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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선 “천운(天運)을 타고났다”고 했다. 본인도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덤덤해했다. 그런데 과연 모든 걸 운으로 돌릴 수 있을까.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남자 일반부 10m 공기권총 결선이 열린 29일 경남 창원종합사격장.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진종오(35·KT)의 존재감 앞에 경쟁자들은 제풀에 무너졌다. 진종오는 3발을 남겨두고 2위 박지수(서산시청)에 2점 차로 뒤지고 있었다. 이 종목에서는 좀처럼 뒤집기 힘든 스코어다. 그런데 18번째 발에서 진종호가 10.3점을 쏜 반면 박지수는 8.0점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탈락이 유력했던 진종오는 0.3점 차로 생존했다. 그래도 선두 이대명(KB국민은행)에게 2.4점이나 뒤져 있어 역전은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19번째 발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일어났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3관왕 이대명이 7.9점에 그쳤다. 반면 진종오는 10.4점을 쐈다. 0.1점 차로 앞선 진종오는 마지막 발에서도 10.2점을 기록하며 총점 201.2점으로 이대명(200.3점)을 꺾고 역전 우승했다. 사격연맹 관계자는 “진종오가 아니었다면 이대명이나 박지수가 그런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진종오는 단체전에서도 팀 후배 한승우, 강경탁과 함께 합계 1765점이라는 비공인 세계신기록(종전 1759점)으로 금메달을 추가했다. 전날 남자 50m 권총 개인전과 단체전까지 제패한 진종오는 4관왕에 올랐다. 진종오는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고 명사수지만 진종오는 아직 아시아경기 개인전에서는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3할 타율은 수준급 타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그런데 28일 KIA와의 경기 전까지 두산의 팀 타율은 무려 0.307이나 됐다. 팀 자체가 수준급 타자인 셈이다. 오재원과 민병헌을 비롯해 규정 타석을 채우고도 3할 이상을 치는 타자가 7명이나 됐다. 뜨겁게 달아오른 두산 방망이가 28일 KIA와의 광주경기에서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웠다. 두산은 이날 KIA전에서 13개의 안타를 몰아쳐 13경기 연속 1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자신들이 세운 1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두산 타선은 3-6으로 뒤진 9회초 이원석과 홍성흔의 홈런을 포함해 7개의 안타를 집중시키며 대거 7득점해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요즘 남부러울 게 없다. 류 감독이 이끈 삼성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휩쓸었다. 올해도 시즌 초반 잠깐 부진했지만 어느새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7일 LG와의 경기에서 마무리 임창용을 내고도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연승 행진이 11에서 멈췄지만 삼성은 여전히 자타공인 최강팀이다. 28일 경기 전 잠실구장에서 만난 류 감독은 “남들은 11번 이기고 한 번 졌으니 괜찮지 않느냐 할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고 속상했다”고 했다. 불과 하루 뒤 삼성은 2-4로 뒤지던 8회에 터진 이승엽의 천금같은 3점 홈런 등에 힘입어 7-4로 역전승하며 전날 충격을 털어냈다. 올해 성적은 29승 1무 14패가 됐다. 지금 추세라면 삼성의 사상 첫 통합 4연패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2002년 처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삼성은 프로야구 출범 후 2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2002년부터 벌써 6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야구에서만은 1등이 아니던 삼성이 이제는 야구에서도 1등인 시대가 된 것이다. 삼성의 독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류 감독은 스스로를 ‘복장(福將)’이라고 부른다. 사실 운도 좋은 편이다. 2011년 첫 우승 후에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던 ‘국민타자’ 이승엽이 돌아와 2012년 2연패의 주역이 됐다. 올해는 철벽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 한신으로 떠났지만 그 자리를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임창용이 메우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한발 앞선 투자와 준비다. 최근 강팀의 조건은 선수층의 두께다. 팀당 128경기를 치러야 하는 장기 레이스에서 부상과 슬럼프는 피할 수 없다. 그래서 1군 같은 2군 선수, 주전 같은 백업 선수를 키우는 게 관건이다. 최근 삼성은 한두 군데 구멍이 난다 해서 무너지는 팀이 아니다. 포수 이흥련, 외야수 박해민, 내야수 백상원 등 경산볼파크에서 쏟아져 나온 젊은 선수들이 주전들의 구멍을 말끔히 메운다. 조동찬과 권오준 등 부상 선수들은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조만간 복귀할 예정이다. 현재도 충분히 잘나가고 있지만 삼성은 향후 10년을 먹여 살릴 씨앗을 이미 뿌려 놨다. 올해부터 시작된 ‘BB(Baseball Building)아크’라는 새로운 선수 육성 시스템이다. 쉽게 표현하면 10명 안팎의 유망주에게 독선생을 붙이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와 삼성 등에서 뛰었던 가도쿠라 켄 코치가 고교 시절 한 경기에서 26개의 삼진을 기록한 투수 이수민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식이다. 류 감독은 “가장 뛰어난 코치를 BB아크에 투입해 유망주들을 조련할 계획이다. 이 선수들이 5년, 10년 뒤에는 삼성의 기둥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시스템의 효과가 드러나면 다른 팀들 역시 벤치마킹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 삼성은 이미 한발 앞서간 뒤다. 류 감독은 “삼성의 역할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끝나지 않는다. 삼성이 앞서가면 다른 팀이 따라와 한국 야구 전체의 수준이 향상된다.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언젠가는 일본 야구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소니를 뛰어넘은 삼성전자처럼 삼성 라이온즈의 눈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4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가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경남 창원종합사격장에서 열린다. 