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이지훈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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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asyhoo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6~2026-02-05
문화 일반59%
환경3%
여행3%
문학/출판3%
인물/CEO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인사일반3%
기타17%
  • [책의 향기]평범한 여성들, 일상을 굳세게 지켜내다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소설 속 주인공은 모두 생물학적 여성이다. 아들을 위해 대리 게임을 하는 엄마, 외도가 습관인 목사 남편에게 커밍아웃하는 아내, 치매 걸린 노모를 홀로 돌보는 비혼의 중년 여성…. 개인마다 다른 삶의 특수성과 여성이라면 겪는 보편성이 교차돼 각기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 모순에 직면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에는 여성의 생애를 장악해온 고질적인 담론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모성 이데올로기, 가부장제, 여성 혐오, 성적 대상화, 돌봄 노동…. 차곡차곡 쌓여 단단하게 굳어진 성차별적 제도와 인식에 의해 여성들이 어떻게 깨어지고 부수어지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들이 피해자로만 남는 건 아니다. 불합리한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정신만큼은 굴복당하지 않는 여성들. 몸은 타협할지언정 마음은 곧게 세우고, 공격해 오는 무수한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낸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들에 나오는 여성들은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이고, 한심하면서도 아름답다. 대부분의 서사에서 중심을 차지해온 남성이 이곳에선 주변 인물로만 그려진다. 남성들은 남편, 아들, 애인, 친구로 등장해 정조나 모성을 강요하는 등의 방식으로 무기를 휘둘러 여성들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까지 굴복시키진 못한다. 작가도 여성들이 직면한 부조리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다만 꺾이지 않고 분투하는 과정에서 드는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낼 뿐이다. 단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 덕분에 독자에게 전해지는 여성들의 속마음이 무겁지만은 않다. 2015년 등단한 박서련은 꾸준히 여성 서사를 발굴해온 작가다. 노동 운동가, 성폭력 피해자 등 여성이자 소수자인 이들이 세상에 맞서 자유와 양심을 지키는 모습을 그려왔다. 스스로 소수자이고 패배자였다는 감각을 잊지 않고자 글을 쓴다는 그가 7년간 발표한 작품을 엮은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으로 지난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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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콰지모도 덕에 배우 꿈 이뤄… 첫사랑이자 가장 큰 사랑”

    ‘저 무대에 내가 설 수 있다면….’ 이탈리아 중남부 작은 마을, 곧잘 노래를 불렀던 12세 소년이 인생을 바꿀 만한 영상을 만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실황. 10년 뒤 소년은 이 작품의 프랑스 파리 오디션에 합격하며 꿈을 이룬다. 불구로 태어났지만 순수한 열정을 지닌 대성당의 꼽추 콰지모도 역으로. 막연했던 배우의 꿈을 실현한 주인공 안젤로 델 베키오(32)를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2015년 이후 세 번째로 방한한 그는 서울 대구 부산 공연을 마치고 다음 달 25일 서울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는 “7년 전 공연을 보고 이번에 또 보러 온 이들이 많았다. 같은 무대를 여러 번 보면서 배우, 작품과 관계를 이어가는 한국 관객들에게 반했다”며 웃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대사 없이 노래로 이뤄진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다. 리카르도 코치안테 작곡에 극작가 뤼크 플라몽동의 가사를 입힌 54곡 중 2막 후반부에 나오는 ‘불공평한 이 세상’을 그는 가장 좋아한다. 사람들로부터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하는 콰지모도의 한을 표현한 가사가 강렬한 곡이다. “작품 주제를 담은 이 곡은 내가 공연을 하는 이유다. 이 곡을 부를 때만큼은 나의 상황이나 기분과 관계없이 가진 것의 300% 이상을 쏟아부을 정도로 공을 들인다.” 그의 허스키한 중저음은 절망에 울부짖는 콰지모도와 잘 어울린다. 작곡가도 콰지모도의 목소리로 애수가 느껴지는 록(rock) 느낌의 바리톤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삶에서 실연을 겪다 보면 콰지모도의 분노와 절망,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콰지모도는 사랑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사랑에 목숨을 거는 캐릭터다. 연기할 땐 어떤 마음일까. “솔직히 콰지모도의 순애보는 현실에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그래서 연기할 때에는 이방인이나 불법 체류자들이 연민과 혐오가 섞인 마음에 의해 배척당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20대 초반부터 10년째 콰지모도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그에게 ‘노트르담…’은 어떤 의미일까.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내가 이 작품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나.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은 이 작품은 내게 첫사랑이자 가장 큰 사랑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은 다음 달 25일부터 3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7만∼17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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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속 연극의 본질 고민하는 연극인 응원”

    “고(故) 백성희 선생님이 생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극이 무대예술의 뿌리이고, 뿌리가 국민의 정신적 감정이 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연극을 만드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이준우 ‘붉은 낙엽’ 연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 해본 적 없어 지금 여기에 있는 게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너무나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의 무게에 맞는 배우가 되고자 노력하며 살겠습니다.”(박용우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배우)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7일 열린 ‘KT와 함께하는 제58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두 작품상 수상작의 연출가와 배우는 이같이 말했다. 