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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첫 해외 방문지로 미국을 택한 건 명분과 실리 모두를 고려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미국 먼저’라는 의미가 아니라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현안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1월 당선인 시절부터 미국과 중국 중 어디를 첫 행선지로 할지를 계속 고민해왔다. 1월 중국에 가장 먼저 당선인 특사를 보낼 때만 해도 미국 중심 외교에 얽매이지 않고 자주 외교, 실리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실무진도 3월 중국 외교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을 전후해 중국을 먼저 방문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했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꼭 필요한 데다 전임 정부가 미국 편중 외교를 했다는 중국 내 일부 시각,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중국 방문을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급속도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전통적인 우방인 한미 동맹부터 우선 공고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우려가 큰 상황에서 혹시라도 전쟁이 나면 우리를 도와줄 곳이 누구인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지만 당장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들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의 외교안보 라인이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안보를 중시하는 군인 출신과 상대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뤄진 것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는 역시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이 첫손에 꼽힌다. 유엔의 대북 제재 및 북한의 일방적인 정전협정 파기 선언 등으로 촉발된 안보 위기상황에 대한 진단과 한미 동맹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외교 구상 방안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하고 2기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외 정책과 조율하는 계기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1월 당선인 시절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방문했을 때 “한미 동맹 60주년을 계기로 한미 동맹이 21세기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려면 양국이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이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인 만큼 좋은 대안을 논의해 달라”며 언급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도 주요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토머스 도닐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나라 정부와 상의 없이 11일(현지 시간) 박 대통령 초청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외교상 결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날까지도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방미 문제는) 미국과 협의 중이니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말을 아껴왔다. 외교통상부는 “미국이 대통령 방미 일정을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교 결례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동정민·윤완준 기자 ditto@donga.com}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북한이 도발하지 않고 신뢰를 보이면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다. 북한이 (지금처럼) 도발을 선언하고 나오면 인도적 지원문제를 먼저 풀기 어려워지며, 인도적 지원은 북한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대북 지원이 가장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지원을 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도발하지 말고 정부가 대북 지원을 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북한이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도발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를 통해 북한에 보내고 이들 국가들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대북 지원에 나설 ‘적절한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춘궁기인 5, 6월을 거론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 5월 인도적 지원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동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도 “도발만 없으면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다. 북한이 도발하면 대북 지원에 대한 여론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과 맥락이 닿는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취임식 뒤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은 안보에 집중할 때”라면서도 “그러나 이 (위기) 상태가 계속 가는 것에도 국민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상황을 관리하면서 (남북관계를 풀)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한반도) 정세가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통일을 내다보길 바란다. 지금은 온 국민이 통일의지를 결집하고 행동으로 나설 때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11일 물러난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사진)은 퇴임사에서 자신이 펼친 통일정책에 대한 소회와 통일에 대한 강한 바람을 함께 드러냈다. 그는 “통일정책은 사랑과 이성(理性)으로 하는 것이다. 생존의 한계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과 그들의 인권을 잊지 말라”며 “2500만 북한 주민을 포용할 수 있게끔, 이 땅에 와 있는 2만5000명의 탈북민부터 따뜻이 감싸 안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탈북자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이 통일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얘기다. 그는 “정부엔 원칙과 유연성을, 북한 당국에는 ‘좋은 선택’을, 그리고 여러분(통일부 직원들)께는 ‘통일 준비’ 한마디를 남겨 놓겠다. 이웃 나라엔 ‘유니셔티브(Unitiative)’를 전해 달라”고 했다. ‘Unitiative’는 한국이 주체가 돼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통일(Unification·유니피케이션)과 주도권(Initiative·이니셔티브)을 합쳐 류 장관이 강조해온 조어(造語)다. 