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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예산 부족으로 무상보육 중단 직전까지 갔던 서울시가 올해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올해 3월 실시되는 만 0∼5세 영유아 무상보육으로 인해 시가 져야 할 재정 부담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는 1월 1일 여야 합의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보육 관련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무상보육 대상을 0∼5세 영유아 전체로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같은 무상보육 확대 정책으로 인해 서울시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예산 중 부족한 예산은 4668억 원(시비 3263억 원, 구비 1405억 원)에 달한다. 시와 구는 지난해 9월 정부가 약속했던 “보육지원체계 개편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믿고 올해 무상보육 예산을 지난해 수준인 4063억 원으로 편성했으나 4668억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 것. 서울시는 국고보조금 비율을 큰 폭으로 확대하지 않는 이상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 모두 해당되는 문제여서 박 당선인의 보육 관련 핵심 공약이 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조현옥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지난해 0∼2세 영아에 대한 전 계층 무상보육이 실시되면서 시와 구는 1751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부족해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국고보조금이 50%까지 확대되지 않으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서울시와 구에 총 2241억 원을 정부 추가 보전액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되면 부족한 돈은 2427억 원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시는 “이 돈에는 원래 지자체로 들어오는 돈인 특별교부금이 일부 포함돼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에는 0∼5세 영유아가 있는 가구 중 이번 무상보육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는 소득 상위 30% 가구가 42%(영유아 수 기준 5만6534명)에 달해 평균 23.4%에 달하는 다른 시도보다 예산 부족 사태가 빨리 올 수 있다. 조 실장은 “서울의 어린이집 이용 영유아 수는 2009년 18만5668명에서 0∼2세에 대한 무상보육이 확대된 지난해 23만5596명으로 급증했다”며 “매해 예산 확보에 대한 대책 없이 무상보육 대상만 늘리고 그 부담을 지자체에 지운다면 중단 위기는 매년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KBS 2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묘사되는 학교는 회색빛이다. 학교는 학교 폭력, 교권 추락, 과도한 경쟁으로 점철돼 있다. 요즘 학교생활을 사실에 가깝게 묘사한 덕에 시청률도 15%까지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암울한 학교’는 서울 강북의 한 고교로 설정돼 있지만 촬영이 진행되는 실제 학교는 강북이 아니다 이 학교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율천고다. 율천고 건물은 파랑, 주황 등 다채로운 색으로 꾸며져 드라마 속 학교의 우울한 분위기와 극명히 대비된다. 이 드라마 섭외부장 김영두 씨는 “신생 학교라 오래된 학교와 달리 구조가 특이하고 건물 색감도 좋아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용이했다”며 “율천고의 선명한 색감이 드라마 속 학교의 암울한 분위기를 한층 강렬하게 부각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초 개교해 아직 3학년이 없어 학교 건물 4층이 통째로 비어있는 것도 장소 선정에 큰 이점이었다. 대부분의 학교는 고3이 있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장소 섭외 제의를 거절한다. 현재 이 드라마는 오전 7시부터 밤까지 학교 4층의 한 교실을 주무대로 쓰고 있다. 다른 빈 교실은 대기실, 분장실 등으로 사용한다. 학교 앞에는 주연 배우들을 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팬 500여 명으로 연일 붐빈다. ‘학교 2013’처럼 학원물 촬영이 일반 고교에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에 지은 학교가 아니라면 일반 고교는 대부분 일자형의 단조로운 구조인 데다 건물 색도 회색이어서 화면에 밋밋하게 잡힌다. 드라마 장소 섭외 담당자들은 구조가 특이하고 색깔도 다채로운 예술고, 체고 등의 특목고, 조경이 아름다운 대학 캠퍼스를 촬영 장소로 선호한다. 또 수도권에 있는 학교를 선호한다. 가깝기도 하지만 학생이 많고 학교 규모가 커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방영된 SBS TV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무대가 된 학교는 한 곳이 아니었다. 목원대 청강대 용인외고에서 촬영한 장면을 합쳐서 한 학교인 것처럼 연출했다. 화면 구성 효과를 높이고자 학교 밖의 장소를 학교인 것처럼 촬영하기도 했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2011년 초 방영)에 나오는 학교 매점과 식당은 인천아트플랫폼이었다. 일반 고교가 주 촬영지가 되는 경우는 주인공들의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가거나 주 배경이 과거인 드라마 등이다. 이 경우엔 역사가 오래돼 운치 있는 일반 고교가 촬영지로 선호된다. 2002년 방영된 KBS 2TV의 ‘겨울연가’는 서울 종로구 계동의 중앙고에서 촬영했다. 105년 역사의 이 학교는 고풍적인 모습으로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의 풋풋한 학창시절을 충분히 담아냈다. 겨울연가 촬영이 끝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학교 앞은 준상과 유진의 추억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붐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자살을 생각했거나 계획 또는 시도해본 청소년이 10명 중 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조성민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자살이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주관하에 지난해 6∼8월 서울시내 98개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1714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위기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자살을 생각(25.8%), 계획(9%), 시도(5%)해 본 청소년이 39.8%에 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직전 조사였던 2010년의 46.6%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40%에 육박하는 등 청소년들이 자살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센터는 위기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해당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우울·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은 37.4%로 였다. ‘한 번 이상 친구로부터 따돌림 당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도 2010년 6.4%에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한 11.7%에 달했다. 