런던 올림픽 2관왕 진종오(KT)와 여자 25m 금메달리스트 김장미(우리은행)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명사수들이 출전한다. 이 대회는 인천 아시아경기뿐 아니라 세계선수권과 한일학생대회 등에 나설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하고 있다. 초중고등부와 일반부, 장애인 선수 등 국내 사격 등록 선수 대부분인 28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요즘 중국은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불러온 한류 열풍으로 뜨겁다. 남녀 주인공 김수현과 전지현이 유행시킨 ‘치맥’(치킨+맥주)이 특히 인기 있다. 중국 상하이의 훙취안루(虹泉路)에 위치한 한국 치킨 가게는 항상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한국 모터스포츠는 중국 내 또 다른 한류를 꿈꾼다. CJ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는 23일부터 25일까지 포뮬러원(F1)이 열리는 상하이 인터내셔널서킷에서 시즌 2번째 경기를 성황리에 치렀다. 이 대회는 중국의 대표 자동차 경주대회인 차이나 투어링카 챔피언십(CTCC)과 함께 열려 더 큰 관심을 모았다. 3일간 총 5만여 명의 관중이 서킷을 찾았다. 이날 경기는 또 중국 공영방송 중국중앙(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소개됐다. 슈퍼6000 클래스에 출전한 13대의 스톡카(배기량 6200cc, 450마력)가 뿜어내는 굉음과 최고 시속 290km의 스피드는 중국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우승은 서킷 15바퀴(한 바퀴 4.602km)를 29분12초237에 통과한 조항우(아트라스BX)가 차지했다. 슈퍼레이스는 올해 8번의 레이스 중 3번을 중국(2회)과 일본(1회)에서 치른다. 모터스포츠를 아시아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있다. 김준호 슈퍼레이스 조직위원장은 “CJ그룹이 축적한 문화콘텐츠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모든 자동차 팬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레이스는 8월 21일부터 24일까지 전남 영암군 코리아인터내서널서킷에서 CTCC와 함께 한중 모터스포츠 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이다. 자동차 경주는 물론이고 케이팝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함께 열린다. 모터스포츠를 통한 양국의 우호 증진이 기대된다. 8월 24일은 한중 수교 22주년이 되는 날이다.상하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번 타자일 때는 테이블 세터, 3번 타자일 때는 해결사다. 목 부상 중인 거포 프린스 필더를 대신해 3번 타자로 나선 텍사스 추신수(32)가 결승 홈런을 쳐냈다. 추신수는 22일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안방경기에서 3-3 동점이던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선발 크리스 영을 상대로 솔로 아치를 그렸다. 볼카운트 노볼 2스트라이크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퍼 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시즌 5호 홈런으로 비거리는 127m. 텍사스가 4-3으로 이기면서 추신수의 홈런은 결승타로 기록됐다. 전날까지 4번 타자 아드리안 벨트레와 팀 내 홈런 공동 1위를 달리던 추신수는 팀 내 홈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또 이날 3타수 2안타에 몸에 맞는 볼 1개를 기록하며 타율(0.310)과 출루율(0.432)에서도 팀 내 1위 자리를 지켰다. 한편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노퍽에서 뛰는 투수 윤석민은 이날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아 교체됐다. 윤석민은 샬럿과의 방문경기에서 4회까지 2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미국 진출 후 가장 안정된 투구를 하던 윤석민은 5회 선두타자 맷 데이비슨의 강습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은 뒤 곧바로 교체됐다. 시즌 2승을 거둘 기회도 날아갔다. 다행히 부상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부상 부위 사진을 공개하며 “타구 맞고 5분후^^ 뚜껑(무릎 앞쪽)은 피했네요^^ 럭키!!”라고 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46년 야구부를 창단해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하다 1965년 해단했다. 1974년 야구부를 재창단한 지도 벌써 40년이 됐다. 다른 전국 대회에서는 우승을 맛봤지만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황금사자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 서울고가 드디어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았다. 오래 기다렸기에 감동은 더 뜨거웠다. 서울고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제6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동아일보·스포츠동아·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결승에서 용마고를 11-3으로 꺾었다. “전력상 7 대 3이나 8 대 2 정도로 용마고를 압도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정확했다. 서울고는 고교야구 메이저 4개 대회 가운데 봉황기(1978, 1984년), 대통령배(1984, 1985년), 청룡기(1985년)에서 우승했지만 황금사자기는 1978년(제32회) 결승에 진출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당시 서울고는 신일고에 0-6으로 졌다. 이날 서울고의 출발은 조금 불안했다. 에이스 최원태가 선발로 나섰지만 1회초 실책과 볼넷, 폭투 등으로 피안타 없이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서울고 타선은 1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톱타자 홍승우가 최원준의 적시타로 홈을 밟아 곧바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어 1-1로 맞선 2회말 1사 만루에서 홍승우가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3타점 3루타를 터뜨려 일찌감치 승리를 예고했다. 주말리그 서울권A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한 서울고는 황금사자기까지 품에 안으며 명실상부한 올해 고교야구의 최강자임을 알렸다. 