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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저런 선수를 데려온 걸까요." 13일 SK와의 경기 도중 LG 관계자가 한 얘기다. 마운드에 선 SK 투수는 조조 레이예스의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밴와트(28)였다. 이날 선발 등판한 밴와트는 LG 타선을 상대로 6과 3분의 1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5안타로 5실점했으나 자책점은 2점 밖에 되지 않았다. 실책 등으로 점수를 많이 내줬지만 공격적으로 LG 타자들을 상대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타선의 도움으로 팀이 8-5로 승리하면서 승리 투수가 된 밴와트는 데뷔전이었던 지난 달 12일 삼성전 이후 이날까지 치른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이만수 SK 감독은 13일 LG와 경기를 앞두고 "밴와트의 연승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의 승리가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현재 SK는 42승 54패로 8위에 머물고 있지만 밴와트의 호투가 없었다면 승률은 더욱 떨어졌을 것이다. SK는 4위 롯데와의 승차가 3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좋아야 야구도 잘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로드리게스나 히메네스 등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이름이 같은 선수가 아무래도 야구를 잘할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밴'씨 성을 가진 선수들의 맹활약은 두고두고 기억될 만하다. 밴와트를 비롯해 등록명이 밴으로 시작하는 투수들이 한국 프로야구를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밴 씨 성의 대표주자는 넥센의 왼손 투수 밴헤켄이다. 올해로 한국에서 세 시즌 째 뛰고 있는 밴헤켄은 13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5이닝 5실점의 부진한 투구에도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17승(4패) 째를 수확했다. 밴헤켄은 특히 5월 27일 SK전을 시작으로 14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그날 이후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 밖에 12승 2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인 밴덴헐크는 삼성 선두 질주의 일등 공신이다. 지난해 7승(9패)에 그쳤던 밴덴헐크는 올해 150km를 넘는 강속구를 앞세워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다. '밴' 씨 트리오가 한국 프로야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문제 하나. 어떤 팀이 2-2 동점에서 5-4로 이겼다고 치자. 이 경우 결승점은 3점째일까, 아니면 5점째일까. 축구에서는 5번째 골이 결승골이다. 야구는 다르다. 비록 상대 팀이 2점을 더 냈다고 하더라도 3번째 타점이 결승타가 된다. 야구의 결승타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1회초에 선취점을 낸 뒤 10-0까지 앞서다 결국 10-9로 이겼다고 하자. 이 때의 결승타는 1회초 선취점을 낸 타점이다. 결승타라면 마땅히 그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한 방이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결승’이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하다. 그나마 그 점수가 상대 실책이나 투수의 폭투로 나왔다면 아예 결승타라는 게 없어지고 만다. ▽메이저리그는 1980년부터 승리 타점(Game Winning RBI)이라는 이름으로 결승타를 공식 기록에 포함시켰다가 위의 이유를 들어 1988년을 마지막으로 이 기록을 폐지했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1981년부터 1988년까지만 결승타를 공식 기록으로 채택했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1989년까지 최다 결승타에 대한 시상을 하다가 1990년부터 이를 폐지하고 최다 안타로 대체했다. ▽공식 기록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 20년도 더 됐지만 결승타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야구 기사에서는 결승타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지들은 매 경기 기록표를 지면에 싣는데 결승타는 각주의 가장 앞에 자리한다. 그만큼 많은 팬들이 결승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결승타를 친 선수는 ‘국민타자’ 이승엽(38·삼성·사진)이다. 13일 현재 15개의 결승타를 쳤다. 2위 그룹인 채태인(삼성)과 테임즈(NC·이상 11개)를 4개 차로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40세 가까운 나이에 가장 많은 결승타를 기록 중인 것도 대단하지만 더욱 눈여겨볼 것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승엽이 치는 결승타는 정말 결승타답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결승타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안타나 4사구일 수도 있고, 희생플라이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땅볼로 결승타를 칠 수도 있다. 그런데 올해 이승엽은 무려 9차례나 홈런으로 결승타를 장식했다. 5월 28일 LG전 8회 역전 3점 홈런, 6월 18일 SK전 연장 10회 결승 홈런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 중반 이후인 6회 이후 때린 결승타도 7차례나 된다. 11일 넥센과의 경기에서는 연장 10회초 결승 안타를 쳤다. 영양가로 따진다면 영양가 만점짜리 결승타들이다. ▽그동안 이승엽이 슈퍼스타 대접을 받아온 것은 많은 홈런을 치기도 했지만 필요할 때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려 왔기 때문이다.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에 이상훈을 상대로 친 동점 3점 홈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 8회에 터뜨린 역전 2점 홈런 등은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한 기록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기록에서 결승타가 사라진 것은 결승타의 빈도가 낮을 뿐 아니라 결승타로 보기엔 함량 미달의 결승타가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승엽처럼만 결승타를 친다면 다시 결승타라는 항목을 부활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SK 이만수 감독은 12일 LG와의 경기에서 아쉬운 일을 겪었다. 5회말 수비 때 심판진에 합의 판정을 요청했으나 30초를 넘긴 뒤 요청해 신청 자체가 기각됐다. 