작 ‘시카고’의 경우 회당 1인 1티켓 구매자 비율이 8∼10%에 이른다”고 말했다.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족’들이 선호하는 영화는 마니아층을 거느린 액션 히어로 시리즈물이나 범죄영화 등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많았다. CGV리서치센터가 2017년 7월∼올해 5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관객 수 기준 상위 10개 영화의 1인 관객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8.3%), ‘킹스맨: 골든 서클’(17.3%), ‘스파이더맨: 홈 커밍’(16.1%) 등 마니아층이 두꺼운 시리즈 영화일수록 혼영족의 비율이 높았다. 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범죄도시’의 1인 관객 비율이 19.5%로 상위 10개 영화 중 가장 높은 혼영족 비율을 기록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김민 기자}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러 온 커플이나 친구, 가족이 삼삼오오 몰려있는 가운데 유독 상영관 한 곳의 풍경이 독특했다. 관객석은 하나하나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손잡고 영화 보기’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게다가 좌석마다 양옆에 높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 옆에 앉은 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이 유별난 영화관은 혼자 영화를 즐기는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혼영관(혼자 영화 보는 이를 위한 상영관)’이다. ‘혼영관’은 지난 1일 개관한 서울 영등포구의 ‘씨네Q’ 신도림점에 마련됐다. 씨네Q 관계자는 “최근 영화를 혼자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혼영족 가운데 특히 영화 마니아가 많은 점을 감안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상영관을 꾸몄다”고 밝혔다. 영화관은 이런 혼영족을 위해 맥주 한 캔과 간단 안주로 구성한 ‘혼맥 세트’도 판매한다. 요즘 영화 공연 등 문화산업에서 ‘1인 관객’은 최고의 핫이슈다. 문화콘텐츠를 홀로 즐기는 이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2년 CGV를 찾은 1인 관객은 전체의 7.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9.2%, 2016년 13.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지난해엔 17.1%까지 뛰어 올랐다. 각 연령별로 살펴봐도 ‘혼영족’은 이제 상당한 관객 파워를 지니고 있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가운데 30대 남녀는 1인 관객이 각각 16.1%, 13.4%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건 60대 이상 남성(13.9%)과 40대 남성(12.8%), 60대 이상 여성(12.1%)도 홀로 영화를 즐기는 비중이 만만치 않게 높다. 혼영족이 세대를 아우르는 흐름이 됐음을 보여준다. 티켓 값이 만만치 않은 공연계는 ‘혼공족(혼자 공연 보는 관객)’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 국내 최대 공연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1인 1장 공연(뮤지컬 연극 콘서트 오페라 무용) 예매가 2005년 11%에서 지난해 43%로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내놓은 ‘공연소비 트렌드 분석’에서도 혼공족은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온라인 공연 티켓 예매율에서 1인 가구(29.5%)가 영·유아 가구(36%)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센터 관계자는 “실제로 올해 공연 트렌드 키워드에 ‘혼공(혼자 공연관람)’ ‘나만의 모바일’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전했다. 혼공족들이 늘면서 관련 마케팅도 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2월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삼성카드 스테이지’ 공연에 ‘혼공석’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도 뮤지컬 ‘아이다’ 공연 1인 예매 관객에 한해 전시회 티켓과 커피 잔, 화장품 등을 선물로 증정했다. 홀로 영화관과 공연장을 찾는 장점은 뭘까. 다수의 혼영·혼공족들은 △취향대로 작품 선택 △작품 몰입 가능 △시간 선택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직장인 김승환 씨(31)는 “데이트를 위해 공연을 보면 상대방 취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혼자 볼 때는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 씨(25·여)는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펑펑 울거나 마음껏 웃을 수 있어서 좋다”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 후원한 독립영화나 관객 참여형 연극처럼 주변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 작품은 혼자 감상하기 좋다”고 말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화나 공연이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를 위한 것으로 인식된 반면, 최근에는 작품 감상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두는 관객의 취향 변화도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 ‘혼공-혼영족’은 어떤 작품을 선호할까▼ 직장인 윤미정(34)씨는 한번 꽂힌 작품은 캐스팅을 달리하며 기본 3번 이상은 보는 일명 ‘회전문 관객’으로 불리는 뮤지컬 마니아다. 2007년 초연된 뮤지컬 ‘쓰릴미’를 관람한 