류 전 장관은 “내게는 따로 금낭(錦囊·비단주머니)에 넣어 남겨둘 말이 없지만 내가 남긴 이 말을 기억해 보고 나머지는 통일 항아리(통일재원 마련을 위한 계정)에게 물어보라. 그리고 잊지 말라.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라고 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장관 13명을 임명한 뒤 곧바로 국무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것은 현재 안보 위기 상황이 그만큼 위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북한은 이 훈련을 시작하면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무효화하고 정전 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11일은 북한의 ‘막가파식 위협’이 현실화되는 첫날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장관 임명에 이어 통상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까지 하루 당긴 이유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무엇보다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 등 국정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국무회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 국무회의 개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긴급하게 의결해야 할 안건이 없기 때문에 경제부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모두 임명한 뒤인 15일 이후 국무회의를 열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북한 도발 개연성이 커진 시점에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판단해 곧바로 국무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안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 1건과 청원경찰법 시행령 개정안 등 대통령령 13건, 영예수여안 1건 등 15건이다. 안보나 경제 위기와 관련한 시급한 현안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날 회의에는 새로 임명되는 장관 13명 외에 신제윤 현 재정경제부 1차관(금융위원장 후보자)과 이용걸 국방부 차관을 참석하도록 했다. 안건에 대한 논의보다는 ‘일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데 새 정부 첫 국무회의를 활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각종 의혹으로 야당의 반대가 심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이르면 12일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국회 국방위는 11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야당의 반대가 워낙 심해 보고서 채택은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 야당을 자극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안보 위기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국방부의 수장을 비워 놓을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인식이다. 청와대가 지금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위기 상황 대처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의 태도 변화는 북한의 노골적인 대남 도발 위협에도 정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하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 NSC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등 6명이 당연직 위원이다. 또 재적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다. 하지만 10일 현재 NSC 핵심 멤버 6명 중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뺀 4명이 정식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안보 공백’이 대남 도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박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의 한 대북 전문가는 “2월 핵실험 때까지만 해도 북한은 위협 대상으로 주로 미국을 거론했지 한국을 직접 도발 타깃으로 삼지 않았다”며 “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 출범이 표류하자 북한이 박근혜 정부를 흔들고 기선을 제압할 기회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개연성이 커지자 청와대도 점점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10일 새벽까지 북한군의 움직임 등 안보 상황과 최근 발생한 전국적인 화재 등 재난 사고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내정자도 며칠째 귀가하지 않고 청와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24시간 상황을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동정민·윤완준 기자 ditto@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 오전(현지 시간 7일) 북한의 자금줄과 불법거래 차단을 유엔 회원국에 강제 의무화하는 한층 강화된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사국들의 표결로 확정한다.미국이 6일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 회람한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 핵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금융거래 차단과 북한에 수출입이 금지된 불법 화물을 실은 선박에 대한 검색을 유엔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결의는 이를 권고하는 수준이었다. 또 북한 외교관의 외교특권 남용을 제한해 회원국들이 외교행낭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교행낭을 통한 북한의 사치품 밀수나 대량 현금(벌크 캐시·Bulk cash) 운반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비판하는 문구가 제재결의안에 포함됐다.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물자도 금수품목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중국이 지금까지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핵무기 개발에 대한 안보리 논의 자체를 거부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은 이번 제재결의안 초안에 동의했다. 중국이 핵을 개발하는 북한에 어느 때보다 강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6일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전협정은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정세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이날 강한 경고성명을 발표했다. 김용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소장)은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하면 우리 군은 도발 원점과 도발지원세력은 물론이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다. 이를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군은 이날 정오 대북경계태세를 한 단계 강화했다.