마음속에 칼을 갈았던 이 감독은 13일 LG전 4회에 2구 연속 합의 판정을 요청했다. 결과는 두 번 모두 성공이었다. 1-3으로 뒤지던 4회초 2사 후 1루 주자 나주환이 2루로 도루를 시도했으나 아웃 판정이 나왔다. 이 감독은 재빨리 합의 판정을 요청했고,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됐다. 곧이어 LG 투수 류제국은 임훈을 상대로 몸쪽 공을 던졌다. 임훈은 몸에 맞았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심판은 볼을 선언했다. 이때 다시 이 감독이 합의 판정을 요청했고, 이번에도 몸에 맞는 볼로 판정이 바뀌었다. 두 차례 합의 판정에 성공한 SK는 곧이어 터진 정상호와 한동민의 적시타에 힘입어 4-3으로 역전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두산과 한화의 대전 경기는 우천으로 순연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 1월 1일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여자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와의 약혼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파혼 사실을 알린 건 5월 말이었다. 이미 지인들에게 약혼식 초청장까지 발송된 뒤였다. 매킬로이는 “모든 문제는 내게 있다. 초청장을 보낸 뒤에야 내가 아직 결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못난 남자의 궁색한 변명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남자’가 아닌 ‘골프 선수’ 매킬로이에게 파혼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매킬로이는 파혼 선언 직후인 5월 25일 유럽 투어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7월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했고, 곧이어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또 11일 끝난 다른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까지 휩쓸었다. 이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필 미켈슨이 인정한 것처럼 현재 남자 골프 최강자는 단연 매킬로이다. 최근 세 대회 연속 우승을 거둔 매킬로이는 12일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보즈니아키와의 결별이 최근 상승세의 비결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최근 있었던 일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보즈니아키와 헤어진 뒤 뭘 할 수 있었겠나. 골프 코스에 가거나 헬스장에 다녔다”고 했다. 그는 또 “이전에도 골프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파혼 후 내 모든 것을 골프에 바쳤다. 확실히 효과를 봤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매킬로이는 14일 시작되는 PGA 투어 최종전인 윈덤 챔피언십을 건너뛴 뒤 21일 시작되는 플레이오프에 나선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80야드를 남겨두고 친 3번 우드 샷이 날카롭게 공기를 갈랐다. 낮게 날아간 공은 핀 왼쪽 2m 지점에 멈춰 섰다. 침착하게 친 퍼팅은 어김없이 홀로 떨어졌다.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바꾼 이글이었다. 미국 켄터키 주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파71·7458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제96회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0번홀(파5·590야드)에서 투 온에 성공한 선수는 한 명밖에 없었다. 이글을 잡아낸 선수도 그가 유일했다. 다른 선수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샷을 선보인 그는 우승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주인공은 새로운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였다. 누가 봐도 대단한 샷이었지만 정작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10m가량 낮게 날아갔고, 생각했던 것보다 13m가량 왼쪽으로 날아간 샷이었다. 정말이지 운이 좋았다.” 1타 차 선두로 라운드를 시작한 매킬로이는 6번홀까지 보기만 2개를 범하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예전 같으면 와르르 무너질 법한 상황이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매킬로이는 10번홀 이글로 거짓말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탄력을 받은 매킬로이는 13번홀(파4) 버디에 이어 17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3언더파 68타로 라운드를 마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친 매킬로이는 2위 필 미켈슨(미국)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80만 달러(약 19억 원). 지난달 말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오른 매킬로이는 PGA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며 올 시즌에만 메이저 대회 2승을 올렸다.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챔피언십까지 더해 메이저대회 통산 4승째다. 매킬로이는 25세 95일 만에 메이저대회 4승을 거뒀는데 그보다 어린 나이에 메이저대회에서 4번 우승한 사람은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등 2명밖에 없다. 우즈는 24세 202일, 니클라우스는 25세 76일 만에 메이저 4승을 달성했다. 한 해에 메이저 2승을 거둔 것은 2008년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을 석권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이후 6년 만이다. 