용마고는 주말리그에서 울산공고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던 선발 김민우가 3이닝 만에 4안타 3볼넷 5실점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50년 만에 다시 밟은 황금사자기 최종 무대에서 또 한 번 눈물을 삼켰다. 1936년 야구부를 창단한 용마고(전 마산상고)는 아직까지 전국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 서울고 남경호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결승에서 삼진 9개를 솎아내며 6이닝 3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서울고의 박윤철은 수훈상을 받았다. 팀이 5-2로 앞선 4회 무사 2, 3루의 위기에서 등판한 박윤철은 4, 5회 아웃카운트 6개를 모두 탈삼진으로 처리하는 위력을 선보였다. 이날 서울고는 전교생 1800여 명과 3000여 명의 동문이 잠실구장을 찾아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다. 오석규 서울고 교장은 “서울고 가족이 수십 년 소망했던 큰일을 해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응원을 온 학생과 동창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최고 권위의 대회인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동문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이승건 why@donga.com·이헌재 기자}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의 오타니 쇼헤이(20)는 ‘두 개의 칼(二刀流)’을 쓴다. 프로 선수로는 드물게 투수와 타자를 겸한다. 프로 2년 차인 올해 투수로는 완봉승 한 차례를 포함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3.38을, 타자로는 타율 0.329를 기록하고 있다. 20일 주니치와의 경기에는 선발 투수 겸 7번 타자로 출전했다. 오타니는 고교 1학년부터 팀의 에이스이자 4번 타자였다. ▷한때 한국 고교야구에서도 에이스 겸 4번 타자가 즐비했다. 군산상고 조계현(LG 2군 감독), 선린상고 박노준(우석대 교수), 세광고 송진우(한화 코치), 광주진흥고 이대진(KIA 코치) 등은 투수면 투수, 타자면 타자 못하는 게 없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진출한 류현진과 SK 에이스 김광현,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도 투타 재능을 겸비했다. 특히 봉중근은 1996년과 1997년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각각 4승씩을 거두며 신일고의 2연패를 이끌었다. 1997년에는 타자로 타율 0.571을 기록했다. 김성한 전 한화 수석코치는 1982년 해태에서 투수로 10승, 타자로 13홈런, 10도루를 기록했다. ▷최근 고교야구에선 이런 팔방미인을 보기 힘들어졌다. 2004년 도입된 나무배트와 지명타자 제도의 영향이 크다. 이후부터 투수와 타자 중 한 우물만 파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좋게 말하면 전문화이고 나쁘게 말하면 반쪽 선수다. 심지어 중학생 때부터 전문화의 길을 택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21일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만난 양 팀 에이스(서울고 최원태-용마고 김민우)는 투타를 겸비한 선수들이라 더욱 반갑다. ▷야구에서 가장 재능 있고 센스 넘치는 선수는 대개 투수나 유격수를 맡는다. 문제는 최근 들어 재목들이 투수로만 쏠린다는 것이다. 가능성 있는 선수는 너도나도 투수만 하겠다고 나선다. 타격에 좋은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투수에만 집중해 스스로 재능을 사장시키는 선수들도 있다. 스카우트들은 “좋은 내야수, 거포 외야수의 씨가 말랐다”며 탄식한다. 한쪽에만 집중하는 원인에 대해 스카우트들은 “몸이 약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몸은 커졌지만 신체가 단단하지 않다는 것.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하려면 노력도 두 배가 필요한데 이를 감수하려 하지도 않는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4번 타자 이대호, ‘아시아의 거포’ 삼성 이승엽, NC의 차세대 슈퍼스타 나성범 등을 보면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효과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아마추어 시절 팀의 에이스였다. 프로 입단도 투수로 했다. 그렇지만 팀 사정과 부상 등의 이유로 타자로 전향했고, 타자로 대성공을 거뒀다. 투타를 겸업하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선수로 머물 수도 있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방망이 한 번 안 잡았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가끔 안타라도 하나씩 치는 것도 고교 시절 타격 훈련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다시 오타니 얘기로 돌아가자. 오타니는 고교 시절 최고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졌다. 고교 3년간 타자로서는 56개의 홈런을 친 장타자였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오타니를 설득하기 위해 니혼햄은 여러 조건을 내걸었는데 그중 하나가 ‘투타 겸업’이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아직도 오타니를 놓친 것을 아쉬워한다. 투수로서든 타자로서든 최우선 영입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면 계약금은 얼마나 됐을까. 한 스카우트는 “1000만 달러(약 103억 원)도 아깝지 않은 선수였다”고 했다. 크게 성공하고 싶거나 최소한의 보험을 들고 싶은가. 그러면 지금 당장 방망이를 잡아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NC의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1회에 무너졌다. 이재학은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1이닝 4안타 1볼넷 4실점하며 조기 강판됐다. 16일 두산전에서 4와 3분의 2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데 이어 2경기 연속 부진이다. 2010년 두산에서 데뷔한 이재학이 선발 투수로 1이닝밖에 던지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회말 선두타자 조동화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고 이어진 1사 3루 위기에서 스캇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첫 실점을 했다. 2사 후에도 안타 3개와 볼넷 1개로 3점을 더 내줬다. NC는 2회초 이재학 대신 이민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한편 이날 생애 처음으로 한화전에 선발 등판한 넥센 이대우는 4와 3분의 1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작년에도 8강에서 만났었는데….” 