북한은 이 같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경고에 새로운 위협으로 맞설 태세다. 북한이 최근 동해상(강원도 원산 이북 해상)과 서해상(서한만 인근 해상)에 선박과 항공기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정황이 6일 포착됐다. 군 당국은 북한이 10일부터 시작하는 한미연합 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에 맞춰 KN-02 단거리 미사일, 스커드 미사일, 무수단 미사일, KN-08 미사일 등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의 1면 기사에서 “미제가 핵무기를 휘두르면 우리는 다종화된 우리 식의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서울만이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며 “제주도 한라산에 최고사령관기와 공화국기를 휘날리겠다는 것을 맹세한다”고 위협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6일 “북한이 평양 시내의 버스와 열차에 군사용 위장그물을 덮어씌우기 시작했고 이는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기 직전 ‘준전시상태’를 선포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윤완준 기자·베이징=이헌진 특파원·도쿄=박형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에 대북제재결의안 초안을 회람시킨 5일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핵 불바다” 성명으로 위협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제재결의안이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북한의 성명에 궁지에 몰리거나 위협을 느꼈을 때 나오는 표현이 많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중국도 “대북제재안 잘됐다” 안보리 제재결의안이 과거 결의안과 달리 금융제재와 불법 거래 차단을 유엔 회원국들에 의무화하면서 제재 수위가 높아졌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지금까지의 대북 제재안보다 훨씬 강력하며 범위도 포괄적이다. 이례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결의안의 큰 특징은 회원국의 제재 이행을 ‘권고한다(call upon)’에서 ‘결정한다(decide)’로 바꿔 법적 구속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더 치명적인 것은 중국이 이런 고강도 제재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의안에 중국이 ‘이 정도면 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제재결의안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비판하는 내용이 처음으로 포함되고 우라늄 농축 핵개발에 사용되는 물품을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넣은 점이 특히 주목된다. 안보리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해 온 중국의 기존 방침이 변했기 때문이다. 리바오둥(李保東)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국제사회의 의지에 반하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 하고 북한 핵프로그램을 종식시켜야 한다. 우리는 안보리가 채택한 행동을 지지한다”고 분명한 찬성 의사를 밝혔다.○ 북한 외교관의 사치품 밀수도 막는다 결의안에는 외교행낭 등으로 대규모 현금 밀반입과 밀수 밀매 등 불법 행위를 해 온 것으로 의심받아 온 북한 외교관들을 감시하도록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한 외교관들의 면책특권을 제한해 유엔 회원국들의 외교행낭 검색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북한 외교관들이 사치품을 북한으로 밀수하거나 금융제재를 피해 거액의 달러 뭉치로 대량살상무기나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요트, 경주용 차, 고급 승용차 등이 북한으로의 수출 금지 사치품 품목으로 처음 명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지도부는 해외에서 밀수한 사치품을 권부 엘리트들에게 나눠 주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이른바 ‘선물 통치’를 해 왔다. 따라서 이 같은 제재는 김정은 체제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무기 수출과 연계된 금융거래와 자산을 차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적시됐다. 전 세계 유엔 회원국이 자국 은행과 북한의 거래를 막거나 감시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제재에 미온적이던 중국도 자국 은행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돈세탁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돈줄이 막히는 금융제재도 북한체제에 큰 위협이 된다. 2005년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2500만 달러의 자산이 동결됐을 때 북한은 발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제재결의안은 무기나 사치품 거래 등에 이용되는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를 집중 단속하고 그 운반책도 제재하도록 명시했다. 또 각국이 북한 금융기관의 새로운 지사나 사무소 개소도 금지하도록 촉구했다. 제재를 받는 북한 기업이나 법인을 위해 활동하는 대리인을 추방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처음으로 포함됐다. 불법 화물로 의심되는 품목을 실은 항공기의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불허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항공 관련 제재도 구체적으로 처음 적시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유엔 결의안 초안은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강화와 확산 활동에 강력한 대응 방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윤완준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zeitung@donga.com}

5일 동아일보의 조사에 응한 민주당 의원 중에는 대다수 의원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 의원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5선의 이석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에 대해 “대통령이 얼마나 답답하고 속이 터지면 그런 식의 담화를 했겠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발현된 것이지 작정하고 야당을 무시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회담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절차적으로는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만나자고 하는 사람을 ‘필요 없다’고 안 만난 것은 아쉽다”며 “만남을 위한 형식과 절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것 자체”라고 답했다. 비례대표 초선인 홍의락 의원도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심한 것 같다’고 하지만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민동용·손영일 기자 mindy@donga.com}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4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위협은 엄중하고 실체적인 위협임이 분명해졌다. 