매킬로이는 브리티시오픈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3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성과도 일궈냈다. 3연승은 2007년부터 2008년에 걸쳐 우즈(미국)가 5연승을 기록한 이후 약 6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5월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와 파혼한 매킬로이는 유럽프로골프투어 BMW PGA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결별 이후 출전한 6개 대회 중 4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매킬로이는 “이런 여름을 맞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지금까지 한 4차례 메이저 우승 가운데 오늘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2011년에 US오픈과 2012년 PGA 챔피언십에서는 8타 차로 우승했고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도 2타 차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매킬로이는 “내년 4월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싶다.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 다음 목표가 생기겠지만 우선 지금은 이 목표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팀 성적은 최하위지만 투수 양성 능력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해야 할까. 또 한 명의 한화 출신 메이저리그 투수가 탄생했다. 6월 초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한화에서 퇴출된 오른손 투수 케일럽 클레이(26·사진)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LA 에인절스는 11일 트리플A 솔트레이크 소속의 클레이를 메이저리그로 승격시켰다고 발표했다. 에인절스는 10일 보스턴과 연장 19회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면서 9명의 투수를 썼다. 모자란 투수력을 보강하기 위해 클레이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는 올해 한화에서 10경기에 나와 3승 4패 평균자책점 8.33으로 부진해 6월 퇴출됐다. 하지만 솔트레이크로 옮긴 뒤에는 한 차례 완봉승을 포함해 3승 3패에 평균자책점 3.78의 안정감 있는 투구 내용을 보였다. 클레이가 메이저리그로 승격하면서 올 시즌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화 출신 투수는 류현진(LA 다저스)과 프랜시슬리 부에노(캔자스시티), 다나 이브랜드(뉴욕 메츠) 등 4명으로 늘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김효주(19·롯데)는 정확한 샷이 장기다. 프로야구 롯데 외야수 손아섭(26)은 정확한 송구로 곧잘 주자를 잡아낸다. 김효주의 샷과 손아섭의 송구 중 어떤 게 더 정확할까. 5일 롯데와 NC의 경기가 열리는 부산 사직구장에 가면 정답을 알 수 있다. 이달 말 열리는 KLPGA 하이원리조트 오픈 골프대회를 앞두고 야구 선수의 송구와 골프 선수의 샷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정확한지를 겨루는 이색 대결이 펼쳐진다. 홈 플레이트에서 65m 떨어져 있는 핀에 볼을 가깝게 붙이는 쪽이 승리하는 이종(異種) ‘니어 핀’ 대회다. 롯데 선수 중에서는 손아섭과 전준우(이상 외야수), 이명우(투수)가 출전한다. 여자 프로골퍼로는 김효주 외에 김하늘(비씨카드), 조윤지(하이원리조트)가 나선다. 일대일 매치플레이로 2승을 먼저 거두는 팀이 승리한다. 매치마다 선수들은 세 차례씩 송구(또는 샷)를 시도해 매번 승패를 가린다. 대회는 경기 40분 전인 오후 5시 50분에 시작된다. 우승팀에 수여되는 상금 300만 원은 하이원리조트 골프 대회의 자선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김효주는 경기 전 시구자로도 나선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격수는 공격보다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다. 유격수의 결정적인 수비 한 번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유격수는 팀 내에서 가장 수비 범위가 넓고, 야구 센스가 좋은 선수가 맡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 유격수로 평가받았던 김재박 전 감독도 수비형 유격수였다. 김 전 감독의 뒤를 이었던 류중일 삼성 감독도 수비 솜씨로 훨씬 인정받았다. 타격까지 뛰어나면 금상첨화겠지만 둘을 동시에 갖춘 선수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역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이종범(현 한화 코치) 정도가 공격과 수비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타준족으로 유명했던 이종범 코치는 1997년 화려한 수비 솜씨를 뽐내면서도 30홈런을 쳤다. 17년의 기다림 끝에 이종범급의 유격수가 등장했다. 넥센의 강정호다. 강정호는 2일 LG와의 방문경기에서 1회 상대 투수 리오단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30홈런 고지에 올랐다. 강정호의 수비 솜씨가 전성기의 박진만(SK)이나 손시헌(NC)보다 앞선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교 시절 투수와 포수로 뛰었던 만큼 좋은 어깨를 바탕으로 강한 송구를 한다. 발놀림이 빨라 수비 범위도 넓은 편이다. 수비도 수준급이지만 공격은 톱클래스다. 3일 현재 타율 0.341에 85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격 9위에 타점 2위다. 장타력(0.723)은 1위, 출루율(0.437)은 7위에 올라 있다. 도루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공격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강정호는 이종범이 보유하고 있는 유격수 역대 최다 홈런은 물론이고 홍세완(KIA 코치)이 2003년 기록한 유격수 최다 타점(100개)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홈런 1위 박병호(넥센)에도 3개 차로 다가가 있어 1990년 장종훈(28개) 이후 최초의 유격수 홈런왕도 노려볼 만하다. 올해로 7시즌을 채우는 강정호는 시즌 후 소속 구단 넥센의 허락을 받으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다. 강정호는 “해외 진출보다는 매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를 미국과 일본의 구단들이 그냥 놔둘 리 없다. 양국의 스카우트들은 올 시즌 내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잠실-광주경기 취소, 문학은 노게임 한편 이날 열릴 예정이던 넥센-LG의 잠실 경기와 삼성-KIA의 광주 경기는 태풍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SK와 NC의 문학 경기도 2회말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 오하이오 주의 작은 도시 애크런이 배출한 가장 유명한 선수는 ‘킹’으로 불리는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30)다. 인구 20만 명 정도인 이 도시에서 태어난 제임스는 인근 도시 클리블랜드에서 미국프로농구(NBA)에 데뷔했다. 잠시 마이애미로 외도했던 제임스는 최근 자유계약선수(FA)로 다시 클리블랜드에 돌아왔다. 