또 12.8%는 심한 언어폭력을, 10.2%는 괴롭힘을, 7.1%는 ‘신체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청소년 중 10% 이상이 크고 작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이상국 서울시 아동청소년담당관은 “지난해 서울시내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3개를 신규 설치했고 올해도 1개소를 더 설치할 예정”이라며 “서울시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위기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7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상반기 무료직업훈련생 4121명을 모집한다. 모집과정은 정규과정, 청년희망디딤돌과정, 단기과정인 준고령자과정·여성과정·신성장동력산업과정 등이다. 만 15세 이상의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직업훈련생으로 선발되면 수강료, 교재비 등 교육훈련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직업훈련과 함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체가 원하는 과정을 교육하는 기업채용약정제도, 교수가 취업을 돕는 교수기업전담제 등도 시행하고 있다. 직업훈련을 희망하는 시민은 4곳의 기술교육원을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접수시킬 수 있다.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해도 된다. ■ 서울 시민참여옴부즈맨 출범서울시는 시정 7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참여옴부즈맨’을 7일 출범시켰다. 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위촉식을 열었다. 7개 분야는 여성복지, 도시안전, 산업경제, 생활환경, 도시교통, 교육문화, 일반행정으로 회계사, 변호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 사회 각계 전문가 23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시민감사옴부즈맨’의 시정 감사 및 조사 업무에 조언하는 활동을 한다. 시정 전반에 대해 제언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건의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들은 5명으로 구성된 상근직 공무원인 시민감사옴부즈맨과 달리 명예봉사직으로 활동한다.}

캐나다에서 36년간 생활한 교포 진승섭 씨(63)는 사업차 한국에 들른 지난달 11일 오전 8시 가판대에서 산 동아일보 1면 기사를 보고 놀라 곧바로 택시를 잡았다.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는 변절자’라는 폭언을 들은 여명학교 청소년들이 큰 충격에 빠져있다”는 기사였다.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서울 중구 남산동 여명학교(탈북청소년대안학교). 그는 교무실에 들어가 이 학교 이흥훈 교장에게 부탁했다. “아이들이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진 씨는 “사업차 중국을 오가며 탈북자들이 공안을 피해 도망 다니는 처참한 실상을 목격했다”며 “목숨을 걸고 생지옥을 탈출한 이들에게 힘이 돼도 모자랄 국회의원이 폭언까지 한 것은 상식 이하의 일이라 생각해서 달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이민 간 직후 직원 300여 명을 두고 특수유리사업을 시작한 진 씨는 1993∼2006년 본사 공장이 있는 중국 광둥(廣東) 성을 1년에 6번 이상 오가며 반제품 구매 업무를 하면서 많은 탈북자들을 봤다. 1998년 중국 옌지(延吉)의 한 고아원에서는 중국 고아들 사이에 끼어있던 왜소한 체격의 탈북 어린이 4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은 몰래 고아원에 들어와 중국 아이들 눈치를 보며 구석에 숨어 있었다. 진 씨는 “탈북 아이들을 잘 돌봐 달라”며 증축하던 고아원에 7만 달러(약 8800만 원) 상당의 특수방한유리를 기부했다. 진 씨는 “하청 문제로 북한 공장에 갔을 때 ‘수령님을 위해 총폭탄이 되리라’라는 커다란 글귀가 쓰인 천을 걸어놓고 하루 종일 일만하는 어린 노동자들을 보고 가슴이 무너졌다”며 “당시 바쁘다는 핑계로 발 벗고 나서 도와주지 못했지만 이제 은퇴했으니 탈북 청소년을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했다. 진 씨는 9월부터 여명학교 학생들에게 매주 무료 영어 강의를 할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흰색 야구모자 사이로 보이는 백발, 검버섯 핀 얼굴과 돋보기안경….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아버지인 박영철 씨(81)는 지난달 29일 낮 서울 송파구의 자택 인근 카페 앞을 지나다 안에 있는 외국인들을 보더니 곧바로 다가갔다. 그러곤 유창한 영어를 쏟아냈다. “대화가 안 통하면 언제든 전화해요. 새벽이라도 괜찮아요. 1588-5644, 꼭 기억해둬요!” 박 씨는 통역자원봉사단체인 ‘BBB코리아’에서 2006년부터 7년째 영어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BBB코리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외국인에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 통역은 물론이고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전화 통역 업무도 맡고 있다. 봉사자가 4000여 명에 이르는 이 단체는 설립 10주년을 맞아 9월부터는 해외에 진출해 베트남과 라오스 대학생 200여 명에게 BBB코리아가 세운 현지 한글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도 갖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7월부터는 봉사자 중에서 열의가 가장 높은 310명을 뽑아 임명한 인천공항 특임 봉사단에도 선발돼 공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화로 해결해주고 있다. 최근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온 한 흑인이 대표적인 사례. 그는 국적을 밝히지 않은 채 박 씨에게 “인천공항 내 가게에서 카드를 받지 않는다. 인종 차별을 당했다.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을 것”이라며 화를 냈다. 알고 보니 그 외국인이 들고 있던 카드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는 종류였지만 가게 직원이 이를 영어로 설명하지 못해 오해가 생겼다. 