북한이 상당한 핵 능력을 갖추게 됐으며 북한의 비핵화가 그만큼 어렵게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 후보자는 이날 민주통합당 박병석 의원 등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인사청문회 사전 답변서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히고 “따라서 앞으로의 비핵화 정책도 이런 북핵의 실체적 위협성을 바탕으로 수립되고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외교안보통일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북한 핵 능력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비핵화 정책을 짜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핵 개발 저지’에서 ‘(이미 보유한) 핵의 폐기’로 변화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류 후보자는 “다만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 보유는 인정할 수 없으며 이런 입장에서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류 후보자는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데 전제조건은 없다”며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형식에 연연하지 않고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군사회담의 정례화 등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이행하겠다”며 “우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순수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면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신뢰 구축,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다고 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추진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서울 영등포구 지역예비군들이 4일 오전 경기 안양시 육군 52사단 박달예비군훈련교장에서 실시된 올해 첫 예비군 훈련에서 서바이벌 장비를 착용하고 실전과 비슷한 시가지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안양=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주말인 2일 기습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발표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은 ‘보수 군심(軍心)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안보관과 군인정신이 투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국정원이 본연의 역할에 주력하도록 쇄신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안보 측면에서 뒷받침할 적임자로 남 후보자가 선택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남 전 총장의 국정원장 기용은 박근혜 정부 안보 인선(人選)의 ‘결정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 국방장관 A 씨는 3일 “원리원칙을 중시하고, 치밀한 스타일의 남 후보자가 국정원이 제 모습을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에는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에는 김동연 기재부 2차관을 내정했다. 남 후보자는 2007년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때 박 대통령의 국방안보특보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난해 대선까지 국방안보 정책 조언자로 박 대통령을 도와 깊은 신뢰를 쌓았다. 이 때문에 새 정부의 국방장관이나 국정원장 등 요직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찌감치 나왔었다. 1965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육군 수장’에까지 오른 남 후보자는 청렴하고 강직한 인물로 군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군총장 시절 골프를 치지 않았고, 직접 자가용을 몰고 관사에 나타나 이를 몰라본 병사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현역 시절 부하들과 회식을 하면 ‘애국가’를 부르는 걸로 끝마무리를 했다는 일화도 있다. 반면 ‘생도3학년’, ‘천연기념물’로 불릴 만큼 지나치게 원리원칙을 따지고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는 “원칙은 한번 무너지면 되돌리지 못한다. 융통성이 없는 게 자랑스럽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 주변과 크고 작은 충돌을 빚었다. ▼ 부하와 회식때도 애국가로 마무리…퇴임후 盧정부 군복무 ▼그는 영관장교 시절 육군대학 학생들 앞에서 ‘정치군인’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진급에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하나회 주도의 ‘군맥(軍脈)’이 군을 호령하던 시절에 ‘미운털’이 제대로 박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육군총장 재임 당시엔 군 사법개혁에 강력히 반대해 청와대, 국방부와 정면충돌했다. 또 2004년 장성 진급 비리 의혹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청와대가 만류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육군 관계자는 “당시 출처 불명의 ‘괴문서’를 근거로 군 검찰이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초강수’로 압박하자 육군 수장으로서 ‘배수진’을 쳤다”며 “당시 군 검찰 뒤엔 청와대 386실세들이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말했다. 남 후보자의 국정원장 기용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 등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총장을 지낸 3명이 모두 새 정부의 안보 요직에 중용됐다. 이들은 육사 선후배로 인연이 깊고,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 수장’도 ‘남재준(육사 25기)-김장수(육사 27기)-박흥렬(육사 28기)’ 순으로 이어받았다. 군 관계자는 “육사 출신 총장들이 한 정부에서 줄줄이 안보 요직에 기용된 건 노태우 정부 이후 처음일 것”이라며 “육사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와의 인연에 따라 3명의 ‘운명’은 달랐다.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수사로 노무현 정부와 ‘악연’을 맺은 남 후보자는 2005년 초 퇴임 이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군 복무기간 단축 등 노무현 정부의 국방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2006년엔 노 대통령의 군 비하 발언 등에 대해 다른 예비역 장성들과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김 내정자는 남 후보자의 뒤를 이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서 육군총장에 전격 기용된 뒤 국방장관까지 올랐다. 박흥렬 내정자도 김장수 내정자의 뒤를 이어 육군차장에서 육군총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김 내정자가 ‘합리적 보수’, 남 후보자는 ‘원칙적 보수’라는 점에서 앞으로 대북안보정책 조율 과정에서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남재준 후보자△서울(69세) △배재고 △수도방위사령관(중장) △합참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부사령관(대장) △육군참모총장(대장) △한나라당 제17대 대선 경선 박근혜 후보 국방안보특보 △서경대 석좌교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국방안보특보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미동맹은 한국의 국가안보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소중한 파트너다. 