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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선제타격을 위한 준비까지 마치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에 신중했던 언론들까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도적 승리’를 점치고 있다. 미 공군 합참 차장보를 지낸 토머스 매키너니 예비역 중장은 ‘폭스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서울을 포격하면 미국은 초계비행을 하는 미 공군이 핵폭격을 하는 ‘크롬 돔(Chrome Dome)’ 작전으로 북한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선제타격을 했을 때 반격하면 김정은에게 남은 인생은 15분 남짓에 불과할 것”이라며 “북한도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미국의 선제타격에 보복공격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 온 뉴욕타임스마저 12일자 분석기사에서 “북한이 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SM-3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격추하는 소극적 군사대응에서부터 북한 미사일 기지를 선제타격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군사력을 비교할 때 중국의 개입과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라는 두 가지 변수만 제외하면 한미연합군의 승리는 너무도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다만 언론들은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에는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미국 시민에 대한 소개(疏開)가 선행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실행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미국이 선제적 군사행동을 취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는 자국민이 없고, 보복 피해 우려도 상대적으로 극히 작았다. 반면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50km도 안 되는 거리에 주한 미대사관과 주한미군 지휘부가 있는 한국은 상황이 판이하다. 우선 서울 등 한국 전역에 거주하는 미국 민간인의 소개가 선행돼야 한다. 북한의 핵 및 재래식 타격의 사정권에 있는 주한미군 가족과 미국민을 선박과 항공편으로 주일미군 기지와 미 본토로 대피시킨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유사시 한국에서 대피시켜야 할 미국과 우방국 시민 규모를 22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제타격을 위해선 패트리엇(PAC-3)미사일과 사드 등 대북 방어 전력은 물론이고, 증원 병력과 2개 이상의 항모전단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해야 한다. 대북 전면전을 상정한 대규모 증원 전력의 사전 배치 차원이다. 두 사안 모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선제타격의 기습 효과가 사라지고 한국 경제와 대외 신인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미연합사령부의 개입 여부도 딜레마다. 미국이 자국 영토(괌)를 공격하는 적국에 대한 독자적 군사 대응은 이론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한반도의 경우 북한의 대한(對韓) 군사 보복에 맞서 대북방어태세(데프콘·Defcon) 격상 등 한미연합사의 전시지원 태세가 불가피하다. 한미연합사의 전시대응 조치는 한미 군 통수권자의 지침을 받아야 한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하려면 사실상 한국의 동의와 용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이를 용인하거나 지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반도 위기 상황의 분수령이 될 이른바 ‘슈퍼 위크’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뒤늦게 미중 핫라인을 가동했다. 북한이 8월 중순 ‘괌 타격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예고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옵션 장전 완료’를 강조하며 “15일까지 지켜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시 주석은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도발 중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시 주석이 중국의 안보 전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8월 말(末) 9월 초(初)’ 위기설을 어떻게든 완화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리언 패네타 전 미 국방장관)이라는 평가 속에 중국의 전격적인 개입으로 북-미 간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북핵 사태가 분수령을 맞을지, 아니면 미중 간의 협상 불발로 한반도 긴장 상황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날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고 밝힌 뒤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워싱턴보다 베이징이 먼저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요청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핵 해법에 대한 두 정상의 시각차는 여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반면 시 주석은 트럼프에게 “결국 대화와 담판이라는 정확한 해결의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한반도 정세 긴장을 고조시키는 언행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북 대화를 강조하며 ‘화염과 분노’ 등 트럼프의 강경 발언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통보하며 중국에 보다 강력한 대북 압박을 촉구하고 나섰다. CNN은 이날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비롯한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지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13일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다. 던퍼드 의장은 14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중국으로 이동해 대북 압박을 촉구할 계획이다. 미 해군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 전단을 괌과 한반도가 있는 서태평양 방향으로 이동시킬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라 타이슨 3함대 사령관은 최근 공해상에서 임무배치 전 훈련 중인 루스벨트함을 방문해 장병들에게 “서태평양 지역에 투입되기 전 실시하는 이번 훈련은 완벽한 임무태세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요코스카항 기지에 머물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함과 미 본토 해상에서 훈련 중인 칼빈슨 항모전단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계기로 한반도 해역에 집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세 척의 항모가 한반도 인근 해상으로 모일 가능성도 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2일 “서북도서 방어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는 안보의 핵심”이라며 북한이 도발하면 자신 있게 싸우라고 예하부대에 지시했다. 송 장관은 이날 서해 연평부대를 찾아 대비태세를 확인하고,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송 장관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 추모비와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위령탑을 참배한 뒤 부대 지휘통제실에서 서북도서 방어를 책임지는 각 군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연평도와 백령도는 각각 적 목구멍과 옆구리의 비수”라면서 “적이 도발하면 결전 의지로 싸워 완전히 무너뜨리고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적이 도발하는 순간, 그날은 여러분이 전투영웅이 되는 날”이라고 밝혔다. 