외국인은 박 씨의 설명을 듣고서야 “사소한 오해까지 풀어주는 한국은 친절한 나라”라고 말하며 출국했다. 박 씨는 “영어로 대화가 되지 않아 생긴 갖가지 오해를 전화 한 통으로 셀 수 없이 많이 해결했다”며 “‘한국은 나쁜 나라’라는 이미지를 안고 돌아갈 수도 있었던 외국인이 전화 한 통에 ‘코리아 넘버원’이라고 칭찬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박 씨는 1946년 고향인 광주에서 미군 차를 얻어 탔다가 한 미군 옆에서 유창하게 영어로 통역하던 한국인의 모습에 반해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광주에 있던 미군에게 매일 말을 걸고 미군부대에서 살다시피 하며 친분을 쌓은 뒤 미군에게 무료로 영어 과외를 받으며 실력을 쌓았다. 그는 1954년 6·25전쟁 복구 활동에 나선 유엔 산하 한국민사원조처와 미군 산하 민간원조처에서 모든 업무를 영어로 처리하며 17년간 일했다. 이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국내 신문에 난 기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33년간 한 뒤 2004년 퇴임했다. 50년간 충분히 일해 쉬어도 될 법했지만 “50년 넘게 쌓아온 지식을 혼자만 갖고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BBB코리아의 봉사자 모집 광고를 보고 “신났다”고 한다. 지식을 나눌 딱 맞는 일이 생긴 것이었다. 언제 전화가 걸려올지 모르는 탓에 그는 항상 휴대전화를 벨소리 모드로 설정해 놓는다. 오전 2, 3시 커다란 벨소리의 통역 요청 전화가 오는 바람에 잠에서 깨 통역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는 행복하다. “나이 든 사람이 오해로 가득한 외국인의 마음을 풀어주고 대한민국이 친절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에요. 말을 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올 2월 경찰은 네일아트 가게에 들어가 지갑을 훔쳐 달아난 최모 씨(30)를 추적하던 중 황당한 상황에 부닥쳤다. 경찰은 ‘최○○’라는 이름으로 용의자를 추적했지만 검거한 남성 이름은 최××였던 것. 범인의 외모는 목격자 진술과 일치했지만 정작 이름이 달랐다. 알고 보니 최 씨는 올 1월 개명(改名) 신청을 해 범행 일주일 뒤인 2월 12일 최종 허가를 받았다. 2005년 대법원이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개명을 폭넓게 허용하기 전까지만 해도 개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개인에 대한 혼동으로 인해 법률 관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 개명 허가를 받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거나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개명을 활용하는 것이다.2000년 3만3210건이던 개명 신청자는 2010년 16만5924건으로 급증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신분세탁을 위해 개명을 한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실제로 절도 전과가 있는 백모 군(17)은 지난해 이름의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개명한 뒤 올해 4월 중학생들을 상대로 스마트폰을 절취하다가 검거됐다. 백 군의 지인은 개명 전 이름으로 그를 불렀다. 경찰의 추적 과정에서도 신분 불일치로 혼선이 빚어졌다. 경찰은 백 군을 쫓는 과정에서 평소 불리는 이름과 전산상의 이름이 달라 동일인지를 확인하느라 애를 먹었다. 2009년 서울 모 대학에 재학 중이던 H 씨(26·여)는 선배를 시켜 학교 서버를 해킹한 뒤 F학점을 A학점으로 모두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 유예처분을 받았다. H 씨가 방송인이 되길 바랐던 부모는 소문이 확산되자 딸 이름을 개명했다. H 씨는 범죄 경력을 숨긴 채 개명한 이름으로 방송 아나운서 및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개명을 지나치게 폭넓게 허용해 이름에 따른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청자가 ‘이름이 촌스러워서’처럼 개인적인 사유만 대면 실제 개명 목적과 관계없이 개명이 허가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개명 신청 시 수사를 받고 있거나 전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미비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개명 신청을 하려면 주민등록등·초본 등의 기본 서류와 개명 신청서만 내면 된다. 범죄경력증명서는 의무 제출 서류가 아니다. 지방법원 산하 지원의 한 판사는 “작은 지원에도 일주일에 40∼50건의 개명신청이 들어온다”며 “경찰에 일일이 전과 조회를 하는 것이 번거롭고 다른 업무도 많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허가해 주고 있다”고 했다. 실제 판사들은 개명 신청자가 낸 10여 장의 서류를 검토하는 데 3분 정도밖에 할애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상수 변호사는 “‘이상한 이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개명의 자유’가 제한돼서는 안 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범죄경력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단순히 빌려준 돈을 받으려는 것이었을까.’ 인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과 ‘논스톱’ 등을 연출하고 유재석 신동엽 등이 소속돼 있던 DY엔터테인먼트(현 스톰이앤에프)의 대표를 지낸 MBC 전 PD 은경표 씨(55·사진)가 조직폭력배 두목의 칼에 찔려 병원에 입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은 씨를 칼로 찌른 ‘익산 중앙동파’ 두목 박모 씨(53)를 현장에서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경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호텔 인근으로 은 씨를 불러내 “빌려준 돈 2억 원을 갚으라”고 했으나 은 씨가 무시하고 자리를 뜨려 하자 허벅지와 턱 부위 등을 칼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식칼을 왼쪽 허리에 차고 쇼핑백에도 수건에 싼 회칼을 넣어갔다. 칼을 보고 도망가는 은 씨를 따라가 칼로 찌른 박 씨는 주변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한 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 있다가 “나는 갈 곳이 없다. 감옥에 가겠다”며 체포됐다. 은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지난달 30일 영등포서 유치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박 씨는 “전일저축은행의 실질적인 대주주이자 은 전 PD의 사촌동생인 은인표 씨(54)와 알고 지내다 은 전 PD도 알게 됐다”며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해 2억 원을 빌려줬다”며 “아직까지 돈을 갚지 않았고 전일저축은행 부실 사건 당시 수사선상에 오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고 호의호식하는 모습에 화가 나 손을 봐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박 씨는 또 “2002년 은인표 씨가 전일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을 받아 만든 50억 원가량의 수표를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게임용 칩으로 바꾼 뒤 다시 현금으로 교환하는 수법으로 돈 세탁을 해주면서 친분을 쌓게 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은경표 씨의 부탁으로 유명 가수의 전 매니저이자 은 전 PD의 일을 도왔던 A 씨를 통해 2억 원을 빌려줬다는 것이 박 씨의 주장이다. 