북일고 이강돈 감독은 1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덕수고와의 제6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전을 앞두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2012년 제66회 황금사자기 우승팀 북일고는 지난해 이 대회 8강전에서 덕수고에 0-2로 졌다. 디펜딩 챔피언 북일고를 이긴 덕수고는 승승장구하며 지난해 우승컵을 가져갔다. 2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북일고에 덕수고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자 설욕 대상이었다. 투타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두 팀의 대결을 프로 스카우트들은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꼽았다. 결과는 북일고의 완승이었다. 공교롭게 스코어도 2-0이었다. 팀을 4강으로 이끈 일등 공신은 ‘미스터 제로’ 김범수였다. 선발 등판한 왼손 에이스 김범수는 6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안타 4개와 4사구 6개를 허용했지만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실점을 하지 않았다. 5회 1사 만루에서 김규동을 삼진, 이성진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6회 1사 만루에서는 후속 두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김범수는 경북고와의 1회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 무실점, 휘문고와의 16강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17과 3분의 2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반기 주말리그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33과 3분의 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0이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0km대 초반이지만 제구력이 좋고 슬라이더 각도가 날카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범수는 “경기 초반 변화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2회부터 이번 대회 마지막 투구라는 생각으로 몸쪽 빠른 공을 주무기로 삼았는데 잘 통했다”고 말했다. 3학년인 김범수가 가장 가고 싶은 팀은 연고팀 한화다. 그는 “당연히 류현진 선배님(LA 다저스)이 롤 모델이다. 무엇보다 배짱 있게 자신감을 갖고 공을 뿌리는 모습을 닮고 싶다. 내년 이맘때 1군 마운드에 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화도 김범수를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 서울고는 앞서 열린 신일고와의 8강전에서 9회초 대역전극을 펼치며 6-3으로 승리했다. 서울고는 8회말까지 2-3으로 뒤졌으나 9회초 1사 후 안타 3개, 볼넷 2개, 희생플라이 1개로 대거 4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용마고는 동산고를 6-2, 유신고는 광주일고를 5-1로 각각 이기고 4강에 합류했다. 20일 준결승전과 21일 결승전은 장소를 옮겨 잠실야구장에서 열린다.이헌재 uni@donga.com·황규인 기자}

서울고 에이스 최원태(사진)는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팀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올해 고교 최대어다. 제6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을 보기 위해 서울 목동구장을 찾은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 다른 팀들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13일 열린 세광고와의 1회전에서 첫선을 보인 최원태는 2이닝 1안타 3볼넷 2실점으로 극히 부진했다. 폭투도 3개나 범했다. 대회 직전 팀 훈련 때 당한 가벼운 뇌진탕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탓이었다. 2일간의 휴식 후 선발 등판한 16일 선린인터넷고전에서 최원태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1회부터 최고 시속 146km의 빠른 공을 뿌려대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시속 140km대 중반의 묵직한 직구와 120km대 초반의 날카로운 커브 앞에서 선린인터넷고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시속 146km는 올해 주말리그 등에서 그가 기록한 최고 스피드와 같다. 최원태는 이날 절묘한 제구력까지 과시하며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안타는 4개, 4사구는 2개를 허용했고 삼진은 5개를 잡았다. 최원태의 호투 속에 6-2로 완승을 거둔 서울고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8강에 진출했다. 최원태는 “최고의 대회인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게 꿈이다. 커브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어 오클랜드의 에이스 소니 그레이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충고는 경남고와의 경기에서 양찬열의 홈런을 포함해 장단 19안타를 집중시키며 13-4,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유신고도 제주고를 8-1, 8회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유신고 4번 타자 김태훈은 3회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쳤다. 이날 3경기에서 3개의 홈런이 터지는 등 올해 황금사자기에서는 이날까지 홈런 7개가 나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사격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인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땄다. 4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한국 스포츠 단일 종목 최다인 1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9월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 사격 대표팀은 금메달 15개라는 내부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본격 훈련에 들어가기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사격대표팀 지도자 12명은 14일 태릉선수촌에서 ‘변경수 총감독의 복귀와 촌외 훈련 승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독선적인 행정을 이유로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의 사퇴도 촉구했다. 