작품상을 받은 ‘알려지지 않은…’과 ‘붉은 낙엽’은 돋보이는 연출력으로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성과 예술성을 보여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이경미 동아연극상 심사위원장(연극평론가)은 “팬데믹이 3년째로 접어든 지금, 어려운 창작 환경 속에서도 혼란스러운 세상을 향해 연극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신 현장의 모든 연극인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알려지지 않은…’으로 연출상을 수상한 임지민 연출가는 무대 공간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 연출가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무대를 유지하는 게 힘든 일인데 창작자의 세계를 끝까지 믿어준 국립극단에 감사하다”며 “무대 안에서 알록달록하게 빛나주신 배우와 모든 스태프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연기상을 받은 황순미 배우는 “수상 소식 듣고 난 후, 저를 돌아보고 감사했던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보냈다”며 “잠깐 멈춰서 이런 시간 보내라고 선물처럼 상을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신인연출상은 ‘붉은 낙엽’의 이준우 연출가, 유인촌신인연기상은 ‘누룩의 시간’의 박은경, ‘태양’의 김정화 배우가 수상했다. 희곡상은 ‘집집: 하우스 소나타’의 한현주 작가가 받았으며, 무대예술상은 장경숙 분장 디자이너에게 돌아갔다. 특별상은 무대 위에서 예술의 언어로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가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최용훈 청운대 뮤지컬학과 교수, 전인철 연출가, 김옥란 평론가를 비롯해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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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유 넘치는 韓관객에 반해…배척받는 콰지모도, 불법체류자 떠올려요”

    이탈리아 중남부의 작은 마을, 노래를 곧잘 불렀던 12살 소년은 인생을 바꿀만한 한 영상을 만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공연 실황. “저 무대에 내가 설 수 있다면….” 소년의 막연한 꿈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소년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의 오디션에 합격한다. 불구로 태어났지만 순수한 열정을 간직한 대성당의 꼽추 콰지모도 역으로. 이야기의 주인공 안젤로 델 베키오(32)를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서울 대구 부산 공연을 마치고 다음달 25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15년 내한 이후 세 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는 “여유와 풍미가 넘치는 한국 관객들의 모습에 반했다”며 웃었다.“7년 전 공연을 보셨다가 이번에 또 보러 오신 분이 많았어요. 같은 무대를 여러 번 보면서 배우, 작품과 관계를 이어가는 한국 관객들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에요.”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다.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음악과 극작가 뤽 플라몽동의 가사로 이뤄진 54곡의 넘버들은 노래만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2막 후반부에 나오는 ‘불공평한 이 세상’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신이여 세상은 왜이리 불공평한가요’ ‘당신은 그의 겉만 보고 사랑하네요’ ‘우리 가난한 사람들은 지렁이 같지만 우리 인생이 더 아름다워요’ 콰지모도의 독백으로 한(恨)이 담긴 가사가 강렬하다.“‘불공평한 이 세상’은 제가 공연을 하는 이유이자, 제가 생각하기에 작품의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어요. 이 곡을 부를 때만큼은 내 상황과 기분에 관계없이 가진 것의 300% 이상을 쏟아 붓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을 들입니다.”그의 허스키한 중저음은 절망에 울부짖은 콰지모도를 표현하기에 적격이다. 작곡가 역시 콰지모도의 목소리로는 애수가 느껴지는 록(rock) 느낌의 바리톤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콰지모도를 맡았던 배우들이 다 저와 비슷한 톤을 갖고 있어요. 목소리뿐 아니라 삶에서 실연이나 아픔이 많을 수록 콰지모도가 느끼는 분노와 절망, 사랑을 100% 표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불구에 추한 외모로 태어난 콰지모도는 죽을 때까지 버림 받고 배척당하는 인물이다. 사랑 받지 못할 것을 알지만 사랑에 목숨을 거는 순정파이기도 하다. “전 솔직히 콰지모도처럼 죽음까지 불사하는 사랑을 해보진 않았어요.(웃음) 그런 사랑은 현실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콰지모도를 연기할 땐 사랑이라는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이방인이나 불법 체류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그들을 연민하면서도 거리를 두려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잖아요. 그런 마음들에 의해 이유 없이 거부당하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20대 초반에 만나 10년째 콰지모도로 무대에 서는 그다. ‘노트르담…’은 어떤 의미일까.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제가 ‘노트르담…’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어요. 첫사랑이자 가장 큰 사랑이에요. 이 작품은 제 커리어뿐 아니라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존재입니다.”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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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 “스우파 보며… 난 저렇게 치열했나 돌아봐”

    연극 ‘페드라’의 시녀 역으로 처음 무대에 선 스무 살 여대생에게 주어진 대사는 고작 열여섯 마디에 불과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후 데뷔 60주년을 맞을 때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무대에 섰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신만의 내공으로 맛깔나게 연기하는 노배우 박정자(80) 이야기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할머니 역을 맡아 열연 중인 그를 19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러닝 타임 175분 동안 그가 부르는 넘버는 ‘그랜마 송’ 단 한 곡뿐이다. “다들 거짓말인 줄 알지만 난 아직까지도 무대에선 ‘실수하면 안 돼’ 이 생각만 해요. 이번에도 출연하는 날마다 음악 감독하고 맞춰 봤어.” ‘빌리…’는 170개가 넘는 작품에 출연한 그가 열 손가락 안에 꼽는 명작(名作)이다. 58명에 달하는 앙상블 배우들의 열연 때문이다. “배역도, 이름도 없는 이들이 한 치의 오차도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참 감동을 받아요. 자기 혼자 깨끗할 수도, 튈 수도 없는 역할인데….” 최근엔 여성 댄서들의 경연 프로그램인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도 즐겨 봤다고 했다. “나는 저들만큼 죽기 아니면 살기로 노력했었나 반성했어요.” 60년간 수백 개의 배역을 연기한 베테랑 배우지만, 그에겐 아직 도전하지 못한 아쉬운 역할이 있다. 에우리피데스 희곡에 나오는 메데이아 캐릭터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버지를 배신하고 급기야 동생과 두 아들까지 살해한 희대의 악녀로 유명하다. “무대 위에선 강렬한 게 좋아요. 내가 만날 엄마, 할머니만 하면 재미없잖아. 관객은 매번 다른 모습을 기다리거든.” 올해 여든한 살이 된 그는 얼마 전 아주 특별한 정리를 했다. 모아왔던 대본과 사진, 영상을 모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증한 것. 60년 무대의 기록은 박스 7개 분량에 달했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손수 묏자리 다 준비하셨거든. 나도 마무리가 얼마 안 남았잖아요. 오랜 세월 껴안고 살던 것들이라 집 밖으로 내보내서 뒤숭숭했는데 웬걸, 그날 잠이 참 잘 오더라고.(웃음) ‘아, 이게 인생이다’ 싶었어요.” 다음 달 12일, 그는 빌리 할머니로서의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다. “나야 한 번 더 하고 싶지만 그게 맘처럼 되겠어요?” 웃으며 말하는 그는 왼손 약지에 은색 플라스틱 반지를 끼고 있었다. 빌리 할머니의 결혼반지다. “작품 하는 동안 한 번도 빼지 않았어요. 이게 내 자부심이에요. 작품 속에서 인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러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영원히 무대에 서야 하는 사람인 거예요. 하하. 아주 필연적으로.” 한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월 1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6만∼1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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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 창업주 손녀 “디즈니社는 美불평등의 중심”