전일저축은행은 부실 경영으로 2010년 1월 영업이 정지됐고 같은 해 8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은경표·인표 사촌형제는 연예기획사가 수백억∼수천억 원대 자금을 불법 대출받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은 씨는 1일 입원 중인 서울 영등포구의 병원에서 기자와 만나 “박 씨는 10년 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지만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연락이 와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더니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수천만 원을 빌려 달라고 해 ‘도와줄 형편이 안 된다’고 하자 식칼을 꺼냈다”며 “놀라 도망가는데 쫓아와 찔렀다”고 했다. 은 씨는 또 “나는 박 씨에게서 돈을 빌린 적이 없으며 사건 당일에도 내게 돈을 갚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제목 : '전일저축은행 대출비리' 관련 추후보도- 내용 : 동아닷컴은 작년 7월 2일자 제하의 기사에서 은 씨가 연예기획사를 통해 전일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불법 대출받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던 서울중앙지방검은 2013년 3월 12일 은 씨에 대하여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돼 이를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일본 극우 인사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에 말뚝을 설치하고 소녀상을 가리켜 ‘매춘부상’이라고한 사건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27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제평화인권센터 등과 함께 스즈키를 모욕죄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일본 우익들이 향후 국내에서 피해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행위를 남발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 단체의 판단이다. 나눔의 집은 이들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적 검토를 마치면 곧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관련 단체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수요집회를 주최하는 한국정신대대책문제협의회(정대협)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기로 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일본 우익 한 사람이 관심을 유도하려고 벌인 쇼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그들의 노림수에 넘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날 열린 1028회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 우익 한 사람을 상대로 싸울 것이 아니라 말뚝을 박는 무지한 국민을 키우는 일본 정부와 진실을 부인하는 정치인들에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부가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자영업자를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없거나 빈틈이 많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독일은 저소득 자영업자가 공적연금에 가입하면 사업 초기 3년간 평균 근로소득의 절반을 연금보험료 부과 기준으로 적용해 보험료를 덜 내게 함으로써 자영업자 대부분이 공적연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별다른 유인책이 없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자영업자 미가입 비율이 33.1%에 이른다. 선진국에서는 자영업자와의 상생 정책 중 하나로 정부가 나서서 신용카드사가 카드수수료를 최소한만 받도록 적극 개입하기도 한다. 올해 2월 기준 국내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는 1.93%지만 프랑스는 0.7%, 호주는 0.8%, 덴마크는 0.95%다. 또 국내 체크카드 평균 수수료는 1.23%지만 스위스 벨기에는 0.2%, 네덜란드는 0.15%에 불과하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박사는 “정부가 나서서 카드사가 영세 자영업자에게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창업 지원 및 자영업자 교육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호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멘토링 시스템을 갖추고 가게를 열기 전 2년 동안 창업 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방법으로 창업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신강성(가명·60) 씨는 1998년 은행에서 3억여 원을 대출받아 부산에서 대중목욕탕을 열었다. 그러나 한 달 300만 원 가까운 이자를 부담하느라 직원도 고용하지 못했고 개업 2년 만에 인근에 목욕탕 3개가 더 생기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졌다. 그러다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되자 목욕탕은 경매로 넘어갔고 신 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는 현재 작은 사무실을 빌려 혼자 신체교정 일을 하고 있다. 신 씨는 “형편이 어려워 건강보험료를 8년째 내지 못했고 국민연금 납부도 엄두조차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5년간 페인트 가게를 운영한 유병열(가명·61) 씨는 하루에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자 2년 전부터 가게 문을 잠가 놓고 일용직 페인트공으로 일하며 하루 6만∼9만 원을 벌고 있다. 유 씨는 “나 같은 사람에게 국민연금이나 노후 준비는 다른 세계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장사를 해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빚을 갚는 자영업자에게 국민연금은 ‘딴 세상 일’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 568만 명 중 국민연금 미가입자는 33.1%(188만여 명)에 달했다. 