뒤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윤씨는 “뮤지컬 티켓가격은 대개 6~14만 원대로 고가에 책정돼 있어 여러번 함께 볼 사람을 찾기 쉽지 않아 주로 혼자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쓰릴미’ ‘헤드윅’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일수록 혼공족들의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혼공족들은 어떤 작품을 선호할까. 24일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2010~2011년 2년 연속 ‘클래식&오페라’ 장르가 1인1티켓 구매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2~2014년 3년간 콘서트, 2015년에는 연극이 혼공족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뮤지컬 중에서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일수록 혼공족이 몰리는 경향이 컸다. CJ E&M 박종환 홍보팀장은 “열정적인 마니아 관객들이 몰리는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경우 1인 1티켓 구매 비율이 25%, ‘서편제’와 ‘시라노’의 경우 23%에 달했다”며 “킹키부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극장용 유명 뮤지컬 역시 혼공족의 비율이 7~10% 정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의 제작사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도 “과거와 달리 대중적인 작품에서도 혼공족들이 비율이 늘고 있다”며 “스테디셀러작 ‘시카고’의 경우 한 회당 1인 1티켓 구매자 비율이 8~10%에 이른다”고 말했다.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족’ 들이 선호하는 영화는 마니아층을 거느린 액션 히어로 시리즈물이나 범죄영화 등 청소년불가관람영화가 많았다. CGV리서치센터가 2017년 7월~올해 5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관객 수 기준 상위 10개 영화의 1인 관객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18.3%), ‘킹스맨:골든 서클’(17.3%), ‘스파이더맨:홈 커밍’(16.1%)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시리즈 영화일수록 혼영족의 비율이 높았다. 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범죄도시의 1인 관객 비율이 19.5%로 상위 10개 영화 중 가장 높은 혼영족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가족이나 전 세대를 겨냥해 1000만 관객이 본 흥행작 ‘신과함께-죄와벌’(13.5%)이나 ‘택시운전사’(13.5%)는 상대적으로 혼영족 비중이 낮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잘린 다리, 불에 탄 시체, 검붉은 피, 100kg 무게의 대형 종….’ 화려한 뮤지컬에서 ‘소품’은 재미와 사실감을 더하는 양념 같은 존재다. 올여름을 달굴 대형 인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켄슈타인’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뮤지컬 소품의 세계를 들여다봤다.○프랑켄슈타인…진짜 같은 섬뜩한 디테일 진짜처럼 실감나게 만들어져 매 시즌 화제인 ‘프랑켄슈타인’의 소품들은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막 후반부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참수된 앙리 뒤프레의 머리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은 괴물의 탄생을 예고하는 중요한 대목. 눈을 감은 채 들려진 앙리의 머리 모형은 공연 당일 앙리 역을 맡은 배우 캐스팅에 따라 다르다. 정장선 제작 감독은 “잘린 머리는 치아 모형 제작에 사용하는 겔의 일종인 알지네이트로 앙리 역의 배우 얼굴 본을 떠 실리콘 재질의 머리 모형을 만들었다”며 “보통 얼굴은 3분간, 뒷머리 부분은 6분간 본을 뜬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에 앙리 역을 맡은 카이와 박민성의 머리 모형은 최근에 본을 떴다. 정 감독은 “두 배우의 모형은 최신 제작이라 눈·코·입 등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좀 더 신경 썼다”며 “본 뜨는 데 40분 이상 걸렸다”고 설명했다. 머리 모형 외에도 1막 초반부에 등장하는 적군의 잘린 다리 소품과 격투장 여주인 에바가 하인의 손목을 자르는 장면에 등장하는 잘린 손도 눈에 띈다. 초연 당시엔 마네킹을 활용했지만, 재연 때부터 실리콘 재질의 인체모형(더미)을 사용했다. 특히 잘린 다리는 뼈와 살점이 균일하지 않게 드러나 있어 사실감을 더한다. 정 감독은 “절단면의 근육과 잘린 관절, 뼈대 부분을 실감나게 만들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100kg의 대형 종, 경쾌한 소리를 내는 탭 슈즈 올해로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대형 종 3개에 종지기 역을 맡은 무용수들이 한 명씩 매달려 공중 곡예를 연출하는 ‘성당의 종들’은 최고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형준 무대 감독은 “쇠로 만든 3개의 종 가운데 중앙에 있는 종이 지름 1.45m, 높이 1.35m로 가장 크다”며 “객석 기준으로 오른쪽 종은 지름과 높이가 각각 1.2m, 왼쪽 종은 1m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크다 보니 무대용 종이지만 무게가 각각 100kg 안팎. 바닥에 있던 종을 서서히 무대 위로 올리는데, 종지기들은 종 가운데 설치된 일자 막대에 매달려 아찔한 묘기를 부린다. 기 감독은 “종이 올라갈 때에는 1t 무게를 버티는 체인모터를 종에 연결한다”며 “배우들은 안전 고리를 찬 상태에서 곡예를 펼친다”고 설명했다. 스테디셀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매력 포인트는 페기소여와 빌리 롤러, 앙상블 배우 등 출연진 59명이 만들어내는 탭댄스 군무다.