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KTX 특실 승차권을 할인 판매하면서 실제보다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것처럼 써놓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23일 공정위는 코레일의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이 2014년부터 약 7년간 인터넷특가, 청소년드림 등 할인 상품을 팔면서 특실과 우등실에는 낮은 할인율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누락하거나 정확히 알 수 없게 표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코레일은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30% 할인’ ‘20% 할인’ 등으로 할인율을 표시하는데, 실제 특실·우등실의 승차권 할인율은 이보다 낮았다. 일반석과 특실·우등실의 승차권 가격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석과 달리 특실·우등실에는 여객 운송 대가인 ‘운임’(여객 운송 대가)에 더해 별도의 ‘요금’이 붙는다. 요금은 넓은 좌석 등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통상 운임의 40% 수준이다. 문제는 KTX 할인 상품의 할인율이 운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30% 할인’이라고 표시된 상품을 사더라도 특실 승객이 적용받는 할인율은 20% 안팎에 그쳤다. 다만 코레일은 2021년 언론 보도로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가 문제가 되자 이를 즉각 시정했다. 이에 공정위도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코레일 측은 “2021년 국정감사 때 지적이 나와 바로 할인율 표기를 변경했다. 정확한 운임·요금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대형마트와 편의점, 식당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의 유효기간이 최대 5년까지로 늘어난다. 포인트 유효기간이 다가올 땐 카카오톡 알림, 애플리케이션(앱) 푸시알람 등을 통해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된다.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 편의점, 외식 등 8개 업종 39개 업체가 공정위와 협의해 적립식 포인트 운영 정책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인트 유효기간을 늘리거나 포인트 소멸과 관련해 사전고지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우선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모두 포인트 유효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노브랜드 등에서 쓸 수 있는 신세계포인트, 홈플러스·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에서 쓸 수 있는 마이홈플러스의 유효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바뀐 유효기간은 2026년 적립된 포인트부터 적용된다.롯데마트의 오프라인 전용 멤버십인 스노우플랜은 내년 상반기(1~6월)부터 유효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CU 편의점 멤버십인 CU 멤버십은 내년 7월 적립분부터 유효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외식업 분야에서는 빕스·계절밥상·뚜레쥬르·메가커피(CJ ONE), 스타벅스(신세계포인트)가 2년에서 3년으로 유효기간을 늘린다. 이밖에 다이소(다이소멤버십), 올리브영(CJ ONE) 포인트도 기존 2년이 아닌 3년까지 쓸 수 있게 되고,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삼성패션멤버십)은 1년에서 5년으로 포인트 유효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모두 2026년 적립 포인트부터 유효기간이 바뀐다.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에서 쓸 수 있는 해피포인트는 가맹점주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아 유효기간(3년) 연장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메가박스(2년), 잇츠마일(1년) 등도 연장 방안을 안 냈다. 포인트 소멸과 관련한 사전고지 규정도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기로 했다. 사전고지 규정을 약관에 명시하고 ‘이메일’처럼 소비자가 즉시 알기 어려운 고지 방식을 ‘알림톡’, ‘앱 푸시’ 등의 방식으로 다양화하는 것이다. 고지 시점도 소멸일로부터 15일 전 1회만 알리던 것을 두 달 전부터 총 3회에 걸쳐 알리게끔 바꾸도록 했다.이번 개선 방안은 유통업계에서만 매년 132억 원어치 포인트가 사라지는 등 짧은 유효기간 탓에 소비자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공정위가 조사해보니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50개 포인트 중 31개(62.0%)의 유효기간이 상법상 소멸시효(5년)보다도 짧았다.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포인트 유효기간을 미리 확인하고, 소멸 고지를 제때 볼 수 있게 이메일·문자메시지 등 알림 채널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현명한 소비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 직장인은 하루 중 평균 1시간 14분을 출퇴근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중 13일을 ‘러시아워’ 도로 위에서 보내는 것으로, 지역별로는 특히 수도권 직장인의 통근 시간이 비수도권에 비해 하루 16분 이상 길었다. 20일 통계청이 근로자 이동행태를 실험적으로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올 6월 통근자의 출퇴근 소요시간은 평균 73.9분으로 집계됐다. 출근에 36.5분, 퇴근에 37.4분을 쓰는 것으로, 1년 중 12.8일을 출퇴근 길 위에서 보내는 셈이다. 통근자의 평균 이동 거리는 17.3㎞였다. 시도별로 보면 수도권 직장인의 출퇴근길이 가장 험난했다. 수도권 직장인이 출퇴근에 쓰는 시간은 평균 82분으로, 2위인 동남권(65.7분)과도 차이가 컸다. 이어 충청권(65.2분), 동북권(64.4분) 등 순이었다. 강원권은 57.7분으로 가장 짧았다. 출퇴근 이동 거리로 보더라도 수도권은 19㎞를 이동해 가장 길었고 강원권(15.7㎞) 등이 뒤를 이었다. 제주권이 13.9㎞로 직주 근접성이 가장 좋았다. 평균 출근 시각은 오전 8시 10분, 평균 퇴근 시각은 오후 6시 18분으로 나타났다. 다만 직장인 10명 중 1명(11.3%)은 오후 8시에 퇴근하고 있었다.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도 19%였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오후 6시 31분)가, 지역별로는 수도권 직장인(오후 6시 24분)의 평균 퇴근 시간이 가장 늦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출퇴근 소요 시간과 이동 거리가 더 길었다. 출퇴근을 위해 남성은 평균 77.7분 동안 19.8㎞를 이동한 반면, 여성은 68.8분 동안 13.9㎞를 이동했다. 근무지에 평균적으로 체류하는 시간은 9.1시간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30대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9.4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60대 이상은 8.4시간으로 가장 짧았다. 성별로는 남성 (9.4시간)이 여성(8.8시간)보다 36분 더 직장에 머물렀다. 