    월트디즈니 창업주의 손녀가 디즈니의 저임금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애비게일 디즈니(사진)가 공동으로 제작한 영화 ‘아메리칸드림 앤드 아더 페어리 테일스’가 미국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서 상영된다고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애비게일은 1923년 디즈니사를 공동 창립한 월트디즈니 형제 중 로이 O 디즈니의 손녀다. 영화 ‘아메리칸드림…’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 직원 4명이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 15달러를 받는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모습이 담겼다. 2018년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6560만 달러(약 782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당시 애비게일은 아이거에게 직원들의 생활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아이거로부터 퉁명스러운 e메일 답장을 받은 뒤 이 문제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애비게일은 “직원들이 음식조차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가 1년에 6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받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며 “디즈니사는 미국 불평등의 중심”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디즈니는 직원 임금을 평균 16% 인상했고 거액의 보수를 받은 아이거는 2020년 물러났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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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온 킹’ 동물 이야기? 사람 이야기!

    “관객들은 극장을 휘감는 음향과 무대 위 아름다움에 감동할 겁니다.” 여성 연출가 최초로 토니상을 거머쥔 줄리 테이머가 내놓은 뮤지컬 ‘라이온 킹’이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 버전 그대로 4년 만에 내한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26일 개막하는 ‘라이온 킹’은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5년간 누적 관객 수 1억1000만 명을 돌파했다. 원작인 애니메이션 서사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아프리카 분위기를 살린 여러 장치들로 공연 예술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뮤지컬 ‘라이온 킹’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 극 관통하는 ‘Circle of Life’ 극의 시작과 끝에 울려 퍼지는 대표 넘버 ‘Circle of Life(생명의 순환)’는 라이온 킹 전체를 관통한다. 대지에서 태어난 생명들이 삶과 죽음 사이 무수한 순환을 거쳐 살아간다는 의미를 가사에 담았다. ‘생명의 순환’ 메시지는 이야기 전개뿐 아니라 무대 연출 곳곳에서 묻어난다. 극이 전개되는 주 공간은 아기 사자의 탄생을 알리는 절벽 ‘프라이드 록’, 죽음과 폐허를 상징하는 ‘코끼리 무덤’이다. 두 공간은 상반된 의미를 지녔지만 둘 다 회전형 계단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인터내셔널 투어 한국 제작자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생명과 죽음이 단절돼 있지 않고 연결돼 있음을 디자인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동물 나오지만 ‘사람 이야기’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은 화려한 ‘퍼핏’(인형)으로 생생하게 재현된다. 퍼핏은 아프리카의 전통 마스크,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일본 전통인형극 분라쿠 등에서 영감을 받은 테이머가 직접 디자인했다. 150분의 러닝 타임 내내 총 225개의 퍼핏이 등장한다. 51명의 배우가 퍼핏을 번갈아 쓰며 220여 개의 배역을 연기한다. 수제 퍼핏을 만드는 데는 1만7000시간이 들었다. ‘라이온 킹’은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다. 이를 무대에서 구현하기 위해 테이머는 휴매니멀(Human, animal을 합친 말)과 이중노출이라는 연출기법을 활용한다. 분장이나 전신의상을 통해 배우를 동물로 변신시키지 않고 동물 퍼핏을 조정하는 배우의 얼굴과 몸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펠리페 감바 디즈니 공연그룹 총괄이사는 “배우들의 얼굴, 몸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조명하는 건 ‘라이온 킹’이 동물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안무 음향 분장에 깃든 ‘아프리칸 디테일’ 1994년 상영된 원작 애니메이션은 사자 심바의 밝은 털색과 황금색 갈기가 백인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백인 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뮤지컬은 다르다. 심바의 보디 페인팅은 마사이족의 전통 문양, 암사자 날라의 의상 역시 화려한 장신구와 구애의 춤으로 유명한 워다베족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배우들은 남아프리카 배경을 가진 이가 많다. 주요 배역인 라피키 역의 푸티 무쏭고, 무파사 역의 음토코지시 엠카이 카니일레, 날라 역의 아만다 쿠네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대표 넘버 ‘Circle of Life’는 남아프리카 토착 언어 줄루어로 시작되고 젬베 등 아프리카 토속악기를 활용해 음향을 입혔다. 제작진 역시 남아프리카를 포함해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들이 포진돼 있다. 안무를 맡은 가스 페이건은 자메이카, 음악감독 레보 엠은 남아공, 무대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은 짐바브웨 출신이다. 8세 이상 관람가. 3월 18일까지. 6만∼18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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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들리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저자는 음성(音聲)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다. 두 살 때 선천성 난청 진단을 받은 그는 학교에 입학하기 훨씬 전부터 듣기와 말하기 교실을 다니며 비장애인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다른 아이처럼 어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모방할 수 없었던 저자는 좌절을 겪는다. 말의 높낮이, 박자, 발음…. 비장애인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말의 요령을 체득하지만 저자에겐 말하는 매 순간이 ‘발음 시험’만 같았다.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해도 그에게 돌아오는 건 발음에 대한 칭찬 혹은 조롱뿐이었다. 