그런데 애크런에만 가면 ‘왕’을 넘어 ‘황제’가 되는 선수가 있다. ‘골프 황제’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39)다. 애크런에 있는 파이어스톤 골프장(파70·7400야드)에서는 매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이 열린다. 우즈는 이 대회에서만 무려 8승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2위 그룹을 7타 차로 따돌리는 완승을 거뒀다. 2주 전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에서 69위의 부진을 보인 우즈는 31일(현지 시간) 시작되는 이 대회에 출전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우즈가 올해도 우승하면 샘 스니드와 함께 보유하고 있는 단일 대회 최다 우승(8승)을 넘어서게 된다. 스니드는 1938년부터 1965년 사이 그레이터 그린즈버러 오픈에서 여덟 차례 우승했다. 우즈는 캘리포니아 주 베이힐 골프장에서 열리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도 8승을 거뒀다. 우즈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이유는 모르겠지만 파이어스톤 골프장에만 서면 시야가 그렇게 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79승을 기록 중인 우즈는 스니드가 보유하고 있는 PGA 통산 최다승(82승)에도 3승 차로 다가서 있다.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우즈에게 올 시즌 첫 승 장소로 이만한 곳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은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설상이나 썰매 종목에서는 여전히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2018년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은 자칫하면 외국 선수들의 잔치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해 2월 소치 올림픽에서 한 줄기 빛을 보여준 선수가 있다. 스켈리턴의 윤성빈(20·한국체대)이다. 선수 경력이 1년 반밖에 안 된 윤성빈은 한국 썰매 역사상 최고 성적인 16위에 올랐다. 4년 뒤 평창 올림픽에서는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체대는 소치 올림픽을 대비해 2년 전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봅슬레이, 스켈리턴, 루지 팀을 만들었다. 엘리트 선수 양성 특성화 대학인 한국체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처음으로 소치 올림픽 결선 2라운드에 진출한 모굴의 최재우(20)도 이 학교 재학생이다. 1977년 개교 후 스타들을 양산하며 한국 엘리트 체육의 산실 노릇을 한 한국체대지만 최근에는 총장의 장기 공백이라는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김종욱 전 총장이 물러난 뒤 현직 한국체대 교수 3명이 잇달아 선거를 통해 총장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교육부 인사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비리 의혹 및 논문 표절 등으로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했다. 총장 공백 사태 속에 미래를 준비해야 할 모든 업무가 중단됐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 내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업무는 쌓여갔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고 일을 추진할 사람이 없었다. 몇몇 한국체대 교수들과 체육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구원 투수로 요청한 사람이 바로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다. 행시 26회 출신의 조 전 차관은 31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문화관광부 체육국장과 기조실장 등을 지내 체육 행정과 정책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초등학교 때 체조 선수로 활동한 이력도 있어 몇몇 체육인과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3명이 출마한 총장 후보 선거에서 조 전 차관은 과반 표를 얻어 총장 후보로 선출됐다. 교육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총장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조 전 차관은 지위를 이용해 낙하산으로 내려온 게 아니라 공정한 선거를 통해 총장 후보로 선출됐기 때문에 ‘관피아’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빨리 임명 절차를 밟아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굴러가던 학교 행정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에도 총장 임명에 실패한다면 한국체대의 정처 없는 표류는 더 지속될 것이다.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키워야 할 겨울 종목 선수들의 선발과 육성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평창 올림픽까지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이헌재·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한화 정근우가 ‘대도(大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준호(NC 코치)와 이종범(한화 코치)도 해내지 못했던 9년 연속 20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정근우는 3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방문경기에서 1회초 안타로 출루한 뒤 곧바로 2루를 훔쳐 시즌 20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2005년 SK에서 데뷔한 정근우는 이듬해인 2006년 45도루를 시작으로 9년 연속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9년 연속 20도루 고지를 밟은 선수는 정근우가 유일하다. 정근우는 3회에도 합의판정을 통해 1개의 도루를 추가했다. 올 시즌 김주찬(KIA)과 이종욱(NC)도 같은 기록에 도전하고 있지만 정근우가 가장 먼저 20도루를 성공시키며 대기록의 첫 주인공이 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화장실 가기 전이랑 갔다 온 후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사람이 다 그렇다. 한 선수가 있었다. 화장실에 가기 전에는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라고 했다. 