송 장관은 유도탄고속함(PKG) 한상국함에도 올라 서해 NLL 해역을 30∼40분가량 둘러봤다. 한상국함은 제2연평해전 때 전사한 한상국 중사의 이름을 딴 함정이다. 송 장관은 “북한 고속정의 NLL 침범 시 1∼2분 교전 시간을 준다면 바로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긴장 국면을 틈타 국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뼈저리게 응징할 것이라는 국방수장의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가보훈처는 제72주년 광복절(15일)을 맞아 이영삼 선생(1875∼1910)을 비롯한 독립유공자 128명을 포상한다고 13일 밝혔다. 포상별로는 건국훈장 63명, 건국포장 16명, 대통령 표창 49명 등이다. 전북 임피(지금의 군산) 출신인 이영삼 선생은 1909년 의병부대에 들어가 군수물자를 운반하던 중 일본군에 체포돼 투옥 5개월 만에 35세의 나이로 옥중 순국했다. 보훈처는 국가기록원의 전주형무소 자료 등을 분석해 선생의 의병활동과 순국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평양에서 3·1만세운동에 참가했다가 옥고를 치른 김태술 선생과 1930년 광주학생운동 동조 시위를 주도한 여성 독립운동가 최윤숙 선생 등도 포상을 받는다. 포상은 15일 정부 기념식에서 유족에게 전달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천안함 피격 사건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배지(작은 사진)를 손수 제작 판매한 여고생들이 수익금 전액을 전사·순직한 해군 장병 유자녀의 장학금으로 기부했다(큰 사진). 최민 양(17·대동세무고 2학년)과 이수윤 양(17·덕원여고 2학년)이 주인공. 이들은 최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해군회관을 찾아 신승민 해군본부 군수참모부장(준장)에게 수익금 772만 원을 전달했다. 두 학생은 올해 2월 초 천안함의 선체번호(772)를 딴 ‘Thanks for 772’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천안함 기억 배지를 만들어 온·오프라인에서 약 700개를 판매했다. 배지 모양은 해군 정모(正帽)를 착용한 수병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배지 구매자에게는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내용을 담은 명함과 스티커도 전달해 북한의 도발을 잊지 말자는 의미도 되새겼다. 또 배지 하나를 팔 때마다 하나를 더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행사를 통해 700개의 배지를 추가로 제작해 서울 홍익대 앞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중일 3국 순방 일환으로 방한한 미군 서열 1위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해병대장)은 14일 문재인 대통령 예방에 앞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순진 합참의장을 만나 북한의 군사동향과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괌을 겨냥한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징후와 도발 시 군사 대응책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괌 타격 위협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내부 기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9월 취임한 던퍼드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포진한 전·현직 ‘해병대 4성 장군 3인방’ 가운데 한 명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비서실장도 해병대장 출신이다. 1977년 해병간부 후보생으로 입대한 던퍼드 의장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모두 참전했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 제1해병원정군의 제5연대장(대령)으로 루말리아 유전을 포위하고 바그다드로 단숨에 진격하는 공을 세워 ‘파이팅 조(Fighting Joe)’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아프간 미군 총사령관과 해병대사령관을 거쳐 미군 최고 수장에 올랐다. 한국과의 인연도 격별하다. 그의 부친인 조지프 던퍼드 시니어는 미 해병1사단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흥남철수 직전 중공군의 남진을 막아낸 장진호 전투에서 싸웠다. 던퍼드 의장의 할아버지와 4명의 삼촌도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방부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육사 37기)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군 당국은 이날 발표한 중간 감사 결과에서 “박 사령관 부부와 공관병, 공관장 등 1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언론 보도 내용 중 일부 주장이 엇갈리지만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단체가 군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과 감사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검찰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면서 “박 사령관의 부인(전모 씨)은 군 검찰이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박 사령관에 대해) 직권남용과 가혹행위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필요할 경우 박 사령관 부인을 민간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박 사령관 부부가 공관병들에게 전자 호출 팔찌를 착용토록 하고, 부모를 모욕하는 한편 아들의 빨래를 시키는 등 갖은 갑질 전횡을 일삼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 당국자는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의혹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사령관은 1일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지만 군 당국은 진상 조사를 위해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에서도 전직 경찰청장 부인이 부속실 의무경찰에게 ‘(남편) 속옷이 비싼 것이니 매일 손빨래를 하라’고 강요하는 등 고위급 간부와 가족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경찰청은 이날 의혹이 제기된 현직 국장급 및 총경급 간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감찰에 착수할 방침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조동주 기자}

국방부가 4일 발표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갑질 의혹 중간 감사 결과를 보면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의혹들이 상당 부분 사실이었다. 폭로 과정에서 일부 표현이 과장된 대목이 있지만 큰 줄기는 대부분 맞다는 것. 박 사령관 부부는 “일부는 사실이 아닌 데다 많은 부분이 심하게 과장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일부터 사흘간 전·현직 공관병 6명과 부사관 2명, 육군참모차장 시절 부관 1명, 박 사령관 및 부인 전모 씨 등 총 11명을 조사했다. 육군은 이날부터 90곳에 근무 중인 공관병 100여 명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 침해 여부 등 운영 실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주요 쟁점 가운데 ‘전자 팔찌’ 논란을 낳았던 손목시계 형태의 호출기를 착용시킨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박 사령관은 7군단장으로 부임한 2013년부터 육군참모차장을 지낸 2015년 9월까지 이 호출기를 공관병에게 착용토록 했다. 박 사령관은 이미 호출기가 있어 사용한 것이지 따로 구매한 건 아니라고 진술했다. 군 관계자는 “공관병 1명에게만 착용시킨 뒤 공관 내 3곳에 설치된 ‘호출벨’을 작동시켜 공관병을 부를 때 썼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박 사령관 측은 2작전사령부 공관에서는 이 호출기를 벽에 걸어놓고 썼을 뿐 손목에 채우진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전 씨가 칼로 도마를 내리치며 공관병을 질책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박 사령관 측은 “칼을 휘두르진 않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 내에 골프장을 마련해 골프공을 줍게 했다거나 공군 병사인 아들이 부대에 복귀할 때 운전 부사관에게 운전을 시킨 일 등도 사실로 밝혀졌다. 