말을 건넬 때마다 상대의 반응을 살펴야 했던 그에게 대화는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 그나마 발음할 수 있는 단어들을 조합한 문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던 저자의 태도가 달라진 건 사진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사진가가 된 저자는 발음 기관을 통해 내는 소리가 아닌 다른 형태의 ‘목소리’를 찾게 된다. 각자 다른 장애를 가진 몸을 격렬하게 부딪치는 장애인 레슬러들, 긴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다운증후군 아이, 눈썹을 일그러뜨리는 표정으로 뉘앙스를 전하는 자폐증에 걸린 소년을 찍었다. 저마다 다른 몸을 가진 이들이 자신이 가진 감각을 동원해 타인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들어야 한다”는 오랜 강박에서 차츰 벗어난다. 대화의 수단이 목소리라면 목소리는 반드시 음성이 아니어도 된다. 눈빛, 표정, 감촉, 호흡 등 다양한 감각도 목소리가 될 수 있다.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서로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맺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들을 수 없었기에 더욱 타인에게 귀를 기울였던 저자의 삶은 ‘목소리 순례’ 그 자체였다. 듣는 대신, 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감각을 사용해 타인과의 교류에 성공한다. 주로 일부 신체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 이 책은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쓰였다. 열린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폭포수처럼 쉼 없이 흘러내리는 감각의 세계를 느끼지 못하는 건 어쩌면 우리일 수 있겠다”(소설가 김연수)는 생각을 하게 된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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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 베테랑과의‘논쟁’…이상윤 “효과적인 방법 찾을 겁니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연극 무대에 선 건 처음이었다. 관객석은 그저 어두운 공간이었다. 매 공연 관객들은 빽빽하게 앉아 있었지만 얼굴은커녕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 뒤, 2년째 무대에 서고 있는 그 배우의 시야는 점점 밝아져 이젠 4~5번째 줄에 앉은 관객들의 표정도 선명하다. 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에서 열연 중인 배우 이상윤(41)의 이야기다.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C.S.루이스 역을 맡은 그를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TOM 지하의 대기실에서 만났다. ‘라스트 세션’은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쓰고 오경택이 연출한 작품으로 작년에 첫 공연을 올렸다. 1939년 9월 3일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날이 배경이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옥스퍼드대 교수인 루이스가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서재를 찾아와 격론을 펼치는 2인극이다. 프로이트 역은 신구·오영수, 루이스 역은 이상윤·전박찬이 맡았다. 이상윤이 맡은 루이스는, 당시 83세였던 프로이트가 설파하는 허무주의적 무신론에 맞서 “신은 실재(實在)한다”고 기독교 변증을 펼치는 인물이다. “루이스는 굉장히 열정적이면서 승부욕이 있는 사람이에요. 자기가 가진 철학에 대해 단단하다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신을 믿는 것에 진심이고,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하려 굉장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지난해 첫 공연을 준비하던 그는 루이스의 일생을 다룬 영화 ‘섀도우랜드’(1993)를 여러 번 보고 연극의 원작인 책 ‘루이스 vs. 프로이트’도 두 번 넘게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재공연을 준비할 때는, 실존 인물로서의 루이스를 탐구하기 보다는 각본 자체에 집중하기로 한다.“실존 인물의 특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이건 연극이니까요. 상대 배우와의 호흡과 진심을 담은 대사, 장면과 장면 사이 이어지는 감정선 같은 것을 정리해서 머릿속에 담아두려고 했어요.” ‘라스트 세션’은 종종 ‘말로 하는 펜싱 경기’에 비유되곤 한다. 과학과 이성을 믿는 무신론자와 신의 존재를 확신하는 유신론자가 칼이 아닌 말로 힘을 겨루는 2인극이기 때문이다. 무력이 아닌 논리로 무장한 두 사람이 벌이는 논쟁이 달아오를수록 극은 흥미진진해진다. “이 작품은 결국 루이스와 프로이트, 두 사람의 텐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펜싱 경기를 보면 검투사가 맞붙는 순간도 있지만, 잠시 떨어져서 서로를 견제하며 상황을 파악할 때도 있잖아요. 경기를 보는 사람은, 그런 순간에도 긴장하고 집중하게 되거든요. ‘말의 경기’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와 맞붙은 논적(論敵)들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무대 경력만 60년이 넘는 베테랑 배우 신구와 오영수. 그에 따르면 두 노배우는 싸우는 수법이 달랐다. 각각 다른 두 사람에 맞서는 그는 적수에 따라 다른 무기를 꺼내야 했다.“신구 선생님은 뜨거운 열정이 넘치는 프로이트예요. 그래서 선생님과 논쟁할 땐 저까지 뜨거워지고…. ‘에너지 싸움’ 같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반면 오영수 선생님은 확 밀어붙이기 보다는 대사를 잘게 씹어서 휙 던지는 타입이세요. 마치 두뇌 싸움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토론은 85분간 이어지지만 늘어지는 법이 없다.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는 중간에 위트도 넘쳤다. 하지만 배우들은 한 번의 멈춤 없이 무대 위에서 A4용지 4페이지 분량의 대사를 연기한다. 극이 끝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무사히 끝났구나. 치열하게 싸웠구나. 이런 기분이 들고…. 일단 대기실에 들어오면 털썩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잠깐 앉아 있어야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어요.(웃음) 끝나고 집에 가면 대부분 뭘 먹게 되더라고요. 맥주 한 캔이나 과자 하나라도 집어먹었어요.”7일 개막한 연극 ‘라스트 세션’은 3월 6일까지 공연된다. 노련한 무신론자에 맞서는 젊고 확신에 찬 신학자를 연기하는 그의 고민은 보다 더욱 정교한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다.“논쟁하는 두 사람이 대등해야 관객들도 보는 재미가 있겠죠? 끝까지 가장 효과적인 논쟁 방법을 찾을 예정입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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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수 하정우… 넷플릭스 올해 한국작품 25편 선보여

    ‘오징어게임’ ‘지옥’ 등 지난해 세계에 K콘텐츠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가 올해 25편의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인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공개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25편을 소개했다. 강 총괄은 “넷플릭스에 한국 콘텐츠는 이젠 없어선 안 될 정도로 중요해졌다”며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직접 기획, 제작하는 콘텐츠를 멈춤 없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선보이는 작품에는 좀비물 법정스릴러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물과 화제작의 리메이크작도 포함돼 있다. 28일 공개되는 학원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을 시작으로 소년범을 다룬 김혜수 김무열 주연의 ‘소년심판’,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리메이크 버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연달아 공개한다. 안방극장에서 보기 힘든 톱스타들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대거 볼 수 있게 됐다. 하정우 황정민 주연의 드라마 ‘수리남’과 설경구가 출연하는 영화 ‘야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드라마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올해 SF 영화 ‘정이’를 선보인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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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이 되고자… 뒤틀린 욕망들이 휘몰아친 100분