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탭댄스를 출 때마다 경쾌한 타악기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비밀은 배우들이 신는 화려한 탭 슈즈에 있다. 샘컴퍼니 엄지영 홍보팀장은 “탭 슈즈의 겉면은 양가죽, 밑창은 소·양가죽을 압축해 만든다”며 “신발 바닥엔 신발 모양대로 만든 쇠 주물이 박혀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객석에서 공연만 보지 말고, 극장 내부를 둘러보세요.” 서울시내 주요 공연장들이 앞다퉈 ‘백스테이지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객석에서 공연만 보던 관객들이 극장 무대 뒤 공간을 둘러보며 다양한 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 인기가 상당하다. 2006년 국내 공연장 가운데 처음으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백스테이지 프로그램을 시작한 예술의전당은 오페라, 발레, 연극 공연을 위한 오페라 하우스(오페라극장, CJ 토월극장, 자유소극장)와 클래식 공연 위주의 음악당(콘서트홀, IBK 체험홀, 리사이트홀)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분장실과 리허설 룸, 그린 룸(출연자 대기실), 악기 보관소, 무대의상보관소 등도 관람코스에 들어 있다. 사전 신청한 관객들 가운데 20명씩 짝을 지어 투어를 도는데 무대감독이 직접 설명에 나선다. 비정기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홈페이지 공지를 잘 확인해야 한다. 입장료 7000∼1만 원.세종문화회관도 올 연말까지 ‘세종 투어’라는 이름의 백스테이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투어 매니저가 이끄는 ‘역사 자료관 투어’와 무대 기술팀장이 이끄는 ‘공연장 투어’가 1, 2부로 구성돼 있다. 대극장에서는 음향 설비, 조명 조정실, 분장실을 꼼꼼히 살필 수 있는데, 특히 높이 11m, 폭 7m, 8089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파이프 오르간을 만나는 재미가 상당하다. 3000∼1만 원. 클래식 전용 극장인 롯데콘서트홀은 지난달부터 ‘스테이지 투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5명으로 한정된 투어 참가자들은 40여 분간 무대는 물론 2억 원대의 스타인웨이 피아노 4대가 보관돼 있는 피아노 보관실, 비브라폰, 팀파니 등이 있는 타악기 보관실, 연주자 대기실, 파이프오르간 등의 순서로 둘러본다. 1만 원. 연극·뮤지컬 위주인 두산아트센터는 매월 다른 테마로 극장 투어를 진행한다. 여름방학 시즌에 맞춘 청소년 투어(7월 26일), 비공개 연습실을 둘러보는 극장 산책(8월 30일), 핼러윈 시즌에 맞춘 핼러윈 투어(10월 25일), 공연프로듀서 등과 함께하는 직업체험투어(11월 29일) 등을 마련했다. 1000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전혀 예상도 못 했어요. 마음을 비워 수상 소감도 준비하지 못했다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님께 국제전화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프르미에르 당쇠즈’(제1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박세은(29·사진)이 무용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과 김주원(2006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에 이어 한국 무용수로 역대 네 번째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조직위원회는 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2018 최고 여성 무용수’ 수상자로 박세은을 선정했다. 이 상은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제정해 해마다 시상식을 연다. 아마추어가 아닌 세계 톱클래스 공연 작품이 심사 대상. 최고 남녀 무용수상은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박세은은 게오르게 발란친의 안무 작품인 ‘보석(Jewels)’ 3부작 중 ‘다이아몬드’ 주역 연기로 영광을 안았다. 박세은은 6일 모스크바 현지에서 가진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함께 노미네이트돼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수상하게 돼 기뻐서 눈물만 나왔다”고 말했다. 최고 여성 무용수 후보로 오른 6명 가운데 자하로바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이미 2차례 받은 적 있는 세계적인 스타다. 하지만 박세은도 ‘콩쿠르의 여왕’이란 별명처럼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그는 동아무용콩쿠르 금상을 시작으로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 2006년 미국 IBC(잭슨 콩쿠르) 금상 없는 은상, 2007년 로잔 콩쿠르 1위 등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가운데 세 곳을 휩쓸었다. “콩쿠르가 대회를 위해 무용을 준비해 기량을 뽐내는 곳이라면, 브누아 드 라 당스는 평소 발레단에서 선보인 무대를 평가하는 상이라 더 남다르게 느껴지네요. 실은 최근 볼쇼이발레단 갈라쇼 초청을 받아 함께 공연하며 고민도 있었습니다. 러시아 무용수들의 뛰어난 신체조건 등을 마주하며 ‘발레는 역시 서양의 예술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런 찰나에 이런 뜻깊은 상을 받으니 새로운 원동력을 얻은 기분이에요.”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은 강수진 단장은 “박세은을 비롯한 차세대 한국 무용수들의 활약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아침에 세은이가 전화해 ‘앞서 수상한 선배들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상을 받으며 얼마나 만감이 교차하셨을지 상상이 안 간다’고 하더라. 