변 총감독의 복귀에 대해 사격계는 하루빨리 대한체육회의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변 감독은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에 선수로 출전했다가 도핑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혈압 약을 먹은 게 이유였고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6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징계가 7일자로 끝난 만큼 복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03년 이후 한국 사격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인천 아시아경기를 위해서도 변 감독이 꼭 필요하다는 게 사격계의 견해다. 이에 대해 최종삼 촌장은 “도핑에서 적발된 지도자가 징계가 끝나자마자 돌아온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 14일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도 뜻이 모아졌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촌외 훈련을 두고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5월 28일 한화회장배 대회를 시작으로 6월 말까지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는 4차례에 걸쳐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 사격계는 이에 맞춰 창원에서 훈련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 촌장은 “충북 진천선수촌에 120억 원을 들인 사격장이 있다. 세금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진천선수촌에는 아직 결선 사격장이 없어 정상적인 훈련이 힘들다. 양측이 대립하면서 혼란에 빠진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촌의 주장대로라면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기 출전을 위해 진천에서 창원까지 3, 4시간씩 버스를 타고 새벽에 이동을 해야 한다. 원활한 훈련을 위해 대표팀을 떠나 소속팀으로 복귀하겠다는 선수들까지 나오고 있다. 하루빨리 감정싸움을 접어야 한다. 선수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하고 최상의 성과를 내도록 도와주는 데만 집중해도 시간과 노력이 모자란다. 인천 아시아경기는 이제 10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이헌재·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4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4경기 연속 홈런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만 요즘 뜨겁게 달아오른 두산 주장 홍성흔의 방망이는 연일 불을 뿜고 있다. 홍성흔은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3-1로 앞선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레이예스의 낮은 슬라이더(시속 142km)를 그대로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쳤다. 11일 삼성전 이후 4경기 연속 홈런. 전날 SK와의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몰아 치는 등 13∼15일 SK와의 3연전에서 4개의 홈런을 쳤다. 홍성흔은 지난해 15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런데 올해는 시즌의 3분의 1도 지나기 전에 벌써 11호를 기록 중이다. 홍성흔의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은 롯데 시절이던 2010년 기록한 26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들에게는 야구를 시키지 않겠다는 프로야구 선수가 꽤 많다. 그런데 어쩌랴. 눈에 보이는 게 야구공과 글러브, 배트인 것을. 대개 야구 선수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야구와 인연을 맺는다. 그렇게 재미로 시작했다가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 야구 선수가 된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2세 야구 선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210승) 투수인 송진우 한화 코치의 아들 송우현(북일고),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종범 한화 코치의 아들 이정후(휘문고), 윤동배 롯데 상동구장 소장의 아들 윤웅재(경남고), 전일수 심판의 아들 전진우(동산고) 등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작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이순철 SBS 해설위원의 아들 이성곤(두산), 임주택 한화 기록원의 아들 임동휘(넥센), 이병훈 KBSN 해설위원의 아들 이용하(넥센) 등 야구 선수 출신 자제 5명이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아버지를 넘을 만한 재목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스카우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청출어람 스타가 꽤 있다. 사상 최초로 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보비 본즈의 아들 배리 본즈는 아버지를 넘어 40-40클럽에 가입했고 역대 최다 홈런 기록(762개)도 세웠다. 켄 그리피 시니어-주니어 부자는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1990년 9월 15일 캘리포니아와의 경기에서 나란히 홈런을 쳤다. 개인 통산 홈런은 아들(630개)이 아버지(152개)보다 훨씬 많다. 아버지만 한 아들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순철 위원은 “2세들은 야구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까지 아버지가 흘린 땀과 눈물은 잘 모른 채 스타가 된 현재 위치만 바라보면서 자란다는 것이다. A스카우트는 어머니 쪽의 유전을 더 많이 받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좋은 선수의 경우 어머니 쪽을 많이 닮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런데 스타급 선수들은 대개 미인과 결혼하기 때문에 아들한테 운동 유전자가 덜 전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002년 김호인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전 삼미)과 김용우(전 LG)가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부자 선수가 된 이후 한국의 부자 선수들도 나날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2012년 장광호 LG 배터리 코치의 아들 장승현이 포수로 두산에 입단하면서 최초의 부자 포수가 탄생했다. 