    움츠러든 왼팔과 곱사등을 가졌지만 왕가의 혈통을 지닌 자. 목숨을 바쳐 싸웠지만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한 사람. 아무도 돕지 않기에 스스로를 돕기로 작정한 인물. 형과 조카들을 살해해 왕위에 오른 영국 요크가의 마지막 국왕 리차드 3세를 주인공으로 한 셰익스피어 희곡 원작의 연극 ‘리차드3세’가 11일 개막했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하는 리차드는 왕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윤리적 한계도 단숨에 뛰어넘어 내달리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악인(惡人), 조금 독특하다. 독백과 방백을 통해 리차드의 속마음을 듣는 관객은 그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다.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포장하는 법이 없다. 스스로 악한 줄 아는 악인이다. “비뚤어진 게 아니라 뒤틀린 것”이라 할 뿐, 위선자나 파렴치한은 아니다.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리차드는 가족도 부하도 믿지 못한 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벌인다. “충성을 맹세하는 자보단, 황금을 믿는 자가 더 낫지.” 그래서일까. 이 악인의 추락이 마냥 통쾌하지만은 않다. 셰익스피어의 언어 위에 탄생한 대사들엔 강한 여운이 남는다. “악을 택하고 선을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 “악행은 내가 저지르고 통탄할 책임은 남에게 미루는 방법”, “나의 죄를 묻는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한다”. 무대 위 배우도, 객석의 관객도 맘 편히 듣기 힘든 내용이다. 불구를 연기하는 황정민의 집요함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검지와 중지를 구부린 왼손은 망토 안에 잠시 숨겨진 순간에도 펴지는 법이 없다. 절뚝이는 걸음걸이도 흔들림 없다. 황정민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다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작품에 힘을 더한다. 요크가에 멸문지화를 당한 마가렛 왕비를 연기한 소리꾼이자 배우인 정은혜의 한(恨) 서린 ‘소리’는 강렬하다. “그대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는가?” 극 중 인물들 그리고 관객을 향해 울부짖는다. 리차드의 형수로 그와 대립하는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은 장영남 역시 두 아들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날 선 연기를 선보인다. 극의 기승전‘결’은 커튼콜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 100분간 구부정한 허리와 뒤틀린 다리로 무대를 휘젓던 리차드, 깊숙한 무대 뒤에서 발소리를 내며 거칠게 달려나오다 이윽고 허리를 들어올려 꼿꼿한 자세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배우 황정민이 돌아온 것이다. 벌게진 그의 얼굴엔 격정과 환희, 감격이 스치고,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일 때 비로소 연극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만∼9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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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 최근 5년 해외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문학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최근 5년간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한국문학 작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남주 작가(사진)가 쓴 ‘82년생 김지영’은 대표적인 여성주의 소설로 꼽힌다. 한국문학번역원은 2016∼2020년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가운데 ‘82년생 김지영’이 10개 언어권에서 30만 권 이상 팔렸다고 18일 밝혔다. 이 가운데 20만 권 이상은 일본에서 판매됐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13개 언어권에서 16만 권 이상 나갔고, 손원평의 ‘아몬드’는 일본에서만 9만 권 넘게 팔렸다. 9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 브라질 현지에서만 2만 부 이상 판매됐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지난해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과 독일 추리문학상 국제부문을 수상했고, 독일에서 출간 후 1년간 1만 권 넘게 팔렸다. 번역원은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작품 658종(37개 언어권) 가운데 75%의 판매량을 조사했다. 누적 판매 부수가 5000권이 넘는 작품은 34종이었다. 지난해 5000권 이상 나간 작품은 16종이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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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 년 동안의 고독’ 작가 마르케스 숨겨진 딸 있었다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사진)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사후 8년 만이다. 콜롬비아 매체 엘우니베르살은 16일(현지 시간) 마르케스가 약 30년 전 멕시코 출신 작가이자 언론인 수사나 카토와의 사이에서 딸을 얻었다고 밝혔다. AP통신도 17일 마르케스의 유족을 통해 혼외자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마르케스와 카토는 영화 두 편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고 1996년 카토가 마르케스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태어난 두 사람의 딸 인디라 카토는 현재 멕시코시티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마르케스는 메르세데스 바르차 파르도와 1958년 결혼해 두 아들을 뒀다. 부부는 결혼 후 멕시코시티에 정착했고 2014년 마르케스가 세상을 뜬 뒤 파르도도 2020년 사망했다. 그 당시 마르케스가 14세일 때 당시 9세이던 파르도에게 청혼한 이야기, 부부가 가난했던 시절 ‘백 년 동안의 고독’ 원고 발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파르도가 헤어드라이어를 전당포에 맡겼던 일화가 다시 알려지기도 했다. 한데 마르케스가 결혼생활 중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947년 소설 ‘세 번째 체념’으로 등단한 콜롬비아 출신의 마르케스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유명하다. 남미의 현실을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의 대표작인 ‘백 년 동안의 고독’은 1967년 출간 이후 25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5000만 부 이상 팔렸다. 또 다른 그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2007년 동명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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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르케스, 사후 8년만에 숨겨진 딸 공개돼