박 사령관 아들이 휴가를 나올 때 옷 빨래를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박 사령관 측은 “세탁기를 따로 돌릴 수 없어 사령관 빨래를 하는 김에 아들 것도 함께 돌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전·현직 공관병들이 “빨래를 시켰다”며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는 만큼 사실로 판단했다. 전을 집어던진 것, 부모를 언급하며 질책한 것 역시 박 사령관 측은 부인했지만 국방부는 사실이라고 봤다. 육군참모차장 시절 공관병이 자살을 시도한 것을 두고 당시 부관은 “부인의 행위로 스트레스가 심해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고 진술한 반면 박 사령관 측은 “해당 병사의 ‘개인적인 요인’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공관병들을 일반전방초소(GOP)로 ‘유배’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선 “공관병들도 최전방 지역을 경험해봐야 친구들에게 할 얘기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보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령관이 공관병들에게 “내 아내는 여단장급이니 예의를 갖춰라”고 호통쳤다는 주장에 대해선 공관병들과 부부 모두 “그런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군 당국은 덧붙였다. 군 검찰은 4일 박 사령관을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해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 민간인인 부인 전 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 중이지만 필요하면 민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군은 박 사령관에 대해 우선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날 군인권센터가 협박, 감금, 폭행, 강요 등의 혐의를 더해 이들 부부를 국방부 검찰단과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고발함에 따라 적용 혐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군법무관 출신인 김정민 변호사는 “군인이 직권을 남용해 가혹행위를 하고, 그 행위에 민간인이 동참했다면 해당 민간인도 군형법을 적용해 공범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 파문은 다음 주 단행되는 군 수뇌부 인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사상 첫 ‘비육사 육군참모총장’ 발탁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군 안팎에선 군 개혁과 인적 쇄신 차원에서 육군총장에 비육사 출신이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육군 수장’의 육사 출신 독식 관행과 군내 육사 독주 체제를 깨고, 3군 균형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군 관계자는 “군내 대표적 주류인 ‘육사 출신 대장’ 부부의 갑질 논란이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비육사 육군총장이 탄생하면 합참의장에 타 군이 기용되는 것 이상의 개혁적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육사 출신 중장급 지휘관은 고현수 1군부사령관(학군 20기)과 박한기 8군단장(학군 21기), 박종진 3군부사령관(3사 17기), 김성진 6군단장(학군 22기) 등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 진급한 6군단장을 제외한 3명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군 소식통은 “이들 가운데 육군총장이 배출되고, 추가로 1명이 군사령관이나 연합사 부사령관에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과 육사 동기(37기)인 1, 3군사령관은 이번 인사에서 전역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진급한 임호영 한미연합사부사령관(육사 38기)의 중용 가능성도 낮다. 일각에서는 정경두 공군참모총장(대장)의 합참의장 발탁과 비육사 육군총장 탄생으로 ‘해군 출신 장관’, ‘공군 출신 의장’, ‘비육사 육군총장’으로 군 수뇌부가 꾸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에 ‘역차별’ 논란을 고려해 합참의장과 육군총장 가운데 한 개 직위는 기존 관행대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최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에 대해 “깡패 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최근 미 국회에서 우리나라와 러시아, 이란을 목표로 한 새 제재법안이 채택된 데 대한 국제적 반발이 커가고 있다”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제재 소동은 저(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파렴치한 수단”이라고 비난했다.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2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에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서 전환하여 ‘본토를 포함한 미국 전체의 안전을 보장받겠는가’, 아니면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다가 전대미문의 핵 참화 속에 아메리카제국의 비참한 종말을 맞겠는가’ 하는 두 길 외에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며 미국에 양자선택을 강요했다.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달 말 시작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과 북한 정권수립일(9월 9일) 전후로 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당국의 공통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도 UFG 훈련 직전이었다. 정부 소식통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국지도발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비한 한미 군 당국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 공군 제30우주비행단은 2일(현지 시간) 오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태평양상 콰절레인 환초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를 발사해 성공했다. 미니트맨3 발사 실험은 2월과 4월, 5월에 이어 올해 4번째다. 미사일은 6800km 떨어진 표적을 정확히 맞혔다. 한미 양국 군은 이달 말부터 실시되는 UFG 군사연습을 전후해 미 항공모함 2척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의 미 7함대 소속 로널드레이건함과 지난달 샌디에이고항을 출항해 서태평양으로 이동 중인 칼빈슨함이 전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항모전단을 호위할 핵추진 잠수함도 함께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 ICBM급 도발 직후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에 이은 대한(對韓) 확장억제 강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두 항모는 5, 6월에도 한반도 주변에서 한일 해군과 각각 연합훈련을 했다. 이번에도 한국 해군과 대잠훈련 등 대북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이 한미 UFG 군사연습을 겨냥해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 위스콘신 주방위군 소속 F-16 전투기 12대와 운용인원 200여 명도 이달 중순 전북 군산기지의 미8전투비행단에 전진 배치될 계획이다. 