그해 송진우 코치의 첫째 아들 송우석이 신고 선수로 한화에 입단하면서 최초로 부자가 한솥밥을 먹었다. KIA 투수 최영필이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올해 고3인 아들 최종현(제물포고)이 프로에 입단한다면 사상 처음으로 현역 부자 선수도 탄생한다. 언젠가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아들 선수도 분명히 나올 것이다. 송우현은 투수로서는 아니지만 타자로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재능을 보이고 있다. 이정후도 아버지만큼 야구를 잘했던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임동휘와 이성곤은 드래프트에서 각각 2차 2번과 3번을 받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레전드(전설)’인 아버지들은 누구나 똑같은 바람을 갖고 있다. 아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야구를 할 것. 또 아들이 누구의 자식으로 불리는 대신 자신들이 이제 누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는 14일 롯데와의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11승 1무 23패로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다. 11번 이기긴 했지만 연승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참 공교롭다. 김기태 전 감독의 자진 사퇴 후 혼돈을 거듭하던 LG가 13일 양상문 신임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자마자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전날 롯데에 5-0 완승을 거둔 LG는 이날도 팽팽한 투수전 끝에 롯데를 2-1로 꺾고 올 시즌 첫 연승을 기록했다. 선발 투수 임정우가 3회 초 이승화의 타구에 오른 팔꿈치를 강타당해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이어 7명의 투수가 잘 던지며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지켰다. 주장 이진영은 5회 말 2사 1, 2루에서 결승타를 쳐냈다. LG는 이날 한화에 패한 8위 한화에 1경기 차로 다가서 탈꼴찌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다루빗슈 유(메이저리그 텍사스) 같은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고등학생이라곤 하지만 아직 얼굴엔 소년티가 가득했다. 눈망울은 크고 선했다. 그렇지만 향후 야구 인생의 목표를 얘기하는 입술은 다부졌다. 충암고 1학년 투수 고우석이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막을 올린 제6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대구고와의 경기에서 5와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팀의 2회전 진출을 이끌었다. 5-4로 승리한 후 그는 “아직 1학년이라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루빗슈나 류현진 선배님(LA 다저스)처럼 모든 선수들의 꿈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막연할지 몰라도 전혀 이루지 못할 꿈만은 아니다. A구단 스카우트는 “장차 대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보인다. 어떻게 커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첫 전국대회 첫 번째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다는 것 자체로도 그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이영복 충암고 감독은 “주말리그에서도 고우석의 호투 덕분에 경기고와 경동고를 잡을 수 있었다. 나이는 어려도 우리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라고 했다. 고우석은 이날 최고 시속 138km의 직구를 비롯해 슬라이더와 커브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삼진 8개를 잡았다. 안타는 3개, 4사구는 2개만 허용했다. 1회와 4회 주자 3루 상황에서 두 번 모두 폭투로 실점한 게 옥에 티였다. 현재 신체조건은 키 180cm에 몸무게 75kg이지만 몸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구속도 더 빨라질 수 있다. 선린인터넷고 박지원은 인천고와의 경기에서 이번 대회 첫 홈런을 그랜드 슬램으로 장식하며 8-2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박지원은 1-1 동점이던 3회 초 인천고의 2번째 투수 김승환의 초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부산고는 앞서 열린 신생팀 장안고와의 1회전에서 10개의 안타와 12개의 4사구를 집중시키며 11-0, 5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부산고 선발 류진욱과 구원 투수 박종민은 5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무안타로 꽁꽁 묶었다. 황금사자기 최다인 8차례 우승을 차지한 신일고는 화순고에 5-1로 승리했다. 신일고 선발 임혜동은 8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2일 막을 올리는 제68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을 앞두고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한결같이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한국 프로야구의 대들보가 될 예비 스타선수들이 많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스카우트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팀은 두 차례 황금사자기 정상(2002년, 2012년)에 오른 북일고다. 고교 야구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며 주말리그 6경기에서 모두 압승을 거둔 북일고는 팀 타율 0.382(165타수 63안타)에 팀 OPS(출루율+장타력)는 최상위급 타자 수준인 1.054나 된다. 공격의 핵심은 명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의 둘째 아들 송우현이다. 좌투좌타인 송우현은 6경기에서 타율 0.667(18타수 12안타)를 기록했다. 2루타 3개에, 3루타도 2개나 된다.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 팀장은 “송우현은 투수의 공을 자기 공으로 만들어서 친다.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중장거리포로 밀어치고 당겨치고를 자유자재로 한다”고 했다. 