군사동맹 측면에서는 미국이 1등, 경제교역 규모에서는 중국이 1등이다. 그러나 한미관계, 한중관계 전체에 순위를 매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외교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이런 미묘한 외교 현실을 모를 리 없다. 그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외교력을 기울여야 하는 국가별 우선순위와 그 이유’에 대한 국회의 질의를 받았다. 윤 후보자는 서면답변에서 “미국은 최우선 외교파트너, 중국은 미국 다음”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러시아는 중국보다 나중에 서술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러시아의 서열을 매긴 셈이 됐다. 언론도 그렇게 보도했다. 개인에게도 ‘친한 친구 서열을 매겨보라’는 질문은 무례하다. ‘너는 나의 두 번째 친한 친구’라는 말을 들어서 기분 좋은 사람이 있을까. 따라서 국회의 ‘국가별 우선순위’ 질문은 ‘우문(愚問)’이었다. 이에 외교 경험 많은 윤 후보자는 ‘현답(賢答)’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그 역시 질문에 말려든 ‘우답(愚答)’을 내놓고 말았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변국들의 협력은 절실하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머리를 맞대 20년의 북한 비핵화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반성하고 패러다임을 대전환시킬 공동의 묘책을 짜낼 시간이다. 균형정책을 표방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국의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때에 “중국은 두 번째 친한 친구야”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는지 궁금하다. 윤 후보자가 총지휘한 박근혜 정부 외교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한미동맹과 한중 동반자관계의 조화와 발전 및 한일관계 안정화’다. 박근혜 정부가 북핵 6자회담의 대안으로 추진하는 한미중 전략대화의 성사를 위해서라도 미중 사이의 균형정책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의 성패는 중국과 일본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윤 후보자는 28일 청문회에서 “외교에 랭킹을 매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 취지에 맞지 않게 답변 자료가 작성됐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렸다. 윤 후보자는 여당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의 지적을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 “외교부 수장의 한마디는 대통령의 한마디다. 국가별 우선순위는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였다.”윤완준 정치부 기자 zeitung@donga.com}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27일 ‘한국이 외교력을 기울여야 하는 국가별 우선순위와 이유’를 묻는 인사청문회 사전질의에 대해 “미국이 최우선적 외교 파트너이며 중국은 미국 다음”이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서면 답변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 최대 투자대상국으로서 경제적 비중,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역할을 감안해 중국을 미국 다음의 외교 협력 파트너로 본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자는 이어 “일본,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이 한반도·동북아의 평화번영을 위한 전제라는 점에서 두 나라도 중요한 외교협력 파트너이다. 다만 일본은 역사와 관련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국가별 외교 우선순위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순으로 제시한 셈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윤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외교정책의 미흡한 점으로 △출범 초 한미동맹 재조정 협상 과정에서의 이견 △남북관계의 양적 팽창이 북한의 태도 변화로 연결되지 못한 것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일관성 부족을 꼽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선 △남북관계 경색과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 지연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국과의 갈등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 자원·에너지 외교를 지적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4∼6월 중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25일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4∼6월 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도 “방미가 상반기 중에는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 당국은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특사단과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정부 안에서는 방미 시기와 관련해 5월안과 6월안이 가장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5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감안하면 이에 앞서 같은 달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전협정 60주년, 한미동맹 60주년을 고려해 정전기념일(7월 27일)에 앞서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상징성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방미일은 4월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5월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6월 6일이었다. 한편 청와대 일각에서는 균형외교와 실리외교를 표방한 박 대통령이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핵심 관계자는 “북핵 문제의 중요한 열쇠를 쥔 중국이 4월에 주요 대외정책을 결정하기 전 중국을 전격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윤완준·동정민 기자 zeitung@donga.com}