자랑스럽게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가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다. 앞으로 국가가 부르면 당장 달려오겠다.” 몇 년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야구 대표팀은 정말 그 선수를 불렀다. 그러나 그 선수는 팀 적응이 우선이어서 오기 힘들다고 했다. 인정한다.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다. 문제는 그런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멤버 구성이 7차례나 바뀌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나. 1라운드에서 탈락한 타이중 참사가 됐다.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병역 혜택이 없는 WBC는 선수들에게도 구단에도 그리 매력적인 대회가 아니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에 안 오겠다는 선수들 때문에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이유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는 너도나도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나섰다. 군 미필 선수는 물론이고 WBC 때 선수 차출에 시큰둥했던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참으로 절묘하고 오묘한 ‘황금비율’의 최종 엔트리가 나왔다. 13명의 병역 미필 선수가 포함됐다. 거의 모든 구단이 최소 1명 이상의 미필 선수들을 엔트리에 밀어 넣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좋게 보기 힘든 구성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이번 대표팀에 뽑힌 유원상(LG)과 김상수, 차우찬(이상 삼성), 손아섭(롯데)은 제3회 WBC 멤버였다. 대표팀의 부름에 군말 없이 임했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려 애썼다. WBC에 출전한 병역 미필 선수들 가운데 이번에 뽑히지 않은 건 전준우(롯데)뿐이다. 한 야구인은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해도 비슷한 실력이라면 국가를 위해 뛰었던 선수들에게 더 눈길이 가지 않았겠나. 지난 WBC 때 선수 선발 문제로 고생한 류 감독과 기술위원회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타이중 참사 후 국제대회에서 병역 혜택을 입은 선수에 대해 향후 몇 년간 대표팀의 부름에 임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당장 2017년 WBC 때 태극마크 기피 현상은 또다시 재현될 것이다. 그런데 WBC에 출전한 선수에게 다음 아시아경기 출전 우선권을 준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태극마크를 두고 흥정하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한국 야구의 수준이고 현실인 것을.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화장실 가기 전이랑 갔다 온 후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사람이 다 그렇다. 한 선수가 있었다. 화장실에 가기 전에는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라고 했다.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달고 아시아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가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다. 앞으로 국가가 부르면 당장 달려오겠다." 몇 년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야구 대표팀은 정말 그 선수를 불렀다. 그러나 그 선수는 팀 적응이 우선이어서 오기 힘들다고 했다. 인정한다.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다. 문제는 그런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멤버 구성이 7차례나 바뀌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나. 1라운드에서 탈락한 타이중 참사가 됐다. 오래 된 이야기가 아니다.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병역 혜택이 없는 WBC는 선수들에게도 구단에게도 그리 매력적인 대회가 아니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에 안 오겠다는 선수들 때문에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이유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는 너도나도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나섰다. 군 미필 선수는 물론이고 WBC 때 선수 차출에 시큰둥했던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참으로 절묘하고 오묘한 '황금비율'의 최종 엔트리가 나왔다. 13명의 병역 미필 선수가 포함됐다. 거의 모든 구단이 최소 1명 이상의 미필 선수들을 엔트리에 밀어 넣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좋게 보기 힘든 구성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이번 대표팀에 뽑힌 유원상(LG)과 김상수, 차우찬(이상 삼성), 손아섭(롯데)은 제3회 WBC 멤버였다. 대표팀의 부름에 군말 없이 임했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려 애썼다. WBC에 출전한 병역 미필 선수들 가운데 이번에 뽑히지 않은 건 전준우(롯데) 뿐이다. 한 야구인은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해도 비슷한 실력이라면 국가를 위해 뛰었던 선수들에게 더 눈길이 가지 않았겠나. 지난 WBC 때 선수 선발 문제로 고생한 류 감독과 기술위원회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타이중 참사 후 국제대회에서 병역 혜택을 입은 선수에 대해 향후 몇 년 간 대표팀의 부름에 임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당장 2017년 WBC 때 태극마크 기피 현상은 또 다시 재현될 것이다. 그런데 WBC에 출전한 선수에게 다음 아시아경기 출전 우선권을 준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태극마크를 두고 흥정하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한국 야구의 수준이고 현실인 것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54·사진)이 한국체대 제6대 총장 후보로 선출됐다. 조 전 차관은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열린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에서 총 투표수 47표 가운데 가장 많은 29표를 얻었다고 29일 한국체대가 밝혔다. 