이 전력은 4개월 동안 한국 및 주한 미 공군과의 연합훈련을 통한 대북 억지력 유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을 위한 미 공군전력의 순환 배치 차원으로 주한 미 공군의 전력증강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일 3국은 2일 화상회의를 열어 북한의 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황인찬·위은지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효용성과 현실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가 ‘임계치’에 다가서는 만큼 한국군의 대북 억지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비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지만, 핵 원료 구매 등을 위한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관건이다. ○ 핵잠, ‘한국판 게임체인저’ 될까 김정은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LBM을 실전배치하면 북핵 사태는 사실상 ‘루비콘강’을 건너게 된다.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핵타격할 수 있는 두 무기는 북핵 사태의 판도를 바꾸는 명실공히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기 때문이다. 은밀하고 기습적인 핵공격 위협을 기존의 재래식 전력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도 요격하기 쉽지 않고, 단 한 발의 핵미사일만 서울에 떨어져도 수만, 수십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다 공세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지할 ‘한국판 게임체인저’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군 안팎에선 핵잠이 ‘유력한 카드’로 제시된다. 핵잠은 은밀성과 공격 및 수중작전 능력에서 재래식(디젤추진)잠수함을 압도한다. 핵잠은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로 만든 증기로 터빈을 돌려 동력을 얻는다. 선체 내 소형원자로의 핵연료(농축우라늄)가 다 탈 때까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 동안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무제한 잠항작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재래식잠수함은 수시로 물 밖으로 나와 디젤터빈을 돌려 축전지를 충전하고, 연료도 주기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적국의 함정이나 항공기에 들킬 가능성이 많다. 최신형 재래식잠수함도 2주 이상 수중작전을 지속하기 힘들다. 핵잠의 최대 속도는 시속 45km로 재래식잠수함보다 3배 이상 빠르다. 적국 해역의 표적을 타격한 뒤 신속히 빠져나온 후 최단 시간에 재공격에 나설 수 있다. 재래식잠수함보다 덩치가 커 더 많은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도 핵잠의 장점이다. 한국군이 핵잠을 실전배치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김정은 지휘부에 대한 상시적 감시·타격태세를 갖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다량의 탄도미사일을 실은 핵잠은 김정은에게 핵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르는 순간 제거될 것이라는 현실적 공포를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362사업’ 부활하나 군 당국은 노무현 정부 때 핵잠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일명 ‘362사업’으로 불린다. 해군이 노 대통령에게 핵잠 건조를 보고해 승인받은 ‘2003년 6월 2일’의 의미가 담겼다. 당시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2차 핵 위기가 고조되던 때였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자주국방을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는 중장기적 북핵 대응 차원에서 핵잠 건조를 추진했다. 송 장관은 당시 해군의 주요 실무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이 알려지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10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우라늄 농축 비밀실험에 대한 사찰을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국의 핵개발을 우려해 핵잠 건조를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인 4월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핵추진잠수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당선되면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한국형 핵잠(SSN)은 재래식미사일을 실은 3000∼4000t급의 ‘비핵전략무기’로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루비급이나 바라쿠다급 핵잠이 모델이다. 이 규모의 핵잠은 국제적으로 상용거래가 허용되는 저농축우라늄(농축도 20%)을 연료로 사용한다. 한국이 핵잠용 원료를 자체 농축해 조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결국 연료를 미국에서 구매하려면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현 협정에선 핵물질의 일체의 군사적 용도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늦어도 7∼8년 안으로 개발 가능 한국은 핵잠용 소형원자로 기술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선체 제작은 잠수함 원조국인 독일에 뒤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미국의 지원을 끌어내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면 늦어도 7, 8년 안에 한국형 핵잠 개발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362사업에 참여했던 문근식 해군 예비역 대령은 “범정부 차원의 핵잠사업단을 꾸려 관련 기술과 예산을 집중 투자하면 개발·배치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장보고-III(3000t) 잠수함 4번함부터 핵잠으로 건조해 2020년대 중반 이후 최소 3척, 최대 6척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20년대 후반까지 총 9척이 건조되는 장보고-III의 1∼3번함은 디젤잠수함으로 건조가 진행 중이고, 4∼6번함도 디젤 추진으로 계획돼 있다. 7∼9번함의 추진 형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이 핵잠 개발을 추진하면 세계적 수준의 잠수함 전력과 우라늄 농축기술을 갖춘 일본도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일본에 앞서 한국의 핵잠 개발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자 핵 참화를 겪은 일본의 핵잠 도입은 한국보다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일동맹의 일체화를 우려하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도 더 심할 개연성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김정은의 핵 야욕을 저지하려면 핵잠 도입 등 한국군 전력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는 점을 미국에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이어가면서 동북아 안보 정세에 격랑이 몰아치고 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가 ‘임계치’에 다가설수록 미국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중(美中) 대결의 격화로 한국의 운신의 폭도 날로 좁아지고 있다. 군사력을 동원한 파국적 사태부터 극적인 외교적 해결 가능성까지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고 한국에 미칠 파장을 짚어 본다. 》 [1] 美, 北의 핵-미사일기지 선제타격 北 보복땐 대량피해… 한국정부 동의할 리 없어북한이 핵 탑재 ICBM을 실전배치하면 미국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고 보고, 대북 선제타격을 ‘실행 가능한 옵션’으로 검토할 수 있다. ICBM이 미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만큼 ‘예방적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으로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제거 수순에 돌입하겠다는 것. 