임금근로자 1751만 명 중 미가입자가 4∼9.7%(70만∼170만여 명)인 것에 비하면 최대 8배 이상 높다. 불안정한 소득과 잦은 개·폐업으로 통상 자영업자들의 체납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연금에 미가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영업자 비율은 절반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연금 징수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체납률이 얼마인지 파악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자영업자 상당수는 임금근로자들이 국민연금을 받는 노후에도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전체 자영업자 중 306만 명(53.87%)이 50대 이상으로 곧 노년기로 접어들지만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거나 아예 가입돼 있지 않아 빈곤한 노후생활이 불가피하다. 생계가 유지되지 않아 ‘투잡’으로 식당일 등을 하며 뒤늦게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바람에 월 수령액이 10여만 원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경남 창원에서 13년째 옷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강희자(가명·55·여) 씨는 2002년 인근에 생긴 백화점에 옷수선 가게가 입점하고 강 씨 가게 일대 상권이 몰락하면서 매출이 줄자 2년 전부터 오전 6시∼오후 3시에 인근 회사 구내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 이때 처음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가입 기간 10년을 채운다고 해도 수령액이 월 17만 원밖에 안 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22일 오후 법원이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강제 의무 휴업 등 영업을 제한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재래시장 상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이번 주 일요일(24일)부터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이 재개되는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암사종합시장상인회 이남기 사무장(53)은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는 둘째 넷째 일요일에 맞춰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허사가 될 상황”이라고 했다. 이 사무장은 대형마트 휴무가 시작된 지난달 둘째 주 일요일부터 가수를 시장으로 초대해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대형마트의 휴무는 재래시장에 마지막 희망이었다”며 “시장 상인들을 관객으로 앉혀 놓고 한 달짜리 ‘반짝쇼’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송파구 풍납동 풍납시장상인회 승대문 회장(56)도 “대형마트 휴무가 시행된 한 달간 상인들이 매일 모여 휴무일에 손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 방안을 고민했는데 법원에서 이런 결정이 나와 허탈하다”고 말했다. 500m 반경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있는 풍납시장 상인 김광열 씨(65)는 “상인들이 기 좀 펴고 살겠다며 서로 격려했는데 한 달 만에 이렇게 되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영업제한 처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조례를 만들어 재래시장이 다시 기를 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인들은 힘을 결집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전국상인연합회 진병호 회장(60)은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은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 이기고 하겠지만 돈이 없는 우리는 대형마트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상인들만의 방식으로 결속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덥수룩한 하얀 수염과 은빛 곱슬머리, 온화한 미소. 산타클로스를 연상시키는 박희돈 목사(56)가 19일 낮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 나타나자 노숙인들이 모여들었다. 박 목사는 낮이면 역에 나와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이날만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그의 가슴속에서 세 글자가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 ‘영등포역 털보형님’이라 불리는 박 목사는 11년째 노숙인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의 인생은 2001년 12월 오전 3시 영등포역 앞에서 빨간 원피스 하나만 걸친 채 쓰레기통을 뒤져 남은 컵라면 국물을 허겁지겁 마시던 여자 노숙인을 만난 뒤 바뀌었다. 그 노숙인은 “저녁에 나오면 남자 노숙인이 끌고 가 성폭행을 하기 때문에 새벽에 몰래 나와 쓰레기통을 뒤진다”고 했다. 철학박사로 병원 목사 생활을 하던 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내가 사회복지학 강의를 하는 교수였는데 세상은 학계에 보고도 된 적이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어요. 그때 결심했죠. 노숙인을 위해 살다 죽자고.” 그는 전 재산과 밥사랑열린공동체를 설립해 모은 후원금 등을 모두 노숙인 급식에 쏟아 부었다. 담임목사로 있던 교회의 신도들은 헌금이 모두 급식비로 들어가자 교회에 발길을 끊었다. 친구들도 그에게 “미쳤다”고 했다. 아내와도 이혼했다. 모두가 외면한 충격에 왼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가장 힘든 건 아버지(81)의 외면이었다. 경북 군위가 고향인 그는 중학교 때 대구로 유학을 오면서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손수 밥을 지어주던 아버지는 그가 대학원 4곳을 마칠 때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런 그가 ‘노숙인을 위해 살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다시는 집에 오지 말라”며 내쳤다. 아버지가 마음을 연 것은 지난해 말. 박 목사가 재개발 지역의 쓰러져가는 한옥에서 노숙인 10여 명과 엉켜 살며 매일 밥 500인분을 지어 먹이는 ‘한국의 진짜 목사’라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뒤였다. 아버지는 “몰라줘서 미안했다”며 아들을 안고 울었다. 행복도 잠시, 4일 아버지가 심근경색과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그가 대구의 한 병원 중환자실을 찾았을 때 아버지는 겨우 의식을 되찾고 마비된 입으로 아들을 부르는 듯 “어버버버”했다.