조 전 차관이 교육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4년 임기의 총장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문체부 체육국장과 기조실장 등을 거친 조 전 차관은 스포츠 현장과 정책에 해박한 체육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효자 종목’ 양궁의 대표 선발 과정은 가장 공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많게는 10여 차례의 선발전과 평가전 등을 통해 철저하게 성적으로만 뽑기 때문이다. 야구는 다르다. 객관적인 성적은 좋지 않아도 대표팀의 상황이나 포지션상 필요한 선수가 있다. 국제 대회 경험이나 팀워크도 무시할 수 없다. 선수 선발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가 28일 기술위원회를 통해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아경기에 출전할 24명의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선수 선발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선수는 LG의 중간계투 유원상이다. 오른손 투수 유원상은 이날 경기 전까지 42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10홀드에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정상급 투수라고 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삼성)은 유원상의 깜짝 발탁에 대해 “시즌 초에 안 좋았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불펜에서) 길게 갈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원상이 7월 등판한 10경기의 평균자책점은 3.38밖에 되지 않는다.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한 2루수에 두산 오재원이 뽑힌 것도 의외로 볼 수 있다. 오재원은 서건창(넥센), 정근우(한화), 안치홍(KIA) 등 자신보다 타격 성적이 뛰어나거나 경험 많은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주전 2루수로 발탁됐다. 류 감독은 “오재원은 1, 2, 3루수 및 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고 대주자도 된다. 활용도가 높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올해 타율이 0.220에 불과한 롯데 포수 강민호(롯데)가 대표팀에 승선한 것이나, 오른손 정통파 투수 가뭄 속에 4승 5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 중인 이태양(한화)이 뽑힌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로야구 10구단 KT의 우선지명을 받은 동의대 투수 홍성무는 아마추어 야구 배려 차원에서 선발됐다. 류 감독은 “팀별 분배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베테랑이 많이 빠졌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인 만큼 잘할 것이다. 무조건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말대로 금메달만이 모든 논란을 불식할 수 있다. 24명의 선수 가운데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역 미필 선수는 13명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의 등번호 7번 이병규(31)의 이름 앞에는 '작은'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동료들은 그를 '작은 이병규' 또는 '작뱅'으로 불렀다. 동명이인으로 팀 선배인 등번호 9번 이병규(40)와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큰 이병규'에 비해 '작은 이병규'는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야구를 못했었다. 그렇지만 잠재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든 인정받았다. 2008년 2군 무대에서 그는 타율 0.426라는 무지막지한 방망이 솜씨를 뽐냈다. "다른 선수와는 타구의 질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에는 타율 0.300에 12홈런, 53타점을 기록하며 만년 유망주 딱지를 떼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번번이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무릎 부상으로 재활군에 머물 때가 많았다. 요즘 LG에 '작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동료 선수들은 그를 '빅뱅'이라고 부른다. 김기태 전 LG 감독은 "작은 병규 또는 작뱅이라고 하니까 애가 못 크는 거 같다. 빅뱅처럼 큰 스타가 돼야 하지 않겠냐"며 취재진에게도 그를 '빅뱅'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빅뱅으로 거듭난 이병규는 올해 인생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큰 이병규'의 공백을 말끔히 메우고 있다. 이병규는 24일 KIA와의 방문경기에서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때렸다. 23일 경기에서는 2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25일 롯데와의 경기 전까지 타율 0.335에 9홈런, 58타점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팀 내 최다 결승타(6개)를 칠 정도로 찬스에 강하다. 득점권 타율은 0.371(70타수 26안타)나 된다. 이병규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투수들과의 대결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예전에는 잦은 부상으로 경기 감각을 잃어버리곤 했는데 아픈 곳이 없으니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 최하위에 머물던 LG는 어느덧 7위까지 올라왔다. 4위 롯데와의 승차도 3.5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LG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선수는 중심 타자로 거듭난 '빅뱅' 이병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건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다. 그런데 미국 야구 팬 중에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도대체 한국에 있는 한화 이글스란 팀은 얼마나 강하기에 이런 투수들을 내보낸단 말인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6년째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한화 출신 투수들이 요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다. 