여성들이 육아 등을 위해 유연근무를 활용하거나, 단시간 일자리에 취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주말에는 시내에서 비슷한 처지인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맛있는 음식점에 찾아가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혼자 살기도 빠듯한데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공공기관 직원 강모 씨(45·여)는 “마지막으로 연애를 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경험이 없는 40대 남녀 비율이 20년간 각각 5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늘면서 혼인 나이가 늦어지고, 평생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 인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40대 미혼 남성 20년 사이 6.7배로19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40대 남성 4명 중 1명가량인 23.6%가 결혼한 경험이 없는 미혼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에는 40대 남성 3.5%만이 결혼 경험이 없는 미혼이었는데 20년 새 6.7배로 불어난 것이다. 여성은 2020년 기준 10명 중 1명(11.9%)이 미혼으로 2000년(2.1%)과 비교하면 5.7배로 늘었다. 30대에서도 미혼 남녀의 비중이 가파르게 뛰었다. 다만 상승 폭은 여성이 더 컸다. 남성의 경우 이 비중은 2000년 18.7%에서 2020년 50.5%로 2.7배가 된 반면에 여성은 7.0%에서 32.8%로 4.7배가 됐다. 과거에는 당연히 결혼해 가정을 꾸릴 나이로 여겨졌던 30, 40대에서 미혼 비중이 늘어나는 건 결혼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선 미혼자 중 경제적 상태나 주관적 건강 상태가 좋은 사람일수록 결혼할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소득계층이 하층이라고 답한 남성은 63.2%만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한 반면에 자신의 소득계층이 상층이라고 답한 남성은 88.0%가 결혼을 긍정적으로 봤다. 여성의 경우도 비슷한 추세가 관찰됐다.● 일·가정 양립 어려운 상황도 미혼에 영향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미혼자는 꾸준하게 줄어드는 추세라 ‘40대 이상 싱글’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기준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한 20대는 남성 80.2%, 여성 71.1%로 여성이 남성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30대도 남성 80.0%, 여성 72.5%였다. 다만 미혼자의 특징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은 결혼한 남성보다 미혼자의 대졸자 비율과 고용률이 낮게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반대로 미혼자의 대졸자 비율과 고용률이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사회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결혼보다는 일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미혼 상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본인이 노후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나 정부에 의지하게 된다”며 “향후 이런 국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가 중장년 관련 일자리 대책을 마련할 때 이를 감안하는 등 미리 사회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1년 새 소득이 늘어 ‘부(富)의 사다리’에서 한 계단 더 올라선 국민은 5명 중 1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본격적으로 소득을 불려 나가야 할 청년들은 오히려 5명 중 1명꼴로 전보다 더 낮은 소득계층으로 떨어졌다. 빈곤의 늪에 빠진 고령층 대부분은 5년이 지나서도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0.5%는 1년 새 소득 절반 넘게 하락18일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의 ‘2017∼2022년 소득이동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소득이동통계는 패널 1100만 명의 국세청 소득자료 등을 여러 해에 걸쳐 분석한 것으로, 계층 이동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료다. 정부 핵심 과제인 ‘역동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 개발, 발표됐다. 통계에 따르면 소득자료가 있는 인구 가운데 2022년 기준 1년 전보다 소득분위(1∼5분위)가 한 계단이라도 올라간 사람은 17.6%에 그쳤다. 2018년에는 18.1%가 소득이 늘어 저소득층에서 중·고소득층으로 소득계층 상승을 경험했는데 그보다 줄었다. 오히려 더 낮은 소득계층으로 떨어진 사람은 전체의 17.4%였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15∼39세) 5명 중 1명 이상(23.0%)이 1년 새 소득계층 상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소득계층이 뒷걸음질한 청년도 전체의 18.0%나 됐다. 밥벌이를 시작해 소득을 늘려가야 할 때지만 적잖은 청년들이 기대와 달리 오히려 더 가난해진 것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간 일자리 질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청년들이 계층 상승을 꿈꾸기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사회의 계층 이동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정체된 수준이다. 2022년 캐나다에서는 경제활동 인구의 32.5%가 1년 전보다 소득분위가 뛰었다. 낮아진 경우는 19.2%에 그쳤다. 다만 통계청은 “캐나다의 경제, 사회적 환경 등이 한국과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절대적인 소득금액으로 보면 2022년 기준 1년 전보다 소득이 5000원 이상 하락한 사람은 32.9%였다. 이는 명목소득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걷어낸 실질소득이 쪼그라든 비율은 이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체의 10명 중 1명(10.5%)은 소득이 1년 만에 절반 이상 깎였다.● 10명 중 3명은 5년 내내 빈곤층소득계층 간 이동은 중간 계층에서 주로 일어났고 부유층과 빈곤층은 계층이 고착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소득 상위 20%였던 10명 중 9명가량은 2022년에도 부유층 지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는 10명 중 7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6년 단위로 기간을 넓혀 보더라도 양극화된 계층은 공고하게 굳어져 있었다. 2017년 소득 하위 20%인 빈곤층 10명 중 3명(31.3%)은 5년이 지난 2022년까지 쭉 빈곤층에 머물렀다. 부유층(소득 상위 20%)은 10명 중 6명(63.1%)이 6년째 같은 지위를 유지했다. 빈곤층이 긴 시간 같은 계층에 머무르는 건 특히 노년층에서 두드러졌다. 2017년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 80.6%는 5년이 지난 2022년에도 소득 하위 20%에 머물렀다. 