북일고의 대항마로는 3명의 수준급 선발 투수를 보유한 서울고가 첫손에 꼽힌다. 서울고는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최원태를 비롯해 남경호와 박윤철 등이 버티고 있다. 주말리그에서 5승을 합작한 이들 3명의 합산 평균자책점은 1.38에 불과하다. 주성노 넥센 스카우트 이사는 “올해 황금사자기는 휴식기 없이 열리는 만큼 좋은 투수 3명이 있는 서울고가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우승팀인 덕수고는 고교 넘버원 포수로 꼽히는 김재성이 지키고 있다. 김재성은 지난해에도 주전 포수로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다. 권윤민 KIA 스카우트는 “좋은 체격 조건을 갖고 있고 볼 배합과 송구 등도 나무랄 데가 없다”고 말했다. 야탑고 박효준도 초고교급 유격수로 평가받는다. 주말리그 6경기에서 타율 0.353에 1홈런, 8타점, 8도루를 기록했다. 조찬관 KT 스카우트 팀장은 “공수주를 모두 갖추고 있다.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고 있는 이학주를 연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3승에 평균자책점 0.41을 기록한 청주고 에이스 주권, 4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간 용마고 김민우 등도 눈여겨볼 예비 스타들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골퍼들은 몇 해 전부터 일본 무대를 휩쓸고 있다. 올해 일본 프로골프 투어 남녀 상금 랭킹 1위도 김형성(34)과 이보미(26)다. 한국 골퍼들이 왜 강한지를 분석하는 것은 일본 골프 잡지의 단골 메뉴다. 그중 다치카와 마사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 기자는 ‘효(孝)’ 정신을 비결로 꼽았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자기를 키우기 위해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안다. 그래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야구에서도 그렇다. 좋은 선수가 반드시 효자인 건 아니다. 하지만 효자 선수 중에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많다. 어버이날을 맞아 효심이 극진하기로 알려진 한국 프로야구의 효자 선수들을 소개한다. 삼성의 ‘주전’ 포수 이흥련(25). 그가 없었다면 올해 삼성이 어떻게 야구를 했을까 싶다. 시즌 시작과 함께 삼성은 주전 포수 진갑용과 백업 포수 이지영을 부상으로 잃었다. 쓸 선수가 없어 그나마 1군으로 불러 올린 게 기대주 이흥련이었다. 공만 받아줘도 다행이다 싶었으나 이게 웬걸. 안정적인 수비 실력과 투수 리드로 투수들을 이끌더니 요즘엔 방망이까지 잘 친다. 1할대에 머물던 타율을 0.250까지 끌어올렸고, 타점도 9개를 기록했다. 삼성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7일 현재 14승 11패로 3위에 오른 것은 새로운 주전 포수 이흥련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팀에도 효자지만 그는 집에서도 효자다. 그의 미트에는 ‘父母(부모)’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는 야구를 그만두려 했다. 두 차례의 어깨 수술이 너무 힘들었다. 당시 그를 붙잡은 게 부모님 생각이었다. 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하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그를 뒷바라지했다. 그를 위해 당신들의 인생을 바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그날부터 그는 포수 미트에 ‘父母’를 새겼다. 그는 “잡념이 생기고 자신감이 없어질 때마다 미트 위 두 글자를 보면 생각이 말끔히 정리된다. 항상 부모님이 나를 응원해주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34)은 작년부터 돌아가신 아버지 봉동식 씨의 사진을 부착한 글러브를 끼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봉 씨는 간암으로 투병하던 2012년 9월 21일 평생의 꿈이던 시구를 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세상을 떠났다. 봉중근은 “당시 아버지의 환한 웃음을 잊을 수 없다. 항상 아버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글러브에 사진을 붙이게 됐다”고 했다. 두산 외야수 민병헌(27)도 누구나 인정하는 효자다. 그는 “어머니를 위해 야구를 한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 중1 때 아버지가 뇌출혈로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다. 민병헌이 프로에 입단하던 당시 스카우트들이 “저런 선수는 꼭 성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 민병헌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엄마를 보면서 어릴 적부터 야구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키워 왔다. 야구를 더 잘해서 엄마를 호강시켜 드릴 것”이라고 했다. 넥센 외야수 이성열(30)은 몸으로 효도를 실천한다. 마무리 훈련이 끝나고 모든 선수가 휴식을 취하는 12월이 되면 그는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있는 전남 순천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보름가량 고향집에 머물며 농사일을 돕는다. 그의 집은 소를 키우는데 아침 일찍 여물을 주는 등 힘 쓰는 일을 주로 한다. 그는 “농사보다는 야구가 훨씬 쉽다. 고향에 갈 때마다 안일해진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이성열은 3, 4일 KIA와의 광주 경기에서 어머니 임해숙 씨가 보는 앞에서 연이틀 홈런을 쳤다. 임 씨는 지난달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수술을 받은 직후 아들의 경기를 보러 왔었다. 올해 수준급 선발로 발돋움한 한화 왼손 투수 유창식(22)은 고교 최대어로 평가받던 2011년 홀어머니를 위해 메이저리그 대신 한국 야구에 남기로 했다. 어머니 최숙자 씨는 식당일을 하면서 그를 뒷바라지했는데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로 유명했다고. 유창식은 “중3 때 야구가 너무 힘들어 가출하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그럼 나도 나가버리겠다’고 하셨다. 이후 군소리 없이 야구만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SK 마무리 투수 박희수(31)는 이와 반대로 어머니에게 친근한 아들로 유명하다. 2012년 시상식 때 어머니 이순덕 씨와 포옹하며 기쁨을 표하는 모습을 본 SK 관계자는 “아들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너무 부러운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음으로 양으로 효도를 실천하는 야구 선수가 많다. 부모에게 최고의 효도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플레이하는 것이다. 