먼저 류현진(LA 다저스)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지난해 14승을 올렸고, 올해도 벌써 11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마지막 해인 2012년 한화에서 9승(9패)을 기록했었다. 지난해 한화에서 6승 14패 평균자책점 5.54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재계약에 실패했던 이브랜드는 올해 뉴욕 메츠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1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 중이다. 올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8.33을 기록한 뒤 퇴출된 클레이는 최근 트리플A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셋의 사례만 보면 한화는 ‘메이저리거 양성소’로 불릴 만하다. 그렇다면 한국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선수들보다 더 뛰어나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뛰면서 배운 야구가 미국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야구는 힘의 야구다. 투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자는 힘으로 이를 이겨내려 한다. 이에 비해 한국 야구는 훨씬 세밀하다. 타자들은 어지간해서는 나쁜 공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는다. 결정구도 곧잘 커트해 낸다. 외국인 투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수 싸움에서도 그렇다. 미국에서는 볼카운트가 3볼 1스트라이크로 몰리면 대개 직구로 정면 승부를 한다. 하지만 한국 투수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변화구로 유인구를 던진다. 좀 더 정교한 제구와 수 싸움은 한국 야구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를 터득하면 살아남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퇴출이다. 수도권 구단의 한 베테랑 선수는 “한국에 온 외국인 타자들과 한국 선수들의 타격 기술을 비교하자면 한국 선수들이 앞선다. 외국인 선수들은 타고난 힘으로 부족한 부분을 상쇄할 뿐이다”고 했다. 한국 타자들의 수준 향상은 몇 해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두산에서 뛰었던 우즈나 롯데의 호세, 현대의 브룸바 등은 당시 한국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만루에서도 볼넷으로 내보내 1점만 주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다. 각 팀이 외국인 타자들을 한 명씩 영입한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외국인 타자들은 연일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한국 야구를 지배할 것 같았다. 테임즈(NC), 칸투(두산), 나바로(삼성) 등은 여전히 수준급 성적을 내고 있지만 우즈나 호세처럼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다. 한국 투수들은 오히려 박병호나 강정호(이상 넥센), 손아섭(롯데), 나성범(NC) 등을 더 무서워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베이징 올림픽 등을 통해 한국 야구의 수준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특히 타자들의 힘과 기술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올해 삼성에 복귀한 임창용은 이런 말을 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직접 상대하기 전까진 나도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맞부딪쳐 보니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건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잘 치는 장면만 모은 TV 하이라이트였다.” 임창용은 올해 한국에서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블론세이브만 6번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번 타자가 빠지면 타선의 힘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4번 타자급 타자가 즐비한 삼성에서는 4번 타자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삼성이 괜히 선두를 질주하는 게 아니다.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는 전반기 막판 수비를 하다가 갈비뼈를 다쳐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팀 내 최다 홈런(22개) 타자인 최형우가 없지만 그 빈자리를 전혀 느낄 수 없다. 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채태인과 나바로, 그리고 이승엽이 7회 이후 4개의 홈런을 합작했다. 채태인은 7-7 동점이던 7회 역전 홈런을 포함해 연타석 홈런을 쳤다. 나바로와 이승엽은 각각 20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삼성은 전날에도 4번 타자로 출전한 박석민이 홈런 2개를 몰아쳤다. 한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산-SK전은 우천으로 순연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예나 지금이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백인들의 무대다. 동양인으로 그곳의 빙판에 선 최초의 선수는 한국 출신의 백지선(영어명 짐 팩·47·사진)이다. 1991년 피츠버그 펭귄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NHL 무대에 섰을 때 그는 빙판 위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동양인 최초로 스탠리컵에 입을 맞춘 선수도 그다. 백지선은 1990∼1991시즌 미네소타와의 NHL 챔피언결정전 6경기 가운데 5경기에 출전했다. 8-0 대승으로 우승을 결정지은 6차전에서는 당대 최고 스타 마리오 르미외의 어시스트를 받아 골까지 터뜨렸다. 이듬해 피츠버그가 2연패에 성공해 그는 2년 연속 스탠리컵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당시 그가 입은 유니폼은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전시돼 있다. 한국이 낳은 아이스하키 영웅 백지선이 위기에 빠진 한국 아이스하키의 구세주로 나선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3일 NHL 디트로이트 레드윙스 산하 아메리칸하키리그(AHL) 그랜드 래피즈 그리핀스의 코치로 올 시즌까지 9년간 활동한 백지선을 한국 아이스하키 총괄 디렉터 겸 남자 대표팀 감독에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4년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백지선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아이스하키를 접했다. 