청년층은 15.2%만이 빈곤층에 남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의 경우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소득계층 상향 이동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5명 중 1명이 하향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여건이 매우 안 좋다는 의미”라며 “고령화 역시 사회 전체적인 역동성 저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카카오모빌리티가 ‘콜(호출) 차단 갑질’로 내게 될 과징금이 700억 원대에서 100억 원대로 줄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존 매출이 부풀려졌다는 금융당국 판단이 나오면서 매출액에 따라 결정되는 과징금도 쪼그라들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재산정해 151억 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티, 타다 등 경쟁사에 제휴 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소속 기사들이 카카오T 콜(호출)을 받지 못하게끔 차단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요구한 제휴 계약에는 경쟁사 영업비밀 수집 권한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사건을 조사·심의한 공정위는 올 9월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 검찰 고발과 함께 724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리겠다고 잠정적으로 밝혔다. 최종 확정된 과징금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건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렸다는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결과를 반영한 결과다. 그간 카카오모빌리티는 고객이 결제한 택시비 등 총 거래액을 매출로 잡는 ‘총액법’으로 회계를 처리해왔다. 증선위는 이런 방식이 매출 뻥튀기이며 실제 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만 매출로 잡아야 한다고 지난달 결론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해 매출만 4000억 원가량 줄었고 매출을 토대로 산정되는 공정위 과징금도 덩달아 줄었다. 다만 시정명령과 검찰 고발은 유지됐다. 공정위는 “발표 당시에도 증선위의 최종 결정이 있는 경우 관련 매출액과 과징금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징금 액수에 큰 영향을 미칠 증선위 심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섣부르게 과징금 규모를 발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보기술(IT) 회사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에 쓸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에서 저작물을 멋대로 가져다 쓰면 소비자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이 나왔다. 공정위는 현재 블로그 글 등을 AI 학습에 사용하도록 한 네이버 약관의 불공정성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 같은 분석이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공정위는 이런 내용의 ‘생성형 AI와 경쟁’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불거질 만한 불공정 경쟁, 소비자 이익 침해 등의 문제를 내다보고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정위는 특히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할 때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는 행위가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약관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더라도 이용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없는 등 실질적인 동의로 볼 수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경쟁당국은 페이스북이 서비스 이용 약관 등을 근거로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 이용한 행위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고 시정 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IT 회사가 AI 학습 과정에서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에 데이터 관련 남용 행위를 명시하거나, 소비자 보호법을 개정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이는 학계에서 나오는 안으로, 정부 방향성은 정해지지 않았다. 제도 개선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공정위의 네이버 약관 심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이용자가 올린 블로그, 카페 글 등을 자사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네이버 이용약관이 불공정하다는 신고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AI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중 네이버 약관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무산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고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당장 9일 금융시장에서 ‘블랙먼데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외환·금융 당국은 잇달아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화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비상계엄령 포고 이후 사흘 동안(4∼6일) 코스피는 2.88%, 코스닥은 4.27% 각각 떨어졌다. 특히 외국인은 이 기간 코스피에서만 1조 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로 1%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치 불안이라는 겹악재가 터지자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7일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에 실패하면서 향후 국정 운용과 정치 상황에 변동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정치 불확실성 증가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해 다음 주초에 시장이 단기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정부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시사했지만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정치적 위험으로 인한 내수 침체와 투자 활동 부진으로 한국 증시 하락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홍콩계 CLSA는 한국 주식의 매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정치 불안으로 인한 환율 상승 압박은 더 커졌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의 원화 자산 회피 심리가 높아지면서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환율 상승 압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당국이 이번 주 환율 급등세를 막기 버거울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 코리아는 해외 투자자 등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비상계엄령 영향에 따른 변동성은 투자자 신뢰가 중요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까지 확장될 것”이라며 “정치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대외 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확고하게 지키겠다”라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관계 부처 합동 성명을 통해 “경제부총리인 제가 중심이 되어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총리는 “무엇보다도 대외 신인도가 중요하다. 