스텔스전폭기와 초정밀유도무기로 영변 핵시설 등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이동식발사차량(TEL), 지휘부를 파괴하는 내용이 거론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더 많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동의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동맹 파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독자적 대북 선제타격 확률은 제로(0)”라고 말했다. 득보다 실이 크다는 우려도 많다. 지하에 건설된 다수의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모두 제거하기 힘들고 북한의 보복으로 대규모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비화돼 한국에 엄청난 인명·물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2] 대북 원유공급 차단 등 국제사회 제재 강화유엔의 현실적 액션플랜… 中-러 협조 미지수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포함한 유엔 제재결의안은 국제사회가 현 상황에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급 1, 2차 도발로 중국,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초강경 제재 결의안 채택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원유 공급 제한을 결의안에 포함시키려고 중국, 러시아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도 “중국이 겉으론 심드렁해도 결의안 조건 등을 놓고 미국과 치열한 물밑협상을 진행 중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원유 공급원인 두 나라가 ‘인도적 지원’ 차원의 원유 차단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야 일이 풀린다는 지적이 많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모든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과 개인 제재)’을 통한 독자 방식 등 지금보다 강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3]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한국 독자 핵개발‘공포의 균형’으로 北에 맞불… 비핵화에 역행북한이 핵미사일을 다량으로 전력화하면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 한미연합군의 첨단 재래식 전력의 대북 우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한(對韓) 확장억제의 효용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유사시 미국이 자국민에 대한 핵공격의 위협을 무릅쓰고, 한반도에 군사적 개입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 핵개발 등 대북 핵옵션도 대안으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으로 북한 핵무기의 효용성을 반감시키는 시나리오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특정 시점까지 북핵 문제가 성과가 없으면 전술핵을 들여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 한계가 많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비핵화 목표에도 상치돼 국제적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의 핵개발은 ‘역내 핵도미노’에 대한 우려로 미국 등 주변국이 동의할 리 만무하고, 국제사회 제재 등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4] 北-美 양자대화 통한 핵동결 합의 추진‘北핵보유’ 인정하는 미봉책… 한국 방관자 전락북-미 양자 대화는 외교적 해법으로는 한국에 최악이고, 북한에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김정은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기조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미국은 핵시설 동결 및 미사일 발사 유예 등의 조건을 걸고 북한과 양자 대화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전략적 중요성보다 미국의 실리(북한 핵무기 확산 방지 등)를 앞세워 문제를 푸는 지름길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미 비확산 문제 연구기관 군축협회(ACA)의 켈시 대븐포트 비확산담당관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과 의회는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지원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도 양측 견해차가 커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 양자대화가 성사되면 한국 정부는 대북문제의 ‘운전석’에서 밀려나 방관자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런 기류가 감지되면 우리 정부가 그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코리아 패싱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5] 中-러 적극적 중재로 北 다자대화 복귀中-러 ‘北의 전략적 가치’ 포기할 기색 안보여북한의 ‘경제적 목줄’을 쥔 중국, 러시아가 북한을 회유해 핵·미사일을 포기토록 하거나 미국, 한국 등이 포함된 다자 대화로 복귀시키는 시나리오다. 한국으로선 최선의 방안이다. 국제사회의 대북공조를 유지하면서 대화 재개를 통한 현 정부 대북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자산’인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어서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는 “북한의 잇단 ICBM급 도발 이후 두 나라의 태도를 보라. 달라진 게 있느냐”며 “김정은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인 국제사회의 분열을 보며 ‘비웃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중국이 북한을 우습게 보고 있는데 오판”이라며 “무릎 위에 올려놓은 애완견(북한)은 관리가 가능하지만 미친개가 되면 언제 물지 모른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저지에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이 중국에도 이득이라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신나리 기자}

북한이 28일 밤 기습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최대 사거리는 1만 km 이상으로 추정된다. 통상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최대 비행고도의 3배가량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14형의 최대 비행고도는 3724.9km로 파악됐다. 4일 1차 도발(최대 비행고도 2802km)보다 900km가량 더 높게 날아갔다.○ 美 본토 절반이 ‘핵타격권’ 이런 추정대로라면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 서부지역은 물론이고 오대호 주변의 시카고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미 본토의 절반가량이 북한의 핵타격권에 들어가는 셈이다. 북한이 엔진 개량을 통해 사거리를 더 늘려 워싱턴과 뉴욕까지 다다를 날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됐다”는 김정은의 주장을 ‘허풍’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화성-14형의 1단 추진체에는 3월 18일 연소시험에 성공한 고출력 액체연료 엔진이 장착됐다. 당시 연소시험을 참관한 김정은은 ‘3·18혁명’이라고 부르면서 극찬했다. 화성-14형은 1, 2차 도발 모두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고각(高角)으로 발사됐다. 정상 각도(30∼45도)로 쏠 경우 1차 도발의 최대 사거리는 8000km로 추정됐다. 그로부터 20여 일 만의 2차 도발에선 최대 사거리가 2000km 이상 늘어난 점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발동기(엔진 추진체)의 개량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짧은 시일에 엔진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1차 발사 때보다 연료를 더 많이 넣어 최대한 멀리 비행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역부족? 방심은 금물 북한은 1차(4일)에 이어 2차 발사(28일)에서도 화성-14형의 탄두부가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ICBM의 고각 발사로는 재진입체(RV)의 기술 검증이 힘들기 때문이다. ICBM을 정상 각도로 쏘면 대기권 재진입 때 하강속도는 음속의 20배가 넘는다. 