    소설 ‘백년의 고독’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사진)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사후 8년 만이다. 콜롬비아 매체 엘우니베르살은 16일(현지시간) 마르케스가 약 30년 전 멕시코 출신 작가 겸 언론인 수사나 카토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AP통신에서 17일 마르케스의 유족들을 통해 ‘혼외자 존재’가 사실임을 확인했다는 추가 보도가 나왔다. 1983년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마르케스는 1958년 메르세데스 바르차 파르도와 결혼해 두 아들을 뒀다. 부부는 결혼 후 멕시코시티에 정착했고 2014년 마르케스가 먼저 세상을 뜬 뒤 2020년 8월 파르도도 작고했다. 파르도가 별세했을 당시 14살의 마르케스가 9살의 파르도에게 청혼한 이야기와 부부가 가난했던 시절 ‘백년의 고독’ 원고 발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파르도가 헤어드라이어를 전당포에 맡겼던 일화가 다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르케스가 결혼생활 도중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마르케스와 카토는 영화 두 편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고, 1996년엔 언론인인 카토가 마르케스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두 사람이 낳은 딸 인디라 카토는 현재 멕시코시티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콜롬비아 출신인 마르케스는 1947년 소설 ‘세 번째 체념’으로 등단했으며 콜롬비아 데일리 등의 매체에서 기자를 하다가 1982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은 ‘백 년의 고독’이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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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희대의 악인…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움츠러든 왼팔과 곱사등을 가졌지만 왕가의 혈통을 지닌 자. 목숨을 바쳐 싸웠지만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한 사람. 아무도 돕지 않기에 스스로를 돕기로 작정한 인물. 형과 조카들을 살해해 왕위에 오르는 영국 요크가의 마지막 국왕 리차드 3세를 주인공으로 한 셰익스피어 희곡 원작의 연극 ‘리차드3세’가 11일 개막했다.배우 황정민이 연기하는 리차드는 왕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윤리적 한계도 단숨에 뛰어넘어 내달리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악인(惡人), 조금 독특하다. 독백과 방백을 통해 리차드의 속마음을 듣는 관객은 그를 마냥 미워할 수 없게 된다.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포장하는 법이 없다. 스스로 악한 줄 아는 악인이다. “비뚤어진 게 아니라 뒤틀린 것”이라 할 뿐, 위선자나 파렴치한은 아니다.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리차드는 가족도 부하도 믿지 못한 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벌인다. “충성을 맹세하는 자보단, 황금을 믿는 자가 더 낫지.” 그래서일까. 이 악인의 추락이 마냥 통쾌하지 만은 않다.셰익스피어의 언어 위에 탄생한 대사들엔 강한 여운이 남는다. “악을 택하고 선을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 “악행은 내가 저지르고 통탄할 책임은 남에게 미루는 방법” “나의 죄를 묻는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한다.” 무대 위에서 오가는 대사들이지만 무대 밖 관객도 마냥 마음 편히 듣기 힘든 내용들이다. 불구를 연기하는 황정민의 집요함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검지와 중지를 구부린 왼손은 망토 안에 잠시 숨겨진 순간에도 펴지는 법이 없다. 절뚝이는 걸음걸이도 흔들림 없다. 황정민의 존재감이 워낙 압도적이라 다른 인물엔 눈길이 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요크가에 멸문지화를 당한 마가렛 왕비를 연기한 정은혜의 한(恨) 서린 ‘소리’는 살아남는다. “그대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는가?” 극중 인물들 그리고 관객을 향해 울부짖는다.극의 기승전‘결’은 커튼콜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 100분간 구부정한 허리와 뒤틀린 다리로 무대를 휘젓던 리차드가 무대 뒤로부터 발소리를 내며 거칠게 달려 나오다, 무대 끝에선 허리를 들어올려 꼿꼿한 자세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돌아온 배우 황정민. 벌게진 얼굴엔 격정과 환희, 감격이 스친다.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일 때 관객들은 비로소 연극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9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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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이정재’ 작품 곧 개봉… 배우감독 시대

    무대나 화면 뒤에서 연출하는 ‘배우 감독’이 늘고 있다. 배우들이 감독이나 작가가 만든 배역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작품 제작에 뛰어들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화계에선 연기가 아닌 연출로 활약하는 ‘배우 감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엔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한 조은지에 이어 배우 박정민 손석구 이제훈 최희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기획 ‘언프레임드’를 통해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올해는 이정재가 처음 연출한 첩보 영화 ‘헌트’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제작한 정우성도 이번엔 영화 ‘보호자’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다. 언프레임드를 제작한 하드컷 김유경 대표는 “생각보다 많은 배우들이 작품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며 “이번 기획엔 자신만의 감각이나 시선이 있는 배우들에게 연출을 맡기려 했다”고 했다. 언프레임드는 영화 ‘건축학개론’, ‘파수꾼’으로 유명한 배우 이제훈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흥행 감독이 아닌 이상 감독의 이름만으로 작품을 널리 알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은 흥행 전작 없이도 화제몰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표희선 왓챠 프로듀서는 “단편 영화가 주목받는 게 쉽지 않은데 아무래도 팬들이 먼저 홍보해주면 초기에 작품이 알려지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배우의 이름만으로 최종적인 흥행을 보장하긴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배우가 연출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관객을 만족시키려면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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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작들 줄줄이… 올해는 눈도 귀도 호강하겠네