필요시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 신용평가사들과 직접 만나고 국제금융 협력 대사를 국제기구와 주요국에 파견하겠다.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경제 설명회도 개최하겠다”고도 했다. 금융당국 역시 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융권의 외화 유동성과 자산 건전성 지표를 점검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상승할수록 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기업대출의 연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정부 예산을 추가로 7000억 원 삭감해 10일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오는 10일까지 처리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그 대신 추가 삭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필요한 것을 삭감했지만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감액 규모는 총 4조8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677조4000억 원) 중 4조1000억 원을 깎은 감액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다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고 나서며 감액안의 본회의 상정은 미뤄진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으로 국민들 상대로 협박하고 있다”며 “감액 예산안을 그대로 확정하는 것을 ‘협박 수단’으로 쓴다는 건 민주당이 감액한 예산안이 잘못이라고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에 앞서 관계 부처 합동 성명을 내고 “2025년 예산안이 내년 초부터 정상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신속히 확정해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추가 삭감’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정부 원안보다 대폭 쪼그라든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감액만 이뤄진 예산안은 정부 동의가 없더라도 국회가 통과시킬 수 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부실공사 심사를 피하려 계약서에 하도급 대금을 뻥튀기해 적은 종합건설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8일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어긴 양우종합건설과 삼환기업에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양우종합건설에는 과징금 4800만 원도 부과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양우종합건설은 2020년 1월∼2022년 10월 20개 수급사업자에게 아파트 파일공사 등 27건을 위탁하면서 하도급대금을 실제보다 높게 기재한 이른바 ‘업 계약서’를 발급했다. 삼환기업 역시 2019년 12월∼2021년 8월 업 계약서를 발급했다. 이들은 하도급 금액이 도급 금액의 82%에 미달할 때 받는 계약 적정성 검사를 피하려고 이 같은 꼼수를 부렸다. 건설산업기본법은 부실공사 예방을 위해 저가 하도급 계약에 대해선 계약의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두 사업자의 실제 하도급 대금은 도급 금액의 82%에 못 미쳤다. 양우종합건설은 업 계약서는 수급사업자에게 주고 실제 계약서는 자신이 보관하는 이중 계약을 체결했다. 또 업 계약은 수급사업자 요청으로 이뤄졌고, 실제 지급 금액은 마이너스 세금계산서 발행 등으로 감액 정산한다는 내용의 계약이행확약서까지 받아냈다. 삼환기업도 수급사업자로부터 비슷한 확인서를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급사업자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무산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고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당장 9일 금융시장에서 ‘블랙먼데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외환·금융 당국은 잇달아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화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비상계엄령 포고 이후 사흘 동안(4~6일) 코스피는 2.88%, 코스닥은 4.27% 각각 떨어졌다. 특히 외국인은 이 기간 코스피에서만 1조 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로 1%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치 불안이라는 겹악재가 터지자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하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7일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에 실패하면서 향후 국정 운용과 정치 상황에 변동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정치 불확실성 증가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해 다음 주초에 시장이 단기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정부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시사했지만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글로벌 투자은행(IB)도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정치적 위험으로 인한 내수 침체와 투자 활동 부진으로 한국 증시 하락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홍콩계 CLSA는 한국 주식의 매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정치 불안으로 인한 환율 상승 압박은 더 커졌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의 원화 자산 회피 심리가 높아지면서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환율 상승 압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당국이 이번 주 환율 급등세를 막기 버거울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 코리아는 해외 투자자 등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비상계엄령 영향에 따른 변동성은 투자자 신뢰가 중요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까지 확장될 것”이라며 “정치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대외 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확고하게 지키겠다”라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관계 부처 합동 성명을 통해 “경제부총리인 제가 중심이 되어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최 부총리는 “무엇보다도 대외 신인도가 중요하다. 필요시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 신용평가사들과 직접 만나고 국제금융 협력 대사를 국제기구와 주요국에 파견하겠다.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경제 설명회도 개최하겠다”고도 했다.