섭씨 6000∼7000도의 고열과 고압, 충격도 발생한다. 핵물질과 기폭장치를 실은 탄두가 극한의 조건을 극복하고, 지상의 표적까지 안착하는 것이 재진입 기술의 핵심이다. 군 관계자는 “ICBM을 고각으로 쏘면 엔진 추력의 상당 부분이 중력을 이기는 데 소모돼 정상 각도 발사 때보다 하강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기권 재진입 속도가 낮으면 발생하는 열과 압력도 떨어져 재진입체의 기술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정상 각도로 발사된 ICBM의 탄두는 대기권에 비스듬히 재진입하면서 고열과 고압에 표면이 균일하게 깎이도록 일정하게 회전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탄두부의 특정 부위만 극한의 조건에 노출되면 폭발하거나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각 발사된 ICBM의 탄두는 거의 수직으로 재진입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최근 화성-14형을 분석한 논문에서 “고각 발사 방식으론 재진입과 동일한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며 북한의 ICBM 재진입 기술 확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과소평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년이 넘도록 핵·미사일 개발에 ‘다걸기(올인)’한 북한의 축적된 기술력을 감안할 때 재진입 기술의 ‘최종 관문’에 이르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소형화를 이미 달성했거나 상당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ICBM의 재진입 기술 완성도 ‘마지막 1%’를 남겨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 속도가 한미 군 당국의 예상을 깨고 대폭 단축된 사례가 그 증거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1, 2년 안으로 두세 차례의 추가 발사를 통해 화성-14형의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고, 양산 및 실전 배치를 선언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군 복무 중 다친 병사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이 최대 1억 원 이상으로 인상된다. 국방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군인재해보상법’ 제정안을 31일 입법 예고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법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실현을 위해 군 당국이 추진하는 첫 번째 법률 제정안이다. 장병 인권 보장 및 복무 여건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조치다. 제정안에 따르면 군 복무 중 부상을 당한 병사는 1530만∼1억1470만 원의 장애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병사의 장애보상금(550만∼1660만 원)보다 대폭 늘어났다. 적과의 교전으로 인한 전상(戰傷)과 지뢰 제거와 같은 위험한 직무 수행으로 인한 특수직무 공상(公傷)은 각각 일반 장애보상금의 250%와 188%를 받는다. 지뢰 제거 임무 수행 중 부상한 상병이 장애보상금 3급에 해당하면 현행법상 830만 원이 지급되지만 군인재해보상법이 시행되면 431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군인재해보상법 제정안은 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다친 병사에 대해 국가 차원의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국 대륙을 겨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로 한미 양국은 우선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5년 만에 개정이 추진되는 새로운 한미 미사일 지침의 핵심은 북한 전역에 산재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벙커는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기지까지 유사시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초토화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사거리 800km 기준으로 현재 500kg에서 1t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화답해 한미 간 실무협상이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탄두 중량이 1t으로 늘어나면 제주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백두산 삼지연 인근의 김정은 지하벙커까지 완파할 수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만찬 회동 사실을 공개하며 “송 장관이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서 탄두 무게를 2t 이상까지도 주장을 할 생각이 있다. 1t을 넘어 탄두무게 제한을 철폐하자고 화끈하게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29일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 및 시험발사 장면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명 ‘한국형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수초 만에 4발이 발사돼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김정은 벙커 등 전쟁지휘부, 장사정포 진지 등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 공군과 미군은 다음 달 실시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서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전파 발사 원점을 찾아내 신속 타격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미국에 공여하기로 한 경북 성주 기지의 전체 부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해 결정할 것이다.” 국방부는 28일 오전 10시 30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에 10∼15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방부 측이 밝혀, 올해 안에 사드의 최종 배치가 무산된다는 요지였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오후 11시 41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기습 발사하면서 사드 배치 상황이 급변했다. 29일 오전 1시 문재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이미 반입된 사드 발사대 4기의 조기 배치를 전격적으로 지시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14시간 반 만에 뒤바뀐 것이다. 5월 31일 국방부의 몰래 반입 문제를 제기했던 청와대가 문제의 발사대 4기를 먼저 배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 파장이 더 컸다. ○ 한국의 현실 보여주는 ‘발사대 4기’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문 대통령은 6월 “사드 배치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환경영향평가에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28일 국방부의 발표는 문 대통령의 이런 지시를 이행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하면서 그 사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원하는 미국과, 반대하는 중국 사이에 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28일 북한의 추가 도발로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위기에 봉착했고,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선택했다. 발사대 6기로 구성된 사드 1개 포대의 국내 배치가 현실화된 것이다.○ 임시 배치의 의미는? 