신설되는 대통령 국가안보실이 위기관리와 정보융합, 국제협력의 3개 비서관실을 주축으로 운용된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국가안보실 차장을 겸임함으로써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의 업무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컨트롤타워가 될 국가안보실의 조직은 외교안보의 핵심 현안을 다루는 3개 비서관실 체제로 짜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당초 ‘중장기 전략과 정책조율’을 담당하는 비서관실까지 4개를 두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업무는 국제협력과 정보융합비서관실이 나눠 맡는 쪽으로 최종 정리됐다. 국가안보실 산하의 위기관리비서관실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국지도발 같은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와 함께 테러를 포함한 국가 재난에 대처하는 업무를 맡는다. 정보융합비서관실은 외교안보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 및 판별하는 업무를, 국제협력비서관실은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핵심 외교현안 협의 및 조율 등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국제협력비서관실은 한국이 앞으로 주요국들과 협의해 나가야 할 글로벌 현안이 많아진다는 점, 국가안보실이 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한 안보 업무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업무를 짠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급인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 관련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간사 역할도 맡는다. 이런 국가안보실의 윤곽은 ‘국가안보실 설치에 관한 법’을 비롯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의 당국자와 직원 상당수는 이미 국가안보실 발령 통보를 받은 상태다. 이와 별도로 대통령비서실장 소속의 외교안보수석실은 외교, 국방, 통일의 3개 비서관실로 꾸려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가안보실은 중장기 전략과 정책 조율을 포함한 굵직한 외교안보 업무를 맡고 외교안보수석실은 일(日) 단위로 돌아가는 현안을 챙기는 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안보수석이 국가안보실 차장을 겸임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은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 간 업무 조율과 정보 교환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은·윤완준 기자 lightee@donga.com}

《 “남한에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의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과 학계에서 제기되는 대북강경론이다.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있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20년간 북한의 핵능력은 엄청나게 향상됐다는 것이고, 이는 비핵화 정책 20년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북핵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가 매우 어려워진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한국정치학회장인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핵 개발 의도와 역량을 잘못 판단한 비핵화 정책의 접근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핵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5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최강 국립외교원 교수는 “엄존하는 북한 핵을 부정하지 말고 북한이 핵을 갖고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를 바꿔야 하며, 그 출발점은 북핵 억지력을 먼저 갖추는 것이라는 얘기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그 억지력을 ‘북핵과의 공존전략’으로 규정했다. 김 전 원장은 “남북한 핵 불균형 상태의 해소 없이 상호호혜의 남북대화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억지력은 핵을 가진 북한과 동등하게 대화하기 위한 전제라는 얘기다. 그는 첨단무기를 공중-지상-바다에 각각 배치하는 ‘3축(軸)체제’를 갖추자고 제안했다.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폐기, 전술핵 재배치까지도 대북정책의 옵션(방안)으로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의 자체가 억지력을 위한 카드이며, 어떤 건 안 된다고 먼저 얘기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② 이중전략―왼손으로 채찍질 오른손은 악수北 전역에 소규모 협력사업 적극 개발전문가들은 “억지력을 갖추면 당당한 관여(engagement)가 가능하고 북한 경제사회의 변화를 촉진할 신뢰프로세스의 힘이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당근과 채찍, 강경책과 유화책, 원칙과 유연성을 자유자재로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북한이 오른손으로 악수하고 왼손으로 도발하면 우리도 오른손으로 악수하면서 왼손으로 채찍을 휘두르면 된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북한 유학생의 해외 방문초청 등 교류 접촉면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개성공단처럼 특정 지역에 편중된 대규모 경제협력보다 북한 전 지역의 경제사회에 ‘침투할’ 소규모 협력사업을 개발하라”고 조언했다. ③ 두려움―북에 핵 안고 무너지는 두려움 심어라외부정보 공급 늘려 주민들 인권 눈뜨게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핵문제만 풀리면 모든 문제가 다 풀리는 것처럼 생각했던 게 패착요인”이라고 말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북한 체제(system)이며,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유도하면서 북핵문제를 푸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당국자들은 북한체제의 급소는 북한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한 자각과 외부정보의 유입이라고 말한다. 3대 세습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 인민의 삶을 돌보지 않고 대량살상무기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시대착오적 현실 등이 북한사회 저변에 확산될 트리거(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북한 지도부에 핵을 가지고도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준다. 유 교수는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체제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선택의 순간까지 몰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④ 주인의식―통일전략의 확고한 오너십 가져라 北핵, 北美 아닌 南北 문제로 접근해야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핵 문제를 여전히 북-미 간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남한 내에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협정도 북-미 간 협정이 아니라 남북 간 협정의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북한의 핵무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려 미국을 겨냥할 수도 있지만, 훨씬 더 손쉽게 남한을 표적으로 삼는 전술핵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이 북핵문제에 확고한 오너십을 갖고 대처해야 하는 이유이다. 