금융당국 역시 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융권의 외화 유동성과 자산 건전성 지표를 점검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상승할수록 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기업대출의 연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국민들의 소득분배지표를 보여주는 정부 공식 통계에서 계산 시 ‘퍼센트(%)’가 누락된 데 따른 중대한 수치 오류가 발견돼 공표가 예정 시간 직전에 미뤄졌다. 국가통계기관이 대형 연간통계 공표를 급작스럽게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통계청은 최근의 비상계엄 등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통계청은 5일 오전 9시경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수치 오류로 인해 보도계획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기자단에 자료가 배포된 지 30분 만, 통계 공표(낮 12시)까지는 3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구의 경제 상황과 사회의 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통계다. 자산·부채 등은 설문조사로, 세금·사회보험료 등은 행정자료를 활용해 파악한다. 행정자료가 부족한 가구원에 대해선 특정 산식을 적용해 납부 세금 등을 추정한다. 문제가 된 건 장기요양보험료 산식이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제도 변경을 반영해 산식을 새로 적용했는데 이때 장기요양보험료율 ‘0.9082%’를 ‘0.9082’로 잘못 입력했다. 일부 보험료가 실제보다 100배 부풀려진 결과를 낸 것이다. 이에 세금·사회보험료 등 지출을 뜻하는 비소비지출은 실제보다 크게,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실제보다 작게 잡혔다. 소득분배지표 등 다른 지표에도 연달아 오류가 생겼다. 통계청은 4월부터 조사를 시작해 10월 말까지 데이터 작업을 끝낸다. 그런데도 공표 직전에야 오류가 발견된 건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식 입력에서의 오류를 바로잡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에서 해당 산식값 입력은 주무관 한 사람이 담당하고 교차 검증하는 인력은 없었다. 통계청은 “산식을 짜는 부분은 별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코딩의 영역이라 다른 사람이 검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착오 발생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연간통계 공표가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통계청에 대한 신뢰 저하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정국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관가의 기강 해이가 커지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통계청은 “연간 조사인 만큼 통계표 자체는 이미 한 달 전에 나와 있었다. 계엄과는 무관한 실무적인 실수”라고 강조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외신을 통해 알려진 후 경제부처에는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한국 국채를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번 뉴스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불확실성이 커져 국제 신용평가사를 상대로 국내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자료를 보낼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지금 연락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의 정치 불안에 질린 외국인은 40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증시 밸류업을 추진하던 정부가 도리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치 불확실성, 국가신용 악영향 가능성”4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제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요한 법안을 효과적으로 통과시키거나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위기에는 취약한 경제 성장 전망, 도전적인 지정학적 환경,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제약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가뜩이나 경제 둔화 양상을 보이는 마당에 정치 불안까지 장기화될 경우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심야 계엄 사태가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의 정정 불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대외 신인도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적 리스크가 신용 리스크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에 사태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당장은 신용등급 자체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킴엥 탄 전무는 이날 언론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비상계엄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뜻밖의 일이고 향후 투자자의 결정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현 신용등급을 바꿀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경기 침체 악재에 정치 불안까지 덮쳤다”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경제가 내리막을 걷는 중에 나타난 점을 특히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단 이번 사태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기 때문에 리스크가 많이 흡수될 것”이라면서도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 불을 지핀 격이라 경기 하강 국면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는 등 내수 침체가 이어진 바 있다. 특히 내년부터 1%대 저성장 국면이 예고된 상태라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유난히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경제 상황이 탄탄하면 모르겠지만 소비와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앞으로의 정치적인 갈등이 얼마나 확대되는지에 따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이 1년 전보다 0.8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 처음으로 줄었다가 1년 만에 반등했다. 사망 원인 확률은 암이 가장 높았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1년 전보다 0.8년 늘었다. 기대수명은 연령별 사망 빈도가 유지될 때 각 연령대의 사람들이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를 추정한 통계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꾸준히 늘던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2022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처음으로 0.9년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다만 2021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0.1년 더 낮다. 