모든 효자 선수들, 파이팅.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신생팀 NC가 팀 최초 기록을 줄줄이 세우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NC는 7일 목동 방문경기에서 넥센을 상대로 6개의 홈런을 포함해 21개의 안타를 집중시키며 24-5로 크게 이겼다. 3회에는 팀 창단 후 첫 3타자 연속 홈런이 나왔다. 3번 타자 이종욱의 3점 홈런을 시작으로 나성범과 이호준이 연이어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처음이자 통산 23번째 3타자 연속 홈런. 나성범은 이전 타석인 2회에도 문성현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치며 개인 통산 첫 번째 연타석 홈런도 기록했다. NC는 이 밖에도 팀 한 경기 최다 득점(종전 17점), 팀 한 경기 최다 안타(종전 19개), 팀 한 경기 최다 홈런(종전 3개)도 죄다 갈아 치웠다. 창단 후 첫 한 경기 팀 사이클링 홈런이라는 진기록도 썼다. 이 모든 기록은 6회 후 강우 콜드게임이 선언되기 전에 세워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내가 지휘봉을 놓는 것을 계기로 선수단이 똘똘 뭉쳐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김기태 LG 감독이 지난주 자진 사퇴하면서 한 말이다. 3년 전에도 비슷한 말을 하며 물러난 감독이 있었다. 당시 두산 사령탑이던 김경문 NC 감독이다. 그해 6월 두산이 7위로 추락하자 김경문 감독은 “지금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선수들이 서로 뭉치는 계기를 만드는 길이다”는 말을 남기고 팀을 떠났다. ▷김경문 감독은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3번째 시즌 초반 자리에서 물러난 신예 김기태 감독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둘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을 상징하는 말은 강한 카리스마다. ‘형님 리더십’으로 불린 것도 똑같다. 2군 선수들을 중요시하며 ‘화수분 야구’를 지향한 점도 비슷하다. 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감독(김경문)과 타격 코치(김기태)로 한국 야구의 전승 우승 신화를 합작했다. 두 사람 모두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엔 가족이 머물고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김경문 감독에게는 독특한 어법이 있다. “감독은 말이지∼” 또는 “남자가 돼서∼”라는 표현을 서두에 자주 쓴다. 김기태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도 ‘얼굴’ 떨어지는 일은 하지 맙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어법에서 드러나듯 둘은 남 탓을 하지 않는 성격이다. 성적이 안 좋을 때 대부분의 팀은 코칭스태프 교체라는 처방을 자주 쓴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코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을 탓했다. 그 최종 선택은 자진 사퇴였다. 야구판에서 자진 사퇴는 대개 경질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진짜’ 자진 사퇴를 했다. 아니었다면 구단이 며칠을 따라 다녀가며 만류할 일도 없었다. ▷김기태 감독 사퇴 후 확인되지 않은 억측이 돌았다. 프런트와 갈등을 빚었고 몇몇 고참 선수와 불편한 관계였다는 것이다. 불편한 고참의 대표로 지목된 이병규(등번호 9번)는 “그게 아닌 건 감독님과 선수들이 더 잘 안다. 선수들 탓이긴 하다. 우리가 조금만 더 잘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죄인이다. 감독님을 위해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프런트와의 관계도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 부모 자식 간에도 의견 충돌이 발생한다. 성적으로 평가받는 야구판에서는 어떤 팀이건 크고 작은 갈등이 없을 순 없다. 그 와중에도 LG 프런트와 김 감독은 서로를 배려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2011년 말. 박종훈 감독 후임으로 LG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김 감독을 기다린 것은 축하가 아니라 팬들의 비난이었다. 감독 선임 당일 그는 혼자 캔맥주를 들이켜며 더 나아질 LG를 구상했다. 그는 지난해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끌며 11년 만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상의 한쪽에 항상 사표를 준비하고 다녔다. 감독직을 처음 맡을 때부터 그랬다.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진 뒤에는 구단에 사의를 표했다. 이길 수 있었던, 이겨야만 했던 경기를 진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사표는 구단과 선수단의 적극 만류로 없던 일이 됐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더 높게 봤다. 에이스 리즈가 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지난해 전력이 고스란히 유지됐고 새 외국인 선수 등 플러스 전력도 기대할 만했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시작하자 팀은 최하위권에 처졌다. 될 듯 될 듯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며 그는 확실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했다. 바로 자진 사퇴였다. 2011년 말 처음 감독직을 맡고 주축 선수들이 우수수 빠져나갔을 때 기자는 김 감독과 인터뷰를 한 뒤 ‘떠난 선수 빈자리, 남은 선수들엔 기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김 감독은 그 기사를 액자로 만들어 감독실 벽에 붙여 놨다. 이제 그의 빈자리가 남은 선수들에게 자극이 되길 바라며 그는 유니폼을 벗었다. ▷3년 전 팀을 위해 자신을 내던졌던 김경문 감독은 그해 가을 제9구단 NC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잠시마나 야구판을 떠나 세상을 돌아보면서 한층 넓고 깊어진 감독이 돼 돌아왔다. 1군 진입 첫해인 지난해 7위를 차지했던 NC는 올 시즌엔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30일 경기 전까지 2위(15승 9패)를 달리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감독 생활 동안 특유의 선 굵은 지도력을 선보인 김기태 감독 역시 언젠가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것이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새로운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감독으로 되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