문 대통령이 논란을 무릅쓰고 발사대 4기의 배치를 지시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그간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어떤 대처를 해야 할 것인지 고심해 왔다”며 “그 맥락에서 곧바로 발사대 4기 배치를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된 카드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임계치에 다다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그에 따라 커지고 있는 안보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사드의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곧바로 뒤집은 것이 그 방증이다. “더 이상 북한의 도발을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공개 메시지다. 청와대는 발사대 4기에 대해 “임시 배치”라며 환경영향평가는 계속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선(先) 배치, 후(後) 결정’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가 시의적절한 것이며,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최종 배치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요청했다. 반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30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채 하루도 안 돼 기존 입장을 뒤집고 사드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를 결정했지만, 이 또한 ‘임시 배치이며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사드 배치 결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바른정당 소속의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사드의 임시 배치를 넘어 2, 3개 포대의 사드 추가 배치를 미국에 촉구해야 한다”며 성주 사드 배치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를 과감하게 생략할 것을 요구했다. ○ 군 경계태세 논란도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잇따랐지만 군 경계 태세를 평시 수준으로 계속 유지해온 안이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날 한국당 김학용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직후 군은 경계 태세를 ‘평시’로 낮추고, 4일 북한의 여섯 번째 미사일 도발이 발생했을 때도 이를 유지해왔다. 군은 한국당 의원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28일 7차 미사일 도발이 발생한 이후 경계 태세를 지난해 북한의 4, 5차 핵실험 수준인 1단계 경계 태세로 두 단계 상향했다고 뒤늦게 김 의원 측에 알려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송찬욱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도발의 위협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각본과 연출은 물론이고 주연까지 도맡아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감시의 눈을 따돌렸다. ○ 워싱턴 시간대 겨냥한 심야 도발 오후 11시 41분이라는 도발 시간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주로 새벽이나 오전 시간에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전례를 깨고, 자정이 다 된 심야 시간에 ICBM을 쏜 것이다. 북한이 심야 시간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군 관계자는 “미 정찰위성의 감시를 최대한 피하고, 우리 군의 대북 미사일 감시 태세를 떠보려는 저의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새벽과 오전에 이어 심야 시간대의 핵·미사일 도발 시 한미 정부와 양국군의 대응 속도와 절차를 면밀히 비교 분석해 도발 효과의 득실을 따져볼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ICBM급 2차 도발이 4일(1차 도발)에 이어 미 본토에 대한 핵타격 경고라는 김정은의 메시지도 뚜렷이 읽힌다. 북한이 화성-14형을 쏜 시각(28일 오후 11시 41분경)은 워싱턴(28일 오전 10시 41분경)에서는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대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인들의 충격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금요일 오전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발사 장소 속이기 도발 장소도 철저히 속였다. 당초 북한은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과 관측레이더 가동 징후를 미 정찰위성 등에 잇달아 노출시켰다. 또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징후를 보이는 한편으로 로미오급 잠수함을 보름 가까이 동해상에 출항시켰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구성 지역에서 ICBM급 미사일을 쏘거나 SLBM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왔다. 하지만 실제 도발은 구성에서 동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자강도 무평리에서 이뤄졌다. 북-중 국경에서 불과 50km 떨어진 이 지역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들이 밀집돼 있다. 유사시 한미 연합군이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 때문에 선제타격을 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군 당국자는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때마다 개전 초기 이 지역의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최단 시간 내 파괴하는 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전략적 이점으로 작용한다. 북한은 이 지역 깊숙한 곳에 기지를 건설해 화성-14형을 비롯한 ICBM급 미사일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고위 소식통은 “자강도 지역은 미 본토를 향해 ICBM을 쏘기에 지리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최적의 장소”라며 “이번 화성-14형 2차 도발도 대미 실전 사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페인트 모션’ 북한은 미사일 도발 영상과 사진을 도발 14시간 여 후인 29일 오후 이례적으로 신속히 공개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도발에 앞서 김정은이 철저히 눈속임 행보를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북한이 일주일 전부터 평북 구성 일대에서 ICBM 도발 징후를 보이자 한미 군 당국은 초긴장 상태로 관련 동향을 주시했다. 김정은이 정전협정 64주년인 27일(북한은 전승절·戰勝節)을 ‘도발 디데이’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6일경 김정은과 북한군 고위 지휘관들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 행렬이 평북 구성 일대에서 포착되자 도발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김정은은 27일 평양의 인민군 묘지를 참배하면서 보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ICBM 도발도 없었다. 군 당국이 28일 오전 “도발 임박 징후가 없다”고 밝히면서 김정은이 다른 날을 고를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북한은 그날 밤 화성-14형을 전격 발사했다. 이어 김정은이 27일 ‘화성-14형의 28일 밤 시험발사’를 친필로 승인한 사실을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ICBM급 2차 도발은 김정은이 주도면밀하게 기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심야 발사를 얼마나 빨리 탐지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화성-14형은 발사 2분 뒤인 28일 오후 11시 43분경 우리 군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와 이지스함에 처음으로 감지됐다. 이후 한국군은 미군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비행 궤도 추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미군 조기경보위성도 우리 군보다 화성-14형을 늦게 포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도 3만6000km에 있는 이 위성은 미사일을 쏠 때 발생하는 열을 감지해 발사 여부를 식별한 뒤 비행 궤도와 고도를 추적한다. 