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게 만든 건 아버지가 아프다는 것보다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쓰러진 뒤 2주간 청구된 병원비는 800여만 원. 병원에서는 “얼른 돈을 내고 요양원으로 옮겨 달라”며 퇴원을 압박하고 있다. 노숙인에게 모든 걸 퍼주고 산 터라 그는 가진 돈이 없다. 여름철 후원금은 월 800만 원가량으로 하루 500명분 식사 재료비 40만 원에 노숙인들과 함께 거주하는 집, 밥 짓는 공간 등의 월세 200여만 원 등을 쓰고 나면 적자다. 그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1년 만에 처음으로 울면서도 “내 삶의 최우선은 노숙인을 굶기지 않는 것이기에 후원금은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했다. 박 목사는 무거운 마음을 숨긴 채 이번 주말 대구 Y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다시 보러 갈 예정이다. 후원 계좌는 우리은행 891-04-100397(예금주 한국기독교복지협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학교 내 강당에 갇혀 있다 창문 밖으로 추락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사고 발생 한 달여 만인 14일 숨을 거둔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학생이 창문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실족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유족은 “누군가가 밀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추락 경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전 11시 25분경 서울 마포구의 D초등학교 5층 강당에서 16m 아래 화단으로 추락해 중태에 빠졌던 이 학교 1학년 김모 양(7)이 14일 오후 2시경 서울 서대문구 연세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사고 당시 김 양은 머리와 척추, 다리 등 온몸을 크게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김 양은 사고 당일 체육수업을 마친 뒤 강당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먼저 나온 A 군이 문을 닫은 이후 문이 열리지 않아 갇히게 됐다. 남학생 두 명과 함께 갇혀 있던 김 양은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체육수업용 매트를 창 밖으로 던졌다. 창 밖에서 창 위에 서 있는 김 양을 목격한 6학년 학생들이 “위험하다”며 만류하다 김 양을 구하겠다며 5층으로 뛰어올라간 사이 김 양은 그대로 추락했다. 15일 김 양의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유족은 “6학년 학생들이 만류하는 상황에서 딸이 강당에서 빠져나오겠다며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누군가가 뒤에서 실수로라도 밀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 달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족사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앞으로 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며 “유족이 원치 않아 부검은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식자재 창고 및 주방시설로 이용해 온 땅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존폐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랑의 빨간 밥차’를 살리기 위한 각계의 후원과 모금 활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사랑의 빨간 밥차는 2009년부터 매일 노인과 결식아동 등 1200명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해 왔다. 사랑의쌀나눔 운동본부는 15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노인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밥차를 살리기 위해 공동 캠페인을 하고 공동 모금 활동을 한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각계의 기부 손길도 이어졌다. ‘기부 천사’로 불리는 가수 김장훈 씨는 협약식에 참석해 당초 기부하기로 약속했던 2억 원을 ‘밥차를 살리는 데 쓰라’며 내놓았다. 김 씨는 “격동의 시대를 겪었던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 대접하는 것은 그분들이 불쌍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이기 때문”이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모아 기부를 이어갈 테니 많은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상민 윤명희 이병석 의원(이상 새누리당)은 365일 동안 매일 1만 원씩을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일호 의원(새누리당)과 문병호 이낙연 의원(이상 민주통합당)은 각각 금일봉을 전달했다.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도 1000만 원을 기부했다. 공동모금회 서울지회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슈퍼모델 대회 수상자 모임 ‘아름회’ 회원 온미정 김효진 김라나 신선아 씨도 이 자리에 참석해 기부를 호소했다. 사랑의쌀나눔 운동본부는 8월 15일까지 밥차 구하기 공동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ARS(060-700-1113) 등을 통해 총 15억 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 서초구 반포동 A고등학교 학생 170여 명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긴급 역학조사에 나섰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중 학급당 10명 안팎이 11일부터 복통과 설사 등의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심한 발열과 탈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식약청이 발병 학생들의 가검물을 분석한 결과 세균성 장염을 일으키는 ‘캄필로박터 제주니’균이 검출됐다. 식약청은 발병 학생 대다수가 8일 급식으로 나온 비빔밥과 초밥, 냉면 등을 먹은 이후 식중독 증세가 시작됐다고 증언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식중독의 원인이 학교 급식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교는 현재 급식을 전면 중단한 상태이며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고 문제를 해결한 이후 급식을 재개할 방침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악!’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가시로 마구 찔린 것처럼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지옥 같은 북한을 탈출한 것이 정말 변절자로 욕먹어야 하는 일인가요?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일까요?”