성별로는 남자가 80.6년, 여자가 86.4년으로 1년 전보다 각각 0.7년, 0.8년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남자는 2.2년, 여자는 2.8년 더 높다. 남녀의 기대수명 격차(5.9년)는 1년 전보다 0.1년 늘었다. 지난해 출생아의 주요 사인으로 사망할 확률은 암이 19.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폐렴(10.0%), 심장질환(10.0%) 순이었다.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은 2.4%로 1년 전(9.4%)보다 급감했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암(23.8%) 폐렴(11.0%) 심장질환(8.9%) 순으로, 여자는 암(15.0%) 심장질환(10.9%) 폐렴(9.5%) 순으로 각각 사망 확률이 높았다. 암이 사망 원인에서 제거된다면 기대수명은 3.3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심장질환이 없다면 1.2년, 폐렴이 없다면 1.0년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는 6개월 전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은퇴 후 보유한 부동산을 정리해 대출금을 갚고 지방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전 씨는 “처음 내놨을 때보다 가격을 1억 원 내렸는데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든 상태라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쥐고 있는 한국의 고령층은 보유 자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 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 씨처럼 한국에선 집 한 채가 고령층 보유 자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 노인 빈곤층의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1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OECD는 빈곤율을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가진 인구 비율’로 정의하고 있는데, 보유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OECD 기준에선 ‘똘똘한 집 한 채’로 노후를 대비한 한국 고령층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 구입에 쓰다 보니 고령자들은 빚만 잔뜩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92%로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의 높은 부동산 비중은 경제 성장 동력도 약화시킨다. 주식, 채권 등으로 흘러갈 자본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영국 남동부 억필드에 거주하는 맬컴 마케시 씨(83)는 농부로 일하다가 2006년에 은퇴했다. 은퇴 전엔 매일 소젖을 짜며 농사일을 했던 그지만 은퇴 후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여행을 즐긴다. 마케시 씨는 “일할 때는 저소득층에 속했지만 지금은 연금 덕분에 도리어 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마케시 씨는 한 달에 2400파운드(약 425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국가연금이 그중 65%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연금 17%, 퇴직연금은 10% 정도다. 나머지 8%는 세상을 떠난 마케시 씨의 아내가 고용주로부터 받았을 연금의 절반이다. 마케시 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국가연금에 조금씩이라도 항상 추가로 납입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한두 개 갖고 있다. 소득세를 피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연금부가 관리하는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2012년 디폴트 옵션을 의무화했다. NEST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옵션에 가입하고 있는데 연평균 수익률은 8∼9%에 이른다.● 60대에 창업 도전… 고령층 소비가 경제 뒷받침 한국에서 2025년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원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고령사회(노인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프랑스는 39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된 2018년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기록적인 고령화 속도와 달리 노년층의 은퇴 후에 대한 준비는 미진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소득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는 이유다. 준비 없는 초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두둑한 연금을 바탕으로 고령층이 활발한 소비와 경제 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정부가 잘 운용해온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재취업 시장도 탄탄한 덕이다. 덕분에 노인들은 선진국 경제의 ‘비밀 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 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연금 부자도 많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자사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산을 바탕으로 노인들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고금리 추세,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속에서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 소비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현재 77조1000억 달러(약 10경8109조6200억 원)의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2024년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가 약 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장피에르 퐁생 씨(78)는 법정 정년인 60세에 은퇴한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은퇴 땐 뒤늦은 재혼에서 얻은 딸이 고작 한 살이었고, 이듬해엔 아들까지 태어났다. 60대 초반에 ‘늦깎이 아빠’가 된 그는 과감하게 부동산 컨설팅 창업을 결심했다. 60대 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현직에서 잘 알던 지인들은 이미 퇴직해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아예 수입이 ‘0유로’인 달도 있었다. 전기료 등 고정 비용만 나가 적자를 볼 때도 허다했다. 퐁생 씨는 “그래도 든든한 연금보험금이 3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연금에 일반 퇴직연금과 고위 임원용 퇴직연금까지 3곳에 ‘연금 파이프라인’을 뚫어놨던 것. 3곳에서 들어오는 연금 수입은 현재 월평균 6000유로(약 882만 원)에 달한다. 그는 ‘3중 연금’ 덕에 어린 두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었다. 연금을 든든한 발판 삼아 사업도 키울 수 있다. 퐁생 씨의 지금 소득은 퇴직 전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제 두 아이는 훌쩍 자라 독립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계속 일할 계획이다. 