    《올해 공연 라인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됐던 지난해와 달리 풍성함을 자랑한다. 4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 뮤지컬 ‘라이온 킹’과 프랑스 오리지널팀의 ‘노트르담 드 파리’, 지난해 미국 토니상 트로피를 휩쓴 뮤지컬 ‘물랑루즈’ 라이선스 국내 초연까지…. 해외 유명 대작들이 연달아 한국 관객을 찾는다. 세계 4대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단 아시아 최초 에투알(최고 수석무용수)에 오른 발레리나 박세은의 내한 공연도 펼쳐진다.》○ 세계적 뮤지컬 대작의 귀환 이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은 여성 연출가 최초로 토니상을 수상한 줄리 테이머를 비롯해 오리지널 제작진, 배우들이 그대로 참여한다. 주술사 라피키가 오프닝넘버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열창하고 가젤, 기린 등 숱한 동물들이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무대에 오르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하쿠나 마타타’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이트’ 등 킬링 넘버들도 만나볼 수 있다. 3월 18일까지 서울 공연이 이어지고, 4월엔 부산 드림씨어터로 옮겨가 지방 팬들을 만난다. 빅토르 위고의 장편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도 다음 달 25일부터 3월 1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무대에 오른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로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대성당의 시대’ 등 대표 넘버들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트로피 10개를 휩쓴 ‘물랑루즈’의 라이선스 공연도 올 12월 국내 초연된다. 1890년대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랭루주를 배경으로,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마돈나, 아델, 레이디 가가 등 팝스타의 명곡으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로알드 달의 동화가 원작인 ‘마틸다’(10월)도 2018년 국내 초연 이후 4년 만에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재공연된다. 창작 뮤지컬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담아낸 ‘프리다’가 2월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평생을 아픈 몸으로 살았지만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의 삶이 무대로 꾸며진다. 주인공 프리다 역에는 최정원, 김수향이 캐스팅됐다. ○ 오영수·신구·남명렬, 연극 무대 빛내는 노(老)배우들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배우 오영수와 배우 신구의 연극 ‘라스트 세션’이 3월까지 서울 대학로 티오엠에서 열린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신구, 오영수)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이상윤, 전박찬)가 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2인극이다. 연극계의 대부 배우 남명렬도 무대에 선다. 청각장애인 막내아들에게 수화를 가르치지 않고 언어에 적응하며 살도록 키워온 한 유대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에서 아버지 역을 맡는다. 2년 만에 재공연되며 이달 18일부터 서울 국립정동극장 무대에 오른다. 동명 소설 원작으로 유명한 ‘82년생 김지영’(8월)과 ‘채식주의자’(9월)도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파리의 별’ 발레리나 박세은 내한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352년 역사상 아시아인 최초로 에투알에 오른 발레리나 박세은이 한국을 찾는다. 입단 10년 만에 에투알이 된 박세은은 발레단 동료 에투알 무용수들과 함께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7월)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립발레단은 ‘주얼스’ 국내 초연을 시작으로, ‘고집쟁이 딸’ ‘허난설헌’ ‘지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10개의 작품을 선보인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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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운상가 사람들과 MIT 공대생이 잠수함을…

    사람들은 자신의 적성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무겁고 진지한 글만을 써왔던 희곡 작가가 빵빵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극 연출가가 되기도 한다. 최원종 연극연출가(46·사진)가 그런 사람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메이드 인 세운상가’는 그의 코미디 신작이다. 작품은 1986년 북한이 댐을 무너뜨려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겠다”고 거짓 위협한다 주장한 전두환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10일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최 연출가는 “상황은 우스꽝스럽지만 맘 편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라며 “사람들이 마주하는 역사의 딜레마는 이 시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학로에서 ‘진지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200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독립·예술영화를 좋아했던 작가였다. 코미디극은 ‘삶을 희화화시킨다’는 이유로 싫어했다. 그런 그가 코미디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솔직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안 보니까요.” 그는 “관객을 웃게 해주고 싶은데 왜 관객들을 힘들게만 하는 걸까 하는 마음이 항상 나를 괴롭혔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와중에 희곡 작가 이만희가 “어두운 작품을 잘 쓰니 코미디도 잘 쓸 것 같다”고 그에게 조언했다. 그때부터 최 연출가는 단순히 사람을 웃기는 개그가 아닌 ‘지질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코미디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그는 “살면서 제가 처했던 상황을 아주 솔직하게 쓰니까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면증에 걸렸던 20대 후반, 그는 긴 밤을 때울 ‘킬링 타임’용으로 공포 영화를 즐겼다. 그 과정에서 코미디의 본질을 깨닫게 됐다. 그는 “살인마나 재난에 쫓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공포물도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맞선 인간의 본성을 그린다”며 “코미디 역시 웃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장르”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세운상가’ 역시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북한의 ‘서울 물바다’ 협박으로 서울올림픽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 서울을 지키겠다며 잠수함 제조에 나선 세운상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공 사상이 투철한 포르노 유통업자와 반독재 저항정신으로 똘똘 뭉친 입양아 출신의 메사추세츠 공대생이 극을 이끈다. 최 연출가는 “서로 다른 신념과 배경,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이 ‘잠수함 건조’를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며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만의 선택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관객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물바다, 반공, 반독재…. 그는 “소재 자체는 다소 무게감이 있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잠수함을 만든다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할 것”이라며 “코미디에 단련된 배우들도 깔깔대며 웃었다”고 자신했다. 30일까지. 전석 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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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영수 “내게 종교는 연극”… 수상 다음날도 무대로