(탈북자 강용필 씨·가명·26) 탈북한 지 2년 이내의 10, 20대 60여 명이 다니는 서울 중구 남산 아래 있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는 최근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이 3일 “근본도 없는 탈북자 ××들, 변절자 ××들”이라고 폭언을 퍼부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탈북한 지 얼마 안 되는 10, 20대 탈북자들은 큰 정신적 충격으로 괴로워하고 있다.8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이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 상당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복도를 지나치던 학생들은 외부인과 시선을 맞추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듯 기자의 눈을 피했다. 이 학교 조명숙 교감은 “자유를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밝았던 학교 분위기가 (임 의원의 발언 이후) 며칠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며 “남한 사회에 적응해가던 학생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임 의원의 폭언 사실이 보도된 직후인 4일 학생들이 등교하자마자 ‘선생님, 남한 사람들 모두가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탈북한 게 잘못한 거예요?’라는 질문을 쏟아냈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북한 억양을 듣고 변절자라고 손가락질할까 봐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조금씩 마음을 열던 아이들이 주눅 들어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정말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어렵게 입을 연 탈북 학생들은 임 의원에 대한 배신감에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해 5월 탈북한 한나현(가명·23·여) 씨는 “진짜 내가 변절자인 것만 같다. 임 의원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다. 임 의원을 우상으로 여겨왔던 김은혜(가명·20·여) 씨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 “우상이었던 임수경 의원이… 믿을 수 없어” ▼“北에서 죽지 뭐하러 왔냐고 따귀 때린 셈”2년 전 탈북한 김 씨는 1989년 6월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방북해 ‘통일의 꽃’으로 불렸던 임 의원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라며 임 의원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한다. 김 씨는 “북한 정부에서나 할 법한 폭언을 한 사람이 임 의원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지난해 1월 탈북한 김민우(가명·26) 씨 역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내려왔는데 변절자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임 의원은 탈북자들에게 ‘거기서 그냥 죽지 뭐 하러 내려왔느냐’고 다그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감도 “탈북자들이 신적인 존재로까지 생각했던 사람이 도리어 탈북자들에게 따귀를 때린 격”이라며 분개했다.학교 측은 학생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임 의원뿐이라고 보고 그의 진심어린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학교 이흥훈 교장은 “중요한 건 탈북자에게 ‘탈북이 나쁜 게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임 의원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상처받은 탈북자들을 끌어안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 나라의 미래라던 2030세대가 울고있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보려 대학에서 몰래 강의를 들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이 사회가 원망스러워 눈물이 난다. 이렇게 절박한 때 일확천금을 유혹하는 악덕 업체의 악랄하고 교묘한 상술에 당한 청춘은 더 쓰디쓴 눈믈을 흘려야 한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출구를 찾지 못한 벼랑 끝 청춘은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회한의 눈물을 떨구고 있다. 》 ■ 경제난에… 좋은 일자리 줄자 20대 보험사기범 급증전북 전주시에 있는 한 렌터카 업체 직원 김모 씨(27)는 월급 150만 원으로 매달 생활비와 유흥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김 씨는 렌터카 일을 하며 배운 자동차 보험 상식을 악용해 보험사기를 계획했다. 그는 퀵서비스 배달원, 중국집 종업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선후배를 설득했다. 이들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김 씨의 말에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취업준비생, 대학 휴학생까지 가담했다. 김 씨 등 20대 20여 명은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으로 역할을 나눠 차량 두 대에 탄 뒤 고의로 사고를 내는 방식으로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9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의 보험금을 타내다가 올 초 경찰에 덜미가 붙잡혔다. 경제난으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20대가 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20대는 2006년 5527명에서 지난해 1만1166명으로 2배가량으로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대 구직자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등이 힘들게 일하기보다 보험사기로 쉽게 돈을 버는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보험사기범도 20대를 유혹하고 있다. 처음 보험에 가입했거나 보험금 수령 기록이 없는 20대는 보험사의 눈을 속이기도 쉽다. 20대는 적은 보수에도 범행에 동참한다. 2009년 전문 보험사기범 이모 씨(32)는 인터넷 구인광고 홈페이지에 ‘정선카지노 자리지킴 아르바이트 일당 10만 원’이란 광고를 냈다. 이를 보고 찾아온 대학생 30여 명은 이 씨의 꾐에 빠져 멀쩡한데도 교통사고로 부상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내다가 결국 전과자가 됐다. 생활이 힘들다 보니 고의로 병원 생활을 택하는 20대도 있다. 중소기업 직원인 부산 동래구 거주 정모 씨(29)는 2010년 6월부터 3개월간 질병 및 상해보험을 17개나 가입했다. 정 씨는 같은 해 9월 자신의 집에서 세탁기를 옮기다가 허리를 다쳤다며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탔다. 