신기욱 스탠터드대 아태연구소장은 최근 동아일보 기고에서 “미국은 20년간 북핵문제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데 지쳐 있으며, 한국이 돌파구를 마련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기존의 분단관리용 대북정책이 불가능해졌음을 보여준다”며 “현상돌파형의 통일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⑤ 아킬레스건―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자극하라美 MD 체제 가입 카드로 中 압박 필요북한의 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 개발 사실이 드러나 2차 북핵 위기가 진행되던 2003년 중국은 북한과 연결된 원유공급 송유관을 수리를 핑계로 3일간 잠갔다. 북한으로서는 치명적인 중국의 제재였다. 박병광 연구위원은 이런 극약 처방을 ‘바그다드 효과'라고 분석했다. 같은 해 미국의 이라크전쟁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자 중국이 북한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미리 북한의 군기를 잡았다는 것이다.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북한이 변하려면 중국이 변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이 방치되면 한국도 중국이 아파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중국과 논의해야 한다. 중국 스스로 대북정책을 변화시킬 내부 동기가 만들어지게 하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예를 들어 북한이 자꾸 도발하면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에 들어오라는 요청을 한국이 거부할 방도가 없다는 얘기를 중국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내 반북시위가 확산되는 등 중국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1일 국정 목표와 과제를 발표하면서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외교 국방 통일 분야의 최상위 개념인 국정 목표로 설정한 점이 눈에 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행복한 통일 지향”을 시대적 소명으로 밝혔다. 대선 공약에선 ‘통일’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인수위는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그린 데탕트’를 통한 환경공동체 건설을 내세웠다. 접경지역, 비무장지대(DMZ), 백두산 화산 등에 대한 공동 연구와 개성공단 내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등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린 데탕트는 현 정부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정책 과제로 제시한 개념이다. 통일 재원 마련의 법제화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통일계정(통일항아리) 마련을 위한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북한에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법 제정 등 북한인권 개선 노력도 통일 여건 조성 계획으로 내세웠다.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 방안의 계승 발전도 추진 계획에 포함됐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큰 틀을 유지하되 북한 핵실험 여파로 안보가 강조된 모양새다. 국정 목표와 전략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표현이 없는 대신 하위 개념인 국정 과제로 제시됐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강력한 억지에 기초한 대북 정책이지 단순한 유화 정책이 아니다”라는 박 당선인의 말을 포함시켰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서울-평양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는 여건을 감안해 검토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영유아 임산부 등 북한 취약 계층에 대한 ‘순수 인도적 지원’은 국제기구와 협의해 시기와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공약에 없었던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프로세스 재개 여건 조성이 추진 계획에 포함됐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확고한 국방 태세 확립을 위해 능동적 억제 전략 개념을 발전시켜 북핵·미사일 시설 타격을 위한 통합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개정된 미사일지침에 따라 미사일 능력 확충, 실질적 타격 능력 확보를 위한 ‘킬 체인’ 구축, 적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발전도 추진 계획에 포함됐다.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군 주도의 단일 전구(전쟁구역)사령부 구성과 한미연합전투참모단의 신(新)연합방위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사병의 18개월 군 복무 단축에 대해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에게 “임기 중 시작은 해야 한다. 임기 중 다 마치는 건 확답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내정자(67·외무고시 6회)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60·10회)보다 선배다. 주 내정자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직을 그만둔 지 6년이다. 원로 축에 든다”고 말했다. 역대 외교안보수석 가운데 최고령이다. 현 천영우 수석(61·11회)보다도 선배다. 주 내정자는 “박근혜 당선인 측에 ‘나이가 많고 외교부를 떠난 지 오래돼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나라를 위한 길이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창 일하는 세대의 장관과 원로급의 수석비서관으로 균형을 맞추려 한 듯하다”고 했다. 주 내정자는 외교부 핵심인 ‘북미라인’이나 ‘저팬스쿨’은 아니지만 주제네바 차석대사, 주프랑스 대사 등을 지내 다자외교와 글로벌 이슈에 밝다는 평이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1996년 외무부 국제경제국장을 맡았다. 2006년 퇴임한 뒤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 겸 부회장으로 일해 왔다. 그는 박 당선인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2000∼2002년)으로 활동할 때 인연을 맺었다. 박 당선인은 2000년 국정감사를 위해 모로코를 방문했고 그때 주모로코 대사가 주 내정자였다. 박 당선인이 고 육영수 여사의 서거 소식을 듣고 귀국한 1974년 주 내정자도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었지만 당시엔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주 내정자는 “박 당선인을 (지도자로서) 이상적으로 생각했고 국정 방향에 대해 존경해왔다”며 “국정에 대해 심도있게 얘기할 정도로 개인적 인연이 깊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장관급) 내정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대선캠프와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박 당선인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이 때문에 대선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주 내정자 발탁은 외교안보팀에선 깜짝 인사로 통한다. 주 내정자는 외교안보팀의 가장 연장자가 된다. 청와대에서 주 내정자에게 지시를 내려야 할 김장수 내정자가 그보다 두 살 아래다. 북한 핵실험으로 안보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북정책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겸손한 성품으로 팀워크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장관 후보자도 “주 내정자는 아주 유능한 분이다. 