    11일 오후 9시 40분 약 90분간 이어진 연극 ‘라스트 세션’이 끝나자 백발의 배우 오영수(78)는 무대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300여 명의 관객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날 함께 열연한 배우 이상윤(40)이 다가와 허리를 숙이자 손을 맞잡으며 어깨를 다독였다. 이날 그는 죽기 직전까지 과학과 이성을 놓지 않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연기했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화법을 구사한 그는 공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잠시 자제력을 잃었었는데 이 연극을 만나 다시 중심을 잡게 됐다. 내게 종교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오영수는 평소와 같이 공연 4시간 전 극장에 도착했다. 기자들이 몰려들자 그는 극장 외부 계단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7일 개막한 이 연극은 오영수가 ‘오징어게임’ 이후 선택한 첫 작품이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와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작가 C S 루이스가 만나 신의 존재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2인극이다.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후에도 변함없이 무대로 향한 것. 제작사에 따르면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알려진 10일, 이달 남은 11회 차 공연이 모두 전석 매진됐다. 50여 년간 연극 외길을 걸어온 오영수가 세계적인 상을 받자 연극계 안팎에선 축하가 쏟아졌다.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그와 번갈아 맡은 배우 신구는 “오영수와 1960년대 후반부터 알고 지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차분히 실력을 쌓는 모습은 똑같다”고 했다. 연극 ‘3월의 눈’에서 오영수와 함께 작업한 희곡 작가 배삼식은 “무대 위에 서는 것을 기쁨으로 누리는 배우”라고 했다. 2011년 초연 당시 87세의 나이로 주인공을 맡은 장민호 배우가 끝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불안했던 배 작가는 오영수에게 ‘언더스터디’(주연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를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무대에 선다는 기약이 없는 언더스터디를 모두가 고사했지만 당시 45년 차 배우였던 오영수는 ‘장 선생님 작품인데 무조건 해야지’ 하며 승낙하셨습니다. 무대와 연기에 진심인 배우시죠.”(배 작가) 외신은 오영수의 수상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주요 장면으로 꼽았다. CNN방송은 “오징어게임의 스타 오영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극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며 “그의 연기 이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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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타도 마다않는, 무대에 참 진심인 배우”…동료-선후배가 본 오영수

    “그 양반은 안(內)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배우 오영수(78)와 더블 캐스팅으로 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역을 맡은 배우 신구(86)는 “배우 오영수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구는 “오영수는 외부로 화려하게 부각된 배우는 아니었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실력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 내공이 쌓인 게 이제 보여졌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그 양반이 70살 넘게 오랫동안 연극해왔지만 아주 차분한 사람”이라며 “60년대 후반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한국 배우 최초 골든 글로브 TV부문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오영수는 1967년 극단 ‘광장’에 입단한 후로 50여 년 간 주로 연극 무대서 활동했다. 연극인 외길만 걸어온 오영수가 세계적인 상을 받자 연극계에서는 축하의 말과 각종 미담이 터져 나왔다.연극 ‘3월의 눈’(2011)에서 오영수와 함께 작업한 배삼식 희곡작가는 “선생님은 무대 위에 서는 것을 즐거움과 기쁨으로 누렸던 배우”라고 했다. 연극 ‘3월의 눈’은 노부부의 이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2012년 작고한 배우 장민호의 유작이기도 하다. 당시 88세였던 장민호가 끝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불안했던 배 작가는 오영수에게 ‘언더스터디’(메인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를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드렸다고 한다. 그는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언더스터디를 다른 분들은 다 못한다고 했는데 44년차 배우셨던 선생님이 ‘장민호 선생님 작품인데 뭐든 하겠다’고 흔쾌히 승낙해주셨다”며 “무대와 연기에 참 진심이셨는데 그 보답을 상으로 받으셨다”고 했다. 30년지기 친구이자 국립극단 동료였던 배우 김재건(75)은 “한 달 전 골든 글로브 후보 올랐다고 해서 축하한다고 전화했더니 영수 형이 호탕하게 웃으며 ‘설마 타겠냐’고 했는데 진짜 탔다”며 “작품상도 탈 수 있었는데 오직 영수 형만 탔으니 대단하다”며 웃었다. 90년대에 국립극단에서 오영수와 함께 무대에 섰던 그는 “영수 형은 평소 성격이 유하고 후배를 참 아끼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연극을 하는 후배 배우들에게도 ‘언젠가 하다보면 이런 게 올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줬다”며 “후배들에게 굉장히 큰 귀감”이라고 했다. 오영수와 연극 ‘아버지와 아들’ ‘리어왕’ 등을 함께한 이성열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오 선생님은 항상 젊게 사시는 분”이라며 “젊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옷도 멋쟁이시고 평생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스스로 노력하신다”고 했다. 이어 “오 선생님의 연기나 화법이 일반적이지 않고 개성적인데, 그런 것들이 이미 연극계에선 정평이 나있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서 알려지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것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주요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CNN 방송도 “‘오징어 게임’의 스타 오영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CBS 방송은 “오영수가 200편 이상 연극 무대에 선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연극배우 중 한 명”이라며 “영화와 TV 드라마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조연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극 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며 “78살 그의 연기 이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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