군 당국은 미군과 정보를 공유하며 미사일 발사 소식을 즉각 청와대에 보고했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직보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11시 50분경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소집(29일 오전 1시)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군 조기경보위성이 화성-14형을 최초로 포착해 방위성에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위성이 즉각 동해상의 이지스함 레이더에 추격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방위성은 미사일 속도나 최고 도달점 등을 통해 29일 0시 11분경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첫 소식을 내보냈다. 일본은 총리와 관방장관, 외상이 참석한 NSC 회의를 29일 0시 40분경에 열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북한이 4일에 이어 28일에 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강행한 가운데 군 당국이 수 초내 4발의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쏴 올릴 수 있는 신형 전략무기를 29일 전격 공개했다. 국방부는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 중인 신형 탄도미사일의 발사와 비행, 목표물 타격 영상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의 탄도미사일보다 정확도와 위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신형 미사일”이라며 “같은 발사대에서 수 초안에 4발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시간에 대량으로 적대세력의 표적들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목표지점에 대한 정확도도 향상돼 1발로도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김정은 지휘부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군의 장사정포 갱도 진지를 동시에 다량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 중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사거리 증가와 탄두 다양화를 통한 위력의 증대, 정확도가 향상된 신형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필요시 북한의 어느 곳이라도 즉각 타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와 파괴력을 지닌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사일 부대와 전력을 대폭 증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8일 밤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직접 지도한 가운데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2차 시험발사가 성공했다고 29일 발표했다. 7월4일 이후 24일 만에 미 본토를 겨냥한 ICBM급 화성-14형의 도발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 쏜 화성-14형의 최대 비행고도가 3724.9km, 비행거리는 998km로 약 47분 12초간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재돌입(재진입)환경에서 유도 및 자세조정이 정확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미 본토 전역이 우리 사정권 안에 있음이 입증됐다”며 “이번 발사를 통해 ICBM의 기습발사 능력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고 조선중앙TV는 전했다. 앞서 이날 새벽 우리 군도 북한이 기습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최대 비행고도가 3700km, 비행거리는 1000여 km로 파악됐다“고 평가했다. 군 당국자는 ”7월4일에 평북 구성지역에서 발사된 ‘화성-14형’보다 진전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된다“며 ”한미 군 당국이 구체적인 성능정보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화성-14형의 최대 비행고도는 2802km, 비행거리는 933km로 파악된 바 있다. 두 미사일은 모두 고각(高角)으로 쏴 올려 사거리를 단축하는 발사방식을 택했다. 다른 당국자는 ”이번에 발사한 ICBM급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쏠 경우 최대사거리가 1만km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성-14형(약 8000km)보다 2000km 이상 더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강원 원산을 기준으로 알래스카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LA)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 서부지역은 물론이고, 본토 내륙까지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에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나머지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포함한 한미 전략적 억제력 강화 방안을 즉시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현재 경북 성주의 사드기지에는 발사대 2기와 탐지레이더가 배치 운용 중이다. 나머지 발사대 4기는 문 대통령의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지시 이후 배치가 잠정 중단돼 다른 미군기지에 보관돼 왔다. 정부는 28일 성주기지(약 32만8777㎡)를 포함해 주한미군에 추가로 공여되는 사드 부지 전체(약 70만㎡)에 대해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토록 결정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ICBM급 추가 도발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상황에서 ‘절차적정당성’을 따져가며 사드 배치를 추진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사드를 조속히 배치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조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9일 한미 양국이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장관은 이날 발표한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에 대한 우리 군 입장’에서 ”주한미군의 추가적인 사드 발사대를 임시배치하기 위해 조속히 협의해나갈 것이며 한미 연합 확장억제력과 우리의 독자적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체계를 빠른 시일 안에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미 양국군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6시간 만인 이날 오전 5시45분경 동해상에서 대북 미사일 사격훈련을 벌였다. 한국군의 현무-2A 탄도미사일과 미군의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김정은 지휘부를 동시 타격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두 미사일은 유사시 대북선제타격(킬 체인·Kill Chain)에 투입돼 300km 밖의 축구장 3, 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앞서 양국군은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다음날에도 문 대통령의 지시로 같은 내용의 대북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격훈련도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며 ”핵·미사일 도발 야욕을 멈추지 않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말했다. 이순진 합참의장과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이날 새벽 긴급 통화를 갖고 북 미사일 대응책을 논의했다. 양 측은 북한의 ICBM급 도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미 전략폭격기와 항모전단 등 대한(對韓)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군사전문기자ysh1005@donga.com손효주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