일을 포괄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주 내정자는 “업무 일선은 장관들이 나서고 나는 당선인을 잘 보좌하면서 평탄하게 일을 하도록 돕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외교안보 라인이 잘 짜였다. 탄탄한 안보를 바탕으로 주변국과 소통을 잘하며 당면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특징은 모두 박 당선인과 대선캠프에서 호흡을 맞춘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이변이나 파격 없이 언론의 예측대로 인선이 이뤄진 유일한 분야다. 그래서 그들이 보여줄 팀워크에 벌써부터 눈길이 쏠린다.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장관급) 내정자(65)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60)는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각각 국방안보추진단장, 외교통일추진단장을 맡아 외교안보팀의 양대 축을 이뤘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65), 박흥렬 경호실장(장관급) 내정자(64)는 김장수 내정자가 이끈 국방안보추진단에 합류해 ‘김장수 라인’으로 분류된다. 김 내정자가 육사 27기, 김 후보자와 박 내정자는 1년 후배인 육사 28기다. 따라서 외교안보라인의 맏형 격인 김 내정자가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 것이 전체 팀워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많다. 김 내정자가 국방부 장관 출신인 점을 감안할 때 ‘안보 중시’ 경향이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후보자도 동아일보 기자에게 “진보정권은 남북관계에,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에 너무 치우쳐 시너지가 단절됐다. 남북 및 한미관계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되 대전제는 안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윤 후보자는 ‘안보 중시=대북 강경책’으로 비치는 것에는 선을 긋고 있다. 매파로 분류돼온 김 내정자도 “나는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의 장점만을 취하는 영리한 올빼미파”라고 강조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54)는 외교안보 라인 중 가장 젊다. 윤 후보자, 인수위원직을 사퇴한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등과 함께 대선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발전시켜온 인물이다. 이들이 참여한 외교통일추진단은 지난해 7월부터 매주 2, 3회 만나 보통 7시간 이상 마라톤 회의를 했다. 류 후보자는 주위에 “밥 먹는 시간을 아끼려고 고구마, 바나나로 끼니를 때우는 열정을 보이면서도, 자기주장을 고집하지 않고 방향을 잡아 가는 윤 후보자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곤 했다. 북한의 카운터파트가 될 류 후보자도 김 내정자와 윤 후보자의 안보 중시 기조에는 공감한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면 강하게 응징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강해야 할 때 강하지 못하고 유연해야 할 때 유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소신을 펴왔다. 외교안보 부처의 한 전직 장관은 “외교안보라인의 오랜 친분이 일사불란한 팀워크 형성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집단사고(集團思考)의 오류’에도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포병여단 장병들이 15일 강원 철원 훈련장에서 130mm 다연장로켓인 ‘구룡’을 발사하고 있다. 철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내정자(사진)는 15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해선 안 되는 말이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을 합의한 상황에서 연기를 하자는 건 이상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전작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새 정부에서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능력을 최대한 갖추고 준비를 잘해 충분히 우리가 전작권을 제대로 이양받을 수 있도록 내실과 여건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자신을 매파(대북 강경파)로 보는 시각에 “뭘 가지고 나를 매파로 보는가. 나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했다. 그는 “매파는 힘의 논리만 믿는 주전파(主戰派·전쟁을 주장하는 파)로, 패권주의를 지향한다”고 했다. 이어 “나는 올빼미파”라고 말했다. 매파의 강압전략과 비둘기파(온건파)의 대화전략의 장점을 취하는 제3의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을 절대 용서하면 안 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지만 대화와 외교로 풀 수 있는 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또 “무력이란 사용하지 않고도 효과를 볼 때 가장 잘 사용한 것”이라면서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자병법의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킨다)처럼 군은 강해야 한다. 꼭 무력의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외교와 협상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는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어찌 매파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북정책의 실패를 극복할 사례로 독일-북한 관계를 들기도 했다. “독일은 북한과의 외교 및 경제지원 과정에서 양국 간에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하나라도 약속을 안 지키면 관계가 파탄 나 다시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고, 이에 따라 나름의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의 방향을 엿보게 한다. 김 내정자는 북한 핵실험 이후 여권에서 나오는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그런 말은 쉽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지만 (핵무장을) 해야 한다거나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건 국익과 관련된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선 “당면과제로 우선순위가 높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로 협상에 들어가 합의를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미국에 원자력발전소 방사성폐기물의 재처리 권리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선 15일에도 핵무장과 같은 강경론이 나왔다. 황우여 대표는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비대칭무기인 핵무기에 대응체제를 갖춰 군사적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량살상무기인 핵의 실체 앞에 오로지 대화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됐다”며 “동북아에 바람직하지 않은 ‘핵도미노’ 같은 극단 상황까지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완준·고성호 기자 zeitung@donga.com}