뭉클하고 뿌듯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2009년 출간 뒤 35개국에서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스웨덴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지음)이 한국에서 연극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 무대에 12일 오르는 연극 ‘창문 넘어…’는 100세 생일날 잠옷 차림으로 양로원을 탈출한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훔치면서 펼쳐지는 황당한 에피소드와 과거 100년 동안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의 격변에 휘말려온 그의 스펙터클한 인생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근현대사까지 나올 정도의 거창한 인생인가 궁금해지는데, 알란이 만나는 인물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트루먼 대통령, 마오쩌둥, 스탈린, 김일성 김정일 부자, 아인슈타인…. 이 연극에서 알란 역을 맡은 배우 서현철(53)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5일 만났다. 그는 “60여 명의 캐릭터를 5명의 배우가 연기해요. 알란 역도 여러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고, 한 배우가 여러 역을 맡는 등 ‘캐릭터 저글링’이란 새 개념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란 외에 중국 왕비,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등 총 다섯 개 캐릭터를 연기한다. “알란은 100년 동안 진짜 많은 나라를 다녀요. 각 나라를 상징하는 장치로 전통춤을 선보이는데요, 요즘 8개국 춤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워낙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다 보니 배우들 모두 무대 위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연습할 때마다 이런 작품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3년차의 배우지만, 무대에 서기 전 대기업을 다녔다. “반복되는 일상이 싫었다”는 그는 신문에서 우연히 국립극장에서 운영하는 문화학교 기사를 발견했다. 그는 퇴근 후에 열리는 문화학교에 등록해 극단 작은신화 최용훈 대표에게 연기 지도를 받았다. “1년간의 교육 과정이 끝난 날, 무작정 최 대표님을 찾아가 연기를 시켜 달라고 졸랐어요. 대표님은 ‘멀쩡한 회사를 왜 그만두냐’며 간곡하게 말리셨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긴 구애 끝에 작은신화에 입단했다. 그는 극단 맨씨어터 출신 연극배우인 아내 정재은과 함께 지난해 SBS 리얼리티 관찰 예능 ‘싱글 와이프’에 출연해 엉뚱 발랄한 매력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연관 검색어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가 뜬다. 2015년 공연 홍보차 출연했다가 시쳇말로 ‘한방에 빵 뜬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대학로에서 연극하면서 평소 동료들과 술 마시며 하던 이야기를 한 건데, 반응이 좋아 얼떨떨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9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 5만 원. 02-766-6007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 킹’이 11월 한국에 상륙한다. 2006년 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라이선스 버전으로 내한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뉴욕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이 한국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뮤지컬 ‘라이온 킹’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자.○ 야생 초원 그린 환상의 오프닝 ‘라이온 킹’의 백미는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이 훗날 왕이 될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1막 오프닝 장면. 처음부터 강렬한 ‘한 방’을 선사한다. 막이 열리고 붉은 태양이 대지에 떠오르면 무대는 금세 신비로움이 넘치는 아프리카 사바나 정글로 변신한다. 이어 코끼리와 형형색색 새, 사슴, 코뿔소 등 갖가지 동물의 탈을 쓴 배우들이 극장 통로를 거쳐 무대에 등장하고 아프리카 리듬을 바탕으로 만든 대표 넘버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가 울려 퍼진다. 후렴부 코러스의 여흥구는 아프리카 초원의 신선한 생동감을 선사한다. 배우들이 머리에 쓰고 나오는 동물의 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프리카 언어 ‘라이온 킹’은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문화가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뮤지컬의 ‘언어’가 그렇다. 주인공 심바는 ‘사자’를 뜻하며 원숭이 라피키는 ‘친구’라는 의미다. 품바와 시몬이 신나게 부르는 노래 ‘하쿠나 마타타’는 아프리카 남동부 지역 공통어인 스와힐리어로 ‘잘될 것이다’라는 뜻이다. ○ 브로드웨이 ‘어벤저스’ 창작진 여성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거머쥔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연출 및 무대 디자인을, 팝의 전설로 통하는 엘턴 존과 전설적 작사가 팀 라이스, 영화음악의 대부 한스 치머가 음악 작업을 맡았다. 아프리카 토속악기를 주로 사용한 넘버들은 1998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엘턴 존과 팀 라이스의 새로운 곡 ‘추 다운(Chow Down)’, ‘더 매드니스 오브 더 킹 스카(The Madness of the King Scar)’ 등이 추가된다. 11월 대구(계명아트센터)를 시작으로 2019년 1월 서울(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월 부산(드림씨어터)에서 공연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