뛰어난 기량으로 캐나다 3대 메이저 주니어리그의 하나인 온타리오하키리그(OHL)의 오샤와에서 뛰었고, 1985년 NHL 신인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170순위로 피츠버그의 지명을 받았다.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백인들의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에서 남모를 설움도 많이 받았다. 상대팀 선수들은 그를 “멍키(Monkey·원숭이)”라고 놀리며 침을 뱉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성실성과 피나는 노력으로 동양인에게는 절대 열릴 것 같지 않던 NHL의 문을 열었다. 백 감독은 피츠버그와 LA 킹스, 오타와 세너터스 등에서 5시즌 동안 217경기에 수비수로 나서 5골과 2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03년 영국 리그 노팅엄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 2005년부터 AHL 그랜드 래피즈 그리핀스에서 지도자로 활동해 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양승준 전무이사는 “현재 한국 아이스하키가 처한 상황이 백 감독이 NHL에 도전할 당시와 비슷한 것 같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못할 것도 없다. 모든 편견을 실력으로 이겨낸 백 감독이 한국에 평창 올림픽 자력 진출권을 선물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협회를 통해 “조국의 대표팀을 이끄는 것은 아이스하키를 시작할 때부터의 오랜 꿈이었다. 평창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큰 도전이 되겠지만 철저한 계획을 세운 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백 감독은 다음 달 중순 입국해 남녀 대표팀의 코칭스태프 구성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4월 경기 고양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A그룹에서 5전 전패를 당하며 B그룹으로 강등됐다. 세계 랭킹은 23위에 머물러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자 골프에서 4대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모두 따낸 사람은 역대로 5명밖에 없다. 진 사라젠,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만이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의 트로피를 모두 수집했다. 이르면 내년 4월 마스터스에서 6번째 주인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6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근접한 선수는 ‘돌아온 젊은 황제’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다. 매킬로이는 21일 영국 호일레이크의 로열리버풀GC(파72·7312야드)에서 끝난 제143회 브리티시오픈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2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리키 파울러(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클라레 저그(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은으로 만든 술 주전자)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97만5000파운드(약 17억 원).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매킬로이는 이로써 메이저대회에서 3승째를 따냈다. 25세의 나이에 벌써 3개의 서로 다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것이다. 그보다 어린 나이에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니클라우스(당시 23세)와 우즈(당시 24세)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우승한 매킬로이는 세계랭킹도 2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우승이 매킬로이에게 더욱 특별한 것은 갖은 풍파를 헤치고 이뤄낸 우승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클럽을 교체하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5월에는 미녀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와 파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듯 시련 속에서 그는 더욱 강해졌다. 예전에는 한순간에 쉽게 무너지곤 했지만 이날은 가르시아에게 2타 차로 쫓기는 와중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버디를 잡아내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매킬로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골프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건 밤에 잠자러 갈 때건 골프를 생각한다.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골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당장 그의 시선은 내년 4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내년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고 싶다. 오거스타에서 티샷을 하는데 편안했고, 점점 더 편안해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킬로이는 2011년 대회 때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최종일에 4타를 잃어 공동 15위로 미끄러진 적이 있다. 이젠 경험도 충분히 쌓았고 한층 성숙해졌기에 우승 기회를 잡는다면 좀처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허리 수술을 받고 올 시즌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골프 황제’ 우즈는 최종합계 6오버파 294타로 69위에 머물렀다. 이는 우즈가 프로로 전향한 후 컷을 통과한 메이저대회에서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다. 종전 기록은 2012년 마스터스와 지난해 PGA챔피언십 때의 공동 40위였다. 메이저대회 우승 14회에서 몇 년째 머물고 있는 그는 “실수가 너무 많았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이제 막 재활을 마친 참이다.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