정 씨는 보험금으로 고생 없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자 회사도 관둔 채 지난해 7월까지 10개월 동안 4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 5700만 원을 탔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20대 가운데 취업을 포기하고 ‘나이롱환자’를 직업으로 택한 사람도 있다”며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취업난에… 졸업후에도 대학생 행세 ‘가짜 대학생’ 급증2007년 지방대 졸업 후 세무사 시험을 준비해 온 최모 씨(29·여)는 지난해 학원에 다니려고 서울에 왔다. 친구 집에 얹혀 지내기로 해 생활비를 줄였지만 4개월 과정에 140만 원이라는 학원비에 좌절했다. 고민 끝에 한 대학에서 ‘도둑강의(도강)’를 듣기로 했다. 학원에서는 꼭 필요한 과목만 단과로 듣고 대학에서 세무사 시험 관련 과목을 들으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씨는 지난해 3개월간 회계학과 전공 2과목을 수강했다. 그는 “같은 강의를 듣는 학생이 ‘전공이 뭐냐’고 계속 물어 난감했다”며 “부모가 이혼한 뒤 신용불량자가 돼 손을 벌릴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 고시 및 기업 입사 준비에 필요한 대학 강의를 몰래 듣는 20, 30대 ‘가짜 대학생’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1970, 80년대 가짜 대학생은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던 백수들이 대학 배지를 달고 캠퍼스를 활보했던 ‘추억의 상징’이었지만 요즘 가짜 대학생은 ‘장기 미취업의 상징’인 셈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장기간 취업과 고시에 매달리면서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고육지책으로 도강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박모 씨(27·여)는 요즘 모교에서 미시경제학 수업을 도강 중이다. 그는 “공기업 중 경제학 시험을 보는 곳이 있는데 학원비가 없어 혼자 공부하다 보니 능률이 오르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자격증 취득’도 도강 목적 중 하나다. 정모 씨(28)는 대학 졸업 후 1년 반 동안 증권사, 은행 등 40여 기업의 취직시험에서 떨어졌다. 자격증이 없어 낙방했다고 생각한 그는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증에 도전하면서 3, 4월 모 대학 경영학과에서 재무관리 재무회계 수업을 도강했다. 그는 “CFA 학원비가 100만 원이나 돼 도강을 했는데 교수가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계속하는 바람에 마음 졸이다 앞으론 강의를 듣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청년 실업률이 지속돼 가짜 대학생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청년 실업률은 8.5%였다.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대학 졸업(전문대 포함) 이상은 302만3000명이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시 및 입사 준비로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청년들이 최빈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가짜 대학생은 요즘 20, 30대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새로운 풍속”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LS산전 고위 임원인 이모 씨(55)에 대해 효성중공업의 영업 비밀 및 핵심 기술을 빼낸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효성중공업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하다 2010년 6월 퇴사한 이 씨는 지난해 초 경쟁사인 LS산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 관련 핵심기술 등을 빼돌린 혐의다. 이 씨는 현재 LS산전에서 HVDC기술사업 단장을 맡고 있다. HVDC 시스템은 전력 송전 과정에서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력망 효율화 시스템으로 효성은 이 분야 국내 선두 기업이다. 효성은 이번 기술 유출로 인한 손해액이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S산전도 곧바로 반박 자료를 내고 “영업비밀 유출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에 가담한 LS산전 임원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기구인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게임 프로그램 개발업체에서 사이버테러를 일으킬 수 있는 악성코드가 숨겨진 게임 수십 건을 수입해 유포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문제의 프로그램 개발업체는 인천국제공항 전산망 해킹까지 시도했던 곳으로 밝혀졌다. 정찰총국 연계 업체와 거래하며 북측의 사이버 테러를 도운 사람이 검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북측이 이 프로그램 사용자의 PC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다음에 이를 ‘좀비 PC’로 이용해 국가 중요 기관을 해킹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북한 정찰총국이 중국 선양(瀋陽)에 설립한 ‘조선백설무역회사’에서 만든 카지노, 바카라 등 불법 사행성 게임 프로그램 수십 건을 수천만 원에 구입해 유포한 조모 씨(39)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이 업체의 정체와 악성코드가 숨겨진 사실을 알면서도 국내 업체 대비 3분의 1 수준의 가격이라는 이유로 프로그램 수십 건을 구입했다. 또 지난해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위대한 민족의 영도자 김정일 장군은 현 세기의 가장 위대한 정치가였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전을 e메일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조 씨는 “국내 기술 유출 등의 간첩 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선백설무역회사 직원들은 지난해 4월 조 씨가 사용하는 국내 업체 서버에 몰래 접속해 인천공항 전산망을 해킹하려 했으나 국내 보안 당국이 이를 알아내 실패했다. 또 조 씨가 구입한 게임 프로그램에 숨겨둔 악성코드를 이용해 게임 사용자 수십만 명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국내 유명 카지노 전산망을 해킹해 개인정보 수십만 건을 빼내기도 했다. 조선백설무역회사에는 북한 당국이 김일성대나 김책공대 컴퓨터 관련 학과에 입학시켜 ‘정보기술(IT) 전사’로 양성한 전문 해커 7∼10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찰은 이 회사가 개인 정보 수집 및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이 가능한 악성코드를 숨겨놓은 게임 프로그램을 조 씨 외에도 국내 업자 수십 명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