퐁생 씨는 “일하는 게 재밌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금으로 크루즈 여행”, 여유 누리는 은퇴 부자들“내년 70세 생일을 맞아 아들 둘, 손자 넷을 데리고 한국-일본 크루즈 여행을 갈 겁니다. 경비는 모두 제가 냅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69)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혼자 사는 그는 현재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하지 않지만 본인의 연금만으로 손주까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하워드 씨가 은퇴 후에도 자녀, 손주를 챙길 수 있는 이유는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과 노령연금이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하워드 씨는 매달 4000호주달러(약 360만 원)의 퇴직연금과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집의 일부 공간을 렌트하며 월 600호주달러(약 54만 원) 정도 추가 수입도 거둔다. ‘슈퍼’(최고)라는 이름을 내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1992년부터 근로자 가입이 의무화됐는데 연간 수익률 8%대, 지난해엔 수익률 9%대를 기록했다. 맡겨두면 두둑한 연금자산을 누릴 수 있는 호주의 노인들은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해 쓰는 건 인생이 끝장난 사람이나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워드 씨도 “교사로 근무했을 때 월급의 10%는 퇴직연금에 넣었다”며 “지금은 월요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고 주민들에게 1시간 반 동안 미술을 가르치면서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중학교 교사 출신 시노미야 마사요 씨(70)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 등 월 63만 엔(약 585만 원)을 받고,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시노미야 씨는 “개인연금도 많이 적립했다. 남편도 조그만 부동산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면에서 식사나 의료 등 힘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사회 담당 강사로 재취업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시노미야 씨는 은퇴 전보다 월급(현재 17만 엔·약 159만 원)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노후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담임 교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책임이 줄어든 데다 학부모들과 부딪칠 일이 없고, 휴일도 많아졌다”며 “여유가 생긴 덕분에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누구의 할머니, 아내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밖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재미있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웃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2025년을 앞두고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과 후년 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초고령사회 원년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9.2%로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기정사실화됐다. 고령사회가 된 2018년 이후 불과 7년 만의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초고령사회라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수출이 위협받는 가운데 내수라도 살려야 하는데 고령인구와 노인빈곤율의 급증은 소비 진작과 경제 선순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리우고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미국 등 선진국에서 부자 노인이 여전한 소비력을 보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면서 살다가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을 받아들고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의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수익률은 7.79%인 반면에 한국 퇴직연금의 10년간(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매월 50만 원씩 30년을 꾸준히 퇴직연금을 넣는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근로자는 7억2000만 원을 손에 쥐게 되지만 한국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퇴직금은 2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선진국 은퇴자가 연금 수익 등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는 반면에 한국은 ‘쥐꼬리 연금’, ‘은퇴 거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오는 이유다. 벌어둔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한국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9.41%, 금융투자 자산은 1% 미만이다. 자산은 많아도 이를 바탕으로 풍족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노인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일자리로 근로소득을 확보할 처지도 안 된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정부에서 노인형 일자리를 양산하지만 월 급여는 21만 원에 불과하다. 고령 취업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단순 노무(34.6%)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3.3%)의 합이 절반 이상이다. 한국의 고령층은 연금뿐 아니라 금융자산, 일자리 기회가 모두 부족한 ‘삼저(三低)’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모 씨(73)도 2010년 그간 운영해온 가게를 닫은 뒤 마땅한 벌이가 없어 생활이 막막해진 경우다. 국민연금에 최소 금액만 넣은 탓에 월 수령액이 4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에는 다행히 인근 학교에서 숙직 전담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면서 월 90만 원씩 챙겼지만, 지난해 실직하면서 이마저도 끊겼다. ●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내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내년 20%를 넘은 뒤 2050년에는 40.1%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노동생산성 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프랑스(65.8달러), 영국(60.1달러) 등의 국가가 한국을 크게 앞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2015∼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 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금 제도 개선으로 노인들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의무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회원국의 평균치(50.7%)를 크게 밑돌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은 “(개인들도) 퇴직금이나 주택 등의 자산을 활용해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연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용역과 상표권을 공짜로 내주며 총수 회사에 12억 원이 넘는 부당 이익을 제공한 셀트리온이 4억 원대의 과징금을 맞게 됐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셀트리온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35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서정진 그룹 회장 지분이 높은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서 회장에게 사익을 안겨준 점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08년 8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 독점 판매권을 주는 대신에 제품 보관료 등 일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도 셀트리온은 1년여 뒤 헬스케어가 매입한 의약품을 보관료 없이 보관해주며 보관용역을 공짜로 내줬다. 보관료 관련 규정은 2012년 8월 계약서에서 삭제됐다. 셀트리온은 또 자신이 독점적,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는 상표권을 헬스케어와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헬스케어와 스킨큐어는 서 회장이 지분 88.0%, 69.7%를 각각 가진 회사다. 셀트리온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두 회사에 제공한 부당 이익은 총 12억1000만 원이었다. 실제 지원 행위는 2009년부터 시작돼 30억 원대 규모인데, 셀트리온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6년 이후에 대해서만 지원 금액이 산정됐다. 공정위가 적용한 사익 편취 행위 금지 규정은 대기업집단에만 적용된다. 셀트리온 측은 “내부 준법경영 체제를 강화해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쿠팡이 고객의 멤버십 해지를 방해하고 눈속임으로 가격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이 밖에도 다른 불공정행위 혐의에 대해서도 당국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어 쿠팡의 제재 리스크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보냈다. 공정위는 쿠팡 측 의견을 청취한 후 내년 하반기(7∼12월) 중 제재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의 계약 해지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고객이 중도 해지를 신청하면 즉시 서비스가 중단되고 남은 이용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와우 멤버십은 소비자가 중도 해지를 신청해도 차액이 환불되지 않고, 월말까지 서비스가 유지됐다. 중도 해지를 방해한 혐의로 네이버, 마켓컬리 등 다른 이커머스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할 때 소비자를 기만한 것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쿠팡은 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리는 과정에서 눈속임을 동원해 고객의 동의를 받아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상품 결제 버튼에 ‘와우 월 회비 변경 동의’ 문구를 작게 적어두고, 버튼을 누르면 결제와 동시에 멤버십 가격 인상을 승인한 걸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는 모두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은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체가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해 계약 해지를 방해하거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어기면 과징금, 과태료 등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 쿠팡의 제재 리스크는 산적해 있다. 올 6월 쿠팡은 검색 알고리즘과 후기를 조작해 자사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밀어준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16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검찰 고발도 이뤄져 현재는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도 줄줄이 쌓여 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에 ‘쿠팡 플레이’와 ‘쿠팡이츠 무료 배달’ 서비스를 끼워 팔았다는 의혹, 자회사 쿠팡이츠가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배달의민족 등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도록 입점업체에 강요했다는 의혹(최혜대우 요구) 등이다. 실적이 저조한 PB 상품을 할인하면서 하도급 업체에 판촉비를 전가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된 상태다. 이 사건들은 모두 공정위 조사 선상에 올라가 있다.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쿠팡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쇼핑 앱의 경우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상품을 주문해 혜택을 본 뒤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 중도 해지 허용으로 다른 고객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비발디파크 인근에서 스키 장비 등을 빌려주면서 가격을 짬짜미한 대여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2일 공정위는 비발디파크렌탈샵협의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비발디파크 스키장 주변에서 스키·스노보드 장비 및 의류를 빌려주고 강습을 해주는 업체 57곳으로 구성된 사업자단체다.공정위에 따르면 협의회는 2022~2023년 시즌과 2023~2024년 시즌 스키·스노보드 장비 및 의류 대여료와 강습료의 최저가격을 정하고 회원사(구성사업자)들이 모두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 이를 공지했다. 이후 인터넷 예매 사이트 등을 통해 최저가격보다 싸게 빌려주는 회원사가 있는지를 감시하고, 어긴 회원사에는 가격 수정을 요청했다. 이런 담합 행위로 정해진 2022~2023년 겨울 ‘스키 장비 4시간 대여료’의 최저 가격은 1만1000원이었지만, 2023~2024년 겨울엔 1만5000원으로 1년새 36%나 증가했다.이 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업자단체는 회원사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 다만 공정위는 협의회의 예산이 1억5000만 원으로 소액인 점과 법 위반 전력이 없는 점, 조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비발디파크 인근 지역 스키·스노보드 장비 대여 및 강습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들의 여가 활동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 및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에 관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